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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원리의 규명과 개선 역량

엄주선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인간의 모든 활동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으며 결과는 현상 즉 나타나 보이는 현재의 상태가 된다. 이 원인과 결과 사이에 원리가 있고 그 원리에 따라 행동하는 규정을 원칙이라 한다. 생산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결과에 대해서도 원인이 있으며 원리가 존재한다. 이 원리는 대부분 학교에서 물리 화학 등을 통해 배운 것들이며 이 원리가 일하는 사람을 고통스럽게도 하고 행복하게도 하는 분기점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개선활동을 함에 있어서도 이 원리를 규명하여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생산현장에서 발생하는 현상 중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 중의 하나가 결로이다. 결로는 수분을 포함한 대기의 온도가 일정한 압력상태에서 변화될 경우 대기가 포화할 수 있는 수분량 이하로 떨어져 대기가 함유하고 있던 수분을 물체 표면에 물방울로 맺히게 하는 현상을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겨울철 기온이 내려가 외부와 내부의 온도 차가 커지게 되면 아파트 거실 창문 안쪽 면에 맺히는 물방울과 주전자에 뜨거운 물이 외기와 접촉시 표면에 생기는 물방울이다.즉 결로의 발생 원리는 대기 온도의 변화에 따른 포화 수분량의 변화이다. 20℃ 온도 1㎥의 공기는 최대 17.3g(0℃는 4.8g)의 수분을 가질 수 있으며 같은 공기는 따뜻해 질수록 포화 수분량이 증가하며 더이상 포화 못하는 상태를 포화점이라 하고 상대습도 100%라 한다. 예를 들어 20℃에서 0℃로 공기의 온도가 변화할 경우 20℃의 포화 수분량 17.3g에서 0℃ 포화 수분량 4.8을 빼면 12.5g의 수분이 발생하는 것이다. 반대로 0℃에서 20℃로 온도가 올라가면 12.5g의 수분을 포화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일례로 제철소 생산라인 중 밀폐형구조로 된 공정집진기는 고온의 열과 분진을 흡입 블로워(Blower)로 빨아들여 먼지(Dust)와 분진은 집진 장치로 거르고 깨끗한 공기를 굴뚝을 통해 대기로 방출한다. 가끔 상부 집진 장치로 빠져나가야 할 뜨거운 공기가 공정의 불균형이나 설계 미스 등으로 인해 집진기 하부의 분진 배출 덕트로 흡입되어 대기 온도와 접촉하게 되면 고온에 포함된 다량의 수분이 저온의 대기 온도와 만나 배관 내부에 결로를 유발시키고 분진과 혼합되어 배출구를 막는 트러블을 일으킨다.트러블이 발생하면 직원들은 생산라인을 정상화하여야 하기 때문에 재해발생 위험을 감수하면서 배출구의 막힌 부분을 제거하느라 고생을 많이 하게 된다. 이런 경우 개선방안은 상부의 뜨거운 온도와 하부 대기 온도가 바로 접촉하지 못하도록 완충지대를 두거나 온도 차가 생기지 않도록 가열 설비를 설치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이렇게 설비의 트러블이 생기는 원리를 규명하여 개선방안을 마련하면 근본 원인을 제거하게 되므로 재발을 방지하게 된다. 이를 반복하면 단순히 지식습득을 넘어 지식을 활용해 성과도 얻고 성취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기에 개선의 수준과 역량이 지속 향상되게 된다.

2023-05-14

서울행

김규종 경북대 교수 아침 아홉 시 반에 시작한 여정(旅程)이 자정 넘어서야 끝난다. 학회의 정례 학술논문 발표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것이다. 나는 학회 활동에 열렬한 연구자가 아니다. 공부를 혼자 해 버릇한 이유로 독야청청 독불장군의 길을 허위단신 달려온 세월이 30년 가까우니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청해서 발표를 결정하여 서울에 다녀왔다.정년을 불과 석 달 앞둔 백발의 연구자가 이반 투르게네프의 희곡 ‘시골에서 한 달’ 연구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를 가진 것이다. 19세기 90년대 안톤 체호프의 극문학 성립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극작가 투르게네프의 장막극을 여러 각도에서 천착하고 러시아 최초의 심리 드라마로 언급되는 ‘시골에서 한 달’을 곡진하게 들여다보았다.청도역에서 동대구역으로, 동대구역에서 다시 서울역으로, 서울역에서 지하철 1호선으로, 그리고 다시 6호선으로 갈아타고 도보로 학술논문 발표회장에 도착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봄날의 환희가 약동하는 토요일 한나절을 거리에서 거리로 떠돈 셈이다. 세대교체가 완연하게 느껴지는 자리에서 뭔가 아쉬움과 쓸쓸함 같은 게 감촉된다.불꽃처럼 뜨겁고 여름 햇살처럼 찬연(燦然)하게 빛났던 아름다운 시절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구나, 하는 아쉬움이 찾아들었다. 추석이고 설이고 연말연시고 다 팽개치고 연구실에 처박혀 논문과 작품을 읽으며 깊은 한숨과 탄식으로 늦도록 끙끙댔던 시절이 어느새 자취도 없이 스러져 버렸구나, 하는 깨달음에 문득 주변이 쓸쓸한 것이다.하지만 돌이켜보면 내 곁을 영원히 사라져간 그 시공간은 학문 후속세대의 눈과 영혼과 가슴으로 다시 채워지고 있지 아니한가, 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리도 없이 그들은, 낯선 모습의 청년들은 각자에게 허여된 문학과 언어학과 연극학과 역사와 세상과 만나고 있었다. 서울에서 대구에서 러시아 곳곳에서!4시간의 긴 발표를 마치고 몰려간 뒤풀이 자리는 실로 은성(殷盛)하여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절로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기실 나의 서울행은 그들에게 따스한 저녁을 대접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은퇴하고 나면 두 번 다시 보기 어려울 것 같은 연구자들에게 맛난 저녁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오던 참이다.대략 20여 명의 러시아 어문학 연구자들의 뒤풀이 자리에서 오가는 정담(情談)과 웃음소리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건강하고 아름다우며 약동하는 곳이라는 확신이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학회장의 권고에 따라 짧고 간명하게 인사말을 한다. 나는 그들에게 불운했지만, 불멸의 이름을 간직한 피렌체의 시인 알리기에리 단테가 남긴 말을 전했다.“사람들이 떠들게 내버려 두어라. 그리고 그대에게 주어진 길을 가라. 그리하면 그대는 영광의 항구에 다다를 것이니!”학문하는 자의 배포와 당당함을 촉구하고 싶었던 게다. 밤하늘에 별들이 총총하게 빛난다.

2023-05-14

포항 후폭풍 우려되는 ‘에코프로 오너리스크’

에코프로그룹 이동채 회장이 법정 구속되면서 포항지역에서도 후폭풍을 걱정하고 있다. 포항에 대규모 생산기지가 있는 에코프로의 ‘오너리스크’가 포항지역 투자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는 충북 청주시에 본사가 있지만, 생산시설은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라고 불릴 정도로 대부분 포항에 접적돼 있다. 포항캠퍼스에는 그룹의 계속적인 투자가 이어져 2026년이 되면 면적만 약 50만㎡에 이르게 된다. 캠퍼스에는 삼성SDI와 합작해서 설립한 에코프로EM을 비롯해 에코프로BM, 에코프로 이노베이션, 에코프로 머티리얼즈, 에코프로CNG, 에코프로AP 등 대부분 계열사 공장이 조업중이다. 에코프로는 국내 양극재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지난달 21일 헝가리 현지에 생산 공장을 구축해 2차전지 양극소재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굳힌 상태다.포항시는 에코프로가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오고 있는데다 투자협약도 명문화돼 있어 당장 지역경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단지 정부의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을 앞두고 오너리스크가 발생해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포항시 남구 동해면 주민들은 에코프로가 면내 입암리에 추진중인 ‘해파랑 골프장’ 건설이 무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에코프로 계열사인 ‘해파랑우리’는 지난해 초부터 입암리 일원 253만㎡(약 77만평) 부지에 36홀 규모의 대규모 골프장 건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포항지역은 현재 포스코퓨처엠과 에코프로를 중심으로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져 세계적인 이차전지 도시로 급속하게 변신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중국기업을 비롯해 다국적 이차전지기업 투자유치 금액이 5조원에 이를 정도다. 하지만 정부의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을 앞두고 하필 에코프로 오너리스크가 발생해 투자가 적기에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에코프로 임직원들이 일차적으로 오너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총력을 쏟아야겠지만, 경북도와 포항시, 정치권도 그룹 계열사들이 하루빨리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경로를 통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

2023-05-14

“아이들은 가라”

우정구 논설위원 노키즈존의 한국식 표현은 No Kids Zone이나 영미권에서는 Kids-Free Zone으로 쓴다. 얼핏 아이의 자유로운 공간으로 보이지만 본뜻은 아이로부터 자유로운 곳을 의미한다.2010년대 중반쯤 등장한 우리나라 노키즈존은 어린아이를 동반한 고객의 출입을 금지하는 음식점, 카페 등을 일컫는 말이다. 출입 어린이의 과도한 행동으로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어린이 안전사고를 미연에 막자는 것이 설치 이유다.그러나 업소 측의 주관적 기준과 가치 판단으로 다수의 손님이 차별을 받는다는 이유로 노키즈존 반대 여론도 많다. 최근 제주도의회가 전국 최초로 노키즈존 금지 조례를 추진하다 유보했다. 법률적 근거가 없고 영업 자유권 침해로 또다른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서다.작년 전북 완주군의 어린이 의회에서는 어린이들이 아동권리 침해의 대표적 사례로 노키즈존을 꼽기도 했다.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에 500개의 노키즈존이 존재한다”고 밝히고 “세계 최저 출산율을 보이는 한국에서 이는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공공장소에서 어린이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육아에 대한 어려움을 강조하고 아이 갖는 것을 한층 꺼리게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최근 한 카페가 노시니어존을 만든 것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조그마한 동네에 테이블 두 개 있는 작은 카페라 불가피했다는 해명에도 특정 계층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반대의견이 많이 올라왔다. 차별과 권리의 주장 사이에 합일점 찾기가 쉽지 않다.다행히 아이를 위한 별도 공간을 마련하는 예스키즈존도 늘고 있다니 이를 장려하는 것이 논란에서 벗어날 해법이 아닐까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5-14

대구의 슈퍼 이노베이션, 착실한 준비부터

대구정책연구원은 2030년 대구경북 신공항 개항과 더불어 지역경제가 고속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선 대구 성장을 이끌 ‘슈퍼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양호 대구정책연구원장은 지난주 열린 연구원 개원 기념 심포지엄서 대구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슈퍼 이노베이션 프로젝트’로 5대 혁신안을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과 신공항 경제권 개발 △5대 미래신산업 구조로 개혁 △군위군 편입과 도심 후적지 개발 △청년층 대구 정주촉진 △자족형 스마트 동네생활권 구축 등이다.그는 “특히 신공항 개발은 신경제권 형성과 앵커기업 유치, 신산업 클러스터 발달, 국토균형발전을 이끌 핵심 시설”이라며 “신공항 일원과 후적지 개발로 20년 동안 100조원대 건설경제 효과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이 자리에 참석한 홍준표 대구시장도 “대구경북 신공항 개발을 건국 이래 지역 최대규모 사업”이라 지적하고 “후적지 개발과 신사업 육성 등으로 한반도 3대 도시 대구의 위상을 되찾고 세계로 나아가는 글로벌 도시를 만들 것”이라 말했다.지난달 13일 국회를 통과한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은 대구와 경북의 미래를 획기적으로 바꿀 사업에 대해 국가가 보증을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특별법에는 기부 대 양여 차액 국비지원, 신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종전부지에 대한 특별구역 지정 등이 반영돼 있다. 국가가 보증함으로써 사업을 안정적이고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어 신공항 건설에 따른 시도민의 기대감 또한 크다.중장거리 국제선이 오가는 국가 제2 중추공항으로 건설하고 신공항 주변의 신도시 및 신산업 유치 등 지금부터 대구와 경북이 머리를 맞대 해야 할 일이 태산처럼 많다. 대구시는 계획한 사업이 차질없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대구정책연구원이 비전 제시한 30년째 1인당 GRDP 전국 꼴찌 대구를 3위권에 진입하도록 실제적 성과를 내기 위한 노력이 지금부터 필요하다. 신공항 사업을 계기로 공직사회는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지역발전에 몰두해 나가야 한다.

2023-05-14

새벽 1시, 구미에는 365소아응급센터가 있다

김장호 구미시장 2023년 4월 8일 새벽 1시. 생후 7개월 된 영아가 고열을 동반한 열성 경련으로 울산에서 구미를 찾았다.26일 밤에는 경북 의성에 거주하는 7살 남자아이가 구토와 복통을 호소하며 구급차에 실려 구미로 왔다. 다행히 두 아이 모두 증세가 호전돼 다음날 오전 귀가했다. 모두 소아 전담 전문의가 있는 구미 365 소아청소년진료센터 덕이다.구미에는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365 소아청소년진료센터’가 있다.경북 중서부권의 유일한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이자 필수의료 지역 거점병원. 야간이나 휴일에 갑자기 아이가 아파 당황한 부모에게는 더없이 간절한 병원이다.최근 수도권 대형병원들이 소아청소년과 입원진료를 중단하고 소아과 폐과를 선언하며 소아진료 대란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자연스럽게 우리 시의 ‘365 소아청소년진료센터’에 이목이 쏠리면서 구미시는 주변 지자체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게 됐다.올 초 운영을 시작한 ‘365 소아청소년진료센터’는 필자의 민선 8기 공약사업이다. 많은 이들이 한발 앞서 진료센터를 개소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물어온다. 답은 간단하다.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기 때문이다. 취임 전후로 만난 시민들의 바람은 대체로 한결같았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구미시의 소아청소년은 7만8천200여 명. 전체 인구 대비 19.2%에 달한다.도내에서 소아청소년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가 바로 우리 구미다. 그런 구미에 소아응급실이 없어 다른 도시를 헤매서야 되겠는가. 취임 직후 여러 차례 병원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하는 한편 시의 지원을 약속했다.모두들 소아응급실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선뜻 시와 손잡겠다는 병원이 없었다. 여러 차례 설득에 나섰지만 이해관계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되다 올 초 순천향대 구미병원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구미시가 매년 시비 9억 2천만 원을 지원하는 ‘365 소아청소년진료센터’는 소아청소년 전문의 4명과 소아응급 전담 간호사 8명으로 구성돼 있다.개소 첫 달인 1월에는 464명, 지난 4월에는 918명이 진료센터를 찾았다. 4개월 동안 2천2백여 명의 환자가 센터를 이용했으니 그 필요성은 충분히 증명됐다고 본다. 구미뿐 아니라 인근의 김천, 칠곡, 성주를 비롯해 영주와 의성에서도 센터를 찾아온다. 소아청소년 응급환자에 대한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의료 인프라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되돌아봐야 할 대목이다.얼마 전 대구에서 십대 청소년이 응급실을 찾아 떠돌다 구급차에서 숨진 일명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소아청소년과 및 응급 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이제 돌봄의 역할이 가정과 양육자 개인에만 주어지는 시대는 지났다. 지역사회가 손을 보태고 시가 정책적으로 노력해야 한다.올해 전국 대학병원에서 내년 전반기 소아과 전공의를 모집한 결과, 대구·경북을 포함해 영남권 병원에 한 명의 의사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필자는 시민의 건강과 공공복리를 위한 의료 서비스에 구미시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저출생, 인구 소멸에 고민을 하지 않는 행정에 시민들이 무엇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구미시는 아이 키우기 좋은 구미를 위해 ‘365 소아청소년진료센터’ 외에도 자정까지 운영하는 야간연장 어린이집을 확대하는 한편, 밤 12시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마을돌봄터도 도내 최대 규모로 추가 조성한다. 가칭 ‘아픈 아이 돌봄 센터’ 도 하반기 개소할 예정이다. 부모를 대신해 돌봄사가 아동 픽업부터 병원 진료 전 과정을 동행하고, 아픈 아이의 간호 돌봄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도내 최초의 돌봄 센터다. 맞벌이 가정의 걱정을 덜어주고 지역 사회가 육아를 분담하기 위한 고육책이다.구미시에 이어 광주와 경주, 포항에서도 소아청소년 공공의료체계를 구축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지역의 미래이자 대한민국의 미래인 아이들을 위한 더 좋은 정책들이 경쟁적으로 나오길 바라며, 구미 ‘365 소아청소년진료센터’를 통해 많은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길 기대한다.

2023-05-14

그리움으로 읽는 책

이희정 시인 아버지, 라는 책은 표지가 울퉁불퉁했고어머니, 라는 책은 갈피가 늘 젖어 있었다그 밖의 많은 책들은 부록에 지나지 않았다건성으로 읽었던가 아버지, 라는 책새삼스레 낯선 곳의 진흙 냄새가 났고눈길을 서둘러 떠난 발자국도 보였다면지가 찢긴 줄은 여태껏 몰랐구나목차마저 희미해진 어머니, 라는 책거덜난 책들을 따라 소금쩍이 일었다밑줄 친 곳일수록 목숨의 때는 남아보풀이 일 만큼은 일다가 잦아지고허기진 생의 그믐에 실밥이 다 터진 책―박기섭, ‘달의 門下(작가, 2010)’ 중 ‘책’ 전문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책이 있다. 애잔하고 미안한 것들로는 에두를 수 없는 아버지와 어머니, 라는 책이다. 가족 서사로 빼곡한 오월의 서가에서 시인은 가장 깊이 있고 끈질긴 질문의 책과 조우한다.박기섭 시인(1954~)이 기억하는 두 책은 외피부터 대조적이다. “아버지라는 책은 표지가 울퉁불퉁했고, 어머니라는 책은 갈피가 늘 젖어 있었다”는 비유처럼 아버지와 어머니는 각자 그들 ‘다움’의 모습을 품고 있다. 아버지는 ‘표지’이고, 어머니는 ‘갈피’라는 인식의 시어는 잔상을 드리운다. 시인은 “그 밖의 많은 책들은 부록에 지나지 않았다” 며 이 모든 우주의 중심 서가에 두 책을 놓고 있다.시인이 읽는 책의 서사에 주목해 보자. “건성으로 읽었던가 // 새삼스레 낯선 곳의 진흙 냄새가 났고 // 눈길을 서둘러 떠난 발자국도 보였다”고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아버지의 생을 재독하고 있다. 이처럼 아버지는 가족을 부양하는 존재로서 집 밖의 영역에 속하는 사람으로 인식했다. 이에 반해 자식에게 헌신적이고 포용적인 어머니라는 책은 그것을 만지는 시인의 갈피에도 습기가 묻어난다. “면지가 찢긴” “목차마저 희미해진” “거덜난 책”이란 비유에서 보듯이 어머니라는 존재는 온통 눈물의 소금밭임을 알 수 있다. 그들의 삶은 “목숨의 때” “생의 그믐에 실밥이 다 터진 책”이라는 밑줄 아래 연민이 곡진하게 스민다. 이 대목은 어머니다움의 본질이다.시는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항상 궁금하고 모를 듯한 삶을 살면서 결과적으로 우리가 이르는 궁극의 주제다. 어머니는 어떠한가. 현대사회의 확장된 어머니의 역할과는 다르게 과거 어머니의 삶이 있기나 했을까. 우리는 왜 뒤늦게 그리움과 영원의 주제로 항상 눈물과 가슴앓이를 했을 어머니와 주목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서사 도정을 발견하고 관찰하는 것인가.책은 역사와 서사의 저장고다. 시인은 퇴색한 과거에 미래의 가치를 부여하는 일을 한다. 이는 인간의 보편적인 주제인 부모를 갸륵하게 기억할 뿐만 아니라 생의 진정성에 대한 의미 있는 탐색이기도 하다.은자의 미덕이 통하지 않는 시대다. 그럼에도 박기섭 시인은 비슬산 한 자락에서 수북하게 쌓인 철 지난 책이나 고미술품과 함께 있다. 그의 삶이 소중한 것은 사라져가는 옛것을 수집하고 지키는 일상 가운데 발견이 발명하는 한결같은 시인의 자리에 흔들림 없이 거하기 때문이리라.오래전 인터넷 헌책방을 샅샅이 훑은 적이 있다. 당시 찾던 책은 ‘신학국문학전집, 세로쓰기, 어문각, 1974년판’이었다. 아버님께 빌려온 몇 권의 책을 남편이 분리배출을 해버렸는데 김동인 외 무슨 책 몇 권 인지조차 가물가물했다. 오래된 책은 더군다나 세로쓰기 책은 가치 상실 도서라고 홀대했던 발언에 마음이 상하신 듯 반납을 명하셨다. 어렵던 시절 그분들의 할부 책의 역사를 간과(看過)했다. 이제 고인이 되신 아버지라는 책을 그리움으로 다시 읽는다.오월의 목차에는, 실밥이 다 터진 애잔한 그리움의 책,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다.

2023-05-14

다목적 스프레이제

강길수 수필가 더는 참을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다. 나름 거금 들여 산 건데 네댓 해 지났다고 괴상한 소리를 내다니 품질에 문제가 있다. 한 시간 정도 걷는 출퇴근 동안 어떤 의성어로도 표현 못 할 남모를 소음에 노출되어 뒤틀리는 마음을 다독이며 참아왔다. ‘도대체 뭐가 잘못되어 그런 거야.’ 속 불평이 폭죽처럼 터졌다.고치려고 여러 궁리를 해 보았다. ‘비 오는 날 시작되어, 비 그치고 며칠 지나면 괜찮아진다. 갈수록 소리는 커지고 시간도 늘어난다. 이런 현상은 틈이 늘어나 그 속에 스며든 물기 때문일 거다’ 하는 추론과 판단이 들었다. 당장 고치기 작업을 시작했다. 헤어드라이어로 이곳저곳 물 스몄을 자리를 말렸다. 그래도 소리는 그대로다.아니면, 공기주머니가 막혀서 그렇겠다는 생각이 뒤따랐다. 서류용 클립 한 개를 펴 공기구멍이 있을법한 곳 몇 군데를 찔러 유입구를 키웠다. 조금 나아진 듯했으나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고장 난 데가 어딜까. 오랜 실험실과 연구소 경력도 별 수 없다는 절망감마저 들었다. 못 고치고 저절로 소리가 멈추기만을 바라며, 냉가슴 앓듯 분기를 또 참는다.그 후 어느 날, 긁어 부스럼 사태가 벌어졌다. ‘그래. 아예 공기주머니를 본드로 때우면 소리가 발버둥 쳐도 별수 없이 멈출 거야’ 하는 결론이 머리에 불쑥 솟았다. 곧바로 본드를 가는 철사에다 찍어 공기구멍 있을 곳에 발라 말렸다. 한데, 결과는 더 괴상하고 큰 소리가 났다. 곁을 지나치는 사람도 들으면 불쾌할 정도로 커졌다. 고무 재질에 고무 본드를 붙여 굳혔으니 제거도 난감했다. 진퇴양난이 되었다.‘궁하면 통한다’라고 했던가. 어디선가 ‘그래. 지푸라기 잡는 마음으로 이걸 한번 써보자’ 하는 아이디어가 번쩍했다. 다목적 스프레이제다. 불문곡직 스프레이 통을 꺼내 본드 붙였던 자리에 뿌렸다. 한데, 이게 웬일일까! 심기를 긁어대던 불쾌한 소리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야바위꾼에게 홀리면서도 기분 좋은 모양새다. 물에 젖은 길이나, 비 오는 날 걸어도 괜찮았다. 대성공이다.장미꽃 아름다운 출근길을 걷는다. 오가는 한 학교는 동, 서, 남 세 곳 담장에 장미가 산다 하여 장미의 계절엔 어느 길을 가든, 장미꽃의 웃음과 생기를 선물 받는다. 문득, 얼마 전까지 괴상한 소리로 귀청을 긁던 오른쪽 운동화를 내려다본다. 이어, ‘우리 정치권이 이 운동화 같이만이라도 되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다.한 야당 의원은, 대통령 부인의 캄보디아 아동 심장병 환자 문병을 ‘빈곤 포르노’라며 폄훼하는 궤변에 이어, 방미 중인 대통령의 화동 볼 뽀뽀 인사를 ‘성적 학대’라 주장하는 황당한 망발을 저질렀다. 이런 자들의 마음엔 대체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까. 나라의 외교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지 않은가.나라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권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저들의 정치적 목적에만 눈이 멀어 궤변과 망발, 괴상한 소음만 내고 있다. 이런 망국적 처사를 일거에 없앨 수 있는, 다목적 스프레이제 같은 이가 우리 사회 어디에 없을까.

2023-05-11

가정은 ‘행복의 샘’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이 ‘계절의 여왕’ 5월의 화사한 치마폭에 싸여 가정의 사랑을 부르고 있다. 요즘 점점 잃어버릴 것만 같은 가족의 사랑과 믿음을 다시금 품어주며 가정의 소중함을 되새겨 보아야겠다.가정은 소중한 보물이지만 어려운 현실에 부딪히다 보면 그 가치를 잊어버리고 소홀하기 쉽다. 또 가정은 국가와 사회를 이루는 근간이기에 부모와 자식 모두가 올바른 인성과 규범으로 그 가치를 높여나가야 한다. 우리는 가정과 집의 의미를 같이 쓰고 있지만, 집(house)은 가족이 살아가는 외형적 공간이고 가정(home)은 삶의 최고 가치, 즉 행복을 가꾸어 가는 내면적 관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그런데 요즘 가정의 근간, 즉 구성원들인 가족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고 있다. 출산율 저하와 인구 고령화로 인해 가족들 간의 상호접촉이 소원해지고, 비혼과 만혼 등으로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31.7 %이며 가정이 사라진다는 우려에 인간성 부족과 함께 여성의 사회생활 다변화에 따른 자기중심적 자유를 향유하려는 경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와 함께 미혼모, 비혼모뿐만 아니라 이혼과 사별에 의한 한부모가족도 약 37만 가구라 하니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빈곤을 겪고 있는 이들 가정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지원이 절실하다.가정이 불화하면 가정폭력, 아동학대, 성폭력 등이 일어나게 되고 그 신체적 정신적 피해로 인해 가정의 파괴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여성가족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부부 2.5쌍 중 1쌍은 1년간 배우자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고 부부싸움 또한 1년에 1천300여 건이 119출동을 부르고 있다. 경북의 가정폭력 신고는 지난해 9천185건으로 전년 대비 5.3%나 증가했다고 하니 가족 구성원에 대한 사랑의 성찰이 필요하다. 이혼율은 작년에 인구 1천명당 1.8명으로 OECD 회원국 중 9위, 아시아 1위라는 슬픈 기록으로 혼인비 53%이고 출산율마저 0.7명이니 가정의 달에 다시 한번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고독사 문제도 심각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16%인 65세 이상 독거노인의 무연고 사망이 최근 5년 사이 2배로 증가하였고 청장년층도 증가추세라고 하니 사회적 관계망을 잘 유지하고 위험한 환경에 있는 노인들에게는 ‘고독사 제로 프로젝트’와 같은 사회 안전망이 절실히 필요하다. 고독사 통계를 보면 작년 3천378명 중 50대 남성이 약 30%로 1천명 정도이고 여성의 4배 이상이라고 하는데 이는 가사노동과 건강관리에 익숙하지 못한 탓이라고 한다.젊은이들은 집 구하기 어려워 결혼을 미루고 노년층은 사회와 단절된 삶 속에서 우울하고 무기력한 생을 보내고 있으며 아이들은 아동학대에 시달리는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는 마음은 아프다.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용기를 북돋우고 관심을 가지며 사랑으로 보살펴서 ‘가정 소멸’이라는 엄청난 사태가 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가정은 ‘행복의 샘’이다. 맑은 마음, 밝은 얼굴, 고운 손길로 따뜻한 사랑의 샘물이 솟아나도록 하자.

2023-05-11

5·18의 강을 건너야

홍석봉 대구지사장 5월만 되면 우리 사회는 심한 가슴앓이를 한다. 43년이 지났지만 우리 가슴 한켠엔 5·18광주 민주화운동의 쓰라린 상처가 남아있다. 쉬이 아물지 못하는 생채기다.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가 지난 9일 광주 금남로에서 ‘호남총궐기대회’를 가졌다.지역 시민단체 등 참가자들은 민주당을 호남의 적폐이자 특권세력으로 규정하고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586을 학생운동 경력과 5·18팔이로 정치하는 세력이라고 질타했다. 5·18을 사유화하고 독점하려는 세력이라고 못박았다. 호남 시민의 뜻을 모아 이들을 척결하겠다고도 했다.이 단체는 당초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등의 특권과 특혜 폐지를 목적으로 결성됐다.강기정 광주시장은 같은 날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할 것을 국회와 정부에 요청하면서 의미있는 언급을 했다. 5·18이 특정 단체, 특정인들의 전유물이 됐다고 비판했다. 5·18의 숭고한 뜻이 왜곡되고 있다고 통렬하게 일갈했다.‘5·18 비판’의 금기(禁忌)가 깨지고 있다. 성역이 허물어졌다. 5·18의 고장에서 5·18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성숙하고 이성적으로 단단해졌다는 반증이다. 그동안 호남과 손 잡은 좌파 인사들이 조자룡 헌 칼 쓰듯 5·18을 전가의 보도로 활용해왔다. 좌파와 호남의 결합은 좌파 집권을 보장했다.호남의 심장인 광주가 과거의 덫에 빠져 있는 사이 5·18과 민주를 앞세운 운동권의 목소리가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이익은 덤이었다. 광주와 호남에는 경제성 검토도 필요 없었다. 정치적 명분만 그럴듯하면 됐다. 국책사업을 추진하고 기업을 끌어왔다. 43년을 그렇게 흘러왔다.5·18 국가유공자 선정도 인우보증(이웃과 친구가 보증)이라는 이름으로 허술하게 진행됐다. 보훈처 심사도 필요 없었다.43년이 지났는데도 5·18 유공자는 계속 늘었다. 5·18 국가유공자 명단을 전면 공개하라는 주장은 소리없는 외침이다. 5·18과 상관 없는 인사도 버젓이 이름을 올렸다.이제사 일각에서 바로잡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호남 지식인층 중에는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반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광주가 추구하는 가치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반한다는 이유에서다.5·18과 관련된 국민적 의혹과 마음 한켠 찝찝함을 호남인 스스로 털어내야 한다.보수의 무턱댄 ‘호남 혐오’도 그쳐야 한다. 혐오가 아닌 ‘비판’을 해야 한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리고 건전한 비판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5·18을 대한민국 자산으로 인정해야 한다. 5·18민주화운동특별법도 폐지해야 한다. 사람 입에 자물쇠를 채운, 왕조시대에나 있을 법한 법을 만든 대단한 국회는 반성과 함께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5·18 정신에 대한 신성모독이기 때문이다. 호남인들은 호남의 위대한 정신이자 자산인 5·18을 스스로 훼손시키는 일은 더이상 않아야 할 것이다.일제침략, 4·3사건, 5·18 등 현대사의 비극이 된 과거사의 강을 건너야 한다. 그래야 미래가 있다.

2023-05-11

‘이차전지도시’ 포항, 전력망 확충에 총력전

포항을‘이차전지 중심도시’로 만드는 작업에 경북도도 소매를 걷어붙였다. 경북도는 최근 포항에 이차전지 기업투자가 이어지면서 전력공급난이 예상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포항산단 전력공급 대응TF’를 구성해 그저께(10일) 동부청사에서 첫 회의를 가졌다. 이차전지 관련 기업은 다른 제조업체에 비해 전기소모가 5배가량 많아 현 공급체계로는 한계가 있다. 포항에 있는 블루밸리국가산단이나 영일만일반산단 모두 기존 전기설비로는 전력공급 능력이 부족해 변전소 신설과 기업별 전용선로가 필요하다.영일만산단의 경우 내년까지는 현재 송전선로와 변전소로도 전력수요를 충당할 수 있지만, 2026년부터 추가로 필요한 이차전지 기업의 전력수요는 감당하기 어렵다. 블루밸리 국가산단도 변전소 용량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포항에 투자하기로 한 이차전지 기업들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추가로 필요한 전력 규모는 298㎿인데, 이를 충당하려면 송전선로와 변전소 신설을 앞당겨야 한다. 한전은 2028년 10월까지 240㎿ 규모 송전선로와 변전소 신설을 계획하고 있다.‘포항산단 전력공급 대응TF’는 경북도와 포항시, 한국전력, 포스코, 포스코퓨처엠 실무진이 주축이다. TF 실무팀은 수시로 모여 포항산단 송전설비 보완 및 증설규모 시기조정, 미래 전력수급 계획을 수립한다. TF는 앞으로 영일만 일반산단과 블루밸리 국가산단 투자의향 기업의 대규모 전력 수요를 조기에 파악하고 한전과 긴밀하게 협의해 전력 수요·공급 상황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포항 북구)도 최근 한전 임원진을 만나 전력 인프라구축을 요청했다.경북 동해안지역은 원자력발전소가 집적돼 있어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들이 입지하는데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송전선로 건설비용이 절감될 뿐만 아니라, 전력 생산·소비의 지역 불균형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포항은 최근 잇따른 이차전지 기업의 투자유치로 성장동력을 확보한 만큼, 필요한 전력이 적기에 공급될 수 있도록 TF가 중심이 돼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2023-05-11

대구시민축제, 상가경기 활성화로 이어지길

이번 주말부터 대구 전역에 걸쳐 각종 축제 행사가 펼쳐진다. 계절의 여왕 5월에 맞춰 열리는 이번 지역의 축제가 침체된 대구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고, 코로나19로 힘들었던 시민들에게는 모처럼만에 가족과 함께 즐기는 힐링의 시간이 됐으면 한다. 12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13일부터 14일까지 대구 중앙네거리와 공평네거리 일원에서 열리는 ‘2023년 파워풀 대구페스티벌’은 올해부터 민간주도형 축제로 바뀌면서 많은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준비했다고 한다. 특히 행사의 하이라이트격인 ‘파워풀 대구퍼레이드’는 8개국 82개팀 2천600여 명이 참가해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거리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하니 한번쯤 구경 해볼만하다. 퍼레이드에 참가한 필리핀, 베트남 등 해외팀의 경우 시장과 주지사, 문화사절단 등이 함께 방문해 지자체간 교류의 장도 넓혀 축제의 의미를 더해준다. 또 같은 기간 동성로 축제가 대구 중심가 동성로 일원에서 열린다. 수성못 일대서는 수성못 뮤지컬 프린지페스티벌이 열려 뮤지컬 갈라콘서트, 미니공연, 프리마켓 등으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에서는 청장년층이 즐길 수 있는 대구탑밴드 경연대회가 열리고, 16일부터는 대구국제음악제가 시작되며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도 19일 개막에 들어간다.가정의 달이자 축제의 달인 5월은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와 공연이 가득하다.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축제를 즐기고 문화적 여유를 향유해 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지금 우리의 경제는 매우 어렵다. 특히 자영업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소상인들은 시장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문을 닫는 일도 빈번하다. 대구 대표 상권인 동성로는 코로나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상가 공실률이 약 20%에 이르러 대구 대표상권으로서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 실정이다.이달에 열리는 각종 축제에 시민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시민의 행사 참여가 곧 상가경기 활성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축제란 문화적 여유를 즐기는 것이기도 하지만 경제적 가치를 살리는 역할도 한다.

2023-05-11

퓰리처상

우정구 논설위원 기자들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퓰리처상에는 전쟁을 배경으로 한 특종기사가 선정된 사례가 많다.6·25 전쟁 당시인 1951년 부서진 대동강 철교다리를 건너 탈출하는 피난민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퓰리처상을 받았다. 베트남 전쟁을 대표하는 ‘소녀의 절규’ 사진도 1972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다.전쟁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비극의 현장이다. 전쟁의 와중에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또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전쟁이란 위험 속에서 이러한 비극적 장면을 취재하고 사진으로 담는 것은 전쟁이 던져주는 참상을 만방에 알리기 위한 언론의 노력이다. 또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게 모든 이에게 경각심을 주고 전쟁으로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희망을 주기 위해서다.퓰리처상은 미국의 신문 저널리즘과 문학적 업적 등에 가장 높은 기여자에게 주는 상이다. 미국의 언론인 조지 퓰리처가 남긴 유언에 따라 50만달러 기금으로 1917년 제정됐다. 미국 언론인에게만 수여하는 상이지만 언론인에게는 가장 영광스런 상으로 평가 받는다.소련의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난 2월 전쟁 발발 1년을 맞았다. 이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민간인 2만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지금도 전쟁이 진행 중이며 전쟁의 끝이 언제일지 알 수 없어 안타까움을 준다. 이 전쟁으로 국제적 긴장감이 높아졌고, 글로벌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우크라이나 항구도시 마리우풀 등에서 전쟁 현장을 취재한 AP통신기자들에게 퓰리처상이 돌아갔다는 소식이다. AP 사진기자 등은 우크라이나 민간인 피해를 생생하게 전달한 사진으로 공공보도 및 특종사진 부문 수상을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언론의 본분은 이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5-11

경추통과 낙침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한의원에 오는 가장 많은 환자군이 통증이다. 통증 중에도 제일 많은 환자가 염좌 환자이다. 흔히들 삐었다 혹은 담이 결렸다고 표현을 한다. 그 외에도 별일이 없었지만 갑자기 특정 부위가 아프다고 하면 담이 왔다 담이 결렸다고 표현을 한다.누가 담결렸다라고 하면 처음 떠오르는게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목이 너무 아프고 안돌아가는게 생각난다. 한의학에서는 베개에서 떨어졌다는 표현으로 낙침(落枕)이라고 한다. 목에 담이 결리면 우선 목을 돌리는게 너무 아프고 돌아가지 않는다. 심한 경우는 위 아래로 움직일 수도 없고 목과 어깨 등까지 아파서 움직임 자체가 힘들다.환자가 들어오는 모습만 봐도 목에 담결렸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환자 본인의 통증은 심하다. 물론 경중은 있어 목은 돌아가지만 뭉치고 아픈 경우, 목이 반만 돌아가는 경우, 목이 아예 움직이지 않는 경우 다양하다. 그러나 내 몸의 가시가 제일 아픈 법. 목에 담결린 환자 모두가 많이 아프고 괴롭고 힘들다.빨리 내원한다면 치료는 의외로 간단하고 통증이 심한 것에 비해서 빨리 낫는다. 우선 아픈 곳을 정확히 파악한다. 대부분 오른쪽이나 왼쪽 한쪽의 경추 5번 위아래 부분을 누르면 심한 통증이 있다. 목의 통증과 그쪽 어깨와 날개뼈를 따라 통증이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다. 경추만 아프면 목만 돌리기 힘들고 날개뼈 따라 등까지 아프면 몸 전체를 돌리기 힘들다. 아픈 곳을 확인 후 그 부분에 부항으로 사혈을 하고 당겨서 피를 뽑고 나면 한결 시원해진다. 그리고 아픈 곳을 찾아 침과 약침을 놓아 근육을 풀어준다. 원한다면 각 한의원에 달여논 담약까지 먹으면 더 빨리 치료가 된다. 통증이 심하지 않은 경우는 1~3회 치료로 거의 완치되고, 아주 심한 경우도 3~5회 정도로 거의 완치가 될 정도로 잘 낫는다. 급성통증이라 초기에 제대로 치료하면 금방 낫고 별 후유증도 없다. 아픈 정도에 비해 잘 낫는다.빨리 오지 않아 병을 키웠거나 일부 심한 경우는 담이 결리면 목이 많이 뭉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두통이 발생 할 수도 있고 일부는 팔이 약간 저리다는 경우도 있다. 팔이 저린 경우는 디스크도 의심을 해봐야 하나 그전엔 그런 증상이 없었고 담이 결리면서 팔이 조금 저린 경우는 담이 풀리면 팔저림도 해결이 된다. 대부분의 담은 빨리 낫지만 몇 달 되어서 온 경우는 4~5회가 아닌 10회 정도가 되어야 해결되는 경우도 있으니 담은 결리면 바로 내원 하는 것이 좋다.평소 목이 뭉치고 어깨가 굳은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담이 오기 쉽다. 자세를 바로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특히 사무직은 책상에서 작업 시 똑바로 앉는다. 의자의 바닥면과 나의 허벅지가 닿게 하고 허리는 죽 편다. 그리고 어깨와 가슴을 펴고 시선은 약간 아래로 한 다음 턱을 당긴다. 키보드와 마우스는 모니터와 같은 책상에 올려놓고 쓴다. 처음은 힘들겠지만 생각이 날 때마다 바른 자세를 취해주다 보면 어느새 바른 자세로 근무 하는 자신을 볼 수 있다. 이 자세는 허리와 어깨 목을 통과하는 척추 건강을 한 번에 챙길 수 있는 가장 쉬운 자세다.

2023-05-10

형평운동 100주년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올해로 형평운동 100주년이 되었다. 1923년 4월 25일 진주에서 창립한 형평사는 12년 동안 ‘백정’에 대한 차별철폐와 자강을 위한 운동에 힘썼다. 형평운동 100주년을 맞아 진주에서는 기념 학술대회 및 전시회가 개최되었지만, 형평운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매우 낮은 편이다.‘3·1 운동’과 같은 민족해방 운동이나 ‘5·18 민주화 운동’과 같은 민주화 운동과 결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민족독립 운동이나 민주화 운동은 여전히 진행 중인 사건이며 이에 대한 국가적 관심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반면 형평운동이 내건 신분제 폐지는 이미 지난 과거의 일이 되어 버렸다고 인식하기 쉽다.법적인 신분제 폐지가 일상에서의 차별까지 없애지 못하는 상황은 100년 전에도 유사했다. 1894년 갑오개혁으로 공식적인 신분제가 폐지되었지만, 백정에 대한 실질적 차별은 지속되었다. 1910년 한일합방 이후 일본은 백정을 제도권으로 편입시켰지만, 백정들은 경제적 수탈로 받아들였다. 민간에서의 신분 차별이 이어져 왔음은 물론이다. 요컨대 1923년 형평사 창립은 사회적 소수자인 백정이 자신들에 대한 차별 철폐와 인간적 존엄을 지키기 위한 인권 운동의 시발점이었다.형평운동을 인권의 관점에서 재정의한다면, 당장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장애인이나 성소수자 등에 대한 차별이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차별금지법’조차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경제 양극화에 따른 새로운 신분제의 출현을 목격하고 있다. 2015년 사회적으로 널리 공유된 ‘흙수저/금수저’와 같은 신조어는 이러한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1920년대 반형평운동에 중심에 농민이 있다는 사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양반에게 차별받아 온 농민이 백정의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받은 차별을 되돌려주는 상황은 일견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에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백래쉬를 겹쳐 읽으면 논리 구조가 일치한다.차별받아 온 존재들이 자신의 인권을 지키고자 일어날 때, 기존의 문화구조에 익숙한 주체들의 혐오와 차별의 움직임이 생겨난다는 점에서 100년을 초월하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공평은 사회의 근본이고 애정은 인류의 본령이다’로 시작하는 조선형평사 주지문(主旨文)은, 안타깝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비록 백정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못하는 현실과 백래쉬 현상이 웅변하듯 한국 자본주의 100년 역사의 본질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그럼에도 희망을 읽어낼 수 있다면 진주를 전국에 알린 ‘어른 김장하’ 선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찍부터 형평기념사업회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선생은 형평운동 70주년을 기념하며 ‘진정한 개혁과 민주화를 앞당겨 이루기 위해서는 모든 일에 형평정신 곧 평등사상을 바탕삼아야 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형평운동 10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어른 김장하’에 대한 전국적 관심은 우리의 무의식에 있는 평등에 대한 그리움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5-10

곰소에서

배문경 수필가 ‘그날 아침 한 염부가 죽은 채 발견되었다’라는 첫 문장에서부터 강렬한 소금밭의 묘사로 시작되는 박범신 소설가의 ‘소금’을 떠올린다. 나는 3일간의 일정을 잡아 휴가 중이다. 태안반도의 채석강과 적벽강, 내소사는 꿈에서조차 나를 유혹한 곳이었다.나는 지금 곰소다. 곰소는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졌으며, 전라북도에서 군산항 다음으로 규모가 큰 어항(漁港)이었다.이미 소문난 슬지제빵소로 사람들이 끝없이 밀려들고 있다. 후배에게 찐빵과 커피를 사달라고 부탁하고 도로에서 벗어나 염전을 살핀다. 소금부족으로 염전에서 죽은 염부인 그 아버지를 찾아나서는 주인공. 소설처럼 나도 검은 타일이 박혀있는 염전의 바닥과 소금을 나르는 레일을 훑어본다. 그리고 소금창고를 본다. 비가 내리고 있다. 염전의 휴일이다.한국의 중요 문화유산인 천일염은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들여 전통기술과 소금장인의 노하우를 이용해서 만들었다. 바람과 햇볕만으로 수분을 증발시켜 소금을 생산하는 전통어업활동이다. 곰소의 소금은 국내 생산되는 소금 중에 으뜸이라고 했다. 소금이 서로 붙지 않고 맛이 최고라며 시어머님께서는 가는 김에 소금을 꼭 사오라고 당부하셨다. 소금이 바다의 상처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금이 바다의 아픔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상의 모든 식탁위에서 흰 눈처럼 소금이 떨어져 내릴 때 그것이 바다의 눈물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눈물이 있어 이 세상 모든 것이 그 맛을 낸다는 것을. 류시화 시인의 ‘소금’이란 시다.바닷물이 짜듯이 세상사 인생살이에 상처와 아픔과 눈물이 있기 마련이다. 오히려 그래서 삶에 참맛이 있다는 뜻은 아닐는지. 혼자 비에 젖은 염전을 보며 생각에 잠겨본다.양수는 바닷물과 같은 염도다. 사람의 혈액 속에는 0.9%의 나트륨이 있고 출혈이나 전해질의 발란스가 깨지면 생리식염수를 공급한다. 우리의 시조는 바다에서 왔으리라는 정황이 조금은 설득력이 있다. 바다가 썩지 않고 버티는 것도 소금 때문이리라. 성경에서 조차 세상에 소금이 되라는 말은 꼭 필요한 사람이 되라는 것이고 음식에 소금이 없으면 맛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최후의 만찬’이란 작품에서 유다 앞에 소금그릇이 넘어져있는 상황은 유다가 예수를 배신하며 신뢰를 깨뜨릴 것을 암시했다. 그리고 소금은 부의 상징이었다. 서양에서는 소금을 대접할 때 은이나 보석으로 장식한 그릇을 내놓았다고 한다. 벤베누토 첼리니(미켈란젤로의 제자)가 금으로 만든 그릇작품(16c 소금통 살리에라)이 600억을 호가했다고 한다.친정어머니는 장독대에 놓인 항아리에 소금을 담아두면 간수가 빠지고 단맛도 난다며 내게 보여주셨다. 소금 독은 그 아래 네모진 나무를 두 개 놓아 보이지 않는 수분증발을 도왔다. 결국 김치며 찌개에 맛난 간이 되었다. 그 뿐이랴 된장위에 벌레가 혹여 들어가 상할까봐 소금을 가득 흩뿌려두고 촘촘한 흰 천으로 독의 목에 고무줄로 단단히 묶어두었다.햇빛이 맑고 좋은 날 항아리들의 뚜껑이 걷히고 흰 천들이 걷어지면 위가 꾸들꾸들 말라있었다. 늘 장맛이 좋아 된장찌개는 숟가락 전쟁이었다. 윗집에서는 간혹 된장을 얻어가곤 했다. 메주가 된장이 되고 간장이 될 때 소금은 새로운 탄생을 돕는 착한 역할을 했다.시어머니는 현관 앞에 둔 달항아리에 소금을 한 가득 담아 두었다. 액운은 모두 사라지고 좋은 복만 들어오란 뜻이리라. 사람의 몸도 정신도 세월에 늙어가지만 정신만큼은 혈액에 담긴 소금의 영향으로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인류의 역사보다 장대한 채석강의 단층을 보며 세월의 단면에 감동한다. 바위사이로 파도가 치자 어린 소라와 고동, 조개가 생명을 지켜나간다. 산 것들은 늘 신비롭고 아름답다. 소금이 오늘도 신비한 뭇 생명을 키우고 있다.

2023-05-10

기해일주

육십갑자 중 서른여섯 번째는 기해(己亥)다. 천간(天干)의 기토(己土)는 화초나 묘목을 심은 작은 정원이나 논밭이며, 지지(地支)의 해수(亥水)는 큰 강이다. 그러니까 강을 끼고 있는 비옥한 초원의 형상이다. 동물로는 황금돼지다.기해일주는 기토(己土)라는 작은 땅이 해수(亥水)라는 물을 만나 ‘물기 촉촉한 땅’을 이룬다. 사람이 반듯하고 깔끔하고 섬세하고 흐트러짐을 싫어한다. 작은 것, 세세한 것까지 챙기므로 주변사람에게 신뢰감과 믿음을 준다. 너무 실수하지 않고 규칙을 잘 따르는 성향으로 인해 융통성이 없고 고지식해서 단점이 되기도 한다.삶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분들이 많다. 허나 모든 것을 뒤엎는 혁명의 기운도 품고 있어 삶의 불예측성이 높은 일주이기도 하다. 바다처럼 넓다가도 세숫대야처럼 좁기도 하다. 굉장한 처세술을 부리다가도 어느 날 만사 싫증을 느껴 뜬금없이 반전을 꾀하기에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라는 말을 자주 듣기도 한다.여기에는 자신의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고, 주변 상황에 맞게 자신을 포장하는 능력이 뛰어난 탓도 있다. 본인 스스로도 모순을 느껴 간혹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찰하는 힘도 길러야 한다.또한 남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 보증을 서거나 사기당하기가 쉬워서 돈이 많이 모이다가도 한 번에 재물을 잃을 수 있다. 돈을 만들어 내는 능력은 좋으나 재물의 관리가 허술해 주의가 요망된다. 개인사업보다는 조직생활이 더 나으며 가족 간의 돈거래는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다. 특히 부모 유산으로 인해 분쟁의 소지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물상으로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섬과 같다. 사회와 떨어져 있어 소외된 생활로 외로움이 수반되는 삶을 살기도 한다. 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작품 ‘펨페스트(폭풍)’가 있다. 밀라노 군주인 프로스페로는 마술에 빠져 정사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동생에게 나라를 빼앗긴 채 어린 딸 미란다와 함께 나무 상자에 넣어져 바다에 버려진다. 기적적으로 외딴 섬에 당도한다. 거기에는 사람이 살지 않았다.다만 섬에는 마녀가 죽으면서 나무에 가둔 많은 선량한 정령들이 있었다. 프로스페로는 마법을 사용해 그들을 풀어준다. 우두머리 이름은 에어리얼이다. 그는 작은 요정 에어리얼을 하인처럼 부린다. 동생을 도와 자신을 추방한 나폴리 군주가 자신의 딸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돌아가는 뱃길에 프로스페로는 마법으로 폭풍을 일으켜 배를 난파시킨다. 이들의 죄를 응징하기 위해서다.미란다는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불쌍하다며 마법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한다. 이때 딸에게 12년 전에 동생에게 추방당한 일을 이야기해준다. 요정 에어리얼은 나폴리 군주의 아들 페르디난드를 외진 곳으로 피신시키고, 미란다와 만날 수 있도록 해준다. 처음으로 남자를 본 미란다는 잘생긴 청년 페르디난드와 사랑에 빠진다. 프로스페로는 딸 미란다와 페르디난드의 사랑을 통해 보복 대신에 동생을 용서하고, 화해와 관용을 통해 새 삶을 누린다는 내용이다.그는 섬을 떠나면서 마법에 사용한 지팡이를 섬에 버리고, 요정 에어리얼도 자유롭게 풀어준다. 여기서 마술이 권선징악으로 이용된다. 마술과 마법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유발한다.해(亥)는 동물로 돼지다. 돼지꿈을 꾸면 로또에 당첨된다는 속설이 있다. 또는 저금통을 돼지 모양으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저축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좋은 이미지로 사용한다. 우리는 고사를 지낼 때 돼지머리를 사용한다. 여러 가지 이설이 있지만 돼지 돈(豚)과 돈의 발음이 비슷해서 사용한 것이 아닐까?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돼지를 뜻하는 다른 한자어로는 저(猪)가 있다. 서유기에 나오는 저팔계(猪八戒)의 원래 이름은 오능(悟能)이다. 오능의 뜻은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이미 부처요, 이미 깨달음의 상태가 부처라는 소리다. 문제는 돈이나 이성 또는 재물을 보면 그만 술 취한 무리가 되어 헤까닥 중생으로 변한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여덟 가지 계율만 지키라는 뜻에서 이름이 팔계(八戒)로 불린다.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마지막 부분에 ‘어느 쪽이 돼지인지, 어느 쪽이 사람인지 구별할 수 없다’는 말은 작가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였을 것이다. 돼지처럼 지나친 욕심을 낸다면 경을 칠 일이 생기고 신랄하게 비판당할 일이 생긴다. 그렇지만 인간에게 각인된 돼지의 이미지와는 별개로 ‘돼지’는 인간에게 효용성의 측면에서 유익한 동물이다.기해일주는 기본적으로 재물의 기운을 깔고 있어 꼼꼼하고 부지런하긴 하지만 스케일이 좁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해야 할 일과 감당해야 할 몫이 커지면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다. 마음속에 큰 산을 품고 있어 삶은 안정성이 있지만 나를 얽매는 규제를 깨버리고 싶은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즉 특별한 재능을 숨기다가 한꺼번에 터뜨리는 기운으로 볼 수 있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남녀 모두 배우자에게 충실하다. 남자는 현명한 아내를 만나 해로할 가능성이 높다. 노래를 잘하거나 목소리가 좋은 경우가 많다. 선견지명과 탁월한 감각, 유머 위트에도 뛰어나다. 다정다감한 면이 있고 순박하며 재주도 많아 팔방미인이다. 영감, 직감, 예감이 좋아 모든 감각이 살아있다고 하겠다.반면 부드러우며 여성적인 성향이 있어 말과 행동이 소극적이고 우울, 근심, 걱정, 애수가 있다. 귀가 얇아 타인의 말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경향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의심과 이기심이 있어 이해타산적이고 짜증을 많이 내는 편이다. 역마성이 있어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다면 여행이나 무역과 같이 해외에서의 생활이 유리하겠다.우리는 누군가가 자신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고 다르게 느끼는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마음이 ‘사랑’이다. 사랑은 두 사람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다리다. 그리고 내 안에 존재하는 단점이나 외면하고 싶은 어두운 면을 포용하고자 하는 힘이 자기애(自己愛)다. 이것이 ‘너’와 ‘나’를 넘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다.

2023-05-10

대구시는 미래차 전환사업에 속도 내야

대구는 자동차 부품산업이 강한 도시다. 산업에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그러나 전기차로 글로벌 시장이 재편되면서 지역 차 부품업체의 미래차로의 변신이 큰 숙제가 되고 있다.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대구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선 미래 첨단 분야로 산업구조를 개편해야 하는데, 그 중 차 부품업체의 미래차로의 전환은 핵심 사업이다.대구시는 작년 1월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을 대구미래차전환종합지원센터로 지정하고 산학연 18개 기관이 참여하는 대구미래차 전환지원협의체를 발족했다. 200개가 넘는 지역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전기차는 반도체에 이어 향후 10년 이상 세계 먹거리시장을 주도할 핵심사업이다. 작년까지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이 10% 정도에 그쳤으나 2035년에는 90%까지 올라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2030년의 시장규모가 2조7천억달러(약 3천500조원)로 추정된다니 성장세가 가히 폭발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30년까지 우리나라를 글로벌 미래전기차 3강으로 도약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역 차 부품업체도 이에 맞춰 발빠른 변신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누가 얼마나 빠르게 미래차로 전환하느냐에 기업의 성패가 달린 것이다. 지역경제 성장 역시 부품업체의 미래차로의 전환 여부에 크게 좌우될 운명이다. 대구시도 이런 점에 착안, 미래차 전환사업 참여기업을 모집하는 등 미래차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역기업간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환을 촉진하는 미래차 전환 상생 패키지 사업이나 미래차 역량 스케일업 사업 등 다양한 형태로 미래차 전환을 돕고 있다. 많은 지역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기업 입장에선 미래차로의 전환은 쉽지않은 과제다. 과도기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설비와 기술력을 확보한다 해도 이익을 내기까지는 상당기간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대구시의 미래차 전환 지원사업은 원천기술 확보와 더불어 과도기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한다.대구와 가까운 포항은 전기차에 소요되는 이차전지산업의 전진기지다. 대구와 경북이 지혜를 모으는 것도 미래차 전환의 시너지를 얻는 방법이 될 것이다.

2023-05-10

박근혜 사저정치, 내년 총선에서 變數가 될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내년 4월 총선에서 ‘사저정치’를 재개할지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사면 직후인 지난해 3월 달성군으로 귀향한 후 외출을 하지 않던 그가 지난달 11일 대구 동화사를 공개적으로 방문한 것이 정치활동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만약 그가 은둔생활을 끝내고 옛 친박계의 세력 결집을 위해 내년 총선에 개입한다면 여야 선거 판세에 어떤 변수가 될지도 관심이 쏠린다.대구·경북(TK)지역만을 놓고 보면, 현재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본지가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대구·경북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에브리씨엔알에 의뢰)를 한 결과, 박 전 대통령의 정치활동 재개에 대해 30.5%의 응답자가 지지의사를 밝혔다. 거부반응을 보인 응답자(47.9%)가 많긴 했지만, 30%대의 민심장악은 총선에서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여당으로선 박 전 대통령의 정치활동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내년 총선 승부처인 수도권과 중도층에서 그의 정치적 행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을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의 정치활동을 막을 뾰족한 방안도 없어 여당 입장에서는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조만간 김기현 대표가 박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국민의힘 대처방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현재 TK정가에서는 친박계 좌장으로 불렸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우병우 전 민정수석, 유영하 변호사의 총선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경산·청도 지역에서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최 전 부총리의 경우, 올 들어 과거 인맥들을 챙기는 것으로 전해져 출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사저정치’가 이들의 정치행보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지난해 4월 지방선거 때 후원회장을 맡으며 지지의사를 표명했던 유영하 변호사가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3위에 그친 사실이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당시 TK지역에서는 그의 영향력에 대해 ‘찻잔속 태풍’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2023-05-10

팔거산성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 팔거산성은 금호강 북쪽에 위치한 함지산 정상에 축조된 산성 유적이다. 산 모양이 함지같다고 해 ‘함지산성’, ‘반티산성’이라고도 부른다. 팔거산성은 7세기 초 신라의 지방 거점이자 군사요충지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당시 신라 서쪽 지역에서 왕경인 경주시로 이어지는 통로는 오늘날 낙동강을 통해 칠곡-대구-경산-영천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이 길목에서 가장 서쪽에 있던 팔거산성은 수로와 육로를 동시에 통제하는 중요 거점이었다. 남쪽으로 대구 분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금호강과 과거 주요 교통로였던 영남대로가 교차하는 길목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주변 지역을 감시하기에 적합했다.학계에서는 입지 특성으로 미뤄 삼국시대 신라 왕경(王京) 서쪽의 가로축 방어 체계를 담당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신라의 수도인 경주를 외곽 방어하는 산성이었던 것이다.팔거산성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만 접근할 수 있는 현문(縣門)식 구조와 둥근 돌출부 형태의 곡성(曲城) 등이 확인됐다. 신라 산성의 독특한 축성 양식이다. 완만한 경사의 성벽, 곡성과 성벽의 접합부 축조 방식 등이 확인돼 역사적 가치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2021년 팔거산성의 집수지(集水池) 유적에서 7세기 초 신라시대의 목간(木簡·글을 적은 나뭇조각) 16점이 발견됐다. 산성 축조 시기와 산성의 운영 방식 등을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팔거산성은 6세기 신라산성 목조집수지가 보존된 유일한 유적이다. 문화재청은 최근 ‘대구 팔거산성’을 사적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사적 지정을 계기로 팔거산성을 원형 복원해 새로운 명소로 가꿔나가길 바란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5-10

대학개혁, 진심이라면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정부가 3대 개혁을 내걸었다. 노동, 연금, 교육 분야를 혁명적으로 바꾸겠다고 하였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뀔 것인지 세간의 관심과 기대가 집중된다.마침, 교육부장관이 교육개혁을 위한 3대정책을 제시하고 연내에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하였다. 세 가닥 가운데 ‘대학개혁’이 솔깃하지만, 대학교육의 ‘내용’을 바꾸기 위한 고민과 철학이 담겼다기보다 대학교육지원을 위한 ‘돈’관리체계에 집중된 것으로 보여 실망스럽다.대학교육과 관련하여 해묵은 과제들이 많지만 대학입시제도를 한번 생각해보자.수능,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은 그 이름으로 시행된 지 벌써 30년이 되었다. 학력고사, 예비고사 등 유사한 기능을 가졌던 제도까지 생각한다면 무려 반세기를 넘는 동안 연례행사처럼 치러온 시험제도가 아닌가. 교육계에서는 취지와 내용 등에 변화가 있어왔다 하겠지만, 수험생들과 사회일반에게는 그냥 같은 제도가 수십 년째 시행되고 있는 터이다.인구감소로 학령인구가 대폭 줄고 고교학점제가 곧 시행될 것이며 대학교육의 기능과 실체도 여러 각도에서 도전을 받는 가운데, 대학입학을 위한 기본관문격 제도로서 수능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대학교육과 관련하여 바꿀 가닥이 있다면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하는 것이 바로 ‘입시제도’이며 그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이 ‘수능’이다. 본질과 취지를 다시 생각해야 하며, 구체적인 내용과 시행방식도 개선해야 한다. 수능 다음날이면 입학가능 점수가 예측되는 걸로 보아 수능의 기능은 점수로 학생의 실력을 가늠하여 줄을 세우는 격이었다. 대학 공부를 앞둔 학생들을 평가하는 잣대가 이전보다 다양해진 현실을 보더라도 수능점수로만 실력을 평가하는 일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 수능의 역할을 실력평가가 아닌 학력인준이나 적성평가도 바꾸어 대학입학을 위한 최소기준을 확인하거나 수험생 개인의 적성을 가늠하는 도구로 바꾸는 게 어떨까 싶다.수능의 형식도 오지선다형 객관식 시험에서 이제는 벗어날 필요가 보인다. 대학생활을 기대하는 수험생의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표현될 서술형, 논술형, 또는 단답형 주관식 시험을 시도할 때가 아닐까 싶다. 수능이 중요한 시험이긴 하지만 일 년에 딱 하루만으로 정하여 그 한 날의 시험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도박형 시험제도도 수명을 다하였다. 몇 번도 응시가 가능하게 하여 학생들이 불필요한 긴장과 극도의 압박에서 벗어나도록 배려해야 한다. 대학교육을 바라보는 시선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대학의 이름에 따라 서열을 정하던 사회적인 평가도 서서히 바뀌어 간다. 대학명을 간판삼던 세태에서 실제 역량을 기대하는 인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대학이 스스로 변해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대학 재정을 정부에 기대던 체질이 자연스럽게 바뀌도록 유도해야 한다. 돈으로 대학을 좌지우지하던 정부의 태도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돈이 아니라 교육이 살아나도록 살펴야 하고 대학은 스스로 일어서는 기초체력을 키워야 한다. 대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2023-05-10

우리가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김경외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 보통 역사를 ‘인간 활동의 기록’ 또는 ‘인간사’라고 많이 얘길하지만, 역사 속 굵직한 사건들을 되돌아보면 기술의 역할이 인간보다 더 중요하게 작동한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 대표적으로 산업혁명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종종 당시의 핵심 기술을 발명한 사람보다는 기술 그 자체를 떠올린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발명가 없는 발명이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기술을 발명하는 인간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결국 산업혁명을 통해 발생한 여러 산업적 또는 사회적 변화들이 새로운 기술의 활용과 확장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적어도 산업혁명만큼은 이를 인간사 보다는 기술사로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산업혁명을 기술과 그 활용의 관점으로 바라보았을 때 발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사실은 바로 각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이 가진 긍정적 기대 효과와는 별개로 그것이 실제 우리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의 무게가 상당히 무거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이었던 내연 기관은 기대처럼 대량 생산을 통한 경제 성장 및 도시화를 촉진시켰지만, 한편으로는 소득 불평등이나 환경 문제와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디지털화가 본격화된 3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다. ICT 기술은 디지털화나 자동화를 통해 정보 차원에서의 불평등 문제를 완화시켰지만, 동시에 디지털 격차, 사회적 고립, 개인정보 및 보안 문제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낳기도 했다.결국 기술의 등장으로 인한 변화들은 실제로 해당 기술을 접한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고 또 이로부터 야기되는 일련의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내연 기관의 등장으로 전보다 노동의 수고는 줄었지만 팽배해진 인간의 이기주의는 빈부의 격차를 악화시키고 심각한 환경 문제를 야기했다. ICT 기술의 활성화는 인간이 서로 더 잘 소통하며 공유할 수 있게 해주었지만, 온라인 상에서의 익명성은 사회를 단절시키는 개인주의 문제를 일으켰다.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지금보다 더 활성화되고 고도화된다고 가정했을 때, 앞으로 우리는 사이버 공간과 물리적 공간의 경계가 없어지는 세상에서 이전보다 더 고도화된 ICT 중심의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활용하며 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 확언할 수는 없지만,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두 기술의 수준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종합해서 생각해보았을 때 적어도 하나 분명한 것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거의 모든 산업과 사회 영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우리가 이미 경험했듯 앞으로 우리가 마주하게 될 변화라는 것은 결국엔 그 기술을 사용하는 우리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고 또 이로 인해 발생되는 변화들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도 있고 더 나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기억하자. 앞으로 우리가 마주하게 될 변화들은 바로 우리 손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2023-05-09

선물 같은 하루, 축제 같은 나날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지난 주 연휴 내내 휘몰아친 비바람으로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강풍으로 가로수가 뿌리째 뽑히면서 지나가던 승용차를 덮쳤고, 축대가 무너져 집이 붕괴되거나 도로가 유실되는 등 남부지역에 집중된 예기치 못한 풍수해로 시름이 깊어졌다. 입하의 문턱에 쏟아진 단비가 해갈에는 도움이 됐다지만, 순식간에 돌풍과 함께 들이닥친 폭우가 적잖은 상흔을 남긴 ‘눈물비’가 돼버린 듯해 안타깝기만 하다. 이렇듯 ‘밤새 안녕’이 무색하리만치 변덕스런 날씨나 불의의 사고 등으로 하루를 무탈하고 온전하게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하루하루 살얼음판 걷듯이 조바심 태우며 보냈던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세계보건기구(WHO)가 3년 4개월만에 해제했다. 그에 맞춰 국내의 일상회복도 단계적으로 진행되어 국민들의 삶과 일상이 코로나 이전처럼 조금씩 꺼리낌없이 펼쳐지고 있다. 코로나의 집요한 발목잡기에 조마조마한 나날을 보내다 보니 하루가 정말 얼마나 위태하고 소중한지 절실히 느낀 나날이 아니었나 싶다. 그만큼 제약되고 억눌린 상황에서의 생활은 무엇 하나 아쉽고 간절하지 않은 것이 없었으랴만, 일단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수칙이 완화되고 있으니 사람들은 너나 없이 안도하며 반기는 모습들이다.그래서일까? 봄을 즐기려는 상춘객들이 부쩍 늘어나고 나들이나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현저하게 많아지고 있다. 또한 대부분 4년만에 열리는 축제나 체육대회 따위의 야외행사가 봇물 터지듯 열렸거나 열리고 있어서 실로 전국 곳곳에는 모처럼만에 활기를 띠고 생동감이 감돌고 있다. 경북만 하더라도 문경찻사발축제가 흥행 ‘대박’으로 마무리됐고, ‘신바람난 선비의 화려한 외출’을 테마로 한 영주한국선비문화축제나 안동민속축제를 봄축제로 확대 개편한 차전장군 노국공주축제 등이 성황리에 열렸는가 하면, 이 달 말경엔 전국 3대 불꽃축제인 포항국제불빛축제가 환상적인 불빛 판타지를 선사할 예정이다. 이처럼 지역별 특색이나 역사적인 배경에 걸맞는 테마로 만화방창(萬化方暢)하듯이 신명나는 축제나 행사로 이어지니, 즐기려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그러고 보니 실로 얼마만에 누려보는 여유와 완상(玩賞)이던가. 당연할 것 같은 일상의 움직임이나 현상에 자연스러운 반응이나 대처가 어렵고 걸림돌이 생긴다면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하루를 평온하게 보낸다는 것이 무심코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최근에 필자는 불의의 춘사(椿事)로 열흘 정도 병원 신세를 지고 나니 새삼 선물 같은 하루가 그리 고맙고 소중할 수가 없었다. 무덤덤하고 예사스러운 일상 같지만, 일단 무엇인가에 얽매이거나 불편이 뒤따르게 된다면 평범한 일상이 그리 간절해질 수가 없을 것이다.황사 같은 코로나의 시름도 남풍 결에 사라져가는 봄날, 선물 같은 하루하루가 자신의 평안함 속에서 삶의 맛과 멋을 더하는 축제 같은 나날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일상을 숙제하듯 살지 말고 축제하듯 즐겨보자!

2023-05-09

모럴 헤저드

우정구 논설위원 모럴 헤저드는 19세기말 영국의 보험회사들이 피보험자들의 부도덕한 행위를 가르키는 말로 처음 사용됐다.자동차 운전자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최대한 안전운전을 할 텐데 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에 사고가 나더라도 비용은 보험회사가 물어준다는 생각에 운전을 소홀히 한다는 뜻에서 ‘도덕적 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지금은 법적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자기 책임을 소홀히 하거니 집단이기주의적 행위를 가르키는 행동 등에 이르기까지 그 사용 범위가 넓어졌다. 우리 사회의 각종 병리현상이나 정치인의 도덕적 결함도 모럴 헤저드의 범주에 든다.미국 등 서구 사회를 지탱하는 ‘도덕의 힘’으로 표현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가르키는 용어다. 부와 권력은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수반하는 것이므로 사회 지도층일수록 지위에 걸맞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표적 예시로 프랑스 칼레시 지도층의 행동이 자주 인용된다. 영국과의 전쟁에 패배한 대가로 6명의 대표시민 목숨을 요구받은 칼레시는 당시 도시의 최고 부호와 고위층이 스스로 먼저 목숨을 내놓겠다고 나서면서 위기에 빠진 도시를 건진다.사회지도층이 가져야 하는 도덕적 책임은 이처럼 매우 엄중하고 엄숙하다. 특히 가진 자의 도덕심은 어느 시대를 불문하고 사회적 불안을 조장할 계층 간의 갈등을 해소할 최고의 덕목으로 여겨진다.한국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덕목은 과연 어느 수준일까. 궁핍 마케팅으로 유명한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거액 가상화폐 보유 논란을 보면서 한국 정치의 모럴 수준을 걱정해본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5-09

당무감사 앞둔 與현역, ‘물갈이론’에 떤다

심충택 논설위원 여야가 최근 내년 총선 공천준비작업에 들어감으로써 정치권이 초긴장 상태다. 국민의힘은 총선후보자들의 자질을 평가하기 위해 곧 당무감사에 착수하고, 민주당은 그저께(8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공천룰’을 확정했다.내년 총선에 패배할 경우, 정부 여당은 조기 레임덕으로 인해 식물상태가 되고, 야당은 수권정당 기능을 상실하기 때문에 여야 모두 정치적 명운을 걸어야 한다. 현재로선 다양한 변수가 잠복해 있어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진영논리에 갇힌 양대정당의 극한 대립으로 무당층이 급증하는가 하면, ‘제3지대론’까지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다.TK(대구경북)지역에서는 ‘현역의원 물갈이 공천’이 최대 관심사다. 경북매일신문이 지난주 발표한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중에서 독자들의 눈길을 끈 부분도 현역의원들에 대한 평가였다.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각각 52.5%와 55.1%의 지지를 받으며 여전히 민심을 얻고 있지만, TK 현역의원들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20%대로 뚝 떨어졌다. ‘다른 인물로 교체해야 한다’는 응답률이 절반(51.2%)을 넘어섰다. 총선 때마다 ‘공천 개혁’이란 타이틀로 가장 먼저 TK 현역의원을 칼질했던 보수정당의 관행이 내년 총선에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커졌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TK 지역구 의원 25명 중 9명만 공천을 받아, 현역 교체율이 64%에 달했다.실제 대통령실이나 법조인 출신 인사들의 TK 낙하산설이 그럴듯하게 흘러나오고 있어 현역의원들이 긴장하고 있다. 이 지역은 공천만 받으면 손쉽게 당선되기 때문에, 대통령 주변 유력인사들이 출마욕심을 내는 것도 어떻게 보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국민의힘의 역대총선 공천과정을 보면, 내년 총선에서도 당무감사위원회가 현역교체 근거자료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TK지역에서 당무감사 형식을 빌어 현역 의원을 대폭 교체했었다. 감사 결과를 등급(A∼E)으로 매겨 평균 등급(D,E) 이하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시켰다.국민의힘은 지난달 신의진 위원장을 포함한 당무감사위원 7명을 선임했다. 위원 명단은 비공개로 했다. 당무감사위원회는 여름휴가와 정기국회 일정 등을 고려해 오는 7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정치부 기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당무감사를 앞두고 공천탈락을 염두에 둔 일부 의원들이 벌써 무소속 출마설을 흘리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예를들어 ‘TK지역도 이제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찍어주지 말고, 일을 잘하면 공천을 받지 않더라도 당선시키는 케이스가 많아져야 한다’는 등의 논리다.공감이 가는 말이다.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보수의 본산’이라는 이름에 비해 중견정치인들이 많지 않다. 공천 때마다 현역을 대거 날린 결과다. 집권당이 우선 역량 있는 인물을 공천해야겠지만, 유권자들도 ‘공천=당선’이라는 TK 선거풍토를 바꾸는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

2023-05-09

경북도 신도시, 인구 10만 도시는 희망사항?

경북 안동시와 예천군 일원에 들어선 경북도청을 중심으로 조성키로 한 경북도청 신도시 사업이 영 지지부진하다. 이 바람에 경북도의 장밋빛 계획을 믿고 땅과 상가 등을 매입한 수요자들이 은행이자 등 늘어나는 금융비용 부담에 등골이 휘고 있다는 소식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경북도가 당초 계획한 10만명 자족도시가 실현될지 불투명해 경북도를 믿고 부동산을 매입한 상당수 지주들의 파산도 우려된다고 한다.경북도는 2016년 안동과 예천 일원으로 도청을 이전하면서 경북도청을 중심으로 신도시 건설을 계획했다. 2027년까지 3단계에 걸쳐 1만966㎢에 2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인구 10만명의 자족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다.1단계로 2015년까지 인구 2만5천명이 거주하는 행정기능 중심도시를 먼저 조성하고, 2단계는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인구 7만5천명을 수용하는 주거 기능과 함께 문화, 체육, 호텔, 공원, 학교 등 주민편의시설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그러나 신도시 조성계획은 당초 예상을 빗나가 올해로 도청이전 8년째이나 겨우 인구 2만2천여 명이 머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도청 신도시 개발이 부진하자 많은 지주와 상가주인들이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 경북도의 개발 계획을 믿고 투자를 했으나 돌아온 것은 빈상가와 은행 이자뿐이라는 것이다.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으로 국내 은행의 금리까지 크게 올라 이들의 고통은 더 커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신도시 조성이 단번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충남도청이 이전한 내포신도시나 세종신도시 등에서 보듯이 신도시는 정주 여건의 부족으로 도시형성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경북도청 신도시는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당초 목표에 비해 크게 미달한다. 수도권 지향과 국내 인구감소 추이 등 국내적 여건도 신도시 조성에 유리하지 않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특히 최첨단 산업단지 조성과 공공기관 이전 등을 통해 외지 인구유입 효과를 찾는데 묘안을 짜내야 한다. 지금 상태로 둔다면 10만 자급도시 조성은 그저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이 크다.

2023-05-09

국제적 이차전지 중심도시로 부상하는 포항

철강도시 이미지가 강한 포항이 이차전지 중심도시로 빠르게 변신하는 모습이 놀랍다. 다른 도시에 비해 지난 2014년부터 일찌감치 관련산업 지원에 행정력을 집중해 온 결과다.포항시는 그저께(8일) “올 상반기에만 이차전지기업 투자유치 금액이 5조원에 이를 정도”라고 밝혔다. 지난 4일에는 포항시청에서 중국 절강화유코발트사와 1조7천억원 대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절강화유코발트사는 중국 최대 코발트 생산기업이자 세계 3위의 전구체 생산기업이다. 포항에는 세계 전구체 생산 1위 기업인 중국 CNGR의 투자도 한창 이뤄지고 있다.포항에 뿌리를 내린 다국적 배터리 업체들도 현재 국내외적으로 공격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포스코케미칼)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오는 2025년까지 포항 영일만 4일반산업단지에 4만6천t 규모의 하이니켈 NCMA 양극재(리튬·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을 원료로 제조) 공장을 추가 건설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올 하반기에 착공해 2025년 공장을 준공한다. 영일만산단에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를 조성해둔 에코프로도 국내 양극재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지난달 21일 헝가리 현지에 생산 공장을 구축해 2차전지 양극소재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포항시는 “이미 확정된 이차전지 기업의 투자유치 금액이 12조원에 달한다. 앞으로 이들 기업들이 입주할 부지(200만㎡)를 마련하는 등 인프라 조성에 총력을 쏟겠다”고 밝혔다.포항시는 정부에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원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기반시설과 인허가 신속처리, 각종 세제 혜택 등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을 받아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적기에 이뤄질 수 있다. 현재 정부의 특화단지 지정 기준대로라면, 포항은 단연 최적지다. 이차전지 다국적 기업들이 앞다퉈 포항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사실이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정부는 포항이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될 경우, 대구·경북 뿐만 아니라 울산, 부산을 아우르는 동남권 전기자동차 산업 발전을 견인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2023-05-09

이상한 평론가 김갑수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 박은빈씨. /연합뉴스 ‘문화평론가’ 김갑수가 배우 박은빈의 백상예술대상 수상 소감을 저격했다. “울고불고 눈물 콧물 흘렸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자신만의 생각과 작품을 하면서 겪은 고뇌에 대해 말해야 하는데 스피치가 딸리니 ‘감사합니다’만 남발한다고 혹평했다. “18살도 아니고 30살이나 먹었으면 품격이 있어야 한다”고, “송혜교에게 배우라”는 훈수까지 빼먹지 않았다.하나부터 열까지 다 틀렸고 다 구리다. 첫째, ‘무절제한 감정의 격발’은 오히려 그 자신이 범하고 있다. “울고불고” 운운은 저열한 인상비평이다. 소감을 다 들었는지조차 의문스럽다. 들었다면 박은빈이 ‘자기 생각과 작품에서의 고뇌’를 충실히 밝혔음을 모를 리 없다. 그냥 “울고불고” 하는 게 눈꼴 시렸던 것 같은데, 과잉된 자의식 격발이야말로 꼴 보기 싫다.“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꿈은 없었지만 적어도 이전보다 (사람들이) 친절한 마음을 품게 할 수 있기를, 또 (우리 사회가) 각자의 고유한 특성들을 다름이 아닌 다채로움으로 인식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연기했습니다. 제가 우영우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웠습니다. 자폐인에 대한 생각들이 편견에서 기인한 건 아닌지 매 순간마다 검증해야 했습니다”라던 박은빈의 수상 소감과 김갑수의 발언을 두고 보면 누구 스피치가 더 딸리는지는 자명하다. 정신적 성숙도 딸린다. 다양성에의 존중,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말한 박은빈의 품격에 비하자면 평론가의 교조적 태도는 치기나 다름없다.둘째, “아끼는 마음으로 얘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오만한 위계의식이 틀려먹었다. 수직적 꼰대이즘은 무엇이든 구별 짓고 등급을 매겨 규격화, 영토화한다. “송혜교와 탕웨이 정도가 교과서”라니, 감정마저도 표준화하려는 그가 설마 들뢰즈도 안 읽은 걸까? 셋째, “세계가 지켜본다는 걸 인식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말”이라는 해명은 전형적인 사대주의 열등감이자 스노비즘이다. 결국 “남 보기 부끄럽다”는 것 아닌가? 그가 추앙하는 아카데미였다면 박은빈이 눈물을 흘릴 때마다 모든 이들이 기립박수를 쳤을 것이다. 수상 소감은 오직 그녀의 시간이고, 개별성에 대한 존중과 관용이야말로 서구 사회의 근간이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넷째, ‘내로남불’이다. 그는 2015년 한 방송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생전 육성이 나오자 눈물을 흘린 바 있다. 그 눈물은 맞고 이 눈물은 틀리다면 과한 자기확신이다. 다섯째, 사회 보편인식과 괴리되었다. 박은빈의 눈물은 비판하면서 학교 폭력으로 타인의 생을 망가뜨린 황영웅의 비열한 미소는 옹호했다. “애들끼리 때리면서 크는 거지”라는 건데, 그는 2015년, 작품 활동을 한 번도 한 적 없는 아들의 소설책 출간을 팔 걷고 도왔다. 아들과 함께 잡지사 인터뷰에 나가기도 했다. 자기 아들이 학폭의 피해자였더라도 가해자를 옹호했을까? 박은빈은 아역 배우 시절을 거쳐 부모 찬스 없이 혼자 힘으로 성장했다.여섯째, 자기경험을 절대화하고 있다. 그는 살면서 한 번도 그런 영광을 경험해보지 못한 모양이다. 그러니 북받쳐 저절로 토해지는 환희를 알지 못한다. 일곱째, 시대 모드와 동떨어졌다. 이제는 감정을 절제하고 점잔 빼야 했던 유교적 옛날이 아니다. 그의 강퍅함에서는 ‘장미의 이름’의 호르헤 수도사가 보인다. 여덟째, 대중을 폄하하고 있다. 지식인 특유의 우월의식인데, 김수영 시인은 대중의 위대함을 믿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그러하다. 아홉째, 귀걸이 코걸이다. 만약 박은빈이 제임스 카메론처럼 “I’m king of the world!”라고 외쳤다면? 오만방자하다고, 겸손을 알라고, 세계가 보고 있다고, 여자는 ‘킹’이 아니라 ‘퀸’이라고 비난했을 것이다.열째, ‘관심병’이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권상우가 이정진에게 말한다. “그렇게 말하면 네가 멋있어 보이냐?”고. “두고두고 창피한 것은 회사 처음 들어가 만난 여자 앞에서 노동자들이 불쌍하다고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이성복,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는 시가 떠오른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대사를 옮기고 싶다. “아름다운 것들은 관심을 바라지 않아.” 꼰대 지식인의 너절하고 애처로운 관심 끌기에도 아랑곳없이 박은빈의 광채는 더욱 찬란하기만 하다.

2023-05-09

봄과 여름 사이를 지나며

봄에서 여름 사이, 계절이 바뀔 때마다 폭식을 끝낸 것처럼 공허함이 자리한다. 소화시키는 건 오롯이 나의 몫인데, 가슴팍을 두드려보고 같은 자리를 빙글빙글 돌아 몸을 움직여 보아도 목까지 차오른 더부룩함은 사라지지 않는다.요즘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마음이 물먹은 솜처럼 무겁다. 집에서 쉬고 있는 와중에도 해치워야 할 집안일이 차례대로 떠올라 괴롭다. 이번 주말엔 겨울 내내 가장 많이 붙어 있었던 전기장판을 정리해야 하고, 겨울 이불도 빨래해서 장롱 깊숙한 곳에 넣어야 한다. 7월 말엔 4년 간 살던 집을 떠나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해서 그간 창고 속에 쌓아 둔 쓸모를 잃은 짐들은 버리거나 나누어야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써야 하는 번거로운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와중에 하루하루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신을 차리면 달력이 넘어가고 있고 눈을 감았다 뜨면 낮과 밤이 바뀌어 있다. 이 길이 출근하는 길인지 퇴근하는 길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매일매일 꿈결 같은 몽롱한 삶을 살고 있다.퇴근 후 집에 들어가면 대체로 6시. 샤워를 하고 잠옷을 갈아입고 잠을 잔다. 다시금 눈을 뜨면 오후 9시. 식사를 하기엔 애매한 시간이라 빵 한 조각이나 요거트를 대충 먹으며 허기를 달랜다. 엇비슷한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 새로운 재미와 자극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오늘도 어김없이 무료함과 피로를 소화시키고 있는데 재채기가 나와 쉼을 방해했다. 요즘 미세먼지가 심한 탓인가 싶어 인터넷에 날씨 검색을 했더니, 5월 6일자로 입하에 들어섰다고 한다. 24절기 중 일곱 번째 절기로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절후다.봄과 여름 사이, 환절기는 꼭 미열을 앓고 있는 것만 같이 달뜨고 불편한 감정이 든다. 예상치 못하게 여름의 냄새가 훅 퍼질 때에 생각나는 어린 시절의 기억 몇 가지가 있다.여름이 되면 가족끼리 수영장에 놀러 가곤했다. 내가 살던 지역의 커다란 야외 수영장이었다. 그곳은 얕은 물과 깊은 물로 구역이 나누어져 있었는데 당시의 나는 키가 작아 깊은 물에 들어갈 수 없었다. 늘 얕은 물속에서 깊은 물에서 놀고 있는 대학생 언니 오빠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곤 했다.튜브가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 호기롭게 깊은 물가를 서성였는데, 하필 어떤 대학생 무리의 손에 잡혀 예고도 없이 깊은 물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세 네 번 머리가 수면 바깥과 안을 드나들었을 때 쯤 그들은 단순히 장난이었다며 해명했지만 어린 나는 얼마나 놀랐던지. 무리 중에 한 명이 겁에 질린 나를 알아채고선 물 밖으로 꺼냈고, 내팽겨치듯 홀로 물 밖에서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던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맵고 뜨거운 목구멍 속 일렁이는 분노와 나약함으로 산산조각 부서지던 그때의 여름. 처음으로 크게 겁을 먹은 때였고, 이후로 겁을 먹을 때면 누군가 밀어 버리기 전에 스스로 깊은 물로 뛰어들어 버리곤 했다. 물론 본질적으로 타고난 성격 탓도 있겠지만.여름이 깊게 남긴 쓸쓸함은 가라앉아 있다가도 계절이 찾아오면 수면 위로 떠오른다. 나에게 여름은 성장통을 앓고 있는 몸처럼 억눌린 통증이 시작되는 계절이라고 해야 할까. 실은 몇몇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혀 있긴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여름은 정말 사랑할 수 없는 계절이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40도 가까이 육박하는 무더위는 걸어 다니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고 이마에 맺히는 땀 때문에 애써 드라이한 앞머리는 볼품없어 진다. 자외선에 자극받아 올라오는 빨간 두드러기들은 얼마나 가렵고 신경 쓰이는지. 장마철 엄청난 비를 퍼부었다가도 다음날 뜨거운 태양빛을 쏟아 붓는, 시시때때로 날씨를 바꾸는 심술궂은 변덕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하지만 어쩌겠는가. 그저 무력하게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오는 여름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역설적이게도 여름날 쓸쓸했던 여럿 기억들은, 트라우마를 마주할 때까지 그 쨍하고 눈부신 빛 속에서 잔인하게 빛나고 있다. 언젠가 반드시 이 눈부심을 마주해야 한다는 듯이.상처는 아물 때 가렵다. 쓸쓸함을 긁다보면 애틋함으로 번진다.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마주하는 서툴고 쓸쓸한 기억들이 여름이 지나 가는 동안 다시금 내면 깊이 가라 앉아 나를 이룬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을에서 겨울로 변화할 때마다 쓸쓸함을 간직하는 내면의 깊이가 미묘히 깊어지고 있다. 그러니 봄과 여름 사이에서 그저 유유히 흔들리는 수밖에.

2023-05-09

동물 없는 동물원

홍덕구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어린이날을 맞아 동물원 나들이를 다녀온 가족이 적지 않을 것이다. 코끼리, 기린, 하마, 사자, 얼룩말 등 책에서만 보던 동물들을 실제로 볼 수 있는 동물원은 가족 나들이의 단골 코스다. 어린 시절의 필자 또한 동물원에서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동물원에 가지 않는다. 철이 들어서, 동심을 잃어서가 아니다. 동물원이라는 공간에서 동물들이 행복하지 않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동물원 우리 안에서 뱅글뱅글 맴도는 동물을 본 적이 있는가? 이러한 이상행동의 원인은 너무 좁거나 관람객들의 시선에 무방비로 노출된 공간 때문에 발생하는 극도의 스트레스다. 만약 당신이 기후도 식생도 익숙하지 않은 곳으로 납치되어 우리에 갇힌다면? 더구나 낯선 이들이 갇혀 있는 당신을 바라보고 가리키며 웃고 떠든다면? 우리는 이를 ‘폭력’이라고 부를 것이다.제국주의 국가들이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의 식민지에서 포획한 ‘이국적인’ 동물들을 본국으로 보내 전시한 것이 동물원의 시초다. 희귀종의 보존이나 생태 학습 등의 기능은 한참 뒤에나 덧붙여진 것이고, 그나마도 최우선 목표는 아니다. 동물들을 본연의 서식 환경에서 강제적으로 이탈시켜 관람 대상으로 만드는 것이 동물원의 본질이다. 초기의 동물원에서는 ‘인간 전시’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서구인들의 눈에 신기하게 보이는 원시 부족민을 동물들과 함께 전시한 것이다. 이처럼 동물원이라는 제도는 시초부터 제국주의적 폭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지난 3월, 서울 광진구의 동물원을 탈출한 얼룩말 ‘세로’가 도심지와 주택가를 돌아다니는 모습이 다수의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사람들은 아프리카 사바나에 있어야 할 얼룩말이 대도시 한복판을 활보하는 이색적인 이미지를 흥미롭게 소비했다. 문제는 동물원과 인간의 도시 모두가 세로에게는 편안하지 않은 공간이라는 것이다. 닭발집과 중화요리점 앞을 지나가는 세로의 모습이 이질적이라면, 동물원 우리 안에 있는 세로 또한 자연스럽지 않다. 다행히도 최근 들어 이러한 동물원의 폭력적 속성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이루어지고 있다. 청주동물원에는 코끼리 같이 관람객에게 인기 있는 외래동물이 거의 없다. 기후와 풍토가 맞지 않는 동물은 사육하지 않는다는 방침 때문이다. 외래동물이 차지하던 넓은 공간에서는 늑대, 수달, 오소리 같은 고유종들이 사육된다. 고유종의 종 보존과 번식, 생태 연구도 이루어진다. 다쳐서 구조된 동물들을 치료하고 돌본 뒤 야생으로 돌려보내기도 한다. 전시는 청주동물원의 수많은 기능 중 하나일 뿐이다. 가장 이상적인 동물원은 관람객들에게 동물이 거의 보이지 않는 동물원일 것이다.에버랜드 동물원의 아기판다 ‘푸바오’의 귀여운 모습이 화제다. 필자 또한 온라인으로 푸바오의 영상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여러 번 지었다. 하지만 푸바오를 직접 보기 위해 동물원을 찾지는 않을 것이다. 1년 뒤면 중국으로 돌아갈 푸바오가 또 다른 동물원이 아닌 야생의 대나무숲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푸바오가 그곳에서 잘 지낸다는 소식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것이다.

2023-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