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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망국으로 가는 포퓰리즘 경쟁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베네수엘라에서는 굶주린 시민들이 거리의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국가부도 위기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고, 그리스는 나라 빚을 갚기 위해 또 다른 나라에 빚을 구걸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교활한 정치꾼(politician)들이 집권을 위해 포퓰리즘(populism)을 악용했고, 국민들은 그것이 자신을 파멸시키는 마약인지도 모르고 받아먹었다는 사실이다.“죽어봐야 저승 맛을 안다.”고 하지 않았던가. 포퓰리즘의 비극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지금 한국에서도 포퓰리즘 광풍(狂風)이 불고 있다.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진정한 정치인(statesman)은 없고, 당장의 권력에 눈먼 정치꾼들이 포퓰리즘 마약을 국민에게 무차별 살포하고 있다. 막장으로 가는 한국정치의 현실이다.선거를 겨냥한 정치 포퓰리즘은 매표(買票)행위다. 여당이 포퓰리즘 선거로 재미를 보자, 이제는 야당도 포퓰리즘 공약을 서슴지 않는다. 부산시장 보선 승리를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가덕도 앞바다 선상(船上)에서 조속한 입법을 주문하자 민주당은 즉시 ‘가덕신공항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야당은 한 술 더 떠서 가덕 신공항은 물론이고, 부산과 일본을 연결하는 해저터널 건설까지 제안하고 나섰다.코로나를 명분으로 한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도 치열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포퓰리스트(populist)의 전형적 특성인 편가르기·후견주의·내로남불 등으로 장기집권을 도모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주장하고 있고, 이낙연 전 민주당대표는 아동수당 확대와 상병수당까지 도입하자고 한다. 야당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포퓰리즘이라고 해도 상관없으니 국민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한다.”고 했다.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현금살포를 견제해야 할 야당의 수장마저 유권자들을 의식해 포퓰리즘을 부추기고 있다.‘개 눈에는 똥’만 보이고 ‘정치꾼 눈에는 권력’만 보이는 법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권력을 잡을 수만 있다면 국민에게 마약도 주사하는 것이 그들이다. 결국 국가재정은 거덜 나고 국민은 굶주림에 허덕이게 된다. 베네수엘라 차베스(H. Ch00E1vez), 아르헨티나 페론(J. D. Per00F3n)의 포퓰리즘 정치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근면·성실했던 한국인들도 일단 포퓰리즘에 중독되면 폐인이 된다. 미래 세대를 위해 현 세대가 고통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부모는 살지만 자녀는 죽는다. 이것이 바로 포퓰리즘 정치의 비극이다.그렇다면 누가 포퓰리즘을 막을 것인가? 권력의 심판자인 국민이다. 스위스 국민은 모든 성인에게 매월 300만원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헌법개정안을 77%의 압도적 반대로 부결시켰다. 반대 이유는 “일하지 않으면 스위스의 미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미래를 위해서 현재의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기로 했다. 서울·부산시장 보선과 20대 대선을 앞둔 지금 대한민국은 갈림길에 서 있다. 베네수엘라처럼 추락하느냐 아니면 스위스처럼 비상하느냐는 포퓰리즘에 대한 우리의 각성 여하에 달려있다.

2021-03-22

방역상황 개선 서둘러 경제 상승효과 높여야

코로나19 사태로 시작된 고용 악화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전국적으로 고용 상황이 12개월째 연속 감소세다. 대구는 이보다 훨씬 나쁜 23개월째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경북의 고용 상황도 최악 수준에 머물러 있다.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월 중 우리나라 취업자 수는 2천636만5천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47만3천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 달 96만명에 비해서 감소폭은 절반 정도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대구는 취업자가 118만1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만2천명이 줄었으며, 경북은 취업자가 135만3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만4천명이 감소했다. 대구와 경북 모두 감소 폭은 전달에 비해 대폭 낮아졌다. 대구의 실업률은 5.1%, 경북의 실업률은 5.4%로 전국 평균 4.9%보다 모두 높았다.특히 고용의 질이 나빠졌다. 대구와 경북 공히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늘어났으나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되레 감소했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일자리정책 영향으로 단기 일자리가 늘어난 때문으로 분석된다.그러나 2월 중 고용 감소폭이 전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경기상승에 대한 긍정적 신호로 바라볼 수도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 달에 비해 고용감소 폭이 크게 줄어든 것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된 탓으로 풀이했다. 당국의 방역조치에 따라 경기상승이 다시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다.2월 중 대구경북의 수출액이 1월보다 증가세를 나타냈다. 백화점 등의 매출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무역협회 조사에서도 2분기 수출전망지수가 1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일단은 긍정적 신호다.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진 것은 아니나 코로나 상황에 대응하는 소비가 달라졌다고 분석한다. 코로나 사태가 1년을 넘기면서 시민들의 코로나 대응력과 내성이 잘 생겨났다는 뜻이다. 보건 당국이 코로나 방역체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면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경제 회복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매우 크다. 백신접종 등 방역당국의 체계적이고 발빠른 대응력이 발휘된다면 경제 회복도 기대해 볼만한 분위기다. 당국은 지금 상황에 맞는 방역 묘책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2021-03-22

과학적 근거중심의 다이어트 운동법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부경대 겸임교수세계비만연맹은 2025년 전 세계인구의 3명 중 1명이 비만 환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 비만 인구가 2030년에는 현재 성인비만율 33.7%의 2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비만은 지구촌에서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관심사이자 풀어야 할 숙제이다.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으로 다수의 전문가들은 운동을 권장한다. 식이요법과 비교해 실보다 득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일같이 운동을 하는 데도 체중에 변화가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또 “어떤 운동을 어떻게 얼마나 해야 좋은지 모른다”는 사람들도 있다. 과학적 근거중심의 접근이 필요한 대목이다.다이어트의 원리는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 섭취하는 칼로리(IN)보다 소비하는 칼로리(OUT)가 더 클 때 체중은 감소한다. 음식의 섭취를 필요한 칼로리 양보다 적게하거나, 운동 등 신체 활동을 통해 하루 소비되는 칼로리 양을 필요한 칼로리 양보다 많게 하는 것이다.운동은 과부하와 과보상의 원리이다. 이론적으로 운동 부하는 약 6주 정도 지나면 몸이 적응해 기능을 상실한다. 평소 하던 것보다 거리를 늘리거나 속도를 높여야 운동 효과가 나타난다. 근력운동도 마찬가지다. 스쿼트를 매번 15회씩 3세트를 했다면 일정기간이 지나서는 20회 3세트를 하거나 다리를 펴고 굽히는 굴신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각각의 세트 간 휴식시간을 줄이는 등 운동 강도와 운동량을 늘려야 한다.시대와 환경에 따라 과학적 지식도 변한다. 과거에는 몸에 지방을 태우기 위해 저강도로 오래 운동을 해야 했지만 최근 연구 결과는 다르다. 중강도 이상 고강도로 단시간 운동을 해도 다이어트 효과가 크다고 한다. 천천히 오래 걷거나 달리는 것보다 빠르게 뛰고 조깅하는 인터벌트레이닝이 더 효과적이다. 고강도 운동을 하면 마친 후에도 몸이 길게는 48시간까지 지방 등 체내 에너지원들을 연소시키는 ‘운동후초과산소섭취(EPOC)’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이상을 종합하면 섭취하는 칼로리(IN)와 소비하는 칼로리(OUT)가 같은 등칼로리 균형(isoCalorie balance), 적응기간이 지났음에도 변화가 없는 운동 강도와 전체적인 운동량, 최근 과학적 근거중심의 내용을 담은 보다 효과적인 운동방법을 적용하지 않은 것이 “매일같이 운동을 하는 데도 체중에 변화가 없다”에 대한 이유가 될 것이다.그렇다면 과학적 근거중심의 다이어트법이 궁금해 진다. 현대사회 특성상 바쁜 일상으로 운동시간이 부족하다면 간헐적 고강도 운동으로 ‘운동후초과산소섭취’ 현상을 늘리는 것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고강도 인터벌트레이닝 이론을 담은 타바타 운동이 좋은 사례이다. 이를테면 고정 자전거, 로잉 머신 등 실내 운동기구 또는 스쿼트, 버피테스트 등 맨몸운동을 활용해서 고강도 20초, 휴식 10초를 8회 반복하여 4~5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큰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는 운동 형태이다.만약 걷기나 달리기가 좋다면 타바타 운동처럼 짧은 시간에 운동 효과를 내는 ‘인터벌 워킹’이 권장된다. ‘인터벌 워킹’은 최대보행속도의 70%로 3분, 30%로 3분씩 반복하는 걷기운동이다. 인터벌트레이닝은 주로 엘리트선수들이 수행하는 트레이닝 방법으로 인식되어져 있다. 하지만 인터벌 속보는 워킹운동의 하나로 고강도 트레이닝을 할 수 없는 중고령자를 대상으로 적용할 수 있으며 인터벌트레이닝처럼 워킹강도에 변화를 주어서 효과를 내는 데 목적이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인터벌트레이닝은 30~40초 모래걷기를 하고, 15~20초는 모래 달리기를 하면서 운동 강도는 자신에 맞는 목표심박수를 찾아서 조절해야 할 것이다.이처럼 인터벌트레이닝은 자신에 맞는 운동 강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는 심박수와 운동자각도, 즉 스스로 느끼는 운동 강도를 사례로 들고자 한다. 우리 몸은 운동을 하면 주로 체내 당과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시간이 증가하고 일정강도가 올라가면 당의 분해로 발생되는 ‘젖산’으로 인해 “힘들다”라고 느끼는 시점이 하나의 기준이 된다. 그 강도를 심박수로 계산하면 중장년층 기준 100~120/분으로 운동자각도로는 “좀 힘들다”라고 느끼는 정도가 된다. 자신에게 맞는 보다 정확한 운동 강도는 앞선 칼럼에서 제시한 목표심박수(THR) 계산법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다이어트에 효과적인 인터벌트레이닝도 매일하면 운동 효과가 떨어진다. 운동 빈도가 중요한 이유이다. 중강도 이상의 운동 후에는 신체가 회복하고 운동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일정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강도 이상의 운동 후에는 최소 1.5~2일간은 저강도 운동이 적합하다. 이 기간 동안 20~30분간의 스트레칭, 걷기나 가벼운 조깅은 수동적인 휴식보다 피로회복에 더 효과적이다.아무리 운동에 흥미가 있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 하더라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면 그 효과는 반감할 수밖에 없다. 과학의 힘을 빌려 자신의 건강과 체력에 맞는 운동 유형과 강도, 빈도 및 시간을 알아보는 것은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2021-03-21

울진·울릉지역 돌미역 떼배 채취어업, 국가유산 지정을 환영하며

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해양수산부는 지난 8일 울진·울릉지역에서 돌미역을 채취하는 전통어업 방식인 ‘돌미역 떼배 채취어업’을 제9호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했다.해양수산부는 앞서 2015년 제1호인 제주 해녀어업을 시작으로 보성 뻘배어업, 남해 죽방렴, 신안 갯벌 천일염업, 완도 지주식 김양식 어업, 무안·신안 갯벌낙지 맨손어업, 하동·광양 재첩잡이 손틀어업, 통영ㆍ거제 돌미역 틀잇대 채취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했다.이번 울진·울릉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은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서는 동해안 첫 지정사례이다. 울진·울릉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은 환경친화적인 전통 방식으로 자연산 돌미역을 마을주민과 공동으로 채취하는 문화자산이다. 역사성, 생태계 보호, 주민참여 등 전반적인 부문에서 평가위원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울진·울릉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은 오동나무 등 통나무를 엮어 만든 떼배(뗏목)로 미역바위 군락까지 이동, 미역을 채취·운반하는 전통어업을 말한다. 떼배는 원시적인 뗏목배로 울릉도에서는 해안가의 미역 채취와 함께 낚시로 하는 오징어잡이, 손으로 꽁치를 잡는 손꽁치잡이에도 사용됐다.떼배 제작은 몇 달간 미리 건조해 둔 오동나무가 쓰인다. 통상 8개에서 10개의 오동나무 통나무가 떼배의 밑판을 이루며, 통나무의 사각형 구멍에 통상 고로쇠나무로 만든 장쇠로 통나무를 연결한다. 떼배 밑판이 완성되면, 떼배를 젖는 노, 노를 설치하는 노지게, 노를 끼우는 나무못인 노 좆 등을 제작하고, 난간을 붙여 채취한 미역이 흘러내리지 않게 한다. 울릉도에서는 매년 오징어축전 때면 각 어촌계 계장들이 대표로 나서 떼배경주대회를 열고 있다.울릉도 연안은 우리나라 연안에서 가장 암반이 발달한 지역이며, 또한 돌미역은 암반을 기반으로 서식, 돌미역 채취에 떼배가 매우 효과적이다. 떼배 채취 어업은 암반이 발달한 지형적 특징에 적응한 결과였다.봄철 미역철이 되면 지역 주민들은 연안의 미역바위 혹은 수중 미역짬을 찾아 미역을 채취한다. 이때 특별한 도구가 사용된다. 바닥면에 유리를 부착, 물속을 들여다보는 수경이라는 사다리꼴 형태의 나무 상자이다.주민들은 수경과 함께 낫대라 불리는 긴 장대에 낫을 부착한 도구로 떼배에서 미역을 채취한다. 울릉도 연안은 우리나라에서 물속 투명도가 가장 깊은 곳으로, 깊게는 20~30m까지도 수경으로 물속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떼배와 수경, 낫대를 사용한 돌미역 채취 어업은 이런 울릉도의 자연환경에 적응한 어업활동이었다. 울릉도의 돌미역 채취는 오랜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비록 1882년 울릉도 재개척 이전에는 조선의 해금정책에 따라 울릉도에 주민 거주가 공식적으로 허가되지 않았지만 임진왜란 이후부터 울릉도의 각종 산물에 주목, 거문도를 비롯한 남해안 주민들이 울릉도(독도)를 오갈 때 특별히 주목한 것은 바로 울릉도의 나무를 이용한 배 건조와 함께 미역 채취이었다.전라남도 무형문화재 1호인 거문도 뱃노래 가사에도 울릉도 미역이 등장한다. 1700년대 제작된 해동지도에는 울릉도의 대표적 산물로 감곽(미역)을 또한 소개하고 있다. 1882년 울릉도 재개척 이후에는 오징어와 함께 미역은 울릉도의 대표적인 수출품이었다.특히 오징어와 달리 미역 채취는 일본인들의 채취가 허락되지 않는 한국인의 독점 어업이었다. 미역 채취는 독도에서도 대표적 어업 활동이었다. 독도 미역 채취는 독도에 정착한 울릉도 주민들과 해방이전부터 독도에 건너온 제주 출신 해녀들에 의해 활발히 이뤄졌다.독도에서 채취된 미역은 미역건조장이라 불리던 곳에서 말려 외지로 판매, 훌륭한 생계수단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독도는 미역을 통해 단순히 지키는 독도에서 생산하는 독도로 어업인의 삶의 터전이었다.최근 어촌계의 고령화, 어촌계 유입인구의 감소 등 사회적 요인과 함께 겨울철 수온 상승에 따른 미역 생산량의 감소 등으로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이 점차 자취를 감춘 것 또한 사실이다.이럴 때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 소식은 사라져가는 전통어업의 보전 및 어촌 활성화 차원에서 크게 환영할 일이다.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의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 계기로 다양한 후속 사업이 필요하다.먼저는 전통 떼배 건조방식 보존을 위한 배 목수 장인 선정, 떼배 건조 과정 기록화 및 떼배 돌미역 채취 어업에 대한 지역 민속지 발간 등 지역의 역사문화자원 기록작업이 필요하다. 해녀, 잠수부에 의한 돌미역 채취방식 등 돌미역 채취의 발전 과정 또한 아우를 필요가 있다.돌미역 생산량 증대를 위한 짬매기(미역바위닦기) 활성화, 돌미역 서식 실태도 작성, 돌미역 브랜드 가치 향상 연구, 돌미역을 활용한 토속 요리의 보전 등도 필요하다. 떼배, 수경 등 전통 어업 도구를 활용한 기념품 제작, 생태체험관광 및 학교 교육과 연계한 돌미역 생태 교육 및 떼배 문화 체험 행사 수행도 생각해 볼 수 있다.울진·울릉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은 지역의 자연환경에 적응한 지역 어민의 삶의 역사였으며,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은 동해의 역사를 보듬고 온 이들에게 우리가 미처 드리지 못한 명예와 경의를 돌려주는 것이다.

2021-03-21

김치 포비아

김치는 한국인의 대표적 식품이다.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김치를 내세워도 조금도 어색하지가 않다.사람은 생존에 필요한 비타민 C의 공급이 필수적이다. 우리의 조상은 한겨울에도 비타민 C를 공급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김치 저장법을 개발했고 그것이 발효식품인 김치로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다.한국은 김치 종주국답게 현재 200여종의 김치가 개발돼 있다. 2013년에는 한국의 김치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 김치는 한국의 오랜 전래음식이며, 한민족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문화적 자산임을 유네스코가 인정한 것이다. 한국인의 95%가 하루 한번 이상은 김치를 먹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누가 뭐래도 한국인에게 김치만한 반찬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지난해 중국이 김치산업의 국제표준을 자국 기준으로 만들어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인정을 받아내면서 마치 김치 종주국이 자기들인 양 떠들어 논란을 일으켰다. 중국은 쓰찬성에서 유래한 절임채소를 파오차이(泡菜)라 부르는데, 중국 내 유통되는 모든 김치는 파오차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수출되는 김치도 파오차이라는 이름으로 써야 유통이 가능하다. 중국이 김치 종주국처럼 위세를 떠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저가를 앞세운 중국산 김치가 국내 소비량을 늘려가는 가운데 중국 현지의 비위생적인 김치 제조과정이 알려지면서 중국산 김치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둥장한 알몸상태로 배추절임하는 중국인의 모습에 많은 사람이 경악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시중 식당에 만연된 중국산 김치에 대한 불매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싼 게 비지떡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3-21

도로공사 이미 진행중인데 예산을 못 주겠다?

울진군 평해읍과 영양군 수비면을 잇는 국도 88호선 중, 평해읍 남대천을 따라 백암온천이 있는 온정면까지 15km 정도의 도로 직선화 사업이 설계변경으로 인한 추가 공사비문제로 시끄럽다. 이 도로공사에 얽힌 다양한 민원 때문에 3년 전에 구성된 울진남부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주말(19일) 온정면 백암온천 광장에서 추가공사비 국비반영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울진 지역민들은 “정부가 주민편의를 위해 139억원도 반영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9월부터 공사가 시작된 이 사업은 2023년 8월 완공 계획이며,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당초 발주 금액은 666억원 정도였으나 공사구간 중 ‘광품지구 2.4㎞’ 설계변경으로 139억원이 더 소요돼 총 사업비가 805억원으로 늘어났다. 국토부 산하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증액된 공사비 지원을 기획재정부에 요청을 하고 있지만 기재부가 예산낭비라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상태다.기재부 관계자는 “광품 구간 설계변경으로 터널을 뚫어 직선화할 경우 기존 도로보다 500m 정도 줄어들며, 시간도 시속 60㎞로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겨우 24초 단축하는 효과가 있을 뿐”이라는 논리를 펴며 예산지원을 거부하고 있다.경북 북부지역 지도를 보면 한눈에 파악할 수 있지만 울진~영양간 88번 국도는 동해안이나 경북 북부지역 관광객들이 백암온천단지를 찾을 경우 거쳐야 하는 도로라서 교통안전을 위해 정비공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도로가 구불구불한 산과 하천을 따라 형성돼 있고 그늘진 곳이 많아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매년 겨울철이 되면 이 도로 대부분 구간은 ‘블랙아이스 도로’로 변한다. 블랙아이스 도로는 운전자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눈길보다 더 미끄러운 빙판길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반드시 직선화가 필요하다. 기재부는 ‘겨우 500m 단축시킨다’는 반대논리를 펴고 있으나 이 500m 구간이 앞으로 어떤 사고를 일으킬지 모르지 않는가. 탈원전 정책으로 엄청난 손해를 입으며 살림살이가 빈약해진 울진군도 부지매입을 위해 군비 8억원을 보태겠다고 하니 기재부는 하루빨리 도로가 완공되도록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2021-03-21

권력자들의 너무 다른 언론관

심충택논설위원대구에서 재선을 한 모 국회의원은 지역구에 내려와 기자들을 만날 때면 “기자만 없으면 국회의원이 최고의 직업인데 말이야….”라는 말을 자주 했다. 전 공직자 감사권과 회기 중 불체포특권 등 보통 국민과 비교해 백 개도 넘는 특권을 가졌으니 대통령도 부럽지 않은데 기자만 만나면 숙제를 안 한 사람처럼 찝찝하다는 것이다. 언론으로부터 감시를 당하고 있다는 의식을 하면 헌법기관이라는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지고 국회 본회의장이나 국정감사장, 지역구에서 함부로 자세를 흩트릴 수 없다는 말도 했다.지난 주말(18일) 한국 방문 중 젊은 기자들과 화상 간담회를 가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공직자로서 때로는 언론이 고맙지 않지만, 그래도 감사하다”고 했다는 기사를 읽고 정치부 기자 때 허물없이 지냈던 그 국회의원이 생각났다. 기자에 대해 두 사람 다 그렇게 호의적이지는 않지만 건전한 사회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직업이라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블링컨 장관은 “민주주의에서 자유 언론은 필수다. 언론의 힘이 곧 대한민국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최근 미국 하원 법사위에서 코로나19로 인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규모 언론사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포털이나 소셜미디어 업체에 ‘기사사용료 부과를 위한 입법’을 추진한다는 뉴스를 보고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호주, 유럽에서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게재되는 뉴스에 해당 언론사들이 사용료를 받고 있는데 미국도 법안을 만들어 이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포털이나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뉴스 전재로 인한 광고 수입을 언론사와 공유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이나 유럽 권력자들의 민주적인 언론관을 대하면 우리 상황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느낌을 가진다.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중 언론사가 ‘거짓뉴스’를 내 보내면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법안을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했다. 거짓뉴스는 권력자들이 입맛대로 판단할 수 있는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다. 지금은 권력자들이 자신들과 다른 비판의견이 나오면 가짜 뉴스로 몰아붙이는 세상이 아닌가. 국회 상임위의 검토보고서도 “민법상 손해배상이나 형사처벌 제도와 중첩돼 헌법상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적시했지만, 블링컨과 같이 기자 출신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이 법안을 두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미디어 민생법이자 국민의 권리와 명예, 사회의 안정과 신뢰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말했다.지난 2017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지방지 기자들과 만나 “언론의 자유는 헌법적 가치”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며, 언론의 감시와 비판 기능이 제대로 살아나게 만들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 권력자들은 이미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언론의 자유가 왜 지켜져야 하는지를 되새겨 보고 선진국들로부터 비웃음을 당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2021-03-21

‘행정통합’ 더 많은 토론과 시간 필요한 때

대구시와 경북도가 지역상생 발전을 위해 추진해왔던 대구경북 행정통합론이 주민의 관심을 모으지 못하고 주춤하고 있다. 주민의견을 수렴할 공론화위원회가 4월로 예정했던 숙의토론 과정을 생략하겠다고 밝히면서 행정통합 추진 전반에 먹구름이 끼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 17일 권영진 대구시장이 대구시의회에 참석해 행정통합 시점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행정통합론이 장기과제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 공론화위원회 주관으로 주민의견 청취를 위한 온라인 토론회와 권역별 토론회 등을 진행했으나 성과는 기대치에 못미쳤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한 것도 큰 원인이겠지만 공론화를 위한 논의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해 아주 제한적 공론화에 그쳤던 것이 일반적 지적이다.대구경북의 미래발전을 위한 거대 담론인 행정통합론이 주민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면 이를 실천할 동력이 살아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공론화위원회가 숙의토론 과정을 생략기로 한 이유에서도 지금의 상황을 잘 읽을 수 있다. 공론화위는 코로나19 장기화와 지역사회의 관심 미비, 찬반여론의 대립 심각, 지역사회의 균열 등을 숙의과정 생략의 배경으로 들었다.현재의 분위기로서는 숙의토론을 거쳐 어떠한 결론에 도달하더라도 결과에 대한 수용성과 공감대가 낮다고 판단한 것이다.대구경북 행정통합은 대구와 경북의 미래 발전을 위한 상생적 전략이라는 총괄론에는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각론에 가서는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특정인이나 단체가 주도해서 이 과제를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 행정통합에 대한 찬반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은 행정통합론의 불안정성을 대변하는 결과라 하겠다. 행정통합이 반드시 내년 지방선거 전에 결론을 내야 할 일은 아니다. 시간을 벌더라도 충분하고 더 광범위한 논의과정을 거쳐 주민의 이해와 의견을 구해야 한다. 특히 논리의 범위를 넓히고 주민이 실감할 수 있는 절박한 주제 등을 놓고 격론을 벌이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대구와 경북이 처한 경제적 어려움 등이 행정통합을 통해 풀어갈 길이 있는지를 살피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정치적 목적보다 지역발전이라는 순수한 목적에서 접근하는 이성적 담론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론은 시간과 토론이 더 필요한 때다.

2021-03-21

당신 인생의 우산은 무엇인가요?

문가인참마음심리상담센터 원장길을 나선다. 지저분한 옷차림으로 햇빛 아래 누워 있는 사람을 본다. 파리가 그의 입가에서 먹다 남은 음식물을 빨아먹고 있다. 그는 슬쩍 눈을 한번 떴다 감을 뿐, 파리를 쫓아낼 힘조차 남아 있지 않다. 사람들은 그들을 노숙자라고 한다.이번에는 지하철 역사다. 쇼핑하는 사람들, 음식을 먹거나 데이트하는 사람들 사이로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한 사람이 보인다. 초점이 없는 멍한 눈으로 어딘가를 쳐다보며 중얼거리고 있다. 사람들은 그들을 정신병자라고 한다.다시 길을 걸어본다. 한쪽 다리가 불구인 사람이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서 구걸하고 있다. 그의 앞의 종이상자에는 사람들이 던져두고 간 동전 몇 개가 나뒹굴고 있다. 사람들을 그들을 거지라고 한다.나는 생각해본다.내가 매일 만나는 노숙자, 정신병자, 거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들은 부모를 잘 못 만나서, 국가를 잘못 만나서, 팔자가 나빠서 이렇게 된 것일까?내가 최근에 만난 그는 ‘간혈성 폭발성장애’라는 진단명을 가지고 나를 찾아왔다. 그는 현재 무직이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고 한다. 하는 일마다 꼬인 상태에서 심리상담이라도 받으면 자신의 인생이 풀릴까 해서 나를 찾아왔다고 한다.그런데 그의 말을 들어보니 그의 언어는 모두 ‘남 탓’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귀결되어 있었다. 부모님이 어렸을 때 이혼해서, 아내가 나쁜 여자라서,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그는 정말로 진지하게 물었다.내담자: 저는 왜 인생이 꼬이고 나쁜 사람만 만나게 될까요?나는 대답을 하는 대신 그에게 이렇게 질문했다.상담자: OO님 비가 올 때 당신에게만 내립니까? 바람이 불 때 당신에게만 불어오나요?그때 그는 순간적으로 침묵했다.사람들은 일이 잘 안 풀리면 부모 탓을 하고, 남 탓을 하고 사회 탓, 국가 탓을 한다. 혹은 팔자 타령에 더하여 귀신 타령까지도 한다. 온갖 변명거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런 변명, 합리화의 좋은 점은 자신이 변화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남 탓은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방어기제 중의 하나로 합리화(rationalization)라고 한다. 변화되지 않으므로 시시포스가 바위를 언덕 위로 굴렸다가 바닥으로 떨어뜨리듯이, 어제와 같은 오늘이 그리고 내일이 펼쳐지면서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게 되는 것이다.비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내리며, 바람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부는 것이다. 이 비와 바람이라는 것이 우리의 인생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스트레스라고 볼 수 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천둥이 칠 때 당신의 대처방식은, 인생의 스트레스에 맞닥뜨릴 때 당신의 스트레스 대처방식과 유사할 수 있다. 비와 바람 탓을 하는 사람은 인생의 스트레스에 대해 남 탓을 할 것이고, 비와 바람을 수용하고 우산을 준비하는 사람은 인생의 스트레스를 극복할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사람일 것이다.심리상담을 마치고 공원 앞을 산책해본다. 마침 한 남자가 빗속의 공원 풍경을 사진 찍고 있었다.

2021-03-21

물을 아껴 쓰자

윤영대수필가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1992년 리우환경회의의 권고로 UN이 제정 선포하였다. 세계적으로 점차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오염 문제를 인식시키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자는 결의이다. 우리는 이보다 먼저 1990년 7월 1일을 ‘물의 날’로 정하여 각종 행사를 개최해 왔는데 UN의 동참요청으로 1995년부터 3월 22일로 바꾼 것이다. 그런데 국제인구행동연구소에서 연간 1인당 쓸 수 있는 수자원량을 ‘기근-부족-풍요’의 3단계로 분류하면서 우리나라는 1천450m3로 산정되어 ‘물부족 국가’라는 아픈 멍에를 쓴 것이다.2006년 세계물포럼에서 ‘물 빈곤 지수’를 발표했는데 우리나라는 전 세계 147개국 중 43위로 위험도가 그리 높지는 않은 편이지만, 인구밀도가 높고 여름에 집중된 강수량으로 인해 물 스트레스 지수는 25~70%로 높아서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 보고서에는 ‘심각한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그리고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10이며 5년 후에는 물 기근 상태가 된다는 예측도 있어서 물 부족 국가라는 인식이 국민에게 심어진 것이리라. 그러나 우리 국민의 하루 물 사용량은 약 280L로 유럽 국가의 두 배이다.왜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가 되었는가? 삼천리 금수강산이라 아름답고 깨끗한 산과 강이 있고 2,30년 전까지만 해도 계곡의 물을 그대로 퍼마셨다. 삼면이 바다이고 큰 강도 가까이 많은데 물 부족이라니…. 그 원인으로 인구밀도와 기후변화 그리고 산업화와 자연파괴를 들고 있다. 좁은 국토에 여름철 집중적으로 내리는 비는 산지가 많은 지형적 특수성 때문에 급히 쓸려가 버리고, 또 산업화로 숲을 무작정 개발하는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그러나 우리는 정작 물의 부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온갖 생수가 편의점 진열장을 채우고 해양심층수와 지하수, 계곡물 등도 집에서 마실 수 있는 축복받은 나라이다.수자원 관리 기술도 우수하다. 옛날 대동강물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 얘기를 하면서 ‘누가 물을 돈 주고 사 먹냐?’라고 웃곤 했지만 요즘은 전국 상수도 보급률 98.5%로 건강한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며 값싸게 요금을 내고 때로는 생수도 사 먹으니 그 얘기도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우리는 물을 물 쓰듯 한다. 수세식 변기는 1회 사용량이 대략 8L 정도라니 하루 5회를 사용하면 40L, 큰 생수병 20개 분량이다. 또 목욕탕에서 샤워기를 줄줄 틀어놓고 면도를 하거나 양치질하는 것을 보면 ‘물을 풍족하게 사용하시되 낭비는 하지 마세요’라는 어느 목욕탕의 글이 머리에 맴돌며 슬그머니 화가 난다. 물은 하늘에서 비가 되어 땅으로 내려와 강을 따라 멀리 흘러서 저수지에 모였다가 깨끗이 소독되어 어둡고 긴 수도관을 거쳐 보일러에서 끓여진 후 샤워기로 나오는데 그냥 버려지다니 안타깝다. 설거지와 세탁 등 일상생활에서도 물 절약은 꼭 필요하다.올해도 봄 가뭄이 계속되고 하천은 메말랐어도 수도꼭지를 틀면 맑은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아껴 쓰면서 낭비하지는 말자. 세계 물의 날을 맞아 한 번 더 물의 소중함을 깨달아야겠다.

2021-03-21

울진의 내일을 위한 길을 모색하다

전찬걸울진군수지난 1월, 환경부는 2020년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낮은 도시로 울진군을 꼽았다.2019년 전국이 미세먼지로 뒤덮인 상황에서도 울진군만은 고강도 미세먼지 공습을 피하며 청정한 공기를 유지했다.전국에서 손꼽히는 깨끗한 울진의 공기는 백두대간이라는 위치적 조건과, 울진의 금강소나무숲이 만들어내는 피톤치드, 112km의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바닷바람 등의 자연조건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된다.하지만 청정울진은 단순히 자연 요인으로만 가능했던 것은 아니었다.군에서는 그동안 미세먼지 개선을 위해 미세먼지 저감 조림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예산을 투입하여 사업을 진행해 왔고, 자연이 만들어 준 맑은 공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천혜의 환경 조건과 그것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조화를 이루어 전국에서 가장 깨끗한 공기를 가진 울진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울진은 울창한 보배라는 이름처럼 보물과 같은 자원이 무궁무진 한 곳이다.현재의 자원을 지키고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울진은 현재에 만족하거나 멈추지 않고, 오래된 것들에서 미래의 길을 찾으려한다.그 길의 시작은, 보부상들의 삶과 애환이 담긴 울진의 옛길을 발굴하고 개발하여 새로운 관광과 문화의 길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동해안에서 내륙으로 이어져 보부상들이 넘나들던 고갯길이었던 울진의 십이령, 고초령, 구주령은 단순히 물건을 팔기 위해 다니던 곳이 아니라, 정보와 문화가 이어지는 길이었으며, 치열한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그 옛길을 울진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길로 발전시키기 위한 시도를 시작했다.지난달 옛길 관광화 관련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개최하였다.용역기관과 협력하여 기존 보부상길의 장단점과 보완사항을 파악, 새로운 관광자원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다른 관광지와 차별화된 관광소재로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갈 예정이다.동해안과 내륙의 특산물이 오가며 새로운 음식문화를 만들어 낸 개척의 길이었던 울진의 옛길이, 차별화 되고 지속가능한 관광지로서 울진의 이름을 알리는 길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서로 교류하고 경험을 나누는 길로, 새롭게 변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오래된 것의 변화를 통해 찾는 울진의 또 하나의 모습은, 왕피천생태경관 보전지역과 불영계곡 군립공원의 우수한 생태문화 자원을 브랜드화하기 위한 국립공원 지정이다.현재 환경부 지정건의를 위해 근남면 수곡2리, 구산3리, 금강송면 삼근1·2리, 왕피1·2리, 울진읍 대흥리, 근남면 행곡3리, 금강송면 하원리를 대상지로 선정하고 타당성 조사 용역을 추진 중이다.국립공원지정 대상지역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지역이지만, 사람들에게 알릴 기회가 부족했다. 아무리 귀한 보석이라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그 가치가 알려지지 않으면 보배로서의 의미가 없지 않은가….국립공원 지정 건의는 울진의 자연환경이라는 보석을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한 과정이다.체계적 보존관리와 함께 지속가능한 개발을 통해 효과적인 환경 보존은 물론이고 주민들의 소득증대까지….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옛길 개발과 국립공원 지정 건의는 이제 막 시작단계이다.가야할 길도, 넘어야 할 산도 많겠지만, 긴 시간 하나의 모습으로 멈추어 있던 옛길과, 왕피천, 불영계곡이 울진의 또다른 매력으로 반짝이는 그날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옛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 보존과 개발이 함께 하는 곳. 울진의 내일을 위한 모습이다.

2021-03-21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오래된 비디오테이프를 사진관에 맡겼다. 큰아이 백일 즈음부터 촬영한 홈비디오 카메라가 어느 날부터 작동이 멈춰버렸다. 20년이 지나니 고장이 난 것이다. 새로운 영상을 찍을 수도 없지만 가장 큰 일이 아기 손바닥만한 8mm 테이프에 담아 둔 큰아이의 추억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가까운 방송국에서 CD로 구워준다는 소식을 나중에야 듣고 문의했더니 기간이 끝나버렸고 어쩌나 하며 시간만 더 흘렀다.지난 여름, 자격증 시험을 치는 아들이 증명사진이 필요해 집 주위 사진관에 갔더니 문을 닫았다. 그 많던 사진관이 사라지고 없었다. 다섯 번째로 내비게이션을 켜서 찾아간 곳이 그나마 아직도 영업 중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아들을 카메라 앞에 보내놓고 한숨을 돌렸다.내가 아들 나이였을 때는 여행에서 돌아와 사진관에 들르는 게 정해진 루틴이었다. 며칠 후에 함께 간 친구들 수만큼 뽑은 사진 한 뭉치를 받아들고 찻집에 모여서 또다시 여행 간 장소로 시간여행을 떠나 깔깔거렸었다. 그 사진을 접착식 앨범에 정리하며 초점이 흐리게 나온 사진도, 여행의 설렘만큼 흔들린 사진도 버리지 못하고 끼워두었다. 이제는 사진을 찍고 기다려서 인화지에 뽑는 일이 자주 없다 보니 사진관이라는 장소도 동네에서 삭제되어 버렸다.가장 번화한 곳에 자리하다가 패스트푸드점에 밀려나 구석으로 몰리다가 그마저도 벅찬 일인지 다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증명사진을 찍고 나자 한 시간 정도 후에 찾으러 오라고 했다. 찾으면서 혹시나 하고 오래된 비디오테이프를 파일로 바꿔줄 수 있냐고 물었다. 가능하다고 했다. 맡기러 곧 가겠다고 하고 또 몇 달이 훌쩍 지나버렸다. 더 있다가는 저 사진관마저 사라질까 싶어 얼른 챙겨다 맡겼다. 일주일 후에 usb에 저장한 것을 찾아왔다. 테이프 4개가 손가락만한 저장함에 옮겨지는 값이 사진값의 열배도 넘는 가격이었지만 영영 못 보게 되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네 식구가 화면 앞에 앉았다. 27년 전의 큰아이가 옹알이를 하며 보행기를 탄 채로 27년 전의 어린 내 치맛자락을 잡고 따라다닌다. 흰머리 하나 없는 젊은 남편이 웃는다. 아직은 총각인 시동생이 조카를 어르기도 한다. 몇 년 전 하늘나라로 주소를 옮긴 어머님이 밝게 웃으시며 손자와 눈을 맞추신다. “할아버지는 지금이랑 똑같네요. 와~어머니, 저 때는 가늘가늘하네요. 큭큭큭. 같이 근무한 선생님들과 나보다 1년 늦게 결혼한 은주선생님네 집들이 간 날인지 여리디여린 아가씨들이 큰아들과 눈을 맞추려 까꿍까꿍을 외쳤다.백일 즈음부터 네 살까지의 기록이었다. 큰아이의 성장기록만 담겨있으려니 했는데, 아버님 환갑잔치에 오신 고모님과 주름살 하나 없는 시누이, 삼십 대 중반인 조카들이 대여섯쯤으로 어려진 아이가 되어 화면 속을 날아다녔다. 마지막 파일엔 내가 태어나 자란 안동 고향 집에 다니러 간 날도 있었다.어제저녁, 막냇동생 내외가 친정엄마를 모시고 놀러 왔다. 올케에게 스무 살 시절의 동생을 보여주었다. 안동 고향 집에 함께 갔던 것이다. 신작로 저 끝에서 할아버지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는 막내를 보고 가족 모두가 한바탕 웃었다. 치매로 정신을 놓은 할머니가 안동포를 가지고 나와 지금 내 나이보다 젊은 친정엄마에게 양쪽에서 잡아당기자고 하셨다. 그러는 사이 백일이던 큰아이는 높은 계단을 혼자서 아슬아슬하게 오르내리는 개구쟁이가 되어있다.등장인물 모두 머리 스타일은 촌스럽고 옷매무새는 어색했다. 하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배밀이 하다가 기는 걸 배우느라 병치레하며 병원에 입원해 주삿바늘을 꽂은 모습조차도 웃으며 볼 수 있어서 아름다웠다. 머리에 저장된 기억들이 흐려지는 27년 동안에도 영상 속에 우리는 희미해지지 않았다. 무엇을 오래 저장하는 일은 다 아름답다. /김순희(수필가)

2021-03-21

‘줌’(zoom)으로 사람 만나기

요즘에는 개강을 했어도 직접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일이 없다. 수업을 세 개를 해도 학생들을 한 번도 제대로 만나본 일은 없다고 해야 한다. 수업 시간에 맞추어 ‘줌’ 회의를 개설하는 예약을 해두고, 인터넷으로 학생들에게 회의 주소를 알려주는 문자를 보내고, 수업 시간이 가까우면 줌 회의를 열어두고 학생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린다.학생들 수업만 그런 게 아니라 각종 회의도 직접 만나서 하는 일은 손꼽을 정도다. 학생들과 같이 하는 개강 모임은 처음부터 문제가 생길까 아예 ‘비대면’으로 전환해서 화상으로 학생들을 만나도록 한다. 선생님들끼리 모여서 뭔가 의논을 할 때도 한 번도 직접 모여서 한 일은 없는 것 같다. 학교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따질 것 없이 ‘줌’ 회의에 접속만 되어 있으면 만나 오케이다.하루 이틀 아닌 코로나 시절이다 보니 이제는 ‘비대면’이 일상이 되고, ‘대면’은 아주 이상한 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집밖이 무서워져서 가급적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황사나 미세먼지 때문에 그런 것도 아니고, 어느새 사람에 대한 공포증이 생긴 건지, 아니면 사람 관계에 대해 어느새 서먹해져 불편함을 느끼는 건지, 외출하는 일이 무슨 큰 모험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뭔가 약속을 만들려면, 바깥나들이를 하려면 나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리고 이렇게 나가도 되는 건가 하는 두려운 기분이 이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화장실 벽에 걸린 장에 수건을 넣다가 그만 조그만 샴푸 병이 변기로 또르륵 굴러떨어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불러 고쳐야 할 일이 생겼다. 내 손으로 손수 건져낼 수 없이 보이지 않는 아래로 숨어버린 것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지, 전화 저쪽 사람은 ‘석션’이라는 것을 하면 나오는 수가 있다 한다. 밤에 약속을 정하고 아침이 되어 사람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어디서 솟아나는 불안감인지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고 조여드는 것 같은 느낌은 낯선 사람을 너무 오래 안 만나서인가?그러다 이것은 분명 병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가까운 사람도 제대로 만나 시간을 보낸 적이 별로 없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표정을 짓고 천연덕스럽게 대화를 나누지만 돌아서고 나면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이런 식으로 또 한 학기가 가면 이제는 정말 마음이 병들어 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무서운 마음이 든다. 나는 원래 낙천적인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이 꽉 죄어들어오는 갑갑함은 무엇이란 말인가? 내일은, 아니면 모레라도 꼭 산에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한다. 심호흡 한번 크게 하고 세상을 다른 기분으로 살아보고 싶다./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

2021-03-18

학교폭력 - 맞아야 잘한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최근 한 TV 방송은 최근 스포츠계 학교폭력 사태를 조명했다. 프로 야구, 그리고 축구 선수들의 과거 학교폭력 사태를 다루었다.현재 매우 유명한 프로야구의 두 선수는 후배들에게 전기 파리채에 손을 넣도록 시켜 아파하는 걸 웃으면서 바라보았다는 충격적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누구나 아는 축구계의 스타 선수가 초등학교 시절 후배들에게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을 시켰다는 뉴스가 귀와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보도되었다.위의 두 개의 리포트는 당사자들은 그런 일이 없다고 강력 부인하고 있지만, 이 방송은 승자 독식의 체육계 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지금 학교폭력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또한 학교폭력 피해자 부모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성적을 내기 위해선 폭행조차 넘어가고 있는 이 체육계의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보도했다. 참으로 충격적이면서도 참담한 마음이다.오래전부터 중고교 체육에서 경기에서 패배한 선수가 경기장을 나가 코치한테 맞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 주니어 스포츠의 체벌과 욕설은 오랜 관습이 되어 있었다얼마 전 이로 인해 철인 3종 경기에서 어린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한다. 선배들의 욕설을 매일 들어야 했고 코치, 팀 닥터라는 사람들에게 수없이 얻어 맞으면서 훈련을 하면서 여러 차례 관련 단체에 하소연을 했지만 무산되었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한다.그런데 이번 사건들은 과거와는 다르게 선배선수들의 폭력 상황을 보여준다. 결국 선수들은 코치에게 맞고 선배에게 맞고 선수생활을 해나간다. 이 배경에는 “맞아야 성적이 난다”와 “우리도 맞고 커왔다”는 잘못된 관습이 도사리고 있다.실제로 10대 선수들은 자기 제어 능력이 부족한 나이이기 때문에 일단 체벌을 가하면 통제가 가능하고 훈련의 효과가 잠시 올라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코치들은 “맞아야 성적이 난다”라고 한다.물론, 이 주장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지만 그런데 동료선수 또는 선배선수의 폭력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코치에게 맞은 선수는 일단 맞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할 것이다. 그리고 코치 감독의 눈치를 보고 행동하고 시합에 나가서 일단 이기기 위해 애쓸 것이다. 지면 맞으니까….한 선수는 “맞지 않기 위해 연습하다 보니 이렇게 수동적인 로봇 같은 선수가 되었다”고 술회하기도 했다.그러나 동료 또는 선배에게 맞는 선수는 분한 마음과 좌절로 경기력과 상관없이 심신을 망쳐갈 것이다.코치에 맞아서 성장한 선수는 운동을 하는 기계로 전락한다. 창의적인 게임 운영을 하기도 힘들다. 동료나 선배에 맞으면서 성장한 선수는 기가 죽은 선수가 되고 분노로 가득찬 왜곡된 성격을 형성한다. 이는 결국 그의 인생 전체를 망치기도 한다. ‘학교폭력’, 정말 이제는 멈춰야 한다.

2021-03-18

승자독식(勝者獨食)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무리를 지어 사는 동물들 중에는 가장 강한 수컷이 모든 암컷을 독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바다코끼리나 엘크사슴 수컷들이 번식을 위해 벌이는 싸움은 치열하다. 심하게 상처를 입고 패한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하니 죽음을 무릅쓴 경쟁인 셈이다. 가장 우수한 유전자로 번식을 해서 종의 진화를 꾀하려는 본능이라는 게 학자들의 견해다. 동물들이 무슨 생각이나 의지로 하는 일은 아닐 터이니 자연이 섭리가 그렇게 작동하도록 되어 있는 것 같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원앙이나 기러기처럼 일부일처를 고수하는 동물도 없지 않다.문명화된 인류사회는 지금 대다수가 일부일처제를 택하고 있지만 다른 측면의 승자독식은 갈수록 더 심해지는 형국이다. 경제는 물론 정치와 문화의 영역까지 경쟁에서 이기는 자가 부와 권력과 명예를 독차지하는 구조가 일반화 되어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체제에서 승자독식의 무한경쟁은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을 가속화하게 마련이다. 소득 상위 10%가 전체소득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불균형이 여러 가지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현실이다.경제논리가 지배하는 경쟁사회에서 승자독식은 당연한 일이 된다. 스타급의 운동선수나 연예인들에게 많은 것을 몰아줄수록 더 상업적 효과가 있다는 계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타들은 돈과 명예를 다 거머쥐는 반면에 2군으로 밀려난 선수들이나 무명의 연예인들은 생계조차 어려운 형편이라고 한다. 심지어 진리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학계나 예술계까지 승자독식의 상업적 논리가 통용되고 있다. 거액을 건 현상모집에서 오로지 일등에게만 전액을 지급하는 경우가 그 예다. 사실 일등과 이등의 차이는 거의 없거나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오히려 순서가 바뀔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런 사정쯤은 무시하는 게 상업적 마인드다.정치권의 승자독식은 곧 독재를 부른다. 지난 총선에서 압도적 다수의석을 차지한 여당의 전횡은 바로 그 승자독식의 폐해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공석인 정보위원장 자리를 빼고 국회 1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한 것에서부터 야당의 비토권마저 빼앗고 공수처법을 가결한 것, 5·18역사왜곡처벌법과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역시 야권의 반발을 무시하고 힘으로 밀어붙인 것, 검찰의 힘을 빼고 경찰의 권한을 높여주는 검·경수사권조정에 이어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중대범죄수사청법, 심지어는 판검사는 선거 일 년 전에 사퇴하지 않으면 출마할 수 없게 하는 속칭 ‘윤석열출마제한법’까지 발의를 해 놓고 있다. 이 모두가 적폐청산이니 검찰개혁이니 허울 좋은 명분을 갖다 붙이지만 오로지 권력의 안위와 정권 연장을 위한 입법농단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짓들이다. 승자독식은 결국 문명사회를 위협하는 야만이요 재앙일 수밖에 없다. 권력의 속성이 그렇고 상업주의 속성 또한 그런 것은 우리의 뇌리에 승자독식을 용인하거나 미화하는 사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긴 자들에게 박수치고 환호하는 심리가 그런 사회를 조장한다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일말의 책임은 있는 것이고.

2021-03-18

AZ백신 부작용 논란 확대… 접종률 떨어질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고 혈전이 생기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잇따르자 유럽 많은 국가들이 백신접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등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AZ 백신 접종을 한 60대 여성에게 혈전이 발견되는 사례가 뒤늦게 보고되면서 시중에는 AZ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유럽연합 27개국 중 오스트리아, 독일 등 18개국이 AZ 백신으로 인한 혈전 생성 가능성을 우려해 예방적 차원에서 접종을 중단하고 있다.이런 논란이 이어지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으로 얻을 이익이 부작용으로 인한 위험성보다 크기 때문에 접종을 지속하라”는 권고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청도 “백신을 맞고 숨진 사람에게 혈전이 생긴 것이 사망의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는다”며 “백신 접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AZ 백신은 출시 과정에서부터 효능성을 두고 논란이 있어온 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백신이란 점 때문에 혈전 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크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62만여명이다. 이 중 95%가 AZ 백신을 맞았다. 또 2분기 도입이 확정된 백신의 57%가 AZ 백신으로 예정돼 있어 AZ 백신 접종으로 인한 혈전 논란이 미칠 심리적 불안감은 높다 하겠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백신 접종이 2분기에 시작할 예정으로 있어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이상반응 등 의심사례 신고 건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현재 우리나라는 하루 400명 안팎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3차 대유행의 고리가 잡히지 않고 있다. 집단면역 형성이 예정대로 이뤄져야 대유행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혈전을 둘러싼 백신 접종 논란은 분명히 악재다. 보건당국의 신뢰가 중요하다.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이나 사망자에 대한 분석 결과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 고위험군 접종 대상자에 대한 치밀하고 신중한 관리도 있어야 한다. 백신 접종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떨어지면 접종률을 끌어 올릴 수 없다. 혈전과 백신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전문가 견해를 정확히 밝히고 필요하다면 속도보다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백신에 대한 정책 신뢰가 무너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2021-03-18

새로운 소비문화 배워야 전통시장 살 수 있다

대구시내에 있는 전통시장 150곳 중 41.3%인 62곳이 시장 기능을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적이다. 대구시 실태조사에 의하면 시내 전통시장 중 39곳은 공실률, 상인 수 등의 지표로 평가할 때 시장기능을 완전히 상실했으며, 23곳도 곧 같은 처지에 놓일 위기에 있다. 예를 들어 역세권에 있는 달서구 송현시장은 교통요충지임에도 불구하고 점포 2곳, 노점 6곳 등 8곳만 장사하고 있고, 성당동 구마시장은 상인 6명이 6개 점포에 종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모두 문을 닫고 임차인을 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리동 본리시장도 점포 2곳 외에 모두 문을 닫아 시장 기능을 사실상 상실했다.대구시의회에서도 최근 “상당수 전통시장이 기능을 상실해 명맥만 이어가고 있고, 재정비사업을 기대하며 빈 점포가 방치돼 있다. 남은 상인들은 슬럼화와 화재위험으로 생계조차 위협을 받는다”며 집행부에 문제제기를 했다. 대구시가 매년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엄청난 예산과 노력을 쏟아 부었지만 그 결과는 신통치 않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편의시설이 개선되면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을 것으로 판단하고 아케이드 설치와 주차장 설치, 화장실 정비 등 시설환경개선사업에 주력해 온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전통시장을 비롯해 서민들의 삶의 터전인 골목상권이 수도권 인구집중화와 대형 유통자본 등으로 인해 하나 둘 붕괴하는 현상은 아쉽기 짝이 없다. 대도시 전통시장은 그동안 우리나라 서민경제의 실핏줄 역할을 해 왔다. 어떤 방식으로든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한 골목상권은 살려야 한다.대구시내 전통시장의 쇠퇴원인도 다른 비수도권 대도시의 경우와 대동소이할 것이다. 쉽고 편리한데 익숙한 젊은 층의 소비패턴, 대형 유통업체들의 시장 장악 등이 큰 원인일 수 있지만, 상인들이 유통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측면도 강하다. 특히 소비를 주도하는 30~40대의 문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단적인 예를 들면 위생에 대한 인식이다. 전통시장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있어야 되겠지만 일차적으로 상인들이 주체가 돼 새로운 소비 흐름을 배우고 시장을 변화시켜야 한다.

2021-03-18

과학과 정치 사이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 백신, 과연 맞아도 괜찮을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후 혈전이 생기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잇따르자 EU(유럽연합) 4대 회원국인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이 지난 15일 AZ 코로나 백신의 접종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앞서 네덜란드·덴마크·노르웨이·아이슬란드·오스트리아·루마니아·인도네시아 등 세계적으로 20개국이 넘는 나라가 접종을 중단했다. 다만 유럽 국가들의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 접종 중단 사태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결정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어 논란이다.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유럽의 AZ 백신 접종 중단은 정치적 이유로 결정됐을 수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Z 백신을 홍보하던 로베르토 스페란자 이탈리아 보건부 장관은 “안전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독일 측의 연락을 받았다는 것. 이탈리아 정부는 국민에게 접종을 장려하는 상황이었고, 불과 며칠 전에도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AZ 백신에 대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다른 국가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부 장관은 덴마크와 노르웨이 등이 접종을 중단했을 당시에도 “현재 시점에서는 이 백신이 지나치게 위험하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그러나 15일 독일이 접종 중단을 결정한 이후 이탈리아를 비롯해 스페인, 프랑스 등이 접종 중단에 합류했다. NYT는 백신 자체의 안전성 문제가 아니라 공급 문제를 둘러싼 AZ와 EU의 갈등이 접종 중단 사태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이 국가들은 AZ 백신을 접종했을 때의 이익이 위험성보다 크며 혈전을 발생시킨다는 증거가 없다고 강조해 온 유럽의약품청(EMA)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어떻든 AZ 백신에 대한 접종 중단 사태가 번지면서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가짜뉴스가 판치는 마당이었다.설령 유럽국가들의 AZ 백신 접종 중단 결정이 과학이 아닌 정치적 판단이라 해도 ‘국민의 생명 안전이 최우선’이란 기조 아래 결정된 게 분명하다.더구나 이들 국가들은 일찌감치 백신확보 전쟁에 뛰어들어 화이자, 모더나 등 효과가 뛰어난 백신을 충분히 구비해둔 덕택에 AZ 백신 접종 중단이란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에 비해 우리는 어떤가. 4월에 AZ와 화이자 일부 물량외에 공급이 확정된 다른 백신이 없으니 어쩔 것인가.오는 11월 집단면역 계획을 위해선 울며 겨자먹기로 AZ 백신 접종을 지속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다른 나라들이 백신을 확보하느라 아귀다툼을 벌이는 동안 K방역의 우수성을 홍보하느라 한 눈 판 결과다. 당장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지만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모험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치가 아닌 과학적 판단에 따라 AZ 백신 접종여부를 판단해야 할 때다. 백신정책에 관한 한 국민 생명 안전이 최우선의 가치가 돼야 한다.

2021-03-18

오체투지(五體投地)

티베트 사람에게 불교는 종교가 아닌 삶 그 자체다. 전생의 악업을 끊기 위한 속죄의 고행 과정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땅을 많이 보유한 사람이나 은행에 돈을 많이 맡겨둔 사람을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은 다음 생애로 가져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부러워하는 대상은 오로지 얼마나 많은 수행을 하였으며, 남을 위해 얼마나 많은 봉사를 하였는지가 중요하다.티베트인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성지 라싸까지 오체투지하면서 순례의 길을 가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다. 2천㎞가 넘는 순례 길을 오체투지로 걸어가며 수행하는 모습을 담은 영화가 2015년 제작된 ‘영혼의 순례길’이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티베트인들의 종교 속 삶을 잘 그려내 꽤 많은 반응을 얻었다.오체투지는 불교 신자가 삼보(三寶)에게 올리는 큰 절이다. 자기 자신을 무한히 낮추면서 삼보에게 최대의 존경을 표하는 예법이다. 양 무릎과 양 팔꿈치, 이마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이 땅에 붙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고대 인도에서 상대방의 발을 받드는 의식인 접족례(接足禮)에서 유래됐다고 한다.우리에게도 오체투지는 낯선 수행법이 아니다. 세 걸음 걷고 한번 절하는 삼보일배와 함께 여러 번 소개된 바가 있다. 불교의 이색 수행법이기는 하나 간혹 정치적 프레임이 씌어져 환경파괴 등에 항의할 때 이 방법이 등장한다.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로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서울 한복판에서 미얀마 시위대 학살 중단과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스님들의 오체투지 행렬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스님들의 간절한 오체투지 기도가 미얀마 사람에게 작은 희망의 빛으로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3-18

꽃샘바람

강영식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삼월이면 어김없이 불어오는 꽃샘바람이 있다. 봄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 겨울을 밀어내니 물러나는 겨울이 다가오는 봄을 시샘하여 차갑고 매서운 바람을 일으킨다하여 꽃샘바람이라 한다. 하지만 이 바람은 반드시 불어야 하는 자연의 순리이고 섭리이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모든 것들이 봄이 오면 녹기 시작하고 잠자던 뿌리가 제일 먼저 깨어나 수분을 빨아들인다. 눈은 순을 틔워야 하는데 줄기와 가지가 아직 녹지 않고 얼어있어 공급로가 차단되니 꽃을 피우지 못한다. 수분을 줄기와 가지로 끌어올리려면 나무를 흔들어 삼투압 작용이 일어나게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바람이 필요하다. 바람이 가지와 줄기를 흔들면 뿌리의 수분이 가지 끝마디까지 공급되고 눈은 순을 틔우고 꽃을 피우게 된다. 식물의 성장과 결실에는 반드시 꽃샘바람이 불어야 하는 것이 자연의 순환법칙이다.역사는 발생과 성장과 쇠퇴와 해체가 반복적으로 순환한다고 토인비가 말했다. 그 모든 과정에 도전의 바람이 불고 그 바람에 어떻게 응전하느냐에 따라 역사발전이 있다고 했다. 헤겔도 역사는 변증법적 발전순환이라 하면서 正(정)이 있으면 反(반)의 도전이 있고 정과 반이 잘 융합하여 合(합)이 되는 반복순환을 통해 발전한다고 했다. 응전에 실패하거나 합에 도달하지 못하면 더 이상 역사는 나아가지 못하고 종말을 고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연역사이든 인간역사이든 역사는 순환의 그 과정마다 물러남과 다가옴의 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에 따라 흥망성쇠가 결정되고 존재냐 비존재냐가 결정된다. 자연과 역사만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도 이 과정을 경험하게 되고 그 과정에 불어오는 바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따라 존재와 가치가 달라진다.이스라엘이 바빌론에 의해 파괴되자 에스겔은 그 상황을 마른 뼈들의 무덤으로 표현했다. 그는 절망에 빠진 백성들에게 비전을 제시한다. “내가 너희 속에 바람을 불어 넣으면, 너희가 살아날 것이다. 그 바람이 마른 뼈에 힘줄을 뻗치게 하고, 살을 입히고, 살갗으로 덮고, 생기를 불어넣어, 너희가 다시 살아나게 되리라. 바람아 사방에서 불어라” 이스라엘은 그 바람을 맞고 되살아나서 이스라엘은 재건하였다.이해인 시인은 ‘꽃샘바람’이라는 시에 “꽃을 피우기 위해선 쌀쌀한 냉랭함도 꼭 필요한 것이라”했다. 그러기에 꽃샘바람은 시샘의 바람이 아니라 샘물의 바람이다. 순간 순간 우리에게 불어오는 꽃샘바람을 피하지 말고 온몸으로 맞아들일 때에 비로소 온 몸이 생명의 에너지로 꽃을 피우고, 이 사회가 활력이 넘치게 되고, 죽었던 모든 것이 되살아나게 될 것이다. “바람아 사방에서 불어라!”

2021-03-17

기술의 진보, 인성의 퇴보

장규열한동대 교수세상은 앞으로 나아간다. 그저 변하는 게 아니라 좋은 세상이 되어가는 모습이 뚜렷하다. 기술의 진보와 문명의 발달은 세월과 함께 가히 눈부시다 하리만큼 더 나은 방향으로 재촉하듯 움직여 간다. 디지털환경과 인공지능은 그 적용 범위를 날로 넓히며 인간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낸다. 세상을 두고 떠나기가 아까울 만큼 앞으로 만나게 될 내일 세상이 궁금해진다. 분명한 것은 어제와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 사물이 희귀할 정도로 많은 것들이 빠르게 바뀌어 간다. 사람은 어떤가.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긍정적인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만큼 사람도 보다 선하고 좋은 모습을 가지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게도 우리가 목격하는 인간의 모습은 그리 좋아지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우리가 발견하는 사람의 모습은 날이 갈수록 향기가 나기보다 오히려 부정적인 모습을 가지기 일쑤가 아닌가. 날마다 들려오는 정치권 뉴스는 나은 세상을 당겨오는 방법과 정책을 다루기보다 서로 흠집을 내고 헐뜯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그 어느 가닥에도 시민을 위한 배려와 공감어린 고뇌는 보이지 않는다. 상대 후보의 약점에만 집중하고 끌어내리기에 혈안이 되어 시민의 삶을 숙고하고 도시의 내일을 신중하게 설계한 흔적이 도무지 없다. 도대체 무엇으로 세상을 바꾸고 어떻게 시민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후보단일화와 세력대결에 마음을 쏟은 나머지 시민의 삶은 후보들의 관심 밖으로 한참 멀어져 있다. 선거를 거듭해도 나아지지 않는 정치풍토는 과연 시민의 투표로 바꿀 수 있을까.학교폭력과 아동학대는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어 그리 새로운 뉴스거리도 되지 못한다. 혐오범죄와 성범죄도 이 땅에서 사라질 줄 모른다. 기술은 나날이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움직여 가는데 인성은 어찌하여 좀처럼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문명과 인성이 함께 발전해 갈 방법은 없는 것일까. 세상이 제아무리 발전하여 좋아진다 해도 사람들 간에 갈등과 반목, 폭력과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면, 그 모든 긍정의 에너지는 부정의 늪을 헤매고 말 것이 아닌가. 하드웨어가 발전하는 만큼 소프트파워가 균형있게 자리를 잡도록 사회적 관심과 배려를 기울여야 한다. 날이 갈수록 교육의 책임이 무겁고 인문학적 소양이 맡아야 할 자리가 넓지 않은가.기술과 문명의 발달만으로는 세상이 좋아지지 않는다. 겉으로만 그럴듯할 뿐 자칫 인간의 속성과 세상의 모습을 오히려 그르칠 확률마저 보인다. 기술에 대한 이해와 이웃을 생각하고 함께 호흡하는 공동체성을 길러야 한다. 나만 행복한 멋진 세상이 아니라 함께 누리는 즐거운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 부유한 선진국을 향해 달려왔다면, 이제는 ‘착한 나라’를 만들 욕심도 부려야 한다. 예전의 어른들은 어째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을까. 오늘 우리는 ‘돈 잘 버는 사람이 되라’고만 가르치지 않는가. 인성도 기술과 함께 균형있게 길러야 한다. 사람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

2021-03-17

표류하는 ‘대구취수원 이전’ 해법을 찾아라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 16일 ‘시·도민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먹는 물 문제는 국민의 생명권과 직결된 문제다. 무엇보다 먼저 중앙정부에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대구 취수원 문제를 지역간 갈등이라며 수수방관하지 말고 정부가 문제해결의 전면에 나서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안전한 취수원 확보문제가 대구시의 최대현안인데도 불구하고 표류를 거듭하고 있는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명한 것이다. 권 시장이 이날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에 대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줄 것을 주문한 것은 지금까지 대구시가 구미시·경북도와 셀 수 없을 정도로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실패를 거듭해 왔기 때문이다. 취수원 이전에 대한 구미시민들의 반대여론은 강경하다. 대구시는 정부용역 결과 하루 30만t의 물을 해평취수장에서 공급해도 구미에 별 영향이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구미시민, 특히 해평면 주민들은 해평취수장의 물을 대구와 공동으로 사용할 경우 현재의 상수원 보호구역이 확대돼 재산권이 침해되고 수질규제가 강화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 구미시도 당연히 취수원 공동사용은 구미시민 의견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번 권 시장의 호소문과 관련해서도 구미시 범시민반대추진위원회는 “구미시민 동의 없는 대구취수원의 구미 이전은 절대 안된다”고 못박았다.권 시장도 강조했지만 먹는 물 문제는 국민의 생명권과 직결되기 때문에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출범당시 대구취수원 이전문제 해결을 약속해 놓고도 아직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태도로 봤을 때 여전히 해결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현장설명회 등의 방법을 통해 구미시민들의 입장을 충분히 경청하고, 해평취수원 공동사용으로 구미시민들이 입는 피해가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보상을 해주기로 약속해야 한다. 그래야 해평면민을 포함한 구미시민들의 마음이 열릴 수 있다.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는 243만 대구시민들의 건강과 직결돼 있어 권 시장이 꼭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 1991년 발생한 페놀사고에 이어, 매곡 취수장 낙동강 원수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이후 대구시민들의 수돗물 불신은 극에 달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21-03-17

TK통합신공항 특별법, 결국 폐기되나

여당의 반대로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던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이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은 그동안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비롯, 국민의힘 대구·경북 의원들이 강력하게 처리를 요청해왔다.특히 국민의힘 김상훈(대구 서)·송언석(김천) 의원은 법안소위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 동시 통과를 줄기차게 요구했으나, 4월 보궐선거를 의식한 국민의힘 부산 의원들과 민주당 의원들이 합심해 지난 달 19일 법안소위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만 통과시켰다.이 법안은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229명 가운데 찬성 181명, 반대 33명, 기권 15명으로 통과했다. 이후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은 순풍을 타고 있다. 지난 9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국토교통부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 올 하반기 안에 사전 타당성 조사와 함께 전략환경영양평가, 환경영양평가 등 환경성 검토 작업을 거치게 될 예정이다. 가덕도 특별법이 국회에 계류중일 때는 여당도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을 계속 논의하자며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가덕도 특별법 통과 이후 여당은 통합신공항 특별법 논의에 큰 관심없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7일 교통법안소위원회를 열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었으나 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한 비난발언 때문에 파행되고 말았다. 게다가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코앞에 닥쳐 있어 그때까지는 국회 논의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그 이후에는 당대표선거, 대선후보 선정 등으로 눈코 뜰새없는 정치일정이 기다리고 있으니 국민의힘도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에 쏟아부을 전력이 절대부족하다. 다만 민주당 조응천·진성준 의원이‘TK 신공항은 민간 공항과 군 공항이 함께 이전하는 특수한 경우’라며 ‘일리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니 여당을 설득할 교두보로 활용하도록 정치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가덕도 신공항 건설 강행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대구·경북지역 민심을 추스르기 위해서는 TK정치권이 다시 한번 분발해주길 바란다.

2021-03-17

더기빙플레지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는 전 세계 대부호들이 사후나 생전에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을 약속하는 운동을 말한다.이 기구의 목표는 전 세계 대부호들이 그들 순자산의 최소 절반 이상을 일생 동안이나 사후에 기부하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이 기부 서약이 가진 특징은 법률적인 계약이 아니라 도덕적 헌신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강제성을 띤 기구가 아니라는 점이 특징이다.또한 웹사이트에 들어가보면 개인 또는 커플 서명자들이 왜 기부를 하기로 선택했는지 읽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이 자발적으로 기부를 약속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010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그의 아내 멜린다 게이츠, 워렌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서약하며 시작됐다.국내에서는 배달의 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창업자인 김봉진 의장 부부가 지난 달 219번째 기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더기빙플레지에 참여해 재산의 절반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의장은 이 서약을 통해 죽기 전까지 현재 주식가치만 약 11조원에 이르는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게 된다. 김 의장은 사회적 기업이나 재단 설립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아픈 이들을 돕고,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나서고, 미래 교육시스템에 기여하는 등의 활동을 할 계획이다.일부 재벌가 구성원들이 탐욕스런 부의 독점과 갑질행태로 온 국민의 지탄을 받은 게 바로 얼마 전의 일이 아니던가. 볼썽 사나온 재벌가 행태와 달리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부를 쌓은 이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더기빙플레지를 크게 환영한다. 이는 우리 사회가 더욱 성숙해지고 있다는 방증이자 증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17

북한 경제의 ‘자력갱생’이 불가능한 이유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김정은 체제 하의 노동당 8차 대회는 1월 평양에서 끝났다. 연이어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새로운 각료를 인준했다. 김정은은 당 대회에서 경제 5개년 계획의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고, 북한 경제의 ‘자력갱생(自力更生)’원칙을 선포했다. 이 원칙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며 북한 선대 지도자들도 외쳤던 구호일 뿐이다. 김일성도 주체사상에서 경제의 ‘자립’을 강조했고, 김정일 역시 경제 강국 건설을 인민들의 자주적 역량에 두었다. 북한 경제가 외세에 의존치 않고 자력으로 살아나겠다는 포부는 좋지만 그 실현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우선 북한 경제는 자력으로 소생하기 힘들 정도로 침체해 있다. 과거 어느 시기 북한 여러 곳곳을 돌아본 본 적이 있다. 경제의 토대인 사회 간접자본(SOC)은 어느 곳이나 보잘 것 없었다. 북한의 산들은 대부분 민둥산이고 비포장 도로에는 소달구지가 다녔다. 집단 농장의 옥수수는 메말라 버렸고, 공장 굴뚝에는 연기가 보이지 않았다. 현재 북한의 국내 총생산(GDP)은 세계 200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자에 대한 충성이 지속되는 것 만해도 이상한 일이다. 북한에서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될 때 경제의 자력갱생은 사실상 어렵다.북한 당국은 이를 타파하려 대외 개방을 시도했다. 김정은 등장 이후 19개의 국가 경제 특구가 설치됐다. 함경도에서부터 강원도, 황해도, 평안도 해안을 따라 경제특구를 선포한 것이다. 이러한 경제 특구에는 외국의 투자가 있어야 개발이 보장된다. 그러나 외국의 투자는 성사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도 투자할 여유가 없고 소수의 중국 자본이 라진 선봉에 투입되었을 뿐이다. 북한이 선포한 항금평 특구에도 중국의 투자는 없다. 한국 등 서방의 투자가 없는 북한 경제의 자력갱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그렇다고 북한이 자력으로 내수 경제를 일으킬 수도 없다. 북한 폐쇄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과감한 경제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김정은은 취임 후 집단 농장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개인의 가족 영농까지 허용하고 소토지의 개인 불하도 단행했다. 불 꺼진 국영 공장을 개인에게 임대하기도 했다. 북한의 농공업의 생산성이 일시적으로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력과 인프라가 부족한 북한 땅에서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은 기대할 수 없다. 더구나 관개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북한에서 자연 재해는 엄청난 피해를 초래한다.북한 당국자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개혁·개방을 시도해야 한다. 북한은 현재의 중앙 집권적 통제경제만으로 현상유지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위로부터의 개혁·개방에는 성장과 체제 붕괴라는 모순적인 딜레마가 따른다. 한편 북한은 시장 경제의 확대에 따라 주민들의 의식도 크게 변하고 있다. 탈북 주민 3만5천여명은 이미 남한에 정착해 있다. 북한 당국은 소련의 개방·개혁 과정의 체제 붕괴 현상을 여실히 보았다. 이것이 김정은이 과감히 개혁과 개방을 할 수 없는 이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자력갱생은 하나의 선전 구호일 뿐이다.

2021-03-17

교육 지우기 4 -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평가

이주형산자연중학교 교감봄꽃들이 겨울을 지낸 성적순으로 꽃 축포를 터트린다. 이때 성적은 성적 지상주의에 빠진 이 나라 학교의 해괴망측한 성적과는 근본부터 다르다. 자연은 모두가 1등이다. 매화도, 목련도 자신이 1등이라고 우기지 않는다. 봄꽃을 응원하는 봄비가 지난 들판은 말 그대로 봄꽃 잔치다. 큰봄까치꽃, 냉이꽃, 꽃다지 등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봄을 그린다. 그들이 있기에 봄은 다양한 생명으로 넘친다.자연이 생명의 원천이 되는 방법은 인정이다. 나와 서로를 인정하는 힘, 그것이 자연의 힘이다. 그 힘은 주입된 것이 아니라 시간 위에서 오롯이 혼자 터득한 것이다. 인정은 평가와 연결되며 평가의 방향을 내 안으로 돌린다. 그러기에 자연에는 보여주기 위한, 또 줄세우기식 평가는 없다. 평가의 결과는 진화다. 이런 평가가 자연을 무한 가능성의 공간으로 만들었다.그럼 학교의 평가는 어떤가? 다음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성취평가제는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도입된 평가제로 서열 위주의 평가 방법을 지양하고 학생 개개인의 학업성취도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평가제도입니다.”성취평가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과연 성취평가제도는 목표를 달성했을까? 학생들은 서열 위주의 평가 지옥에서 벗어나 “글로벌 지식기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력과 인성을 겸비한 인재”로 성장하고 있을까? 거친 욕밖에 안 나온다.“창의·인성교육 활성화를 위한 교육과정 개편 및 수준별·맞춤형 교육 여건 조성과 함께 모든 학생의 잠재력과 소질을 최대한 발현시켜줄 수 있는 교수·학습과 평가제도의 확립이 긴요”이는 성취평가제도의 추진 배경이다. 이 글을 인용하다 중간에 끊었다. 왜냐면 교육부의 화려한 말 잔치에 속아 너무도 아름다운 청소년기를 잃어버린 학생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패한 정부 정책에 대한 책임, 누군가는 져야 한다.”라는 글을 생각했다. 생각의 결론은 이 나라 정부는 책임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정부라는 것이다. “내 삶을 책임지는 사람 중심 대한민국”을 외쳤지만, 이 또한 책임지지 못 할 말에 불과한 허언이었다. 무책임한 정부 허언(虛言)의 정점엔 땅 투기꾼보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난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하는 대표 거짓말은 “교육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 혁신을 선도하는 미래인재 양성”이다. 모든 정책은 이상(理想)에 맞춰 만들어졌기 때문에 나쁜 정책은 없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다. 이상이 강할수록 현실과는 멀어진다. 평가 또한 마찬가지다.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 닫는다는 말이 현실이 되는 요즘이다. 추가모집으로도 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교가 속출하고 있는 시점에 지금과 같은 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나? 봄꽃 피기 전에 교육이 망하지 않으려면 학교를 거부하게 만드는 줄세우기식 시험부터 없애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평가의 공정성이 아니라 평가의 필요성이다.

2021-03-17

징검다리

정미영수필가대학 2학년 때였다. 스쳐가는 바람에도 마음이 들뜨는 어느 봄날, 단짝과 교정을 걷다가 초등학교 남자 동창생을 만났다. 재수를 하여 나보다 일 년 뒤에 입학한 신입생이었다.살랑거리는 봄바람 탓이었다. 동창생과 인사말을 주고받는데 바람이 불어 머리카락 한 올이 내 입술에 얹혔다. 그 순간 그가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치웠다. 허물없는 사이라 짜릿한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옆에 있던 단짝은 그 행동이 참 자상해 보였다고 했다.자상한 손길에서 애틋함을 느꼈을까. 단짝의 첫사랑이 시작되었다. 꽃을 보면 선물하고 싶고, 차를 마시면 찻잔 너머로 미소를 건네고 싶은 사람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내 동창생은 누군가를 사랑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 사랑은 사치라고 했다. 그때 그는 갑작스럽게 불거진 부모님의 갈등으로 혼란스러워 했고, 군대 문제로도 고민하던 중이었다. 대학 새내기로서의 발랄함은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운 얼굴이었다.그래도 나는 단짝의 사랑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어느 새 스며든 사랑은 온몸을 적셔 친구는 힘든 가슴앓이를 했다. 슬픈 시만 골라 읽고 떨어지는 꽃잎에도 눈물을 흘리는, 그 아픔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친구가 밤새워 쓴 편지를 전해주기도 하고, 일부러 동창생과 자리를 마련해 함께 밥을 먹었다.대학축제 기간이었다. 떠들썩한 분위기에 휩쓸려 모두가 흥겨운 듯 보였는데 문득 친구가 바다 이야기를 했다. 밤바다가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듣고 하늘을 자유로이 나는 갈매기를 보면 가슴이 좀 트일 것 같다고 했다.무작정 부산행 열차를 타고 광안리로 갔다. 자판기 커피를 뽑아 모래밭에 앉았다. 별 말 없이 앉아 있던 친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엉엉 울었다. 그냥 그렇게 내버려 두었다. 친구의 작은 몸집 어디에 그토록 많은 눈물이 숨어 있었는지,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이 큰 눈물인 줄 그때 처음 알았다.바다에 다녀온 뒤였다. 동창생을 만나면 때때로 모진 말들이 내 목까지 차올랐다. 네가 그렇게 잘 났냐는 둥 사람 마음 아프게 하면 벌 받는다는 둥…. 그러나 입 안에서 맴돌 뿐 내뱉지 못했다. 그도 소중한 내 친구였으므로.나는 둘 사이의 징검다리였다. 동창생은 친구인 내가 가운데 있어 단짝에게 매몰차게 거절 못했다. 단짝 또한 본심을 직접 전하지 않고 대부분 나를 통했다. 둘 사이의 연결이 쉽지 않았다. 두 사람은 마음의 강을 사이에 두고 쉽게 건너지 못했다.어렸을 때 강에 드문드문 놓인 징검다리를 건넌 적이 있었다. 반쯤 건넜는데 가운데 징검돌 두세 개가 없어서 난처했다. 무리를 해서 뛰기에는 돌 사이가 넓었다. 물에 빠질 것 같았다. 건너지 못하고 뒤돌아 나와 멀리 에둘러갔다. 길을 잇는 것도 그러한데 하물며 사람의 마음을 이어 주는 일임에랴. 그때 나는 징검다리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양쪽을 연결하지 못하면 징검다리는 소용없다.얼마 전 어린 조카에게 전래동화를 들려주었다. 북두칠성이 된 일곱 형제 이야기다. 홀어머니가 일곱 형제와 살고 있었다. 추운 겨울날 어머니는 매일 밤 집을 나서 이웃집에 놀러갔다. 형제는 어머니가 차가운 강물을 건너야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징검돌을 놓아 다리를 만들었다. 아들이 징검다리를 놓았다는 것을 모르는 어머니는 기도했다. 이렇게 고마운 사람들을 하늘의 별이 되게 해달라고. 일곱 아들은 나중에 별이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북두칠성이라 했다.누군가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연락이 뜸한 친구와 친구를 연결해 주고, 어쩌다 소원해진 가족과 가족을 손잡게 하고,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고 싶다. 물이 좀 깊어도 징검돌이 있으면 누구라도 건너볼만한 용기가 생긴다. 아쉬운 자리마다 든든하고 판판한 징검돌로 놓이고 싶다. 그러다 보면 나 또한 밤하늘의 별빛을 닮을 수 있지 않을까.

2021-03-17

삶을 자작하는 숲에 들다

봄은 소리 없이 온다. 겨우내 사납게 휘몰아치던 바람이 제풀에 지칠 즈음, 때를 노려 땅속에서 생명이 꿈틀거린다. 무포산 나무들도 하나씩 깨어나 물기를 빨아올린다. 청송군 피나무재의 자작나무 숲에는 벌써 봄이 와 있다.마음이 가고 소리가 나는 데로 걷다 보니 어느새 자작나무 숲에 들었다. 새하얀 수피를 찢고 나온 나뭇가지가 손을 내민다. 손가락 하나 정도의 굵기와 서너 개를 합쳐 놓은 굵기가 서로 어긋나게 자라고 있다. 찢어지고 해진 수피에 손을 대자 바스락거리며 껍질 하나가 떨어진다. 숲에는 생각하는 것도 소리로 들린다. 쭉쭉 뻗은 나무들 사이로 자작자작 소리가 들려온다.자작나무는 다른 나무와 경쟁하는 것도 싫은가보다. 그네들만 쭉쭉 뻗어 키를 자랑한다. 자작나무는 싹을 틔운 후 10년까지 1년에 1m 이상씩 자란다고 한다. 바람이 불면 길게 늘어진 나뭇가지는 채찍으로 변해 경쟁하는 나무의 수관을 때린다. 그러면 주변의 나무는 머리 부분이 날아가 성장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독불장군이라 부르기도 한다. 참 이기적이다. 그런데 자작나무는 어미나무의 도움을 받지 않고 홀로 제 키를 키운다. 나무껍질에 하얗게 파인 상처가 안쓰럽기까지 하다. 햇빛을 좋아하는 자작나무는 다 자란 성목이 되면 그제야 밝은 그늘이 되어 도움을 준다. 그렇지만 저돌적인 자작나무는 짧은 생을 사는 것으로 그 대가를 치르기도 한다.지난 겨울의 추위도 견딘 자작나무는 그리 두꺼워 보이지 않는 새하얀 껍질로 잘도 견디었다. 껍질은 종이처럼 겹겹이 쌓여있다. 몸피를 두른 하얀색을 만지면 하얀 가루가 포르르 날려 이 마을 저 마을의 궁금한 소식을 알려 줄 것 같다. 겹겹이 두른 껍질에는 풍부한 기름 성분까지 보관하며 자작나무는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대책을 세우고 있다. 하얀 껍질은 시인의 종이가 되어 고향의 골목을 서성이고 화가의 도화지가 되어 산을 그리고 강을 담기도 한다. 때로는 사랑을, 때로는 당부를, 때로는 다짐을 쓰는 것으로 쓰인다.발 앞에 떨어진 수피 한 조각을 들었다. 낡고 흐트러져 볼품이 없다. 비뚤비뚤 모양이 흐트러진 것은 삼십 년 전 기억의 한 조각과 마주한다. 결혼을 앞둔 며칠 전, 어머니는 내게 편지 한 장을 건넸다. 까만 줄이 선명한 종이에 또박또박 눌러 쓴 편지는 시집가는 딸에게 보내는 당부의 글이었다. 어머니는 평소에 아버지에게 무뚝뚝한 아내였고 딸에게도 살가운 엄마가 아니었다. 그런 어머니가 쓴 편지를 나는 잽싸게 한 번 읽고 금방 잊어버렸다. 콩깍지를 뒤집어쓴 딸은 제 갈 길이 바빠 편지의 행간에 숨어 있는 정을 찾지 못했다. 제대로 읽지 않았던 나는 지금껏 어머니의 사랑과 당부를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결혼식 올리는 것을 ‘화촉(樺燭)을 밝힌다’라고 한다. 한자를 가만히 보면 화촉의 ‘樺’ 자는 자작나무이며 ‘燭’은 등불을 말한다.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초로 새롭게 출발하는 한 가정의 앞날을 밝힌다는 뜻이다. 또한 1천500년 전 신라 사람들이 그린 천마도도 자작나무의 껍질에 그린 것이고. 팔만대장경 판의 일부도 자작나무 껍질로 새겼다고 하니, 기록문화를 꽃피운 나무라 할 수 있다.자작나무는 추위에도 강하다. 영하 20∼30도의 혹한을, 새하얀 껍질 하나로 견딘다. 보온을 위해 껍질을 겹겹으로 만든다. 나무의 근원인 부름켜가 얼지 않도록 지켜가며 원통 모양의 열매를 맺는다. 그렇게 견디다 수피 하나를 떨어뜨리기도 한다.나무껍질은 광택이 나는 흰색이다. 종이같이 얇게 옆으로 벗겨져 옛날에는 종이 대용으로도 썼다고 한다. 이렇게 자작나무에서 떨어져 나온 껍질은 종이가 되어 앞서간 시인의 편지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을 사는 시인의 생각을 깨우고 내일을 살아갈 시인의 무채색 글감이 될 것이다.이순혜 수필가백석 시인의 고향인 평안북도 정주에는 모든 게 자작나무로 둘러싸여 있었다. 산골 집의 대들보도 자작나무요. 기둥도. 문살도. 심지어 메밀국수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였다. 시인은 자작나무를 보며 시어를 다듬고 생각을 정리했을 것이다. 나는 오늘 청송군 피나무재에서 자작나무를 마주했는데, 자작나무처럼 자작자작 시를 읊는 시인이 될 수 있을까.피나무재를 떠나는 걸음에 함께 하는 것들이 좋다. 한 걸음 먼저 나선 봄바람이 마음의 온도를 데워주고, 춥다고 움츠렸던 몸이 숲에서 기지개를 켤 수 있게 해 주었다. 새하얀 몸통의 나무를 만나 나의 생을 돌아볼 수 있음에 감사하다. 그리고 오래전 잊어버렸던 어머니의 그리움 한 가닥 불러와 주었다. 나를 사람 되게 한다. 자작나무 숲이.

2021-03-17

포항에 무형문화재가 필요하다

박창원수필가포항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금석문인 중성리신라비를 비롯한 국보 2점, 보물 7점, 중요민속자료(모포줄) 1점, 사적 2곳, 천연기념물 3곳, 국가명승(덕동) 1곳 등의 국가지정 문화재가 있다. 또 오어사대웅전을 비롯한 다수의 도지정 문화재가 있다.하지만 국가지정이든 도지정이든 무형문화재는 한 점도 없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될 만한 문화유산이 하나도 없어서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의 무관심과 의지 부족 때문이다. 무형문화재란 말 그대로 무형의 문화재이기에 관심이 소홀한 사이에 사라지기 쉽다. 그러기에 소멸되기 전에 발굴하여 가치가 높은 것은 정책적으로 보존해야 한다.포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자산 중 무형문화재가 될 만한 것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산간지방의 민속놀이인 지게상여놀이, 여성들의 줄다리기 놀이인 앉은줄다리기, 흥해지역의 농요, 여성민속놀이인 월월이청청이 그것이다. 죽장면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지게상여놀이는 옛날 가난한 산간 지방에서 행해지던 장례풍속이 놀이로 변한 사례다. 여러 개의 지게로 상여를 만들어 운구하는 풍습을 흉내 낸 놀이인데, 놀이의 유래나 방식이 독특할 뿐만 아니라 현재도 잘 전승되고 있어서 무형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높다.송라면 해안 지역에 지금도 전해오는 앉은줄다리기는 정월대보름날 앉아서 줄을 당기는 민속놀이이다. 줄 모양이 게 모양이라는 점, 여성들만 참가한다는 점, 앉은 채 당긴다는 점, 이긴 쪽에서 비녀목을 메고 춤을 추면서 행진한다는 점에서 아주 독특한 민속놀이이다.들이 넓고 논농사가 발달한 흥해읍 지역의 농요도 주목할 만한 무형문화유산이다. 흥해농요는 모심는소리나 논매는소리를 비롯해 장르별로 매우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을 전승하고 있는데, 최근에 흥해농요보존회를 중심으로 활발한 전승노력을 펼치고 있는 점이 강점이다.월월이청청은 달밤에 여성들이 모여 즐기는 원무 형태의 달놀이로 남해안의 강강술래에 비견되는 동해안의 민속놀이이다. 포항에 2개 단체에서 전승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2009년 영덕의 월월이청청이 경상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포항의 월월이청청이 추가로 지정받기는 어렵게 됐다.무형문화재로 지정되려면 그 분야의 맥을 잇는 우수한 기능과 문화재적인 가치, 전승 노력 등을 인정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내용에 대한 체계적인 기록과 고증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고, 보존·전승을 위한 자체 노력이 필요하며, 학술 세미나 등을 통한 가치 입증이 뒤따라야 한다.그러나 무형문화유산을 전승하고 있는 농어촌의 주민들이나 기능보유자들은 그러한 방법이나 절차를 잘 모른다. 행정 당국에서 숨어 있는 무형의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전승노력을 지원함으로써 자칫 소멸될 수도 있는 무형문화유산을 보존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 가치 있는 것에 대해서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 행정을 펼쳐야 한다. 그래야 포항도 무형문화재를 가진 도시가 될 수 있다.

2021-03-16

주거니 받거니

박상영​​​​​​​대구가톨릭대 교수우리말 표현 중에 ‘주거니 받거니’라는 게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서로가 물건이나 말을 계속 주고받는 모양을 이르는 말인데, 그 표현이 참 재미있다.주거나 받거나 받거나 주거나 사실 그게 그것인데, 우리는 보통 ‘받거니 주거니’ 하지 않고 ‘주거니 받거니’하는 말을 쓰니 말이다.하지만 사실 이 표현 속에는 인간관계의 비밀을 푸는 중요한 열쇠가 담겨 있다. 다름 아닌 베푸는 삶의 철학 말이다. 우리는 살면서 인간관계로부터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그런데 그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손해 본다는 생각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손해 보는 느낌’이란, 계산적인 관계에서 준 만큼 못 받았다고 느낄 때 생기는 불편한 감정이다.줌-받음이 저울 재듯 일대일 대응이 되면 참 좋겠지만, 인간관계가 어디 그러랴. 그래서 많은 이들이 손해 안 보려고, ‘줌’보다는 ‘받음’을 먼저 생각하고, 설사 ‘줌’을 먼저 행한 후에는 악착같이 ‘받음’을 얻어내려고 애쓰는 게 아닐까. 그런데 ‘주거니 받거니’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줌-받음의 일대일 대응 관계보다는, ‘줌’과 ‘받음’의 선후 문제이다.사실 먼저 ‘주거니’ 하면 얼핏 손해일 법하지만, 오히려 마음은 풍요로워진다. 왜냐하면 퍼주는 과정에서 타인들의 기쁨, 행복, 감사함이 빈자리를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반면 먼저 ‘받거니’ 하려 하면, 주변 사람이 거리를 두고 나아가 그들로부터 빈축을 사게 되어 결국 외로운 삶과 마주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자선은 아무리 베풀어도 지나치지 않는다.”라고 했고 달라이 라마도 우리가 받는 따뜻함/애정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우리가 주는 따뜻함/애정”이라고 설파한 바 있는 것이다.주는 게 오히려 얻는 것이라는 삶의 철학을 깊이 깨친 사람들은 늘 스스로도 행복할 뿐 아니라 타인의 존경도 함께 얻는 법이다. “재산을 갖고 죽는다는 건 인간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며 비록 가난한 농부 아들로 태어나 가방끈도 짧았지만 평생 번 돈을 사회에 아낌없이 환원한 미국의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 무려 99칸의 집채와 800석의 쌀 보관이 가능했던 곳간을 지닌 만석꾼이었지만 흉년에 누구나 쌀을 가져가도록 아예 곳간 문을 열어 놓은 경주 최씨나 ‘타인능해(他人能解·누구나 열 수 있다)’라는 글씨를 새긴 큰 쌀독을 고택에 두고, 흉년 시 누구든 쌀을 가져가게 한 조선 후기 낙안군수 유이주, 전 재산을 털어 쌀 500석을 사서는 기근 시, 관덕정에 솥을 걸고 죽을 쒀서 제주도민 3분의 2를 먹여 살린 여성 김만덕 등등….이처럼 먼저 베푸는 이들의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런데도 우리는 타인에게 먼저 받기를 원한다. 계속 받기만 원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받으면 받은 만큼만 딱주는 사람도 있고, 받지 않으면 아예 먼저 주는 법이 없는 사람도 있다. 꼭 무언가를 가져야만 타인에게 먼저 손 내밀 수 있는 게 결코 아니다. 우리가 가진 작은 것에서부터 충분히 ‘주거니’ 하는 삶을 살 수가 있다. 비우면 비울수록 더 많은 것이 채워지고 삶이 보다 풍요로워진다는 고금의 진리, 바야흐로 다가오는 4월에는 다들 한번 이를 깊이 새겨보는 시간이면 좋겠다.

2021-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