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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 절 버리시나요” 여름 휴가철은 반려동물 수난시대

단정민 기자
등록일 2025-08-27 16:10 게재일 2025-08-2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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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유기·유실 7월이 가장 많아
포항서도 여름 월 100여 마리 발생 
유기 구조동물 절반 ‘안락사’ 처리
하루 3만~4만원 애견호텔비 부담 
돌봄공백 대안 못 찾아 극단 선택 
내장칩 의무화·돌봄 안전망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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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남구 일월동의 한 전봇대에 묶인 채 버려진 몰티즈가 포항시 동물보호센터에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여름 휴가철 피서객이 많이 찾는 포항 등지 관광지에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동물등록 때 외장 칩 대신 내장 칩을 의무화해 유기를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온다. 무엇보다 각 지자체가 돌봄 안전망을 강화해 반려동물 유기 방지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26일 농림축산검역본부 집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유기·유실 동물 발생 건수는 7월에 가장 많았다. 5~7월에만 전체의 30%가 집중됐다.

포항의 경우 2022년에는 7월에만 176건으로 월별 최다였고, 2023년 7월에도 162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7월 131건, 올해 7월 104건 등 휴가철이 시작되는 7월에 100마리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포항에서 구조된 유기 동물 881마리 가운데 절반은 입양되거나 원래 주인을 찾아갔지만, 나머지 상당수는 안락사 처리했다. 

실제 2023년 900여 마리의 개가 구조됐고, 200여 마리가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안락사했다.

포항시 동물보호센터의 사정도 살펴본 결과 얼마 전 들어온 몰티즈는 먹던 사료와 함께 남구 일월동의 한 전봇대에 묶인 채 버려졌다. 보호센터 관계자는 “7살 추정의 노령견인데 사랑으로 키워달라는 메시지와 함께 버려져 있었다“면서 “마치 쓰레기를 버리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털어놨다.

주로 경제적 이유 때문에 해마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 고령이거나 병든 반려동물은 치료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마련인데,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보호자들이 유기를 선택하고 있다. 특히 여름 휴가철에 돌봄을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동물보호법상 의무인 동물등록을 할 때 무선식별장치의 훼손·분실·파기 가능성이 큰 외장형 칩 대신에 쌀알 크기의 마이크로칩을 동물의 어깨뼈 사이 피하에 삽입하는 내장형 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년구 선린대 반려동물학과 교수는 “반려동물 등록을 내장형 칩으로 의무화해 책임 회피를 어렵게 만드는 제도적 장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등은 개와 고양이를 내장형 칩으로 등록할 때 4만~8만 원이 드는 점을 고려해 선착순 한정 등의 방법으로 1만 원 내에 등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반려동물 돌봄 안전망 구축도 시급하다. 정 교수는 “단순히 개인의 무책임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민간 애견 호텔이 하루 3만~4만 원 이상의 비용 부담이 생기는 등의 이유로 돌봄 대안을 찾지 못해 반려동물을 유기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정 교수는 ”지자체가 나서서 휴가철 임시 돌봄을 제공하거나 유기된 동물을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새 가정에 입양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공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류성원 포항시 축산과 반려산업동물보호팀장도 “외장형 칩은 손쉽게 제거할 수 있어 제도적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내장형 칩 의무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글·사진/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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