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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잇단 독감백신 사망사고, 국민 불안 해소부터

독감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잇따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2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독감 예방접종 사업이 시작된 이후 백신을 접종하고서 며칠 이내에 사망한 사람은 21일 현재 총 9명에 이른다. 최근 일주일새 예방접종 사망자가 인천, 전북 고창, 대전, 제주에 이어 대구에서까지 연이어 발생했다.이들의 직접 사망 원인이 독감백신으로 인한 것인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으나 독감백신 접종직후 사망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올해는 보건당국이 독감백신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일부 백신이 상온에 노출돼 회수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또 최근에는 이미 유통된 일부 백신에서 흰색 침전물이 발견돼 제조업체가 자진 회수하는 해프닝도 있었다.독감백신의 유통과 관리의 허점이 노출되면서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져 있는 상황에서 백신접종 의혹 사망자 발생은 국민 불안을 키우기에 충분하다.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백신관련 사망자 발생은 2009년 65세 여성이 유일해 백신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은 낮다고 하나 잇단 사고가 주는 충격은 크다. 일부 국민은 독감백신 접종을 기피하거나 백신 접종을 맞아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어린이를 둔 부모들은 거의 좌불안석의 심정이다.올해는 정부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사전에 막기 위해 예년보다 백신 무료 접종자를 많이 늘렸다.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면 코로나 바이러스 관리가 힘들어져 최악의 ‘트윈데믹’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불안해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하루속히 독감백신 사망사고와 관련한 원인 규명에 나서 보건당국이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어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17세 남학생 사망사고가 발생한지 사흘 뒤에야 이 사실을 발표해 이미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독감백신의 유통과 부실한 관리 등으로 보건당국의 신뢰에는 이미 많은 상처가 나 있다. 철저하고 치밀한 조사를 통해 백신과 사망사고와의 연관성을 밝혀야 한다.코로나19로 지금 우리 국내 사정은 매우 위중하다. 만약 독감이 유행한다면 코로나와 뒤엉켜 의료체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코로나 대유행을 막기 위해선 백신 접종률부터 높여야 한다. 백신에 대한 국민 불안 해소가 시급한 이유다.

2020-10-21

크라우드 펀딩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은 온라인상에서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제도를 말한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용어는 군중을 뜻하는 영어 단어 ‘크라우드’와 재원 마련을 뜻하는 ‘펀딩’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우리나라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최초로 제도화된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온라인 플랫폼에서 증권을 발행하고, 투자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을 일반적으로 ‘크라우드 펀딩’으로 지칭한다. 크라우드펀딩은 자금 문제를 겪던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잡지나 음반, 영화, 아이디어 상품 제작 비용을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아 실제로 만들어지는 사례도 나온다. 크라우드펀딩에서 한 방식인 대출은 개인과 개인 사이에 이루어지며, 개인간 직거래 방식 금융 서비스(Person to Person 금융)이라고 해서 ‘P2P 대출’이라 부른다. P2P 대출은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멀리 떨어진 사람끼리 온라인으로 직접 금융거래를 하는 방식이다. 거래 당사자는 P2P 대출로 만나기 전까지는 잘 알지 못하던 사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돈을 주고받는다는 데서 P2P 대출은 친구나 가족에게 돈을 꾸는 것과 다르다. 그리고 기존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자금조달방법이 되고있다.금융위원회가 21일 크라우드 펀딩의 발행한도를 현재 연간 15억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하고, 프로젝트 투자대상 사업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 일부 업종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화제다. 크라우드 펀딩이 시장을 활기차게 하는 자본조달방식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0-21

베테랑일수록 가볍다

이십 대 초반, 동아리 친구들과 지리산을 종주한 적 있습니다. ‘산이라면 지리산’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당시 청춘들에게 지리산행은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습니다. 화엄사에서 출발해 노고단, 임걸령, 벽소령, 세석산장, 장터목을 거쳐 천왕봉에 오른 뒤 하산하는 4박5일의 대장정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등산다운 등산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며칠에 걸쳐 험한 골짜기와 긴 능선을 넘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가늠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굴곡진 현대사의 현장을 접할 수 있다는 숙연한 설렘만이 가득했습니다.첫날은 그럭저럭 오를 만했습니다. 계곡 물소리와 풀꽃들, 간간이 보이는 하늘과 피곤할 만하면 나타나는 쉼터 등 모든 것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가끔 헬리콥터 소리도 들렸는데 능선을 넘는 산행객들의 무사를 응원하는 것 같아 안심이 되곤 했지요.이틀째였을까요. 임걸령과 화계재 사이 어디쯤에서 신호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등짝을 뒤에서 당기는 것 같은 통증과 함께 허벅지 힘이 마구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호흡이 거칠어지고 머리가 어질어질했습니다. 발바닥이 땅에 붙고 어깻죽지는 내려앉기만 했습니다. 선발대와의 거리는 한참 멀어져 있었고, 하늘과 잇닿아 있다는 드넓은 쉼터는 나타날 기미조차 없었습니다. 가도 가도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급경사 등산로 앞에서 저를 시작으로 몇몇의 여학생이 울음보를 터뜨렸습니다. 체력은 바닥인데 무거운 배낭이 어깨를 짓누르니 설움이 북받쳤던 것이지요. 하지만 강단 있는 대부분의 여학생들은 눈썹조차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역까지 배웅 나왔다가 엉겁결에 뾰족 구두 차림으로 합류한 후배조차 의연한 모습이었습니다. 체력 안배를 잘 해, 날다람쥐처럼 날랜 다른 여학생들을 보니 부러워서 서러웠습니다. 시쳇말로 ‘멘탈’을 관리하지 못한 채 스스로 무너지는 그 한계가 부끄러워 더 눈물이 났습니다.저질 체력의 여학생 배낭은 할 수 없이 남학생들에게 인계되었습니다. 주변의 도움으로 겨우 종주를 마칠 수 있었지만 그 일은 제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주량도 모른 채 마신 한 잔 소주에 취해, 만 하루가 지나서야 깨어났던 일처럼 창피하고 불명예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스스로를 책임지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민폐를 끼쳤다는 미안함, 체력이 좋거나 강단 있는 다른 여학생들에 대한 부러움 등으로 한동안 괴로웠습니다.김살로메소설가그때의 트라우마 때문일까요. 텔레비전 오지 탐험 프로그램을 볼 때, 힘든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여성 출연자를 보면 존경스럽기만 합니다. 각설하고 그때 지리산 산행의 패착을 떠올려봅니다. 이유는 한 가지, 너무 무거운 짐 때문이었습니다. 자잘하게는 세면도구에서 크게는 홑이불세트까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물품을 죄다 배낭에다 쟁여 넣었습니다. 많이 챙겨갈수록 좋은 줄 알고 이것저것 배낭 배를 부풀렸습니다. 자신의 체력도 가늠해보지 않은 채 가방만 무겁게 꾸렸던 것이지요.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짐이라도 가벼웠으면 그토록 고생하지는 않았겠지요. 길 떠나는 자는 자고로 짐이 가벼워야 한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안 것이지요. 여행 잡지에서 본 전문가의 충고를 되새깁니다. ‘될 수 있으면 짐을 줄여라. 한 번 줄이고 그 다음날 점검할 때 또 줄여라. 그러다 보면 꼭 필요한 것만 남게 될 것이다. 그게 바로 당신을 즐겁게 해 줄 최상의 동반자다.’물론 전문 산악인들처럼 예외인 경우도 있습니다. 산행 전문가답게 길눈이 밝은데다 체력까지 감당이 되면 무거운 짐을 챙기는 게 당연히 유리합니다. 텐트에서 우산까지 뭐 하나 빠지지 않고 꼼꼼히 챙기는 이타적인 주변인 덕분에 산행이 편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무거운 짐에 대한 부담감이 전혀 없습니다. 특별한 경우이지요.일반적으로 등산을 자주 하고 산을 잘 아는 사람일수록 꾸러미는 간소합니다. 베테랑일수록 가볍습니다. 어떤 일에 능숙하면 부차적인 것들은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명필일수록 붓 자루 수나 크기에 집착하지 않고, 명강사일수록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마이크도 필요치 않은 것과 같지요. 많거나 크다고 좋은 게 아닙니다. 그 덕에 과업을 잘 수행할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오히려 가벼울수록 일을 추진하는데 유리하거나 부담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날마다 가벼워지는 연습을 합니다. 그리하여 어쩌다 길 떠날 일이 생기면 최대한 간소하게 짐을 꾸립니다. 그 옛날 지리산 종주할 때의 교훈을 떠올리며 줄였던 짐도 한 번 더 줄입니다. 무거운 짐에게 몸과 마음을 저당 잡히는 것보다는 모자란 듯 헐렁한 상태가 훨씬 부담이 덜합니다. 수고한 짐 때문에 영혼이 피폐해질 정도라면 비울수록 낫습니다. 베테랑일수록 가벼움이나 덜어냄과 친구하니까요.

2020-10-21

와인 한잔 어때요?

배문경수필가칠레산 까시에로 리저브 쉬라를 샀다. 병뚜껑과 상표가 금색이라 눈에 띄었다. 이 와인의 후기를 보니 무게감이 있어 괜찮다는 평이다.간혹 와인의 향기와 빛깔이 그리울 때가 있다. 오늘 딸아이를 축하할 만한 일이 생기자 바로 떠올랐다. 와인 한 잔 기울일 생각에 약간의 흥분을 느꼈다. 때론 화이트와인을 마시기도 하지만 오늘은 스테이크를 만들 요량으로 레드와인을 잡았다. 레드와인은 적포도의 껍질과 알맹이, 씨를 모두 으깬 후에 발효시킨 것이다. 내가 산 것은 2017년 생산된 것으로 알코올은 13.5%다.딸아이와 나는 와인의 유래에 대해 잠시 얘기를 나누었다. 포도주의 기원은 그리스다. 포도주 원액을 손잡이가 두 개인 항아리 암포라에 담아 운반했다. 그리고 크라테르에 부어 물과 와인을 섞었다. 크라테르는 대형항아리로 주로 연회가 열릴 때 테이블에 올렸다. 암포라와 크라테르는 훌륭한 예술품으로 유명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우리 집에는 와인셀러가 없어서 와인을 잠시 냉장고에 시원하게 보관했다.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목살 스테이크를 만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토마토 카프레제 샐러드도 접시에 담았다. 토마토가 반달이 되어 서로 겹치며 원을 만드니 보기에도 좋다. 레이스가 달린 테이블보를 깔고 식탁 중앙에는 분위기에 어울리는 핑크빛 리시안셔스를 한 아름 사서 꽂았다. 겹겹이 하늘하늘한 꽃잎이 변치 않는 사랑이라는 꽃말과 더불어 파티에 어울리는 장식이다. 레드와인에는 보르도 글라스를 준비했다. 튤립 모양의 잔은 타닌의 텁텁함을 줄이는 경사가 완만한 모양이 특징인 잔이다. 음식을 테이블에 올리자 고급 레스토랑이 부럽지 않다.가족들이 함께 앉아 잔에 3부 정도 따르고 스템을 잡고 건배했다. 나는 그냥 삼키지 말고 색을 보고, 스월링(Swirling)하며 향을 느껴보라고 했다. 잔을 돌리면 와인의 맛이 깊어진다. 와인 속에 잠자고 있던 여러 성분이 산소와 결합하면서 와인의 부케와 아로마가 발산되기 때문이다. 한 입 머금은 딸의 볼이 상기되면서 꽃보다 더 고와진다. 나도 덩달아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분위기를 돋우려고 준비한 선물을 내밀었다. 리본이 달린 빨간 지갑이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 대충 먹고 흩어지기 바쁜 식사시간이 오늘만큼은 안정적이다. 모두 오늘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비워두고 전체를 위해 배려했다. 식구들은 자신이 그동안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하느라 수다스럽다. 딸이 어려운 시험에 합격해서 좋은 직장을 얻게 되었다. 딸뿐만 아니라 부모로서 느끼는 기쁨은 말로 형언할 수 없다. 주위의 축하 세례에 나도 모르게 웃음 짓고 어깨를 으쓱한다.이런 와인에는 음악이 필요하다며 유튜브를 켠 딸은 에디트 피아프의 ‘장밋빛 인생’을 들려준다. 에디트 피아프의 생애를 다룬 영화 ‘라비앙 로즈’가 떠오른다. 고등학교 동기 셋이 영화의 엔딩크레딧에서 같이 기립박수를 보냈었다. 샹송과 와인이 이렇게 어울린다는 것이 놀랍다. 덕분에 와인의 맛은 무겁고 텁텁했지만 블랙체리의 과일 향을 그윽하게 느낀다.노래에 취해 있을 때, 10월 14일인 일주일 전이 와인데이였다고 딸이 말한다. 연인과 와인을 마시며 속삭이는 날이었다. 1월 14일은 다이어리데이, 2월은 발렌타인데이, 3월은 남자가 여성에게 사탕을 선물하는 화이트데이다. 12월은 허그데이로 일 년 내내 이벤트다.와인데이는 그리스신화가 기원이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신의 제례를 지냈던 날이다. 주류회사의 상술이긴 하지만 문화의 다양성으로 볼 수 있고 개인의 취향이기도 하다. 더러 와인 잔에 맥주나 막걸리를 부어 마시면 낯선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다.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레드와인이나 화이트와인, 로제와인을 한잔하면 어떨까. 단풍든 가을, 마음은 온통 와인빛으로 찰랑거릴지도 모른다.

2020-10-21

대면으로 학생들을 만나다

오죽하면 이런 제목을 붙이랴.대학 학과의 선생님 셋과 학생들 일곱이 마주 앉아 저녁 식사를 하는데, 이런 풍경 볼 수 없었던 게 하루이틀 아니었다.코로나19 대응이 1단계로 떨어졌다 해서 모처럼 학과의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무언가 머리를 맞대보기로 했다. 매년 하던 답사도 없어지고 한글날 행사 같은 것도 축소되고 개강이다, 폐강이다 하는 모임도 사라지다시피 했다. 이런 상황을 헤쳐 나갈 뭔가 방법이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학과의 학생들을 한꺼번에 다 만날 수는 없다. 현재 과대표, 전임 과대표, 동아리 대표들, 각 학년 대표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자. 꼭 대표가 아니어도 되고, 학과의 여러 단위를 표현해 줄 학생들이면 좋다. 만나 요즘 상황이 어떤지 뭐가 필요한 지 들어보기로 하자. 대략 이런 생각이었다. ‘정육식당’이라고 일종 실비식당에 둘러들 앉았다. 전임 과대표는 1학기 때 스페인에 어학연수를 가서 스페인 코로나를 직접 겪었다. 창작 동아리 ‘창문’의 일원으로 나온 학생은 대학원 진학을 계획 중인데 부전공으로 중문학을 한다. 올해 과대표는 코로나 덕분에 정상적인 학생 활동은 엄두도 못냈단다. 제주에서 올해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학생을 ‘줌’ 아닌 식당에서 대면으로 만나기는 처음이다. 지금 기숙사에서 생활한다고 한다. 1학년 시절은 얼마나 빛나던가? 그런 시기를 갇혀 지낸다니 딱하디 딱할 따름이다. 언론정보학부 학생으로 국문학을 복수전공하는 학생, 국문과반 ‘출신’으로 서양사학과에 진입한 학생, 중학생 때까지 그림을 전공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심화전공 코스를 택할 정도로 국문학에 빠져 버렸다는 학생 등등.얼굴들, 어깨들이 사랑스럽다. 귀해 보인다. 여느 때 같으면 캠퍼스에 ‘차고 넘치던’ 학생들 아니던가. 하건만, 이번 학기도 1학기 때처럼 캠퍼스는 썰렁, 국문과 건물 강의실 있는 층들은 고적하기만 하다. 대면이니, 비대면이니, 얼마나 낯선 한자어들이던가. 그 어색한 말이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선생님과 학생은 마주 앉아야 하는 법인데, 요즘에는 ‘줌’으로 화면도 안 켜놓고 이야기를 듣는지 안 듣는지 모를 지경이다.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아이디어를 듣자 하니, 그렇잖아도 불려 나온 게 아니라 다들 제발로, 반기면서 나온 학생들이라 한다. 그만큼 할 얘기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코로나 시절을 슬기롭게 넘길, 학생들의 자발적 학습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보자고 얘기들 한다. 과연 잘 될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뭔가 살아있음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식당을 나오자 ‘샤로수’ 길이라 불리는 이 대학촌 골목은 아직도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기만 하다. 어서 빨리, 학생들 넘쳐나는 골목 거리가 보고 싶다. 내년 봄이면? 아니 가을이라도, 겨울이라도, 포스트 코로나 시절 만나보고 싶다./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

2020-10-21

신중년에 대하여

김규종 경북대 교수나이 지긋한 축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 가운데 하나가 ‘낭만에 대하여’ 일 것이다. 환하게 빛났던 한때를 추억하며 ‘다방’에서 중년 마담이 따라주는 ‘도라지 위스키’를 홀짝거리는 후줄근한 가수의 표정이 손에 잡힐 듯 그려지는 노래. 100세 시대라 불리는 요즘 50-60 나이대의 사람들을 신중년이라 부른다. 예전의 40-50대 정도와 비슷한 정열과 체력과 욕망으로 무장한 신중년. 그들을 노인이라 부르면 서운해하리라.인생의 절반을 살았고, 나머지 절반으로 달려가는 신중년. 이 무렵 누구나 생각이 많아진다. 젊어서 한칼 했던 사람일수록 뭔가 이루려는 의욕과 투지로 넘쳐난다. “나는 아직 한창이야, 내가 뭐 어때서! 이 정도면 쓸만하지, 안 그래!” 거울 들여다보면서 신중년 사내들은 혼잣말한다. 신중년 가운데 일부는 퇴직하여 ‘임계장’(임시 계약직 노인장)이 되기도 하고, 일부는 아내 눈칫밥 얻어먹으며 산이나 공원을 떠돈다.신중년에 필요한 작업은 살아온 삶의 내력을 돌아보는 일이다.인생에 목적이나 의도는 없겠으나,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온 날들인지, 총체적으로 성찰하는 작업은 남은 생을 요긴하게 살아가는 데 적실한 전제다. 주역 ‘계사편’에 “척확지굴 이구신야(尺8816之屈以求信也)”라는 구절이 나온다. 자벌레가 몸을 구부리는 것은 그것을 펴기 위함이다, 하는 뜻이다.성찰 없이 전진만 하는 삶은 피 끓는 청춘의 몫이지, 피가 식어가는 신중년의 몫은 아니다. 젊은 날 신중년을 매혹하고 열에 들뜨게 했던 오욕칠정(五慾七情)과 거리 두면서 세상과 사회를 돌이키는 작업이 소중하다. 그렇다 해서 반드시 이성적이거나, 매사에 사려와 냉정 그리고 신중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신중년에게도 어린아이 같은 맑고 투명한 치기(稚氣)와 장난스러움 그리고 패기가 요구되기도 한다.문제는 대다수 신중년이 너무 차갑고 계산적이거나, 반대로 너무 철이 없고 이기적이라는 데 있다. 양자의 조화로움을 유지하는 신중년은 나이를 먹어도 쉬 늙지 않을뿐더러, 고유한 매력으로 주위를 환하게 한다. 그러하되 신중년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많지 않음을 직시하면서 죽음을 생각하는 일이다.생명 가진 모든 것은 소멸한다. 그것은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철칙(鐵則)이다. 주위를 돌아보시라. 얼마나 많은 요양원과 요양병원이 성업하고 있는지. 그곳에 갇혀있는 수많은 노년도 한때는 신중년의 시기를 거친 분들이다. 누구도 그곳에 포획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삶이 허여한 일정한 육체와 정신을 탕진하고 나면, 어쩔 도리없이 여생을 거기서 보내야 한다.그곳에 가기 전에 골똘하게 생각해야 한다. 나의 삶은 어떠했으며,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 관계와 인연은 어떻게 정리하고, 몸과 마음은 또 어떻게 갈무리할 것인지. 미래는 준비하는 사람 차지다. 두려워하지 말고 죽음을 깊이 사유하는 신중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2020-10-21

따뜻한 경북교육 실현을!

이주형산자연중학교 교감10월의 자연은 보기만 해도 따뜻하다. 10월은 노란색과 궁합이 너무도 잘 맞는 것 같아 10월의 색을 필자는 노란색으로 정하였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풍성해지는 10월의 황금 들판, 도로와 도심을 샛노랗게 물들이는 은행나무, 세상이 결실맺기 딱 좋은 10월의 노란 햇살!10월은 이야기가 풍성한 달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길을 나선다. 10월 길 위에 선 사람들의 걸음 속도는 분명 시인의 속도를 닮았다. 그 속도를 나태주 시인의 시에서 찾을 수 있다.“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 모양까지 알고 나면 인연이 된다 // 아, 이것은 비밀” (나태주 ‘풀꽃 2’)10월을 걷는 사람치고 표정이 어두운 사람은 없다. 모두가 밝은 표정, 그 표정의 색 역시 노란색이다. 시인의 말처럼 사람들은 서로의 색깔을 알기에 기꺼이 길 위에서 친구가 된다. 처음 보는 사람의 눈웃음마저 반가운 인사가 되는 10월은 말 그대로 축제의 장이다.10월 바람은 그늘에서는 살짝 싸늘하게, 하지만 양지에서는 기분 좋은 따뜻함으로 분다. 사람들을 그늘 대신 양지의 길 위에서 서게 하는 10월 바람의 마음에 마스크 안에서 지쳐가던 사람들은 기꺼이 길 위에 선다. 그리고 서로 노란 따뜻함을 나눈다.따뜻함이라는 단어는 필자에겐 추억이자 희망의 단어다. 따뜻함에 대해 지금보다 더 많이 공부한 적이 있었다. 그것은 교감 면접시험을 준비할 때다. 그때 공부한 내용 중에 아직도 마음으로 외우고 있는 내용이 있다. 그것은 경상북도 교육청의 교육 비전이다. “삶의 힘을 키우는 따뜻한 경북교육”경상북도 교육청 홈페이지 열린 교육감실에 가면 교육 비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그중에서 “따뜻한”과 “경북교육”에 관한 설명을 잠시 인용한다.“‘따뜻함’이란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어머니의 품과 같은 보살핌과 배려로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책임지는 것입니다. 경북교육은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결과보다는 과정을, 다그침보다는 기다림을 지향하는 교육입니다.”위에 인용한 글을 공부하면 필자는 경북교육 비전이야말로 교육의 본질이자, 우리나라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특히 “행복한 삶을 책임지는”이라는 어구에서는 교육청의 책임 있는 자세를 보았다. 또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모든 아이들이”라는 말에서는 교육청의 결연한 의지까지 느낄 수 있었다.필자의 책상에는 “제2의 교육 기적”이라는 말이 적혀 있다. 우리 교육은 세계가 깜짝 놀랄 경제 성장이라는 교육 기적을 이룬 경험이 있다. 인구절벽이라는 국가적 재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2의 교육 기적이 필요하다. 그 기적의 가능성을 필자는 “따뜻한 경북교육”에서 보았다. 대안학교 학생을 비롯한 모든 아이를 위하는 “따뜻한 경북교육”이 우리나라와 세계 교육을 선도할 것을 직감하는 따뜻한 10월이다.

2020-10-21

전세 대란

다른 사람의 집을 빌려 쓸 때 일정한 돈을 맡겼다가 내놓을 때 다시 찾아오는 것을 전세(傳貰)라 이른다. 이같은 전세 제도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주거임대차 제도다.그 기원은 1876년 강화도 조약에서 찾는다. 당시 부산, 인천, 원산 등 3개 항구를 개항하면서 일본인의 거주지가 조성되고, 서울로 인구가 몰리면서 전세 형태의 주거가 생겨난 것을 원류로 본다.전세 제도는 주택금융시장이 활성화되기 이전의 일로,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제도다. 임대인은 자산을 주택 형태로 보유하고, 임차인은 월세 대신 원금을 지킬 수 있는 전세를 선택함으로써 상호이익이 부합한 시장 구조다.전세 제도는 무주택 서민에게는 유주택자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고 유주택자는 인플레로부터 자신의 자산을 보호받는 구조가 돼 그 제도가 지금까지 탄탄하게 유지돼 왔다.집주인이 집값의 절반 정도에 임대하는 것은 이윤적 측면에서 손해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독특하게도 집값이 상승되면서 그런 손실 부분을 보상해 주었다. 전세는 우리만의 주거형태로서 지금은 국민에게 친숙한 주거문화라 하겠다.지난 7월 정부여당이 집값을 잡겠다며 임대차보호법을 시행한 이후 전국은 전세 대란으로 떠들썩하다. 집 없는 서민이 지금처럼 무주택의 설움을 당해 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전셋집을 구경하는데 돈을 달라 하지 않나 집주인이 세입자의 관상까지 보겠단다. 전세 살 사람이 많이 몰려와 제비뽑기까지 하고 있다. 전에 보지 못한 진풍경이다. 정부 정책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섣부른 정책의 입안과 결정이 전세 대란을 일으켰고, 그 바람에 서민만 녹아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10-20

청개구리

이재현동덕여대 교수“불효자는 옵니다.”지난 추석 무렵 지방 국도변 곳곳에 붙어 있던 플래카드의 글귀이다. 강원도 정선군의 한 공무원이 코로나 극복을 위해 추석 연휴 기간에 귀성 방문을 자제하자는 뜻으로 가요 ‘불효자는 웁니다’의 제목을 패러디하여 만든 것이라고 한다.‘불효자는 웁니다’는 작곡가 이재호가 곡을 만들고 1940년에 가수 진방남이 부른 노래이다. 진방남은 ‘단장의 미아리고개’, ‘울고 넘는 박달재’, ‘아빠의 청춘’, ‘무너진 사랑탑’, ‘산장의 여인’, ‘소양강 처녀’ 등 우리 귀에 익숙한 노랫말을 지은 작사가 반야월이 가수로 활동하던 때에 부르던 예명이다. 이 노래의 가사는 진방남, 아니 반야월이 작사한 것은 아니고 ‘땐사(댄서)의 순정’, ‘찔레꽃’의 작사가 김영일의 작품이다. 작곡, 작사, 가수 모두 당대의 대단한 분들이 참여해 만든 노래 ‘불효자는 웁니다’가 모음 단 하나가 뒤집힌 채 80년만에 소환되었다. 이를 코로나 덕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코로나의 힘을 새삼 느끼게 한 플래카드 패러디 문구임엔 분명하다.우리의 농어촌은 어르신들 세상이다. 80-90대 노인분들이 논 매고 밭 갈며, 60-70대 어르신들은 경로당에서 어린애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기력이 좋다 해도 연세 드신 노인들에게 코로나19는 매우 치명적인 질병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의 2020년 8월 통계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한 75-84세의 입원률은 18-29세와 비교할 때 8배 이상이고 치명률(사망률)은 220배 이상이며, 85세 이상 노인의 입원률은 13배 이상이고 치명률은 630배 이상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평소에는 전화 한 통 드리지 않고 발길은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다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2020년의 추석에 찾아온다고 하는 자식은 불효자 취급을 받을 수밖에.2020년 추석에 고향을 찾은 자녀들을 생각하면 이솝 우화 중 한 이야기로 들었던 청개구리 우화가 떠오른다.(실제로 이솝 우화에 청개구리 이야기는 없다. 어미 개구리의 말에 언제나 반대로만 하는 아들 청개구리에게 언덕이 아닌 강가에 묻어달라고 마지막 유언을 한 어미 개구리의 이야기는 동양의 우화이다.) 그렇다고 추석에 찾아온 자식들을 싸잡아 청개구리 불효자라고 말할 수는 없다.코로나가 아무리 엄중하다 할지라도 가야 하는 이유가 있는 분들은 누가 뭐라 해도 고향을 방문하고 부모님을 찾아 뵈어야 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런 분들은 더욱 조심스레 철저히 방역 원칙을 지키며 고향 나들이를 하였으리라.불효자인 나도 지난 주간에 경북 의성과 안동을 다녀왔다. 살아계시는 부모님을 뵈러 간 것이 아니라 22년 전에 돌아가셔서 선산에 잠들어계시는 아버님을 국립괴산호국원에 옮겨 모시기 위해서였다. 이미 세상에 계시지 않는 분이니 코로나의 위험은 드리지 않았다.패러디야 어느 나라 말에서도 가능하겠지만, 우리말은 이렇게 재미있고 곰살맞기까지 하다.이 가을 청개구리 불효자는 왔고, 불효자는 울었다.

2020-10-20

초중고 전면 무상급식… 코로나 극복의 힘 되길

대구지역 초중고교의 전면 무상급식이 내년부터 시작된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장상수 대구시의회 의장, 강은희 대구시 교육감은 전 학교 대상의 무상급식에 합의하는 협약을 20일 체결했다. 대구지역은 당초 올해 고3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시작하고 내년부터 고2로 점차 확대키로 했으나 코로나로 인한 경제사정 등을 고려해 전 학교 무료급식을 조기에 시행키로 결정한 것이다. 이와 함께 2021학년도 중학교 신입생부터는 무상교복을 지원하는 것도 이날 함께 합의를 했다. 무상급식은 세금을 재원으로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급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그동안 학교급식 무상지원을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았다. 지자체의 재원 조성에도 문제가 있고, 포퓰리즘 성향의 정치적 결정이라는 지적도 받아 왔다.그러나 지금은 전국 지자체가 전 학교를 대상으로 무상급식에 나서고 있다. 무상급식 자체가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수용되고 있는 마당이다. 하지만 전 학교 대상 무상급식은 막대한 재원이 안정적으로 확보돼야 하는 전제가 있다. 아직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지자체 입장으로서는 이에 대한 대비가 항상 걱정거리다.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전 국민이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대구지역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크게 유행했던 곳으로 그 여파로 아직도 많은 시민이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다수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영세민 등은 여전히 경제 위기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정신적 충격도 커 이래저래 서민 생활이 안정적이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시장과 시의회 의장, 시교육감이 시민들을 위로 격려하고 학생들의 교육복지 증진에 힘을 실어준 것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지속적인 재원 확보의 어려움은 있으나 더 분발하면 못할 것도 없다. 교육은 백년지계라 했다. 학생들에 대한 교육투자가 지역발전의 동력이자 미래라는 점 잊어서는 안 된다. 대구지역의 초중고 학생의 전면 무상급식을 계기로 대구교육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데 지도자들이 힘을 모았으면 한다. 지역사회가 책임지고 지역의 미래를 담당할 인재양성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교육이 강한 대구의 진면목을 보여주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2020-10-20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 ‘탈원전’은 엉터리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한수원)가 지난 2018년 6월 월성원전 1호기의 조기폐쇄를 위해서 즉시 가동중단 대비 계속 가동의 경제성을 낮게 조작하여 평가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감사원은 다만 이번 감사의 범위가 경제성 위주로 이뤄져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도 결론지었다. 어찌 됐든 이 정권이 ‘탈원전’ 정책을 위해서 평가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어서 향후 여론변화가 주목된다.감사원은 한수원의 자체 경제성 평가와 회계법인의 평가보고서, 연구용역 등을 종합 분석해 경제성 조작 의혹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인 전력판매단가와 원전가동률 평가가 제대로 됐는지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그 결과 회계법인이 원전이용률을 낮추고 kWh(킬로와트시)당 전력판매단가 추정치를 하향 조정한 사실을 밝혀냈다.한수원은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이 자료를 그냥 사용해 의도된 결과를 도출토록 했다는 것이다.감사원은 다만, “경제성 외에 안전성이나 지역 수용성 등을 포함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감사원은 또 조기폐쇄에 대한 고위 공무원들의 외압 여부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백운규 전 산업통상부 장관의 비위행위는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재취업, 포상 등을 위한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감사자료를 통보했다.한수원 정재훈 사장에겐 주의를 요구했고 감사 과정에서 자료 삭제 등 감사를 방해한 2명에 대해선 징계를 요구했다.피감 기관의 악착같은 조직적 저항과 친정부적 성향 감사위원들의 파당적 행태에 막혀 결정발표까지 무려 1년이 걸린 이번 감사 결과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논리에서도 행태에서도 상식 이하라는 사실이 드러난 결과물이다. 계량하기 어려운 국익손실을 초래한 이 정권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은 반드시 그 치명적 허물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정치적 선동을 앞세워 수십 년 각고의 노력으로 키워서 만들어낸 세계 일류 원전산업을 하루아침에 폭파한 이 같은 만행을 차단하기 위한 새로운 국가 기강의 전범이 절실하다.

2020-10-20

김정은 체제의 3대 악재는 극복될 것인가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을 통치한지 벌써 9년이 지났다. 부친 김정일은 일찍부터 북한 권력의 상당 부분을 김일성과 분점하였다. 그해 비해 1984년생 김정은은 부친 사망으로 27세에 갑자기 최고 통치자로 추대되었다. 백두 수령론에 의해 권력을 승계한 그는 집권 초기 내부적 위험요소를 제거하면서 핵과 경제 발전의 병진정책을 펼쳤다. 선대와 달리 서구 유학경력을 가진 그가 북한 개혁을 과감히 추진하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유엔의 대북 제재, 코로나 전염, 수재는 북한 경제의 목줄을 틀어쥐고 있다. 김정은의 당면 악재는 극복될 것인가.유엔의 대북제재가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 경제의 숨통을 틀어막고 있다. 김정은이 대외여론을 무시하고 개발한 핵무기의 부메랑이다. 김정은은 핵개발을 통해 대미 협상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의 선행을 요구하면서 그 협상은 중단되고 말았다. 김정은은 트럼프와의 탑다운 방식의 협상을 통해 체제 안전을 보장받기 원했으나 무위로 끝나버렸다. 현 상황에서 유엔이나 미국의 대북 제재는 완화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엔의 대북 제재가 계속 유지되는 한 북한 경제의 회생은 사실상 어렵다.코로나19의 폭발적인 전파는 북한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코로나 환자가 한 명도 없다고 선전하지만 그 사실 여부는 믿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 방역당국은 북·중 국경지대와 동서 해안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의료 보건체제가 형편없는 북한으로서는 코로나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후진적인 조치이다. 이번 서해안 남한 공무원 실종자 총살도 북한의 방역 비상체제가 초래한 비극이다. 그러나 북한의 국경차단과 내부의 주민 통제는 중국과의 소규모 밀무역마저 막아 북한 경제를 더욱 옥죄고 있다.지난번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마이삭은 남북한에 동시 피해를 입혔다. 한반도 남북의 기상여건은 비슷한데도 수재는 북한에 집중되었다. 여러 해 전 북한지역을 다녀보았지만 북한의 야산에는 나무 한 포기도 없는 민둥산이었다. 북한 주민들이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한 결과이다. 그래서 북한지역은 비만 오면 홍수가 초래되고 그 피해는 엄청나다. 최근 북한 언론이 수재 현장의 ‘김정은 지도자 동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은 올해도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함을 인정하였다.이러한 3대 위기는 결국 북한 경제의 총체적 위기로 직결된다. 북한에서 인민들의 어려운 민생을 해결치 못하면 결국 수령에 대한 불만으로 누적된다. 김정은은 집권 초기 내부 권력 주변의 소수 불평분자를 과감히 척결하였다. 그러나 인민들의 생존을 위한 불평은 원천적으로 막기 어렵고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정치범 수용소 수감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북한도 이미 시장경제가 확대되고 정보사회에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최근 김정은이 ‘애민 정치’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북한이 핵을 전면 폐기할 수도 없고, 주민들을 엄격히 통제할 수도 없다. 이것이 김정은 체제의 위기 극복의 가장 큰 딜레마이다.

2020-10-20

채식 웰빙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오곡백과 익어가는 먹거리 풍성한 가을이다. 작물의 뿌리나 잎, 열매 등 어느 것 하나 먹거나 수확하지 않을 것이 없는 계절, 들판에서는 봄이나 여름에 심거나 뿌린 농작물의 온갖 결실을 한창 거둬들이고 있다.지난 주말 텃밭에서 뜯은 손바닥보다 더 넓은 배추잎으로 쌈을 싸먹으니 한결 푸졌다. 집 한 켠의 손바닥만한 텃밭에 몇 포기 심어놓은 배추와 가을상추가 어느새 제법 자라 얼굴을 가릴 정도로 넓고 파릇한 잎을 드리우고 있다. 몇몇 포기에는 배추벌레의 엄습으로 군데군데 구멍이 나있거나 갉아먹은 흔적이 더러 있었다. 그러나 손수 물을 주며 병충해 약 한번 치지 않고 수시로 배추벌레를 잡아내서 인지, 벌레가 해친 배추잎을 함께 따서 쌈으로 싸먹거나 삶아서 무쳐 먹으니 은근히 맛나고 식감마저 좋아짐은 왜일까?어릴 때부터 달리 먹을 것도 없었겠지만 당시엔 거의 나물 위주로 먹고 자라선지 필자는 요즘도 유난히 푸성귀를 즐겨 먹고 있다. 초, 중학교엘 오가면서 땅찔레나 밭둑에 흔한 시큼한 시금치를 숱하게 꺾어서 먹었고 미나리, 씀바귀, 열무, 정구지, 배추 등을 무치거나 부침개로 해서 고픈 배를 채웠었다. 오죽했으면 교수로 있는 친구 시인이 필자 더러 ‘안동 물한리의 나물을 좋아하는 촌사람이다’라고 표현했을까.요즘 들어 대부분의 식습관이 서구화, 간편화 돼선지 채식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른바 채식과 생식에 가까울수록 건강과 장수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또한 비건(vegan·채식주의자)이 늘어날수록 동물을 보호하고 환경을 보전하는데 보탬을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채식은 전설적인 록그룹 비틀스의 멤버였던 폴매카트니의 ‘고기 없는 월요일(Meat-free Monday)’ 운동과 맥을 같이한다. 일주일에 한 번 고기를 안 먹는 것만으로 자기 몸도 건강해지고 그만큼 지구온난화 위협 요소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월드워치연구소에 따르면, 육류 생산이 전체 온실기체 방출의 최소 51%를 차지한다고 한다. 세계의 10억 마리 소들이 되새김질을 통해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3배 더 지구 온도를 높이고 있다고 한다. 또한 육류의 과다 섭취로 인해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이 많아져 심장혈관성 질환의 원인이 되고, 각종 항생제를 투여한 동물의 고기를 사람이 먹을 경우 그 약물이 체내에 그대로 흡수돼 인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잘 먹어야 건강하고 잘 살 수 있다. 가이아이론에 따르면 지구도 하나의 유기적인 생명체라는 것이다. 사람 몸 속에 있는 다섯 가지의 장기도 땅과, 물, 지구와 관계되듯이 오장(五臟)과 오미(五味)도 자연과 조화되고 연계된다. 채소, 곡물 등 색깔을 살린 칼라푸드, 노벨푸드를 많이 섭취할수록 사람의 몸은 자연과 소통하고 교감이 이뤄진다. 고기 없는 월요일을 실천하고, 채식과 생식의 조화로운 식생활을 개선하면 갑갑한 일상에 새로운 활기와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2020-10-20

‘오그라들다’, 그리고 ‘진지충’이라는 말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우지마라 하고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저 산은 내게 잊으라잊어버리라 하고내 가슴을 쓸어내리네아 그러나 한줄기바람처럼 살다 가고파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떠도는 바람처럼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내려가라 하네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양희은의 ‘한계령’ 중가을이 되면 나는 꼭 가수 양희은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특히 이 노래, ‘한계령’은 가을에 세상을 떠난 우리 엄마가 가장 좋아하던 노래 중 하나여서 더욱 사무친다. 올해도 별 생각 없이 가을을 맞아 이 노래를 듣다가 문득 이 노래가 언제 나온 것인지 궁금해졌다.1985년. 이 노래를 부를 당시 양희은은 지금의 나와 같은 서른네 살이었고, 그 노래를 좋아하던 우리 엄마는 스물여섯 살이었다.정덕수 시인의 ‘한계령에서’라는 연작시로부터 영감을 얻어 하덕규가 작사, 작곡한 ‘한계령’의 주제는 인생이다. 세상의 번뇌로부터 벗어나 바람처럼 살고 싶은 마음을 노래한 곡이다. 나는 새삼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1985년 당시에는 이와 같이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은 곡이 2030세대의 히트곡이 될 수도 있었구나.또 하루 멀어져 간다내뿜은 담배 연기처럼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에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점점 더 멀어져간다머물러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중1994년 김광석의 앨범을 통해 발표된 강승원 작사, 작곡의 노래 ‘서른 즈음에’ 에도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나타난다. 나의 기억을 채우는 것이 무엇인지, 어째서 내 가슴 속은 공허해지기만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삶 자체를 관통하는 철학적인 질문이다. 이토록 진지한 질문을 김광석과 강승원은 그야말로 ‘서른 즈음에’ 자신에게 던지고 있다.이러한 이야기들이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고 신기하기까지 한 것은 그런 진지한 대화가 나와 내 친구들 사이에서는 도통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우리는 유튜브에서 본 재미난 동영상에 대해 이야기 하고, 어느 연예인에 대해 새로 알게 된 사실에 대해 이야기 하고, 며칠 전 우연히 마주친 어여쁜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한다. 새로 개봉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오르기 전에 팔아버린 주식에 대해 이야기 하고, 진작에 샀어야 했을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나이를 관통하는 인생 자체에 대한 이야기나 사랑과 이별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 같은 건 거의 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우리 시대의 대중가요에서도 그런 진지함은 찾아보기가 어렵다.우리는 확실히 점점 진지함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학부시절 과 학생회실에서 오래된 노트 수십 권을 찾았던 적이 있었다. 1980~90년대 학번 선배들이 학생회실에 방문할 때마다 적어 내려간 공동 일기장 같은 것이었다.저마다의 고민과 사상을 진지하게 장문으로 적어낸 노트는 이후 개인 홈페이지로 대체되었고,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거치며 활자의 양은 점점 줄어들었다. 이제는 활자를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 SNS매체인 인스타그램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활자의 양이 줄었다는 것은 할 말이 줄었다는 것이고, 할 말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진지한 사고의 빈도가 줄었다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우리가 진지해지는 것을 가로막는 말들이 있다. 하나는 ‘오그라든다’는 말이다. 예전에 친구와 술을 마시다 ‘오그라든다’는 말을 듣게 될까봐 삼키게 되는 말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 표현은 2002~2003년 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유행하게 되었고 꾸준히 확산되어 이제는 일상 언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원래는 어느 유머 게시물의 ‘손발이 오그라든다’라는 문장으로부터 비롯되었는데, 이후 ‘오그라든다’는 축약형이나 ‘오글오글’이라는 의태어로 매우 창피한 기분이 들었을 때, 충격과 공포를 느낄 때,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만 한 것을 보았을 때, 유치한 것을 마주할 때 사용되었다. 그러다가 이제는 누군가의 진지한 언행을 마주할 때 주로 사용되는 말이 되었다. 진지한 언행은 처음에는 어느 정도의 어색함을 동반한다. 그때 누군가 ‘어휴, 오그라들어’ 하고 말한다면 받게 될 타박에 대한 공포가 우리를 도저히 진지해질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한 술 더 떠서 ‘진지충’이라는 표현이 있다. 웃자고 하는 말에 과도하게 진지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에게 사용했던 ‘진지병’이라는 말로부터 비롯된 말이다.‘진지병’은 원래 부적절한 상황에 진지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에게만 사용하던 말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진지한 이야기를 자주 꺼내곤 하는 이를 일컬어 그 상황의 적절성을 막론하고 ‘진지충’이라 부르는 풍조가 생겼다. 여기서 ‘-충’은 명백한 혐오의 표현이다. 요즘 우리들이 진지한 분위기를 얼마나 혐오하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어째서 우리는 이처럼 진지한 대화를 혐오하게 되어버린 것일까. 추측하건대 나는 그것이 우리가 처한 경제적 상황과 관련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누군가는 우리 세대를 일컬어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라고 했다. 그에 따른 박탈감은 우리에게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막대한 양의 고민을 선사했다. 그런데 생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먹고 사는 일이 걱정인 세대에게 그런 식의 에너지 소비는 합리적이지 못한 행위일 수 있다. 진지한 대화에까지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은 것 아닐까. 철학이니 인생이니 하는 이야기들을 사치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것인지도 모르지.나는 우리 세대에게 제안하고 싶다. 우리 머릿속의 사전에서 ‘오그라들다’와 ‘진지충’을 삭제할 것을. 진지한 대화의 실종은 우리의 삶을 인문학적으로 피폐하게 만든다. 누구도 이 두 단어를 두려워함으로써 진지한 대화를 삼키고 마는 일이 없도록, 서로에게 건네는 진지한 대화를 반기며 귀를 기울일 것을 권하고 싶다. 삶이 아무리 각박해도 각자가 각자의 삶에 대해 어설픈 철학이나마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강백수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탐구 중이다.

2020-10-20

주사파와 민주유공자

강희룡 서예가한국은 제1공화국이었던 이승만 정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크게 네 번의 민주항쟁을 겪는다. 첫 번째가 1960년 4·19혁명이다. 그 해 이승만정권의 3·15부정선거로 학생들의 시위가 전국적으로 국민까지 확대된 반독재투쟁으로 민주주의 혁명의 뿌리였다. 두 번째로 1979년 박정희 군사정권의 유신독재에 저항해 10월 16일부터 5일간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난 부마민주항쟁이다. 셋째가 1980년 5·18광주민주항쟁이다. 전두환과 육사출신 하나회의 신군부가 일으킨 12·12 군사반란이 성공하여 이들이 정치실권자로 떠오르자 광주지역 대학생들이 5월 18일에 김대중 석방과 전두환 퇴진, 비상계엄해제를 외치며 일어나 수 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유혈항쟁이었다. 네 번째가 1987년 6월에 일어난 6·10민주항쟁이다. 서울대 학생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연세대 이한열의 죽음이 동기가 된 이 시위로 인해 6월 29일에 당시 민정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가 국민들의 직선제 개헌 요구를 받아들임으로서 정권교체의 계기와 민주화를 이루는 디딤돌을 만들었다.이 민주항쟁과정에서 1986년 초부터 북한의 김일성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삼은 남한의 반체제 학생운동세력인 주사파가 학생운동과 노동 운동에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주사파는 학생운동에서 대학별로 ‘반미자주화 반파쇼민주화투쟁위원회(자민투)’를 조직하여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혁명론’을 바탕으로 자민투를 앞세워 1987년 주요 대학들의 운동권을 장악한 뒤 각 대학의 학생회까지 장악해 일반학생까지 반미투쟁과 혁명투쟁에 동원하는데 성공했다. 이 학생들이 1987년 선봉에서 6·10항쟁을 이끄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한국의 체제를 붕괴시키고 사회주의혁명을 이루려는 운동권의 다수파로 민족해방(NL)의 한 분파이다.노동운동분야에서는 1987년 12월 대통령선거와 이후 국회의원선거에서 김대중 후보와 그 정당을 지지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확립되어 김대중 정권이 출범하자 활동무대가 확대되고 주도권도 더욱 강화됐다. 이들이 본 한국사회의 기본모순은 한국 민중과 미국 간의 민족모순과 한국 민중과 자본계급 간의 계급모순으로 분류해 두 모순 가운데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민족모순으로 정한 뒤 반미투쟁과 사회주의혁명을 위해 민족해방투쟁부터 우선적으로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의 이중성은 한국사회의 특징이다.일부는 전향했지만 지금처럼 운동권 출신들이 정치권 중심에 전면적으로 진출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가 없다. 민주화 과정에는 진정한 민주화세력이 있는 반면, 체제전복(顚覆)으로 사회주의혁명을 목표로 하는 세력도 있다. 30년 세월을 거쳐서 지금 우리사회의 기득권층이 된 과거 386운동권의 위선이 드러나고, 그들의 사고방식이 내세우는 정치적 정당성도 사라졌다.그릇된 도덕적 우월의식이 자기성찰을 방해해 부끄러움마저 없어졌다.그들은 지금 기득권층에서 민주유공자로 둔갑하여 권력의 중심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역사의 무게를 기억한다면 국민들의 냉철함만이 우리사회에서 가짜들을 솎아낼 수 있다. 나라의 흥망이나 참 민주주의는 결국 성숙한 국민들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2020-10-19

묘비명을 비추면 삶의 길이 보인다

박문하전 포항시의회 의장몇년전 해외연수 차 공무로 미국을 경유한 남미 3개주(브라질, 페루, 아르헨티나)를 다녀온 바 있다. 이국적인 분위기와 함께 무엇보다 이전의 여행에서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아주 특별한 곳을 볼 수 있었는데 바로 레콜레타 공동묘지였다.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가에 자리한 이곳에는 아르헨티나 역대 대통령과 우리에게 에비타로 잘 알려진 에바 페론의 묘가 있는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묘지로 유명한 곳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들이 대도시 한가운데 잠들어 있는 곳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산책길이 되고 관광명소가 되어 있는 것은 우리의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가 생소할 만큼 문화적인 차이가 컸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중국의 대표적인 지성이자 문명비평가였던 임어당 선생의 ‘무덤을 거닐며’라는 시가 있다. “무덤 사이를 거닐면서 하나씩 묘비명을 읽어본다. 한두 구절이지만 주의 깊게 읽으면 많은 얘기가 숨어 있다. 그들이 염려한 것이나 투쟁한 것이나 성취한 모든 것들이 결국에는 태어난 날과 죽은 날짜로 줄어들어 있다. 살아있을 때는 지위나 재물이 그들을 갈라놓았어도 죽고 나니 이곳에 나란히 누웠구나. 죽은 자들이 나의 참된 스승이다. 그들은 영원한 침묵으로 나를 가르친다. ….”생전에 탁월한 용맹성과 출중한 인품으로 영국에서 중세기사의 표상으로 존경 받는 흑태자 에드워드의 묘비에는 “지나가는 이여 나를 기억하라. 지금 그대가 살아있듯이 한때는 나 또한 살아 있었노라. 내가 지금 잠들어 있듯이 그대 또한 반드시 잠들리라”라고 적혀있다.‘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는 말을 너무나도 지당해서 대충 흘려 듣기 일쑤다. 지금 이 시간도 나는 늙어가고 있고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죽음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 남들과 다투거나 거짓과 미움으로 살아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양심으로, 정직한 충성으로 불의와 타협을 거부한 삶이었지만 헨리8세가 반역의 누명을 씌워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하고 400년 후 복권된 토마스 모어의 묘비에는 성자의 칭호와 함께 ‘고결한 양심, 불멸의 영혼 여기 잠들다’로 새겨져 있다.한평생 사랑으로 세계의 교육계에 혁신적 영향을 끼친 페스탈로치 묘비명은 ‘가난한 자의 구조자, 고아의 아버지, 새로운 학교의 창시자, 참된 인간, 선량한 시민 모든 것을 남을 위해 바치고 자기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그의 이름에 은혜가 있기를….’로 되어 있다.숭고한 삶을 마감하고 잠들어 있는 위인들의 묘비명이 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날마다 죽음과 만나는 어느 묘지 가이드가 남긴 말이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인생의 길이는 우리가 결정할 수 없지만 인생의 두께나 농도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묘지를 거닐면 현재를 사랑하게 된다.’ 한 문장을 덧붙인다면 그리고 묘비명을 비추면 남은 삶의 길이 보인다.비록 오늘은 삶의 한가운데 있더라도 하나님이 어느 날 문득 죽음의 광주리를 내밀었을 때 나는 과연 그 광주리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고민하면서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 오늘도 허무, 실패, 좌절 같은 단어들이 짓눌러 오는 삶의 무게 때문에 방황하고 있다면 먼저 간 위대한 선현들의 묘비명을 한번쯤 읽어보면 어떨까 권유해 본다.

2020-10-19

경계를 마주하다

경계는 기준에 의해 양분되는 한계이며 끝과 시작을 연결하는 변화의 기준이기도 하다. 흐름이 중단된 경계에서는 방향을 결정해야만 하는 긴장감의 순간이 된다.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경계에 선다. 밤과 낮의 경계에서 힘겹게 눈을 떠야 하고, 아침과 오전의 경계에서 일터로 갈 채비로 분주해진다. 집과 직장의 경계에서는 늦지 않기 위해 어느 길로 가야 하나 고심하고, 오전과 오후의 경계에서는 점심 메뉴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한다. 오후와 저녁의 경계에서는 술 한잔의 유혹에 빠지고, 일과 삶의 경계에서는 항상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의 삶을 꿈꾼다.그래서 경계는 선택이다. 흐름이 중단된 경계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필연적 선택의 순간이다. 흘러왔던 과정과 경계에서 느끼는 결과를 판단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선상(線上)이다. 경계의 선상에서는 누구나 조급해진다. 끊어진 흐름에 익숙하지 않아서 오는 조급함이다.나는 경계에 대한 사진 작업을 통해 경계 선상에서 한발 물러나 그 경계와 마주하고 있다. 경계 선상에서 나를 분리하고 객관적 관점에서 그 경계를 조망하기 위함이다. 그렇게 경계와 거리를 두고 마주하다 보면 경계는 마지막도 시작도 아닌 끊임없이 이어져 왔고 이어져 가는 흐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경계는 조급한 단절도 아니고 새로운 시작의 절박함도 아니다. 경계는 흐름이다./김만기(사진작가)

2020-10-19

해도 해도 너무하다

남편은 몇 년째 대장내시경을 했다. 검사를 할 때마다 암탉이 알 품듯 노른자가 올망졸망 붙어 있었다. 매달린 혹이 해마다 조금씩 줄어들고는 있으나, 무슨 자신감인지 이번 검사가 마지막이 될 거라며 호언장담했다. 검사를 앞두고 자신만만해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이 가벼웠다.아침에 흰죽을 끓였다. 내시경 검사 전날의 식사는 묽은 죽이었다. 쌀을 씻어 죽을 쑤는데 팔이 저렸다. 꾀가 살살 났다. 네이버양에게 물으니 간단하게 대안을 제시했다. 밥을 지은 후에 쌀뜨물을 부어 다시 끓였더니 시간도 단축되고 팔도 아프지 않았다. 일은 닥치면 요령이 생기는 모양이다.예전, 몸져누운 엄마는 매일 죽을 먹었다. 엄마의 입맛을 살펴가며 올케가 끓이는 죽은 아주 다양했다. 매 끼마다 죽을 차리는 것이 대단해서 고맙다고 하자 올케는 자꾸 하다보면 어렵지가 않다고 했다. 갑자기 흰죽 하나 끓이면서 쩔쩔매는 내가 우스웠다. 남편은 검사 전날 저녁부터 병원에서 받아 온 물약만을 마셨다. 저녁상 차릴 일이 없으니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다. 나는 할 일이 없으면 깨를 볶는 버릇이 있다. 미뤄두었던 참깨부터 볶았다. 톡톡 튀는 참깨 냄새로 집안이 온통 고소했다. 절반은 깨소금으로 찧었다. 깨소금 냄새에 코가 실룩거리면서 기분이 들떴다. 이왕에 궁중 팬 열기가 남았으니 들깨도 볶았다. 깨들이 정신없이 춤을 추었다.들깨를 볶다가 떡 본 김에 깨강정이 생각났다. 들깨에 노란 잣을 한줌 넣고 설탕과 조청으로 버무렸다. 그것을 쟁반에 담아 소주병으로 납작하게 굴렸다. 네모, 마름모꼴로 쓱쓱 썰었다. 한 놈을 깨물어보니 입에 짝 달라붙었다. 맛도 모양도 앙증스러워 내심 뿌듯했다.그때였다. 화장실을 들락거리던 남편이 비틀거리며 주방으로 나왔다. 소복이 담아놓은 깨강정을 보더니 “해도 해도 너무하다. 독사 독 올리느냐.” 며 화를 벌컥 냈다. 유난히 깨강정을 좋아하는 남편이기에 앞에 놓인 강정을 보자마자 고꾸라질듯 휘청거렸다. 죽 한 그릇으로 수십 번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사람 앞에서 아이쿠, 싶었다. 더군다나 깨 같은 씨앗 종류는 금식 중에서도 절대 먹지 말아야하는 음식이 아니던가.눈치가 빠르면 절간에서도 젓국을 얻어먹는다고 했다. 대장내시경 준비로 물만 먹고 있는 사람 앞에서 눈치도 없이 집안에 있는 깨란 깨는 다 꺼내어 볶았으니, 그것도 모자라 깨강정까지 만들었으니, 이일을 어쩌랴. 눈치 없는 것도 큰 병이다.내가 생각해도 이번 일은 해도 해도 너무했다./최경하(경주시 현곡면)

2020-10-19

참새미(참샘)진로와 청이슬

흥해 새말리 논 한가운데 ‘참샘’이라는 곳이 있다.여름에는 찬물이 나오고 겨울에는 따뜻한 물이 나오는 곳이다. 우리 남편 어릴 적에 낮에는 남자들이. 밤에는 여자들이 목욕하던 노천탕이었다고 한다. 작은 웅덩이 보다 좀 더 큰 곳이었는데 지금은 ‘새말리 참샘 공원’이라고 하여 종종 어린애들 손잡고 견학을 오기도 한다.여름 햇볕 쨍쨍 하던 날.우리 아들과 친구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참샘에서 정말 손톱만한 청개구리를 한 마리 잡아와서 키우고 싶다고 했다. 개구리를 엄마, 아빠, 가족들과 같이 살게 놔두지 이산가족 만들지 말고 놔 주라고 했다.그런데 옆에 있던 아들 친구가 자기집에 가서 키우고 싶다고 했다. 전화로 엄마한테 허락을 받자마자 좋아하며 “진로”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왜 이름이 진로니” 하고 물어보니 유튜브에서 본 개구리 광고에서 “진로”라고 했단다. 개구리와 두꺼비도 구별 못하는 촌놈들.진로를 키울 사육통도 사고 인테리어에 쓸 수초와 자갈도 사서 집을 꾸몄다. 그렇게 반려동물이 되어 버린 진로가 외롭다며 그 다음 주에 참샘에 가서 ‘참이슬’을 데리고 왔다.도시에 있는 친구들은 개구리 보기 힘드니 100마리쯤 잡아서 분양할까 하는 야심찬 계획도 세웠다.아이쿠! 참새미 개구리들 야단났네~뱀보다 더 무서운 얘들이 나타났다.어떻게 알려줄까?개굴~개굴~개굴~~~모두 도망가!다음에 잡히면 금복주다.여름내내 주말마다 참샘에 가서 개구리 잡고 놀던 얘들이 벼가 익어가는 지금은 매미채를 가지고 가서 미꾸라지를 잡고 잠자리를 잡고 논다.참샘의 모습도 달라졌고 놀던 아이들도 바뀌었지만 많은 이의 가슴에 추억으로 남아 있는 한 마르지 않는 샘이 될 것이다. /전효선(포항시 북구 흥해읍)

2020-10-19

언니들이 간다

나는 모임이 여러 개다. 글 쓰는 모임에 독서토론모임이 셋, 대학 동기 모임, 남편 대학 동문 마누라 모임도 있다. 매월 둘째 토요일에 만나는 대학 동기 모임을 오늘 했다. 멤버는 여덟 명이다. 수연이를 빼면 모두 언니들이다. 17살 많은 언니부터 한 살 위 언니까지 나이도 다양하다.H 언니는 악기를 배워 봉사활동을 다니고 어린이집도 일도 하며 아이를 셋이나 어여쁘게 키웠다.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는 Y 언니는 늘씬한 키에 늘 같은 몸매를 자랑하는 어여뿐 여인이다. 내가 그녀를 만나는 동안 한 번도 남의 흉을 보는 걸 보지 못했다. 모두 아주 참한 여자들이다.가장 배울 점은 긍정적이라는 거다. 만나서 헤어질 때까지 웃느라 배가 아플 지경이다. 또 추진력이 뛰어나 말이 나오면 바로 실천이다. 지난달 모임에서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다가 대구 코스트코에 한번 가자고 했더니 당장 가자는 거다. 나는 하이힐을 신었다니까 차 트렁크에 고무신 하나를 빌려주며 나서자 한다. 내 쪼그만 모닝에 올라타고 대구까지 가는 내내 언니들의 수다는 끝나지 않았고 돌아올 때까지 한 사람도 지치지 않고 서로를 웃겨주었다.영덕에서 새벽부터 떡을 찌고 장미를 만들어 올린 케이크를 준비해오는 K 언니. 마침 내일이 H 언니 생일날이라 우리는 삼계탕집에서 축하 송을 불러줬다. 주위 사람들이 쳐다보는 가운데 말이다.불국사 야경을 보러 갔다. 가을이 물든 산사의 서늘함이 참 좋았다. 특히 해가 지고 나니 경내에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라 고요함 그 자체였다. 우리 발소리와 저녁 예불을 알리는 종소리뿐이다. 오랜 시간을 함께 나눈 사람들끼리라 어두워지는 그 순간도 따뜻함이 느껴졌다. 다보탑 위로 달이 뜬다.다음 달엔 K 언니에게 떡 만드는 걸 배우기로 했다. 씩씩한 언니들이 앞서가는 길, 나는 늘 숨이 차지만 종종걸음으로 부지런히 뒤를 따른다./김순혜(포항시 북구 흥해읍)

2020-10-19

고대 최고의 조각 작품 ‘라오콘’군상

1506년 1월 14일 로마 에스퀼리노 언덕의 포도밭 주인 펠리체 데 프레디스는 땅을 파던 중 화려하게 장식된 궤짝 하나를 발견해 문화재 관리 당국에 알렸다. 이 소식을 보고 받은 교황 율리우스 2세는 미술가 미켈란젤로를 현장에 급파했다. 궤짝을 열자 그곳에는 대리석 조각의 파편들이 들어 있었다. 그것을 보자마자 미켈란젤로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예술의 경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바로 전설처럼 얘기로만 전해지던 고대의 ‘라오콘’ 군상이었기 때문이다.박학다식했던 고대 로마의 지식인 대(大) 플리니우스(23∼79)는 이 조각 작품을 티투스 황제의 궁전에서 직접 본 적이 있으며 최고의 걸작이라고 극찬했다. 천년 넘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바로 그 조각 작품의 파편이 눈앞에 나타났으니 미켈란젤로의 흥분이 충분히 이해된다.그런데 사실 로마 포도밭에서 발견된 조각상은 ‘라오콘’군상의 원본이 아니다. 원본은 기원전 200년 경 청동으로 만들어졌고, 발굴된 대리석 작품은 이를 복제한 것으로 기원전 27년과 기원후 68년 사이에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조각 작품에서는 건장한 체구의 남성이 두 아들과 함께 거대한 뱀에 의해 잡아먹히고 있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주인공 남성은 고대 그리스의 신관 라오콘으로 조각은 그의 운명을 그리고 있다. 라오콘에 관한 이야기는 플리니우스가 쓴 문헌과 베르길리우스의 장편 서사시 ‘아이네이스’에 기록돼 있다.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 소포클레스가 자신의 비극에서 라오콘의 운명을 다뤘지만 망실되고 말았다. 플리니우스의 기록에 따르면 라오콘은 신들의 명을 거역하고 결혼을 했고 불경스럽게 제단에서 아이까지 낳으면서 벌을 받았다고 한다.비록 청동 조각 원본은 아니지만 ‘라오콘’군상의 발굴은 초미의 관심사가 됐고, 18세기에 이르기까지 미술작품에 대한 미학적 평가와 관련한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 미술사 연구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라오콘’군상은 계몽주의 시대에 활동했던 극작가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1729∼1783)에게 예술 작품에 대한 비평의 가능성을 열어주었고, 미술과 문학을 비롯한 예술 여러 분야의 고유한 특성과 한계를 밝혀냈다. ‘라오콘’ 군상에서 고대 그리스미술의 양식적 특징을 찾아낸 인물은 요한 요이킴 빙켈만(1717∼1768)이다. 1755년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켰던 그의 저서 ‘회화와 조각에서 그리스 작품의 모방에 관한 고찰’에서 ‘라오콘’ 군상을 “미술의 완전한 규범”이라고 묘사하며, 그 안에서 ‘고귀한 단순함’과 ‘고요한 위대함’을 양식적 특징으로 발견했다. 빙켈만은 고대 조각 작품에서 극심한 고통을 당하는 가운데서도 강인한 정신력으로 저항하는 라오콘을 보았다. 마주한 고통의 순간을 극복하기 위해 남자의 모든 근육은 긴장돼 있지만 그의 표정에서는 조금의 비명도 들리지 않는다. 극도의 고통을 절제를 통해 미학적으로 승화한 고대 조각상에 대한 빙켈만의 찬양은 당시 유행했던 장식적이고 현학적인 로코코에 대한 비판이기도 했다.포도밭에 묻혀 있던 궤짝 속 조각 파편들은 바티칸으로 옮겨져 복원됐다. 망실된 오른팔은 미켈란젤로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졌다. 1515년 이탈리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프랑스의 르네상스 군주 프랑수아 1세는 전리품으로 ‘라오콘’군상을 요구했고 교황 레오10세는 미술가 반디넬리에게 모작을 만들도록 해 이를 프랑스로 보냈다. 몇 세기가 지난 후 나폴레옹이 이탈리아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배상금으로 다시 한 번 ‘라오콘’군상을 요구했다. 1797년 ‘라오콘’ 군상 원작을 전리품으로 챙겨 파리로 돌아온 나폴레옹은 이를 박물관에 전시했다. 조각은 1815년 나폴레옹 패망 이후에 다시 바티칸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1906년 고고학자이자 고미술품 거래상이었던 루드비히 폴락(1868∼1943)이 나무 궤짝이 발견된 곳에서 멀지 않은 장소에서 대리석 조각 잔해 하나를 발견했다. 이것은 오랫동안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다 1957년 망실되어 미켈란젤로가 대체한 라오콘의 오른팔로 밝혀져 다시 한 번 복원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김석모 미술사학자

2020-10-19

하루하루 경전을 읽듯… 군위 오도암(梧道庵)

하늘 정원을 향하는 길은 인파의 물결로 가득하다. 하늘은 흐리고 억새는 하얗게 부풀어 시리다. 청운대 절벽에 자리 잡은 서당굴은 원효가 6년간 수도해 깨달음을 얻은 수도석굴이다. 접근조차 쉽지 않은 천인절벽에 어떻게 굴을 만들었는지 쉽게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팔공산의 천기가 서려 있어 한 시간만 앉아 있어도 정신이 맑아진다는 좌선대 이야기도 결코 빈말이 아닌 듯하다.오도암은 쏟아질 듯 가파른 나무계단을 끝없이 내려가야 한다. 툭 트인 경관이나 송신소의 탑들도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묵묵히 긴장을 놓치지 않고 아래로아래로만 향한다. 오도암까지 714계단, 남은 거리가 줄어들수록 올라올 일에 대한 걱정이 무게를 더한다.더 이상의 나무 계단은 보이지 않고 열려 있는 사립문 너머로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당황스럽다. 거북이 형상의 나지막한 돌탑 뒤로 무릉도원처럼 숨어 있는 암자, 소박한 풍요로움이 보인다. 시끌벅적한 소리는 모조리 숲에 흡수되고 말지만, 어수선함 속으로 구겨넣듯 나를 밀어넣고 싶지가 않다. 산문 앞에서 조용해지기를 기다린다.한 차례의 등산객과 아이들이 빠져나간 뒤 절은 조용해졌지만, 소란함 뒤에 찾아온 고요는 어딘지 어색하다. 지은 지 오래되지 않은 대웅전, 활짝 열린 법당문 안으로 허리 꼿꼿한 어느 보살님의 뒷모습이 유난히 아름답다. 관음전 법당에도 경전을 읽고 있는 처사님이 보이고 스님은 아궁이에 불을 지피느라 정신이 없다.언제 소란스러웠느냐는 듯 모두가 자기 일에 빠져 있다. 적송 숲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절 뒤로 청운대가 하늘을 떠받치듯 신비스럽다. 나는 티 없는 암자의 분위기에 매료되어 마당을 서성이고, 남편은 어느 새 대웅전 법당에서 백팔 배를 시작하고 있다.오도암은 신라 무열왕 원년(654년) 원효대사가 창건하여 깨달음을 얻은 곳이다. 963년까지 폐사로 남아 있다 운부암 선원장 불산스님의 원력으로 천년고찰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되었다. 일타스님이 썼다는 불인선원(佛印禪院) 현판이 토담벽에 걸려 무구한 그리움을 더한다. 부처로부터 직접 인가를 받은 곳이란 뜻이다.선지식 일타스님이 생전에 이곳에서 일주일만 살아보고 죽는 것이 소원이라 했다는 오도암 마당을 나는 훌쩍 바람처럼 달려와 감격하고 있다.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는 오도암의 언어 앞에서 잠시 시간이 멈춘다. 오늘은 삼배의 예만 갖추기로 했다. 자리를 뜰 줄 모르고 경전을 읽는 불자의 자태가 부처님보다 크게 다가온다. 오래 머물 수가 없어 조심스럽게 법당을 빠져나온다.요사채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방하각이란 나무정자를 지나자 숲 속에 투박한 나무집 하나 홀로 쓸쓸하다. 내부가 보이지 않는 오두막은 스님의 수행 공간인 듯, 단호하면서도 고독하다. 문명사회에 반대하며 월든 호숫가에 독립적으로 살아가던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떠오른다.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과 영적 자아를 발견하던 그의 오두막 풍경도 이보다는 풍족했으리.‘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는 어록을 되새기며 깨달음을 구하는 스님을 위해 오두막도 좌선 중이다. 주체적인 삶을 위해 섬처럼 홀로 떠 있는 오두막, 멜랑콜리한 감성은 달아난 지 오래다. 잃어버린 여름이 떠오르고 묵직한 가을이 자꾸만 내 안으로 밀려들어 온다.나는 마당가 통나무벤치에 앉아 경전에 빠져 있는 두 불자의 모습을 지켜본다. 대웅전과 관음전에 떨어져 앉아 금강경을 읽고 있는 두 분은 아무래도 부부 같다. 같은 방향을 걷고 있는 삶의 자세가 그윽하다. 스님은 키 낮은 아궁이에 온몸 낮춰 불을 지피고, 뒤란에서는 차담을 나누는 도반들의 대화가 익어가고 있다. 고요한 성실성이 암자를 밝힌다. 무심코 산문을 들어서는 등산객의 투박한 발걸음조차 평온하게 녹아든다.잠시 경전을 읽다 휴식을 취하러 나온 불자와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선한 눈매와 차분한 말투, 그 안에 오래도록 쌓아올린 견고한 탑 하나 보인다. 휴일이면 오도암에 와서 경전을 읽으며 하루를 보낸다는 부부가 존경스럽다. 나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평범한 이의 낮고 조용한 발걸음에서 오는 울림은 크다. 대책없이 그 삶의 자세를 탐낸다.나조차 몰랐던 헛된 욕심에 붙들려 세월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본다. 계절은 또 쓸쓸히 멀어져 갈 것이다. 운이 좋아 땔감을 가지러 산문을 나서는 스님과 마주친다. 환한 미소가 편안하다. 몸과 영혼이 건강해 보이는 석범 스님이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에 선뜻 들어서지 못한 나와 달리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는 불자님과 아이들의 순수함이 좋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스님, 내 쪽으로 외로운 바람이 분다.조낭희 수필가휴일이라 등산객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지고 있다. 조용한 날 사시예불에 참석해 보기로 약속하며 산을 내려온다. 남편은 내려왔던 계단을 다시 올라가고, 나는 무명의 어둠에 갇혀 파닥거리는 스스로를 부축하며 산을 내려온다. 이 가을도 나를 기도하게 만든다.삶의 근간은 성실이다. 섣부른 열정에 기만당하고 싶지 않아 나는 몇 번이나 스스로에게 정직한지 되묻는다. 하지만 원효 구도의 길은 흔들림 없이 평온하다.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침묵 속에 스스로를 맡긴 채 물들고 있었다.

2020-10-19

포항경제 효자 과메기…수급 안정책 찾아야

본격적인 과메기철이 돌아왔다. 그러나 꽁치어획량 감소로 과메기 출하시기가 늦어지고 값도 오를 전망이라 한다.전국적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포항 과메기는 겨울철 별미로 포항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겨울 한철 과메기 생산으로 생산어민은 물론 지역경제에도 적지 않은 효자노릇 하는 식품이다. 과메기 생산을 통해 포항의 이미지를 전국에 알리는 역할도 톡톡히 한다.그러나 올해도 작년에 이어 어획량이 감소해 예년이면 10월 중하순께는 출하가 됐던 과메기가 올해는 10월말이나 11월초순이 돼야 선을 보일 것이라 한다.과메기의 원료가 되는 꽁치 어획량이 줄고 있는 것은 올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생산어민과 관련협회도 대안 모색에 늘 걱정이다. 과메기 생산량도 2017년 3천213t이었으나 2018년에는 2천542t, 2019년 2천95t 등으로 줄어 원료난이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과메기 원료인 꽁치의 어획량이 주는 것은 중국 어선들이 북태평양 연안에서 치어 등을 마구잡이 싹쓸이해 꽁치 개체수가 급감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또 꽁치의 먹이인 플랑크톤의 수가 줄어 꽁치 성장환경이 나빠진 것도 원인이라 한다. 이런 문제는 단숨에 해결될 것이 아니다. 일부 어민들은 꽁치 대신 원조 과메기의 재료였던 청어로 대안을 찾고 있다고도 한다.포항의 과메기는 2007년 정부로부터 과메기 산업특구로 지정받아 관련 산업을 육성해 왔다. 지금은 포항하면 과메기라 할 정도로 과메기가 포항의 유명 브랜드가 됐다. 이제 포항의 브랜드를 넘어 대한민국 브랜드로 성장해야 하는 시기를 맞고 있다. 전국 유일의 과메기 생산지로서 더욱 자리매김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과메기는 영양학적으로도 매우 유익한 식품이다. 등푸른 생선으로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해 고혈압과 동맥경화 예방에도 좋다.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고 바닷가 바람에 건조시켜 만든 독특한 맛으로 이제 전국의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과메기는 원래 청어가 원재료이었으나 청어의 생산이 줄면서 꽁치로 대체돼 왔다. 꽁치 어획량 감소에 대응하는 방안도 본격 모색해야 한다. 포항시 등 관계기관은 과메기 산업의 안정적 발전과 포항 브랜드의 명성을 지속 유지하기 위해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2020-10-19

가을이 정치인에게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철학의 계절, 가을이다. 인간의 정신이 자연과 결합하는 계절이다. 청명한 하늘과 오색단풍, 황금빛 들녘과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은 커다란 가르침을 준다. 자연은 말이 없으나 그 누구보다 훌륭한 스승이다.정치인들은 진흙탕 싸움을 잠시 멈추고 사색의 시간을 가져 보라. 가을풍경이 당신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지 않는가? 지혜로운 정치인이라면 가을의 고언(苦言)을 이미 눈치 챘을 것이다. 성찰의 계절, 가을은 위선의 가면을 벗어던지는 정직한 고백의 시간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가을의 꽃, 단풍은 커다란 기쁨을 준다. 형형색색으로 펼쳐지는 오색단풍의 조화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다. 다양한 색깔의 단풍을 닮은 아름다운 조화정치(調和政治)란 어떤 것인가? 그것은 인간과 권력의 한계를 알고 있는 겸손한 정치인이 할 수 있는 정치이다. 권력욕이 초래하는 편견과 독선은 조화를 중시하는 민주주의의 적이다. 보수와 진보라는 서로 다른 색깔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협치(協治)’라는 ‘아름다운 동행’이 가능하다. 당신의 정치역정도 아름다운 단풍처럼 조화롭게 물들어가고 있는지 성찰해 보라.결실의 계절, 가을은 ‘인과응보(因果應報)’를 가르쳐준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정치의 세계에서도 심은 대로 거두는 법이다. 정치권력에서 물러난 후 참된 정치인으로 기억되느냐 아니면 교도소로 가느냐는 당신이 뿌린 씨앗의 결과이다. 당신은 어떤 씨앗을 심고 어떤 열매를 거두고자 하는가? 수확을 앞둔 황금빛 들녘은 겸손을 가르쳐준다.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이 성숙한 정치인의 행태는 겸손하다. 한줌밖에 안 되는 당신의 권력, 그것도 사실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 아닌가? 그러니 목에 힘을 빼라.화려한 단풍의 끝은 낙엽이다. 단풍의 아름다움이 단순하지 않은 것은 쇠락과 소멸을 의미하는 낙엽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황홀했던 단풍이 하룻밤 찬 서리에 ‘추풍낙엽(秋風落葉)’이 되듯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게 된다. 권력투쟁에서의 빛나는 승리 다음에는 쓸쓸한 퇴장이 있을 뿐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 아니던가. 너고 가고 나도 간다. 번성과 쇠락, 승리와 퇴장의 이중성은 가을이 주는 교훈이다. 가을의 아름다움은 소멸의 쓸쓸함을 깨달음으로써 느끼는 아름다움이다. 권력이 영원하지 않음을 진즉 깨닫지 못하고 ‘젖은 낙엽’ 신세가 된 정치인들의 모습이 애처롭다.아름다운 단풍은 우리에게 기쁨을 주고, 떨어진 낙엽은 후세를 위한 밑거름이 된다. 가을이 정치인들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국민에게 어떤 기쁨을 주었으며 다음 세대를 위해 어떤 희생을 하고 있는가? 당신의 오만한 권력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질 때 겪게 될 혹독한 겨울을 어찌 감당하려고 하는가? 권력에 눈이 멀어서 날마다 진흙탕 싸움판을 헤매고 있는 당신은 청명한 가을하늘, 아름다운 단풍, 그리고 떨어지는 낙엽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기나 하는가?

2020-10-19

국민의힘, ‘국민 국감’을 1회용 쇼로 끝내지 말길

증인채택 요구를 모조리 차단하는 더불어민주당에 갈 길이 막힌 제1야당 국민의힘이 ‘국민 국감’이라는 이름으로 단독 국감장을 펼치고 있다. 국회 절대다수 여당의 막무가내식 독주에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고는 해도 지켜보는 민심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자체 청문회 형식이 될 수밖에 없을지라도, 국민의힘은 진실규명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이벤트성 정치쇼로만 끌고 가선 안 된다. 정책 정당으로 가는 또 하나의 튼튼한 사다리로 활성화하길 바란다.국민의힘은 지난 18일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의 형 이래진 씨를 국회로 불러 ‘공무원 서해 피격 사건 관련 진실을 듣는 국민 국감’을 열었다. 이 씨는 국정감사 증인을 자청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국감장에 서지 못한 상황이다. 신중근 연평도 어촌계장, 류제화 변호사, 신희석 법률분석관 등도 출석했다.이래진 씨는 이날 ‘국민 국감’에서 “(정부는) 동생이 죽고 난 다음에 찾는 시늉만 하고 있다”며 “더는 동생의 희생을 명예 살인하지 말아달라”고 울분을 토했다. 신중근 계장은 “(공무원 실종 당시) 바람이 불고 날씨가 좋지 않았다. 유속도 매우 빠르고 추워서 물속에 들어가면 (오래 버티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월북 가능성을 부정했다.올해 국감은 다른 그 어느 해보다도 밝혀야 할 의혹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당인 민주당은 야당의 120명 증인채택 요구에 철벽을 쳤다. 숫자놀음에 빠져 줄곧 힘자랑만 벌여온 여당의 오만방자한 의회 운영 방식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뚜렷한 방증이다.국민의힘은 차제에 ‘국민 국감’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신뢰를 받을 수 있는 형식과 내용으로 진화시켜 답답한 국민의 속을 풀어줄 새로운 소통 채널로 업그레이드하기 바란다. 1회성 이벤트로 만들어 천박한 정치적 편견 쇼만 벌여서는 국민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진실을 밝혀내는 또 다른 차원의 진지한 정치광장으로 향상시킬 가치가 충분하다. 국민의 소리를 더 폭넓게 들으면서, 진실을 바탕으로 참신한 정책의 매듭을 찾아내는 새로운 정치문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2020-10-19

단풍지도

단풍지도는 국립수목원이 해마다 우리나라 단풍이 절정을 이룰 시기를 예측해 발표하는 지도로, 주로 한라산, 설악산, 지리산을 포함해 우리나라 각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주요 산 19개 지역을 대상으로 단풍절정 시기를 명기해 발표한다.국립수목원이 발표한 2020년 우리나라 산림 단풍 절정 예측 지도에 따르면 올해 단풍은 지리산 10월12일(±5일), 소백산 10월15일(±6일), 설악산 10월17일(±9일)에서 가장 빠르게 절정을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전라남도 상황봉(완도)이 10월30일(±5일)로 예측된 지역 중 가장 늦게 단풍이 드는 것으로 분석됐다.또 주왕산(경북)은 10월19일(±7일), 계룡산(충남) 10월20일(±6일), 속리산(충북) 10월21일(±5일), 한라산(제주) 10월22일(±5일), 수리산(경기) 10월24일(±5일), 내장산(전북) 10월26일(±5일)로 각각 예측됐다. 올해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첫 단풍 시기가 예년보다 늦어지면서 단풍의 절정 시기도 늦춰졌다. 설악산의 첫 단풍 시기는 지난해 보다 하루 늦춰졌고, 오대산의 경우엔 첫 단풍 시기가 5일이나 늦어졌다. 이는 지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중반보다 일주일 이상 느린 속도다.단풍나무는 추위가 느껴지면 얼어 죽지 않으려고, 잎과 가지 사이에 단단한 세포층을 형성해 나뭇잎으로 가는 영양분을 차단해 나뭇가지와 뿌리를 지킨다. 이때 초록 빛깔을 내던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나뭇잎 세포 속에 있던 다른 색깔의 색소가 잠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단풍이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단풍 절정시기가 해마다 늦춰져 새로운 단풍지도를 작성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으니 지구촌 환경보호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0-19

홍옥정과

어린 시절, 나는 과수원집 손녀였다. 과수원은 낙동강 지류가 바로 가까이 있는 모래밭이라 물 빠짐이 좋아 과일 농사가 잘 되는 땅이었다. 사과나무가 많았고 자두 몇 그루, 복숭아 서너 골, 나무 사이에 땅콩이나 잎채소가 심겨져 있어 계절마다 밥상이 풍요로웠다.사과는 여러 이름으로 불리었다. 단맛이 많고 익을 때까지도 푸른 인도, 초록빛이 단풍들듯 노랗게 익는 고리땡은 할머니가 좋아하셨다. 육질이 단단해서 겨울 내내 언니와 나의 주전부리가 됐던 국광, 사과 맛이 한참 그리울 때 제일 먼저 수학했던 풋사과 아오리, 빠알갛고 앙증맞은 얼굴로 저절로 손이 가게 만들어 따먹게 유혹하는 홍옥이 있었다.지금쯤 과일 가게 맨 앞줄에 나앉은 건 홍옥이다. 아주 잠깐 보이는가 싶게 자취를 감춰버리기에 보일 때 얼른 사야 한다. 뽀드득 소리 나게 옷에 슥슥 닦아서 한 입 베어 물면 입속 가득 새콤함이 퍼진다. 생각만으로도 침이 고인다.우리 과수원에 있던 그 많은 품종 중에 지금은 홍옥이 살아남았다. 국광은 부사나 새로이 개발된 더 아삭하고 단맛이 강한 더 큰 사과로 대체된듯하다. 홍옥은 그 특유의 빨강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잃지 않았다. 십여 년 전, 중국 여행길에 도장을 새겨주는 곳에 들렀었다. 이름을 새겨준다며 도장 재료를 고르라고 했다. 보석이나 나무 돌 같은 여러 소재가 있었다. 그중에 홍옥이라는 붉은 도장이 눈에 쏙 들어왔다. 이름도 반갑고 그 붉은 색이 ‘나를 데려 가세요.’라고 눈짓을 했기 때문이다. 빠알간 홍옥에 내 이름을 새겨서 데려왔다.홍옥을 또 만난 곳은 영덕 언니네이다. 어머님 제사에 쓸 쑥떡을 만들어 놓았으니 가지러 오라는 전갈이었다. 얼른 달려가니 거실에 어여쁜 다과상이 차려졌다. 나만을 위한 차림이었다. 대접은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입이 떡 벌어져 그 아름다움에 한참 취했다. 이렇게 예쁜 것을 먹어서 없애버리면 안 될 것 같이 고왔다.그 중앙에 활짝 피기 바로 전의 장미 모습의 정과가 있었다.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홍옥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언니의 설명이 없다면 주재료가 홍옥인 줄 몰랐을 것이다. 홍옥이 장미로 변신하는 과정을 들려달라고 졸랐다. 홍로나 붉은빛이 나는 다른 사과로 해 보았지만 색깔이 안 나, 홍옥이 잠깐 나올 때 자주 과일 가게를 살펴서 사야 한다.빤질빤질 빨간 홍옥을 4/1쪽으로 잘라 씨를 발라내고 얇게 저며 설탕을 켜켜이 뿌린다. 하루쯤 절이면 딱딱하던 것이 호리호리해진다. 노골노골해진 사과를 소쿠리에 건져 설탕물을 빼준다. 건조기에 살짝 말리면 일이 빠르고 수월해진다. 약간 꼬득꼬득 해지면 꽃으로 접는다. 꽃모양으로 네다섯 조각을 이어붙인다. 큰 꽃은 더 많이 붙이면 된다. 홍옥이 가을에 2-3주 잠깐 나오고 마니 일 년 쓸 것을 만들어 냉동 보관하다 오늘처럼 손님이 오면 꺼내서 사용한단다. 경숙 언니는 살림꾼이다. 홍옥정과와 함께 차에 곁들이는 것이 많다. 연근정과, 금귤정과, 호두곶감말이, 여러 과일 모양의 화과자와 양갱, 약과와 유과, 추석이 얼마 전이라고 꽃송편까지 새로 쪄서 내놓았다. 색색깔의 과일 몇 가지에 작은 수반에 꽃도 꽂았다.김순희수필가돌아오는 내게 떡 상자 말고 한 보따리를 안겨주었다. 떡 찍어 먹으라고 직접 만든 조청 한 통과 곁들여 낼 호박식혜는 대여섯 시간을 달여서 만든 것이다. 남편 도시락 반찬 하라고 비트를 넣어 핑크빛이 도는 무연근 피클도 한 통 얹어준다. 한 살림이다.언니의 살림 솜씨를 따라 할 자신은 없다. 손이 야무져서 음식이든 싱크대든 손만 대면 다른 사람과 다른 경지의 것을 만들어 낸다. 타고난 DNA도 있겠지만 새로운 것을 보면 물어보고 집에 와서 꼭 따라 해보는 언니의 실천력이 지금의 명인을 만들었다. 나이를 잊게 만드는 열정이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격하게 반응하고 좋은 것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 성품에 어디든 환영받는 언니다. 언니의 마음을 오래 간직하려고 마음 냉동고를 하나 샀다.

2020-10-18

오직 갖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

권영세안동시장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방탄소년단(BTS)이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핫 100’ 1위를 차지하며 K팝의 새 역사를 썼다고 드높였다.수석 대변인도 “김구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을 가슴에 새기고 있는 이들의 더 높은 비상을 응원한다”고 했다.문화의 힘이 그야말로 유무형의 경계를 뛰어넘어 세계각지로 퍼져나가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7명의 한국 젊은이들의 몸짓에 세계가 응원을 보내며 한류가 확산되고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러한 파급력이 문화를 넘어서 경제에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세계유산의 도시 안동이 가진 문화의 원형은 세계가 인정한 보편적 가치가 되었다.문화의 보고인 안동은 풍부한 유무형의 역사문화자산을 바탕으로 문화의 힘을 키우는 것은 물론 인공지능 시대로까지 외연을 확장해 미래 먹을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유네스코 세계유산 4건, 세계기록유산 1건과 함께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 추진 중이다. 또한 국보가 5점, 보물이 40점 등 전국 최대 수준인 328점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이러한 우리의 유산은 도시를 상징하는 매력이고 매력은 곧 브랜드로서 자본의 가치를 가진다.이 가치가 또 다른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주변 인프라 설계에 힘을 놓을 수 없다.최근 결정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약 50조 원 이상의 지역경제 유발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올 12월 완공을 앞둔 중앙선 복선전철화 사업은 수도권에 1시간 20분 내로 오갈 수 있어 안동으로의 접근성이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또한 2008년 광역경제권 프로젝트로 시작된 3대문화권 사업이 내년 준공을 앞두고 있어 안동국제컨벤션센터, 세계유교문화박물관, 한국문화테마파크 등 새롭게 개장되는 관광지가 다시 한 번 큰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다.그뿐만 아니라 올해 완공된 선성현문화단지에서는 한옥체험관 등 숙박시설 역사관, 관아 등 체험시설을 포함한 말타기, 수상레저 등 각종 킬러 콘텐츠로 무장해 관광객 맞이에 만반의 준비를 기울이고 있다.안동은 대한민국의 관광의 중심에 선 4대 지역관광거점도시로서 내부적으로 문화관광 관련 컨트롤타워로서 내실을 다지고 저변을 확대하는 것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다.특히 내년에 개최할 세계유산축전은 유교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을 정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을 계획이다.올 한해는 참 많은 일로 인해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시기이지만 더불어 위기 안에서 새로운 접근방식을 배우고 극복하는 우리의 저력을 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다가오는 10월 말에는 ‘문화 다양성 시대의 사회적 가치’라는 주제로 제7회 21세기 인문가치포럼이 개최된다.코로나19 로 인해 온·오프라인 행사를 병행해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한다.대면 방식의 문화 공유가 비대면이라는 새로운 일상 안에서 다양한 양식의 콘텐츠로 다가가는 것이다. 올 한해 우리는 어쩌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방향의 계단을 오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지역 유산의 가치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세계의 가치로 도약하기 위해, 매일 첫걸음과 같이 신중하다.안동이 가진 고유한 유무형의 유산 안에는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재생의 원동력이 있다. 아마도 그것은 문화의 힘일 것이다.안동 도심 전역에 배치된 각각의 자원들을 활용해 창출된 콘텐츠의 어우러짐이 곧 ‘문화관광도시 안동’이라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날이 머지않았으리라 기대한다.

2020-10-18

그러니까, 특검(特劍)

안재휘 논설위원옛날, 역모나 종실 관계 범죄들이 발생했을 때 국왕의 친림하에 직접 혐의자를 심문하는 것을 친국(親鞫)이라고 불렀다. 친국의 사유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범죄가 중대하거나 혐의자들의 권세가 너무 강해서 사정(査正) 기관이 감당하여 진실을 밝히기 어려울 경우였다. 옛날의 친국을 굳이 오늘날 사정 문화에서 찾자면 바로 특별검사제(特劍)일 것이다. 여론이 권력층의 올곧음을 믿지 못할 정도로 민심이 흉흉하면 참주인인 국민의 친국을 받는 건 당연지사다.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수사를 놓고 정치권에 ‘특검’ 도입 논란이 점차 무성해지고 있다. 여당은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시작했으니 도입을 논할 단계가 아니라고 우기고, 야당은 이미 검찰이 수개월을 수사하지 않고 뭉개왔으니 수사를 지속할 자격을 잃었다고 비판한다. 여야 정치권은 오만가지 변설(辯說)들을 다 동원하여 제 주장만 재탕하고 있는 양상이다.이 사건은 여야 정치권 모두가 상대방을 옭아매려고 혈안이 된 흙밭 드잡이판으로 흘러가고 있다. 검경(檢警)이 해결할 수 있는 논란의 경계선을 훌쩍 넘었다. 여야 정치권은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사기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에 놀아나는 꼭두각시 패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그의 한마디에 분노하거나 반색하여 일희일비하는 양상이다.김봉현의 “강기정에게 5천만 원을 전달하라고 넘겼다”는 법정 진술에 오리발 찾느라고 전전긍긍하던 더불어민주당이 또 다른 진술 하나에 살판 난 표정으로 돌변했다. 수감 중인 김봉현은 자술서 형식의 서신에서 ‘지난해 7월 현직 검사들을 상대로 술 접대를 했으며, 이 중엔 라임 수사팀에 합류한 검사도 있다’고 주장했다.특히 ‘검사장 출신 야당 쪽 유력 정치인, 변호사에게 수억 원을 지급했다’는 대목 때문에 여당 쪽은 거의 만세를 부르는 수준으로 반색이다. ‘강기정’ 이야기가 나올 적에는 희대의 사기꾼 말이라고 뻗대던 같은 입으로 온갖 궤변들을 창작하고 있다.펀드 사기 사건 수사가 특검으로 가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정권이 라임·옵티머스 등 권력형 의혹 사건에 대비해 검찰의 발톱과 송곳니를 미리 뽑아버렸다는 비판이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권 수사에 관여했던 검사 35명이 좌천을 당했다. 하필이면 수사조직의 전문성을 높여야 할 때 법무부는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해체했다.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옵티머스 사건을 특수수사 전담 부서가 아닌 조사부에 배당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운용사 문건에 대한 보고를 최근에야 받았다고 한다. 검찰총장 눈을 가린 채 수사가 진행됐다는 얘기다.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는 검찰이 출국금지 조치를 하기 하루 전날 외국으로 도피했다. 국민의 눈에 비친 지금 검찰은 하나가 아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직할하는 이성윤 중앙지검장의 검찰과 힘 빠진 윤석열 총장의 검찰이 따로 논다. 어디로 보아도, 어떻게 보아도 다른 길이 없다. 그러니까, 이젠 ‘특검’ 외길만 남았다.

2020-10-18

산업부의 원전 ‘감사저항’ 낱낱이 밝히고 엄벌해야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의 타당성을 놓고 벌여온 감사원의 감사가 지지부진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폭로한 정부 부처의 감사저항 행태는 가히 충격적이다. 독립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감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자료를 파기하고 저항한 공직 기관과 해당 공무원의 불법 부적절한 처신과 배경은 철저히 규명되고 처벌돼야 한다. 일벌백계로 공직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 나라가 왜 이 지경으로 가고 있나. 최재형 감사원장은 며칠 전 국회 국정감사에서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을 따지기 위한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감사저항이 굉장히 많았다”고 증언했다. 최 원장은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이 관계 자료를 모두 삭제해 복구에 시간이 걸렸고 진술을 받는 과정도 상당히 어려웠다”며 “(피 감사자들이) 사실대로 이야기를 안 했고 사실을 감추거나 허위 진술하면 추궁하는 게 수없이 반복됐다”고 했다.이번 감사 결과는 월성 1호 조기폐쇄의 기술적·법률적 타당성을 규명하는 의미만 갖는 게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기념식에서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선언했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의 조작·왜곡과 한수원 이사들의 배임(背任) 동조 사실이 공개됐다. 국민 기만이 감사를 통해 공식 입증된다면 탈원전 자체의 정당성이 흔들리게 된다.현행 감사원법은 감사를 거부하거나 자료 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은 사람, 감사를 방해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료 제출을 게을리한 공무원에 대해서도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공무원들이 감사원의 감사에 조직적으로 저항한 것은 용서해서는 안 될 중대범죄다.산업부 공무원들이 이렇게 무리한 저항을 하는 데는 분명히 정권적 차원의 압력이 있었을 것으로 유추된다. 범죄를 지시한 권력이 어디까지 뻗쳐있는지도 밝혀내야 한다. 감사원장의 입에서 “감사저항이 이렇게 심한 감사는 처음”이라는 한탄까지 나왔다. 간단히 넘어갈 일이 절대로 아니다.

2020-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