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인류를 위협하는 것은 정말 AI일까?

최근 미국의 비영리단체 ‘퓨처 오브 라이프 인스티튜트’(이하 FoLI)에서 ‘거대 AI 실험 일시중지 공개서한’을 공개했다. 서한의 주된 내용은 AI 기술이 갖는 위험성이 인간의 통제 가능 범위를 벗어났다는 것. 따라서 전 세계의 AI 개발사들이 6개월 동안 ‘GPT-4’ 이상의 강력한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를 중단하고 이에 대한 윤리적, 철학적, 과학기술적 모색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FoLI의 입장이다.서한이 공개되었을 때 대중을 놀라게 했던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 스티브 워즈니악(애플 창업자), 유발 하라리(역사학자) 등 업계의 유명인사 및 석학들이 이 서한에 참여했다는 사실. 다른 하나는 AI 기술이 갖는 위험성이 현실적 문제로 다가왔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는 다만 SF 영화의 설정 정도로 치부되었던 AI 기술이 인류에게 핵무기, 인간복제 기술과 같은 현실적 위협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때문에 FoLI는 인간과 경쟁하는 AI는 사회와 인류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최소 6개월 간 AI 시스템 훈련을 중단하고, 그 기간 동안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에 의한 감시, 감독을 위한 안전 프로토콜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하지만 업계는 이 서한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AI 기술 개발 일시 중단이 궁극적인 문제 해결 방안은 아니라고 말하며, 중단을 수행할 주체는 누구이며 모든 기업과 국가에게 강제할 수 있는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워싱턴 대학 컴퓨터공학 명예교수 페드로 도밍고스는 반세기 이상 사용된 인터넷 기술에 대한 규제 및 제한조차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AI 기술에 대한 규제 방안을 6개월 안에 만든다는 것이 가능한지 현실적인 측면을 지적한다.물론 AI 기술이 갖는 위험성은 분명 현실적인 것이다. 가령 노동 시장을 예로 들자면 최근 중국의 경우 AI 기술의 도입에 따라 약 200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하였으며, 미국의 경우 근시일 내에 전체 일자리의 1/4에 해당하는 약 3천600만 개의 일자리가 AI에 기반한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체될 전망이다. 특히 인적 관리 측면에서 대다수의 플랫폼 노동자들이 AI에 기반한 알고리즘 시스템에 의한 관리 속에서 노동에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면, 노동시장은 이미 AI 기술로 인해 그 저변에서부터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하지만 대중이 느끼는 AI의 위험성을 마냥 현실적인 것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AI의 위협은 분명 현실적인 것이지만, 공포감은 SF 영화를 비롯한 창작물에서 기반한 비현실적인 것이라는 생각. 물론 새로운 기술의 발달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발생시켜 인류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은 의학 분야와 군사 관련 분야에서 초래된 경험적인 것이겠으나, AI 기술의 실질적 위험성에 대한 대중의 체감에는 인간이 아닌 이종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SF적인 과장이 뒤섞여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러한 비현실적인 공포가 이미 일어난 노동시장과 컨텐츠 시장에서의 변화를 은폐한다는 사실이다. 축약해 말하자면, 상당수 노동자는 이미 AI 기술로 인해 변화한 시스템에 종속돼 있으며, 소비와 향유 역시 알고리즘에 의해 제어되고 있다. 그럼에도 AI가 근미래에 인류에게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은 대중의 비현실적 공포를 부추기는 동시에, 대다수의 인류가 처한 실질적인 종속과 지배의 구조를 비가시화시키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더불어 지금 AI 기술에 반대하고 있는 기업가들이 실질적인 AI 기술 시장의 잠재적 참여자들로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주장이 과연 인류라는 대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각 기업의 사적 이익의 추구를 위한 것인지 모호하게 만든다.물론 신기술의 개발과 발전에 따른 부작용은 인류가 늘 주의해야 하는 사안. 우리는 이미 핵무기를 통해 인류가 통제할 수 없는 기술이 인간에게 미치는 해악에 대해 알고 있다. 하지만 AI 기술의 발전을 둘러싼 담론에는 어딘가 석연찮은 게 있다. 여기에서 충돌하고 있는 것이 과연 ‘인간’의 가치를 비롯한 정신적인 가치들 뿐인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시장의 개척과 형성을 둘러싼 거대 기업들의 각축인 것일까.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것은 실질적인 위협일까, 아니면 무지에서 비롯된 비이성적인 공포일까. 공포를 부추기고, 공포를 먹고 사는 누군가가 있는 건 아닐까. 우리가 의심해야 하는 것은 AI 기술일까, 아니면 기술 담론의 참여자들일까.

2023-05-30

수식에 잡아먹히지 않기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와 ‘새벽의 약속’ 등의 작품을 남긴 로맹 가리는 말했다. “나는 삶을 살아가기보다는 내 삶에 의해 살아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내가 삶을 선택했다기보다는 삶의 대상이 되었다는 느낌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덧붙인다. “사람들이 나에 관해 쓰는 모든 것에서 매일 나를 보지만 나는 내가 끌고 다니는 그 이미지 속에서 결코 나를 알아보지 못합니다.”로맹 가리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에밀 아자르를 빼어놓을 수 없다. 어느 날 혜성같이 등장한 신인 작가 에밀 아자르는 자신의 이름 이외에 어떤 것도 밝히지 않는다. 그는 ‘자기 앞의 생’이라는 작품을 발표하고 대중적인 흥행과 동시에 작품성까지 인정받게 된다. 1980년에 로맹 가리가 권총 자살을 하면서 놀라운 진실이 밝혀지게 된다. 에밀 아자르가 사실은 로맹 가리였다는 사실이다.어쩌면 예견된 일일지도 몰랐다. 에밀 아자르의 정체에 관해 추측하던 사람들은 문장과 문체의 유사성에 집중하면서 그가 로맹 가리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어놓았다. 그러나 일부 평론가와 기자들은 “로맹 가리는 그런 글을 쓸 능력이 없다”고 말했고 “로맹 가리는 이미 끝난 작가. 그가 그런 글을 썼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라도 단언하기도 했다.로맹 가리는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이라는 글을 썼다. 거기에 그는 책을 어떻게 출판할 것인지에 관한 지침을 적어놓았다. “사람들이 만들어 준 얼굴”이 작가를 얼마나 구속할 수 있는지를 말하며 그를 두고 떠들어대던 사람들의 오만함을 고발한다.이것은 비단 한 작가의 일화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만들어 준 얼굴”은 우리에게도 존재하며 일상적인 삶에서 쉽게 엿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불량한 태도로 학교에서 모두에게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는 학생이 있다. 그의 이름을 말하면 모두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러던 어느 작문 시간, 놀라우리만치 아름다운 이야기를 과제로 내어놓은 학생이 있다. 이름을 지우고 진행된 평가이기에 그 작품이 누구의 것인지 아무도 몰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은 불량 학생의 작품. 그 역시 자기 작품이 그렇게까지 좋은 평가를 받게 될지 몰랐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그날 이후로 불량 학생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쓰는 학생으로 불릴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이전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작가의 꿈을 꾸게 될 수도 있다. 이렇듯 자기를 꾸며주는 수식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사람들이 처음부터 그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불량한 학생의 글을 마음 다해 꼼꼼하게 읽어봤을까? 더 나아가 그것이 정말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을까?그것도 나고, 저것도 나다. 타인의 평가 혹은 사회적 시선, 그것도 아니면 나 자신이 스스로 만든 울타리에 갇혀서 우리는 진짜 내가 누구인지 잊어버리곤 한다. 우리는 평생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수식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더 좋은 대학 출신이 되고 싶고, 더 좋은 직장에 다니고, 더 좋은 곳에서 살고 싶다. 그런 것들이 나를 더 대단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그러다가 예기치 못한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내가 만든 수식에 내가 잡아먹히게 되는 것이다. 본질이 사라지고 수식만 남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자신을 소개할 때, “저 삼성 다니는 사람입니다”라고 외치는 사람을 보면 어쩐지 불편해진다. 그런 식으로 자신이 온전히 설명될 수 있다고 믿는 건 두려운 일이다.그렇다면 진정한 ‘나’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로맹 가리조차 자신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가늠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가끔은 나 자신의 시선마저 신뢰하기가 힘들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라는 건 허상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찾아보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무슨 말을 들었을 때 행복한지, 어떤 작가의 책을 읽었을 때 가슴이 뛰는지. 그런 작업이 지속되면 자연스레 나만의 중심이 잡힌다.삶을 살다 보면 인생의 물살이 우리를 밀어주기도 하고 방해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물살에 휩쓸릴 순 없다. 스스로 중심을 잡고 전진해야 한다. 타인의 시선을 인지하되 거기에 매몰되지 않을 힘이 생길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조금이나마 똑바로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2023-05-30

포스코 수소환원제철소 건설 첫발 내딛는다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소 부지 확보를 위한 첫 절차인 주민합동설명회(포항시 남구 호동 근로자종합복지관)가 내일(1일) 열린다. 설명회는 국토부 주관으로 개최되며, 이 자리에서는 지난 24일부터 주민공람이 시작된 ‘포항국가산업단지(수소환원제철 용지조성사업)변경안’의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교통영향평가서, 재해영향평가서에 대한 주민의견을 듣는다. 수소환원제철소는 주민설명회 후 산업단지심의위원회 승인을 얻어 내년 6월쯤 호안축제공사에 들어가며 2030년 1차 용지가 조성된다. 포스코는 1차 용지가 조성되면 곧바로 수소환원제철 상부시설 공사에 들어간다. 기존 고로를 대체할 수소환원제철소 건설은 포스코로선 제2의 창사와 다름없는 대역사다. 만성적인 부지난을 겪고 있는 포항제철소는 그동안 최첨단 철강시설을 짓지 못했으며, 이로인해 여유부지가 많은 광양제철소 쪽으로 포스코의 투자가 편중돼 포항시민들의 불만을 샀다.정부목표에 맞춰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는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소 조기 상용화가 절실하다. 수소환원제철은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화석연료는 철광석과 화학반응하면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만, 수소는 물이 발생하기 때문에 탄소배출이 없다. 포항철강공단을 비롯한 철강기업들도 수소환원제철소 용지조성사업 착공 여부가 지역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시민사회의 여론을 주시하고 있다.공유수면 매립절차를 밟는 과정에서는 많은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 2020년 4월 포스코가 포항제철소 공유수면 매립 계획을 정부에 제출하자 지역 환경단체와 해수욕장 상인회 등이 반발한 적이 있다. 현재 포항제철소의 부지난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앞바다 공유수면을 메우는 길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철강산업 특성상 별도의 지역에서 장치시설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소 건설사업은 포항으로선 또 다른 대기업 유치와 다름없는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2023-05-30

포스텍 의대설립… 논리적 타당성이 중요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주 포항출신 김정재·김병욱 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포스텍 연구중심 의대 설립 정책토론회’는 상당히 타이밍을 잘 맞춘 행사였다.연구중심 의대의 핵심분야인 바이오산업 동력확보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데다, 최근 의사정원 확대가 민감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대구·경북 시도민은 특히 지난 2020년 대유행한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상급(대학병원) 의료기관과 백신산업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열이 펄펄 나는 코로나 환자 수천명이 병실이 없어 입원하지 못하고 집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때, 우리 사회는 의료시스템 마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절실하게 느꼈다. 그리고 미국의 제약회사인 화이자와 모더나가 백신개발에 성공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우리는 바이오산업 선진국을 얼마나 부러워했던가.국회 토론회 방향을 ‘한국형 보스턴 클러스터 첫걸음’으로 잡은 것도 적절했다. 미국 보스턴 클러스터에는 세계 바이오산업을 이끄는 제약회사와 명문대학이 몰려 있다. 모더나와 바이오젠 등 글로벌 제약회사, 하버드대와 MIT, 매사추세츠종합병원 등이 보스턴 클러스터의 핵심멤버다.보스턴 클러스터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대학을 중심으로 우수 인재가 모이고, 바이오 벤처 창업이 확대되면서 세계적 신약기업들이 탄생했다. 포스텍 연구중심 의대 설립이 현실화되면 포항이라고 해서 세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김철홍 포스텍 의과학전공 주무교수가 토론회에서 포항지역 의료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미래산업을 제안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왔다. 김 교수는 포항지역 내 병원들이 ‘포스텍 협력병원’으로서 네트워크를 만들고, 여기에 바이오 헬스 기업 등이 더해져 ‘바이오 헬스 클러스터’를 구축할 수 있다고 했다.토론회에서는 포스텍 의대 설립 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김무환 포스텍 총장)가 챙겨야 할 주요과제도 제시됐다.‘포스텍이 의대를 설립할 역량이 있느냐’ 여부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일이다. 포스텍이 계획하고 있는 교육과정은 ‘2-4-2’(MD-PhD-MD) 커리큘럼이다. 임상실습 전 기초의학과 임상이론 등을 2년간 교육받고, 4년간 전일제 연구프로그램을 통한 박사과정 후, 다시 2년간 의무석사과정으로 돌아와 임상실습 교육을 마치는 과정이다. 정원은 50명이다.의사과학자의 자질을 담보하려면 무엇보다 교수 규모와 수준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신찬수 한국의과대학 이사장이 “현재 포스텍에 290명의 전임 교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말씀하신 수준의 의대를 유지하려면 200명가량의 신임 교수를 채용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장이 다소 섞이긴 했지만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서는 분야별 우수 교수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포스텍이 이를 위한 준비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연구중심 의대 설립이 성사되려면 반드시 재원확보를 비롯한 논리적 타당성이 전제돼야 한다.

2023-05-30

나랏돈

우정구 논설위원 우리 사회에 “나랏돈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유행한 것은 꽤 오래전부터다. 나랏돈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줄줄 샌다는 뜻인데도 그런 나쁜 관행이 지금도 여전한 모양이라 걱정이다.나랏돈은 엄밀히 따지면 국민이 주인이다. 국민 주머니서 나온 세금으로 국가가 살림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을 대신해 국가 공직자가 그 돈으로 나라 살림을 살아가는데, 알뜰살뜰 살지 않으면 국민의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국민이 낸 세금을 잘 쓰고 있는지 감시하고 감독하는 곳은 국민이 뽑은 국회다.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지역구를 대표해 국민이 낸 세금이 적재적소에 쓰이고 있는지 행정부와 국가기관을 감시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우리나라 예산 규모도 이제 600조원을 넘었다. 선진국 반열에 들면서 복지비 등 쓸 곳이 많아진 탓이다. 하지만 규모가 큰 만큼 돈이 짜임새 있게 설계돼 필요한 곳에 제대로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운영하고 감시하는 국가 시스템이 잘 작동되는 나라를 선진국이라 한다.감사원이 최근 정부 지원 비영리 시민단체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결과, 10개 민간단체 대표 등이 국고보조금을 임의대로 횡령하고 마구잡이 쓴 것이 밝혀졌다. 일부 민간단체는 대표자의 자녀 사업비나 주택 구입비로 국가 돈을 사용한 것이 드러났고, 가족들은 그 돈으로 콘도나 골프를 했다고 한다. 또 정부가 사회보장 수단으로 지급하는 실업급여를 타내기 위해 편법과 도덕적 해이가 난무하면서 고용보험기금도 이제 바닥을 드러냈다고 한다.나랏돈 빼먹기에 혈안이 된 사회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5-30

글로컬대학 신청, 사활 건 변혁만이 살길

정부가 비수도권 대학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글로컬대학30은 학령인구 감소로 존망위기에 몰린 지방대학을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육성해서 대학이 지역사회를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프로젝트다.이 계획에는 대학 내부의 과감한 자기 혁신을 전제조건으로 한다. 학령인구 감소, 소멸위기의 지역사회와 산업구조 변화에 대학이 자율적이고 담대한 대응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정부는 글로컬대학을 2027년까지 30곳을 선정하고 선정된 대학에 대해서는 한 곳당 1천억원 이상의 국고를 지원한다. 올해 먼저 10곳 내외를 선정할 예정이다.대구와 경북에서도 글로컬대학 신청 마감을 두고 통폐합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경북대와 대구교대, 계명대와 계명문화대, 영남대와 영남이공대는 통합방식으로, 대구대와 대구가톨릭대, 경일대는 연합방식으로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적으로 많은 대학이 비슷한 방식으로 글로컬대학 신청에 나서고 있어 어느 대학이 어떤 자기변혁을 통해 대상 대학으로 선정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이 계획을 발표하면서 “자기 희생을 각오하는 대학에 예산을 줄 예정”이며 “총장이 담대한 구조개혁을 주장해도 교수들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밀어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구성원 모두가 대학이 생존할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의기투합해야 한다는 뜻이다.지금 지방의 대학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수도권 대학에 밀리고 학령인구 감소에 따돌려 존폐기로에 서 있다. 정부도 지방의 대학을 살리기 위해선 앞으로 10∼15년이 골든타임일 것으로 내다보고 글로컬대학이라는 프로젝트를 제시한 것이다. 교육부의 글로컬대학은 될성부른 지방대학에 예산을 주고 정부와 지자체가 밀어 세계적 대학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글로컬대학이 지역균형발전의 거점이 돼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글로컬대학에 참여할 뜻이 있는 대학이라면 정부 정책에 마지못해 따라가는 식으로 대응해서는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 우리지역 대학의 대전환 의지가 남달라야 한다. 지자체와 지역사회도 관심과 애정으로 격려해야 한다.

2023-05-30

성숙한 인공지능을 기다리며

이상산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장 인공지능의 시대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통해 학습한다.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는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할 토대가 되었다. 학습에 사용할 데이터는 양적으로 폭발하고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정보는 이런 데이터의 양과 다양성 증가에 일조하고 있다. 그런데 SNS에 게시되는 데이터는 자신이 원하는 모습만 노출하기에 편향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이런 데이터에 매몰된 우리는 편향과 오류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의 견해를 더욱 강화하는 근거로 삼기도 한다.인공지능의 시대, 특별히 생성형 인공지능이 열어놓은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기술 발전의 대열에서 뒤처지지 않아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기술만능주의에 빠지고 있지는 않은지 유의해야 한다. 인공지능 분야 새로운 기술이 출현하더라도, 그 기술은 불가피하게 데이터에 의존하게 된다. 또한 효과적인 생성형 인공지능의 학습 과정에는 인간의 평가가 매우 중요한 단계이다.보여주고 싶은 것만 노출하는 SNS, 대화와 토론 없이 자신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온라인 매체들에 포위된 우리는 편향된 데이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데이터는 대상을 관찰하고 인식하는 주체의 관점을 반영한다. 편향을 줄이려면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인식의 한계로 관찰하지 못한 영역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직까지의 인공지능은 지식의 가공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접근 가능한 데이터에 의존하고, 모델이 예측한 결과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평가 또한 필요하다. 그러므로 인공지능의 신뢰도는 사용한 데이터의 품질과 평가에 참여한 인간의 수준에 따라 편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인공지능이 생성한 불완전하거나 악의적인 정보로 인한 사회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국회에서 문체위 소속 이상헌 의원이 대표 발의한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이 법률개정안은 인공지능으로 제작된 콘텐츠를 공개할 때 인공지능에 의한 제작물임을 표기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입법 취지에 무책임한 생성형 인공지능의 오남용을 방지하려 한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에서 이와 같은 입법 활동이 활발하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이 장기적으로 근거 데이터와 학습 방법을 밝힐 수 있는 책임 있고 신뢰할 수 있는 기술로의 발전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오늘날 인공지능은 사용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로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는 지식의 영역을 다룬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에 인공지능에게 공감과 지혜를 기대할 수 없다. 편향 없는 데이터에 기반하고 성숙한 인간이 평가에 참여해야 바람직한 인공지능의 개발이 가능하다. 오늘의 인공지능은 힘은 세지만 지혜가 부족한 사춘기 모습이다. 기술이 견인하고 법과 제도가 틀을 잘 잡아야 균형 잡힌 인공지능이 가능하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내일, 성숙한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기대한다.

2023-05-30

5월을 보내며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보리누름의 즈음에 초목은 더욱 푸릇푸릇하다. 눈길 닿는 곳마다 온통 푸르름인데 군데군데 맥랑(麥浪)이 이는 들판엔 누렇거나 갈빛을 띄며 보리가 익어가니 이른바 맥추(麥秋)이다. 푸르른 초목의 캔버스에 누런 보리물결의 채색은 선명하면서도 대조적이다. 강물이 푸르니 새가 더욱 희게 보이고(江碧鳥逾白) 산이 푸르니 꽃빛이 불타듯 더욱 붉게 보이는 것(山靑花欲然)처럼, 이따금씩 배경의 빛깔이나 상태에 따라 어떤 사물과 대상이 두드러지거나 각광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강둑에 줄지어 서서 노란 웃음꽃을 피우는 금계국도 대조적인 인상을 준다. 연녹색과 초록의 줄기에 돋아난 잎들 사이사이로 샛노란 꽃을 아기자기하게 품고 피우며 가볍게 살랑거리는 자태는 앙증스럽기만 하다. 꽃이 피기 전까지는 길섶의 들꽃이나 야생초쯤으로 여겨져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다가, 하나씩 노란 꽃잎을 흔들며 길손을 반기고 온몸으로 환호하니 자연히 눈길이 머물 수밖에 없다. 이처럼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때때로 배경이 되거나 어쩌다가(?) 주연으로 부각되는 기회가 있기도 할 것이다.“더 열심히 파고들고/더 열심히 말을 걸고/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더 열심히 사랑할 걸….//반벙어리처럼/귀머거리처럼/보내지는 않았는가/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사랑할 것을….//모든 순간이 다아/꽃봉오리인 것을,/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시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중어쩌면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모양과 빛깔과 향기로 하루하루 자신만의 꽃봉오리를 피워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수많은 풀과 꽃과 나무가 어우러져 꽃밭을 이루고 숲을 키워가듯이, 각양각색의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 ‘개성의 꽃’을 피우며 사회를 조화롭고 아름답게 가꿔 나가는 것이리라. 꽃을 피운다는 것은 에너지를 응축시켜 절정으로 치닫는 것이다. 노력하고 인내하고 도전하고 진취하면서 자신의 의지와 재능을 한껏 불살라 꿈을 향한 도움닫기를 줄기차게 펼치는 것이다.불꽃놀이는 꿈의 결정체를 벅차고 강렬하게 터뜨려서 순간적이지만 스러져서 외려 아름다운 불꽃예술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꿈이나 꽃이 피어나는 과정의 형상화를 불꽃으로 승화시켜 ‘찰라 예술’로 연출함으로써 생생한 감동과 흥미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난 주 형산강 둔치에서 4년만에 열린 ‘2023년 포항국제불빛축제’에 25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갈 정도로 호응이 컸다. 명실상부한 전국 3대 불꽃축제의 면모를 보이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코로나19 태풍으로 힘든 나날을 보낸 포항시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불빛을 선사했다.감사와 사랑으로 5월을 마무리하며, 마침 6월부터는 ‘노 마스크’에 이어 ‘격리’도 해제되어 사실상 40개월만에 엔데믹(감염병의 풍토화) 전환에 진입하니 완전한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 나누고 베풀며 아끼고 챙겨주는 배려의 꽃이 찬란한 기쁨의 폭죽으로 옴팡지게 터지길 기대해본다.

2023-05-30

‘대구경북 인공위성’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연구본부장 지난 5월 25일 오후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또한 우리 기술로 제작된 위성 8기를 싣고 고도 550㎞까지 진입하여 모든 위성을 목표 궤도인 여명-황혼 궤도에 분리했다. 곧이어 분리된 8기의 위성 중 주 탑재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와 쌍방향 교신에 성공하였다. 이로써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조건인 누리호의 목표 궤도 정상 진입과 주 탑재위성의 정상 작동을 모두 충족한 것이다. 이번 결과는 1993년 6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발사한 KSR-Ⅰ호 이래 30년 만의 쾌거이다.한국 최초의 인공위성은 1992년 초보 수준의 과학위성 우리별 1호이다. 이때는 5개월이나 지나 정식으로 궤도에 진입하여 작동을 시작하였으나 이번에 쏘아 올린 차세대 소형위성 2호는 바로 궤도 진입 후 작동을 시작했다. 이번 성공을 계기로 우리나라는 실용급 위성의 우주 수송능력을 갖춘 미국, 러시아 등 6개 나라에 이어 7번째 국가로 우주강국 G7에 들어가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독자적으로 지구를 비롯한 우주 전체를 실험하고 연구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우주산업과 이와 연계된 비즈니스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이번 발사체 누리호와 8개의 인공위성은 상업용 우주선과 위성으로 나아가는 첫 단계로 의미가 크다. 이번 8개의 인공위성은 북극해빙변화, 산림생태변화, 해양환경오염탐지 등 지구관측이나 우주의 날씨 변화, 방사능 분포 탐지 등 순수 연구목적이 대부분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운영하는 주요 인공위성은 KOMPSAT 시리즈(지상관측), 천리안 시리즈(기상 및 환경), KITSAT 시리즈(교육및실험), COMS(통신, 해양, 기상), 넷츠 시리즈(통신 실험), 아리랑 시리즈(국방, 지상 관측) 등 다양하나 상업적 활용은 제한적이다.상업용 인공위성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며, 통신 위성, 위성 방송, 지상 관측 위성, 탐사 및 과학 위성 등으로 분류된다. 통신 위성은 글로벌 통신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인텔사트(Intelsat), SES 등이 주요 서비스 제공자이다. 위성 방송은 TV와 라디오 등을 위성으로 전송하여 방송되며, 디렉TV, 스카이 등이 대표적인 서비스 제공자이다. 지상 관측 위성은 기상 예보, 환경 모니터링 등에 활용되며, 랜드사트, 스푸트니크 등이 주요한 위성이다. 탐사 및 과학 위성은 우주 탐사와 천문학적 연구를 위해 사용되며, 히슬리 암스테드, 찬드라얀-1 등이 대표적이다.이러한 상업용 인공위성들은 지역개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위성 통신은 지역 사회의 디지털 접근성을 높여 비즈니스,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혜택을 제공한다. 위성 방송은 지역의 문화 콘텐츠를 널리 보급하여 관광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촉진한다. 지상관측 위성은 자원 관리, 환경 모니터링, 재난예방 등을 통해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원한다. 다가올 미래에는 대구경북지역의 농림수산업 지원 및 도시 관리, 재난·재해 대응과 탄소 모니터링 등에 특화된 ‘DGSat(대구경북 인공위성)’의 운영이 기대된다.

2023-05-29

25만 찾은 포항 불꽃쇼, 국가 대표축제 다웠다

전국 3대 불꽃 축제이자 전국 유일하게 포스코 야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포항 국제불꽃축제가 성황리 막을 내렸다. 27일 포항시 남구 형산강 체육공원 일원에서 열린 포항 국제불꽃축제에는 25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불꽃축제로서 면모를 과시했다.특히 불빛축제 내용뿐 아니라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성숙한 관람질서가 유지됐고, 지역경제에도 힘을 불어넣는 경제효과도 톡톡히 발휘됐다. 코로나19와 태풍 힌남노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포항시민에게 모처럼만에 희망의 불빛을 선사한 행사다.포항시 등에 따르면 메인 이벤트장에만 12만명, 인근의 부대행사장을 찾은 인파를 포함하면 모두 2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불빛축제를 즐겼다. 축제기간동안 공무원, 경찰, 민간단체 인력 등 1천명이 넘는 안전관리 요원들이 질서유지에 나섰고, 시민들의 높은 질서의식이 이에 호응하면서 단 한건의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이강덕 시장은 “성숙한 시민의식 덕분에 축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또 행사기간 동안 전국에서 많은 인파가 찾아오면서 경제적 효과도 컸다. 행사장 주변의 시장과 상가 등은 물론이요 영일대 해수욕장과 죽도시장 등 주요 관광지마다 인파가 넘쳐 거리는 활기로 가득했다. 지역대표 별미인 포항삼합꼬치는 1만6천인분이 팔렸다고 한다. 숙박업소들도 대부분 만실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포항 국제불빛축제는 세계적인 철강도시의 이미지를 살려 ‘불과 빛’을 테마로 2004년부터 진행해 왔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면서 2019년 이후 행사가 일시 중단됐으나 4년만에 재개한 것이다.최근 지역마다 경쟁적으로 열리는 축제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문화산업으로 인식되면서 경제적 가치와 놀이문화가 공존하는 행사로 주목을 받는다. 행사의 규모와 기획에 따라 지역을 대표하거나 전국적 행사로 거듭나기도 한다. 포항 국제불빛축제는 어느모로 국가대표 축제로 부족함이 없다. 25만명이 참여한 이번 행사로 그 진면목이 드러난 만큼 전국 최고 축제로 거듭나는 노력을 경주해 나가야 할 것이다.

2023-05-29

TK, 이제 ‘기회발전특구’ 지정에 올인하라

정부가 지난해 발의한 ‘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이 지난주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률은 윤석열 정부 지방 정책을 총괄할 지방시대위원회 출범 근거를 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14일 ‘지방자치’와 ‘국가균형발전’을 총괄하는 지방시대위 발족을 위해 이 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여야 갈등으로 출범이 장기간 미뤄졌다.아쉬운 점은 법률 핵심내용인 ‘교육자유특구’ 조항이 빠진 점이다. 민주당은 법안 중 교육자유특구 조항을 삭제하는 조건으로 특별법 통과에 합의했다. 교육자유특구는 학생선발·교과과정 개편 분야에서의 규제 완화와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 확대, 교육 공급자 간 경쟁을 통해 비수도권에서도 다양한 명문 학교가 나올 수 있도록 배려한 제도였다. 비수도권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자녀 교육문제 때문인데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정책이 특별법에서 삭제된 것이다.지방시대위 공식 출범은 7월 중순쯤으로 예상된다. 이 위원회 위상은 대단하다. 13개 부처 장관과 국무조정실장이 당연직 위원이다. 시도지사협의회,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등 지방 4대 협의체 대표도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초대 위원장은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전 대구가톨릭대 총장)으로 내정돼 있다.지방시대위는 출범이 늦어진 만큼 속도를 내서 비수도권을 살릴 수 있는 과감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법률내용 중 지자체가 가장 중요시해야 할 부분은 기회발전특구 선정·운영에 관한 조항이다. 기회발전특구는 비수도권 지자체와 기업이 협의한 후 정부가 지정하는데, 특구로 이전하는 기업과 직원에겐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 등의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준다. 비수도권 지자체로서는 둘도 없는 기회다. 만약 대구·경북이 기회발전특구 지정에서 탈락할 경우 곧바로 다른 지자체와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 인구소멸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이미 지방시대위 출범에 대비하고 있겠지만, 반드시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

2023-05-29

비행기 비상구

홍석봉 대구지사장 여객기의 좌석은 중간 중간에 1열 정도 빈 좌석열이 있다. 통상 비상구를 내기 위해 비워둔 곳이다. 이 곳 뒷 자리는 자연히 공간이 넓다. ‘비상구 석’으로 불리는 이 자리는 항공 여행객들의 선호도 1순위다. 비상구 석은 앞 좌석이 없고 다리를 뻗을 수 있어 일부 항공사는 일반 석보다 비싼 값에 판매하기도 한다.대부분의 항공사는 이 좌석은 예약시 좌석 지정이 불가능하다. 비상구 옆 좌석이라 체크인 카운터에서 건강한 성인 남성 위주로 배정한다. 상당수 항공사는 비상구 좌석 배정 조건으로 영어에 능통할 것을 요구한다. 비상 사태 발생 시 이 자리에 앉은 승객이 승무원의 지시 사항을 알아듣고 비상구를 열고 다른 승객들이 비상구로 대피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고려한 것이다.지난 26일 제주에서 대구로 오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서 대구공항 착륙 직전 213m 상공에서 30대 남성에 의해 비상구 출입문이 열리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외신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올 초 러시아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월 이르아에로 항공 전세기가 러시아 동부 한 공항에서 이륙 직후 뒷문이 열려 회항한 사례가 있다. 민항기가 개문 운항한 사례는 국내 처음이다. 국내에서 두 차례 항공기의 비상구 개방 사고가 있었으나 모두 운항 중이 아닌 주기, 또는 지상 이동 중 발생한 사고다.항공보안법에 승객은 항공기 내에서 출입문, 탈출구, 기기의 조작을 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반시 출입문을 조작한 사람은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아시아나 항공은 사고 후 같은 기종의 비상구 옆 좌석 판매를 중단했다고 한다. 황당무계한 사고가 잦다. 요지경 세상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5-29

자본의 사생활, 편의점에 진열된 인생

김애란 작가의 소설집 ‘달려라, 아비’의 표지. 동네마다 자리했던 슈퍼나 작은 구멍가게들을 대신해 어느새 전국 곳곳에 모두 같은 모양과 같은 구성을 하고 있는 편의점이 들어찬 시대가 되었다. 밤새 운영한다는 의미의 ‘편의(convenience)’는 이미 우리의 일상에서 당연한 것이 되고, 이젠 편의점 없는 한국 사회는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아마 몇십 년, 몇백 년이 지난 뒤 남아 있는 한국 사회의 풍경을 회고한다면, 아파트와 편의점이라는 공간을 빼고는 어려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되었다. 어느 시대나 그 시대에 맞는 시대적 상징이 되는 공간이 존재한다면, 편의점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상징적인 공간인 셈이다.한국에서 편의점이라는 공간이 처음 생긴 것은 80년대 말이었다. 24시간 일용품을 구입한다는 편의점이라는 콘셉트는 그것을 처음 경험하는 한국인들에게는 분명 신기한 곳이었을 테지만, 그 신기함이 일상으로 바뀌지 않으면 편의점이라는 공간은 어떠한 의미도 갖기 어렵다. 당연하게도 한국에서 최초의 편의점은 실패하고 문을 닫았지만, 이후 90년대 초부터 편의점 공간은 하나씩 생기기 시작해서 이제는 거리 어디를 가나 편의점을 만날 수 있다.편의점에서 우리는 일상을 산다. 때를 놓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컵라면과 도시락을 사고, 힘들었던 하루를 소박하게나마 기념하기 위해 캔맥주와 간단한 안주거리를 사고, 급하게 필요한 물티슈나 칫솔 등을 사기도 한다. 가끔은 아무 것도 살 것이 없어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들러, 투플러스 원으로 파는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봉지를 사들고 오게 되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소비라는 것만큼 인간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 없다면, 편의점에 빼곡히 진열되어 있는 어느 것 하나도 비싼 것 없는 것들 사이를 고민하는 현대의 인간의 소비야말로 현대 인간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다. 명품의 소비처럼 계층의 취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편의점에서 우리는 일상을 사고, 일상에 머물기를 바란다.한국 사회에 문득 등장한 편의점이라는 공간에 담긴 의미를 가장 본격적으로 관찰하고 의미부여했던 작가는 아마도 김애란일 것이다. 2003년에 발표했던‘나는 편의점에 간다’라는 소설에서 작가 김애란은 도시 변두리에 살고 있는 젊은 여성의 관점에서 당시 우후죽순처럼 생기기 시작한 편의점이라는 공간의 의미를 살폈다. 바로 직전까지 친밀한 가족에 기반한 서로에 대한 관심의 시대를 보내왔던 한국 사회에서 편의점은 물건을 사고 파는 것 이외에는 쓸데없는 관심을 주고 받지 않는 산뜻한 인간관계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 ‘거대한 관대’의 공간이야말로 관계의 압박에서 질식해가던 당시의 젊은이들에게 큰 축복이 되는 것이다.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축복만 되는 관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다. 20년 전 한국은 집단적 관계를 중시하는 사회로부터 개인들의 사회로 이전했으며, 이제 모두 외로운 섬이 된 인간들은 서로 연결되길 바란다. 재작년 출간되어 상당한 인기를 얻었던 작가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은 우리가 편의점이라는 공간 속에서 좀 더 친밀한 관계를 바란다는 징후일지도 모른다. 이 소설 속에서 편의점은 서로에게 아무도 기대하지 않게 된 인간들이 서로에 대한 관심을 끝끝내 놓지 않는 공간이다. 편의점은 발주와 폐기 사이에서 일상이 존재하는 곳이고, 고객과 진상 사이에서 인간이 만나는 곳이다. 누구나 가야만 하는 곳이고,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이다.20년을 사이에 두고 나온 두 편의 소설을 읽으며, 편의점에 진열된 우리의 일상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의 삶은 편의점과 또 다른 편의점 사이를 흘러가고 있다./홍익대 교수 송민호

2023-05-29

조선시대 ‘부처님 오신 날’의 풍경

장심학의 문집 ‘강해집’중 ‘관등기’ 일부분. /한국국학진흥원 ‘기록유산의 총아, 고도서(https://book.ugyo.net)’ 4년 만이다. 그동안 코로나19 방역 제한으로 조용히 지나갔던 부처님 오신 날, 4년 만에 방역 조치가 완전히 해제되면서 마스크 없는 봉축 법요식이 전국 사찰에서 일제히 열렸다. 오색 연등으로 뒤덮인 서울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는 신도와 시민 1만여 명이 모여 법요식을 치렀으며, 대통령도 참석해 축사를 했다. 올해는 더구나 부처님 오신 날이 토요일이라고 대체 휴일이 주어짐에 따라 사흘 연휴까지 생긴 바람에 전국이 더욱 들썩였다. 비가 예고된 궂은 날씨였지만 사찰을 찾는 신도와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나들이에 나선 차량으로 고속도로는 몸살을 앓았으며,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로 공항은 북적였다. 오랜만에 ‘부처님 오신 날’이 축제 분위기와 함께 온 국민의 관심 속에서 지나갔다. 물론 모두가 종교적 차원의 관심은 아니었지만, 황금연휴와 함께 시작한 부처님 오신 날이라 훨씬 더 많은 이들이 봉축 법요식을 지켜보고 또 축하했다. 1841년(헌종7) 음력 4월 초파일, 포항 출신의 장심학(張心學·1804~1865)은 서울에서 화려하게 열린 관등(觀燈) 행사를 다소 놀란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그는 당시 경험했던 ‘부처님 오신 날’의 풍경을 기록해 ‘관등기(觀燈記)’를 남겼는데, 이 글은 장심학의 문집인 ‘강해문집(江海文集)’에 수록되어 있다. 장심학은 글의 첫머리에서 “임금 즉위 7년 신축(헌종7, 1841) 윤3월에 춘당대에 직접 나오셔서 인재를 선발했다. 시험에 떨어진 나는 한양을 구경하다가 마침 4월 8일을 만났으니, 풍속에서 이른바 석가(釋家)가 태어났다고 하는 날이다.”라고 기록하며 자신이 서울에서 석가탄신일을 보내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 해 윤3월 13일 헌종은 춘당대에서 경과정시(慶科庭試)를 설행(設行)하고, 문과(文科)에서 이호형(李好亨) 등 19인을 뽑고 무과(武科)에서 나경준(羅敬俊) 등 218인을 뽑았는데 안타깝게도 장심학은 이 시험에서 낙방했다. 37세의 청년 장심학은 이왕 먼 길까지 온 차에 서울을 구경하기로 마음먹고 거리를 돌아다녔던 것으로 보인다. 장심학은 이어서 “신라나 고려의 사람들은 이날에 등을 달고 술잔을 올려 빌면서 재앙을 물리치고 복을 구하였는데, 말세의 풍속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라고 기록했다. 숭유억불을 내세워 공식적으로는 불교를 배척한 시대였지만 민간에서는 여전히 4월 초파일에 관등 행사를 치렀고, 이 때문에 국가적으로도 무시할 수 없는 풍속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장심학은 계속해서 연등을 거는 장대를 어떻게 만드는지 연등의 모양은 얼마나 다채롭고 화려한지 그리고 연등이 무수하게 걸린 풍경은 어떤 모습인지를 아주 자세하고 또 실감나게 묘사했다. 석양 무렵 종로의 거리 양쪽에 남극과 북극이 하늘을 지탱하는 듯 서 있는 장대들과 그사이에 매달아 놓은 연등들의 풍경을 바라보며, 그는 “어떤 것은 가로로 이어 연결하니 꿰어놓은 구슬 같고, 어떤 것은 수직으로 이어서 드리우니 매달아 놓은 옥 귀걸이 같았다. 어떤 것은 둥글게 묶으니 반짝이는 구슬 모양이 되며, 어떤 것은 연등으로 글자를 만들었으니 천세태평(千歲太平), 수복(壽福) 등과 같은 모양이었다.”라고 기록했다. 이날 장심학의 눈에 비친 서울 도성은 집마다 연등으로 장식하고 창문은 비단으로 꾸민데다가 시장과 기루(妓樓)의 주렴도 화려하고 사치스럽기 이를 데 없는 풍경이었다. 그야말로 낯선 광경이었던 것이다. 가장 압권은 도성의 남녀들이 관등놀이를 한다고 모여드는 순간이었다. 장심학은 이에 대해 이렇게 기록했다. “이날 저녁에 도성의 많은 남녀들이 남북의 산 중에 높고 트인 곳에 올라 관등놀이를 하였다. 고운 옷에 향낭을 차고서 진홍색 비취색 옷으로 물들이며 구름과 안개처럼 무리지어 늘어서서 떠들썩하게 노래를 불렀다. 연하게 저민 고기 안주와 요란스럽게 울리는 현(絃)과 관(管)의 악기소리는 또한 하나의 태평한 시절을 함께 즐기는 것이었으니, 영남 사람으로는 보기 드문 일이었다.” 지방 출신이었던 그가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부분이다. 그 규모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현재 우리가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여하튼 장심학은 서울의 화려한 모습과 수많은 인파에 그저 할 말을 잃고 압도되었을 것 같다. 최은주 한국국학진흥원책임연구위원 1819년(순조19) 김매순(金邁淳·1776~1840)이 저술한 ‘열양세시기(冽陽歲時記)’에도 4월 초파일에 석가의 탄신을 기념해 연등을 만들어 매다는 풍속의 기록이 있다. 민가와 관청, 시장에서는 모두가 등간(燈竿)을 세워 연등을 매다는데 등간은 십여 길(대략 18m)이나 되는 여러 개의 대나무를 엮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등간 위를 비단 깃발로 장식한 후 갈고리 달린 막대기를 가로대고 갈고리에 줄을 얹어 그 줄의 좌우끝이 땅 위에까지 내려오게 한 다음 그 줄에 연등을 매달고 밤이 되면 줄을 잡아올려 공중에 연등이 달리게 하는 것이다. 등은 마늘, 외, 꽃잎, 새, 짐승 같은 형상의 것, 또 누대(樓臺)와 같은 것들이 있어서 각양각색으로 꾸며져 그것을 단적으로 표현키는 어렵다고 했다.

2023-05-29

바다에서 새 희망을, 도약하는 대한민국

주낙영 경주시장 제28회 바다의 날 기념식이 31일 경주엑스포대공원 백결공연장에서 열린다. 바다의 날 행사가 경주서 개최되긴 이번이 처음이다.바다의 날은 해양자원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해양수산인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국가기념일이다. 그간 경주는 역사문화유적으로 가득한 도시로 알려진 까닭에 내륙 도시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하지만 경주는 북쪽의 포항과 남쪽의 울산 사이로 44.51km의 해안선을 따라 드넓은 바다를 끼고 있는 해양도시다. 부산이나 인천처럼 큰 항구는 아니지만, 2025년 개항 100주년을 맞는 감포항을 비롯해 12곳의 어항이 있고, 또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업인도 상당수다.또한 아름다운 해양경관도 자랑거리다. 천연기념물(제536호)로 지정되고 ‘경북 동해안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은 ‘주상절리군’이 대표적이다.이곳은 과거 군부대가 자리 잡고 있던 탓에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해안초소가 철수하고 국민 모두가 그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관광자원이 됐다.특히 ‘문무대왕릉(사적 제158호)’도 빼놓을 수 없다.이곳은 삼국통일의 과업을 완수한 신라 30대 ‘문무대왕’이 영면해 있는 곳으로 세계 유일의 수중왕릉이다.죽어서도 동해의 큰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그의 호국·위민 정신을 기리기 위해 경주시는 2021년 4월 이곳의 행정구역 명칭을 ‘문무대왕면’으로 개명했다.또 이곳에선 문무대왕과 관련한 관광 및 성역화 작업도 한창인데, 그 첫 번째 사업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건립 중인 ‘문무대왕해양역사관’이다.이 뿐만이 아니다. 경주시는 경북도,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함께 문무대왕릉 인근에 오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비 6500억원을 들여 SMR(소형모듈원자로) 연구·개발을 위한 국책연구소를 조성하고 있다.이 연구소의 명칭도 그의 이름을 딴 ‘문무대왕과학연구소’다.이곳서 연구·개발하게 될 소형모듈원자로는 상용화 후 첫 번째 적용 대상은 선박과 해양플랜트가 유력하다.또 이와 연계한 45만평 규모의 SMR국가산단이 정부 주도로 오는 2030년까지 이곳에 조성된다.‘혁신 해양산업, 도약 해양경제, 함께 뛰는 대한민국’이라는 올해 바다의 날 주제가 딱 들어맞는 대목이다.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은 과거부터 바다에서 많은 것을 얻어왔고, 경주는 신라시대부터 바다를 통해 전 세계와 교류하며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하지만 여전히 국민 상당수는 해양의 중요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전 세계 해양산업의 부가가치는 급증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기회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경주에서 열릴 제28회 바다의 날을 통해 가깝고도 멀었던 바다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국민 모두가 몸소 체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2023-05-29

전기차 화재 잇따르는데 안전대책 서둘러야

24일 새벽 1시쯤 달성군 화원읍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옆에 주차된 전기차 2대까지 모두 불타는 피해가 발생했다.친환경차인 전기차 보급이 급증하는 가운데 전기차 화재도 매년 늘고 있다. 특히 전기차 화재의 대부분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하고 있어 화재시 신속한 대처가 안 돼 건물 화재나 붕괴 등 2차 피해까지 우려된다.친환경 자동차보급 촉진법에 따라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는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가 의무화됐으나 대부분의 공동주택이 지하주차장에 충전시설을 설치함으로써 화재시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둥 신속한 대처가 힘들다는 것이다.24일 화원읍 아파트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도 초진을 하고 견인차를 이용해 전기차 3대를 모두 지상으로 옮기고 나서야 불을 완전히 끌 수 있었다. 소방관계자에 의하면 전기차에 불이 나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10배의 물과 10배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날 화재 현장에도 장비 32대와 인력 92명을 동원했지만 2시간여가 지났어야 화재를 진압할 수 있었다.소방청 자료에 의하면 전기차 화재는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4건으로 집계돼 매년 급증하고 있다. 대구서도 같은기간 5건의 화재가 있었으며 그 중 4건이 주차장에서 발생했다.우리나라 전기차 보급이 벌써 40만대에 이르고 있다. 대구는 2만5천여대로 전국에서 네 번째로 전기차 보급이 많은 도시다.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일부 지자체가 전기차 충전기 시설을 지상에 설치토록 권장하고 있다. 대구시의회도 관련 조례 제정을 검토하고 있으나 당국의 보다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소방당국도 전기차 화재 진압을 위한 장비 확보 등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또 전기차 충전시설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해야 한다. 정부도 전기차 보급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전기차 화재에 대한 원인 규명과 안전성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에도 집중해야 한다. 전기차 화재가 사후약방문식 대처가 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대비가 미리 있어야 한다.

2023-05-25

포스텍 의사과학자 양성, 공감대 넓어진다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그저께(24일) 포항출신 김정재·김병욱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회의주관은 경북도와 포항시, 포스텍이 맡았다. 이날 토론회는 의대 정원 확대문제가 민감한 이슈로 등장한 시기에 열려 주목을 받았다. 의사협회에서는 국회 정책토론회가 본 취지인 의사과학자 양성이 아니라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한 포석이라는 의심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텍은 의학과 공학을 융합한 미국 일리노이대 의대 커리큘럼을 도입해 의사과학자를 양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일리노이대 의대 커리큘럼은 의과학전문대학원 형태로 2년간 기초의학 과정, 4년간 박사 연구과정을 거친 뒤 다시 2년간 의학 임상교육을 받는 시스템이다.때마침 이주호 교육부장관도 토론회가 열린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바이오헬스 분야 육성을 위해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지난 2월 3일 포스텍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포스텍 연구중심 의대’ 설립과 관련해 “포항시와 포스텍이 첨단 분야의 인재 양성, 지역 혁신과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과 성과를 이뤄왔음을 알고 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 인재 양성전략의 모델로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부도 소통과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포스텍 의대 설립과 관련해선 지난해 11월 포항을 방문했던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지의사를 밝혀 의대 설립 인가 최종 권한을 가진 관련 부처 장관들이 모두 찬성의사를 밝힌 상태다.의사과학자 육성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과제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매년 3천여명의 의사가 배출되지만, 의사과학자 분야의 전공자는 50명 안팎에 불과하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이민구 연세대 교수(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 단장)는 “미국 등 의과학이 발달한 국가는 의과대학 중 상위 35%를 연구중심 의대로 운영한다”고 했다. 김병욱 의원이 토론회에서 주장했듯이, 의사협회가 연구중심 의대인 포스텍과 카이스트에 대해 새로운 트랙으로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2023-05-25

심은 대로 거둔다

홍석봉 대구지사장 결국, 노조가 제 발등을 찍었다. 심은 대로 거둔다고 했다. 민주노총의 일탈에 정부가 메스를 들이댔다. 건설노조의 노숙집회가 계기다.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린 행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도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주 건설노조의 노숙집회로 서울 도심의 교통이 마비됐다. 집회현장은 쓰레기장이 됐다. 정부·여당엔 눈엣가시처럼 여겨지던 민노총을 손 볼 수 있는 호기가 됐다. 정부·여당은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와 출퇴근 시간대의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민노총 등의 불법 집회 및 시위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확성기 소음, 도로 점거 등 국민이 참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문재인 정부 당시 집회 및 시위에 대한 제한과 고삐를 풀어준 탓이 크다. 집회 참가자들이 불법을 저지르고 공권력을 조롱하는데도 경찰은 꿀 먹은 벙어리였다. 노조는 국민적 공분을 샀다. 법 위에 군림하며 공권력도 마음대로 손 대지 못했다. 경찰은 적극 저지도 않았다. 잘못하다가 누가 다치기라도 하면 자칫 옷을 벗을지도 모른다. 슬슬 뒷걸음질쳤다. 그 게 현재까지의 모습이다. 강 건너 불 보듯 하던 경찰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정부의 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건설노조의 집회가 노조에게는 부메랑이 됐다. 앞서 검경은 건설 현장의 비노조원 채용 방해, 뒷돈을 노린 업무방해, 갈취 등을 수사했다. 노조 간부 다수가 기소됐다. 정부는 관행이 된 노조의 횡포를 근절, 건설 현장의 정상화를 꾀하려 했다.정부·여당은 이참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개정하고 경찰의 공무집행 시 사고에도 면죄부를 줄 작정이다. 공감대도 이뤄졌다. 불법시위에 속수무책이었던 경찰을 보며 불법시위에 학을 뗀 국민의 질책이 힘이 됐다. 게다가 야간 옥외집회 및 시위 금지가 법률 미비로 사각지대가 돼 있었다. 노숙집회가 무시로 벌어졌다. 대응 방법은 없었다. 2015년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숨진 백남기 사건 이후 관련 책임자들이 처벌받았다. 시위대응은 위축됐다. 살수차도 전량 폐기됐다. 마땅한 묘책이 없던 터였다. 건설노조의 노숙집회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노동계는 정부·여당이 헌법에 보장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훼손하고 과거로 회귀하려 한다며 반발한다. 하지만, 국민들은 민노총이 보여준 퇴영적 모습과 불법시위에 지쳤다. 종북 바라기는 국민에 외면당했다. 더는 약자 코스프레가 통하지 않는다.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근로자들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는 것과 같이 집회 및 시위의 공포와 불편에서 벗어날 자유도 있다. 민노총은 이제 정치와는 절연하고 본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근로자의 지위 향상과 권익 도모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물론 폭력 없이 말이다. 노조가 반국가적, 반사회적 단체로 주홍글씨가 새겨져서야 되겠나. 정부와 노조는 법질서를 바로 잡고 올바른 집회·시위 문화를 정착시키길 바란다. 다시는 국민 불편이 없어야 한다.

2023-05-25

연등(燃燈)

우정구 논설위원 “등에 불을 밝힌다”는 뜻의 연등은 불교문화권에서 널리 성행하는 불교의식이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전국에서 행해지는 연등행렬은 연등과 관련한 대표적 불교 행사다. 우리나라는 신라 때부터 연등행사가 있어 그 역사가 1천200년이나 된다. 2020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됐다.불교서는 어둠을 밝히는 등불을 지혜에 비유한다. 불상 앞에서 불을 밝히는 연등을 깨달음을 얻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생각하며 매우 소중히 여기는 문화다. 부처님 오신 날에 법당에 등불을 밝히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무명을 밝히고 세상의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의 의식이다.불교 서적 현우경에 나오는 빈자일등(貧者一燈)은 가난한 사람이 바치는 하나의 등이 부자가 바치는 수많은 등보다 공덕이 크다는 것을 교훈으로 한다. “물질이 많고 적음보다 정성이 소중하다”는 부처님의 사상을 표현한 말이다.내일은 불기 2567년을 맞는 부처님 오신 날이다. 석가모니 부처님 탄생을 기념하는 날로 음력으로 4월 8일이다. 우리나라는 1975년부터 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불교 종주국인 인도는 물론 스리랑카, 태국, 미얀마 등도 석가탄신일을 기념하는 행사가 성대히 열린다.과일 등을 팔아 평생 재산을 모은 할머니가 학교에 그 재산을 기부하고, 자신도 어려운 처지에 있으면서 소년소녀 가장의 살림을 돕는 사람들도 세상에는 있다. 꼭 내가 넉넉해야 어려운 이웃을 돌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빈자일등의 정신을 실천하는 사람도 꽤 있다. 이처럼 부처님의 지혜로 세상의 빛을 밝히는 사람이 있음에 우리 사회는 그래도 훈훈하다.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5-25

논 사잇길

강길수 수필가 참으로 격세지감이 든다. 뒤처질세라 엄마 치맛자락 따라 바지런히도 오르던 그 옛날, 논대로골의 다랑논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다랑논 사잇길은, 두 사람이 비켜 가기도 버거운 길이었다. 그게 어제 같은데, 지금은 타향에서 승용차를 몰고 아스팔트 논 사잇길을 가고 있다. 세월은 반세기를 훌쩍 넘었다.텃밭 가는 길이다. 2차로 아스팔트 포장 지방도로다. 농사철이면 농기계들이 오가는 길이기도 하다. 걷는다면 반 시간은 걸릴 거리의 도로 양쪽으론 드넓은 논이 펼쳐진다. 길가에 몸 붙여 사는 식물들을 벗하며 텃밭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로수 없는 도로이지만, 이름 모르는 풀들이 열 지어 서서 오가는 이들에게 응원단처럼 환호를 보낸다. 걷거나 자전거로 지나다니는 사람도 가끔 있다.철 따라 이곳저곳 야생화들이 피어나고, 이따금 작은 나무들이 함께 살기도 한다. 길가 풀, 나무들은 오가는 이들의 계절 묵시록이다. 길가 열악한 환경에서도 그들이 어우렁더우렁 잘도 살아가는 모습은 늘 희망이다. 삶이란 사람에게나 식물에나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자기 태어난 고향의 조건에 따라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으므로. 고향은 온갖 생명체, 나아가 모든 존재에게 부여된 운명이다.지방도를 벗어나 농로를 얼마큼 가야 우리 텃밭이다. 이곳 길은 오른쪽은 논, 왼쪽은 밭, 미곡건조장, 산 자드락, 논 등이 혼재한다. 요즈음은 도시 근교뿐만 아니라, 시골의 웬만한 농로는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어 왕래가 편리하다. 원화의 환율 상승에도, 한국의 2022년 국민 소득은 3만2천661달러란다. 또 2022년 5월, 유엔 통계국은 한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분류하였다. 우리나라는 명실공히 선진국이 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 선진국이기에는 부족한 점들이 많다고 본다. 눈에 안 보이는 것들과 보이더라도 국민이 느끼지 못하는 것들 가령, 사회 지도층의 국가공동체에 대한 의식 수준, 소득분배구조, 기초질서 같은 것들이다.우리 지역의 눈에 보이는 결점 중 지적하고픈 하나가 있다. 텃밭에 오갈 때 다니는 논 사잇길의 농번기 모습이다. 논갈이나 모심을 때면, 트랙터 등 농기계의 바퀴에 낀 논흙을 치우지 않고 도로에 나와 이동한다. 그때 제법 많은 논흙이 길바닥에 떨어져 다른 차량의 운행을 방해한다. 나도 흙덩이를 피해 곡예 운전을 하곤 한다. 비와 바람이 흙을 치워버릴 때까지 노면은 지저분하고 흙먼지도 펄펄 날린다.선진국에 이런 모습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사회의 구석진 문제들을 찾아내고 개선해야 할 책무는 누가 맡아야 할까. 당연히 공직자다. 그 많은 공무원과 기초, 광역, 국회의원들은 다 어디서 무얼 할까. 선진국이란, 윤택한 가운데 자유와 인권이 있는 사회, 작은 것까지 질서가 바로 선 나라가 아니겠는가. 선출직을 포함한 공직자들이 우선 해야 할 것은, 사회의 작고 구석지고 어두운 곳들을 찾아 잘 보살피는 일이라 본다. 그럴 때, 농번기 논 사잇길도 흙덩이 없이 깨끗해질 테니까.

2023-05-25

부처님 오신 날 축제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27일은 음력 사월초파일, 불기(佛紀) 2567년 ‘석가탄신일’인데 2018년부터 ‘부처님 오신 날’로 되었다. 1975년에 공휴일로 되었고 올해부터 대체공휴일로 지정되었다. 음력 공휴일인 설날, 추석과 더불어 평달만 휴일이다. 그래서 올해는 27일부터 3일 연휴가 된다.불교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많이 믿는 종교이지만 석가탄신 기념일은 같지 않다. 한국 대만 중국 등은 음력 4월 8일이지만 태국 미얀마 베트남 등 남방 불교국가들은 각각 다른 날로 하고 있다. 일본은 불교 신자가 많지만 양력 4월 8일을 ‘하나마쯔리’라는 축제로 즐기고 북한은 공휴일이 아니란다.석가모니가 태어나서 외친 “하늘 위 하늘아래 나보다 존귀한 사람 없다.(天上天下 唯我獨尊)”라는 마음으로 6년간 수행하여 완전한 깨달음을 얻어 36세에 부처가 되었고 금강경과 법화경 등 불전으로 번뇌와 헛된 감정에 흔들리지 말고 덧없는 인생을 가치 있게 살라는 완벽한 지혜를 주고 있다.초파일에는 많은 축제가 열린다. 연등회, 제등행렬, 관등놀이뿐 아니라 방생이나 탑돌이 등도 있고 민속행사로 확대되었다. 연등(燃燈)은 ‘불꽃을 태운다’는 의미로 석가가 가르친 깨달음, 즉 마음을 밝힌다는 뜻에서 제등행렬, 관등놀이 등 등불을 밝히는 지혜의 축제가 많다. 이 중 연등회는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고, 무형문화재 122호인 가장 대표적인 행사인데 4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올해부터 문화재 관람료가 없어졌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사찰을 찾아가서 오색 연등(蓮燈)을 달며 가족의 행복을 발원해 보는 것도 좋겠다. 그런데 이들 행사는 이미 시작하였는데 경주는 ‘형산강 연등축제’를 지난 3일부터 ‘마음의 평화, 지혜의 등불’이라는 표제로 금장대 부근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고, 포항은 지난 13일에 장미꽃 만발한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연등축제를 봉행하여 용 코끼리 공작새의 커다란 등을 끌고 흥겨운 농악대 취타대와 함께 오거리까지 제등행렬을 한 바 있다. 왜 부처님 오신 날의 3일 연휴에 하지 않고 2주일을 당겼을까?부처님 오신 날 27일 앞뒤 3일간 ‘포항 불빛축제’가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형산강 체육공원에서 개최할 예정인 국제불꽃축제는 ‘불과 빛의 도시, 포항’을 알리고자 2004년에 첫 불꽃을 터뜨렸는데 이번에도 포스코의 야경을 배경으로 필리핀 이탈리아 스웨덴과 한국이 참여한 국제불꽃 쇼가 부처님 오신 날을 더욱 빛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불꽃 쇼는 27일 밤 9시부터 1시간 동안 찬란한 불꽃을 하늘에 터뜨릴 것이고 마지막 ‘그랜드 피날레’는 한국이 장식한다. 26, 28일 밤에는 시민 디자인 불꽃 쇼가 우리의 마음을 밝게 비추고, 어둠 속에서 분탕질이나 하고있는 정치계에 진정 밝은 깨달음을 주었으면 좋겠다.부처님 오신 날 탑돌이 행사는 부처님의 큰 뜻과 공덕을 기리는 민속행사로 확대되어왔으니 반듯한 석탑을 오른쪽으로 세 번 돌며 개인과 가정의 평안을 기원해 보자. 나무아미타불.

2023-05-25

대구 아파트시장, 연착륙 유도할 묘책 나와야

대구지역의 부동산 경기는 전국 최악이다. 1만4천여 가구에 달하는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부담으로 작용할뿐 아니라 올해 입주 대기 물량도 3만6천가구에 이른다. 부동산 거래가 끊어진 지도 오래됐다.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아 분양받은 새아파트로 입주를 못하는 경우가 늘면서 지역 아파트 경기는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오죽했으면 대구시가 신규 주택건설사업 계획승인을 전면 보류하는 조치까지 취했을까. 과잉공급에 따른 주택경기 위축을 최소화하겠다는 행정당국의 궁여지책이지만 부작용도 없지 않다. 또 실효적인 성과가 나올지도 의문이다.다음 달 대구와 경북에서는 5천여 가구가 새 아파트로 입주할 것으로 알려져 전세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도 우려되고 있다. 전국 최악의 상황에 빠진 대구지역 부동산 경기가 언제쯤 회복국면을 찾을지 요원해 보인다.아파트 가격은 지나치게 올라도 문제가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폭락을 하는 것도 문제다. 부동산 경기가 장기 침체되면 건설산업이 어려움에 처하게 되고 금융시장이 불안해진다. 실수요자의 소비가 위축돼 시장경기도 나빠진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는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에 정책의 선택과 판단이 중요하다.부동산 R114에 따르면 다음 달 대구지역에서 6개월만에 아파트 신규분양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고 한다. 2개 업체에서 모두 2천500여가구를 분양할 예정인데, 대구지역 주택경기를 가늠할 좋은 기회로 여겨진다고 한다.23일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주택사업자 체감경기 조사결과에 의하면 대구는 5월 중 주택경기 전망지수가 전달보다 11p 상승한 84로 나타났다. 지난 3월부터 조금씩 상승세가 이어져 주택경기 상승에 대한 관련업계의 기대심리도 높아져 있다. 하지만 미분양 물량 등을 고려할 때 경기가 쉽게 회복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6개월만에 개시되는 이번 아파트 분양이 침체에 빠진 지역의 부동산 경기를 연착륙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당국의 정책적 묘안과 관심이 필요하다.

2023-05-24

이제 국립공원된 팔공산, ‘名山’으로 거듭나길

영남권 명산인 팔공산이 지난 23일 우리나라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1980년 5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43년만이다.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신규 국립공원 지정은 2016년 태백산 이후 7년 만이며, 최초의 국립공원은 1967년 지정된 지리산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이날 열린 국립공원위원회에서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안을 의결한 후 “이제 팔공산 국립공원은 공원 관리 전문기관인 국립공원공단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훼손 지역의 복원과 핵심 보전지역 내의 사유지 매수, 문화 유산지구 정비사업 등을 통해 팔공산의 우수한 자연·문화·역사 자원이 더욱 소중하게 보전될 것”이라고 밝혔다.환경부 타당성 조사 결과, 팔공산은 22개 국립공원과 대비해 문화자원 가치(동화사, 은해사, 갓바위 등 문화재 92점)는 2위, 야생생물 서식 현황(매·수달 등 멸종위기종 15종 포함, 총 5천296종)은 8위, 자연경관자원 가치(병풍바위, 염불봉 핵석, 가산바위, 치산 폭포 등 77개소)는 7위 수준으로 조사됐다.환경부의 국립공원 지정과정에서 지주들과 마찰이 있었지만 이미 훼손된 사유지는 공원구역에서 해제하고, 편입되는 지역에 대해선 토지 매수 사업 등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탐방로 개선, 안전인력 배치 등 자연문화자원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기 위한 관리시스템이 구축된다. 앞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태백산과 무등산은 탐방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앞으로 팔공산은 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더욱더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과제는 관광인프라 구축이다. 팔공산은 매년 행락철이 되면 교통체증이 심각하지만, 순환도로 확장 등 도로망 확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집단시설지구도 수십년째 리모델링 되지 않은 채 노후화돼 관광객의 불만이 높다. 이제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만큼 대구시가 주도적으로 팔공산의 접근성 향상과 관광시설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한다.

2023-05-24

축제도시, 포항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지역마다 축제가 있다. 하필 코로나19 탓에 몇 년 동안 숨을 죽였던 축제의 기운이 나라 안에 넘실거린다. 적지 않은 재원을 써가며 진행하는 축제는 무엇인가 거두어야 한다. 지역은 축제를 왜 하는가.포항은 4년 만에 포항국제불빛축제를 쏘아 올린다. 2004년에 자그마하게 시작했던 행사가 오늘만큼 성장한 일은 수많은 이들의 정성이 모아진 결과다.슬로건 “Light on 포항, 밤하늘을 비추다’에 맞추어 축제를 펼쳐 올린다. 다른 곳은 몰라도, 포항에는 이 축제에 분명한 까닭을 싣는다. 알려지기로 하룻저녁 불꽃놀이가 초점이라지만, 포항의 축제는 이름부터 다르다. 불과 빛, 도시의 열정을 한데 모아 ‘불꽃’을 터뜨리지만, 포항은 은은하고 꾸준한 희망의 빛이 넘치는 지역이고 싶다. 이 도시에 기대어린 내일이 있음을 밝히고 싶고, 사람을 모으는 정성이 환하게 살아있음을 알리고 싶다. 시민들에게 젊은 가슴이 넘침을 확인하고 싶고, 멀리서도 찾아오는 외지인의 발길을 목격하고 싶다. 축제가 모든 이들에게 소망의 불씨를 살려내는 이벤트가 되었으면 하고, 사흘 축제가 지난 뒤에도 긴긴 여운을 남겼으면 한다.시민들이 손수 만드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이미 가지고 있었던 소양과 재능이 드러나는 시간이 되어야 하고, 지역의 스토리가 보란 듯이 무대에 올려져야 한다. 포항문화재단이 주관하지만, 시민들이 적극 참여하는 축제를 구현해야 한다. 시민들이 ‘우리들의 축제’로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으면 한다. ‘퐝거리퍼레이드’에 사람들의 열정이 보였으면 하고, ‘시민디자인불꽃쇼’에서 시민의 상상과 창의를 목격했으면 한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손길이 모아진 축제에서 지역의 자긍심을 확인할 수 있고 외지인의 부러움도 한껏 살아나지 않을까. 시민참여형 축제가 포항에서 불빛처럼 타오르길 기대한다.포항시는 축제를 도시브랜딩의 중요한 한 축으로 삼아야 한다.지역에는 포항국제불빛축제 외에도 다양하고 풍성한 축제 프로그램이 있다. 예산을 소비하고 빈축만 사는 이벤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축제마다 독특하고 분명한 지향성을 확인하고 지역의 열정과 기대가 한데 어우러지는 마당으로 만들어야 한다. 포항에서만 발견하는 지역정체성을 확인하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바다와 철강의 이미지를 살려야 하고 도시와 자연이 함께 호흡하는 분위기를 드러내야 하며 유구한 전통이 숨쉬고 싱싱한 내일이 꿈틀거림을 확인해야 한다. 어른과 아이가 모두 행복한 도시가 되어야 하고 기꺼이 서로 도우며 함께 발전하는 지역임을 보여주어야 한다.‘축제도시 포항’에서 기대와 희망을 찾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도시가 살아있음을 세상에 알려야 하고, 상생과 협력의 기운이 이 도시에 충만함을 자랑해야 한다. 메인이벤트인 불꽃의 향연에는 도시의 열정이 한껏 발산되어야 하고 지역의 탄성이 마음껏 터져나와야 한다. 축제는 지역을 하나로 묶어내는 시간이어야 하고 외지인의 관심이 지역으로 모여드는 계기여야 한다. 오래간만에 축제의 열기에 흠뻑 취하고 싶다!

2023-05-24

이슬람과 돼지고기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 북구 대현동 경북대 인근의 이슬람 사원 건립 갈등이 3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슬람 혐오와 차별 정서도 함께 확산되고 있다.사원 건립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이 삶은 돼지머리를 전시하고 돼지고기를 나눠 먹는 등 인종차별과 인권 침해가 벌어졌다. 이슬람 사원 반대를 위한 ‘돼지머리 시위’는 이제 외신에 까지 등장,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경북대 학생들은 이슬람 혐오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인권위까지 나서 ‘이슬람 문화 비하와 적대감을 부추기는 행위’이자 ‘인종과 종교를 이유로 한 소수자에 대한 전형적인 혐오표현’이라며 자제를 촉구했다.무슬림(이슬람교도)들은 돼지고기를 금기시한다. 힌두교도는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 무슬림은 이 계율을 자신들의 공동체 안팎에서 철저히 지킨다. 돼지 사육조차 않는다.이슬람은 왜 돼지고기를 이렇게 금지할까? 코란에는 돼지고기 금기가 명시돼 있다. 코란의 명령이다. 그 이유 중 가장 신빙성이 있는 것이 바로 중동지역의 환경설이다. 고대 중동에서 음식을 제공하는 중요한 동물이 소, 양, 염소 세 동물이었다. 이 동물들은 풀, 짚, 나뭇잎 등 거친 섬유질 먹이를 먹는 반추동물이다. 인간이 먹지 않는 풀 등을 먹고 고기와 젖을 제공한다.반면 돼지는 잡식동물로서 되새김질을 하지않아 풀이나 짚 등 섬유소가 많은 식물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 대신 섬유소가 적은 밀, 옥수수, 감자, 콩 등을 먹는다. 인간과 먹을 것을 두고 경쟁관계가 됐다. 또한 돼지는 건조한 중동 지역에 적합지 않다. 사육에는 시원한 그늘과 물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금기 동물이 됐다고 한다.자고로 음식 갖고 장난치는 법은 아니라고 했다. 혐오는 또 다른 혐오를 낳는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5-24

신축일주

육십갑자 중 서른여덟 번째는 신축(辛丑)이다. 천간(天干)의 신금(辛金)은 잘 다듬어진 칼같이 날카롭고, 보석처럼 아름답다. 지지(地支)의 축토(丑土)는 계절로는 겨울이라 땅이 얼고 차갑다. 동물로는 흰 소다.신축일주는 밤하늘에 빛나는 별의 형상처럼 지혜롭고 머리가 뛰어나다. 기획력과 창의력은 탁월하다.눈치가 빠르며, 밤하늘의 별처럼 신비스러운 것이나 이상을 동경하는 경향이 있다. 영감이나 꿈으로 미래를 잘 예측하기도 한다.천간과 지지가 음의 기운으로 냉철하며, 날카로운 성격의 소유자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세밀하여 일처리가 빈틈없이 깔끔하다. 유행에 민감하고, 세련미가 넘치며, 타인을 사로잡는 능력도 탁월하다. 하지만 자존심이 강해 시야가 좁고 외골수이기 때문에 편협함이 있다. 매섭기가 그지없으니 내면에 공격성이 숨어 있어 자기 눈에 벗어나면 독설도 서슴지 않는 날카로움을 지니고 있다.신축일주 남자는 재주와 재치가 있다. 맡은 일에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다. 신의도 잘 지킨다. 배우자를 의지하려는 경향이 있고, 고생시킬 수도 있다. 여자는 단정하고 차가워 보이는 미인형의 얼굴이 많다. 또한 총명하며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자부심도 강해서 아량이 부족하게 보이기도 한다.중국 전한시대 유향이 지은 ‘전국책’ 진책2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강 언덕에 있는 어떤 마을에 처녀들 몇이 있었다.그 가운데 한 처녀의 집이 매우 가난해 밤이 되어도 등불을 켜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밤이 되면 가난한 처녀는 여러 처녀들이 모여 노는 집으로 찾아가서 바느질을 하곤 하였다. 어느 날 여러 처녀들은 가난한 처녀를 더 이상 오지 말라며 쫓아냈다.그러자 처녀는 여러 처녀들을 보고 “나는 우리 집에 등불이 없기 때문에 여기에 와서 불빛을 빌려 써야 했지만, 그게 늘 고맙고 미안해서 언제나 제일 먼저 와서 방도 치우고 자리도 펴 놓았지. 그런데 너희들은 이 사방 벽에 비추어 남아도는 등불 빛 한 가닥이 아까워 나를 쫓아내는구나. 남는 불빛을 나에게 준다고 해서 너희에게 무슨 해가 되냐? 나는 스스로 너희들에게 무엇인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을 했었는데….”라고 말했다.여러 처녀들이 수군수군 의논하더니 가난한 처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오라고 말했다. 사람에게는 순화되어야 할 감정이 많이 숨어있다. 남의 어려움이나 불행에 대해 연민이나 동정심을 느끼는 마음이다.신축일주는 하늘은 매섭고 찬바람이 휘날리는 신금(辛金)이지만, 땅은 소(축, 丑)다. 남들 보기에는 힘든 일도 소나 닭 쳐다보듯이 무심하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는 기운이다. 부지런하지만 결코 스마트하지 않는, 좀 늦고 떨떨한 신축! 재주도 메주도 별로 잘하는 것이 없는 신축! 거기다가 생각하는 것도 진취적이지 못하다. 좋은 말로 표현하면 우공이산(愚公移山)이고, 옆에서 보면 속이 답답한 경우이다.하늘이 살벌한 신(辛)의 기운으로 매서운 칼날을 들고 있지만, 땅인 소는 알고 있다. 그것이 보석을 나누어주기 위한 하늘의 이치라는 것을. 참으로 소의 커다란 눈망울 같이 순하고 순수하며 따뜻한 눈으로 보아주고 있다. 대체적으로 판단력이 좋고, 신속한 행동을 한다. 약간은 즉흥적이지만, 로맨틱하지는 않다. 남녀 모두가 소위 분위기 파악이 잘 되지 않는 성향이 있어 흠이 될 수 있다.소처럼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고독하거나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떤 것에 집중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빠지면 깊이 들어가는 기운이 있다. 특히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습관이 많다.신축일주는 물상으로 언 땅 위에 박힌 보석처럼 침착하고 매사에 신중하기에 화가 나거나 속이 상해도 쉽게 화를 내지 않는다. 겨울의 차가운 환경에서도 봄을 맞이하여 뜻을 펼치기 위한 노력이 남다르다. 늘 불안하고 걱정하는 성격이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산다.재물과는 인연이 깊지 못하여 타고난 재능으로 인내하고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 허나 시기 질투가 강하여 남과 비교하는 내향적인 성질이지만, 직감과 영감이 뛰어나 종교와 철학에 관심이 많아 종교생활에 적합하다.신축일주에는 효신살(梟神殺)이 있다. 올빼미 효(梟)와 귀신 신(神)을 써서 올빼미 신이라는 뜻이다. 중국에서는 동방불인지조(東方不仁之鳥)라 하여 새끼가 성장한 이후 어미 새를 쪼아 먹는 폐륜적인 새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다시 말해 남자는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고, 여자는 시어머니와 갈등을 야기하기에 좋게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지나친 애정과 간섭으로 생긴 문제다. 자신의 잘못된 점은 생각하지 않고, 남의 단점만 보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유향이 지은 ‘설원’ 담총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비둘기가 올빼미를 보고 어디로 가는지 물었다.올빼미는 “나는 동쪽으로 이사를 가려고 한다”라고 대답했다.비둘기가 왜 이사를 가려 하는지 물었다. 올빼미는 마을사람들이 자신의 울음소리를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비둘기는 올빼미에게 너의 울음소리를 고칠 수 있다면 이사를 가도 되겠지만, 울음소리를 고칠 수 없다면 동쪽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거기 사람들은 여전히 너의 울음소리를 싫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효장동사(梟將東徙)라는 고사가 여기서 나왔다.올빼미는 자신의 허물을 고치려 하지 않고, 자신의 울음소리를 싫어하는 사람들만 탓하면서 단지 사는 곳을 옮김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필연적인 사건들과 맞닥뜨린다. 애착, 대립, 관계, 이별, 상실, 성가신 뒤처리 등 사력을 다해야 하는 일이다.물론 이런 문제에서 등을 돌릴 수도 있다. 그러나 할 수 있다면 그 모든 것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전력을 다해 마무리해야 한다. 그러면 그 모든 일은 완전히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이다. 그 같은 과정을 통해 손대기 전에는 힘들었던 일이 생각보다는 가벼운 문제였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의 삶은 회피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2023-05-24

더 이상 문은 녹슬지 않는다

정미영 수필가 세상으로 향한 모든 인생길의 시작과 끝은 문이 아닐까. 어머니의 자궁문을 열고 세상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한평생 온갖 종류의 문을 여닫기 반복하다가 마침내 삶의 종착지에는 장례식장에서 생의 문을 닫는다.인생 시계의 가을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지나왔던 무수한 문을 생각해 본다. 자동문처럼 쉽게 열린 적도 있었고, 굳게 닫힌 문을 두 손으로 힘껏 잡아당겨 겨우 열던 때도 있었다. 돌이켜 보건데 내가 건너왔던 문들은 모두 나의 내력을 지녔다. 가끔은 추억의 빗장을 열고 그 문들 속으로 성큼성큼 들어가기도 하지만, 오늘은 차마 잊지 못하고 머뭇대며 찾아가기를 별렀던 문을 보러 길을 나선다.학창 시절에 살았던 집 앞에 선다. 문간을 넘나드는 이들의 들숨과 날숨이 대문에 스며든 것만 같아 여기저기 시선을 옮겨본다.내 눈길 끝에 예전의 문소리가 끼익 달려 나온다. 그 당시 우리 식구가 대문을 열고 닫을 때는 유달리 삐걱대는 소리가 잦았다.친정아버지의 평온을 유지하지 못했던 마음이 대문에 옮겨져 그 아픔의 무게에 짓눌렸던 연유 때문인지 돌쩌귀가 빠져 슬픈 울음소리를 냈다.사람 좋기로 소문난 아버지는 크든 작든 보증서는 일을 도맡았다. 어느 해, 아버지는 어머니 몰래 어릴 적 친구를 위해 또 보증을 섰다. 신발 가게를 몇 군데나 크게 하던 소꿉친구였다. 일이 잘 풀리면 다행이지만 잘못됐다. 그는 끝내 부도를 내고 소식도 없이 사라졌다. 나중에 이 사실을 들은 어머니가 수소문해서 신발 가게를 찾아갔다. 어머니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었단다. 가족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가고 그 즈음 힘들게 겨우 장만했던 집을 내놓을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다고 했다. 자식들을 데리고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집을 구하지 못해 애태우는 동안, 아버지의 직장 동료들은 우리 집 형편을 마음 아파했다. 그들의 배려 덕분에 관사로 거처를 옮겼다. 아버지가 빛바랜 문 앞에서 선뜻 집으로 들어오지 못한 적이 많았던 때문이었을까.아버지 때문에 가족들이 고생한다고 문고리를 붙잡고 미안해할수록 철문은 무시로 아버지의 울분을 받아들였나 보다. 문은 군데군데 녹이 슬고 주저앉을 것처럼 점차 위태롭게 보였다. 낡을 대로 낡은 문은 바람만 불어도 쩔걱거리며 사위스러운 소리를 냈다. 삭막한 아버지의 흐느낌과 문의 차가운 금속성 소리가 끝없이 이어질 것 같아 내 불안은 커져만 갔다. 내 가슴에도 붉은 녹과 쇳소리가 선명하게 새겨질 것만 같아 두려웠다.그런데 걱정의 종말이 보였다. 어느 날, 아버지는 파란 페인트를 사가지고 왔다. 비지땀을 흘리며 문고리와 문설주의 돌쩌귀까지 세심하게 덧칠했다. 아버지가 문을 페인트로 단장한 것은 참으로 다행이었다. 무성한 마른 풀로 버석거렸을 아버지의 가슴에 새롭게 푸른 물이 돌았을 것이다. 생기가 돋아나는가 싶더니, 활기가 넘치는 날도 점차 늘었다. 아버지는 아마도 사람에게서 받은 상심과 삶의 고단함을 페인트칠하면서 부려놓으려 애썼던 것 같다.사람과 마찬가지로 문도 상처를 방치하면 안 된다. 아버지가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는데 힘썼듯이 내세울 것 없던 허름한 문도 녹슨 곳을 사포로 정성껏 문질러 매끈하게 만들자, 공간의 소중한 일부로 재탄생했다.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때의 경험을 발맘발맘 따라왔더니, 가끔 생활에 드리워진 어둠이 걷어지고 환한 희망의 등불 하나 소담스럽게 문에 내걸 수 있었다.그곳에서 오랫동안 살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비워줘야 했다. 아버지는 공무수행을 떠난 길 위에서 돌아가셨다. 가량없이 날선 세상에서 가족들을 지키려고 했던 아버지는 나에게 문(門)이었다.대문을 쓰다듬어 본다. 삶이 버거울 때 비바람 막아 주고 등을 기댈 수 있었던 문(門)과의 추억이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이제 아버지는 내 마음속에 푸른 문으로 각인되어 있다. 내가 그리워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형상은 오롯이 기억될 것이다. 더 이상 문은 녹슬지 않는다.

2023-05-24

소통의 방식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다수의 국어국문학과에는 ‘문학기행’이라는 이름으로 문학작품 속 배경이나 작가를 기념하는 문학관을 찾는 행사가 있다. 필자도 학부 시절 순천과 광주 일대를 답사한 기억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답사 프로그램은 축소되거나 폐지되는 것이 현실이다. 세상의 변화 속에서 문학 현장을 찾는 것에 대한 무용론이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서 폭넓게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지난주 학부생 40여 명과 목포로 2박 3일 문학답사를 다녀왔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중단된 문학답사가 부활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신청마감 3일 전까지 신청자가 10명을 넘지 않아서 취소하기 직전까지 몰렸지만, ‘졸업요건’을 강조하며 학생들을 독려한 끝에 간신히 출발할 수 있었다. 애초에 대다수 학생은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 아니었다.첫째 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식사를 일찍 마친 학생들이 삼삼오오 바깥으로 나가기 시작하더니 조금 시간이 지나자, 절반 이상이 빈자리가 되었다. 둘째 날 저녁도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은 식사를 마치면 같은 테이블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자리를 피하는 쪽을 택했다. 뿐만이 아니라, 둘째 날부터 일정이 빡빡하다는 말이 들려온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다.학생회장을 통해 들은 말은 이랬다. 우선 날씨가 문제였다. 2박 3일 일정의 첫날은 무더위로, 둘째 날은 비로 인해서 축축하게 젖은 옷을 입고 답사를 진행해야 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이 쉽게 피로감을 느꼈던 것이다.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와 한 조를 이루어 이동하고 방을 함께 써야 하는 것도 문제였다. 낯선 존재와 2박 3일 동안 가깝게 지내는 것이 불편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어색함을 참으며 타인을 알아갔다면, 지금 학생들은 스마트 폰에 의지해 그 시간 자체를 회피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둘째 날, 우리 조 학생들과 이동 중에 소나기를 만나서 카페로 이동했다. 주문한 음료가 나오자 우리는 커다란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그러자 학생들은 당연한 듯 각자의 스마트 폰을 꺼내서 무엇인가를 했다. 몇 분의 침묵이 흘렀을까. 견디지 못한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지금은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순간 학생들 사이에 흐르던 어색한 공기만은 또렷하게 떠오른다.현재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의사소통 방식은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 스마트 폰에 익숙한 세대로 낯선 사람과 만나서 자신을 드러내며 대화하는 방식이 서툰 것이 사실이다. 또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겪으며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 자체를 배운 적이 별로 없다. 그러니 어색함과 불편함에 성급하게 말을 하거나 혼내기보다는 잠시 기다려 줄 필요가 있다. 마지막 날 학교에 도착하고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우리 조 학생들을 보니, 내가 2박 3일 동안 너무 조급하게 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학생들은 속도는 조금 늦더라도 각자의 방식으로 타인과 소통하고 있었다. 이번 답사는 나에게 학생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었다.

2023-05-24

자동차 사고와 치료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살면서 크든 작든 보통 한번쯤은 겪는게 교통사고다. 뒤에서 차가 와서 부딪히거나 차선변경 중 혹은 교차로에서 차끼리 부딪힐 때가 있고 횡단보도나 일반 길에서 차가 사람을 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은 크게 다치진 않으나 심하게 다친 사람은 뼈가 부러지거나 뇌출혈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자동차 사고가 나면 요즘은 대부분 한의원에 내원해서 치료를 한다. 상태에 따라 침과 부항으로 어혈을 제거하고 근육을 풀어 줄 뿐만 아니라 약침과 추나 거기다가 어혈을 제거하고 면역을 높일 수 있는 한약까지 21일분 처방이 가능해서 한방 치료를 받으면 교통사고의 통증과 후유증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을 일반인들도 잘 알고 있다.대부분 환자는 사고시 충격으로 몸이 순간 앞으로 쏠렸다 뒤로 휙 제껴지면서 경추와 흉추 등이 과도하게 신전되었다가 원래대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목과 어깨 쪽의 척추 근육 인대 등이 손상되고 심한 경우 허리 척추의 인대도 손상된다. 이를 채찍질 손상 혹은 편타 손상이라고 하는데 보통 목이 뻐근하고 아프고 심하면 목을 돌리지 못한다. 또 어깨가 뭉치고 심한 경우는 날개뼈에 담이 결린 것처럼 몸을 돌리기가 힘들어진다. 일반적인 담과는 다르게 교통사고로 인한 목과 어깨 통증은 가만히 놔두면 낫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목과 어깨가 굳어가면서 더 심해진다. 허리도 우리하게 아프고 심한 경우 골반쪽으로 날카로운 통증이 생길 수 있다. 목이 너무 심하게 충격 받은 경우엔 두통과 어지럼 구토증도 일시적으로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 목을 풀어주고 치료한약을 같이 복용하다 보면 1~2주 내에 두통 어지럼 구토증은 사라지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교통사고로 인한 통증은 잘 낫지 않아 사고가 나면 바로 한의원에 내원하는 것이 좋다. 치료기간은 심하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는 2~4주 정도 꾸준히 치료하면 좋아지고 심한 경우는 3달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치료는 우선 부항으로 사혈을 해서 어혈을 빼주고 침으로 뭉친 근육과 인대 회복을 돕는다. 그리고 약침과 추나 등의 추가 치료로 더욱 확실하게 근육을 풀어주고 한약처방으로 면역력 강화와 근육을 강화 시켜 치료의 마무리를 한다. 환자가 꾸준히 2~4주 정도의 시간만 투자하면 대부분은 90% 이상 회복이 된다. 물론 일부 골절 환자 같은 경우엔 뼈가 붙고 나서도 많은 시간을 투자 해야 한다.남자들이 보통 근육이 많고 튼튼해 아픈 것도 덜하고 회복도 빠르다. 몸이 약한 여성의 경우엔 별로 심하게 사고가 나지 않았어도 상당히 심한 통증과 심적 고통을 호소한다. 실제로 교통사고가 나면 한동안 잠도 못자고 밥맛도 없으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운전대를 다시 잡기가 너무 겁난다는 사람도 많다. 이런 경우라도 한약 처방이 무료로 가능하니 한달 내로 대부분의 증상은 좋아진다. 교통사고로 통증이 생기면 최대한 빨리 근처 한의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 후유증을 예방해 건강한 생활을 빨리 되찾자.

2023-05-24

포항 고교평준화 문제, ‘열린토론’ 필요하다

경북도내에서 유일하게 고교평준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포항시가 고민에 빠졌다. 평준화 제도 채택 이후 고교생들의 성적이 떨어지는데다 우수학생들이 타지역으로 유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지난 2008년부터 평준화 제도를 도입해 현재 15년째를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평준화제도에 대한 민심을 듣기 위해 포항 출신 박용선 경북도의원이 그저께(22일) 만18세 이상 포항시민 1천2명을 대상으로 코리아정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우선 포항지역 고교평준화제도의 개선방향에 대해 물어본 결과, ‘개선후 유지해야 한다’가 38.4%, ‘폐지해야 한다’가 37.2%로, 어떤 식으로든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는 응답자가 75.6%로 압도적이었다.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17.1%였다. 단순히 평준화에 대한 찬반의사를 물어본 설문에서는 찬성 46.9%, 반대 45.9%로 나타났다.포항시민사회가 우려한 대로 반대측은 학력하향평준화(44.7%), 우수학생유출(19.7%), 공교육 황폐화(11.6%), 학교평판도 저하(10.1%), 비평준화 쏠림(8.3%) 등을 이유로 들었다. 찬성측은 학교간 격차해소(38.0%), 학습부담 경감(23.4%), 입시위주교육 폐단개선(19.5%), 대도시 집중현상 해소(8.3%) 순으로 응답했다.고교평준화제도 개선문제는 포항지역의 오래된 현안이다. 올 초에도 포항향토청년회가 평준화 제도개선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었다. 경북도내 최고 명문고라는 소리를 듣던 포항고와 포항여고의 서울 주요 대학 평균 합격률이 최근 경주고, 안동고, 구미고, 구미여고보다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교평준화 제도개선 결정권한은 경북도교육청에 있다. 현재 도교육청에서는 평준화 제도에 손대는 것을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찬반 여론이 워낙 팽팽해 섣불리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다. 이번 여론조사를 계기로 포항지역사회가 고교생의 입장에서 고교평준화 제도개선문제를 공론화해보길 권한다.

2023-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