불가사리 포식해 바다 사막화 막는 역할···식용 고둥과 혼획 우려
환경부는 8월의 ‘이달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우리나라 연안에 서식하는 대형 연체동물 ‘나팔고둥’을 선정했다고 2일 밝혔다.
나팔고둥은 조선시대 왕실이나 군대에서 사용한 전통악기 ‘나각(螺角)’의 재료로 쓰였던 대형 고둥류다. 성체는 껍데기 높이 약 22㎝, 폭 10㎝에 이르며,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고둥류 중 가장 크다.
껍데기는 황백색 바탕에 불규칙한 적갈색 무늬가 퍼져 있고, 껍데기 입구(각구) 부분에는 흑갈색 띠무늬와 주름, 백색 돌기가 뚜렷해 일반 식용 고둥과 외형상 구분이 가능하다.
나팔고둥은 제주도 및 남해안 연안의 수심 20~200m 해역에 분포하며, 특히 얕은 암반 지대에서 자주 관찰된다.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산란하며, 암수 구분이 가능하고 체내 수정으로 번식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나팔고둥의 생태계 내 역할이다. 일반 고둥이 불가사리의 먹잇감이 되는 것과 달리, 나팔고둥은 오히려 불가사리를 포식한다. 하루 한 마리 이상 섭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제주도에서는 빨강불가사리를 주요 먹이로 삼는다. 바다 생태계를 교란하는 불가사리 개체 수를 조절해 ‘바다 사막화’ 현상을 막는 데 이바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때는 육질이 풍부하고 껍데기가 아름다워 식용 및 관상용으로 인기가 높았으나, 무분별한 채취로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현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환경부는 “나팔고둥은 외형상 일반 식용 고둥과 혼동돼 어획·유통되는 사례가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멸종위기종을 무단으로 포획하거나 유통할 경우 ‘야생생물 보호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5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멸종위기 야생생물 관련 정보는 국립생물자원관(nibr.go.kr)과 국립생태원(nie.re.kr)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