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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빈 둥지

겨우내 텅 빈 둥지를 품고 있던 나뭇가지들이 다시 연둣빛 잎을 피워 올리는 3월이다. 올해는 무척 바쁜 겨울의 끝자락을 보냈다. 내 둥지를 비워내기 위해 인생의 한 챕터를 정리하는 마음으로 분주한 봄을 맞는다. 아이들과 함께 나도 거실에 앉아 짐을 쌌다. 한 가득 꺼내놓은 아이들의 흔적들이 어느새 집 안 구석구석에서 옅어졌다. 한 달 전 잘 다니던 직장을 부모와 동의 한 마디 없이 사직서를 내고 온 아들이 이직의 기회를 얻어 다시 타지로 가게 되었고, 2월에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업이 된 딸도 독립을 하여 같은 날 남매가 둥지를 떠났다. 평생 맞벌이를 하며 아이들의 일상을 챙기며 바삐 움직였던 나는, 오늘 아침 처음으로 느긋하게 커피를 내렸다. 식탁에 마주 앉아 친구들 이야기며 진로 이야기며 깔깔대며 나누던 자리도, 현관문을 다다다다 쫓아가던 발소리도 사라졌는데 습관처럼 그 쪽을 바라보며 아이들의 대화에 맞장구를 칠 준비를 하고 있다. 오래전, 아이들이 어릴 때 나는 이 날을 꿈꾸었던 것 같다. 알람소리에 잠을 깨지 않아도 되고 아침마다 서둘러 밥상을 챙기지 않아도 되는 날, 숙제를 챙기고 학원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가느라 허둥대지 않아도 되는 날.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며 언젠가 아이들이 다 크고 나면 조용하고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막상 그 시간이 오고 보니 익숙했던 소란스러움이 사라진 자리는 생각보다 깊은 고요로 가득 찼다. 텅 빈 방엔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을 것 같고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시간 맞춰 들릴 것만 같다. 매일매일 움직이며 아이들을 챙기던 그 시간들이 나를 단단하게 묶어두고 있었던 줄 몰랐다. 자유로울 줄 알았던 이 시간이 어쩐지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진다. 마치 내 것이 아닌 것처럼. 하지만 나는 안다. 이 침묵 속에서 나는 새로운 나를 찾아가야 한다는 것을. 둥지가 빈다는 것은 새들이 이제 자신의 날개로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임을. 그토록 바라고 응원했던 순간이 아닌가. 어미새가 언제까지나 둥지에 머물며 새끼를 품을 수는 없다. 충분히 그 시간을 준비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며 아이들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나의 모습에서 미흡한 어미새를 본다. 날아오를 준비를 시킨다고 했지만 정작 떠나보낼 준비는 내게 부족했나 보다. 아이들은 새로운 세상 속에서 저마다의 날개짓을 하고 있을 텐데 나는 아직도 둥지 근처를 맴돌고 있는 듯 하다. 시간이 지나면 어미새도 알려나. 둥지는 언제까지나 새를 붙잡아두는 곳이 아니라 떠날 수 있도록 힘을 길러 주는 곳이라는 걸. 아이들이 각자의 하늘을 날고 다시 돌아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 나는 더이상 외로운 어미새가 아니라 따뜻한 미소로 맞이할 수 있는 큰 사람이 되어 있겠지. 김경아 작가 아이들에게 쏟아부었던 시간과 에너지를 이제 나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오랫동안 미뤄뒀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젊은 시절 묵혀 두었던 외국어도 배우며 나를 설레게 하는 일들을 찾아볼 것이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둥지를 만들 것이고 언젠가는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올 것이다. 빈 둥지는 텅 비어 있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채워질 순간을 기다리며 그 사이 나 자신을 채우는 시간이다. 이제는 나도 나의 날개짓을 연습하려 한다. 아이들을 돌보느라 미뤄 두었던 일들, 마음 한구석에만 담아두었던 소망들을 하나씩 펼쳐본 것이다. 천천히, 꾸준히, 아이들이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듯 나도 내 몫을 살아가야 한다. 빈 둥지는 끝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또 다른 쉼표일 뿐이다. 아이들의 소식을 기다리며 하루를 기다리는 대신 나를 채우며 하루를 살아가기로 한다. 그렇게 나도, 아이들도 각자의 하늘을 더 넓게 날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작가

2025-03-11

‘악마의 채찍’ 아틸라 ②유럽의 지도를 바꾼 영웅의 최후

비잔티움제국 테오도시우스 2세는 아틸라가 강요했던 상거래 기준을 지키지 않았고, 훈에서 도망친 자들을 받아들이면서 아틸라를 또 한 번 자극했다. 아틸라로선 용서할 수 없었다. 447년, 제2차 발칸원정을 일으킨 아틸라는 군사를 둘로 나누어 비잔틴을 공격해 들어갔다. 소피아와 마르키아노 폴리스 등 성채를 정복하고, 도시를 약탈하면서 진군을 이어갔다. 그리스 중북부의 테살로니키를 지나 이스탄불 외곽에 군사를 주둔해 비잔티움을 포위했다. 테오도시우스 2세는 그때서야 자신의 성급함을 깨달았다. 급하게 정무관을 아틸라에게 보내 협상하게 했다. 아틸라는 이들의 휴전 제의를 받아들인다. 대신 ‘아나톨리아 협정’을 보면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다. ‘비잔티움은 전쟁 배상금으로 금 6000리브레(약 2700kg)를 물리는 것은 물론, 매년 연공을 3배 인상하여 2100리브레(약 945kg)로 올려 바칠 것.’ 테오도시우스 2세는 경악했다. 이대로라면 비잔티움제국의 허리는 휘어질 대로 휘어져 신권마저 날아갈 판이었다. 테오도시우스는 아틸라의 암살을 계획한다. 그러나 이도 내부 배신자에 의해 실패로 끝나자 치욕적인 결과만 가져왔다. 해결책이라곤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비는 수밖에 없었다. 아틸라가 이처럼 관대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비잔티움을 둘러싼 견고한 테오도시우스 성벽 난공불락의 요새가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제국을 장악하는 황제와 신민들과의 탄탄한 결속력, 목숨을 불사할 비잔티움 군과 시민의 항전의지를 읽었다. 자신들의 군대도 얼마간 피해를 보아야 할 것은 자명했다. 아틸라는 비잔티움을 넘어 서로마로 향했다. 내분과 이민족의 침략으로 허약한 로마였다고는 하지만, 한 때 유럽을 호령했던 도시였다. 서로마는 아틸라에게 조공을 바치면서도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 총사령관 아에티우스가 있었고, 주변 민족들과 우호 관계를 맺으면서 용병을 충원했다. 훈족의 군사체제를 모방해 기병을 양성하면서 새로운 전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다. 451년 헝가리에서 서쪽을 향해 진군을 시작한 것은 훈제국의 군대만이 아니었다. 게르만족과 슬라브족 등 훈제국의 복속민 군대가 연합해 무려 20만 대군을 형성했다. 3월 중순이 되면서 세 곳으로 나눠 라인강을 건너 갈리아로 향했다. 서로마 역시 아에티우스를 필두로 프랑크족과 서고트족 등이 합세해 연합군을 형성했다. 그들 역시 20만 대군이 조직되면서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451년 4월 초순, 결전의 날이 밝았다. 프랑스 오를레앙에서 두 진영이 마주했다. 40만 명의 병사가 어우러진 싸움은 막상막하, 승패가 쉽게 나지 않았다. 아틸라도 놀랐다. 그해 6월 중순이 되면서 양 진영은 더 물러서지 않았다. 더위에 질병, 군량미마저 바닥을 보였다. 마지막 전투는 꼬박 하루 동안 계속되었다. 아비규환과 하늘을 울리는 비명이 뒤섞이고,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와 함성, 말발굽 소리가 땅을 요동쳤다. 결국 로마 아에티우스는 훈제국의 군대에 포위당해 가까스로 탈출할 수 있었고, 서고트 테오도리크 1세가 전사하면서 전쟁이 끝났다.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가 흘러 강이 되면서 쌍방 16만 5천 명이 죽고 나서야 싸움을 멈췄다. 결과는 무승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세기 서유럽 사가들은 이 전쟁을 서로마의 대승으로 본다. 로마군대가 궤멸을 면했고, 아틸라 스스로 물러났다는 이유였다. 아틸라는 지친 몸을 이끌고 남은 병사들을 독려해 한 달 가까운 긴 여정 끝에 제국의 수도 헝가리로 돌아갔다. 아틸라가 이를 갈며 인내하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훈제국의 병사들은 사기를 되찾았다. 일 년 전의 전투를 잊지 않았다. 452년 봄이 되면서 아틸라는 정예 기병 10만을 이끌고 알프스를 넘어 베네치아에 도착했다. 그리고 아드리아해 연안 이탈리아 북부를 정복하면서 서로마 황제에 오른 호노리우스가 수도로 정한 라벤나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요동치는 민중을 달래기 위해 교황 레오 1세의 건의를 받아들인 황제는 사절단을 급조했다. 사절단 대표 레오 1세 교황이 아틸라를 만나 그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아틸라는 철군을 결심했다. 군에 질병이 돌았고, 식량도 바닥을 드러냈다. 제국으로 돌아온 아틸라의 다음 정복 대상은 사산조 페르시아였다. 그러나 그 꿈은 요원해졌다. 서로마원정에서 돌아온 후 일 년을 채 넘기기도 전인 453년 봄, 새로운 여인을 맞은 결혼식 날 밤에 피를 쏟으며 죽었기 때문이다. 그의 나이 60세였다. 신의 채찍 아틸라는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만약 훈족이 유럽을 침략하지 않았다면 역사는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어쩌면 유럽은 이슬람의 천국으로 변해 있지 않을까. 역사를 토대로 상상을 발휘해 스토리를 꾸며보시길 바란다. 보는 방향에 따라 무척 재미있는 역사가 전개될지 누가 아는가? ‘History If!’ /박필우 스토리텔링 작가

2025-03-11

사람이 새로운 미래를 연다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지구촌의 미래는 기술 혁신, 기후 변화, 글로벌 협력, 인구의 변화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미래 사회는 인공 지능(AI)의 시대, 과학 기술 문명이 꽃을 피우는 시대라고 한다. 가정과 직장, 사회 생활은 인공지능 로봇이 주도하는 세상이 온다고 한다. AI 의사, 법률, 통신, 과학 기술 등 인간 삶의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결국 설계자인 사람이 하는 일이다. 지구촌의 큰 변화와 새로운 미래는 그에 맞는 인재가 필요하다. 변화되는 세상과 그에 필요한 인재상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지구촌의 미래는 AI, 로봇공학, 바이오 기술, 양자 컴퓨터 등의 발전으로 사회 문화와 산업 구조가 크게 변화 될 것이다. 스마트 폰으로 연결 된 워치가 사람의 수면 상태와 질을 분석하여 의견을 주고, AI가 방송 앵커로 뉴스를 전하게 되는 등 우리 생활 주변을 변화시키고 있다. 산업화 시대에 배출되는 탄소가 오존층을 뚫으며 기후변화로 40도가 넘는 폭염과 폭우가 매년 속출하고 있다. 국내로 보면, 제주 감귤 농사가 추운 북부지방까지 옮겨 가고 열대 식물이 국내에서 시험 재배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전해지기도 한다. 고령화, 도시화로 노동력 감소 등 인구 변화로 인한 다양한 사회적 제도가 바뀌기도 한다. 원격 근무, 자동생산시스템, 생산과 품질의 모니터링 시스템화 등 산업과 경제적 구조도 변화를 가져 온다. 미래 인재의 조건은 첫째,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이다.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해결책과 창의적 설계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둘째,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이다. AI, 데이터 분석, 프로그래밍 등 기본적인 기술 활용 능력이다. 셋째, 적응력과 유연성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학습하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넷째, 협업 및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다양한 문화와 협력하는 글로벌 마인드 셋이 필요하다. 급변하는 변화의 시대에 선입견을 갖거나 내 판단이 옳다고 하는 자만은 좋은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미래 인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성공하는 기업들을 보면 인적자원관리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구글(Google)은 직원들의 창의성을 존중하고 근무 환경도 창의적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게 창의 공간도 만들어 근무 중 일정 시간 자유롭게 해주고 창의적 사고로 생산성을 높여 나간다. 테슬라는 강력한 미션 중심 기업 문화로 빠른 실행과 유연한 조직구조를 통해 신기술 개발에 앞서 간 덕에 글로벌 선두 자리를 만들었고, 인재영입프로그램을 통해 반도체 기술자를 제 때에 영입해 오늘날 삼성전자의 시대를 만들기도 했다. 성공한 기업들은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유연한 조직문화, 지속적인 학습 기회, 강력한 비전을 제공하며 인재를 적재 적소에 활용하는 기업이었다. 구성원 각 한사람의 생각이 창의를 이끌어 내고 미래를 만들어 간다. 지구촌은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이상 기후변화와 ESG 경영, AI 시대 대응 등 창의적 사고와 유연성을 갖춘 인재가 미래를 만들어간다.

2025-03-11

옛것을 보듬는 손길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저만치 다가오는 봄을 맞이라도 하듯 이른 아침부터 길을 나섰다. 겨울 내내 아니, 몇 년째 방치되다시피 한 자전거의 먼지를 털어내고 정말 모처럼만에 두 바퀴를 굴렸다. 강변으로 이어지는 자전거길로 접어들자 약간 쌀쌀한 듯했지만 아침 공기는 신선했고, 오리떼들이 가볍게 날거나 물 위에 떠서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들이 활기차게 보였다. 간간이 물 흐르는 소리와 경쾌한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한 시간 여 페달을 밟다 보니 어느새 양동마을을 지나 기계면 문성리에 위치한 새마을운동 발상지 기념관에 당도했다. 기온이 조금씩 올라가고 봄날이 가까워지니 이쪽저쪽에서 열리는 주말의 봉사활동 횟수도 늘어나고 있다. 환호공원과 포항운하 일대의 공공시설물을 돌보거나 가꾸고, 취약계층·복지시설의 낡은 방충망 교체와 수목 전정 조경관리 활동을 비롯, 자전거 무료 수리, 해안가 비치코밍, 수중 정화, 도배 장판 교체, 전기시설 수리 등의 다양한 재능봉사활동이 봄보다 빠른 걸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자원봉사활동은 포스코에서 십 수년 전부터 기획, 추진해온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재능봉사활동이다. 임직원들의 재능과 특기, 기술과 전문성을 발휘하여 지역사회의 취약·배려 계층과 공공에 작으나마 도움과 공익을 주는 맞춤형 밀착 봉사활동인 셈이다. 그러한 취지에서 열리게 되는 포스코 문화유산 돌봄봉사단의 당일 기계면 일대의 비지정 문화재에 대한 돌봄과 환경정화활동에 동참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애써 달려간 것이다. 봉사활동 참여를 구실로 자전거 타기 운동을 하며 문화재 답사와 반가운 사람들까지 만날 수 있었으니 나름 일거양득의 루틴(?)이 아닐까 싶다. 더욱이 탄소배출을 줄이는 환경운동에도 한몫 한 셈이니 그야말로 일석다조(一石多鳥)라 해야 할까? 어쨌든 버스를 타거나 개별 출발한 봉사단원들과 집결장소에 합류하여, 새마을운동 발상지 기념관 바로 옆의 청동기시대의 유적인 고인돌과 팽나무 보호수 탐방을 시작으로 새마을운동 발상지 기념관 홍보영상 시청, 전시관 관람 등을 마치고는 작년 8월에 국가유산 보물로 지정된 포항의 대표적인 정자 분옥정으로 향했다. ‘옥구슬을 뿜어낸다’는 의미의 분옥정(噴玉亭) 입구의 노후된 봉좌산 숲길 안내판을 봉사단원들과 함께 새것으로 교체하고, 정자 뒤편의 세이탄(洗耳灘) 개울 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우며 문화재 주변을 깨끗하게 유지했다. 그런 다음 파평윤씨 시조 사당 봉강재 일대를 둘러보면서 문화재 해설을 듣고 질의응답 시간을 갖기도 했다. “세월의 더께 속엔/켜켜이 지층 같은//시간이 박제되고 사연이 스며들어//한줄기 바람결조차/소리되어 머무네//고색이 창연할수록/숨막히는 아련함//심원의 절규인가/메아리쳐 맴도는데//무연히 사그라 드는/천만 갈피 실마리” - 拙시조 ‘옛것에 대하여’전문 가까운 곳에 있는 선사시대의 유적을 비롯, 조선후기 전통가옥과 정자, 정원, 노거수, 사당 등의 소중한 문화유산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돌봄으로 잘 보전해야 하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뜻있는 사람들의 몫이 아닐까 싶다. 자연을 삶의 일부로 여기며 경관이 아름다운 곳에서 시문을 짓고 강학을 하며 풍류와 운치 속에 유유자적을 즐기던 선인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그려지는 하루였다.

2025-03-11

불씨 하나가 숲을 삼키듯 부주의가 삶을 태운다

심학수 포항북부소방서장 봄은 따뜻한 햇살과 함께 찾아오지만, 그 따뜻함이 때론 위협이 되기도 한다. 건조한 공기와 강한 바람이 불길을 키우는 계절, 우리는 크고 작은 화재 소식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화목보일러와 아궁이로 인한 화재가 급증하면서 그 위험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불씨 하나가 집을 태우고, 나아가 산불로 번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올해 1~2월, 포항을 포함한 전국에서 화목보일러 화재가 전년 대비 840% 증가했다. 주택과 창고, 음식점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했고, 특히 오후부터 저녁 시간대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부주의가 원인이 된 경우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는 점은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대목이다. 화목보일러 주변에 가연성 물질을 방치하거나, 연통 청소를 소홀히 하면 작은 불씨가 큰불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특히 송진이 많은 나무나 비닐 같은 부적절한 연료를 사용하면 불길이 예측할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또한, 한꺼번에 많은 연료를 넣거나, 타고 남은 재 속 불씨가 바람에 날려 화재가 발생하는 사례도 많다. 이제는 더 이상 ‘설마 내 집에서 불이 나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화목보일러나 아궁이를 사용할 때는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가연물은 보일러에서 최소 2m 이상 떨어진 곳에 보관하고, 연료 투입구는 꼭 닫아야 한다. 연통은 3개월에 한 번씩 청소하고, 지정된 연료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소화기를 가까운 곳에 비치하는 것도 기억하자. 포항북부소방서에서는 봄철 화재 예방을 위해 마을 단위 현장 지도를 강화하고 있다. 의용소방대와 함께 주택을 직접 방문해 안전 점검과 예방 지도를 하고, 마을 방송과 SNS 등을 활용해 화재 예방수칙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관심과 실천이다. 봄철 화재는 한순간의 부주의에서 시작된다. 작은 불씨를 가벼이 여기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단순한 주택이 아니라, 가족의 안전이자 삶의 터전이다. 따뜻한 봄날을 맞이하는 지금, 우리 모두 화재 예방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때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다. 불씨 하나가 숲을 삼키듯, 부주의가 순식간에 삶을 태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경각심을 갖고 대비한다면, 올봄은 더 안전하고 평온할 것이다.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실천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화재 예방, 지금 바로 나부터 실천하자.

2025-03-10

헌재, ‘수사 적법성’ 논란에도 선고 강행하나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이 헌재의 탄핵심판에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헌법재판소는 “구속 취소와 탄핵 심판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지만, 윤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 과정에서의 수사적법성과 절차적 흠결을 문제 삼고 있어 이를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 측은 최근 절차적 하자와 관련한 헌법학자 7명의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해둔 상태다. 헌법학자들은 ‘내란죄 철회 등 10가지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헌재는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을 마친 이후 매일 평의를 열고 있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처럼 변론 종결 후 2주가 지난 이번 주 내로 선고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지만, 윤 대통령 석방으로 돌발변수가 생겨 곧바로 선고하기가 어려워졌다.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자, 여야 정쟁도 치열하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9일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헌재에 탄핵심판 변론재개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파면될 때까지 장외집회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석방이 탄핵심판 일정을 늦출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9일부터 매일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국회에서 농성하기로 하는 등 24시간 비상대기 상태다. 법원이 윤 대통령을 석방한 결정적인 이유는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적법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헌재도 법원의 이러한 판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헌재는 법원이 문제삼은 ‘공수처의 수사기록’을 증거로 채택해 심리를 한 상태다. 헌재가 그동안 탄핵 심판을 진행하면서 여러 절차적 논란을 일으킨 점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증인 신문시간 제한, 윤 대통령의 직접 신문 금지, 선별적 증인 채택 등 재판 절차를 둘러싼 잡음이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헌재는 선고에 앞서 공수처의 수사적법성과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으면 탄핵선고 후 예상되는 사회적 혼란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2025-03-10

1억원이 높인 출산율?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큰 액수의 돈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면 곤두박질치는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 아직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관해 섣불리 답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질문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가 특정 도시에서 확인되고 있는 듯하다. 최근 언론사의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1년간 서울시와 6대 광역시 중 한 도시를 제외한 나머지는 인구가 모두 줄었다. 그렇다면 인구나 늘어난 곳은 어딜까? 인천이다. 10일 발표된 인천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시의 주민등록인구는 302만7854명. 전월과 비교해 4205명이 증가한 수치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중 인구 증가 1위의 기록. 뿐 아니라 인천은 작년 출생아 수 증가율도 전국 1위였다. 지난해 인천의 출생아 수는 1만5242명으로 전년보다 11.6%가 늘었다. 전국 평균 3.6%를 3배 이상 웃돈다. 그렇다면 한국 대다수의 지자체가 고민하는 ‘인구 증가’와 ‘출산율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인천시의 묘수’는 뭐였을까. 전문가들은 ‘아이플러스 1억 드림’과 ‘천원주택’에 주목하고 있다. 아이플러스 1억드림은 인천에서 태어나는 아이에게 18세까지 1억원을 지원하는 정책. 인천시 천원주택은 월 3만원의 임대료를 받고 신혼부부 등에게 최대 6년간 주택을 임대하는 사업이다. 출산율을 높여 인구를 증가시키려는 인천의 통 큰 지원이 실질적인 효과를 보이기 시작한 것일까? 금전 지원이 출산율을 높인 사례는 부영그룹의 ‘출산장려금 1억원 지급’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어쨌거나 어떤 방법을 사용하건 아기들의 환한 웃음을 더 많이 봤으면 좋겠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3-10

섬유 메카 명성 회복 나선 대구섬유패션산업

지난해 11월 대구정책연구원이 내놓은 대구섬유패션 르네상스 전략안은 대구의 전통산업인 섬유패션의 재도약을 이끌기 위한 새로운 방향 제시란 측면에서 관련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안에 따르면 대구시는 섬유산업을 대구시가 중점 육성 중인 5대 미래신산업과 연계해 섬유테크산업으로 대전환하고, 쇠약해지는 섬유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어 옛 명성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특히 대구시의 신산업 육성과 대구경북신공항 건립과 맞물려 지금 시기가 대구섬유패션산업을 혁신할 골든타임이라고 분석했다. 대구정책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대구의 섬유산업은 전체 제조업의 16.6%를 차지하고 있고, 부가가치 1조3300억 원, 종업원 수 2만6300여 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섬유패션산업의 중심성 순위를 따져보았더니 서울에 이어 대구가 전국 2위로 여전히 중심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매년 섬유패션산업 관련 기능이 약화되고 있고 특히 노동생산성 부문에 있어 서울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분석이 됐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대구의 섬유패션산업은 취약한 부분만 잘 보완하면 인프라 등을 감안할 때 재건할 수 있는 여지는 아직 충분하다는 뜻이다. 대구는 한때 아시아의 밀라노란 이름이 붙을만큼 섬유산업의 중심도시였다. 한국의 섬유산업은 대구와 경북이 중심지였으며 이곳이 주축이 돼 단일업종 사상 최초로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하기도 했다. 외환위기와 중국산 저가제품의 공세로 지금은 지역의 섬유산업이 침체기를 맞고는 있으나 섬유관련 인프라는 여전히 전국 최고다. 섬유개발연구원과 다이텍연구소 등 연구기관과 섬유관련조합 등이 전국에서 가장 활발히 연구하고 활동하고 있는 곳이 대구다. 대구시가 섬유패션산업의 침체를 극복하고 첨단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섬유패션산업 르네상스 실행 계획을 어제 발표했다. 2035년까지 총 3000억 원을 투입해 대구를 첨단 섬유패션테크산업의 글로벌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생각이다. 시의 이번 계획이 대구가 섬유산업 메카로 또다시 부상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2025-03-10

정치를 문학적으로 생각함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과 때로 나는 문학주의자가 되지 못한 것을 아쉽게 여긴다. 나는 현실 정치보다 삶 전체 또는 근본적인 삶에 집념을 발휘하는 문학주의자의 길을 귀하게 여긴다. 한나 아렌트에 따르면 사람의 삶은 노동하고 예술 작품을 ‘제작’하고 정치적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라 한다. 문학주의자는 예술적인 작업에 집념을 품은 자다. 이 예술의 기억 행위는 삶 전체에 걸쳐 있어 사회적 결정에 ‘집단’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정치적 결정 행위와 다르다. 그리하여, 문학이 정치에 관여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는 어느 파당에 들어 그 파당의 목소리를 ‘문학적으로’ 내는 것이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그 단적인 사례다. 이때 문학은 문학 아닌 것, 정치적이다 못해 정치주의적인 차원의 것에 떨어질 수 있다. 해방공간 때 프롤레타리아 시인 임화는 바로 이 함정에 빠져 비극적인 생애를 마감했다. 그는 ‘당원’의 시를 썼고 그 ‘당원’의 실천에 뛰어들었고, 자신의 문학을 싸우는 ‘전선’의 문학으로 제시하고자 했다. 정치에 관여하는 다른 방식의 문학이 있다. 그 좋은 사례들로 작가 최인훈과 손창섭이 있다. 최인훈과 손창섭의 정치는 ‘파당’의 정치가 아니라 단독자의, 곧 ‘한 사람’의 ‘정치’였다. 자기 한 사람으로 ‘1인 정당’의 당원 또는 ‘1인 공화국’의 주권자가 되어 자신만의 목소리를 추구한 것이다. 최인훈은 6·25 전쟁 중 ‘원산철수’ 직전까지 북한의 회령과 원산에서 살았고, 전체주의적 사회주의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손창섭은 평양 태생이지만 일본에 일찍 건너가 대학까지 다녔고, 한국사회를 ‘방법론적’ 외부자의 시선으로 냉연하게 관조할 수 있는 ‘거리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최인훈과 손창섭은 1950~1970년대의 한국 사회를 누구보다 비판적으로 해부해 본 작가들이었다. 그들은 좌익·우익 또는 보수와 진보라는 ‘낡디 낡은’ 진부한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적인 자신들만의 사유능력을 발휘해 한국인들의 삶의 새로운 길을 찾아내고자 했다. 나는 그들의 문학의 길에서 작가는 얼마나 고독해야 하는가를 깨닫곤 한다. 문학은 정치를 어떻게 취급해야 하는 걸까? 나는 정치를 넓게 보는 방법을 찾는다. 정치를 넓게 보는 것이란 무엇이냐? 그것은 우선 정치를, 그것을 둘러싼 더 넓은 맥락에서 보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넓은 맥락에서 살필 수 있는가? 그것은 정치를 현실에 결부된 파당 대결만의 차원에서 벗어나 보다 문명론적인 차원에서 살펴보는 것이다. 단지 옳고 그름, 단지 사실에 부합하거나 왜곡되어 있음을 떠나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해결해 가는 것이 우리 ‘공동체’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는가를 묻고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정치적 투쟁에 골몰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는 흔히 권력투쟁, 계급투쟁의 차원에서 논의되곤 한다. 사회를 갈등과 반목의 차원에서 보는 이들에게 정치는 집단적 투쟁 그 자체이고 상대편을 ‘쳐서’ 내 편을 살게 만드는 과정이다. 이런 정치에서는 ‘적’이라는 관념이 너무나 생생하게 살아 작동한다. 나는 세력과 파당의 대결에서 벗어나 우리의 삶을 더 낫게 해 줄 수 있는 삶의 길을 찾고자 한다. 이것이 내가 정치를 문학적으로 대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2025-03-10

폐지 리어카, 기다리다

강길수 수필가 인도 한쪽, 가로등 지주 곁에 지날 때마다 쳐다보는 리어카가 있다. 폐지가 가득 실렸다. 바퀴엔 숫자 다이얼식 자물쇠도 잠겨있다. 한데, 리어카는 지난 겨우내 이 자리에서 기다린다. 짐 실은 모습이 다른 폐지 리어카들보다 깔끔해 처음부터 눈여겨보았다. 폐 골판지 상자를 접어 바닥에서부터 바퀴 보호대 한 뼘 정도 위까지 차곡차곡 실었다. 그 위에 접은 장난감 포장 상자 같은 작은 폐지들을 가득 담은 커다란 골판지 상자 너댓 개를 싣고, 고무 밧줄로 단단히 묶었다. 폐지들은 긴 시간 햇빛에 색이 바래고, 비도 맞고, 바람과 공기에 부대껴 제법 상했다. 이 리어카의 주인, 폐지 줍던 분은 어찌 되어 어디로 간 걸까. 아마도 지나치는 길에 한두 번은 만났을 연로한 분이리라. 지난 늦가을, 환절기에 건강에 이상이라도 온 것일까. 바퀴에 자물쇠를 채우고 간 것을 보면, 갑작스러운 사고나 자리보전은 아닌 듯하다. 자녀들이 폐지수집 그만하라고 종용이라도 한 것인가. 그렇다면, 리어카가 여기 있지도 않았을 터다. 아무래도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 같지만,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요즈음은 어찌 된 일인지, 폐짓값도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다. 가끔 집에 모아 둔 신문지를 묶어 고물상에 가져가는 날, 아내는 옛날의 반값밖에 안 된다고 구시렁거리곤 했다. 웹에서 폐짓값을 찾아보았다. 2025년 2월 전국평균 폐지 가격은 ㎏당 신문지가 135.1원, 골판지는 91.0원이었다. 이러니 실제 폐지 수집자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골판지의 경우, 50원/㎏ 정도나 될까. 폐지 줍는 분이 하루에 얼마큼 줍고, 얼마를 버는지 모른다. 하루에 골판지 300㎏을 주워 50원/㎏에 판다면, 그 벌이는 1만5000원에 불과하다. 매일 같은 양을 줍는다는 보장도 없다. 리어카 주인이 올 기초연금 평균 월 34만 3000원과 폐지 주워 받는 돈으로만 산다면, 뼈 빠지게 일해도 최저생활 하기가 어려움이 분명하다. 우리 사회 저변의 절실한 민생문제의 하나다. 그 많은 지자체 의원과 국회 의원 나리들과 보좌관들, 관련 공무원들이 이런 현실을 알고 제대로 쳐다보기나 할까. 정치꾼들은 자신과 정파의 이익에 필요할 때만 ‘국민, 민생’을 들먹이고, 실제는 안중에도 없음을 국민은 다 안다. 폐지뿐만 아니라, 사람이 배출하는 폐기물은 대부분 자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자원 재활용은 제2, 3, 4의 광산이자 석유요, 천연자원이다. 자원 순환시스템의 활용률을 올리는 일은, 인류의 생존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문제로 귀결된다. 이런 민생문제들을 이슈화하는 정치인의 보도를 요즈음엔 본 바가 없다, 가로등 지주 곁에서 리어카는 폐지를 가득 실은 채, 오늘도 주인을 기다리며 기도한다. 그가 돌아와 녹슬어가는 뼈대를 닦아주고, 함께 고물상에 가 무거운 짐도 내려주기를 바란다. 사람들은 몰라도, 리어카는 텔레파시로라도 소통해 주인의 행방과 처지를 알 터. 그러니 올 한겨울을 오롯이 턱 버티고 서서 주인을 기다린 게지…. 오는 봄 어느 날, 주인장이 쨍하고 나타나 자물쇠 풀면 리어카도 덩달아 하늘을 나는 기분이리라.

2025-03-10

기후변화와 반려동물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완연한 봄이 찾아오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하는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많이 띈다. 따스한 햇살 아래 반려동물들이 꼬리를 흔들며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1500만 명을 넘어섰으며, 많은 가정에서 강아지와 고양이를 가족처럼 여기고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이 늘어날수록 사료 생산, 배변 처리, 용품 소비 등에서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제는 반려동물과 인간이 함께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식에 대해 고민할 때다. 반려동물의 주요 탄소 배출 요인은 사료와 배변 처리다. 반려동물 사료는 대부분 육류 기반으로 만들어지는데, 이는 가축 사육과 관련되어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킨다. 소고기와 닭고기 생산에서 나오는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가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으며, 반려동물의 소비량이 많을수록 온실가스 총 발생량 증가로 인한 환경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또한 반려동물의 배변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메탄가스가 발생하며, 비닐봉투나 플라스틱 배변 패드 사용은 환경 오염을 가중시킨다. 이에 따라 친환경적인 반려동물 사료 개발, 배변 처리 방식 개선, 지속가능한 반려동물 용품 사용 등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일부 사료 회사들은 곤충 단백질을 활용한 친환경 사료를 개발하고 있으며, 천연 성분으로 만든 배변 봉투나 재사용 가능한 패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들이 아직 일반 소비자들에게 널리 퍼지지 않은 만큼 더 적극적인 홍보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반려동물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곤충 단백질 기반 사료가 상용화되었고, 미국에서는 반려동물 배설물을 퇴비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도시도 있다. 또한 네덜란드에서는 재생 가능한 소재로 만든 반려동물 용품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으며, 친환경적인 반려동물 카페와 호텔도 등장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친환경 반려동물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반려동물 배변을 분해하여 퇴비로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몇몇 스타트업 기업들은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한 반려동물 용품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제로 웨이스트 반려동물 양육’이 점점 인기를 끌며, 친환경 사료와 재사용 가능한 용품을 선택하는 보호자들이 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지속가능한 반려동물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친환경 반려동물 사료와 용품의 접근성을 높이고, 배변 처리 시스템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보호자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캠페인을 확대하고, 관련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변화한다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작은 실천을 할 수 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반려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친환경적인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2025-03-10

모두 원하는데 왜 개헌 못하나

김진국 고문 난리다. 비상계엄령에, 탄핵에, 내란죄까지…. 21세기의 한복판, 10대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이 맞는지 혼란스럽다. 상상도 못 할 일들이 왜 연이어 터졌을까. 대통령과 의회 권력의 충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포고령 1호에서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라고 명령했다.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의회 권력까지 장악하겠다는 말이다. 물론 비상계엄은 특별한 환경에 처했음을 의미한다. 전쟁이 벌어졌을 때를 상정한 대목이다. 법원의 일부 권한에 대해서도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헌법은 의회에 대해서만은 어떤 조치도 허용하지 않았다. 독재자를 막는 안전장치다. 재적 국회의원 과반수가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즉시 해제해야 한다. (헌법 제77조 제5항)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뒤집으려 했다. 윤 대통령의 불만도 이해는 간다. 이 정부 들어 민주당은 29번이나 탄핵안을 발의해 13건을 헌법재판소에 보냈다. 헌정사상 탄핵 심판이 모두 16건인데, 13건이 이 정부에서 벌어졌다. 대통령 관심 예산은 무조건 깎였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특검법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관심 법안, 예산안은 반복해서 밀어붙였다. 대통령이 됐지만 아무일도 못 하는 신세다. 극단적인 수단이라도 동원하고 싶었을 법하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여소야대(與小野大)가 처음도 아니다. 총선을 망친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 권위주의 시절의 군인 출신 대통령도 여소야대에 이렇게 대응하지는 않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통일방안을 만들면서 세 야당 총재가 모두 자기 의견대로 만들었다고 믿을 정도로 의견을 수렴했다. 그랬기에 아직도 대한민국의 통일정책으로 남아 있다. 취임하고 나면 모든 국정이 대통령 책임이다. 야당이 치어리더가 되는 건 일당독재나 가능하다. 의견이 달라도 대통령이 야당을 달래고, 설득해야 한다. 양보할 건 양보하고, 타협해야 한다. 그게 정치다. 아무리 정치 초보라도 윤 대통령은 너무 정치와 담을 쌓았다. 윤 대통령만큼 야당을 무시하는 대통령은 보지 못했다. 제도보다 운용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국민이 가장 불신하는 게 정치인이다. 그래도 제대로 굴러가는 제도여야 한다. 윤 대통령 사태를 봐도 제도가 중요하다. 개헌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전직 국회의장·국무총리·정당 대표 등 정치 원로들이 서울대에 모여 “대통령과 국회의 권력을 분산할 수 있도록 통치 구조를 개편할 개헌 적기”라고 입을 모았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한 민주화의 상징이다. 그러나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는다’는 데만 집중했다. 3김 씨와 같은 정치력이 사라지면서 피로가 누적됐다. 대통령과 의회가 극단으로 대립했다. 한쪽은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하고, 다른 쪽은 ‘의회 독재’라고 한다. 권력의 분산과 효율적인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정치인도, 학자도 공감한다. 그런데도 개헌론이 제기된 지 20년이 넘도록 번번이 실패했다. 대통령 임기 초반에는 개헌 논의가 자신의 임기를 허비한다고 싫어한다. 임기 후반에는 차기 경쟁에서 앞선 후보가 반대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임기 말 위기를 맞아서야 개헌을 제안했지만, 이미 늦었다. 지금 여야가 모두 개헌하자고 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만 침묵이다. 사실상 반대다. 탄핵에 집중해야 한다고 한다. 핑계다. 마음만 먹으면 바로 개헌할 수 있다. 대통령 자리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대세는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는 방향이다. 당선 가능성이 큰 후보에게는 거북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주장을 포용하는 제도다. 나와 다른 의견을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하는 제도다. 한 사람, 많은 사람이 메시아를 원한다. 그러나 우리편일 때 메시아다. 반대 경우는 생각하지 않는다. 선거제도도 마찬가지다. 지역구 투표에서 50.56%를 얻은 민주당이 175석(58.3%), 45.08%를 얻은 국민의힘이 108석(36%)을 차지했다. 국민의힘이 고집한 승자독식 탓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가 답이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5-03-09

성실과 농담

유영희 작가 몇 년 전 작고한 고려대 황현산 교수가 ‘푸른 양’의 해를 맞아 쓴 에세이 ‘변화 없다면 푸른 양이 무슨 소용인가’를 읽었다. 이 에세이에서 황현산은, 양이 푸를 수는 없으니 ‘푸른’이라는 수식어는 농담이라고 하면서도 새로운 농담은 변화를 위한 상상력이므로 푸른 양의 해에 변화를 꼭 이루자고 다짐하고 있다. 새로운 농담은 어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쉽게 기적을 일으킨다는 대목에서는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지레 포기하지 말라는 행간의 의미를 읽을 수 있었다. 이 에세이에 눈길이 간 것은 올해가 마침 푸른 뱀의 해이기 때문이다. 10간은 다섯 가지 색으로 분류되고 각각의 색은 2년씩 계속되어 작년에는 푸른 용이었던 데다 새해가 시작한 지 두어 달이 지난 터라 새삼스럽다고 할지 모르겠다. 게다가 푸른 양은 존재하지 않아도 푸른 뱀은 세상에 실재하니, ‘푸른 뱀’을 들먹이는 것은 의미 없다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세상에 존재하는 푸른 뱀과 육십갑자의 푸른 뱀은 같은 것이 아니고, ‘푸른’이 가지고 있는 변화의 의미는 퇴색하지 않는다. 오히려 변화의 상징이라는 의미에서는 푸른 양보다 허물을 벗는 푸른 뱀이 ‘푸른’의 이미지에 더 적절하다. 최근 2, 3년 간 우리 사회 중요 지표는 연속 하락하고 있다. 민생과 직결된 경제 지표를 보면 특수한 상황 세 번을 제외하고 1961년 이래 우리 경제 성장률은 세계 경제성장률보다 항상 높았다. 그러나 2023년에는 우리가 1.4% 성장하고 세계는 2.8% 성장하는 역전이 일어난다. 2024년에는 조금 올라 2% 성장했지만 세계 경제는 3% 이상 성장했으리라고 하니 나아진 것은 아니다. 2024년 폐업한 자영업자가 100만 명에 육박한다는 소식은 암울하기 짝이 없다. 내가 사는 곳은 지난 30년간 상가 공실이 전혀 없었는데 작년부터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셔터문이 내려진 상가가 여럿 보인다. 정치는 더 심각하다. 3월 3일 한국기자협회 신문에 의하면, 지난 2월 27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부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 2024’(Democracy index 2024)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총점 순위가 작년보다 10단계 하락하고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었다고 한다. 현재 우리 사회 지표가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지금은 황현산이 저 에세이를 썼던 2015년보다 더 절실하게 새로운 농담이 필요한 때다. 마침 코미디언 이경규가 최근 발간한 책 제목이 ‘삶이라는 완벽한 농담’이다. 그가 45년 동안 활동하는 비결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추어 시청자를 위해 새로운 농담을 꾸준히 계발했기 때문이다. 그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첫 번째 덕목으로 성실을 꼽는 인터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폭력배와 손잡는 정치인들, 부자만을 위한 경제정책 입안자들에게 더 이상 새로운 농담을 기대하기 어렵다. 푸른 뱀처럼 우리 사회가 성장과 변화를 이루려렴 지도층의 성실이 필수다. 그런 정치인을 보고 싶다.

2025-03-09

시급한 것이 연금개혁 뿐일까

김규인수필가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 보고서에서 재정 전망이 어둡다며 경고했다. 2025년 우리나라 GDP 성장률은 2.2%에서 2072년에 0.3%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2072년 국가채무는 7,303조 6,000억 원으로 현재의 5.7배 수준으로 크게 늘어난다. 경제성장 엔진은 힘을 잃고 국가 지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 2072년에는 나랏빚이 7,303조 원, 국민연금 재정수지 적자도 2,90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연금 재정적자 규모가 60%를 넘어선다. 연금 개혁이 시급한 이유이다. 시기를 놓치면 빚은 눈덩이로 불어나고 연금 재정은 파탄 나고 더 이상 연금 지급은 불가능하게 된다. 이에 비해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25년 3,591만 명에서 2072년 1,658만 명으로 크게 떨어진다. 반면에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같은 기간 1,051만 명에서 1,727만 명으로 늘어난다. 생산인구는 줄어들고 부양이 필요한 노령인구는 늘어나 국민연금 부족을 더 부추기게 된다. 정치권에서 국민연금 개혁은 아직 적절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3월 이후 대선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연금 개혁은 시급하다고 말한다. 여야는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44%로 하는 것은 합의한 것 같다. 그러나 아직 자동조정장치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연금개혁은 100년을 내다보고 계획을 짜야 한다. 누가 더 손해를 보거나 더 이득을 보는 경우가 생겨서는 안 된다. 공평한 법안이 만들어질 때 온 국민의 동참을 끌어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모두가 자기의 이익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표를 의식하여 선심 쓰듯이 계획을 세워서도 안 된다. 다음 세대가 빚을 떠안거나 하는 일도 생기지 말아야 한다.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다수의 사람이 만족하는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대외적으로 헤쳐 나가야 할 일이 많은데 국내문제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시간을 허비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문제는 산적하고 세계가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모두가 발 벗고 나서는데 우리만 뒤처지는 것 같다. 미국의 영향으로 오늘도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언제까지 세상의 흐름을 우리가 주도하지 못하고 끌려만 갈 것인가. 차곡차곡 준비만 제대로 한다면 우리에게 기회는 다시 찾아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어려운 시기에 무엇이 있어야 할까. 정치도 협의도 양보도 없는 사회에서 이루어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회사는 어려워도 데모는 계속하고 내 것만을 차지하면 그만이란 말인가. 모든 것을 잃고 후회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단결하고 힘을 모아도 헤쳐 나갈지 걱정스러운데 자기만을 내세울 때 얻는 것이 있을까. 시급한 것이 어디 연금개혁 뿐일까. 세계의 흐름에 편승하여 살아남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살아남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2025-03-09

‘尹 석방’이 헌재 탄핵심판에 어떤 변수될까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가 내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을 취소하라고 결정한 후, 검찰이 항고하지 않음에 따라 윤 대통령이 8일 석방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48분쯤 구치소 정문을 걸어 나와, 지지자들을 향해 감사인사를 하고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들어갔다. 검찰이 석방지휘 절차를 거치는데 ‘28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 것은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대검 간부들의 석방지시 결정에 반발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대검 간부들은 ‘검찰의 즉시항고’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반면, 특수본은 “구속기간을 ‘시간’으로 계산한 것은 관례에 반하는 것”이라며 즉시항고를 주장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밝혔지만, 서울중앙지법은 대통령에 대한 구속이 만기를 9시간 45분 초과한 불법 감금이라는 점과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을 포함해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다툼의 여지가 많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대통령의 구속이 절차적, 실체적 측면에서 모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앞으로 공수처의 불법수사와 서울중앙지법의 체포·구속영장 발부는 윤 대통령 형사재판 과정에서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이 이제 관저로 복귀하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은 권한이 정지된 탓에 대통령실로부터 공식적인 보고를 받기는 어렵지만, 참고 자료를 통해 국정현안은 파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할 경우 바로 업무에 복귀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석방은 ‘탄핵정국’에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11일을 전후해 선고기일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과는 달리,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이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을 문제삼은 만큼, 헌재도 탄핵소추안의 적합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섣부른 구속이 엄청난 국론분열을 가져온 점을 감안해, 헌재의 탄핵심판은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2025-03-09

헛되고 헛되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저녁 산책길에 나섰다가 홀연 찾아든 생각이 있다. ‘전도서’ 1장 2절이다. “헛되고 헛되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vanitas vanitatum et omnia vanitas.)” 사노라면 누구나 몇 번씩 겪는 허망함이 불쑥 고개를 내민 것이다. 허망함의 원인은 개별자에게 고유한 것이어서, 그것을 특정 영역이나 대상으로 한정함은 불가능하다. 하기야 아까 낮에 보았던 싸움 장면도 원인 제공자 가운데 하나일 터다. 어제 내가 정리한 옆집 공터에서 두 마리 고양이와 두 자 남짓한 뱀 사이에 치열한 투쟁이 있었던 게다. 어지러운 낙엽과 작은 나뭇가지들 때문에 뱀의 형상은 잘 보이지 않았으되, 고양이가 보여주는 날카롭고 치명적인 발놀림에서 공격 대상이 뱀이라는 사실은 지극히 자명한 것이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뱀에게 들이닥친 고양이의 급습은 가공(可恐)할 만한 것이었으리라. 이렇다 할 반격도 하지 못한 채 30여 분만에 뱀은 축 늘어져 버렸다. 뱀의 사체를 장난감처럼 들었다 놨다 하면서 고양이는 전리품을 한껏 자랑하는 눈치였다. 경칩 지난 지 사흘 만에 불귀의 객이 된 뱀에게 불시에 찾아든 사신(死神)을 어찌하겠는가?! 지난주 개강한 대학의 교정은 활기에 넘쳤으나, 반갑게 대면한 교수의 전언(傳言)은 우울했다. 2월 한 달 새에 세 분의 집안 어른을 잃었다는 것이다. 친가와 외가의 두 삼촌과 부친을 연이어 멀리 떠나보냈으니, 그 심사를 어찌 가늠할 수 있겠는가! 20대 청춘들의 활기와 명랑한 태도를 노년과 상가(喪家)의 우울하고 처연한 분위기와 병립시키기 자못 어려웠다. 한쪽에는 생을 구가하는 살아남은 자들이 있고, 맞은 편에는 죽음과 대면하는 자들이 있다. 생과 사의 갈림길은 생각보다 멀지 않다. 행운과 불운, 얻음과 잃음, 건강과 질병, 웃음과 눈물 사이의 거리가 멀지 않음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단맛만 추구하는 인간의 심사에는 쓰고 거친 맛은 자리하지 못한다. 단선적이고 단편적인 주관에 저 스스로 갇혀버리는 까닭이다. 생각해보면 세상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우리는 타자들과 맺은 관계와 인연 안에서만 존립 근거를 가질 뿐이다. 이탈리아 양자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가 나가르주나(용수)를 인용한 대목을 보자. “사물은 자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다른 어떤 것 덕분에, 다른 것의 결과로서, 다른 것과 관련하여, 다른 것의 관점에서 존재한다.”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178쪽) 여기서 용수가 말하는 사물의 범주는 우주 삼라만상의 모든 것에 확대 적용할 수 있다. 인간이 애지중지하는 자아와 그를 둘러싼 인간들과 그 관계를 들여다보면 사태의 핵심이 분명해진다. ‘나’를 독자적이며 지극히 가치 있는 유일자(唯一者)로 규정할 방도가 어디 있는가?! 내가 존재하도록 원인을 제공해준 부모와 형제와 아내와 남편과 자식을 잠시 돌이켜 보시라! 허망하고 쓸쓸하며 괴로운 지경에 처해 있다면, 그 배후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을 대척적인 존재와 가치를 깊이 묵상했으면 한다. 빛과 그림자, 있음과 없음, 길고 짧음, 선과 악의 상호 보완성에 우리의 사유와 인식이 미친다면, 삶은 그렇게 허망하거나 헛되지 않을 것 같다.

2025-03-09

의대증원 원상복귀, 의대생도 복귀를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2026학년도 의과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는 학생복귀 및 의대교육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날 발표문에서 2027년 이후 정원은 앞으로 구성될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서 정하겠다고 밝히면서 다만 “의대생들이 3월말까지 전원 복귀하지 않으면 이를 백지화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작년 2월부터 시작된 의정갈등으로 의료현장의 혼란과 환자들이 겪은 고통은 실로 다 말할 수 없이 컸다. 그래도 불편과 고통을 감내하면서 의료개혁이 달성되기를 바랐던 다수 국민의 염원이 실패로 끝난 것 같아 실망과 허탈감도 없지 않다. 과거 정부에서도 몇 차례 시도했던 의료개혁이 이번에도 똑같은 전철을 밟자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대정원 동결은 의사에 대한 백기투항”이라며 “고통과 희생으로 감내한 국민에 대한 기만”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로 국정 공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의정갈등이 계속되는 것은 누구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내년도 정원동결을 요청한 전국 의대학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인 것도 이런 시국 상황을 반영한 결정이다. 지금같은 상황에서 의정갈등을 더 끌어봐야 서로가 실익이 없음을 인식한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또 2024학번과 2025학번이 한꺼번에 수업을 받아야 하는 파행적 학업과정이 또다시 되풀이되는 것도 막아야 한다. 사회적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신입생과 중도에 이탈한 학생들이 되돌아올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정부의 이번 결정은 불가피하다.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대로 내년도 의대 정원을 동결키로 했으면 지금부터는 의료계가 이에 화답을 할 차례다. 의대생들의 3월 복귀를 서둘러 의료와 교육을 빠른 시간에 정상화시켜야 한다. 더이상 머뭇할 시간이 없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너무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탄핵정국으로 극도로 혼란한 시기에 의정갈등만이라도 해법을 찾는다면 국민들에게 다소나마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25-03-09

빵과 장미의 날

우정구 논설위원 지난 주말인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올해로 117주년 되는 기념일이다.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은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 노동자의 희생을 기리며 대규모 시위를 벌인다. 1만5000여 명이 참여한 시위대는 정치적 평등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 임금인상 등을 요구했다. 당시 미국 여성들은 먼지가 가득한 최악의 작업 환경에서 하루 12∼14시간씩 일을 했지만 노동조합 결성권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권리조차 부여받지 못했다. 이후 세계 각국에서 남녀차별 철폐와 여성 지위향상 등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1977년 유엔이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하게 된다. 1908년 시위에 나선 여성 노동자들은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는 구호를 외쳤다. 여기서 빵은 남성과 비교해 저임금에 시달리는 여성의 생존권을 의미하고 장미꽃은 참정권을 뜻하는 표현이었다고 한다. 한국은 1985년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날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했다. 해마다 이 날이 되면 일부 단체는 지역의 근로자, 시민을 대상으로 빵과 장미꽃을 나눠주는 행사를 벌인다. 빵과 장미는 여성의 지위 향상과 양성평등의 상징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권익은 경제 대국이란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많이 미흡하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 여성의 고용률은 61.4%로 OECD 38개국 중 31위다. 20년째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성별 격차 지수에서 한국은 세계 146개국 중 94위로 조사됐다. 한국의 양성평등 문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03-09

경산 프리미엄 쇼핑몰 유치를 바라보며

조현일 경산시장 경산은 지금 최선을 다하면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도저히 성공할 수 없을 것으로 보였던 경산지식산업지구에 대형 프리미엄 쇼핑몰의 유치에 성공하고 지난달 28일 경산지식산업개발(주)과 현대백화점 계열사인 한무쇼핑(주)이 분양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경산지역에 대형 프리미엄 쇼핑몰 유치는 2020년 9월 경산시와 경북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등이 경산프리미엄 아울렛 조성을 위한 투자유치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지역의 경제를 일정부분 견인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사업허가권을 가진 정부가 첨단산업을 육성하고자 조성한 단지에 유통과 쇼핑을 위한 공간이 조성되는 것은 지정 목적에 어긋난다는 입장에 난관에 부딪혀 실현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민선 8기 경산시장으로 당선되자 지역의 산업구조를 바꿀 것으로 평가받은 경산지식산업지구에 대형 프리미엄 쇼핑몰이 입점하면 지역 경제에 큰 힘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신발을 구두에서 운동화로 바꾸어 신고 중앙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개발계획 변경의 필요성과 대형 프리미엄 쇼핑몰 유치의 당위성 설득에 집중했다. 시민들도 2020년 12월 10만 명 유치 서명운동에 들어가 16만 명의 서명부를 관계기관에 전달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했다. 이러한 정성과 주변 여건이 맞물리며 지난해 4월 산업통상지원부가 비록 경산지식산업지구 1단계에서 2단계로 장소도 변경되고 규모도 축소되었지만, 와촌면 소월리 유통상업시설 용지 10만9228㎡의 개발계획변경을 승인하고 12월 실시계획 변경을 승인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경산지식산업개발(주)이 지난해 12월 20일 유통상업시설용지 입찰 공고에 나서 지난 19일 한무쇼핑이 기준가 565억8000만 원보다 420억 원이 많은 994억5000만 원의 입찰가로 사업자로 선정되고 28일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경산시는 계약자인 한무쇼핑(주)에 큰 기대감을 걸고 있다. 경산을 바탕으로 현대백화점이 영남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자 함을 이번 분양계약에서 피부로 느껴 일명 ‘김현아’로 불리는 김포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처럼 (가칭)경산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도 아낌없는 투자로 ‘경현아’로 이름을 날릴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의 아낌없는 투자에 반응하고자 경산시도 경산지식산업지구 2단계의 상업용지 활성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 더 많은 이용객이 현대 프리미엄을 찾아 현대백화점과 지역에 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2028년 하반기에 문을 열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은 다른 지역 쇼핑몰과의 차별화로 쇼핑뿐만 아니라 장시간 체류하며 즐길 볼거리와 문화가 있는 공간이 돼 경산을 찾는 쇼핑관광객이 지역의 명소와 먹거리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한무쇼핑(주)의 과감한 투자는 현재 62% 분양을 보인 경산지식산업지구 2단계 분양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지난달 20일 분양 공고된 산업용지 11필지의 분양가가 평당 114만 원으로 평당 300만 원 수준에 분양된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의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의 대형 프리미엄 쇼핑몰부지 분양은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다시 한 번 시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사명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기에는 시간과 물적 자원의 영향으로 포기하기도 해 경산시도 대형 프리미엄 쇼핑몰 유치 과정에서 포기할 뻔도 했다. 자치단체장의 최우선 목표가 지역민의 행복임을 각인시키며 달려왔고 앞으로 달려갈 것이다. 아직 내 발에는 구두가 아닌 운동화가 신겨 있지만, 임기 내내 구두를 신을 일은 없을 것이다. 지역민의 행복은 현재보다는 내일이 중요하고 앞으로의 밝은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려면 현장을 누비는 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유치에 온 정성을 쏟아부은 시민들과 공직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힘을 보태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한무쇼핑(주)에도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할 프리미엄 아울렛 조성에 더 많은 관심을 둘 것을 요청한다.

2025-03-09

기대고 싶은 것들, 여기에

이희정시인 기대고 싶은 것들 전봇대 아래 모였다 이 빠진 그릇이며 다리 빠진 의자며 쓸모에 목숨 바친 뒤 여기 죄다 나앉았다 한철 영화 무색하게 주눅이 폭삭 들어 내일 없는 얼굴들 통성명 필요할까 묶인 몸 달그락거리니 길짐승들 킁킁댄다 찌그러진 몸 위로 햇살들 놀다 가고 휘청대던 취객이 피로를 내던지는 이별이 왁자한 이곳에 배경이 시들고 있다 ― 홍외숙, ‘여긴 이별이 와글대요’ 전문 (‘제 19회 오늘의시조시인상’ 수상작) 시인의 다짐을 따라가 보기로 한다. “아파하고 있는 것들, 버림을 당한 것들, 도와 달라고 내미는 손들에게 마음이 가는 계절, 지켜봐 주는 모든 평범함에게 감사와 사랑을 나눠야겠다”는. 그런 시인의 눈길이 닿은 곳은 흔하디흔한 일상의 풍경이다. 정작 보고도 모른 척, 설령 눈빛이 머물라치면 외면하기 십상인 불편한 모습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공간에 머문 시인의 눈빛을 그들은 다시 호출한다. 이제 그렇게 호출된 것들이 다시 우리를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이 시는 재현된다. 도입부 “기대고 싶은 것들 전봇대 아래 모두 모였다”는 첫수의 진술은 사뭇 눈길을 끈다. 지나치기 쉬운 누추한 풍광을 ‘전봇대’라는 완충재가 견인하며 제목 ‘여긴 이별이 와글대요’의 정황을 내밀한 서경으로 떠받치고 있기에. 이 시를 지탱하는 핵심 관계는 전봇대에 기댄 “이 빠진 그릇”이며 “다리 빠진 의자” 따위의 ‘쓸모를 다한’ 것으로 이제 더 이상 꼿꼿하게 자력으로 설 수 없는 것들과의 연민이며 연대이다. 이들의 씁쓸한 외경을 시인은 절묘하게 내면의 정경에 대입해서 풀어내고 있다. 결국 “쓸모에 목숨 바친” 캐릭터들이 지닌 특별한 힘은 존재의 ‘버려짐’에서 발원하고, 그들 사이의 연대는 동병상련의 상처로 조우 하는 것에 있다. 해서, 이 시가 거둔 성과는 만만치 않다. 헐한 감정에 호소하기보다는 상태를 정직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시가 지닌 고유의 역할을 담담하게 수행하고 있다. 이런 때 ‘문학이 하는 일’에서 김영찬식으로 말하자면, “이즈음 예술인들이 대체적으로 공유하는 문학 혹은 글쓰기는 현실에 대한 물신주의적 부인(否認)이며, 현실을 알고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와 같은 태도에 있다. 그러니까 이 시를 높이 평가했던 지점은 더럽고 보기 힘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작가 의식의 ‘건강함’과 리얼리즘적 기율에 대한 충실함일 것이다. 그것으로 환기와 제언의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기에. 사람은 누구든 언제가 되었든, 결국은 파기될 운명 앞에 고통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실존적 상처를 내장하고 있다. 종내 이 씁쓸한 내면 풍경을 “길짐승마저 킁킁댄다”는 더할 나위 없이 사실적인 이 묘사적 상황 앞에 우리의 감정은 다시 걷잡을 수 없는 환멸에 치닫게 된다. 시인은 이러한 상황마저 다소 해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는데 이는 시조의 율격이 주는 율동성에서 기인한다. 이렇듯 시인은 아픔을 아프게, 상처를 상처답게, 무심한 듯 유정하게 기댈 수 있는 전봇대라는 기율에 기대어 상처들이 상처들의 주체가 되어 서로를 보듬고 있다. “이별이 왁자한 이곳에”

2025-03-09

학교에서 배웠더라면 좋았을 것들

최근 몇 년간 나의 인생은 큰 폭으로 두 번 변화했다. 2022년 결혼을 하며 누군가의 배우자가 되었고 2024년 아들이 태어나며 누군가의 아버지가 되었다. 이 사건들은 다르게 말하자면 내가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나는 누군가가 가정을 짊어지고 이끌어간다는 뜻인 가장이라는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결혼을 하며 아내와 내가 서로의 보호자가 된 것과 아들을 만나며 내가 그의 보호자가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내가 몸이 아플 때 일시적으로 나는 아내를 책임져야 하고 아들이 자립하기까지의 오랜 세월동안 나는 많은 부분에서 그를 챙겨야만 한다. 다른 이를 책임지고 챙길 때 나는 나 자신만을 건사하는 때보다 더 꼼꼼해지고 야무져져야하는데, 나는 아직도 여러 방면에서 서툴기만 하다는 게 속상할 때가 있다. 요 며칠은 아들이 기관지염으로 고생을 했다. 새벽 내내 콧물을 줄줄 흘리고 기침으로 고생을 하는 작은 존재를 앞에 두고 병원 문이 여는 아침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내가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나름 초·중·고등학교 교육을 성실하게 받았고 대학을 거쳐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공부도 했건만 그러면 뭐하나, 정작 삶에서 필요한 중요한 지식과 지혜는 갖추지 못한 헛똑똑이에 불과한 것을. 그러나 이것은 내 잘못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도 내게 아이를 기르는 방법과 누군가를 간호하는 방법 같은 걸 가르쳐준 적이 없었다. 세상에는 미분과 적분, 직유법과 은유법, to 부정사와 동명사 같은 것보다 더 필요한 지식들이 많은데 정작 그런 것들이 정규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거나 입시 교육에 밀려 가볍게 지나치게 되는 경우들이 너무나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모두가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육아 상식은 누구나 조금씩은 알아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학교에서 육아 상식을 가르친다면 살면서 그것을 써먹을 확률은 미분과 적분을 배워 써먹을 확률보다는 분명히 높을 것이다. 부모가 되지 않더라도 부모가 된 다른 사람과 자라나는 어린 존재들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공감하는데 분명히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신생아는 몇 시간 마다 먹여야 하는지. 아기가 우는 이유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각각의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야해 하는지를 미리 배워 알고 있었더라면 시행착오는 훨씬 줄었을 것이고, 부모와 아기 모두 고생을 덜 해도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주 기초적인 의학 교육이 정규교육에 포함된다면 누군가를 보호하거나 간호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자기 자신을 지켜내는 데에도 유용하리라 생각된다. 어떤 증상이 생겼을 때 적어도 그것이 심각한 상황인지 가볍게 넘겨도 되는 상황인지는 빠르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구급법이야 가끔 학교에서 배우기도 했던 것 같지만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밖에도 손발목이 삐었을 때 뜨거운 찜질을 해야 하는지 차가운 찜질을 해야 하는지, 함께 복용하면 오히려 몸에 해로운 약은 어떤 것이 있는지, 평상시와 감기가 걸렸을 시에 집안의 온도와 습도는 각각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정도는 학교에서 비중있게 가르쳐준다면 어떨까 생각을 해본다. 자동차의 대략적인 구조와 간단한 정비 기술 같은 것을 학교에서 가르치면 어떨까 생각해본 적도 있다. 자동차 경고등의 종류와 해당 상황에서 어떤 조치들을 할 수 있는지. 엔진오일을 비롯한 소모품들은 어느 정도 주기로 갈면 되는지는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불의의 사고나 불필요한 지출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차가 고장날 때마다 정비업체에서 부르는 가격을 의심하고 때로는 뒤늦게 배신감을 느끼곤 하는 일들도 많이 줄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강백수 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탐구 중이다. 기초적인 법률 상식을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면 어떨까. 지갑이나 휴대폰을 주워서 돌려주는 이에게 어느 정도의 사례를 해야 하는 것인지,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취업을 해서 직장생활을 할 때 어떠한 법률을 통해 어떤 부분을 보호받으며 일할 수 있는 것인지, 이사를 갈 때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교과과정을 통해 교육한다면 사회의 질서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밖에 기본적인 가사노동 스킬이라거나, 연애를 할 때의 에티켓이라거나,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하는 예절 같은 실용적인 것들이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보다 심도 있게 다루어진다면 어떨까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공교육의 목적이 무엇인가.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이전에 지혜롭게 세상을 살아나가는 방법부터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2025-03-09

내가 나를 나로 인정하기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일이 유쾌할 리 없지만…. /언스플래쉬 작법 수업을 할 때 하게 되는 이야기가 있다. 일인칭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며 주어를 남발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것. 일인칭은 필연적으로 ‘나’일 수밖에 없으므로 불필요한 단어를 반복할 필요는 없다. 그런 면에서 ‘내가 나를 나로 인정한다’는 말은 참으로 거추장스러운 듯하다. 하나 마나 한 표현을 덕지덕지 붙여 만든 단조롭고 식상한 표현이다. 그리고 그 식상함이야말로 이 문장의 본질이기도 하다. 내가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은 칼럼을 쓸 때다. 세상의 사건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나의 시각을 명확히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마감일이 다가오면 깜빡이는 커서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더라? 경북매일신문에 신설되는 코너 ‘2030, 우리가 만난 세상’에서 글을 써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얼마나 두려웠던가. 첫 번째 글을 송고하며 덜덜 떨던 기억이 선연하다. 어느덧 나는 ‘20’에서 ‘30’으로 넘어왔고 눈빛이 조금 흐리멍덩해진 것 같기도 하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손을 번쩍 들던 나는 어디로 갔나. 원고 쓰는 일을 미룰 수 있을 만큼 미루다가 한숨을 푹 내쉬고 책상 앞에 앉는다. 좋게 보면 여유가 생긴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게을러진 셈이다. 특히 요즘 그와 같은 권태로움이 커지고 있는데, 어쩐지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더욱 그런 듯하다. 몇 년째 함께하는 필진이 정말이지 대단해 보인다. 아니, 아직도 할 이야기가 남아있단 말이야? 그들의 글을 읽으며 나의 게으름을 반성하고 비척비척 노트북 전원을 켜 슬픈 리듬으로 키보드를 두드린다. 도무지 글이 써지지 않을 땐 내가 대체 무슨 이야기를 썼나 들춰 보기도 한다. 매우 수치스러운 작업이다. 손가락으로 눈을 반쯤 가리고 후루룩 읽어도 탁 걸리는 몇몇 문장에 얼굴이 홧홧해진다. 아주 가끔이지만 꽤 기특한 부분도 보인다. 그래? 이런 생각을 했단 말이지? 물론 그러한 마음은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이 글 역시 나의 부끄러움이 될 것을 알지만, 뭐, 별 수 없지. 내가 차곡차곡 써 온 글을 바라보노라면 기분이 이상하다. 내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 같다. 한때 나는 인간이란 나이를 먹을수록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성장해 가는 존재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인생이 꼭 점진적인 상승의 구조를 가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안다. 삶은 하나의 방향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에 놓여 있다. 성취와 소유만으로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려 하면, 오히려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이것은 비단 나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나’를 찾는 과정에 관해 무수한 철학자들이 한 마디씩 내어놓지 않았던가. 지금으로부터 이천 년 전, 장자는 사회적 규범이나 외부적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받아들이는 것이 자아의 발견이라고 말했다. 니체는 삶이 영원히 반복된다고 가정할 때 과연 지금처럼 살 것인가 자문하도록 했고, 라캉은 자아란 본래부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을 통해 형성된 오인된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현자의 가르침을 듣기 위해 광장에 모일 필요 없는 세상이다. 훌륭한 사상은 도처에 범람하며 우리는 편안하게 소파에 앉아 고개를 끄덕이면 될 일이다. 그러나 그토록 좋은 말을 우격다짐으로 뱃속에 넣어도 허기가 가시지 않는 건 왜일까? 아는 것과 되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이니. 그 괴리가 클수록 ‘나’라는 사람은 복잡하고 어렵게만 느껴진다. 내가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 유쾌할 리 없다. 예쁘지도 않고 어느 때엔 천박하기까지 하다. 두피를 벅벅 긁으며 한 글자씩 써 내려가는 문장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내게서 떨어져 나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 인정의 순간이 하나의 깨달음이다. 그렇게 쌓인 고민이야말로 ‘30’으로 가뿐히 넘어온 내가 얻은 값진 흔적이다. 나는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촘촘한 계획을 세우는 것을 포기했다. 하루를 정성껏 닦는 정도로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다는 생각이다. 느슨한 분투 속에서 만나게 되는 세상을 글로 적고 번번이 미궁에 빠진다. 이전에는 혼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눈물 콧물 쏟아내며 발을 굴렀다면 이젠 바닥에 벌러덩 누워 하늘이나 바라본다.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 무엇보다 나는 단 한 번의 마감도 펑크내지 않은, 성실한 노동자가 아니던가!

2025-03-09

대구 군부대 후적지 개발에 시민관심 집중

대구시가 도심 5개 군부대 통합 이전지로 군위군을 최종 선정했다. 2년 전 대구에 편입된 군위군은 TK신공항에 이어 ‘밀리터리 타운’까지 유치함으로써 심각한 인구소멸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밀리터리 타운’에 입주하는 군부대는 2작전사령부와 50사단사령부, 5군수지원사령부, 제1미사일방어여단, 방공포병학교다. 대구정책연구원은 ‘밀리터리 타운’ 유치로 인한 군위군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매년 7000여억원에 달하고, 취업유발인원도 4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오랜 기간 군부대 유치에 행정력을 집중한 영천시와 상주시가 선정 절차에 대한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지만, 군위군은 평가점수 총 100점 중 95.03점을 받아 영천(82.45점)과 상주(81.24점)를 따돌렸다. 특히 공용화기 사격장을 갖춰야 하는 ‘과학화훈련장’의 주민동의율에서 군위군은 만점(8.00점)을 받았다. 이 점수는 리서치 전문기관이 직접 이전 대상지 주민들을 대면 조사해 산출한 결과다. 대구시민들의 관심은 군부대 이전 후적지에 대한 개발 방향에 쏠리고 있다. 최근 대구시는 수성구 만촌동에 있는 2작전사령부 후적지를 의료클러스터 지구(경북대병원과 의과대학 등 포함)로 조성하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나머지 후적지에 대한 개발방향도 앞으로 공론화작업이 본격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적지 개발사업은 사업자가 ‘밀리터리 타운’ 시설물을 군에 기부한 대가로 주둔지를 양도받아 개발하는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체 부지 규모만 5.65㎢(170여만 평)에 이른다. 당연히 수익성이 있어야 사업자가 나타날 것이다. 대구시는 이를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밝혔듯이, 대구 군부대 이전 사업은 대구미래 100년을 내다보고 해야 한다. ‘사업성’에 급급해서 군부대 후적지를 아파트 숲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 공공인프라와 시민휴식공간 조성, 기업유치 등을 통해 도시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2025-03-06

법 개정 취지 못 살린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제1회 전국 동시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가 5일 치러졌으나 법 개정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는 그동안 간접선거로 인해 발생한 불공정성 및 폐단을 없애기 위해 2021년 금고법을 개정하고 직선제를 도입했다. 5일 치러진 선거는 법 개정 후 처음 시도한 전국 동시선거였으나 결과적으로 전·현직 금고 출신자들만의 경쟁으로 끝나 “그들만의 잔치”란 비판을 받았다. 개정된 금고법에는 금고 자산 2000억원이 넘으면 직선제를, 그 이하면 직·간선제 중 선택하도록 했다. 이번에는 전국 1101개의 새마을금고 중 534개 금고는 직선제를, 567개 금고는 간선제로 이사장을 선출했다. 대구와 경북에서는 86개소, 104개 금고가 각각 선거를 치렀지만 외부인사가 출마를 한 곳은 대구 5군데, 경북 3군데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출마자는 금고와 인연이 있는 전·현직 관계자였으며 그나마 무투표 당선이 70% 가까이 나왔다. 입후보자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등 문호를 넓히지 못해 자신들의 리그로 끝나 버린 것이다. 투표율도 저조했다. 대구 31.8%, 경북은 33.3%로 회원의 관심을 이끌지 못했다. 새마을금고는 지역공동체의 발전과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에 기여하는 서민상호 금융기관으로 출범했다. 전국적으로 1200개가 넘는 금고가 설립됐고, 자산규모도 287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일반 금융기관보다 관리 감독이 느슨하면서 금고의 부실운영 문제가 자주 비판의 대상에 올랐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고, 한때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으로 위기감이 감돌기도 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남발로 부실금고의 통폐합이 이뤄지면서 새마을금고 혁신을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사장을 선거를 통해 뽑자는 배경에는 선출과정의 투명성 재고뿐만 아니라 유능한 전문가를 유입하자는 뜻도 있다. 지금은 경쟁시대다. 관행적 경영에 의존해 금고를 운영해서는 기성 금융권과 경쟁을 할 수 없다. 풀뿌리 서민금융기관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2025-03-06

봄을 알리는 두꺼비 행렬

우정구 논설위원 두꺼비는 행운과 변화를 상징하는 동물로 표현된다. 우리나라 민화나 전설에도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다. 보통 두꺼비 꿈을 꾸게 되면 사람들은 길조로 여기는 경향이 많다. 특히 황금두꺼비를 꿈에서 보았다면 재물운이 크게 상승할 것이란 말을 듣는다. 몸길이 60∼120mm 정도의 두꺼비는 개구리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모양이나 행동방식 등에서 차이가 있다. 개구리는 녹색 피부를 가졌지만 두꺼비는 갈색 피부를 가지고 있다. 특히 두꺼비는 머리가 몸통에 비해 크고 몸 등면에는 많은 피부 융기가 돋아있다. 두꺼비는 주로 육상에서 생활하면서 곤충과 지렁이 등을 잡아 먹고 산다. 산란기에는 늪과 같은 습지에 모여 알을 놓는다. 대구시 욱수동 망월지는 국내 최대 규모 두꺼비 산란지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매년 이맘때면 1000여 마리의 성체 두꺼비가 산란을 위해 망월지로 이동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올해는 늦추위 탓에 예년보다 조금 늦게 산란을 위해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보통 암컷 두꺼비 한 마리가 약 1만개의 알을 낳는다고 한다. 이곳 망월지서 깨어난 새끼 두꺼비는 5월이면 서식지인 산으로 다시 이동하게 되는데, 이 또한 광경이 놀랍다. 보존가치 문화유산 운동을 펼치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2010년에 망월지를 꼭 지켜야할 자연유산에 선정했다. 관할 구청인 대구 수성구는 자연생태 보존을 위해 망월지 일대를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두꺼비의 이동이 시작됐다는 소식은 곧 봄이 온다는 말과 같다. 계절의 변화를 깨닫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두꺼비의 행렬이 반갑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3-06

‘하늘이’를 잃고 우린 무엇을 고치려 하는가

김세라변호사 최근 여덟 살 아이가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피살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과 교육부는 ‘하늘이 법’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법안을 제시하고 있다. 여당은 교원 임용 전후 정신질환 검사를 의무화하고, 증상이 발견되면 업무에서 배제하고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반면 야당은 정신질환을 이유로 휴직 및 복직 시 엄격한 심사 기준을 적용하고, 별도의 면담 및 평가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또한, 교사의 직무 수행 적합성을 평가하는 위원회에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지만, 안그래도 교권침해 이슈가 큰 요즘 교사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이 ‘하늘이법들’의 내용을 보면 하늘이 사건의 본질을 잊은 것은 아닌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다시 사건으로 돌아와 보자. 하늘이 사건의 첫번째 원인은 돌봄교실 운영지침이 지켜지지 않았던 것이다. 돌봄교실 운영상 돌봄학생은 돌봄교실 종료 후 그 보호자 또는 대리인에게 인계되어야 하는데 그 지침이 지켜지지 않았다. 지침이 지켜지지 않을 수 있었다는 건 지키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가 없다는 뜻일 것이다. 하늘이는 돌봄교실이 끝난 늦은 오후 홀로 교실에 남아 있었고, 가해교사의 눈에 띄어 범행이 이루어진 시청각실까지 유인되었다. 돌봄교실 학생, 특히 하늘이 같은 저학년 학생들에 대한 보호자 등 대면 인계 조치가 철저히 지켜졌더라면 하늘이는 평소와 다름 없이 미술학원 차를 탔을 것이다. 두 번째, 이 사건은 가해 교사의 정신질환은 밝혀내지 못해 발생한 것이 아니다. 거의 정신질환은 오히려 아주 충분히 드러나 있었다. 우울증을 이유로 이미 8차례 이상 휴직과 복직을 반복한 사람이었고, 2024년 12월 복직하자마자 학교에서 동료 교사를 폭행하고 컴퓨터를 부수는 등 폭력성과 반사회성을 여러번 드러내었다고 한다. 그래서 학교에서 교육청에 그에 대한 휴직처리를 요청할 정도였지만 교육청에서 그를 휴직시키지 않았다. 성인에 대해서 폭력성 등을 충분히 드러낸 교사가 어린 학생들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는 학교에 버젓이 출근을 해 돌아다니는데도 이를 막을 수 없었던 시스템이 이번 사건의 원인인 것이다. 하늘이를 잃고서야 우린 외양간을 고치려 하고 있다. 아프고 부끄럽지만 하늘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린 그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부서진 외양간을 고치는 것에 집중해야할 이 시점에 외양간 옆의 부엌, 옆집의 지붕을 고치는 일 따위에 시간과 비용을 낭비해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아이들이 등교부터 하교까지 철저히 안전할 수 있도록 돌봄교실 운영지침과 이에 대한 준수 강제가 정비되어야 한다. 폭력성과 반사회적 인격장애성 등이 드러난 학교 구성원에 대해서는 즉시 분리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하며 학교 복도에 씨씨티비도 촘촘히 설치되어야 한다. 학원차량기사가 하늘이가 차를 안탔다고 연락했을 때 학교에서 바로 하늘이가 사라진 동선을 파악할 수 있었다면 하늘이는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가 다시는 하늘이를 잃지 않겠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눈을 똑바로 떠야 할 것이다.

2025-03-06

개성시대

노병철 수필가 “아메카노로 주시고요 따뜻하게 원샷으로 부탁드립니다.” 커피 주문을 하는데 앞에 여자가 한 말이다. 무슨 소리 하는지 잘 못 알아들었다. 대충 마시면 될 것을 무슨 서양 음식 먹으러 온 식당에서처럼 “뭐 넣고 뭐 빼고 해서 주세요”하는 식으로 주문한다. 꽤 세련되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 까탈스럽게 보였다. 어른 말대로 주는 대로 먹을 것이지. “최고의 맛은 개인의 특별한 취향에 맞는 맛이다.” 그렇다고 자기 취향에 맞게 주문할 수는 없지 않은가. 동태탕 먹는데 파 빼고 무 빼라면 그 집에서 그렇게 끓여 줄 리가 만무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미국이나 유럽에선 이런 주문이 가능하고 종업원들도 이런 주문에 더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다. 카푸치노를 주문하면서 탈지분유로 만들어 달라고 하면 그렇게 해 준다는 것이다. 왜 카푸치노에 탈지분유를 넣어야 하는지 이해 가지 않지만 그렇게 마셔야겠다는 독자적 취향을 맞춰준다는데 기가 막힐 뿐이다. 우린 이런 손님을 ‘진상’으로 표현하기를 주저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맛있다고 하면서 가장 많이 찾는 것이 최고의 맛이다.” 우린 개인의 특성을 별로 고려하지 않는다. 튀는 놈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고상한 척한다며 따돌림받기 일쑤이고 “마카다 짜장면”에 익숙한 우리 문화는 혼자 튀는 것을 철저히 부정한다. 우리의 전통은 까라면 까야 하는 획일성에 기초한다. 이 전통은 예와 효에 근거한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절대 대들면 안 되고 상급자에게, 선배에게는 항상 복종해야 하는 문화이다. 그래서 자주 사용하는 말이 “너는 아비 어미도 없나”라는 말이다. 개인보다는 철저하게 단체나 조직이 우선된다는 것이다. “저는 회를 못 먹어요.” 이제 세상이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자신의 취향이 존중받는 세상이 온 것 같다. 직장 회식을 가자고 하면 회를 못 먹어서 이번 회식엔 빠지겠다고 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다. 그냥 따라와서 튀김이나 몇 개 먹어주는 배려 따위는 기대하기 힘들다. 자기주장이 정말 뚜렷하다.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가치 기준이 너무나 명확하다. 여기에서 기성세대들과의 마찰이 발생한다. 나와 다른 가치를 가진 사람에게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들은 젊은 세대들을 ‘이기적’이라고 표현하는데 마다하지 않는다. 더불어 살기에 우리네 교육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언제부터인지 내 머리엔 ‘일사불란’이란 단어가 아주 깊숙이 꽂혀있다. 내가 명령을 내리면 그대로 따라와야지 반기를 들거나 어영부영하고 있으면 가차 없이 그 대가를 치르게 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은 요즘 하다간 노동부에 끌려가 아주 된통 당하고 말 것이다. 의견이 다른 것에 대해 귀 기울이고 소수자로 불리는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뭔가 특별함을 인정해 주는 그런 사회가 왔다. 그래서 나이 든 분들이 혼란에 빠진다. 아직 충과 효에 빠져나오지 못한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나와 다름을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나 혼자 거부해 본들 아무 소용이 없다. 더불어 살기 위해선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철저히 그네들의 문화를 수용하면서 살아야 할 때이다. 지금은 개성시대이니까.

2025-03-06

생명이 움트는 3월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3월 초순, 봄이 오는 길목이다. 그런데 훈풍에 화사한 꽃비가 내려야 좋을 계절에 영동할매의 심술인지 전국에 강풍을 동반한 차가운 눈비가 내렸다. 강원 영동에는 나흘째 폭설이 내렸고 제주에는 강풍이 불고 있다니 봄의 시작이 스산하다. 경칩에 겨울잠 자던 동물들이 깨어나겠지만 일찍 깬 개구리는 얼어 죽지는 않을까. 예부터 개구리 첫 울음소리에 농사의 길흉과 식복(食福)을 점쳤다고 하는데…. 다음 주에는 맑은 날씨를 회복하여 따뜻한 봄날이 될 것이라고 하니 겨울 가뭄에 바짝 마른 동해안은 그동안 내린 눈이 녹아 산불 염려도 한숨 돌리게 하고 파란 새싹을 움트게 할 것이다. 농촌에서는 밭갈이 나설 테고 옛날에는 임금님이 적전(藉田)에서 직접 농사지으며 선농제도 지냈다지만 올봄의 이 나라는 정부와 국회 모두가 국민의 삶은 뒷전인 듯하다. 각급 학교가 개학을 했다. 초등학교는 올망졸망 귀여운 아동들의 발걸음에 밝은 웃음소리가 가득할 테지만 입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가 전국 184개 학교로 작년보다 27개교가 증가했고 경북도는 42개교로 잠정 집계되어 전국 최고이다. 거기에다 입학생이 1명만 있는 ‘나 홀로 입학식’을 한 학교도 수십 개가 된다고 하니 출산율 감소와 수도권 집중 및 농어촌 공동화에 따른 지방소멸로 통폐합 또는 ‘줄폐교’가 늘어나고 있음은 나라의 미래를 볼 때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의대 정원도 해결하지 못한 정부의 고민도 크겠지만 교육체계 전반에 대한 백년대계를 세워야 할 것이다. 국제관계도 걱정이다. 한반도에 동쪽 해양의 저기압과 서쪽 대륙의 고기압이 마주치면 난기류가 형성되고 비바람이 불 듯, 미국의 일방적 관세정책으로 중국 등이 반발하며 글로벌 무역전쟁이라는 암운이 예견되는 가운데 우리는 자세를 바로 잡아야 한다. 미국과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무관세 교역을 하고 있는데 평균 관세가 4배라고 우기고 있으니 큰일이다. 더구나 트럼프의 광물 협정을 젤렌스키가 평화에 대한 의지로 받아들여 종전된다면, 그동안 현대전을 익힌 북한이 우리에게 어떤 도발을 할지도 모르는, 봄도 봄 같지 않은 날을 맞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우리 아파트 정원수들은 벌써 전지(剪枝)를 했다. 시원스레 잘려나간 가지들은 묵묵히 봄을 기다리며 조용하다. 불량 가지, 죽은 가지뿐만 아니라 서로 엇갈리는 가지, 혼자 쭉 뻗은 가지, 밑으로 자란 가지 등을 잘라내니 통풍과 채광이 잘되고 목련꽃 망울도 부풀고 있다. 시골집 배롱나무와 가죽나무도 가지치기하니 그 옆에 있는 매화꽃 망울이 눈을 뜬다. 서울 여의도 정원수들도 전지를 해야할텐데…. 올해 제21회 죽장 고로쇠 축제는 긴 겨울 가뭄으로 수액이 많지 않을지 걱정이다. 그러나 3월 초, 사흘간 열린 울진 대게축제는 6만여 명의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루었고 14일부터 강구 해파랑공원에서 열리게 되는 영덕 대게축제도 새로 개통된 동해중부선을 타고 오는 봄바람으로 흥청대는 풍성한 먹거리 축제가 되었으면 한다. 생명이 움트는 3월, 정녕 봄처녀가 꽃향기 흩날리는 맑은 봄이 오리라.

2025-03-06

젤렌스키에게 배운다

장규열 고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대화는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었다.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대한민국도 이 사건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를 놀라고 경계하게 만들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외교적 문제로만 볼 일이 아니다, 우리 입장에서 교훈을 챙기고 대비책을 고민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미국의 경제적, 군사적 지원에 전폭적으로 의존하였다. 두 대통령 사이의 대화가 공개되면서 일방의 지원이 언제든 정치적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이 분명해졌다. 뜨거운 동맹이라도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차가운 현실을 새삼 상기시켰다. 대한민국도 미국과 오랜 동맹관계를 가지지만, 미국이 항상 우리의 입장을 십분 지지해 줄 것이라고 여기는 일은 위험하다. 역사적으로도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과정에서 우리와 충분한 논의없이 독자적인 결정을 내린 사례가 있다. 외교전략을 수립할 때 그들의 지원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다각적인 외교노선을 구축할 필요가 있음이 분명해졌다. 두 지도자의 모습과 대화는 전 세계 미디어를 통해 공개되었고, 우크라이나의 외교적 입지마저 흔들게 되었다. 국가지도자의 언행은 외교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때로는 한마디의 실언이 큰 파장을 불러오기도 한다. 국제무대에서의 발언은 전 세계가 듣고 분석하는 메시지가 된다.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신인도를 결정하고 경쟁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 수년간 우리 지도자들이 해외정상들과의 대화에서 예기치 못한 논란을 빚었던 사례도 있다. 국가수반의 언행이 신중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겪으면서 러시아, 유럽 각국과 미국 사이에서 외교적 줄타기를 하는 중이다. 미국의 지원을 받으면서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동시에 러시아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대통령들의 대화가 외부에 공개되면서, 외교적 입장은 더욱 복잡해졌다. 대한민국 역시 미·중 갈등 속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국과의 경제적 실리도 고려해야 하는 현실이다. 한쪽에 의존하는 외교정책은 위험하다. 젤렌스키와 트럼프의 대화에서 보듯이, 특정 국가에 대한 지나친 신뢰는 언제든 예상치 못한 위험으로 돌아올 수 있다. 대한민국은 독립적이며 자주적인 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미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되, 중국, 유럽, 동남아 등 다양한 외교 파트너와 협력을 강화하며, 군사적, 경제적, 기술적 자립도를 강화해야 한다. 국제정치에서 군사적 동맹이 실제 전쟁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목격하였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지만, 직접적인 군사개입은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자체적인 방위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도 독자적인 방위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 삼아, 외교와 군사정책을 돌아보아야 한다. 맹목적인 신뢰보다는 다각적인 외교전략을 구축하고, 자주적인 국방력과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2025-03-05

마이스산업 이끄는 엑스코에 거는 기대 크다

대구의 마이스(MICE:미팅·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산업을 리드하는 엑스코가 지난 4일 대한민국미래공항엑스포 개최 등 새해 핵심사업 계획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엑스코는 국제적인 대형전시회나 학회 행사 등을 통해 실질적인 일자리를 만들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대구의 핵심동력이다. 엑스코의 올해 주력행사는 모빌리티, 반도체, 로봇, 헬스케어, ABB(인공지능·빅데이터·블록체인) 등 대구 5대 신산업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표적인 행사는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한국화학공학회 춘계학술대회 동시개최), 국제소방안전박람회(로봇, 드론, IoT장비 등 혁신기술특별관 운영), 미래혁신기술박람회(모빌리티·ABB·로봇·AI 분야 테크기업 참여), 대한민국미래공항엑스포다. 이중 미래공항엑스포는 올해 처음 열린다. 2030년 대구경북(TK)신공항 개항에 대비한 행사다. 세계적인 전시그룹인 인포마(Informa)와 협업해서 열리며, 전시회에는 첨단기술을 갖춘 공항 관제 장비, 공항 물류·운영시스템, 도심항공교통(UAM) 등이 선보인다. 앞으로 TK지역의 공항산업을 육성하는 전시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엑스코가 올해 유치한 눈에 띄는 국제행사는 8월 FIRA로보월드컵(1000명 규모), 9월 세계공학교육포럼(2000명), 10월 아·태소동물수의사대회(2000명) 등이 있다. 이제 마이스산업은 국내 중소도시에서도 주요 성장산업으로 육성할 만큼 일반화돼 있다. 도시의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마이스 산업이 기반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엑스코가 올해 계획하고 있는 다양한 전시회나 국제회의 내용을 보면, 대구의 마이스산업 수준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음을 알 수 있다. 엑스코가 새해 전략과제로 제시한 전시사업 대형화와 국제화, 국제회의 유치기능 확대 등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경우 대구의 마이스산업 미래는 한층 밝아질 것이다. ‘물들어 올 때 노 저어라’는 말이 있듯이, 엑스코에 대한 대구시의 파격적인 지원이 지금 가장 절실한 때인 것 같다.

2025-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