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장 어민, 특약보험 개선·전기요금 부담 완화 등 호소
“수온은 오르는데, 대책은 가라앉고 있습니다”
5일 오후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오도리에서 강도다리 육상 수조식 양식장을 운영하는 김영복(63) 오도수산 대표는 이렇게 호소했다. 김성범 해양수산부 차관과 경북도·포항시 관계자들이 고수온 대응 상황 점검을 위해 방문한 자리에서다. 김 대표는 “마을 어민 12명 중에 1명만 남았다"라면서 "어업은 사라지고 펜션 사장만 남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경북 동해안 연안에는 지난달 9일 고수온 예비특보, 지난 1일에는 고수온주의보가 발령됐다. 현재 동해중남부 연안에도 고수온주의보가 유지 중이며, 폭염이 지속됨에 따라 향후 수온 상승과 양식생물 폐사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현재 포항의 양식장은 109곳, 양식 어류는 총 1369만 마리에 달한다. 육상양식은 39곳(1155만 마리), 해상가두리는 17곳(190만 마리), 축제식은 6곳(18만 마리), 연승식은 47곳 등이다.
정부는 고수온 대응을 위해 올해 30억22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고, 개인 방제장비 1970대를 현장에 배치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체감이 되질 않는다“라면서 ”장비보다 운영비가 부담이 큰 탓에 냉각기와 산소 공급 장치를 돌리려면 결국 전기요금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고수온 특약보험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김 대표는 “강도다리 치어 수만 마리를 보험에 넣었지만, 보상 받은 적은 없다”라면서 “폐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20~30g 시기에는 보상 자체가 되지 않는데, 왜 가입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하루 냉각기 돌리면 전기요금만 10만 원이 넘어서 농업처럼 특례요금이 필요하다”면서 “양식업은 한 번에 폐사 피해가 수억 원인데, 왜 산업 대접을 못 받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지금은 수온이 잠깐 떨어졌지만, 바람 방향 하나만 바뀌면 다시 섭씨 28도를 넘고 그 상태가 3~4일만 지속돼도 대량 폐사한다”면서 “작년엔 성체 11t이 죽었다”고 강조했다.
수심 50m 저층수 활용 방안도 논의했다.
‘1㎏ 라인 수심 2m·깊은 라인 200m까지 연결·17도 수준의 저층수 온도’라는 조건에 실제로 폐사가 줄었는데, 어민들이 선제적으로 효과 여부를 실험 중이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포항시·국립수산과학원·경북도어업기술원은 아직 실험 단계다.
김영복 대표는 청년 어업인을 위한 공간 할당을 제안했다.
그는 “양식장 하나 짓는 데 70억 원이 들어서 청년들이 감당할 수 없고, 도시 처럼 구획하고 설비까지 해둔 구역을 임대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정책도 실험도 결국 어민이 체감하지 못하면 소용없고, 현장과 제도는 아직 멀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김성범 차관은 “양식업은 국가 식량산업의 핵심이며, 전기요금 특례와 보험 보장 범위, 청년 어업인 육성 등 현장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정책 검토에 적극 반영하겠다. 어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