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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인구가 늘어나는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재훈 영주 부시장 도시에 대한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수도권의 인구 밀집과 대비되는 지방 소멸의 가속화, 전 지구적인 환경오염과 그에 따른 기후 위기, 재난 등 복합적인 문제들이 대두하고 있다. 이제 도시는 스스로 지속 가능한 발전시스템을 마련 해나가야 한다. 무조건적인 개발에만 몰두한 결과 현재의 모습이 만들어졌듯, 지금 우리가 하는 준비에 따라 미래의 모습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1월 포브스가 GDP와 군사력, 외교적 영향력 등 국가의 경쟁력을 토대로 발표한 ‘2025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순위’에서 6위를, 경제 규모에서는 12위를 차지했다. 눈부신 성과다. 하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어떨까. 대한민국은 2024년 기준 총인구 약 5200만 명을 기록해 전 세계 인구 순위에서 20위권에 간신히 이름을 올렸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경제와 인구가 무슨 상관인가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구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 경제 동력이자 사회 구조를 지탱하는 핵심적인 요소이기에 어쩌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현재 대한민국은 합계출산율 0.7명을 기록하고 있고,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는 19%에 달하고 있는 등 인구 전망이 밝지 않다. 경제 대국, 문화 대국 대한민국은 한국인 특유의 집념과 지혜가 만들어 낸 결과지만, 인구가 지금의 추세대로 지속적으로 감소 된다면 10년 후 대한민국의 모습을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영주시를 비롯한 전국의 모든 지자체는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다행히 조금씩이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거두고 있는 지역이 나타나고 있다. 영주시도 그중 하나다. 영주시는 10년간 감소세를 이어오던 지역 출생아 수가 증가세로 돌아서는 경사를 맞이했다. 지난해 지역 출생아 수는 330명으로 전년 대비 18명 증가했다. 어떻게 보면 작은 숫자라 할 수 있지만 최근 10년간 감소세를 이어오던 출생아 수가 처음으로 증가세로 전환된 것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동안 시는 국립산림치유원과 연계한 ‘너를 기다리는 설레임(林)’ 숲 태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가임기 여성부터 출산 가정까지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또한 임산부 교실을 운영해 안전한 임신과 건강한 출산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며 육아 준비를 돕고, 지역 임산부와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산전검사(혈액검사·소변검사 등)를 지원하는 등 건강한 임신·출산 환경 조성에 힘을 기울였다. 특히 출산 가정을 위한 경제적 지원을 대폭 확대해 둘째아 이상 출산 가정에는 국민행복카드를 활용한 첫만남이용권 30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 밖에도 도내 최초로 산후 조리비 100만 원과 출생 축하금 50만 원을 지급하고, 첫째아 월 20만 원(12개월), 둘째아 월 30만 원(24개월), 셋째아 이상 월 50만 원(36개월)의 출생장려금을 차등 지원해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지역 출생아 증가가 단순히 우수한 출산 정책 때문만은 아니라 생각한다. 영주시의 인구 증가를 위한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보다 지역경제의 회복과 발전에 방점이 찍혀 있다. 양질의 일자리와 우수한 주거환경, 경제 성장이야말로 최고의 복지이자, 인구 증가에 필수 요소기 때문이다. 영주시는 최근 몇 년간 영주 첨단베어링 국가산업단지 지정 승인, SK스페셜티 5천억원의 투자유치 협약체결 등 가히 ‘역대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의미 있는 성과를 많이 거뒀다. 영주시가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인구와 자본의 수도권 집중이라는 위기에 맞서 일자리와 삶의 질이 보장되는 경쟁력 있는 지자체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 지역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기에 나선 땀의 결과다. 영주시는 지금까지 이뤄온 경제적 성장과 우수한 출산, 보육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단순 출생아 수 증가에 그치지 않고, 경제 인구와 생산인구 증가까지 이룰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방침이다. 떠났던 인구가 돌아오는 도시, 지역형 인구 증가 모델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쉼 없이 관련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등 경제적 기회, 문화적 풍요, 사회적 연결망을 결합한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떠났던 청년들이 돌아오는 도시로, 새로운 기회의 장이자 희망을 상징하는 도시 영주를 위해 시민과 함께 힘을 모아 나갈 것이다.

2025-03-16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

김규인 수필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삼 년 넘게 계속된다. 양쪽의 인명피해는 너무나도 크다. 전쟁을 피해 우크라이나를 떠난 사람도 많다. 우크라이나 국토는 부서지지 않은 곳을 찾기가 어렵다.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는 우크라이나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어 보인다. 트럼프의 휴전 제안은 자유를 열망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국방부 장관은 종전 조건을 내놓는다. 우크라이나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반대, 2014년 이전으로 영토 복귀 불가,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의 미국 참여 불참 등을 꼽았다. 휴전을 제안하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무기 공급마저 중단한 입장에서 러시아는 답답할 게 없다. 현재의 전황은 러시아에 유리하다. 러시아 내의 쿠르스크 지역 3분의 2를 되찾았고,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 군인은 고립된 상태다.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전쟁도 러시아가 유리하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전쟁 비용을 정산하라며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절실히 필요한 안전보장은 제시하지 않고, 5천억 달러라는 전쟁 비용을 요구한다. 이를 거부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무기 공급을 전면적으로 중단한다. 무기를 공급하며 응원해 주어도 힘든 싸움을 외면하며, 철저히 자국의 이익만을 챙기는 것 같아 씁쓸하다. 협상카드로 내민 우라늄, 흑연, 리튬 등 우크라이나의 천연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공동 투자 건도 미국의 양보를 얻을 수는 없었다. 우크라이나의 운명이 걸린 문제를 강대국인 미국은 철저히 사업으로 인식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미국의 마음을 돌릴 카드 하나 없는 우크라이나의 현실이 슬프다. 그런데 이게 남의 일 같지 않다. 사업가 출신 트럼프 생각은 국익 앞에 동맹도 약소국도 없다. 철저하게 주고받는 계산기만 놓여있다.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 바닥까지 뒤져서라도 이익을 챙기고야 만다. 상도의도 서로 체결한 FTA도 무용지물이 된다. 막무가내식의 운영이 다른 나라를 옥죄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불똥이 튀었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로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에서는 대비책을 세우느라 바쁘다. 미국은 반도체에 대해서도 관세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타국으로의 시장 개척은 쉽지 않고 고민 속에 시간만 흘러간다. 세계 제1의 경제 대국,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세계 경제를 검은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다. 하지만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국가의 모든 시설이 붕괴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트럼프의 철저히 계산적인 태도를 보면서 미국의 관련자를 만나 협상하고 미국 경제에 필요한 우리의 산업을 이야기하고 잘못 인식한 통계는 바로 잡아야 한다. 고율 관세로 미국의 물가 상승이 심상치 않다. 어쩌면 미국 국민에 의하여 이 고통스러운 정책은 멈출지도 모른다. 국민의 인기를 잃은 대통령이 끝없이 정책을 들고 나갈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날이 올 것이라 믿으며 우리는 최선의 노력으로 버텨내야만 한다. 지금은 살아남는 게 중요한 시점이다.

2025-03-16

다정함보다 예의를

유영희 덕성여대 교수·평생교육원 다정함을 강조하는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만 해도 벌써 세 권이나 된다. 며칠 전 김민섭의 ‘다정함이란 거래가 아닌 삶의 태도’라는 칼럼을 읽고 검색해서 알게 된 것이다. 이 칼럼에서 김민섭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다정하게 대하면서 상처받지 않게 되면 계속 다정할 수 있다고 한다. 개인의 선한 의지를 강조하는 이런 태도가 얼마나 설득력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가 제시한 근거를 보면 그 의문은 더 커진다. 8살 딸이 친구에게 선물을 주고 자기는 받지 못했다고 슬퍼할 때 친구가 즐거워했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를 바라고, 어느 기업의 신입사원이 낯선 할아버지의 부탁으로 밥도 사주고 홍삼도 사줬다가 그것이 그 할아버지의 상술이라는 것을 깨닫고 배신감을 느꼈다고 했을 때도 정확하고 성실해야 한다는 단서를 붙이면서 남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계속 다정하게 살기를 바란다. 이렇게 다정함을 강조하게 된 이유는 우리 사회가 너무 살벌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중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은 조금만 잘못해도 혐오 발언이 쏟아지고 사회적 재난에 희생당한 사람에게도 조롱의 댓글이 달린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다정함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회복시켜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출간 시기를 기준으로 처음 나오는 몇 권이 모두 번역서라서 원서 제목들을 확인해보았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서 다정함은 ‘friendliest’다. 동물을 포함하여 친화력이 좋은 생명체가 생존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의 원제는 ‘이타적 충동’이다. 사람들이 자기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상황에서 남을 돕는 행동을 분석한 책이다. 김민섭이 말하는, 상대에게 바라지 않는 마음으로 행하는 다정함과는 거리가 있다. 그나마 ‘kindness’를 부제로 쓴 ‘다정함의 과학’이 우리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조금이나마 관계가 있다. 원서 제목이 ‘토끼 효과’인 이유는 실험실에서 진심으로 돌본 토끼들은 다른 토끼와 똑같은 고지방 사료를 먹어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다는 연구 결과에 착안했기 때문인데, 건강을 위해서는 영양과 의료로는 부족하고 일대일의 인간관계부터 사회적 돌봄까지 여러 수준의 진정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누구에게나 다정함을 발휘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는 다정함을 아주 가까운 사이에서 나누는 감정으로 자주 쓰기 때문이다. 두루 쓸 수 있는 표현으로는 다정함보다 예의가 더 적절하다. 예의는 형식적인 태도가 아니라 가까운 사람에게는 다정하게, 먼 사람에게는 상냥하게 대하는 ‘정확하고 성실한 태도’이다. 끝내 딸이 아빠의 조언을 수용하지 못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친구란 상대가 즐거운 것으로 만족하는 관계가 아니다. 답례하지 않는 친구는 손절하라는 조언이 딸과 친구를 위해 건강하다. 낯선 할아버지의 청이 지나쳤는데도 해준 것은 시혜의 기쁨을 위한 것이었을 뿐 다정함도 아니다. 예의에 맞을 때 상처도 덜 받고 오래 할 수 있다. 혐오와 반목이 가득한 우리 사회를 치유할 수 있는 마음의 태도는 다정함보다는 예의라는 절도 있는 태도다.

2025-03-16

화이트데이, 파이데이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3월 14일은 ‘화이트데이’이다. 굳이 ‘하얀날’이라 하지 않는다. 남자가 마음에 있는 여자에게 달콤한 사탕을 선물하는 날로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기념일로 자리 잡고 있으며, 1980년대 일본 제과업체의 마케팅 전략으로 탄생하였고 한국, 대만, 중국 등 동아시아 여러 나라로 퍼져나갔다는 것이다.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때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며 사랑을 다져갔다는 사연과 짝을 이루는 날이지만 우리 조선 시대에도 처녀와 총각의 사랑 나눔 날이 있었다. 가을에 노랗게 익은 은행알을 주워 보관해 두었다가 경칩 날에 함께 까먹으며 은행나무 주변에서 사랑을 확인했다고 한다. 암수 나무가 서로 가까이 있어야 열매를 맺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러한 사랑의 봄날에 미세먼지가 하늘을 덮더니 주말엔 중국과 몽골 사막에서 발생한 황사가 북서풍을 타고 와서 온 천지에 누렇게 흙먼지 뿌리고 대기의 질을 나쁘게 할 것이라는데 화이트데이에 황토 먼지(yellow dust)를 뿌리게 되면 봄 내음이 달콤한 사탕을 선물하며 사랑을 고백하려는 청춘남녀가 흙비에 젖게 되지는 않을지…. 이날 인연을 맺지 못하면 다음 4월 14일 솔로(solo)들은 흑갈색 짜장면을 먹게 되는 ‘블랙데이’의 외로움을 맛보게 된다. 4월에도 짝을 찾지 못하면 5월 14일 ‘옐로우데이’에 노란 카레를 먹으며 연애운을 빌어야 하는가…. 이날은 또 ‘로즈데이’라고도 하니 예쁜 장미 한 다발 주고받으며 사랑스러운 날을 보내야겠지. 이렇게 언제부턴가 매달 14일을 특별한 날로 정하고 젊음의 연애문화를 즐기는 독특한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른바 ‘포틴데이(14일)’ 문화다. 즉, 1월 다이어리데이, 6월 키스데이, 8월 그린데이, 10월 와인데이, 12월 허그데이 등이 있고, 또 같은 숫자가 중복되는 3·3 삼겹살데이, 4·4 클로버데이, 6·6 고기데이, 8·8 라면데이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11·11 빼빼로데이까지…. 이러한 비공식 기념일은 상술의 한 방편이겠지만 소비자와 관련 기업의 상호 작용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자발적 참여문화가 그 기반에 깔려있으며, K-팝 K-드라마 같은 대중문화 영향이 크고 소비도 촉진시키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경상도 사투리로 한마디 던져본다, “기념일 참 많데이!” 또 3월 14일은 2019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수학의 날’이기도 하고 ‘파이데이’(π day)라고도 한다. 원의 지름과 원둘레 간의 기본 상수인 원주율 3.1415와 같기 때문이다. 이날 각급 학교에서는 갖가지 수학 관련 행사로 학생들의 창의력을 길러주기도 하고, 또 그 발음이 둥근 빵 파이와 같아서 파이데이(pie day)라고 하여 파이 나누어 먹고 파이 굽기 대회도 하며 3·14마일 달리기도 한다니 참 재미있는 날이다. 희한하게도 이날은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생일이기도 하다. 이 나라는 여전히 뿌연 하늘 아래 앞길이 잘 보이지 않은 듯 헤맨다. 황사를 뒤집어쓴 듯 마음을 덮는 무기력과 우울감을 극복하고 싱그러운 봄의 맑은 화이트데이를 만끽하려면 파이 대신에 파릇한 봄나물 캐서 전을 부쳐 먹으며 햇볕도 쬐고 행복 호르몬을 많이 만들어 봄을 타지 않아야 한다.

2025-03-13

진정 성공한 삶

노병철수필가 사람들은 살면서 환경 탓을 많이 한다. 아버지가 재벌이었으면, 아니 어머니가 재벌 집 무남독녀라는 설정도 괜찮다. 그랬다면 자기 인생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워낙 없는 집에선 몸뚱이만으로 어떻게라도 해서든지 난국을 헤쳐 나가야만 하는 사람에겐 절실함이 생긴다. 그래서 부자 부모에게 집이라도 하나 얻은 친구와 월세방에서 시작하는 사람은 출발선부터 다르다. 경상도에선 “새가 빠진다.”라는 말이 있다. 정말 뭐 빠지게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 그렇다 보니 나이 먹을수록 남는 것은 악다구니뿐이다. 행복을 느낄 수 없는 삶의 연속이었다. 충혈된 눈으로 반항적 기질만 쌓이고 만다. 젊은 시절, 내가 본 책 중에는 성공한 사업가의 책이 대부분이었다. 성공한 사람들이 한없이 부러웠고 성공에 대한 이유를 알고 싶었다. 여기서 성공이란 돈 많이 버는 것이 성공이라 생각했다. 성공은 곧 돈이 많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얼마나 단순한 논리인가. 머리가 나쁜 것은 여기서도 표시 난다. 그들의 인생관을 보는 것이 아니라 돈 버는 탁월한 기술이 무엇인지만 열심히 뒤졌다. 근면 성실 그리고 절약만이 최선이 아니란 생각이 어슴푸레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느 분야에서든 세계 수준의 전문가, 즉 마스터가 되려면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1만 시간은 대략 하루 4시간, 일주일에 28시간씩 7년간 연습해야 하는 시간이다. 노력하지 않으면 전문가가 절대 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전문가가 되기 위해 그렇게 피곤하게는 살고 싶지 않았기에 좀 더 손쉽게 돈 벌 궁리만 했다. 1만 시간의 노력은 그냥 우리가 늘 들었던 근면, 성실 이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와 닿지 않았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는 정도는 안다. 사람은 주제파악이 중요하다. 따라서 1만 시간을 아무리 노력해도 자기보다 머리 좋은 사람을 당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안다. 자신만 죽어라 하면서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사 하나가 빠진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남들도 나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그들은 나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달린다는 생각을 왜 못하는지 모르겠다. 수백 권의 책을 독파하면서 겨우 하나 건진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선 ‘운’이 따라야 한다는 말이었다. 아무리 머리 좋은 인간도 복 많은 인간을 따라갈 수 없다는 말에 나의 전두엽이 빠르게 다가간다. 그렇다. 조건이 충분하지 않는 사람이 살 길은 ‘복’이었다. 결론은 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어차피 성공이란 단어는 비교 대상이 필요조건이라는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남들보다 성공한 삶을 살기 위해선 이것저것 어렵게 따지지 말고 자기가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진정으로 즐길 때 행복감을 느끼게 되고, 이 행복감이 성공이라는 이야기다. 이 말인즉 성공이란 단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기준으로 정해진다는 말이다. 돈이 많아도 불행한 삶을 산다는 것은 결코 성공한 인생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결론은 삶의 질이다. 행복도 복인데 복 받는 인생을 살기 위해 즐기는 삶을 찾아본다.

2025-03-13

우정구 논설위원 봄의 절기로 입춘(立春)이 있지만 실제로 봄기운을 느끼는 시기는 경칩(驚蟄)부터다. 얼음이 녹아 내린다는 우수(雨水) 다음에 오는 경칩은 개구리가 놀라서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때다. 농부들도 이때부터 농사 준비에 들어가는 시기다. 기상학적으로는 3월 중순부터 5월 하순까지를 봄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이제 5월은 더 이상 봄이라 보기가 어렵다. 3월 중순에 들어선 지금 산천 곳곳에서 봄기운을 받은 꽃들이 벌써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이번 주 들어서는 낮 기온도 18도까지 올라서니 겨울이 저만치 멀리 가버린 듯하다. 봄은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의 계절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사람들도 가슴을 활짝 펴고 따뜻한 햇볕의 봄기운을 만끽한다. “겨울이 가고 봄날이 왔다”는 말은 고생이 끝나고 행복한 날이 시작됐다는 뜻으로 통용된다. 젊음을 뜻하는 청춘의 춘(春)은 봄이다. 인생의 황금기인 청춘에 춘 자가 들어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사람들은 이름에도 춘 자를 넣고 혹은 봄 자를 그대로 쓰기도 한다. 봄 그 자체가 신선하고 희망적으로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의 봄이나 프라하의 봄처럼 정치에서 봄은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다. 봄은 젊음이자 희망이요, 변화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표징이라 하겠다. 지루했던 겨울이 끝나고 봄이 돌아왔다. 한 시인은 “봄이 오면 겨울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교훈을 기억하라”고 말했다. 겨울 동안 힘든 시간을 견디어 내면서 배운 것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한다는 뜻이다. 정치적으로 대혼란기에 맞은 올해의 봄에는 모두가 지난 날을 기억하며 희망을 노래했으면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3-13

난민유치 카드 꺼내든 영양, ‘인구절벽’ 어쩌나

영양군이 지난 12일 유엔난민기구(UNHCR)를 통해 미얀마 난민 40여 명(10가구)을 데려와 정착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벼랑 끝에 다다른 인구절벽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선 단 한 사람의 인구유입도 절실하기 때문이다. 영양군은 그동안 직원들의 가족과 친척, 친지 주소 이전운동을 지속적으로 펴는 한편, 최대 1억원이 넘는 출산 지원금에다 결혼지원금까지 대폭 늘렸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내지 못했다. 영양군 인구는 지난 연말 1만5328명으로 울릉군을 제외하고 전국 자치단체 중 꼴찌다. 노령화 속도에 비해 출생아수가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영양군의 출생아 수는 2023년 30명까지 줄었다. 언제 아기 울음소리 없는 자치단체가 될지 모른다. 반면, 매년 사망자 수가 평균 250여 명에 달한다. 고령화율이 지난해 43.1%까지 치솟았다. 영양군이 이번에 난민 유치를 추진하는 것은 그야말로 고육지책이다. 미얀마는 현재 내전 장기화로 난민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UNHCR가 운영하는 난민촌에서 생활한다. 한국 망명을 희망하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만약 UNHCR가 영양군의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영양군은 별도의 심사를 거쳐 대상자를 선정할 수 있다. 2023년까지 국내에 입국한 정착 난민은 모두 248명이다. 영양군은 과거에도 북한 이탈주민을 위한 정착촌 운영 아이디어를 냈지만, 사업비 확보를 못해 포기했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인구감소를 막을 수 있다면 어떤 방법이라도 써보겠다”고 했다. 경북도내는 현재 영양을 비롯해 고령·청송·봉화가 인구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도 기초자치단체 5곳 중 1곳의 연간 출생아수가 100명을 넘지 못한다. 비수도권 인구소멸이 발등에 떨어진 불임을 실감케 한다. 인구소멸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특정 자치단체가 어떤 충격적인 방법을 쓴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정부가 ‘수도권 일극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해법을 내놔야 한다.

2025-03-13

북극항로 시대 포항시 주도의 새역사 만들길

북극항로 개척이 지역경제 볼륨을 높일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북극항로 개척은 10여 년 전부터 이미 포항시가 북방경제 거점도시를 자처하면서 사업 구상을 밝힌 바 있는 프로젝트다. 그러나 이후 추진 동력이 떨어져 현재까지 구체적인 실행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부산시가 북극항로 개척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부산을 북극항로 허브도시로 키우겠다고 밝힘으로써 북극항로 개척이 지역경제계의 새로운 관심사가 되고 있다. 북방경제 개척에 일찌감치 관심을 보였던 포항시는 12일 영일만항에서 이와 관련한 관계기관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서 포항시는 “경북도와 협력해 북극항로 개척에 대비해 영일만항을 환동해권 핵심 물류항만으로 도약시킬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직을 만들어 관련 조례를 제정해 영일만항이 북극항로 전진기지화 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이 보다 앞서 부산시는 지난 2월 전담조직(TF)을 만들어 부산을 북극항로 허브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안 마련에 들어갔다. 포항과 부산이 북극항로 개척에 따른 경제적 이득 선점을 위해 경쟁구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선의의 경쟁은 오히려 바람직하다. 북극항로 개척은 북극해를 통해 새로운 해상운송 경로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 경로는 기존의 수에즈운하를 경유하는 경로에 비해 거리가 짧아 물류비용이 절감되고 탄소배출을 줄이는데도 도움이 된다. 특히 북극항로 개척으로 경로가 주는 효과 말고도 이에 따른 경제유발 효과가 상당하다. 새로운 시장 개척은 물론 북극지역 경제 활동을 촉진시킴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가 탄생하게 된다, 선박 등의 항만 이용증가와 고용인력 창출 등 엄청난 경제적 효과가 항만도시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포항은 영일만항을 가진 경북 유일의 항만도시로 영남권의 해상물류를 담당한다. 아직은 부족한 영일만항의 인프라를 확대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 북극항로 개척으로 발생하는 수요에 적합한 항만 시설 개선도 서둘러야 한다. 북극항로 전진기지로서 충분한 역량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2025-03-13

강남스타일·수성스타일·영일만 스타일

신광조​​​​​​​사실과 과학 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광주 상무 신도심에서 가장 잘나가는 성형외과나 치과는 병원 이름에 뉴욕이나 파리보다는 강남이 하나 붙어야 한다. 외국어학원은 더 하다. 나는 늘 전복적(顚覆的)인 사고를 한다. 출세는 크게 못했지만, 공무원 아이디어 황제로 자타가 인정했다. 항상 다른 사람과 다른 독창적·창조적·혁신적 사고로 승부한다. 내 존재의 이유이자, 살아가는 사유다. 중앙부처에서 근무하면서 정책을 입안해 전국에 자신의 정책이 시행되는 것을 보면 황홀하다. 그러나 수도권에 뒤져있는 지방의 발전을 위해 땀과 눈물을 흘리며 선두를 추격하는 것도, 찬란한 보람과 기쁨을 준다. 늘 역전을 꿈꿨다. 한순간도 소홀히 보낼 수 없다. 나의 업무일지 첫 페이지에는 ‘지방의 반란’을 꽃피우기 위한 다짐이 묘비명처럼 새겨져 있다. 격차는 갈수록 더 벌어져 수도권 집중은 일극화로 귀결되어갔다. 문화예술 한 분야만이라도 서울과 맞장 뜨고 싶었다. ‘문화수도 광주’ 기치를 내걸고 매달렸던 이유였다. 작년도 프로야구 코리안 시리즈 챔피언 전에서 기아와 삼성의 대결 정도가 지방의 분발이 있는 정도였다. 지방은 2류부터였다. 훨씬 더 잘할 수도 있는, ‘살기 좋은 지역풍경 만들기’나 주거정책 등도 수도권에 뒤졌다. 지방은 패배의식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었다. 2021년 경남 함양군에서 뜻있는 사람들이 ‘농촌유토피아’ 사업을 벌여 도농상생 발전 길을 열고 농촌지역 재생의 희망에 불붙인다는 소식을 접하고 광주에서 진주까지 초고속으로 달려가 보기도 하였으나 꽃피우지 못하고 시들하다. 지방반란 불씨를 찾고 있던 나에게 희망의 모닥불이 보였다. 하나는 2025 대학입시에서 경신고의 기적과 같은 성과다. 서울 강남8학군 학부모들의 엄청난 교육경쟁 몰입을 따돌렸다. 대학입시 레드 카펫으로 등장한 의예과에 75명 등 의학계열 합격자 수만 105명이다. 강남의 학부모들도 대구의 반란이 범상치 않음을 간파하고 정보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신고 외에 경북고·대륜고·덕원고·능인고 등 대구 2학군은 강남 8학군 못지않은 입시성적을 내고 있다. 서울에서 전학 올 조짐이다. 성적 지상주의 대학입시 제도를 비판하는 입장이지만, 입시제도가 전면 개혁되지 않는 한, 주어진 제도에서 승자가 되고 보아야 한다. 강은희 대구시 교육감을 비롯한 대구고교 교장단과 교사 등 교육관계자, 그리고 학부모와 학생, 수성구에 있는 학원선생님들까지 GRIT(성장성취 동기·재충전과 회복능력·학습의욕·끈기)가 충만하지 않고는 이룰 수 없는 승리다. 둘째는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국내 도시 선정에서 전주가 서울을 제친 것이다. 막강한 서울을 이기기 위해 전주를 중심으로 전주 대구 광주 대전이 연합전선을 폈다. 홍준표 대구 시장은 전주 홍보 영상에 출연, 강한 경상도 액센트를 과시했다. 아름다운 일이다. 지방의 반란은 모든 분야에서 계속되어야 한다. 수도권 중심으로 형성된 반도체 벨트를 시스템 반도체는 영호남 라인으로 하강시켜 구축하는 대반란을 꿈꾸고 있다.

2025-03-13

병란에 ‘솔 송(松)’ 자를 피하라

1592년에 일어난 임진왜란은 7년 동안 조선을 유린했다. 전쟁의 와중에서 백성들은 난리를 피할 수 있는 곳을 찾게 되었고, 어디가 안전하다는 속설이 유언비어처럼 퍼지기도 했다. 그 중에도 특히 ‘솔 송(松)’자가 들어있는 곳이 안전하다는 설이 힘을 얻었는데, 포항지역의 경우 기북면 송을곡(松乙谷)과 죽장면 송내동(松內洞)이 대표적이다. 송을곡은 지금의 기북면 덕동마을의 옛 지명으로, 임진왜란 때 참전하여 큰 공을 세운 농포(農圃) 정문부(鄭文孚)가 이 속설에 따라 자기 식솔들을 이 마을에 피란시켰다고 전해진다. 송을곡은 우리말 지명 ‘솔골’의 이두식 표기이다. ‘솔’의 뜻을 나타내는 부분인 ‘松’과 받침 ‘ㄹ’음을 표시하는 ‘乙’을 써서 ‘송을(松乙)’로 하고, ‘골’은 ‘谷’으로 표시한 것이다. 전쟁이 끝난 후 정문부가 고향으로 이사할 때 손서인 사의당(四宜堂) 이강(李堈)에게 재산 일체를 양여하면서 오늘날 여강이씨 중심의 덕동이 된 것이다. 송내동은 지금의 죽장면 입암리에 위치한 자연마을로 임진왜란 때 동봉(東峰) 권극립(權克立), 여헌(旅軒) 장현광(張顯光) 선생 등이 피란차 들어와 살았던 곳이다. 권극립 선생이 영천에서 이곳으로 이주해 온 것은, 임진왜란 때 가장 안전한 피난처는 지명에 ‘솔 송(松)’자가 들어있는 곳이라는 속설을 믿었기 때문이라 하며, 그런 곳을 찾다보니 영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송내(松內)’라는 데가 있음을 알고 이곳으로 들어왔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임진왜란 때 나돌았다는 속설인 “난리가 났을 때 가장 안전한 피난처는 ‘솔 송(松)’자가 들어있는 곳”이란 말의 근거가 무엇인가 하는 부분이다.‘솔 송’자가 들어가는 지명은 전국적으로 꽤 많다. 고려의 도읍지인 송도(松都)가 있는가 하면 청송(靑松) 같은 고을도 있고, 마을까지 거명하자면 부지기수다. 그 근거를 암시하는 말이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고전소설 임진록(壬辰錄)에 나온다. “이 때 왜장 소서가 바로 군사를 몰아 강원도로 향하더니 왜국에서 소서의 매씨(妹氏) 편지가 왔거늘, 하였으되 ‘제번(除煩)하고, ‘소나무 송(松) 자’가 있는 곳을 가지 말라. ‘송 자’ 있는 곳을 가면 대패할 것이니, 부디 가지 말라.’ 하였거늘, 청송(靑松)과 송도(松都)를 가지 않고 강원도로 들어가 강원 감사 이래(李來)와 평안 감사 이공태(李公太)를 버히고, 그 골 기생 월천(月川)은 천하의 절색이라 죽이지 않고 첩을 삼아서 주야로 연관정에 놀아 풍류로 세월을 보내더라.” 임진록에 의하면 소서행장(小西行長, 고니시 유키나가)의 매씨(여동생)가 오빠에게 편지를 보내 “‘솔 송(松)’가 있는 곳 가지 말라, ‘송 자’ 있는 곳을 가면 대패할 것이다.” 라고 했고, 소서행장은 매씨의 충고에 따라 청송이나 송도 같은 ‘솔 송’ 자가 들어 있는 곳을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고전소설이 그렇듯이 임진록도 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면, 당시에 ‘솔 송’자가 있는 곳을 피하라는 참언(讖言)은 존재했다고 봐야 한다. 그런 소문이 포항 지방까지 전해올 정도면 이 속설은 당시 조선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지명에 ‘솔 송’자가 들어 있는 곳들이 과연 임지왜란을 피할 수 있었는가 하는 문제는 그러한 지명들을 다 조사해 보지 않아 알 수 없다. 어쨌든 송을곡이나 송내동은 왜병이 지나갔다는 기록이 없으니 무사했던 것 같다. 1990년경 죽장 송내동, 속칭 솔안마을로 필자를 안내했던 죽장 지역의 향토사가 권태한 선생은 ‘솔 송’자를 피하라는 참언의 ‘솔 송’자는 지명이 아니라, 인명이라는 주장을 했다. 그리고 ‘솔 송’자가 들어있는 사람은 바로 명나라 장수 ‘이여송(李如松)’이라는 것이다. 이여송을 피하라는 뜻으로 해석해야 맞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왜군이 ‘솔 송’자가 들어 있는 지명만 피해 다니다가 ‘솔 송’자가 들어 있는 명나라 원군 이여송 장군을 만나 패했다는 것이다. 박창원수필가 ‘솔 송’을 지명이 아닌 인명에 연결시킨 경우에도 근거는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도참서인 정감록(鄭鑑錄)에 “壬辰 島夷蠹國 可依松柏(임진년에 섬 오랑캐가 나라를 좀 먹으면 소나무와 잣나무에 의지할 것이요)”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서 松柏, 즉 소나무와 잣나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松柏은 나무가 아닌 사람, 즉 명나라 장수 이여송(李如松)과 이여백(李如柏)을 상징한다. 이여백은 이여송의 동생으로 임진왜란 때 원군으로 와서 벽제관 전투에서 공을 세웠다. 정감록 같은 도참서에서도 ‘솔 송’ 자를 언급하고 있을 정도이니 임진란 당시 ‘솔 송’ 자와 관련된 유언비어는 널리 퍼져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참설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애매한 표현을 즐겨 쓰는 법이니, 어느 것이 맞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특정 글자가 들어 있는 곳을 우회하여 갈 수 있을지언정 싸우자고 덤벼오는 적을 피해 갈 수는 없는 법이다. /박창원 동해안민속문화연구소장

2025-03-12

한 사람을 위해 원칙을 붕괴하다니

장규열 고문 법과 원칙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흔들림없이 공정해야 하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면 안 된다. 그럼에도 현실에는 법이 특정 개인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해석되고 적용된 후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사례들이 고약하게 존재한다. 최근 법원의 판결과 검찰의 대응이 그러하다. 법원은 구속된 대통령을 석방하기 위해 법률에 명시된 ‘날(day)’이 아닌 ‘시간(hour)’을 단위로 기간을 계산했다. 법관이 정해진 법을 적용하지 않고 그 법을 다시 쓴 것이다. 사법부가 법대로 판결하지 않고 입법부가 하듯이 법을 새롭게 적었다. 이에 검찰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석방을 지휘하였다. 바꾼 법이나마 그렇게 지킬 것인가 했더니 그도 아니었다. 검찰 내부와 사법계에서 반발이 터져나오자, 검찰은 이제 다시 처음처럼 ‘날’ 단위로 계산하라고 한다. 특정인을 위한 예외적 해석으로 끝났으며 이제 다시 원칙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법 해석과 적용이 특정인을 중심으로 움직였다는 증거임에 분명하다. 처음부터 ‘날’ 단위로 계산해야 했다면, 왜 이 때는 ‘시간’ 단위를 적용했을까? 이제 와서 ‘날’로 돌아가는 까닭은 무엇인가? 행정 판단의 시비거리가 아니라, 법과 원칙, 사회적 신뢰의 문제다. 법이 특정 대상에 따라 차별적으로 작동하는 순간, 공정과 정의는 무너진다. 유사한 사례는 역사에도 존재한다. 이를테면, 1974년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사건으로 사임한 후, 후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닉슨을 사면하였다. 법과 정의의 기준을 고려하기보다 정치적 안정을 이유로 법의 엄정함을 구부렸다. 미국 사회에서 대통령 사면권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다. 2008년 한국의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특별사면도 유사한 사례다. 정치적 상황과 타협 속에서 사면이 이루어졌고, 이후에 다시 법의 원칙을 논하는 아이러니가 연출되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법의 신뢰는 무너지고, 국민은 법 앞의 평등을 의심하게 된다. 특정인을 위한 예외가 만들어지고 나면, 이후 다시 원칙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 원칙은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무게를 지니지 못한다. 더욱이 이번 사안의 당사자는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걸고 당선된 대통령이다. 공정과 상식을 강조했던 사람이, 법과 원칙이 자신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할 때 침묵하는 모습은 심각한 신뢰의 위기를 초래한다. 대통령은 법과 원칙을 지키는 데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한다, 예외적 적용의 중심에 그가 선다면 국민은 사회적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진다. 우리는 묻는다. 법과 원칙이 특정인을 위해 바뀌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 공평한 처사인가. 이런 일이 반복될 때, 법치주의는 온전히 유지될 수 있는가. 아이들에게는 법과 원칙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법은 특정 개인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 일반을 위한 것이며,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특정인을 위한 예외를 만들면서 법은 신뢰를 잃고 사회적 불신은 증폭된다. 공정과 상식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모두에게 공평한 사회적 가치여야 한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2025-03-12

TK신공항건설 재원마련에 적신호 켜졌다

지난 11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에 ‘TK신공항특별법 2차 개정안’이 상정됐지만, 거론조차 되지 못했다. 여야가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극렬히 대치하면서 소위가 파행한 탓이다. 이날 민주당은 전주시에 혜택이 돌아가는 이 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고,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면서 회의장을 나가 다른 안건은 모두 심사보류됐다. 국민의힘 윤재옥(대구 달서구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신공항특별법 2차 개정안은 신공항 및 종전 부지 개발사업에 대한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우선 보조와 융자 조항 신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공영개발 방식으로 전환한 TK신공항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려면 이 법안 처리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신공항건설 재원마련을 확실히 하려면 법적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TK신공항 건설에는 군공항 건설 사업비 11조5000억 원과 종전부지 개발 사업비 5조9000억 원 등 17조4000억 원이 들어간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여야가 극한 대립하고 있어 법안이 소위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본회의까지의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대 야당을 설득하기도 어려운데다, 공자기금 확보의 결정권을 쥔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도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상태다. 대구시는 그동안 TK신공항 건설에 대한 공자기금 융자와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행정력을 집중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가덕도신공항은 국가재정사업으로 하는데, TK신공항에 돈 좀 빌려달라고 하는데 안 빌려주는 정부가 정상적인 정부라 할 수 있겠나”라며 국비 지원 형평성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했었다. 전액 국비로 건설되는 가덕도신공항과 달리 TK신공항은 ‘기부 대 양여’ 사업으로 시행돼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무엇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대구시와 경북도, 그리고 지역 국회의원들은 공자기금 융자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국회와 정부를 설득하는 데 총력을 쏟아야 한다.

2025-03-12

미 철강·알루미늄 관세 시작, 위기를 기회로

미국 트럼프 정부의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부과가 현지시간 12일부터 개시됐다. 이번에 관세부과 대상은 볼트, 너트 스프링 등 철강제품 155개, 알루미늄제품 11개 품목 등 모두 166개 품목이며 이는 예외국가 없이 25% 관세가 부과된다. 한국으로선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관세가 부과되는 첫번째 사례가 된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부과가 미리 예고되면서 관련업계는 서둘러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사실상 현재까지 뾰족한 묘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관련업계는 이제 시작한 관세부과가 글로벌시장에서 어떤 파급력을 미칠지를 예의주시하면서 정부와 대책을 협의해 나가야 한다. 트럼프 정부 1기인 2018년에도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가 부과됐으나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대미 수출물량의 70%로 제한받는 쿼터를 배정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예외조항이 폐지되면서 철강과 알루미늄의 대미 수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해 미국 내 한국 철강 점유율은 약 10%에 이른다. 경제전문기관에서는 이번 관세부과로 한국철강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최소 1조원 이상 수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포스코를 중심으로 한 철강산업이 중심인 포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짐작이 된다. 특히 관세부과의 영향이 오래갈 경우 포항지역 산업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쿼터제 폐지가 오히려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일각의 분석도 있어 마냥 좌절할 필요는 없다. 그동안 쿼터없이 무관세 혜택을 누렸던 캐나다, 멕시코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된 것은 기회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쿼터제 폐지로 미국으로의 수출물량을 더 늘릴 수 있게 된 것과 미국이 생산하지 못하는 철강제품에 집중해 수출하는 방법도 미 관세정책에 대응하는 수단이 된다. 다만 자본력이 약한 영세기업들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관세전쟁은 이젠 한국에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미 관세정책이 시장경제에 미칠 파장을 면밀히 분석해 돌파구를 찾도록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2025-03-12

남자도 ‘황혼 이혼’을 꿈꾼다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주변을 둘러보라. 퇴직한 60~70대 남성들의 푸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젊었을 땐 죽어라 일만 하며 월급 다 가져다주고 살았는데, 직장에서 나오니 이제 아침저녁 밥 얻어먹는 것도 아내에게 눈치가 보인다.” 하루 세 끼를 모두 집에서 먹는 퇴직 남성들이 ‘삼식이 남편’이라 불리는 세태를 부정할 수 없다. 변화한 세상이 만든 서글픈 풍경. 이런 현실을 감안한 것일까? 오랜 세월을 함께 산 부부가 나이 들어 헤어지는 ‘황혼 이혼’이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이혼을 원하는 건 대부분 여성이라고 생각하지만, 요즘엔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최근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내놓은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상담소를 찾은 5065명(여성 4054명·남성 1011명) 중 60대 이상 여성의 비율은 22%로 2004년 6.2%에 비해 3배가 늘었고, 같은 기간 60대 이상 남성의 상담 비율은 8.4%에서 43.6%로 5배 이상 폭증했다. 황혼 이혼을 원하는 남성이 여성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것. 이혼 상담자의 연령대도 여성은 40대가 가장 많았지만, 남성의 경우엔 60대 이상이 43.6%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심상찮은 일이다. 더 이상 아내와 살고 싶지 않다는 60대 이상 남성이 갈수록 늘어난다. 60대 이상 남성들이 이혼하려는 건 장기 별거, 성격 차이, 아내의 가출이나 폭력이 주요 이유였다. 맞고 사는 여성만 있는 게 아니라, 아내의 막말과 폭력을 고민하는 남성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대다수 젊은이들은 결혼을 꺼리고, 노년층은 이혼을 꿈꾸는 21세기. ‘해로하는 부부’는 이제 소설 속에서나 만나게 될 것 같아 걱정스럽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3-12

무방수날 장담그기

이정옥위덕대 명예교수 장담그기는 김장 문화와 함께 한국만의 독창적 문화로 2018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됐고, 작년 2024년 12월 3일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콩을 발효해 먹는 문화권 안에서도 한국만의 독특한 장 제조법이기에 중국과 일본보다 먼저 등재되었다. 장담그기는 콩을 주재료로 메주를 만든 뒤 이를 발효시켜 된장과 간장 등을 만드는 전통적인 과정을 이르는 것으로, 한국 음식의 기본양념인 장을 만들고 관리·이용하는 과정의 지식과 신념·기술을 모두 포함한다. ‘장’은 한국인의 일상음식에 큰 비중을 차지해 왔으며, 가족 구성원이 함께 만들고 나누어 먹는 문화가 세대 간에 전승돼 왔다는 게 등재 사유였다. 우리나라의 장 문화는 거의 1년이 소요되는 그야말로 슬로푸드의 끝판왕이다. 초여름에 콩을 심고, 늦가을 서리가 내리기 전에 거두어 말린 뒤 입동 무렵에 메주를 쑨다. 콩을 불려 충분히 무르게 삶아 으깬다. 메주틀로 네모 반듯한 메주를 만들어 볏짚으로 묶어 두면 곰팡이균이 만들어지는데 겨우내 처마 끝에 매달아 바싹 말린다. 이월 좋은날을 가려 장담그기를 한다. 먼저 항아리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말린 뒤 속에서 볏짚을 태워 살균소독한다. 메주를 씻어 말리고 소금물을 계량해 준비한다. 메주를 항아리에 담고 물을 붓고, 말린 고추와, 말린 대추, 옻나무, 숯을 적당히 넣고 가늘게 자른 대나무를 항아리 안에 걸쳐 떠오르는 메주를 눌러둔다. 볕 좋은 장독대에서 두세 달이 지나면 간장과 된장을 분리하는 장 가르기를 한다. 이렇게 두 가지 장을 만들고, 지난해에 사용하고 남은 씨간장에 새로운 장을 더하는 방식으로 이어져 내려와 오래 묵힐수록 좋다고 했다. 몇 백년 묵은 간장을 간직한 종가도 있다고 들었다. 작년 흰머리소녀 모임, 유복혜 선생님께서 ‘장은 무방수날에 담근다.’고 하셨다. 무방수날이란 단어를 처음 들었는데, 알고 보니 이월의 ‘손없는 날’이었다. 귀신이 날마다 동서남북 4방위로 다니며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고 해코지를 하는데, 9와 0으로 끝나는 날짜에는 하늘로 가서 어디에도 없다고 믿었고 그날이 바로 ‘손없는 날’이다. 따라서 ‘손이 없는 날‘은 무슨 일을 하여도 탈이 없어 꺼리지 않아도 된다고 여겼고, 결혼, 이사, 개업 등 인간의 중요한 행사 날짜를 정하는 기준이 되었다. 그 중 특히 이월의 초아흐레와 열흘을 무방수날이라고 하는 거였다. 세시풍속사전에 의하면 특히 무방수날에 담근 장은 맛이 좋다고 했다. 지난 주말이 무방수날이었고 내 생애 첫 장담근 날이었다. 청도의 유복혜 선생님께서 미리 준비하신 소금으로 소금물을 만들어, 잘 소독하신 항아리에 메주를 넣고 붓는 참 짧은 공정만이었지만 첫 시도는 설레고 값졌다. 함께한 이솔희 선생님은 이 의미있는 행사를 유튜브에 올렸고, 같이 간 손녀는 일기에 적을 거라고 했다. 매일 햇볕을 가려 받는 유 선생님의 수고가 맛난 장을 만들어 낼 것이다. 석 달 뒤 장가르기를 위한 또 한 번의 청도나들이가 기대된다. 평생 여기저기서 된장을 얻어먹던 내가 어쩌면 올해부터는 된장을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2025-03-12

손목 통증의 원인과 효과적인 치료 방법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손목 통증은 흔한 증상 중 하나이다. 손목은 사용 빈도가 높고 구조적으로 섬세하기 때문에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손목 통증의 주요 원인으로는 반복적인 사용으로 인한 과사용 증후군, 손목을 짚고 넘어지는 등의 외상, 힘줄 염증으로 발생하는 드퀘르뱅 병, 그리고 손목의 안정성을 담당하는 삼각섬유연골 복합체(TFCC) 손상 등이 있다. 이러한 원인들은 손목에 무리를 주어 염증과 통증을 유발하며 심한 경우 손목 기능에 제한을 초래할 수 있다. 손목 통증의 치료 방법으로는 보존적 치료와 한의학적 접근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침 치료를 통해 손목 주변 경혈을 자극해 염증을 줄이고 기혈 순환을 원활하게 하며, 부항 요법으로 근육과 인대의 긴장을 풀어주고 어혈을 제거해 통증을 감소시킨다. 또한 뜸 치료는 온열 자극을 통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조직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하며, 초음파 가이딩 약침을 사용하여 손상 부위를 정밀하게 확인한 후 약침을 주입함으로써 염증 완화와 조직 재생을 유도할 수 있다. 경추와 팔꿈치 손목의 정렬을 조정하고 관절 기능을 개선하는 추나요법도 손목의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보존적 치료 방법으로는 손목 사용을 줄이고 보호대를 착용하여 추가적인 손상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냉찜질과 온찜질을 적절히 활용하여 염증과 통증을 조절하고 손목을 지지하는 근육을 강화하는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 재발을 예방할 수 있다. 손목 통증은 생활습관과 연관이 깊으므로 예방이 중요하며 무리한 힘을 가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손목 보호대를 착용하거나 테이핑 요법을 활용하여 부담을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의학적 치료와 함께 손목의 유연성을 높이는 운동을 병행하면 통증 완화와 재발 방지에 더욱 효과적이다. 손목 통증은 단순한 근육 피로에서부터 만성적인 염증, 인대 손상까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에는 간단한 생활습관 교정과 보존적 치료로 충분히 호전될 수 있지만 방치할 경우 만성화되거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단계로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손목을 보호하고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손목을 사용할 때는 꼭 중간 중간 스트레칭과 휴식을 취해주고 반복적인 손목 사용이 불가피한 직업을 가진 경우 손목 보호대를 착용하고 정기적인 손목 관리 및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전반적으로 손목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소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올바른 자세와 적절한 휴식 근력 강화 운동을 병행하면 손목의 부담을 줄이고 통증을 예방할 수 있다. 만약 손목 통증이 지속되거나 악화된다면 한의학적 치료를 포함한 전문가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침, 부항, 뜸, 약침, 추나요법, 초음파 가이딩 약침 등 다양한 치료법을 활용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손목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손목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방책이며 평소 손목 사용 습관을 점검하고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2025-03-12

대릉원 뒷골목

윤명희 수필가 오가는 관광객들 사이로 황남파출소가 눈에 띈다. 예전에 놀란 가슴으로 파출소 문을 열던 기억이 뇌리를 스친다. 친구와 황리단길을 걷던 나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파출소에서 보호자 찾는 전화가 왔었다. 아버지가 뙤약볕 아래 종일 헤맨 것 같다고 했다. 경찰에게 파출소 위치를 물은 나는 하던 일을 팽개치고 그곳으로 내달렸다. 백발노인의 지친 몸이 소파에 처져있었다. 대릉원 뒷골목에서 발견했다는 말에 의아했다. 그 이후로도 아버지는 몇 번이나 더 그 곳에서 길을 잃었다. 나는 아버지를 모시러 갈 때마다 왜 연고도 없는 여기서 길을 헤매고 다니느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무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이 없었다. 오래된 그날, 속이 더부룩하다고 병원에 간 엄마는 집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엄마만 두고 우리는 집으로 왔다. 병원에 가져갈 생필품을 챙기는 내 뒤로 아버지는 안방에서 이불과 베개를 작은 방으로 옮겼다. 울음을 삼키는 아버지 뒤로 효자손도 물병과 컵도 따라갔다. 말리는 내 손을 내치는 아버지를 바라만 보았다. 닫힌 안방은 가족사진이 대신 지키고 있었다. 결국 엄마는 누웠던 병원 침대마저 내 놓았다. 장례를 치르고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엄마의 흔적을 못 견뎌 했다. 아버지는 집을 버린 듯 했다. 아들의 학사모를 쓰고 웃는 엄마의 사진을 거실 벽에서 떼어 내렸다. 남은 사진들을 자식들에게 나눠주며, 엄마가 아끼느라 넣어 둔 것들을 다 가져가라고 했다. 하는 수 없이 집을 팔고, 당신이 누우면 세간이 다 보이는 작은 집으로 이사했다. 그 집은 멀리서 자식들이 와도 자고 갈 공간이 없었다. 이젠 집이 아니라 아버지만의 거처였다. 줄어든 살림만큼 아버지의 뒷모습은 작아져갔다. 경주로 이사 오던 날, 아버지를 혼자 두고 올 수 없었다. 함께 이사하자는 말을 조심스럽게 꺼내자, 아버지는 어디에 가서 살아도 상관없다고 했다. 그저 아버지가 부르시면 한달음에 내가 찾아 올 수 있는 거리에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낯선 곳에서도 아버지는 있는 듯 없는 듯 살았다. 나는 그저 아버지가 생활하기에 불편한 일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 전부였다. 우리가 찾아뵐 때마다, 겨우 얼굴만 봤을 뿐인데도 빨리 집에 가라고 등 떠미는 것 또한 변함이 없었다. 자꾸만 밖으로 도는 아버지는 집이 없는 듯 했다. 눈만 뜨면 하릴없는 사람처럼 여명의 산길을 따라 김유신 장군 묘에 올랐다. 다음날엔 첨성대를 한 바퀴 돌고, 그 다음 날에는 중앙시장을 찾아 막걸리 한잔을 마셨다. 종일 어딘가를 다니다 해거름해지면 지친 몸으로 돌아왔다. 아버지 집 대신 우리 집에 형제들이 모이는 날이 많았다. 즐거운 시간도 잠시, 하룻밤만 지나면 당신의 거처로 돌아가려했다. 아직 남아있는 형제들이 조금만 더 있다 가시라고 붙잡아도 막무가내였다. 자식들의 집이 당신의 집은 아니라는 것을 매번 보여주는데 은근히 화가 났다. 그 빈 마음은 우리가 채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나는 얼른 차의 시동을 걸었다. 아버지의 팔순 생신날, 대릉원 근처에 숙소를 빌렸다. 기와지붕이 반듯한 한옥 독채에 형제들이 모였다. 건넌방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안방에는 음식상이 푸짐했다. 식사를 마친 아버지는 혼자서 집 둘레를 몇 바퀴나 돌아보았다. 나는 창 너머로 한참동안 나무 기둥을 쓰다듬고 있는 아버지를 보았다. 이제 아버지도 엄마가 있는 곳으로 가셨다. 몇 년 만에 황남 파출소 앞에 서 있는 나는 당신이 왜 매번 그 골목을 헤매고 다녔는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 하룻밤을 보냈던 그 집이 아버지에게는 엄마와 함께 잃어버린 옛집으로 보였나보다. 나도 쉽게 다시 찾아가지 못하는 그 집을 흐린 눈으로 찾아 다녔을 거라는 생각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잃어버린 기억들이 날아다니는, 아버지가 찾아 헤맸던 기억의 집. 대릉원 뒷골목은 아버지가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파출소 창문 너머에 낯익은 얼굴이 나를 보고 웃는다. 나는 자꾸 눈앞이 침침해 고개 숙인다.

2025-03-12

장기(長鬐) 읍성1

우암(尤菴)과 다산(茶山)이 잠시 머물렀다고 그게 자랑할 일은 아니지 영일만(迎日灣)은 저리 푸른데, 결국엔 촌구석이란 이야기지 그러나 사람의, 그리고 아주 먼 일별(一別)의, 꿍쳐놓고 싶은 공간, 지금도 유효한 지도 몰라 반성은 습관으로 반복적이었을까 역모(逆謀)는, 분노는 꿈도 꾸지 못하고 서울을 향하는 삶, 그 농밀하고 내면적인 지향(志向), 그렇게 팽개쳐진 삶 그래도 구룡포(九龍浦)와 모포(牟浦)와 하정리(河停里)의 바다는 고요하고 무심하며 여전히 생기발랄 그래서 우리는 뇌록지(磊綠地)2를 관찰하고 날물치3의 시원(始元)을 본다 외지(外地)여도 보석인 땅이 곳곳에 있더라 뭉개고 자빠져도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음의 즐겁고 처절한 마스터베이션, 유림만보(儒林漫步)4한들 세상이 움직일까, 나의 용도폐기 뒤엔 세상이 있었다 비로소 고운 모래밭을 걸으며 받들어야 할 백성들의 생활을 기웃거리며 배워야 할 것들, 먹거리를 생각함 끝내 청보리밭 끝 모퉁이에서 오줌을 누고 비로소 세상과 결별하고 다시 세상과 조우(遭遇)함. 타박타박 걷고 싶으면 장기읍성에 가면 된다.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나는 나에게로부터 유배(流配)를 받았기 때문이다. 1. 경북 포항시 장기면 읍내리에 있는 고려, 조선시대의 읍성터. 2. 뇌록은 중간 명도의 탁한 녹색의 돌로 단청의 바탕칠에 사용되는 전통안료가 추출, 장기면이 국내 유일의 산출지로 인정되었다. 3. 생수암(生水岩), 바위 사이로 생수가 나오는 곳의 지명. 4. 愉를 儒로 바꾸어 보았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3-12

정전 예방, 주민 안전을 위한 한전의 노력

박경수 한국전력 경북본부장 한국전력공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정전사고 예방과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아파트 노후 변압기 교체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변압기 설치 후 15년 이상 경과된 아파트를 대상으로 △아파트 노후도 △가격(저가 아파트 우대) △세대당 전력용량(소용량 우대) △전용면적(소형 평형 우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원 대상을 선정한다. 최근 여름철 폭염으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정전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5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의 수전설비 고장 중 변압기와 저압 차단기 고장이 전체의 3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전은 2005년부터 해당 지원사업을 추진해 아파트 단지의 노후설비 교체를 지원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 경북본부 관할 아파트 중 15년이 지난 아파트는 총 246단지로 전체 아파트의 56.5%를 점유하고 있으며, 25년 이상된 아파트도 109단지에 이른다. 아파트 고객은 구내에 설치한 변압기 등의 수전설비를 아파트에서 소유·관리하고 있어, 한전에서 고장원인 파악과 정전 예방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파트 정전예방을 위해 올해 아파트 노후변압기를 교체할 경우 변압기 및 변압기부 저압차단기 자재가격의 최대 80%까지 지원할 예정이며, 특히 UVR(저전압 계전기) 위치변경시 공사비의 100%를 한전이 부담한다. 또한, 노후 변압기를 고효율 변압기로 교체할 경우 용량에 따라 최소 160만 원에서 590만 원까지 추가 지원을 제공한다. 이번 사업을 통해 아파트 노후 설비를 조기에 교체함으로써 정전 위험을 줄이고 입주민의 안전과 편의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박경수 한국전력 경북본부장

2025-03-12

(울릉기자 김두한의 시선) 6명 식사비를 1인 분으로 둔갑시켜 울릉도를 멍들게 한 일부 미디어

경북부 김두한 기자 울릉도의 한 식당에서 시킨 7만 원어치 백반 정식을 두고 “이게 다냐”고 항의하자, 식당주인이 “여긴 울릉도”라며 대답했다는 일부 보도가 울릉지역 바가지요금으로 비쳐져 관광지 이미지를 크게 흐리고 있다. 심지어 어느 매체는 제목을 “기가 막히네! 평생 갈일 무(無)” 를 달아 네티즌들에게 당연히 1인분 7만 원을 착각하게 했다.  관광시즌을 앞두고 있는 울릉에 치명상을 입힌 악의적 횡포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이 논란을 촉발시킨 첫 영상에는 울릉군을 여행하며 식당에 간 에피소드가 담겼다고 했는데도 불구,  일부 네티즌들은 울릉도는 바가지요금으로 못 갈 곳으로 낙인찍었다. 또 실제 내용은 알려진 것과는 천차만별이다.  몇달 전 6명이 모 식당에 들어가 정식을 시켰고 나온 밑반찬은 어묵, 김치, 메추리알, 멸치볶음, 미역무침, 나물, 버섯볶음, 오징어 내장 등 다양했다.  가격도 인당 1만 2000원이라고 메뉴표에 분명 적혀 있었다.  식당 주인은 6명 식사 값으로 총 7만 2000원을 받았다.   이게 바가지 요금으로 둔갑됐으니 울릉군민들이나 식당 관계자들은 속이 뒤집혀질 일이다. 특히 수년전 부터 울릉도에 오징어가 잡히지 않아 오징어내장을 구하기도 어려운 마당이다.  선술집에서 오징어 내장 합 접시에 2~3만원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감사해야 할 판임에도 일부 기사의 제목은 “이게 7만 원” 항의에 식당주인은 “여기는 울릉도야.” 고 적시했다.  다행히 같은 영상에 대구에서 관광을 왔다는 A씨(50)는 댓글을 통해  “가족들과 관광 오기 전 바가지 섬이라는 말들이 많아 걱정했는데 막상 들어와서 보니 육지보다 렌터카 가격이 오히려 저렴해 놀랐고, 소고기도 육지보다 싸고 맛있어서 매우 좋았다”고 한 평도 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이런 것들은 무시하고 자극적인 것만,  부풀려 공격해 대 울릉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돌을 던지는 사람을 장난삼아 던지지만, 개구리는 목숨이 달렸다는 말이 있다. 간단하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울릉군은 몇 년 전에도 바가지요금과 1인분은 판매하지 않는다는 유튜브 방송 때문에 곤욕을 치른바 있다.  요즘 울릉군은 물가 관리 정책 등으로 지역 물가 안정에 힘쓰고, 관광지, 식당, 숙박, 렌터카 등 관계자들과 주민 모두에게  바가지요금에 대해 관광객들의 원성을 없애고자 노력하고 있다. 유튜버는 왜 하필이면 6개월이 지난 울릉도 관광시즌에 이 같은 내용을  올렸을까, 의문이 든다. 잘못은 당연히 지적해야하지만 허구를 구독자 널리기 위한 얄팍한 수단으로 사용하면 더욱 안 될터다. 울릉군의 대처도 한심하다. 유튜버에게만 항의할 것이 아니다. 보도 자료를 내고 독자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물가는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싸면 왜 비싼지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울릉도가 전국 유명관광지라고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할 수 없는 않는가. 울릉군은 물가를 잡기 위해 지원도 하고 안간힘을 쓰지만, 사건이 발생하면 대처하는 능력도 길러야 한다. 관광업 종사자들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울릉도는 관광을 갈 곳이 못 된다“고 한다면, 그래도 참야햐 하는가. /김두한기자kimdh@kbmaeil.com

2025-03-12

野 30번째 탄핵추진, 이게 정상적인 나라냐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석방 책임을 묻겠다며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을 이번 주 중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13일로 예정된 본회의에 탄핵안이 제출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국회 본회의에 탄핵안이 제출되면 24∼72시간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 만약, 국회가 민주당 주도로 심 총장에 대해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면 이 정부 들어 30번째 고위공직자 탄핵이 된다. 그야말로 ‘탄핵중독증’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민주당은 현재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보류하고 있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탄핵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민주당은 심 총장이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하지 않은 데 대해 “특혜를 준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검찰이 해괴한 잔꾀로 내란 수괴를 석방해 줬다. 아마 한패라서 그럴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야5당 명의로 심 총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당내에선 심 총장이 자진사퇴를 거부한 만큼 탄핵 카드를 쓸 수밖에 없다는 강경론이 커지고 있는 모양이다. 심 총장은 이와 관련 “수사팀과 대검 부장회의 등 여러 의견을 종합해 적법절차의 원칙에 따라 소신껏 결정을 한 것”이라며 “탄핵은 국회의 권한인 만큼 앞으로 절차가 진행된다면 대응하겠다”고 했다. 심 총장이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항고하지 않은 것은 윤 대통령을 석방하지 않을 경우 위헌소지가 큰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 판례에도 검찰의 즉시항고 규정에 대해 두 차례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탄핵은 공직자의 위법 행위와 직무 수행 능력에 대한 심각한 문제가 있을 때 국회가 사용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당리당략을 위해 탄핵이라는 수단을 남용하는 것은 사법체계를 붕괴시키는 행위일 뿐 아니라, 엄청난 사회적 혼란도 가져온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무책임한 줄 탄핵으로 인해 국정이 마비되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

2025-03-11

尹 석방후 더 심각해지는 ‘이념전쟁’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된 후 온 나라가 두 동강 난듯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가 임박하면서 여야 정치권이 노골적으로 보수·진보 ‘진지전(陣地戰)’을 진두지휘하는 모양새다. 아마 두 진영 모두 세력을 최대한 결집시켜 헌법재판소를 압박하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니 정치권이 탄핵 선고에 대한 불복을 부추기고 있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야의 진지전은 지난 10일 수사 기관에 대한 고발전으로 비화했다. 여당은 윤 대통령 구속 과정에서, 야당은 석방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각각 공수처장과 검찰총장을 고발했다. 앞으로 탄핵 찬반집회를 등에 업은 여야의 정쟁 수위는 매일 점입가경으로 치달을 것이다. 윤 대통령의 ‘관저정치’도 진지전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실이 말로는 “헌법재판소 선고를 앞두고 대통령이 외부 활동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이 강경 보수층을 자극하는 메시지를 내놓거나, 탄핵 반대 집회에 직접 참석할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런 일이 생기면 가뜩이나 위험 수위로 치닫는 진지전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될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도가 오차 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것도 진지전이 격화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507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42.7%, 민주당 41.0%로 나타났다. 차기 대선 집권세력 선호도 조사에서도 ‘야권에 의한 정권교체’ 의견(50.4%)과 ‘집권 여당의 정권 연장’ 의견(44.0%)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대구·경북(정권연장 55.4%, 정권교체 36.4%)의 경우 정권 연장론이 19%포인트나 앞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제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진지전이 폭동수준으로 격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금 분위기로는 보수·진보 어느 한 쪽도 헌재의 심판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반발할 게 뻔하다. 만약 탄핵이 인용돼 조기대선 정국으로 들어가게 되면 진영 대결은 걷잡을 수 없는 단계까지 갈 것이다. 지난 6일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회갈등 유형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이념 갈등(4점 만점에 3.1점)이었다. 이 조사는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전에 이뤄졌다. 같은 조사를 지금 한다면 이념 갈등 수치는 훨씬 더 올라갈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지만, 국민 대부분이 걱정할 정도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이 이 상태까지 이른 데는 정치권의 책임이 가장 크다. 지금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지지세력에 편승해 내 편을 집결시키고 세를 불리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이런 극단적인 당리당략이 완충장치 없이 가속하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이후의 한국사회 통합은 요원해질 수 있다. 국가미래를 참담하게 하는 정치권의 뼈저린 각성이 요구된다.

2025-03-11

고용 창출없는 ‘주 52시간 근로제’ 완화가 답

대구상공회의소가 400여 지역기업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여론조사를 밝힌 결과, 응답기업의 절반 이상(53.1%)이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대답을 했다. 특히 법 개정 당시 기대했던 고용창출 효과에 대해 응답기업의 66%가 신규 채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대답을 했다. 그리고 최근에 여야간 대립을 벌이고 있는 반도체 특별법과 관련해 산업·직종별 특성에 따른 예외 적용에 대해서는 응답기업의 76%가 찬성한다고 대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 52시간 근로제는 근로자의 휴식 있는 삶과 일, 생활 균형 유지를 목적으로 문재인 정부시절인 2017년 시행한 제도다. 그러나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서 기업은 기업대로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불만을 토로해 왔다. 일을 더해도 임금을 더 받을 수 없는가 하면 연장근로를 하지 못해 줄어든 임금을 보존하기 위해 투잡을 뛰는 근로자도 늘었다. 기업은 정해진 시간에 일을 마감해야 해 늘어난 일감은 추가로 인력을 들여 소화시켜야 했다. 대구상의의 이번 조사에서 부정적 이유로 손꼽힌 근로시간 관리 부담, 추가 인건비 부담과 실질임금 감소로 인한 근로자의 불만 등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이 제도가 시행된 지 벌써 7년이 됐다. 그러나 제도 시행의 성과보단 잘못 만들어진 법이란 평가가 훨씬 더 많다. 일각에서는 경직된 주 52시간 근무제를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대표적인 반기업 정책으로 꼽는다. 최근에는 반도체 산업 부흥과 관련해 반도체 연구인력의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을 허용하는 법안을 놓고 여야가 실랑이를 벌였지만 법 제정은 무산되고 말았다. 미국, 중국, 일본, 대만 등은 별다른 제약없이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마당에 아직 법 개정을 두고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답답하기 짝이 없다. 급변하는 AI시대에 연구개발이 필요한 분야가 반도체 뿐이겠나. 조선. 자동차, 바이오 등 일일이 꼽을 수 없을 만큼 넘친다. 지금은 경제와 민생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나. 여야는 기업 발목잡는 법부터 빨리 고쳐야 한다.

2025-03-11

결혼 필수 아니다 60%

우정구 논설위원 “자신에게 실망하지마/ 모든 걸 잘할 순 없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 인생은 지금이야/ 아모르파티/….” 가수 김연자의 노래 ‘아모르 파티’의 일부 내용이다. 아모르 파티란 라틴어로 운명에 대한 사랑이란 뜻이다. 고통과 상처, 좋고 나쁜 것을 포함하여 내 인생에 발생하는 모든 것은 운명이며, 이 운명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사랑하라는 매우 심오하고 철학적인 뜻이 담긴 용어다. 독일의 허무주의 철학자 니체의 운명관을 나타내는 말로도 설명되기도 한다. 김연자가 부른 ‘아모르 파티’는 또 다른 구절에서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가슴이 뛰는대로 가면 돼” 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이 구절에 가면 세상이 정말로 이렇게 바뀌어가고 있나 하는 느낌이 든다. 노래 가사의 영향을 받았을까 아니면 우리 시대의 가치관이 바뀌어가서일까. 최근 인력자원관리 회사인 리쿠르트가 젊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결혼관에 대한 조사를 해보았더니 응답자의 60%가 “결혼은 필수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남녀별로 보면 남성은 49.7%가 필수가 아니라고 답한 반면 여성은 75.3%가 필수가 아니라고 대답했다. 여성 직장인들 사이에 결혼을 필수로 여기지 않는 인식이 넓게 퍼져가는 것임을 직감할 수 있다. 또 기업 규모에 따라서도 약간의 차이가 보였다. 대기업 근무자는 56.2%가 필수가 아니라고 답한 반면 중소기업 근무자는 그보다 높은 61.3%가 필수가 아니라고 대답했다. 급변하는 사회와 여성들의 사회진출 등 과거와 달리 결혼관이 바뀔 요인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0명 중 6명이 결혼이 필수 아니라고 한다면 결혼관의 심각한 변화 아닌가. 저출산 국가에서 말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3-11

빈 둥지

겨우내 텅 빈 둥지를 품고 있던 나뭇가지들이 다시 연둣빛 잎을 피워 올리는 3월이다. 올해는 무척 바쁜 겨울의 끝자락을 보냈다. 내 둥지를 비워내기 위해 인생의 한 챕터를 정리하는 마음으로 분주한 봄을 맞는다. 아이들과 함께 나도 거실에 앉아 짐을 쌌다. 한 가득 꺼내놓은 아이들의 흔적들이 어느새 집 안 구석구석에서 옅어졌다. 한 달 전 잘 다니던 직장을 부모와 동의 한 마디 없이 사직서를 내고 온 아들이 이직의 기회를 얻어 다시 타지로 가게 되었고, 2월에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업이 된 딸도 독립을 하여 같은 날 남매가 둥지를 떠났다. 평생 맞벌이를 하며 아이들의 일상을 챙기며 바삐 움직였던 나는, 오늘 아침 처음으로 느긋하게 커피를 내렸다. 식탁에 마주 앉아 친구들 이야기며 진로 이야기며 깔깔대며 나누던 자리도, 현관문을 다다다다 쫓아가던 발소리도 사라졌는데 습관처럼 그 쪽을 바라보며 아이들의 대화에 맞장구를 칠 준비를 하고 있다. 오래전, 아이들이 어릴 때 나는 이 날을 꿈꾸었던 것 같다. 알람소리에 잠을 깨지 않아도 되고 아침마다 서둘러 밥상을 챙기지 않아도 되는 날, 숙제를 챙기고 학원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가느라 허둥대지 않아도 되는 날.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며 언젠가 아이들이 다 크고 나면 조용하고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막상 그 시간이 오고 보니 익숙했던 소란스러움이 사라진 자리는 생각보다 깊은 고요로 가득 찼다. 텅 빈 방엔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을 것 같고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시간 맞춰 들릴 것만 같다. 매일매일 움직이며 아이들을 챙기던 그 시간들이 나를 단단하게 묶어두고 있었던 줄 몰랐다. 자유로울 줄 알았던 이 시간이 어쩐지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진다. 마치 내 것이 아닌 것처럼. 하지만 나는 안다. 이 침묵 속에서 나는 새로운 나를 찾아가야 한다는 것을. 둥지가 빈다는 것은 새들이 이제 자신의 날개로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임을. 그토록 바라고 응원했던 순간이 아닌가. 어미새가 언제까지나 둥지에 머물며 새끼를 품을 수는 없다. 충분히 그 시간을 준비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며 아이들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나의 모습에서 미흡한 어미새를 본다. 날아오를 준비를 시킨다고 했지만 정작 떠나보낼 준비는 내게 부족했나 보다. 아이들은 새로운 세상 속에서 저마다의 날개짓을 하고 있을 텐데 나는 아직도 둥지 근처를 맴돌고 있는 듯 하다. 시간이 지나면 어미새도 알려나. 둥지는 언제까지나 새를 붙잡아두는 곳이 아니라 떠날 수 있도록 힘을 길러 주는 곳이라는 걸. 아이들이 각자의 하늘을 날고 다시 돌아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 나는 더이상 외로운 어미새가 아니라 따뜻한 미소로 맞이할 수 있는 큰 사람이 되어 있겠지. 김경아 작가 아이들에게 쏟아부었던 시간과 에너지를 이제 나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오랫동안 미뤄뒀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젊은 시절 묵혀 두었던 외국어도 배우며 나를 설레게 하는 일들을 찾아볼 것이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둥지를 만들 것이고 언젠가는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올 것이다. 빈 둥지는 텅 비어 있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채워질 순간을 기다리며 그 사이 나 자신을 채우는 시간이다. 이제는 나도 나의 날개짓을 연습하려 한다. 아이들을 돌보느라 미뤄 두었던 일들, 마음 한구석에만 담아두었던 소망들을 하나씩 펼쳐본 것이다. 천천히, 꾸준히, 아이들이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듯 나도 내 몫을 살아가야 한다. 빈 둥지는 끝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또 다른 쉼표일 뿐이다. 아이들의 소식을 기다리며 하루를 기다리는 대신 나를 채우며 하루를 살아가기로 한다. 그렇게 나도, 아이들도 각자의 하늘을 더 넓게 날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작가

2025-03-11

‘악마의 채찍’ 아틸라 ②유럽의 지도를 바꾼 영웅의 최후

비잔티움제국 테오도시우스 2세는 아틸라가 강요했던 상거래 기준을 지키지 않았고, 훈에서 도망친 자들을 받아들이면서 아틸라를 또 한 번 자극했다. 아틸라로선 용서할 수 없었다. 447년, 제2차 발칸원정을 일으킨 아틸라는 군사를 둘로 나누어 비잔틴을 공격해 들어갔다. 소피아와 마르키아노 폴리스 등 성채를 정복하고, 도시를 약탈하면서 진군을 이어갔다. 그리스 중북부의 테살로니키를 지나 이스탄불 외곽에 군사를 주둔해 비잔티움을 포위했다. 테오도시우스 2세는 그때서야 자신의 성급함을 깨달았다. 급하게 정무관을 아틸라에게 보내 협상하게 했다. 아틸라는 이들의 휴전 제의를 받아들인다. 대신 ‘아나톨리아 협정’을 보면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다. ‘비잔티움은 전쟁 배상금으로 금 6000리브레(약 2700kg)를 물리는 것은 물론, 매년 연공을 3배 인상하여 2100리브레(약 945kg)로 올려 바칠 것.’ 테오도시우스 2세는 경악했다. 이대로라면 비잔티움제국의 허리는 휘어질 대로 휘어져 신권마저 날아갈 판이었다. 테오도시우스는 아틸라의 암살을 계획한다. 그러나 이도 내부 배신자에 의해 실패로 끝나자 치욕적인 결과만 가져왔다. 해결책이라곤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비는 수밖에 없었다. 아틸라가 이처럼 관대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비잔티움을 둘러싼 견고한 테오도시우스 성벽 난공불락의 요새가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제국을 장악하는 황제와 신민들과의 탄탄한 결속력, 목숨을 불사할 비잔티움 군과 시민의 항전의지를 읽었다. 자신들의 군대도 얼마간 피해를 보아야 할 것은 자명했다. 아틸라는 비잔티움을 넘어 서로마로 향했다. 내분과 이민족의 침략으로 허약한 로마였다고는 하지만, 한 때 유럽을 호령했던 도시였다. 서로마는 아틸라에게 조공을 바치면서도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 총사령관 아에티우스가 있었고, 주변 민족들과 우호 관계를 맺으면서 용병을 충원했다. 훈족의 군사체제를 모방해 기병을 양성하면서 새로운 전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다. 451년 헝가리에서 서쪽을 향해 진군을 시작한 것은 훈제국의 군대만이 아니었다. 게르만족과 슬라브족 등 훈제국의 복속민 군대가 연합해 무려 20만 대군을 형성했다. 3월 중순이 되면서 세 곳으로 나눠 라인강을 건너 갈리아로 향했다. 서로마 역시 아에티우스를 필두로 프랑크족과 서고트족 등이 합세해 연합군을 형성했다. 그들 역시 20만 대군이 조직되면서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451년 4월 초순, 결전의 날이 밝았다. 프랑스 오를레앙에서 두 진영이 마주했다. 40만 명의 병사가 어우러진 싸움은 막상막하, 승패가 쉽게 나지 않았다. 아틸라도 놀랐다. 그해 6월 중순이 되면서 양 진영은 더 물러서지 않았다. 더위에 질병, 군량미마저 바닥을 보였다. 마지막 전투는 꼬박 하루 동안 계속되었다. 아비규환과 하늘을 울리는 비명이 뒤섞이고,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와 함성, 말발굽 소리가 땅을 요동쳤다. 결국 로마 아에티우스는 훈제국의 군대에 포위당해 가까스로 탈출할 수 있었고, 서고트 테오도리크 1세가 전사하면서 전쟁이 끝났다.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가 흘러 강이 되면서 쌍방 16만 5천 명이 죽고 나서야 싸움을 멈췄다. 결과는 무승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세기 서유럽 사가들은 이 전쟁을 서로마의 대승으로 본다. 로마군대가 궤멸을 면했고, 아틸라 스스로 물러났다는 이유였다. 아틸라는 지친 몸을 이끌고 남은 병사들을 독려해 한 달 가까운 긴 여정 끝에 제국의 수도 헝가리로 돌아갔다. 아틸라가 이를 갈며 인내하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훈제국의 병사들은 사기를 되찾았다. 일 년 전의 전투를 잊지 않았다. 452년 봄이 되면서 아틸라는 정예 기병 10만을 이끌고 알프스를 넘어 베네치아에 도착했다. 그리고 아드리아해 연안 이탈리아 북부를 정복하면서 서로마 황제에 오른 호노리우스가 수도로 정한 라벤나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요동치는 민중을 달래기 위해 교황 레오 1세의 건의를 받아들인 황제는 사절단을 급조했다. 사절단 대표 레오 1세 교황이 아틸라를 만나 그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아틸라는 철군을 결심했다. 군에 질병이 돌았고, 식량도 바닥을 드러냈다. 제국으로 돌아온 아틸라의 다음 정복 대상은 사산조 페르시아였다. 그러나 그 꿈은 요원해졌다. 서로마원정에서 돌아온 후 일 년을 채 넘기기도 전인 453년 봄, 새로운 여인을 맞은 결혼식 날 밤에 피를 쏟으며 죽었기 때문이다. 그의 나이 60세였다. 신의 채찍 아틸라는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만약 훈족이 유럽을 침략하지 않았다면 역사는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어쩌면 유럽은 이슬람의 천국으로 변해 있지 않을까. 역사를 토대로 상상을 발휘해 스토리를 꾸며보시길 바란다. 보는 방향에 따라 무척 재미있는 역사가 전개될지 누가 아는가? ‘History If!’ /박필우 스토리텔링 작가

2025-03-11

사람이 새로운 미래를 연다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지구촌의 미래는 기술 혁신, 기후 변화, 글로벌 협력, 인구의 변화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미래 사회는 인공 지능(AI)의 시대, 과학 기술 문명이 꽃을 피우는 시대라고 한다. 가정과 직장, 사회 생활은 인공지능 로봇이 주도하는 세상이 온다고 한다. AI 의사, 법률, 통신, 과학 기술 등 인간 삶의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결국 설계자인 사람이 하는 일이다. 지구촌의 큰 변화와 새로운 미래는 그에 맞는 인재가 필요하다. 변화되는 세상과 그에 필요한 인재상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지구촌의 미래는 AI, 로봇공학, 바이오 기술, 양자 컴퓨터 등의 발전으로 사회 문화와 산업 구조가 크게 변화 될 것이다. 스마트 폰으로 연결 된 워치가 사람의 수면 상태와 질을 분석하여 의견을 주고, AI가 방송 앵커로 뉴스를 전하게 되는 등 우리 생활 주변을 변화시키고 있다. 산업화 시대에 배출되는 탄소가 오존층을 뚫으며 기후변화로 40도가 넘는 폭염과 폭우가 매년 속출하고 있다. 국내로 보면, 제주 감귤 농사가 추운 북부지방까지 옮겨 가고 열대 식물이 국내에서 시험 재배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전해지기도 한다. 고령화, 도시화로 노동력 감소 등 인구 변화로 인한 다양한 사회적 제도가 바뀌기도 한다. 원격 근무, 자동생산시스템, 생산과 품질의 모니터링 시스템화 등 산업과 경제적 구조도 변화를 가져 온다. 미래 인재의 조건은 첫째,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이다.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해결책과 창의적 설계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둘째,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이다. AI, 데이터 분석, 프로그래밍 등 기본적인 기술 활용 능력이다. 셋째, 적응력과 유연성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학습하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넷째, 협업 및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다양한 문화와 협력하는 글로벌 마인드 셋이 필요하다. 급변하는 변화의 시대에 선입견을 갖거나 내 판단이 옳다고 하는 자만은 좋은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미래 인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성공하는 기업들을 보면 인적자원관리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구글(Google)은 직원들의 창의성을 존중하고 근무 환경도 창의적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게 창의 공간도 만들어 근무 중 일정 시간 자유롭게 해주고 창의적 사고로 생산성을 높여 나간다. 테슬라는 강력한 미션 중심 기업 문화로 빠른 실행과 유연한 조직구조를 통해 신기술 개발에 앞서 간 덕에 글로벌 선두 자리를 만들었고, 인재영입프로그램을 통해 반도체 기술자를 제 때에 영입해 오늘날 삼성전자의 시대를 만들기도 했다. 성공한 기업들은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유연한 조직문화, 지속적인 학습 기회, 강력한 비전을 제공하며 인재를 적재 적소에 활용하는 기업이었다. 구성원 각 한사람의 생각이 창의를 이끌어 내고 미래를 만들어 간다. 지구촌은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이상 기후변화와 ESG 경영, AI 시대 대응 등 창의적 사고와 유연성을 갖춘 인재가 미래를 만들어간다.

2025-03-11

옛것을 보듬는 손길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저만치 다가오는 봄을 맞이라도 하듯 이른 아침부터 길을 나섰다. 겨울 내내 아니, 몇 년째 방치되다시피 한 자전거의 먼지를 털어내고 정말 모처럼만에 두 바퀴를 굴렸다. 강변으로 이어지는 자전거길로 접어들자 약간 쌀쌀한 듯했지만 아침 공기는 신선했고, 오리떼들이 가볍게 날거나 물 위에 떠서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들이 활기차게 보였다. 간간이 물 흐르는 소리와 경쾌한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한 시간 여 페달을 밟다 보니 어느새 양동마을을 지나 기계면 문성리에 위치한 새마을운동 발상지 기념관에 당도했다. 기온이 조금씩 올라가고 봄날이 가까워지니 이쪽저쪽에서 열리는 주말의 봉사활동 횟수도 늘어나고 있다. 환호공원과 포항운하 일대의 공공시설물을 돌보거나 가꾸고, 취약계층·복지시설의 낡은 방충망 교체와 수목 전정 조경관리 활동을 비롯, 자전거 무료 수리, 해안가 비치코밍, 수중 정화, 도배 장판 교체, 전기시설 수리 등의 다양한 재능봉사활동이 봄보다 빠른 걸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자원봉사활동은 포스코에서 십 수년 전부터 기획, 추진해온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재능봉사활동이다. 임직원들의 재능과 특기, 기술과 전문성을 발휘하여 지역사회의 취약·배려 계층과 공공에 작으나마 도움과 공익을 주는 맞춤형 밀착 봉사활동인 셈이다. 그러한 취지에서 열리게 되는 포스코 문화유산 돌봄봉사단의 당일 기계면 일대의 비지정 문화재에 대한 돌봄과 환경정화활동에 동참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애써 달려간 것이다. 봉사활동 참여를 구실로 자전거 타기 운동을 하며 문화재 답사와 반가운 사람들까지 만날 수 있었으니 나름 일거양득의 루틴(?)이 아닐까 싶다. 더욱이 탄소배출을 줄이는 환경운동에도 한몫 한 셈이니 그야말로 일석다조(一石多鳥)라 해야 할까? 어쨌든 버스를 타거나 개별 출발한 봉사단원들과 집결장소에 합류하여, 새마을운동 발상지 기념관 바로 옆의 청동기시대의 유적인 고인돌과 팽나무 보호수 탐방을 시작으로 새마을운동 발상지 기념관 홍보영상 시청, 전시관 관람 등을 마치고는 작년 8월에 국가유산 보물로 지정된 포항의 대표적인 정자 분옥정으로 향했다. ‘옥구슬을 뿜어낸다’는 의미의 분옥정(噴玉亭) 입구의 노후된 봉좌산 숲길 안내판을 봉사단원들과 함께 새것으로 교체하고, 정자 뒤편의 세이탄(洗耳灘) 개울 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우며 문화재 주변을 깨끗하게 유지했다. 그런 다음 파평윤씨 시조 사당 봉강재 일대를 둘러보면서 문화재 해설을 듣고 질의응답 시간을 갖기도 했다. “세월의 더께 속엔/켜켜이 지층 같은//시간이 박제되고 사연이 스며들어//한줄기 바람결조차/소리되어 머무네//고색이 창연할수록/숨막히는 아련함//심원의 절규인가/메아리쳐 맴도는데//무연히 사그라 드는/천만 갈피 실마리” - 拙시조 ‘옛것에 대하여’전문 가까운 곳에 있는 선사시대의 유적을 비롯, 조선후기 전통가옥과 정자, 정원, 노거수, 사당 등의 소중한 문화유산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돌봄으로 잘 보전해야 하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뜻있는 사람들의 몫이 아닐까 싶다. 자연을 삶의 일부로 여기며 경관이 아름다운 곳에서 시문을 짓고 강학을 하며 풍류와 운치 속에 유유자적을 즐기던 선인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그려지는 하루였다.

2025-03-11

불씨 하나가 숲을 삼키듯 부주의가 삶을 태운다

심학수 포항북부소방서장 봄은 따뜻한 햇살과 함께 찾아오지만, 그 따뜻함이 때론 위협이 되기도 한다. 건조한 공기와 강한 바람이 불길을 키우는 계절, 우리는 크고 작은 화재 소식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화목보일러와 아궁이로 인한 화재가 급증하면서 그 위험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불씨 하나가 집을 태우고, 나아가 산불로 번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올해 1~2월, 포항을 포함한 전국에서 화목보일러 화재가 전년 대비 840% 증가했다. 주택과 창고, 음식점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했고, 특히 오후부터 저녁 시간대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부주의가 원인이 된 경우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는 점은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대목이다. 화목보일러 주변에 가연성 물질을 방치하거나, 연통 청소를 소홀히 하면 작은 불씨가 큰불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특히 송진이 많은 나무나 비닐 같은 부적절한 연료를 사용하면 불길이 예측할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또한, 한꺼번에 많은 연료를 넣거나, 타고 남은 재 속 불씨가 바람에 날려 화재가 발생하는 사례도 많다. 이제는 더 이상 ‘설마 내 집에서 불이 나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화목보일러나 아궁이를 사용할 때는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가연물은 보일러에서 최소 2m 이상 떨어진 곳에 보관하고, 연료 투입구는 꼭 닫아야 한다. 연통은 3개월에 한 번씩 청소하고, 지정된 연료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소화기를 가까운 곳에 비치하는 것도 기억하자. 포항북부소방서에서는 봄철 화재 예방을 위해 마을 단위 현장 지도를 강화하고 있다. 의용소방대와 함께 주택을 직접 방문해 안전 점검과 예방 지도를 하고, 마을 방송과 SNS 등을 활용해 화재 예방수칙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관심과 실천이다. 봄철 화재는 한순간의 부주의에서 시작된다. 작은 불씨를 가벼이 여기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단순한 주택이 아니라, 가족의 안전이자 삶의 터전이다. 따뜻한 봄날을 맞이하는 지금, 우리 모두 화재 예방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때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다. 불씨 하나가 숲을 삼키듯, 부주의가 순식간에 삶을 태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경각심을 갖고 대비한다면, 올봄은 더 안전하고 평온할 것이다.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실천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화재 예방, 지금 바로 나부터 실천하자.

2025-03-10

헌재, ‘수사 적법성’ 논란에도 선고 강행하나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이 헌재의 탄핵심판에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헌법재판소는 “구속 취소와 탄핵 심판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지만, 윤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 과정에서의 수사적법성과 절차적 흠결을 문제 삼고 있어 이를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 측은 최근 절차적 하자와 관련한 헌법학자 7명의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해둔 상태다. 헌법학자들은 ‘내란죄 철회 등 10가지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헌재는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을 마친 이후 매일 평의를 열고 있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처럼 변론 종결 후 2주가 지난 이번 주 내로 선고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지만, 윤 대통령 석방으로 돌발변수가 생겨 곧바로 선고하기가 어려워졌다.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자, 여야 정쟁도 치열하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9일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헌재에 탄핵심판 변론재개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파면될 때까지 장외집회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석방이 탄핵심판 일정을 늦출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9일부터 매일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국회에서 농성하기로 하는 등 24시간 비상대기 상태다. 법원이 윤 대통령을 석방한 결정적인 이유는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적법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헌재도 법원의 이러한 판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헌재는 법원이 문제삼은 ‘공수처의 수사기록’을 증거로 채택해 심리를 한 상태다. 헌재가 그동안 탄핵 심판을 진행하면서 여러 절차적 논란을 일으킨 점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증인 신문시간 제한, 윤 대통령의 직접 신문 금지, 선별적 증인 채택 등 재판 절차를 둘러싼 잡음이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헌재는 선고에 앞서 공수처의 수사적법성과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으면 탄핵선고 후 예상되는 사회적 혼란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2025-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