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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암은 곧 사망선고`… 개인따라 달라

“세상에, 큰 집 아주버님이 간암이라네요. 암세포가 온몸에 퍼져서 3개월 시한부 선고까지 받았다는데… 명절 내내 초상집 분위기였어요.”추석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한 직장인들 사이에서 주요 화젯거리는 친지들의 건강소식이었다.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10일간의 역대 최장 연휴였던 터라 오랜만에 친인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얘깃거리 중 하나가 바로 `건강`이다. 그중에서도 누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은 듣는 사람조차 가슴 철렁하게 만드는 가장 안타까운 안부로 꼽힌다.암 선고 뒤 치료 포기도 과학적 효과 증명되지 않은민간요법은 부작용 위험위·대장암 수술 환자는반드시 육류로 체력 보충유기농도 무조건 안심 못해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무서워하는 질병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대부분 암을 말한다. 매년 50만명의 암 환자가 투병생활을 하고 있기도 하다.10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 등에 따르면 한국인의 암 발생률은 36.9%에 달한다. 3명 중 1명 이상이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자연스레 암에 관한 정보도 차고 넘친다. 문제는 잘못된 정보가 자칫 병을 악화시키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흔히 환자들은 암 진단을 받는 순간 `암은 곧 사망 선고`라는 공포감에 사로잡혀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진다. `암이 진행됐다`는 선고를 받은 뒤 절망과 충격 속에 아예 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암세포가 인체 기능을 약화시키고 정상세포를 밀어내는 것은 맞지만 당장 순식간에 목숨을 앗아가진 않는다. 물론 진행된 암은 치료에 장애 요인이 되기는 하지만 암은 의학적 분석이나 치료 방법을 정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병의 분류일 뿐이다. 개인의 체력이나 병세에 따라 암과 더불어 예상수명 이상의 삶을 더 영위할 수도 있다.심리적 불안감에 암 환자들은 민간요법에 쉽게 의존하기도 한다. 한국 성인 암 환자의 50~60% 이상이 민간요법을 시도해봤으며 이 가운데 50%가량이 한달 50만원 이상 지출해봤다는 조사결과도 있다.민간요법 대부분은 과학적으로 효과가 증명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가격 효과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인 데다 부작용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소화장애나 설사, 독성감염 등으로 인해 심신이 약해진 암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잔류 농약이나 중금속 등의 안전성도 보장할 수 없다.널리 알려진 민간요법으로는 동충하초가 있다. 면역력 강화와 항암 효과가 있다고 믿지만 암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오염물질에 의한 납 중독을 문제 삼았다.위, 대장암 수술을 한 환자는 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는 속설도 있다. 하지만 수술 후 체중을 늘리고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반드시 육류를 섭취해야 한다. 특히 항암제 투여로 체력이 저하된 경우 고단백, 고칼로리 음식을 필수적으로 먹어야 한다.유기농 제품이나 항산화 식품을 먹으면 암을 피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도 있다.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은 유기농 식품은 건강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모든 식품에는 항산화 성분과 함께 발암 성분도 포함돼 있어 유기농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심할 수만은 없다.알로에의 샤프롤, 파슬리에 들어 있는 소랄렌, 버섯의 셀레릴 하이드라진, 마늘에 들어 있는 이소시오시아네이트 등은 발암 작용을 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지부 이종주 원장은 “암 예방을 위해서는 다양한 제철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어느 말기암 환자가 온몸에 암세포가 퍼져 3개월밖에 못산다고 했으나 마음을 잡고 열심히 투병 생활을 해 생존하는 경우도 있었다. 암이 진행됐다고 하더라도 환자 스스로 나을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을 갖고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하면 완치 혹은 완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2017-10-11

방한 의료관광객 “한국 의료서비스 우수… 의사소통은 불편”

한국을 찾은 외국인 의료관광객들이 국내 의료서비스 우수성을 인정하면서도 의사소통에 불편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10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의료관광객 2천152명을 대상으로 의료관광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전체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05점을 기록했다. 의료진의 기술력과 의료시설 환경 만족도가 4.23점으로 높았고 외국인환자 대상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도 4.08점으로 높게 평가받았다.한국을 선택한 이유로는 의료진의 우수한 의료기술을 꼽은 사람이 61.0%로 가장 많았다. 의료기관 신뢰도(52.0%), 최첨단 의료장비 및 시설(41.0%) 등이 뒤를 이었다.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많이 이용하는 의료서비스 유형은 `진료·시술`이 50.0%로 가장 많았다. 성형수술도 30.6%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20대 이하 환자 중에는 49.5%, 중국 환자 중에는 52.4%가 성형수술을 하러 한국에 왔다고 답했다. 이용한 진료 과목도 성형외과가 35.3%로 가장 많았다. 외국인 의료관광객들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항 중에는 통역·의사소통(40.2%)이 가장 많았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의 통역·의사소통 불만(47.1%)이 다른 국가보다 높은 편에 속했다. /김민정기자

2017-10-11

눈앞에 먼지 떠다니는 듯 보이면 안과 오세요

▲ 이기일 원장 좋은의사들 안과`백세시대`가 도래하면서 안과 정기검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역 곳곳에 첨단 안과검사 장비 보급력까지 높아지면서 숨어 있는 안구(眼球) 내 질환들도 조기 발견되고 있다. 안과의원에서 간단히 세극등(slit lamp) 검사로 발견할 수 있는 백내장, 결막염 등 전안부(anterior ocular segment) 질환 외에도 최근 정밀검진으로 진단율이 높아진 질환을 꼽으라면 단연 `망막전막(網膜前膜, epiretinal membrane)`을 들 수가 있다.망막이란 카메라의 필름과도 같은 신경 조직으로 각막과 수정체를 통과한 빛 자극을 전기신호로 바꿔 뇌로 신호를 보내는 기능을 한다. 망막조직 앞에 말 그대로 비정상적인 섬유성 막이 증식한 것이 `망막전막`으로 망막을 변형시켜 빛의 초점을 맺는 것을 방해하는 질환이다.발생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소위 비문증(눈앞에 먼지가 떠다니는 듯 보이는 증상)의 주요한 원인이 되는 `후유리체박리(posterior vitreous detachment)`라는 노화현상과 관련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전체 환자 가운데 노년층 유병률이 25%에 육박하는 비교적 흔한 질병으로 연령에 따라 빈도가 증가한다. 특히 50세 이상에서 발병률이 높은데 눈 수술이나 외상, 눈의 염증 질환에 의해 이차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을 수 있지만 병이 진행되면 자각 증상이 나타난다. 시력이 떨어지거나 시야가 흐리게 보일 수 있고, 물체가 휘어져 보이는 변형시(metamorphopsia)도 발생할 수 있다.망막전막은 안과에서 안저검사나 빛간섭단층촬영(OCT)을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진단되더라도 급히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증상의 정도에 따라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빛간섭단층촬영의 경우 망막의 변형이나 이로 인한 황반부 망막두께를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정확도로 측정할 수 있어 진단뿐만 아니라 망막전막의 진행 정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아직까지 망막전막을 치료하는 특효 약물은 없지만 적절한 시기가 되면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시력이 이유없이 0.5 미만으로 떨어지거나 사물이 휘어 보이는 변형시가 심해져 불편을 느낄 때 수술을 결정한다.만약 망막전막으로 인해 망막 중심부의 구조적인 변형이 심해지면 황반 시세포 손상으로 인한 비가역적인 손상을 유발한다. 이에 최근에는 망막전막을 벗겨 제거하는 유리체 절제술 및 망막전막 제거술을 시행하고 있다.눈을 채우고 있는 점액성의 지지 조직인 유리체(vitreous body)를 제거한 후 미세한 집게인 포셉(forcep)으로 망막전막을 조심스럽게 벗겨 내는 비교적 큰 수술로 대개 한 시간 이상이 소요된다.백내장 수술이나 굴절 수술과는 달리 수술 후에도 병이 생기기 전의 정상 시력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시력이 회복되는 데 3개월가량 소요된다. 유리체 절제술로 인해 이차적으로 백내장이 생길 수 있으므로 백내장 수술과 병행하기도 한다.과거에는 망막수술을 하기 위해 며칠간 입원 치료가 필요하거나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수술 시 결막을 많이 절개해 수술 후 회복기간이 길어 환자들에게 여러모로 불편했다.최근엔 국소마취 상태에서 결막을 열지 않고 주삿바늘보다 얇은 유리체 절제기구(25 gauge)를 이용해 수술하므로 통증이 거의 없고 봉합도 필요 없어 수술 후 회복까지 빨라졌다. 당일수술이 가능하기도 하다.비록 크기는 작지만 신체의 중요한 장기인 눈은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미국안과학회는 40세부터 2년마다, 65세부터는 매년 안과 정밀검진을 받도록 권하고 있다. 무관심 속에 숨어 있을 수 있는 안질환을 조기 발견해 더 밝은 백세시대를 준비하자.

2017-10-11

빡빡한 눈 `안구건조증` 스마트기기 자제하고 누점폐쇄술로 치료

“어휴, 요즘 부쩍 눈이 따갑네.”직장인 정모(55·북구 우현동)씨는 근래 업무 중간 중간 손으로 눈을 자주 비빈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뻑뻑한 느낌이 들고 지그시 감고 있으면 약간 따갑기까지 했다.신문을 볼 땐 제목처럼 큼지막한 글씨만 읽는다. 인상을 찌푸려 글자를 쳐다보면 금세 눈의 피로감을 느낀다. 컴퓨터와 휴대전화 화면 글씨는 이미 최대로 키웠다. 부득이하게 작은 글씨를 읽어야 할 땐 돋보기를 찾는다.결국 정씨는 지난주 안과에 갔다. 의사는 눈이 건조할 때마다 넣으면 된다며 작은 투명 용기에 담긴 액체를 권했다. 눈물약이다.그는 “생전 처음 눈물약이란 걸 써본다”며 “온종일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니 퇴근할 때쯤엔 눈이 빨개져 있다. 농사지으시는 부모님은 돋보기 없이도 무리 없이 생활하는데 오히려 자식인 내 눈 건강이 더 나쁜 것 같다”고 말했다.최근 정씨처럼 눈(目) 건조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땅에 가뭄이 들듯 사람의 눈도 눈물이 부족하면 바싹 마른다.특히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 사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눈은 쉽게 건조해진다. 눈물막이 불안정해지면 안구표면 손상이나 시력저하 등이 나타난다.문제는 안구건조증이 단순히 눈의 수분 부족만으로 나타나는 질환이 아니라는 것이다. 눈물은 총 3개의 층으로 이뤄져 있는데 바깥부터 지방층·수성층·점액층으로 구분된다.각 성분을 분비하는 기관이나 세포도 다르다.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눈물막이 불안정해진다. 눈물이 마른 탓에 생긴 안구건조증도 있지만, 지방층이 부족하거나 점액분비 기능이 떨어져서 안구건조증이 나타나기도 한다.일반적으로는 안과 검진을 통해 눈물막 두께, 눈물막찌꺼기, 눈물막 파괴시간 등을 검사할 수 있다. 점액 분비물과 안구표면 손상 정도를 파악하고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눈물 삼투압이나 눈꺼풀테 염증 등을 진단한다.검사결과에 따라 안구건조증을 분류하고 증상 정도에 따라 중증도 파악이 가능하다. 먼저 인공눈물로 원인질환을 치료하고 눈물막 보존을 위해 누점플러그를 이용한 누점폐쇄술을 시행할 수 있다. 최근에는 눈물 또는 뮤신 분비를 촉진하는 안약, 그리고 안구 표면의 염증을 줄여주는 안약도 사용된다.안구건조증 치료는 증상을 완화해 여러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컴퓨터나 스마트기기 사용을 자제하고 안구건조증을 악화시키는 흡연, 콘택트렌즈 등 원인을 피하거나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전자기기를 장시간 사용할 때에는 틈틈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한 곳을 집중해서 바라보면 눈 깜박임 횟수가 줄어 눈이 금세 건조해진다.미세먼지와 황사가 심할 때에는 외출 시간을 줄이고 야외활동 후에는 손을 닦고 인공눈물을 넣는다.콘택트렌즈를 꼈을 때는 인공눈물을 넣어 눈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전문의들은 방부제가 없는 일회용 인공눈물 사용을 권한다. 잠을 잘 땐 렌즈를 빼야 눈 건조함을 줄일 수 있다.에어컨·선풍기·히터 바람은 눈으로 직접 오지 않도록 한다.가습기나 젖은 수건을 이용해 주변 습도를 조절하거나 따뜻한 수건으로 눈을 찜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비타민 A가 풍부하게 들어 있는 당근, 안토시아닌을 함유하고 있는 블루베리, 오메가3가 함유된 생선을 섭취하면 눈 건강에 도움을 준다.눈 속 이물감이 심하고 가려운 증상이 지속된다면 가급적 손으로 눈을 비비지 말고 바로 안과를 방문해야 한다.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북부건강검진센터 허정욱 원장은 “안구건조증은 컴퓨터와 휴대전화 과다 사용으로 인한 대표적인 현대인 질환”이라며 “20~30대 환자가 많은 편이지만 최근엔 중장년층 직장인들도 눈 건조함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었다. 모바일 기기 사용이 늘면서 눈 건강이 크게 나빠지고 있어 생활습관 개선 및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2017-09-27

10년 이상 지속된 지긋지긋한 골반 통증 하루아침에 말끔히 사라져 새 세상 온듯

높고 푸른 하늘을 보며 포항으로 가는 ktx 기차에 올랐다. 비록 수술 후 경과를 보기 위해 진료받으러 가는 길이지만, 아주 오랜만에 느끼는 행복이다.10년 이상 지속된 골반 통증은 좋아하던 여행도, 주부로서의 역할도 포기하게 했다. 생리 때만 아니라 나의 일상은 줄곧 골반 통증과 요통, 밑이 빠질 것 같은 통증, 하복통과 함께했다.신통하다고 소문난 골반통 전문가까지 찾아다녔지만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가슴은 답답한데 누구 하나 이해해주지 않아 무척 서러웠다.눈물이 났다. 밤낮으로 인터넷을 뒤져 나를 괴롭히는 이 지긋지긋한 통증의 원인을 찾아보기로 했다.그러다 지방의 한 산부인과 의사가 쓴 글을 읽게 됐다. 포항성모병원 의사란다. 그는 자신을 오랜 시간 심부 자궁내막증 진단과 치료법을 연구해왔다고 소개했다.많은 환자들이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고통 속에 살고 있어 신문칼럼을 통해 정기적으로 심부 자궁내막증에 관한 글만 게재하고 있다고 했다.같은 통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모여 만든 인터넷 카페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생전 처음 포항이란 도시로 향했다.10분가량 진료상담 후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자궁과 직장 사이 깊은 골반에 위치한 우측 자궁천골 인대의 심부 자궁내막증 진단을 받았다. `이렇게 쉽게 진단할 수 있는 병이었다니!`이어 골반 중심으로 MRI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전에 받았던 척추 중심의 MRI는 소용이 없다고 했다. 어리둥절하면서도 비싼 검사비용에 의심이 들었다.하지만 이전에는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던 병명을 확인한 터라 마음은 쉽게 움직였다. 애초 계획을 바꿔 포항에서 하룻밤 묵으며 금식하고 다음날 MRI검사 후 서울로 돌아왔다. 기대와 의심이 공존하는 복잡한 심정으로 결과를 기다렸다.이틀 뒤 걸려온 전화. “환자의 병은 우측 자궁천골 인대가 엄지손가락 크기로 커진 심부 자궁내막증입니다. 복강경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며 수술 후 통증은 사라질 것입니다.”가족들과 고민 후 수술을 받기로 했다. `이 지긋지긋한 통증이 사라질 수만 있다면!`수술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통증은 지속됐고 자꾸만 조바심이 들었다. 병원에 전화를 걸어 “죽고 싶다, 살려달라”는 거친 말로 수술 일정을 당겨보려 했다. 기다리라는 답변만 돌아왔다.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차례가 됐다. 수술 다음날 아침 회진을 온 선생님은 “이제 안 아프죠?”라고 물었다. 긴 잠에서 막 깨어난 터라 “뭐가 안 아프냐는 거지?”싶어 잠시 생각에 잠겼다. 통증 자체를 잊고 있었던 것이다.퇴원 후 일주일이 지나 포항으로 가는 길. 비록 진료 때문이지만 `여행`을 가는 기분이다. 극심한 통증에 시달릴 땐 기차에 편히 앉아 어디 간다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느긋한 마음으로 창가 풍경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할 뿐.이제 내가 할 일은 오직 하나. 주변에 알리는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심부 자궁내막증 환자들과 여행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

2017-09-27

쉬어도 쉬어도 개운하지 않다면…`만성피로증후군` 의심해 보세요

“피곤하다, 피곤해”포항지역 금융업계에서 7년 가까이 일해온 직장인 박기영(38)씨는 평소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사무실에 출근한 뒤부터 온종일 피곤을 호소한다. 미혼인 그는 퇴근 후엔 주로 거실에 누워 TV를 보거나 휴식 시간을 가지지만 늘 무기력감을 느낀다고. 박씨는 “주말에는 틈틈이 잠을 많이 자는데도 몸이 뻐근하고 찌뿌둥하다”며 “피곤함 때문인지 업무 외엔 다른 어떤 일에도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왜 자꾸만 피곤을 느끼는 걸까.흔히 잠이 부족하거나 과로하면 피로를 느낀다. 이런 경우 보통 휴식을 취하면 피로감이 줄어든다. 오랜 시간 지속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다른 원인이 있는지 살펴볼 때다.만약 6개월 이상 피로감이 계속 이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기억력 감퇴, 수면장애, 근골격계 통증 등이 동반될 경우 만성피로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체중 감소와 우울, 불안, 손발이 저리거나 찬 증상, 어지럼증, 호흡곤란, 식욕 부진, 소화 불량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아직까지 만성피로증후군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주로 우울감이나 스트레스처럼 정신적인 문제로 인해 나타나는 가장 흔한 증상으로 보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바이러스 감염을 포함한 각종 감염증, 신경호르몬계의 이상, 신경전달물질 분비 이상, 미량영양소 부족, 독성 물질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특정 원인이 없는 만큼 치료에도 특별한 원칙이 정해져 있진 않다. 증상 호전에 중점을 두고 치료한다면 항우울제를 처방하거나 미량영양소 공급을 시도하기도 한다.특이한 증상이 없는 한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환자들은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것만으로 호전된다.가장 간단한 방법은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이다. 가급적 저녁 10시에 잠자리에 들며 주위를 깜깜하게 하고 7시간 이상 수면을 취한다.스트레스만큼 정신건강에 해로운 것도 없다. 가벼운 산책이나 취미생활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과거에는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에게 운동이 오히려 피로 증상을 악화시킨다고 여겨 권하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점진적 유산소 운동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걷기·자전거 타기·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하루 10분씩 시작해 5분씩 늘려가며 주 5일간 30분 이상 할 수 있도록 운동량을 늘려야 한다. 도중에 피곤함을 느끼면 다시 운동량을 줄이는 식으로 매우 천천히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비타민 D 합성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팔다리를 노출해 야외에서 운동하는 것이 좋다.시간과 노력을 들여 운동하지 않아도 일상생활에서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피로감을 줄일 수 있다. 업무 우선순위를 정해 가장 기운이 넘칠 때 중요한 일을 처리하고 비교적 덜 중요한 일은 미루는 것도 피로감을 줄이는 하나의 요령이다.정제되지 않은 곡류 중심으로 식단을 구성하고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채소와 지방이 적은 순 살코기, 생선류 위주로 골고루 먹어야 한다. 하루 8~10잔의 물로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2017-09-13

중증 이상일땐 약물치료가 필수적

▲ 이근아 진료과장 건강관리협회 대구지부 건강검진센터우울한 기분은 정상적인 반응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우울감이 생각을 지배해 마치 선글라스를 낀 것처럼 세상이 온통 어둡게만 보이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태에 빠져든다면 정상적인 우울감과 구분해야 한다. 이러한 증상을 `우울증`이라 부른다.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고 의욕과 흥미가 떨어지는 증상이다. 불면증과 같은 수면 장애를 겪거나 식욕 저하, 부정적 사고, 지나친 죄책감을 유발하고 더 나아가 자살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과 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그렇다면 우울증은 왜, 어떤 사람들이 걸리는 것일까?지난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년간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은 61만명에 이른다. 성인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다. 누구나 경험할 만큼 흔하고 당연한 감정이란 뜻이다.우울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과학적으로도 설명할 수 있는 병이다. 우울증에 기여하는 생물학적, 사회환경적, 유전적 요인들이 밝혀지고 있고 2개월 이내 초기 완쾌율이 70~80%에 이르는 질환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치료 방법은 정신치료와 약물치료가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우울증 환자의 증상과 신체 상태, 환자의 선호도 등을 고려해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한다.먼저 정신치료는 크게 지지정신치료와 정신분석으로 나뉜다. 지지정신치료는 환자가 자아를 회복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는 과정을 말한다.정신분석은 무의식적 갈등을 치료자와 환자가 함께 탐색해 환자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또한 학습된 부정적 정서, 즉 외부 상황에 대해 비논리적 추론과 왜곡이 반복돼 생기는 부정적 예측과 이로 인한 불안, 우울을 인지하고 수정해 나가는 인지행동치료, 대인관계치료 등을 함께 시행한다.가벼운 우울증은 상담만으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지만, 중증 이상의 우울증은 약물치료가 필수적이다. 특히 최근에 개발된 항우울제는 세로토닌을 증가시켜 우울증의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한다. 부작용도 거의 없어 증상을 안전하게 개선할 수 있다. 대부분 항우울제와 함께 정신치료를 병행하는데 이는 우울증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우울감을 개선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자기관리법은 운동이다. 지속적인 운동요법이 항우울제 수준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근육 이완에 도움이 되는 스트레칭이나 요가를 추천한다.계절성 우울증의 경우 광 치료가 도움이 된다. 이때 2500룩스 이상의 특수전등을 최소 2주 이상 사용하는 방법을 권장한다. 독서 치료와 아로마요법 등도 도움이 되지만 힘들 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는지도 중요하다.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빨리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었지만, 심리적 문제에 대한 대처만큼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미흡하다. 내면의 감정에 귀를 기울이고 언제든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비로소 탈우울의 희망이 시작될 것이다.우울증 치료를 마치는 날 반드시 환자에게 하는 질문이 있다. “우울증이 없었다면 좋았겠지만 우울증을 통해 얻은 것은 무엇입니까?”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모든 환자들이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새로운 나를 찾은 기분입니다. 사는 게 이렇게 재미있는지 몰랐습니다. 가족의 소중함까지 깨달았습니다.” 몸에 난 상처는 때로 흉터를 남기지만 마음의 상처는 성장이라는 보상을 남긴다.

2017-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