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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치의학연구원 지역 유치 TK 정치권은 ‘강 건너 불구경’

장은희 기자
등록일 2025-08-21 17:26 게재일 2025-08-2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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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간 경쟁 본격화 되는데
현역의원 무기력한 침묵 일관
지방정부 리더십 공백도 뚜렷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을 두고 지자체 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경북 정치권은 무기력한 침묵으로 일관하며 지역 민심을 싸늘하게 만들고 있다.

시민단체와 산업계, 전문가들, 전직 의원들까지 앞장서고 있지만 현역 국회의원과 정당 조직은 철저히 방관하고 있어 지역사회는 “속만 탄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1일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유치위원회에 따르면 대구는 전국 치과용 의료기기의 90% 이상을 생산하며, 경북대 치과대학을 중심으로 임상·산업·연구가 융합된 전국 유일의 치의학 생태계를 갖춘 도시다.

국립연구원의 설립 목표가 ‘기초 R&D의 산업화’에 있는 만큼 이미 산·학·연이 집적된 대구야말로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도 가장 전략적인 입지로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정부가 지정 방식으로 설립지를 결정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구는 공정한 ‘공모’ 방식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정치권의 침묵이 지역사회의 좌절감을 키운다. 

대구에는 국민의힘 소속 현역 의원이 12명, 경북엔 13명에 달한다. 여당 원내대표까지 배출한 TK가 지역 현안을 두고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판이 거세다. 

국회 예결위·보건복지위 등 주요 상임위에 속한 TK 의원들 조차 공동성명이나 공식 논평 한 번 내놓지 않았다. 일부 유치 지역구 의원인 강대식 의원이나 조명희 전 의원 등은 개별 대응을 하고 있지만 당 차원의 목소리는 없다.

지방정부도 리더십 공백이 뚜렷하다. 

대구시는 시장이 공석인 상황이며, 경북지사는 건강 문제로 대외활동이 제한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국립연구원 유치라는 중대한 지역 현안이 사실상 공중에 떠버린 형국이다.

한 지역 의료계 인사는 “지금 상황은 정치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며 “수도권이나 중앙무대에서는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지역의 절박한 현안에는 침묵하는 모습이 지역민의 실망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수도권 인접성을 내세운 다른 도시가 빠르게 ‘사실상 확정’이라는 식의 여론몰이를 하며 유치전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충남 천안의 경우 지역구 의원이 직접 ‘예타 면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중앙정부와도 논의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반면 대구는 해당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후에도 정무라인은 물론 대구시는 소극적이며, 시의회·시당 차원의 대응조차 없다.

현역 국회의원이 소속된 국민의힘 뿐만이 아니다. 

현 정부에서 기재부 장관, 보훈부 장관, 국토부·고용부·국방부 차관, 공정위 부위원장 등 주요 부처 인사에 TK 출신이 대거 중용됐다. 그러나 정작 이 인사들이 지역을 위한 현안 대응에 얼마나 관심을 보이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위상은 높아졌지만, 실제 지역을 위한 실무적 대응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유치위원회는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을 찾아가 간담회를 열고 연구원 유치의 당위성을 설명했지만, 별다른 반응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봉화를 방문해 홍의락 전 의원에게도 연구원 유치의 필요성을 전달했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진전 없이 무산됐다.

한 시민은 "지역 정치가 이렇게 허약한 줄 몰랐다. 지역 민심을 챙기는 게 지방선거 승리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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