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에 높은 이자 허덕이는 세입자 똘똘한 한 채 위해 수도권 투자 후 월세 살아
“전세 계약할 때 등기부 상(대출 등 채무 관련) 깨끗하지 않으면 쳐다도 안봐요.”
최근 대구에서 벌어진 전세 사기 등의 여파로 세입자들이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그간 빌라왕·건축왕 등 큰 사기 사건으로 피해를 본 세입자가 많은 상황에서 전세대출 한도 축소와 보증금 반환보증 축소까지 겹치다 보니 전세시장을 바라보는 세입자의 시선이 곱지 않다.
20일 대구 한 부동산에서 만난 김 모(40·대구 달서구) 씨는 “전세 만료 기간이 다가와서 부동산에 매물을 알아보러 왔는데 비싼 전셋값에 이사 비용을 생각하니 막막하다”며 “대출 규제도 심한 상황에 이자도 비싸다 보니 이참에 적당한 월셋집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는 불안하고, 여유도 부족해 결국 월세를 알아보러 다닌다"면서 “정부의 부동산 시장 대책이 과연 서민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한 숨지었다.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상황이 커지고 있음은 통계상으로도 볼 수 있다.
최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7월 대구지역 주택 임대차 계약 가운데 월세 비중은 64.6%로, 지난해 최고치였던 57.8%보다 6.8%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특히 대구의 월세는 2021년 처음 전세를 앞지른 뒤 꾸준히 증가해 올해 60%를 넘겼다. 무주택가구 비중이 높은 남구는 월세 비중이 76.9%에 달했고, 북구가 67.1%로 뒤를 이었다.
수도권에 투자하고 대구에서 월세를 살고 있다는 이도 나왔다.
50대 이 모 씨는 “대구 부동산에 투자해서는 큰 이익을 보기 힘들 것으로 판단해 서울 외곽지에 주택을 구매해 임대를 놓은 상황”이라며 ”수도권은 인구가 많아 고가 주택이 아니어도 수요가 많고, (임대놓은) 그 금액으로 상대적으로 저가인 대구에서 월세를 살아도 부담이 되지 안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무자본 갭투자자의 사기 사건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떼일 수 있다는 공포가 월세 수요를 높였다”며 “무엇보다도 똘똘한 한 채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지방보다는 수도권에 투자하고 월세를 사는 세입자가 느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전세대출 규제 등을 전체적으로 보고 시행하고 있지만, 지역별 상황이나 소득 수준 및 부동산 시세 등을 고려한 차등 규제가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