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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폴리코노미

우정구 논설위원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를 포퓰리즘이라 부른다. 라틴어 인민이나 대중 또는 민중을 뜻하는 포퓰루스(Populus)에서 유래한 말이다. 우리말로는 대중영합주의, 민중주의 등으로 불린다.포퓰리즘의 기원을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지만 근대적 의미로는 19세기 러시아에서 농민계몽을 통해 일어난 사회적 변혁운동을 손꼽는다. 포퓰리즘은 대중에 호소하고 다수를 위한 정책 수립과 다수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무분별한 정책 남발로 기회주의적 성격의 부정적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된다.폴리코노미는 정치(Politics)와 경제(Economy)의 합성어다. 정치가 경제를 휘두르는 현상을 이르는 말. 선거에서 포퓰리즘이 성행하면 선심성 공약을 위해 각 정당은 돈 풀기 경쟁을 벌인다. 국가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지고, 국가 부채기 늘어나는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포퓰리즘 정치로 몰락한 나라는 많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은 좌파 포퓰리즘 정책으로 물가는 치솟고 국가 재정은 바닥이 났다.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을 펼친 그리스는 국가가 부도에 내몰리면서 2015년에 디폴트를 선언했다.포퓰리즘 정책의 후유증은 심각하고 오래간다. 복지성 예산은 수혜자 입장에선 중독성이 강하고 한번 집행하면 되돌리기가 어렵다.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선심성 정책을 내쏟고 있다. 경기침체 등으로 지난해 국세 수입이 56조4천억원이나 펑크났는데도 구체적 대책도 없이 현금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사회간접시설 투지를 약속하고 대학등록금까지 무상으로 하겠단다. 정치가 경제를 휘두르면 나라가 갈 길은 몰락뿐이다.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4-02-01

여당 총선의 뜨거운 감자가 된 ‘유승민 카드’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며 대립각을 세워온 유승민 전 의원이 국민의힘 간판으로 4·10총선 링에 오를지가 주목된다. 최근 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오산에 유 전 의원이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그의 총선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제3지대 신당으로부터 합류 제안을 받아온 그는 지난달 페이스북에 “처음이나 지금이나 이 당에 누구보다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국민의힘에 남겠다”고 밝히면서도 “4월 총선에 공천 신청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여권에선 이 메시지를 ‘당이 필요로 한다면 이번 총선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국민의힘으로선 유 전 의원이 총선지도부 역할을 맡아 열세 지역인 수도권 선거에 투입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가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대구·경북을 비롯한 보수진영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지만,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층)’ 외연확장에는 그만한 인재가 없다는 평가도 동시에 받고 있다. 윤희숙 전 의원은 “그가 총선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 정치인으로서 자산을 쌓는 기회가 되면 당도 좋고 본인도 좋고 나라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유 전 의원의 총선지도부 합류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입지가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유 전 의원이 총선에 등판하려면 한 위원장이 직접 그에게 역할을 당부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지난 대선 당시부터 이어져 온 윤 대통령과 유 전 의원의 불편한 관계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유 전 의원도 과거 “워낙 찍혀서 공천을 주겠나. 공천을 구걸할 생각도 전혀 없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한 위원장이 자칫 그를 수도권 간판으로 내세웠다간 당정 갈등이 다시 표출될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포함한 여권으로선 이번 총선에 운명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승민 카드가 개혁신당을 견제하고 ‘중수청’ 확장에 도움이 된다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그를 총선지도부에 합류시키는 것이 맞다.

2024-02-01

신공항 SPC 설립 서둘러야지만 신중하게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사업을 대행할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이 “시간이 걸릴 것”이라 밝혔다. “부동산 경기가 워낙 나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대출 문제가 심각한 때문”이라 설명했다.대구시는 지난해 SPC사업 설명회를 서울 등지에서 몇 차례 가졌다. 신공항 사업 내용과 대행사 선정의 방향성도 제시했다. 설명회에는 대구도시개발공사와 LH, 한국공항공사 등 관련 공공기관과 건설사, 금융사 관계자들도 참석했다.지난 12월에는 삼성글로벌리서치 김완표 사장과 그룹 관계자가 대구시를 방문해 삼성의 SPC 참여가 예상되기도 했다. 김 사장도 “그룹 차원에서 충실히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삼성그룹이 SPC에 참여한다면 신공항 건설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삼성의 공신력을 믿을 수 있고 삼성그룹의 모태가 대구와 관련돼 상징성도 있다.그러나 당초 대구시가 지난해 말까지 SPC 문제를 마무리 지으려고 했으나 홍 시장의 말대로 국내 여건이 여의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경기 상황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기업들의 투자 유치가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특히 국내 건설업계는 과도한 프로젝트파이낸싱으로 자금난에 몰린 곳이 많다.대구시가 SPC 설립이 순조롭지 않자 공공과 민간의 SPC 참여를 독려할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SPC 참여로 손실을 본 업체에 대해서는 사업청산을 통해 사업 손실분을 보존해 주겠다고 했다. 또 향후 10년동안 대구시가 발주하는 모든 관급공사에 우선 참여권을 주겠다고 했다. K-2군공항 후적지 배후 주거단지를 선개발, 선분양 방식으로 자금난도 돕겠다고 했다.대구경북의 신공항 건설사업의 중요성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에 실을 매어갈 수는 없다. 신공항을 미래지향적으로 만들어갈 SPC 사업자 선정은 매우 중요하다. 홍 시장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탄탄하게 구성하겠다”고 했다. 대구경북 미래 50년을 보장할 신공항 사업의 SPC 사업자 선정은 최고의 결과가 나와야 한다.

2024-02-01

독감과 후유증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최근 독감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의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일주일에서 한달이 지나도 기침과 가래가 안 떨어져서 오거나 시간이 지났음에도 몸살기가 지속되어 내원한다. 특징으로는 몸살기와 더불어 목이 많이 아프고 시간이 지나도 기침과 가래가 지속된다. 요즘은 병원에서 초기에 수액과 플루처방을 받고 초기 증상을 떨어뜨리고 일부는 완전 회복을 하는 경우가 많아 한의원에 내원하는 감기환자수가 많지는 않다. 그러나 일부는 기침 가래가 너무 오래 지속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경우에 한방 치료는 큰 도움이 된다.본인도 작년 11월 무렵 갑자기 목이 아프기 시작해 목에 피와 가래가 섞여 나오는 것을 보고 이번 독감은 고생을 하겠구나 생각했다. 일주일 가량 한의원에 비치된 감기 상비약을 복용 후 많이 개선 되어 이제는 괜찮을 것 같아 술을 좀 먹고 나니 다음날부터 증상이 다시 발현되어 고생을 했다.감기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이유는 감기가 너무 심한 경우가 있고 또 하나는 본인의 면역력이 약해 초기 증상 후 회복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 감기는 둘 다 해당되는 경우로 초기에 고생을 많이 하면 후에 회복을 못해 기관지가 약해져 기침이 안 잡힌다. 그래도 몸살이나 발열 등의 초기증상들은 해결하고 오는 경우가 많아 한의원에 상비된 감기약 중 기관지에 쌓인 담을 제거 하는 약재들과 폐를 윤택하게 해주는 맥문동이 들어 있는 맥문동 탕을 처방하면 대부분 3일에서 일주일 사이에 좋아진다.감기에 걸리면 우선 절대 찬바람을 쐬지 않아야 한다. 외출을 삼가고 방을 따뜻하게 한 후 이불을 뒤집어 쓰고 땀을 조금씩 내면 효과적이다. 생강과 계피 도라지가 섞인 따뜻한 물을 조금씩 들이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방에선 초기엔 계지나 마황 등이 들어간 약들로 겉을 따뜻하게 해주고 땀을 내는데 도움을 주는 약을 쓴다. 약을 복용할 때는 몸을 따뜻하게 감싸고 따뜻한 약을 복용 후 따뜻한 맑은 국물과 따뜻한 밥을 먹으면서 약간의 땀을 내면 약효를 증가 시킬 수가 있다. 이때 절대 먹으면 안되는 것이 고춧가루다. 매운 것을 먹으면 식도 근처가 자극되고 염증이 악화되고 많은 분비물이 분비되어 고생한다. 목이 끈쩍거릴수 있는 유제품 관련 식품 등도 피하는 것이 좋다.평소에 감기에 자주 걸리는 아이들이나 노인들은 감기 끝에 몸이 쳐지고 체력이 회복되지 않으면 한의원에 내원해 약을 지어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실제 매년 감기로 고생하는 아이들은 일년에 두세번 약을 지어 먹으면 감기에 덜 걸리고 고생을 덜 한다. 한번 경험해본 사람들은 면역력을 높이는 약을 계절별로 지어 먹는 사람도 있다. 평소에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고 음식은 맵고 자극적이지 않게 적당량 먹는 것이 좋다. 위장을 편안하게 하면 몸이 가볍고 면역력을 올리는데 도움이 된다. 노인들의 경우엔 밥과 국 김치나 나물 반찬으로만 밥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고기나 생선 등의 단백질 섭취를 높이는 식단 구성으로 바꿔야 한다. 내몸을 이루는 모든 세포들은 단백질을 먹어야 만들어 진다. 단백질을 적당히 섭취하는 게 면역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2024-01-31

한복을 즐겨 입다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자료 사진을 찾으려 앨범을 뒤질 일이 생겼다. 내 삶의 이력마다 한복을 입은 적이 유난히 많음을 알았다. 70년대 대학졸업식, 여학생은 한복 위에 졸업가운을 입는 것이 당연했다. 은박무늬가 반짝이는 파란 공단치마에 하늘색 저고리는 당시 유명한 화장품 모델의 한복을 그대로 베낀 옷이었다.내 한복 이력의 하이라이트는 웨딩드레스다. 결혼식장을 정하니 식장에서 신부옷을 무료로 빌려준다고 했지만 희어야 할 웨딩드레스는 하나같이 우중충한 잿빛이었고 여러 사람이 입어 때 탄 옷을 입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전문 웨딩샵의 웨딩드레스는 아름다웠으나 너무 비싸 이 역시 아니라 싶었다. 마음을 정하지 못한 채 폐백용 한복을 맞추러 간 서문시장 한복집에서 눈에 띄는 흰 한복감이 있었다. 하얀 본견에 우아한 철쭉꽃이 그려져 있었다. 꽤 유명한 한국화가가 그린 그림이란다. 그것으로 웨딩드레스를 짓고 싶었고 남편도 찬성했다. 한복집 사장님은 파격적인 가격으로 주겠다며 적극 추천했다. 한복을 맞춰두고, 면사포와 부케를 주문하러 다시 웨딩샵으로 갔다. 신부용품을 모두 무료로 대여해 줄 거고, 한복에 어울리는 부케와 생화족도리까지도 만들어 주겠다. 대신 결혼식 때 사진찍기를 허락해 주고 사진을 웨딩샵에 제공해 달라는 뜻밖의 제안을 했다. 불감청고소원이었다. 그 후 그 웨딩샵엔 나의 사진이 꽤 오랫동안 걸려있었다.결혼식 당일, 한복을 입을 거니 너무 짙은 화장을 말라는 나의 요구에 신부화장도우미는 업신여기는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나의 한복은 그 자리의 모든 웨딩드레스를 압도할 정도로 희고 눈부셨다. 부러움의 눈초리와 탄성에 좀전의 업신여김을 모두 보상받았다. 그 한복은 석사 졸업식, 큰아이 유치원 졸업식, 연주회에 초청 받거나 제법 격식을 갖춘 공연을 보러 갈 때도 파티드레스 삼아 즐겨 입었다.엄마의 회갑연 때 맞춘 한복은 동생 결혼식과 대학원 박사학위 졸업식 때도 입었다. 북경세계여성대회에 가서는 국위선양을 톡톡히 했다. 꽃분홍 저고리에 수박색 치마의 화사한 한복 덕에 외국인들과 사진 찍느라 진땀을 뺐다.십수년 전, 천연염색으로 들인 쪽물 옥사, 홍화물 모시, 감물과 녹찻물의 삼베 천을 주신 유복혜 선생님 덕에 내 한복의 리스트는 더욱 아름다워지고 풍성해지고 고급스러워졌다. 독일의 세계도서박람회나 브라질 한민족네트워크에 참석하여 한복의 맵시를 알렸다. 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열리는 외국인 초청 행사 때도 한복을 입었다. 한국인은 한복을 입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내 모든 한복을 가지고 가서 한국인여성들에게 입히기도 했다. 쪽빛 치마 하나에 흰 저고리, 노랑저고리, 옥색저고리를 맞춰두면 세 벌이나 있는 셈, 이렇게 한복이 많으니 두 아들 결혼식 땐 따로 옷을 짓지 않아도 되었다.며칠전 겨울용 누비치마저고리를 샀다. 꽤 도발적인 붉은 저고리와 검은 치마였다. 평소 내가 즐기는 색상은 아니었으나 늙을수록 고운 색을 입어야 한다는 지인의 조언에 귀가 얇아졌다. 오는 설날, 손주들이 한복차림으로 절할 때 이 누비한복을 입고 답례를 하고 싶다.

2024-01-31

오래된 것들의 처소(處所)

배문경 수필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집으로 들어서는 곳에 늘 늦게까지 불을 밝히던 곳이었다. 주위가 어두워도 환한 빛으로 안심이었다. 가게 하나 불을 껐다고 골목이 암흑 세상이다. 27년간 슈퍼마켓을 지키던 아저씨는 그만둘 때가 되었다며 몇 월 며칠까지 마지막 할인을 하니 필요한 것을 사가라고 덧붙여 말했다. 이제 뭘 해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한다며 말끝을 흐렸다.경쟁에서 밀린 가게에는 오래된 물건과 새 물건이 섞여 있었다. 아파트를 사이에 두고 양옆으로 편의점의 불빛이 환하게 빛난다. 손님들이 빛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두 번 얼굴을 보던 사람도 편리한 것에 밀렸다. 왠지 모를 낯선 기분만이 아니라 서글픔 같은 것이 밀려온다. 자신의 건물이었다면 그는 가게를 계속했을지도 모른다. 건축은 건축가가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이뤄지는 삶에 의해 완성된다던 승효상의 글이 생각난다.경주는 기와집이 어느 곳보다 많다. 고도 제한을 두어서 시민들이 제값을 못 받는다고 오래된 아파트를 재건축하자고 해서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던 아파트 값이다. 삼사십 년 된 아파트는 나지막하고 숲이 잘 다듬어져 있었다. 굳이 엘리베이터가 없어도 큰 불편이 없다고 할 정도였지만 바람은 거세게 불어 정보를 들은 외지 사람들이 들불 번지듯이 싼값에 아파트를 사들였다.그곳에서 판사 딸을 길러낸 언니가 있다. 낡은 것만 생각하고 들린 집은 아파트 옆의 나무가 자라 운치가 있어 보였다. 새소리가 자작하니 들렸고 늘 조금씩 고쳐가며 자신의 세상을 만든 언니만의 공간을 보았다. 집이 따뜻하고 정답게 느껴지는 것은 그 집 주인의 생각과 가치를 집에 불어넣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곱게 만들어진 조각보가 놓인 식탁과 나무문에 달린 손뜨개 커튼과 작은 풍경이 고풍스러웠다. 우리의 삶이 사실 작고 사소한 일을 하루하루 쌓으며 만들어 가는 것은 아닐까. 덧붙여 “나는 여기가 좋다.”라는 언니의 말에서 자신의 손때가 묻은 집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애정을 쏟은 고택 카페가 경주에 늘어간다. 어쩌면 고택을 잘 활용하는 예가 될 수도 있겠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은 따뜻하다. 흙과 대들보가 드러나 있고 나지막한 처마에 옛 정취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든다. 밖의 풍경이 푸른 하늘과 어울려 잔디밭과 내가 좋아하는 나무 백일홍의 꽃이라도 그득하니 피어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풍요로워진다. 살지는 못해도 그곳에서 힐링된 넉넉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올 때면 울적했던 마음도 슬펐던 마음도 사그라진 다음이다.경주에는 독락당이 예전의 모습을 잘 건사하고 있다. 특히 다른 건물에서는 볼 수 없는 살창과 건물에 달아낸 계정은 건축물로 그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어 역사적, 건축학적 의의를 함께 지녀 건축학도들의 발길을 이끈다. 사람들에게 그 가옥의 형태나 쓰임새와 풍경을 둘러볼 수 있도록 열어놓아 더 반갑다. 유지되도록 가문과 피붙이의 노력이 오늘의 우리에게 힘듦을 치유할 공간을 내어준다.기와집이 주는 넉넉함과 매끈한 곡선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녔다. 더러 찾아가는 불국사의 사계(四季)는 살아가는 삶의 여정과 닮아있다. 더 좋아지려고 뭉개고 헐고 다시 시멘트로 세우는 일이 아니라 조금은 생활이 불편해도 세월이 녹아든 낡은 것들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지 나에게 스스로 묻곤 한다. 덧대어 그것이 주는 안정감과 편안함이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애틋한 조언에 고개를 끄덕일 때가 많다.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자리에 있고 그 자리가 편안하게 보이는 어제의 건축들에서 오늘의 내가 위안을 얻는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이듯이 과거에서 연결된 오늘의 것들에 애정을 갖는 일이 내가 할 일이다. 건축물과 그 안에 깃든 가치와 전통이 같은 의미로 함께 한다는 것은 여간 고맙지 않다. 고택 마당에 널어둔 이불홑청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슬쩍 까치발을 하고 들여다볼 수 있게 나지막한 담장으로 배려함에 감사하며.

2024-01-31

소행성 L2001의 사멸 (하)

마침 그날 과학전문기자는 모처럼 긴 휴가 중이었고 이를 대신하던 인턴 기자는 메일을 정리해 윗선으로 올렸다. 멋진 1면 기삿거리-속 시끄럽고 기상천외함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정치, 경제적, 사회적 기사들을 제치고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를 찾던 데스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다음날 헤드라인은 이랬다.‘악마의 연기와 함께 지구로 돌진하는 천체 발견, 소행성 L2001’소행성 L2001은 시민 전체, 지구 전체가 바라보는 존재가 되었다. 다른 신문들과 언론들에서는 앞다투어 기사를 쏟아냈다. 천체물리학계에서 공식적인 입장- 100%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꼬리의 성분이나 소행성이 지구에 위협이 될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을 내놓았지만 대중들이, 언론이 주목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과 ‘높지 않다.’는 대목이었다. ‘확실한 것은 없다.’는 것은 모른다는 것이며 심지어 그럴 수도 있다는 뜻이 되었고 ‘높지 않다.’는 것은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의미가 되었다. 미국의 NASA에서 공식적으로 ‘소행성 L2001이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선언했음에도 사람들은 ‘꼬리 가스의 위험성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느니 ‘거의 없다는 것은 있다는 것이다.’거나 하는 해설 기사를 찾아 읽고 ‘좋아요’ 버튼을 눌렀고 ‘히말라야 산맥에서 발견된 비밀 기지’나 ‘퇴역한 우주 왕복선 수리 중’과 같은 콘텐츠를 공유했다.소행성 L2001의 명칭도 바뀌었다. 사람들은 소행성 L2001에 대한 첫 기사 제목으로부터 딴 이름 ‘악마의 연기’로 소행성을 부르기 시작했다. 유해물질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지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말은 이제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그럼에도 사재기나 도피처를 찾기 위한 움직임은 크지 않았다. 고양이의 눈을 피해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은 쥐처럼 가만히 있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일어나 출근을 하고 가족들과 마주 앉아 저녁을 먹었다. 밤이 되면 잠을 잤고 가끔은 술을 마셨다. 주말이면 어딘가로 몰려갔지만 초월자에게 무엇을 빈다든가 다 같이 저 세상으로 가자 같은 말을 내뱉지는 않았다. ‘핵미사일을 쏘아 부숴버리자.’, ‘그래서 뭐 어디로 도망가라고?’, ‘하긴 망해도 싼 존재지, 인류는.’ 같은 이름, 그와 유사한 이름을 건 독립 채널들과 SNS 영상들은 항상 검색순위 상단에 위치해있는 것과는 상반된 일상을 보며 사회학자들은 기이한 현상이라 평했고 이는 또한 연구의 대상, 기삿거리가 되었다. 어느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회학자는 ‘우주라는 거대한 스크린에서 벌어지는 3D 재난 영화를 보며 팝콘을 먹고 있는 관객’과 같은 인상을 받는다면서 제발 깨어나라고 그 소행성이 스크린을 뚫고 우리에게로 올 것이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 프로그램이 방영되던 시간 소행성 L2001은 태양과 지구가 늘어선 뒤쪽에 위치해있었고 꼬리 또한 지구의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천문학자가 그 사실을 설명하며 ‘울지 말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소행성 L2001은 처음부터 가스 꼬리를 가진 혜성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최근의 연구결과가 있다. 원래부터 그랬던 것인데 이제와 호들갑을 떠는 것 같다. 그저 아름다운 우주의 신비 정도일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울먹이는 사회학자로부터 소행성은 돌고 도는 것인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천문학자가 그것도 모르느냐, 제발 먼 곳에서 일어나는 가십거리처럼 여기지 말아달라는 핀잔과 충고를 들었다. 소행성 L2001이라 부르지 말라, 악마의 연기라 부르라. 사회학자가 덧붙여 말했고 ‘그저 소행성에 연기가 생겼다고, 아니면 원래부터 있던 혜성의 가스 꼬리일 뿐인데 악마니 뭐니 이름을 붙이는 것은 억지가 아닌가? 무슨 성분인지, 우리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인지 알지도 못하는데, 가만있는 소행성이 무슨 죄인가?’라 항변하는 천문학자를 사회자가 말리면서 토론은 끝났다. 김강 소설가·내과의 2개월 정도 시간이 지나자 다른 사건들, 이야기들이 악마의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눌렀고 악마의 연기는 관심 순위의 아랫단으로 내려왔지만 사람들은 소행성 L2001라는 이름을 돌려주지는 않았다.3개월이 지난 12월 27일 악마의 연기, 소행성 L2001은 돌연 사멸했다. 애초에 지구를 향해 돌진하지도 않았고 그러겠다는 의지도 없었던, 실제 연기, 꼬리에 유해 성분이 있었는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소행성 L2001은 불꽃 하나 없이, 우주를 울리는 굉음 하나 없이 사멸했다. 누군가는 고온의 연기에 둘러싸여 스스로 증발해버린 것이라 말하기도 했고 또 누군가는 악마의 연기가 소멸되기를 기원했던 전 인류의 손가락질이 이루어낸 쾌거라 말하기도 했다.

2024-01-31

지역번호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한민국에서 다른 지역으로 전화하려면 반드시 지역번호를 눌러야 한다. 지역번호는 각 지역을 분리, 식별하기 위한 번호다. 지역번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시로 정한다. 전화 보급률이 낮고, 교환원을 통해 장거리 전화를 했던 시절에는 지역번호라는 것이 없었다. 물론 당시에도 시내전화와 시외전화는 구분됐다. 1970년대부터 전화 보급률이 늘고 국번이 생기면서 지역번호가 부여됐다. 지역번호는 각 지역마다 같은 번호를 부여할 경우 생길 수 있는 혼동을 막기 위해 매기는 번호였다. 특히 1980년 전자교환시스템(DDD)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기존 국번의 혼선을 피하기 위해 시·군 단위에 지역코드를 배정했다.그러다가 2000년 7월 세 자리수 국번+네 자리 수 번호로 통일하면서 서울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지역번호는 053, 031 등 세 자리 수로 바뀌었다.이에 따라 대구시는 053 단일통화권, 경북은 054를 쓰고 시·군별로 23개 통화권역으로 나뉜다. 행정구역과 지역번호는 100% 일치하지는 않는다. 전화국의 할당 지역이 행정구역을 경계로 정확히 나눠지지는 않는다. 행정구역 개편 등의 이유로 바뀔 때마다 지역번호를 수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구통화권에 속하는 경산, 서울통화권의 광명과 과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도시권이 팽창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지난해 7월 대구시에 편입된 군위군의 지역번호가 ‘054’로 유지된다. 이는 대구시의 국번 일부와 군위군이 사용하는 일부 번호가 겹쳐 지역번호를 변경할 때 발생하는 경비와 혼란 등 사회적 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군위군은 대구시와의 통합으로 경북과는 이별했지만 지역번호만 경북과의 인연고리로 남게 됐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1-31

우리는 잘살고 있을까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미국 작가 마크맨슨(Mark Manson)이 도발적인 유튜브영상을 공개했다. 제목이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다녀왔다(I traveled to the most depressed country in the world.)’인데, 그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게 아닌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최상급의 경제수준에 이르렀으며 사회문화적으로도 모두가 부러워하는 성장을 경험하지만, 한국인들이 동시에 겪는 우울현상의 그림자가 길어보인다고 했다.전쟁을 겪으며 바닥에 떨어졌던 한국사회가 급성장을 해오면서 익힌 과도한 일등주의와 경쟁문화가 한국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들었을까 짐작한다고 했다. 심층적인 분석이 아니라 표면적인 관찰에 따른 내용이긴 하지만, 한국사회의 부끄러운 부분을 들킨듯 싶어 멈칫 하게된다.실제로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들 가운데 우울증발병율과 청소년자살율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열심히 살면서 이렇듯 성장했는데, 외국인의 시선에 처절하도록 우울한 나라로 발견되는 건 어찌해야 하는지. 한 해 동안 자해와 자살시도로 응급실에 들어온 4만여 환자들 가운데 46퍼센트가 10대와 20대였다고 한다.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전체 학생들 가운데 25만명 이상이 정신적 문제가 있어 심리치료 대상으로 추계된다고 한다. 꾸준히 열심히 달려오면서 스스로 대견하고 칭찬할 만한 수준의 성공을 거두었지만, 한켠에는 이처럼 드러내기 부끄러운 그늘이 있었다. 치열한 경쟁 가운데 일등만 대접받는 문화가 있었고 극소수만 칭찬받는 문화가 번져가면서 뒤처지는 아픔에 힘들어하는 다수가 있었다.동영상에서 마크맨슨은 우리나라를 우울한 나라로 고발하는 데에 멈추지 않는다. 놀라운 회복력(resilence)를 가져 ‘(어려움 속에서) 늘 길을 발견해 왔다’고 했다. 태안반도에 기름을 청소하러 달려갔으며 IMF 사태에도 금모으기로 반응했다. 나라와 공동체에 위기가 닥치면 문제의 본질을 찾아 해결해 내는 건 언제나 국민의 몫이 아니었던가.정치권과 정부가 우물쭈물하는 상황에도 소매를 걷어 올려 마침내 위기를 극복하는 열쇠를 찾아내는 사람들이었다. 도전과 응전, 변화와 적응에 능하기에 어려움이 닥쳐도 겁내기보다 맞상대하여 끝내 이겨내는 ‘습관적 회복유전자’를 장착하였다. 우울의 그늘이 오늘 깊어 보이지만, 이 또한 국민적 내공과 공동체의 저력으로 헤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끝없는 경쟁으로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는 공동체적 배려와 공감으로 우울현상을 극복했으면 싶다. 오늘까지 거둔 성과와 성공이 있다고 해도, 그 길을 완전히 혼자 걸어온 사람은 없다. 도와주고 거들어준 사람이 분명히 있을 터이며 혹 나로 인해 뒤처지거나 힘들어진 이들이 있을 지도 모른다. ‘잘 났더라도 혼자만 잘 살지 말라’는 어느 학자의 충언이 있었다. 이웃을 돌아보는 배려심과 남의 어려움에 귀기울이는 공감능력을 길러야 한다. 회복탄력성을 다시 한번 집단적으로 발휘해 오늘의 우울현상을 내일을 향한 기대효과로 바꾸었으면 한다. 남들은 몰라도 대한민국은 할 수 있다고 본다.

2024-01-31

서문시장 4지구 재건축, 해법에 중지 모아야

대구를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서문시장 4지구 재건축 사업이 또다시 제동이 걸렸다. 법원이 서문시장 4지구 시장정비사업 일부 조합원 등이 조합측을 상대로 낸 총회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재건축 사업 추진일정에 혼란이 생겼기 때문이다. 재건축사업 조합 일부조합원 등은 “조합측이 사업참여 의사를 밝힌 다른 업체들은 제외하고 특정업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것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에 따라 31일로 예정된 조합원 총회가 무산되고 향후 재건축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4지구 재건축을 위해 조합측은 지난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벌였지만 4차례나 유찰돼 재건축 추진이 지속적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서문시장 4지구는 2016년 11월 대형 화재로 점포 600여 곳이 전소돼 상인들은 인근 대체상가에서 7년째 영업을 하고 있다. 대체 상가에서 영업을 한다지만 불편한 상가 시설과 저조한 매출 등으로 어렵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게다가 대체 상가 기간 중 코로나19까지 겹쳐 화마 후유증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한다.하루빨리 재건축이 이뤄져 정상으로 되돌아가야 하나 재건축 사업도 부동산 경기 침체와 인건비 및 건축 재료비 인상 등 각종 난제로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상인들은 “화마가 발생한지 7년이 지났으나 아직까지 명확하게 진행되는 것이 없어 답답하다”며 조합원간의 의견 충돌로 재건축이 늦어질까 봐도 걱정을 한다.서문시장은 우리나라 3대 시장의 하나로 대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성격을 갖고 있다. 정치인들도 반드시 들리는 대구 상징 장소로 유명하다. 지난해는 전국에서 드물게 시장이 개장한 지 100년을 맞기도 했다. 전국 최대 시장에 지구 전체를 7년째 비워둔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난제가 있겠지만 조합원들이 머리를 맞대 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내야 한다. 재건축 완성을 위해 중지를 모으는 것이 현재의 난관을 푸는 가장 현명한 길이다.

2024-01-31

여든 야든 공천혁신 없이는 民心 멀어진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그저께(30일) 4·10 총선 공천 심사기준을 발표했다. 주목되는 부분은 ‘신(新) 4대 악’과 4대 부적격 비리가 있는 신청자에 대해서는 공천을 원천 배제하기로 한 것이다. 신 4대 악은 성폭력 2차 가해·직장 내 괴롭힘·학교폭력·마약범죄다.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심각한 병리현상들이다. 4대 부적격 비리는 가족 입시·채용·병역·국적비리다. 파렴치 범죄(뇌물범죄 등)도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받으면 공천을 주지 않기로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범죄혐의를 부각시키면서 야당과의 공천차별화를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이번 총선 예비후보자 중 전과기록이 있는 사람이 40%선에 달한다고 한다. 음주운전과 사기 등 국민의 대표가 되기에는 부끄러운 사람들이 대규모로 국회의원이 되겠다며 각 정당에 공천신청을 하는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저질적인 정치수준이다. 지금까지 전과자들이 국회의원에 당선돼 당당하게 국정감사를 하고 법을 제정하는 행위가 되풀이됐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도 이런 현상이 관행처럼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니 국민이 어떻게 정치인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국민의힘이 신 4대 악과 4대 부적격비리를 기준으로 후보들을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가 선거개입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황운하 의원과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웅래 의원, 청담동 술자리 허위주장을 폈던 김의겸 의원 등을 총선 예비후보 검증통과자 명단에 올린 것과 크게 비교되는 조치다.이번 총선에서 여당만이라도 우리사회의 사법시스템과 도덕, 상식을 붕괴시킨 예비후보자에 대해서는 절대 예외규정을 두지 말고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 이번 총선의 시대정신은 증오범죄 등 심각한 사회병리현상을 야기하는 정치권의 개혁이다. 여든 야든, 공천과정에서 새로운 정치문화를 선보이지 않고는 민심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24-01-31

영세사업장엔 중대재해법이 ‘저승사자’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확대 적용됨에 따라 대구·경북지역 영세기업들이 초비상 상태다.앞으로 이들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고용노동부는 예외 없이 해당 사업장을 대상으로 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게 된다.고용부는 이번 주부터 3개월 동안 전국 83만7천개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산업안전 대진단’을 실시한다. 산업안전감독관 전원이 이 업무에 매달린다고 가정해도 1인당 1천개 기업을 맡아야 하는 모양이다. 당연히 ‘졸속 진단’이 우려된다.그동안 중대재해법에 무감각했던 소규모 사업장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적용 대상이 된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자영업자(음식점, 빵집, 커피전문점 등)들은 지금 혼란에 빠져 있다. 전문가에게 상담 서비스를 받으려 해도 컨설팅 비용이 엄청나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금형·주물업 등 이 지역 공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뿌리산업 사장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뜨거운 쇳물이나 무거운 금속을 다루는 공정이 있는 업종이라 직원들이 잠시만 방심해도 산재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중대재해법은 지난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숨진 김용균씨 사고를 계기로 민주당에서 발의해 국회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 법은 하청 업체를 포함해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경영진에게는 1년 이상 징역, 10억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27일부터 새로 이 법 테두리 안에 들어오는 종사자는 800만명 정도 된다.법률 내용 중 형사처벌 근거가 되는 경영진 과실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고의 과실’이나 ‘중대한 과실’이 아니더라도 재해만 발생하면 대부분 과실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포항에서는 이 법률 시행으로 바다낚시 명소인 영일만항 북방파제가 폐쇄 위기에 놓이는 사태도 발생했다. 길이 500m 이상인 대형 방파제도 이 법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중대재해법의 바탕에는 우리나라 기업이 그동안 산업화 과정에서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을 희생시키며 성장했다는 의식이 깔렸다.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 근로자 안전을 침해하는 것은 범죄행위이고 강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일리가 있긴 하지만, 산재사고의 모든 책임을 기업주에게만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법이 시행되고 2년 유예기간이 있었지만, 대부분 아직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 안전시설을 완벽하게 유지하더라도 개인이 주의하지 않으면 사고예방이 불가능한 사업장도 많다.대구·경북지역 중소기업 중에는 만약 사고가 나서 사장이 구속되면 그날로 사업을 접어야 하는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고 폐업할 경우 근로자들은 일터를 잃게 된다.더 큰 문제는 근로자수가 5명이 넘는 사업장 중에서 사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직원 수를 4명 이하로 줄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영세사업장 기업주나 근로자들에겐 중대재해법이 마치 ‘저승사자’처럼 보인다는 것을 정치권은 알아야 한다.

2024-01-30

민생정치

우정구 논설위원 민생(民生)이란 백성들의 생활을 이르는 말이다. 백성의 먹고사는 문제가 곧 민생이다. 장바구니 물가나 교통난, 세금, 범죄, 집값 등 서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는 모두 민생이다. 국회의원이 금배지를 처음 달 때 지역주민의 삶을 먼저 생각하겠다고 약속을 하는 것은 국회가 민생정치의 출발점이라는 의미다. 선출직인 정치인뿐만 아니라 공직자도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선공후사(先公後私)를 기본자세로 삼아야 한다. 공직자는 사사로운 개인의 일보다 공적인 일에 몸을 바쳐야 공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서로 다른 이념과 지향점이 서로 다른 여야 정치인도 민생이란 말 앞에는 이론이 없다.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자는데 반론이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정치인이 입만 열면 민생이라 떠들지만 국민의 피부로 와 닿는 느낌은 거의 없다.입으로는 민생협치를 말하고 뒤로는 정파적 이익과 정쟁으로 다퉈 민생은 항상 뒷전이다. 정치 순리대로 민생협치가 잘되면 국민의 요구가 반영된 정책이 나오고, 국민의 생활도 저절로 안정된다. 그렇지 않은 우리 정치가 아쉽다.4월 총선을 앞두고 민생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여야간의 민생경쟁도 활발해진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선민후사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고 이재명 대표는 “민생과 서민경제에 집중하겠다”고 했다.공자는 “부모에게 효도하듯 백성을 섬기는 것을 정치”라 했다. 선거를 앞두고 민생 챙기기에 나서는 정치권의 속셈이 뻔히 내다보이나 민생이 정치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이 아닌 좋은 민생정책이 많이 나와야 할 터인데 어떨지 궁금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1-30

與공천전쟁 시작, TK현역 전략공천에 떤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이번주부터 4·10 총선후보 공천 신청 접수를 시작하면서 TK(대구·경북)지역 현역의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초 시스템 공천과 경선을 원칙으로 내세웠던 공관위가 최근 추가로 내놓은 공천 룰이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새로운 공천룰은 공관위원 재적 3분의 2 이상 의결을 하면 총선후보자를 바꿀 수 있고, 최대 50곳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하겠다는 내용이다. 공관위 심사 재량을 확대한 것이다.이 룰이 적용되면 TK 현역 대부분은 공천을 자신할 수 없다. 현역을 물갈이할 경우 보통 ‘의원 개인 지지율’과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을 비교하는 교체지수를 적용하는데, 지금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교체지수 허들’을 통과한 현역은 거의 없다. 여당 지지율이 타지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TK현역들은 공관위에 지역 특성을 감안해 달라는 뜻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TK지역 공천은 최대한 늦춰질 전망이다. 공관위는 공천 접수 후 수도권에서 ‘험지’로 분류되는 지역부터 후보를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TK지역을 비롯한 보수텃밭은 현역 반발을 고려해 가장 마지막에 후보 추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한동훈 비대위는 출범 당시 ‘우리 정치문화를 완전히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여당의 공천과정이 험난하다는 것을 예고한 것이다. 현역의원을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젊은 세대로 교체할 경우 심각한 후폭풍이 몰아치게 돼 있다.TK지역 현역 상당수는 뚜렷한 이유 없이 공천에서 탈락하면 무소속이나 신당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 개혁신당에서 영남권 현역 중 합류할 분이 있다고 일찌감치 말한 것은, 공천탈락을 염두에 두고 벌써 개혁신당에 합류할 생각을 굳힌 현역이 있다는 얘기다.이번 공천과정은 한동훈 위원장의 정치력을 시험하는 무대이기도 하다.꼭 명심해야 할 부분은 공관위가 독립적으로 투명하게 공천업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대통령실 입김’이 작용한다는 말이 나오면, 공천의 공정성은 물건너간다.

2024-01-30

구미 반도체특화단지 수도권과 차별 없어야

지난 29일 경북 구미시청에서는 경북도와 구미시 그리고 출연 연구기관 등이 모여 구미 반도체특화단지 육성지원 업무협약식을 가졌다. 이날 협약식에는 국가연구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C), 한국재료연구원(KIMS),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등 7개 연구기관이 참석했고, 이들은 경북도·구미시와 함께 핵심기술 개발과 인재양성, 인프라 운영, 행·재정적 지원 등을 상호 지원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최근 정부가 평택 등 경기도 남부권에 622조원을 들여 세계 최대 최고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발표에 대한 우려도 공유했다. 반도체산업 초격차를 위한 정부의 육성 의지는 백번 이해하나 반도체산업이 수도권으로 쏠리면서 지방 유일의 반도체특화단지인 구미의 특화단지가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지난해 7월 구미시는 지역에서 유일하게 반도체특화단지로 선정됐다. 그러나 정부의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발표되면서 비수도권인 구미 반도체특화단지가 수도권 계획에 밀려 경쟁력이 약화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산업의 초격차를 위해선 소재·부품·설계 중심의 기술을 확보하고 인재양성은 필수라고 한다. 특히 중소기업이 많은 지역에서는 RD 시설과 미니팹이 반드시 있어야 성공할 수 있는데,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경북도와 구미시가 연구기관 등과 업무협약을 맺은 것도 연구기관을 통해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의 기회를 더 넓히려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정부 지원이 필수다. 구미시도 이런 부분을 고려, 1조원대 국비 지원을 국가에 건의할 예정이다. 정부가 구미지역에 반도체특화단지를 지정한 것은 구미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 평가한 결과고 또 지역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라 본다. 정부는 수도권 메가클러스터 조성과 더불어 구미지역에도 수도권에 상응하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비용과 장기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구미 반도체특화단지가 수도권과 차별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24-01-30

힘내라, 포항 탈북민!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누구에게나 태어나고 자란 곳이 있다. 어릴 적 티없는 순박함에 젖어 잔뼈가 굵어지고 밤하늘의 별을 쳐다보며 무한한 꿈을 키워오던 곳, 다름아닌 고향이다. 철이 들어 학업이나 부모님의 생계, 자신의 진로를 위해 고향을 떠나서 살게 돼도 늘 그립고 돌아가고픈 곳이 고향이 아닐까 싶다. 하긴 새장에 갇힌 새는 옛 숲을 그리워하고 물 속의 물고기도 옛 못을 그리워하는데(羈鳥返舊林 池魚思故淵), 하물며 정과 뜻이 있는 사람들에게 고향의 의미는 오죽하랴. 그렇듯이 고향은 굳이 귀소본능이 아닐지라도 늘 어머님의 품처럼 따스하고 넉넉하게 다가오는 곳이다.그러나 늘 그립고 생각나는 고향이지만 애써 버린듯이 힘겹게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있으니, 이른바 북한이탈주민 또는 탈북민이다. 한 때 새로운 터전에서 삶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새터민’라는 표현도 썼으나, ‘새터’라는 단어가 오히려 북한을 탈출한 주민들의 정체성을 부인하며 차별적인 표현이라는 이유로 지양하고 2008년부터는 법률용어인 ‘북한이탈주민’을 줄여서 ‘탈북민’이라고 많이 쓰여지고 있다. 남북 분단과 6·25 전쟁의 상흔이 아직도 남아 있고 이데올로기의 대립 속에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탈북현상은 지구상에 유일한 슬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어쩌면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기며 ‘따뜻한 남쪽’에 왔건만, 남한에서의 정착과 생계가 녹록찮은 것이 현실이다. 멀리 고향을 등지고 떠나왔기에 가족이나 친척이 없을 뿐더러, 더욱이 제2의 고향으로 삼아야 할 남한땅에서 새로운 연고나 일감을 찾아 사회에 순조롭게 진입하거나 안정적인 생활을 해나가기가 결코 만만찮을 것이다. 2023년말 기준 탈북민들은 전국적으로 3만4천여 명에 이르고 있으며,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까지 배출했지만 사회부적응과 사업실패·소송·채무 등에 시달리다가 월북·이민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으니, 한국사회의 정착과 포용에 대한 보다 전향적인 배려와 지원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이러한 계제에 포항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민들이 만남과 소통을 위한 화합의 공간을 마련하고 있어서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2023년 2월 공식 출범한 230여 명의 포항탈북민연합회가 작년 12월부터 약 2개월 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마침내 31일 숙원사업이었던 ‘포항탈북민연합회 사무실’을 오픈한 것이다. 모든 것이 빈약하고 열악한 상태에서 개소식이 있기까지는 각계각층의 관심과 후원, 자원봉사, 물품기부 등의 손길이 시의적절하고 드라마틱하게(?) 펼쳐져 감동과 찬탄으로 이어졌다. 특히, 포스코의 통큰 지원과 6개 재능봉사단의 9회에 걸친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봉사활동이 두드러져 ‘탈북민의 싼타-포스코’라는 애칭이 붙어졌을 정도다.철천지 사선을 넘어온 포항 탈북민들에게는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보금자리 마련이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 일일까? 고향을 떠나온 애절한 마음을 서로 달래고 위로하며, 사회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민들의 정보교환과 안정적인 정착생활을 돕는 훈훈한 사랑방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아울러 꿈에도 잊지 못할 북쪽을 향한 망운지정(望雲之情)이 삶의 새로운 희망과 용기로 피어나기를 축원해본다.

2024-01-30

소통과 건강한 삶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인생 어떻게 사는 것이 정답일까, 인생이란 여러 가지 말로 풀어낼 수 있지만 어떻게 정의하더라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성공의 등식을 ‘성공=일+즐김+침묵’이라고 했다. 열심히 일하고 즐기면서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했다는 말을 들으면 좋겠지만 반대로 주변 사람들에게 욕을 안 먹는 삶이 되면 후회되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욕 먹는 경우를 보면, 말을 잘 못하여 오해를 부르고 갈등을 만들어 다툼이 생기고 후회를 반복하는 이가 주변에 의외로 많다. 이것은 대부분 사람간에 소통의 문제가 원인이 되곤 한다.‘내가 아는 지식을 전하고자 하는 상대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사전적 의사소통의 정의라고 한다. 현실은 전하고자 하는 것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고 오히려 부정적 인식이 커져 불협화음과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부모와 자식, 형제간에도 소통이 참 어렵다. 직장이든 사회적 만남이든 사람간의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하기도 한다. 한 이불을 덮고 자는 부부간에도 시간이 흐를수록 소통이 안 되어 남남처럼 사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것은 소통방식에서 문제가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말은 사람의 품격을 재는 잣대다. 품격의 품(品)은 입구(口)자가 셋으로 만들어진 글자이다. 입을 잘 놀리는 것이 사람의 품위를 가늠하는 척도라는 것이다. 논어에선 입을 다스리는 것을 군자의 최고 덕목으로 꼽았다. 군자의 군(君)을 보면 다스릴 윤(尹) 아래에 입구(口)가 있다. 입을 다스리는 것이 군자라는 뜻이다. 세치 혀를 잘 간수하면 군자가 되지만 잘 못 놀리면 한 순간에 소인으로 추락한다. 대문호 톨스토이가 말을 해야 할 때 하지 않으면 백번 중에 한 번 후회 하지만 말을 하지 말아야 할 때 하면 백번 중에 아흔아홉 번 후회 한다고 강조한다. 너무 잘 알아서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이 강하면 소통은 어려워진다. 특히,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하지 않으면 어떤 경우라도 소통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미국 스탠퍼드대학 심리학과 실험 사례를 보면, 한 사람에게 노래 3곡을 가사, 박자, 음률 등 한 달간 연습시키고 곡명 맞추기 시험을 했다. 단, 입이 아니고 드럼을 쳐서 20m 건너편에 100명을 세워놓고 3곡의 곡명을 맞추는 게임이다. 각 곡마다 맞춘 사람은 3명 정도 수준이다. 나는 정확히 전달했지만 상대의 상황에 따라 수용성이 달라져 어렵다는 것이다. 생각이 아름다운 사람은 마음도 인품도 아름답다고 한다. 내가 계산적이면 상대도 계산적일 수 밖에 없다. 내 중심 생각과 내 입장에서 세상을 보고 상대를 만나고 소통한다면 실패한다. 상대의 상황을 읽을 수 있고 다른 관점에서 다른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면 결과는 달라진다.소통은 상대중심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 자신을 낮추고 욕심을 버리면 상대에게 좋은 온기가 전해진다고 한다. 삶의 가치관을 재정립하고 상대의 상황을 듣는 지혜와 진정성이 있는 말투로 대하면 진정 마음이 통하는 소통이 되고 내 주위에 사람 향기가 나는 건강한 삶이 될 것이다.

2024-01-30

여의도 사투리 vs 서초동 사투리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정치권의 ‘사투리 논쟁’이 꼴불견이다. 경상·전라·충청도의 ‘지방 사투리’는 정감이 있지만, 정치꾼들의 ‘패거리 사투리’는 반감만 불러온다.여당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전·현직 야당대표를 비판하면서 ‘여의도(국회) 사투리’를 쓰지 않겠다고 하자, 야당에서는 법비(法匪)들이 쓰는 ‘서초동(검찰) 사투리’부터 고치라고 했다. ‘내가 쓰면 표준말’이고 ‘남이 쓰면 사투리’라고 하니 ‘내로남불’이다.‘말’로 먹고사는 정치인들은 사투리가 아니라 표준말을 써야 한다. 정치인들의 표준말이란 무엇인가? 권력의 원천인 ‘주권자의 언어’가 표준말이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이 민심을 모르거나 민심을 왜곡하면 사투리가 된다. 사투리가 매우 심한 정치인들은 자신의 말과 행동의 모순조차 깨닫지 못한다. 패거리 사투리에 익숙해진 까닭이다.여당의 구원투수로 나선 한 위원장이 총선에서 이기려면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국민은 여의도 사투리를 싫어하지만 서초동 사투리나 용산 사투리도 단호히 거부한다.여의도 사투리를 비판한 그가 ‘여의도 문법’으로 ‘여의도 패싸움’을 벌이는 것은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권력에 오염된 패거리 사투리를 쓰면서 그것이 국민의 표준말이라고 우긴다면 누가 동의하겠는가. 여당의 김웅 의원이 “우리 당의 문제는 여의도 사투리가 아니고 용산 사투리”라고 한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서초동 사투리는 ‘비민주적’이라는 것도 문제다. ‘검사 대 피고인’의 관계, 상명하복(上命下服)의 검찰조직문화에 익숙한 초보정치인들은 서초동 사투리를 고쳐야 진정한 민주주의자가 될 수 있다.시스템 공천을 강조했던 한 위원장이 경솔한 행동으로 사천(私薦) 논란을 빚은 것도 문제지만, 이를 빌미로 그의 사퇴를 요구한 대통령실의 위법적인 당무개입은 더 큰 문제다.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고 말한 대통령이 국민의 60% 이상이 요구하는 영부인의 ‘디올 백’ 의혹 규명을 외면한다면 말이 되겠는가. 대통령실은 ‘몰카’가 문제의 본질이라고 하지만, 국민은 ‘디올 백 수수’를 문제 삼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니체(F. W. Nietzsche)는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여의도 사투리를 쓰는 괴물과 싸우다보면 어느새 서초동 사투리를 쓰는 또 다른 괴물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초동 괴물은 ‘강자에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해서 여의도 괴물보다 훨씬 더 저급하고 난폭하다’는 비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괴물이 되지 않으려면 괴물의 잘못을 반면교사로 삼아서 나부터 고쳐야 한다.2011년 12월, 총선을 4개월 앞두고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박근혜는 “여당으로서 국민의 아픈 곳을 보지 못하고 삶을 제대로 챙겨드리지 못한 것을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석고대죄(席藁待罪) 했다. 민심을 제대로 알려면 남의 사투리를 비판하기 전에 먼저 나의 사투리를 돌아보아야 한다. 성찰과 반성을 모르는 패거리 사투리는 표준말을 논할 자격이 없다.

2024-01-29

주목받는 한국 밥상

홍석봉 대구지사장 한국인의 밥상은 어느 나라의 식단보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3대 영양소가 균형을 이뤄 신체에 필요한 적정 비율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곡식과 채소가 주식인 우리의 전통음식이 세계에서 건강한 밥상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최근 K-팝 등 한류 바람의 영향이 크다.세계 최고의 건강 식단으로 꼽히는 지중해식 식단도 우리 밥상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지중해식은 채소 위주에 생선과 닭고기, 요구르트 등의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고 지방은 올리브유로 채운다.한국인은 비교적 뚱보가 적다. 적당한 몸매와 건강을 유지하는 데는 우리네 식단이 절대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식습관도 과식을 피하는 데는 도움이 됐다.50, 60년대 굶주림을 면하고자 초근목피로 보릿고개를 넘기던 시절, 조상은 주위에서 먹을 것을 찾고 온갖 푸성귀까지 먹어야 했다. 이것이 다양한 오늘의 먹을거리가 됐다. 건강 밥상도 조상 덕분인 셈이다. 채소와 곡물 위주의 식단과 어패류 및 미역 등 해산물이 곁들여진 밥상은 고른 영양분 섭취가 가능토록 해 균형잡힌 밥상을 제공했다. 우리 밥상은 열량을 과잉 공급하지 않는다. 주요 음식재료도 열량이 높지 않다. 조리 방법은 영양소의 파괴를 줄이는 방법으로 발전했다. 절묘한 조화다.배추와 무 등 채소를 갖은 양념으로 버무리고 발효시킨 김치는 세계인의 건강식품이 됐다. 김치는 각종 비타민과 산화 및 노화 방지 물질이 풍부해 소화를 돕고 면역력을 높여준다.최근엔 구미에서 수출한 냉동 김밥이 미국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먹을거리 시장에 기린아로 떠올랐다. 한국산 만두와 라면도 큰 인기다. K-밥상이 세계인의 입맛과 건강을 돕는 아이콘이 됐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1-29

논란 휩싸인 포스코 회장후보 5명, 내일 공개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후보로 압축된 5명의 명단이 내일(31일) 공개된다. 지난 24일 내부 5명, 외부 7명으로 구성된 회장후보(숏리스트)를 선정한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는 예정대로 31일 5명의 파이널리스트를 확정한다. 후추위는 다음 달 이들 5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거쳐 최종 회장 후보 1인을 정해 3월 주주총회에 상정한다.비공개에 부쳐진 숏리스트 후보군은 내부·퇴직자(OB)그룹과 외부 인사의 대결 구도로 짜여져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현직 포스코맨 중에는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사장 등이, OB출신으로는 황은연 전 포스코 인재창조원장, 이영훈 전 포스코건설사장, 조청명 전 포스코플랜텍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 등이 거명된다.외부인사로는 LG에너지솔루션의 권영수 전 부회장과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언급된다.재계에서는 내·외부 인사의 대결구도 외에도, 역대 포스코 회장 중 가장 많았던 ‘공대 출신 엔지니어’ 그룹과 현 최정우 회장과 같은 ‘경영·재무통’의 경합도 눈여겨보고 있다. 역대 포스코 CEO 중 황경로(2대)·김만제(4대) 회장과 최 회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대출신이다.문제는 차기회장을 선출하는 후추위의 모럴해저드다. 포스코그룹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사외이사인 후추위원 전원(7명)은 지난해 8월 캐나다에서 초호화 이사회를 열며 총 7억원에 가까운 경비를 쓴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있다. 수백만 원대 최고급 프랑스 와인을 곁들인 식사 한 끼에 2천만 원이 넘는 돈을 썼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최 회장이 연임포기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차기 회장 후보를 추천하는 후추위의 공정성과 신뢰성은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다. 사외 이사들이 평소 과도한 혜택을 누린다는 사회적 비판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후추위원들이 어떤 인물을 포스코 차기회장 후보로 결정하든, 공정성 논란은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2024-01-29

모빌리티 산업이 대구경제 혁신을 선도하길

대구시가 전국 최고의 미래 모빌리티 산업 중심도시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민선8기 출범후 대구는 모빌리티, ABB, 비메모리반도체, 로봇, 첨단 헬스케어 등을 5대 신산업으로 규정하고 대구의 산업구조를 바꾸어 가고 있다. 그 중 모빌리티 산업은 자동차 부품사가 많은 지역의 강점과 기술혁신을 활용해 지역기업의 경쟁력을 미래화하고 산업구조를 바꾸는 사업이다.모빌리티 산업은 현대사회에 있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핵심산업 중 하나다. 모빌리티 산업은 우리의 이동수단과 관련된 모든 측면을 다루는 산업이다. 자동차, 대중교통, 자전거, 전동킥보드 등 공유이동 수단은 모두 포함된다. 특히 이 산업은 교통 효율성을 높이고 환경친화적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앞으로 교통혁신을 주도할 산업으로 주목을 받는다. 대구시는 올해 모터소부장 특화단지 추진과 함께 미래 모빌리티 첨단산업 등에 1천39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글로벌모터 생산거점 조성, 모빌리티 모터혁신기술 육성, 특화단지 테스트베드 구축 등에 예산을 쓰고 지역기업의 시제품 제작 등 RD 활동에도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특히 2030년 TK 신공항 개항과 연계해 UAM(도심항공교통) 서비스 및 산업기반 구축에도 대비한다고 한다. TK 신공항 건설은 대구의 미래먹거리 발굴과 쇠퇴하는 대구에 활력을 불어넣을 신성장 동력이다. 하늘길이 열리는 신공항 개항에 맞춰 대구에서 모빌리티 산업이 꽃을 피운다면 대구의 미래는 밝다.30년 동안 GRDP 전국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대구경제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대구의 산업구조 혁신은 다급한 과제다. 앞으로 신공항이 생기고 광주와 연결되는 철도가 놓이면 대구에 새로운 경제혁신의 바람이 일어나야 한다. 특히 지방도시 스스로가 경제주도권을 가지고 산업을 개척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모빌리티를 포함한 대구시의 5대 신산업 전략은 이런 점에서 효과적이고 혁신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대구시민의 기대도 크다.

2024-01-29

‘탄소국경세’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연말 우리나라의 한 유력신문에 ‘2023 소셜섹터 10대 뉴스’에 “한국 COP28 핵심 의제 ‘재생에너지 3배확대’ 동참”,“유럽연합(EU) 수입품 대상 ‘탄소국경세’ 시행확정”,“환경부, 일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등 기후환경관련 이슈가 무려 3가지나 들어갔다. 이 이슈들과 관련된 내부사정을 살펴보면 유럽연합을 비롯한 선진국은 기후환경 관련 제도들이 잘 정비되어 이미 실천단계에 들어갔지만 우리나라는 실천을 위한 준비단계에서 많은 갈등과 어려움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환경 관련 대응을 우리보다 수십년 앞서 진행해온 유럽 선진국가와 우리나라의 격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탄소국경세’는 2019년부터 준비한 제도로 EU로 수입되는 제품의 생산·이송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EU지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보다 탄소배출량이 많으면 그에 상응하는 배출권을 구매토록 하는 제도이다. 그래서 이 제도는 사실상의 추가 관세 성격의 ‘탄소세’ 부과이고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부상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도 유사한 ‘탄소세’ 제도의 도입을 준비하고 있어 수출중심의 경제체제인 우리나라는 피할 수 없고 반드시 넘어야만 하는 장애물이다.EU는 ‘탄소국경세’ 적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인데, 우선 대상품목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에 한정하였다. 2023년 10월 1일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는 전환기간으로 6개 품목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의무신고 하고, 2026년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한다. 이번 단계에서 2022년 기준 우리나라 EU 총수출액 681억달러 중 ‘탄소국경세’ 적용 품목 수출액은 총 51억달러(약 6조8천억원)로 7.5% 정도이고, 이 중에서 철강이 45.5억달러(89.3%)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상태 EU수출기업 탄소배출량에 ‘탄소국경세’를 적용할 경우 3천~5천억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어 상당한 가격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특히 경북 포항지역 일원에 위치한 포스코와 관련된 많은 기업들은 철강을 직접 생산하는 기업으로 ‘탄소국경세’ 적용 직접 대상이 되며, 대구의 수출 주력산업인 자동차부품, 금속가공, 기계장비 관련 기업들도 간접적 대상이다. 이번 1월 31일이 EU ‘탄소국경세’ 최초 의무신고기한인데, 국내 관련 기업 숫자는 1천700개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78.3%는 ‘탄소국경세’에 대해 모른다고 답하였고, EU수출 실적이 있거나 진출계획이 있는 기업 142개 중 무려 54.9%가 ‘특별한 대응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져 허둥댈 상황이 곧 닥치게 된 것이다.이에 대응해 정부는 ‘범부처대응 전담팀’을 운영 중이라고 하는데, 대구경북에서는 보다 근본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번‘제1차 대구광역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제시된 ‘탄소중립 산업구조 혁신’, ‘그린에너지 전환’ 정책 등에서 제시된 사업의 실천이 ‘탄소국경세’ 대응 1차 해법이다.

2024-01-29

‘바이오 보국’과 ‘사이디오 시그마’

김기호 전 포스코인터내셔널 전무 바이오 보국을 향한 포항시의 열기가 뜨겁다. 포항시는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산업을 주목하고 착실한 준비를 해왔다. 사실 국내 지방 도시 중 포항만큼 바이오산업을 일으키기에 좋은 곳도 드물다. 3·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비롯해 포스텍과 한동대, 포항테크노파크 등 뛰어난 바이오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에 세계 세 번째로 설립된 세포막단백질연구소, 국내 최초의 식물 백신 상용화 시설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 등 차별화된 바이오 인프라가 집적해 있으며, 그린바이오벤처캠퍼스, 해양바이오메디컬 실증연구센터도 들어설 예정이다. 포스텍 의과대학과 스마트병원 설립에 포항시민 30만 명 이상이 서명한 것도 바이오 보국을 향한 시민들의 열의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바이오산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좋은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필수적인 과제다. 그런 맥락에서 포항시는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의 행보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를 이끌던 지난 2020년 6월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에 스마트 헬스케어 단지를 조성하기로 하고 한미사이언스-포항시-경상북도-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4자 간의 MOU를 체결했기 때문이다. 포항에서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이 증폭한 데에는 임종윤 사장의 당시 결단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지역균형발전의 관점에서 임종윤 사장의 판단은 선구적인 혜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임종윤 사장은 2020년 11월 ‘사이디오 시그마(CYDIO CIGMA)’라는 신용어를 내놓으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K-바이오의 진로를 선도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CYber education(사이버 교육), DIgital bio(디지털 바이오), Oral bio(오럴 바이오), CIty bio(시티 바이오), Green bio(그린 바이오), Marine bio(마린 바이오) 등 여섯 분야의 이니셜을 조합한 것이다. 임종윤 사장은 ‘사이디오 시그마’를 실현할 수 있는 최적지로 포항을 지목했다. 세계 각지에서 바이오 관련 사업을 펼쳐온 임종윤 사장의 눈에 포항의 잠재력이 포착된 것이다.하지만 한미약품그룹의 창업자인 임성기 회장이 타계한 후로 그룹 경영권이 불투명해지면서 임종윤 사장의 ‘포항 프로젝트’가 뜻대로 전개될지 물음표가 붙었다. 다행스럽게 ‘포항 프로젝트’의 주체가 임종윤 사장이 이끌어 온 코리그룹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그룹은 임종윤 그룹 회장이 2009년 홍콩에 설립한 RD 및 바이오 헬스케어 기술투자 기업으로 기업 가치가 1조2천억원 수준에 이른다.‘사이디오 시그마’는 K-바이오가 나아갈 길과 세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에 도전하는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다.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 국민도 정부도 바이오제약산업을 새로운 국가기간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다. 기업-대학-지방정부-중앙정부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포항에서 ‘사이디오 시그마’를 실현하는 것은 한국 바이오제약의 새 역사를 쓰는 일이라는 점에서 임종윤 사장의 웅대한 포부가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4-01-29

평안도의 가옥, 백석의 시 ‘가즈랑집’

이상규 경북대 명예교수 백석(1912~1996)은 평북 정주에서 태어나 일본 유학을 다녀온 후 경성에서 영어 교사로 지내다가 만주 일대를 유랑하며 작품을 발표했다. 향토색 짙은 토속적인 소재를 평안도 방언으로 재구성해낸 탁월한 시인이었다. 해방 이후 고향에서 시작에 전념했으나 ‘사상 이외 문학성도 중요하다’는 그의 신념 탓에 1957년 즈음 북한 문단에서 숙청되었다. 협동농장으로 추방되어 시쓰기를 중단한 후 농부로 암흑의 삶을 살다가 1996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슴’(1936),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1938), ‘서행시초’(1939) 등의 시집과 동요집을 남겼다. 그의 시는 모두 일제강점기에 쓰였고 시집들도 그때 발간되었다. 그가 경성에 머무는 동안 만났던 그의 영원한 연인 기생 김자야와의 짧고도 영원한 사랑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심금을 울려준다.그의 시는 전통적인 고향마을의 생활 속 소재들인 동식물, 민속, 음식 등 전반에 걸쳐 방언 시어들의 파편이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나라를 잃은 한 예술가가 탐해온 아릿하게 멀어져 가는 옛것에 대한 습속과 습성과 대상이 고향이라는 한 정점에 몰려 있다. 옛것에 대한 그리움으로 지향하는 구심력과 동경과 경성이라는 모던한 현실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그의 시작품 속에는 옛것과 추억과 현재성이 보석처럼 알알이 박혀있다.그의 대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가즈랑집’이라는 시는 고향 촌락의 다양한 추억과 전설이 함께 어울려 빚어내는 작품이다. ‘가즈랑집’은 이 작품의 배경인 셈인데, 오래되었고 낡아 귀신이 금방이라도 튀어 나타날 듯한 집이다. 시인의 유년 시절의 추억인 가즈랑 고개의 무당 할머니가 살았던 추억의 현장이다. 쇠메를 든 도둑과 ‘승냥이’가 출몰할 만큼 외딴 집이다. 아슴한 기억의 공간을 배경으로 얽힌 몇 가지 에피소드로 엮어진 서사적 구성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가즈랑집’이 단순한 가즈랑 고개에 있는 낡은 집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지 않다. 이 ‘가즈랑’의 어원은 일본어 ‘가스라(かずら,葛·蔓)’이다. 칡덩굴이 뒤덮여 있는 오래되고 낡은 집이라는 뜻이다. 산짐승인 승냥이가 슬며시 지나가고 가끔은 산적도 출몰했던 가즈랑 고개에 얽힌 전설같은 추억으로 서사화된 작품이다. 교묘하게 ‘가스랑 고개’와 칡덩굴을 뜻하는 일본어 ‘가스라’가 일치하는 배경이다.산짐승이 가축을 물어간 이야기를 들려주던 신당집 가즈랑 할머니가 태어나자마자 시렁에 올리면서 명이 길게 오래오래 살도록 시렁귀신에게 수양아들로 팔았다는 시인의 태생적 비밀과 성장하면서 경험했던 시골 토속 음식을 기억한다. 유년기의 경험인 “울다가 웃으면 밑구멍에 털 난다”는 개구쟁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불러와 과거와 현재를 가로세로로 서사를 얽어낸다. 그 이야기 속에는 토속적인 방언들로 꼭꼭 메워져 있다. 이 시에서는 동물이나 식물 이름, 음식 이름, 가옥 이름, 민속과 관련된 이름 하나하나에서부터 질병 이름, 놀이 이름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평안도 방언들이 나타난다. 마치 평안도 민속어사전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토속어가 오롯이 모여서 한 편의 작품을 구성하고 있다.깽제미(꽹과리), 구신집(귀신집), 당즈깨(당세기, 고리짝), 수영(수양, 데려다 기른 아들이나 딸), 아르대즘퍼리(아래쪽에 있는 진창의 펄)는 평안도 사람이 아니면 그 뜻을 새기기도 힘든 방언들이다. 돌나물김치나 백설기, 도토리묵과 도토리범벅은 알 만한 음식이름이다. 그러나 제비꼬리, 마타리, 쇠조지, 가지취, 고비, 히순, 물구지우림, 둥굴레우림, 광살구, 당세는 식용 나물이거나 독초를 식용으로 가공한 나물음식의 이름을 평안도 사람이 아니면 누가 알까. 백석의 시에는 특히 평안도의 가옥구조와 관련된 매우 다양한 방언이 등장한다. ‘가즈랑집’을 비롯하여 옛 가옥을 구성하는 다양한 시어로 그려내는 마을의 골목골목이 정겹다. ‘곱새녕(이엉), 곱새담(풀, 짚으로 엮은 담), 돌 능와집(얇은 돌조각으로 이은 지붕), 딜옹배기(아주 작은 자배기), 섬돌(토방돌), 아르·(아랫목), 아릇간(아랫방), 울파주(대, 수수깡, 갈대, 싸리 등으로 엮어놓은 울타리), 재통(변소), 마가리(오막살이), 국수당(서낭당)’과 같이 옛날 서민들이 살았던 산골마을의 민속적인 전경이 펼쳐진다. 칡덩굴이 뒤덮인 외딴집 ‘가즈랑집’을 중심으로 하나의 민속마을을 복원해 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평안도 방언이 구사된 백석의 시이다.

2024-01-29

신의 피가 흐른다는 알렉산드로스의 최후

기원전 356년 7월 폭풍우가 쏟아지던 날 밤, 마케도니아 왕 필리포스 2세는 전쟁터에서 알렉산드로스 출산 소식을 들었다. 이때부터 그는 아내 정조를 의심하기 시작했다.우리 속담에 ‘친아버지 도끼질하는 데 가지 말고, 의붓아버지 떡 치는 데 가라’란 말이 있다. 아버지 눈 밖에 난 알렉산드로스 옆에는 어머니 올림피아스가 있었다. 그녀는 어린 알렉산드로스에게 신의 피가 흐른다고 믿게 했다.기원전 336년, 향년 46세였던 필리포스 2세가 피살당하자, 알렉산드로스는 군부의 강력한 지지로 왕위에 오른다. 알렉산드로스는 어린 그를 얕본 그리스 도시들의 반란을 잠재운 뒤 동방으로 눈 돌린다.기원전 334년, 22세의 알렉산드로스는 왕위에 오른 지 2년 만에 페르시아 원정길에 오른다. 그의 옆에는 동갑내기 명마 부케팔로스가 있었다. 그라니코스강 전투를 시작으로, 미트레스, 판퓨리아, 프리기아, 카파도키아를 점령하면서 손쉽게 아나톨리아를 완전정복한 뒤 남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페르시아 해군 본거지 키리키아를 향해 진군하는 도중에도 저항 없이 수도 타르수스에 도착하였다.알렉산드로스는 그곳에서 풍토병 키리키아열병에 걸리고 말았다. 여름이 지나면서 회복 기미를 보였다. 이때 다리우스 3세가 대군을 이끌고 진격해 왔다. 알렉산드로스가 이소스로 떠난 뒤였다.기원전 333년, 두 군대가 이소스에서 마주했다. 군사력에선 우위에 선 다리우스 3세였으나 전술 면에서 알렉산드로스가 한 수 위였다. 다리우스는 상처를 입고 도망쳤다. 알렉산드로스는 티루스를 7개월이나 걸려 힘들게 점령하고, 기원전 332년 가을, 남쪽으로 내려가 이집트의 나일강 어구에 ‘알렉산드리아’ 도시를 세운다. 기원전 331년, 페르시아 옛 수도였던 페르세폴리스로 향했다. 이들은 성문을 활짝 열며 자비를 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잔혹했다. 알렉산드로스는 병사들에게 약탈을 허용했다. 약탈은 재물, 살육, 강간, 방화를 동반한다. 죽음을 부르는 비명은 검은 연기와 함께 페르세폴리스 하늘을 메웠다.신의 피가 흐른다고 믿었던 알렉산드로스는 100여 년 전, 신성한 아테네가 페르시아에 의해 화마에 휩싸였던 과거를 떠올렸다. 바빌로니아와 이집트 예술의 결정체, 화려하면서 왕권을 드높인 왕궁, 장엄한 도시가 화마에 휩싸인 채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즐기며 자신의 신성성을 확인하였다. 이때 그도 엄청난 금은보화를 손에 넣는다.한편 페르시아 대왕 다리우스는 박트리아 총독 베소스의 배신으로 비장한 죽음을 맞이한다. 다리우스 시체를 확인한 알렉산드로스 분노를 샀다. 원수를 갚는다는 명목으로 힌두쿠시산맥 넘어 베소스를 추격했다. 도망친 베소스 역시 그가 그랬듯 스피타메네스 배신으로 사로잡혔다. 그는 코와 귀가 잘려 나가고, 다리우스 3세가 죽은 장소에서 처형된다.알렉산드로스는 페르시아를 정복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강행군에 지칠 대로 지친 군사가 문제였다. 전리품도 챙겼겠다, 다리우스 3세가 죽었으므로 고향에 돌아가 행복한 삶을 살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알렉산드로스는 동방의 패자가 되고 싶었다. 기원전 327년, 드디어 카이바르 고개를 넘어 인도 펀자브 지방에 들어서면서 히다스페스강에서 코끼리로 중무장한 포로스 왕과 일전을 치른다. 열세에도 불구하고 적의 힘을 역이용해 승리를 거둔다. 이때 알렉산드로스의 명마 부케팔로스가 치명상을 입는다. 기원전 326년 6월, 태어난 지 서른 해, 그와 함께한 지 18년이 되던 해다.알렉산드로스는 갠지스강 계곡에 도착했다. 그러나 병사들은 미지의 땅으로 들어가는 데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했다. 더구나 그들은 지쳐 있었다. 더한 것은 그들도 인간이기에 가슴에 벌집처럼 숭숭 구멍을 뚫어버린 향수병이었다.“나를 따르라!” 알렉산드로스의 외로운 외침은 의미를 잃었다. 결국 대단원의 원정을 마쳐야 했다. 선택! 병사들에겐 귀향이란 정곡을 찌르는 판단이었다. 알렉산드로스는 발길을 돌렸다. 피를 부르며 질풍노도처럼 밀고 왔던 그 길을 내려 걷는 그의 가슴은 허무 자체였다.정신력이 시들하면 체력도 함께 떨어진다. 그의 신은 신으로서 영역을 딱 거기까지만 허락했다. 회향을 거듭하며 바빌론에 도착했다. 일생을 전쟁터에서 보낸 알렉산드로스는 부케팔로스가 죽은 3년 뒤 기원전 323년, 33살의 나이로 말라리아에 걸려 그곳에서 객사한다.메타인지, 즉 자신을 바로 볼 수 있는 능력이다.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가가 중요하다. 알렉산드로스는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신의 영역에 가둠으로써 기능을 잃었다. 풍토병에 걸렸을 때, 부케팔로스가 죽었을 때, 부하들이 회향을 주장했을 그때 하늘의 말을 들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후 치세를 쌓든, 악정을 펼쳤든, 33세 젊은 나이로 객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박필우 스토리텔링 작가

2024-01-29

선거를 치르려면 돌팔매라도 맞아라

김진국 고문 국민 10명 중 7명(69%)은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주 엠브레인 퍼블릭 조사다. 윤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도 63%가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윤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는 뉴스가 터지자 보수층이 경악했다. 이러다 총선이 쫄딱 망하게 생겼다는 위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이겨도 되는 일이 없었다. 국회를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서다. 총선을 기대했는데, 그것마저 말아먹을 분위기다.바둑을 둘 때 훈수꾼이 되면 자기 급수보다 2, 3급은 더 잘 보이는 법이다. 막상 돌을 쥐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 욕심이 앞선다. 실수로 놓은 돌에 집착하게 된다. 이미 저질러놓은 실수를 인정하기 싫다. 어린아이는 본성에 따라 움직인다. 철이 든다는 건 감정을 조절하고, 절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치 9단이 별 건가. 욕심과 집착, 사적 인연에 얽매여 사리 판단을 흐리지 않는 경지에 이르면 9단이다.이번 사태에서 가장 노발대발한 사람은 누구일까.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KBS에 나와 “바보같이 뒤통수를 맞고 다니느냐는 말을 할 사람은 김 여사뿐”이라고 말했다. 친윤계 의원들이 “피해자에게 왜 사과하라고 하느냐”, “사과하면 민주당 공격을 받아 선거에서 불리해진다”라는 말을 흘릴 때도 김 여사가 떠올랐다. 이 바람에 그동안 사사건건 거론된 영부인 국정 개입설을 더 많은 사람이 사실이라고 믿게 됐다.윤 대통령은 조만간 KBS와 대담하면서 ‘명품 백’에 대해 해명할 생각인 모양이다. 최순실 사태로 궁지에 몰려 있던 2017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규재TV’ 인터뷰가 생각난다. 박 전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은 하지 않고 유튜브 방송과 대담한 건 참으로 엉뚱했다. 스스로 조롱거리가 됐다.기자회견을 거부한 것은 대통령의 답변이 궁색하다고 인정한 꼴이다. 유튜브 방송을 선택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떨어지고, 고립됐음을 보여주고, 상황을 편협하게 왜곡되게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그런 지경에서도 귀를 열지 못하고, 극단적 지지자로부터 위로받고 싶었던 셈이다. 그러니 사과를 제대로 못 했고, 그것도 여러 번 실기(失期)했다.문재인 전 대통령도 기자회견 대신 방송 대담을 선택했다. 2019년 5월 KBS와 임기 2년을 정리했다. 그것마저 찬양 일변도의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 ‘문빠’들은 인터뷰 기자를 공격했다. 퇴임 직전에도 JTBC의 손석희 사장과 대담했다. 그것을 본 시청자들은 문 전 대통령을 ‘별에서 온 사람’ 같다고 했다. 여론과 동떨어진 자화자찬으로 일관한 탓이다.기자회견으로 정면 돌파하는 게 옳다. 현실에 눈감고, 칭찬만 들으면 행복할지 모른다. 그러나 현명한 대통령이라면 현실에 발을 디뎌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9년 ‘옷 로비’ 때 ‘마녀사냥’이라며 화를 냈다. 그러다 보궐선거를 망쳤다.‘명품 백’ 사건은 대통령실이 지적한 대로 비열한 공작이다. 아버지까지 들먹이며 명품 백을 선물해놓고, 그걸 몰래 찍어 뇌물을 받았다고 주장하니 복장이 터질 일이다. 그러나 불법이냐 아니냐,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리는 법정이 아니다. 지극히 공적인 대통령 부부와 국민 사이의 문제다.더구나 이 폭로가 없었다면 영부인은 최재영 목사에게 대북 강연도 시키고, 대북사업도 도와주었을 것 아닌가. 대통령 부인이 정체가 불분명한 사람과 그렇게 긴밀히 접촉하고, 수상한 사람이 몰카를 들고 대통령 부인을 만나도, 방송할 때까지 몇 개월을 모르고 있어도 괜찮은 건가. 아니면 더 큰 일이 터지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사과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도 대담이 아닌 기자회견이어야 한다. 그와 별도로 김 여사까지 직접 사과하면 더 좋다. 선거 이후를 생각한다면 무엇이 두려운가. 돌팔매를 맞지는 못하더라도, 진심을 담아 설명하고, 사과해야 국민의힘이 선거를 치를 수 있다. 자신을 비우고 양보할 줄 아는 그런 영부인을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4-01-28

기록물 산책

이준걸 전 국사편찬위원회 사서실장 금세기 최고의 지성 아놀드 토인비에게 한국의 어느 석학이 조심스레 한국 방문을 청하자 즉각 무안을 준다. 그 도전과 개혁의 늙은 역사가의 대답은 단호했다. “천년이나 한 왕조가 존속한 그런 꽉 막힌 역사를 지닌 나라에 갈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오만해지면 그 어떤 비판도 비난으로 들리고, 독선에 빠지면 그 어떤 잘못도 소신으로 착각하게 된다는 여운은 한동안 뇌리에 감돈다. 그리고 그에게 다시 물었다. “만약 지구가 멸망해서 다른 별로 이주할 때 오직 한 가지만 가져가야 한다면 무엇을 가져가겠느냐”고 하니 천하의 옹고집인 그도 촌각의 망설임도 없이 “한국의 가족제도인 ‘족보’를 가지고 가겠노라”고 대답했다.사실 책은 무생물이기는 하나 입 없이 말하는 살아있는 정혼(精魂)의 응결체로 얼이 담긴 그 서적을 두고 어느 지성인은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선물로 받지 않고 인간의 정신으로 창조해 낸 그 수많은 물건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것은 책의 세계다”라고 한 말은 인간이 언어동물로 남아 있는 한 변함없는 만고의 진리이다.집필자는 항상 편식은 몸을 상하게 하지만 편견과 곡학 그리고 표절의 낙인은 천형(天刑)보다 무서우며 때로는 붓을 꺾게도 하고 오히려 성명(性命·인성과 천명)까지도 해치는 흉악무도한 현상으로 뒤돌아 온다는 것을 명심하고, 보편타당성에 가치를 두어야 한다. 학문은 사실에 기초한 ‘해석’에 치중하다 보면 흔적을 찾아 본체에 접근하는 외곬이 있을 뿐 타협을 모른다. 그러므로 학문탐구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할 창조의 길이며 고독한 구도자의 길이다.책은 언제나 미래지향적이라 미진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모자람은 보태고 넘쳐 남은 깎기를 거듭하다 보면 어느덧 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고인(古人)을 사귀게 되고 수백 년 뒤의 벗에게 자신을 확인시키는 것도 책만이 내 비치는 묘한 아량의 매개체이다.책 속에 빛깔은 없다 하나 학문의 연마에 따라 눈 큰 사람에게는 문장의 광채가 눈부시게 비쳐 그 문채가 선명하게 어릴 것이다. 그리고 책의 소리는 열린 귀에는 들려 책의 기운이 꿈틀 거려 서권기(書卷氣)가 이글거리고, 문자의 향기는 천지간으로 퍼져 오래 머물며 난향 백리에 그 십 배를 더한 묵향천리라고 하나 덕향(德香) 만 리에는 아직 못 미친다.‘화안(畵眼)’이란 글에 그림 재주는 타고난다. 다만 보강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만권의 책을 읽고, 만 리를 여행한다는 독만권서(讀萬卷書)에 행만리로(行萬里路)라는 글귀가 보인다. 사실 독서는 심성을 풍요롭게 하는 보충일 뿐 아니라 본성까지도 개조하고 변환하는 힘을 가진 영물체이다. 그러므로 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가고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을 가 보라는 말이 있다.미국 의회도서관에 수년 전에 인류 최초로 개발한 유물전시회에 세계 최고(最古)의 인쇄물인 ‘직지심체요절’(세계기록유산)을 소개했다. 지난 1천년 동안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문화사적 사건으로 금속활자 인쇄술은 한국인이 처음 발명했다. 그리고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활자를 발명해 문명을 혁신시켰다는 서구인들의 일반 상식과 달리 최고의 금속활자는 한국인이 발명하였다”는 내용의 광고를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워싱턴 포스트’지에 크게 실었다.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를 발명하고 독창적인 언어 문자와 가옥 구조의 온돌 및 의복과 음식 그리고 세시 풍속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소홀히 다룰 수 없고, 한국이란 본질의 실상을 알고 보면 우습게 보다 가는 큰 코 다치는 문명의 자긍심이 대단한 예사롭지 않은 나라임을 알게 될 것이다.2024년으로부터 578년 전에 태어난 ‘한글’은 기계식 타자기에 입력이 용이한 음소문자(音素文字)체계로 무려 1만2천여 자의 소리 값을 가져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정보기술(IT) 시대에 적합한 문자로 인정받고 있다. 이 외에도 지적 보고로 대표적인 것은 ‘팔만대장경판’으로 1236년에 시작해 1251년에 완성한 16년이 걸린 노작이다. 그리고 ‘조선왕조실록’은 1392년부터 1863년까지 472년간의 시정기(時政記)이며, ‘승정원일기’는 1623년부터 1910년까지 288년간의 시정기록으로 위의 3종류도 유네스코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이와 같은 기록의 문화유산은 인류의 자존심이고 인류의 생존 흔적이다.이러한 나라의 역사를 그토록 오랫동안 편년체로 기술한 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유구한 전통을 가진 문명의 민족만이 기록 유산으로 남긴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사실 세월에는 망각이란 허상이 찾아오고, 기록에는 추억이란 실상이 자리 잡는다. 그리고 여기에 더하여 ‘비단 천년에 신라지 만 년’이란 말은 그만큼 제지술의 발전은 서책 간행에 큰 영향을 미쳐 기록문화에 많은 진전을 보았다는 의미이다.이 모두가 세계사적 정신문명의 발전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아무튼 기록에서 해가 뜨고 기록에서 해가 저문 집념어린 노작에다 외곬의 깊은 뜻은 “무딘 붓이 총명을 이긴다”는 일념으로 살아 온 우리 조상들이 문명의 선각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2024-01-28

윤석열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에 분노한다

위현복 (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18세기 후반 석탄 에너지를 핵심으로 하는 1차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일어났다. 석탄에너지 기반의 영국 산업은 철도와 증기선을 바탕으로 5대양 6대주에서 해가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하고 20세기 전반기까지 세계를 지배하고 세계 문명을 선도했다. 20세기 석유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미국의 산업은 1차 세계대전 끝나는 시점에서 2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시점까지 25년 정도에 걸쳐 석유 에너지 바탕의 2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며 세계경제를 이끌어가는 선도국가가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은 기후위기로 인해 1, 2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이었던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가 계속 재생이 가능하고 탄소배출이 제로인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자연에너지”로 대체되고 급격하게 퇴출될 환경에 처해있다.현재 이러한 변화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지역이 유럽과 중국이다. 1차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유럽은 다시 한번 글로벌 선도국가가 되기 위해 가장 먼저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인 조류를 간파하고 총력 질주하고 있다. 그리고 뒤늦게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전환의 중요성을 깨달은 중국이 국가적 과제로써 에너지 전환을 주도해 나가며 에너지전환의 세계 주요 플레이어가 되고 있다. 미국은 기후위기 대응이 향후 번영과 경제 안보를 제공할 것이라는 진단 아래 민주당 정권에서는 에너지전환에 대단히 적극적이다. 하지만 공화당 정권에서는 특정 화석연료 중심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발목 잡혀 아직 정권에 따라 혼미한 상태에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비교하면 미국 또한 시대 조류를 놓치지 않으려고 IRA(인플레 감축법) 등을 통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 같다.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교토의정서가 협정될 당시 대통령에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부터 6명의 대통령이 취임하고 정권이 네 번 바뀌었으나 에너지전환은 제자리걸음이고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막론하고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시대 조류에 대해선 눈을 감았거나 혹은 뒷걸음질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이제 영국과 독일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재생에너지 50%를 넘어섰고 중국도 30%를 넘어섰으며, 미국과 일본도 25%를 넘어섰고 OECD 평균도 35%를 넘어섰는데 우리는 아직 10%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지경이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재생에너지는 제자리에서 맴돌고,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생태계는 LNG에 원자력까지 보태서 에너지 기득권을 지키기에 급급한 것 같다. 산업 또한 핵심인 기후대응과 에너지 전환은 뒷전인 채 주변부인 전기자동차, 2차 전지, 전기 배터리, 반도체 등에 집중하고 있다. 그야말로 본말이 전도되어 핵심인 재생에너지는 빠진 채 주변부 중심의 산업정책 추진 결과가 어떻게 될지 상상하기조차 두렵다.세계 주요 나라들이 모두 에너지전환을 위해 동(東)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만 선진국들이 왜 동으로 가는지 모른 채 LNG와 원자력을 껴안고 서(西)로 달리고 있다. 우리보다 후진국이라 생각했던 중국조차 재생에너지 시대야말로 이제 중국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국력을 총집결해서 돌진하고 있는데 우리만 두 눈 감고 LNG발전소 짓고, 원자력에 목숨 거는 듯하다.문재인 정권의 탈 원전이 비난받는 것은 아직 수십 년 더 쓸 수 있는 원자력 발전소를 느닷없이 멈춰 세운 탓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외면은 시대조류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비난받는 것이다. 2011년 블랙아웃 뒤 ‘GREEN GROWTH(녹생 성장)’를 부르짖던 이명박 정부가 추가 발전설비를 계획하면서 700만kW 이상의 발전소를 17조 원의 돈을 들여 석탄발전소로 계획하고 건설한 시대착오적인 패착으로 인해 아직 우리나라가 재생에너지 후진국을 헤매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 역행은 에너지전환이라는 3차 산업혁명의 선도국가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낙오자로 전락할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에 분노하는 것이다.1960년대 들어서서 산업화를 시작한 우리나라는 다행히 산업화라는 시대 조류에 편승해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기적적으로 산업화를 달성한 시대적 행운아다. 그런 우리나라가 위정자들의 잘못된 판단과 무지와 무능으로 인해 탈산업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길을 잃고 미아가 된 듯하다. 산업화 시대의 막내로 탈산업화하기에 가장 좋은 산업조건을 갖춘 우리나라가 무지하고 무능한 지도자들 탓에 전 세계가 모두 동(東)으로 가는데 한국만 서(西)로 달리고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지금이라도 “뒤로 돌아 앞으로!”라는 구령을 외쳐 시대 조류를 따라간다면, 국가가 의지를 갖고 더 빨리 움직인다면 에너지전환시대에 중국 못잖은 세계 주요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는 게 외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더 머뭇거리다가는 영영 낙오자가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정신 차려 방향을 똑바로 잡아간다면 아직 우리나라가 선도국가가 될 기회는 남아있다.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만 에너지전환으로, 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자립으로 나아간다면 말이다.

2024-01-28

공(空)과 색(色) 사이에서

김규종 경북대 교수 ‘반야심경’을 이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첫 번째 문장인 것 같다.“관자재보살이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을 깊게 행하실 때 오온(五蘊)이 모두 공(空)함을 밝게 깨우치시어 모든 고액(苦厄)을 뛰어넘으셨다.”여기서 ‘오온’이라 함은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 다섯 가지를 일컫는다. 대상을 보고, 받아들이고, 생각하고, 행동하며, 판단하는 다섯 가지가 오온이다. 이 문장을 통찰할 수 있다면, 이후의 모든 내용은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오온이 어째서 모두 공한지, 그것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첫 문장이 막히기 때문에 이후의 전체 이해가 불가능해진다. ‘반야심경’에서 세간에 가장 널리 알려진 구절은 ‘색즉시공(色卽是空)’이다. 이런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무상정등각자(無上正等覺者)는 그 앞에 색불이공(色不異空) 공불이색(空不異色)이란 전제를 제시한다.색은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은 색과 다르지 않다고 한 연후에 색이 곧 공이요, 공이 곧 색이란 명쾌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3년 넘어 4년이 가깝도록 나는 이 문장에서 꽉 막혀 멈춰 서 있다. 몇몇 사람에게 묻기도 하고, 책을 찾아 읽기도 하고, 유튜브를 보기도 했으나, 딱히 명료한 깨우침은 구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근자에 ‘양자 물리학’에 관한 책을 읽다가 암시와 만난다. 뉴턴이 대표하는 고전 물리학과 달리 현대 물리학은 미시세계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현대 물리학의 꽃이라 할 양자역학은 무엇보다도 빛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속성, 입자성과 파동성에 주목한다. 하나의 물질에 두 가지 속성이 있다는 것은 고전역학의 근본체계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영의 이중슬릿 실험으로 빛에 두 가지 속성이 있음은 200여 년 전에 확인되었으나, 20세기 20년대에 이르러 서로 상충하는 속성이 밝혀진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가 폭넓게 수용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서 발원하는 이른바 ‘슈뢰딩어의 고양이’는 아직도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다. 중첩과 관찰자란 개념이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예를 들어보자. 초저녁 하늘을 보면 보름달이 뜰 무렵 동남쪽 하늘에 오리온자리가 환하고, 북쪽으로는 카시오페이아자리가 선명하다. 카시오페이아에서 멀지 않은 곳에 북극성이 환하게 빛난다. 이들은 날마다 밤하늘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지만, 우리가 보지 않을 때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우리와 관계가 없을 때는 별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아인슈타인의 물음, 즉 “내가 저 달을 보고 있지 않다면, 달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는 사태의 핵심을 찌르는 구절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상호관계함으로써 존재하는 셈이다. 관찰자인 내가 없다면, 이 세상 어느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다.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다는 모순적인 결론에서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본체가 환하게 드러난다.김춘수 시인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일갈은 양자역학과 ‘반야심경’의 핵심을 관통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2024-01-28

극단적인 ‘증오정치’, 정치권이 해법 찾아라

중학생으로부터 돌로 머리부위를 가격당해 병원에 입원했던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그저께(27일) 퇴원했다. 배 의원은 지난 25일 15세 소년에게 돌이 깨질 정도로 10여차례 이상 강하게 맞아 현장에서 피를 많이 흘렸지만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배 의원은 “이런 끔찍한 일이 국민 누구나가 너무나 무력하게 당할 수도 있는 치명적 위협이라는 걸 실감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부산에서 흉기 습격을 받은 지 23일 만에 10대 중학생이 대낮에 정치 테러를 저지른 일이어서 우리 사회 전체가 큰 충격을 받았다.정치권은 연이은 테러가 ‘정치적 증오심’에 의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우리 정치가 상대를 증오하고, 잘못된 언어로 국민에게 그 증오를 전파하는 일을 끝내지 않는 한, 이런 불행한 사건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고,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배 의원이 당한 일은 명백한 정치테러”라고 했다.이번 사건은 피의자가 중학교 2학년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더 크다. 배 의원 신원을 확인하고서 잔인하게 뒷머리를 습격하는 모습을 TV를 통해 본 많은 국민은 피의자에게서 극단적인 증오심을 읽을 수 있었다. 외신(AP통신)도 “이번 피습은 한국의 극도로 양극화된 정치에 대한 우려를 더욱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우리 사회의 증오정치 문화는 정치인들이 자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딸’이나 ‘태극기부대’ 같은 극성 팬덤을 정치인이 지지세력으로 의지하니까 이러한 사회병리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이제 여야 정치인끼리뿐 아니라 그 지지층까지도 서로 대화를 거부한 채 상대를 죽이고 싶어 하는 상황이 됐다.이런 풍토가 지속되면, 더 심각한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은 정치인부터 증오심을 유발하는 언행을 자제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여야 지도부가 총선 공천 때 증오 정치를 부추기는 언어를 사용한 정치인에게 페널티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2024-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