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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길밖엔 없어<Ⅶ>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했다. 회사는 우현에게 책임을 져 달라 부탁했다. 우현 개인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한 일로 진술해주기를 바랐다. 우현과 회사는 협상을 했고 결국 우현은 자신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실행했노라 진술했다. 실형을 선고받았다. 우현은 안나가 기다려 줄 것이라 믿었다. 이 년이면 돼. 이 년이면 금방이야. 안나가 품에 안겨 울기라도 하면 이렇게 말해 줄 생각이었다. 안나는 울지 않았다.-이 년 동안 내가 어떻게 바뀔지 나도 몰라. 오빠를 사랑하지만, 사랑이 곧 결혼은 아니지. 인생에 사랑이 한 번만 있는 것도 아니고. 잘 다녀와. 뒷일은 그때 가서 보자고. 지금 이렇다 저렇다 헛된 약속을 하지는 않을게.우현과 안나의 첫 번째 이별이었다.형기를 마치고 감옥에서 나온 우현이 다시 안나를 찾았을 때 안나는 여전히 혼자였다. 이 년 동안 몇몇 남자들과 교제를 하기는 했었지만 동거나 결혼에 이를 정도의 관계는 아니었다. 다시 만난 첫날 안나가 말했다.-오빠를 기다리겠다 말한 적 없어. 하지만 오빠만큼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것은 사실이야.우현이 안나에게 가졌던 섭섭함은 그렇게 사라졌다. 다시 만난 기념으로 간 여행에서 둘은 꼬박 이틀을 숙소에서 나오지 않았다. 엉겨 붙은 채 서로를 탐했다. 힘이 떨어지면 잠을 잤고, 눈을 뜨면 다시 엉겨 붙었다.-새로 사업을 시작했어. 사업이 자리를 잡으면 너를 데리러 갈게. 이제는 이야기해야지. 노마에게도, 너의 부모님께도.우현이 말했을 때, 안나가 대답했다.-나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한 것 없어. 내가 말했지. 사랑이 곧 결혼은 아니라고. 오빠. 너무 서두르지 마. 너무 밀어붙이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 아직 어려.이제는 안나를 알 것 같았다. 이미 한 번 헤어져 본 적 있는 터라 안나가 동기 남자와 밥을 먹거나 선배 오빠라며 술을 같이 마셔도 우현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우현이 신경을 쓰는 것은 딱 한 가지였다. 안나의 직업.안나의 전공은 사학과였다. 우현은 안나가 전공을 살려 취직하기를 원했다. 대학원에서 공부를 더 하는 것도 괜찮은 길이라 여겼다. 보습학원 선생님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상상이었고, 지방자치단체들의 역사관 큐레이터가 되는 것도 멋진 일이라 생각했다. 엄마와 아내의 직업으로 적당했다.안나의 생각은 달랐다. 안나는 자신의 전공에 흥미가 없었다. 다들 가는 대학이라서 간 것이고, 성적에 맞추어 들어간 전공일 뿐이었다. 안나는 몸에 더 자신이 있었다. 아비와 어미가 물려준 우월한 몸을 활용하고 싶었다. 피트니스모델이 되거나 헬스트레이너가 되려했다.-나는 헬스트레이너, 피트니스 모델 둘 다 싫어. 나는 네가 네 전공을 살려서 직업을 선택했으면 좋겠어.우현이 말했다.-나는 내 전공이 싫은걸. 좋아하지도 않는 것으로 평생 직업으로 삼으란 말이야? 안나가 되물었다.-그래도 피트니스 모델이 뭐고, 헬스트레이너가 뭐냐?우현이 인상을 썼다.-왜? 그게 어때서? 요즘 사람들이 자기 건강을 얼마나 살피는데. 사람들 건강에 도움도 되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도대체 반대하는 이유가 정확히 뭐야?안나가 정색을 하고 물었다.-난 다른 사람들이 네 엉덩이, 네 가슴, 네 허벅지를 힐끔거리는 게 싫어. 그게 어쩌다 있는 일이 아니고 매일매일 그런 일이 벌어질 거라는 게 더 싫은 거야. 큐레이터나 선생님. 얼마나 좋아. 엄마나 아내의 직업으로는 딱 이지. 내 마음, 내 기분을 모르겠어?우현이 대답했다.-오빠. 웃긴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아. 우현 오빠가 날 정말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구나.’ 할 줄 알았어? 나. 그런 생각 안 들어. 오히려 ‘이 사람도 어쩔 수 없는 한국 남자구나.’ 하는 생각만 들어. 내 몸이야. 내가 자랑스러워하는. 오빠도 내 몸 때문에 날 좋아하기 시작한 거잖아. 안 그래? 남들이 내 몸을 힐끔거리든 정면으로 쳐다보든 나를 보고 있으면 나는 오히려 자신감이 생기고 기분이 좋아져. 내가 자신감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라서 좋아. 그러니 더 잘할 수 있는 거고. 그리고 내가 왜 벌써부터 엄마나 아내로서의 역할,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직업을 골라야 하는데? 듣고 보니 순전히 오빠 중심인 거잖아.두 번째 이별이었다.둘은 또 다시 만났다. 다시 만난 안나는 인정받는 헬스트레이너가 되어 있었다. 이번에도 우현이 먼저 연락했다. 안나를 아내로 맞이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감당해야지, 감당할 수 있어. 궤도에 오른 사업이 자신감을 주었다.-오빠가 걱정했던 대로 힐끔거리며 곁눈질하는 남자들, 많아.안나가 웃었다.-그 사내들 덕분에 내가 월급을 조금 더 받고 있지. 뭐 나쁘지 않아. 지들이 내 몸을 상상하며 어디서 무슨 짓을 하건 내가 신경 쓸 바는 아니지. 그래도 내 몸에 터치하는 것은 칼같이 자르고 있어.이번에는 우현도 같이 웃었다.-어, 웃네. 오빠도 이제 조금 바뀌었나 보네.웃고 있는 우현을 보며 안나가 말했다.-바뀌어야지. 그래야 모시고 살지. 우현이 대답했다.-그래, 그럼 내가 다시 만나주지. 오빠 집 어디야.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는 것 아니지? 오늘 오빠 집에 가자. /김강 소설가

2022-08-22

속고 피해 본 국민은 왜 외면하나

김진국 고문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말이다. 그는 또 “집을 분양했으면 모델하우스와 얼마나 닮았는지가 중요한데, (윤석열 정부의) 모델하우스엔 금 수도꼭지가 (달렸고), 납품된 것을 보니 녹슨 수도꼭지가 (달렸다)”라고 말했다.국민이 속았다면 나도 속았다. 부질없다고 생각되지만, 차근차근 따져보자. “속았다”라는 건 속아서 잘못 투표했다는 말이다. 윤석열 후보를 찍은 사람은 속아서 찍었다는 뜻이다. 지난 선거는 비호감 경쟁이었다. 후보들의 비호감도가 호감도보다 훨씬 높았다. 그러니 ‘속지 않고’ 투표했어야 한다면 이재명 후보를 찍었어야 한다는 말과 같다. 이 전 대표의 뜻이 그런 건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지나친 표현이다.이 전 대표는 또 ‘양두구육’(羊頭狗肉·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이란 말도 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양의 머리를 흔들며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팔았고, 가장 잘 팔았던 사람은 바로 저였다”라고 말했다. “선거 과정에서 그 자괴감에 몇 번이나 뿌리치고 연을 끊고 싶었던 적이 있다”라는 말도 했다.선거 과정에도 윤 후보가 대통령감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양고기’가 아니라 ‘개고기’인 줄 진즉에 알았다는 말이다.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 전 대표가 ‘개고기’인 줄 알면서 ‘양고기’라고 국민을 속였다.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가 아니라 ‘내가 국민을 속였다’라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개고기’인 줄 알면서도 이재명 후보를 돕지 않고, 다시 ‘개고기’를 판 이유는 뭔가. 장사가 끝난 뒤 큰 이문을 남길 거라고 기대한 건가.집권당 내부 갈등을 지켜보면서 어느 쪽도 편들고 싶은 마음이 없다. 도긴개긴, 제대로 움직이는 쪽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본질은 ‘국민’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국민’을 반복하자는 게 아니다. 집권당 내부 갈등은 이준석 전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이 전 대표와 ‘윤핵관’의 공방이다. 여기에서 국민은 빠져 있다. 이 전 대표의 말에 따르면 속은 것은 국민이고, 대통령을 잘못 뽑고, 국정이 표류하면서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인데, 논쟁은 정치집단 간에 피해자 코스프레 경쟁만 하고 있다.그래서 도대체 어쩌자는 건가. 이 전 대표 말대로 ‘개고기’라면 그것을 판 양측에 다 책임이 있다. 불량식품을 만든 사람뿐 아니라 그것을 알면서도 판 사람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개고기’가 아니라면 정쟁으로 국정을 표류시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 책임이 그들에게 있다. 어느 쪽이건 ‘남 탓’이 아니라 집권 세력이 국민에게 사죄해야 할 문제다.‘금 수도꼭지’가 아니라 ‘녹슨 수도꼭지’라면 어떻게 하려고 하나. 아파트를 다시 지을 건가, 수도꼭지를 바꿔줄 건가. 피해를 본 국민에게 어떻게 사죄하고, 보상할 건가. 새로 산 자동차에 문제가 있다고 자동차 제작자와 판매자끼리 비난만 하고 시간을 끌면 그 차를 산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하나. 국민은 안중에 없고, 서로 정치집단끼리 권력투쟁만 하고 있다. 건설회사 내 사장과 전무가 싸워 누가 실권을 쥐느냐에 입주민은 관심이 없다. 빨리 물 새는 곳을 수리해주는 일이 급하다.결국 해결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현장소장이 잘못해도 사장이 나서서 입주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빨리 보상하고, 수리를 서둘러야 한다. 입주민 앞에서 누구 잘못이냐를 따지고 있으면 분통이 터질 일이다. 당선됐다고 끝난 게 아니다. 갓끈을 푸는 시간이 아니다. 그런데 선거 이후 지적하기도 힘들게 많은 실책이 있었다.일은 잘했는데 홍보를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까운 사람부터 근신해야 한다. 그것이 첫 단추다. 대통령직의 엄중함을 놓친 느낌이다. 정치인에 대한 수사는 시간을 끌지 않아야 한다. 범죄에 눈을 감을 수는 없지만, 가부간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한다. 이 전 대표는 사생결단이고, 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제1야당을 진지로 구축했다.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은 버려야 한다. 그것이 국정에 오히려 짐이 되고 있다./김진국 본사 고문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2-08-21

“대구와 구미, 물 문제로 더 이상 분열돼서는 안돼”

윤재호 구미상공회의소 회장 사람과 문화, 우리나라 3대 도시까지 반열에 올랐던 인구 250만의 대구. 그리고 산업과 일자리, 우리나라 기초지자체 중 수출 1위까지 차지했던 경북의 중심도시 구미.이 두 지역은 명칭만 다를 뿐 하나의 생활권이고 구미는 대구의 위성도시이며, 구미 유동인구 60만의 상당수는 거의 대구에서 출·퇴근하고 있다.필자가 운영하는 회사 직원 30%가 대구에 주소지를 두고 있고, 구미 대부분의 회사와 기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다.내후년 대구권광역철도가 개통되면 대구 안에서의 이동보다 오히려 더 가까워질 수도 있어 끈끈한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를 더욱 두텁게 할 것이다.그러나 언제부턴가 먹는 물 문제를 두고 대구 취수원을 낙동강 상류로 이전하자는 움직임이 시작됐고, 해평취수장에서 일평균 30만t을 추가 취수하는 것과 관련해 양 지역 정치권과 이해당사자들 간의 이견이 쉽사리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는 정치적인 분열에서 기인된 결과도 상당히 있다고 보여진다.분명한 점은 대구와 구미는 분리할래야 분리할 수 없는 한몸이라는 것이다.이런 가운데 특히 안타까운 점은 최근 물문제를 두고 일부에서는 구미산단이 낙동강 오염의 주범이라는 식의 근거 없는 오보를 쏟아내고 있고, 과거 구미 불산 누출사고까지 운운하며 수질오염과 결부시키려 하고 있어 구미 기업인들의 사기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그러나 구미의 많은 기업에서는 현재도 폐수처리시설 등 친환경 설비투자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으며, 구미시에서도 공공폐수처리시설 신증설과 완충저류시설 완비, 중수도 활용 등 낙동강 수질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지난 17일 대구시에서는 협정서 공식파기를 선언하며, 오폐수 무방류 시스템 도입, 입주 업종 확대 금지, 구미상품 불매운동 등 시대를 역행하는 규제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이는 제 발등을 찍고, 구미와 대구가 경제 공동체라는 가장 큰 공통분모를 훼손하려는 것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구미를 포함한 경북과 대구의 기업, 시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대구에 물이 부족하면 대구시민들을 도와줘야 하고, 구미에 일할 사람이 부족하면 대구의 우수한 인재를 끌어와야 하며, KTX가 없어 기업 활동이 어려운 구미에 ‘KTX 구미역을 신설’할 수 있도록 대구시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어야 한다. 결국 서로서로 도와주어야 하며, 그렇게 해야만 수도권 공화국 속에서 실질적인 지방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이번에 불거진 물문제가 더 이상 확대되지 말고 슬기롭게 극복되어 각자 도생이 아닌 하나의 물줄기로 수도권에 버금가는 막강한 대구경북으로 힘차게 도약하길 대구경북인의 한사람으로서 간절히 빌고 강력히 호소한다.

2022-08-21

영주의 화려한 청년기를 되찾을 것

박남서 영주시장 영주시는 인구감소와 고령화, 경기침체 등 타 중소도시와 다를 바 없이 해결해야 할 사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코로나19는 이렇게 산재한 문제에 더욱 무거운 압박감을 주고 있다.이러한 힘들고 어려운 문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해결 분야는 단연 ‘경제’다.영주 경제의 대변혁을 통해 미래 산업이 꽃피는 영주, 청년을 지키고 키우는 영주, 문화가 힘이 되는 영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경제 회복이 우선이다.시정은 지역 경기침체 및 지속적인 인구감소 문제 등의 시대적 숙제를 해결하는데 역점을 두고 관련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특히 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지원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의 우수한 청년 육성,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지역에 청년들이 북적이고 생기 넘치는 영주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지속 가능한 도시 영주시의 미래를 약속할 수 있다.이를 뒷받침 할 기업지원 전담부서 신설과 국·도비 예산 확보를 위한 특별팀을 구성해 예산 1조원 시대를 열어야 한다.지역 기업이 살아야 영주가 도약한다.기업인들과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현장 기업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더 역동적인 경제도시, 더 강한 경제도시 영주를 만들겠다.영주 첨단베어링 국가산업단지의 조성원가 재점검을 통해 시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 경량소재산업 육성 기반 구축과 기업유치에 힘써 청년이 일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 확대와 세수를 올리는데 집중해 나갈 것이다.문화가 곧 지역경제의 힘이 되는 선비 관광산업 특화도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축이다.영주는 선비정신으로 대표되는 문화도시로, 교육, 관광, 문화·예술, 시민의식 등 사회 전 분야에 올바른 선비정신을 담아내는 것은 물론 정도전, 안향, 금성대군 등 영주의 역사 인물을 활용한 선비콘텐츠를 개발해 선비정신을 잇고, 관련 문화콘텐츠를 확대해 영주만의 특성화된 관광산업을 키워나가야 한다.오는 10월 여는 제4회 영주세계인성포럼은 ‘앎을 삶으로, 실천하는 인성’을 주제로 인공지능시대 인간소외와 불평등 등 위기 속에 실천하는 집단인성으로 미래의 기회를 만들어 가자는 메시지를 담아 열린다. 현대사회에서 인성의 가치라는 묵직한 물음을 되짚고 인성의 힘으로 미래를 여는 다양한 논의의 장이 될 것이다.이와 함께 소백산 케이블카, 익스트림 어드벤처파크 등 소백산 일대를 관광지화 하는 계획을 적극 검토하고 영주 지역의 자긍심이라 할 수 있는 소백산과 영주댐 일원을 관광경제의 랜드마크로 만드는 등 관광 산업에서도 지역 발전을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농산물 종합유통센터 건립 등 안정적인 유통망 구축과 6차 산업 추세에 발맞추는 정책으로 지역농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갈 것이다.재배와 생산에 중점을 둔 농업정책에서 이제는 유통과 마케팅 분야의 중요성을 인식, 새로운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미래 농업의 주역인 청년농부 육성도 핵심 정책 중 하나다.청년농부 육성과 소득향상을 위해 청년 농업경제 플랫폼을 추진해 청년들에게 정보교류와 교육, 창업 등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청년 억대농부와 청년기업 육성에 힘쓸 방침이다.이밖에도 교육재정 확대, 유소년 체육단 창립, 예·체능 특성화고 지원 등 교육정책 강화와 젊은 영주를 위해 구도심 경제활성화, 신도심 문화예술 및 힐링공간 확보 등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민생과 미래에 집중하며 시민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줄 수 있는 도시로 나아갈 수 있도록 영주의 꿈을 시민과 함께 이루어 나가겠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리더의 본보기다.합리적 사고와 일하는 문화개선, 관행타파, 부정부패 차단 등 투명하고 올바른 행정문화를 만들겠다.시민 모두가 행복하고 살기 좋은 영주를 만들기 위해 시민들의 소중한 의견, 작은 목소리 하나도 흘려듣지 않고 시정에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

2022-08-21

채독

자금산 기슭에 내려앉은 덕동마을은 어머니의 품같이 편안하다. 고택 사이를 거닐다 덕연관 앞에 섰다. 이곳은 대대로 내려온 고문서, 생활 용구, 농기구 등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곳이다. 그중에서도 전시관 입구에 부끄러운 듯 돌아앉은 채독이 눈길을 끈다. 채독은 나무 항아리다. 싸리나무의 낭창한 성질을 이용하여 큰 장독처럼 모양을 빚어 안쪽과 바깥쪽에 창호지를 바른다. 채독은 통풍이 잘되어 주로 마른 곡식을 갈무리하거나 옷을 보관하는 데 사용한다.내 기억에도 우리 집 마루 가장자리에 늘 채독이 놓여 있었다. 그 채독에는 아버지의 옷이 들어 있었다. 어머니는 일 년에 서너 번 집에 들어오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하루가 멀다고 옷을 내어놓고 바람을 쐬게 했다.어머니께서 채독에 정성을 쏟았지만, 아버지는 집에 오래 머물지 않고 바람처럼 드나들었다. 아버지가 없는 집에는 소문만이 앞마당과 뒤란을 서성거리며 제집처럼 들락거렸다. 시장 모퉁이 신식 집에서 살림을 차렸다는 둥 사방공사 감독으로 그곳의 여자와 살림을 차렸다는 둥 가는 곳마다 소문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밖에서 들려오는 소문들을 다 가릴 모양으로 어머니는 창호지로 채독을 덧바르고 덧발랐다.소문은 현실이 되어 대문에 들어섰다. 문을 밀치고 아버지와 낮도깨비 같은 여자가 들이닥쳤다. 볼에는 하얀 분을 덕지덕지 발라 분가루가 날렸고, 입술이 튀어나와 붉은 루즈가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비로드 치마를 받치고 있는 굽 높은 구두는 도회의 냄새를 풍겼다. 꼿꼿이 턱을 세운 여자 뒤에는 낯선 듯 두리번거리는 사내아이가 멀뚱히 서 있었다. 아버지는 마루에 걸터앉아 물 한 사발 떠오라고 우물가를 향해 소리쳤다.어머니의 손놀림이 거칠어졌다. 빨래를 빡빡 치대고, 거품을 내어 헹구기를 반복했다. 많은 소문을 하얗게 삭이던 어머니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 평생 눈 감고 귀 막고 어린 자식 건사하고 살면서 덤덤히 견디었던 목울대가 출렁거렸다. 그러면서도 부엌으로 들어가 그을음이 가득한 아궁이에 솔가지를 쑤셔 넣으며 따슨밥을 지었다. 간드러진 웃음소리가 부엌문을 넘어와도 어머니는 솥뚜껑에 흐르는 눈물로 뜸을 들였다. 부뚜막에 쪼그리고 앉아 차린 밥상을 아버지는 어제도 먹은 것처럼 편안히 받았다. 이순혜 수필가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던 어느 여름이었다. 아래채에 머물던 도시 여자가 삶은 감자로 늦은 아침을 먹을 때였다. 떠들썩한 소리가 들리고 동네 사람들이 몰려왔다. 아이가 죽었단다. 강에서 멱을 감다 장마로 불어난 물살을 헤쳐 나오지 못해 주검으로 돌아왔다. 엄마를 형님이라고 부르던 여자는 땅을 치며 울었다. 몇 날을 넋을 잃고 방구석에 틀어박혀 아이 이름만 불렀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 지친 어느 날, 인연의 줄을 놓아버리듯 집을 나갔고, 우리 집안은 오랫동안 정적에 갇혔다.시간은 제 낯을 내지 않고 그저 묵묵히 돌아간다. 선선한 바람이 불 때쯤 어머니에게 좋은 일이 생겼다. 어머니의 배는 채독의 볼록한 허리를 닮아 날마다 불어난 배를 만지며 환하게 웃었다. 달이 차고 우리 집 대문에 금줄이 쳐지고 숯덩이와 드문드문 빨간 고추가 걸렸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유난히 크고 어깨가 넓어 모두가 장군감이라 좋아했다. 사람들은 어머니의 마음이 하늘에 닿아 아들을 우리 집에 보내줬다고 입을 모았다.밖으로만 나돌던 아버지가 남동생을 자주 무릎에 앉혔다. 채독의 효험이었던 것일까. 아버지의 옷을 켜켜이 쟁여 놓으며 정성을 쏟은 어머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 아버지의 바람이 잠잠해졌다.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좋아서인지, 마루에 터줏대감으로 놓인 채독을 어루만지며 정성을 다한 어머니의 소망 때문이었는지 아버지는 더는 대문을 열고 떠나지 않았다.어머니의 간절함은 애초부터 그곳에 가득 차 있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는 것을 알지 못했을 뿐이다. 덕연관을 나오니 나지막이 앉은 산자락에 싸리꽃 향이 가득하다.

2022-08-21

거울과 저울 사이

김규종 경북대 교수 기역과 지읒의 차이 하나로 아주 다른 뜻을 가지는 두 단어, 거울과 저울. 이런 어휘가 우리말에는 차고 넘친다. 겨울과 여울, 장마와 악마, 선발과 후발, 밥상과 책상. 이런 본보기는 거의 무한대다. 하지만 나는 거울과 저울의 상관성에 관해 생각하고 싶어진다. 왜냐면 거울과 저울 양자가 우리 시대의 단면 가운데 하나를 적실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익숙한 질문이다. 백설공주(白雪公主) 의붓어미가 마법의 거울에 던지는 질문이다. 그녀가 물어볼 때마다 거울은 백설공주라고 답한다. 여기서 중요한 수식어는 ‘예쁘다’가 아니라, ‘제일’이다. 새 왕비를 괴롭히는 것은 예쁘지 않다가 아니라, 제일 예쁜 여성은 그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거울이 어떤 기준으로 백설공주를 최고의 미녀로 지적하는지 우리는 모른다.문제는 왕비에게 있다. 왜 그녀는 자신과 자신의 아름다움을 믿지 아니하고, 사물에 불과한 거울의 판정에 괴로워해야 하는가. 나는 그것이 늘 궁금했다. 그녀가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법도 지나치게 노골적이고 폭력적이다. “너 죽고 나 살자”라는 막가파 혹은 일방주의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죽여서라도 ‘제일’ 예쁜 여자가 되려는 욕망에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다.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이다.저울은 무게를 재는 데 유용한 도구다. 수량을 판단하는 기준 가운데 길이를 재는 것이 자요, 무게를 재는 것이 저울이다. 길이와 무게는 눈금으로 표시되는 까닭에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할 가능성이 아주 작다. 눈금을 속이는 고수(高手)들도 있지만, 요즘 같은 대명천지에 저울눈을 속이는 담대한 자는 찾기 어렵다.저울 가운데 상징적으로 쓰임새를 과시하는 형상은 대법원에 있는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저울일 것이다. 여신은 왼손에는 법전을, 오른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다. 법에 따라 재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게 법전이다. 판검사나 변호사의 욕망과 의지가 아니라, 법전에 나와 있는 그대로 재판에 임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에 저울은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의미를 표현한다.문제는 저울의 그와 같은 의미가 현실에서 작동하고 있는지 하는 것이다. 우리는 1988년에 지강헌이 남긴 기막힌 명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마법에서 아직도 자유롭지 못하다. 한 세대 넘도록 금전과 금권의 위력이 한국 사회를 휘어잡고 있다. 법과 정의는 여전히 가진 자들 편에 있으며, 사회적 약자와 빈자들의 고통은 무시당하고 있다.거울은 주관적이며 자의적이고 편향적인 성격을 가진다. 오목거울과 볼록거울에 비친 상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비뚤어진 거울은 대상의 온전한 모습이 아니라, 왜곡된 형상을 구현한다. 그런데 객관적이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저울도 그것을 사용하는 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변질(變質)될 수 있다는 점에 우리의 곤혹이 있다. 이질적인 양자를 사유하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내로남불’을 새삼 돌이켜본다. 밤벌레 울음소리 깊어간다.

2022-08-21

신공항 청사진 공개…지역 염원 담는 일만 남아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의 청사진이 발표됐다. 대구시와 국방부 등이 지난 2020년 11월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한 지 1년 10개월만이다. 대구시가 발표한 신공항 이전 기본계획에는 활주로 위치와 방향, 주요 군부대시설 규모 및 배치 등이 담겨있다. 개항 시기는 당초보다 2년 늦은 2030년으로 계획돼 있다.사업비는 군 공항이 11조4천억원, 민간공항이 1조4천억원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으며 면적은 기존 K-2 군공항보다 2.3배 커졌다. 2천744m 길이 군공항 활주로 2본을 설치하되 그중 1본을 3.8km로 연장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대구경북의 최대 숙원사업인 신공항의 밑그림이 공식적으로 발표됨으로써 향후 공항건설에 따른 후속 조치들이 얼마나 잘 뒷받침되느냐가 관건이다. 그 중 통합신공항 특별법의 국회 통과는 매우 중요하다. 주호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별법이 통과되면 후적지 개발과 공항과의 교통 연계망 구축 등에 따른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아 신공항 건설에 속도를 낼 수 있다. 특히 군공항 이전시 모자라는 사업비를 국비로 충당할 수 있어 특별법의 국회 통과는 사업의 안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밖에 기획재정부의 기부 대 양여 심의 등 산적한 문제들을 잘 풀어갈 후속 준비들이 제대로 추진돼야 한다. 잘 알다시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대구경북의 장래를 걸머진 백년대계 투자사업이다. 처음부터 항공물류와 여객수요를 충분히 담당할 관문공항으로 만들어야 한다.그러기 위해선 규모가 장래 항공수요에 걸맞아야 하며 미주·유럽 등 중장거리 노선 운항을 위한 활주로 확보가 필수다. 또 연간 1천만명 이상 여객수용이 가능한 민항터미널과 연간 26만t의 화물처리가 가능한 화물터미널도 갖춰야 한다.공항신도시를 건설하고 항공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지역경제가 환골탈태하는 역사를 일궈가야 한다. 신공항 청사진 발표를 시작으로 통합신공항 추진에 이제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지역 정치권은 특별법의 국회 통과에 주력하고 대구시와 경북도는 지역민의 염원을 담는 데 한 몸으로 뛰어야 할 것이다.

2022-08-21

트윈데믹

우정구 논설위원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코로나와 관련한 신조어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코로나 팬데믹 2년동안 전세계적으로 수백만명의 안타까운 목숨들을 잃었다는 사실만으로 코로나19의 충격파는 매우 심각했다. 지금도 여젼히 진행 중이지만 그동안 등장했던 코로나19와 관련 신조어들을 살펴보면 우리사회의 단면들을 대략이나 짐작할 수 있다.△코로나블루(코로나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 △코로나케이션(코로나와 방학(vacation)의 합성어로 학교수업이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그 기간을 방학에 빗댄 말) △코로나디비드(코로나 사태로 심해진 사회양극화 현상) △코로노미쇼크(코로나로 발생한 경제적 충격) △금스크(코로나 확산으로 수요가 폭주하면서 마스크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생긴 말) △언택트(비대면, 비접촉 방식) △확찐자(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갑자기 살이 찐 사람). 그 외도 많은 신조어들이 만들어졌다.원래 팬데믹(pandemic)은 전염병이 전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는 현상을 뜻하는 것으로 세계보건기구가 선포한 감염병 최고 등급을 일컫는 말이다.거리두기 해제 후 처음 맞는 가을·겨울철을 앞두고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독감)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두 질병은 호흡기 감염질환이면서 열, 기침, 인후통 등의 증상까지 비슷해 증상만으로 환자의 구별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자칫하면 방역체계 혼란이나 심지어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없는 사태까지 올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코로나19의 파장이 언제까지 뻗쳐나갈지 난감한 상황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8-21

포항·포스코 갈등, 누구에게도 도움안된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지난주 포항지역 일부 시민단체의 집회로 인해 직원들의 사기가 극도로 저하되고 있다고 호소하며 상생을 촉구하는 결의대회와 함께 인간 띠잇기 행사를 가졌다. 결의대회에는 지난 16일부터 포항제철소 설비기술부를 시작으로 18일까지 6개 부서 800여 명이 참가했고, 앞으로도 부서별 릴레이 방식으로 집회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직원들은 “일부 단체의 악의적인 비방에 현장에서 구슬땀 흘리는 직원들과 가족들의 명예, 자존심이 실추되고 있다. 포스코 흔들기와 과도한 비방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포스코 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지난 10일부터 1인 릴레이 시위를 계속하고 있고, 지난 8일에는 서울 대통령집무실 앞과 포스코 서울센터 앞에서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포항지역 읍·면·동별 청소년지도위원회, 체육회, 개발자문위원회 등 여러 단체도 최근 포항 전역에 포스코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포항과 포스코의 갈등이 끊임없이 이어져 안타깝다. 포항과 포스코는 한가족이나 마찬가지다. 포항시는 포스코가 당면한 문제가 있다면 적극 지원해야 하고, 포스코는 포항을 위한 투자에 인색해선 안된다. 현재 포스코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철강산업 부진을 메울 신성장 사업 육성이다. 포스코가 지주사를 설립한 것도 사업다각화와 신산업투자, 인수합병으로 회사의 미래동력을 준비하겠다는 취지다. 포스코는 지난 10여년간 2차 전지에 사용되는 양극재 핵심 소재인 리튬 사업을 위해 총력을 쏟았고 연구개발비와 생산 공장 준공, 광산 확보 등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었다. 포항시는 이처럼 신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는 포스코와 긴밀히 협의해 기업을 유치하고 투자를 늘리는데 시정을 집중시켜야 한다. 비수도권 모든 지자체들도 현재 인구소멸을 막기 위해 기업유치에 올인하고 있지 않는가. 포항의 인구 50만 붕괴위험은 예삿일이 아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포항지역사회와 포스코의 감정대립이 집회로 이어져 외부에 표출되는 것은 양측 모두에게 득이 될 게 없다.

2022-08-21

Empty Heart, Empty Hands

박상영 ​​​​​​​대구가톨릭대 교수 얼마 전의 일이다. 대기업을 다니다가 일찌감치 그만두고 귀농을 한 대학 동창 P가 있었는데, 이전 직장 동료 R 때문에 속상한 일이 있었단다. P가 회사에 다닐 때는, 시골에서 가져온 농산물들을 R에게 주면, R도 매우 감사해하며 소소한 것들을 주곤 했었다나. 서로 주고받는 가운데 오가는 정, 참 이것이 사람살이 맛이구나 하는 그런 게 있었는데, 직장을 그만두고 완전 귀농을 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턴가, R의 태도가 확 달라졌다는 것이다.하루는 대형마트 앞에서, 직접 재배한 싱싱한 유기농 야채를 주고자 R을 불렀더니, 그냥 받기만 하고 휙 가버렸다는 것이다. 마트 앞이었던 만큼, 빵 하나 그냥 사서 줄 법도 했는데, 본인 볼일만 보고선 휙 가던 모습이란. 그땐 바빠 그런가 했는데, 얼마 후 다시 나눔할 게 생겨 R을 불렀더니, R은 잽싸게 달려와서는, 또 받아 갈 것만 딱 받아가고 감사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훌쩍 가버리더란다. 직장 다닐 땐 그렇게 살갑더니, 나오니 별 볼일 없다 싶었는지 태도가 돌변한 것을 보고, 마음이 비면, 손도 비워지나 보다 싶어 씁쓸했다고.이 얘기를 들으면서, 송대의 주자가 ‘사서장구집주(四書章句集注)’에서 ‘盡己之謂忠, 以實之謂信’이라고 한 말이 떠올랐다. 여기서 ‘충(忠)’은 자기에게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신(信)’은 그 충을 타인에게 실현함을 의미한다. 충(忠)은 가운데 중(中) 자에 마음 심(心) 자가 합쳐진 글로, 충(忠)이 가득한 사람은 곧 마음의 중심, 심지가 굳어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며 타인에겐 신뢰를 주는 한결같은 사람을 의미한다.한편, 필요할 땐 간, 쓸개라도 줄 듯하다 더이상 별 볼 일 없거나 관계가 소원하다 싶음 언제든 손해 보지 않고 빈손으로 받아 가기만 하려는 이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심지가 굳지 못한 이들이다. 충(忠)이 없기에 얍삽하고 충(忠)을 바탕으로 한 신뢰 또한 없다. 이들은 스스로에게도 솔직하지 못하며, 시류에 따라 흔들리는 갈대같은 인생들이자 또 어떤 면에서는 ‘개만도 못한 사람들’이기도 하다.‘개’는 ‘충(忠)’의 상징적 동물이다. 우리 옛 문헌에는, 개가 글이나 옷자락을 물고 와 주인의 죽음을 알리거나 주인의 시체를 지키거나 몸에 물을 묻혀 불을 끄고 주인을 살린 이야기 등 다양한 의구담(義狗談)이 전한다. 모두 비천하게 인식되었던 개가 주인을 위해 충성을 다한 모습을 형상화한 것들로, 이를 통해 우리 조상들은 각박해져 가는 세태 속, 인간으로서 인간답지 못한 행동을 하는 이들을 경계하는 자료로 삼곤 하였다.이제 벌써 8월도 중순을 지나고 있다. 새롭게 정권이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여기저기서 잡음이 많이 들린다. 한 자리 잡기 전에는 간이라도 빼줄 듯 세상 다정하다가 다들 권좌에 오르고 나서는 권리만 생각하고 의무를 저버리는 것은 아닌지. 다들 초심의 마음으로 충(忠)과 신(信)을 가슴에 새기면서, ‘개보다 못한 사람’이 아닌 적어도 ‘개(義狗) 같은 사람’이 되어 국정 운영을 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2022-08-21

사랑할까 이해할까

유영희 작가 무생물이라도 오랫동안 같이 지내다 보면 정이 든다. 특히 자동차는 내 몸과 함께 움직여서 그런지 더 애정을 느끼기 쉽다. 8월 9일 서울에 내린 폭우로 사망자와 실종자가 십수 명에 이르렀던 날, 지인은 차로 외출했다가 귀가 길에 비가 터널에 가득 차서 바퀴가 둥둥 떠 있었다고 한다. 그 순간 본인도 두려웠지만, 무엇보다 차를 너무 고생시키는 것 같아서 너무 미안했다면서 차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한다. 이렇게 인간과 전혀 닮지 않은 자동차도 오랜 시간 같이 보내면 생물처럼 느껴지고 아끼게 된다.그런데 만약 그 존재가 사람과 똑같이 생기고 말도 한다면 어떨까? 지난 6월, ‘파친코’의 감독 코고나다가 만든 영화 ‘애프터 양’은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주지만, 특히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 안드로이드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다룬다. 시대 배경은, 사람과 똑같이 생겨서 테크노 사피엔스라고 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상용화된 미래 사회이다.제이크와 키라 부부는 중국인 딸을 입양하고 중국 문화를 교육해 줄 테크노 사피엔스인 양을 구매한다. 제이크는 찻집을 운영하고 부인은 직장에 다니느라 바쁘기도 하고 무엇보다 중국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양과 함께 4인 가족 댄스경연대회에도 출전하며 양을 가족처럼 사랑하는 듯이 보인다. 이렇게 보면 제이크 가족이 양을 대하는 태도는 바람직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양이 고장 난 후 양의 기억을 재생해보니 양은 제이크의 가족이 될 생각이 없었다. 양은 제이크 부부가 딸 미카와 가족사진을 찍을 때 오라고 하자 거부하다가 마지못해 응한다.더군다나 양은 제이크가 혐오하는 복제 인간 여자를 몰래 만나고 있었다. 양이 인간이 되고 싶어 했느냐는 제이크의 질문에 복제인간 에이다는 너무 인간중심적이라고 비웃는다. 그동안 우리가 보아온 영화나 소설에서는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로봇을 당연하게 생각했기에 양과 에이다의 이런 태도는 당황스럽다. 양의 기억에 에이다가 나올 때마다 ‘나는 그냥 멜로디가 되고 싶어, 그냥 하늘이 되고 싶어, 그냥 바람이 되고 싶어, 그냥 바다가 되고 싶어.’라는 노래가 흐르는 것은 의미가 깊다.우리는 사랑한다면서 사실은 그 대상이 나의 필요와 이익에 충실해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양이 고장 난 것도 4인 가족 댄스대회 때이다. 제이크 부부는 양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양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 양의 마음도 그들과 같으려니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들이 양을 가족이라 생각하는 것은 인간중심적인 착각이었을 뿐이다.스트어트 러셀의 책, ‘어떻게 인간과 공존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것인가’에는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지배당할 가능성을 염려하면서 인간에게 이롭기만 한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자고 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앞설 가능성을 염려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게다가 인간이 기계를 전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지금으로서는 안드로이드를 인간중심적으로 대하지 않고 세계의 일부로 인식하는 것이 더 필요한 때인지도 모른다.

2022-08-21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 시대가 열린다

정봉영 (주)피엠그로우 전무 존 민슈(John Minsheu)의 대표작은 1617년 출간된 다국어사전 ‘언어에 대한 안내’이다 . 11개 나라말로 된 이 사전의 인쇄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고민하던 존 민슈는 출판 예정인 사전의 내용을 설명한 인쇄물을 만들어 구독자를 미리 모집했다. 그 결과 국왕, 왕비, 귀족과 상인 등 다양한 계층의 417명이 구독자로 참여했고, 그는 ‘구독의 발명자’ 또는 구독 출판의 ‘원조’ 가 되었다.17세기 당시의 구독은 저자가 도움을 요청하면 후원자나 일반 시민들이 돈을 대는 방식이라 지금의 크라우드 펀딩과 비슷했다고 한다. 이때 돈을 지불하겠다고 문서 아래 이름을 쓰는 것을 구독이라고 불렀다.우리나라에서 일정 금액을 내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이른바 ‘구독경제’ 또는 ‘구독형 서비스’가 2010년대를 전후에 도입되기 시작해 최근 급속히 늘고 있다.‘전기차 배터리 구독서비스’도 그런 경우이다.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와 자동차의 소유주를 분리 등록해 차량 구매 부담을 대폭 줄이는 한편, 배터리를 빌려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인데 이를 ‘배터리 구독’ 이라고 한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규제개혁위원회를 개최하여 배터리 소유권을 자동차와 분리해 등록할 수 있게 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구독서비스 시대가 열렸다.포항시의 경우 5천500만원 짜리 아이오닉6 EV 신차는 보조금 1천300 만원에 배터리 구독 서비스 2천200 만원을 빼면 자부담 2천만원에 구매가 가능해 진다.전기차는 1일 100Km 운행시 월 연료비가 4만원인데 비해 내연기관차는 50만원 전후가 된다. 3.3 년 정도 운행하면 배터리 구독료가 빠지는 것이다. 훨씬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다.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정착되려면 첫째 사용한 배터리 잔존 가치 등 진단 기술이 선행되어야 한다. 배터리 잔존 가치를 진단하는 통일된 기술과 기준, 데이터 공유를 통한 기술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주력 제품을 보면 각형, 파우치형, 원통형 등 회사마다 성능과 기능이 각각 다르다. 일률적이고 공식적인 기준으로 잔존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논의가 필요한 것이다.두 번째는 ‘구독 배터리 재활용 생태계 조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규제 개선은 자동차 등록원부에서 자동차와 배터리 소유권을 나눠 등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소유권 분리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신산업 생태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사용이 끝난 배터리를 회수해서 다시 사용하거나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등이 구독료를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세번째는 에너지 신사업 가운데 하나가 서비스형 배터리 사업이다. 이는 전기차의 배터리는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로 간주해서 이용료를 내고 빌려 쓰는 개념이다. 전기차와 배터리는 별도의 수명 및 특성을 지닌 자산이란 것이다. 제조 위주의 초기 단계에서 전기차의 안전성을 염려하면서도 배터리가 바뀌면 자동차 전체를 다시 인증해서 안정성을 확보하자는 의도는 이해한다. 그러나 이제 배터리를 건전지와 같은 소모품으로 인정하고 그에 맞는 전기차 정의를 다시 해야 할 것이다.네번째는 데이터 개방도 필요하다. 전기차를 운행하는 동안의 운행 기록, 특히 배터리 사용 기록은 서비스 시장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정비를 하는데도 배터리 사용의 누적 기록은 효과적 정비에 필수이고, 보험료 산정 때도 배터리 잔존 가치를 계산하는데 도움이 된다. 나중에 중고차로 매각할 때도 역시 배터리 사용정보를 통한 잔존 가치는 적정 가격 산정 때 결정적이다. 그동안 전기차 운행 데이터는 자동차 제조사의 전유물처럼 여겨서 개방되지 않았다. 최근 환경부 등에서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데이터 개방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폐배터리를 그대로 폐기하면 환경오염을 유발하게 된다. 하지만, 이를 재활용하면 제품 단가를 낮추고 부가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또 환경오염을 줄여 기업의 ESG 경영에도 기여할 수 있다. 폐배터리는 전기차 보급 확대로 배출량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전기차배터리 보증 기간이 5~10년임을 고려해 보면 2020년대 후반기부터 폐배터리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 환경부는 2026년 국내 폐배터리 배출량 예상치가 10만여개에 달한다고 밝혔다.전기차 폐배터리는 환경오염과 화재를 유발하는 중금속 소재가 포함돼 매립과 소각이 어렵다. 폐배터리를 다시 활용하거나 친환경적으로 재사용하는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ESS는 폐배터리를 재사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안이다. ESS는 재생에너지 등으로 생산한 전력을 저장하는 장치다.이차전지 제조기업 (주)피엠그로우는 재사용 ESS를 수요처에 구축하는 서비스형 배터리 사업 사업(BaaS)을 신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재사용 ESS 사업 영역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앞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가 가속화됨에 따라 배터리 소재부터 재사용에 이르는 배터리 전체 사용주기에 걸친 밸류체인 사업이 녹색융합의 새로운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2022-08-21

가정에서 체험하는 전기절감의 기적

위현복 (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지난 7월 한 언론에 서울 동대문구 아파트 옥상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 심재철씨의 전기절약 실천 사례가 소개돼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심씨가 전기요금 절약을 위해 입주민들을 설득해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옥상에 태양광 122kWh를 설치하고 지하주차장 조명을 LED로 교체하는 한편, 승강기에 회생제동장치(승강기가 내려갈 때 모터에서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사용 가능한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주는 장치)를 설치했다는 내용이다. 이로 인해 심씨가 거주하는 아파트는 전기 절감과 효율 증대로 공동전기료를 대폭 줄였다. 지난 2018년 12월 공동전기요금이 가구당 1만160원이었는데 2021년 12월엔 1천350원을 냈다고 한다.필자는 20여 년 동안 살고 있는 대구시 동구 A 아파트의 관리소장과 동 대표 등을 설득시켜, 2013년부터 전기절약 사업을 해서 ‘전기세 대폭 인하’ 혜택을 누리고 있다.아파트 전기요금 구성비율은 공동전기요금 비중이 전체 요금의 25%~35% 정도를 차지한다.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600여 세대인데, 600여 세대 전기를 일괄적으로 절감하기 힘들어서 비중이 25% 정도인 공동전기 절감에 집중했다.첫 번째 공용 조명등 교체 작업부터 했다.지하주차장 형광등, 관리사무실, 아파트 출입구 조명, 비상등, 단지 내 가로등 등의 조명등을 모두 LED 조명등으로 교체했다. 이 작업만으로 조명등에 소요되는 전기를 50% 이상 절감했다.두 번째는 불요불급한 전기 낭비를 없앴다.현재 모든 아파트의 가정당 평균 사용전력은 0.3kWh에 불과하지만, 필자의 아파트는 그 10배에 달하는 1천850kWh가 설비되어 있었다. 그래서 600kWh 변압기 한 대만 가동하고 나머지 1천250kWh 변압기는 가동을 중단시켜 변압기 공회전에 따른 손실을 제거했다. 그리고 주택용 전기와 용도가 다른 급수전기, 통신전기, 상가전기 등도 모자 분리를 통해 주택용 전기만으로 슬림화 했다.세 번째는 센서 부착으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 했다.아파트 지하주차장 조명에 센서를 설치해서 차량 이동이 없을 때 20%까지 디밍을 했다. 엘리베이터에도 센서를 설치해서 엘리베이터가 가동하지 않을 때는 전원을 꺼서 70% 이상의 전기사용을 절감했으며, 다른 모든 조명에도 센서를 설치해서 사용하지 않을 때는 자동으로 꺼지거나 디밍이 되도록 해서 낭비를 줄였다.이렇게 공동전기 절감조치를 한 후, 필자 가정의 모든 전등을 LED로 바꾸었더니 평소 10만 원 가까이 나오던 전기요금이 2만~2만5천원으로 80% 이상 절감되었다. 가정 전기 사용량을 40% 정도 줄였는데 공동 전기요금이 대폭 줄어 가정에 부과되는 전기요금은 80% 정도 절감된 것이다.지난 6월분 필자 아파트의 공동 전기료는 3천110원, 승강기 전기료는 1천190원이었는데, 비슷한 평수의 주상복합APT에 살고 있는 친구 집은 공동 전기료 1만7천880원, 승강기 전기료가 7천720원 나왔다. 비슷한 평형대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 친구들과 전기요금을 비교해 보면, 공동전기의 경우 주상복합 아파트는 5배 이상, 일반 고층 아파트는 4배 이상의 요금 차이가 난다.우리 아파트에는 도입을 하지 않았지만, 앞에서 언급한 서울의 심재철씨 경우처럼 승강기에 회생제동장치를 설치하고, 아파트 옥상에 태양광발전소까지 설치하면 공동 전기요금을 거의 제로(0) 상태까지 만들 수 있다.아파트 공동전기 말고도 각 가정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전기세를 줄일 수 있다.구체적인 방법을 예로 들면 △LED 전등 교체 △컴퓨터, 각종 전자제품에 자동센서 부착을 해서 전기의 낭비를 없앨 수 있다. 이처럼 전기 효율을 높이는 시설과 설비를 추가하면 공동 전기요금은 제로(0)로, 개별 아파트 전기요금도 80% 이상 줄일 수 있다.주택용 전기는 전등을 LED로 바꾸는 등 전기 사용량을 3분의 1 정도만 줄이면 주택용 전력의 요금 누진제로 인해 전기요금은 3분의 2가 줄어든다. 어떻게 보면 소소한 일이지만 매달 관리비가 나올 때면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하고 신기하다.필자는 아파트 관리비가 나올 때마다 에너지 절감의 필요성을 매달 한 번씩 피부로 느끼게 된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서 에너지 절감을 실천하게 된다. 전 국민이 모두 필자처럼 주택 전기절감과 에너지효율 증대를 실천해서 ‘탄소배출 제로(탄소중립)’시대를 앞당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나 혼자만의 전기절약으로 탄소중립 시대가 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국가적인 과제인 ‘탄소중립 시대’가 오려면 전 국민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아파트나 주택용 전기절약으로 한 가정에서는 연간 적게는 40~50만원, 많아야 100~150만원 정도의 전기요금을 줄일 수 있지만, 이를 2천만 가구로 환산하면 그 결과는 엄청난 금액이다. 개인의 작은 전기절약 실천만으로도 온 산의 산림을 파괴하는 태양광 설치를 대거 줄일 수 있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2022-08-21

윤석열 정부 백일잔치에 지방은 뒷전인가

지난 17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대한 소감은, 한마디로 ‘지방은 없다’고 정리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도, 100일 성과 책자에도, 질의응답 때도 지방과 지역균형발전을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비수도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달라졌다’는 소리가 나온다.윤 대통령은 대선후보시절 대구·경북을 비롯해 비수도권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지역균형발전은 국가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었다. 대통령 인수위원회 시절에도 역대정부와는 달리 지역균형발전특위를 별도로 설치해 지방정부의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윤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친기업·친시장’ 정책을 표방하면서 수도권 규제를 거침없이 풀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열린 ‘산업입지 규제개선을 위한 기업간담회’에서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수도권 내 공장 신·증설과 관련한 규제를 풀겠다고 언급했다. 비수도권 지자체로서는 충격적인 발표였다. 해외에서 국내로 다시 기업을 이전하는 ‘유(U)턴 기업’은 그동안 수도권내 공장 신·증설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온갖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유치전을 펴온 대상이었다. 이 때문에 정부 발표 이후 비수도권 지자체들은 “비수도권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조치”라며 맹비난했다.윤석열 정부는 다음달 중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총괄하는 기구인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킨다고 한다. 이 위원회가 지역 공약 실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고는 하지만, 기대를 거는 지자체가 별로 없다. 이 기구 역시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자문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문위원회 차원의 조직으로는 역대 정부에서 검증됐듯, 실질적인 균형발전의 실현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균형발전은 반드시 수도권 정치인들의 반발을 수반하기 때문에 정권 초기 대통령이 직접 밀어붙여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시절 “국민이 어디에 살든 기회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면밀히 살피겠다”고 언급한 말을 잊지 않길 바란다.

2022-08-18

대구 취수원 갈등, 정부 차원의 해법 제시 필요

대구 취수원 이전을 둘러싸고 대구시와 구미시 간의 갈등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안보인다.대구시가 17일 구미 해평취수장 공동 이용을 골자로 한 맑은물 나눔과 상생발전 협정의 해지를 협정 체결기관에 통보함으로써 대구시와 구미시 간의 대구시 취수원 이전논의가 사실상 무산됐다. 대구시는 해지통보에서 “구미시장의 상생협정 반대 등 몇 가지 사유를 들어 협정 이행이 더 이상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구시가 맑은물 나눔과 상생발전 협정서에서 밝힌 “구미 5산단 유치업종의 변경 및 확대에 따른 동의 여부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필요한 경우 후속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구미 5산단 기업유치에 공들여왔던 구미시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생긴 꼴이다. 또 기업유치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경북도의 투자유치 노력에도 부담이다.이철우 경북지사는 17일 입장문을 내고 “대구와 구미 간 취수원 다변화 갈등 해소방안을 찾겠다는 것과 함께 정부에 모두가 만족할만한 구체적 로드맵 제시”를 촉구했다. 특히 낙동강 하류지역에 맑은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상류지역은 발전 혜택을 누리도록 정부가 확실히 보증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요구했다.맑은 물 나눔과 상생발전 협정서는 정부와 환경부, 대구시, 구미시, 경북도, 수자원공사 등 6개 기관이 지난 4월 합의한 국책사업이다. 그러나 양지역 간의 갈등으로 지금은 협약 자체가 백지화된 것이나 같아 정부가 나서 중재를 하거나 명료한 입장을 밝혀야 할 때가 됐다. 그래야만 지자체 간 갈등도 풀 수 있다.대구시가 안동·임하댐 물을 상수원으로 하겠다고 하더라도 이 역시 정부의 도움이 없으면 추진이 어렵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이 문제와 관련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토론과 시민동의 등의 과정을 밟는 것이 옳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서둘러 나서 지자체 간 갈등 국면의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대구와 경북은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따로일 수 없다. 상생의 관계다. 더 이상 물 문제 갈등이 확산되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지자체 모두가 상생정신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2022-08-18

민심의 바다

논어 위정(爲政)편에서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은 스승에게 정치에 관해 물었다.공자가 말하길 “정치란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군사를 잘 갖추고, 백성이 신뢰하게 하는 것이다.” 자공이 재차 물었다. 부득이하게 이중 하나를 버린다면? 공자는 “군사”라고 말한다.자공이 다시 그중 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공자는 “식량을 포기한다”고 했다. 사람은 모두 죽기 마련인데 만일 백성에게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나라는 유지될 수 없다고 설명을 했다. 정치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깨닫게 하는 내용으로 자주 인용되는 대목이다.민심(民心)이란 통치권자 입장에서 보면 대중의 마음을 뜻한다. 그래서 옛날부터 민심은 천심과 통한다고 했다. 백성의 마음을 얻으면 나라를 얻고 백성의 마음을 잃으면 나라를 잃는다는 뜻이다.순자 왕제편에 나오는 군주민수(君舟民水)는 백성과 군주의 관계를 매우 극적으로 표현한 내용이다.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니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엎기도 한다”는 뜻이다. 지도자는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일에 항상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말라는 경고다.대한민국 헌법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의 마음을 떠난 정치는 존립 자체를 생각할 수 없다.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국민 뜻을 받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이제 국가가 도약하고 국민의 마음을 안심시킬 대통령의 비장한 각오가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지가 관건이다. 대통령의 분골쇄신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8-18

손자병법이 말하는 정쟁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요즘 뉴스가 온통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 그리고 국민의힘이 한편이 돼 이준석 전 대표와 벌이는 드잡이질로 도배가 되고 있다.여당인 국민의힘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이 전 대표를 비대위체제 출범으로 선출직 당 대표에서 내쫓았고, 이에 맞서 이 전 대표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하는 등 법적 판단을 신청하면서 벌어지는 공방이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30% 이하로 떨어져 국정운영동력이 위태로울 지경이다.지난 18일 취임 100일을 맞은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국면전환을 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국민의 말씀을 세밀하게 챙기고 받들겠다는 다짐 이외에는 별다른 알맹이가 없었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새 정부가 출범한 지 겨우 100일이 지났을 뿐인 데, 여당은 30대 젊은 당 대표와 싸우느라 국정운영에 힘을 보태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고, 정부는 야당의 공세에 시달리면서 물가상승과 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한 갖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민심과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정치권의 정쟁에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면 치밀한 전략이 필요한 법인데, 정부여당에 병법에 밝은 전략가가 없는 건 아닌가 의심스럽다.최고의 병법서로 꼽히는 손자병법에서 손자가 생각하는 최상의 승리는 의외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즉, 미리 전략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서 승리가 확정된 상황을 만들고 싸우는 것을 선호한다.전쟁 이전에 전쟁을 일으킬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하고, 전쟁을 결심했다면 전쟁의 명확한 목표와 그로 인한 이득이 있어야 하며, 상대방의 전력과 나의 전력을 파악해 승기가 있는지를 먼저 보고, 직접 군사력을 전개하기 전에 계략을 동원해 내분에 빠뜨리는 등 상대방을 무력화시켜야 하며, 어쩔 수 없이 싸우게 된다면 최대한 빠르고 피해 없는 승리를 거둬야 한다는 게 손자병법의 핵심내용이다. 정치판에서의 정쟁에도 이같은 병법은 충분히 유용하다.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 국민의힘과 정면으로 맞서 싸우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8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다른 정치인들이 어떠한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고 발언한 데 대해 “대통령이 (그런 걸) 파악할 의중이 없다는 것은 정치 포기”라고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비판했다.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윤 대통령과의 갈등을 언급하면서는 “인용하자면 국민도 속은 것 같고 저도 속은 것 같다”고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근혜’인사들이 공천에서 대거 탈락했을 때 한 말을 인용한 것이다.윤핵관만을 거론하며 공격하던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직접 공격한 이상 더 이상 싸우지않고 이기는 방안은 사라진 셈이다. 전쟁이 벌어진 이상 이제는 최대한 빠르고 피해없는 승리가 최선이다. 그게 윤석열 정부가 바닥까지 떨어진 국정지지율을 회복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2022-08-18

이재명과 이준석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지금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가장 많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두 사람이 이준석과 이재명이다. 이준석은 여당의 대표로 있다가 징계를 받아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이고, 이재명은 제1야당의 대표 경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중이다. 여당과 제1야당의 대표라는 직책은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전체 민의를 대표하는 자리다. 그래서 그 두 사람을 둘러싼 온갖 논란들이 바로 대한민국의 정치와 민심의 현주소가 되는 것이다.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쳐 현재 민주당 국회의원인 이재명에게는 전과4범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다. 무고 및 공무원자격사칭,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공용건물손상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공직선거법위반 중 어느 하나도 대의명분이 있는 죄목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혐의나 의혹을 받고 수사 중인 비리들은 결코 사소한 것들이 아니다. 대장동과 백현동의 개발특혜 의혹, 성남FC후원금 뇌물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경기도청법인카드 유용 의혹, 경기주택도시공사 합숙소 비선캠프 전용 의혹 등은 막대한 돈이 오가거나 심각한 공권력남용의 소지가 있는 것들이다.여당 대표인 이준석이 당윤리위원회에서 6개월 당원권정지의 징계를 받은 것은 성상납사건 무마를 위한 증거인멸교사를 했다는 혐의 때문이었다. 보통의 상식으로는 공소시효나 법적 책임 여부를 떠나서 그 정도의 물의를 일으킨 것만으로도 당대표직을 내려놓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이준석은 반성이나 사과의 말은 일언반구도 없이 자신을 당권투쟁의 희생양인 양 호도하고 당과 대통령까지 싸잡아 온갖 악담을 퍼붓는 등 반발을 계속하고 있다.이재명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정규 교육과정을 거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학을 나오고 사법시험에 합격하고부터는 양양한 출세가도를 달려왔다. 누구 못지않게 많은 것을 누린 그가 가난한 소년공이니 천박한 가계니 약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은 가당치가 않다. 이준석의 경우 대학까지는 최샹급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그러나 보통의 청년들이 고시원에서 머릴 싸매고 공무원시험 공부를 할 나이에 정당의 최고위원이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당 대표의 자리에까지 오른 것은 상식을 너무 벗어난 무리수였다. 순전히 요행으로 벼락출세를 한 것이 정치지도자로서의 자질까지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정치가 컴퓨터게임과 다른 것은 올바른 인성에다 국민과 국가에 봉사한다는 소명의식까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두 사람의 성장과정은 많이 다르지만 철저히 이기적이라는 그 인성에는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 매스컴이나 인터넷에 나와 있는 그들의 행적 중에 나라와 국민을 위한 소명의식이나 헌신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현란한 말재간이든 과감한 표퓰리즘이든 오로지 자신의 영달에만 목적이 있다는 걸 모르는 국민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지금 이 나라의 정치판은 모리배들의 난장판이고 그로 인해 민심은 부박하고 지리멸렬해졌다. 이재명과 이준석 두 사람에 대한 사법적 판결이 조만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정계퇴출로 새로운 계기가 열리길 바란다.

2022-08-18

폐기물도 쓸모가 있다

윤영대 수필가 이번 폭우로 인한 수해재난 실태를 영상으로 보면서 그 폐기물도 엄청나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재사용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겠지만 잘 활용하면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할 수도 있다.아파트에 이사가 있고 난 후 폐기물 처리장에는 멀쩡한 가구나 가전제품이 많이 버려져 있다. 큰 가구들은 꽤 비싼 제품이고 작은 선반이나 책장도 얼마든지 쓸 수 있는 것들이라 아까운 생각이 든다. 폐가전제품은 ‘무상방문 수거 서비스’를 이용하여 처리할 수 있고 소형인 경우는 5개 이상 묶어서 배출해야 하며 지자체에 따라 높이 1m 미만인 소형 가전제품들은 처리비용이 면제된다. 그 이외의 경우는 폐기물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 생활이 윤택하여 그런지 예전 같으면 애지중지하던 생활용품들을 아낌없이 버리고 있어 환경 문제도 일으키고 있다. 2019년 기준 폐가전제품은 세계적으로 약 5천400만 톤이며 1인당 7.3kg이라는 통계도 있고, 우리나라는 약 40만 톤을 재사용하고 있다고 한다.요즘 못 쓰고 버려질 물품에 새로운 디자인으로 다시 가공해 가치를 부여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 활동이 인기를 얻고 있다. 재활용보다는 한 단계 위다. 의류 리폼(reform)을 주로 하고 있는데 청바지 등으로 쇼핑백이나 손가방 등을 만들고 자투리 가죽으로 작은 지갑과 파우치 등을 만들어 다시 파는 사회적 기업도 있고 포항여성문화회관에는 이러한 교육과정도 있다.지난번 옷장을 정리하며 멀쩡한 옷들을 버리려고 하니 그냥 옷 수거함에 넣기는 아깝고 바자회를 통해 팔 수도 있지만 ‘아름다운 가게’가 자원 재순환을 통해 우리 사회의 친환경적 활동과 소외 계층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5박스를 보냈더니 기부금 영수증이 왔었다. 그 수익금은 소외 이웃을 돕는 데 쓰이고 바자회를 통해 안 팔린 것들은 후진국으로 수출하기도 한다.폐기물을 소재로 한 예술 활동도 있다. 정크아트(junk art) 분야다. 폐품, 쓰레기, 잡동사니를 재료로 작품을 만드는 일은 1950년대 이후 공업제품 등의 산업폐기물을 이용하여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시작되었다. 경주 엑스포공원 내에도 ‘또봇 정크아트 뮤지엄’이 있어 어린이들을 위한 정크아트와 아트트릭 미술을 경험할 수 있다.공사현장에서 많이 버려지고 있는 팔레트(pallet)는 벽돌과 유리 등을 옮기는 목재 받침판인데 쓸모가 많다. 나는 현장을 지나다가 쌓여있는 팔레트가 보이면 책임자에게 허락을 받아 몇 개를 차에 싣고 온다. 시골집 황토방에 불을 때기 위해서다. 해체하고 잘라서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하룻밤은 거뜬히 뜨거운 방에서 잘 수 있다. 나의 이러한 사정을 아는 지인들도 가끔 가져다주어 고맙다. 또 팔레트 중에서 재질이 단단하고 반듯한 것은 잘 가공하여 화단 울타리나 간단한 가구와 휴게시설을 만들어도 된다.일상생활에서 버려지는 폐비닐 페트병 캔 등도 분리수거를 잘하면 자원 재생과 함께 환경개선에 도움이 되며, 가정의 작은 노력이 환경을 살린다.

2022-08-18

예천곤충축제가 계속 성공하려면

정안진 경북부·예천 지역축제는 지방자치제 출범과 더불어 지역 관광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예천군의 SEMI 곤충엑스포 2022 예천곤충축제는 지난 3일부터 15일까지 10일간 열렸다. 곤충축제는 지역 관광과 경제 활성화와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왔다. 축제는 적은 예산 투입으로 경제적·비경제적 파급효과를 극대화 해야 한다. 이제 지역축제는 자립과 운영의 성숙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축을 만들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SEMI 곤충엑스포 2022 예천곤충축제는 당초 2020년 개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 연기를 거듭하다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6년 만에 재개됐다. 축제는 침체된 지역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고 예천의 다양한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계기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예천읍 시가지 및 한천체육공원, 곤충생태원에서 성황리에 진행됐다.개막식때 국내 최정상급 가수인 홍진영, 김다현 등의 축하공연 및 화려한 불꽃쇼로 축제의 열기를 고조시켰다.또 지난 10일 낙동 7경 한마당 잔치에 양동근, 산이, 강혜연, 류원정, 김민교, 이병철, 최상, 강민주, 이종학 등 유명가수가 대거 출연해 한여름 밤 뜨거운 열정으로 무대를 장식해 무더위에 지친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흥겨움을 안겼다. 이어 11일에는 예천청년회의소에서 주관한 치맥 페스티벌은 치킨 1마리, 맥주 2잔 1세트에 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500마리 한정 판매하고 한천 분수를 보며 공연과 이벤트 등이 함께 어우러져 무더위에 지친 피로를 풀 수 있게했다.지역축제는 이제 발상의 전환으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예천군은 예천곤충축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전략적인 정책적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 나가야 할 때다.요컨대 지금까지 축제를 이끌어 온 패러다임을 전환해 창조력과 상상력으로 발현되는 축제가 되게 지역 관광에서 문화까지 시야를 확대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오로지 ‘사람’과 ‘지역사회’다. 또 단계적 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예천군 차원의 지표 발굴과 함께 현장 중심형 평가, 전문가 컨설팅도 강화해 내실을 다져야 한다.또한 별도의 축제전담조직 운영체계를 구축해 인력과 조직의 전문성을 갖춤으로써 지역이 주도하는 축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기반을 강화하는 등 새로운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그래야 다시 한번 축제를 통한 예천군 관광의 도약 기회를 찾을 수 있다./ajjung@kbmaeil.com

2022-08-17

무인(戊寅)

육십갑자 중 열다섯 번째에 해당하는 무인(戊寅)이다. 천간(天干)은 무토(戊土)요, 지지(地支)는 인목(寅木)이다.‘잔설(殘雪)이 남아있는 봄 산’의 물상이다. 무(戊)는 만물을 무성하게 성장시키는 위엄을 상징한다. 호랑이 인(寅)은 봄의 양기가 막 터져 나와서 생명을 키우는 의욕이 대단하며, 진리를 펼치려는 형상이자 포악성의 의미도 내재되어 있다.호랑이는 야행성이다. 보통 인시(寅時), 새벽 3시부터 5시 사이에 먹이 사냥을 위해 움직인다. 동트기 전에 움직이는 동물이기에 그렇다. 호랑이는 움직이는 반경이 200km 이상이므로 야생의 왕 중의 왕이며, 역마의 기운이 있다. 한 곳에 정주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사람에게 ‘역마살’이 끼었다고 하고, 이동수가 있다고 한다. 농경사회에서는 고향을 떠나는 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했다.‘유목민’(노마드)같은 삶을 야만적이고 열등하다고 규정하였다.시대가 변하면 생활방식과 사고도 변하여 ‘역마살’에 대한 해석도 달리한다. 오늘날에는 살 곳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는 유목민처럼 역마의 기운을 살려야 한다.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은 바다로 진출하는 것이 살 길이다.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1925∼1995)가 저서‘차이와 반복’에서 ‘노마드’를 처음 언급했다. 땅에 뿌리 내리고 토박이로 살며 정체성과 배타성을 지닌 민족을 이루기보다는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바꾸어 나가며 창조적으로 사는 인간형을 말한다. 또는 여러 학문과 지식의 분야를 넘나들며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인간형을 말하기도 한다.우리 역사에서 노마드적 삶을 산 신라시대 혜초(慧超·704~780년) 스님이 있었다. 1908년 9월 프랑스의 동양학자 펠리오(1878∼1945)는 중국 돈황 막고굴 제17굴(장경동)에서 그동안 이름만 알려져 있었을 뿐 실체를 확인할 수 없었던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을 찾아냈다. 책명도 저자명도 떨어져 나간 채 발견된 이 여행기가 8세기에 활동한 혜초 스님이 저술한 ‘왕오천축국전’의 잔간(殘簡) 사본이라는 것이 발견자에 의해 밝혀졌다. 펠리오는 종이의 질이나 필치로 보아 9세기에 필사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혜초 스님은 스승의 권유로 불법을 구하기 위해 인도로 떠났다. 약 4년 동안 인도와 멀리 중동지역까지 죽음을 무릅쓰고 육로여행을 하면서 각 지역에서 불교를 어떻게 믿고 있는지와 함께 옷·음식 ·풍속·기후 등 그 당시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모아서 기록했다. 그 당시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미지에 대한 동경과 새로운 지식을 찾고자 하는 갈망 즉, 노마드 기질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혜초 스님은 그 시대의 진정한 세계인이었다.우리는 이것을 통해 1찬300여 년 전의 불교역사와 그곳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8세기의 인도와 중앙아시아에 대한 기행문은 세계에서 이 책밖에 없어 더욱 그 가치가 높다. 또한 세계 4대 여행기로 손꼽히며 그중에서도 가장 일찍 쓰여진 것이다. 현재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무인일주(戊寅日柱)는 일지(日支·배우자궁)에 편관칠살을 두고 있다. 어의(語義)가 좋지 않아 나쁘다고 보는 인식이 있으며, 안락하고 편안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통변을 달리 해석하고 있다. 독선적이지만 관운이 좋다. 자신을 낮출 줄 알고, 지인 또는 배우자의 조언을 귀담아 들으면 명예와 존경이 뒤따를 수가 있다. 조직생활이나 직장생활과는 잘 어울리나, 사업과는 거리가 멀다.‘안자춘추’ ‘내편’ 잡상 편에 나오는 글이다. 안자가 제(齊)나라의 재상으로 있던 어느 날, 수레를 타고 문을 나섰다. 어느 날 수레를 모는 사람의 아내는 남편이 수레를 모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수레 위에 세워 놓은 큰 양산 아래에 앉아서 채찍을 휘둘러 네 마리의 커다란 말을 몰아치는 자기 남편의 모습은 아주 우쭐거리고 거칠 것 없어 보였다.수레를 모는 사람이 집으로 돌아오자, 그의 아내가 다짜고짜로 헤어지자고 하였다. 날벼락 같은 소리에 수레를 모는 사람은 어이 없이 아내를 멍청히 보다가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아내는 “안자께서는 키가 여섯 자도 안 되시지만, 제나라의 재상으로 모든 나라에서 많은 존경을 받고 계십니다. 그런데 그분의 태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얼마나 겸손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분이 외출하시는 모습에서도 그분의 생각이 아주 깊이가 있다는 것이 바로 눈에 보입니다. 당신은 키가 여덟 자가 넘으면서도 겨우 남의 수레나 모는 사람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거들먹거리는 모습은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그런 당신 같은 사람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당신과 헤어지자고 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류대창명리연구자 이때부터 수레를 모는 사람은 아주 겸손해지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생각한 안자가 수레를 모는 사람에게 어떻게 그처럼 변하게 되었느냐고 묻자 그는 아내의 이야기를 안자에게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안자는 그를 벼슬자리에 추천했다.인간은 어떤 선택과 결단을 요구하는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주변에 떠도는 말보다는 통찰력이 있는 사람을 통해 참된 말에 관심을 기울여야 실수가 적다. 무관심은 자칫 타인과의 단절로 이뤄져 자신의 삶에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선택과 소망은 아주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속성을 지닌다. 불가능한 일을 선택했을 때는 바보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소망은 불가능한 일에도 성립할 수가 있다. 사람들은 영화배우의 인기나 운동선수의 승리처럼 자신의 노력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것들을 소망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일은 선택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자신의 힘으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만 합리적으로 선택해야 한다.양치기 소년처럼 허황되고 듣기 좋은 말만 하는 똑똑한 지도자보다는 진실 되고 실현 가능한 것을 말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2022-08-17

조계사의 연꽃 향기

전재영 동국대 출강 최근 장맛비가 세차게 쏟아붓던 시간대에 불교의 총본산인 조계사를 몇 번 찾았다. 빗줄기가 더위를 식혀주듯 내 마음속 번뇌를 조금이나마 씻기 위해서였다.자비로운 표정으로 온 세상을 끌어안은 부처님 앞에서 들려오는 고매한 스님의 청아한 목탁 소리, 겸허히 빗물을 받아내는 사리탑의 경건함을 기대하며 조계사 앞에 다다랐다.그러나 사찰 일주문 앞에 펼쳐진 색다른 풍경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곳에는 고성을 지르며 종교단체를 비방하는 시위꾼들로 북적였다. 신성한 기도 시간, 지나가는 행인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여유로움을 방해하는 모습으로 보여서인지 영 민망했다. 당연, 그 시위가 비록 합법적이라 하더라도 긍정적으로 보일 리 없었다.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비판과 반대 의견은 늘 있어 왔다. 또 다양하고 균형 잡힌 시각은 사회 발전을 견인한다. 그러나 도처의 시위현장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물리력을 동원한 무질서한 시위나 인격살인에 가까운 비방 및 모욕행위, 고성방가 수준의 배려 없는 행위는 반드시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목이 터져라 남을 물러가라며 누군가를 비난하고 비방하는 그들을 보면 팍팍한 삶의 애수와 고초가 느껴져 간혹 애처로운 마음이 든 적도 있다. 하지만 모든 문제나 갈등은 단지 목소리만으로 해결되기란 어렵다. 문제의 원인과 현재의 상황을 면밀하게 바라보고 건설적인 견해를 합리적이고 성숙한 방법으로 표현할 때 다른 이들의 공감을 더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번뇌를 잊고자 사찰을 찾은 중생의 번뇌와 시름이 쉽사리 사그라지지는 않지만, 세찬 빗줄기를 말없이 받아내는 연꽃잎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비를 베풀어 타인을 포용하라는 듯 작은 깨달음을 준다.불교는 연(蓮)꽃과 깊은 연(緣)을 가졌다. 연꽃은 더러운 진흙 속에 피어나는 꽃이면서도 그에 물들지 않기 때문에 청정과 깨달음, 성스러운 진리를 상징한다.연뿌리에는 질펀한 늪 바닥에 처해 있어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은 본성을 간직하여 세상을 정화한다. 중생들의 몸은 비록 어지러운 사바에 있지만 정(淨)하게 지녀 세상을 구제해야 한다는 불교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연꽃잎은 잎사귀에 흙탕물 한 점이 없다.쟁반 같은 뽀송한 연잎은 물방울을 동그랗게 말아 고이 간직하고 있다가, 한 점도 취함이 없이 그대로 떨어뜨린다.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주변을 신성하게 하며 불교의 가르침을 전한다.또한, 연꽃은 꽃을 피우면서 동시에 씨를 품는다고 하여 꽃과 씨가 동시에 탄생하는데, 불교에서는 이를 모든 결과는 이미 원인을 품고 있음에 비유하며, 태어남과 동시에 불성을 지니게 됨을 상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연꽃은 성스럽고 아름답지만 아무리 만개해도 결코 요염하지 않으며 향도 자극이 없어 있는 듯 없는 듯하다. 그러나 그 향기는 멀어질수록 그윽하기만 하다.퇴계 이황 선생은 만년에 도산서당(陶山書堂)을 짓고, 서당 동쪽에 네모진 조그만 못을 만들어 연꽃을 심고 ‘정우당(淨友塘)’이라 이름했다.‘정우’란 ‘깨끗한 벗’이란 뜻으로 곧 연을 가리킨 말이다. 이러하니 연(蓮)은 화중군자(花中君子·꽃의 군자)로 불린다. 송 주돈이(周敦履)는 그의‘애련설’(愛蓮設)에서 연을 “꽃 가운데의 군자로다”라고 칭송하기도 하였고, 초나라의 굴원(屈原)은 연잎으로 옷을 만들어 입기도 했었다.해가 중천을 지나면 하루의 노고를 연지(蓮池)에 부리고 정하게 꽃잎을 오므리면 연대 밑으로는 개구리밥과 생이가 방석처럼 깔고 앉아있으니 연지불국(蓮池佛國)이 아닐 수 없다.개구리들이 개굴개굴 아무리 시끄럽게 울어도 연꽃이 피는 사찰경내의 염불 소리는 극락음이다. 물론 조계사 앞 일주문을 지나면서 본 집회 시위 현장 또한 그 나름의 이유는 있을 터다. 다만, 그곳이 한국 불교의 중심이니 연꽃이 주는 깊은 가르침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길 권한다.

2022-08-17

세상은 대한민국에서 답을 찾는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서울, 그것도 강남이 물난리를 겪었다. 하루 반나절 쏟아부은 빗줄기에 모든 게 속절없이 떠내려갔다. 자연의 힘이 센 줄을 모르지 않았지만, 이렇듯 맥없이 당하는 처지는 어처구니가 없다.홍수뿐일까. 수확기의 가뭄, 한겨울의 한파, 때를 가리지 않는 지진. 우뚝 선 빌딩 숲과 온갖 화려한 문명의 산물들을 자랑하지만, 자연이 인간에게 부리는 심술 앞에 언제까지 이렇듯 힘없이 스러지기만 하는지. 대한민국 서울만 그런 것도 아니다.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도 산불과 지진, 토네이도와 폭염, 한파와 전염병에 도무지 무기력하기는 매한가지다. 전쟁과 폭력 등 인간의 악행이 초래하는 어려움보다 자연이 던지는 위협 앞에 인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빌게이츠(Bill Gates)가 우리 국회에서 연설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습격을 수년전에 예견하였다는 그는, ‘다른 나라들이 미래를 바꾸어가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대한민국에서 아이디어를 찾는다’고 했다.갈등과 다툼으로 뒤범벅이 된 이 나라에 와서 저런 말을 한 사람은 그뿐이 아니다. 인도의 시인 타고르(Rabindranath Tagore)는 1929년에 한국을 ‘동방의 등불’이라 부르며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조선, 그 등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고 했다. 타고르나 게이츠가 생각없이 남의 나라를 치켜세웠을까. 상대를 높이기 위한 예의가 작용했겠지만, 언론에 기고하고 국회연설을 하며 던진 생각에는 진심이 실었을 터이다.오늘 우리의 처지가 어떠하든지, 대한민국은 다른나라들의 기다림에 답해야 하고 동방의 등불 역할을 해내야 한다. 해묵은 악다구니 속에서도 젊은 정치인들이 나타나고 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찾는 몸부림이 있다. 잘못 짚는 국가리더십을 팽팽하게 견제하는 목소리도 있다. 도전과 저항이 느껴지는 논란과 갈등도 엿보인다.국가공동체의 역동성은 한 방향으로만 모이는 일사분란한 움직임이 아니다. 나라와 국민이 가진 수다한 문제들 앞에 생각과 의견을 민주적으로 모으는 겸허함이 있어야 한다. 공동체의 역동성을 적절하고 조화롭게 버무리고 수렴하여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게 국가의 역할이 아닌가. 국민의 손으로 선출해 맡긴 정부의 역할은 한반도를 너머 세계가 주시한다. 기대에 못 미치는 대통령을 평화적으로 바꾸어 본 국민의 눈길도 날카롭다.새 정부가 잘했으면 좋겠다. 나라와 국민에게 가능성과 역량이 있음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정치가 국민을 이용하려 하지 않고 진정으로 국민과 ‘함께’ 내일을 열어갔으면 한다.지난 수십년간 국민이 더러 이용당했음을 모르지 않는다. 그만큼 겪었으면 보수와 진보 따위로 헷갈리지도 않는다. 낡은 진영논리로 국민을 현혹하지 말아야 한다. 보다 분명한 변화와 혁신을 위하여 의미있게 바꾸어가는 대한민국 공동체를 세워가야 한다. 허무맹랑한 말싸움터를 이제는 건강한 토론의 장으로 바꾸어야 한다. 세상은, 변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대한민국에서 찾는다.

2022-08-17

지방소멸대응기금, 인구감소 막는 마중물돼야

인구감소로 소멸위기에 처한 지방자치단체를 돕기 위해 정부가 올해 처음 도입한 지방소멸대응기금 배분금액이 결정됐다. 전국적으로 광역자치단체 15곳과 기초자치단체 107곳이 대상지로 선정됐다. 경북지역은 경북도에 848억원(올해 363억, 내년 484억원), 시군은 의성과 군위 등 모두 16곳에 2천268억원이 배정됐다. 경북에서는 의성군이 사업의 우수성과 계획의 연계성, 적절성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아 최대 배분금을 받게 됐다.210억원의 배분금을 받게 된 의성군의 청춘공작소 사업은 메타버스와 로컬푸드를 접목해 젊은 인구의 유입을 노리는 계획이다. 푸드코트와 창업공동체 공간조성 등으로 지역생산 농산물을 활용한 외식창업 활동을 지원하고, 메타버스 플랫폼을 적용한 홍보체험공간 조성으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 한다는 계획이다.정부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은 향후 10년동안 매년 1조원의 정부기금이 기초단체에 75%, 광역단체에 25%가 지원된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방소멸을 막으려는 정부의 의지는 읽히나 소멸대응기금이 실제적으로 효과를 낼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많은 지자체가 예산을 따기 위해 경쟁을 벌이다 보니 신청금액이 재원규모를 넘어서고 그러다 보니 소규모 사업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나눠먹기식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김주수 전국농어촌지역 군수협의회장(의성군수)은 이와 관련 “정책이 스며들게 하려면 각 지역 특성을 고려하고 지역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규모 사업으로 흐르다 보면 지역 현실에 맞지않고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이번에도 당초 사업계획보다 기금을 적게 받은 지자체는 사업계획 수정이 불가피해 사업효과가 제대로 나올지 의문이다. 정부나 지자체 모두가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취지를 살리는 정책의 효과성에 무게를 두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지자체는 지역의 특성에 맞는 독창적 사업을 발굴하고 정부는 우수한 발굴사업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원을 해 효과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또 발굴된 사업의 효과성 확대를 위해 지자체간 정보교류도 촉진할 필요가 있다. 기금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임새가 더 중요한 정책이다.

2022-08-17

반평생 갚는 주담대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반평생 갚아야 하는 주택담보대출상품이 새로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17일부터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주담대 최장 만기를 45년까지 연장해 시행에 들어갔다. 우리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의 주담대 만기는 현재 40년이 최장이다. 대출금리는 오르고 상환 여력은 떨어지고 대출규제가 지속되자 은행권이 45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내놓은 것이다.단순 계산으로 30세에 빚을 내서 집을 사면 은퇴하고도 75세까지 상환해야 은행과 맺은 주담대 약정이 끝나 빚에서 해방될 수 있다. 말 그대로 반평생 빚만 갚다가 인생이 끝날 지경이다. 분할 상환 주담대 상품의 만기를 길게 책정하게 되면 상환 기간이 길어져 매달 원리금 부담액이 줄어든다. 따라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비율이 낮아져 대출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정부가 대출자의 상환 부담을 낮추기 위해 50년 만기 보금자리론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은퇴후 까지 빚을 계속 갚아야 한다면 곤란할 수 있다. 가령 30세 청년이 시세 6억원 아파트를 사기 위해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주담대인 보금자리론을 최대 한도인 3억6천만원까지 받았다고 하자. 50년 만기(금리 연 4.85% 적용)로 원리금을 상환하면 매달 159만6천여원을 부담해야 한다. 대출원금 3억6천만원에 대해 50년 상환 기간 동안 내야하는 총 이자만 해도 5억9천819만여원이다. 원금을 포함하면 총 9억5천819만여원을 75세까지 갚아야 한다.장기 상환 주담대 상품이 나온 것은 가계부채로 주택장만이 어려운 서민을 위해 나온 고육책으로 읽힌다. 주택정책은 어떤 정부라도 뾰족한 해법이 없는 난제란 탄식이 나올만 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8-17

포항·포스코 감정대립, 서둘러 수습하라

포항과 포스코 간 갈등이 올 초에 이어 또다시 첨예하게 재연돼 걱정이다. 갈등의 원인은 지난 2월 25일 포항시와 포스코,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 대표가 서명한 합의문이 6개월 가까이 구체화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25 합의문’을 둘러싼 포항지역사회와 포스코 간 감정대립이 지속되면 모두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는 측면에서 포항시와 포스코, 범대위 최고책임자들이 직접 나서서 서둘러 사태수습에 나서야 한다.다행히도 포스코는 최근 ‘2·25합의문’에 대해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소재지는 내년 3월까지 포항으로 이전하고, 미래기술연구원도 인재 영입을 위해 수도권과 2원 체제로 운영하되 본원은 금년 내 포항에 설치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합의문 3항에 명시된 ‘지역상생협력 및 투자사업’ 부분이다. 포항시와 포스코, 범대위 대표는 합의문대로 ‘상생협력 TF’를 구성해 그동안 6차례 모임을 가졌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범대위 측은 “포스코 협상태도가 불성실하다”고 언급했고, 포스코 측은 “요구하는 투자규모가 지나치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항시는 TF회의에서 포스코 측에 컨벤션센터와 병원, 오페라극장 건립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포항시와 포스코가 공회전하는 ‘상생협력 TF’ 가동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만큼, 이제 합의문 이행과 관련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이강덕 포항시장이 직접 만날 필요가 있다. 최 회장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상생·투자 협상은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본지도 최 회장이 빠른 시일 내 포항을 방문, 이 시장과 만나 ‘2·25 합의문’ 이행에 대해 논의를 할 것을 제안한 것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기업유치에 올인하고 있다. 인구소멸 위기를 겪는 비수도권 지자체는 기업유치가 생존문제와 직결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포항지역사회와 포스코의 감정대립이 시위, 현수막 등을 통해 외부에 적나라하게 표출되는 것은 자해(自害) 행위와 다름없다.

2022-08-17

홍수가 남긴 것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지난 8일 기록적인 폭우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된 사람, 산사태로 무너져 내린 집에서 사람만 간신히 빠져나와 목숨을 건진 경우 등 안타까운 사례가 보도되고 있다. 특히 신림동 반지하에 살고 있던 가족 3명이 사망한 사건이 주목을 받았다. 그중 한 분이 장애가 있다는 보도에, 장애와 가난, 반지하의 이미지가 겹쳐지며 소비되고 있다.반지하와 가난, 그리고 홍수는 영화 ‘기생충’을 곧바로 떠올리게 한다. 영화에서 비는 부자에게는 낭만의 대상이지만, 기택네에게는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는 대상이다. 엄청난 폭우에 반쯤 잠긴 집에서 물을 퍼내던 기택 부자의 절박함을 누가 알 수 있을까. 영화에서는 사장의 저택에서 문광의 남편이 기택의 아들과 딸을, 기택이 사장을 죽인다. 그리고 영화는 건강을 회복한 기우가 사장 집에 기생하고 있는 기택에게 부자가 되어, 그 집을 사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을 보여주며 끝난다. 그러니까 ‘기생충’은 대한민국의 빈부격차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부자’가 되고 싶다는 공통의 욕망에 초점을 둔 것이다.반지하에 살던 가족 3명이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은, 바로 그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레이트 선셋 한강’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아름다운 석양을 활용한 한강의 재발견 사업으로 ‘서울 아이’ 같은 대규모 관람차와 수상 공연장을 짓는 계획도 포함되었다. 싱가포르, 영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프로젝트로 최대 10년의 공사 기간이 필요한 사업이다. 서울에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서울시민에게 질 높은 문화콘텐츠를 제공한다는 발표에서, 2009년 용산 참사가 떠오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세르주 라투슈는 ‘성장하지 않아도 우리는 행복할까?’에서 성장 위주의 경제 패러다임을 빈부격차와 환경 파괴의 원인으로 제시하며, 탈성장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성장 중심의 사고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다소 황당한 논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지금의 사태는 그 논의에 귀 기울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현재 강남은 1970년대 강남 개발 당시 늪지대를 아파트로 바꿔서 탄생한 지역으로 홍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성장 중심의 사고는 경제적 이익과 거리가 먼 홍수 예방 사업에 예산 투입을 주저하게 했다. 성장 중심이란 쉽게 말해 돈이 되는 일만 선별해서 자본을 투입하는 효율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긴 이익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한다고 했지만, 이번 비극이 보여주듯 지금껏 거의 지켜진 적이 없다.전례 없는 폭염과 홍수, 산불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이 초래한 결과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한민국도 예외일 수는 없다. 이제부터라도 자연과 공생하고 다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경제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성장에 대한 우리의 욕망을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지금의 이상징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가까운 미래에 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2022-08-17

물의 순환과 생명 활동에 관하여

오낙률시인·국악인 최근의 일기 상황을 보면 중부지방엔 비가 너무 와서 난리고 남부지방엔 가뭄이 너무 심해서 난리다. 작다면 아주 작은 우리나라 땅덩어리에서 나타나는 실로 양극화된 기상 상황에 국민은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그러나 어쩌랴 이 모두가 자연에서 오는 현상인 것을.어디 지상에 비를 의지하며 사는 생명이 우리 인간뿐일까, 만약에 하늘에 절대자가 있고 세상이 그분의 농장 혹은 공원이고 지상 모든 생명체가 그분이 가꾸고 키우는 공원에서 그분의 계획하에 개체 수가 조정되면서 살고 있다는 가정하에 최근의 일기 상황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다소 인간 중심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우리는, 공평하지 못한 하늘을 보며 비가 많이 온다든가 가뭄이 너무 심하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데, 그게 다 그분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만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하는 좀 엉뚱한 생각을 가져 본다.언젠가 바닷물이 짜고 무거운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본 기억이 있다. 그것은 염분의 비중을 이용해서 자꾸만 아래로 침잠하려는 민물을 해수면으로 띄워 올려서 증발 순환케 하려 함이 아닐까 싶다. 지상으로 내린 물은 그곳에서 모두 증발하지 못하고 바다에 흘러들게 되는데 그렇게 바다에 모여든 물은 태양 빛과 낙뢰 등에 의해 일정한 소독과 정화작용을 거쳐서 다시 하늘로 증발하게 된다. 그렇게 순환되어야 할 물이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 버린다면 최소한 그 물은 순환 활동을 중단해야 하는 참상을 면키 어려울 것이니 바닷물이 미리 아래쪽에 위치해서 민물이 아래로 가라앉지 못하게 받치고 있는 셈이다.높은 산꼭대기에서 삶의 터를 잡은 한그루 소나무 가지와 이파리에 머물던 물도, 어느 양지바른 산골 비탈에서 일생을 마감한 조그만 동물체의 몸속에서 흐르던 물도, 결국엔 제 살던 곳을 벗어나 계곡을 따라 바다까지 이르게 된다.그렇게 계곡을 따라 흐르던 물이 죽장 계곡에서 아침 안개가 되어 운 좋게 하늘로 오르기도 하고 기북면 손얼벌 들녘에서 논물이 되었다가 하늘로 직행하는 행운의 물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에 해당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많은 물은 바다에까지 흘러가서 순환의 대기표를 뽑아 들고 제 순서를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내연산 선일대에 오르면/나는 신선이 되고/진경산수 그림 한 폭/계곡에 그대로인데/아득히 먼 옛사람이 되고만 /겸제만 간 곳이 없네./열두 폭포에 흐르는 물소리 /따라오며 지저귀는 산새소리/신선이 불어주는 젓대 소리 같은데/산 능선 넘어오는 솔바람 소리/이곳을 다녀가신 /시인 묵객들의 탄성 같구나.//연산폭포 수행을 막 끝내고/관음 폭포 수행을 앞두셨을까./시리도록 투명한 물줄기 하나 /고요히 소(6F05)에 머무니/아! 그 모습 /입정에 든 수도승 같아라.”-오낙률 시 ‘내연산 12폭포 비경’언제나 인간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물에 관한 문제이다. 물에 관한 문제를 늘 인간 삶의 본질적 문제에서 분리키 어려운 것은 생명 활동의 본질이 물의 순환 활동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2-08-17

여전한 코로나 확산세…경계심 풀려 더 문제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위중증 환자수는 한달 전보다 되레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말아야 할 상황이다. 지난주(8월8∼14일) 코로나 확진자 수는 하루 평균 12만3천856명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지금 추세라면 이번 주에는 하루 평균 15만명을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여름 휴가철과 연휴가 끝남으로써 이번 주가 재유행의 고비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다.위중증 환자수는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4월말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15일 현재 위중증 환자수는 521명으로 4월 29일(526명) 이후 108일 사이 가장 많다. 지난달 15일 위중증 환자수 65명과 비교하면 한달 사이 8배가 증가했다.특히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에선 코로나 발생이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정점기를 지나지 않고 있다. 방역당국이 정점기로 예측한 시기로 접어들었지만 휴가철 등 변수가 많아 정점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국제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의하면 지난주(7∼13일) 한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00만명 당 1만6천452명으로 나타나 216개국 가운데 가장 많았다. 재유행 확산세가 50일 가까이 꺾이지 않는 나라도 주요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유일했다.전문가들은 숨은 감염자가 많아 실제 확진자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지금은 고위험군 집단발생을 경계해야 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이처럼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으나 시민들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경계심은 크게 떨어져 있어 걱정이다. 코로나19 감염을 운 나쁘면 걸리는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난 탓이다. 이는 당국이 일상회복 기조 속에 표적화된 방역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국민들의 방역 의식이 많이 뒤떨어진 데 원인이 있다.아직은 코로나19가 안심할 수 없는 위중한 상황임을 인식시키고 마스크 쓰기와 손씻기 등 개인방역을 철저히 할 것을 알려야 한다. 예방접종을 통해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 장기 확산에 대비해야 한다.

2022-08-16

‘이준석 후폭풍’ 중심에 선 김정재·김병욱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의 ‘13일 기자 회견’을 계기로 포항시가 지역구인 김정재(북구)·김병욱(남구·울릉군) 의원이 주목 받고 있다. 김정재 의원은 이 전 대표로부터 ‘윤핵관 호소인’ 중 한 명으로 실명이 언급됐고, 김병욱 의원은 회견직후 이 전 대표 지원 사격에 나섰다. 포항지역에서는 2024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두 의원의 대조적인 행보가 가져올 정치적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김정재 의원은 윤석열 대선 후보를, 김병욱 의원은 유승민 전 예비후보를 지지했다. 지난 지방선거에는 이강덕 포항시장 공천 문제를 놓고 서로 견해차를 드러냈다. 김정재 의원은 ‘이강덕 컷오프’, 김병욱 의원은 ‘이강덕 경선’을 요구한 바 있다.이 전 대표는 지난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친윤그룹을 겨냥해 “수도권 열세 지역 출마를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김정재 의원은 지난 6월 한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혁신위 출범과 관련 “이준석 대표의 혁신위라고 보면 된다“고 언급해, 이준석과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김병욱 의원은 이 전 대표 회견 직후 페이스북에 “이준석은 권위주의적 권력구조에 기생하는 여의도의 기성 정치권을 정밀 폭격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배지(국회의원)는 권력을 못 이긴다. 하지만 정작 그 권력은 민심을 못 이긴다. 이준석은 여의도에 ‘먼저 온 미래’다”라며 이 전 대표를 적극 두둔했다. 김병욱 의원 외에 TK정치권에서 이 전 대표 편에 서서 지원발언을 한 의원은 아직까지 없다.두 사람의 대조적인 행보는 자연스럽게 차기 총선 공천문제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다음 전당대회에서 친윤그룹이 당권을 장악하면 김정재 의원을 비롯한 ‘윤핵관 호소인’들이 유리한 상황에 놓일 개연성이 있다. 반면 친윤그룹이 지도부에서 물러나고,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동력이 회복되지 못한다면 현재 윤핵관 또는 윤핵관 호소인으로 지목된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총선 공천에는 워낙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해 누가 유불리 할지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2022-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