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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산해(李山海), 유배지 평해에서의 3년

기성은 울진 평해의 옛 이름으로 과거에는 강원도에 속해 있던 지역이다. 지금은 청정지역으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만끽하기에 좋은 장소이지만 조선 중기만 해도 유배를 보낼 정도로 척박한 곳이었다. 높은 산맥을 넘지 않으면 갈 수 없고, 농사에 적합하지 않고, 비나 눈이 아니면 바람이 불고, 안개도 자욱하여 날씨의 변덕이 심했다고 이산해(1539~1609)의 유배문학 ‘아계유고(鵝溪遺稿)’에 전해진다.이산해는 고려 말 유학자 이색의 7대손으로, 1588년 우의정, 1590년 영의정에 올랐던 동인의 중심인물이다. 서인 세력이 몰락하고 그들을 처벌하는 과정에서 온건파 류성룡(남인)과는 달리 강경한 태도(북인)를 보였다.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선조의 몽진을 추진하였다가 이듬해 류성룡·이양원과 함께 파직되어 평해로 유배를 떠났다.유배형은 조선의 5대 형벌 사형·유형·도형·장형·태형 중 사형 다음의 중형이었다. 중죄를 지은 자를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보내 임금이 사하지 않으면 종신토록 살게 하는 형별로, 양반은 물론 평민과 천민에게도 내려진 벌이었다. 잘 알려진 유배지들은 대개 바닷가·변경·오지· 섬이었다. 흑산도·추자도·제주도, 삼수·갑산, 강원도 오지, 포항 장기 등이 있었다. 유배 생활은 유배지로 가는 것부터 유배지에서의 생활을 포함한다. 유배지로의 여정은 자비로 해결해야 했고, 압송관의 경비도 일부 부담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루 평균 8~90리는 가야 했기에 말을 타는 경우가 많았다. 모두 돈이 드는 일이었다. 유배지에서의 삶은 고을 수령이 지정해 준 보수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생활의 질이 판가름 났다. 보수주인이 풍족한 이라면 좋은 방 한 칸에서라도 지낼 수 있었지만, 대개는 유배객이라는 천덕꾸러기를 떠맡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아전·군교·관노 등이 강제로 맡았다. 다산 정약용은 곡산부사로 있을 적에 고을 기금을 별도로 마련하여 유배객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게 하였다고 하니 그만큼 돈이 드는 일이기도 했다. 인목대비의 어머니 노씨는 왕후의 어머니였음에도 막걸리를 팔며 생활했고, 선조때 홍성민은 유학자임에도 상업으로 식량을 보충해야 하는 유배지의 삶을 한탄했다. 정조때 안조환은 1년을 옷 한 벌로 버티며 추운 겨울을 보냈고, 동냥을 해서 배를 채웠다고 전해진다.이산해는 곧 정계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은 관리였기에 유배지로의 여정이나 삶이 크게 불편하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전란 중이라 초호화판 유람인지 유배인지 구분 안 될 정도로 경우가 없지도 않았다. 철종때 김진형은 삼천석꾼을 보수주인으로 삼아 선비들과 음주가무를 즐겼고, 이를 북천가에 고스란히 남겼다. 선조때 조헌은 유배가는 중에 활쏘기와 만찬을 즐기다 숙취로 쉬어가는 여유를 부렸으며, 광해군때 이항복은 유명한 기생 조생의 집에 일부러 하루 묵어가기도 했다.1593년 3월, 이산해는 강릉·속초·삼척을 거쳐 유배지 강원도 울진(현재는 경북) 평해 서경포에 도착했다. “말은 마치 새소리와 같이 괴이하여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방에서는 비린내가 나서 코를 휘감아 구역질이 나려 하였다. 밥을 차려 왔는데 소반이며 그릇이 모두 악취가 나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해빈단호기’의 일부) 한양 양반의 눈에 바닷가 오지의 집단 거주지 모습은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이산해는 평해의 서경포·서촌·달촌·화오촌·황보촌 5곳에서 3년간 우거했다. 그의 유배문학 ‘아계유고’에서는 울진 평해의 16세기 모습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자연풍광, 백성의 삶, 풍속, 민간신앙 등 그리고 유배지에서의 삶을 알 수 있다. “백암산 아래에 온천이 있어/ 한 표주박 물로도 온갖 병이 낫는다네/ 이제부터 자주 가서 몸을 씻어서/ 이 늙은이/ 묵은 시벽을 치료해 봐야지/(‘온탕정’)” 백암온천은 당시에도 병을 낫게 해주는 효염으로 잘 알려져 있었던 듯하다.또한 “불을 때면 매캐한 연기가 늘 방 안에 가득하고 비가 오면 도롱이와 삿갓을 쓰고 앉아 있어야 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달촌에서의 생활이 녹록치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화오촌에서는 소나무를 이용하여 피서지를 마련하고 촌로와 보리술을 마시며 어울리는 소탈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황보촌에서의 2년 6개월 생활은 앞의 4곳에 비하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보수주인 곽간은 이산해 부친이었던 이지번이 중종때 유배와서 머물던 인연인 곽생의 손자였다. 곽생은 이지번이 기거지 벽에 써둔 시를 떼어내어 보관하고 있기까지 했다. 이산해의 유배 생활은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었던 위리안치가 아니었던 만큼 평해 안에서는 생활은 팍팍하지만 견딜 수 있을 정도였던 듯하다.이산해는 평생 시 840수를 남겼는데 그중에서 483편을 평해 유배 기간에 적었다고 한다. 정약용은 18년간 500여 권의 저서를 남겼고, 윤선도는 25년간 4번의 유배 끝에 ‘어부사시사’·‘오우가’를, 정철은 ‘사미인곡’·‘속미인곡’을 남겼다. 척박한 유배지의 어려움과 고독 등을 문학 활동으로 풀어낸 유배객들의 마음이 지금도 유배문학에 남아 현대인들에게 말을 붙이는 듯하다. 현재가 어렵다고 주저앉지 말고 주어진 환경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말이다./최정화 스토리텔러◇ 최정화 스토리텔러 약력 ·2020 고양시 관광스토리텔링 대상 ·2020 낙동강 어울림스토리텔링 대상 등 수상

2023-08-21

허대만을 기리며

최광열 포항시의원 허대만 위원장이 떠난 지도 벌써 1년이다. 생을 마감하기 전 외로운 투병 생활 중에 몇몇 시의원과 경주 동국대병원을 찾았다. 코로나 19가 한창이라 병문안이 불가능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이번에 보지 못하면 살아 다시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직감이 들어 무작정 찾아갔다.다행히도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야윈 모습에 피골이 상접했지만, 눈은 살아 있었다. 손을 내밀고 반가운 악수를 청하는데, 힘이 느껴졌다. 몇 마디 인사말과 응원, 격려의 말이 오간 후, ‘내가 죽으면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장’을 꼭 해달라고 당부했다. 마음이 먹먹했고, 이미 죽음을 담담하게 준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허대만 위원장은 다 알다시피 1995년 지방의회 선거에서 26세의 나이에 전국 최연소 시의원으로 당선됐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경실련 운동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을 위해 많은 일을 할 인재로 촉망받았다. 젊은 나이지만 매우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의정활동을 한 시의원으로 꼽혔다. 이후 경북도의원 선거에 도전했으나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이 시기에 허대만 위원장은 포항 KYC와 인연을 맺었다. 상임대표를 맡아 포항시 공무원 친절도 조사 및 포항시 예산결산 분석 작업을 이끌었고 전국적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시민운동단체가 전문역량을 키워 시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견제 및 감시를 통해 시민 혈세의 낭비를 막고 시민들의 이익이 지켜지는 시민운동의 중요성을 각인시킨 것은 큰 성과였다. 필자는 포항 동 지역 어려운 학생들의 급식예산을 포항시의회가 삭감하는 사건을 보면서 의회 진출을 고민했고, 2014년 후보를 나섰을 때, 허위원장이 두 번을 찾아왔다. 자당 후보를 낼 수도 있었지만 내지 않고, 연대해 도와주었고,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거물급 정치인의 지지 방문도 주선해 줬다. 그 덕분에 많은 득표를 할 수 있었다. 허위원장은 내게 민주당 당원이 되 달라고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 시민운동을 하는데 제약이 있지 않을까 생각, 그렇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 2018년 지방선거에 공천 제안을 했지만, 몸이 아파서 나갈 수 없다고 하자, 다른 한 사람을 추천해 달라고 했고, 해준 사람을 조건 없이 공천해 주었다. 정말 고마웠다. 2020년 총선이 다가왔다. 마침 우리지역에 도의원 보궐선거가 생겼다. 당시 조국 장관 여파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이 말이 아니었다. 아무도 나가려 하지 않았고, 나간다고 해도 패배는 이미 정해진 사실이고, 주변사람만 고생시킬 것이 뻔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결심한 허대만 위원장을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몇 가지 조건을 달았다. 다음번 지방선거에서는 시민운동단체에서 추천하는 사람을 포항시의회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청을 하자 그는 10여 명의 도·시의원이 모인 자리에서 확약해 주었다. 선거는 끝났고, 많은 주변 사람들이 당시 약속은 선거가 급해서 한 것이니 지키고 싶어도 당내문제로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나도 지키면 좋고, 아니면 할 수 없는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시민운동단체에서도 나갈 사람이 없는 형편이었다. 한데,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허위원장을 대리하는 한 분이 이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다. 이미 기초의원은 선거제도 개편으로 다수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이 배출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허위원장은 더 나아가 기왕이면 내게도 같이 의회에 입성할 것을 권했고, 결과는 약속대로 되었다. 선거를 치르면서 허 위원장의 병세가 그렇게 심한지 알아채지 못했다.나는 허대만 위원장이 시민운동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남달랐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그는 시민운동과 정치가 어떻게 관련되어 상호발전 할 수 있는지를 긴 시간을 돌아 우리에게 확인시켜 주고 떠났다. 개인의 영달과 명예를 원했다면, 포항을 떠나 수도권에 출마 당선되는 길을 택할 수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9번 출마, 8번의 낙선을 통해, 한 개인이 겪었을 고뇌와 되지 않는 길을 간다고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받았을 시선에 마음고생이 많았을 것이고, 끝이 없는 지역감정으로 지역 불균형정치를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하는 불안감, 이 길에 함께 해주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서운함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한다. 끝내 병을 얻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날 때가 되어서야 더 함께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밀려왔다.우리는 낙선이 허위원장 개인의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지역감정과 진영논리, 유권자의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도 한몫했다고 본다. 제2의 허대만이 생기지 않도록 선거제도 개혁을 더불어민주당이 앞장서 추진해 주기 바란다. 또한, 허대만의 정신을 따르는 선후배 동지들이 많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고인이 원했던 지역 균형 정치가 포항에서도 이루어지기를 고대해본다.영원한 영면을 바라며….

2023-08-21

물 재해 대응과 물산업 발전 허브지역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연구본부장 제6호 태풍 카눈은 지난 10일 오전 경남 거제에 상륙하여 대구와 경북을 관통하여 11일 오전 6시쯤 휴전선 넘어 북한 평양 남동쪽 80㎞ 지점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됐다. 지난 7월 중순 충청권과 전북, 경북권 내륙에 내린 극한의 집중호우로 인한 엄청난 인명과 재산피해보다는 훨씬 적은 피해를 보았다. 그러나 그동안 비교적 수해 피해가 적었던 대구지역에도 군위군 남천 제방이 유실돼 인근 농가, 비닐하우스와 축사 등이 물에 잠겨 1명이 사망하고 많은 재산손해를 입었다.물은 기본적으로 생명과 경제의 중요한 기반이며, 인간 사회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자원이다. 그러나 동시에 기후변화와 도시화 등으로 인해 물 재해 문제도 올해처럼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이번에도 파악된 것과 같이 집중호우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고 가뭄 문제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물 재해들이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주어 사회적 안전과 경제적 안정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물 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물 재해 대응기술과 물산업의 발전이 절실하다.집중호우로 인해 발생한 홍수는 도시 내 인프라와 주택을 침수시키는 등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은 물관리 시스템의 혁신과 지능화에 의존하게 된다. 스마트 워터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여 실시간 데이터 모니터링과 예측을 통해 홍수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수문 관리와 댐 운영을 최적화하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홍수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이와 반대로 가뭄은 심각한 물 부족 현상으로 농작물 생산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다. 물 부족으로 인해 농작물의 생육이 어려워지며 식량 공급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가뭄 대응을 위해서는 물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과 보존이 필요하다. 물 재활용과 물관리 기술의 개발을 통해 가뭄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물 공급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물 적정 사용 교육과 농업 방식의 혁신을 통해 물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이처럼 물산업의 발전은 지능형 물관리 시스템을 통해 물의 효율적 사용을 유도하고, 물을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한다. 물산업의 발전은 현재까지의 전통적 산업과는 달리 정부, 기업, 학계 등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의 지원과 투자, 기업의 기술개발과 투자, 학계의 연구와 혁신 등이 모두 결합되어야 물산업이 지속해서 발전할 수 있다. 또한 지역사회의 참여와 국제적인 협력도 중요하다. 물 문제는 국경을 넘어서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전 세계적인 물 부족 문제에 대한 대응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2015 대구경북 세계물포럼’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대구와 경북이 ‘물 재해 대응과 물산업 발전 허브지역’이 되어야 한다.

2023-08-21

향기산업이 뜬다

홍석봉 대구지사장 향료를 조합, 가공해 향수를 만들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향기산업이 뜨고 있다.향기산업이 치유와 힐링의 영역에서 마케팅 수단으로 확대되고 이종 산업간 융·복합을 통해 환경·식음료 등 영역을 다양하게 넓혀가고 있다.향기산업은 국내 시장 규모만 2025년 1조 원 이상으로 예상된다.향기산업과 AI(인공지능), IoT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융합된 센테크(Scent-tech)의 발달과 함께 시장 규모와 영역이 확장되는 추세다.센테크(Scent-tech)는 향기의 단순 조절을 넘어 전송·수신·감지 및 조합·분석하는 기술을 말한다. 새로운 향료 발굴, 개인별 선호 향기 분사와 악취 제거, 시청각 자료에 향기를 입히는 색다른 경험을 맛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최근에는 ‘원하는 공간’에 ‘원하는 향’을 ‘원하는 때’에 ‘원하는 농도’로 사용하는 향기 조절 장치 및 발향 기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센테크는 멀미 완화 및 수면 무호흡증 치료, 환자의 호흡을 탐지해 암을 진단하는 등 의료 분야로까지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요가 무궁무진할 전망이다.이스라엘의 한 업체는 향기를 활용한 수면 장애치료 디지털 기기를 개발 중이다. 미국의 한 대학은 전자 코를 활용해 암을 발견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향기산업 전문가양성과정’을 만들어 교육생을 모집, 관심을 끈다. 지역의 향기산업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지역 산업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자 마련됐다. 프랑스의 향기산업 교육과정을 벤치마킹해 향기 마케팅, 향인지 관련 뇌과학 기초 과정 등으로 진행된다. 향기산업이 지역의 새로운 미래 산업의 하나가 되었으면 한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8-21

안동호 쇠제비갈매기 생태관광 자원됐다

멸종위기종으로까지 내몰린 쇠제비갈매기가 안동호에 서식지를 틀어 이젠 생태관광 자원으로 거듭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10여 년 전만해도 주 서식지인 낙동강 하구에는 매년 4월과 7월 사이 수천마리의 쇠제비갈매기가 찾아들었다. 호주와 필리핀 등지에서 겨울을 보내고 1만km가 넘는 거리를 날아 우리나라 낙동강 하구에서 여름 한철을 보낸 철새다.그러나 서식지 주변의 환경이 나빠지면서 수년 전부터는 개체수가 줄고 낙동강 하구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던 것이 2013년 5월 담수호인 안동호에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세상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본지는 전국 최초로 내륙지방에 정착하기 시작한 쇠제비갈매기의 생태과정을 수년간 추적 보도해 학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KBS가 이어 ‘쇠제비갈매기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다큐를 제작, 방영하기도 했다.안동시는 내륙지방인 안동호에 찾아온 쇠제비갈매기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인공섬을 조성키로 하는 등 쇠제비갈매기 보호에 적극 나섰다. 전문가의 조언을 얻어 2020년 물 위에 뜬 구조물 위에 모래를 깔아 기존의 서식지와 비슷한 인공섬을 만들었다.이런 노력으로 올해로 11년째 쇠제비갈매기가 안동호를 찾아왔다. 쇠제비갈매기의 새로운 서식지로 정착한 것이다. 안동시는 이런 공로로 작년 환경부가 후원하는 자연환경 대상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안동시는 쇠제비갈매기 서식지를 찾는 관광객이 매년 늘어남에 따라 생태 탐방 인프라 구축 등 쇠제비갈매기를 소재로 한 생태관광 사업도 벌이기로 했다. 서식지 주변에 탐조용 전망대를 만들고 고배율의 관촬 망원경도 설치한다. 경북도도 이에 힘을 보태 쇠제비갈매기 인공섬 중심으로 수상관광코스를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자연생태계 보호를 위한 각계의 노력이 바닷새 쇠제비갈매기의 내륙지방 안착이라는 놀라운 변화를 이끌었고, 이것이 안동의 새로운 명물거리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자연환경 파괴가 심각한 시점에 자연생태계를 살려 관광명소화하는 안동시 등 각계의 자연보호 노력이 돋보이는 쇠제비갈매기 소식이다.

2023-08-21

집권당의 ‘수도권위기론’ 왜 실체가 없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의 ‘수도권 위기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친윤(윤석열)계 핵심이 주류인 여당 지도부는 내년 총선의 여야 판세를 ‘서울 박빙 우세, 경기·인천 박빙 열세’로 진단하며, 수도권 위기론은 실체가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자체 조사와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가 그 근거다. 엠브레인퍼블릭을 비롯한 4개 여론조사 회사가 지난주 전국 유권자 1천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서울은 국민의힘 32%, 민주당 21%, 인천·경기는 국민의힘 33%, 민주당 23%로 나타났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지난주 윤상현·안철수 의원 등이 수도권 위기론을 언급한 이후, 이철규 당 사무총장이 “배를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함께 승선못한다”며 총선공천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여당 지도부의 생각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집권당 지도부의 이러한 인식은 지극히 위험하다. 현재의 당세(黨勢)를 비교해 보면, 여당의 수도권 위기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지금 여당의 수도권 의석은 18석으로 민주당 97석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내년 총선에서 여당 후보가 민주당 현역의원을 이기려면 ‘국민의힘 또는 윤석열 바람’이 불거나, 선거자원(조직력, 자금력, 홍보전략)에서 앞서야 한다. 지금으로선 둘 다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고 야당 현역을 상대할 경쟁력 있는 인물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안철수 의원이 “대부분 수도권 의원이 민주당이다 보니,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분들이 그들과 대항해 싸우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말을 한 것이다.수도권의 경우, 내년 총선에서 중도층과 20~30대가 판세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이들을 지지자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다양한 비판세력을 멀리하며 외연을 좁히고 있으니, 당세가 갈수록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수도권위기론의 실체가 이보다 더 명확한 것이 어디 있나.

2023-08-21

진정성이 마음을 움직인다

김규인 수필가 표를 위한 것이라면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말도 자식을 위한 것이라면 자식을 가르치는 교사의 밥줄을 끊는 것도 서슴없이 한다. 자신의 정치적인 야망을 위해서는 국민도 나라의 장래도 안중에 없다. 같이 한다는 생각보다는 상대를 누르려고만 하고 잘못에 대한 사과는 미적거린다. 언제부터 이렇게 우리 사회는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을까. 음식 프로그램에서는 오래된 장맛을 칭송하는데 일상에서는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한다. 본인의 잘못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남의 잘못에 대하여서는 조그만 실수도 용서하지 않는다. 우리가 매일 잘 숙성된 김치를 먹는 문화민족이 맞는지 의심이 든다.자기만의 생각으로 갖은 이유를 대어가며 잘못에 대한 사과를 미루다가 사회의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서 하는 사과가 계속된다. 사과하는 자리에서도 변명만 늘어놓는 일로 사과를 대신한다. 그렇게 하니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받고 사과를 받는 사람도 석연치 않은 사과에 마음만 불편해진다.사과는 책임의 소재를 명백히 밝히는 것에서 시작한다. 피해를 본 사람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밝히고 피해 보상하여야 한다. 아울러 자기 행동에 대한 반성과 정중하게 용서를 구하는 일이다. 사과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미사여구로 포장된 화려한 문구가 아니라 거짓 없는 마음만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사람이 하는 일은 실수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어떻게 수습하는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로 알려진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삼성 이재용 회장의 사과는 사과의 정석으로 통한다. 메르스 확산을 막지 못한 삼성서울병원의 사과 주체와 잘못을 구체화하고 책임 소재도 명확히 했다. 아울러 개선 방향을 밝히고 치료에 전념한 의료진에 대하여서 배려한 점이다. 진정성 있는 사과로 오히려 삼성 그룹의 주가는 올라갔다. 삼성 이재용 회장의 사과에는 군더더기가 보이지 않는다.세계인 잼버리 대회가 새만금에서 열렸다. 개최 전부터 준비 부족에 대한 지적과 이로 인한 피해가 여기저기서 드러났다. 하물며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염과 한반도를 관통하는 태풍은 잼버리의 운영을 더욱 어렵게 했다. 하지만 정부의 발 빠른 대응으로 세계로부터 비난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이제 잼버리는 끝났고 문제에 대한 책임과 사과가 이어질 것이다. 보다 진정성 있는 사과가 요구된다. 잼버리뿐만이 아니다. 아직도 수많은 사건이 터지고 마무리되지 않은 채로 인터넷을 달군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불편하다. 여기에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엮일 때 한마디 말없이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참담하다. 그렇지 않아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인데 말이다.불편한 이야기로 시간을 낭비하기엔 우리의 인생이 너무 짧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바쁘다. 얼굴을 마주하고 푸른 하늘을 볼 수는 없는지. 지나간 삶을 돌아보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언제나 진실한 마음이었다. 내일은 함께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2023-08-21

경주 속의 작은 아시아

홍덕구 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와 경주병원 쪽에서 형산강에 놓인 동대교를 건너면 경주시 성건동이 나온다. 이곳은 한때 경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부유한 동네 중 하나였지만, 인근 지역들이 주택지로 개발되며 지금은 과거에 비해 한적한 동네가 되었다. 경주 시민들이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중앙시장이 성건동에 위치해 있으며, 동대사거리 일대는 동국대학교 학생들이 즐겨 찾는 경주의 대학로로 유명하기도 하다.성건동 서쪽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한다. 경주는 포항이나 울산 같은 산업도시와 인접해 있으므로 외곽 지역에 산업단지가 발달했고, 그곳에서 필요로 하는 노동력도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중국인, 동남아인, 러시아인, 중앙아시아인 등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이 지역에 모여 살며 이국적인 풍경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필자는 이국적인 분위기와 요리를 무척 좋아한다. 서울에 살 때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몽골 음식점이 모여 있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 근처의 ‘중앙아시아 거리’를 자주 찾곤 했다. 포항에서 일하게 되면서 중앙아시아 요리를 자주 접하기가 어려워 아쉬웠는데, 경주에 러시아 요리 ‘맛집’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얼마 전 성건동을 찾아가 보았다.성건동 일대에는 러시아어와 중국어 간판을 단 식당, 식료품점, 찻집, 휴대폰 판매점 등이 즐비해 마치 외국 여행을 온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꽤 늦은 저녁때라서 문을 닫은 상점이 많아 거리가 어둑한 느낌도 받았지만, 유모차를 끌고 한가롭게 산책하는 가족을 보니 여느 주택가와 다르지 않아 보였다. 미리 검색해둔 식당은 다행히 열려 있었다. 중앙아시아식 꼬치구이인 샤슬릭과 볶음국수인 라그만을 주문하려 했는데 묘한 메뉴가 보였다.‘고려인 국시’라는 설명이 붙어 있는 냉국수와 소고기가 듬뿍 들어간 ‘고려인 된장찌개’가 그것이었다. 서빙하는 분은 전형적인 서양인의 모습이었지만, 요리하는 분이 고려인이거나 고려인에게 요리를 배운 듯했다. 샐러드 메뉴에는 특이하게도 매운 잉어회 샐러드도 있었다. 신선한 바닷고기를 구하기 어려웠던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잉어를 이용해 회무침을 만들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신라 천 년의 수도 경주로 중앙아시아 요리를 먹으러 갔다가 고려인 음식을 만난 것이다.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이유로 사람의 이동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문명사적 현상이다. 신라 시대에는 아라비아 상인들이 물건을 사고팔기 위해 경주까지 찾아왔고, 그중 몇몇은 꽤 오래 눌러살기도 했다. 신라 제38대 원성왕의 무덤인 괘릉을 지키는 무인석(武人石)의 모델을 아라비아인으로 추정하기도 하니까.단, 그 이동은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당한 고려인의 슬픈 역사가 그랬듯, 이념이나 국가 등에 의해 강제되어서는 안 된다. 반대로 분단과 이산가족의 비극이 잘 보여주듯 거대한 힘이 개인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약해서도 안 될 것이다. 성건동에서 경주 속의 작은 아시아를 느끼며 역사와 개인, 이동과 이주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2023-08-21

다양성을 존중해서 자유민주주의다

김진국 고문 한·미·일, 3국이 19일 ‘캠프 데이비드 합의’를 발표했다. 이로써 동북아의 신냉전 구도가 더욱 뚜렷해졌다. 북한 핵무기 등을 겨냥한 군사 안보는 물론 신흥 기술을 보호하는 경제 안보까지 3국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선언에 그치지 않았다. 매년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 안보실장, 외교·국방·재무·산업부 장관 사이에도 협의 틀을 만들었다.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동맹이 아니라고 했지만, 오히려 더 굳건하게 발전할 수 있는 구조다.국제 정세와 3국의 리더십이 제대로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한반도는 강대국이 첨예하게 대치하는 지점이다. 게다가 적대적으로 분단 상태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위험하게 불장난한다. 중국 굴기(5D1B起)로 미·중 대결이 날카롭다. 우크라이나 침략을 계기로 미·러 갈등이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북·중·러, 세 나라가 더 가까워졌다. 미국은 태평양 건너 한국과 일본의 협조가 절실하다. 북한 핵 위협이라는 당면 위기가 한국과 일본을 미국에 밀착하도록 몰아간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외교 리더십, 윤석열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력이 돌파구를 만들었다.한·미·일 협력체제의 가장 큰 걸림돌이 한·일 관계였다. 북·중·러가 흔들기 쉬운 가장 약한 고리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으로선 국내 정치에서 큰 부담을 각오하고, 과감한 결단을 했다. 더구나 여소야대 상황에서 집권 전반기를 마치고, 내년 4월 총선을 치러야 한다. 임기 후반의 승패가 걸려 있다. 일본 문제는 언제나 비인기 정책이다. 그런데도 정면 돌파했다.8·15 경축사에서 그 기초를 깔았다. 우리 현대사를 자유민주주의와 공산 전체주의의 대결로 압축해, 세계의 자유·평화·번영에 이바지하는 것을 국가 과제로 설정했다. 한·미 동맹 70년의 연장으로 한·미·일 3국 협력체제를 그리고 있다. 광복절 경축사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던 셈이다. 대한민국을 지키려는 대통령의 단호한 결기를 평가한다. 그렇지만 몇 가지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대통령은 국민 통합의 상징이다. 자유민주주의는 포용이다. 윤 대통령은 “공산 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라고 말했다. 그말이 맞는다. 하지만 민주주의·인권·진보 가치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이러한 가치에 적대적 선을 긋는 것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또 그는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라면서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를 반국가세력으로 몰아가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프레임 전쟁으로 비칠 수도 있다. ‘빨갱이’, ‘종북’, ‘토착왜구’처럼 총선을 겨냥한 또 다른 ‘딱지’ 붙이기여서는 안 된다.최근 한국 외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널을 뛰고 있다. 3국 협력체제는 역내안보 질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 내부 공감대를 만드는 과정 없이 밀어붙였다. 정권과 관계없이 효과를 지속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최근 윤 대통령을 조문한 노사연 씨에게 ‘개딸’들은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멀쩡한 배에 구멍이나 내는 승객은 승선할 수 없다”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온 사회가 양극으로 치닫고 있다. 윤 대통령과 참모들의 대화가 일방통행이고, 앞에서 입바른 소리를 못 한다는 말이 아직도 들린다.독립운동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한 분들만 한 게 아니다. 실체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제공산주의에 기대한 분들도 있다. 북한의 선동, 심리전, 통일전선 전략이 계속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모든 시민운동, 야당 활동에 딱지를 붙여서는 안 된다.윤 대통령 지지도는 30%대에 머물러 있다. 귀를 닫고 극단적인 편향성으로 스스로 고립되면, 정권 재창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는 훌륭하다. 관용적이고, 다양성을 인정하고, 소수파를 포용하기 때문이다.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3-08-20

건국절과 광복절은 엄연히 구분해야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또 다시 건국절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잠시 거론 되었던 건국절 논쟁이 광복절을 계기로 재연된 것이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평가와 맞물려 뉴 라이트 등 일부 보수 측에서는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945년 8월 15일은 우리 민족이 일본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난 날이며 오늘의 광복절이다. 뉴 라이트 계열에서는 오래전부터 자유민주주의 정부 수립 기념일인 1948년 8일 15일을 건국절로 하자는 주장을 해왔다.이에 진보측뿐만 아니라 일부 역사학계에서도 대한민국 임시헌장이 선포되고 상해 임정을 수립한 1919년 4월 11일을 건국절로 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상해 임정 창설 기념일을 건국절로 해야 한다고 광복회 등 독립운동의 후손들도 일찍부터 주장해 왔다. 전자인 현행 광복절을 건국절로 변경하자는 주장에는 많은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상해 임정 수립 기념일을 건국절로 하자는 주장에는 다음과 같은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첫째, 1919년 상해에서 출범해 중경까지 이동한 26년의 임정의 독립운동의 역사는 존중받아야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해방 후 이승만 정권은 여러 정치적 이유로 임정 요인들을 홀대했다. 해방공간의 정치적 갈등으로 김구, 여운형 등 임정의 핵심요인들마저 대접은커녕 암살되고 말았다.뉴 라이트 계열에서 주장하는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한다면 우리의 임정의 항일 독립운동사는 그 역사적 의의가 상실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결국 1910년의 일본의 강제 병합과 일본 식민지배를 인정하고 정당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1910년 8월 29일 일제의 강제 병합으로 1919년 상해 임정수립까지 9년간 일시적으로 정부는 없었지만 빼앗긴 나라지만 나라는 엄연히 존재했다. 1948년 건국주장은 항일 독립운동의 26년의 역사마저 도외시하는 결과를 초래하며 역사를 부정하는 처사이다. 항일 독립운동의 법통 성을 계승하는 헌법정신에 따라 임정 수립기념일을 건국절로 규정하는 타당성이 높다.둘째, 당시 대한민국 임정의 활동은 어느 망명 정부보다 역할이 두드려져 임정 창립을 건국절로 기릴 가치가 충분히 있다. 상해 임정은 출범 시부터 대한 제국의 왕정을 폐지하고 국민주권의 민주 공화제를 건국 강령으로 채택하였다. 임시 정부는 1919년 9월 한성 임시정부, 연해주 임시정부까지 국내외의 임시 정부를 통합해 독립운동의 구심체 역할에 충실했다. 당시 상해 임시 정부는 교통 국과 지방행정기관인 연통제를 통해 본국과의 연계를 도모하였다. 중경 임정은 외무, 내무 국방, 재무, 법무 등 현대적 각료조직 완비해 실질적 업무를 수행했다. 당시 임시 정부는 외교적으로도 중국 장개석 정부뿐 아니라 프랑스까지 유일한 독립 정부임을 인정받았다. 당시 상해 임정에서는 일제의 식민지배의 부당성을 폭로하기 위해 파리 장서의 사절단까지 파견하고 중경 임시 정부는 광복군까지 창설하였다. 이러한 임정의 빛나는 활동과 역할에 비출 때 임정 설립 기념일을 건국절로 규정하는 타당한 일이다.셋째,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상해 임정 기념일을 건국절로 삼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의 민족적 정통성을 확고히 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우리가 현행 4월 11일 임정 수립 국가 기념일을 건국절로 승격할 경우 분단시대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격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해방 후 남북은 내부의 갈등과 미소의 영향 하에 단일 정부를 수립하지 못했다. 김일성은 항일 독립운동을 겉으로 내세워 북한 정권 수립의 정통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동북 항일 연군에 가담하여 활동하다 전세가 불리해지자 소련으로 피신하여 소련 군대에 가담해 해방을 맞이했다. 그가 자랑하는 항일 빨찌산 활동과 소련 군대 가담 활동은 그의 주체사상에도 합치되지 않는다. 1919년 헌법격인 대한민국 임시 헌장을 선포한 임시정부 수립기념일을 건국절로 지정함은 북한 정권 수립과 법통성을 차단할 수 있는 기제로 활용할 수 있다.결론적으로 일부 보수진영과 뉴 라이트계열이 주장하는 8·15 건국절 주장은 항일 독립 운동사의 정신과 대의에도 어긋난다. 이는 일제 치하의 수많은 독립지사들의 피로 얼룩진 항일 독립 운동의 역사와 정신을 폄훼하는 결과를 초래한다.이종찬 광복회장의 주장처럼 이는 일제의 식민지배를 인정하고 정당화하는 논리로 작용할 수도 있다. 현행 8·15 광복절은 일제로부터 실질적으로 해방된 날로 국경일로 그대로 지킬 필요가 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도 1948년 8월 15일 취임기념사에서 ‘대한민국 30년’이라 선포하여 대한민국의 건국 원년을 1919년으로 인정했던 것이다. 또한 이승만 대통령이 1948년 9월 1일 공포한 대한민국 관보 1호에도 ‘대한민국 30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8·15를 건국절로 제정해 초대 이승만 대통령을 국부로 모시자는 주장은 이승만 대통령의 뜻에도 반하는 처사이다. 현행 광복절은 그대로 두고 건국 절 설정문제는 여론의 수렴과정을 거쳐 결정할 사안이다.

2023-08-20

적대적 반항장애

사공정규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사람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권위 있는 대상에게 반항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 특정 시기에 이러한 반항적 태도가 두드러진다. 특히 2∼6세의 시기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하려는 ‘자기중심성’ 때문에 떼를 쓰는 경우가 많다. 이때의 아동이 떼를 쓰는 행동은 정상 발달과정에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럴 때 엄마의 태도가 아주 중요하다. 우선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들어보고, 어른의 입장을 차근차근 설명해주어야 한다.그래도 계속해서 떼를 쓴다면 무작정 혼내기보다는 무관심하게 대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제재를 가하는 것도 관심의 표현일 수 있기 때문이다.떼를 쓰면 부모가 자리를 잠시 피해 있으면 대개 그치게 된다. 떼를 쓴다고 해서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떼를 쓰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셈이 된다.정신의학적으로 설명하면,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학습이론’이 있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려는 아이는, 부모가 그의 요구를 들어줄 때 다시 말해 떼를 쓸 때마다 자신에게 보상이 오니까 점차 떼쓰고 우는 행동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를 의학적 용어로 ‘강화’라고 한다. 떼쓰는 아이에게 제재를 가해도 이런 행동이 강화될 수 있다.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제재 또한 자신이 떼쓴 데 대한 부모의 반응 결과이고 관심의 표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떼쓰는 행동으로는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면, 그에 따른 아무런 보상도 없어서 그러한 행동은 줄어들고 없어지게 된다. 이를 ‘소거’라고 한다. 학습이론의 핵심은 인간의 행동에 있어 그 결과가 어떠하였나에 따라 그러한 행동이 줄어들 수도 있고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치원에서 교사들이 아동들의 공격적인 행동에 전혀 주의를 주지 않고 사이좋고 협동적일 때 칭찬을 하고 주의를 기울이니 교실이 더 조용해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렇게 제대로 된 훈육이 중요하다.사례를 살펴보면 K군은 8살 초등학생으로 어릴 적부터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화를 내고 심지어는 어머니에게 장난감을 집어던지거나 주먹으로 때리기도 했다고 한다. K군의 어머니 말에 따르면 유치원을 다닐 때에는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했으나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급격히 심해진 것 같다고 했다. 선생님의 말씀을 전혀 듣지 않고 교내 규칙을 자주 어긴다고 한다.그리고 자신을 혼내는 사람에 대해 앙심을 품고 복수한다는 글도 적었다고 했다. 최근에는 같은 반 친구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혀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게 됐다고 한다.‘적대적 반항장애’ 증상은 크게 3가지이다.첫째 감정적인 면에서 화가 많다. 즉, 쉽게 짜증을 내며, 자주 욱하고 화를 잘 낸다. 둘째 반항적인 행동을 한다. 특히 권위자들(부모, 학교 선생님, 어른)에게 따지기를 좋아하고, 타인을 짜증 나게 하고, 권위자들의 요구나 규칙을 무시하거나 거부한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된 언행을 남의 탓으로 돌린다. 셋째 복수심이 강하다. 자신을 혼내는 사람에 대해서 앙심을 품고 복수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만일, 초등학교 전후의 자녀에게 위와 같은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한다면, ‘적대적 반항장애’를 의심하고 조기에 전문적인 정신과적 진단과 치료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이 증상을 방치하면 청소년기에 품행장애, 성인이 된 후 반사회성 성격장애(일반적으로 말하는 사이코패스)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증상의 시작은 주로 집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치원, 학교, 사회 등으로 옮겨간다.부모가 ‘적대적 반항장애’ 아이를 훈육할 때 아이의 감정은 공감해주되 문제행동은 통제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감정을 공감해주어야 할 때는 “참, 힘들었겠다”, “많이 속상했겠다” 등의 표현으로 감정을 읽어주고 공감해야 한다. 그래야 자녀가 감정을 쌓아두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행동은 다르다. 예를 들면 아이의 폭력적 행동은 아빠나 선생님보다는 비교적 손쉬운 대상자인 엄마를 상대로 시작된다.이 때 폭력적 행동은 용납될 수 없음을 인식을 시켜주어야 하고 화가 난 큰 목소리가 아니라, 낮은 톤으로 힘 있게 단호하게 표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또 필요한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을 묻고 합리적인 제재도 있어야 한다. 부모가 권위적일 필요는 없지만, 권위를 잃어서는 안 된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허용하는 것이 자유가 아니다. 해서는 안 될 일에 자유를 주는 것은 방임이다. ‘적대적 반항장애’의 평균 발병 연령은 8세 전후이며, 남아에게서 여아에게 보다 더 빈번하게 나타난다(남아대 여아=1.4대 1). 유병률은 평균적으로는 3.3%이나 사회문화적 환경에 따라 유병률이 1∼11%로 차이가 크다.예를 들면,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훈육이 엄격하고 어른의 권위가 살아 있었던 한 세대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적대적 반항장애’는 매우 드물었던 병이다.반면,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일관성 없는 양육, 훈육이 느슨해지고, 어른의 권위가 줄어든 지금 ‘적대적 반항장애’는 급증해 11% 전후로 추정된다. 반항장애는 아이의 타고난 천성과 양육 환경의 결과로 초래되는 병이다. 양육환경은 어른인 우리의 몫이다.

2023-08-20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누구의 머리 위에 이글거리나/ (중략) /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김민기의 곡 ‘내 나라 내 겨레’이다. 혈기가 왕성한 청년기에 자주 들었던 노래다. 가난을 이겨내려 겨레가 땀 흘리던 시절, 이 노래를 부르며 겨레를 알았다.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가슴 깊은 곳에서 불쑥 솟아오르는 무엇이 있다. 동해바다 한가운데 불쑥 솟은 독도처럼.약 450만 년 전, 바다 밑에서 끓던 열망이 지각을 뚫었다. 쌓고 쌓이기를 수천 년, 탑을 이룬 열망은 마침내 수평선 위로 머리를 내밀었다. 얼마나 뜨거웠길래 열망이 깊은 바다를 관통했을까. 뿔처럼 우뚝 솟은 바위섬, 바위섬은 외로움을 이겨내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날씨가 청명한 날이면 무릉의 두 섬은 우리나라 최동단 바다 가운데에서 벌건 해와 함께 솟아올랐다. 망망대해에서 깊디깊은 바다를 가르고 홀로 솟았기에 그 존재감은 더욱 우뚝했다. 홀로섬은 주변에 독특한 생태계를 이루었다. 괭이갈매기의 춤사위가 촛대바위와 보찰 바위 위에서 펼쳐졌다. 바다제비. 슴새, 물수리, 고니, 흑두루미와 뿔쇠오리가 어미의 자궁처럼 여유롭게 둥지를 틀고 숨을 골랐다. 150여 종의 곤충들도 깃들었다. 바다 밑에도 숱한 생명이 평화로운 일상을 이어갔다.모든 섬은 태생적으로 외롭다, 홀로섬은 비바람과 파도가 후려쳐도 속으로 울음을 삼켰다. 살이 트고 깎여도 그 틈에 수많은 목숨을 키워냈다. 바람 거센 환경 속에서도 해국, 번행초, 땅채송화, 참나리, 동백나무, 보리밥 나무 등이 바위틈에 뿌리를 내렸다. 홀로섬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숱한 생명을 품었다.배달겨레는 홀로섬을 우리 호적의 지도에 등재했다. 481년에 만들어진 ‘팔도총도’에는 울릉도 뿐 아니라 우산도도 그려져 있다. ‘동국전도’ ‘조선전도’ ‘해좌전’에도 울릉도와 독도의 모습이 선명히 찍혀있다. 역사가 홀로섬을 우리 땅임을 증명하는 것이다.홀로섬을 처음 발견한 나라는 아침의 나라이다. 첫 발자국을 찍고 대대로 개척한 사람은 우리 겨레이다. 그것을 국토에 편입하고 영유권을 내외에 선포한 첫 국가도 아침의 나라이다. 우리 겨레는 국호도 깨끗한 아침의 나라라는 조선(朝鮮)으로 정했다. 홀로섬은 이 땅의 맑은 아침을 열었다.우리가 가난하고 힘없을 때, 일본은 너울 파도를 넘나들며 망발을 일삼고 우리의 가슴에 붉은 물을 들이고 약탈을 일삼았다. 우연히 발견하고 들른 섬을 마치 자기들 땅인 것처럼 우기며 나무를 베고 고기를 잡고 생태계를 유린했다. 더 나아가 홀로섬을 양자로 들여 다케시마(竹島)라고 이름을 지었다. 김경아 작가 홀로섬의 잠재적 가치는 무한하다. 주변 해역에는 풍부한 플랑크톤을 노리고 몰려든 물고기가 많아 훌륭한 어장이 형성되었다. 또한 해저 퇴적층에는 미래의 에너지로 여겨지는 하이드레이트라는 메탄 수화물이 다량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것뿐인가. 지정학적으로 전략적 가치까지 지녔으니, 홀로섬은 하늘이 우리 겨레에게 내려준 선물이다.홀로섬은 이제 영토의 상징이 되고 호국의 얼이 되었다. 목숨을 걸고 지킬 만큼 가치가 있는 존재가 된 것이다. 부끄러운 선조로 남지 않기 위해 우리는 늘 깨어있는 가슴으로 홀로섬을 품어야 한다.우리 겨레는 따뜻한 감성을 지녔다.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 그리워할 줄 아는 사람, 지켜줄 줄 아는 사람, 외로운 사람을 보듬을 줄 아는 심성이 있기에 홀로섬은 홀로지만 혼자가 아니다. 이 땅의 풀포기 하나까지 끌어안고 살아야 할 존재들이다.저 섬이 그리운 날, 함께 노를 저으며 파도를 헤치자. 밤이면 촛대바위에 기원의 불을 밝히고 강강수월래를 돌아보자. 아침이면 해맑은 햇살 받아 입고 새날을 맞자. 그러고는 함께 겨레의 혼을 담은 노래를 불러보자.“보라 동해를 지키는 홀로섬/우리의 가슴에서 우뚝 솟았다//피 맺힌 투쟁의 흐름 속에서/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

2023-08-20

관행이라는 하나의 벽을 깨부수고

윤경희 청송군수 이맘때쯤이면 어릴 적 어머니께서 간식으로 가마솥에 쪄주시던 포슬포슬 분 나던 감자가 떠오른다. 오순도순 식구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감자에 김치 한 토막을 척 걸쳐 먹으면 무더위 속이라도 한껏 행복하기만 했다.그 추억을 이어와 요즘도 현대인들의 인기 군것질거리이기도 한 감자는, 16세기 대항해 시대에 프랑스 탐험가들이 유럽으로 가져가서 전파됐다.사실 유럽으로 들어간 감자가 처음에는 돼지 사료나 전쟁 포로들의 식량으로만 사용됐다. 당시 유럽인들에게 감자는 음침한 땅속에서 자라며 울퉁불퉁 못생긴 데다가, 솔라닌이라는 독 때문에 잘못 먹으면 탈이 나는 식물로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선입견을 깨고 사람들의 식탁에 널리 보급되기까지는 20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감자의 이로운 점을 이용하고자 재배에 주력한 지도자가 있었는데 프로이센의 황제 프리드리히와 프랑스의 루이 16세였다.이들의 혜안 덕분에 감자는 전쟁 중 전투 식량으로 기근에 구황작물로서 톡톡히 역할을 발휘해 어려움을 극복해낼 수 있었다.필자는 감자를 먹을 때마다 어쩐지 이런 유럽의 역사와 함께 우리 청송사과를 떠올리게 된다. 그건 아마도 프랑스어로 ‘폼 드 테르’라고 불리는 감자의 뜻이 ‘땅에서 나는 사과’이기도 하려니와 대한민국 최고의 사과로 정평이 나 있는 ‘청송사과’ 또한 하나의 벽을 깨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기 위한 출발 선상에 서 있기 때문이다.올 가을부터 청송사과의 꼭지를 자르지 않고 시장에 출하하기로 한 결정을 두고 한 말이다. 필자가 농가에 방문했을 때마다 한목소리로 토로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바로 오랜 관행으로 이어온 사과의 꼭지 절단 작업에 관한 얘기였다.사과 꼭지를 자르는데 드는 농가의 인건비는 청송군에서만 생산량 기준으로 한 해 86억 원, 전국적으로는 매년 660억 원 이상이 추산된다. 유통 과정에서 꼭지에 찔려 흠이 나면 높은 값을 받을 수 없고 또 모양을 좋게 하려고 병행하는 이 작업 때문에 농가의 손해가 막중하다고.모든 성취는 시도하기로 한 결정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거두절미하고서 군민과 농민들만 바라본다는 다짐으로 군 관내 6개 사과 계통출하조직(청송농협, 남청송농협, 현서농협, 대구경북능금농협, 청송사과유통센터, 청송군조공법인)과 ‘꼭지 무절단 청송사과 유통’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시작은 언제나 혼란스러움을 동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꼭지 사과를 선호하지 않는 유통시장의 높은 벽을 넘어야 하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우리 사과농업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결과적으로도 영광된 결정이리라는 걸 확신한다.인력 절감뿐 아니라 온전한 꼭지 덕분에 사과의 신선도가 오래 유지되어 생산자나 구매자 모두에게 이득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이 사업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전국 농산물 도매시장 및 공판장, 대형유통업체에도 협조를 구하고 나아가 방송을 통한 적극적인 홍보, 다양한 판촉행사 등으로 홍보·마케팅에도 전력을 다하여 소비자의 인식을 바꿔볼 참이다.물을 바라보며 서 있는 것만으로는 바다를 건널 수 없다. 프리드리히 2세는 영양가 많은 감자를 강제로 재배하게 하여 전투 식량으로 보급했기에 오스트리아와의 7년 전쟁에서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루이 16세 또한 가축의 먹이쯤으로 인식하고 있던 감자를 두 팔 걷어붙이고 재배를 장려했기에 흉년의 기근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필자 또한 그들과 일맥상통한 심정으로 이 사업에 온몸을 던지고자 한다.첫걸음은 가장 어렵지만, 반대로 제일 용감한 행동이라고 여긴다. 청송의 이런 긍정적인 영향력을 전국의 사과유통시장 흐름에 정착시킬 수 있도록 선도적인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관행이라는 하나의 벽을 깨부수고 바다에 다다랐을 때, 비로소 우리 군민 앞에 서서 활짝 웃고 싶다.

2023-08-20

자제(自制)에 관하여

김규종 경북대 교수 며칠 전 밤늦도록 잠이 찾아오지 않아 전전반측(輾轉反側)하다 급기야 일어나 앉는다. 평소 같으면 잠자리에 든 지 1∼2분이면 곯아떨어지기 마련인데, 이런 불면(不眠)의 시간이 다가오기도 한다. 그럴 때 벗하라고 생겨난 것이 유튜브인 모양이다. 제법 오래전부터 ‘반야심경’이나 ‘금강경’ 혹은 ‘법성게(法性偈)’ 같은 불교 관련 경전이나 글을 찾아 읽곤 했다. 그러다 보니 유튜브도 자연 그런 쪽을 찾아서 듣게 되는 것이다.그날 설법의 요체는 ‘자제’에 관한 것이었다. 몸과 마음과 말의 세 가지를 자제하라는 게 요체였다. 몸과 마음과 말,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뭘까?! 모두가 자음인 미음으로 시작한다. 참으로 소략한 발음을 가진 세 단어가 몸, 마음, 말이다. 그런데 이들 세 가지는 인생살이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요소다. 살아있음을 입증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가 형이하(形而下)의 몸이고, 거기서 마음과 말이 발원한다. 몸이 전제되지 않는 마음과 말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몸을 자제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탐욕, 분노, 어리석음의 탐진치(貪瞋痴) 삼독(三毒)을 적용해보면 의미가 자명해진다. 우리의 오감(五感)으로 작동되는 다섯 가지 감촉, 즉 보는 것, 듣는 것, 냄새 맡는 것, 맛보는 것 그리고 감촉하는 것을 자제한다는 말이다. 오감을 작동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세상에 차고 넘친다. 예의와 법도를 벗어난 것들이 판치는 세상에 그와 같은 자제를 요구하거나 실천하는 일은 정녕 쉽지 않은 노릇이다.마음을 자제함은 무엇인가?! 우리가 죽을 때까지 통제하지 못하는 유일자(唯一者)가 필시 마음이리라.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면서 신출귀몰하는 게 마음이다. 잠시 좋았다가 즉시 흐려지고, 안도했다가 근심 걱정으로 휩싸인다. 관대했다가 옹졸해지며, 자신만만하다가 일시에 위축(萎縮)되기도 한다.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을 자유자재하게 손볼 수 있음은 가히 축복이리라.말을 자제한다는 것은 친숙한 표현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사는 사람은 없다. 하고픈 말을 전부 쏟아낸다면 세상은 그야말로 폭망의 길로 접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지극한 수단이 말이지만, 말이 본령에서 어긋나면, 그 말은 인간을 죽이기까지 한다. 차라리 주먹으로 맞은 일은 잊을 수 있지만, 언어폭력은 대저 잊을 수 없는 노릇이다.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극단의 양면성을 가진다.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난 ‘세월호 대참사’ 이후 어떤 인간 말종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징글징글하게 해 처먹는다는 극악무도(極惡無道)한 말을 내질렀다. 나는 그것이 한국인이 한국인에게 한 말인가, 귀를 의심했다. 대체 유가족들이 무엇을 그렇게 많이 먹었길래 저런 막말을 해대는가, 다시 생각한 것이다. 더욱이 시체 장사한다는 말을 내갈긴 야차(夜叉) 같은 족속도 있었으니 그야말로 극악무도한 세상인 것은 분명하다.요즘 아침저녁으로 들려오는 끔찍한 소식의 원인은 몸과 마음과 말의 자제가 사라진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과 말을 잠시나마 돌아보면 어떻겠는가?!

2023-08-20

농촌까지 파고드는 마약범죄, 정말 큰일이다

경북경찰청이 지난 3월 1일부터 7월말까지 5개월 동안 마약류 범죄 집중단속을 한 결과, 모두 520명을 검거해 이 중 64명을 구속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검거한 마약사범 310명에 비해 64.8%나 증가했다. 구속자 역시 3배 이상 늘었다. 마약 유통과 투약이 도시지역뿐 아니라 농어촌지역에까지 깊숙하게 뿌리내렸음을 알 수 있다. 검거 마약사범을 유형별로 보면, 양귀비·대마사범이 354명으로 가장 많았다. 야바(YABA)등 향정신성의약품 판매·투약 사범도 166명이나 됐다. 외국인 마약사범도 90명이나 됐는데, 국적별로는 태국 73명, 베트남 12명 등이었다. 10~20대도 13%나 돼 청소년 마약사범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나타내 주고 있다.양귀비·대마사범의 경우, 주로 주거지 인근 텃밭 비닐하우스에서 식용 목적으로 마약식물을 몰래 재배했다. 향정신성의약품 사범은 외국인전용 클럽 등에서 조폭을 매개체로 야바나 필로폰을 유통·투약하다 적발됐다. 태국어로 ‘미친 약’이라는 뜻의 값싼 합성마약인 야바는 대부분 국내에 입국한 동남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이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각 효과와 중독성이 높아 문제시되고 있는 마약이다.우리나라가 마약 청정지역에서 제외된 것은 오래됐다. 최근에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주부, 청소년 등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올해 상반기 밀수 적발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정도로 국제 마약 밀수 조직의 공세가 심상치 않다.마약밀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유통 채널이 활성화돼 있음을 의미한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값싼 마약류의 천국이 될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진단도 나온다. 경찰이 지금 마약범죄 조직 소탕에 총력을 쏟고 있지만, 마약사범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늘고 있어 걱정이다. 마약사범 근절을 위해서는 그야말로 조그마한 온정도 허락하지 않는 단호한 처벌이 불가피한 것 같다.

2023-08-20

노인 대중교통 무료이용, 시행 빠를수록 좋아

경북도의회가 제정한 ‘경상북도 노인 등 대중교통 이용지원에 관한 조례’의 후속 조치가 착실히 준비되고 있다고 한다. 작년 말 제정한 이 조례는 경북도내 70세 이상 어르신과 19세 이하 청소년, 장애인 등이 시내버스, 농어촌버스, 마을버스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북도도 조례 시행을 위해 현재 노인 대상의 대중교통 요금체계 개편방안을 연구 용역주었고 올 11월부터는 실무 TF팀도 구성한다.TF팀은 2025년 1월부터 전면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아동과 청소년은 예산 사정을 고려, 별도의 시행시기를 결정한다고 한다.노인의 대중교통 무료이용은 노인복지 차원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으나 예산의 문제로 시행은 더디다. 올초 홍준표 대구시장이 노인의 도시철도 무료승차 연령기준을 끌어올리고 대신에 시내버스까지 노인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함으로써 노인 대중교통 이용에 관한 논의가 사실상 커졌다.대구시는 현재 65세 이상 도시철 무료승차를 70세로 상향하고 매년 1년씩 올려 2028년까지 70세로 높인다. 대신에 유료의 시내버스에 대해서는 75세 이상 노인에게는 무료화하고 매년 1년씩 하향해 2028년부터는 70세 이상이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노인인구 증가와 건강 등의 이유로 노인 연령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은 많으나 법률상 개편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70세를 노인 연령기준으로 보는 사회인식도 많아졌다.경북도 조례 제정에 70세 이상으로 잡은 것도 이런 사회적 인식에 기초한 것이다. 노인의 대중교통 무료이용은 손익의 문제로만 따질 수 없다. 우리나라 노인빈곤률은 매우 높다. 대중교통 무료승차는 노인복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노인의 이동권 보장과 도시철도와의 형평성도 살펴볼 문제다.특히 노인의 이동권을 보장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편익성도 크다는 주장도 눈여겨 봐야 한다. 경북도의 조례 제정으로 95만명 어르신의 이동권이 보장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변화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다.

2023-08-20

할랄식품

우정구 논설위원 할랄식품은 이슬람 율법에서 허용된 식품을 말한다. 이슬람의 음식문화는 허용된 것을 할람, 금지된 것을 하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코란에서는 죽은고기와 피와 돼지고기와 하느님의 이름으로 잡지 않은 고기는 금하고 있다. 곡물, 과일, 채소, 해산물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으나 육류는 엄격한 규정을 두어 이슬람식 도축법에 따른 것에 한해 식용을 허용하고 있다.이슬람식 도축법인 이른바 다비하(Dhabihah)는 단칼에 정맥을 끊는 도축 방식이다. 동물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인도적 도축법에서 고안한 것이라 한다.할랄식품은 무슬림 인구의 증가에 힘입어 세계 식품시장에서 26%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증가율도 가팔라 세계 식품시장 연평균 증가율 2∼3%보다 3배가량 높다. 우리나라도 지난 5월 무슬림이 먹을 수 있도록 할랄인증을 받은 한우를 처음으로 해외시장에 수출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국내 할랄전용 도축장도 만들었다.우리나라에는 2020년 기준 무슬림국가 출신 재한 외국인을 포함해 26만명 정도의 무슬림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이태원은 한국 내 무슬림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슬람 문화가 한국에서는 아직은 낯설은 감이 없지 않다.세계적으로 보면 최근 많은 나라들이 할랄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구의 95%가 불교신자인 태국도 할랄식품의 수출산업 육성에 정부가 직접 나서고 있다. 대구시가 올해를 할랄시장 활성화 원년으로 삼고 지역기업의 할랄시장 진출을 적극 돕겠다고 했다.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둘러싼 갈등 등 아직은 낯선 이슬람문화가 이번을 계기로 대구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8-20

진짜 공부

유영희 작가 경제적 여유도 많아지고 수명도 늘어나면서 평생 학습 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 자연스럽게 퇴직 후에도 계속 배움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많다. 어쩌면 배움에 대한 갈망은 나이를 들면서 오히려 더 커지는 것 같다. 그렇게 배움을 찾아다니다 보니, 무엇을 배워야 할까? 배움의 목적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도 꼬리를 잇는다. 그런 의문에 화답이라도 하듯 공부의 목적과 방법에 대한 책이 많고, 이와 관련된 영상도 많다.공부는 이렇게 하는 거라고 조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부의 목적을 자아 찾기에 두고 있다. 어떤 이는 공부가 자아를 찾아 떠나는 설레는 여행이라 하기도 하고,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을 발휘하라고도 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자아란 내 마음속, 또는 나의 뇌 어딘가에 자리 잡고 앉아 발견을 기다리는 나의 본질일까, 그 본질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실체일까, 진정한 자아와 거짓 자아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모든 상상력은 허용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꼬리를 물고 나온다. ‘자아’의 의미가 사람마다 다르고 막연하기 때문이다.그러니 자아라는 추상적 개념보다는 감정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방법이 더 실질적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맹자는 그 옛날에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은 사단이라고 하면서 다른 사람의 불행을 차마 보지 못하는 마음이나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마음, 사양하는 마음 같은 네 가지 도덕적인 감정을 들어 성선설을 주장했을 것이다. 이렇듯이 감정은 인간에 본질이 있다는 가정에서 인간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다.그런데 리사 펠드먼 배럿의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감정에 대해 새로운 견해가 나온다. 배럿에 의하면, 감정은 인간이 가진 보편적인 속성이 아니라 뇌의 신경망이 구성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같은 인간을 놓고도, 순자는 맹자와는 다르게 인간의 감정이 이기적이라면서 성악설을 주장하는 것이다. 배럿이 본질주의에서 벗어나자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감정을 인간이 타고난 본질이라고 한다면 모든 문화권,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인식되어야 하는데 현실을 보면 그렇지 않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본질주의에 사로잡혀서 자기의 생각과 다른 집단을 배척하고 무력 충돌도 마다하지 않는다.자아 역시 본질로서의 실재가 아니라 자신의 개념으로 구성한 실재이다. 그러고 보면, 자신이 설계한 자아를 발견하고 향유하는 것은 자아의 확장일 뿐이다. 자아가 확장되어 비대해지면 다른 사람과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서로 자신의 견해가 옳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진짜 공부란, ‘자아’가 사회적으로 구성된 ‘개념’이구나 하는 인식을 향해 가는 여정이어야 할 것이다. ‘나’는 내가 구성한 개념일 뿐이고, 그런 ‘나’가 인식하고 느끼는 것 역시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라는 깨달음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은 완고함에서 벗어나 다른 존재와 대화하고 협력하게 된다. 청소년 시절에는 어려울 수도 있으나, 이런 공부는, 나이 들수록 절박하게 해야 하는 진짜 공부다.

2023-08-20

고객 잠재력을 깨우는 힘, 코칭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매월 하루는 각 지역에서 떨어져 있는 컨설턴트 모두가 모여서 혁신 토론과 QSS 연구회를 하고 있는데, 이달에는 특별히 코칭 강사(박희섭)를 초빙하여 ‘코칭 리더십’이란 주제로 강의를 들었다.필자는 이 강의를 들으면서 코칭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하였고, 이 코칭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다.컨설팅(Consulting)은 흔히 티칭(Teaching)과 코칭(Coaching)으로 나눈다. 티칭은 알고 있는 지식을 알려주는 일련의 가르침이고, 코칭은 알고 있는 지식을 알려주기보다는 고객에게 질문을 통해 스스로가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법이다. 그러나 실제로 현장에서 고객을 마주하면 티칭으로 시작하여 티칭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았다.골프황제 타어거 우즈의 최고의 코치는 그의 아버지 얼 우즈이고, 골프 신동인 찰리 액셀 우즈의 최고의 코치는 그의 아버지 타이거 우즈라는 것이다. 이들 코칭 방식은 질문을 많이 하여 스스로 잘못을 깨우치게 하고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것과 재미있게 배우도록 하여 자발성을 최대한 끌어 올리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한비자’에 삼류 리더는 자기의 능력을 사용하고, 이류 리더는 남의 힘을 이용하며, 일류 리더는 남의 지혜를 사용한다,라고 하였다. 일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기보다는 고객 스스로 지혜를 발휘할 수 있게 하고 스스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일류 리더가 되기 위한 코칭의 핵심 3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첫째 한 번에 하나의 목표만 제시하라. 천재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도 골프를 처음 배울 때 코치가 이것저것 많은 주문을 쏟아내자 그는 코치에게 골프공 4개를 집어 던지며 받으라 하였고, 코치는 받지 못하자 볼 한 개를 던지며 하나를 제대로 가르쳐 달라고 요구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고객이 하나에 몰입하도록 하여야 한다.둘째 질문에 달인이 되어라. 존 홀랜드는 “진정한 코칭은 효과적인 질문을 통해 사람들의 내재된 잠재력을 깨우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질문에 반드시 대답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잠재력을 깨우칠 수 있는 질문을 준비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질문해야 한다.셋째 고객의 말에 경청(敬聽)하라. 말은 ‘마알’, 즉 ‘마음의 알갱이’라는 말을 한다. 말 속에 마음이 들어 있고, 마음 상태를 말로 표현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청중이 말 한마디 한마디 속에는 알토란 같은 마음이 들어 있다고 봐야 한다. 경청하면 고객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고 공감(共感)할 수 있다.코칭은 신뢰 관계 속에서 목표를 공유하고 질문과 경청을 통해 솔류션(Solution)을 스스로 찾도록 서포팅(Supporting)하여야 한다. 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맥킨지 앤드 컴퍼니, 구글, 링컨 일렉트릭, 인도고 등의 기업들은 코칭 리더십을 활용하여 조직 문화를 강화하고 직원들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이처럼 코칭 기법을 활용하여 고객의 잠재력을 깨우쳐 주길 기대해 본다.

2023-08-20

무궁화 찾아보기

우정구 논설위원 역사적으로 볼 때 무궁화는 우리 민족과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꽃이다. 중국 지리지 산해경에는 “군자의 나라에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는 훈화초가 있다”는 기록으로 보아 고조선 시대부터 한반도 전역에 걸쳐 분포했던 꽃으로 짐작이 된다.특히 고대시대는 신성시되는 식물로 여겨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신전 주변에 많이 심었다고 전해진다. 조선시대 장원급제자 머리에 꽂아주는 꽃도 무궁화다. 또 혼례때 입는 활옷에도 무궁화를 수놓았다고 한다.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의 표상으로 백성들은 무궁화를 사랑했고, 무궁화에 대한 사랑이 곧 애국애족의 정신이라 생각했다. 일본은 무궁화가 한국 민족의 상징적 꽃이라는 것을 알고 전국적으로 무궁화 꽃을 뽑아 불태워 버리기도 했다.그래서 광복절만 되면 매스컴에서는 무궁화꽃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무궁화는 7월부터 10월까지가 개화기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매일 새롭게 꽃이 피고 진다. 보통 한그루에서 2천∼3천개의 꽃송이를 피우고 진다. 꽃말은 일편단심 혹은 영원 등으로 불린다. 매일 꽃이 피고 지니까 불굴의 상징으로도 통한다. 우리 민족의 인내와 끈기에 비유되기도 한다.무궁화는 공식적으로 우리나라 국화(國花)는 아니다. 그러나 애국가 후렴에 등장할 정도로 대표적 꽃이어서 관습적으로 국가나 국민이 국화로 여기고 있다.지난 8월 8일은 무궁화의 날이다. 2007년부터 대한민국 나라 꽃 무궁화를 기념하기 위해 민간단체 주도로 제정한 날이다. 봄철에 피는 벚꽃만큼 쉽게 만나지는 못하나 광복의 달을 맞이하여 애국애족의 꽃 무궁화 명승지를 한번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8-17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골든타임 놓칠라

원전 소재 5개 지방자치단체가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특별법이 국회 안에서 끝없이 표류하고 있다. 작년 말 국회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3개 관련 법안이 회부됐으나 지금껏 제대로 심사 한번 못하고 있다. 당초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 핵연료 영구저장 시설에 대해 적극적이던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에 맞서 소극적으로 돌아서면서 특별법 제정이 맴돌고 있는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을 감안하면 10월 국정감사가 열리기 이전이 입법의 골든타임으로 보이나 지금 상태라면 좌초될 우려도 없지 않다.16일 원전 소재 5개 지자체와 원자력 학계 등이 특별법 조속 제정을 촉구하는 ‘고준위특별법 대국민 심층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서 주낙영 경주시장은 “특별법 조속 제정으로 부지 내 저장시설 영구화에 대한 지역주민의 우려를 불식시켜 주어야 한다”고 했다.고준위 방폐장 영구시설은 하루가 바쁜 현안이다. 국내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포화율은 이미 상당 수준에 도달해 있다. 한울 91.4%, 고리 87.6%, 한빛 78.7%, 신한울 1호기 76.3% 등이다. 특히 현 정부의 친원전 정책으로 핵폐기물이 늘어나면 원전 가동을 멈춰야 하는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특별법이 제정되더라도 핵연료 영구저장 시설을 건설하는 데는 많은 장애가 있다. 장소 선정이나 기술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수십년의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원전산업은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더 활성화돼야 한다. 핵폐기물의 안전한 보관을 위한 정부 정책을 위해서 국회 내의 특별법 통과는 서둘러 처리돼야 한다.수십년 동안 위험을 안고 생활해온 원전 소재 주민의 불안감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문제다. 여야는 안전한 원전 운영과 핵폐기물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 법 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야당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에 강력 반대하면서 국내 핵폐기물 처리를 위한 특별법 제정에 소극적인 것은 모순된 행위로 보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2023-08-17

늙은 말(馬)이 갈 길을 안다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최근 야당 혁신위원장의 노인폄하 발언 후, 사회적 물의가 번져가고 있다. 청년들과의 좌담회에서 아들이 중학생 때 했다는 말을 꺼내 들며 “남은 생에 비례해서 투표해야 한다”는 내용의 말을 한 것이다. 이것은 대한민국 헌법상의 보통선거와 평등선거 원칙을 존중하지 않는 발언으로 대한노인회와 국가원로회의 등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2004년에도 열린우리당 의장의 “6,70대는 투표 안 해도 된다”는 발언으로 총선 판도를 바꾸어 놓기도 했고, “60이 넘으면 뇌가 썩는다”는 입놀림으로 홍역을 치른 정치인도 있었다.왜 이렇게 노인들이 비하되고 폄하를 받아야 할까? 세대 간의 갈등과 가치관의 차이라고 보아 진다. 은퇴 후 몸도 약해지고 생산 활동이 줄고 소비가 늘어나게 된다는 것에서 사회적 힘이 없고 지식의 한계를 나타낸다는 관점일 것이다. 그래서 노인네, 늙은이, 꼰대 심지어 ‘틀딱충’이라는 신조어도 나돌고 있다. 꼰대는 프랑스 귀족 ‘백작(Comte)’에서 온 말인데 ‘권위적 사고를 가진 어른’을 비하하는 은어가 되었고, 또 번데기의 영남지방 사투리 ‘꼰데기’에서 변화됐다는 설도 있다.유엔은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하고 국민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라 하고있는데 우리나라는 올해 7월 이미 18.5%을 넘어 ‘고령사회’이다. 2020년에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하여 60대 이상 노인세대가 950만, 100세 이상이 8천500여 명이라고 한다. 이렇듯 많은 노인에 대한 경로효친 사상은 MZ세대에서는 왜 찾기가 힘든 것일까?삶을 살아가는 데는 지식과 지혜가 필요하다. 지식은 ‘앎(knowledge)’이고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처럼 철학, 수학, 과학, 예술 등의 교육과 학습, 훈련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며, 지혜는 ‘슬기(wisdom)’ 즉, 사물의 원인을 이해하고 이치를 깨닫는 전인적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무엇은 어떤 것인가?’라는 명제적 지식은 요즘과 같은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겠지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절차적 지식은 많은 경험과 감각에서 얻은 사리 분별 능력이 그 길을 찾게 해 준다.노마지로(老馬知路) 즉 ‘늙은 말이 갈 길을 안다’는 사자성어가 있다. 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융적(戎狄) 토벌원정에 나섰다가 겨울에 돌아오며 길을 잃어버렸는데 재상 관중(管仲)이 ‘늙은 말은 지혜가 쓸 만하다’며 늙은 말을 풀어놓고 말 가는 데로 따라가 길을 찾았다는 이야기다. 늙을수록 경험을 쌓아 사리에 통달하는 지혜를 습득한다는 뜻이다. 노인의 지혜로움은 사회 측면에도 많은 가치가 있다. ‘노인 한 명이 사라지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집에 노인이 없으면 빌려서라도 모셔라’는 외국 격언들을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노인의 지혜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우리는 누구나 늙는다. 진정한 사회인의 덕목은 존중과 배려이다. 사는 날이 많지 않아 쓸모없다(?)는 노인들을 존중하며 그들의 슬기로운 삶의 지혜를 빌려 나라의 앞길을 찾아보자.

2023-08-17

전라도 시인 정재학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이름난 시인들 중에는 전라도 출신이 많다. 한국 현대시단의 거목으로 꼽히는 서정주 시인은 전북 고창 출신이고, 여러 번 노벨상 후보로 올랐던 고은 시인은 전북 옥구군, 민주화 운동의 대부였던 김지하 시인은 전남 목포가 고향이다. 그 아래로 섬진강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김용택 시인은 전북 임실군,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기법의 풍자시로 주목을 받은 황지우 시인은 전남 해남군, 농촌시의 일가를 이룬 고재종 시인은 전남 담양군, 시집 ‘노동의 새벽’으로 유명해진 박노해 시인은 전남 함평 출신으로, 모두가 한국 시단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시인들이다.요즘 ‘전라도 시인 정재학’이란 이름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걸 더러 보게 된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 말고는 출신지가 이름 앞에 수식어로 붙는 시인이 없었는데, 굳이 ‘전라도 시인’임을 강조하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인터넷에 나와 있는 프로필에 따르면, 정재학 시인은 전북 고창 출신으로 조선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전라도 지역을 전전하며 중·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그가 가졌던 ‘전교조추방시민연합 공동대표’라는 직함은 그의 교직생활이 평탄치 못했음을 짐작케 한다. 사실 그는 문학 쪽보다는 보수우파 논객으로 더 많은 활동을 해온 모양이다.전라도에서 태어나 살면서 전교조추방운동을 하고 보수우파 논객으로 활동한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터이다. 편지 형식으로 쓴 어떤 글에서 그는 그 고충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전교조의 해악을 알던 2002년부터, 이 길에 들어서서 싸워왔고, 그리고 만신창이의 몸으로 여생(餘生)을 아내에게 부탁하고 있네. 고소만 무려 20여 차례. 매일 대문 앞에 우체통에 검찰청, 법원에서 날아오는 붉은 줄 쳐진 편지를 받아본 사람들은 내 심정을 알 것이네.”그는 무엇 때문에 자청해서 그런 가시밭길을 걸어왔던 것일까. 누구 못지않게 조국과 전라도를 사랑하기 때문에, 자식들과 제자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서 전라도가 종북좌파의 꼭두각시로 전락하고 그 해악이 전 국민에 미치는 걸 두고만 볼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발소 아저씨도, 국밥집 아주머니도, 국밥집에서 만나는 지인들도’, ‘국회의원부터 자치단체 기초의원까지 모조리’ 좌파정당 일색인, ‘저울의 평형을 상실한 채, 한쪽으로 기울어진 논리와 주장으로 살아가는 곳’ ‘정치이념의 일방통행만이 허용된 곳’에서 자유우파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용기와 사명감이 필요한 일이다.전라도가 좌경화된 주된 원인은 ‘멸시와 천대’에 대한 뿌리 깊은 원한과 분노라는 것이 정재학 시인의 진단이다. 그 피해의식과 적개심을 파고든 것이 바로 종북좌파세력이라는 것이다. 통일보다 더 크고 간절하고 시급한 소원이 국민통합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빨갱이들을 호남민중과 분리시켜야한다’는 주장이다. ‘전라도 내에 기생하는 북한추종세력들은 전라도 자유우파가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고, ‘전라도 출신 자유우파를 결집시키는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모쪼록 많은 전라도 출신들의 적극적 호응을 기대한다.

2023-08-17

갑인일주(甲寅日柱)

육십갑자 중 오십 한 번째는 갑인(甲寅)이다. 천간(天干)의 갑목(甲木)과 지지(地支)의 인목(寅木)은 같은 목(木)기운이며, 물상으로 보면 언 땅 위에 자란 굵직하고 힘찬 나무다. 강직한 인상을 준다. 동물로는 호랑이다.갑인일주는 나무의 기세가 너무 강해서 도끼가 부러질 정도로 강하다. 방해물이 있어도 머뭇거림이 없다. 말도 잘하지만 직설적이다. 하늘로 뻗어가는 나무처럼 올곧은 성격으로 남의 일에는 관심이 없지만, 자기 일에는 적극적이며 일단 시작하면 고집대로 끝까지 밀고 나가는 성격이다.세상의 고난을 이겨낸 뒤 많은 것을 성취하는 기운이다. 좋은 결실에는 성패의 굴곡이 따른다.하지만 자신에 대한 확신이 강한 만큼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고 독단적인 면이 있다.한편으로 사회활동에 많은 정열을 쏟아 붓는 성격으로 가정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성실한 데다 지도자 자질이 있어 자수성가형이다.갑인일주는 철학적인 사고를 좋아하는 편이다. 따라서 자신만의 신념과 내면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성향이 있다.이러한 성향은 자기 정체성을 분명하게 하는 장점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자의식이 너무 강해서 다른 사람이 받아들이기 벅차기에 단점이 될 수 있다.그렇기에 주어진 환경에 따라 예민하게 자기중심적으로 판단을 한다. 즉흥적으로 결정을 하고 후회하며, 또한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그러기에 세 번 생각하고 한 번 말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며,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지혜도 갖추어야 한다.중국 명나라 초기 유기의 ‘욱리자’ 영구장인 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제수라는 장사꾼이 강을 건너다가 배가 무언가에 부딪혀서 가라앉았다. 간신히 물 위에 뜬 널빤지를 잡고서 큰소리로 살려 달라고 소리쳤다. 마침 지나가던 어부가 구해주기 위해 배를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장사꾼은 살았다는 생각에 “나는 이 강가에 사는 돈 많고 세력 있는 사람이요. 당신이 나를 구해주면 금 백 개를 주겠소”라고 말했다.어부가 그를 구해내서 강 언덕에 내려주자 장사꾼은 어부에게 금 열 개만 건네주는 것이었다.어부는 “당신이 금 백 개를 준다고 하지 않았소”라고 항의했다.장사꾼은 얼굴색이 달라지면서 “아니, 이 사람아. 자네 같은 고기잡이가 하루에 몇 푼이나 버는가? 잠시 수고하고 금을 열 개나 벌었으면서 적다고 투정하는 것인가?”라고 오히려 화를 벌컥 냈다. 어부는 풀이 죽어 고개를 숙이고 배를 저어 떠나갔다.그 후 어느 날 그 장사꾼이 물건을 싣고 강을 따라 내려오다가 고기를 몰아들이기 위해 설치해 놓은 좁은 통로의 바위에 배를 들이받고 말았다. 마침 그곳에 지난번의 그 어부가 있었다. 그는 팔짱을 끼고 구경만 하였다. 결국 그 장사꾼은 물속으로 들어가서 영영 떠오르지 않았다.뭍에 서 있던 사람이 “왜 장사꾼을 구해주지 않았소”라고 묻자, 어부는 “저 사람은 자기 입으로 준다고 했던 금을 주지 않는 사람이오”라고 대답했다. 욱리자는 “사람들이 장사꾼은 목숨보다도 재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기에 믿지 않았는데, 이제 보니 정말로 그런 일이 있구나”라고 말했다. 맹자도 “사람이 가야 할 길은 어차피 사람이 가려서 택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작은 이익 때문에 신용을 저버릴 경우 오히려 큰 우환을 만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갑인일주의 여자는 여장부의 기질이 있어 가정보다는 사회활동에 적합하다. 자존심이나 자기주장이 너무 뚜렷해 부부관계가 원만치 못하니 고독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남편보다 자식에게 애정을 쏟으며 사는 경우가 흔히 있다. 남자는 부인이 능력 있고 잘 생겼으며, 처가 덕도 본다. 허나 배우자를 무서워하고, 배려심이 부족하니 애정이 깊지 않다. 결과적으로 집보다 주로 밖에서 시간을 보내니 주의해야 한다. 남녀 모두 친구 같은 아내나 남편으로 서로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갑인일주의 인(寅)은 호랑이다. 울창한 숲에 있는 호랑이 형상이다. 활기찬 생명의 시작 즉 새롭게 일을 시작하려는 기운이며, 강한 활동력과 추진력이 있다. 모험심이 강해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는 경향이다. 겉모습은 친해지기 어렵지만, 친해지면 다정하고 진중한 면이 있다.음 기운에서 양 기운으로 바뀌는 인시(寅時·새벽 3시)는 야행성 동물인 고라니, 노루, 사슴 등이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이때 호랑이는 먹이 사냥을 한다. 이 기회를 놓치면 배고픈 호랑이가 된다. 그러나 배고프고 고독한 호랑이는 어떻게는 살아남는 요령이 있다. 류대창명리연구자 이 세상에 말이 그냥 나오는 법은 없다. 속담에 ‘갑인년 흉년에도 먹다 남은 물은 남아 있는 법’이란 말이 있다. 그 심한 갑인년 흉년에도 물은 남았다는 말이다. 또는 아무리 흉년이라도 물마저 말라 버리는 일은 없다는 말이다. 제주도에는 물이 귀하여 이런 속담이 생겼다고 한다. 제주도 방언으로 ‘갑인년 흉년에도 먹다 남은 게 물이여’에서 온 것이다.배고픈 만큼 서러운 것이 없다. 우리들도 지난날 경험했던 기억이 있다. 식탁에서 인사말은 ‘많이 드세요’다. 굶주림의 시대가 만들어 낸 인사말이다. 인간은 먹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기가 힘이 든다.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멈출 줄 모르는 욕망의 마지막에는 항상 잔인하고 끔찍한 일이 발생하니 유념해야 한다.철학자 니체는 인간의 욕망을 ‘푸줏간 앞의 개’로 표현했다. ‘푸줏간 앞을 서성이는 개의 시선을 닮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했다. 눈앞의 고기를 먹고 싶은 욕망과 푸줏간 주인의 시퍼런 칼이 두려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개의 모습에서 인간은 욕망을 제대로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다.젊었을 때는 욕망을 채우면서 살아야 하고, 늙어서는 부단히 욕망을 빼면서 살아야 한다. 이것이 인생 최고의 지혜가 아닐까?

2023-08-16

윤명희 수필가 전화기를 쥔 친구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그녀는 잠시 말이 없다. 숨을 고르더니, 딸이 사는 옆집에서 청년이 죽었다고 한다. 느닷없는 말에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혼자 멀리 떨어져 사는 딸이 걱정인 친구는 가끔 집 주인에게도 안부를 묻는 전화를 하는 편이다. 주인아저씨는 옆집 청년의 일 때문에 전화를 했다고 생각했는지 내막을 술술 불었다.딸은 그 청년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잠을 자고, 샤워하고 밥을 먹고 학교에 간다. 밤이면 또 그 집 앞 복도를 지나 현관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 벽에 등을 대고 유튜브를 보며 지친 몸을 뉘었을 거라 생각이 들자 친구는 등이 가려운 듯 몸을 비틀었다. 차라리 안 들은 만 못했다. 주인에게 이 사실을 딸에게는 얘기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여린 딸이 알면 무섬증에 그 집에 다시는 들어가지 못할 거라고 했다.친구는 죽은 이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생활했을 딸 걱정이 앞섰다. 딸에게 전화하니 신호가 두어 번 가기도 전에 끊기고, 도서관이라는 짤막한 문자가 온다. 잘 지내느냐고 답문을 보냈다. 더 이상 대꾸가 없다. 별일 없지? 라는 문자를 또 보내보지만 딸은 그 문자를 읽지도 않는다. 우리는 다시 황망했을 청년의 부모 걱정을 했다. 멀리 있는 자식에게 온 신경이 가 있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일이다. 세상 일이 내 자식을 중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라지만 정작 내 자식은 세상을 쫓아가느라 바쁘다.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잘 지내는지 밥은 잘 먹고 다니느냐는 친구의 말이 빙빙 돌아다녔다. 별일 없느냐는 말이 입안에서 몇 바퀴나 돌았지만 결국 하지 못하고 국은 있느냐고 물었다. 공부하다가 나왔다는 딸의 짜증 섞인 말이 폰 밖으로 튀어나온다. 며칠 전에 보내 준 것도 냉동실에 그대로 있다며 무슨 말이 하고 싶으냐고 되물었다. 친구는 차마 그 얘기는 못하고 대신 보고싶어서라고 한다.“왜? 옆집 얘기가 하고 싶은 거야? 그 집에 어젯밤에 다른 사람이 새로 들어오는 것 같던데?”지난번 집에 와서 엄마의 밥이 맛있다고 했던 그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일요일 오후, 모처럼만에 종일 늘어지게 잤던 딸은 배가 고파 일어났다. 냉동실에서 엄마가 보내준 국 뭉치를 꺼내 해동부터 시켰다. 치약을 짜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이사 후 처음 울린 초인종 소리에 놀랐다. 치약을 묻힌 칫솔을 세면대에 올려놓고는 문 앞에 서서 누구냐고 물었다. 경찰이라는 말에, 치아교정용 보철을 한 그녀는 마스크부터 찾았다. 현관문 걸쇠를 한 채 문을 열었다. 헝클어진 머리를 쓰다듬으며 내다보았다. 두 남자의 신분증을 확인했지만 걸쇠를 풀지는 않았다.그들은 그녀에게 옆집에 사는 사람을 아는지 아니면 본 적은 있는지 물었다. 한 건물에 열 몇 가구나 살고 있지만 아는 이가 한 사람도 없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벽에 뭔가가 부딪치는 소리라던가 싸우는 듯한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 않더냐고 또 물었다. 보철을 거쳐 마스크를 비집고 나오는 ‘아니오’라는 말을 그들은 알아듣지 못했다. 두 남자가 재차 물었다. 평소 몇 시에 집을 나가서 몇 시에 돌아오느냐는 둥 일거수일투족이었다.그녀는 옆집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지 않았다. 얼굴도 모르는 이의 사정 보다는 해동이 끝났다고 울리는 전자레인지 소리와 칫솔에 얹힌 치약이 욕실 바닥에 떨어질까 봐 신경이 쓰였다. 캐묻는 말과 짧은 대답이 몇 번 오간 후 경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에게 외국인이냐고 물었다.그들은 그에 대한 대답은 듣지 않고 돌아섰다. 왜 자기에게 외국인이냐고 묻는지를 알 길이 없는 그녀는 커다란 눈만 끔뻑였다. 걸쇠를 걷어 젖히고 고개를 내밀어 닫히는 엘리베이터를 쳐다보았다.친구는 지금껏 그 일에 대해서 한 마디도 하지 않은 딸에게 섭섭함이 몰려왔다. 원룸 주인에게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사를 가야 하나 어쩌나 고민하고 있는 친구에게 딸은 아무 일도 아닌 일로 자기 시간을 뺏는다는 투로 말한다. 주변의 일에는 관심 가질 시간적, 마음적인 여유조차 없이 살아가는 딸의 모습에 친구와 나는 한숨을 쉬었다. 어디 딸의 문제이기만 하겠는가. 쓸쓸히 생을 마친 청년의 일이기도 한 것을. 커다란 벽을 마주한 듯 가슴이 답답하다.

2023-08-16

스카우팅, 누구의 일인가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지나갔다. 낯선 이름의 국제행사에 대통령까지 관심을 보이니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정부가 깊이 관여하였다. 스카우트운동은 민간사회운동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적인 수련활동이기는 하지만, 본질은 여전히 보통사람들의 자발적인 사회운동이다. 주로 야외활동에 방점을 두고 진행되는 다양한 운동의 결과로 청소년들이 스스로 생존능력을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활동역량을 증진하며 공동체를 위한 봉사정신을 함양하게 된다. 필자의 오랜 해외경험에 비추어도 스카우트운동에 정부조직이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일은 그리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다만, 스카우트운동을 지켜보면서 지원하는 방식은 얼마든지 가능할 터이다.새만금잼버리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에 참여한 결과, 부정적인 부분에 대하여 책임소재를 놓고 시끄러울 판이다. 더욱 혼돈스러운 일은 책임 시비를 두고 정권이나 이념의 향배에 따라 편을 가르고 지방색을 극도로 드러내는 비난이 들리는 부분이다. 대한민국은 정부가 바뀌어도 같은 나라이어야 하며 지방정부에 책임이 있다면 이를 밝혀 시정하면 될 일이다. 어느 나라의 문제와 책임은 그 나라의 것일 뿐 ‘특정한 정권의 나라’에 귀속하지 않는다. 사회공동체의 사안을 어느 집단의 사안으로 바꾸어 시비와 정쟁을 일삼으면, 해결책의 도출은 고사하고 논쟁과 싸움의 이전투구만 거듭하게 되어있다. 실익과 결과가 보이지 않는 아귀다툼은 멈추어야 한다.길에서 새만금잼버리에 참가하였던 유럽 국가 청년들을 만났다. 생생한 느낌과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들 사이에도 생각과 의견이 달랐다. 전반적으로, K-콘서트가 인상적이었던 반면 스카우팅 본질에는 미흡하였다는 인상을 전해 주었다. 더위는 견딜 수 있지만 그늘이 없었던 건 힘들었다고 했다. 자연적인 난관은 얼마든지 이겨낸다는 스카우팅 운동의 실체를 엿들은 느낌이었다. 조금만 더 잘 준비하였더라면 그리 실패할 것도 없는 잼버리였을 모양이었다. 그르친 책임을 묻고 새롭게 만들어 갈 다짐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과도한 정쟁으로 혼돈스런 광경이 연출되지 않았으면 한다. 스카우트운동의 본질을 다시 찾아가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민간운동을 정권다툼으로 퇴색시킬 수는 없지 않을까.‘준비하라.’ 스카우트운동의 슬로건이라고 한다. ‘무엇이든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하여 몸과 마음으로 늘 준비하는 태도를 가지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다음세대 청소년들에게 어려움을 이겨내고 난관에 미리 대비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도록 이끄는 셈이다. 세계잼버리 행사가 늘 여름 한가운데 벌어지는 까닭이 아니었을까. 폭염과 태풍 등 기후조건에 대하여 사전에 보다 치밀하게 준비하고 대처하였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운동의 본질을 잘 이해하였다면 행사의 운영에 보탬이 되었을 터이다. 국민은 정치권의 끝모르는 아귀다툼에 지쳐간다. 정치권이 진정성있는 돌파구와 해결책을 찾아내는 정치적 효능감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청소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가 되어야 한다.

2023-08-16

동물의 복지와 권리

홍석봉 대구지사장 동물을 인간의 소유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3월 설문조사한 결과 ‘동물에게도 생명권 등 기본적인 권리가 있다’는 응답이 7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급증하면서 기존의 동물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사설농장 등에서 키우던 곰과 사자 등의 탈출 소동이 잇따르자 동물보호단체가 정부에 야생동물 사육 기준 강화를 요구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최근 대구 달성공원에서 탈출한 침팬지가 마취총을 맞고 숨진 데 이어 경북 고령에서 농장에서 키우던 암사자가 탈출 한 시간 만에 사살된 사건이 발생하자 야생동물 사육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방안 마련을 요구한 것이다. 사육 동물의 잇단 탈출은 관리부실과 열악한 시설 탓이 크다. 현재 전국 곳곳에 야생동물 사육·전시 시설이 산재하고 있으나 정부는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우리에서 탈출한 동물들은 대부분 사살된다. 산채로 포획되는 경우는 드물다.지난 14일 경북 고령군의 한 사설 동물농장에서 기르던 암사자 1마리가 탈출했다가 농장 인근에서 출동한 엽사와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지난해 12월 울산시 울주군 곰 사육농장에서 탈출한 반달가슴곰 3마리도 사살됐다.사자와 곰 등은 대부분 어린이 관람용으로 사육한다. 한때 웅담 채취를 위해 곰을 불법 사육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젠 거의 자취를 감췄다. 여름철 몸보신을 위해 개를 잡는 풍토도 찾기 힘들어졌다. 사람과 똑같이 감정과 고통을 느끼는 동물을 가둬놓고 구경하는 사설 동물농장 및 동물원도 시대 흐름에 따라 변할 때가 됐다. 동물의 권리에 대한 인식 변화가 가져온 현상이다. 동물의 복지와 권리까지 챙겨야 하는 세상이 됐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8-16

경북도 광폭외교, 지방외교시대 선도하길

본격적인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국제화 노력이 필수다. 지방자치단체의 국제화 수준이 곧 지방도시의 경쟁력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지자체의 국제화 노력이란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체육,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간의 교류 폭을 넓혀가는 것을 의미한다.코로나19 이후 파생한 경제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지금은 글로벌 도시간 경쟁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중앙 정부에만 의존하던 외교시대에서 탈피해 지방정부의 독자적인 외교가 주목을 받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국가 성장동력으로서 지방외교의 중요성이 인정받기 시작했고, 지속 가능한 지방정부시대를 열기 위해선 지방외교가 지방도시의 핵심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판매와 관광, 해외인력 유치에 이르기까지 지방외교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이철우 경북지사는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으로서 지난 5월 전국시도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방외교시대의 글로벌 브랜드 전략’이란 제목의 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지방외교의 중요성을 알리고 지방외교를 강화하는 데 전국의 지방정부가 앞장서자는 취지의 행사였다.이 지사는 연초 일본 오사카도민회 방문과 서유럽 방문 등 올들어 몇차례 외교세일즈를 펼쳤다. 일본 방문에서는 경북농수산물 수출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가 하면 한일지사회 재개 등 지방정치외교 분야에도 관심을 표시했다. 지난 5월 인도,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방문에서는 경북 농산물 교역과 함께 새마을 운동 전파, 경북 관광 등을 홍보하기도 했다.경북도는 일본을 비롯 미국, 호주, 독일, 영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 7개국 14개의 도민회가 결성돼 있다. 이들 도민회는 경북도의 해외 인적네트워크로서 중추적 역할을 한다. 경북의 국제화, 경북생산 제품의 수출협력, 관광 등에 있어 소중한 자원이다. 이달희 경제부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사절단이 베트남 등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경북도의 광폭외교가 지방정부 성장을 이끄는 핵심동력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2023-08-16

TK신공항 최종승인…착공절차만 남았다

정부가 지난 14일 국유재산정책심의위를 열고 ‘대구군공항 이전(기부대양여 방식) 사업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기부대양여 사업은 대구시가 새로운 군공항을 건설해 국방부에 기부하는 대신, 기존 군 공항 후적지는 국방부가 대구시에 넘겨주는 방식이다. 군공항 건설이후 착공되는 민간공항은 국토교통부가 국비로 짓는다.정부의 기부대양여방식 승인은 대구군공항(K2) 이전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통과와 같은 의미를 가진다. 정부가 군공항 이전 사업의 타당성을 공식 인정한 것이다. 군공항의 이전을 위해 지난 2014년 5월 국방부에 이전건의서를 제출한 후 9년 만에 이뤄진 성과다. 이로써 대구경북 미래 50년을 좌우할 핵심사업인 TK신공항 건설사업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도 오는 26일부터 시행된다.이날 기재부, 국방부, 국토부, 행안부 위원과 부동산·금융·도시계획·건축 분야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한 국유재산정책심의위에서는 기부대양여 방식의 적정성을 심의한 후 총사업비를 11조 5천억 원 규모로 확정됐다. 역대 기부대양여 사업비 중 최대 규모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추경호 경제부총리겸 기재부 장관은 “신공항 건설은 대한민국의 안보와 대구경북지역 발전을 동시에 달성하면서 인근 주민들의 60년 숙원도 해결하는 중요한 사업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민간이 긴밀하게 협의해 2030년까지 성공적으로 사업이 완료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와 대구시는 이날 정부의 최종승인에 따라 군공항 이전사업에 대한 합의각서 체결, 사업시행자 지정, 사업대행자 선정 등 후속 행정절차를 최대한 앞당겨, 2025년 착공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경북 군위군 소보면과 경북 의성군 비안면 일대에 들어서는 TK신공항은 대구경북을 우리나라 중·남부권의 중심지역으로 만드는 사업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이제 착공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오는 만큼, 신공항 건설과 후적지 개발을 담당할 사업자를 잘 선정해서 지금까지 제시한 비전들이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23-08-16

월경통과 두통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여성이라면 초경 이후로 따라다니는 고통이 하나 있다. 생리관련 질환 특히 월경통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은 아주 많다. 막 생리를 시작한 청소년부터 아이를 가진 여성까지 많은 여성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질환이다. 가임기 여성의 자궁내막이 주기적으로 분비된 호르몬에 의하여 증식하여 배아의 착상을 준비하는데 임신이 되지 않으면 자궁내막이 저절로 탈락되는데 이를 월경이라고 한다.자궁내막의 증식으로 복부에 불쾌감이 생기고 호르몬 변화로 인해 감정변화와 더불어 신체 변화가 나타나고 자궁내막의 탈락으로 인한 자궁근육의 강한 수축으로 복부의 통증 혹은 그 주위 골반이나 허리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심한 경우 두통 어지럼증 구역 구토 위장장애까지 생긴다. 단순 자궁의 변화로 인해 발생하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양한 증상이 생기고 주로 자궁이 있는 골반부 근처에 문제가 많이 생긴다. 한의원에선 생리전 증후군, 생리시 복통과 요통증이 심해서 내원하고 아주 심한 경우는 구토, 두통 혹은 전신 몸살로 하루 종일 누워 있는 경우도 있다.자궁의 변화가 생기면 주변 허리쪽의 장요근 즉 대요근 소요근 장골근의 변화가 생기고 필연적으로 골반통과 요통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때 쉬어줘야 하는데 일을 하고 몸이 좋지 않은 현대인들은 그 고통이 심할 수가 있다. 보통 산부인과에서 검사를 하고 오는 경우가 많으며 한의원에 오는 경우는 치료가 되지 않아 내원한다. 대부분은 10대에서 30대이고 이를 지나면 갱년기 쪽의 문제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아진다.치료는 환자의 증상과 몸 상태에 따른 한약을 쓰게 되는데 기본이 간을 깨끗하게 하고 열을 내려 주는 시호관련 약재를 군약으로 쓰게 되고 추가로 어혈을 내려 주는 한약재를 같이 넣어서 처방을 한다. 한방에선 간과 자궁의 상관 관계를 아주 크게 보는데 간을 깨끗하게 하면 피가 맑아지고 피가 맑아지면 자궁이 깨끗해 진다고 본다. 보통 3개월 전후 복용을 기본으로 하고 치료를 하는데 대부분 이정도면 큰 고통은 없이 일상생활은 가능해진다. 아주 심하면 6개월까지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그리고 흔히 아는 복통과 요통만이 아니라 특이하게 생리때만 되면 극심한 두통과 구토 속미식거림 등을 호소해서 오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정말 고통을 많이 받는 경우로 사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좋아지는 경우가 없어 포기하고 사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일반적인 약재를 써서는 효과를 보기 힘들다. 이런 환자들은 대부분 체력은 아주 약한 편이고 추위를 타고 손발이 차며 배가 차다. 한의원에도 소개로 오는 경우 말곤 보기 힘든 경우이다. 이럴 때는 오수유를 군약으로 하는 약재를 처방하면 탁효를 보는 경우가 많다. 단점은 너무 써서 먹기 힘든데 보통 한달만 먹어도 환자들이 느끼는 고통은 확연히 줄어든다. 3개월 정도 복용 후 증상이 개선되면 일년에 한두번 보약을 먹는다 생각하고 컨디션이 떨어질 때마다 약을 복용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매운 음식을 금하고 단백질을 적당히 복용, 그리고 야채를 많이 먹으면 좋다. 탄수화물은 줄이고 설탕은 무조건 적게 먹으면 도움이 된다.

2023-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