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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시, 민선 8기 3주년 공약 달성률 68%…“연말까지 85% 목표”

문경시는 3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신현국 문경시장과 공약이행평가단(단장 이춘대), 관련 부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 8기 3주년 공약사업 추진 상황 점검 보고회’를 열었다. 이번 보고회에서는 민선 8기 10대 분야 60개 공약사업의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추진 방향을 논의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체 공약 달성률은 68%로, 이 중 24건은 완료, 35건은 정상 추진 중이며 1건은 보류 상태다. 분야별 달성률을 보면 △러닝 스마트 혁신도시 50% △일자리가 넘치는 경쟁력 강한 도시 42% △소상공인과 골목상권 부활 93% △농가소득 배가 농업도시 64% △힐링 관광문화 도시 40% △스포츠·체육 도시 83% △균형발전 87% △청정·클린 행복도시 73% △안전도시 67% △맞춤형 복지 강화 100% 등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완료된 주요 사업은 △시내 제2민원실 설치 △시장 집무실 1층 이전 △택시 광고료 100% 인상 △중부내륙고속철도 개통 △물놀이장 및 가족센터 건립 △전국 단위 스포츠 대회 유치 △축산농가 규제 완화 △필드하키장 조성 등 총 24건이다. 문경시는 연말까지 공약 이행률 85%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특히 속도가 더딘 사업은 부서 간 협업을 강화해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이춘대 공약이행평가단장은 “공약사업은 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만큼 성과와 한계를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객관적이고 투명한 평가를 통해 더 나은 문경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신현국 문경시장은 “공약은 시민과의 약속”이라며 “남은 임기 동안 더욱 철저히 점검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2025-09-04

김남희 백산헤리티지 대표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

경상북도 문경의 도예명가 영남요를 기반으로 전통 도예문화의 연구와 보존, 그리고 세계화에 앞장서온 (주)백산헤리티지 김남희 대표이사가 ‘2025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을 수상했다. 영남요는 300여 년 동안 도자기 장인정신을 이어온 가문이다. 조선 영조 시대 김취정 선조 이후 9대째 가업을 계승하고 있으며, 특히 7대 김정옥 선생은 1991년 ‘대한민국 도예명장 1호’, 1996년 국내 유일의 ‘국가무형유산 사기장’으로 지정되었다. 현재는 8대 김경식, 9대 김지훈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김남희 대표는 김정옥 사기장의 딸로, 대학·대학원에서 생활과학과 미술사를 전공하며 전통 도예의 학문적 뿌리를 다졌다. 특히 학위 과정에서 조부 김운희 사기장의 ‘사옹원 분원’ 활동 기록을 발굴해 학계에 알리면서 영남요 가문의 정통성을 확립했다. 김 대표는 전수관 활성화 사업, 국가유산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 국가 유산 야행 사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해 2019년부터 4년 연속 국가유산청장상을 수상했다. 올해도 ‘문경새재에서 ‘사기장’의 길을 걷다’라는 주제로 ICT 융합 체험, 국가무형유산 탐방, 기후변화 대응 프로젝트 등을 운영하며 무형유산의 현대적 가치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사기장 실감공방, 세계와 소통하다’는 미디어아트와 AR 기술을 접목해 300년 도예 역사를 디지털화, 관람객들이 장인의 손길을 현장감 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한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해외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며 2023년에는 독일·프랑스 등지에서 전시와 공연을 진행, 조선백자의 아름다움과 무형유산의 가치를 국제무대에 알렸다. 이 과정에서 ‘도자기 한류’를 선도하며 문경 무형유산의 위상을 높였다. 김 대표는 이번 수상에 대해 “문경의 무형유산은 단순히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미래 문화산업의 자산”이라며 “앞으로도 전통 도예문화를 기반으로 국제 교류와 관광 콘텐츠 개발을 통해 문경을 대표하는 문화도시로 발전시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경의 영남요는 300여 년 전통의 도자 가문으로, 7대 김정옥 국가무형유산 사기장을 비롯해 8대 김경식, 9대 김지훈으로 이어지고 있다. 발물레와 망댕이가마로 조선백자의 맥을 오늘에 전한다. ▷사기장(沙器匠)이란? 조선시대 왕실의 그릇을 제작한 장인을 뜻한다. 곱게 간 흙으로 빚은 백자를 만들며, 사옹원 분원에 소속되어 왕실의 품격을 상징했다. 현재는 국가무형유산으로 전승되고 있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2025-09-04

문경대학교 곽민하 교수, 국제 요리대회 금빛 쾌거

문경대학교(총장 신영국) 웰푸드조리과 곽민하 외래교수가 최근 튀르키예에서 열린 제18회 국제미식양생요리대회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출전해 최고 영예인 금상과 예술대상을 동시에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이번 대회에는 프랑스, 일본, 중국, 대만, 태국 등 세계 각국에서 200여 명의 셰프들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으며, 곽 교수는 참가자이자 국제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해 대회의 공신력을 높였다. 곽 교수는 “한식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넘어 건강과 치유를 담은 ‘약이 되는 음식’이라는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약선 요리와 한식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곽 교수의 수상 소식과 함께 문경대학교 웰푸드조리과 학생들의 성과도 돋보였다. 재학생 백지혜 학생은 단체 금상과 개인 금상을 모두 차지했으며, 김선양 졸업생은 예술대상을 수상해 국제무대에서 ‘겹경사’를 올렸다. 이들은 문경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사과떡케이크 △오미자꽃찰떡 △인삼전과 △사과즙약과 △검정콩다식 등 창의적인 K-푸드 메뉴를 선보였다. 단순히 맛을 넘어 건강 효능과 지역 특산물의 우수성을 적극 설명하며 세계 각국 참가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신영송 웰푸드조리과 학과장은 “곽민하 교수님의 개인적 성과뿐 아니라 학생들의 국제무대 수상은 우리 학과 교수진의 역량과 현장 중심 교육의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외식산업을 이끌 훌륭한 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경대학교 웰푸드조리과는 이번 성과를 계기로 K-푸드 세계화를 선도하고, 문경의 특산물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외식산업 명문 교육기관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2025-09-04

안동시, 주민건강공간 ‘꿀케어’ 개소

안동에 주민들이 자유롭게 건강을 점검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안동시종합사회복지관 2층에 마련된 주민편의 공간 ‘꿀케어’ 다. 지난 2일 열린 개소식에는 권기창 안동시장을 비롯해 지역 주민과 복지관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으며, 축사와 테이프 커팅, 기념촬영, 정담회 순으로 진행됐다. ‘꿀케어’는 복지관 프로그램실을 리모델링해 약 10평 규모로 소소하게 꾸몄다. 신장계, 체성분 분석기, 자동혈압계, 악력계, 안마의자 등 건강 측정 장비와 휴식 기기를 갖추고 있다.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건강을 관리하는 것은 물론, 이웃과 교류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손성문 안동시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은 “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건강을 점검하고 작은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조성한 공간”이라며 “지역 자원과 연계해 복지 향상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꿀케어가 주민 건강 증진뿐 아니라 공동체를 연결하는 소통의 장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체감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 제공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안동시는 옥동지역을 사회보장특별지원구역을 지정하고 2023년부터 4년간 총 9억 8500만 원을 투입해 소외계층의 삶을 지원하는 한편 복지자원과 연계된 특화사업 및 주민 주도형 사업을 발굴해오고 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5-09-04

창립 60돌 포항JC ‘자랑스러운 선배인상’ 초대 수상자에 강석호 자유총연맹 총재

1965년 경북 최초로 창립한 포항청년회의소(포항JC)가 올해 60돌을 맞았다. 지역사회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과거, 현재와의 연결에 집중한 포항JC는 오는 5일 60주년 기념식에서 새로운 60년을 준비하는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올해 처음으로 ‘자랑스러운 선배인상’도 제정했으며, 초대 수상자는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로 선정했다. ‘연결'(Connetc)을 키워드로 내세운 ‘포항JC 60주년 창립기념식’은 5일 오후 5시 라한호텔 그랜드볼룸홈에서 홍정민 포항JC 회장, 강기순 포항JC특우회 회장, 이강덕 포항시장, 김정재 국회의원, 이상휘 국회의원, 한국JC 중앙회장, 자매JC인 베트남 하노이JC와 일본 후쿠야마JC 회장 등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현역 105명, 특우회 168명, 원로회 60명 등 330여 명이 활동 중인 포항 JC는 2007년부터 매년 2000여 명의 지역 어르신을 모시고 어버이날 기념행사를 열어 공연과 함께 카네이션을 직접 달아드리고, 효행자 표창 수여 등의 활동을 해왔다. 또, 그린웨이 철길숲 걷기대회라는 지역 최대의 문화 사업도 펼치고 있다. 60주년 창립기념식에서는 ‘제1회 자랑스러운 선배인상’ 시상식도 한다. 홍정민 회장은 “선배님들 덕분에 포항 JC가 60년이라는 세월 동안 지역사회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었고, 다가올 새로운 60년도 꿈꿀 수 있기에 ‘자랑스러운 선배인상’을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석호 선배님은 포항 JC가 포항에서 많은 활동을 하도록 기초를 다진 주인공이고, 선후배 간에 연결고리 역할을 잘하시면서 많은 도움을 줬기에 초대 수상자로 뽑았다”라고 덧붙였다. 포항JC는 창립 60주년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취약계층과 다문화가정 지원을 위한 1000만 원의 기부금을 포항시 가족센터에 전달할 예정이다. 홍정민 회장은 "수많은 연결의 역사와 연대가 빚은 산물인 포항 JC 60년을 바탕으로 세대와 지역, 국경을 넘어 더 강한 연결을 만드는 60주년을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9-04

철강·석유화학·車·이차전지 한계기업 지원에 1조원 펀드

정부가 미국의 대(對)한국 관세 부과 등 통상환경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1조원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 6호’를 조성한다. 한계기업이 몰려 있는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이차전지 등 주력 수출산업을 중심으로 자금을 투입해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5000억원 규모로 계획했던 펀드를 정책금융기관 출자 확대를 통해 두 배인 1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이날부터 24일까지 운용사 모집 공고를 진행한 뒤 10월 중 4개 운용사를 선정해 연내 조성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펀드의 60% 이상은 주력산업 전용 블라인드펀드와 프로젝트펀드에 배정된다. 또 민간 투자 유인을 높이기 위해 후순위 출자 비중을 기존 5%에서 10%로 상향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선순위 출자에 적용되는 위험가중치도 최대 400%에서 100%로 완화해 투자 부담을 낮췄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정책자금을 마중물 삼아 민간자금을 유치해 구조조정 기업에 투자하는 정책펀드다. 2018년 1호 펀드 출범 이후 5호까지 총 7조5000억원이 조성돼 161개 기업에 5조5000억원이 투입됐다. 철강사 A사는 펀드 투자(470억원)를 통해 생산·유통 구조조정과 미국 합작법인 설립에 성공, 수출물량을 회복했다. 중견 조선사 B사도 1000억원 규모 투자를 받아 재무구조를 개선한 뒤 상장에 성공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6호 펀드 조성으로 약 2조9000억원의 투자여력이 확보된다”며 “관세 등 통상환경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 신속한 지원을 통해 재기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09-04

대구시, 지역주택조합 위법사례 적발⋯강경 대응 예고

과도한 공사비 증액 등으로 지역주택조합 분쟁이 늘어나는 가운데 대구 지역주택조합 상당수가 운영에 위법 사항이 확인됐다. 3일 대구시는 지역주택조합의 투명한 운영과 조합원 권익 보호를 위해 지난 8월말까지 관내 23개 조합을 대상으로 실태점검을 실시한 결과, 다수의 부적절한 운영 사례를 적발해 행정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점검은 최근 지역주택조합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과도한 공사비 증액, 조합 정보 비공개, 부당 계약 체결 등 관련 분쟁을 막기 위해 실시됐다. 시는 자료 공개 여부, 실적 보고, 자금집행실적 제출 등 조합의 관리·운영 실태와 조합원 모집 광고, 조합 가입계약서 등 조합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사항을 중점 점검했다. 점검 결과 지적된 위법사항에 대해 관할 구청에서는 이달 중으로 고발 13건, 과태료 부과 2건, 시정명령 9건 등 총 26건의 행정처분을 실시할 예정이다. 주요 위법 사항은 △주택조합사업 시행에 관한 서류 및 관련 자료 인터넷 등에 미공개 △분기별 조합 실적보고서 미작성 △자금운용계획 및 자금집행실적 등 미제출 △조합원 모집신고 및 가입계약 시 주택건설대지 사용권원 또는 소유권 확보 면적·비율 미기재 등이었다. 시는 이번 점검에서 드러난 지역주택조합 운영·관리상의 미비점을 관할 구청이 철저히 관리·감독하도록 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국토교통부와 협조해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지난 6월 국토부에 건의한 ‘공사비 검증 신설 방안’은 현재 주택법 개정안에 반영돼 국회 소관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허주영 대구시 도시주택국장은 “지역주택조합 제도는 당초 무주택 서민을 위한 주거 안정화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됐으나, 현재는 토지 확보 지연과 공사비 문제, 전문성 미비 등으로 사업이 지연·무산되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며 “조합원 피해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국토부와 더욱 긴밀히 협조하고, 점검 결과는 감독기관인 구청에 전파해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9-04

“전한길 대구시장 출마설… 대구시민에 대한 모욕”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은 3일 구미와 대구에서 이틀째 영남권 행보를 이어갔다. 광복절 사면 후 처음으로 대구를 방문한 조 원장은 “장동혁이 국민의힘 대표가 된 것은 전한길에게 머리 조아리고 윤석열 복당시키겠다고 해서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한길 씨의 대구시장 출마설은 국민의힘의 현주소를 보여줌과 동시에 대구 시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대구 시민 중에 윤어게인과 김건희 복귀를 바라시는 분이 있겠지만 그것이 대구의 발전과 대한민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의 합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념과 정당 정책이 맞아야 합당한다”고 답했다.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선 중선거구제 전환을 주장하며 “당 대표가 아닌데 내년 6월 지방선거 전략에 대해 말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며 “11월쯤 당대표에 선출된다면 그때 지방선거 기획안 만들고 TK지역에 어떤 전략을 펼칠지 보이겠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이날 대구 수성구 사회적협동조합 ‘지식과 세상’에서 지역 인사 간담회와 당원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박찬석 전 경북대총장, 김사열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 김민남·김윤상 경북대 명예교수, 당원 등이 참석했다. 앞서 조 원장은 이날 구미시 원평동 삼일서적을 찾아 당원 및 지지자 30여 명과 본인의 저서 ‘조국의 공부’ 북토크를 진행했다. 조 원장은 북토크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와 함께 축하 화환을 받고 자신의 수감생활 경험, 구미시민들의 격려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류승완기자·장은희기자 ryusw@kbmaeil.com

2025-09-03

국힘 “정치특검 규탄” 무기한 농성 돌입

국민의힘이 3일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압수수색 재시도에 강력 반발하며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특검의 시도를 ‘야당 말살’을 위한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전 당력을 동원해 압수수색 저지에 나섰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는 국민의힘의 긴급 의원총회와 규탄대회가 잇따라 열렸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당 탄압 정치 보복 압수수색 중단하라”, “민주주의 파괴하는 정치특검 규탄한다” 등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국회 본관에 들어와 야당의 원내대표실을 압수수색하겠다는 것은 야당을 말살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특검의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 “명확한 범죄 행위가 적시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압수수색 대상 기간이 비상계엄 6개월 전부터”라며 “조은석 특검은 타임머신을 타고 다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달 29일에 발부된 영장을 며칠 묵혔다가 하필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날 들고 왔다”고 주장했다. 장동혁 대표는 규탄사에서 “어제 특검의 압수수색 영장을 보면서 민주당의 터무니없는 내란정당몰이가 끝나가고 있음을 봤다”며 “내란몰이가 빈껍데기로 밝혀지는 순간, 이재명 정권의 생명도 끝이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특검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경내에 비상 대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당내 ‘사법정의수호 및 독재저지 특별위원회’에서 조은석 특검과 압수수색에 참여한 검사·수사관들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검은 국민의힘 주장을 반박하며 압수수색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법관이 발부한 적법한 영장인 만큼 그 집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시리라 믿는다”며 “국민의 대표자이자 봉사자인 의원들이 현명한 판단을 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국민의힘 측이 제기한 사무처 직원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위법성 주장에 대해 “압수수색은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며 “압수수색 대상이 된 행정국 직원 5명 모두에게 영장 집행 시 영장이 제시됐고, 그 장면을 사진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압수수색 대상 기간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계엄에 대한 논의는 지난 3월부터 진행됐다”며 “그때부터 원내대표가 인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기간을 설정했다”고 부연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9-03

원민경 여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여야 공방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3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청문회는 후보자의 역량을 강조하며 적임자임을 내세운 더불어민주당과 과거 행적을 지적하는 국민의힘 간의 팽팽한 신경전으로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윤미향 전 민주당 의원과 이용수 인권운동가 등 핵심 증인의 채택이 무산된 점을 지적하며 ‘맹탕 청문회’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조은희 의원은 “김민석 총리의 청문회가 증인·참고인 제로(0)로 진행됐고, 이런 방식이 뉴노멀(새로운 기준) 관행처럼 굳어지는 모양새”라며 “검증 기능을 상실한 맹탕 청문회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채현일 의원은 “인사청문회의 목적은 후보자 정책의 역량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으로 증인과 참고인을 부르려면 그 목적에 부합해야 하고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그런데 윤 전 의원의 경우 후보자 검증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원 후보자가 민주당 윤리심판위원으로 활동했던 당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부른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한지아 의원은 “피해자를 피해자로 부르지 않는 것 자체가 명백한 2차 가해”라며 “당시 민주당 윤리심판위원이었는데 왜 침묵했느냐”고 물었다. 원 후보는 이에대해 “피해자에 대해서는 피해자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다만 당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윤리심판원은 규정에 따라 운영되는 조직이며 해당 부분은 윤리심판원에 제소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민주당은 원 후보자가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라며 엄호하고 나섰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은 “후보자는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했고, 또 시민단체나 국가기관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성평등과 인권 보호, 폭력 피해 예방과 같은 활동을 해왔다”면서 “전문성을 갖춘 적임자가 제대로 임명, 지명됐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여가부가 윤석열 정부에서 많이 축소되고 위축돼서 국민들의 걱정이 많았는데, 적임자가 지명돼 국민들의 많은 기대가 있다”면서 “훌륭하게 역할을 하고, 성과를 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9-03

왕관보다 빛나는 마음

모나코 성곽 위에 서자, 붉게 물든 하늘과 반짝이는 바다가 맞닿았다. 성벽 너머에는 그레이스 켈리가 레니에 3세와 결혼식을 올렸던 성당이 조용히 서 있었다. 영화 속 장면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현실의 공간은 시간을 담담히 품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그녀의 선택과 삶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름다움과 책임, 사랑과 의무가 얽힌 서사가 공간 속에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저녁 빛은 단순한 색이 아니라, 그녀의 삶을 닮은 깊은 빛으로 다가왔다. 성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나는 왕비로서 그녀가 맞이했을 하루하루를 상상했다. 할리우드의 스포트라이트와는 다른, 무겁지만 고요한 시선이 성 안을 채웠으리라. 화려한 왕관 대신 마음으로 세상을 비추는 법을 배워야 했던 시간이었을 것이다. 선택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 길 위에서 자신만의 빛을 찾아냈다. 바람이 잔잔히 불어오는 테라스에 섰다. 모나코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작은 나라의 도시가 품은 위엄과 고요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켈리가 이 공간 속에서 느꼈을 떨림과 기대는, 바다 위 파도처럼 잠잠하지만 쉼 없이 흘렀을 것이다. 나는 계단을 걸으며 공간이 말을 하지 않아도 전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은 흔적이지만, 성의 무게와 조명, 바닥의 반짝임이 그녀의 존재를 증명하는 듯했다. 성당 앞마당에 멈추었다. 결혼식 날의 장면이 마음속에 그려졌다. 하얀 드레스가 바람에 흩날리고,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였던 순간에 그녀는 단순히 아름다운 배우가 아니라 국가와 사랑, 선택 사이에서 마음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한 인간이었다. 그 장면을 떠올린 뒤에 나는 내 삶을 되돌아보았다. 나는 얼마나 스스로의 선택을 믿고 걸어왔는지, 얼마나 나만의 길을 진정으로 지켜왔는지 물었다. 그레이스 켈리가 견뎌낸 빛과 무게를 생각할 때, 나 또한 마음의 왕관을 조심스럽게 손에 쥐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랑과 책임, 자유와 의무 사이에서 흔들리며 걸어야 하는 길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무게, 선택을 감당하며 살아가는 순간마다 마음속에서 반짝이는 빛이 있다는 사실을 그녀를 통해 알게 되었다. 나는 문득 그녀가 남긴 흔적은 단순히 영화나 왕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각자의 삶을 비추는 거울임을 깨달았다. 바닷바람에 섞인 파도 소리가 마음을 가득 채웠다. 영화 속 그녀는 스크린 안에서 빛났지만, 현실 속 그녀는 선택의 무게 안에서 빛났을 것이다. 행복이란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가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길 위에서 발견하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에서 바라본 도시와 항구, 반짝이는 배들이 그녀의 삶과 나의 감정을 포개어 주었다. 영화에서처럼 극적인 장면은 없었지만, 실제 공간은 시간과 사람의 흔적을 담아 내 마음을 울렸다. 자유와 책임, 사랑과 의무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그녀가 느꼈을 감정을 나는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저녁이 깊어져 갈수록 성벽 위의 그림자는 길어지고, 바다는 한층 더 어둡게 반짝였다. 그레이스 켈리의 삶은 단순한 동화가 아니었다.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빛나던 순간은 짧았지만, 그녀가 택한 길은 끝없이 이어진 책임과 사랑의 연속이었다. 그 길 위에서 발견한 마음의 빛은 왕관보다 더 오래, 그리고 더 깊게 반짝였을 것이다. 나는 성을 내려와 항구를 걸었다. 그레이스 켈리가 길을 걸었을 때 느꼈을 설렘과 두려움, 기대와 희생이 오롯이 내 마음에 전해졌다. 모든 것이 시간과 공간 속에 남아 조용히 내 마음을 흔들며 감동시키고 있었다. 모나코를 떠나며 나는 생각했다. 사랑과 선택, 책임과 행복이 뒤섞인 삶 속에서 진정 빛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그녀가 보여준 왕관보다 빛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화려함이 아니라 선택의 무게 속에서도 스스로의 길을 밝히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 마음은 오늘도 공간과 시간 속에서 조용히 반짝이고 있었다. /정미영 수필가

2025-09-03

생(生)의 방법

첫사랑이라는 이름을 곱씹다가, 초심(初心), 순수(純粹) 좋다, 과연 그렇게 살고 있는가? 그때의 아무 것도 없는 비루한 황무지에서 단지 사랑한다고, 어금니 꽉 다문 다짐, 모든 걸 극복할 수 있을 무모하고 단순한 용기, 그 마음으로 살고 있는가? 오히려 지금 필요한 생활의 장치(裝置) 알겠다, 나의 편지는 결코 배달되지 않는다 살아감의 혹독한 진행형의 삶이 결국 보답이고 앙갚음이다 지나간 시간을 모독하는 사랑의 후회를 항변하는 삶의 법정에서, 오직, 나는 파면이다. … 기억은 퇴색(退色)이 되어도 다시 채색(彩色)이 된다. 불행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덧칠은 자제해야 한다. 자서(自敍)가 서사(敍事)가 될 수 있고, 미시(微視)가 거시(巨視)의 바탕이 될 수는 있다. 발전을 지향하되 퇴행적 변명은 단죄되어야 한다.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라는 틀에서 머뭇거리며 찌질거리는 것은. 노예의 도구이며 시대적 방관자로서의 교묘한 처세, 좀 영혼이 없는 지칭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뻔뻔한 직업적 소명에 충실한 놀라운 적응력을 구사한다. 합리와 규정과 기본과 기득의 영역에서 쟁취한 권력에 취해 버린 부패의 구린 냄새를 향기롭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미 적응이 된 듯.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喝! /이우근 …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9-03

‘뉴욕 타임스 스퀘어’처럼… ‘동성로’ 부활 기지개

대구 동성로가 관광특구로 지정됨에 따라 디지털 옥외광고 환경의 변화가 예고돼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대구 중구는 뉴욕 타임스 스퀘어처럼 쇼핑·문화 공간을 넘어 미디어와 관광이 융합된 대구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조성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어 기대감이 크다. 특정 구역으로 지정될 시 옥외광고물법 규제 완화로 건물 외벽에 대형 디지털 광고물을 설치할 수 있다. 또 옥외광고물 규제도 완화된다. 벽면 간판의 경우 설치 가능 층수가 기존 4층 이상에서 2층 이상으로 낮아지고, 전광판 면적도 225㎡에서 최대 337.5㎡까지 확대된다. 무엇보다도 동성로는 소비자와 관광객 유인하기에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인 만큼 중구는 디지털 옥외광고 환경 조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환경 조성에 앞서 우선시되는 것은 주민의 이해 여부이다. 이와 관련, 중구청은 3일 성내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동성로 관광특구 내 옥외광고물 특정 구역 지정 신청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는 건물주와 광고업체 관계자 등 40여 명이 참석했으며, 사업개요와 추진현황 등 설명을 들은 후 열띤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옥외 광고물 설치를 원하는 한 건물의 관계자는 “부산의 경우 광고의 영상뿐만 아니라 음성까지 다 들을 수 있다. 허용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라며 “또 지금 대구 동성로에서 단순한, 그냥 화면만 보이는 게 아니라 소리도 들을 수 있는 그런 규제의 제한 사항 혹은 설치를 허용 범위에 알고 싶다”고 질문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음성표출은 현행 법적으로는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부산 해운대의 경우 자유 표시 구역 형태로 지정돼 규제 완화 범위가 훨씬 더 광범위한 상황으로 추가로 가능 여부를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동성로 옥외광고물 특정 구역 지정 후보지는 동성로공인중개사, 영스퀘어, 대구경북법무사회관, 한미약국, 더플레이그라운드, 씨네시티 한일, 제이엠타워, ABC마트 중앙로역점, 동성타워, 동화빌딩, 스파크랜드 등의 건물로 총 11곳”이라며 “해당 건물 외벽과 옥상에 세로형·곡면형·대형 전면 전광판 등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원책에 대해 물었다. 그는 “사업 초기 사업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인데 현 광고시장이 호황기가 아니고 수익이 보장된 상태다. 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고 했다. 이에 중구청 관계자는 “광고물의 크기라던지 위치에 따라 수익 창출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공익 광고 표출 비율과 장기적으로 행안부 자유 표시 구역 지정 등을 살펴보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도울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중구는 다음 달 옥외광고물 특정 구역 지정 신청서를 대구시에 제출할 예정이다. 지정 여부는 대구시의 행정예고 및 심의 절차를 거쳐 결정된다. 글·사진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9-03

“맹아 발아해 살아났다”… 500여년 노거수가 남긴 이야기

볼품이랄까 몰골은 말이 아니지만, 경북 영덕군 영해면 성내리 376-2번지 한 자리에 500여 년을 살아온 느티나무 노거수를 만났다. 성내리 마을은 조선시대 영해부(영덕, 영양, 울진)의 관아가 있던 유서 깊은 문향의 마을이다. 마을 주민의 보호 속에 느티나무 노거수는 원 줄기는 고사 되었지만, 다른 줄기가 길게 뻗어 담장에 몸을 걸치고 있었다. 수세는 매우 약해 보였지만,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시멘트 담장으로 둘러쳐진 좁은 공간에 팽나무와 함께 나무의 신이 좌정한 당우와 갇혀 있다시피 했다. 영덕 성내리 노거수는 마을의 시간과 기억을 지탱하는 살아 있는 뿌리 신령스럽게 여겨 제사를 올렸으며, 나무는 그들의 기원을 묵묵히 품어 이런 자연의 경외는 학문을 숭상하고 의를 중시하는 정신으로 이어져 목은•신돌석 같은 위인의 정신적 바탕은 이 땅의 나무로부터 길러진 것 주민들이야 나무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높은 담장으로 접근을 막았다지만, 노거수는 햇볕과 바람, 뿌리에서 물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여 생육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었다. 앞으로 나무의 지속적인 성장과 건강을 위해서 통풍이 잘되도록 담장을 헐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해 본다. 담장 문에는 열쇠가 채워져 있어 들어가 자세히 볼 수 없었다. 다행히 성내리 마을 박광환 노인회장과 조청해 주민이 친절하게 사다리를 가져다주어 담장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나무 앞에는 제단과 노동신위(路東神位)란 비가 세워져 있었다. 박광환 노인회장은 정월 대보름날이면 온 마을이 이 나무 아래 모여 제사를 올리며 마을의 안녕과 기원의 소지를 태운다고 했다. 영해 향교에도 제사를 지내는 나무가 있다고 하면서 한번 가 보기를 권했다. 아내와 함께 그곳으로 발걸음 옮겼다. 영해 향교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워 두고 몇 발걸음을 옮기는데, 그곳에 제당과 함께 느티나무와 향나무 노거수에 금줄이 쳐져 있었다. 나무 앞 안내판에 “영해 향교 내 이 자리는 지금으로부터 500여 년 전 이 지역에 파병 윤씨가 틀을 잡고 영해 박씨가 세를 누리며 살던 때부터 토속신에게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재사를 올리던 곳이다. 지금은 300여 세대의 보금자리로서 매년 정월 보름날의 전통 제례에 따라 마을 제사를 올리고 있다.”라고 하는 설명이 있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 고사한 느티나무에서 맹아가 발아하여 자라고 있는 나무의 주변에 목책을 둘러쳐서 보호하고 있었다. 이를 보면서 성내리 마을 주민은 노거수 보호의 지극함을 느꼈다. 한 마을에 두 곳의 나무를 당산목으로 제사를 지내는 곳도 그리 흔치 않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말에서 내려 걸어서 향교로 들어가라는 하마비(下馬碑) 돌기둥이 세워져 있었다. 이는 겸손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아온 조선 선비의 품의가 돋보였다. 영해 향교에도 대문에는 열쇠가 채워져 있어서 들어갈 수 없었다. 담장 안을 기웃거리고 있는데 마침 문화재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방문하는 바람에 함께 들어갈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언덕 위에 있는 영해향교 마당에서 또 다른 노거수와 마주했다. 바로 회화나무 두 그루다. 회화나무는 예로부터 선비의 기상과 학문적 이상을 상징하는 나무로, 선비나무, 학자수(學者樹)라고도 불렸다. 옛사람들은 회화나무를 집 안에 심으면 학문이 높은 인물이 나오고, 대문 앞에 심으면 잡귀가 드나들지 않는다고 믿었으며, 특히 양반가에서는 출세와 벼슬, 학덕을 상징하는 길상목으로 여겼다. 회화나무 가지마다 맑은 기품을 품고 서 있는 모습은 오래전 학문에 정진하던 선비들의 의연한 뒷모습을 닮았다. 바람이 불면 나뭇잎들이 은은히 흔들려, 마치 경전의 장(章)이 바람에 읽히듯 속삭인다. 향교의 마루에 앉아 글을 읽던 선비들은 이 나무를 두고 “하늘의 지혜가 깃든 스승”이라 여겼을 것이다. 회화나무는 정신을 바로 세우는 묵언의 교사였다. 회화나무는 향교의 담장을 넘어 저 멀리 칠보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풍경이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곳에서는 동해의 바다를 볼 수 없지만, 칠보산 정상이라면 동해의 푸른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을 것이다. 칠보산을 보면서 동해의 무한한 에너지를 생각했을 것이다. 요산요수( 樂山樂水)란 말이 있다. “이는 자연 풍광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즐겁게 살고 어진 사람은 길게 산다.”고하는 뜻이 품어 있는 말이다. 회화나무와 칠보산을 바라보면서 동해를 연상하게끔 하는 이 풍광은 선비들의 삶에 자연히 스며들지 않았나 싶다. 영해 향교는 고려 후기, 충목왕 1346년에 세워졌다. 수백 년 동안 책 읽는 소리와 향내가 흘렀다. 임진왜란의 불길에 소실되었다가, 다시 중건되고, 또다시 고쳐 세워지며, 마치 불사조처럼 살아온 건물이다. 이곳의 기둥들은 세월을 버텨낸 나무의 뼈처럼 우직하고, 회화나무는 그 역사를 곁에서 묵묵히 증언해 왔다. 나무를 경외시하는 영해 주민의 자연관을 보면서 그들의 삶이 보였다. 나무의 넉넉한 품은 주민들의 정신적 뿌리로 작용하여 이곳 출신의 사람들에게 삶의 지혜와 용기를 주지 않았나 싶다. 향교와 바로 이웃한 괴시리 전통 마을은 목은 이색 선생의 고향이다. 기와 담 골목마다 세월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고, 2백 년, 3백 년을 견뎌낸 고택들이 흙담에 기대어 서 있다. 마을을 걸으면 시간의 속도가 느려지고, 선비들의 발자취가 돌길에서 소곤거린다. 목은 선생은 혼란의 고려 말에 학문의 불씨를 지켜낸 대학자이다. 정도전과 정몽주, 이성계에게 사상적 뿌리를 내리게 한 것도 바로 그의 학문이었다. 목은의 정신은 곧 새로운 나라 조선의 근간이 되었다. 또한 영해는 의병장 신돌석 장군을 낳은 고장이다. 평민 출신으로 의병을 일으켜 태백산 호랑이라 불리던 인물이다. 그의 이름은 산맥을 넘어 퍼졌고, 그의 전술은 일본군조차 두려워했다. 끝내 배신으로 목숨을 잃었지만, 그 울분과 정의는 지금도 영해 땅의 바람 속에 살아 숨 쉰다. 성내리의 노거수는 마을의 시간과 기억을 지탱하는 살아 있는 뿌리다. 사람들은 나무를 신령스럽게 여기고 제사를 올렸으며, 나무는 그들의 기원을 묵묵히 품었다. 이런 자연의 경외는 학문을 숭상하고 의를 중시하는 정신으로 이어졌다. 목은 같은 대학자와 신돌석 같은 영웅이 태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들의 정신적 바탕은 바로 이 땅의 나무로부터 길러진 것이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노거수 앞에 서면, 시간은 고요히 흐르고, 인간은 겸허해진다. 바람에 흔들리되 쓰러지지 않는 나무처럼, 우리도 뿌리를 깊이 내려야 한다. 노거수는 지금도 말을 걸어오는 현재의 존재다. 그것은 마을을 지켜온 뿌리이자, 사람을 길러낸 품이며, 역사를 이어온 숨결이다. 영해의 노거수와 향교, 그리고 그 땅에서 태어난 이들이 남긴 정신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한 그루의 노거수처럼 묵직한 울림으로 서 있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신돌석 장군은... ---------------------------------------------------------------------------- 신돌석 장군(申乭石, 1878~1908)은 경북 영덕 출신으로, 평민 신분에서 항일 의병장이 된 인물이다. 본명은 신태호이나 어린 시절 이름인 ‘돌석’으로 불렸다. 1896년, 을미사변과 단발령에 분노한 그는 100여 명의 동지를 모아 의병 활동을 시작했고, 1906년 을사늑약 이후 본격적으로 의병부대를 조직하여 일본군과 관군을 공격했다. 의병은 최대 3천 명에 달했으며, 울진·삼척 등 동해안 일대에서 기습과 유격전을 펼치며 일본군을 크게 괴롭혔다. 일본군은 그를 ‘태백산 호랑이’라 불렀다. 그러나 1908년, 배신한 옛 부하의 손에 독살당하며 짧은 생을 마쳤다. 비록 활동 기간은 길지 않았지만, 신분을 넘어 백성들의 지지를 받으며 항일의 상징으로 기억되는 독보적 인물이다. 영해에 신돌석 장군의 기념 공원이 있다.

2025-09-03

천년의 숲에서 만나는 쉼

■경북 제1호 지방정원 사람을 쉬게 하는 건 그늘이다. 그늘을 내리는 건 나무다. 수많은 여름 길 위에서, 여름 땡볕 아래서 알게 되었다. 답사는 단지 보는 일이 아니다. 걷고, 멈추고, 그 안에 자신을 비우는 일이다. 그 일을 온전히 할 수 있는 곳에는 나무가 있었다. 바람이 흐르고, 고요가 깃든 숲이 있었다. 천년의 숲 정원은 역시 그런 장소다. 몸이 먼저 쉬고, 마음이 따라 멈추는 곳. 천년의 숲 정원은 동남산 자락, 메타세쿼이아 숲 사이로 이어진 정원이다. 이름부터 남다르지 않은가. ‘경상북도 지방정원 천년의 숲 정원’. 2022년 6월, 경북 제1호 지방정원이 되었고, 전국에서 여섯 번째로 지정된 대형 숲 정원이다. 행정도시 한편에 마련된 인공 정원이 아닌, 오래된 숲을 따라 조성된 살아 있는 공간이다. 숲의 바람은 깊고 부드럽다. 천년의 숲 정원은 단지 나무만 드리운 장소가 아니다. 사계절을 품은 식물들이 꽃을 피우고 지는 사이, 숲은 계절을 전한다. 경북의 제1호 지방정원이자 전국 여섯 번째 대형 숲 정원 동남산 자락 32.8ha 규모… 9개 주제로 다채롭게 펼쳐져 계절을 품은 다양한 식물들이 꽃 피우고 지며 사계절 전해 바람에 실린 물소리와 아이들 웃음… 선계에 온 듯한 기분 ■종합안내도로 먼저 읽는 숲 정원 입구에 설치된 종합안내도를 먼저 짚고 가야 할 것이다. 하나의 거대한 숲에 각각의 특색을 갖춘 작은 정원들이 마련되어 있다. 각각의 이름은 곧 정원의 성격이 되고, 성격을 읽다 보면 곧 숲의 시간으로 이어진다. 나무 아래 있으면 시간도 함께 눕는다. 천년의 숲 정원은 32.8ha 규모로, 사계절정원과 꽃보라정원, 미르정원 등 9개의 주제 정원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정원은 단순히 나무와 꽃을 모아놓은 곳이 아니라, 살아 있는 풍경으로 이루어진 공간이다. 안내도에는 각각의 길목에 숲의 성격과 정원의 이름이 그려져 있다. 물이 흐르는 곳엔 생태연못이 있고, 숲이 깊어지는 곳엔 무궁화정원과 전통정원이 숨어 있다. ■누구나 풍경이 되는 외나무다리 사람들은 사진을 찍기도 하고, 종이 팸플릿을 들고 천천히 걷기도 한다. 처음 만나는 길은 세상의 둔탁한 길과 숲 사이를 잇는다. 입구를 지나 정원 안으로 몇 걸음 들어서자, 아치형 돌다리가 보인다. 돌다리 너머로 곧게 뻗은 길을 따라 나무들이 나란히 서 있다. 흠잡을 데 없이 쭉 뻗은 길은 시원함마저 선사한다. 작은 개울 위에 다소곳이 놓인 돌다리는 흙길과 숲 사이를 잇는 첫 번째 통로다. 바닥은 물기 없이 말랐어도 짙은 나무 그늘은 큰 위로가 된다. 무심코 건너려던 찰나, 갑자기 눈앞이 환하게 트인다. 숲의 결이 단숨에 드러난다. 돌다리 아래 길게 뻗은 개울은 매혹적이기까지 하다. 일직선으로 흐르는 물길은 곧고 맑다. 개울 양옆으로 나무들이 서 있다. 나무들은 흐르지 않는다. 대신 하늘을 찌를 듯 자라며 시간을 쌓는다. 나무 사이사이로 햇살이 내리고, 바람은 길게 불어간다. 숲과 숲이 마주 보는 개울 어디쯤 외나무다리 하나가 누워 있다. 개울을 중심으로 나무들이 도열해 있다. 마치 오래전부터 자리를 지켜온 것처럼. 어느 하나 흐트러짐 없이 곧고 빼곡하다. 그러나 하나의 나무는 개울을 가로지르며 이쪽과 저쪽, 두 숲을 잇는다. 서 있는 나무들이 하늘과 대화한다면, 누운 나무는 땅과 물 그리고 사람을 품는다. 자신을 밟고 누구든 건너게 한다. 외나무다리는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단절된 숲을 부드럽게 이어준다. 개울, 나무, 외나무다리가 서로 맞물려 만든 풍경은 현실의 결을 벗어난다. 순간, 발밑의 흙도 하늘도 모두 아지랑이에 잠긴 듯 울렁거린다. 초록빛이 겹겹이 눈앞을 감싸고, 낮과 밤, 땅과 허공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혼몽한 감각 속, 풍경은 시각이 아닌 감각의 결로 스며든다.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젖어드는 몽환의 숲 말이다. 초록은 단지 색이 아닌 숨결처럼 피어오르며 현실의 감각은 서서히 멀어진다. 숲길을 걷고 있지만, 허공을 걷는 느낌처럼 가볍다. 어디선가 초록의 요정이 따라오는 것 같다. 나무 사이로 비현실의 기운이 일렁이고, 나무 하나가 하품하며 문득 걸어 나와 말을 걸 것 같다. 물소리는 주문처럼 흐르고, 바람은 또 다른 속 사귐처럼 들린다. 눈을 감고 뜨는 사이, 어딘가 묘하고 낯선 세계로 이어지는 문이 열릴 것 같다. 숲은 나를 부드럽게 혼몽의 가장자리로 이끈다. 넋을 놓고 한참을 바라본다. 외나무다리 위에 선 사람과 물 위에 비친 사람의 실루엣은 바람 따라 흐트러졌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그림자는 풍경 속 또 하나의 선이 되고, 움직임 없는 울림으로 번진다. 나는 카메라를 들지 않는다. 셔터 소리조차 정적을 깨뜨릴까 조심스럽다. 바라만 보아도 머리끝까지 환하게 밝아지고 맑아진다. 숲은 그늘이 아니라 빛이다. 나무들이 햇살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햇살을 이끄는 거다. ■마음 끌리는 대로 걷는 여러 개의 정원 무궁화 길은 길게 이어진 절정의 무대다. 흰색, 분홍빛, 연보라 꽃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나란히 나란히 나아간다. 벌들이 왕왕대며 꽃 사이를 분주히 옮겨 다닌다. 작은 날갯짓이 떨림처럼 느껴지고, 그 진동이 공기를 따라 퍼져나간다. 벌들의 왕왕거림은 흡사 어떤 언어처럼 들린다. 무궁화는 피어 가만가만하고, 벌은 피어 있는 시간의 중심을 장악한다. 꽃보라정원에는 자줏빛 에키네시아가 촘촘히 피어 있다. 중심이 짙고 가장자리가 연한 꽃잎들은 불꽃처럼 퍼지고, 정원의 숨결을 물들인다. 나비 한 마리가 꽃 위에 내려앉는다. 이 정원은 향과 빛, 그리고 고요의 흐름이 겹쳐진 꿈같은 공간이다. 사계절정원은 계절을 담은 시간의 병풍 같다. 봄의 잔잔한 화사함과 여름의 생동이 맞닿아 꿈틀댄다. 마치 계절끼리 바통을 주고받듯 색을 물려준다. 꽃들의 배열은 의도되지 않은 질서처럼 자연스럽고 자유롭다. 한 걸음마다 계절이 바뀌고, 두 걸음마다 향이 바뀐다. 계절을 건너는 숲속의 작은 환상이 펼쳐지듯 아름답다. 미르정원은 작은 언덕을 중심으로 원을 그린다. 곡선은 마치 우주의 축선처럼 부드럽고 정확하다. 물길이 중심을 따라 흐르고, 바람은 둥글게 돌아 나간다. 발아래 그림자마저 곡선을 따라 흘러간다. 미르정원은 중심이 아니라 흐름에서 완성된다. 걸으면 걸을수록 안쪽으로 들어가고, 그 끝은 다시 출발점이 된다. 암석원에는 거칠고 단단한 에너지가 솟구친다. 물결처럼 배치된 암석에서 자연의 오래된 기도문이 읽힌다. 돌 사이사이로 자라는 식물들이 바위의 숨을 이어간다. 무언가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침묵의 식물 정원이다. 그 안에서 모든 경계는 희미해지고, 생명은 느리게 이어진다. 수변정원은 물을 품은 세계다. 정원 둘레를 따라 흐르는 물줄기 위로 햇빛이 부서지고, 물풀과 수생식물이 서로 얽힌다. 바람은 물 위에서 한층 더 가볍게 흘러간다. 물소리는 말보다 깊고, 리듬보다 자유롭다. 수면 위에 떠 있는 부레옥잠은 마치 시간을 잊은 것처럼 고요하다. 왕의 정원은 단정하고 절제되어 있다. 잘 다듬어진 수목과 포석, 그리고 조용히 선 돌 하나까지도 품위가 있다. 이곳의 침묵은 권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깊은 통찰처럼 다가온다. 지나가는 바람조차 자세를 낮추는 듯, 정원은 스스로의 무게로 자리를 지킨다. 천년의 미소원은 가벼운 입꼬리처럼 휘어진 오솔길을 따라 펼쳐진다. 꽃과 풀, 나무가 서로의 거리를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친밀하다. 이름 덕분일까. 모든 것이 웃고 있는 듯하다. 풍경이 조용히 인사하고, 나무가 작은 농담을 건네는 듯한 느낌. 발길이 부드러워지는 정원이다. 5산 3물길은 천년의 숲 정원의 골격이다. 다섯 개의 숲 언덕과 세 개의 물길이 교차하며 숲의 숨결과 언어와 품격을 결정한다. 각각의 산은 거대한 힘차게 솟아 있고, 물은 그 사이를 잇는 실처럼 흘러간다. 직접 걸어야만 이해되는 지도 같다. ■시간과 그늘의 여운 멀지 않은 곳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린다. 연둣빛 옷과 모자를 쓴 작은 존재들이 나무 사이를 종종거리며 걷는다. ‘아···.’ 숲 어디에서부터 따라온 요정 같다. 바람 끝에 실린 물소리와 나뭇잎의 떨림, 아이들의 웃음이 겹쳐져 현실의 가장자리처럼 느껴진다. 빛은 공기 중에 머물고, 모든 것이 조금 떠 있는 듯한, 묘한 선계의 문턱에 서 있는 기분이다. 숲은 마지막까지 무언가를 건네려 애쓰지 않는다. 다만 오래된 쉼 하나를 내어, 나를 조용히 불러 세운다. 나무 아래 흘러간 시간이 그늘이 되고, 그늘이 다시 나아갈 용기가 된다. 걷고, 바라보고, 멈춘 모든 순간이 어느새 내 안의 풍경이 된다. 천년의 숲은 단지 꽃과 나무를 품은 정원이 아니다. 이 숲에는 사람이 있고, 쉼이 있고, 오래 기억될 여운이 있다. 발걸음을 떼어 돌아 나와서도 한참 거기 남은 듯한, 그런 여운으로 숲은 내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끝>

2025-09-03

생색내기

서울 아들네가 방학이라 며칠 내려오겠다고 했다. 광복절 끼워 2박 3일 연휴가 가능해서라고 했다. 두 번의 명절, 두 번의 방학, 그리고 어린이날 연휴가 길면 오기도 해도, 많아야 1년에 다섯 번 정도밖에 못 만나는 그리운 손녀들이었다. 그날부터 몸도 마음도 분주해진다. 가장 먼저 할 일은 2박 3일의 스케줄을 잡는 것. 마침 8월 15일과 그 다음날이 큰손녀와 큰아들 생일이니 합동 생일파티를 하면 되겠다 싶었다. 대구 애들과 합하면 10식구이니 움직이는 일이 만만찮다. 집에서 간단히 파티 준비해야지. 마침 집에 와 있는 손주 둘과 같이 생파 이벤트를 의논했다. 며느리들에게 계획을 알렸더니 모두들 손사래를 친다. 더위에 절대 고생하지 마시라. 허무하게도 생일파티는 취소, 외식으로 결정이 났다. 집에서 가까운 뷔페를 예약하고, 또 볼링을 치기로 했다. 대신 케이크커팅은 집에서 하자. 둘쨋날 스케줄은 남편이 제안했다. 경주 미술관 투어를 하자. 경주예술의전당에서 ‘근현대 4인의 거장전’, 오아르미술관에서 무라카미 타카시의 ‘해피 플라워’를 보면 손녀들이 좋아할 거다. 경주문화관의 ‘고흐전’도 보자고 결정했다. 가장 힘들고 고된 일은 손님맞이 청소다. 가장 먼저 이불 빨래를 하고, 방 청소하기, 주방도 정리 좀 해 두어야 오랜만에 보는 며느리에게 책잡히지 않지. 화장실 청소는 맨 나중에 하자. 작년에 쓰고 그냥 넣어두었던 까슬한 여름용 차렵이불을 꺼내 빨았다. 빨다 보니 우리가 쓰던 이불과 베갯잇도 빨아야지 싶어 모두 내어 빨고, 건조하고, 햇볕에 바싹 말리고, 속통도 건조대에 걸쳐 말리고 소독했다. 네 개의 방 중 정작 남편과 내가 쓰는 방은 거실과 안방뿐이다. 그러나 10명이나 되는 대식구가 모이면 안 쓰던 방도 침실로 사용해야 한다. 책방의 먼지부터 깨끗이 턴다. 큰아들 내외가 특히 그 방을 좋아하니 걸레질도 꼼꼼히 한다. 방학 중 손주들이 아지트로 꾸민 뒷방도 양해를 구해 잠시 철거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네 명의 손주들이 합심해서 또다시 아지트로 꾸밀지언정···. 엉망진창 어질러진 컴퓨터방도 손대야 했다. 창틀의 오래 묵은 먼지까지 훔치고 닦으니 보통 일이 아니다. 아 난 왜 평소에 털고 닦고 걸레질하는 습관이 안돼 있을까 자책한다. 다시는 이렇게 먼지 쌓아두지 말고 평소 청소 습관을 길러야지 아주 잠시 결심하지만 난 날 믿지 못한다. 또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 뻔하다. 연닷새 집안일을 했더니 거의 탈진 지경이었다. 결국 화장실 청소를 제때 못하겠다 싶었다. 내가 이불 빨고 청소하고 주방 정리하며 부산을 떨어도 안마의자에 앉아 책 읽고 TV 보는 남편에게 화장실 청소를 부탁했다. 웬일로 남편은 벌떡 일어나 바짓가랑이를 걷어올리며 화장실로 갔다. 락스와 솔을 찾는 남편에게 과탄산소다를 가져다주며 뜨거운 물을 쓰라고 일러주고 안방으로 가 누웠다. 깜빡 잠이 들었나 보았다. 서울 애들이 곧 도착한다는 전화에 잠에서 깼다. 거의 동시에 대구 손주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할머니, 할아버지. 우리 왔어요.” 남편은 막 안방 화장실 청소를 마친 모양이었다. “건아···. 화장실 구경해 봐···. 할아버지가 깨끗하게 청소했어.” 화장실 청소한 생색을 저리도 내고 싶은가 보다. 슬그머니 웃음.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2025-09-03

커피와 에너지 음료, 왜 두근거림과 불면을 부를까

카페인은 현대인의 생활과 뗄 수 없는 기호 성분이다. 아침마다 마시는 커피 시험이나 야근 때 찾는 에너지 음료 심지어 초콜릿에도 카페인이 들어 있다. 카페인은 순간적으로 정신을 맑게 하고 피로를 덜어주는 듯한 효과를 주지만 본질적으로는 교감신경을 흥분시키는 화기(火氣) 성질의 물질이다. 한방에서는 이런 성질을 가진 음식이나 약물을 화기 식품이라 부르는데 이런 식품을 섭취하면 일시적으로 힘이 나는 거 같지만 이를 장기간 섭취하면 몸의 균형이 깨지고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교감신경은 긴장과 각성을 담당한다. 카페인을 섭취하면 아데노신 수용체가 차단되어 뇌가 피곤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교감신경이 항진된다. 그 결과 심장이 빨리 뛰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잠이 잘 오지 않고 불안이 심해진다. 특히 갱년기나 화병 증상을 가진 사람들은 원래부터 체내의 열과 긴장이 높아져 있기 때문에 카페인 섭취 시 증상이 훨씬 심해진다. 얼굴이 붉어지고 사소한 일에도 화가 치밀며 가슴 답답함과 불면이 악화되기 쉽다. 카페인과 에너지 음료는 순간적인 힘을 주는 대신 장기적으로 자율신경 불균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런 경우 한약 치료가 도움이 된다. 황련, 시호, 치자, 석고 같은 약재는 가슴의 울체된 열을 꺼주고 흥분된 교감신경을 진정시킨다. 황련은 심장의 열을 내려 불안을 가라앉히고, 시호는 간울을 풀어 가슴 답답함을 덜어준다. 치자는 화기를 내리고 불면과 초조를 진정시키며 석고는 강한 열을 식혀 두근거림과 상열감을 줄인다. 이러한 약재들이 배합된 한약을 복용하면 교감신경 항진 상태가 안정되고 부교감신경 기능이 회복되어 수면의 질과 자율신경 균형이 개선된다. 직접 시술로는 자율신경 약침 치료가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성상신경절과 미주신경 자리에 약침을 시술하면 교감신경 흥분이 줄어들고 부교감신경의 기능이 강화된다. 교감신경이 조절되면 불안, 불면, 두근거림 같은 증상이 개선되고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심신이 안정되고 소화 기능과 수면 그리고 몸의 회복이 좋아진다. 초음파를 활용한 정밀 시술로 안전성을 높일 수 있으며 한약 복용과 병행할 때 치료 효과가 배가된다. 실제 임상에서도 카페인 과민이나 갱년기 불면 화병으로 인한 가슴 답답함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약침 치료 후 증상이 빠르게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생활 관리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카페인과 에너지 음료를 찾는 습관을 줄이고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 가벼운 운동을 실천해야 한다. 교감신경 항진 상태에서는 아무리 오래 누워 있어도 몸이 쉬지 못하지만 자율신경 치료와 생활습관 교정이 함께 이루어지면 몸은 본래의 리듬을 되찾는다. 카페인과 같은 화기 식품은 순간적으로 힘을 주는 듯 하지만 결국 교감신경 항진과 불안 불면을 불러온다. 생활관리와 함께 가슴의 열을 꺼주고 신경의 균형을 바로잡는 한약과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을 직접 조절하는 약침 치료가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자율신경은 안정되고 몸은 진정한 회복을 향해 나아간다. 결국 건강은 순간적인 자극이 아니라 균형과 안정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5-09-03

영양군 원전비상구역 편입, 군 발전 동력 삼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달 29일 영양군 수비면 수하 3리를 한울원전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 포함하는 변경안을 승인했다. 2015년 방사능 방재법 개정 시행령 발효때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미포함됐던 영양군 수비면을 10년 만에 포함시켰다. 최근 한울원전 1·2호기 준공과 3·4호기 착공 등 울진군이 세계 최대 원전밀집단지로 조성됨에 따른 주민안전 확보 차원에서 나온 결정이다. 원전 밀집지역인 울진과 인접해 있으면서 원전사고 발생 시 뚜렷한 대피시설조차 준비되지 못했던 영양군으로서는 천만다행한 정부 조치다. 특히 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된다는 사실이 자칫 위험지역으로 분류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해석이 나올 수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번 원전 비상계획구역 포함 조치는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국가가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 본래의 취지여서 이번 조치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를 주민 안전 강화와 재정자립 기반 확대라는 두가지 효과를 동시에 거둔 모범적 사례로 평가한다. 비상계획구역 포함으로 영양군은 연간 최대 100억 원의 지역자원시설세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내년에는 50억원을 확보하고, 연차적으로 100억원의 세입효과를 가지게 된다. 현재의 군 재정 규모에 비쳐볼 때 적지 않은 예산이다. 군이 이런 재정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군의 모습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오도창 영양군수는 “확보된 재원으로 주민안전망 구축과 생활 인프라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원전비상구역 편입으로 생기는 세입을 군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 일자리 창출이나 군민 복지 분야에 많이 투자할 생각임을 비쳤다고 한다. 영양군은 한때는 인구 7만 명의 도시였다. 국가적으로 저출생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지금은 인구 1만5000명의 소도시로 떨어져 도시소멸을 걱정하고 있다. 도시의 발전은 작은 동기에서 비롯돼 의외의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영양군의 비상계획구역 편입이 군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해 군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힘이 되길 바란다.

2025-09-03

전한길의 과대망상

“나를 품는 사람이 내년에 지방자치단체장이 되고, 향후 국회의원 공천도 받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다음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누가 한 말일까? 그는 이런 큰소리도 쳤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내 대학 선배다. (다음) 대구시장은 이진숙 위원장이 맡아야 한다. 만약 내가 공천을 받는다면 이 위원장에게 무조건 양보하겠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반대론자들에게 주목받으면서 전 역사강사 전한길 씨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때론 정치학자이자 미래를 예측하는 유사 점술가 같은 행태도 보인다. 얼마 전부턴 ‘전한길 뉴스’라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스스로를 언론인이라 부르고 있기도 하다. 파토스 넘치는 전씨의 음성과 격정적이고 직설적인 어법에 지지자들은 열광하지만, 그와 다른 견해를 가진 이들은 비난의 손가락질을 보내는 게 지금의 상황.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부풀려지고 터무니없는 헛된 생각을 지속하는 걸 우리는 ‘과대망상(誇大妄想)’이라 부른다. 심리학자들은 자기 확신과 주관적 신념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이 과대망상증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한다. 한국처럼 매일매일 상황이 변하는 정치 환경에서 2026년에 열릴 지방선거의 구체적인 결과를 확언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그러니, 그보다 더 훗날의 일인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에 관해선 더 말할 것도 없다. 개인의 과대망상이 개인의 불행으로 끝난다면 과하게 걱정할 필요 없다. 그러나, 이미 전씨는 ‘한 개인’의 범주를 벗어난 정치적 영향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위험해 보인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지도부가 전한길 씨의 과대망상에 부화뇌동하지 않기를 바란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9-03

‘철강관세 인하’위해 백악관까지 간 포항시장

이강덕 포항시장이 지난 1,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있는 백악관과 국회의사당 앞에서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철강 관세 부과를 멈춰달라’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했다. 시위에는 미국 버지니아한인회 김덕만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과 포항시 공무원 등도 함께 참여했다. 정부의 외교적 노력만으로 포항철강산업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시장이 직접 철강업계의 절박한 상황을 미국 정부에 알리기 위해 시위라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 시장은 이번 캠페인을 시작으로 코트라(KOTRA) 등과 연계해 철강관세 인하와 지역기업의 북미시장 진출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후속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미국 퇴직 경제관료들이 포진한 글로벌컨설턴트 대표와도 만나 철강품목 관세인하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자리도 가진다. 이 시장은 이날 미국 무역대표부와 상무부, 국제무역위원회에 보내는 건의문에서 “미국정부가 동맹국인 한국에 50%라는 살인적 철강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영국처럼 최소 25% 수준으로 조정하거나 제한적 쿼터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시장은 이 호소를 미국이 받아들여 국제사회의 호혜적 무역환경 조성에 기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국내 철강산업의 심장부인 포항은 현재 관세 폭탄으로 지역경제 기반이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2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포항을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했지만 이 조치만으로는 복합적인 위기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같은 대기업들도 포항지역 일부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거나 축소했고, 협력업체들은 일감부족으로 줄줄이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결국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도시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시장의 백악관 시위로 당장 관세가 인하되는 가시적인 효과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시위가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문제의 심각성을 공론화하는 데는 크게 기여했다. 미국 정부에도 경각심을 주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2025-09-03

검찰개혁, 제자리인가

검찰개혁. 화두가 표류하고 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 공소청 설치, 중수청 신설이라는 큰 방향은 이미 촛불광장에서부터 제기된 국민적 요구였다. 시간이 이렇게도 흘렀음에도 구체적 제도설계와 집행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현실은 개혁을 기대했던 시민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든다. 핵심은 분명했다. 검사들이 독점했던 기소권과 수사권을 나누어 권력의 임의적 남용을 막고 견제와 균형을 제도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것이었다.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개편해 기소만 담당하게 하고, 수사는 국가수사본부나 중수청 등 기구가 맡는 구조였다.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방향은 국민들이 납득하는 최소한의 개혁안이었다. 국회와 정부의 움직임은 오히려 개혁의 본뜻을 흐리고 있다. 중수청을 법무부에 둘지 행정안전부로 옮길지를 두고 벌이는 줄다리기는 국민으로서는 피곤할 따름이다. 관건은 중수청이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수사기관이 정치권력과 이해집단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그런데도 권한 배분을 둘러싼 부처 간 이기주의와 정치적 계산이 논의의 중심을 차지하는 게 아닌가. 검사들의 집단적 반발 역시 국민을 불편하게 한다. 수십 년간 검찰은 권한을 자의적으로 휘두르며 무소불위라는 평가를 들어왔다. 정치적 편향, 피의사실 공표, 수사권 남용, 제 식구 감싸기 등 숱한 비리와 악행은 이미 국민적 기억 속에 생생하다. 검찰 구성원들이 입을 모아 개혁과정에 목소리를 내거나 자기 권력 지키기에 몰두하는 모습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는커녕 오히려 불신을 강화할 뿐이다. 여권의 태도도 문제다. 검찰개혁은 촛불 시민들의 가장 강력한 요구 중 하나였다. 현 정권이 탄생한 역사적 배경에도 깊이 새겨져 있다. 그럼에도 아직껏 체계적 개혁안을 확정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은, 의지가 있는 것인가, 정권 내부의 이해관계가 그렇게 중요한가 등 의문을 던지게 된다. 개혁은 구호가 아니다. 개혁을 외쳤던 정치인과 집권 세력은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과는 달라야 한다. 검찰개혁의 의지를 말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기획이 분명해야 하고 제도설계가 정교해야 하며 추진력과 실행력이 담보되어야 한다. 지금 논의는 추상적 원칙과 부처 간 자리싸움에 머무르고 있다. 이대로라면 개혁은 실종되고 남는 건 국민적 피로감뿐일 것이다. 검찰개혁은 특정정권의 이해를 위한 정치적 카드가 아니다. 민주사회에서 권력기관의 견제와 균형을 확립하기 위한 제도적 토대다. 원칙을 잊는 순간 개혁은 퇴색하고 국민적 지지는 사라진다. 출발점이었던 국민들의 열망을 기억한다면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정부와 여당은 개혁의 본령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소와 수사 분리라는 대원칙 아래 공소청과 중수청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정치적 중립성과 제도적 독립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입안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과의 투명한 소통이다. 개혁의 주체는 검사나 정치권이 아니라 국민이다. 검찰개혁이 구호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용기있는 결단과 실질적 제도화가 필요하다. 촛불 과제를 완수하려면 행동해야 한다. /장규열 본사 고문

2025-09-03

‘염분·해풍 고사 반복’ 포항운하 가로수···과학적 관리 대책 시급

해풍과 염분을 머금은 토양 때문에 고사를 반복하는 포항운하 주변 가로수를 살리려면 독립적 생육 기반과 과학적 관리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태열 경북대 조경학과 교수는 3일 경북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포항운하 주변 토층 조사와 조수 간만에 따른 염수 영향 등 과학적 데이터 확보가 선행돼야 하고, 식물이 자랄 수 있는 독립적 생육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지금까지는 추측성 대응에 머물렀다”라면서 “세금만 낭비할 게 아니라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4년 포항운하 준공 당시 포항운하 주변에는 메타세쿼이아, 이팝나무, 남천, 느티나부, 곰솔, 대왕참나무 등을 심었다. 그러나 메타쉐쿼이아는 염분에 취약했고, 다른 나무들도 뿌리를 안정적으로 내리지 못했다. 5년 뒤 ‘포항운하 워트프론트 도시숲 조성 사업’을 통해서는 1억1994만 원의 예산을 들여 왕벚나무 40주, 이팝나무 29주, 대왕참나무 37주 등 106주를 새로 심었다. 그런데도 고사목이 발생했다. 2023년 포항시는 1억3650만 원을 투입해 이팝나무 4주, 가지나무 36주, 아왜나무 9주, 느티나무 7주 등 56주를 다시 심었지만, 포항운하 주변 가로수는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김달수 포항운하관리팀장은 “염분 피해를 줄이기 위해 2023년부터는 염분에 강한 수종으로 교체해 심어왔다”라면서도 "포항운하가 바다와 인접한 데다 수면과 가로수 뿌리 깊이 차이가 1m 남짓에 불과해 생육 조건이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고충호 산림청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자원 활용센터 연구사는 염분 스트레스와 건조 스트레스의 유사성을 포항운하 주변 가로수 고사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물은 충분해도 염분에 노출되면 뿌리가 물을 흡수하지 못해 마치 가뭄처럼 느끼게 되고, 포항운하 주변 토양은 바닷물과 연결돼 나무가 염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고 연구사는 “해풍까지 겹쳐 나무 성장이 억제된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자 포항시는 일부 구간의 지반을 50cm 높여 화단처럼 조성하는 시범사업을 했다. 토양 문제가 근본 원인이라는 진단에 따라 수목에 대형 워터백을 설치해 정기적으로 물을 공급하고 있다. 염분에 강한 수종 선택, 흙을 쌓아 올려 심기, 충분한 담수 공급 등의 해법을 제시한 고충호 연구사는 “물주머니 방식은 부족하다. 지표면에서 흘러내릴 만큼 충분한 담수를 꾸준히 공급해야 한다”며 근본적이고 과학적인 관리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태열 교수는 “수종 교체나 화단을 50cm 올리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라면서 ”생육 기반이 단절되는 화분식 구조 대신 보습, 비료 순환, 폭염과 가뭄에 대한 대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주변 토양과 수분, 뿌리망이 서로 이어지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09-03

‘K푸드 열풍’ 주역들 한자리에 차렸다

대한민국 식품산업을 대표하는 ‘제25회 대구국제식품산업전(K-FOOD EXPO 2025)’이 3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시작됐다. 이번 박람회는 225개사, 426부스 규모로 진행되며, 떡볶이, 김 등 한류 대표 간편식부터 식품 기계까지 K-FOOD 산업 전반을 아우른다. 올해 행사는 최근 ‘케데헌’ 열풍과 함께 K-푸드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해외 바이어들의 참여가 크게 늘었다. 특히, 떡볶이와 김 등 한류 간편식에 대한 해외 수요가 증가하면서, 영풍과 삼첩분식(CGF) 등 지역 대표 기업들이 참가해 수출 판로 확대를 모색한다. 박람회에서는 특색 있는 공동관 운영과 차별화된 전시 품목 구성이 이뤄진다. 대구치맥산업협회, 달빛공동관, 달성상회, 중소기업푸드테크협회, 해외 참가사 공동관 등이 함께 꾸려져 다양한 식품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농·수·축·임산물, 가공식품, 유기농·건강기능식품, 주류·음료, 디저트 산업뿐만 아니라 식품 기계업체 참여도 크게 증가했으며, 하인스, 선경산업, 영테크팩 등이 참가해 식품산업 인프라 부문까지 전시 규모가 확장됐다. 참가업체의 실질적 성과 창출을 위해 수출상담회와 구매상담회 프로그램이 대폭 강화된다. 해외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에는 66개 해외 바이어가 참가하며, FDA·FSSC 인증 지원과 물류 컨설팅 서비스가 제공된다. 국내 유통사(MD) 구매상담회에는 대형마트와 온라인몰 등 20여 개 유통사 국내 바이어가 참가한다. 엑스코 손태식 전시1실장은 “지난해 참가 기업 절반 가량이 상담 후 실제 계약 또는 추가 미팅으로 이어졌다”며 “올해는 규모와 질적 수준이 모두 강화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시장 내에는 스마트 푸드테크관, 식품 자동화 설비, AI 기반 생산기술관 등이 운영돼 식품산업의 최신 동향을 살펴볼 수 있다. 학술 세미나와 현장 시식, 스탬프 이벤트, 영수증 이벤트 등 관람객 참여형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전춘우 엑스코 대표이사는 “한국문화의 인기와 함께 K-푸드에 대한 해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올해 전시회는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 바이어와 무역상사가 참가해 실질적인 수출 성과와 판로 확대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회 관람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가능하며, 자세한 사항은 행사 누리집(www.kfoodexpo.com)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9-03

대구 기업 76% “주 4.5일제 시기상조⋯도입 의향 없다”

대구 지역기업들 과반수 이상이 주 4.5일제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3일 대구상공회의소가 지역기업 444개사(응답기업 25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주 4.5일제 도입에 대한 인식 및 영향 조사(8월 18~28일) 결과에 따르면, 부정적 의견이 67.9%로 긍정적 의견(32.1%)을 크게 앞섰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의 부정적 인식이 75.6%로 가장 높았으며, 건설업(52.4%), 유통업(52.9%)에서도 부정적 인식이 절반을 넘었다. 주 4.5일제 도입이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응답한 기업들은 생산성 저하(42.7%), 추가 인건비 부담(23.4%), 인력 운영의 어려움(14.6%), 업종별 적용 한계(11.7%), 고객 응대 어려움(5.8%) 등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반면, 주 4.5일제 도입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응답한 기업들은 일과 삶의 균형 개선(49.4%), 직원 만족도 증가(37.0%), 업무 몰입도 향상(13.6%) 등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조사 결과, 주 4.5일제 도입 의향이 없는 기업이 76.2%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이미 도입해 시행 중인 기업은 0.8%에 불과했다. 도입 의향이 있는 기업 중에서는 적정 도입 시기를 1년 이내로 꼽은 기업이 34.5%로 가장 많았다. 주 4.5일제 도입과 관련해 기업 경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소로는 인건비(32.8%), 납기(공기)(25.9%), 생산성(20.7%), 인력 관리(20.7%)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 4.5일제 도입과 관련한 가장 필요한 정부 및 지자체 지원책으로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보전 장려금 지원(50.1%)이 가장 많이 선택됐으며, 세제 혜택(31.5%), 업무 프로세스 및 공정 개선을 위한 컨설팅(8.5%), 도입 관련 정보 제공(6.1%), 근태관리 시스템 구축 지원(3.1%) 등이 뒤따랐다. 대구상의 이상길 상근부회장은 “주 4.5일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생산성 혁신과 함께 정부 차원의 임금보전, 세제 인센티브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며 “기업 경쟁력 유지와 일·생활 균형을 함께 실현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