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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흡연 청소년, 극단적 다이어트법 찾는다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은 약물 복용이나 단식처럼 건강하지 않은 다이어트 요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14일 조영규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지난 2014년 정부가 실시한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 참여자 3만1천90명의 다이어트 경험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연구진은 먼저 건강하지 않은 다이어트를 `극단적인 방법`과 `덜 극단적인 방법` 두 가지로 분류했다.극단적인 요법으로는 △살 빼는 약 복용 △설사약 및 이뇨제 복용 △식사 후 구토가 있으며, 덜 극단적인 방법엔 △원 푸드 다이어트 △단식 △다이어트 식품 섭취 △한약 복용이 세부사항으로 포함됐다.이번 조사에서 흡연 남학생은 전체 1만1천632명 중 1천547명(13.3%), 흡연 여학생은 전체 1만9천458명 중 739명(3.8%)으로 각각 나타났다.이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흡연 여학생 중 112명(15.1%)이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비흡연 여학생(5.2%)보다 3배 가까운 수치다. 덜 극단적인 방법으로 체중조절을 하는 경우도 흡연 여학생(38.2%)이 비흡연 여학생(22.6%)보다 1.5배 이상 높았다.남학생 사이에서도 이러한 양상이 나타났다. 흡연 학생이 비흡연 학생보다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약 1.5배, 덜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약 1.2배 더 많이 시도한 것으로 분석됐다.연구진은 청소년기에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극단적인 다이어트 시도는 문제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적절한 지도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조영규 교수는 “일부 청소년은 흡연이 체중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담배를 배우고 있다”며 “극단적인 다이어트 방법을 지속할 경우 거식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어 위험 행동이 습관화되기 전에 교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2017-02-15

자궁내막증, 자궁 제거만이 최선 아냐 정확한 진단으로 병변 완전히 없애야

울산에서 온 39세 미혼여성 A씨가 진료실로 들어왔다. 한눈에 봐도 너무 말랐었다. 30대 여성의 정상체중으로는 보이지 않았다.환자는 10년전 생리통이 심해 찾아간 산부인과 병원에서 우측난소 자궁내막종을 진단받았다고 했다. 복강경하 우측난소 절제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 후에도 생리통, 요통, 다리저림은 계속됐다.수술한 의사에게 원인을 물었더니 자궁 때문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여자로서 자연적으로 당연히 겪어야 하는 일이라는 어투였고, 그렇게 받아들였다.2년간 정기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하던 중에 좌측난소 자궁내막종을 진단받았다. 이번에도 같은 병원에서 수술했다. 복강경하 좌측난소 자궁내막종만 제거하고 난소는 보존했다. 좌측난소마저 제거하면 임신이 불가능하다고 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수술 후 골반 통증은 더욱 심해졌다. 급기야 소화불량과 변비에 시달리면서 음식 섭취가 곤욕스러웠다. 생리와 상관없이 식사 후나 저녁때 갑작스런 복통이 찾아왔다. 2~3개월에 한 번씩 응급실 가는 게 생활습관이 됐다.체중은 15kg이나 빠져 38kg에 이르렀다. 담당의사는 임신을 포기하자며 자궁 적출을 권했다. 환자는 수개월간 고민 끝에 자궁절제술을 받았다. 3년 전 일이다. `난 이제 여자가 아니야. 아이도 가질 수 없어`라는 생각이 자신을 강하게 짓눌렀다. 남자친구와는 헤어졌다. 직장도 관뒀다.생리는 하지 않았지만, 생리주기가 반복되는 것이 신체변화로 느껴졌다. 밑이 빠지는 듯한 항문통과 요통, 다리저림은 계속됐다. 수술을 세 번이나 받고 자궁까지 제거했지만 통증은 지속된다는 현실이 절망적으로 다가왔다. 음식을 먹으면 자꾸만 복통을 느꼈다. 구토 증상은 더 심해졌다. 일반 진통제로는 효과가 없어 마약성 진통제까지 복용했다.서울의 큰 종합병원까지 찾아갔다. 증상이 심각한데다 주변 혈관이나 신경, 요관 손상 위험이 매우 크니 수술은 포기하라는 말을 들었다.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우리 병원을 찾은 환자는 그동안 자신이 겪었던 일을 고백했다. 듣는 내내 마음이 먹먹했다.정확한 진단부터 필요했다. MRI 등 여러 검사 결과 통증의 원인은 자궁이 아니었다. 자궁경부와 직장 사이가 문제였다. 요관과 신경혈관 직장에서 동시에 염증이 발생해 한 덩어리로 뭉쳐진 상태였다. 자궁내막증이 잘 발생하는 부위지만, 수술할 때 병변 부위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특성이 있다.환자는 특히 복벽에 장이 심하게 붙어 있어 장운동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장 마비 또는 일시적인 장폐쇄 증상도 보였다. 주변 장기 손상 위험 가능성이 컸지만 수술을 결심했다. 약으로도, 자궁적출술로도 효과 없는 통증을 치료해주고 싶었다.환자와 가족 설득부터 성공했다. 수술 부담이 컸지만 안전하게 그리고 완전히 자궁내막증을 제거하고 장 유착 박리가 가능하도록 철저히 준비했다.환자 뱃속을 열어보니 이미 4곳에서 장이 복벽에 단단히 유착돼 장운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였다. 복강경 기구를 넣기에도 힘든 정도였다. 조심스레 유착을 떼어내면서 수술을 진행했다.2시간 정도 유착 박리 과정을 거쳐 직장과 질 사이로 넘어갔다. 신경과 혈관을 박리해 심부자궁내막증 병변을 제거했다. 엄지손가락 크기만 한 염증 덩어리가 한 여성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다니. 4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장은 제자리를 찾았다. 오랜 시간 통증을 일으켰던 자궁내막증 병변도 완전히 사라졌다. 수술 다음 날 환자는 이제껏 본 적 없는 가장 편안한 표정과 환한 미소로 나를 맞았다. 3개월 뒤 내원한 환자는 몸무게가 50㎏가 넘었다고 투덜거렸다. 너무 잘 먹어서 그렇다고.자궁내막증은 자궁 제거가 치료법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복되는 골반염, 장염, 방광염으로 항생제 치료를 받는 환자들도 많다. 거듭되는 불완전한 수술은 도리어 유착처럼 심한 합병증으로 환자를 괴롭힌다.진단도 수술도 어려운 심부자궁내막증은 의사가 가장 피하고 싶은 질환 중의 하나다. 그러나 정확한 진단과 완전한 수술에 대한 의사의 열정과 노력만이 환자를 구할 수 있다.

2017-02-15

겨울철 `돌연사` 부르는 위험한 질병

▲ 이종주 원장 한국건강관리협회대구지부겨울철 `돌연사`로 세상을 떠나는 이들이 많다. 평소 건강을 자신하던 사람들이 등산을 하거나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다가 심근경색 등으로 사망했다는 뉴스가 많은 것도 겨울철이다. 겨울철에는 심근경색, 뇌졸중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심근경색은 40~50대 중년남성의 저승사자다.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혈전(피떡)으로 막혀 혈액 공급이 차단되는 질환이다. 심근경색으로 혈관이 완전히 막혀버리면 극심한 가슴 통증이 30분 이상 지속되고 식은땀, 구토, 졸도 등이 동반된다.전문의들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이 심근경색의 연결고리라고 지적한다. 부정맥으로 혈압이 내려가면 뇌손상이 발생하기 쉬워 심근경색 증세가 나타나면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이동해야 한다.심근경색은 새벽이나 아침에 발생하기 쉽다. 우리 몸이 찬 공기에 노출되면 혈압이 상승해 심장에 부담이 생겨 돌연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담배를 물고 있다면 죽기를 각오한 흡연임을 명심해야 한다. 뇌졸중도 주의해야 한다. 겨울철에는 따듯한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실내에서 생활하다 보면 근육과 혈관이 이완된다. 이완된 혈관이 갑자기 차가운 공기를 접하면 급격히 수축하면서 혈관이 막히거나 터질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대량으로 뇌출혈이 발생하면 돌연사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이거나 고령자, 폐경기 이후 여성들은 겨울철 몸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뇌출혈은 특별한 전조증상이 없어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사우나, 찜질방 출입도 자제해야 한다. 사우나와 찜질방 온도는 40℃ 이상으로 매우 높다.고온에 노출되면 혈관이 확장되고 땀이 나는 과정에서 혈액순환이 피부로 집중되면서 뇌와 심장으로 가는 혈액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사우나와 찜질방에서 갑자기 `핑` 도는 느낌이 든다면 위험신호다. 심장과 뇌로 가야 할 피가 피부로 쏠리면서 혈액이 부족해 어지러움을 느끼기 때문이다.술을 마시고 사우나나 찜질방에 가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술을 마신 직후에는 혈관이 확장돼 혈압이 떨어지지만, 술에서 깨면 혈압이 갑자기 상승해 혈압 변화가 커지기 때문이다.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연해야 한다.흡연은 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위험인자로 지속적으로 흡연하게 되면 흡연을 하지 않는 사람보다 심근경색, 뇌졸중에 노출될 가능성이 20~40배 높다.또한, 짠 음식을 삼가고 과일과 채소 섭취를 늘려야 한다. 현미와 같은 잡곡류를 많이 먹고, 지방이 많은 육류 섭취도 적당량으로 조절하는 것이 좋다.식이요법과 함께 체중감량도 필요하다.비만은 혈관질환의 적이다. 스트레스 관리는 물론 규칙적인 생활습관도 필요하다.혈관질환으로 돌연사하거나 뇌출혈 등에 노출된 이들을 살펴보면 스트레스 관리가 되지 않거나 불규칙한 생활을 한 이들이 많았다. 중요한 것은 평소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다.우리 몸은 어떤 일이 있어도 뇌, 심장에 피를 공급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다.아무리 담배를 자주 피우고, 술을 많이 먹어도 멀쩡하게 느끼는 것은 우리 몸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장기와 뇌에 피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원래 가던 곳이 막히면 돌아가서라도 피를 전달한다.하지만 도저히 피를 보낼 수 없을 정도로 루트가 차단되면 우리 몸은 항복하게 된다. 뇌는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자체적으로 피를 끌고 올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래서 뇌에 피가 공급되지 않으면 돌연사 등 사망에 이를 확률이 높은 것이다.심근경색이나 심장마비 등으로 심장이 정지된 후 4분이 지나면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다.쓰러진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즉각적으로 실시하는 것도 인공순환을 시도, 환자의 심박동이 회복될 때까지 뇌와 심장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혈관질환은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무서운 질환이다. 어제까지 아무 일 없었지만 오늘 갑자기 나도 모르는 사이에 혈관질환이라는 방아쇠가 당겨질 수 있음을 인식해야 미리 예방할 수 있다. 방아쇠는 언제든지 당겨질 수 있다.

2017-02-08

전자기기 탓? 백내장 빨리 온다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 증가로 노안(眼) 발생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최근 40~50대 백내장 환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백내장은 눈 안의 초점을 맞추는 수정체가 혼탁해져 시력이 흐려지는 질환이다. 대개 노안에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근거리 시야가 흐려질 뿐 아니라 모든 사물이 뿌옇게 보이거나 물체가 겹쳐 보이는 복시 증상이 나타난다.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40대 백내장 환자는 지난 2012년 3만7천224명에서 2016년 4만2천962명으로 15.4% 증가했다. 같은 기간 50대 환자는 14만3천862명에서 18만944명으로 26% 늘었다.이로써 40대와 50대 백내장 환자는 4년 사이 18만1천86명에서 22만3천06명으로 23% 증가했다.같은 기간 60대 환자는 36만6천779명에서 42만8천483명으로 17%, 70대 환자는 42만8천489명에서 47만6천229명으로 11.2% 증가했다. 60~70대 환자의 증가 폭은 13% 정도다.이를 두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환자의 절대적인 숫자는 여전히 60대와 70대에 집중됐으나, 증가율은 40대와 50대에서 더 가팔랐다고 분석했다. 흔히 노인성 안과 질환으로 알려진 백내장 발병이 40대부터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이다.의료계에서는 백내장 환자가 40대와 50대를 중심으로 늘어난 데 대해 노안 발생시기가 앞당겨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노안은 눈의 초점을 맞추는 수정체가 노화로 인해 탄력이 떨어지면서 초점을 조절하지 못하는 상태다.일반적으로 가까운 것을 잘 보지 못하는 증상을 호소하며 안구의 뻑뻑함, 흐린 시야, 두통, 피로감 등이 나타난다. 보통 노안 발생 시기는 40대 후반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40대 초반까지 내려왔다.안과질환 전문의들은 “노인성 안질환으로 알려진 백내장 발병이 40대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며 “정기검진을 통해 안질환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2017-02-08

“헬리코박터균, 대장암 위험도 높인다”

주로 위(胃)에 서식하면서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암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헬리코박터균)이 대장암 발생 위험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헬리코박터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위암 원인균으로 국내 중년층 이상 보균율이 55~65% 정도로 높은 편이다.보통 건강검진에서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조기위암 등을 동반한 헬리코박터균이 검출되면 항생제 처방이 권고된다.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김태준·김은란·홍성노 교수팀은 지난 2002년부터 2010년까지 대장내시경 건강검진을 받은 30세 이상 성인남성 8천916명을 분석한 결과, 헬리코박터균과 대장 용종(폴립)의 상관성이 관찰됐다고 7일 밝혔다.연구팀은 조사 대상자의 나이, 비만 여부, 흡연·음주력, 운동여부, 아스피린 복용이력, 가족력 등 대장 용종 발생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소들은 통계적으로 보정하고, 헬리코리박터균과 대장 용종의 관련성만 분석했다.대장 용종은 대장 점막에 비정상적으로 자란 혹이 장의 안쪽으로 돌출된 것을 말하는데 용종 중에서도 크기가 1㎝ 이상으로 크거나 조직검사에서 조직분화도가 나쁘면 대장암의 전 단계인 선종이라고 한다. 선종은 암이 될 가능성이 크다.이 때문에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용종이 발견되면 조직검사용 집게나 올가미 등으로 즉시 제거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용종이 자칫 불완전하게 제거되면 다시 자라 대장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분석 결과 대장 내 선종의 발생 위험도는 헬리코박터균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1.3배 높았다.특히 대장암이 될 가능성이 진행성 선종만 놓고 보면 보균 그룹이 비보균 그룹보다 발생 위험이 1.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2017-02-08

유착 심한 자궁내막종, 복강경 수술로 골반에 뿌려진 병변들 모두 제거해야

오래전 일이다. 어느 날 오후, 평소보다 일찍 진료를 마감하려는데 6개월 전 우측 난소의 자궁내막종으로 복강경 수술을 받은 30대 중반 여성이 잔뜩 화가 난 채 진료실 안으로 들어왔다.그는 대뜸 “도대체 어떻게 수술 했기에 우측 난소에 다시 자궁내막종이 생겼나! 생리통은 더 심해졌다. 제대로 수술한 게 맞나? 당신 돌팔이지? ”라고 물었다.난감했다. 수술 전 CT사진을 보여주고, 수술 후 조직 검사 결과도 확인했다. 그렇게 소란은 끝났지만, 참으로 자존심 상했다. `내가 뭘 잘못했지`라는 생각에 찜찜한 기분이 남아있었다.하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당연히 화가 날 만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병명으로 수술한 다른 환자가 자궁내막종이 재발했다며 항의했기 때문이다.산부인과 의사라면 누구나 한두 번 겪는 당혹스러운 경험이지만, 환자로서는 진료한 의사를 돌팔이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원인은 자궁내막증의 형성과정에 있다. 자궁 내막 세포들은 나팔관을 통해 난소 표면과 골반 주변의 장기 여러 곳에 흩뿌려지고, 생리로 배출되지 못하면 난소 내에 고여 물풍선처럼 커진다. 이것이 자궁내막종이다.이같은 과정이 난소의 표면 여러 군데에서 시간 차이를 두고 일어난다고 가정해보자.난소 안에 5cm, 3.3cm, 3cm, 2cm, 0.3cm의 자궁내막종이 형성되면 영상장비로는 1cm 이상의 크기만 진단된다. 복강경 수술로 4개의 자궁내막종만 제거되고 나머지 0.3cm의 자궁내막종은 난소에 남게 된다. 이것이 직경 5cm의 크기로 자라면 그제서야 환자와 의사 사이에 오해가 생기는 것이다.그렇다면 수술 후에도 생리통, 골반통 등의 통증이 나아지지 않는 원인은 무엇일까. 당시 불만을 호소했던 환자는 생리통과 배변통, 골반통, 복통 등이 심하다고 말했다.사실 복강경수술 당시 자궁후벽과 직장 사이에 공간이 없고, 매우 딱딱하게 붙어 있어 정상적인 형태가 아님을 알아챘다. 분명 유착 아래 자궁내막 세포들이 자라 생리혈을 만들고 염증을 일으킬 것이고 예상했다.하지만 이처럼 유착이 심할 경우에는 단순히 산부인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착박리 중 장이 손상되면 외과를, 방광이나 뇨관이 손상되면 비뇨기과 의사를 불러 수술적 손상부위를 봉합해야 한다. 하지만 그때는 이러한 손상을 복강경으로 치료할 외과 및 비뇨기과 의사가 많지 않았다.이후에도 증상이 심한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어떻게 하면 통증도 치료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사실 치료방법은 정해져 있었다. 우선 반드시 복강경수술을 해야만 한다. 그래야 시야보다 확대된 복강경으로 골반 구석구석 숨어 있는 유착과 자궁내막종을 찾아낼 수 있다.무엇보다 골반의 뿌려진 병변들은 모두 제거해야 한다. 이에 앞서 복막을 걷어내는 수술이 필수적이다.문제는 복막을 제거하려면 비뇨기과, 외과 장기인 뇨관, 방광, 직장 등을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고민 끝에 내가 모두 하기로 마음먹었다. 전 세계 유명한 의사들도 찾아다녔다. 비뇨기과와 외과 수술도 부지런히 배웠다. 프랑스, 일본, 브라질, 미국을 다니면서 같은 생각을 가진 의사들도 여럿 만났다. 그렇게 경험을 쌓고 기술을 교류했다.포기하지 않고 10여년간 열정과 노력을 기울인 결과 지금은 전국에서 환자들이 치료받기 위해 찾아온다. 작년에는 심부자궁내막증의 수술적 치료를 소개하는 국제 심포지엄도 개최했다.결국 좋은 치료 결과를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먼저, 재발 가능성에 대해 환자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쉽게 그리고 정성 들여 설명해야 한다. 수술 전에 반드시 현재 진단장비로 알지 못하는 부분을 환자에게 알려야 한다.마지막으로 의사라는 직업은 매우 힘들고 두려운 일이지만 완전한 치료를 위해 도전하고 한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장인(匠人)처럼 말이다.

2017-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