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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RE100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하겠다는 목표의 국제 캠페인이다.2014년 영국 런던의 다국적 비영리기구인 ‘더 클라이밋 그룹’에서 처음 시작됐으며, 여기서 재생에너지는 석유화석연료를 대체하는 태양열, 태양광, 바이오, 풍력, 수력, 지열 등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RE100은 정부가 강제한 것이 아닌 글로벌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는 일종의 캠페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RE10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크게 태양광 발전 시설 등 설비를 직접 만들거나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전기를 사서 쓰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RE100 가입을 위해 신청서를 제출하면 본부인 더 클라이밋 그룹의 검토를 거친 후 가입이 최종 확정되며, 가입 후 1년 안에 이행계획을 제출하고 매년 이행상황을 점검받게 된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SK그룹 계열사 8곳(SK(주),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SK브로드밴드, SK아이이테크놀로지)이 지난 해 11월 초 한국 RE100위원회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산업통상자원부는 RE100이행을 위한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제도를 오는 10월 도입한다고 28일 밝혔다. 현재는 발전사업자나 전기판매사업자는 원칙적으로 전력시장을 통해 거래해야 하며, 재생에너지만 별도로 구매할 수는 없다.직접 PPA가 도입되면 기업 등 전기사용자는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했음을 인증받아 RE100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탄소중립에 RE100이 꼭 필요하다는 국제적 공감대가 확연해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6-28

7월 거리두기 완화, 방심은 금물이다

정부는 7월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를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현재 4인까지 모일 수 있는 사적모임 인원 제한을 해제하거나 수도권 지역에는 8인까지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17개 시군에서 사적모임 인원 제한을 해제했던 경북은 7월부터는 도내 23개 시군 전지역으로 확대하되 포항, 경주, 영천, 경산 등은 2주 동안 8명으로 인원을 제한키로 했다.한편 대구시는 지역협의회의 논의를 거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9일 별도 발표할 예정이나 사적모임 제한 인원은 2주 동안 8명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7월부터 새로운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백신 접종자에 대해서도 마스크 쓰기 기준을 완화한다. 백신을 한번이라도 맞은 사람은 공원이나 등산로 등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또 백신 1차 접종자가 접종 후 14일이 경과했다면 실외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경우 인원 산정에서 빠진다. 백신 접종 만료자가 14일이 경과했다면 실내외 모든 다중이용시설에서 인원 산정 제외 대상이다. 그 외 체육시설 인원 기준도 대폭 완화되는 등 곳곳에서 기준 완화에 따른 일상의 변화가 7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일상생활의 회복이라는 반가운 변화와 동시에 사람 간 만남의 시간이 길어지고 빈도가 잦아지면서 감염 위험도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어 걱정이다. 정부의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시작은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자영업자의 민생문제 등을 덜어주기 위한 것에 목적이 있다. 우리의 방역환경이 좋아졌기 때문에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한 것은 아니다. 특히 지금 세계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급증으로 가을철 코로나 대유행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서도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경북에서도 7명의 델타 변이 확진자가 확인돼 긴장감을 한시도 늦출 수 없다.7월부터는 본격 여름휴가가 시작된다. 사람의 이동이 크게 늘고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로 방역에 대한 긴장감도 느슨해질 우려가 크다. 백신 접종만이 코로나를 막을 수 있으나 최근 국내 백신 접종률조차 주춤한 상태다. 7월 방역기준이 완화된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집단면역이 형성될 때까지 방역수칙을 지키는 노력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2021-06-28

국제적인 로봇산업 도시로 인정받은 대구

대구시가 그저께(27일) 기계로봇 소프트웨어 분야의 국제회의인 ‘RSS 2023’(로봇공학, 과학 및 시스템 콘퍼런스)을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RSS 2023’은 아마존, 쿠카, 삼성, 구글, 엔비디아, 보스턴 다이나믹스 등 글로벌 로봇 관련 기업과 세계적인 석학 500여 명이 참여하는 국제회의다. 이 회의는 지난 2005년 시작된 이래로 주로 미국과 유럽에서 열렸으며, 아시아 대륙에서는 이번에 대구가 처음으로 유치했다. 대구가 명실상부한 로봇산업 도시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이번 회의 유치 과정에서는 대구시 국제회의 전담기구인 대구컨벤션뷰로와 최한림 카이스트 교수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온라인 회의 플랫폼을 활용해 장소에 관계없이 수시로 회의를 했고, 유치제안서는 동영상과 시각자료를 혼합한 온라인 전자책 형태로 제출했다. 이러한 경험은 앞으로 대구시의 국제회의 유치에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RSS 재단은 코로나19 시대에 대비해 잘 갖춰진 대구시 북구 엑스코의 최첨단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회의시설과 수준 높은 방역시스템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와 대구컨벤션뷰로, 한국관광공사의 빈틈없는 지원을 비롯해 대구와 경북에 자리잡은 풍부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도 대구를 개최 도시로 선정한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대구에는 현재 세계 7위권 산업용 로봇생산기업인 현대로보틱스를 비롯해 글로벌 로봇기업인 에이비비(ABB)와 일본의 야스카와전기, 독일의 쿠카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번 회의 유치로 대구가 로봇산업 중심도시로서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고 기업에는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3월 대구시 북구 엑스코와 경북대 일대 102만㎡를 국제회의 복합지구로 승인했다. 이로인해 엑스코와 경북대 일대는 관광특구에 준하는 혜택과 함께 복합지구 활성화를 위한 재정 지원도 받고 있으며, 대구컨벤션뷰로는 국제회의 신규 유치 및 개최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구시는 앞으로도 국내외 국제회의와 관련한 네트워킹을 더욱 촘촘하게 해서, 이 지역 마이스산업 생태계가 더욱 강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

2021-06-28

전면 등교 독이 되지 않아야 한다

권윤구​​​​​​​포항 중앙고 교사 2020년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학생들의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온라인 수업을 진행해왔다. 2021년 2학기에는 전면 등교가 교육부로부터 결정되었다.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전국 1천명 미만(수도권 500명 미만)이면 학생들의 등교가 전면적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확대되며 이동수업과 이동 교실도 과밀 과대 학급을 위해 확대 운영될 것이다. 일부 언론을 통한 학교의 반응은 다소 차갑다. 수도권 지역에서 “학급당 학생 수가 30명 넘는 학교에는 여유 있는 공간이 없다. 교실을 어디에 설치할 수 있느냐” 등 코로나19의 장기적인 대책으로 미리 대비를 해야 했으나 준비를 하지 못했다. 과대 과밀학급이 아닌 학교는 여유가 있다. 하지만 교실 여유가 없는 학교에서는 많은 고민이 예상된다.2학기부터 전국 대학에도 대면 수업이 확대된다. 대학의 대면 수업은 실험·실습·실기나 소규모 수업, 전문대부터 시작해 코로나 백신 1차 예방 접종을 완료하면 전 국민의 70%가 접종을 하게 되는 9월 말 이후 확대된다. 하지만 식당, 도서관 등 많은 학생이 이용하는 시설은 자제한다는 계획이다.교육부 통계자료를 보면 학부모 10명 중 8명은 전면 등교에 찬성하고,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학부모 77.7%, 교원 52.4%, 학생 49.7%이다. 돌봄 문제가 큰 초등학생 학부모는 79.2%가 2학기 전면 등교에 찬성했다.또한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2학기 전면 등교를 부정적으로 보고 온라인 원격 수업을 선호한다. 초등학생의 76.6%, 중학생 40.9%, 고등학생 26.1%이다.교사는 학생들 간 학력 격차, 학력 수준의 양극화, 학습 부진, 수업 결손 해결 등으로 찬성을 하고 학생의 시차 등교, 시차 급식, 과밀학급 학생 수 감축, 점심시간 급식지도 및 방역 지원, 일일 등교 현황 보고 지양, 고위험군과 임산부 교사 업무 재배치 등을 2학기 전면 등교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했다.학교에서도 2학기 전면 등교수업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고등학생은 수능시험을 보기 때문에 매우 민감하다. 그리고 온라인 수업을 원하는 학생이 많아 작은 문제에도 반응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철저하게 준비해서 학부모가 걱정하지 않고 학생이 안심하고 학교에 등교해서 수업에 열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학교에는 학생이, 학생은 학교에, 교실에는 학생과 교사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생동감 있는 학교가 되고 운동장에 잡초가 잘나지 못하게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전면 등교를 시작한 경북교육청은 서서히 안착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코로나19의 변이 바이러스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하고, 7월 19일부터 시작하는 1차 접종이 끝나도 모든 학생이 면역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은 계속 진행돼야 한다. 전면 등교가 독이 되지 않게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19를 잘 극복하고 학교가 아이들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나와 너가 아닌 우리 모두 함께 극복하자.

2021-06-28

요구와 기대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 담장 위 능소화의 배웅 속에 유월이 가고 있다. 길손인양 건듯건듯 불어오는 바람 결에 이제 막 피어나는 능소화가 나풀나풀 반기지만, 미끈 유월은 어느새 슬며시 상반기의 담장을 미끄러지듯이 넘고 있다. 초록 잎새의 변조 속에 여름채비를 하는가 싶었는데, 별반 해놓은 일도 없이 벌써 반년이 지나가고 있으니 세월여시(歲月如矢)가 새삼스럽기만 하다.상반기를 보내면서 저마다 과연 어느 정도의 진척과 성과가 있었는지는 각자가 헤아리고 챙겨야 할 몫이다. 개인의 목표와 계획, 애씀과 성취의 정도는 모두 자신의 의지와 노력 여하에 따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즉 단순 반복되는 무채색 같은 일상을 무지개빛 아름다움과 설레임으로 채우는 것은 순전히 자기자신이 새롭게 추구하고 힘과 정성을 쏟아 나가기에 달린 것이다. 하는 일이나 하고자 하는 과업의 경중 완급을 가늠하여 믿음과 의욕으로 몰입하고 밀어부치면, 자신과 주변에서 바라보는 요구와 기대를 어느 정도는 부응하고 충족시키지 않을까 싶다. 이른바 요구와 기대는 어쩌면 사람의 일생에 늘 따라붙고 함께하는 바람과 기다림이 아닐까 싶다. 태어나 자라면서, 자라나 배우면서, 배우고 일하면서, 일하면서 가정을 이루고 사회적인 역할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성장, 성숙과정에서의 요구와 기대는 늘 존재하고 결부되며 이어지게 마련이다. 자식들의 건강과 행복, 성공과 출세를 바라는 일은 모든 부모들이 원하고 갈망하는 희망사항일 것이다. 부모로서의 바람과 요구 속에 자식으로서의 요구와 기대가 어우러져 가정이 굴러가고 사회가 유지되는 것이다.그러나 인간생활에 있어서 요구가 지나치게 많거나 기대가 너무 커지게 되면 예기치 못한 갈등과 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 요구(要求)란 받아야 할 것을 달라고 청하거나 모자람을 보충하고 과잉을 배제하려는 과정으로 볼 수 있는데, 예컨대 부모가 자식들에게 무탈하기를 바라면서 몸조심하고 행복하기를 비는 마음과 비슷하다. 반면 기대(期待)는 자녀들이 학업을 성취하고 사업에 성공해서 출세하고 잘살게 되기를 염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세상의 일들은 요구하는 수준과 기대하는 범위의 차이와 괴리 속에 차질과 파행으로 치닫게 되는 경우가 숱하게 나타난다.최근에 조직과 사회적인 시스템의 요구와 기대수준의 엇박자로 인명피해와 물적 손실을 가져와 안타깝기만 하다. 철거건물 붕괴사고나 물류센터 화재사고 등은 직간접적인 사고원인이 있겠지만, 크게 보면 의무적으로 요구되는 사안을 간과하거나 희망적으로 기대하는 부분을 너무 안이하게 경시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인간관계는 물론이고 조직이나 시스템, 제품이나 운영 등에는 조건과 능력에 부합되는 최소한의 요구사항과 기대수준이 있기 마련인데, 그러한 요구나 기대에 따른 절차나 검토, 확인사항이 결여되거나 편법에 휩쓸리게 되면 결국 폐단과 불행이 파생하게 된다.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지키고 해야 할 것에 대한 요구치와 이루고 바라는 정도에 대한 기대치의 적절한 균형과 보합으로 보다 알찬 하반기를 맞을 일이다.

2021-06-28

대중교통 활성화가 필요하다

윤대식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말미암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는 소상공인과 대중교통이다.코로나19의 1차 대유행시기였던 지난해 2월부터 대구·경북 주요 도시들의 대중교통 통행량은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고, 코로나19 확진자수에 비례해 대중교통 통행량이 등락을 거듭했다.시민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대중교통 이용을 꺼리고 승용차 이용을 선호하기 시작했으며, 더 나아가 재택근무, 온라인 쇼핑, 온라인 수업이 보편화하면서 개인들의 전반적인 통행수요 자체가 감소하기에 이르렀다.대구시의 경우 도시철도 연간 수송인원은 2019년 1억6천753만5천명에서 2020년 1억986만5천명으로 전년 대비 약 34.4% 감소했고, 연간 수송수입은 2019년 1천208억1천500만원에서 2020년 770억1천500만원으로 전년 대비 약 36.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스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버스의 연간 수송인원은 2019년 2억2천965만4천명에서 2020년 1억6천143만4천명으로 전년 대비 약 29.7% 감소했고, 연간 수송수입은 2019년 2천263만6천400만원에서 2020년 1천603만2천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약 29.2%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코로나19 사태로 말미암아 도시마다 대중교통 이용자들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대중교통에 대한 보조금은 증가할 수밖에 없게 됐고, 결국 도시마다 재정부담이 가중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급기야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대중교통 운행을 감축하는 고강도의 대응책을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대중교통 운행 감축은 시내버스보다 농어촌버스, 시외버스, 고속버스는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비대면 문화의 확산, 온라인 쇼핑의 증가 등이 개인들의 생활방식을 바꾸고 있다. 이러한 생활방식의 변화 등으로 비롯된 대중교통의 수요 감소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중교통의 위기는 개별 도시들의 재정부담 증가로 귀결되는 것은 물론이고, 승용차 통행수요의 증가로 인해 도로교통 혼잡을 초래할 것이다.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가 전 세계적인 이슈로 등장하면서 탄소저감 정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탄소저감 정책은 국가단위에서는 탄소저감 기술의 개발과 ESG 경영의 강화, 에너지원의 변화(화석에너지 사용 축소) 등을 통해 실현될 수 있으나, 도시단위에서는 대중교통 활성화가 가장 중요한 정책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왜냐하면, 대부분 도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탄소배출원은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서 중단기적으로는 대중교통수단의 고급화, 대중교통 요금의 다양화를 추진할 수 있다.우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대중교통수단 내 공기 질 관리, 승차밀도 축소, 최소 운행서비스 확보, 급행버스 도입 등을 통해 대중교통수단의 고급화를 추진해야 한다. 또, 다양한 요금제도의 도입을 통해 통행자들의 대중교통수단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예컨대 첨두시와 비첨두시를 구분한 시간대별 차등요금제 적용, 정기권 제도의 도입, 이용빈도 연계 요금제도 도입 등을 시도할 수 있다. 아울러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서는 승용차 교통수요관리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 그 이유는 승용차 교통수요를 관리하지 않고는 대중교통 활성화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그렇다고 강제적인 승용차 교통수요관리(예 : 승용차 부제 운행)는 대중교통 여건이 좋지 않은 중소도시의 경우 여러 가지 불편을 가져올 수 있어 경제적인 규제 혹은 유인책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도시 내 급지별 주차요금체계 조정과 주차단속의 강화, 카풀에 대한 유인책 도입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대중교통 활성화는 장기적으로는 도시계획적인 방법을 통해서도 추진할 수 있다.대중교통 중심개발(TOD: Transit Oriented Development)을 추진함으로써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도 불편함이 없도록 계획적인 도시개발을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대중교통 중심개발은 도시철도 역세권이나 버스정류장 주변지역 등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곳에 고밀도 도시개발을 제도적으로 유도해 시민들의 승용차 의존도를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이제 우리는 코로나19 사태의 종말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제2 혹은 제3의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고,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로 모든 인류가 큰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살아간다.탄소저감은 이제 전 세계적인 과제가 됐고, 개별 도시의 입장에서 보면 대중교통 활성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지금이야말로 대구·경북도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구체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왜냐하면, 탄소저감을 위한 시간은 우리를 오래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2021-06-27

2050 탄소중립과 P4G 정상회의

유성찬​​​​​​​지속가능사회연구소 소장 지구의 기온이 1도씩 오를 때마다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는 ‘6도의 멸종’이라는 책에서 1℃가 상승하면 매년 30만명이 기후질병으로 사망하고, 2℃가 상승하면 인천공항지역이 침수, 3℃가 올라가면 뉴욕·런던이 침수된다. 4℃가 상승하면 유럽 중앙지역 온도가 50℃가 되고, 5℃가 상승하면 북극온도가 20℃가 되어 얼음이 완전히 사라진다. 또 히말라야의 빙하도 소멸, 바닷가 도시들은 멸망한다고 예측했다.지구온난화의 마지막에는 ‘늑대와의 춤을’의 주연, 케빈 코스트너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워터월드’처럼, 인간은 배를 타고 언제나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물 위에서만 살아야 한다. 지구는 현재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인류는 유엔차원에서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방지, 곧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라는 고민을 해왔고, 그 대책을 1997년의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기후협정으로 세워 왔다.2015년 12월, 파리에서 개최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에서 올해 2021년 1월부터 각국에게 적용될 기후변화대응을 하자고 195개국 모두가 약속을 했다. 그리고 2016년 11월 발효됐다.교토의정서는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여했었지만, 파리협약은 195개 당사국 모두에게 구속력 있는 첫 번째 기후협약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있다. 이 와중에 트럼트의 명령으로 2017년 미국이 파리협약에서 탈퇴하였다가,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 2021년 올해, 파리협약에 복귀하였다. 바이든 대통령을 믿어보자.기후변화대응과 지구온난화 극복은 궁극적으로 산업과 생활에서의 탄소중립으로 표현된다. 탄소중립은 인간생활과 산업활동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파리협약의 목표도 탄소중립이다.2015년 파리협약 당시에는 203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섭씨2도 이내로 제한하고, 되도록 1.5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제48차 기후변화 정부간협의체(IPCC) 총회에서는 2030년까지 섭씨 2도가 아닌, 명확히 섭씨 1.5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더 강력한 내용의 합의문이 선언되었다.그리고 우리 정부는 2020년 12월 7일, 탄소중립 추진전략으로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 ‘탄소중립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 등을 발표했다.‘2021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가 지난 5월 30~31일, 서울에서 열렸다. P4G 서울정상회의는 세계가 탄소중립을 향해 본격적인 행동을 시작하는 첫해에 세계적인 이슈이자 전 지구적 생존과제인 기후변화대응, 탄소중립의 환경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알게 해준다.우리나라는 대내적으로 한국형 그린뉴딜로, 국제적으로는 P4G를 통해 지구촌을 기후변화대응과 탄소중립사회로 이끌어가고 있는 셈이다. 또 전세계의 121개 국가가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동맹’에 가입한 상황이고, 우리나라도 작년 2020년 10월, 2050 탄소중립국 실현 선언을 하였다.P4G는 정부기관과 기업·시민사회 등 민간부문을 포함한 온 사회가 참여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지구촌을 만들기 위한 국제적인 협의체이다. 국제사회와 민관이 공동으로 기후변화대응에 대한 협력과 탄소중립을 이행하고 인도, 멕시코, 베트남과 같은 개발도상국과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그 이유는 지구를 지키는 일은 민과 관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전세계인의 이슈이기 때문일 것이다.P4G에는 한국과 덴마크, 네덜란드, 베트남, 멕시코, 남아공 등 12개국 중견국과 SK텔레콤과 도요타, 네슬레, 델 등 140여개의 세계적 기업, 세계경제포럼과 도시기후리더십그룹, 기후정책이니셔티브 등 기관과 시민사회도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 SK그룹이 환경부문 기업들을 사들이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코로나19 팬데믹은 위기이자 기회이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방역의 모범국가이고, 코로나19이후에 미래환경산업과 4차산업혁명에 걸맞는 고용창출을 준비하는 한국형 그린뉴딜 정책과 반도체생산 국가로서의 면모는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한국을 부러워 하고 있다.반대로 코로나19로 인해 도쿄올림픽이 위태로운 일본은 성노예전범국가임을 부정하고 전세계인을 향해 거짓과 위선으로 대응하고 있다. 스가총리의 G7회의에서의 행태와 도쿄올림픽의 불안정성에 대해서는 측은한 마음마저 든다. 경북도의 땅 독도를 탐내는 것을 혼내기 위한 하늘의 노여움인지도 모르겠다. 신재생 에너지와 탄소제로의 미래산업을 선도하는 탄소중립 선진국 대한민국을 다시 한번 기대해본다.

2021-06-27

윤석열, ‘사조직’에 의존 말라

심충택 논설위원 근거없는 악의적 루머를 퍼뜨리며 내년 대선판을 뒤흔들고 있는 ‘X파일’과 ‘정치유튜버’들이 어떤 식으로든 법적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 한 시민단체는 “X파일은 윤 전 검찰총장과 그 가족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내용의 허위사실이 적시된 괴문서”라면서 “성명불상의 X파일 최초 작성자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측도 친여 유튜브 채널인 열린공감TV에 대해 법적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공감TV는 ‘윤석열 X파일’ 중의 하나를 만든 출처로 최근 확인됐다. 그들이 만든 파일에는 윤석열 전 총장의 성장과정, 아내와 장모의 각종 의혹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윤 전 총장 측은 섣불리 대응을 했다가 역효과가 날 것을 우려해 고발시기는 조율하고 있는 모양이다.‘윤석열 X파일’을 보면 주로 윤 전 총장의 가족을 마타도어 대상으로 삼아 그를 대권주자에서 낙마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선거판을 이처럼 무법천지로 만드는 행위에 대해 당사자들이 제재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지만, 혼탁선거를 막기 위한 정공법은 검찰이나 경찰이 고발이 들어오는 즉시 신속하게 수사를 벌여 진위(眞僞)를 가려내는 것이다.‘윤석열 X파일’을 처음 언급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장성철 씨는 “4월 문건과 6월 문건은 다른 곳에서 작성됐다. (자신에게 X파일을 전달해준 사람이) 6월 문건은 ‘여권으로부터 받았다’는 표현을 썼고, 4월 문건은 ‘어떤 기관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해줬다”고 했다. 장씨의 주장이 맞다면 이 파일을 만든 주체가 어디인지 가려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씨는 이 파일을 공개할 경우 “명예훼손·허위사실 유포가 될 수도 있다”며 파일을 파쇄해 버렸다.정치권은 지금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저마다의 이해타산에 따라 이 파일을 이용하고 있다. 실체 없는 파일을 두고 온 나라가 이전투구를 벌이는 양상이다. 앞으로 이러한 괴문서는 대선 기간 내내 꼬리를 물고 나올 것이다. 이번 대선은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생태탕’, ‘페라가모 신발’ 논란처럼, 온갖 흑색선전과 정치공작이 횡행하는 혼탁한 선거가 돼 후폭풍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윤 전 총장은 내일(29일) 서울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권도전 선언식을 하겠다고 밝혔다. 아마 선언식에서 X파일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언급은 할 것이다.앞으로 윤 전 총장은 집권여당이나 야권 경선과정에서 제기될 X파일 해명요구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치러야 하는 통과의례로 여기면 된다. 윤 전 총장도 대권에 도전하는 일이 그렇게 순탄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 가지 꼭 명심해야 할 것은 좌파진영이나 야권내부 대권주자들과 승부전을 펼치기 위해서는 ‘사조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사조직으로 구성된 캠프는 쉽게 사분오열(四分五裂)될 수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우군으로 만들어 흑색선전과의 전쟁을 치러야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2021-06-27

대구 취수원의 구미 이전, 안전한 물 확보가 관건

대구시의 오랜 숙원인 낙동강 취수원의 구미 해평취수원 이전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환경부는 지난 24일 낙동강유역 물관리위원회를 열고 대구의 해평취수장 공동이용이 가능한 취수원 다변화를 골자로 한 낙동강 통합 물관리 방안을 심의 의결했다. 이로써 10년 넘게 끌어왔던 대구와 구미 간 낙동강 상류 취수원 공동이용을 둘러싼 대립이 사실상 해결점을 찾았다. 대구의 구미 해평취수원 이전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아직 없진 않지만 해평면 주민이 정부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함으로써 이 문제는 이제 낙관할 만하게 됐다. 이와 관련, 대구시는 “구미 발전을 위해 지속 지원하겠다”고 약속했고 구미시는 “구미시민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오도록 노력해 달라”고 밝혀 양 지역의 수용 입장도 확인됐다. 이제 정부는 일부 반대의견을 설득하는 한편 안전한 물을 공급하는 데 중점을 두고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정부가 이번에 밝힌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정책은 두 가지 측면에서 진행된다. 하나는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산업단지 유입의 오염물질을 고도처리 방식으로 처리해 낙동강 물을 안전하게 만들겠는 것이다. 2030년까지 낙동강 주요지점 수질을 2급수 이상으로 개선토록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또 하나는 취수원 다변화로 영향을 받는 지역주민의 피해가 없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상생발전기금을 조성해 영향지역에 지원하며 영향지역의 농축산물을 우선 구매, 지역주민 소득 증대에 지원한다는 것이다. 대구시의 상생기금 100억원 지원 내용도 있다.대구와 구미 간에 오랜 시간 대립한 낙동강 상류 취수원 공동이용이 이번에 해결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대구시민은 91년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 이후 낙동강 수계를 통한 오염 문제에 항상 민감해 왔다. 이번 취수원 이전 결정은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대구시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문제를 해결한 것만큼이나 반가운 소식이다. 또 이 문제가 대구와 경북이 상생 길을 찾는 데 의견을 같이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도 또 다른 의미다. 지금부터 환경부의 계획대로 안전한 물을 공급하는 데 모든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 안전한 물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간의 모든 결정은 허사가 되기 때문이다.

2021-06-27

트램도시

철도 위를 달리는 객차를 말이 끄는 시대가 있었다. 이른바 마차철도(Horse Car) 시대다. 19세기 초 버스가 등장하기 이전에 말이 견인하는 수레를 궤도 위에 올려 다니게 하여 사람이나 화물을 이동케 하는 때가 있었다.그러다가 말 대신 전기로 동력을 바꾸면서 등장한 것이 트램이다. 1887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된 트램은 압도적으로 싼 시설비와 가격에 비해 뛰어난 수송능력 덕분에 전 세계 도시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1899년 12월 서울 서대문-청량리 사이에 처음 개통됐다. 그러나 1920년 이후 기동력이 우수한 버스가 보급되면서 트램시대도 쇠퇴기를 맞았다. 서울에서 운행되던 트램도 1968년 이후 영원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그러나 트램은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오염물질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친환경 교통수단이고, 지하철이나 경전철에 비해 공사비가 저렴해 유럽 등의 여러 나라에서는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프랑스 리옹시는 1957년 트램을 폐지했다가 2001년 트램을 재도입한 도시다. 트램을 재도입한 리옹시는 자가용 분담률을 15%정도 감축하고 자가용에 과도하게 배분된 도로 공간을 재조정하는 효과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은 1904년 도입한 트램을 발전시켜 현재는 2층 구조의 노면전차를 운행하면서 도시의 교통수단이자 도시 이미지를 살리는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대구에도 트램 도입이 시동을 걸었다. 대구시는 도시철도와 연계되는 트램 도입을 구체화하고 본격 사업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트램은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이색적이며 낭만적인 느낌이 드는 교통수단이다. 트램 도입에 대한 대구시민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6-27

포스코·협력사 동반성장, 기업생태계 살린다

포스코는 지난 24일 포항 포스코 본사에서 ‘포스코·협력사 상생발전 공동선언식’을 가졌다. 이날 포스코와 포항·광양지역 협력사 측은 ‘상생발전 공동선언문’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글로벌 기업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가자는데 뜻을 같이했다. 포스코는 협력사 직원들의 안전한 근무여건 조성, 임금격차 해소 및 복리후생 개선에 노력하고 협력사들이 전문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90여 개 각 지역 협력사들은 포스코의 동반성장 파트너로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안정적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상생발전과 안전한 조업환경 조성에 적극 동참키로 다짐했다. 이날 공동선언을 계기로 협력사들은 올해 안에 포항과 광양에 각각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설립하기로 했다. 재원은 포스코가 출연한다. 이 기금은 협력사 직원들의 자녀 장학금과 복리후생 향상 전반에 쓰일 예정이다. 이 기금의 혜택을 받는 포스코 협력사 직원들은 1만6천여 명에 이른다.포스코는 이미 오랜 경영 노하우와 축적된 기술, 영업, 마케팅 경쟁력을 협력사와 공유하면서 상생 발전의 토대를 만들어 왔고, 자체 신용을 활용한 재정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몇 년 전부터 조경, 청소, 경비 등을 맡은 외주사 직원들의 임금 인상을 위해 1천억 원 수준의 외주비도 증액했다. 중소기업에 무상 기술지원 활동을 펼치기 위해 ‘맞춤형 중기 기술지원 사업(테크노파트너십)’도 시행하고 있다. 현재 포스코와 포스텍 등 4개 기관의 박사급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기술자문단이 중소기업의 기술적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핵심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공동선언식에서 “협력사의 헌신과 솔선수범으로 지금의 포스코가 있다”고 언급했듯이, 경제학자들은 협력사와의 관계와 거래비용이 대기업의 성패를 가른다고 강조하고 있다.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상생관계가 그만큼 중요하고 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지금은 ‘개별기업’간 경쟁에서 ‘기업생태계’간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는 시대이다. 대기업도 협력사와의 상생발전을 통해 기업생태계 전체의 펀더멘탈을 강화시켜야만 지속적인 생존과 성장을 보장받을 수 있다.

2021-06-27

잊혀져 가는 기억, 6·25전쟁

윤영대수필가 1950년 6월25일 일요일 새벽 북한군의 기습남침으로 삼천리 무궁화 강산이 포화에 얼룩져버린 지 벌써 71년, 그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칠순 후반을 넘은 노인들이다. 국가를 위기에서 건지고 민족중흥을 이룬 그들의 마음과는 달리 풍요로워진 삶의 꿈에 젖은 젊은이들에게는 기억의 뒤편에 묻힌 역사가 될까 염려된다.6·25전쟁의 날, 맑은 햇살 아래 7번 국도를 따라 해파랑길을 기웃거리며 장사해수욕장의 전승기념관을 찾았다. 솔밭 사이 바닷가 모래밭에 배 모양의 조형물이 있기에 바다 카페인 줄 알았는데, 작년 6월 개관한 국내 유일의 바다 위 호국전시관 ‘문산호’라는 것을 알고는 한번 찾아보기로 마음을 먹어 온 터다. 1997년 장사 갯벌에서 LST문산호의 실체를 발견하고 그 잊혀진 기억 속에서 건져내어 세운 실물 크기 전시관이다. 모래밭 위에 세워진 긴 데크를 걸어 상륙함을 타듯 열린 입구로 들어갔다. 첫 전시실에 들어가니 유리모래판에 쓰는 ‘샌드 디지털 방명록’이 있어 서툰 솜씨로 ‘잊지 말자 6·25’를 썼더니 큰 화면에 나의 샌드아트가 나타났다.1층으로 내려가 화살표를 따라 처음부터 2층까지 살펴본다. 전쟁의 배경과 학도병의 결성, 출동 그리고 작전과 참여한 영웅들의 이야기가 사진과 영상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장사상륙작전은 낙동강까지 밀려난 방어선을 확보하기 위한 인천상륙작전의 양동작전으로 상륙선은 태풍으로 좌초됐으나 나이 어린 대원들의 강인한 정신으로 상륙에 성공하여 6일간의 치열한 전투를 치르며 적 제2군단의 보급로 차단과 후방 교란의 임무를 완수한 후 구조함을 타고 철수한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전투였다. 체계적인 훈련도 받지 않고 전투경험도 없는 학도병들로 제1유격대대를 결성하고 작명174호를 수행하며 139명이 전사하고 92명이 부상했지만 적군 270명을 사살하는 전과도 올렸다. 이들의 이야기는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로 만들어져 2년 전 개봉되었다.‘영웅’ 전시실은 전체가 유리 바닥이고 그 아래 모래판에는 이 작전에 참전한 772명의 이름표가 하나하나 놓였고, 철수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배에 오르는 학도병들의 모습을 하얀 조각물로 꾸민 곳도 있다. 이때 구조선을 타지 못했던 39명의 영령들은 어디서 위로를 받을까. AR 증강현실 체험과 소총 사격 게임도 오락 삼아 해보고 넓은 갑판으로 나가니 탁 트인 바닷가에는 그날의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가까운 갯바위 위의 낚시꾼들과 소나무숲 아래 캠핑족들의 평화로운 모습들…모두 문산호 영웅들의 희생을 기억하는지? 무심한 듯 오늘을 즐기고 있다.전승기념공원으로 나와 해변에 있는 영웅들 군상 조각의 손도 잡아보고 ‘전몰용사위령탑’ 앞에서 손 모아 참배했다. 마침 아이들과 나들이 나온 젊은 부부에게 사진을 부탁하며 “오늘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멍한 모습이다. 6·25날인 줄 몰랐단다. 이날 밤 KBS ‘다큐on-70년의 기억’을 보니 6·25전쟁 발발연도를 모르는 젊은이가 53%나 된다. 잊혀져 가는 전쟁의 기억이 안타깝기만하다. 숲에 앉아 옥수수빵을 한 입 먹으니 어릴 적 맛있던 강냉이떡의 기억이 가물댄다.

2021-06-27

꾀꼬리 같은

류영재포항예총 회장 마을길을 지나다 이웃집 아주머니를 만났다. 옷차림이 운동복이라 산책 가셨더냐는 말을 인사삼아 건넸다. 대답이 재미있다. “영웅이 데리고 산에 갔다 오는 길입니다.” 그 분이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모습을 더러 보았던 터라 “아~ 그 강아지 이름이 영웅이 인가보죠?” 했더니 하얀 이를 드러내며 크게 웃었다. “강아지 아니고 임영웅이요.” 이어폰으로 그의 노래를 들으며 뒷산에 다녀오시는 길이라 한다. 그의 광팬이라 노래 들으며 산길을 걸으면 지루하지도 않고 힘도 덜 들어서 좋다 하셨다. 아마도 맞는 말일 것이다. 좋은 음악은 메마른 영혼조차도 따뜻이 녹여 일깨우는 명약이니까.종편채널의 가요경연 프로그램인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의 울림은 대단히 컸다. 특히 ‘미스터 트롯’은 임영웅이란 히어로를 탄생시켰고 결승전 무대에 오른 6명의 가수들은 현재까지도 여러 프로그램에 초대되어 맹활약 중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트롯 열풍과 함께 장르가 다른 음악도 경연프로그램이 크게 유행하고 있는 것 같다. ‘보이스 킹’, ‘팬텀싱어’, ‘라우드’ 등 공중파와 종편을 불문하고 다수 편성되어 있으며 수준 또한 놀라울 정도이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수준이 세계적임을 증명해 보인 방탄소년단의 등장이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그들의 노래 ‘다이너마이트’가 미국의 빌보드를 장악하여 세계를 놀라게 하더니 최근에는 ‘버터’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3주 연속 1위에 올랐다. ‘다이너마이트’의 기록을 넘어선 쾌거다. 데뷔 8주년을 맞아 진행한 온라인 콘서트에는 세계 195개국에서 133만 명이 몰려들었다니 놀라운 일 아닌가!문화의 힘은 대단하다. 특히 농축된 예술문화의 힘은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다. 대중예술문화도 공들여 준비하면 그만큼의 박수를 받을 것이며 지역 경제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충분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회자되고 있는 우리 지역 출신의 유명 작곡가 가요제는 근본 취지에 맞게, 그리고 항구적인 발전을 위한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분의 명예를 더욱 높이고 지역의 연예예술인들도 자존을 지키며 발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진정한 가치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운전을 하며 무심히 듣고 있던 FM클래식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내 노래를 들으면서 조수미가 나를 위해서 노래한다.’라고 생각하라, 그러면 감흥이 또 다를 것이라는 의미의 말을 했다.가치 있는 일은 잘 가꾸어야하겠지만 억지로 만들기 위하여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다. 순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 진정한 가치다. 필자는 요즘 보기 드문 음치지만 음악의 가치는 안다. 불러서 행복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들어서 행복한 사람도 있는 법이다. 종종 뵙는 식물원 원장선생님 말씀이 떠오른다. 식물원은 눈으로만 보는 곳이 아니라 귀조경이 먼저라 하셨다. 그래서 ‘이목구비’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듣고 보니 그렇다. 지지배배 우는 온갖 새들의 소리가 신이내린 소리인 듯하다.자주 만나는 뮤지션 후배의 말이다. “얼마나 목소리가 고우면 꾀꼬리 같다고 할까요?”

2021-06-27

상생(相生)이 우선되는 사회가 우린 필요하다

최영조 경산시장 ‘고진감래(苦盡甘來)’, 참으로 오랜만에 입에 올려보는 사자성어다.고생 끝에 즐거움이 찾아온다는 고진감래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하나의 기둥이었다.새마을운동에서 보듯이 땀을 흘리며 일하는 하나의 이유가 되었고 자식의 얼굴을 바라보면서도 부끄럽지 않아도 되는 위안거리였고 서로 지탱하는 힘이었다고 생각한다.그러나 현실에서 고진감래를 이야기하면 현실감이 없는 사람, 옛날 사람이라는 핀잔이 뒤따른다.이처럼 우리의 주변에서 사라지는 단어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개인주의가 확장되며 ‘우리’라는 단어가 힘을 잃고 있으며 배려, 협조, 기다림 등의 단어들이 퇴색되고 있다.그 자리를 일확천금(一攫千金), 로또, 주택청약,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 땅 투기 등이 차지하고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자리 잡았다.선조는 부유하지 않아도 식구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의식주(衣食住)만 해결할 수 있으면 행복했다.힘들게 살아도 손님 대접할 줄 알았고 나누고 베푸는 삶을 사는 정으로 이웃은 사촌처럼 가까웠다.하지만, 현재는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물질만능주의가 사회를 지배하며 사랑, 배려, 나눔의 샘물이 점점 고갈되고 그 자리를 폭언과 폭력이 채우고 있다.자식이 부모를, 부모가 자식을, 이웃이 이웃을 아무런 이유 없이 가해를 가하고 심지어 목숨까지도 빼앗는다.의식주는 우리의 생활과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불의 관계이지만 언제부터인가 꼭 필요도 하지만 남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변해 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되고 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조심스럽게 되었다.인구 28만 명이 거주하는 경산시의 주택 보급률은 현재 123%에 이르지만 내 집이 없는 시민들도 있다.열심히 노력하고 아끼면 살 수 있었던 집이 어느 날 모든 것을 끌어다 붙여도 가질 수 없는, 가진 자만 더 가질 수 있는 전유물이 되어 버린 것에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지역민의 행복을 책임져야 할 자치단체장으로서 서글프다.3선 임기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 상생을 이야기하고 싶다.지역발전을 위해 많은 자금이 투자되고, 높은 빌딩이 올라가고 편의시설이 갖추어진다 해도 서로가 아닌 나만이 고집 된다면 우리의 삶이 행복할까?우리가 아닌 나만 강조되는 사회라면 내일을 과연 기대할 수 있을까?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얼굴에 미소가 번지려면 서로를 위한 사랑과 배려, 칭찬, 나눔이 필요하다.성경에 “밭의 곡식을 다 베지 말고 과부와 고아를 위해 남겨두라”는 구절이 있다.밭 귀퉁이에 조금 남긴 곡식이 가난한 사람들의 배고픔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가진 자들이 힘들고 약한 자를 항상 생각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즉 가난하고 힘든 자들도 사회구성원임을 잊지 않아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리라.종교를 떠나서라도 우린 경주 최 부자의 선행을 이야기하고 어려운 중에서도 남을 돕는다는 가슴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뭉클하지만 정작 자신이 행동에 옮기기에는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왜냐하면, 내가 아니더라도 남이 할 것이라고 믿는 마음이 강하고 아직 내가 가진 것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이러한 사람들을 위해 경산시는 착한 가게 등 착한 나눔을 정기적으로 할 방법을 찾았고 지금도 계속 나눔에 동참할 사람들을 찾는 나눔의 도시가 되었다.경산은 앞으로도 발전가능성이 무궁하며 여러 가지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어떠한 사업이라도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는 없다.우리나라에서 내 나라로, 울 엄마에서 내 엄마로 세상이 변하고 돈이 지배하는 사회이지만 우리는 혼자서는 살 수 없다.가족이 없었다면 현재의 내가 있을 수 없고, 사회가 없다면 가족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남을 배려하는 상생의 문화가 우리를 존재하게 한다.

2021-06-27

팝콘수국

밤마실을 다녀오는 길, 신항만 도로에서 우리 동네로 내려서자 하늘이 잘 보였다. 핑크빛 달이 둥실 떴다. 오늘이 보름이었지. 브레이크를 살짝 밟으며 차의 속도를 줄였다. 아파트 가까이 갈수록 달이 건물 사이로 숨어버린다. 도시인들을 낯설어하는 어여쁜 달을 조금 더 보고 싶어 길가에 차를 세웠다.달에 취한 건 나뿐이 아니었다. 집에 들어와 핸드폰을 열어보니 톡방마다 달 사진이 올라왔다. 망원렌즈로 가까이 당겨 찍었는지 토끼들이 밟아놓은 자취가 선명한 분홍 달이 수다방마다 휘영청 떠올랐다. 스트로베리 문이라 이름 붙여진 달이다. 여러 사진 중에 유독 동그란 달이 오늘 발견한 수국의 색을 닮았다.수국을 보러 간 이는 홍차 모임을 함께 하는 친구들이다. 오늘 같은 날 차를 달여놓고 친구들을 초대하는 것을 즐기는 고상한 취미를 가진 분이 있어서 모이게 됐다. 요즘 집을 리모델링 중이라며 가진 물건 정리도 할 겸 마구 나눠주신다. 족자 하나를 꺼내시며 그린 화가의 사연과 그 그림을 얻기까지의 과정을 동화처럼 들려주어서 차향과 이야기에 취하게 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눈빛에 사연이 가득 고여있어 삶이 참 풍부한 분이구나 하는 생각에 듣는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그림값으로 차 한잔 대접하려고 지인의 집 근처 카페에 가자고 했다. 야생화 가득한 정원을 가진 집이다. 논길을 따라 길을 잡으니, 이렇게 가까운 곳에 그것도 논과 밭 가에 찻집이 있는 줄 몰랐다며 놀라워하셨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5분 거리에 있는 곳인데도 오늘 처음 와본다고 해서 비밀의 숲을 찾아가는 파랑새가 된 나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늦은 오후라 손님이 거의 없었다. 늘 사람들로 붐비는 곳인데 오늘은 우리들만의 정원이 되어주었다. 함께 간 두 사람 모두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꽃이 길을 안내하는 오솔길을 걸으며 내내 탄성을 터뜨렸다. 꽃 이름이 무얼까 검색도 하고 사진을 찍느라 걸음이 점점 느려졌다. 오후의 정원에서 풍기는 향에 취해 말소리도 부쩍 줄었다.하지(夏至) 무렵은 수국의 계절이다. 정원 곳곳에 수국이 한창이었다. 문 앞에 푸른 빛의 수국이 손님을 맞고, 정원 중앙에 사과나무 밑에는 연분홍빛의 아나벨수국이 수런거렸다. ‘어머나~’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 감탄 속에 신기한 색의 수국 한그루를 발견했다. 짙은 인디안핑크 같기도 하고 회색이 살짝 섞인 것도 같은 오묘한 색이었다.다들 와서 보라고 불렀다. 꽃잎의 생김새도 여느 수국의 모양이 아니었다. 꼬글꼬글한 입들이 모여 도란거리는 모습이 앙증맞은 소녀를 떠올리게 했다. 무릎을 굽혀 꽃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한 장의 꽃잎이 네 갈래로 안으로 오목하니 말려들어 다부지게 오므린 아기의 손 모양이다. 그 안에 이슬을 가득 담으려는 건가. 한참을 들여다보며 넋을 놓았다. 이런 색은 누가 만들어 냈을까 궁금해 꽃을 가꾸는 친구에게 이름을 물으니 팝콘수국이라고 했다.밤이 깊을수록 달 사진이 톡방에 더 많이 떠올랐다. 볼수록 자태와 색깔이 팝콘수국과 닮았다. 달 사진 사이에 팝콘수국의 사진을 올렸다. ‘오늘 보름달과 닮았지요?’하니, 다들 놀라워했다. 팝콘수국이란 꽃도 처음 보고 그 모습이 보름달과 닮아있어서 더 그랬다. 수국은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 머물렀기에 라틴어로 ‘물그릇’이란 뜻을 간직했다. 이름에 어울리게 작가들은 초여름 비가 오는 날을 묘사할 때 수국을 등장시켜 시인에겐 푸른 은유가 되고 수필가에겐 분홍색 복선이 되기도 한다.달이 음력 오월 보름의 하늘로 마실을 나오는 날에 맞춰 분홍빛 수국이 환하게 떠올랐다. 연두색 연서(戀書)를 써서 쪽지로 접어 수국 가지 속에 숨겨놓았다가 오늘 환하게 펼쳐 보이려고 달과 힘을 합쳤다. 달의 인력이 밀물과 썰물을 만들다 남은 힘으로 팝콘이 툭툭 터지듯 수국에 가득 담긴 물을 끌어당겨 꽃잎을 틔웠다. ‘뻥이오~’ 하는 예고도 소리 소문도 없이 밤하늘 가득 팝콘수국이 폈다. /김순희(수필가)

2021-06-27

6월 25일의 단상(斷想)

이석윤포항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 부위원장 올해로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71주년이 됐다. 그간 참으로 기나긴 세월이 흘렀고 지금도 시간은 지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우리 국군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서 기습을 당해 남쪽으로 남쪽으로 밀리고 말았다.포항은 당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양측 간 치열한 전투가 1개월 이상 계속되었다. 기록에 의하면 북한군은 영덕과 강구일대에 있는 국군을 우회해 후방에 있는 흥해와 포항을 점령했다.지난해 지역에서 발간된 ‘포항 6·25’에 보면 그때 포항에 있었던 경찰 병력들은 전쟁 발발 이전부터 이미 침투해있던 북한군 게릴라들의 후방 교란 등을 저지하고자 치열하게 임무를 수행했다고 적혀 있다.고인이 되신 필자의 할아버지(故 이동덕 경위)도 경찰관으로서 국군 제3수도사단과 미 제24사단, 71명의 학도병들과 함께 포항을 탈환하기 위한 숨막히는 전투에 참가하셨고 사찰형사 특공대장으로서 연일지서를 탈환하며 선발부대의 일원으로 포항에 최초로 입성했다.이후 할아버지는 이러한 공적으로 1952년 10월에 대통령 무공훈장과 경찰 신분임에도 군인에게만 수여되는 화랑무공훈장을 받아 국가유공자가 됐고 매년 우리 가족들은 6월을 매우 뜻깊게 생각하며 남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다.6·25 한국전쟁을 겪지 않고 성장한, 심지어 언제 일어났는지조차 관심도 없고 내용도 전혀 모르는 현재의 우리 전후 세대들은 국가와 민족보다는 개인주의가 점점 익숙해져서 갈수록 호국정신과 안보의식이 희미해져 가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다.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모든 자유와 평화, 번영은 순국하신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이라는 것을 모두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내년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그간 부족했던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 보훈을 위해 노력해주시길 진심으로 당부드리며 여야도 국가보훈 대상자들과 유가족들의 명예로운 삶과 자긍심을 더욱 고취할 수 있도록 큰 힘을 보탰으면 좋겠다.

2021-06-24

뻐꾸기, 둥지 위를 날아가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탁란(托卵)으로 새끼를 기르게 하는 새로 잘 알려져 있다.얌체짓으로 보이지만 뻐꾸기를 비롯한 두견이과 새들은 몸통은 큰 데, 다리가 짧아 알을 품기가 어려운 신체구조를 갖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실패확률이 높지만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 걸 번식방법으로 선택해 진화했다. 그러나 탁란 성공률은 10%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뻐꾸기 90%가 탁란하는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첫 번식때는 잘 속지만 두 번째 번식 이후엔 뻐꾸기 알과 자기 알을 구별해서 골라내기 때문이다. 뻐꾸기 탁란과정을 보면 어미 뻐꾸기나 새끼 뻐꾸기 모두 필사적이다. 먼저 어미 뻐꾸기는 알을 낳기에 적합한 ‘붉은머리오목눈이’둥지를 찾아야 한다.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집을 짓고있거나 이미 알을 품고있으면 안 되고, 알을 낳기 시작해 2~4개 있는 둥지를 찾아야 성공확률이 높다.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야 하니 재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둥지를 비웠을 때 얼른 자기 알 1개를 낳고, 붉은오목눈이 알 가운데 하나를 먹거나 버린다. 여기까지가 뻐꾸기 어미의 역할이다. 그 다음은 뻐꾸기 새끼의 몫이다.붉은오목눈이보다 며칠 먼저 태어난 뻐꾸기 새끼는 남아있는 다른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낸다. 살아남기 위한 본능적 행동이라지만 처절하다. 눈도 못뜬 채 깃털하나 없는 뻐꾸기 새끼가 다른 알들을 밀어내려고 넓은 등판과 날개를 이용해 안간힘을 다한다. 그러다가 다 못밀어내고 남은 알이 부화하면 태어난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어내 떨어뜨린다. 둥지안에 혼자 남았다고 끝난 게 아니다. 붉은머리오목눈이 어미보다 덩치가 더 커질 때까지 끊임없이 먹이를 먹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뻐꾸기 새끼는 배가 고프면 마치 “먹이를 안주면 천적에게 들키게 하고 말거야.”하는 것처럼 시끄럽게 울어댄다. 이런 협박(?)으로 어미가 먹이를 계속 가져오게 만든다. 그래야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동남아시아나 인도까지 혼자 날아갈 수 있다. 자기보다 큰 뻐꾸기 새끼를 키우는 붉은머리오목눈이 어미는 지 새끼 잃고 남의 새끼 키우느라 생고생이다.난데없이 웬 뻐꾸기 얘기냐고 하겠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 가운데 여권에서 크느라 고생한 사람들 얘기다. 바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롯,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그들이다. 이들은 남의 둥지에서 태어난 뻐꾸기가 둥지에서 살아남기까지 해야했던 비정한 생존경쟁 이상의 경쟁을 치르고 오늘의 자리에 올랐으리라.정부 여당은 이들이 야권의 당당한 대권주자로 거론되자 윤 전 총장에게는 X파일로 위협하는 반면, 대권 출마선언을 고려중인 최 원장에게는 중립성·독립성을 들어 흠집내고 싶어한다. 김 전 부총리에게는 아예 “여권 후보로 나와달라”며 구애작전에 나섰다.모두 허망한 짓이다. 장성한 뻐꾸기가 둥지 위를 날아 제 갈길 가려는 데,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무슨 재주로 막겠는가. 둥지에서 날아오른 뻐꾸기에게 이제 그만 미련을 버리시라 권한다.

2021-06-24

빈과일보의 폐간

빈과일보는 홍콩에서 발행되는 대표적인 반중(反中) 매체다. 빈과일보를 창간한 사주 지미 라이는 중국 광동성에서 태어나 11살에 홍콩으로 넘어와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다. 파산한 의류공장을 인수해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지오다노를 창업해 아시아 굴지의 의류기업으로 키운 사람이다.빈과는 사과를 뜻하는 중국식 한자어다. “아담과 하와가 금단의 사과를 먹지 않았다면 인류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을 제시하며 제호를 지었다 한다. 사주는 1989년 중국 정부가 천안문 사태를 유혈진압하는 과정을 보고 충격을 받아 다음해 넥스트 매거진, 1995년에는 빈과일보를 창간했다고 한다.빈과일보는 작년 홍콩 보안법이 만들어진 이후 중국과 홍콩 정부를 상대로 날선 비판을 해오다 지난 12월에는 사주가 구속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홍콩의 친중 매체들은 지미 라이를 외세와 결탁해 홍콩정부를 전복하려는 선동적 인물이라 평했지만 그는 홍콩 내에서는 범민주진영의 원로로 대접을 받아왔다. 홍콩 보안당국에 의한 편집국장과 논설위원의 잇따른 체포와 회사재산의 동결 등으로 빈과일보가 결국은 폐간을 선언했다. 24일 자를 끝으로 빈과일보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언론의 자유 지키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보여준 또 하나의 국제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빈과일보 모회사인 넥스트 매거진의 루이스 웡 편집장은 “언론의 자유를 만끽했으므로 후회는 없다”는 말로 폐간의 심정을 밝혔다. 또 홍콩의 한 교수는 “빈과일보가 폐간되면 홍콩은 가장 큰 민주적 가치 하나를 잃게 된다”고도 말했다. 미국 등의 비판에 홍콩 당국은 “언론의 자유 침해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홍콩 보안법 발효 1년만에 반중언론의 폐간이 진행되면서 국제사회에서의 여론은 매우 부정적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6-24

‘탈원전은 재앙’이라는 소리, 현실화될 수 있다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대구·경북의원들은 현 정부 탈원정책에 대해 집중 비판했다.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대구 북구갑)은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산업통상자원부도 SMR(소형모듈원전) 예비타당성검사를 검토하고 있다. 안전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경우 기존 원전 수명을 연장하는 게 비용을 줄이는 현명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김영식(구미을) 의원도 이날 질의에서 탈원전 사업에 대해 집중거론했다. 김 의원은 “탈원전으로 원전산업 생태계붕괴, 협력사 연쇄부도, 대구·경북지역 경제 피해 등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설계와 시공능력은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신한울 3·4호기 백지화로 노하우가 사라지고 있다”며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재개할 것을 요구했다. 김 의원이 이날 “탈원전은 TK지역에 재앙이다. 이 정부는 TK의 고통을 철저히 외면했다. 총리는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 불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추궁하자,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미 완성단계에 있는 원전을 아무 일도 안하고 그냥 묵히는 문제는 빨리 정리해야 한다. 원자력 안전위원장에게 요청하겠다”고 답변했다.양 의원이 질의에서 밝힌 것처럼 탈원전과 탄소중립은 양립할 수 없는 정책이다. 비오는 날이나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은 전력을 생산할 수 없는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전력수요를 감당하겠다는 발상은 누가 들어도 비현실적이다. 에너지 전문가들도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소는 날씨와 계절에 따라 전력생산량이 변화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기대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계속 유지하면서 오는 2050년에는 원전을 9기만 남기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24기인 원전을 계속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원전을 9기만 남길 경우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수준으로 줄어든다. 현재 원전이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기준 30% 정도에 이른다. 정부가 모자라는 전력에 대해서는 중국이나 러시아 등 주변국에 의존하려는 구상도 하고 있다니, 전력안보를 고려하면 기가 막히는 발상이다.

2021-06-24

감염병전문병원 지역 설립에 거는 기대 크다

칠곡경북대학교병원이 대구경북의 감염병 의료대응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경북권 감염병전문병원 운영기관으로 최종 선정됐다.2017년 국립중앙의료원이 중앙감염병전문병원으로 지정된 이후 호남권에 조선대학교병원, 중부권에 순천향대천안병원, 경남권에 양산부산대병원이 지정된 데 이어 전국적으로 다섯 번째다.감염병전문병원은 감염병의 연구와 예방, 전문가 양성 및 교육, 중증환자의 집중진료 및 치료를 위한 정부 차원에서 시행하는 공공의료 구축사업이다. 이번에 선정된 칠곡경북대병원에는 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따른 건축비 756억원 가운데 400여억원이 국비로 지원된다. 대구경북에서는 계명대 동산병원, 영남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이 공모에 참여했으나 칠곡경북대병원이 낙점을 받았다.특히 지난해 2월 대구지역 코로나 사태 때 민간의료기관임에도 코로나 환자 치료를 위해 병원을 통째로 내놓았던 계명대 동산병원의 선정이 기대되기도 했으나 공공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칠곡경북대병원이 최종 기관으로 선정됐다고 한다.중국 우한발로 시작한 코로나19 사태가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전 세계는 감염병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1억8천여만명의 코로나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목숨을 잃은 이가 390만명에 달한다. 국내서도 15만2천여명의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고, 2천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현재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도발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발전해 확산세를 뻗치는 등 여전히 기세를 떨치고 있다. 또 변이를 통해 날로 감염 속도를 높이는 추세에 있어 경각심을 잠시도 늦출 수 없는 처지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확산은 앞으로도 인류를 위협할 중대 질병으로 주목되고 있으며 지구적 차원의 대응도 시급한 분야다. 이런 세계적 추이를 고려한다면 경북권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은 지역을 위해서도 매우 바람직하며 의미 있는 일이다. 대구와 경북을 아우르는 감염병 전문기관으로서 그 역할에 거는 기대도 많다.대구경북은 코로나19를 가장 일찍 많이 체험한 도시이면서 수준 높은 시민의식으로 감염병 위기를 잘 극복한 경험이 있다. 이번 전문병원 설립을 계기로 지역의료계의 축적된 노하우가 더 빛나 감염병 예방에 있어 신기원을 기록하길 희망한다.

2021-06-24

끝나지 않은 6·25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한반도 북쪽의 김일성이 동족살상의 전쟁을 일으킨 지 72년이 되었다. 1950년 6월 25일부터 3년 동안 계속됐던 전쟁은 1953년 7월 27일에 휴전협정이 체결되어 지금까지 휴전상태로 있다. 6·25전쟁의 발발부터 전개과정은 명약관화한 일인데도 아직까지 논란거리로 만들려는 자들이 있다는 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수많은 희생으로 지켜낸 대한민국인데, 이 정부의 요직에 있는 사람들 중에도 6·25가 김일성의 남침이었다고 말하는 걸 꺼리는 자들이 있다니 어찌 통탄할 노릇이 아닌가.김일성이 남침준비를 해놓고 소련의 허락을 받기 위해 몇 차례나 스탈린을 찾아가서 간청한 사실도 이미 다 밝혀진 바이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재가를 미루던 스탈린이 1950년 4월 김일성과 박헌영이 비밀리에 다시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야 중국이 동조한다는 조건으로 남침전쟁을 승인하였다. 이처럼 6·25전쟁은 김일성과 스탈린, 마오쩌둥이 치밀하게 모의하고 계획한 전쟁이었다. 반면 대한민국은 북한의 기습남침에 대비하지를 못하였다. 그해 6월초엔 사단장 등 지휘부의 대규모 인사이동이 있었고, 6월 23일부로 경계강화 조치를 해제시켜 전방부대 병력의 3분의 1가량이 외출이나 농번기 휴가를 나간 상태였다.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북한군은 38도선 전역에 걸쳐 남침을 개시하였다. 김일성은 그날 오후 1시 35분 평양방송을 통해 ‘남한이 오늘 아침 옹진반도에서 해주로 북침을 하여 반격을 한 것’이라고 남침을 은폐하였다. 졸지에 기습을 당한 국군은 사력을 다해 대항하였으나 소련제 탱크를 앞세운 북한군에 역부족으로 3일 만에 서울을 빼앗기고 말았다. 남침 사실을 보고받은 미국 트루먼 대통령은 즉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지시했다. 유엔은 신속히 북한의 남침을 침략행위로 규정하고 38도선 이북으로 퇴각을 요구했으나 북한이 이를 무시하자 유엔군의 파병을 결의했다.유엔의 결정에 따라 미국을 위시한 16개국이 병력을 지원했고 5개국이 의료지원, 39개국이 물자나 재정을 지원했다. 맥아더가 이끄는 유엔군은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해서 9월 28일에는 서울을 수복하고 낙동강전선까지 밀고 내려왔던 북한군의 보급로를 끊었다. 이승만 대통령의 북진명령으로 10월 1일에는 국군 3사단이, 7일에는 유엔군이 38선을 넘었고, 10월 19일에 국군1사단이 평양에 입성했다. 여세를 몰아 선발대는 압록강까지 진격했으나, 10월 19일 중공군의 개입으로 후퇴하여 서울을 다시 빼앗겼다가 1952년 서울을 재수복, 3월 말에는 38선을 회복하였다. 미국과 소련이 막후 접촉에서 휴전에 동의하고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을 체결하였다.그리고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세계사의 유례가 없는 최장기간 휴전상태로 전쟁의 위험을 안고 사는 처지다. 더구나 김정은 일당은 지금 핵보유국임을 천명하고 대한민국을 협박하고 있다. 북쪽의 비대칭 핵위협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한미공조를 공고히 하는 수밖에 없다. 6·25를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악의를 가지고 왜곡하는 것은 심각한 해악이다.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진상을 알고 대처해야 한다.

2021-06-24

지역균형과 의과대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정년을 마친 모든 이들의 관심사는 ‘어디서 살 것 인가?’이다. 많은 포스텍 교수들은 정년퇴임을 하고 서울로 올라갔다. 아무래도 편한 도시 생활이 좋기도 하고 자녀들이 직장을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그러는 가운데에도 포항이나 경주, 대구 등 영남 쪽의 조용한 곳을 찾아 퇴임 후 남은 생을 즐기며 보내려는 분들도 종종 있다. 필자도 포스텍을 떠나 디지스트가 있는 대구 현풍에서 살다가 다시 아주대가 있는 수원에서 지내고 있다. 물론 주말에는 포항, 대구 등 영남권으로 자주 내려와 지낸다.포항이나 현풍, 그리고 영남권에는 서울에서 볼 수 없는 전원적인 환경이 있고 맑은 공기와 여유 있는 길이 있어서 좋다. 완전 은퇴 후에는 이곳에서 살고 싶다. 그런데 문제는 의료 시설이다. 전국이 문화적으로 평준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의료시설이 비평준화 되고 있는 게 문제다. 포항이나 현풍의 공통점은 대학병원과 같은 대형병원이 없다는 점이다.최근 지역의 대학별로 의과대학 설립의 욕구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대학별 특성을 살려서 지역 내 성격이 다른 복수의 의대를 유치하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포항에는 포스텍의 특성을 살려 연구중심 의과대학, 안동에는 안동대에 공공의료와 백신연구개발에 특성화된 국립 의대를 유치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경북 북부지역에 공공보건의료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치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권역별로 국립대학 내 의과대학(공공보건의료대학)을 설치하고 국가는 학생에게 수업료·교재비·기숙사비 등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요즈음 포스텍은 오래전부터 염원이었던 의과대학을 세우려는 욕망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경북지역은 전국 평균 의사 수가 서울의 50% 정도 수준에 그치고 있어서 포항에 의대를 설립하는 일은 시급한 것이고 포스텍이 설립된 30여 년 전부터 여러 차례 논의되었던 문제이다. 경북 인구 1천명 당 의사 수는 2017년 기준 1.34명으로 거의 전국 최하위라고 한다. 물론, 상급종합병원도 전무한 실정이다.경북뿐만 아니다. 여러 지역에서 지역 대학과 지자체들이 의대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의대 유치 논의가 코로나19 사태로 공공의료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다시 수면 위로 빠르게 떠오르는 모양새다. 대학 간 경쟁을 넘어 전문대와 일반대 연합전선으로 확대되는 등 다각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이제 전국 지역의 평준화를 통해 수도권 인구집중을 분산시켜야 한다. 인구분산에 가장 중요한 인프라 중에 하나가 의료 시설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역균형을 위한 의과대학 설립과 대학병원 등이 지역마다 좀더 많아져야 한다. 특히 역량 있는 대학들에게는 과감하게 문호를 개방하여야 한다.전향적인 정부의 사고가 절실할 때이다.

2021-06-24

산업화와 민주화, 그 다음 서사는?

장규열 한동대 교수 최근 2030 청년층의 대두에 관한 해석이 여러 가닥이다. 지난 세기 산업화의 높은 언덕을 힘들여 넘어온 세대가 있었다. 곧이어 건너왔던 민주화라는 산도 그리 쉽지는 않았다. 길지도 않았던 반세기 남짓 세월 동안 성큼성큼 지나온 이야기들이라서 모두에게 익숙한 것으로만 알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1950년대 이후 세대에게 한국전쟁이 옛날이야기가 아니었던가. 1980년대 이후 세대에게는 유신도 광주도 기억 속에 없는 서사인 셈이다. 지난 역사로부터도 배워야 할 테지만, 오늘 우리는 새로운 기억을 지나가는 중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새로운 서사(敍事)는 무엇일까.대한민국의 국격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게 아닌가. G7체제를 D10(Democracies10)으로 확장하여 재편하면서 대한민국이 들어갈 모양이다. 국제적 경쟁구도의 아래쪽에서 오로지 모방하고 추격하던 세월을 넘어 어느덧 앞자리에 와 있다는 게 아닌가. 그게 사실이라면 산업화와 민주화를 건넌 후에 우리가 다듬어야 할 스토리의 성격은 이미 정해진 게 아닐까. 잘 살아보겠다는 산업화의 다짐을 건너며 사람답게 사는 민주화된 세상을 만들었다. 이제는 누구든 보듬고 아우르며 나누고 소통하는 가운데 이웃에 유익을 끼치는 나라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잘 사는 나라에서 사람다운 삶이 펼쳐지며 주변에 기여하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나라 안의 다문화는 어디쯤 와 있을까. 낯선 얼굴들을 위한 배려는 얼마만큼 하고 있을까. 2018년 현재 다문화가구원이 100만을 넘었다. 5천만 인구의 2퍼센트에 달한다. 학생인구통계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생 가운데 이미 4퍼센트가 다문화가정 출신이라고 한다. 나라 밖을 살피기 전에 우리 안에 이미 진행되고 있는 다문화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어쩌면 아직도 우리는 낯선 그들을 그저 낯설게만 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나라의 다문화정책은 다양한 문화를 우리 문화로 받아들이겠다는 인식과 다짐으로 시작해야 한다. 산업화와 민주화가 우리의 생존과 자존감을 세우려는 노력이었다면 우리의 새 지평은 ‘세계를 담는 큰 그릇’이어야 한다.모방과 추격 끝에 추월하고 있다. 앞자리에 서서 어제처럼 행동할 수는 없다. 과거를 닮은 습성이 아직도 남아있다면 얼른 찾아내어 버려야 한다. 생각이 내일에 닿아야 하며 그러려면 상상력과 창의로 승부해야 한다. 껍데기만 젊은 가짜는 차라리 배격해야 한다. 공정과 평등은 기본이 아닌가. 젊은 생각과 싱싱한 꿈으로 가득한 세대가 나타나야 한다. 나이로만 정하지 않기로 하자. 숫자에만 휘둘리지 않기로 하자. 세계를 바라보는 너른 지평을 향하기로 하고, 이웃을 배려하는 넉넉한 시선을 만나기로 하자.역사에서 배우는 민족이 되자. 전후 상처에서 산업화로 일어났으며 그 부작용을 민주화로 극복했다면 이제는 소통하고 공감하며 이웃과 세계를 담는 백성이 되었으면 한다. 인류가 저질러 온 실수와 패착에도 주목하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대한민국이 살려내는 세상, 멋지지 않은가.

2021-06-23

코로나19 방역 완화 서둘지 말아야

정부가 다음 달부터 시작할 코로나19 관련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조치를 발표하면서 지역사회의 일상복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식당 등 자영업자 중심으로 모임 인원수 완화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업소에는 벌써부터 모임 예약이 들어와 다소 들뜬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정부의 새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대구시는 29일 세부 실행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의 새 개편안은 인구 10만명당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기존의 5단계를 4단계로 조정하고 사적모임 인원제한도 대폭 완화한다.다음 달부터 수도권은 최대 8명까지 모임을 허용하고, 비수도권에서는 인원제한이 없어진다. 그러나 지역에서의 확진자 발생 정도에 따라 자치단체가 인원 수를 자율적으로 제한하게 된다. 현재 대구시는 사적모임 인원 수의 전면 해제보다는 이행기간을 거쳐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쪽으로 검토 중이라 한다. 이행기간 2주 동안 사적모임 인원 수는 8명 이내가 유력하다고 한다.대구는 23일 6명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했고 전날에는 3명이 발생해 지난 3월 23일 이후 3개월 만에 최소 숫자를 기록했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지난달 발생한 유흥주점발 코로나19 확산세가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어느 정도 진정국면을 찾았으나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는 등 지인과 사업장 중심의 집단감염 우려는 여전히 있다 봐야 한다.전국적으로도 300명대를 보이던 하루 평균 신규 감염자가 23일에는 600명대로 다시 회복되는 등 코로나 신규 확진자 발생도 오락가락한다.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변수라고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히 전파되고 있으며 올 가을철 대유행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도 많지는 않으나 15일 기준으로 델타 변이 감염자가 155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아직은 방역의 완결단계는 아니다. 국내 백신 접종률이 이제 30%선에 도달해 있어 백신접종 속도도 더 내야한다. 다행히 백신접종으로 델타 변이를 막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대구시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는 일상복귀 기대감으로 너무 들뜨지 말고 확진자 발생, 백신 접종률, 의료역량 등을 감안해 완만하지만 완벽하게 추진돼야 할 것이다.

2021-06-23

델타변이

델타변이는 2020년 10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가리킨다.당초 ‘인도 변이’로 불리다가 ‘델타 변이’로 이름이 바뀌었다.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가운데 알파(α·영국) 베타(β·남아프리카공화국), 감마(γ·브라질)와 함께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우려 변이(Variant of Concern)’ 중 하나다.WHO는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의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파성이 증가하거나 중증도에 변화가 있는 경우 △백신과 치료제 등의 유효성 저하가 확인되는 경우 ‘우려 변이’로 지정하고 있는데, 델타 변이는 지난 5월 우려 변이로 분류됐다.델타 변이는 기존 코로나19 백신으로 방어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다른 변이 바이러스보다 전파 속도가 빠른 데다 더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인도를 비롯해 델타 변이가 확산된 지역의 코로나19 환자들은 복통, 메스꺼움, 구토, 식욕 상실, 청력 상실, 관절 통증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원래 WHO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주요 발생 지역명을 따서 영국 변이, 남아공 변이, 브라질 변이, 인도 변이 등으로 불렀다. 그러나 특정 지역과 국가를 차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5월 31일 △영국발 변이(B.1.1.7)는 알파(α)로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B.1.351)는 베타(β)로 △브라질발 변이(P.1)는 감마(γ)로 △인도발 변이(B.1.617.2)는 델타(δ)로 명명했다.‘델타 변이’의 세계적 확산이 코로나 재확산 우려를 낳고 있다. 집단면역의 완성이 델타변이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니 방역당국이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한시 빨리 서둘러주길 바랄 뿐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6-23

민속마을로 새로 태어나는 영덕 괴시마을

고려후기 학자인 목은(牧隱) 이색이 태어난 영덕군 영해면 괴시마을이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되는 경사를 맞았다. 경북도로서는 경주 양동마을, 안동 하회마을, 영주 무섬마을, 성주 한개마을에 이어 5번째의 국가민속마을을 보유하게 됐다. 전국적으로 국가민속마을은 괴시마을을 포함해 8곳 뿐이다. 영덕군은 오는 29일 괴시마을 괴정 앞 야외무대에서 김현모 문화재청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을 초청해 기념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괴시마을은 경북 동해안에 남은 대표적인 반촌(班村·양반이 모여 사는 동네)이다. 괴시라는 마을이름은 목은(1328∼1396)이 직접 지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신의 고향 마을이 중국 원나라 학자 구양현의 마을인 ‘괴시(槐市)’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작명했다는 것이다. 마을주민들은 지금도 목은 선생을 기리는 ‘목은문화제’를 매년 열고 있다.이 마을은 조선후기 영남지역 사대부들의 주택양식을 잘 간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양 남씨 괴시파종택을 비롯한 다수의 문화재와 전통 가옥 40여호가 남아 있어 과거 우리 조상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대부분의 가옥은 안동 지역 상류주택 형식으로 알려진 뜰집에 사랑채가 튀어나온 날개집 모습을 하고 있다. 뜰집은 안채, 사랑채, 부속채 등이 하나로 연결되는 주택이다. 문화재청은 “괴시마을은 조선 후기 주택건축의 변화와 다양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있다. 뜰집은 안동에서 산맥을 넘어 영덕으로 전래됐는데, 인문적 요인에 의한 건축문화 전파를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유산”이라고 밝혔다.민속마을은 과거 우리조상들의 의식주와 생업, 신앙, 연중행사와 같은 풍속이나 관습을 잘 보존하고 있고, 그 가치와 의미가 인정되는 경우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다. 괴시마을 주민들은 마을 자치회를 구성해 고택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마을의 전통성과 역사성을 잘 관리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지금도 외국인을 비롯해 국내외 관광객이 많이 찾고 있지만, 앞으로 주민들이 더욱 분발해서 괴시마을이 하회마을이나 양동마을처럼 전국적인 명승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2021-06-23

행복을 담는 그릇

강영식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 그날에 잡을 고기를 잡아 놓고 여유롭게 누워 쉬고 있는 어부를 보고 한 부자가 말하길 “더 많은 고기를 잡으면 더 큰 배를 살 수 있고 그러면 더 큰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큰 부자가 되면 뭐하느냐?”고 어부가 물으니 자기처럼 평안히 삶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어부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당신은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오? 나는 지금 평안히 삶을 즐기고 있는 중이요”했다. 소확행을 생각나게 하는 앤소니 드 멜로의 글이다.얼마 전부터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작은 것에서 확실한 행복을 얻는다는 뜻이다. 사회학자들은 미래가 없는 절망적인 청년들이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아 나서면서 이 말이 생겼다고 한다. 청년들이 큰 꿈을 가지지 않고 현실 도피적 이기주의, 꿈과 이상을 쟁취할 진취성이 없는 나약한 인간으로 전락하게 된다면서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있다. 반면에 미래가 암울한 칠포세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는 현실적인 생존전략으로 이를 부정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사람들도 있다.미국의 신경생리학자 애넛 비튼과 이스라엘의 루드 그로스 이서로프라는 사람이 자살하여 죽은 시체와 자연사 하여 죽은 시체를 놓고 뇌의 구조를 정밀 분석해 보았더니 사람의 뇌 속에는 행복을 담는 그릇이 있는데 자살한 사람의 경우 보통 사람보다 아홉 배가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의학적인 용어로는 ‘엔도르핀에 대한 반응인자’이다. 행복한 사람은 뇌 속에 행복을 담는 그릇이 작아서 사소한 일에도 행복을 느끼지만 자살자의 경우는 행복의 그릇이 너무 커서 왠만한 것으로는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행복은 뇌 속에 행복을 담는 그릇의 크기에 달렸다는 것이 뇌 과학자들의 연구결과이다.옛날보다 더 살기 좋아졌는데 왜 사람들은 삶의 의욕을 더 잃어버리고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까지 하게 되는 것일까? 왜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뒤지는 나라 방글라데시나 부탄 같은 나라의 행복지수가 우리보다 더 높을까? 그들의 뇌에는 우리의 뇌 보다 행복을 담는 그릇이 작기 때문이라고 뇌 과학자는 말한다.예수님을 만난 사마리아 여인은 남편이 다섯이 있었는데도 행복하지 못하여 또 다른 남편을 두고 있다고 했다. 예수는 이 여인에게 또 다른 남편에게서 부족함을 채우려 하지 말고 하나만으로도 그 속에서 마르지 않는 생수를 찾으라 했다. 이는 행복의 그릇을 크게 하지 말고 사소한 것으로도 채울 수 있는 작은 행복의 그릇을 만들라는 뜻이기도 하다. 오늘 우리는 뇌 속에 행복을 담는 너무 큰 그릇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

2021-06-23

소리와 소리 사이

배문경수필가 열어둔 창으로 빗소리가 들린다. 가만히 누워 빗소리를 들으면 잠마저 촉촉해진다. 우물 속을 바라볼 때처럼 아득하고 깊다. 세상을 찬찬히 적시다 내게 다가와 손길을 서서히 뻗어 쓰다듬듯이 낭창하게 마음속으로 어둠에 섞인 비를 뿌린다. 어느 유년의 한때 미루나무가 제 그림자를 뻗어내던 가로수의 그림자를 밟고 걸었던 시간과 오버랩 된다.바야흐로 번성의 계절이다. 덩달아 봄꽃 사라진 자리로 소소하게 금계국이 피고 석류꽃이 피어난다. 무논에 모내기 끝낸 자리로 자욱하게 개구리소리 요란하다. 온몸으로 울어대는 개구리의 떼창에 여름 더위가 깊어간다. 밤새 저 왁자한 개구리 소리는 언젠가 들렸던 화개장터의 요란한 정오 같다. 산 것들의 생식이 빚어내는 절묘한 절규다. 가야금을 서서히 켜다 자진모리로 달려가며 숨이 멎을 듯이 극으로 치닫는 소리 같다.개구리 소리가 사라지는 아슴푸레한 새벽, 먼 산에서부터 뻐꾸기 소리가 낭창하게 들린다. 나무와 나무를 오가는 새소리가 밤을 걷어낸다. 상쾌하고 발랄한 아침, 신선한 바람의 전령사처럼 금세 휘파람이라도 불고 싶다.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에서 농약 등으로 새소리가 없어진다면 우리는 어떤 환희로 아침을 맞을 것인가를 묻는다. 나 또한 한겨울 날개를 제대로 펴지 못한 새들이 푸른 하늘을 나는 소리에 살아있다는 기쁨을 느낀다.분황사에 새벽 예불을 드리기 위해 절문을 열면 한꺼번에 밀려드는 새소리는 아득하다. 천국이 있다면 천당이 있다면 필히 이렇게 아름다운 새소리가 있을 것이리라. 초록의 잎사귀가 하늘을 덮은 절집마당에 하늘과 땅이 온통 새소리로 인해 기쁨과 가득 찬 환희를 맛본다.여름이 깊어갈 즈음, 고목의 꼭대기에서 들려오는 매미소리를 듣는다. 이미 개구리가 짝짓기를 끝내고 소리 없이 떠난 뒤이다. 자지러지도록 매앰맴 소리에 하늘이 쩍 갈라질 듯하다. 절창이란 말이 맞을 것이다. 칠 년이란 긴 시간 동안 침침하고 캄캄한 땅속에서 견뎌냈으니, 어찌 작렬하지 않을까. 애벌레인 굼벵이가 땅속에서 올라와 허물을 벗고 날개를 펼치며 매미가 되는 모습은 불교에서는 해탈이고, 도교에서는 껍질을 벗고 새로운 몸을 얻기 때문에 재생이라고 한다.“매암이 맵다 울고 쓰르람이 쓰다 우니, 산채를 맵다는가 박주를 쓰다는가. 우리는 초야에 뭇쳐시니 맵고 쓴 줄 몰라라.”이정선은 평시조로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삶을 노래했다. 하지만 소음의 주범인 말매미는 플라타너스라 불리는 양버즘나무와 벚나무를 좋아하는데, 이 나무를 가로수와 정원수로 도로와 아파트 등에 많이 심으면서 번식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 10마리 수컷 말매미를 대상으로 소리의 크기를 측정한 결과, 사람에게는 아주 고통스러운 수준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여름 소리에서 소음으로 전락한 매미 소리는 안타깝다.죽은 매미가 길가에서 발견되면 어느새 창 근처에는 풀벌레 소리가 들려온다. 귀뚜라미 소리가 가을 초입을 알린다.풀벌레 소리가 벼가 익는 소리처럼 익어갈 즈음 방안에 누워서 배가 아프다고 뒹구는 나를 달래던 소리가 있었다.“내 손이 약손이다. 내 손이 약손이다.”엄마는 배 위를 슬슬 쓰다듬으며 문지르며 자신의 손이 화타의 손인 양 아픈 배가 낫는다고 했다. 어느새 잠든 내가 깼을 때는 어둠이 대문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태어날 때, 삼신할미의 손에 궁둥짝을 철썩 맞고서야 첫울음으로 자타(自他)가 세상에 자신을 알린다. 잘살든 못살든 한 생애를 끝낸 자리에 울음보로 예(禮)를 다하니 시작과 끝이 결국 소리의 한 생애가 아니던가.지금, 뭇소리 속에서 어둠을 헤치고 내게 온 개구리 소리가 흐뭇하기만 하다.

2021-06-23

노간주나무를 찾아서

책장을 넘기다 산비탈 바위틈에 있는 노간주나무를 보았다. 나무가 도저히 자라지 못할 곳에 뿌리를 내리고 비스듬히 서 있었다. 더구나 물이라고는 전혀 없는 곳이었다. 하늘이 내려 주는 빗물만으로 지탱하며 사시사철 푸름을 지키고 있었다. 그 당당한 모습에 자꾸 마음이 갔다.때마침, 봄장마가 물러가고 말간 하늘이 얼굴을 내밀었다. 무작정 나무를 찾아 떠났다. 초록이 연두를 품고, 진분홍이 연분홍의 꽃들을 모두 삼켰다. 하늘과 산이 맞닿아 초록이 머무는 곳, 햇살과 바람, 구름이 쉬어가는 곳, 경상북도 수목원으로 향했다.수목원에는 나무와 풀 냄새가 자욱하다. 흠 하나 없는 무결점의 하얀 꽃들도 뒤질세라 화르르 가지를 흔든다. 무방비로 열려 있는 감각에 예고편도 없이 사방에서 맑고 푸름이 들어온다. 온몸의 세포가 자연스레 열린다. 나무 터널이 낸 길 따라, 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얼마 가지 않아, 하늘을 담은 연못이 눈 앞에 펼쳐진다. 어제 내린 비에 하늘이 연못에 들었나 보다. 구름도 따라 내려와 올챙이와 벗하며 한낮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하양과 파랑만 있으면 단조로운가, 꽃창포와 노랑꽃 창포가 연못 주변을 맴돌며 배시시 웃고 있다. 나도 꽃 인양, 벤치에 앉아 이들과 함께 풍경 하나가 된다.얼마나 머물렀을까, 노간주나무를 보러 왔다가 잠시 풍경에 취해 넋을 놓았다. 이제 나무를 찾아갈 생각이다. 짐작하건대 노간주나무는 평지보다는 산등성이에 있을 것 같다. 오르막을 따라 산을 오른다. 나무마다 걸어 놓은 이름표를 들춰가며 생김생김의 모습에 눈을 맞추며 올라갔다. 한 골짜기를 훑어도 노간주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다시 아래로 내려와 건너편에서 천천히 올라 가 보았다. 또 헛걸음이다. 덜컥거리며 내려앉는 마음을 바로 세웠다. 노간주나무는 측백나뭇과이기에 비슷한 모양의 군락지에서 찾아야겠다.노간주나무는 고향 마을 뒷산에 많이 있었다. 송아지에 코뚜레를 만들 때 노간주나무의 가지를 이용한다. 나뭇가지가 부드럽고 잘 부러지지 않아 제격이다. 고향 집, 소 우리에서 목 놓아 울던 그렁그렁했던 송아지의 눈빛과 그 옆에서 일손 늦어 겁먹은 아버지의 눈빛이 오버랩된다.농사일에 소는 든든히 살림 밑천이다. 거친 땅을 보드랍게 갈아엎을 때, 논에 물을 가둬 모내기 준비할 때도 소를 이용했다. 그만큼 소는 우리와 함께 먹고 마시며 가까이 있는 순한 동물이다. 그런 소였지만, 소도 사람을 보고 일을 하는지, 일손이 없거나 느린 사람에게는 고집을 피우기도 한다. 어렵게 장만한 송아지도 우리 집에 온 지 며칠 만에 아버지와 기 싸움을 했다.책 속의 사진 한 장을 보고 무작정 길을 나선 게 잘못이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고산 식물원이라 당연히 노간주나무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산등성이를 몇 번 오르다 지칠 때쯤, 노간주나무를 못 찾아도 숲속에서 어슬렁대도 좋겠다 싶었다. 마음을 그렇게 다잡는데, 눈은 이 골짜기를 훑었고 분명 저 골짜기에는 노간주나무가 있을 것 같았다.이제는 안 되겠다 싶어 사무실을 찾아갔다. 노간주나무를 보러 왔다고 하니 담당 직원이 “노간주나무요?”라고 되묻는다. 경북수목원에는 노간주나무를 일부러 심지는 않았다고. 그런데 자생한 한 그루가 있다는 골짜기를 말해 주었다. 나무의 이름표는 달지 않았으니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한 그루가 있다는 소식에 무거웠던 발걸음이 가벼웠다. 천천히 산을 훑어가며 나무를 찾았다. 그곳을 찾아 헤맸지만, 노간주나무는 쉽사리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순혜​​​​​​​수필가 발걸음이 한없이 무겁다. 돌아가기는 너무나 아쉽다. 마지막으로 문화해설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분도 노간주나무를 본 것 같지만, 그냥 지나가며 본 터라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사무실 직원이 말한 곳을 대략 설명하니 기꺼이 동행해 주었다. 근처를 다시 수색했다. 찾기가 어려워 수색이라는 말이 맞는다. 한참을 헤맸다. 수목원의 어둠은 빨리 달려들어 걸음을 돌려야 했다. 돌아가는 길에 일반인의 발길이 드문 수목원 뒤쪽 초소를 찾았다. 자연생태계의 식물을 찾아 연구하는 분이 계시기에 여쭈었다. 경주 남산 이무기 능선에 노간주나무 군락지가 있다고 한다.오늘은 노간주나무를 만나기는 힘든가 보다. 나무를 찾아 헤매다 지칠 때쯤, 우리 집 송아지가 코뚜레를 하며 눈물 흘리던 슬픈 눈과 어머니의 잔소리에 코가 꿴 아버지가 밭으로 가며 속으로 울었을 그 눈망울이 겹친다.더 비켜날 곳도 없어 보이는 사진 한 장이었다. 옛사랑을 찾아 먼 길 갔는데, 못 보고 발길을 돌린 것처럼 허전했다. 내일은 이무기 능선으로 향해야겠다.

2021-06-23

긴급공고 - 시험 정답 찾기

이주형 산자연중학교 교감 대한민국 모든 교사에게 어느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세상 진지한 질문을 공유한다.“선생님, 시험은 왜 치는지 꼭 좀 말씀해 주세요?”과연 학생의 질문에 교사들은 어떤 답을 할까? 학생이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답을 아는 교사가 있다면 꼭 산자연중학교로 연락 부탁드린다.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답을 보낸 교사에게는 특강의 기회는 물론 학생들이 준비한 큰 선물도 드릴 예정이다.그런데 필자는 학생들이 없어서 학교가 문을 닫고 있는 이 판국에 왜 시험을 치는지 정말 모르겠다. 지금 시험은 분명 구시대의 산물이다. 학생들이 지금보다 몇 곱절이나 많았을 때, 그때 공정한 선발을 핑계로 학생들을 점수로 줄을 세웠던 도구가 시험이다. 또 점수가 곧 학생 능력이라는 정말 몹쓸 국민 최면을 만든 구시대의 부조리한 평가제도가 지금의 시험이다.그 최면에 걸려 우리는 지금도 학생의 특성도, 개성도 모두 무시하고 학생들을 오로지 시험 치는 기계로 만들고 있다. 시험에 넌덜머리가 날 법도 한데 기성세대는 한풀이하듯 학생을, 자녀를 시험의 사지로 내몰고 있다. 그 모습에는 어떤 죄책감도 없다.우리 사회를 나타내는 말 중에 시험 만능주의라는 말보다 더 아픈 말은 없다. 정말 이 나라는 시험이면 다 되는 나라이다. 무엇을 하든 반드시 시험을 봐야 한다. 시험이 곧 힘이요, 시험이 곧 생존인 사회가 바로 지금 우리 사회이다.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학생이 우리 사회의 희망이요, 그 희망을 키우는 곳이 학교라고! 물론 학교의 순수한 기능만 보면 이 말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이 말을 한 사람은 지금 학교의 상황을 전혀 모르거나, 아니면 긍정주의에 중독된 사람임이 틀림없다.학교는 학생의 꿈과 희망을 파괴하는 공작소가 된 지 오래다. 말로만 개개인에게 맞는 교육을 떠들어대지만, 막상은 모든 학생에게 하나의 목표를 주입하고 있다. 그 목표는 시험에서 1등 하기다. 그 과정이 어떻든, 주변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말고 오로지 1등만 하면 된다고, 그러면 다른 문제는 모두 자동으로 해결된다고 세뇌를 시키고 있다.6월 넷째 주! 학교 현장에는 학생을 공부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부를 포기하게 만드는 시험이 또 시작되었다. 학생의 꿈과 희망을 살리는 곳이 학교여야 하는데, 지금 학교는 오히려 반대다. 학교는 학생을 공부로부터, 아니 아예 학교 밖으로, 나아가서는 삶의 밖으로 내몰고 있다. 언제까지 시험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학생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계속 들어야 할까! 그 죗값을 어떻게 다 치르려고 학교는 또 의미 없는 시험판을 벌이는 걸까!대한민국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교사들에게 간곡히 부탁드린다.제발 “닥치고 시험이나 쳐!”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시험이 무엇인지, 시험공부는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왜 시험을 봐야 하는지에 대해 단 한 번만이라도 진지하게 말해 줄 것을! 그 전에 교사들부터 시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것을!

2021-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