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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유영하의 ‘꽃놀이패’유감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6·1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전이 홍준표·김재원·유영하 3파전으로 흐르고 있는 가운데 유영하 후보에 대한 항간의 평가가 엇갈린다. ‘의리남’부터 ‘몹쓸 사람’까지 다양하다.유 후보는 2005년 이후 박근혜의 법률분야 참모로 두각을 나타내 정치 인생 동안 줄곧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보좌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에는 박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을 맡아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의 정치행보는 파란만장하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경기도 군포에서 세 차례 출마했고, 두번은 현 국무총리인 김부겸 후보에게 패했으며, 한번은 이학영 후보에게 패했다.2016년에는 새누리당 지지세가 높은 송파을에서 단수공천받기로 했으나 김무성 당시 대표의 이른바 ‘새누리당 대표 직인 날인 거부파동’으로 출마를 포기해야 했다. 일찍부터 정치에 뛰어들었지만 정치운은 무척 좋지 않은 셈이다.대구시장 선거에선 유 후보가 ‘꽃놀이패’를 진행중이다. 이겨도 좋고, 져도 좋다.국민의힘 공천 경선에서 지더라도 1위를 달리는 홍준표가 대구시장 후보 공천을 받게되면 선거법상 30일 이전에는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그러면 6월1일 지방선거일에 수성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함께 치러지게 되고, 보궐선거 전략공천을 받을 심산으로 수성구을 지역구에 주소를 옮겨놓은 상황이다. 전략공천 역시 박 전 대통령에 기대 따낼 요량인 듯 싶다. 대구시장에 출마했지만 유 후보는 대구와의 인연은 그리 깊지않다. 부산에서 태어나 대구로 이사한 뒤 대구서부초등학교 6학년까지 다니다 경기도 군포초등학교로 전학한 게 대구와의 인연 전부다.이게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경쟁에 뛰어든 유 후보의 실체다. 여기에는 대구시민을 위한 대구시장 후보로서 가져야 할 비전이나 결의, 각오는 찾아볼 수 없다.그렇다고 그가 보궐선거에 나설 대구 수성구을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서 지역구민과 대구시민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이 있을 리 없다. 이런데도 대구시민들과 국민의힘 책임당원 상당수는 유영하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아무리 정치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라지만 대구시민 입장에선 거의 생면부지에 가까운 인물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 동영상 하나로 이런 지지세를 얻는다니 개탄스럽고, 허망하다. “정치인은 본인 부고 기사 아니면 어떤 기사가 나도 땡큐”라고 했던 어느 정치인의 말이 떠올랐다. 그렇다고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허용했다는 이유로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탄핵돼 감옥살이까지 치른 박 전 대통령을 오랜 기간 별다른 보상없이 챙겨온 노고 자체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박 전 대통령도 그런 그의 헌신이 기껍고 미더웠을 것이기에 반대급부로 후원회장 자리를 받아들이고, 지지 동영상을 찍었으리라. 다만 이런 처신이 과연 온당한가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헌신이 결코 순수하게 읽히지 않는 이유다.그의 꽃놀이패 역시 고향 대구를 걱정하는 필자에게는 왠지 모욕처럼 느껴진다.

2022-04-21

경찰도 반대하는 ‘검수완박’ 누굴 위해 하나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검수완박)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해 일선 검찰은 물론 경찰에서도 반대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부 경찰들은 수사권 조정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현재의 인력과 시스템으로는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포항지역 경찰 관계자는 “경찰 내부에서 수사부서가 타부서에 비해 업무량이 월등히 많아 직원들이 지원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업무량은 더 늘어난다. 경찰 위상을 높이는 것도 좋지만, 수사인력에 대한 지원부터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수사관들의 경우 한 명당 사건을 계속 수십건씩 유지하고 있어 처리하는 사건보다 쌓이는 사건이 더 많은데 법안이 통과되면 수사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최근 “공정하고 정의로운 형사사법 체계를 위해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찬성한다”는 성명서를 냈으나, 일선경찰의 의견은 다른 것이다.민주당은 지난 20일 여야 동수의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에 야당 몫으로 투입할 예정이었던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검수완박 법안통과에 반대입장을 보이자 이날 자당 소속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무소속으로 바꾼 후 양 의원 대신 집어넣었다. 이 사태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상민 의원은 “이렇게 정치를 해선 안 된다. 정치를 희화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향자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검수완박을 안 하면 문재인 정부 사람들이 죽을 거라며 법안에 찬성하라고 했다”는 말까지 했다. 양 의원이 한 말은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에 ‘검찰이 현재 수사 중인 사건까지 경찰로 넘겨야 한다’고 명시한 이유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만약 민주당이 제출한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대장동 비리, 이상직 비리 등의 검찰 수사는 전부 중단될 처지에 있다. 민주당은 이처럼 국민오해를 살 수 있는 입법 강행을 일단 멈추고 야당과 함께 법안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2022-04-21

‘尹心’, ‘朴心’보다 중요한 ‘民心’

정상호경북취재부장 대구시장 선거 과정에 ‘윤심’과 ‘박심’이란 말이 등장해 정치적으로 이런저런 말들이 오갔다. ‘윤심’이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박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마음속으로 지지하거나 후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윤심팔이, 박심팔이 하지말라’는 것은 대통령 당선인과 전직 대통령 이름을 팔아가며 시장에 당선되려는 행동은 옳지 못하다는 정치공세로 보인다. 곧 청와대에 들어갈 차기 대통령과 가깝다는 것은 그만큼 영향력있는 정치인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출소 후 달성군 사저로 입주한 박근혜 전 대통령 또한 여전히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정치적으로 무시 못한다. 출마자 입장에선 ‘윤심’, ‘박심’의 지지를 받는다면 어느 쪽이든 대구시장 선거에 유리하면 유리했지, 나쁠 것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대구시장 선거에만 ‘윤심’과 ‘박심’이 있는 것 같지 않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자중 상당수는 자신의 위상을 과시하는 차원에서 윤 당선인과 인연을 내세우고 있다. 선거캠프에서 얻은 각종 직함을 내밀며 ‘윤심 마케팅’에 열심이다. 일부지역에서는 그런 윤심마케팅을 하는 후보가 공천을 받을 것 같은 분위기도 나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유권자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다. ‘윤심’도 좋고, ‘박심’도 좋지만 지방 선거가 그런 것에 좌우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지방선거는 진정 지역민과 낙후된 지역발전을 위해 진심으로 일할 수있는 일꾼을 뽑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은 정치구도상 국민의힘 공천이 곧 당선 보증수표나 다름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후보들은 민심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국민의힘 공천에만 사활을 건다.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도덕성과 능력, 경륜을 공천의 기준으로 삼아 침체된 지역현실을 타개할 인물을 찾기보다 자기 마음에 드는 후보를 고르는 듯한 인상을 주고있다. 조금 나쁘게 말하면 공천이 아니라 사천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의힘 공천기준도 과연 공정한지 의문이다. 기준 미달 후보를 골라내는 컷오프라는 것도보기에 따라 국회의원이 칼 자루를 쥐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껄끄러운 후보를 쏚아내는데 활용되는 것처럼 비쳐진다. 다시 말해 자신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듣는 후보를 골라 주민의 심부름꾼이 아니라 자신의 심부름꾼으로 쓸 요량으로 정치적 갑질을 일삼는 행태로 풀이된다. 경북도 인구의 5분의1이 살고있는 포항시도 요즘 시장 후보 공천을 두고 온갖 말들이 시중에 나돈다. 포항시장은 51만 도시의 수장으로 포항 시민을 대표하는 막중한 자리다. 앞으로 포항을 어떻게 이끌어야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지, 그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시민의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인물이 다음 시장이 되어야 한다. 시민들이 납득하기 힘든 방법으로 공천이 이루어진다면 그 책임은 공천권을 행사한 사람이 향후 져야 할 것이다. 선거는 축제라고 한다. 포항시민 모두가 환영할 수 있는 후보가 선출되기를 희망해 본다. 그게 ‘윤심’, ‘박심’보다 중요한 ‘민심’이다.

2022-04-21

경오(庚午)

육십갑자 중 일곱번 째 경오(庚午)다. 경(庚)이라는 천시(天時)는 바로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나무라 할 수 있다. 나무에게서 하늘의 기운인 천기를 다시 거두어 가는 것이기에 결실을 맺는다. 겨울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사실, 나무는 ‘에고 에고 나 죽소!’하는데 사람들은 단풍놀이에 흠뻑 빠져 아름다움에 즐거워한다.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자연의 이치를 모를 뿐이다.땅의 기운은 ‘말’오(午)다. ‘말’이라는 지기(地氣)만 놓고 본다면 일기당천(一騎當千·한 사람의 기병이 천 사람을 당한다는 싸우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뜻)하기에 더 적합한 하늘의 기운을 키울 ‘종마’(種馬·씨를 받기 위하여 기르는 말)가 된다. 조랑말이나 짐을 끌고 다니는 말이 아니라, 천리를 달리는 천리마(千里馬), 적토마(赤兎馬) 같은 명마를 길러낼 ‘종마’가 된다. 말 중에 제일 비싼 말이 ‘종마’다.창업을 하여 오너가 되려면 ‘종잣(種子)돈’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꼭 그렇지는 않다. 사람들은 장사를 하건, 사업을 하건, 뭔가 있어야 하지라고 말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신뢰’가 ‘종잣돈’이라 생각한다. ‘신뢰’가 없으면 천신(天神), 지신(地神), 또 어떠한 존재도 마음속의 소망을 이룰 ‘종잣돈’을 주지 않는다. ‘신뢰’라는 종자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하늘이 돕고 땅이 돕는다는 천지신명(天地神明)의 도움이라는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게 되는 것이다.프랑스혁명 당시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시민혁명군에 포위되었을 때 궁전을 마지막까지 지킨 것은 스위스 용병 약 700명이다. 이들은 프랑스 왕과 왕비를 지키기 위해 용맹하게 싸우다가 장렬하게 최후를 맞았다. 시민혁명군이 퇴각의 기회를 주었는데도 스위스 용병은 계약기간이 남았다는 이유로 제의를 거절했다. “우리가 신뢰나 의무를 저버린다면 우리 후손은 더이상 용병으로 일할 수 없을 것이다.” 죽은 용병의 품에서 나온 유서 글이다. 오늘날 스위스 용병이 로마교황청의 경비도 담당하는 전통으로 이어지는 이유다.사주 인연이 부자인 사람은 부자거나 부자였고, 출세한 사람은 출세했거나 한 때 그러했다. 사주 인연이 그저 먹고 사는 사람은 과거에도 그랬거나, 지금도 그러한 정도다. 반면에 사주 인연이 거의 없는 사람은 원래 이번 생(生)이 그러하거나, 무식하게 까불다가 강등된 분이다. 그래서 자기 위치와 환경을 볼 줄 아는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경오(庚午) 일주는 하늘에서 경을 치니(나쁜 짓을 해서 혼내주다) 말이 무조건 달려가는 형상이다. 자기 사주를 모르고, 지금 처한 형편도 모르면 위험이 닥칠 수 있다. 바로 내가 가진 아집을 버려야 큰 것을 얻을 힘이 들어온다. 이런 이치도 모르고 멀쩡한 부모, 형제 복을 자기 발로 걷어차고 나는 자수성가한다고 억지를 부리면 성공할 확률이 희박하다. 그러나 성공하면 크게 성공을 한다. 주위의 인연을 볼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다.경(庚)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바위다. 오(午)는 야생성을 잃지 않은 말의 모습이다. 대담하고 거침이 없으며 앞만 보고 달려가는 기상을 가지고 있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성미와 자연미가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과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꾸미지 않아도 자체에서 발산되는 원초적인 아름다움으로 인해 뭇사람의 관심과 이목을 끄는 경우가 많다.말은 등에 누가 타든 주인에 대한 인식이 없이 무작정 달려가는 습성이 있다. 그러므로 안하무인(眼下無人)적인 행동이 큰 단점이다. 말은 주인을 잘 만나야 힘들지 않은 삶을 영위 할 수 있고, 아니면 똥 구르마를 끄는 고달픈 신세가 된다. 사람도 배우자를 잘 만나야 된다.옛날 어떤 임금이 천금을 가지고 천리마를 사려고 삼 년 동안 노력하였지만, 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떤 환관이 “제가 천리마를 사 올 터이니 저를 보내 주십시오”라고 임금에게 청했다. 임금이 허락하였다. 허락을 받고 천리마를 찾아 나선 그 환관은 석 달을 아무 성과 없이 보내고 나서야 참다운 천리마 한 마리를 찾아냈다. 그러나 그 말을 찾았을 때는 이미 그 말이 죽은 후였다.그 환관은 5백금을 주고 죽은 말의 머리를 사서 매우 기뻐하면서 궁궐로 돌아왔다. 임금이 그 환관을 보고 크게 화가 나서 벼락같은 소리로 “내가 사오라고 한 것이 살아있는 말인 줄 몰랐더냐? 죽은 말을 무엇에 쓰란 말이냐? 게다가 어처구니없게 5백금이나 헛되게 써버리다니!”라면서 나무랐다. 류대창명리연구자 그 환관은 “비록 죽었을지라도 천리마라는 이유로 5백금을 아낌없이 줄 수 있다면, 살아 있는 천리마야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이 소식이 온 나라에 퍼져 나간다면, 백성들은 임금님께서 진심으로 천리마를 사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천리마는 스스로 이곳으로 찾아 올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과연 일 년도 못 되어서 궁궐 문 앞은 팔려고 내 놓은 천리마로 장시를 이루게 되었다. 유향의 전국책 ‘연책(燕策) 1편’에 나오는 글이다.사마천 사기 ‘백이열전’에 안회를 ‘천리마의 꼬리에 매달려 천 리를 가는 쉬파리’로 표현했다. 젊은 나이에 요절했지만 공문십철의 으뜸으로 인정받은 것은 공자의 수제자로서 학문과 덕행이 뛰어나 후세까지 이름을 남긴 것이다. 사람들은 세상에 천리마가 없다고 한다. 천리마가 없는 것이 아니라 찾지 못하는 것이다. 천리마도 자기를 알아주는 현명한 사람을 만나면 그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다.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면 실수하기 쉽다. 비슷한 것은 다 가짜이기 때문이다.

2022-04-20

대구시장조건 1순위는 ‘현안해결 역량’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를 결정할 당원 모바일 투표와 일반인 여론조사가 오늘(21일)부터 내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국민의힘은 본경선에 오른 김재원·유영하 예비후보와 홍준표 의원을 대상으로 당원투표·일반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해 23일 최종후보자를 발표한다. 지금까지 언론에서 발표된 여야 대구시장 예비후보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최종후보가 대구시장에 당선될 확률이 높다. 어제 TBC대구방송이 개최한 대구시장 경선 TV토론회도 이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토론회에서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과 대구취수원 다변화, 대구경제 등 여러 주제들이 다뤄지긴 했지만, 후보간 감정싸움 등으로 핵심의제들이 깊이있게 논의되지 못해 실망스러웠다. 특히 김재원 예비후보와 홍준표 의원은 지방선거 출마자 페널티 조항, 대선과정의 부정적인 역할 등을 두고 인신공격성 공방을 펼쳐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유영하 후보의 경우는 최근 수성구 파동에 이사한 이유에 대해 “49년만에 대구에 내려와 파동이 어딘지 몰랐다. 비산동, 내당동, 대명동 정도만 구분한다”고 말해 과연 대구시장 후보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심이 들게 했다.차기 대구시장은 할 일이 많다. 한강 이남 최대의 물적·인적 자산을 보유했다는 소리를 듣던 대구가 지금은 해방 이후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대구를 국제사회와 연결하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대구시장은 리더십이 있고 열정적인 사람이 돼야 한다. 국비지원을 받기 위해 하루 24시간을 아끼며 청와대, 중앙정부, 여야 국회의원과 소통해야 한다. 대구시의회와의 관계도 원만해야 한다. 대구취수원 다변화 문제도 대구시장의 현실적인 감각이 요구된다. 대구시장의 열려있는 리더십도 중요하다. 기업과 인재가 몰려들려면 대구시장이 개방적인 이미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대구가 보수색채가 강한데 시장마저 폐쇄적인 이미지를 가져서는 안 된다. 오늘부터 이틀간 실시되는 국민의힘 최종경선과정에 당원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관심을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2022-04-20

대구·경북 메가시티 조성 속도를 높여라

부산과 울산, 경남이 부울경 특별연합을 공식화하면서 전국 처음으로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출범시켰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수도권 집중과 지역소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부산, 울산, 창원, 마산을 거점도시로 해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수도권과 같은 또하나의 광역 플랫폼이다.공룡처럼 비대해진 수도권에 맞서는 지방단위의 국가 인정의 공식적인 초광역권 협력체란 점에서 역할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윤석열 당선인이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부울경 특별연합이 지방시대를 앞당기는 마중물 역할을 할 지도 주목된다.부울경은 지금 특별연합을 부울경 중심의 메가시티 조성을 위한 노력의 첫 성과로 생각하고 특별자치단체 출범을 계기로 수도권에 버금갈 제2수도 건설을 위한 야심을 키우고 있다.대구와 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지역상생을 위한 플랫폼으로 대구경북행정통합을 위한 시도에 나섰으나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논의가 보류된 상태다. 그러나 올 3월 대구경북 광역행정기획단을 구성해 대구경북발전을 위한 밑그림을 계속 준비해 왔다. 이제 이를 중심으로 법정단체인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에 적극 나설 때가 됐다. 부울경의 특별지방자치단체 출범을 계기로 대구경북 메가시티 조성을 위한 속도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경북 광역행정기획단에서 대구경북 특별자치단체 설립을 서둘고 그에 따른 후속조치 등 세밀한 전략을 짜야 한다. 지방시대는 자치단체의 특화되고 독자적인 경쟁력 확보를 기반으로 경쟁하는 사회다. 지방자치단체의 부단한 노력만이 자치단체를 살릴 수 있는 무기다.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시대는 우리시대의 최대 과제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없으면 어떤 기구를 만들더라도 성공하기가 어렵다. 과거 정부 역시 형식적 지원에 그쳐 지역간 불균형 문제는 한발짝도 개선되지 못했다. 초광역단위의 메가시티 조성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새로 선출될 단체장과 지역 정치권도 이런 분위기에 맞춰 선구자적 지혜로 대구경북 메가시티 조성의 초석을 놓아야 할 것이다.

2022-04-20

누구에게나 편리해야 할

키오스크(터치 스크린 방식의 무인 단말기)를 이용할 땐 약간의 긴장을 하게 된다. 시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늘 화면 앞에서 눈을 부릅떠야하고, 글자는 작고 메뉴는 설명 없이 사진만 덩그러니 놓여 있기 때문에 고르는 데도 은근 어렵다. 무사히 메뉴를 다 정했다면 포인트 적립이나 카드 할인 혜택, 결제 방식 등의 단계를 맞닥뜨리게 된다.괜히 포인트 적립이나 카드 할인 혜택을 받겠다며 이것저것 잘못 누르다간 시간 초과로 처음 화면으로 돌아가게 되니, 웬만하면 복잡한 과정 거치지 않고 빠르게 결제를 향해 달려야 한다. 거북이의 속도로 키오스크 한 대를 내 것 마냥 점령했다간 뒤에서 빨리 좀 끝내라는 은근한 압박이 날아올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미션 임파서블의 한 장면처럼 신속하면서도 능숙하게 모든 과정을 끝내면 결제가 완료 되었단 영수증 하나를 받아볼 수 있다. 겨우 메뉴 하나 주문하는 게 이토록 복잡하고 어려울 필요 있는 건지, 손바닥 만한 작은 종이 쪼가리를 집어들며 괜스레 머쓱해진다.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가 증가하면서 키오스크 보급률이 대폭 증가했다고 한다. 2021년 기준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6,574대의 키오스크가 신규 보급되었고 햄버거 프렌차이즈 버거킹의 경우 코로나 이후 키오스크 도입 비율을 95%나 늘렸다고 한다.이제는 음식점뿐만 아니라 영화관이나 카페 은행이나 병원 관공서 등 일상 곳곳에서 키오스크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에겐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이에 반해 65세 이상의 고령 소비자인 디지털 취약 계층은 무인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키오스크를 경험한 65세 이상의 고령 소비자 245명을 대상으로 설문해보았더니 평균 난이도 75,5점으로 많은 고령층이 키오스크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드러냈다. 병원과 외식업 대중교통과 문화시설 관공서 순으로 다양한 장소에서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고령 소비자는 익숙하지 않은 용어나 외래어, 조작방식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글 글자 크기조차 작은데다 외래어까지 섞여 있으니 충분히 어려울 만도 하다. 더군다나 각 키오스크마다 내장된 하드웨어가 다르고 메뉴를 택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대형 마트의 경우엔 옆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지만, 무인 카페나 편의점인 경우엔 도와주는 사람도 없는데다 안내 음성도 없으니, 이러한 곳은 시각장애인이나 어린이 또한 출입조차 불가능할 정도다.편리함을 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키오스크지만 특정 계층에서 불편함을 겪고 있고 소외 현상이 느껴진다면 서둘러 운영 상황을 개선하고,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이에 각 기업은 디지털 소외계층이나 휠체어에 탑승한 고객도 쉽게 손이 닿을 수 있도록 화면을 아래쪽에 배치하는 등의 개발 노력을 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 이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을 대상으로 기기 사용을 가르쳐주는 디지털 배움터 또한 각 17개 광역시·도 별로 상세히 운영하고 있다.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상시 체험할 수 있고 키오스크 외에도 태블릿 PC나 AI 스피커 등의 사용법을 익힐 수 있고 디지털 강사의 강의도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국회에서도 디지털 포용법 제정에 논의가 한창이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소외와 차별 없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단 취지다.디지털 취약 계층을 비롯하여, 어린이와 시각 장애인 등 사회에서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모두가 전보다 보다 편리하고 나은 삶을 택하여 누릴 수 있어야 한다.이 때문에 난 아직도 키오스크가 마냥 편하지 않다. 물론 아직까지 사람에게 직접 가서 주문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좋다.단골이라며 늘 덤을 챙겨 주는 카페 직원 언니와 주기적으로 근황을 나누어야 하고, 위염 때문에 자주 뵙는 간호사 선생님께 꾸준히 충고도 들어야 하니까.어쩐지 막연히 기계 앞에서 헤매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면, 키오스크에 더 느리게 적응해도 좋을 것 같다.

2022-04-19

쓸 수 있다

매일 밤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 쓴다. 뭐가 걸려 올라올지 모르는 채 바다로 나가는 어부가 그럴까. 생계를 위한 하루의 노동을 마치면 정신의 노동이 시작된다. 그것은 생계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위협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를 위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무엇을 위해 쓰는지 모르면서 쓴다. 나는 시를 위해 시를 쓰는 것이다, 라고 혼잣말하면서도 시가 뭔지 모르겠다. 20년째 같은 혼잣말을 하고 있다.먼저 모드를 전환해야 한다. 일하던 몸, 먹고 사는 일 앞에 걱정하고 두려워하던 몸, 인사하고 부탁하고 아부하고 싸우던 몸을 시 쓰는 몸으로 바꿔야 한다. 생각에서 감각으로, 이성에서 직관으로, 베타파에서 알파파로 모드를 바꾸기 위해 핸드 그라인더로 커피 원두를 간다. 촛불 냄새, 연필심 냄새, 나무 냄새, 새벽 이불 냄새, 비 내린 저녁 냄새 같은 커피향이 방 안에 진동한다. 호흡이 차분해진다.너무 작아져서 더는 사용하지 않는 비누, 그래서 녹을 수 없는 비누, 거의 소멸됐지만 소멸이 유예된 비누에 대해 쓰고자 한다. 생각이 도무지 나아가지 않는다. 비누를 들여다보고 냄새 맡아보고 손에 쥐어본다. 비누가 말을 걸어오길 기다린다. 비누는 말이 없고, 옆집 변기 물 내리는 소리, 고양이 비명, 담배 연기만 수런거린다. 이 짓을 하고 있다 보면 이상(李箱)이 떠오른다. 시 쓰기는 육체의 일인가 정신의 일인가, 노동인가 아니면 유희인가 생각하는 것이다.“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 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라던 이상의 고백은 가난이 예술가에게 질병과 굶주림이라는 절망을 가져다 줄 때 오히려 정신은 풍요롭다는 역설이다. ‘육체’의 세계인 자본주의 도시, 대중성과 결별하여 정신적 공간인 ‘방’ 안에 스스로 고립되는 순간 예술가는 마침내 ‘천재’를 회복해 “유쾌하다”고, 이상은 말한다. 하지만 나는 시 쓰는 게 유쾌하지 않다. 내가 천재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이후로 시는 언제나 고통이고 절망이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내가 이상보다 12년을 더 살았다. 김유정보다, 기형도보다 10년을 더 살았다. 나는 이미 그들처럼 될 수 없다.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무언가 쓰고 있다.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이고 싶지는 않다. 천재는 애초에 틀렸고, 박제가 되기 싫다. 잘 살고 싶다. 건강하게, 남들처럼, 돈 벌고, 결혼하고, 주말엔 외식하고, 저축하고, 4대 보험의 혜택 안에서 살고 싶다. 밤마다 세속적 욕망과 문학에 대한 열정이 격렬하게 싸운다. 삶과 문학 사이에서 길항하다보면 삶도 문학도 다 이룰 수 없다는 걸 두려워하면서도.20대에는 시가 돈이 되지 않아도 행복했다. 아무도 걷지 않은 오솔길의 임금이 된 것만 같았으니까. 서른 살이 되자 돈이 되지 않는 시를 계속 붙잡을 수 없었다. 멀리 달아났다. 그런데 달아나면 달아날수록 시는 더 세게 나를 잡아당겼다. 돌아선 뒤통수에 쏟아지는 시의 따가운 눈총이 괴로워 취해버린 밤도 많았다. 돈 잘 벌고 ‘잘 나가도’ 시 한 편 쓰는 성취감에 비할 바 아니었다. 그래서 돌아왔다. 붙잡혀 끌려왔다는 편이 더 정확하겠지만.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30만원짜리 반지하 월세방에서 10년을 살았다. 많은 시와 평론, 논문을 썼다. 방 세 개 전셋집으로 이사했지만 시를 쓴다는 건 여전히 죄스럽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을 한다는 누명이 억울하기도 하다. 세상의 냉대와 외면, 왜곡과 오해에 떠밀려 마음의 거처는 여전히 반지하에 머무는 날이 많다. 그때마다 시로 무언가를 이뤄야겠다고 다짐한다. 뭘 이룰 수 있는지도 모르면서 뭐라도 이루고 싶다.시 쓰면 굶어죽는 줄 알았는데 아직 살아 있고 건강하다. 등단을 했고, 시집도 냈다. 물론 등단이나 시집이 대단한 성취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어느 해엔가는 밥벌이를 다 잃고선 글만 써서 즉석밥과 라면을 먹었다. 이런저런 원고료로 전기세, 가스비 내고 방값도 냈다. 이룰 수 없는 문학을 붙잡고서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해왔다. 시를 이루다보면 삶도 이뤄지는 기적을 믿을 수밖에 없다.이수명 시인은 내게 “시는 이뤘으나 이룰 수 없으므로 늘 이루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시 쓰기는 언제나 무승부인 싸움, 또는 언제나 내가 지는 시합이다. 도대체 이걸 왜 붙잡고 있냐고,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 질문에 나는 뭐라 답해야 할지 모르면서, 흔들리면서, 여기저기 부딪치면서 어디론가 나아간다.비누를 들여다본다. 오늘밤 나는 쓸 수 있다.

2022-04-19

‘대구경북혁신 플랫폼’에 거는 기대 크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대규모 국비지원을 받아 지역대학, 기업들과 손잡고 이 지역 미래를 이끌고 갈 인재를 양성하는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지난 18일 ‘2022년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에 ‘대구경북 지역혁신 플랫폼’이 최종선정됐다고 발표했다. RIS는 지자체와 대학, 기업이 공동 플랫폼을 구축해 지역 중장기 발전목표에 부합하는 핵심분야를 선정하고, 추진토록 교육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대구경북 플랫폼은 대구시와 경북도가 함께 참여하는 복수형 플랫폼으로, 총괄대학인 경북대와 중심대학인 영남대를 비롯해 23개 대학, 14개 지역 혁신기관·연구소, 200여개의 지역 기업들이 참여한다. 사업기간은 5년(3+2년), 사업비는 3천316억원(지방비 30% 포함)이며, 올해 예산은 572억원(국비 400억원)이다.대구경북 플랫폼 구축 첫 단계에서는 학생·학점 공유가 가능한 대구경북 혁신대학(DGM·참여대학 23곳)이 설립된다. 혁신대학에서는 대구경북이 미래성장산업으로 정한 ‘전자정보기기’와 ‘미래차전환부품’ 분야의 인재가 연간 1천100여명 양성돼 구인난을 겪는 지역기업들이 안정화될 수 있다. LIG넥스원, 에스엘, 화신 등 지역 대표 중견기업들이 참여한다. IT분야와 차부품 산업을 고도화시킬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되는 셈이다.RIS사업에 선정됨으로써 대구경북은 이제 지역대학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산업을 키울 수 있는 플랫폼을 갖추게 된다. 이 플랫폼이 가동되면 이 지역 대학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배출할 수 있어 지역경제계의 선순환체계가 마련될 수 있다. 기업과 인재의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낙후돼 가는 이 지역산업이 ‘대구경북 지역혁신 플랫폼’으로 인해 재도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RIS사업의 취지는 결국 미래 성장산업에 종사하는 인재를 길러 지역소멸 위기를 막자는 것이다. 이번 사업 유치를 계기로 해서 지자체·대학·기업의 역량을 총결집해 대구경북이 청년들에게 매력있는 도시로 하루빨리 변해야 한다.

2022-04-19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 새 정부가 해결해야

대구시 등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전국 13개 지방자치단체가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의 국비 지원을 요구하는 공동건의문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달했다. 전국 13개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로 구성된 전국 도시철도 운영 지자체협의회는 건의문에서 “고령화 가속화와 도시철도 노선의 광역화 등으로 법정 무임승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도시철도는 전국적으로 1조6천억원이 넘는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당기 순손실 규모가 50% 이상 증가해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의 국가 보전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에 대한 정부 보전은 이미 여러 차례 정부에 건의된 민원이나 아직도 그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도시철도 무임승차제도는 올해로 38년째 시행되는 복지정책이다. 1984년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시행한 후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으로 지원범위가 넓어졌다.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도시가 확대되면서 이 제도는 보편적 복지로 이제 자리를 잡았다.그러나 보편복지라는 인식과는 달리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에 따른 정부의 재정지원은 뒤따르지 않았다. 정부가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한국철도공사에 대해서는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 일부를 보전해주는 것과는 달리 도심철도에는 지원이 없어 형평이 맞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결과적으로 무임승차 손실분은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지자체와 지방 공기업의 몫으로 고스란히 넘어와 지금은 누적적자 폭이 지자체 재정에 큰 부담이 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특히 국내 인구의 빠른 고령화로 적자 폭은 앞으로 불가피하게 더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무임승차 제도를 법정화하고 정책 시행의 수혜자가 정부란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손실보전을 해주는 것이 맞다. 한국철도공사와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올바른 판단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현 정부가 소극적으로 다뤘던 이 문제는 다음 정부의 몫으로 돌아왔다. 정부 교통시설특별회계를 활용하면 예산문제도 해결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인수위가 잘 풀어가길 바란다.

2022-04-19

절대권력 쥔 민주당과 ‘지록위마(指鹿爲馬)’

심충택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5일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에 남아 있던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에 대한 수사권을 검찰에서 분리하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두 개정안은 박홍근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했으며 민주당 의원 172명 전원 명의로 제출됐다. 국가 사법체계의 핵심적인 기구인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법률 개정안이 어떻게 민주라는 이름을 내건 정당에서 한 사람의 반대의견도 없이 발의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민주당의 현 모습을 보면서 떠오르는 말은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다. 중국 진나라 시절 조고는 황제도 눈 아래 둘 정도로 절대권력을 쥐고 있었다. 지금 민주당이 행사하고 있는 입법권력과 마찬가지다.조고 앞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가 사슴을 말이라고 해도 틀렸다고 할 수 없었다. 조고의 거칠 것 없는 권력 행사는 민생 파탄을 가져오고 결국은 백성의 반란으로 이어졌다.절대권력이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민주당이 법률 제·개정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다수의석을 가졌다 해서 이를 국민이 부여한 권한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 국민이 민주당에 ‘입법독재’ 권한까지 위임한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다수결 원리의 전제는 야당과의 절충과 타협이다. 다수의 독재는 1인의 독재보다 더 무섭다.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핵심은 2가지다.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을 다룬 형사소송법 제196조를 삭제했다. 또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이 갖고 있던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명시한 검찰청법 4조의 조항을 삭제하고 검사의 직무에 대해 공소제기와 유지만 남겼다.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이 삭제되면서 검사가 보완 수사를 할 수 있는 근거도 사라졌다.최근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 2부 부장검사는 사표를 내면서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면 당분간 금융 증권시장 교란 행위, 대기업 시장 질서 문란행위, 최고위 권력층의 이권개입 등에 대한 수사는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다”고 한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사회에 다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후진적인 병리현상이 판칠 것이라고 예고하는 소리다.민주당 의도대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다음달부터 언론사 사회부 출입처에서도 검찰청은 빠지게 생겼다.수사를 하지 않는 검찰은 언론에서도 취재할 내용이 없다. 대신 지금은 갓 수습을 뗀 기자들이 주로 출입하는 경찰서는 중견기자들이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에 기소를 하지 않고 경찰 선에서 내사종결되는 사건들을 추적해서 취재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기자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이제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한 공은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넘어갔다. 박 의장이 본회의 사회권을 민주당 소속 국회부의장에게 넘기지 않고 해외출장(23일부터 10일간 미국·캐나다 순방)을 가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검수완박 법안 통과는 사실상 물건너 간다.

2022-04-19

제로 코로나의 역설

우정구 논설위원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국 상하이는 지금 3주째 도시가 봉쇄중이다.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 지역 봉쇄와 같은 고강도 방역조치를 취해 감염자를 0상태롤 돌린다는 중국 정부의 이른바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이다.전달 28일 인구 2천500만명의 상하이가 봉쇄된 것을 비롯 중국내에는 다수의 도시가 전면 혹은 부분 봉쇄중이다. 상하이로 유학 간 한국의 유학생 중에는 한달 가량 기숙사에서 나오지 못해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으나 봉쇄조치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도시 봉쇄로 상하이 내 중국인들 간에는 생필품을 구하지 못해 필요한 물건을 물물교환 방식으로 바꿔가며 생활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하니 도시봉쇄로 인한 주민 희생이 심각하다. 또 부유층 중심으로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까지 늘고 있다고 한다.정부 당국의 방역정책이 되레 도시민의 생활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는 형국이다.특히 소비 감소를 시작으로 중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나빠지기 시작했고 올해 중국의 연간 성장 목표율 달성도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경제를 질식시키는 이러한 봉쇄조치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는 데 상하이 시민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중국은 인민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구호와 함께 제로 코로나를 사회주의의 우월성 정책으로 줄곧 내세워 왔다. 따라서 정책의 갑작스런 전환은 지금으로선 어려울 것 같다는 현지 관측이다.중국 내 관영매체는 여전히 제로 코로나가 최선의 방역이라 강조하고 있다. 유행성 독감보다 증상이 조금 더 심한 코로나19에 대응키 위해 주민의 일상을 희생시킨 사회주의 국가의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종결을 지어갈지 궁금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4-19

기업경영과 사학

홍택정문명중·고등학교 이사장 최근 한 TV프로그램에서 일신프라스틱(주)의 3대 경영을 소개하는 내용이 방송됐다.이날 방송에는 아버지에서 아들과 손자까지 함께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아주 자랑스레 소개하는 내용을 남았다.또한 경영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신기술개발과 품질향상을 위한 아이디어 보완 등으로 3대의 협업을 부각하며, 그 장점을 PR했다.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문득 사립학교의 족벌경영 운운하는 사회적 비판이 어디서 연유하는지 의문이 들었다.학교경영도 경영의 기술이다. 더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일정자격을 가진 가족들이 경영하는 게 뭐가 잘못된 것인지, 합당한 반대 이유가 있어야 한다.전직 국회의장은 지역구까지 대물림을 시도하다 여론의 반대로 포기한 바 있다.더구나 무보수인 이사장과 이사들이다. 설립 時의 재산출연은 물론이려니와 개교는 100% 법인의 투자로 이루어진다.그리고 법인 직원도 아닌 교직원들의 4대 보험 사용자 부담분인 법정전입금과 특정시설 신축 시에 30%의 부담금까지 강요되고 있다.강당이나 체육관, 식당 등 학교시설의 사용자는 교사와 학생들이다.교육부와 시·도 교육감들은 사학의 마지막 보루인 인사권조차 빼앗아 가려고 획책하고 있다. 일부 사학의 채용비리가 이유다.그러나 잘하고 있는 사학조차 위탁채용을 강제하는 초법적인 규제를 시도하고 있다.이러한 채용비리가 어디서 기인하는지, 그 원인을 제거하는 연구에는 소홀하다.무보수와 부당한 법정전입금에 시달리며, 여론몰이에 의한 사회적 비난에까지 직면하고 있는 사학의 순기능적 역할은 간과되고 있다.세계적으로 유일하게 학교회계와 법인회계로 분리된 모순된 제도를 통합하여 법정전입금 문제와 이사장의 무보수를 해결할 대책에는 무관심하다.사학의 동의 없이 추진되는 고교무상 교육에는 반드시 민법 680조에 명시된 위탁계약의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그리고 정당한 사학의 교육시설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을 받아야 한다. 이제 정치권과 교육부의 ‘사학 죽이기’ 식의 잦은 입법 발의와 규제는 지양되어야 한다.기업의 가족경영은 자랑거리가 되고, 사학의 가족경영은 족벌비리로 매도되는 어처구니 없는 풍토 역시 개선되어야 한다.

2022-04-18

찰 영(盈)에 돌아볼 권(眷) 길 영(永)에 권세 권(權) <Ⅲ>

명패를 닦은 뒤 안경 닦이 천을 서랍에 다시 넣으며 영권은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인호냐? 나다.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배경소리가 시끄러웠다.-예. 무슨 일이십니까? 여기 노인 회관에 행사가 있어 나와 있습니다. 조금 시끄럽습니다.영권 대신 지역구 행사에 참석한 모양이었다.-그렇구나. 수고가 많다. 다른 게 아니고 너 최근에 필립 만난 적 있냐? 최만식 회장의 아들 말이다.인호가 대답을 했다.-아니요. 뭐, 특별히 만날 일이 없어서. 딱히 친할 이유도 없고. 아버지와 같이 만날 때 빼고는 따로 만난 적 없습니다. 나이도 저보다 열 살인가 정도 많을 겁니다. 아마.인호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영권은 이마를 찌푸렸다.-그래, 그래. 알겠다. 하여튼, 앞으로는 필립과 연락도 하고 그래라. 아무래도 나 보다는 젊은 너와 더 이야기가 잘 통하지 않겠냐.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집안이다. 알겠지?인호와의 통화가 끝난 뒤 영권은 비서관을 불렀다. 따로 말하지 않더라도 중간중간 경찰서에 연락해서 만식의 사건에 대해 확인하라 일렀다. 좀 더 자주 만났어야 해. 영권은 중얼거렸다. 영권과 만식은 일 년에 한 두 번씩 자식들을 데리고 골프를 치거나 여행을 가곤 했다. 자식들끼리 친해지라는 의미였지만, 자식들 사이에도 나이 차이가 좀 났다. 그나마 그것도 최근에는 뜸했다. 아이들 데리고 와 봤자 짐만 돼. 만식은 이렇게 말하며 혼자 왔었다. 둘이 성별이 달랐으면 결혼이라도 시켰을 텐데. 영권은 딸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인공 폐 이식 수술을 받겠다.만식이 필립에게 통보하던 날 그 자리에 안나가 있었다. 필립은 인공 폐 이식 수술을 반대했다.-어떻게 그런 문제를 상의가 아니라 통보를 하는 것입니까?필립의 목소리가 컸다.-그 연세에 마취와 수술을 견딜 수 있을지, 수술하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 아닙니까?-아직은 견딜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지금 있는 폐로도 충분히 숨 쉴 수 있으신 것 아닙니까? 암에 걸린 것도 아니고 왜 멀쩡한 장기를 인공 장기로 바꾸려 하시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얼마나…….필립이 말을 덧붙였을 때 만식은 필립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제 말씀은 다른 뜻이 아닙니다.필립이 설명을 하려 했지만 만식이 말을 끊었다.-나가라. 여기서. 지금. 당장.필립은 방을 나갔다. 만식은 손을 더듬어 손에 잡히는 무언가를 방문 쪽으로 집어던졌다. 핸드폰이었다. 소파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른 만식은 곁에 서 있던 안나의 손을 잡아끌었다. 소파의 팔걸이에 걸터앉은 안나의 배를 쓰다듬다 안나의 허리에 머리를 기댔다.-우리 아기가 많이 놀랐겠구나. 미안하구나.안나가 만식의 아이를 가지게 된 것은 인공 장기들 덕분이었다. 그것들이 있어 만식은 안나를 만났고 안나를 안았다. 그것들이 없었더라면 살아있었을까? 젊은 안나를 상대로 무엇을 할 수 있는 신체적인 능력이 남아있었을까? 또한 그것들은 안나 뱃속 아기의 탄탄한 인생을 보장해 줄 것들이었다. 오십이 넘은 아들을 쫒아내고 아들의 머리 뒤로 핸드폰을 집어던질 수 있는 팔십 노인의 기세는 뱃속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나 스스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때까지 지속되어야 했다.-앞으로 사십 년은 더 살아야지. 우리 막내가 결혼할 때까지는 살아 있어야지. 인공 폐까지 달게 되면 가능할 게야.만식은 안나를 옆자리로 오게 했다. 오른손으로 안나의 머리 뒤 팔베개를 하고 왼손으로는 안나의 잠옷 상의의 단추를 풀며 안나의 귀에 속삭였다.안나가 가진 것 중 제일 좋은 것은 몸이었다. 균형 잡힌 몸매와 탄탄한 근육, 필요한 곳에 자리 잡은 적당한 양의 지방조직들. 아비와 어미가 안나에게 내려준 유일한 우성의 것들이었다. 안나는 좋은 몸을 보여주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남학생들과 오빠의 친구들로부터 제법 많은 구애를 받기도 했고, 그들 중 일부와는 사랑 비슷한 것을 해보기도 했지만 안나는 그 중 누구와도 미래를 약속하지 않았다. 그들의 숫기 어린 고백과 치기로 가득한 맹세들은 안나가 보기에는 너무 싼 것들이었다.또래의 남자들이 안나의 미래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안나가 벌어올 수 있는 약간의 돈과 몸을 원할 뿐이었다. 혼자 살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찌질한 인생 둘이 모인다고 더 나아지는 건 아니니까. 서로 원망이나 하겠지. 부둥켜안을수록 상처가 깊어지는 것, 난 싫어. 안나는 툭툭 던지듯 말하곤 했다./ 소설가 김강

2022-04-18

돈키호테를 위한 랩소디

돈키호테(Don Quixote)라고 하면, 우리는 바로 시대착오의 전형적인 인간을 떠올리곤 하지만,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1547~1616)가 1605년 처음 발표한 돈키호테의 1권 ‘기발한 이달고 돈키호테 데 라만차’는 말하자면 소설의 원형이자 현대적인 소설의 문을 열어젖힌 최초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아마 독자분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분도 계실지 모르리라. 아동문학전집이나 세계문학전집 사이에 끼워 있던 축약판의 돈키호테를 읽으셨던 분이거나, 비루먹은 말 로시난테를 몰아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기괴함을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하지만, 안영옥 선생님이 완역하여 ‘열린책들’에서 출판된 2권 합쳐 천 사오백 페이지에 육박하는 소설 돈키호테를 찬찬히 들춰본다면, 아마도 풍차를 향해 돌격했던 돈키호테의 호쾌함 속에 숨겨진 의미를 얼마간 짐작할 수 있을지도 모르리라.미겔 데 세르반테스는 1547년 스페인의 마드리드 근방에 있는 역사도시 알칼라 데 에나레스에서 태어났다. 그는 빚을 지고 재산을 압류당한 아버지때문에 도망다니고 감옥살이까지 하는 등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길가에 떨어진 찢어진 종이라도 주워 읽는 열렬한 독서광이었다고 하는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이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독서를 통해 접하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열광만이 그에게 유일한 위안이었을 것임은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이때 그는 당시 가장 유행했던 로망스 장르인 기사로망스를 탐독하고 또 탐독했을 것이다. 어느 시대건 이야기만이 비참한 삶을 위로해주는 유일한 열쇠이거니와 하물며 번쩍이는 은색 갑옷을 입고 적들과 싸워나가는 기사의 이야기가 삶에 지쳐있는 그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그러하듯이 말이다.사실, 소설 ‘돈키호테’에 등장하는 라만차 지역에 살고 있는 이달고라는 인물 역시 당시의 기사소설, 즉 기사 로망스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었다. 그는 이미 나이가 쉰에 가까운 인물이었지만, 1년 중 틈이 날 때마다 기사소설을 읽었고, 자신이 읽고 싶은 기사소설을 구입하고자 물려받은 수많은 밭을 팔아버릴 정도였다.인간은 누구나 낯선 체계와 질서를 갖고 있는 세계에는 자연스럽게 끌리기 마련이라지만, 그의 호기심과 도취는 정도를 넘어선 것으로 본래의 삶까지도 내버리고 이야기 세계에 몰입해 있었다. 나아가 그는 단지 이야기 세계에 몰입해 있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 그 이야기 세계로 나아가고자 했다. 그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칼과 창과 투구를 손질하고, 피부병에 걸리고, 삐쩍 마른 말이나마 챙겨서 ‘로시난테’라고 명명하고,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 세계 속 기사들의 위대한 이름을 본떠 ‘돈키호테 데 라만차’라고 붙였다.이 위대한 시작이 바로 ‘돈키호테’라는 신화의 탄생에 해당한다. 그는 스스로 객줏집의 주인을 졸라 그로부터 기사서품을 받고 자신을 기다리는 모험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을, 말하자면 메타버스의 세계 속으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를 둘러싼 세계는 귀족과 기사, 모험과 낭만이 넘치는 곳으로부터 시장과 학교에서 부르주아들이 득세하는 곳으로 넘어가 버렸던 것이다.돈키호테의 모든 행동들이 우스꽝스럽게만 여겨지는 것은 그 세계가 이미 단일한 유니버스가 아니라 쪼개진 세계, 혹은 이미 변화가 일어난 세계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돈키호테’는 스스로를 제물로 하여, 기사로망스가 상징하는 한 시대의 가장자리의 봉합선 바깥쪽을 뒤집어 보여준 것이다. 어쩌면, 우리 세계에 우스꽝스러운 돈키호테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의미는 시대가 변화해가고 있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홍익대 교수

2022-04-18

능동감시 vs 수동감시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코로나19와 관련한 용어 가운데 능동감시와 수동감시의 차이는 뭘까. 우선 수동감시 대상자, 능동감시 대상자는 모두 자가격리에 해당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은 가능하나 수동감시 대상자는 스스로 임상증상을 체크하는 것이고, 능동감시 대상자는 전담 담당원이 배정돼 증상에 관해 유선체크를 하는 게 차이다.감시 강도는 자가격리>능동감시>수동감시 순이다. 여기서 자가격리는 환자가 자기 집에서 알아서 외출을 금하고 외부 접촉을 삼가는 경우를 가리킨다. 가족과도 접촉을 피하고 불가피한 경우 얼굴을 맞대지 않은 채 서로 마스크를 쓰고, 2m 이상 거리를 두는 것이 권유된다.능동감시는 국가에 의해 시설에 격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 보건소로부터 상태 등을 확인받는 것이다. 중국 우한에서 입국했으나 증상이 조사대상 유증상자에 맞지 않거나, 확진환자와 접촉한 사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수동감시는 능동감시와 자가격리보다 낮은 감시 수준이다.대상자가 코로나 확진자 밀접접촉시에 자가격리 대신 실시하는 것으로 코로나19 증세가 있으면 스스로 거주지 보건소로 연락해 관할 보건소가 제시한 권고 및 주의사항을 자율적으로 지키면서 코로나19 감염방지에 애쓰는 것을 말한다.일정기간 동안 본인 건강상태 직접 모니터링, 증상이 있는 경우 검사받기, 외출 자제 및 생활수칙 준수하기 정도다. 또 출근하거나 불가피하게 외출할 경우에는 KF94 마스크를 상시 착용하고, 감염위험도 높은 시설방문을 피해야 하며, 코로나 19의심증상이 생기면 반드시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코로나19의 박멸이 어렵다면 코로나19와 동행하는 세상의 생활수칙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을 듯 싶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4-18

자동차 정비점도 없는 오지로 전락할 영양군

영양군에 하나 남아있던 현대자동차의 서비스 협력업체인 블루핸즈 영양점이 6월이면 문을 닫는다고 한다. 지난해 기아자동차 정비서비스 협력업체인 오토큐 영양점이 간판을 내린 데 이어 현대차 서비스점도 없어지게 돼 이제 군민들은 간단한 차량 점검을 받으려 해도 인근 청송군이나 안동까지 왕복 50∼100km 되는 거리를 운전해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됐다. 영양군 소재 블루핸즈는 지난 2003년부터 19년간 지역의 현대자동차의 리콜대상 차량과 일반정비 AS를 도맡아 운영해 왔다. 그러나 지난 2년여 지속된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격히 떨어져 계약해지 대상업체로 전락하게 된 것이 문을 닫는 이유다. 매출감소로 현대자동차 블루핸즈에 내야하는 가맹비와 환경시설개선 부담금을 감당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문을 닫아야 하는 경제적 측면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가 아니다.그러나 영양군 내 1만여대의 차량들이 점검과 수리에 있어 불편을 겪어야하는 군내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하는 방법도 당연히 검토되는 것이 옳다. 영양점 관계자는 “오지라는 지역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고 대도시와 똑같은 가맹비와 환경시설개선 부담금을 내야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하고 있다.현대자동차 블루핸즈는 현대차의 공식 협력서비스업체다. 전국에 1천300여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방대한 네트워크를 통해 가장 가까운 곳에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블루핸즈 영양점의 폐쇄에 앞서 지역사정을 고려한 회사 차원의 대책이 별도 있어야 하며 지자체도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영양군은 섬지역인 울릉도를 제외하면 경북도내 최고 오지마을이다. 2004년에는 도로 신호등이 단 하나만 있던 곳으로 문명의 혜택을 덜 받은 곳이다. 지금도 경북도내 시군 가운데 소멸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돼 군의 존폐를 걱정하고 있는 곳이다.군민들은 농촌 특성상 고령의 운전자가 많고 농사철이 본격화되면 수리를 위한 장거리 운전으로 인한 불편이 뻔하고 사고도 우려된다며 벌써 걱정이다. 농촌지역 소비자에게 돌아올 불이익에 대한 보상 차원의 특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2022-04-18

경북과 전남 광역의원 수가 왜 똑같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15일 제8회 전국 동시지방선거 시·도의회의원(광역의원) 선거구 총 정수를 현행 690명에서 729명으로 증원하는 선거구 획정 개정안을 발표하자 경북도의회가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각 시·도별 선거구 획정에서 경기는 12석, 강원은 3석, 충북은 2석, 충남은 5석, 전남은 3석, 경남은 6석 등이 늘었지만, 경북은 1석만 증원됐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광역의회 의원정수는 각 의회의 의원수 14% 범위 안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는데, 이번 선거구 획정에서는 조정범위를 충남 19.4%, 경남 16%, 전남 14.6%까지 확대했지만, 경북은 고작 10%의 조정비율을 적용해 1석만 증원한 것이다. 경북도의회는 “3석이 늘어난 전남은 인구수 183만명, 시·군수 22개, 면적 1만2천348㎢인 반면 경북은 인구수 263만명, 시·군수 23개, 면적 1만9천34㎢인 점을 볼 때 1석 증원은 엄연한 지역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정수조정으로 두 지역은 광역의원 수가 55석으로 같게 됐다.경북도의원 선거구별 정수조정내용을 보면, 포항은 8석에서 9석으로 조정됐다. 장량동이 장성·양덕동으로 갈라져 양덕·두호·환여동 1석, 장성동 1석으로 변경됐다. 구미는 6석에서 8석으로, 김천은 2석에서 3석으로 늘어났다. 반면 청도, 성주, 울진은 각각 1석씩 줄어들었다. 선거구가 줄어든 지역의 경우 지방선거를 40여일 앞두고 대혼란에 빠졌다. 세 곳 모두 현재 2개 선거구별로 후보들이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상태인데 갑자기 선거구가 없어진 것이다. 국회 정개특위의 선거구획정이 늦어졌기 때문에 생긴 일들이다.광역의회는 국회가 수행하는 기능과 유사한 기능을 지방 정부에서 수행하기 때문에 선거구별 민의를 대변하는 도의원들의 숫자는 상당히 중요하다. 국회와 마찬가지로 다수결 원칙으로 안건을 처리하기 때문에 의원 숫자에서 밀리면 해당 지역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지방의원 숫자를 부당하게 줄이는 행위는 해당 주민들의 권리를 뺐는 것과 마찬가지다.

2022-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