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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소방관의 건강 보호 시급하다

지난 3월 22일부터 28일까지 경북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등 5개 시·군을 휩쓴 산불은 149시간 만에 주불이 진화됐으나, 피해 규모와 파급력은 대한민국 산불 역사상 전례가 없었다. 특히 사망자의 대부분은 불길이 아닌 산불 연기에 의한 질식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번 사태는 경북 산불 연기에 노출된 노인층과 소방관의 건강 보호가 단기적 재난 대응을 넘어 장기적이고 과학적인 건강관리 대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임을 분명히 보여줬다. 노인층은 산불 연기에 특히 취약하다. 2006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서부 지역 노인 1036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높은 산불 연기에 노출되면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입원이 증가했다. 하버드대 연구팀도 노인이 단기간이라도 산불 연기에 노출되면 폐 기능 저하, 심혈관계 부담 증가 등 뚜렷한 건강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천식이나 만성 폐쇄성 폐 질환을 앓는 고령층은 연기 속 독성 물질로 인해 호흡 곤란이 심화하고, 혈관 염증과 혈압 상승으로 심혈관 질환 위험이 더욱 커진다. 소방관들도 안전하지 않다. 이번 경북 산불처럼 장기간 이어진 화재 진압은 소방관들을 고농도 산불 연기에 반복적으로 노출시킨다. 여러 연구에서 소방관은 평균 폐 기능이 낮아 이러한 상황에서 호흡기 질환에 더 취약하다고 보고된다. 장기적인 연기 흡입은 암·폐기종·만성 기관지염·심혈관 질환 등 여러 질병의 위험을 높인다. 여기에 심리적 스트레스·수면 부족·강도 높은 신체 활동이 겹치면 그 위험은 더욱 커진다. 폐 기능을 개선하고 강화를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운동 처방과 체계적인 재활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다. 규칙적인 중등도 이상 유산소 운동은 호흡근을 강화하고 심폐 기능을 향상해 산소 공급 효율을 높인다. 여기에 개인별 맞춤형 근력 및 신전 운동을 병행하면 폐 주변 근육과 흉곽의 유연성이 향상되어 호흡 효율과 회복 속도가 더욱 개선된다. 해외 사례에서도 이러한 접근이 적극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독일과 스위스는 산불 예방뿐 아니라 연기 피해 대응을 위해 고령층 대상의 체계적인 폐 기능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독일의 ‘자가 15분 호흡 운동’, ‘호흡 테라피’, ‘최고의 호흡 훈련’ 등이 대표적 사례로, 산불 연기로 인한 건강 피해를 완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경상북도는 대형 산불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노인층과 소방관을 대상으로 한 ‘폐 기능 보호·강화 종합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연기 노출 위험군에 대한 사전 폐 기능 검사, 호흡법·유산소·근력․신전 운동을 결합한 맞춤형 훈련, 심혈관·호흡기 질환 예방 교육 등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결국, 산불 피해 대응은 단기적인 진화 활동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연기에 취약한 노인층과 소방관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건강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재난 안전 정책의 핵심 축이 돼야 한다. 이러한 체계가 자리 잡으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형 산불에도 지역사회가 더 건강하고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박성률(동국대 의대 연구초빙교수·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

2025-08-21

함께 있어 빛나는 우리, 송해공원서

“밤에 운전하는 거 정말 오랜만이다. 이참에 야경 보러 갈까?” “그럼 우리 송해공원 갈까?” MBTI의 대문자 P답게 즉흥적으로 떠난 밤나들이는 수빈이와의 귀가길에서 시작되었다. 송해공원은 대구 달성군 옥포읍에 위치한 공원으로, ‘전국노래자랑’으로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고(故) 송해 선생님의 이름을 딴 달성군 대표 관광지다. 달성군 명예군민인 송해 선생님의 따뜻한 미소와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송해기념관이 있다. 또, 사계절 다양한 꽃과 식물들이 피어나는 자연의 색채는 마음을 알록달록 색칠할 수 있게 한다. 특히 봄철이면 만개하는 벚꽃이 호수 위로 흩날리며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해 많은 방문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가을에는 붉게 물든 단풍이 산책로를 수놓아 또 다른 계절의 매력을 더한다. 계절마다 다른 옷을 입는 공원은 언제 찾아도 새로운 감동을 선물한다. 호수 주변을 천천히 돌아볼 수 있는 둘레길은 근심 걱정을 덜어내고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물 위에 설치된 백년수중다리에서는 밤에 물 위에 떠서 아름답게 반짝이는 달, 풍차, 오리, 나무, 사슴, 하트 등 다양한 조형물들을 볼 수 있어, 가족·연인·친구 누구와 함께해도 아름다운 추억을 남길 수 있다. 또한 바라만 보아도 아찔할 정도의 높이에 조성된 구름다리는 폭포와 인접해 있어 여름에는 시원함을, 겨울에는 빙벽의 아름다움을 계절마다 색다른 모습으로 보여준다. 빛으로 물든 하트 길, 송해공원의 로맨틱 포토존. 뒤편의 산길도 산책로로 잘 조성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다람쥐와 들꽃을 만날 수 있는 숨은 명소로, 천천히 걷다 보면 도심 속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송해공원을 방문하면 반드시 이 길을 걸어보길 추천한다. 산길 끝에서 바라보는 호수의 전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이날 수빈이와 시민기자는 아름다운 밤 풍경에 젖어 말없이 불빛을 바라보며 서로가 생각하는 시간을 기다려주었다. 까만 밤하늘과 대비되는 반짝이는 불빛들이 마음의 어두움을 걷히게 했고, 잠깐 있다가 귀가하려던 우리의 발걸음이 그네 의자에 묶였다. 앉아서 잔잔한 호수와 불빛들, 행복하게 웃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과거의 나, 지금의 나, 미래의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수빈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뜻밖의 밤나들이에 또 다른 추억을 얻고 마음을 정화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깜깜한 밤에 마음을 위로하는 반짝이는 불빛처럼 수빈이는 언제나 나와 함께하는 변함없는 빛이다. 그리고 그 빛이 있어 언제나 감사하다. 송해공원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산책을 넘어, 우리 삶 속에서 소중한 사람과 함께할 때 비로서 행복이 완성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21

야외 활동때 진드기 물림 주의하자

입추가 지나면서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내려갔다. 한낮은 여전히 뜨겁지만 조금씩 가을의 기운이 느껴진다. 연휴를 맞아 가벼운 운동을 위해 반바지와 반소매 티셔츠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매미가 여름 하늘을 울음으로 채우고 푸른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둥실거려 평화로웠다. 산책을 나선 김에 공원 뒤의 산을 올랐다. 풀숲을 지나 산길을 여유롭게 걸었다. 이름 모를 들꽃들에 눈 맞추는 일이 즐거웠다. 내려와 저녁 외식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양말을 벗으려고 보니 다리에 까만 점이 보였다. 산에서 묻어온 낙엽 부스러기려니 하고 떼어내니 조그마한 진드기였다. 산을 올랐을 때 붙어온 모양이었다. 자세히 보아도 물린 자국은 없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다가 문득 한동안 매스컴에 자주 방송되던 쯔쯔가무시병이 떠올랐다. 서둘러 검색을 해보니 굉장히 심각한 내용이 나왔다. 갑자기 공포가 밀려왔다. 혹시라도 물려서 감염된 건 아닐까? 확실하게 알 수 없으니 더 불안했다. 그동안 진드기의 위험에 대해 들어도 그저 남의 일이려니 했었다. 하지만 막상 내 몸에서 직접 진드기를 발견하니 걱정이 되었다. 진드기에 대해 상식으로 알아두어야 할 것 같아 더 찾아보았다. 진드기는 기생성 절지동물로, 사람과 동물에게 질병을 매개할 수 있는 해충이다. 특히 털진드기나 작은소참진드기 등은 피부에 침입해 가려움, 발진, 부스럼을 유발하며,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등 치명적 질병을 전파할 수 있다. 모든 진드기가 병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나 진드기에 물렸을 경우는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진드기 접촉 후 2주 이내에 감기몸살과 같은 증상을 보이거나 고열이나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병원 진료를 받아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보통 감기인 줄 알고 방치하다가 증상이 중증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진드기는 크기가 작고 물렸을 때 통증이 없는 경우도 많아서 물려도 모르고 지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좋은 예방법은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예방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좋다. 야외 활동 시 긴팔 긴바지를 착용하고 장갑이나 모자, 토시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풀밭에 옷을 벗어두거나 드러눕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 등산로가 아닌 산길은 되도록 피하고 야외에서 돌아와서는 꼭 샤워나 목욕을 하고 입은 옷은 세탁을 한다. 진드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가을은 진드기의 활동성이 더 높아지는 계절이라고 한다. 야외 활동이나 등산 시에 ‘진드기 매개 감염병 예방수칙’을 잘 알아두고 예방을 하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므로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치부해서는 안 된다. 사소한 부주의로 큰 질병에 노출되는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철저한 예방만이 최선의 방법이다.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21

“분청사기는 내 운명⋯ 내가 빚은 건 그릇이 아닌 자유·자연”

“한국의 전통 문화 예술과 현대의 작품이 공존하는 한국실에서 한국 문화의 자존심을 느낀다.” 2021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한국실을 특사 방문한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윤광조 작품 ‘혼돈’ 앞에서 남긴 감상평이다. 동행한 BTS멤버 RM은 “멋지죠? 좋아하는 게 닮은 거 같아요,”라고 하는 영상이 국내외에 공개되어 화제가 되었다. ‘분청사기(粉靑沙器)의 대가’ ‘세계 도예의 거장’ 윤광조. 그는 자유분방한 감성을 표현한 조선의 분청사기를 오늘날 K-문화, 한국예술의 글로벌리즘으로 완성했다는 평을 받는다. 9월 3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에 국내 정상의 화랑 가나아트 초대전에 참여하기 위해 출품작을 포장하는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최순우·장욱진 화백 지도로 ‘분청’ 입문 觀·律·心經 등 주제 10년마다 연작 시리즈 참선 후에 물레 버리고 圓→角·面 변용 불심·자연·우주 관통하는 예술 세계 전념 美 필라델피아·시애틀·버밍햄갤러리 등 세계 최고 갤러리·유명공간에 작품 전시 9월 국내 정상 화랑 가나아트서 초대전 □국제무대서 더 잘 알려진 도예가 윤광조 회갈색 태토(胎土) 위에 백토로 표면을 마무리하는 분청사기는 청자에서 백자로 넘어가는 우리나라 고유의 도자 양식이다. 15세기 도자기를 대표하는 분청사기는 상감, 인화, 박지(양각), 조화(음각), 덤벙, 귀얄문양 등 다양한 표현방식으로 일반 서민들은 물론 왕실에서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그 영광은 뒤이어 등장한 백자에 밀려 한낱 사금파리로 지층 속에 묻히고 말았다. 500년 세월이 흐르도록 박물관 수장고 한쪽 구석에서 잠자던 분청사기를 뉴욕 한복판에 내놓아 오늘날 한국 도자사를 새로 쓰게 한 아티스트 윤광조. 그가 1994년부터 둥지를 틀고 있는 경주 안강 ‘바람골’은 전세계 도예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윤광조의 성취는 세계 유수 갤러리의 초대전과 국내외 유명 공간에 포진해 있는 작품들이 증명해준다. 그는 1982, 83년 한미, 한불·한독 수교 100주년 기념 ‘한국현대도예전’에 참가 하면서 세계적인 화랑들로부터 주목을 받게 된다. 이를 계기로 2002년 프랑스 가나-보부르화랑으로부터 첫 초대를 받는다. 이듬해에는 동양 예술가로는 처음으로 세계 최상급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기획전을 갖는 한편, 독보적인 도예 전문 화랑인 영국 베쏭갤러리, 미국의 각 대학 갤러리 등에서 잇따라 기획전을 열어 세계 유명 예술가 반열에 이름을 올린다. 해외 초대전에서는 필라델피아 미술관이 그의 ‘심경’(心經)을 8만9500달러(한화 약 1억5백만 원)에 소장한 데 이어, 빌 게이츠 어머니가 운영하는 시애틀미술관도 구입에 나서 윤광조는 ‘흙을 보석으로 빚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한다. 이를 시작으로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아트, 브리티시 뮤지엄, 로열 뮤지엄, 매리어몬트, 스미소니언 내셔널 뮤지엄 등 정상급 갤러리들이 그의 작품을 앞다투어 전시하게 된다. □“도자기는 꼭 둥글어야 하나” 물레 탈피 윤광조에게 분청사기는 운명이었다. 작품에서 보이는 큰 두 흐름, ‘자유’와 ‘자연’이 그의 이력과 겹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46년 함북 함흥에서 완고한 집안 막내아들로 태어난 그는 ‘속박’에 못 견뎌 고등학교를 마치고 가출했다. 자유를 찾아 방황하다가 미국으로 이민 간 형의 권유로 홍익대학교 공예과에 입학해서 도자기를 전공하게 된다. 윤광조는 대학 2학년 때 분청사기 도록을 보고 첫눈에 반한 후, 대학 4학년 때 동아공예대전(동아일보사 주관)에 ‘분청 문방구 세트’를 출품하여 대상을 거머쥔다. 수상을 계기로 ‘전통의 현대화’에 고심한 결과, 이미 2002년 호암갤러리(서울) ‘분청사기 명품전Ⅱ:한국미의 원형을 찾아서’ 기획전에서, 현대 분청을 대표하는 작가로 주목받는다. 당시 호암갤러리는 별도 공간을 마련하여 공식적으로 ‘대가’라는 호칭을 붙여주면서 명실상부 우리나라 최고 도자 아티스트임을 알린다. 2004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고, 2008년에는 경암학술상 예술부문에서 수상하기에 이른다. 명성에 걸맞게 과천 현대미술관과 서울공예박물관이 그의 작품을 전시하는 한편, 리움미술관(구 호암미술관)도 작품을 다수 소장하여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윤광조의 작품은 불교 색채가 강하다. ‘반야심경’(般若心經) ‘무심’(無心)은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테마다. 그에게 불교는 단순히 작품에 새기는 행위를 넘어 예술의 화두다. “1985년 작업이 꽉 막혀버리더라고요. 방황하다가 지리산 정각사에서 15일 간 4만 배 절을 하고 나니까 손에 꽉 잡히는 게 있어요. ‘물레를 안 돌리면 어떤가, 꼭 도자기는 둥글어야 하나?’ 화가들이 구상, 추상을 넘나들듯 4만 배 끝에 물레를 버렸어요. 태토를 쌓아 올려서 각(角)을 세우고, 두드려 붙여 면(面)을 만들면서 과감하게 원(圓)의 굴레에서 벗어난 거죠.” □전통-자연 현대-자유 세계적 보편성 획득 그의 작품이 세계성을 획득하기까지는 불심(佛心)에 더해 또 하나 비결이 있다. 조선시대 분청사기를 보면 도공들이 표면을 장식하고자 밑그림을 그린 흔적은 없다. 옛 도공과 달리, 윤광조는 내적 심상(心象)을 밖으로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스케치한다. 윤광조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전통은 눈에 보이는 어떤 양식을 말하기보다, 오랜 세월 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화양상을 관통하는 하나의 정신적 공감대”라고. 그런 만큼 그의 예술표현은 ‘공감대’의 찰나를 포착하여 형상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처럼 확고한 예술철학이 저류(底流)로 흐르기 때문에 그의 분청사기가 세계인의 심성에 자연스레 스밀 수 있었던 것이다. 윤광조가 나름 예술적 토대를 세우기까지는 큰 두 스승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그를 이끈 두 스승은 최순우 전 국립박물관장과 장욱진 화백. 윤광조는 육군사관학교 박물관에서 사병으로 근무하던 시절부터 최순우 관장의 제자를 자청하여 가르침을 받았다. 최순우 전 관장은 윤광조가 30대에 신세계미술관 초대전을 열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해주는가 하면, 첫 공방을 지었을 때 ‘급월당’(汲月堂)이란 호를 내려주기도 한다. 장욱진 화백은 직접 윤광조의 전시장을 찾아 연적 등 문방구를 구입하면서 인연을 맺는다. 사제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은 현대화랑에서 ‘장욱진-윤광조 도화합작전’을 열어 30분 만에 매진되는 기염을 토한다. 이후 한평생 예술의 길을 이끌어주는 버팀목이 되었다. 두 스승에게서 전통과 우리 것, 그리고 예술적 감성을 내림 받은 윤광조의 조형 언어는 거의 10년마다 독특한 연작(連作)과 시리즈로 나타난다. 1970년대 입문기에는 ‘지월’(池月) ‘조화’ ‘산중생활’ 같은 자연 언어가 강조되고, 80년대 와서는 ‘관’(觀) ‘율’(律) ‘정’(定)처럼 관념, 추상에 몰입한다. 90년대 들어오면 기존의 관념 세계에 더해 ‘심경’(心經) ‘월인천’ 같은 경전 작품에도 몰두한다. □“하늘의 별에도 가닿을 듯한 기분” 극찬 조선 전기의 분청이 거칠지만 소박하고, 자유분방한 장식성을 특징으로 한다면, 윤광조는 이 기법을 단순 복원에 그치지 않고 현대인의 미감(美感)에 맞게 변형 발전시켰다. 경륜을 쌓아가면서, 그는 전통 도예의 정체성 위에, 세계 무대에도 경쟁력 있는 ‘글로벌 도자 언어’를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 삶에 대한 회의로 큰 홍역을 치렀던 2000년대 들어와 그는 ‘Chaos’(혼돈) ‘New’ ‘산중일기’ 시리즈, ‘산동’(山動) 같은 연작들을 쏟아내게 된다. 특히 ‘산동’ 시리즈의 경우, 어느 날 그가 작업실에 앉았는데, 산이 움직여 성큼 한발 앞으로 다가서는 것을 느꼈다. 그와 같은 살아있는 감각을 광폭의 스펙트럼으로 섬세하게 구현해 거장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윤광조 분청사기가 서양인들도 공감하는 ‘자유의 언어’와 ‘자연의 형태’를 획득하기까지는 브랑쿠시(Constantin Brancusi, 1876~1957), 앙리 루소(Henri Rousseau, 1844~1910)에게서 힘입은 바 크다. 윤광조는 2003년 미국 시애틀 미술관 ‘마운틴 드림’ 초대전 때, 3개월간 매일 아침 브랑쿠시 전용관에 들러 30분 정도 명상하듯 작품 감상을 했다. 또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를 보고 눈물을 흘리자 미술관 경비원이 다가와 “I understend you(이해할 수 있어)”라면서 그의 어깨를 토닥거려준 감동은 잊지 못한다. 미국의 저명한 평론가 버트 워서맨(Burt Wasseman)은 “인간의 기질 안에는 하늘에 걸린 별에 가 닿고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윤광조의 예술은 하늘의 별에도 가닿을 수 있을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것”이라고 극찬했다. 윤광조, 그는 오늘도 경주 바람골에서 짚 뭉치로 앞산을 그리고, 꼬챙이로 반야심경을 새긴다. 그러면서 평론가 필립 루이스(Philip Lewis)의 표현대로 천진한 웃음을 머금고 세계를 향해 권한다. “분청 한잔 하시죠.”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8-21

산불 피해 ‘고운사’ 사찰림, 인공조림 대신 ‘자연 복원’ 선택

한여름 무더위 기세가 입추를 넘기며 조금은 꺾인 듯하다. 한낮 햇살은 여전히 따갑지만 조석의 기온 차로 새벽녘 이슬이 내리고 풀벌레도 찌르찌르 가을을 알린다. 자연은 말없이 움직이며 나고, 자라고, 거두고, 감추는 사계의 순환에 한 치 어김이 없다. 지난 3월 전 국민을 불안하게 했던 의성 산불이 영덕으로까지 번지며, 불길이 지나는 길목에 자리한 천년고찰 고운사도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불탄 숲을 어떻게 복구할 것인가? 자연에 맡기는 것이 순리라고 판단한 고운사 주지 등운 스님은 인공조림 대신 ‘자연복원’을 선택한다. 지난해 템플스테이로 인연을 맺었던 고운사. 산불이 진압된 지 5개월이 지났다. 극심했다던 피해 이후 소식이 궁금해, 고속도로 대신 28번 국도를 따라 의성으로 향한다. 어느 순간, 차 창밖으로 불탄 산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까맣게 타버린 능선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 능선은 녹음이 짙어진 사이를 가로지르며 당시 성난 화마가 내달렸던 궤적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그 궤적이 영덕 따개비 마을까지 이어졌다 생각하니 당시의 공포가 살아나는 듯하다. 천년 고찰 고운사. 직접 보니 더 처참하다. 5개월의 시간이 무색할 만큼 깊은 상처 그대로다. 고운사 들어서기 전 최치원문학관의 참혹한 모습에 먼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고운(孤雲) 최치원이 머물며 지었다던 가운루와 우화루 그리고 조선시대 국왕의 기로소(耆老所) 입소를 기념하던 황실 건축 연수전은 흔적조차 없다. 연수전의 솟을삼문이 주던 위엄도 사라졌다. 화마가 지난 자리 그나마 남아있는 보물들을 하나라도 더 수습하고자 애쓰는 국가유산청 연구원들을 지켜보던 주지 스님은 불교의 가르침인 무상(無常)을 언급하며 “자연재해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이 상황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주지 스님은 아름드리 소나무 숲이 사라진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과거의 모습에 집착하지 않겠다며 “소나무가 싹이 트면 소나무대로, 참나무가 싹이 트면 참나무대로 자연이 선택하는 방향으로 그대로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 믿음은 ‘사찰림 자연 복원 프로젝트’로 이어진다. 환경단체와 전문가가 불교계와 힘을 모아 인공 식재가 아닌 자연 스스로 숲을 재생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로써 사찰림 복원에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국내 산림정책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나마 온전한 대웅전에서 내려다본 천년 고찰(古刹) 모습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불타고 깨진 잔해더미를 시름없이 바라보다 먼 산을 보니 까맣게 불탄 나무들 틈새로 초록 풀무더기들이 얼핏 설핏 눈에 들어온다. 죽음의 땅에서 새로운 생명이 피어난다는 것은 무(無)에서 유(有)를 발현시키는 자연의 힘 그대로의 광경이다. 고운사 사찰림에서 자연 복원 가능성을 본다. 서울환경연합 추적조사에 따르면 소실된 침엽수 대신 참나무류가 빠르게 싹을 틔웠고 너구리, 박쥐와 각종 조류가 숲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비록 회복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불탄 땅에서도 새 생명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주지 스님이 화두처럼 던진 ‘무상(無常)’. ‘세상 모든 것이 덧없다’지만 그 덧없음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생명은 그래서 더 소중하다. 산과 숲 그리고 재해로 다친 마음까지도 자연치유에 희망을 가지며,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자 기와불사에 동참하며 고운사를 나섰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21

‘윤 어게인’의 이유? - 추종의 원리

헌정사상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구속됐다. 12·3 비상계엄 이래 한국 사회가 받아들여야 했던 거대한 손실을 생각하면 통쾌해야 마땅하겠으나 외려 수치심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윤 어게인’ 따위를 외치며 극우적인 행태를 보이는 자들이 제1야당을 점령하고 있는 꼴을 봐야 한다는 게 괴롭기도 하다. 한국 보수 정치의 수준이 이토록 처참했나 싶다. 대체 저이들은 어떤 이유로 구치소에 갇힌 대통령 내외를 여전히 지지하는 것일까? 무엇을 근거로 ‘윤건희’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이런 광경이 처음은 아니다.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도 ‘박사모’나 ‘태극기 부대’, ‘어버이 연합’ 등을 보아오지 않았던가. 나라를 팔아먹어도 오직 한 정당만을 혹은 특정한 권력자만을 바라보겠다는 ‘어용 국민의 탄생’에 관해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를 다시금 실감하고 있다. 거의 신앙에 가까운 반지성적 추종의 원리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빌헬름 라이히는 “파시즘의 대중심리”에 관해 연구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지도자가 대중들의 민족 감정에 조응하여 실제로 민족의 화신이 될 때 대중들은 지도자와 개인적 유대를 생성한다고 한다. 그 지도자는 대중 개개인에게 정서적인 가족적 유대를 형성하면서 엄격하지만 보호를 제공하는 아버지상을 구현한다. 독재자에게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권력’을 부여하는 것은 보호를 받으려는 대중의 이러한 태도와 지도자에 대한 신뢰감이라는 것이다. 이때 문제는 대중들 개개인이 ‘지도자’와 자신을 동일시한다는 데 있다. 보호에 대한 아이와도 같은 욕구는 지도자와 하나가 된다는 감정의 형태로 더욱 위장된다. 이런 동일시 경향이 민족적 나르시시즘, 즉 개인들이 ‘민족의 위대함’에서 빌려온 자존심의 심리적 토대가 형성된다. 이제 대중은 지도자와 권위주의적 국가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이런 동일시에 기반하여 그는 자신이 ‘민족성’과 ‘민족’의 방어자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어버이들’ 역시 대체로 산업화의 주역으로서 자기에 대한 자부심을 ‘제왕적 카리스마’를 내세운 통치권자에 대한 순종적 존경으로 이행시키곤 한다. 나아가 바로 그렇게 형성된 지지의 확장을 역으로 자신들의 권위로 인식하는 전도된 상상에 의존하며 남은 삶의 이유를 찾는 것이다. 그렇다면 ‘윤 어게인’을 외치는 오늘날의 (특히 남성) 청년들의 정신 구조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최근까지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공정 담론의 보수적 귀착이 문제일 수도 있겠다. 공정이란 경쟁을 사회 발전의 자명한 이치로 받아들여야만 작동하는 가치형태이다. 경쟁의 조건은 갈수록 열악해지는데, 다툼의 시장엔 상대가 너무 많다. 여성 혹은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소수자들의 사회적 지분이 과거에 비해 너무 커진 것 아니겠나. 진보 진영은 전통적으로 이런 현상을 부추길 뿐이니 가장 보수적인 세력에 대한 ‘쏠림’이 증가한다. 물론 그 보수화가 극우로 나아간다는 것은 다른 층위의 문제기도 하다. ‘윤 어게인’을 외치는 사람들의 정신구조는 학술적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 /허민 문학연구자

2025-08-21

벌써 처서란다

입추가 지나도 더위가 가시지 않더니만 때늦은 장마라면서 연일 비를 퍼붓는다. 동남아 여행 때나 듣던 우기(雨期)라는 말을 우리나라에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지구 온난화라고 떠들어 댄 지 수십 년은 된듯하고 수도권 농장에서 바나나를 수확한다고 하니 이젠 별반 놀랄 일도 아니다. 곧 지리산 열대 밀림을 보게 될 날이 몇 년 남지 않은 느낌이다. 새벽에 선풍기도 끈다는 처서가 곧 온다. 조금 있으면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겠구나 싶다. 그리고 곧 크리스마스 캐럴도 울려 퍼지겠지. 국방부 시계만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노인네 많은 복지관 시계도 쉼 없이 움직인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 처서(處暑)의 뜻은 가을이 온다는 이야기다.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할 정도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계절의 엄연한 순행을 드러내는 때이다.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간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처서 이후엔 풀이 자라지 않기에 추석 성묘를 대비해 벌초를 가야 한다. 시간 없다고 처서 전에 벌초하는 사람을 본다. 성묘 때 절할 자리도 없이 풀이 자란 것을 보고 아연실색하게 될 것이다. 햇볕이 강하면 돌아서면 풀이 엄청나게 자라는데 괜히 생고생할 필요가 없다. 날을 잡아도 알고 잡아야지 무턱대고 빈 시간에 맞추다 보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집안에서 제법 어른 축에 속한다 싶으면 주위에 귀를 열어 세상 돌아가는 것도 좀 알고 옛날 속담도 주워 담아 ‘어른다움’을 가져야지 식솔들이 말을 듣는다. 이런 말 한마디가 권위를 부른다. 엉뚱한 이야기나 하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입 냄새 풀풀 풍기며, 했던 이야기 또 하며 남들 다 아는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떠들어 봤자 나중에 채신머리없는 늙은이로 전락하고 말뿐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살면서 이상한 유튜브만 보다가 젊은이들에게 타박이나 받지말고 시대를 역행하지 않고 순행하는 멋진 삶을 생각해 볼 일이다. 입은 다물고 지갑만 열라는 이야기가 그냥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고 집안 양반 피가 그래도 몸속에 조금이라도 흐른다면 처서가 오면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책 정리이다. 음건(陰乾)이나 포쇄 (曝曬) 같이 어려운 용어까지는 몰라도 습기 먹어 냄새날법한 책을 버릴 건 버리고 정리할 건 정리를 해야 하는 시기이다. 집에 책이 너무 많아 정리를 하긴 해야 한다. 더 쌓아놓을 공간이 부족하다. 돈도 못 벌어오면서 책만 쌓아놓는다는 질책이 쏟아지기 전에 뭔 조치를 해야 할 판이다. 눈치 줄 때 알아서 기어야 한다. 아침에 새마을 금고에 갔다가 이사장에게서 젊디젊은 전무가 중풍이 와서 반신불수가 되었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 전날까지 멀쩡했는데 기가 막힐 일이다. 업무를 보다 갑자기 쓰러졌고 119 불러 조치를 했음에도 몸이 엉망이 되었단다. 아직 찬 바람 부는 날씨는 아닌데 중풍이 웬 말인가. 요즘 다리에 쥐도 자꾸 나고 뒷골도 당기는 게 중풍 전조증상이 아닌가 싶어 갑자기 살짝 긴장된다. 쉼 없는 계절의 흐름을 느끼는 순간 몸도 같이 상하고 있다는 것에 한없이 슬퍼지는 가을맞이이다. /노병철 수필가

2025-08-21

영일만항 “북극항로 관문으로 잠재력 충분해”

지난달 경북도와 포항시, 포항지방해양수산청 등이 참석한 가운데 포항 영일만항 회의실에서는 ‘북극항로 시대 대비한 영일만항의 전략’이란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국립 한국해양대학교 남형식 교수는 “2035~2040년 쯤 북극항로를 통한 컨테이너 운항 활성화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영일만항은 연관 산업을 지원할 인프라 투자와 이를 뒷받침할 인력양성을 위한 중장기적 대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일만항 확장 개발 예정지에 북극항로 선박수리 조선 서비스 시설과 수산물 가공단지 활성화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고 했다. 새 정부가 북극항로 개척 사업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 부산을 비롯 경북, 울산, 전남, 강원 등 바다를 낀 지자체들이 북극항로 선점 경쟁에 나서고 있다. 부산은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계기로 북극항로 개척의 주도적 역할을 자임하며 북극항로 개척 태스크포스팀도 구성했다. 포항시는 그보다 앞서 영일만항을 북극항로 거점으로 삼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전개해 왔다. 지난해 11월 영일만항의 북극항로 개척 모색을 위한 포럼을 국회에서 개최했고, 관련 연구 용역도 이미 발주했다. 경북도는 영일만항을 환동해 에너지 허브이자 북극항로시대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 발표도 했다. 이철우 도지사는 평소 신북방경제의 핵심 관문으로 영일만항을 육성하자는 소신을 밝혀왔고, 최근에는 선실 확장 등 영일만항을 거점항으로 육성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북극항로 개척에 있어 포항은 환동해 경제권의 중심지이며 지리적으로 유리해 북극항로 거점으로서 전략적 우위에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북극항로협회 최수범 사무총장은 “포스코 중심의 철강산업과 연계된 벌크화물 처리, 이차전지 사업의 핵심 광물자원 수요기지 그리고 과학기술 인재 측면 등에서 포항은 국가 핵심전략 거점으로서 충분한 잠재력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제2의 포항제철을 건설한다는 각오로 거점항 육성에 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북극항로 사업의 주도권을 잡는데 지역의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2025-08-21

대구의 ‘모나리자’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하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떠오르고 한국의 간송미술관 하면 신윤복의 ‘미인도’가 생각난다. ‘모나리자’와 ‘미인도’가 자주 비교되는 것은 두 작품이 각국을 대표하는 미인상으로 높은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뛰어난 예술적 가치에 더해 시대적 상징성을 갖춘 것도 닮아 두 작품은 자주 비교돼 회자된다. ‘모나리자’는 16세기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걸작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으로 통한다. 다른 작가들에 의해 모방도 되고 상업적 목적으로도 많이 활용되는 작품이다. 루브르 박물관의 간판 스타로 통하는 ‘모나리자’ 작품 앞에는 항상 수많은 인파들로 붐빈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이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루브르 박물관으로 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신윤복의 ‘미인도’는 조선시대 ‘미인도’ 가운데 최고 걸작이다. 한국 미술사의 대표적 작품으로 손꼽힌다. 이런 명성 덕에 전시 때마다 관람객이 전시장 앞에 줄을 선다. 단아한 여성의 모습과 여인이 취한 다소곳한 자세, 그리고 가제를 얹혀놓은 잘 빗질된 머리, 정돈된 옷매무새 등은 조선 여인의 아름다움을 잘 묘사하고 있다. 신윤복 이전에는 이런 식의 전신상을 그린 ‘미인도’가 거의 없어 조선시대 풍속을 아는 미술사적 의미도 크다. 대구시가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의 대표작 ‘미인도’를 내년부터는 대구간송미술관에서 상설 전시한다고 밝혔다.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처럼 대구의 대표 문화 콘텐츠로 삼을 생각이다. 신윤복의 ‘미인도’가 대구의 모나리자가 될런지 기대를 한번 걸어보자. /우정구(논설위원)

2025-08-21

여당 주도 ‘영남발전특위’에 거는 기대 크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준비 상황 점검차 1박 2일간 방문한 경주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영남의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해서 지방선거에도 대비하는 ‘영남발전특위’를 조속한 시일 내에 발족시키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이와 함께 “전당대회 이후에 호남발전특위를 만들어서 호남의 발전을 꾀하겠다고 말했는데,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는 말도 했다. 여당 대표로서 영·호남을 균형감 있게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TK(대구·경북)단체장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 대표가 이날 직접 당 사무총장에게 지시를 내린 만큼 영남발전특위는 조만간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제(21일) 출범한 호남발전 특위를 보면, 특위위원은 각 광역단체에서 활동하는 정치인과 지자체장, 현장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 등 15명 내외로 구성될 전망이다. 특위에서는 영남권 각 시·도별 핵심 현안과 숙원사업에 대한 구체화된 실현 방안, 선결과제 등이 집중 논의된다. 특위에서 집약된 보고서는 예산 국회가 시작되기 전 당 지도부를 통해 대통령에게 정식 건의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 시·도별 현안은 대통령 공약이나 국정과제와 겹칠 가능성이 커 특위 보고서는 명분과 동력이 동시에 실릴 수 있다.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인 임미애 의원(비례대표)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언급했듯이, TK지역은 오랫동안 보수 정치인들이 권력을 독점하면서 미래 비전이 없는 도시가 돼 버렸다. 단적으로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꼴찌라는 꼬리표가 붙은 지 30년이 넘었다. 경제에 활력이 떨어지니 기업과 인재가 유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설상가상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모든 현안에 브레이크가 걸려 표류하는 상태다. TK지역민들은 앞으로 영남 발전특위가 현안을 하나하나 풀어내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지역 현안 대부분은 여당이 입법과 예산으로 적극 지원해주지 않으면 대부분 실현 불가능하다.

2025-08-21

촉법소년

어렸을 때 필자는 장난전화를 많이 했다. 재밌었다. 포항 청림동에 살고 있었는데 심심하면 아무 번호나 눌러 장난전화를 걸고 끊어버리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애 장난전화 단속 좀 시키라고 연락이 왔다. 청림동은 군부대 아파트라 집집마다 전화 추적이 가능했던 것이었다. 그땐 부모님께 된통 한번 혼나고 말았지만 지금 같으면 이렇게 원치 않는 전화를 계속 거는 것은 스토킹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처음 고백하는 건데 조금 더 어렸을 땐 슈퍼마켓에서 아이스크림을 훔쳐 먹은 적도 있다. 더 고백할 것들이 많지만 여기까지만 하겠다. 어쨌든 만약 필자가 그때 스토킹 처벌법 위반과 절도로 전과자가 됐으면 어땠을까? 아마 인생은 암울했을 것이고 지금처럼 변호사가 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준법의식과 인지능력이 성숙하기 전에 저지른 일을 무조건 형사처벌 하자는데 동의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소년의 교화와 보호, 사회비용 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촉법소년 제도의 존재 이유이다. 우리 형법은 만 14세 미만인 자는 어떤 행위를 해도 형사처벌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이 14세의 촉법소년 기준은 1953년 제정 형법에서 만들어져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얼마 전 서울 한 대형 백화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글이 인터넷에 반복적으로 올라와 그 일대가 발칵 뒤집혔다. 백화점 본관 건물 1층에 폭약을 설치했고 오후 3시에 폭파될 예정이라는 꽤나 구체적인 협박 글이다 보니 경찰 특공대와 소방대가 투입되었다. 백화점 이용객 4천여명이 대피하고 백화점 영업은 3시간 동안 중단됐으며 인근 상가들도 문을 닫고 대피했다. 이 일에 따른 영업손실은 백화점 측의 추산으로만 6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범인을 잡고 보니 제주도에 사는 중학교 1학년 학생이었다. 공공이 모이는 특정 장소를 폭파하겠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형법상 공중협박죄가 되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범인은 만 14세가 안된 촉법소년이므로 형사처벌 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촉법소년을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촉법소년 제도는 필요하지만 그 연령 기준을 개정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70년 전 14세와 2025년의 14세는 육체적 정신적 성숙도가 다른데 1953년에 만든 기준으로 여전히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 할 수 없게 하는 것은 문제라고 한다. 하지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이라면 형사처벌은 못 해도 소년법상의 보호처분은 가능하다. 소년법상 보호처분은 최대 소년원 구금까지 가능한 처분이므로 청소년을 무조건 전과자로 만들기보다는 지금의 촉법소년제도를 유지하되 소년법의 적용이나 다른 방법으로 교화 기능을 대신하자는 반대 의견도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아이들에게 법과 범죄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다. 이 중학생이 협박글을 올리는 것은 공중협박죄라는 중범죄 행위이고 인터넷에 올려도 다 추적이 가능하며 너의 부모가 큰 돈을 물어줘야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학교에서 미리 배웠다면 어땠을까?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학교에서 영어 수학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보이스피싱, 중고사이트 사기, 성범죄, 스토킹, 명예훼손 같은 것들에 대해서도 좀 가르칠 필요가 있다. /김세라 변호사

2025-08-21

李대통령, 첫 외교 시험대 ‘한일·한미정상회담’차 23일 출국

이재명 대통령이 첫 한·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23일 출국한다. 이 대통령은 23일 일본에 도착해 재일동포 오찬 간담회를 갖고 같은날 오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및 만찬 등 공식 일정을 소화한다. 이 대통령은 24일 오전 일본 의회 주요 인사를 만난 뒤 일본을 떠나 미국을 방문한다. 이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 도착해 재미동포 만찬 간담회를 시작으로 방미 일정에 들어간다. 이번 방미는 ‘공식 실무 방문’으로 ‘국빈 방문’ 보다는 환영 행사 등 의전이 간소화된 형식이다. 25일에는 한미 정상회담을 한 후 경제계·학계 인사들을 만난다. 26일에는 필라델피아로 이동해 한화 필리 조선소를 방문한 뒤 저녁에 귀국 비행기에 오른다. 한화 필리 조선소는 작년 12월 한화그룹이 1억 달러(약 1400억원)를 투자해 인수한 조선소다. 지난달 관세 협상 과정에서 지렛대 역할을 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로 명명된 한미 조선 협력을 상징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이튿날 이곳을 방문함으로써 긴밀한 조선 협력을 뒷받침하겠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본, 미국 순방에 김혜경 여사도 동행한다. 이 대통령은 출국에 앞서 21일 민주당 상임고문단과 만나 국정 운영에 조언을 구하고 관심을 당부했다. 상임고문단은 이 대통령에게 한미·한일 외교와 대북관계, 경제 운영, 검찰개혁, 개헌 등에 대한 조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은 “한미관계를 기술·경제 동맹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대화를 권유해 한반도 정세 변화를 도모했으면 좋겠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선 “과거의 경쟁 관계를 넘어 협력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조언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대통령이 국회의 개헌 논의를 잘 지켜보면서 지원했으면 좋겠다”, “국민이 참여하는 개헌 논의가 의미 있지 않겠느냐”는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공식 활동을 마무리한 국정기획위원회는 개헌 국민투표는 국회 등에서의 논의 진행 상황에 따라 ‘2026년 지방선거 또는 2028년 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찬반 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8-21

포항·경주지청장에 첫 여성… 대구지검 8곳 중 4곳 ‘우먼파워’

대구지검 포항지청과 경주지청 개청 이후 처음으로 여검사가 지청장으로 발탁됐다. <인사명단 13면> 21일 단행한 이재명 정부 첫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1차장에 여검사인 최재아 대구지검 김천지청장을 배치하는 등 여성 중간 간부 발탁이 도드라진 상황에서다. 실제 작년 하반기 인사 직후 법무부·대검·서울중앙지검 차장·부장급 여성 검사 비율은 25%에서 이번 인사를 통해 42%로 대폭 늘었다. 최나영(사법연수원 35기) 서울동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은 포항지청장으로 승진했고, 최선경(연수원 35기) 서울남부지검 공판부장은 경주지청장으로 승진 보임됐다. 최나영 신임 포항지청장은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으로 재직할 때 수원시 장안구의 한 아파트 가정집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돼 영아들의 친모가 긴급 체포된 사건 수사를 통해 친모가 피해 아동 2명을 계획적으로 살해한 것을 명확히 규명해 살인죄로 구속 기소해 대검 형사부 우수 수사사례로 선정됐다. 이를 계기로 ‘그림자 아기’ 사건들에 대한 전국적 수사가 진행됐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관련 입법 등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계기가 됐다. 최선경 신임 경주지청장은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의 책임을 친동생에게 떠넘겨 허위 자백하도록 한 현장 책임자가 재판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벌여 덜미를 잡은 성과로 공판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윤효선(연수원 47기)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는 부장으로 승진해 상주지청장에, 허윤희(연수원 47기) 성남지청 부부장은 부장으로 승진해 영덕지청장으로 발령 났다. 이 밖에도 상주지청장을 지낸 정명원(연수원 35기) 부산지검 공판부장은 이번 인사에서 서부지청 차장검사로 발탁됐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인기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화제가 된 정 차장검사는 지난달 23일 61년 전 성폭행에 저항하던 과정에서 가해 남성의 혀를 깨물어 오히려 범죄자가 됐던 최말자씨(79)의 재심 첫 공판에서 무죄를 구형하면서 최말자씨를 ‘피고인’이 아닌 ‘최말자님’이라고 불렀고, 그 사유를 설명하면서 최씨에게 사죄해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8-21

“무궁화호 열차 사고, 무거운 책임 통감”

무궁화호 열차 사고와 관련해, 작업계획서에 명시된 인원과 실제 현장에 투입된 인원이 일부 불일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오전 10시 52분쯤 청도군 화양읍 경부선 철로에서 동대구역을 출발해 경남 진주로 향하던 무궁화호 열차가 선로 주변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7명을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2명이 숨지고,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문제는 경찰이 하청업체로부터 작업계획서 및 관련 서류를 확보해 사고 경위와 과실 여부를 조사하던 중 당시 사망자 1명과 부상자 1명이 당일 대체 투입된 인원이고, 당초 작업계획서에는 이름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일부 작업자가 안전 교육이나 적합성 검사를 받지 않은 채 현장에 투입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작업계획서에는 열차 감시 업무자 A씨와 참여 기술자 B씨가 작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이들은 음주 여부, 질병 유무, 피로도, 수면시간, 보호구 착용 여부 등을 사전에 점검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었지만 사고 이후 경찰과 소방당국이 확인한 사상자 명단에는 A씨와 B씨가 아닌 다른 인물들이 포함돼 있었다. 또 경찰은 22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숨진 30대 노동자 2명에 대한 부검을 실시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사고 열차의 기관사와 부상자 등 관계자들도 차례로 불러 조사하고 있으며, 열차 경보 장치의 로그 기록 등 사고 당시의 운행 데이터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이를 통해 열차 운행 정보가 작업자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 경보 시스템이 정상 작동했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저히 수사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히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과 관련, 한문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은 “철도 작업자 사고 발생에 대해 유가족과 국민께 깊이 사과드리고,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2023년 7월 잇단 철도사고로 해임된 나희승 사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한 사장은 약 2년간 코레일을 이끌어왔으나, 임기 종료를 1년 가까이 남겨둔 시점에서 중도 사퇴를 결정했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사표 수리 여부를 검토 중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유가족과 부상자에 대한 지원에 총력을 다하고,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할 수 있도록 관계 기관에 적극 협력하겠다”며 “다시는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피현진·장은희기자 phj@kbmaeil.com

2025-08-21

국립치의학연구원 지역 유치 TK 정치권은 ‘강 건너 불구경’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을 두고 지자체 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경북 정치권은 무기력한 침묵으로 일관하며 지역 민심을 싸늘하게 만들고 있다. 시민단체와 산업계, 전문가들, 전직 의원들까지 앞장서고 있지만 현역 국회의원과 정당 조직은 철저히 방관하고 있어 지역사회는 “속만 탄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1일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유치위원회에 따르면 대구는 전국 치과용 의료기기의 90% 이상을 생산하며, 경북대 치과대학을 중심으로 임상·산업·연구가 융합된 전국 유일의 치의학 생태계를 갖춘 도시다. 국립연구원의 설립 목표가 ‘기초 R&D의 산업화’에 있는 만큼 이미 산·학·연이 집적된 대구야말로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도 가장 전략적인 입지로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정부가 지정 방식으로 설립지를 결정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구는 공정한 ‘공모’ 방식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정치권의 침묵이 지역사회의 좌절감을 키운다. 대구에는 국민의힘 소속 현역 의원이 12명, 경북엔 13명에 달한다. 여당 원내대표까지 배출한 TK가 지역 현안을 두고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판이 거세다. 국회 예결위·보건복지위 등 주요 상임위에 속한 TK 의원들 조차 공동성명이나 공식 논평 한 번 내놓지 않았다. 일부 유치 지역구 의원인 강대식 의원이나 조명희 전 의원 등은 개별 대응을 하고 있지만 당 차원의 목소리는 없다. 지방정부도 리더십 공백이 뚜렷하다. 대구시는 시장이 공석인 상황이며, 경북지사는 건강 문제로 대외활동이 제한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국립연구원 유치라는 중대한 지역 현안이 사실상 공중에 떠버린 형국이다. 한 지역 의료계 인사는 “지금 상황은 정치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며 “수도권이나 중앙무대에서는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지역의 절박한 현안에는 침묵하는 모습이 지역민의 실망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수도권 인접성을 내세운 다른 도시가 빠르게 ‘사실상 확정’이라는 식의 여론몰이를 하며 유치전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충남 천안의 경우 지역구 의원이 직접 ‘예타 면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중앙정부와도 논의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반면 대구는 해당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후에도 정무라인은 물론 대구시는 소극적이며, 시의회·시당 차원의 대응조차 없다. 현역 국회의원이 소속된 국민의힘 뿐만이 아니다. 현 정부에서 기재부 장관, 보훈부 장관, 국토부·고용부·국방부 차관, 공정위 부위원장 등 주요 부처 인사에 TK 출신이 대거 중용됐다. 그러나 정작 이 인사들이 지역을 위한 현안 대응에 얼마나 관심을 보이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위상은 높아졌지만, 실제 지역을 위한 실무적 대응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유치위원회는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을 찾아가 간담회를 열고 연구원 유치의 당위성을 설명했지만, 별다른 반응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봉화를 방문해 홍의락 전 의원에게도 연구원 유치의 필요성을 전달했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진전 없이 무산됐다. 한 시민은 "지역 정치가 이렇게 허약한 줄 몰랐다. 지역 민심을 챙기는 게 지방선거 승리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8-21

경북도 폭염 속 어르신 건강 지키기 위해 경로당 냉방비 추가 지원

경북도가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어르신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21일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 경로당 8663개소에 대해 총 8억6600만 원(개소당 10만 원) 규모의 냉방비를 추가 지원키로 했다. 이는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경로당의 연장 운영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하고,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조치다. 이번 지원은 경북도 재해구호기금을 활용해 지급된다. 앞서 경북도는 7월과 8월 두 달간 매달 16만5000원의 냉방비를 지원해왔으나, 올해 폭염일수가 급증함에 따라 추가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경북 지역의 7월 폭염일수는 지난해 7.5일에서 올해 15.7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8월에도 폭염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의성, 안동, 영천 등 내륙 지역은 연일 35도를 웃도는 체감온도로 인해 어르신들의 외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철우 지사는 “지속되는 폭염에도 어르신들이 시원한 경로당에서 쾌적하고 건강하게 여름을 보내시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어르신들이 무더위에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도 이번 조치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의성군 단촌면에 거주하는 김정순(78) 씨는 “요즘은 밖에 나가면 숨이 막힐 정도로 덥다. 경로당에서 에어컨을 틀고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편안하다”며 “도에서 냉방비를 더 지원해준다고 하니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도는 폭염 대응을 위해 무더위 쉼터 운영 외에도 온열질환 예방 캠페인, 취약계층 대상 생수 및 냉방용품 지원, 응급의료체계 강화 등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 중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폭염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명과 직결되는 재난”이라며 “특히 고령 인구가 많은 경북 지역 특성을 고려해 지속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8-21

경북도 저출생과의 전쟁 본격화···국정과제 대응 전략 세미나 개최

정부가 발표한 123대 국정과제와 ‘인구 위기 적극 대응으로 지속·균형 성장’이라는 12대 중점 전략과제에 발맞춰, 경북도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에 나섰다. 경북도는 21일 도내 시·군, 국책 및 민간 연구기관, 대학 등 인구 분야 전문가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인구 분야 국정과제 대응 전략 세미나’를 열고, 인구 감소 위기 극복을 위한 민·관 협력의 장을 마련했다. 특히 을지훈련 기간 중 개최된 만큼, 저출생 문제를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전략적 대응을 모색하는 의미가 컸다. 경북도에 따르면,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 중 인구 관련 과제는 직·간접적으로 11개에 달하며, 12대 중점 전략과제 중에서도 3개가 인구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신규 국비 사업 발굴과 저출생 대응 주요 정책의 국가사업화를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세미나는 새 정부 인구 분야 국정과제 현황, 대한민국 인구 변화의 미래, 육아‧돌봄 정책과 과제, 여성·가족 정책, 초고령화 대응 전략 등 다양한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육아정책연구소 이재희 연구위원은 발표에서 아동수당 지급 대상 확대 등 현금지원 정책 강화에 따른 안정적 재원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구 감소 지역에 대한 아동수당 증액 지원과 국고 보조율 상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돌봄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돌봄 인력 확충과 함께 돌봄 로봇 등 첨단 기술의 활용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방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북도는 이미 지난해부터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도민 지원체계 구축을 추진 중이다. 특히 ‘K-아동(Korea 아이 천국+공동체 회복)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12개 과제를 발굴해 중앙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국비 확보에 나서고 있다. 엄태현 저출생과전쟁본부장은 “세미나, 토론회, 연구용역 등 다양한 협업을 통해 경북에서 시작된 저출생 대응 정책이 정부 계획에 반영되고 국가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북도는 저출생 대응 분야에 있어 국가 지원의 지역별 차등 지원과 포괄 지원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최근 지원한 민생 쿠폰처럼, 아동수당·아이돌봄서비스·돌봄 종사자 인건비 등도 인구 감소 지역에는 국비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점을 관련 부처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8-21

들녘에서 시작된 기적, 경북 농업의 미래를 열다

경주시 천북면 성지리에서 시작된 농업 혁신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북도가 추진하는 ‘농업대전환’ 핵심 사업인 ‘들녘특구’가 공동영농과 6차산업 융·복합 전략을 통해 농가소득을 획기적으로 높이며 대한민국 농업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경주시 천북면 성지리에 위치한 경주 식량작물 특구가 있다. 이곳은 110ha 규모의 들녘에서 주주형 이모작 공동영농을 통해 일반 벼농사 대비 두 배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으며, 지난 6월에는 우리 농산물 새참 전문식당인 ‘들녘한끼 1호점’을 개점해 6차산업의 새로운 성공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들녘한끼’ 식당은 지역에서 직접 생산한 우리밀과 콩을 활용해 관광객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새참 메뉴를 개발했다. 특히 콩국수, 냉면, 순두부짬뽕밥 등은 여름철 별미로 큰 인기를 끌며, 이곳을 ‘성지콩밭 맛집’으로 만들고 있다. 농번기에는 들녘으로 직접 새참을 배달하고, 지역 관광지와 펜션과 연계한 가족 단위 코스요리를 제공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하루 평균 200여 명이 방문하며, 개점 2개월 만에 9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해 연간 5억4000만 원 이상의 수익이 기대된다. 식당에서 사용하는 쌀, 고추, 가지, 양파 등 모든 농산물은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한 재료로, 방문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동시에 지역 농업인과의 상생을 실현하고 있다. 또한 특구에서 직접 가공·판매하는 즉석두부와 콩물은 높은 재구매율을 기록하며 연매출 3억 원 이상을 꾸준히 유지 중이다. 오는 11월에는 농촌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으로, 관광객들이 생산부터 가공, 요리, 체험까지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 같은 성공은 청년농업인이 중심이 되어 드론과 대형농기계를 활용한 전문 영농대행과 법인 중심의 유통·판매 시스템을 도입한 체계적인 협업 모델 덕분이다. 광원영농조합법인 최동식 대표는 “조용하던 시골마을에 청년이 돌아와 활력이 넘치고 관광객 유입으로 소득이 높아지고 있다”며 “대한민국 대표 농업대전환 모델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한편, 구미 특구는 우리밀 가공 제품 ‘구미밀가리’를 출시했고, 포항 특구는 딸기 하우스와 동화나라 체험장을 운영 중이며, 울진 특구는 두유 전문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검정콩 계약재배로 소득 창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영숙 경북농업기술원장은 “들녘특구 사업이 농가소득 두 배 달성을 넘어 농산업으로의 전환을 이루고 있다”며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해 대한민국 농업 혁신의 표준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8-21

거동 불편한 어르신 목적지까지 동행 무더위 잊게 하는 고교생 선행 ‘화제’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요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위해 자신의 하차 정류장을 지나쳐 목적지까지 동행한 고등학생들의 미담이 지역사회에 따뜻한 울림을 주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전동 휠체어를 이용하던 한 어르신이 딸과 함께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버스가 도착하자 휠체어를 접어 싣는 과정이 쉽지 않아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어르신과 가족은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주변 승객들도 도움을 주고 싶어 했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바로 그때 근처를 지나던 두 명의 고등학생이 망설임 없이 달려왔다. 학생들은 능숙하게 전동 휠체어를 버스에 싣고 어르신이 편안히 탑승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학생들의 선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들은 이미 자신의 하차 정류장을 지나쳤음에도 불구하고 어르신이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끝까지 동행했다. 하차 후에는 휠체어를 정성껏 내려드리고, 어르신이 이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배웅했다. 현장에 함께 있던 목격자 최 모 씨는 “학생들이 선뜻 나서 돕는 모습도 인상 깊었지만, 본인들 정류장을 그냥 지나쳐 마지막까지 책임감 있게 어르신을 챙기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며 “요즘 보기 힘든 학생들로 많은 승객에게 본보기가 됐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선행의 주인공인 학생들은 끝내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시민의 권유에도 “이름은 필요 없다”며 소속 학교만 전한 뒤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이 장면을 감동적으로 지켜본 최 씨가 직접 학교로 연락하면서 그들의 따뜻한 마음이 지역사회에 알려지게 됐다. 김준철 대동고 교장은 “학생들이 보여준 모습은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진정한 시민 의식의 실천”이라며 “작은 관심과 배려가 얼마나 큰 온기를 전할 수 있는지 다시금 일깨워 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학교는 두 학생에게 특별 선행상을 수여하기로 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8-21

‘수성알파시티 AX 혁신 거점’ 예타면제 통과… 5500억 투입

대구시가 수성알파시티에 구축하는 ‘지역거점 AX 혁신 기술개발 사업’이 최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가 의결 됐다. 오는 22일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에서 예타면제가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번 예타면제는 AI 융합의 최적지인 수성알파시티에 국가 차원의 AX 혁신기술 거점을 구축하고, 전략산업의 AX를 가속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새 정부 국정과제인 ‘지역산업 전반의 AX 대전환’ 실현을 위한 첫 번째 과제 중 하나로 의결됐다. 정부와 대구시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향후 5년간, 총사업비 5510억 원을 투입해 △로봇·바이오 등 AI 전략분야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AX 표준모델 R&D’에 1380억 원 △산업현장 기술현안·난제 해결을 위한 ‘AX 응용 솔루션·제품 R&D’에 3580억 원 △국내외 혁신 연구자·기업 최고 수준 인프라가 집적되는 ‘AX 혁신 R&D 센터’ 구축에 550억 원을 투입하는 등 최고 수준의 AX 연구 환경을 조성한다. 이를 통해 제조·농업 등 산업현장에 적용되는 완전자율로봇을 개발하고 파킨슨·자폐증 등 퇴행성 뇌질환에 AI를 접목한 진단, 치료 솔루션, 디지털 치료기기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고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가 참여하는 다부처 사업 방식으로 추진된다. AI 원천기술에 강점을 지닌 과기정통부는 AX 표준모델 개발을, 현장 중심 기술개발에 강점을 가진 산업부와 복지부는 AX 응용 솔루션과 제품개발을 각각 담당해 대구를 거점으로 한 AX 선도모델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대구시는 과기정통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사전 적정성 검토(사업규모 적정성 등) 등 후속 절차에 공동 대응하고, 범부처사업추진단을 구성해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예타면제를 통해 관련 사업이 신속히 추진될 경우 2030년까지 AX 전문기업 인력 유치 및 집적을 통해 매출액 9조 1200억 원, 입주기업 1000개, 종사자 2만여 명 등 높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또 이번 사업으로 구축되는 ‘AX 혁신 R&D 센터’와 ‘DGIST 글로벌 캠퍼스’ 및 ‘산업AX연구원’ 등이 수성알파시티를 중심으로 조성돼 ‘대한민국 AI 3대 강국 실현’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예정이다. 대구시는 이번 사업을 발판으로 로봇·바이오산업은 물론, 뿌리산업부터 기계·자동차 부품·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 분야에 AI 기술을 도입해, AI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도시로 도약할 계획이다. 또 제조 공정에는 AI 로봇을 도입해 대구에서 생산된 로봇과 AI 시스템이 다시 제조 공정에 활용되는 선순환 산업 구조를 구축할 방침이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과거 산업화 시대에 대구가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했던 것처럼, ‘AX 혁신 기술개발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통해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과기정통부 등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해 향후 남은 절차도 차질 없이 잘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8-21

주호영 부의장 전방위 설득…대구 ‘AX 대표 도시’로 도약한다

정부가 대구 수성알파시티를 중심으로 한 ‘지역거점 AX(인공지능 대전환) 혁신 기술개발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로 하면서 ‘AX 대표 도시 대구’로의 도약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번 사업의 핵심 기틀이 된 국무회의 사업계획 의결과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는 국민의힘 주호영(대구 수성갑) 국회부의장의 전방위적 설득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지난 1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수성알파시티에 ‘AX 연구개발 허브’ 를 조성하고 ‘AX 대표 도시 대구’로 발돋움하는 ‘지역거점 AX 혁신 기술개발 사업’에 대한 사업계획이 의결됐다. 사업계획과 함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도 의결됐고 22일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에서 예타면제가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정부와 대구시는 내년부터 오는 2030년까지 향후 5년간 총사업비 5510억 원을 투입해 △로봇·바이오 등 AI 전략분야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AX 표준모델 R&D’에 1380억원 △산업현장 기술현안·난제 해결을 위한 ‘AX 응용 솔루션·제품 R&D’에 3580억원 △국내외 혁신 연구자·기업 최고 수준 인프라가 집적되는 ‘AX 혁신 R&D 센터’구축에 550억원을 투입하는 등 최고 수준 AX 연구 환경을 조성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제조·농업 등 산업현장에 적용되는 완전자율로봇을 개발하고, 파킨슨・자폐증 등 퇴행성 뇌질환에 AI를 접목한 진단, 치료 솔루션, 디지털 치료기기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예타 면제를 끌어내는 과정에서 주 부의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 대통령실까지 설득하며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정권 교체 이후 사업 추진 가능성에 회의적 시선이 많았던 가운데 “광주와 대구를 동등한 조건에서 추진하지 않으면 명백한 지역차별”이라는 논리로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며 의결을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주 부의장은 “이번 사업의결과 예타면제를 통해 대구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AX 도시로 성장할 것”이라며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되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내고 대구의 경제성장까지 견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 수성알파시티는 비수도권 최대 SW집적단지이자 영남권 주요 국가산업단지와 1시간 이내 접근 가능한 곳에 위치해 있다. 예타면제를 통해 관련 사업이 신속히 추진된다면 2030년까지 AX 전문기업 종사인력 유치 및 집적을 통해 매출액 9조 1200억원, 기업 1000개, 종사자 2만명 등 높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8-21

[현장] “원형 없애 버렸다”···학자도 부끄럽다는 포항지역 읍성 복원지 가보니

포항시 북구 청하면 청하초등학교 교가에는 ‘해아(신라 때 청하면 명칭) 땅 성터에 우뚝히 솟아’라는 구절이 있다. 21일 찾은 청하초 담벼락을 떠받치는 낡은 돌무더기가 눈에 띄었는데, 조선 세종 9년(1427년)에 쌓은 청하읍성의 성돌이다. 읍성 자리에 초등학교가 세워진 특이한 곳이다. 세종 9년에 쌓은 청하읍성 성돌 초교 담벼락 콘크리트에 파묻혀 고려 공양왕 석성 개축 흥해읍성 박물관 담장·개인 담벼락에 사용 사적 장기읍성 가장 온전히 보존 연일읍성은 국가유산 지정 추진 윤인백 마을 이장은 성벽 자리 풀숲을 가리키며 “이미 읍성 돌 절반이 훼손됐다. 복원 이야기가 잠시 나왔다가 주민 반발로 묻혔다“고 설명했다. 흥해읍 중심부인 성내리에서는 복원 중인 흥해읍성을 만날 수 있다. 고려 현종 2년(1011년)에 토성으로 축조됐다가 왜구의 침입이 잦았던 고려 말 충정왕 2년(1350년), 공양왕 1년(1389년)에는 돌로 다시 쌓아 석성으로 개축됐다. 당시 성곽의 규모는 둘레 약 1493척(약 450m), 높이 13척(약 4m), 성내에는 우물 3곳과 남·북문이 있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최근 조사에서는 고려시대 토성 해자와 후기 석축, ‘ㄷ’자형 치성 등이 확인돼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뒷받침했다. 남아 있는 성곽 일부는 영일만민속박물관 담장과 인근 마을의 개인 담벼락으로 사용돼 원형이 흩어져 있다. 반듯한 돌담과 조형물로 단장된 복원 구간에서 한 발 더 나아가면 풍경이 달라졌다. 방치된 성벽 바위 위에는 흙집을 지었던 흔적이 보였고, 주변에는 쓰레기와 담배꽁초가 널려 있었다. 한 주민은 “복원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지만, 제대로 복원되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2023년 포항시가 국비 14억 원을 투입해 ‘읍성테마로’를 조성하면서 정작 성곽의 원형은 사라지고 관광용 간판과 조형물만 남은 것이다. 그래도 남구 대송면 남성2리 연일읍성 안에는 연일정씨 시조 정습명의 묘와 재실 남성재가 남아 있는 등 유적이 아닌 삶의 일부로 존재하고 있었다. 포항시는 학술 용역을 거쳐 경북도에 국가 유산 지정 추진을 요청할 방침이다. 장기읍성은 포항의 읍성 4곳 중에 가장 온전하다. 남구 장기면 읍내리 동악산 자락에 있는 이 성은 사적 제386호로 지정돼 있으며, 둘레는 약 1300m, 높이는 3.7~4.2m에 이른다. 평면은 말굽형 구조로 동해안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서문과 북문지, 수구, 치성 12곳, 우물과 연못의 흔적이 남아 옛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장기는 동해안 방어의 핵심 기지로 기능했고, 지금은 복원을 통해 역사교육 공간으로 활용된다. 다만 반듯하게 새로 쌓은 성돌은 옛 정취보다는 박물관 벽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민석규 지리학자는 “장기읍성 하나만 복원이 됐고, 흥해읍성은 일부 정비가 이뤄졌으나 전원주택 담장처럼 부끄러운 수준”이라면서 “복원이 아니라 원형을 없애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청하읍성은 터가 그대로 남아 있어 복원 가능성이 있고, 연일읍성은 구릉지대 덕분에 일부 성벽이 1.5m 높이로 잘 남아 있다”라면서 “4개 읍성 모두 마음만 먹으면 제대로 복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항시 문화유산활용팀장은 “흥해와 청하읍성은 대부분 사유지에 걸쳐 있어 시에서 직접 관리하기 어렵다”며 “문화재 지정이 선행돼야 매입과 정비를 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예산 확보와 주민 협조가 뒷받침돼야 복원과 정비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