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국 생산 기업은 면제 방침···한국 작년 수출 106억달러, 타격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반도체와 집적회로(칩)에 대해 약 10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내 생산을 약속했거나 이미 생산 중인 기업은 예외로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주요 반도체 수출국들은 수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미국 투자 계획 발표 행사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반도체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그러나 미국 내 생산을 약속했거나 실제 생산 중이면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생산을 약속해 놓고 실행하지 않는다면, 그에 대해서는 추후 소급 적용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조치는 아직 정확한 시행 시기나 대상 물량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CNBC 인터뷰에서 “다음 주 중 추가 품목별 관세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이르면 내주 중 공식 발표가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한국은 반도체가 미국 수출 2대 품목(1위 자동차)에 해당되는 만큼,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달러(약 14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명목 기준으로 미국 수출 비중은 7.5%로 중국(32.8%), 홍콩(18.4%), 대만(15.2%), 베트남(12.7%)보다 낮지만, 대만 등 제3국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되는 물량까지 고려하면 실제 영향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북지역의 경우에는 2024년 반도체(MTI기준) 수출액은 1609만달러(약 223억원)로, 수출대상국은 1위 중국(950만달러), 2위 미국(166만달러), 3위 대만(93만달러), 4위 베트남(74만달러) 순이다. 중국으로 공급된 반도체가 대미 수출품으로 적재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경북지역에서도 반도체 관련산업이 이에 따른 악영향에서는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방침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22년 발효한 CHIPS·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계승 또는 상회하는 수준의 자국 제조업 우선 정책으로 해석된다. 해당 법은 총 527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생산 및 연구 인센티브를 통해 아시아 반도체 제조업체의 미국 유치를 본격화한 바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반도체 생산 비중은 1990년 40%에서 2023년 약 12%로 급감한 상태다. 이에 따라 자국 제조 기반을 회복하려는 미 행정부의 압박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애플이 향후 4년간 미국에 6000억달러(약 832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언급하며 “이는 당초 계획보다 1000억달러 많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이유로 25%의 ‘2차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으며, 같은 논리로 중국에 대해서도 에너지 수입을 빌미로 한 추가 관세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