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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쌀값 급등에··· 한국산 쌀, 수출 26배 ‘껑충’

김진홍 기자
등록일 2025-08-04 12:53 게재일 2025-08-0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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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대일 수출 416t ‘사상 최대'··· 이천쌀 등 일본 시장서 가격 경쟁력 확보
수요 줄고 재고 쌓인 韓 쌀시장, 수출 돌파구로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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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쌀값 급등으로 한국산 쌀의 대일 수출이 급증했다. /클립아트 코리아 제공

한국산 쌀이 일본 시장에서 ‘대체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국산 쌀의 수출이 급증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4일 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25년 1~6월 한국산 쌀의 대일 수출량은 416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배 수준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90년 이래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지난 2012년 일본 대지진 당시 긴급구호 차원에서 수출된 16t이 종전 최고 기록이었으나, 이번에는 상반기만으로 이를 26배나 넘어섰다. 한국산 쌀의 수출 급증은 일본 내 쌀 가격이 2배 가까이 오른 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분석된다.

일본 관세청에 따르면, 현재 일본으로 수입되는 쌀에는 1㎏당 341엔(약 3180원)의 고율 관세가 부과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내산 쌀 평균 가격이 5㎏당 4200엔(한화 약 3만 9000원)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관세를 감안한 한국산 쌀의 가격이 경쟁력을 확보한 셈이다.

일본 농림수산부에 따르면, 일본 내에서 유통되는 한국산 쌀은 4㎏ 기준 약 4000엔 (약 3만7000원)수준에 판매되고 있다. 실제로 대일 수출이 가장 많았던 시기도 일본 내 쌀값이 최고치를 기록한 5월이었다.

한국산 쌀은 일본산과 같은 ‘자포니카(短粒種)’ 품종으로, 찰기 있고 쫀득한 식감을 선호하는 일본 소비자 취향과도 부합한다. 과거에는 일본산 품종인 ‘코시히카리’, ‘아키바레’ 등이 국내에서 재배되기도 했으나, 현재는 ‘미소진미’, ‘하이아미’ 등 한국 고유 품종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쌀 명산지로 알려진 경기 이천시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이천쌀 10㎏이 약 4만 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일부 일본 관광객들이 귀국 시 직접 구매해 가는 사례도 언론을 통해 소개됐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수출 확대를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경남 하동군은 지난 5월 지역 특산 쌀 80t을 처음으로 일본에 수출한 데 이어, 연내 추가로 200t을 수출할 계획이다.

쌀 수출 확대는 공급과잉 해소의 실마리로도 주목받는다. 한국의 1인당 쌀 소비량은 2024년 기준 55.8㎏으로, 2000년 93.6㎏ 대비 40%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일본도 64.6㎏에서 51.5㎏으로 감소했지만, 한국의 소비 감소 속도가 더 빠르다.

과잉생산 문제도 심각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국은 최근 수년간 연간 약 20만 톤 이상의 초과 생산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2025년까지 전체 경작면적의 11% 수준인 8만 ha를 감축하는 감산(減産) 목표를 설정하고, 타 작물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감축 속도는 연간 1%에 불과해 목표 달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기후 등의 변수로 생산량이 감소할 경우, 감산 정책이 오히려 공급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는 쌀값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 전량을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심의 중이다. 대미 FTA 후속 협상에서 쌀을 포함한 농산물 시장 개방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쌀값 하락을 우려한 농민단체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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