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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교육이 정치인가

장규열 한동대 교수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사방이 고요해진 느낌. 돌아보는 이야기가 적지 않은 가운데, ‘교육감’도 그 한 자락이다.지역의 일꾼을 뽑는 정치적 이벤트에 교육을 따로 떼어 헤아리며 선택하는 일이 그리 자연스럽지 않았다. 정당 공천을 기반으로 부여되는 후보 번호도 제시되지 않아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 불편도 감수했다. 특정후보의 이념성향과 정치적 연대를 가늠하며 표를 던지는 정치적 결정도 한몫을 했다. 후보 자신들도 그런 경향성을 드러내며 선거에 임하였다. 선거법을 범하지 않는 수준이었다지만, 정치적 색깔을 사뭇 과시하였다. 수다한 다른 정치적 선택과 함께 버무려진 선거판에서 다음세대를 기르는 교육의 진정성은 묻혀버리지 않았을까.교육이 정치인가. 교육감은 정치인일까. 결과 분석에 따르며, 보수와 진보 진영에서 교육감 자리를 거의 양분하였다고 한다. 어린이와 학생들이 사는 지역에 따라 받는 교육에 정치적 기운이 다르게 실리고 이념적 덧칠이 가해진다는 말인가.우리는 언제부터 교육을 정치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을까. 보수의 든든함과 진보의 역동성을 함께 가르치는 교육은 불가능한 것인가. 전통과 가치는 지키면서 상상력과 창의를 기르는 교육은 있을 수 없는가.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오른쪽과 왼쪽에 갇힌 편협한 품성을 기르겠다는 것인가. 그마저도 정치적 바람에 따라 때마다 다른 교육을 하겠다는 것일까. 의문과 질문이 꼬리를 문다. 국민의 직접 선택이 필요하다 해도, 정치권의 선거 이벤트와는 떼어내 선출했으면 어땠을까. 정치이벤트가 아닌 교육이벤트는 불가능했을까.교육은 무엇인가. 여러 과목도 가르치고 다양한 활동도 함께 하지만, 교육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일이 아닐까.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선생님과 어른들이 다음세대의 마음밭에 하나씩 하나씩 채워넣는 게 아닐까. 그런 결과로 수북하게 채워진 모양새를 우리는 품성과 재능이라 부르는 게 아닐까. 사회적이며 정치적인 소양도 물론 가르친다.하지만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는 폭넓은 가르침을 경험하게 하여, 생각의 틀이 넓어지고 상상의 창문에는 제한이 없어야 한다. 세상의 모든 지식과 이념의 가르침을 다양하게 접하게 하고, 향후 정치적 결정은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물이 오르듯 자라야 할 아이들에게 오른쪽 왼쪽을 강요하는 가르침은 부적절하다. 보수와 진보를 표방하는 교육은 어른들 욕심에 포위된 속좁은 처사일 뿐이다.교육은 정치가 아니다. 정치를 가르친다 해도 정치적일 수는 없다. 진영보다 훨씬 넓은 세상을 가르쳐야 한다. 보수와 진보의 의미와 가르침을 모두 담아야 한다.교육은 폭넓게 담는 너른 그릇이어야 한다. 어느 쪽을 물어도 막힘이 없도록 넉넉하게 일러줘야 한다. 자신있게 선택하는 당당한 인성을 길러야 한다. 세상의 누구와도 서슴없이 어울리고 늠름하게 겨루도록 폭넓은 품성을 길러내야 한다.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은데, 이념에 갇힌 사람을 기른다는 건 말도 되지 않는다. 교육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2022-06-08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을 하자!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글쓰기 수업의 학기 말은 고되다. 35명 수강생이 쓴 글을 읽고 대면 피드백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 1명에 30분. 단순계산으로 17.5시간, 2학점 수업의 8주 분량이다. 서면 피드백으로 대체할 수도 있지만, 학생과 직접 만나서야 가능한 질문을 포기할 수 없어서 대면 피드백을 고집하고 있다. 이번 학기에는 에세이와 칼럼이 첨삭 대상이다.문제는 에세이였다. 예상대로 대학 신입생이 쓴 에세이의 상당수는 대학 입시 과정에서 느낀 고민과 단상으로 가득했다. 부모님과의 갈등, 국문과에 대한 주변의 조소 등 20년 전 내가 대학 입시를 할 때와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었다. 30분 단위의 상담에 피로감이 몰려오던 늦은 오후. 어느 여학생 순서가 되었다. 여학생의 글은 에세이와 일기의 경계에서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하고 있었다. 한 문장에 눈이 갔다. ‘고등학교 때까진 성적이 제일 우선이다. 일단 공부부터 하고 대학교에 들어가서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라.’ 이 문장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딸에게 건넨 부모의 말이었다. 학생은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했고, 꿈을 포기시키고 진로를 정하라는 부모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대학에 들어가서…’, 이 문장은 나도 고등학교 시절 숱하게 들은 말이다. 여학생의 부모님도 고등학교 시절 적지 않게 들었을 것이다. 나는 이른바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통하던 마지막 세대이다. 고등학교 시절 막노동꾼 서울대 수석합격자의 수기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1996)를 읽으며 공부에 대한 열의(?)를 되살리던 기억이 뚜렷하다. 그러니까 그 시절에는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에 입학하면 성공신화를 쓸 가능성이 있었다. 2022년 현재는 어떤가? 등록금을 걱정해야 하는 학생과 부모의 스펙으로 상당한 이력을 채운 학생의 미래가 갖는 거리감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우리 모두 아는 바와 같이 개천에서 더이상 용은 나오지 않는다.그럼에도 많은 부모가 고등학교에서는 공부만 하고 대학에 가서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명백한 거짓말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현실적인 이유로 공부해서 대학에 가는 것이 아이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것일 테다. 꼭 명문대가 아니라도 ‘그래도 대학은 가야지….’라는 의식이 여전히 작동하는 까닭이다. 어째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 사회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지만, 유독 대학 진학과 관련한 사고는 조금도 바뀌지 못한 것일까?그 여학생은 자신의 고민과 분노에 공감하는 나의 말을 듣자마자 눈물을 쏟았다. 휴지를 건네는 것 말고는 별로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고등학교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다면 대학에 와서도 하기 어렵다. 그러니 제발, 공부부터 하고 대학에 가서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말은 하지 말자. 의도야 그렇지 않겠지만, 이제 그 말은 언어폭력에 불과하다. 우리는 의도하지 않은 언어폭력을 행사하며 20년 동안 변하지 않은 이 사태의 공범자로 살아왔는지 모른다. 이제는 그 사슬을 끊어버릴 때가 되었다.

2022-06-08

牛生馬死

조현태 수필가 ‘우생마사(牛生馬死)’,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사자성어다. 유비가 산적을 진압하고 두목이 타던 적로마(的盧馬)를 얻었다. 특별히 그 말이 헤엄을 잘 치는 까닭에 유표의 추적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데 전쟁에도 이용된 가축은 말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육축(소, 말, 양, 돼지, 개, 닭) 중에 으뜸인 소와 말이 물에서 헤엄으로 경기를 한다면 말이 월등하다. 소는 웬만큼 헤엄은 치지만 말보다는 훨씬 뒤진다. 말은 소의 두 배에 가까운 속도로 물을 헤쳐 나가지만 유속이 심하게 흘러가는 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말은 자신이 헤엄 잘 치는 것을 믿고 강한 물살을 이기려고 물을 거슬러 올라가려 한다. 그렇게 무리하게 전진과 후퇴를 줄기차게 반복하다가 지쳐 끝내는 기진맥진해 죽어 버린다.물살이란 그저 물이 가야 할 방향으로 흐를 뿐이다. 마소가 빠졌든지 역방향으로 있는 힘을 다 하든지는 전혀 상관하지 않고 흐른다. 소는 절대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려 하지 않는다. 세찬 물살을 이길 능력이 없을 바에야 그냥 물살에 몸을 맡기고 물살을 따라 떠내려가야 한다. 그러면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강가로 접근하는 방법을 택한다. 적당한 시기와 장소를 봐가며 물에서 나갈 기회를 찾는다고도 하겠다. 그러니까 수천 미터 가량을 떠내려가야 겨우 몇 미터 강가로 다가간다.실제로 몇 년 전, 태풍이 지나간 후에 밀양 낙동강 강변에서 소 한마리가 발견되었단다. 귀표를 확인해본 결과 경남 합천에서 떠내려 온 암소였단다. 합천 축사에서 밀양까지 80km나 되는 물길에 며칠 동안 떠내려갔다는 말이 된다. 그 소의 주인은 기적같이 살아 돌아온 소가 대단히 반갑고 고마우면서 미안하기도 했으리라.우리가 세상을 살다 보면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릴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노력을 많이 해도 점점 더 힘들어지기도 하고, 방해꾼이 자꾸 일을 꼬이게 할 때도 있다. 그 방해꾼이 거센 물살이라면 말이 헤엄치는 방법보다 소가 취하는 순리를 따라야 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리 해치워야 한다는 속도전에 너무 집착하게 된다. 아무리 초고속 시대라 하더라도 방향을 무시하고 속도만으로 답을 찾기는 어렵지 않은가. 바로 옆에 강변 제방이 빤히 보이는데 거슬러 올라가서는 강을 건널 수 없듯이 말이다. 물살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의미는 아무런 방해요소가 없다는 착각에 다름이 아니다.물은 항상 낮은 곳으로 이동해가되 더이상 내려갈 수 없어야 멈추는 법이다. 강제로 퍼 올려도 마찬가지다. 인류의 역사와 문명도 이러한 물의 속성처럼 오직 가야 할 방향으로 끊임없이 흘러갈 것이다. 더러 왜곡하거나 조작하여 속성을 혼돈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때가 되면 반드시 본래 자세로 되돌아갈 것이다.코로나19라는 대단한 방해꾼이 나타나도, 전쟁이라는 세찬 물살을 만나도, 에너지와 식량이 등짐으로 무겁게 눌러도 우리 다함께 유유한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 선거에 당선된 모든 이들은 굽이치는 강물에 뛰어들었다. 밀양까지 떠내려가도 합천 본고장으로 돌아간 소처럼 크게 환영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2022-06-08

세상의 모든 둘째에게

나는 삼 남매 중 둘째다. 나와 가장 친한 친구들 역시 그렇다. 둘째끼리는 통하는 어떤 지점이 있는 것이 아닌지 쓸데없이 헤아려보곤 한다. 우리 모임은 ‘둘째들’이라는 촌스러운 이름을 갖고 있는데 나는 이 명명이 썩 마음에 든다.우리 ‘둘째들’은 말이 얼마나 잘 통하는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 밤을 새우기 일쑤다. 언니나 오빠에게 당했던 에피소드, 동생에게 화났던 일을 늘어놓으려면 2박 3일도 모자라다. 부모님, 조부모님 관련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끝도 없다. 우리는 둘째라는 것에 대한 묘한 억울함과 설움을 가지고 있다. “언니(혹은 오빠)의 말을 잘 들어야지”라는 말과 “동생에게 양보해야지”하는 말이 뒤섞여서 나는 늘 참아야만 하는 사람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고 그렇다면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 자식이 아닌가 하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다.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 덕선은 이러한 둘째의 전형이다. 집안의 자랑이자 학창 시절 1등을 도맡아 하던 잘난 언니와 하나뿐인 아들이라는 이유로 특별대우를 받는 동생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인 덕선은 유쾌하고 발랄한 성격의 소유자면서 철없는 면모도 다분하지만 주변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세심함을 갖추고 있다.덕선은 받는 것보다 양보하고 참는 것을 먼저 배웠다. 엄마의 눈치를 보면서 자신은 계란프라이보다 콩자반이 좋다고 말하고 치킨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인 닭다리를 언니와 동생에게 양보하면서도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인다.쌓여가던 서러움이 폭발하는 사건이 벌어진 어느 날, 덕선은 아이처럼 앙앙 운다. “왜 나만 계란 후라이 안 해줘? 나도 콩자반 싫어하거든? 나도 닭다리 먹을 줄 알거든. 언니는 보라고 동생은 노을인데 왜 나만 덕선이냐고!”덕선의 외침에 내 눈에서도 눈물이 뚝뚝 흘렀다. 그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둘째가 공유하는 지점일 것이다.언제였던가. 친구 중 한 명이 어릴 때 겪은 일화를 내어놓았다.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언니에게 양보했을 때, 할머니는 “아이고 참 착하다”라며 자신을 칭찬했지만 동생이 자신에게 뭔가를 양보하자 “그럴 필요 없다”고 말했던 일. 그 단호한 어투가 여전히 귓가에 생생하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양보할 필요가 없다고 교육받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의문했더랬다.캐나다로 어학연수 가고 싶다는 남동생에게 부모님이 너희 누나들은 그러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다고 다독이자 그는 “어차피 작은 누나는 그런 것들 필요 없잖아!”라고 소리쳤고 결국 친구는 폭발하고 말았다. 야, 나도 인간이거든. 그저 항상 너한테 양보했을 뿐이었거든. 고성이 오가던 가운데 부모님은 친구의 어깨를 붙잡았다. “둘째야, 그래도 네가 누난데 참아야지.”이야기를 듣고 나는 배를 잡고 웃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히 ‘둘째들’다운 에피소드였다. 그래, 우리가 참아야지. 항상 그랬듯이.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이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야, 둘째라고 가오가 없냐. 쟁취해야 하는 것이 있음에도 욕심내지 않는 건 바보 같은 일이야. 그렇게 서로를 토닥이며 코끝이 찡해오던 밤, 우리는 다짐했다. 가족의 평화를 위해 희생하는 착한 아이로 사는 일은 이제 그만두자고.그래서였을까. 김소영의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으면서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었다. “정중한 대접을 받는 어린이는 점잖게 행동한다. 또 그런 어린이라면 더욱 정중한 대접을 받게 된다. 어린이가 이런데 익숙해진다면 점잖음과 정중함을 관계의 기본적인 태도와 양식으로 여길 것이다. 점잖게 행동하고, 남에게 정중하게 대하는 것. 그래서 부당한 대접을 받았을 때는 ‘이상하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어쩌면 우리는 정중하게 대접받지 못한 상황에 자주 노출되었을 수도 있겠구나. 그런 깨달음이 오자 우리가 외치던 부당함이 단순한 투정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실감되었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첫째만큼의 든든함도, 막내만큼의 깜찍함도 없는 애매한 위치의 둘째들에게 고한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그 누가 서러움이 없겠느냐만, 둘째의 설움은 둘째만이 아는 법. 뭐 그런 사소한 것을 마음에 담아 두냐고 혀를 차지만 우리만큼은 서로의 마음을 다독여주자.나 역시 그랬다. 그렇지. 맞아. 서운하지.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는 ‘둘째들’이 있었기에 그 시절을 무사히 보내올 수 있었다. 미세한 차이를 경험해본 자들. 이상하고 부당하다고 차마 말하기 어려웠던 상황들을 잘 알고 있기에 서로가 다정하고 애틋해지는 것이다.그리하여 만국의 둘째들이여, 행복하자. 지구의 실세가 언젠가는 둘째들로 거듭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니. 그날까지 모두 평온하고 건강하도록.

2022-06-07

가장 느린 해방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소설이나 평론을 인용하시던 교수님께서 드라마의 대사를 인용하시다니. 나는 순간 얼어붙었고,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드라마 내용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교수님께서 하신 얘긴 대충 그런 거였다. 아무렇지 않게 잘 사는 사람들보다, 망가진 사람들이 훨씬 더 정직할 수밖에 없다고. ‘나의 해방일지’에서도 그러지 않느냐고. 항상 소설이나 평론가의 말을 인용하시던 선생님께서 드라마의 제목까지 거론하시며 이야기를 하시다니. 나는 이걸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나, 아니면 웃음을 터뜨려야 하나 꽤나 고민을 했더랬다.드라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최근에 재밌게 본 드라마라고 해도 ‘바이킹스’ 뿐이고, 남들 다 좋다던 ‘이태원 클라쓰’도 세 번을 도전했다가 중도 하차했다.드라마 특유의 느린 템포가 내 성미에는 맞질 않았던 거다. (‘바이킹스’를 끝까지 봤던 것도, 아마 한 화마다 한두 번씩은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면이 나와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교수님께서 드라마를 재밌게 보신다니, 말동무라도 해드리려면 나도 봐야할 것만 같았지만, 영화나 소설이나 평론이라면 모를까, 드라마라니. 교수님과 대화를 하기 위해 드라마까지 보는 건 좀 아니다 싶어 몇 주를 미루고 있었다.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 선생님은 그 말을 했던 거였더라. 왜 잘 사는 사람들보다 망가진 사람들이 정직하다고 하셨던 거였더라. 웃자고 하셨던 건 아니었던 것 같고, 뭔가 다른 이야기를 하시던 와중에 하셨던 것 같은데. 아. 안되겠다. 한 번 그 대사 나오는 대목만 봐야겠다. 그런 마음으로 드라마를 틀어놓았다. 도저히 그 긴 시간을 버틸 수가 없어서 빨래나 개고 바닥이나 닦으면서 볼 요량으로 말이다.사실 첫 화는 그냥 그랬다. 서울에 태어났으면 뭔가 달랐을 거라 말하는 정서를 이해하기 힘들기도 했거니와(나는 서울 토박이라 그 정서를 온전히 이해하긴 힘들었다. 죄송합니다.) 다들 자신이 힘들다고는 하는데, 그들의 삶의 적어도 ‘나’보다는 나아보여서 그렇게 공감이 가지는 않았다. 헌데 2화쯤부터는 내 귀가 점점 드라마에 쏠려가더니, 3화 중반쯤부터는 개던 빨래를 손에 쥔 채 멍하니 열중하고 있었다. 세상에. 내가, 드라마에, 열중을 하다니. 그것도 나보다는 나은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에 말이다.나는 자신의 힘듦을 토로하는 서사에 좀처럼 공감하지 못한다. 그들의 힘듦 그 자체에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 힘듦이라는 것이 ‘나’의 힘듦보다 객관적으로 힘든 것인지 자꾸만 비교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그래도 쟤들은 나보다 이런 점에선 낫네, 그래도 쟤들은 집이라도 있네, 그래도 쟤들은 밥걱정은 없네 등등. 그런 푸념을 하며 이야기는 나에게서 멀어지고 마는 것이다.그런데도 내가 ‘나의 해방일지’에 집중하게 되는 건, 그들이 경험하는 사소하고 일상적인 트러블에 공감이 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이 모든 인물들이 이 일상을 행복도 불행도 아닌 어딘가 쯤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그렇지 않은가. 보통의 사람들에게 일생이란 그다지 불행한 것도, 그다지 행복한 것도 아니다. 크나큰 슬픔이 찾아오는 경우도 드물고 말도 못할 희열의 순간이 찾아오는 경우도 드물다.적당한 슬픔과 적당한 기쁨. 그마저도 적당한 기쁨은 자주 찾아오지도 않으면서 적당한 고달픔만 반복되기에, ‘나’의 삶은 괴롭고 힘들게만 느껴진다.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보란 듯이 잘 사는 사람들은 그런 정도의 괴로움을 적당히 숨기거나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어딘가 망가진 사람들은 작은 자극에도 그 적당히 반복된 고달픔을 우수수 쏟아내고야 만다. 어딘가 마땅한 방향성을 지니지 못한 채 쏟아지는 적당한 고달픔의 말들은 그래서 대단하지도, 거창하지도 못하다. 단지 진심어릴 뿐이고, 그래서 처연하고 사랑스러울 따름이다.‘나의 해방일지’라는 거창한 제목과 달리, 이 드라마는 그렇게 거대한 악과 싸우지도 않으며 거대한 성공을 거머쥐지도 않는다.단지 조용히, 자신을 옭아매오던 작은 고통들과 맞서는 법을 하나씩 배워볼 따름이다. 그래서 이 작은 해방의 과정은 결코 성공을 향해 있지 않다. 다만 조용히 자신의 발밑을 바라보며, 자신이 선 자리를 바라볼 뿐이다. 조금의 해방을 위해서. 잘해야 한다고, 성공해야 한다고. 누구에게도 지적받지 않아야 한다고. 누군가에게든 사랑받아야만 한다는, 누구나 갖고 있는 강박으로부터 아주 조금씩 천천히 말이다.

2022-06-07

빛을 뿌리고 꽃으로 흩어진 이들을 기리며

이재현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가장 날카로운 칼과 / 가장 날카로운 告白은 / 다르지 않다. // 가장 날카로운 칼은 / 그 칼날에 / 그리하여 저의 낯을 비춰 본다. // 그리하여 / 가장 날카로은 칼은 / 꽃잎 앞에도 무릎을 꿇고, / 그 꽃잎은 / 그 칼을 쥔 손목에 / 입을 맞춘다.”“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라고 노래했던 김현승 시인의 시집 ‘김현승시전집’(관동출판사, 1974)에 수록된 시 ‘무기의 의미 Ⅱ’의 처음 세 연이다. 칼은 전통적으로 무기를 대표하고 시대를 아울러서 전쟁을 상징한다. 시인은 이 칼이 꽃잎 앞에 무릎을 꿇고, 꽃잎은 칼을 쥔 손목에 입을 맞추게 함으로써 평화의 도래를 희구하였다.망종(芒種)이자 현충일인 6월 6일 전후로 우리나라 전역에 비가 제법 내렸다. 한자 ‘망’은 벼나 보리 따위의 깔끄러운 수염인 까끄라기를 뜻한다는데, 비가 수염있는 곡식의 씨앗을 뿌리기에 좋은 때인 망종에 마춤하여 내려주었다. 이 비는 한국전쟁에 참전하고 순국한 이들과 함께 나라 곳곳에서 국가의 안위를 위해,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이 잠들어 있는 전국의 현충원과 호국원 땅을 적셔주었고, 우리들 마음도 촉촉하게 해주었다.‘산화’라는 말이 있다. ‘흩어질 散’에 ‘꽃 花’ 자를 쓰기도 하고‘빛날 華’ 자를 쓰기도 하는데 국어사전에서는 ‘어떤 대상이나 목적을 위하여 목숨을 바침’이라고 한 가지로 풀이하고 있다. 호국은 전쟁이 벌어졌을 때만 쓰이는 말이 아니다, 전쟁을 대비하고 막기 위해 존재하는 군대에서 동료와 부하를 구하려 몸을 바친 이들에게도 우리는 호국을 위해 산화했다고 말한다.산화한 군인은 한국전쟁 이후에도 여럿 있다. 강재구 소령은 베트남전 파병을 앞둔 강원도 홍천의 수류탄 투척 훈련장에서 이등병이 실수로 놓친 안전핀을 뽑은 수류탄을 몸으로 덮쳐 막아 훈련 중인 중대원 100여 명의 목숨을 구하고 산화하였다. 고공강하 훈련을 받던 교육생의 낙하산을 펼쳐주고 자신은 그대로 한강 얼음판 위로 떨어진 이원등 상사의 경우도 꽃으로 뿌려진 죽음이다.정갑진 중위를 아는가? 강재구 소령에 버금가는 산화의 주인공이다. 1946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난 그는 경북사대부고를 거쳐 서울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1969년 2월 학군(ROTC) 제7기 소위로 임관하였다. 연천 20사단의 소대장으로 부임한 지 일년이 안 된 1970년 5월, 정갑진 중위는 전방 초소에서 부하 사병이 잘못 던진 수류탄 위에 몸을 던졌고 소대원들의 인명 피해를 막아낸 그의 온몸은 꽃잎처럼 흩어졌다. 별 탈 없이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면 엘리트로서 나라를 위해 더 크게 공헌할 수 있었을 서울대 출신의 젊은 장교가 그렇게 스러졌다.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된 그를 기려 1970년 6월에 군에서는 산화한 그의 희생정신을 널리 알리고 후손들에게 조국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수 있도록 추모비를 건립했다.우리가 잘 알지 못하지만 나라와 국민과 동료를 위해 꽃으로 뿌려지고 빛으로 흩어져 간 이들이 이 땅 곳곳에 있다. 이 빛을 모아 세상을 밝히고 평화의 꽃을 피우는 일은 이제 우리 몫이다.

2022-06-07

보석들의 희망

강길수 수필가 손을 흔들며 경보선수같이 빠르게 지난다. 스르르 멈춘 택시 앞이다. 평소 내 습관을 여지없이 깨부순 택시 기사다.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몸에서 세로토닌(serotonin)이라도 일시에 분비되나 보다. 운전자라면 누구나 상식이나 법상으로 멈춰 서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마음이 기쁘다. 살면서 저절로 관습법처럼 자리 잡은 게 있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의 ‘운전자 통행 우선’이란 잘못된 행동양식이다. 그 관습법이 별안간 타파된 즐거움이리라.오늘 퇴근길이었다. 첫 번째 신호등 없는 건널목에 도착해 좌우를 살폈다. 왼쪽 2개 차로는 멀리까지 차가 없고, 오른쪽 차로에는 저만치 2대의 차가 간격을 두고 오고 있었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건널 수 있겠다 싶어 왼쪽 차로의 절반쯤 가다가 섰다. 차량을 보내고 가는 게 안전하겠다 싶어 엉거주춤 서서 기다렸다. 그런데 앞에 오던 택시가 스르르 멈춰 서는 게 아닌가. 물론, 뒤차도 따라 섰다.그 옛날 이립(而立) 초반의 어느 날, 일본의 한 시골에서 만났던 광경과 느낌이 확 되살아났다. 세미나를 마친 가뿐한 주말 아침나절, 기차를 타고 온천 관광지 벳푸로 향했다. 지방도 근처를 지나는데, 저만치 횡단보도 곁에서 일고여덟 살로 보이는 아이들 몇이 서 있다. 멀리서 커다란 트럭이 그곳을 향해 온다. 트럭은 아이들이 몇 번 건너도 될 법한 먼 거리다. 이야기에 빠졌는지 아이들은 건너지 않았다. 육중한 트럭이 횡단보도 앞에 천천히 멈추어 섰다. 그제야 아이들은 즐겁게 그곳을 건너가는 게 아닌가.감탄과 부러움이 가슴에서 솟아났다. 선진국의 본모습이란 생각도 났다. 며칠간 만난 꽁초 하나 없는 거리가 더 이해되었다. ‘우리는 언제 저렇게 할까’하는 마음도 들었다. 선진사회는, 돈으로 저절로 오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인정해야 했다. 일본도 예전에는 교통 등 기초질서가 엉망이었는데, 1964 도쿄 올림픽을 치르며 바로잡았단다. 세미나 간 때가 일본이 올림픽 후 20년이 다 되어갈 무렵이었는데, 88올림픽이 30년도 더 지난 지금의 우리와 대비된다. 일본은 올림픽을 더 잘 활용했다 싶다.조건반사처럼 저절로 택시 기사에게 손 인사를 하며 지날 때의 심사…. 온 세상이 밝게 다가오는 순간이라 할까. 코로나 팬데믹으로 드리워졌던 어두운 장막도 걷히는 것만 같다. 살맛도 난다. 어떤 기업직원들이 한때, ‘기본의 실천’이란 문구를 작업복에 새기고 일했다. 사실 택시 기사는 교통법규의 기본을 지킨 것이다. 그런데 기쁜 걸 보면, 우리 사회는 아직도 기본이 덜된 것은 아닐까.다시 출발하는 택시를 뒤로하고 골목으로 들어선다. 문득, “오늘 보석을 만났어!”하고 마음의 추임새가 사방으로 퍼져가는 듯하다. 당연히 해야 하는 행위가 보석으로 보이는 것은, 내 마음 눈이 잘못된 탓일까. 아니면 일그러진 초상(肖像)의 우리 사회이기 때문일까. 신호등 있는 간선도로 횡단보도다. 한 우회전 차량이 보행자인 내가 다 지나가고, 보행신호등이 꺼질 때까지 기다렸다 간다. 역시 기분이 좋다.기본과 상식이 바로 선 보석들을 만난 기쁨이 희망으로 바뀐다.

2022-06-07

이준석·박지현의 정치적 성과

심충택 논설위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우리 현대 정치사에서 한 획을 긋는 인물들이다. 우리나라 주류 정당에서 2030세대가 사령탑을 맡은 것은 두 사람이 처음이다. ‘26세 당 대표급 여성정치인’ 박지현은 아마 앞으로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이준석·박지현의 등장으로 우리나라 정치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당장 이번 지방선거에서 청년층의 정치참여를 불러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수도권 광역의회에선 이번 지방선거에서 20~30대 당선인이 서울시의회 16명(14.2%), 경기도의회 20명(12.8%), 인천시의회 4명(10%) 등으로 모두 10%를 넘어섰다. 전국 광역의원 당선인 872명 가운데 2030세대 비율이 9.5%에 이른다. 청년정치인 돌풍이 불면서 정치주도권이 새로운 세대로 전환되는 흐름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진영논리보다는 실용지향적인 청년들의 정치권 진출 붐은 바람직한 현상이다.이준석·박지현은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우리 정치계를 ‘열린 광장’으로 이끌려고 애써온, 젊지만 강력한 리더들이다.이 대표가 지난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당선된 후, 취임 첫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모습을 본 국민들은 ‘낯설고 신선한 정치인’의 등장에 박수를 보냈다. 대표재임 1년여간 그는 당비를 내는 열성당원을 80여만명까지 늘렸고, 당의 외연을 호남까지 확장시키면서 국민의힘 전성시대를 만들어냈다. 지난 대선기간 중에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의 주류인물로 구성된 ‘윤핵관’을 정면으로 공격하며, 당내 ‘이너서클 타파’를 공론화했다. 이 시간 현재도 여러 가지 이유로 당 중진들의 견제를 받고 있지만, 그는 자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그는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이번 지방선거 압승에도 1등공신이다.박지현의 성과도 이준석 못지않다. 민주당내 팬덤정치와 86그룹을 정면으로 공격한 것은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박지현은 “일부지만 팬덤정치가 우리당원을 과잉대표하고 있다”며, 당의 극렬 지지층인 팬덤의 역린을 건드렸다. 특정 정치인을 무조건적으로 숭배하며 비판과 반론에 재갈을 물리는 팬덤정치는 민주당내 합리적 비판을 차단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박지현은 86그룹을 겨냥해서는 “아름다운 퇴장준비를 해야한다”고 직격했다. 이 말에 대한 파장은 팬덤공격때보다 더 컸으며, 결국 그를 민주당에서 떠나게 하는 요인이 됐다.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박지현이라는 역대급 진상의 패악질”이라고 비난했고,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박지현 아웃이라는 글이 도배됐다.이준석·박지현은 우리나라 정계의 건강성 회복을 위해 다양한 과제를 던진 청년들이다.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이제 권위주의나 진영논리, 포퓰리즘에 빠진 인물들을 과감하게 배제하고,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정치인들이 실질적 개혁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정당이 더 많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도록 노력해야지, 특정인맥이나 지역, 특정이념을 대변하겠다는 생각을 하면 존속하기가 불가능하다.

2022-06-07

코로나19 안정세…보건의식 잊지 말아야

코로나19 확산세가 안정세다. 신규 확진자 및 위중증 환자 규모가 오미크론 변이, 델타 변이 확산 이전 수준이다. 방역지표도 꾸준히 개선돼 일상 의료체계로의 전환이 가까워지고 있다.7일 0시 현재 전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천172명으로 사흘째 1만명 미만을 기록했다. 위중증 환자수는 117명으로 11일 연속 100명대다. 대구는 339명, 경북은 452명이다.정부는 오늘부터 내외국인에 상관없이 코로나19 백신 미접종 해외입국자에 대한 7일간 격리의무를 해제했다. 국내외 방역상황이 안정됐고 외국서도 해외입국자 격리의무를 해제하는 추이를 보여 뒤따르기로 했다고 한다. 다만 입국 전 검사에서 양성이 확인되면 격리한다는 방침이다.이밖에도 집중관리 재택치료자를 위한 전화 모니터링을 일 2회에서 1회로 줄였다. 또 지난 2일에는 확진자 격리의무 해제 기준을 논의하기 위한 전문가 회의도 열었다. 빠르면 오는 20일부터 확진자의 7일 격리의무가 사라질 수도 있다.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두 없어지는 꼴이 된다.정부는 또 8일부터 인천국제공항의 항공편수와 비행시간을 제한했던 규제도 모두 해제했다. 이에 따라 항공수요도 본격 늘어날 전망이다. 현충일 연휴동안 제주도에는 17만여명의 관광객이 방문해 올들어 누적 관광객이 578만명에 달했다. 전년 대비 27%가 증가했다.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의 전면 해제 분위기에 따라 국민들의 사회 활동 빈도가 크게 늘고 있다. 바람직한 일상의 변화이나 코로나19가 아직은 완전한 종식 단계가 아니란 것을 감안하면 국민적 경각심이 필요하다. 게다가 원숭이두창이 우리의 보건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전세계 31개국에서 400여명의 감염병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 개인 보건위생 준수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현대사회에서 감염병 확산은 불가피하나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확산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다고 했다. 개인의 보건의식이 이래서 중요하다.

2022-06-07

정치권 공천갈등 이젠 털어내고 원팀돼야

이번 지방선거 국민의힘 공천과 관련해 포항출신 김정재(포항 북)·김병욱(포항 남·울릉) 국회의원이 단체장과의 갈등, 공천실패 등으로 후유증을 앓고 있다.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김정재 의원은 3선에 도전한 이강덕 포항시장을 예비경선에서 컷오프했다가 지역사회 반발이 심하자, 중앙당 공관위가 제동을 걸어 본경선에 포함했었다. 그 후 이 시장은 당내 경선에서 경쟁자를 크게 앞질렀고, 지방선거에서 77.2%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 시장은 컷오프 결정 당시 “김 의원은 정치적 속셈으로 형평성을 잃었다”며 ‘사천(私薦)의혹’을 제기했었다.김병욱 의원은 지역구인 울릉군 지방선거에서 군수와 경북도의원, 군의원 국민의힘 후보들이 모두 낙선하는 바람에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다. 울릉군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남한권 군수 후보와 남진복 경북도의원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이번 지방선거 국민의힘 공천과정에서는 포항 외에도 경북도내 많은 시·군에서 공천파동이 발생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처럼 3선에 도전한 장욱현 전 영주시장과 김영만 전 군위군수도 예비경선에서 컷오프돼 중앙당 공관위 재심을 거쳤으며, 경산에서는 시장경선에서 배제된 예비후보들이 ‘시민협의체’를 구성해 무소속 단일후보를 내기도 했다. 영천과 의성에서도 무소속으로 출마한 최기문 시장과 김주수 군수가 당선돼 지역구 국회의원과의 마찰이 예상된다.대구·경북지역의 공천후폭풍은 선거철만 되면 재연되는 현상이다. 그때마다 시·도당 공관위와 지역구 국회의원의 ‘밀실·사천공천’ 논란이 불거졌다. 사실 지방선거에서 공천파동은 국회의원의 ‘자기사람심기 욕심’으로 인해 발생한 측면이 크다. 포항 같은 대도시 지역의 공천갈등으로 정치권이 분열되면 그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간다. 지역 비전을 제시하고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똘똘 뭉쳐도 성과를 내기 힘든데, 서로 반목을 이어가면 타도시와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공천갈등이 아직 남아있는게 사실이라면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풀고 지역발전을 위해 원팀이 돼야 한다.

2022-06-07

국민고기 삼겹살

우정구 논설위원 삼겹살은 돼지의 갈비 부근에 붙은 돼지고기 부위다. 비계가 세겹으로 겹쳐 보여 삼겹살이라 부른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즐겨 먹는 대표 고기다.지방의 함량이 높고 단백질은 적지만 지방의 고소한 맛과 육단백질의 구수한 맛이 조화를 이뤄 모든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주로 구이로 많이 먹지만 김치찌개로도 잘 먹는다.고기의 신선도 유지가 어려웠던 과거에는 보통 고기를 삶거나 찌거나 국으로 끓여 먹었다. 삼겹살을 구이로 먹게 된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은 아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외식문화의 등장으로 육류소비가 많이 늘어난 1970년대 중반 이후로 보는 것이 보통이다.삼겹살이 국민고기로 사랑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비싼 고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쁠 때, 슬플 때 혹은 힘들 때도 소주 한잔과 곁들여 언제나 먹을 수 있는 만만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항상 서민 곁에서 위로해 줄 소울푸드인 셈이다.삼겹살이 금겹살로 불린 적도 여러 번 있다. 서민과 친숙한 삼겹살이 가격이 올라 행여 서민 곁을 떠날까 봐 걱정해서 그렇게 불렀다. 최근 삼겹살 가격이 1근에 2만원 육박한다는 소식이다. 생삼겹살을 사먹기가 부담스러워져 냉삼겹살을 사먹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한다. 삼겹살이 또다시 금겹살로 둔갑할 모양이다.최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돼지고기 등 축산물 가격이 전년에 비해 대폭 올랐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한 곡물가격이 가축사료 값을 끌어올린 탓이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나돌고 1년 중 돼지고기 가격이 가장 비싼 값을 형성하는 7∼8월을 앞두고 있어 삼겹살 가격이 얼마나 더 뛸지 모두가 걱정이다. 국민고기 삼겹살 가격을 지킬 대책이 필요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6-07

오만한 정치, 국민의힘도 경계해야

김진국 고문 민주당이 시끄럽다. 대통령 선거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참패한 뒤끝이다. 4년 전 제7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대구·경북·제주를 제외한 광역단체장 14곳을 모두 차지했다. 이번에는 경기·제주와 호남, 5곳에 그쳤다. 기초단체장도 145 대 63, 절반도 안 된다. 서울에서만 서초구청장을 제외한 24개 구청장을 싹쓸이했던 민주당이 이번에는 17 대 8로 완패했다.이게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은 아니다. 정당 지지도도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4월까지만 해도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서로 엎치락뒤치락했다. 그런데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6월 첫째 주 전국지표조사를 보면 48% 대 27%로 벌어졌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선거 패배의 책임을 놓고 서로 손가락질이다. 크게는 친 이재명파와 반 이재명파로 갈라져 비난을 퍼붓고 있다. 선거에서 참혹하게 패배하고도 그 원인을 찾고, 반성하기는커녕 네 탓 공방이다. 당권 욕심이 앞선다. 먹을 것이 거덜 난 집에서 남은 부스러기를 놓고 다투는 꼴이다.대선에서 국민은 분명히 민주당을 심판했다. 그러나 달라지지 않았고, 지방선거에서 다시 심판받았다. 2년 전 총선에서 183석(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열린민주당)을 얻은 뒤 오만했다. 민주당 강경파는 이 힘을 사용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했다.국회 원 구성부터 독식하며 압박했다. 여론조사는 반대하는 ‘검수완박’을 밀어붙였다. ‘우리 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응원했다. 국정은 동화 속 이념의 포로가 됐다. 민생 현장보다 ‘우리 정책’은 무조건 옳다고 우겼다. 지난 5년만큼 국민이 분열하고, 진영대결이 극심했던 때가 없다. 조국·추미애 전 장관의 오만이 대통령까지 만들었다.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받은 지지율은 38.77%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얻은 표는 33.35%로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얻은 33.84%보다 적다. 여기에 열린민주당(5.42%)을 합쳐야 겨우 조금 더 많다. 그래봐야 40%가 안 된다.그런데도 민주당에 감당 못할 많은 의석을 몰아준 건 엄청난 사표를 만들어내는 선거제도, 위성정당을 이용한 속임수다. 그런 자기 속임수에 스스로 넘어가 오만의 길을 걸었다. 제도의 허점 덕에 다수 의석을 확보해놓고, 적은 대선 표 차이는 인정하지 못하고, 불복하는 듯한 행보를 해왔다. 대선 뒤 하루도 허니문을 허용하지 않았다.정권을 넘기는 순간까지 대못질을 계속했다. 여론은 분명히 반대했다. 그런데도 2차 ‘검수완박’ 법을 밀어붙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오기 직전 못을 박았다. 물러나는 순간까지 임기 2년, 3년의 공직을 ‘내 권리’라며 임명을 강행했다. 대통령의 권한은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라고 국민이 위임한 것이지 개인의 권리가 아니다. 퇴직금은 더욱 아니다. 정부를 ‘머리 따로, 손발 따로’로 만드는 건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잘못된 행태를 사과했지만, 비난 폭탄만 맞았다. 강경파 의원들은 조롱을 반복한다. 진실을 인정하지 않고, 그들만의 진실을 만든다. 정치를 게임처럼 한다. 진심은 보이지 않고, ‘작전’만 있다. 국민은 대상이지 상전이 아니다. 이런 식의 정치가 전투력은 강하다. 정치의 팬덤화가 대중화에는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약자와 소수자를 인정하고, 정치적 경쟁자를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톨레랑스가 사라지면 민주주의는 살아남을 수 없다.이건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심이 조금만 움직여도 전체 의석수는 크게 차이 난다. 인구와 자리가 몰려 있는 수도권은 아주 적은 표 차이로 승부가 갈린다. 미풍만 불어도 선거 결과에는 태풍이 된다. 이번 승리로 오만하면 국민의힘도 회초리를 맞는다. 대선이건, 지선이건, 국민의힘이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 상대가 스스로 무너져 얻은 승리다. ‘하고 싶은 대로’하면 또 뒤집힌다. 역대 선거를 봐도 승부는 지는 쪽이 결정한다. 2년 뒤 총선, 또 그다음 선거는, 바람이 어디로 불지 모른다. 겸손해야 한다. 권력을 쥐었을 때 더 잘해야 한다. /본사 고문

2022-06-06

토론학

홍택정 문명중·고등학교 이사장 민주주의의 근본은 토론이라 생각된다. 토론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으로, 소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과정이다.토론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의견들을 모아 최종 결론에 도달함으로써 이견을 배제하게 된다.토론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 못지않게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것이 더 중요한 본질이다.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주제로 방송에서 토론회가 중계되는 것을 보면, 상대의 의견을 들어주는 것보다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기에 바쁘다.그러다 보니 활발한 논리적인 의견의 교환은 간곳없고, 상대의 발언을 끊고 자기주장으로 일관하기 일쑤다.자연 토론은 말싸움과 고성으로 결론 없이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그래서 초등학교에서부터 토론학을 정규과목으로 채택하여, 토론의 기술과 방법을 익히도록 하고 건전한 토론문화의 정착을 위해 학습을 통해 오랜 기간 훈련해야 한다.이론적인 반론을 주고받는 토론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정착과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자 방법이다.특히 정치인들의 토론문화가 척박하기 짝이 없다.국회의 진지한 정책토론이야말로 토론문화의 출발점이다. 논리는 사라지고 집단적 카더라가 사회의 여론을 형성하는 경거망동의 사회적 분위기는 진영 간의 편 가르기로 이용되고 있다.목소리가 크고, 숫자만 많으면 곧잘 진실처럼 알려지고, 믿게 된다.그러다 보니 선동과 비단 같은 말 잔치가 판을 치고 있다. 성숙한 토론 문화의 정착이야말로 전정한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가치다.

2022-06-06

골드번호 받는 법

골드번호는 번호 4자리가 똑같거나(0000), 연속되는 숫자(1234), 또는 특정 지역(4000)이나 단어가 연상되는 2424나 0404 같은 기억하기 쉬운 번호를 가리킨다.특히 전화번호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행운의 번호로 알려진 7이 4번 반복되는 ‘7777’같은 번호를 가진 분들을 보면 이런 번호를 어떻게 받았을까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이삿짐 센터의 경우 예외없이 2424번을 사용하는 데, 실제로 번호가 외우기 쉬워서 그런지 문의전화가 더 많이 오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2010년대 중반까지 이런 ‘골드번호’는 개인 간에 사고파는 것도 가능했는데, 특정 번호는 수억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정부가 이런 번호를 ‘국가자원’으로 규정하면서 개인 간 거래는 금지됐고, 불법 거래할 경우 최고 수천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이에 따라 이동통신 3사는 매년 이른바 ‘골드번호’ 5천 개를 내놓고 공개 추첨으로 배정하고 있다.공개추첨은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진행되는데,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올해는 KT가 8일까지, LG유플러스는 12일까지 공식 대리점이나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1인당 최대 3개의 희망 번호 접수를 받고 있다.골드번호를 영업이나 마케팅에 활용하고 싶은 이들은 이 기간에 신청해 행운을 기다리면 된다. 다만 외우기 쉬운 번호일수록 사업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보이스피싱 등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게 업계관계자의 경고다.세상만사가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이니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골드번호에 도전하고 싶은 이들은 즉각 신청을 서두르시라./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6-06

‘디지털 트윈’

남광현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디지털 트윈’이란? 가상세계(Digital)에 실제 사물의 물리적 특성이 동일하게 반영된 쌍둥이(Twin)를 3차원 가상모델로 구현하고, 실제 사물과 실시간 연동과 시뮬레이션을 거쳐 의사결정(Decision)에 활용하는 기술이다.‘디지털 트원’의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NASA가 지구에서 20만 마일 떨어져 있는 아폴로 13호의 심각한 손상을 입은 우주선의 기내 상태를 ‘디지털 트윈’ 초기기술로 평가 및 재현하였다. 그 이후 ‘디지털 트윈’의 잠재력은 분명했지만, 컴퓨팅 성능, 연결성, 데이터 저장공간이 필요한데 요소기술 부족과 엄청난 비용 문제로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그런데 최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디지털 대전환’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탄소중립과 ‘그린대전환’,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인류문명 대전환 등 ‘문명사적 대전환’과 함께 급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은 연결과 데이터 그리고 인공지능(AI)이 핵심인데, 이를 위한 5·6G 통신기술, IoT, 클라우드, AI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어 가능해졌다. ESG경영과 탄소중립에 따른 ‘그린대전환’도 ‘디지털대전환’과 연관성이 높아 주목받고 있다.지난 5월 발표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 중 “국토공간의 효율적 성장전략 지원”을 위한 ‘국토 디지털화 사업’이 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교통, 환경, 방재 등 도시문제 해결에 활용하며, 스마트시티 시범도시(부산, 세종)를 완성하고, 강소형 스마트시티를 추가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그리고 ‘기후위기에 강한 물 환경과 자연 생태계 조성’을 위해 ‘안전한 스마트 물 관리’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홍수·가뭄 등 재해로부터 안전하고 깨끗한 물 관리를 위해 인공지능(AI) 홍수 예보(2025년), 댐·하천 디지털 트윈 구현(2026년) 등 스마트기술 기반의 물 재해 예보·대응체계를 구현할 예정이다.대구시는 ‘상수도 디지털 트윈 기반 상수관망 지능화 시스템’을 개발 중인데, AI기반 지능형 누수예측을 통해 수돗물 평균누수율을 10.8%에서 2%로 감소시킬 계획으로 전국적으로 약 5천300억원의 누수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대구시는 고품질의 3D지도, 자가통신망, 재난안전통신망 제2운영센터, 고밀도재난관측망 등 풍부한 기반 인프라를 활용해 ‘폭염 디지털 트윈’ 구축사업을 시작으로 지진, 풍수해 등 재난전반으로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벤처기업인 아바타(주)는 지난 1월 비임상 동물실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기술로 ‘CES 2022’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이 기술은 멀티비전 카메라가 설치된 관측 챔버(Chamber)에 디지털 트윈 기술로 동물의 행동을 정밀 분석하는 시스템으로 수많은 실험동물의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 트윈’ 기술은 국가와 지방정부 그리고 기업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지난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로 민선 8기 대구시와 경북도를 이끌 수장이 선출되었다. 주요 공약인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미래 첨단산업유치 및 스마트 도시건설 등에도 ‘디지털 트윈’ 기술의 접목이 기대된다.

2022-06-06

TK의 도약, 홍준표·이철우 손에 달렸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이 오늘(7일) ‘대구시장직 인수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시정업무에 들어갔다. 동구 신천동 대구테크노파크 건물에 둥지를 튼 인수위는 오늘 오전 인수위원장과 인수위원에 대한 위촉장 수여식을 갖는다. 인수위는 정책추진·시정개혁·군사시설 이전TF 등 3대 TF로 구성됐으며, ‘시정개혁단’과 ‘정책추진단’을 향후 시정 운영의 양대 축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홍 당선인은 다음달 시정을 인수한 뒤 ‘재정점검단’을 별도로 구성할 예정이어서, 시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 문제가 앞으로 쟁점으로 부상하게 됐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당선 후 바로 경북도정에 복귀해 “새로운 상상력으로 경북도를 기회의 땅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 도지사는 지난 3일 지방선거 이후 첫 간부 회의를 열고 “미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국가를 발전시키는 세상을 될 것이기 때문에 대학·기업·지방정부가 원팀이 되고 바이오 의료 산업 발전과 문화·관광·예술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현재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모든 자원이 집중돼 대구·경북뿐 아니라 비수도권 지자체 전부가 생존위기를 겪고 있다. 대기업 유치를 비롯한 다양한 현안에 대한 해법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경우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 통합신공항 건설, 대구취수원 다변화 같은 급한 숙제가 한 두 개가 아니다.다행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대구·경북 두 광역단체장 모두 차기 대선후보로 지목될 만큼 중량감 있는 인물이어서 시·도민들이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현안들은 홍준표 대구시장이나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역량이 높다고 해서 한 사람의 힘만으로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통합신공항 건설 현안을 예로들면, 대구·경북 모든 정치권이 힘을 합쳐도 민주당의 협조없이는 해결하기 힘든 사안이다.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는 여야 정치인들과 정례적인 모임을 만들어 현안숙의를 일상화할 필요가 있다. 누가봐도 놀랄만한 대구·경북의 도약을 이끌었다는 성과를 임기중에 내야 차기 대통령리스트 우선순위에 오를 수 있다.

2022-06-06

물가 쇼크, 취약계층 보호에 각별한 신경을

5월 중 물가상승률이 전년 같은기간 보다 5.4%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8월이후 13년 9개월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소비자가 자주 사는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6.7% 상승했다.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정부는 작년 연말 제시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1년만에 4%대로 올려 발표할 예정이다. 작년 연말보다 2배 높다. 또 올 경제성장 전망치도 기존 3.1%에서 2% 후반으로 낮출 예정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6월과 7월에도 5%대의 물가상승률이 지속할 것으로 봤고 국내외 각 기관도 전망치를 수정하고 있다.추경호 부총리는 지금의 물가 상황을 두고 “매우 엄중하다”고 했다. “농축산물의 생산·유통·판매 전과정에 걸쳐 가격 안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 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유가격 및 국제 원자잿값 폭등 등 국제적 상황이 국내 물가상승을 주도하고 있어 정부 주도만으로 물가를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지난 4월 국내 경제는 생산과 소비, 투자가 2년 2개월만에 트리풀 감소세를 기록했다. 치솟는 물가 속 성장엔진도 식어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대구와 경북의 5월 중 물가상승률은 5,6%와 6.4%를 각각 기록했다. 전국 평균보다 높다. 정부서도 물가대책을 마련해야겠지만 지자체 차원에서도 물가 안정을 위한 정밀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물가가 오르면 가계의 실질소득이 줄어 서민의 생활이 가장 어렵게 된다. 포항시내에 운영 중인 노인무료급식소의 경우 지자체가 지원하는 지원비로서는 재료비 인상을 감당하지 못해 최근 일부서는 영업 일수를 줄이고 있다고 한다. 취약층의 노인 상당수가 당장 무료급식을 받지 못할 처지에 있다. 물가를 잡지 못하면 이처럼 서민층이 바로 직격탄을 맞는다.물가안정에 중앙정부가 앞장서야겠지만 지방정부도 지역차원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물가안정 대책반을 조속히 구성하고 특히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에 대한 별도 지원책 마련에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한다.

2022-06-06

지속가능한 성장, 친환경 기업

장광일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매년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다. 이 날은 1972년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국제사회가 지구환경보전을 위해 공동노력을 다짐하며 제정한 날이다.환경과 관련하여 ‘핫’한 단어 중 하나가 바로 ‘기후정의’이다. 이 단어는 “기후 변화의 원인과 영향이 초래하는 비윤리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점을 인식하고 그것을 줄이기 위한 사회 운동”이란 말로 아일랜드 첫 여성 대통령이었던 메리 로빈슨의 ‘기후 정의’책에서 유명해졌다.그는 인디언의 속담에 “자연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손으로부터 잠시 빌려온 것이다”라는 말을 비유하면서 “이 지구 위 모든 사람이 환경 운동가가 되어야만 다음 세대인 어린이들에게 ‘잠시 빌려온’ 세상을 제대로 지켜서 돌려줄 수 있다”라고 했다.또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78억마리 꿀벌 집단 실종사건’이다. 이 사건은 2006년 미국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현재 전 세계 꿀벌의 1/3이 사라졌고, 미국에선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할 정도로 그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메릴랜드 주립대 교수 데니스 밴 엥겔스도프는 연구 논문에서 “벌, 우리 삶, 자연으로 이어지는 연속성이 인간의 이기심과 물질만능주의로 인해 무너지고 있다”라고 하며 지구 온난화와 살충제 남용을 막고, 꿀벌 생태계 회복을 위해 사회의 관심과 동참을 호소했다.기업에서도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변화를 도모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기업이 포스코다. 이 기업은 저탄소·친환경제철소를 만들기 위해 선제적·능동적인 활동으로 세계 철강업계 관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석탄 사용량 저감으로 온실가스 감축, 집진 설비 구비로 미세먼지 저감, 철강 부산물의 재활용의 3대 환경과제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여 가시적 성과가 나왔고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필자는 투자부분 보다도 매년 수만건의 QSS개선 활동으로 이루어지는 작은 환경 변화들이 더 값진 성과라고 말하고 싶다. 이 활동으로 직원들의 환경 마인드가 바뀌었고, 나아가 환경을 바라보는 시각과 개선의 의지가 높아졌기에 더욱 값지다고 본다.또한 친환경 활동을 적극 추진하는 맥도널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빨대가 필요 없는 ‘뚜껑’ 사용, 플라스틱 뚜껑 없애기, 개인 컵 사용하기 등으로 11억개가 넘는 일회용컵 사용량 감소, 14톤이 넘는 플라스틱 사용 감축 등의 성과를 보여주었다.이 환경지킴 활동은 모든 사람의 참여가 절실하다. 기업은 저탄소·친환경활동에 앞장서야 하고, 사회 구성원은 물건을 아껴 쓰고, 보존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물이 바위를 뚫는 것은 물의 힘이 아니라 물이 바위를 두드린 횟수라는 말이 있다. 나부터 지금부터 생각을 바꾸고 꾸준히 행동으로 보여준다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기업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가야할 미션이 바로 친환경 기업이고, 이를 위해 아낌없는 지원과 개선활동을 해야 하며, 개인은 생태계의 파수꾼인 꿀벌들의 힘찬 날갯짓 재현을 위해 힘을 합쳐 환경 문제를 발굴하고 개선해 나가는데 앞장서야 한다.

2022-06-06

노래하는 그릇, 소리명상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모내기를 마친 들녘의 저녁때는 귀가 먹먹할 정도로 개구리 소리가 왕왕거린다. 어둠이 깔리면 간간이 소쩍새 소리가 별빛처럼 내려앉고, 심심찮게 부엉이 소리도 드문드문 밤을 수놓고 있다. 자연은 이렇게 수시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온갖 새소리가 새벽을 열어주고 물소리 바람소리가 마음의 청량감을 더해주는가 하면, 시원한 파도소리는 바다처럼 늘 깨어 있으라 철썩이고, 맑게 흐르는 시냇물은 지침없이 부지런하라며 끊임없이 졸졸거린다.자연은 어쩌면 거대한 음악회장이다. 풀밭을 스쳐가며 잎새를 흔드는 바람은 부드러운 선율이 손끝에서 묻어나는 하프같고, 늦거나 빠르게 맴도는 듯 쉼없이 흐르는 물은 장엄하게 연주되는 첼로 같으며, 나는 듯 거침없이 떨어지며 수만 갈래로 부서지는 폭포수는 끝 모를 스토리가 담긴 피아노 소리같다. 거기에 플룻이나 대금 같이 끊어질 듯 이어지는 구성진 새소리와, 한가롭거나 무단히 울부짖는 짐승들의 어설픈 외침은 악보 없는 관현악의 합주소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자연의 소리는 그저 그렇게 시시각각 울리고 변주되며 곡조를 타지만, 전혀 싫거나 거북하지가 않다. 자연의 음률은 너무 시끄럽거나 거칠지 않고 부드럽고 우아하며 편안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집을 나서면 여지없이 듣게 되는 자동차 소리나 공사장의 소음, 공장의 기계음 등은 언짢거나 기피하고 싶지만, 많이 접하고 들을수록 자연음은 마음이 맑아지고 심신의 평온함을 가져다주기에 사람들은 자연을 즐겨 찾고 힐링의 시간을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그런데 바쁜 현대생활 속에서 자연을 접하지 않고도 거의 자연에 가까운 소리를 들으며 공감과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떨까? 이른바 노래하는 그릇 ‘싱잉볼(Singing Bowl)’은 충분히 그것을 가능케한다. 히말라야에서 비롯된 명상 주발 ‘싱잉볼’은 독특한 소리와 깊은 울림으로 진동의 하모니를 느끼게 하여 몸과 마음의 안정과 힐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명상 치유법의 일종이다. 인간의 몸이 70%가 물로 되어 있고, 소리는 물을 통해 5배 이상 빠르게 이동하기에, 몸 전체를 자극하는 매우 효율적인 수단으로 울림의 파동과 진동의 파장으로 신체의 긴장이완과 스트레스를 줄이고 심신의 활력을 되찾게 하는 사운드 테라피 명상법이기도 하다.최근에 필자는 ‘부부 행복 명상캠프’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실제 싱잉볼을 체험하고 소리를 통한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싱잉볼의 고요한 소리가 주는 아늑함과 미세한 진동이 온몸에 전해지는 가슴떨림을 느끼면서 오묘한 울림의 세계에 흠뻑 빠져드는 것 같았다. 우주의 근원적인 어떤 소리같기도 하고, 깊은 메와 골에서 그윽하게 퍼지는 산명(山鳴)같은 울림을 몸소 느끼는 시간은 그야말로 무아경(無我境)이었다고나 할까?소리는 진동이고 울림이며 물결 같은 에너지다. 저마다 제 목소리를 크게 내며 살아가는 시대에 자연과 타인의 소리를 경청하고 공감하여, 배려와 존중이 공명(共鳴)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2022-06-06

우리는 왜 뱅크시에게 열광하는가?

동해 번쩍 서해 번쩍 홍길동 같은 영국 미술가가 있다. 뱅크시(Banksy)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그는 브리스톨 출신으로 1974년 태어났다는 것 이외에 알려져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잠든 도시의 밤을 누비며 건물 외벽에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리고 사라지는 그를 가리켜 그래피티 아티스트 혹은 스트리트 아티스트라고 부르지만 미술가 스스로는 자신을 ‘예술 테러리스트’라고 칭한다. 그를 부르는 명칭이 어떻든 간에 분명한 것은 그가 우리시대 대중들을 가장 열광시키는 미술가라는 사실이다.무엇보다 자유에 큰 가치를 두는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은 규정되어 진 것에 대한 저항한다. 이들의 낙서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부정적이다. 공공기물을 훼손하고 도시 미관을 해치는 반달리즘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뱅크시의 작품만큼은 다르다. 상업주의 미술에 반대해 누구도 소유할 수 없도록 건물 벽면에 그렸지만 뱅크시의 바람과는 달리 그의 작품은 엄청난 가격에 거래되기 시작했다. 자신의 작품이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자 뱅크시는 엉뚱한 일을 벌였다. 2013년 어느 날 뱅크시는 센트럴 파크에 노점을 깔고 자신의 그림을 팔기 위해 내놓았다. 이것이 뱅크시의 깜짝 이벤트라는 것을 아무도 몰랐다. 시카고에 사는 한 남성이 우연히 그곳을 지나다 그림 4점을 60달러에 구입했다. 이것이 뱅크시의 원작인 것이 밝혀지자 그림 값이 순식간에 45만달러로 치솟았다. 또 이런 일을 벌이기도 했다. 유명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아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그림을 걸었다. 영국박물관 전시실 벽면에 소를 사냥하고 쇼핑하는 원시인 그림이 그려진 돌을 전시했다. 며칠이 지났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한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현대미술관에서도 비슷한 장난을 쳤다. 이 일로 ‘뱅크시 당했다’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뱅크시는 2017년 팔레스타인 베들레헴에 더 월드 오프(The walled off)라는 이름의 호텔을 열었다. 베들레헴은 가장 중요한 기독교 성지 중 하나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분쟁지역이기도 한 이곳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세워진 높은 장벽이 있다. 뱅크시는 장벽 바로 옆에 호텔을 세웠다. 내다보이는 유일한 풍경은 높은 장벽 뿐이고 하루 종일 해 드는 시간도 고작 25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호텔 벽면 곳곳에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처한 힘든 현실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뱅크시의 호텔 전체가 평화와 인권을 위한 기념비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지만 특히 3번 객실 벽면 장식 그림이 큰 울림을 준다.침대 머리와 맞닿은 벽면에 두 남자가 그려져 있다. 이스라엘 군인 복장의 한 남자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팔레스타인 남자가 깃털을 날리며 베개 싸움을 하고 있는 장면이다. 복잡한 역사와 더 복잡한 정치적 갈등이 불러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을 함축하는 뱅크시의 그림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문구처럼 가슴에 확 와 닿는다.코로나가 창궐하던 2020년 뱅크시는 영국 남부 사우샘프턴 병원에 ‘게임 체인저’라는 그림을 기증했다. 가로 세로 1미터 크기의 흑백 그림에는 소년이 등장한다. 소년은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을 선택하는 대신 마스크를 착용한 간호사 피규어를 높이 들고 있다. 코로나로 모든 희생을 감내하는 의료진이 진정한 영웅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기증된 그림은 경매를 통해 1천680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260억원에 판매되었고 수익금은 모두 의료진과 환자를 위해 사용되었다고 한다.뱅크시의 그림은 어렵지 않다. 아무리 심각한 문제도 뱅크시를 거치면 부드러워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메시지는 약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강해진다. 뱅크시의 메시지는 항상 가장 현실적이다. 뱅크시는 관념적이지 않다. 뱅크시에게 정의는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다. 그리고 그런 뱅크시는 분명한 변화를 일으킨다. 미술이 이래야 하지 않는가? /김석모 미술사학자

2022-06-06

올림퍼스의 노예들 <Ⅳ>

노마는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소리 지르지 마. 창피하게.안나가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며 노마에게 작게 말하라 시늉을 했다. 노마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쓸데없는 말 말고 제대로 말해봐. 너는 뭐라고 대답했는데?-그 사람이 나한테 직접 말한 것은 아니고 그 사람이 그 사람 아들에게 그렇게 약속했대. 그 사람 아들이 내게 이야기해줬어.-뭐라고? 그러면 회장 아들이 협박을 한 거야? 이거, 이거 딱 그림이 그려지네.안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야. 그런 게 아니고, 알고 있어라 내게 귀띔을 해 준거야. 알아서 살 궁리를 하라 말해준다는 느낌이었어. 갑자기 당하고 나서 놀라지 말라는 그런 뉘앙스. 그리고 그 사람 아들 그 사람과 안 친해. 부자지간인데 잘 보면 무슨 원수 같아.-안 친하기는 뭘 안 친해. 아무리 사이가 안 좋아도 부자지간이지. 가족끼리 싸우다가도 제삼자 앞에서는 달라지는 게 사람이야. 네가 아직 순진해서 잘 모르는 거야. 이것들이 교묘하게 말이야.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순진한 사람을 가지고 놀려고 하네. 그 자식이 뭣 하러 널 위해 그런 것을 말해주겠냐? 혹시나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시끄럽게 하지 말라. 그거잖아.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거지. 이런 나쁜 놈. 너, 그 자식 전화번호 알지? 전화번호 내게 보내. 내가 한 번 만나야겠어.안나는 그 자식이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 다시 물었고 노마는 인조인간 말고 인조인간의 아들을 말한 것이라 대답했다.-만나서 뭐라 할 건데?-걱정하지 마. 무턱대고 싸우지는 않을 테니까. 정확한 뜻과 의도를 확인해야지. 그 쪽에서 뭘 줄 수 있는지 확인도 하고 다짐도 받아야지. 지금까지는 그냥 있었는데 안 되겠어. 하나하나 짚고 넘어가야겠어. 넌 모른 척하고 가만있어. 전화번호나 보내.노마는 자신을 바라보는 안나의 눈길, 여동생이 보내는 신뢰와 감사의 눈빛에 마음이 약간 누그러졌다. 화제를 돌렸다.-참, 인조인간 수술이 언제라고 했지? 벌써 병원도 다 정하고 그랬나?-아직 날을 정하지는 않았어. 출시 예정인 신제품이 있는데 그걸 기다리고 있대. 왜? 꽃이라도 보내시게?-꽃 같은 소리 하기는. 위험한 수술은 아닌 거지?-갑자기 걱정을 해주고 그래? 인조인간 어쩌고 하더니.-어찌 되었던 조카의 아버지가 될 사람이니 건강해야 하잖아. 의료사고 같은 것 생겨서도 안 되고. 혹시 너, 우현이 기억나? 내 친구. 우리 집에도 제법 놀러 왔었잖아. 같이 영화도 보러 가고 그랬는데.-기억하지. 그런데 왜?-그 녀석이 인공 장기 관련 사업을 하거든. 인조인간이 수술을 받는다기에 그 녀석 생각이 잠깐 났어. 그 녀석을 도와줄까 하고. 안 되겠지? 인조인간은 정품으로 들어온 최고급만 쓰겠지?-우현 오빠한테 내 이야기 한 거야? 오빠가 말한 거야? 여동생이 마이걸이 되었다고. 미쳤어?안나가 발끈했다. 노마는 손사래를 쳤다.-아니야, 아니야. 설마 내가. 그냥 한 번 해본 생각이야. 정말이야. 그 녀석은 아무것도 몰라.-절대로 말하면 안 돼. 그런 일 생기면 오빠하고 나 사이는 끝이야. 그리고 아무튼. 돈이 문제가 아니야. 이번에 이식받으려는 것은 인공 폐인데 신제품이야. 중고가 없어. 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도 없고. 그리고 오빠는, 오빠 조카의 아빠가 되는 사람 수술인데 중고를 권하려 했단 말이야?안나는 자신이 마이걸이 된 것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노마를 다그쳤고 노마는 이전에도, 앞으로도 그런 일 없을 것이라 다짐했다. 노마는 문득 궁금했다.-안나, 너 우현이 중고를 취급한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 나는 중고라고 말한 적 없는데.안나는 예전에 노마가 이야기해준 적 있다며 벌써 깜빡깜빡하는 것이냐 놀렸다.그날 노마가 맡은 곳은 스무 군데였다. 점심시간을 포기하고 안나를 만났었다. 오전에 일곱 집을 돌았으니 오후에 열세 곳을 방문해야 했다. 오후 첫 방문 수리는 카페 근처의 아파트였다. 현관 벨을 누르고 한참을 기다렸다. 노인의 발걸음이다. 모니터로 노마를 확인하고 현관까지 걸어오는데 제법 시간이 걸린다. 방 안에 있었다면 더할 것이다. 노마는 기다리는데 익숙했다. 문이 열렸고 노마가 현관으로 들어섰다. 현관 입구에 서 있던 노인이 노마를 아래위로 살폈다.-기사 양반 기다리느라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노마는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보았다. 약속한 시간보다 십오 분 정도 빠른 방문이었다.-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일단 로봇부터 보겠습니다.노인은 노마를 가정용 로봇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로봇은 거실 한쪽에 세워져 있었다. 최근 출시된 신제품이었다.-바꾸신 지 얼마 안 되었군요.노인은 그걸 어떻게 아느냐 감탄을 했다.-제 일인데요. 어르신이 접수하실 때 말씀주시기도 했고요. 신제품은 원래 고장이 잦습니다. 다음부터는 신제품이 출시된 후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 교체하십시오. 그래야 생산과정이나 개발과정에서 놓친, 뒤늦게 발견된 오류 같은 것들이 교정된 제품을 쓰실 수 있을 겁니다.노마가 로봇을 이리저리 살피며 말했다. 로봇의 골격이나 외관에는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어르신 말씀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 하셨지요? /김강 소설가

2022-06-06

지방선거도 끝났다

윤영대수필가 6월이 시작되는 첫날, 그동안 3월의 대선과 더불어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전국지방 선거가 끝났다. 선거법 34조에 임기종료일 전 30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이 1일이었기 때문이다. 투표 마감 시간 조금 전에 아파트 내의 경로당 투표소로 가서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고 투표용지 3장을 받았다. 도지사, 시장, 교육감 난에 도장을 찍어 투표함에 넣고 나니 또 4장을 준다. 도의원, 시의원, 도·시의원 비례대표용이다. 색깔이 모두 다른 것은 아마도 개표할 때 쉽게 분류하기 위한 것 같다.밤 9시쯤 개표방송을 보니 전체 4천430여만 명 유권자 중 50%를 겨우 넘겨 약 2천215만 명이 투표했는데, 지난 대선 이후의 피로감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불화 등으로 인한 진보와 중도 유권자의 이탈 및 국민의 힘 보수층의 투표 포기가 원인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지난 대선 때의 투표율 77.1%에 비하여 50% 정도로 떨어진 것은 약 1천만 명이 투표하지 않은 것이며, 특히 2030세대의 무관심이 중요 원인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7회 지방선거 때의 60.2%보다 10% 적은 셈이다. 사전투표율은 전국 20.6%로 역대 최고였는데, 경북은 23.2%로 4위, 대구는 14.8%로 꼴찌여서 투표율에 비상이 걸리고 투표 참여를 권유하는 메시지가 날아오기도 했다.이번 선거의 핵심은 9개 도와 8개 광역시 등 모두 17개 단체장을 선출하는 것인데 현 여당인 국민의 힘이 12곳,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5곳을 차지했다.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이와 반대로 2곳과 14곳이었고 지난 대선 때 지지율은 10곳과 7곳으로 바뀌었다가 이번에 더 많은 차이가 난 것을 보면 지난 정부의 실정 탓인지 새 정부에의 믿음 때문인지 민심을 다시 읽는 자세를 가져야겠다.연령대별 지지 후보를 보면 2030세대는 남자가 국민의 힘, 여자가 민주당을 더 지지하고 있어 같은 세대별 남녀 지지도에도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또 60대 이상은 국민의 힘에 60% 이상의 지지를 보이고 있다. 전국 당선자 상황을 중계하는 TV화면을 보면 지역별로 지지하는 당이 너무나도 뚜렷하게 갈려져 있어 지방선거는 역시 인물보다는 지지 정당의 선택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곳은 대선에 출마했던 두 후보가 나온 선거구이다. 두 후보 모두 자신이 뜻했던 바를 이루었으니 국민에게 언약한 바를 꼭 지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대구경북의 무투표 당선에는 기초단체장 3명, 광역의원 37명, 기초의원 11명이나 되며 거의 국민의 힘 후보이니 지역에 따른 편중이 너무 심하고, 당 차원의 공천을 받지 못하는 경우 무소속이 난립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유권자 과반이 국정의 안정을 택했고 정권에 대한 평가가 이번 지방선거의 표심을 갈랐다고 보여진다.이제 국민의 마음을 얻은 단체장과 지방 의원들이 선출되었으니 모두 뜻을 합쳐서 더욱더 살기 좋은 지방을 만들어 가길 바라는 바이다.

2022-06-02

그네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세모시 옥색 치마 금박물린 저 댕기가/ 창공을 차고나가 구름 속에 나부낀다./ 제비도 놀란 양 나래 쉬고 보더라.// 한 번 구르니 나무 끝에 아련하고/ 두 번을 거듭 차니 사바가 발아래라/ 마음의 일만 근심은 바람이 실어가네”김말봉의 시에 금수현이 곡을 붙인 이 노래를 듣노라면 아리따운 처녀가 그네를 타는 모습이 선하게 그려진다. 요즘 놀이터에서 흔하게 보는 그런 그네가 아니라, 높다란 나뭇가지에 밧줄을 매어서 길게 늘어뜨린 그네라야 이런 정경이 된다.특별한 기술이나 훈련이 필요한 게 아니라서 누구라도 탈 수 있는 게 그네지만, 기왕지사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젊은 여성이면 한결 멋스러울 것이다. 위의 노래가 그리는 장면은 아마도 단옷날 추천대회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체력이 좋고 간이 큰 여인들은 거의 수평으로 날아올라 나뭇가지를 발로 차기도 하는데, 그야말로 물 찬 제비처럼 날렵하고도 우아한 모습이었다. 그네라는 단순한 도구를 이용해서, 고도의 훈련을 쌓은 발레리나의 동작보다도 오히려 시원스럽고 짜릿한 쾌감을 주는 몸짓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게 놀랍지 않은가.가사를 쓴 김말봉 작가도 어린 시절 그네를 많이 타본 모양이다. 그래서 그네를 타는 모습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2절에는 그네를 타는 기분을 멋지게 표현하고 있다. 그네뛰기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사바세상을 발아래로 마음의 온갖 근심을 날려 보내는 초월적 유희처럼 그려낸 작가의 상상력이 통쾌하다. 조지훈 시인은 승무(僧舞)의 절제된 몸짓에서 종교적 법열을 보았다면, 그네를 타는 몸동작은 그보다 날것의 생동감으로 삶의 환희를 보여준다고 할까.그네뛰기는 ‘고려사’를 시작으로 여러 문헌에 단오절의 대표적인 민속놀이로 기록돼 있다. ‘고려사 최충헌전’에는 “단오절에 충헌이 그네뛰기를 백정동궁(柏井洞宮)에 베풀고, 문무 4품 이상을 초청하여 연회를 사흘 동안 하였다”는 기록이 있고, ‘최이전’에도 “5월에…. 관원들을 초청하여 연회할 때에 채붕(彩棚)을 매어 산같이 만들고 수를 놓은 장막과 깁 휘장을 둘러치고 그 가운데는 그네를 매어 무늬 놓은 비단과 채색 꽃으로 꾸몄다”고 하였다. 그 밖에도 한림별곡, 열왕세기 등에 기록이 있어 그네뛰기 풍습이 성행해온 것을 알 수 있다.“오월이라 단옷날은 천중가절이 아니냐/ 수양청청 버들숲에 꾀꼬리는 노래하네/ 후여넝츨 버들가지 저 가지를 툭툭 차자/ 후여넝츨 버들가지 청실홍실 그네 매고/ 임과 나와 올려 뛰니 떨어질까 염려로다/ 한 번 굴러 앞이 솟고, 두 번 굴러 뒤가 솟아/ 허공중층 높이 뜨니 청산녹수 얼른얼른/ 어찌 보면 훨씬 멀고 얼른 보면 가까운 듯/ 올라갔다 내려온 양 신선선녀 하강일세/ 난초같은 고운머리 금박댕기 너울너울/ 외씨 같은 두 발길로 반공중에 노니누나/ 요문갑사 다홍치마 자락 들어 꽃을 매고/ 초록적삼 반호장에 자색고름도 너울너울….”민요에 담긴 그네뛰기 역시 흥겹고 멋스럽다. 그네를 타는 사람의 짜릿한 쾌감에 못지않게 보는 이를 즐겁게 하는 시각적인 멋도 있으니, 예술적인 요소를 겸비한 놀이라 할 것이다.

2022-06-02

지방선거 이대로 안된다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지방선거, 이대로 둬선 안되겠습니다. 특히 나라의 백년대계라 할 초·중등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감 후보는 누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 조차 잘 알지 못한 채 찍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군·구의회 의원들 역시 이름 조차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이어서 누구를 지지해야 할 지 모를 지경이었습니다.”6·1지방선거를 치른 1일, 주민들의 투표소감은 개탄일색이었다. 주민자치권을 보장하기 위해 실시하는 지방선거가 오히려 주민들이 전혀 모르는 인물을 특정 정당의 후보라는 이유로 지지하게 되는 불합리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주민들은 시·군·구의회 의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도대체 무슨 역할을 하는 지 잘 모르고 투표해야 했다고 말한다.특히 교육감 후보의 경우 정치적 중립을 보장한다며 정당공천을 없애는 바람에 보수와 진보진영 후보가 난립, 주민들에게 혼란만 주고 있다. 정당지원 없이 개인 돈을 많이 쓰게 만든 것도 문제다. 교육감 선거의 경우 광역자치단체장 선거비용제한액과 같다. 경북 교육감 선거의 경우 15억3천200만원, 대구 교육감선거는 11억7천300만원이 선거비용 한도액이다. 득표율 15%를 넘으면 선거비용을 전액보전받을 수 있다지만 보전받는 비용 외에 선거비용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지출까지 포함하면 실제 선거에 쓰이는 돈은 한도액을 훌쩍 넘긴다. 평생 교육행정에 몸담은 교육감 후보들에게 10억원이 넘는 선거비용은 큰 부담이다. 그러니 교육감 후보들은 막대한 선거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출판기념회를 활용한다. 책 정가는 1~2만원이지만 참석자 대부분은 5만원권 여러 장을 봉투에 넣고 책을 받아간다. 인사권자인 교육감이 출판기념회를 열면 직원들은 찾아가 눈도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선거에 쓴 개인 돈 수억원을 메꾸려고 당선 후 업자들에게 뒷돈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지난 2007년 교육감 직선제가 시작된 이후 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횡령 등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교육감만 11명에 이르는 게 그 방증이다.교육감 선거방식은 확 바꾸는 게 옳다. 껍데기만 정치중립인 선거를 치를 게 아니라 차라리 시도지사 임명제로 하거나 시도지사 선거에서 교육감 후보자를 러닝메이트로 지정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그래서 뇌물수수 등 각종 비리에 연루될 여지를 없애는 게 낫다. 개인후보자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선거벽보·공보·현수막·TV토론 등 선거운동 일체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담하는 선거공영제를 실시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기초의원 선출도 문제다. 정당공천제를 폐지해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폐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정치권은 오불관언이다. 지역구에서 총선을 치러야 하는 정치권은 시·군·구 기초의원들을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일까.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지방선거 제도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 기초의원과 교육감 선출방식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에 정치권은 귀기울여야 한다.

2022-06-02

윤석열 정부, ‘지방시대’ 열 동력 강화됐다

이번 6·1 지방선거 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국민의힘은 ‘개운찮은 압승’, 민주당은 ‘참패’로 기록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전국 17개 시·도 중 12곳을 석권했지만, 막판까지 각축전을 벌인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아깝게 패배하면서 2% 부족한 승리를 거뒀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안정론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국민의힘이 자만에 빠지지 말라는, 기가 막힌 민심의 배려다. 민주당은 아마 선거패배 책임론을 둘러싸고 내분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당의 간판 정치인인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부터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오는 8월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문재인 진영과 친이재명 그룹, 586그룹 등이 당권을 두고 사투를 벌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번 선거에서 대구·경북지역 국민의힘은 대구시장, 경북도지사를 비롯해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대거 배출하며 보수진영의 산실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연이어 승리를 거두며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됐다. 국민의힘이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은 지방권력을 얻었다고 해서 여소야대 국면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방선거로 위축된 민주당이 오히려 강력한 입법권력을 휘두를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새 정부가 지방선거 승리로 주요 국정과제인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 사실 이번 지방선거도 말이 지방선거지 여야 정치권의 선거자원이 대부분 수도권에 투입되었다. 초반에 이미 판세가 확정되다시피한 비수도권 지역 선거는 일찌감치 중앙정치권의 관심에서 멀어졌다.윤석열 정부는 이번 선거에서 대부분 광역자치단체장이 국민의힘 출신으로 교체되면서 지자체와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졌다. 윤 대통령은 조만간 새로 선출된 광역단체장들과 상견례를 가지고 지역균형발전에 대해 논의를 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상견례 자리에서 당선인들로부터 비수도권 현안을 잘 듣고 지방시대를 열기 위한 참신한 정책을 내놓길 바란다.

2022-06-02

경산 자인단오제

오늘이 음력으로 5월 5일 단오날이다. 단오날을 맞아 경북 경산시 자인면 계정숲에서 열리는 경산 자인단오제는 지역행사로서는 독특한 면이 있어 관심이 쏠린다.신라시대 때부터 전승돼온 민속행사라는 것만으로 주목되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단위 민속축제며, 축제 내용이 비교적 온전하게 전수돼 지역성을 잘 간직하고 있다는 것도 볼거리다. 또 자인면 주민들이 잘 단합해 지금까지 축제를 이끌어왔다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단오행사는 지역마다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특성이 있다. 단일행사로 가장 큰 규모는 강릉단오제다. 강릉단오제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돼 있으며, 2005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경산 자인단오제도 국가무형문화재 44호로 지정받아 지금은 단오제로서는 강릉단오제와 더불어 우리나라 대표 축제로 인정을 받는다.자인단오제는 신라시대 한장군을 섬기는 제례 행사에서 유래했다. 한 장군의 실존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오래전부터 한장군은 자인면의 수호신이다.신라시대 자인면 부근에 있던 왜구들이 자주 마을로 침범해 주민을 괴롭히자 한장군은 여동생 등과 함께 여장을 하고 춤을 추면서 그들을 유인한 뒤 모두 섬멸했다는 전설이 있다.한장군에 대한 고마움으로 마을 주민이 그의 사당을 짓고 제례를 올리면서 연 축제가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그 당시 왜구를 유인하기 위해 추었던 춤인 여원무를 비롯 한장군묘 제례와 창포물에 머리감기, 그네뛰기, 씨름, 단오굿 등 각종 민속 연희가 이날 단오제 행사에서 재현된다. 우리 지역서 열리는 축제도 이 정도면 볼만하다. 오늘부터 3일간 열린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6-02

지방의회, 견제와 균형의 힘 잃을까 걱정

지방선거가 끝났으나 대구와 경북지역의 당선자 대부분이 특정 정당에 몰려있어 지방의회 내의 견제와 균형기능이 제대로 작동될지 걱정이다. 특정정당의 쏠림현상이 지방의회의 경쟁력을 후퇴시킬까 봐 우려하는 목소리도 벌써 나온다.1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대구·경북지역 시도의원 의석을 독식했다. 대구시의회의 경우 국민의힘이 일찌감치 20명의 무투표 당선자를 배출한 데 이어 나머지 선거구에서도 모두 당선자가 나옴으로써 광역의원 전석을 석권했다. 다만 비례대표 3석 가운데 1석만이 민주당으로 배정됨으로써 원구성이 31대 1로 확정된 상태다. 경북도의회도 모두 55석 중 국민의힘이 17석을 무투표 당선으로 확정하고 나머지 지역도 무소속 3명을 제외하고 모두 국민의힘으로 채워졌다. 비례대표 6석 중 4석을 국민의힘이 가져가면 사실상 의회내 원구성은 국민의힘 일당 체제로 굳어진거나 마찬가지다. 지난 2018년 지역구 광역의원을 대거 배출하며 지방의회 내 야당 역할을 톡톡히 했던 더불어 민주당의 정치적 역할이 약화된 것에 대해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가 적지 않다. 의회 내 견제와 균형 장치가 사실상 무너졌다는 소리도 나온다. 특히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가 모두 국민의힘 소속으로 있는 데다 정치적 영향력도 커 같은 당 소속의 의회가 과연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로 불리는 지방자치는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대의민주주의 제도다. 중앙정부나 중앙 정치의 간섭을 배제하고 지역주민 스스로가 지역 특색에 맞는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민주정치 형태다. 다양한 정당의 정치 참여는 견제와 균형의 힘을 길러 민주주의를 건전하게 발전시킬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대구와 경북지역에 구성된 특정정당 일색의 원구성은 우려되는 바가 크다. 야당의 의회정치 참여가 부진해 견제와 균형의 묘를 살려가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또 국민의힘도 일당독재의 잘못된 분위기에 빠져들지 않도록 지방의원 스스로가 자신을 견제하고 지방의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지역민도 이런 과정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2022-06-02

선거, 이대로 좋을까

장규열 한동대 교수 대선, 총선, 그리고 지선. 선거, 선거, 그리고 선거. 민주주의의 꽃이라는데 국민의 마음은 어지러웠다. 막 지나간 전국동시지방선거. 동네의 일꾼을 뽑는 잔치여야 할 터에, 온 나라 행사가 돼 사방이 확성기 소음으로 시끄러웠다. 지역이 바뀌고 살림이 나아질 기대는 저만치 가고 후보 간 표 싸움만 그득하였다. 도지사와 교육감, 시장과 시의원, 군수와 군의원을 한꺼번에 뽑아야 하니, 보통사람 유권자 입장에선 누가 누구인지 알아차리기도 버거운 판. 무엇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 가늠도 하기 전에 표는 던져야 하니, 선거가 정말 시민과 지역을 위한 결과를 낳았는지 누구도 확인하기 어렵다.후보의 입장에서 보아도 정책이나 능력으로 승부하기 보다 인기몰이나 세를 과시하는 일이 최우선이었다. 새로운 일을 만들고 지역에 구체적인 변화를 앞당기며 마을과 동네에 미래비전을 세워야 했지만, 포퓰리즘과 표심몰이에만 집중하는 선거는 또다시 그렇고 그런 결과를 낳을 터이라 유권자는 선거에 특별한 기대를 걸지도 않았다. 민주주의가 발전하기는커녕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는 답습의 역사만 쌓을 뿐 아닌가. 우리는 언제까지 보고만 있어야 하는지. 확성기와 현수막, 허리인사와 악수세례로만 치르는 선거를 하염없이 거듭하는 선거판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 비전과 희망을 실은 정책이 만들어지고 토론과 홍보를 통해 겨루어지며 언론이 정상 작동하면서 확인되고 검증되는 진짜 민주주의는 실현할 길이 없겠는지.정책 입안의 과정을 조직적으로 관리하고, 홍보 전략의 진행이 체계적으로 정돈되며 언론 소통의 전달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일은 우리 민주주의에 불가능한 것일까. 정책은 지역의 현안을 치밀하게 분석한 결과로 토론과 조율을 거쳐 정교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홍보는 유권자의 생각과 의견을 반영하면서 진심을 담아 진행되어야 한다. 언론은 지역과 유권자의 현상을 가늠하고 후보자들의 정책을 비교하면서 균형있는 소통을 이끌어야 한다. 오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소란스럽고 현란하기만 할 뿐, 정책과 비전은 뒷전에 물리고 표심만 구걸하는 모습이 아닌가. 막걸리와 고무신이 판을 치던 그 옛적 선거와 무엇이 그리 다른지 알 길이 없다. 민주주의발전을 위한 미래동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책, 홍보, 언론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가르치는 전문교육기관이 필요하다.소란하였으나 알맹이는 없는 선거방식은 이제 막을 내려야 한다.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도 구습만 반복하는 선출방식은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쳐 반드시 수정하여야 한다. 21세기에 제자리걸음은 사실상 퇴보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민주주의의 허울을 쓰고 인기영합에만 집중하는 선거는 실패와 패착을 거듭할 뿐이다. 뽑아놓고 후회하는 습관이 어디서 왔을까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정책, 홍보, 언론이 선진화되지 않고는 선거가 제자리를 잡을 길이 없다.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발전하기 위하여도 정책, 홍보, 언론의 전문화가 시급하다. 오늘 선거는 우리가 바라는 결과를 빚고 있는가. 새로 뽑힌 일꾼들이 분발하길 바란다.

2022-06-01

검은 코끼리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검은 코끼리는 지구온난화를 불러일으키는 무분별한 환경파괴를 경고하기 위한 용어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을 알고있지만 모른 척하면서 해결하지 않는 문제를 의미한다. ‘검은 백조’와 ‘방 안의 코끼리’를 합쳐서 만든 말로,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기후변화를 검은 코끼리에 빗대어 표현함으로써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프리드먼은 자신의 저서 ‘늦어줘서 고마워요(Thank you for being late)’에서 무분별한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 변화를 검은 코끼리에 빗댔다. 무분별한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변화가 큰 위기로 다가올 것을 알면서도 모두들 외면한다는 것이다.이 용어의 어원에 쓰인 ‘검은 백조(Black Swan)’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나 큰 충격을 주는 상황을 의미한다. 미국의 투자전문가 나심 탈레브의 저서 ‘The Black Swan’에서 처음 언급된 용어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대를 예언하면서 점차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게 됐다. ‘방 안의 코끼리’란 용어 역시 비유적 표현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는 크고 무거운 문제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즉, 방 안에 코끼리가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코끼리를 보지 않은 척하며 이를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이와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명백한 문제 또는 위험으로 다수가 반대할 것 같은 상황에서 괜히 먼저 말을 꺼냈다가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일으킬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다. 환경파괴가 전지구적인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을 알면서도 모두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경우를 가리킬 때 쓰인다. 지구온난화는 인류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대응책을 세워야 할 문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