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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의 정치풍향계

정철화 기자
등록일 2026-04-19 17:27 게재일 2026-04-2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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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하는 전한길, 해맑은 장동혁
김진국 고문

해방 직후 이런 구전 가요가 유행했다. “미국 놈 믿지 말고, 소련(현 러시아) 놈에게 속지 마라. 일본 놈 일어나고, 되놈(중국) 되나온다.” 일본에서 해방은
됐지만, 미래가 불투명했다. 미국과 구(舊)소련이 남북을 분단하고, 점령했다. 온갖 정치적 견해가 어지럽게 충돌했다. 미국과 소련의 군정에 기댄 세력이 힘을 키웠다.

 

식민지에서 갓 벗어난 민중은 방향을 잡기 어려웠다. 작은 개인 경험이 정치적 신념으로 굳어지기도 했다. 더 큰 걱정은 우리 민족의 미래를 외세가 좌지우지하는 상황이었다. 구(舊)한말 외세에 휘둘리다 국권을 빼앗긴 뼈아픈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은 때였다. 국제 정치적 식견이 전문가만 같지 못해도, 외세의 앞잡이가 되어 서로 싸우는 꼴이 걱정이었다. 그런 마음을 담은 가사다.

 

한국사 강사였던 전한길 씨는 자기 유튜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군사정보를 유출해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했고, 위기가 닥치면 중국으로 망명할 계획’이라
는 주장을 내보냈다. 싱가포르에 160조 원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근거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짜뉴스들로 수사받고 있다.

 

전 씨가 쏟아낸 의혹은 그뿐 아니다. 그럼에도 그 발언을 수사하는 것을 정치적 탄압, 언론 탄압이라고 주장한다. 언론의 지형이 크게 변하는 판국에 그가 진짜 언론인이냐, 아니냐를 굳이 따지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스스로 언론인이라고 주장하려면, 최소한의 직업 윤리를 지켜야 한다. 사실을 확인하고,
진실을 보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는 언론의 자유라느니, 미국이라는 외세를 내세우며 위협했다. 그런데 엄포를 놓을수록 웃음거리가 된다. “전한길 건드리면 즉시 트럼프 행정부에 알릴 거다. 영국, 일본에도 바로 요청할 거다…제 뒤에는 미국, 일본 NHK, 요미우리 TV, 산케이신문,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있다.” 이런 주장을 한 뒤 지난해 8월 그는 미국으로 달려갔다.

 

미국 백악관이 초청했다, 미국 망명을 권한다, 방탄복을 구매했다는 둥 자극적인 주장을 쏟아냈다. 지난 2월 3일 귀국한 뒤에도 그는 “(저를 구속하면), 과
연 이재명 정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위협했다. 5월에 백악관 초청으로 미국 간다고도 했다. 그러나 외교 채널이나 미국 정부 어디서도 공식 확인하지않았다.

 

요즘 유튜브는 막간다. 막가는 채널이라야 구독자가 늘고, 돈이 들어온다. 진보 진영은 더 하다. 김어준 씨의 ‘겸손은 힘들다’는 난공불락의 1위다. 지상파보다 영향력이 크다. 민주당 출마자들이 알현하려고 줄을 선다. 집권당 대표를 내세워 대통령과 각을 세울 정도다. 사실 보도를 기대하는 건 이미 늦었다. 정치판을 조종하는 지휘탑이다.

 

이런 사태는 한국의 불행이다. 그래도 유튜버는 민간 영역이다. 이게 정치와 공적 영역까지 흔드는 게 위험하다. 민주당은 그나마 안에서 서로 견제한다. 국민의힘은 이도 저도 아니다. 방향도 없이 표류한다. 유튜버들은 가짜뉴스로 슈퍼챗만 유도한다. 대국을 보는 눈도, 미래를 향한 보수 진영의 비전도 캄캄하다. 편견과 편향을 무기로 서로 싸운다.

 

그런데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갑자기 워싱턴으로 날아갔을까. 전한길 씨를 흉내 내 미국으로 도피한 건가. 아직도 왜 갔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불투명
하다. 장 대표가 공개한 발언은 한국 정부 비판이다. 이란 전쟁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미국과 결이 다른 메시지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게 고자질하는 모양이다. 이간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그는 또 한국 정부가 북한의 핵 억제보다 대화의 외양과 유화적 신호를 우선하고 있다고 비
판했다.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더 그런 방향 아닌가.

 

이란 전쟁, 대북 정책에 관해 정부와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게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미국으로 달려갈 만큼 화급한 사안인가. 2박 4일에서 5
박 7일로, 다시 8박 10일로 일정을 계속 늘렸다. 그래서 대단한 성과를 거두었나. 10%대로 당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마당에, 미국 의사당 앞에서 V자를
만들며 해맑게 웃는 화보로 조롱만 받았다. 선거 결과를 볼 것도 없다. 물러나는 게 답이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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