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삼복더위가 맹위를 떨친다. 밤새 집중호우가 남부지역에 많은 양의 비를 뿌리면서 바짝 달궈진 대지가 좀 식혀지는가 싶었는데, 비가 그치기 무섭게 염천에 폭서로 작렬하니 과연 여름날의 기세가 예외없이 등등하기만 하다. 더욱이 일부 지역에서는 폭우 피해가 속출해서 안타깝기만 한데, 고온다습으로 눅눅하고 꿉꿉한 무더위에 불쾌지수마저 올라갈 정도니,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더위를 참고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리라고 본다.
더위를 피하거나 묵묵히 참으며 여름나기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겠지만, 다른 한편으론 더위에 정면으로 맞서서 오히려 더위를 즐기며(?) 당당하고 거침없이 여름날을 보내면 어떨까? 이를테면 열(熱)은 열(熱)로써 다스린다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측면에서, 더위 속에 거침없이 뛰어들어 땀을 흠뻑 흘린다든지, 아니면 아무리 더워도 뜨거운 차를 마시며 담담히 더위를 재운다든지 하는 등의 방식으로 더위를 떨치며 물리친다면 한결 개운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필자는 후자의 방식을 선호하기에, 이른 아침부터 더위를 무릅쓰고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포항철길숲과 도심을 가로 질러 영일대해수욕장을 거쳐서 한걸음에 다다른 곳이 포항시 북구 여남항이었다. 그곳에는 이른 아침부터 챙이 넓은 파란색 모자를 쓰거나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곧장 어깨띠를 두르고 피켓과 비닐봉지를 나눠 들고는 삼삼오오 동료, 가족들과 함께 바다 옆으로 난 둘레길로 이동해 아침부터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여남 해안에서 죽천으로 이어지는 영일만 북파랑길(호랑이 등오름길) 2코스를 걷기 시작했다. 단순히 걷는 것만이 아니라 포항 해상 스카이워크를 지나가면서 관광객이나 시민들에게 해양환경의 중요성과 일회용품 줄이기, 플라스틱 사용 감축 등의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어 보이는 환경 캠페인을 펼치고 있었다. 또한 바다와 인접된 해안둘레길과 방파제 주변 곳곳에 파도로 떠밀려온 폐어구나 해양쓰레기를 줍는 환경정화활동까지 실시하며 ‘바다사랑’을 실천하고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을 펼치는 이들은 포스코 해양환경지킴이봉사단 단원들과 가족들이다. 지난 2022년부터 활동을 하기 시작한 해양환경지킴이봉사단은 포항의 천혜의 절경을 갖춘 204km에 달하는 해안선을 따라 환경정화와 해양환경 보호, 바다사랑 캠페인 활동 등으로 꾸준한 자원봉사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18년만에 지난 7월 재개장한 포항 송도해수욕장을 비롯 영일대해수욕장과 월포ㆍ화진ㆍ도구ㆍ구룡포 등 6개 지정 해수욕장이 있는 포항은 한 해 평균 400만 명의 전국 피서객이 몰리는 ‘국민 휴양지’인데, 그에 걸맞게 해양환경을 지키고 가꾸는 봉사단의 손길들이 이어지고 있어서 참으로 고무적으로 여겨진다.
더욱이 포항의 영일만관광특구 일원이 최근 해양수산부로부터 ‘복합 해양레저관광도시’ 사업 대상지로 선정, 동해안 해양관광의 새 시대를 열 기반이 마련돼 그 어느 때보다도 해양환경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옷이 땀으로 젖는 찜통더위에도 이열치열로 아름다운 해안선을 가꾸고 지켜가는 포스코 해양환경지킴이봉사단의 작은 손길이 전국 관광객의 발길을 끊이지 않게 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