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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반대 세력을 키운 건 이재명 대표다

김진국 고문 지난 주말에도 거리는 소란했다. 광화문 앞 세종대로를 비롯한 서울의 거리 곳곳은 물론 구미 등 지방 도시에서도 수만, 수십만 인파가 몰려 아우성쳤다. 이번 주에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당하거나, 업무로 복귀하거나. 양단간에 결정이 난다. 그러고 나면 조용히 끝날까. 탄핵당하면 60일 내 다음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차기 대통령 후보들 경쟁으로 관심이 쏠릴까. 탄핵이 기각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걸까. 지금 거리에 쏟아져 나온 군중은 집으로 돌아갈까. 아무리 생각해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탄핵 찬성과 반대로 갈라진 군중이 더 흥분하지 않을까.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건, 그 결정을 반대하는 군중이 이제까지보다 훨씬 더 파괴적으로 흥분하지 않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보지 못한 일이다. 그때도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도록 시위가 이어졌다. 토요일마다 ‘태극기 부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와 서울 시청과 광화문에서 집회하고, 행진했다. 그래도 지금처럼 큰 규모는 아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보다 혐의가 작았다. 그것도 자신이 직접 한 일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한 일을 책임졌다. 그런데 왜 지금 더 폭발했을까. 흥분한 보수 인사들이 주목하는 것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보수세력은 이 대표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비상계엄보다 더 두려워한다. 이런 식이다.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바로 공산화된다”, “빨갱이 세상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나”….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논리를 비약하고, 비약해서 쏟아내는 억지를 일일이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그렇지만 이 모든 일은 이 대표가 뿌린 씨앗들이다. 이 대표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적대적 공생 관계다. 윤 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그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아서가 아니다. 이 대표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서다. 지금도 누구를 더 싫어하느냐로 세력을 끌어모은다. 탄핵 반대 세력을 모아준 1등 공신이 이 대표다. 뒤늦게 놀란 이 대표가 광화문 앞에서 연 최고위원 회의에도 빠졌다. 이 대표는 수시로 말을 뒤집었다. 최근 대선이 가깝다고 생각해선지, 우클릭 행보를 했다. 그러고는 여론의 눈치를 보며 다시 좌클릭했다. 이 대표는 과거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고 말했다. 가벼운 말은 신뢰를 무너뜨린다. 최근 사법 리스크를 대처하면서도 상식과 다른 해명들이 신뢰를 흔들었다. 지난주 헌재는 민주당이 소추한 탄핵 건을 줄줄이 기각했다. 지난해 민주당이 밀어붙인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반부패2부장에 대한 탄핵 심판이다. 헌법재판관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탄핵 근거들을 모두 배척했다. 민주당의 무리한 탄핵소추였음을 확인시켜준 판결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서 탄핵소추안을 29번 발의했다. 13건을 강행 처리했다. 역대 모두 합쳐서 16건인 탄핵소추 가운데 3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이 정부에서 민주당이 한 것이다. 지난주까지 그중에 8건이 기각됐다. 탄핵 요건을 전혀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탄핵을 기각한다고 없던 일이 되는 게 아니다. 탄핵 심판하는 동안 해당 고위공직자의 손발을 일하지 못하게 묶어놓게 된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이유로 지적했을 정도다. 쥐도 도망갈 구멍을 보고 쫓는다고 한다. 너무 궁지에 몰지 말라는 경구다. 그런데 이 대표는 권력을 너무 휘둘렀다. 이 대표는 대통령 관심 예산을 모조리 칼질했다. 윤 정부의 국정 방향과 충돌하는 법안을 끊임없이 밀어붙였다. 윤 대통령 내외를 특검으로 몰아세웠다. 당내 정치도 그렇게 했다. 지난 총선 공천이 전형적이다. ‘비명횡사’라는 말이 유행어가 됐다. 박용진 전 의원 낙천 과정은 드라마보다 극적이었다. 이 대표와 갈등을 빚은 사람들을 철저하게 짓밟았다. 집권하면 상대 정당에도 같은 보복을 할 것 같은 공포를 심었다. 탄핵 반대 여론이 높아진 책임의 상당 부분을 이 대표가 떠안아야 하는 이유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5-03-16

복귀냐 파면이냐… 尹 탄핵심판 ‘운명의 한 주’ 긴장감 최고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번주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정치권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 반대’를, 야당은 ‘윤 대통령 탄핵 찬성’을 외치는 만큼, 헌재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헌재의 선고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최근 윤 대통령이 석방되고, 최재해 감사원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가 연이어 기각되면서 윤 대통령 탄핵도 각하·기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기자와 만난 국민의힘 대구·경북(TK) 의원 등은 헌법재판관들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아 당초 예상보다 헌재의 선고가 늦어지는 상황을 거론하며 “윤 대통령 탄핵은 기각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나아가 재판관 평의 결과와 관련, “재판관 4대 4, 5대 3으로 기각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김기현·나경원·윤상현·윤재옥(대구 달서을)·추경호(대구 달성) 의원 등은 이러한 분위기를 지렛대로 삼아 선고 막판까지 헌재 앞에서 릴레이 시위 등을 벌이며 여론전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개별 의원들의 행보와는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 선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윤 대통령 파면이라는 최악의 경우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고가 예상되는 이번 주에는 정례 회의 같은 최소한의 일정만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혼란이 예상된다”며 “집권 여당으로서 차분한 기조를 유지하며 질서 있는 수습에 나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16일 헌재의 판단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낸 것도 그런 차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석방되고 헌재의 선고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데 대한 지지층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파면을 끌어내기 위한 여론전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헌재의 선고 직전까지 장외 집회를 이어가고, 이재명 대표도 일정을 최소화한 채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이후를 대비하는 모습이다. 실제 광화문에 천막 농성장을 설치한 민주당은 매일 오후 국회부터 광화문까지 도보 행진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윤석열탄핵국회의원연대’ 소속 박수현·민형배·김준혁 의원과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단식 농성을 하고 있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 역시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단식 중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석열의 파면 당위성을 알리고 빠른 선고를 촉구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며 “헌재는 나라의 혼란상이 더 커지기 전에 조속히 파면 선고를 해달라”고 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3-16

“각하 이유 차고 넘쳐”-“가장 빠른 날 파면 선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여야가 막판 세 대결에 집중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기각·각하를 촉구하며 여론전에 나섰고, 야당은 윤 대통령 파면을 요구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8명 중 절반이 넘는 62명의 의원은 지난 11일부터 헌재 앞에서 탄핵심판 기각·각하를 요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16일 오전까지 송언석(김천)·조지연(경산) 의원이 시위에 참여했으며, 김정재(포항북)·권영진(대구 달서병)·구자근(구미갑)·임종득(영주·영양·봉화) 의원 등이 합류했다. 첫날 시위 주자로 참여했던 윤상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탄핵 심판은 각하만이 답”이라며 “그것이 헌재가 땅으로 떨어진 국민적 불신임과 사법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고,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견제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정재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내란 뺀 사기 탄핵, 공수처의 불법 수사와 구속, 협박과 조작으로 밝혀지는 오염된 증언들, 그리고 줄기각 중인 민주당의 줄탄핵 폭동까지”라며 “대통령 탄핵이 각하될 이유는 차고 넘친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의원은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결론은 이재명 2심 선고(3월 26일) 이후에 내야 그나마 헌재가 편파·졸속 재판 운영에 대한 비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에 대해서도 신속한 선고를 거듭 촉구했다. 추경호(대구 달성)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한 총리 탄핵 심판과 관련해 “즉시 각하만이 법치를 회복하는 길”이라면서 “선고가 지연될수록 헌재가 ‘재판’이 아닌 ‘정치’를 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등 당 소속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도보 행진을 벌이며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여론전을 이어 갔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질수록 국민의 불안감은 커지고, 민생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며 헌재에 신속한 선고를 요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도보 행진 출발 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들에게 “헌재는 이번 주 내로 가장 빠른 날 윤석열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내리길 촉구한다”며 “오늘은 헌재의 변론 기일이 종결된 지 20일째 되는 날로,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면서 사회적 불안과 혼란이 가중되고, 경제적 피해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극우 세력의 헌재 겁박이 도를 넘었고, 폭력 선동도 끊이지 않는다”면서 “헌재는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해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한 윤석열을 파면해 헌정 중단을 끝내야 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3-16

“여야 탄핵심판 결과 승복을”… 국민통합 목소리 높아진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헌법재판소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압박이 강해지고 있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국민통합은 물건너 가고 분열과 갈등의 격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국민 통합을 위해 여야가 함께 탄핵 심판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야 지도부는 초당적 승복 메시지를 발표해야 한다. 당리당략을 떠나 국가적 위기를 막기 위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헌재 판결 전 여야가 함께 공식적인 자리를 마련해 판결에 대한 승복 메시지를 천명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교회를 방문한 후 “승복은 선택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국가 체제가 갖춰진 나라에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전 의원도 “정치권이 나서서 헌재의 탄핵 심판 이후 사태를 수습하고 국민 통합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며 “그것은 여야 지도부가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는 입장을 공동으로 발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메시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국민의힘은 이를 수용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 당의 공식 입장은 헌재의 판단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은 단심이다. 거기에서 선고되면 그 결과는 모두를 귀속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여야 지도부가 탄핵심판 결정에 대해 함께 승복 메시지를 내야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데 대해선 “저희는 이미 승복 의지를 밝혔기 때문에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여야 당 대표 간 기자회견이든, 공동 메시지든, 저희는 어떤 것이든 간에 승복 메시지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해 헌재 판단에 승복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 대표는)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기각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본인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불복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며 “최근 유튜브에서 헌정 질서에 따른 결정을 승복 않으면 어찌하겠느냐고 스치듯 이야기했으나, 진정한 의사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요구에 민주당도 응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너무나 당연한 얘기”라며 “헌재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헌법 수호 의지를 가진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공개적으로 ‘승복 메시지’를 낼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이 승복 메시지를 낼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승복 메시지를 낼지는 변호인단이 윤 대통령과 논의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은 “헌법재판소 결과에 대통령이 당연히 승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3-16

김천시장 재선거 4파전 도의원 정영길 무투표

오는 4월 2일 실시하는 재·보궐선거에 대구 3명, 경북 9명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대구에서는 광역의원 1곳, 경북은 기초단체장 1곳 및 광역·기초의원 각각 1곳 등 모두 3곳에서 선거가 실시된다. 16일 대구·경북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3일과 14일 진행된 김천시장 재선거 후보자 등록에 더불어민주당 황태성(51) (주)석찬 대표, 국민의힘 배낙호(66) 전 김천시의장 등 4명이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이창재(61) 전 김천부시장과 이선명(62) 전 김천시의원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경북도의원(성주군) 재선거에는 무소속 정영길(59) 후보가 단독 입후보해 무투표 당선인이 될 예정이다. 고령군 나선거구 고령군의원 보궐선거에는 4명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더불어민주당 김대훈(54) 신명컴퓨터학원장, 국민의힘 나영완(57) 전 다산면이장협의회장, 무소속 임병준(67) 임병준산림기술사사무소 대표, 손형순(58) 전 경북자율방범연합 회장이다. 대구에서는 달서구 제6선거구(본리동, 송현1·2동, 본동) 대구시의원 재선거에 후보자 3명이 등록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형(50) 전 달서구의원, 국민의힘 김주범(48) 전 달서구의원, 자유통일당 최다스림(28) 자유통일당 청년위원회 위원장이다. 이번 재·보궐 선거의 후보자 직업·학력 등 기본 정보와 재산·병력·납세·전과 등 주요 정보는 중앙선관위 선거통계 시스템(http://info.ne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피현진·장은희 기자

2025-03-16

사회혼란이 오히려 기회인 ‘그들만의 리그’

더불어민주당의 ‘줄탄핵’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경제가 망가지는 국가위기 상태인데도 ‘그들만의 리그’를 즐기는 특권층이 있다. 정치권력에 가담하고 있는 법조인과 서울 강남3구 부자들이다. 지난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가 모두 기각되면서, 탄핵남발이 진보성향의 변호사 수임료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 국민은 처음 알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야당이 탄핵 소추에 쓴 예산은 4억6000만 원에 이른다. 전액 국민 세금이다. 판사출신인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이 자신들과 가까운 변호사들에게 이 사건을 몰아주었다”고 했다. 현 정부에서 민주당 주도로 발의된 탄핵소추안은 무려 29건이다. 조기대선을 의식한 당리당략이 일차적 원인이겠지만, 법조인이 주류인 의회권력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많다. 이번 국회의석에서 법조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야 지도부를 중심으로 20%가 넘는다. 지난주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상법개정안도 잘 나가는 수도권 로펌의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개정안은 회사 경영진(이사)이 직무수행을 할 때 ‘충실의무’를 다해야 하는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범위를 넓힌 게 핵심이다. 이 법률안이 제정되면 주주들의 소송남발로 기업경쟁력이 떨어질 게 뻔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의 정상적인 의사결정까지 소송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발했다. 서울 강남 부동산을 둘러싼 ‘부유층만의 리그전’도 논란거리다. 지금 비수도권 주택경기가 바닥을 치는데도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모 방송인이 지난해 11월 70억5000만원에 매입한 압구정동 아파트가 석 달 만에 7억5000만원 올랐다는 뉴스도 나왔다. 아마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서울시가 해당지역의 ‘토지거래허가 구역 지정’을 해제해 줬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집값하락으로 인해 고민이 많은 대구·경북 지역민들로선 서울 강남이 딴 나라 세상처럼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주택통계에 따르면, 1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이 7만2624가구인데, 이 중 대구가 8742가구, 경북 6913가구, 경남 5203가구로 나란히 1·2·3위를 차지했다. 대구는 악성 미분양(준공후 미분양) 아파트 수도 3075가구로 전국1위다. 2위는 부산(2268가구)이 차지했다. 대구·부산은 매달 악성미분양 아파트가 400여 가구씩 늘고 있다. 아파트 미분양은 건설사의 유동성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비수도권에선 중견 건설사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4월 위기설’이 번지고 있다. 미분양 증가와 함께 대출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건설업계의 줄도산이 우려되는 심각한 상황이다. 현 정부도 마찬가지지만, 역대 모든 정부가 임기 시작 때마다 빈부격차 등 사회양극화 타개를 국정목표로 내세웠다. 복잡하게 얽힌 양극화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방법은 없겠지만, 국민이 피부로 느낄만한 성과는 거의 없었다. 최근 정치권력 주변에서 일어나는 ‘그들만의 리그전’을 보면 마치 한편의 드라마 같다. /정치에디터겸 논설위원

2025-03-16

“열심히 공부하는 후배들의 성장 돕고파”

“누구나 처음엔 서툴고 모르는 것이 많죠. 어린 시절 배우지 못한 것들을 이제야 하나하나 채워가는 기분입니다” 위덕대학교 사회복지학과 21학번 이영화(69) 할머니는 지난 14일 자신의 호를 딴 ‘죽향 장학금’ 전달식에서 환한 미소로 이같이 말했다. ‘죽향 장학금’은 가정형편으로 학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 위해 마련된 장학금으로 학문과 배움의 가치를 중시하는 그녀의 깊은 마음이 담겨 있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사회복지학과 3학년 전성진 학생과 4학년 김미래 학생이다. 두 학생은 어머님이 병환 중인 어려운 상황에서도 낮에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밤에는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성실히 살아가고 있다. 또 두 학생은 지난 학기 각각 4.5 만점을 받으며 해당 학년에서 1등을 차지하는 등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이 할머니는 “제때 공부할 기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는 후배들이 성공적으로 학교생활을 마치고 사회인으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라고 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 2016년 시인으로 등단한 후, 가난때문에 중단됐던 학업을 다시 이어가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원하던 대면 수업 대신 비대면 수업을 듣게 됐다. 그녀는 도서관에서 동기들에게 비대면 수업 접속 방법과 과제 제출 방법 등을 물어가며 학업에 몰두했다. 그녀의 끈질긴 노력은 결국 사회복지사 자격 취득으로 이어졌다. 이 할머니는 캠퍼스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동기들과 함께한 울릉도 졸업여행을 꼽았다. 그녀의 시 ‘울릉도 가좌~~~~~아’에서는 여행에서 느낀 즐거움과 감동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이 할머니는 재학 중 사회복지학과 발전기금으로 대학에 1000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조손가정 출신인 그녀는 방학 동안 현장실습을 위해 학교에 남아 있는 동기들과 함께 생활비를 마련하는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서로 돕고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나눴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3-16

포항문화재단 ‘2025 문예회관 특성화사업’공모 선정 구룡포 설화 ‘꽝철이가 산다’ 창작 지원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관하는 ‘2025 문예회관 특성화 지원사업’ 공모에서 구룡 설화 뮤지컬 ‘꽝철이가 산다’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공모는 지역 문화자원을 활용해 특화된 공연 콘텐츠를 발굴하고, 이를 브랜드화함으로써 문예회관의 역할과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기획된 사업이다. 구룡 설화 뮤지컬 ‘꽝철이가 산다’는 신작 제작형 분야에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창작뮤지컬 ‘꽝철이가 산다’는 포항 구룡포 지역의 지명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열 번째 용인 ‘꽝철이’가 인간 세상에 남아 9가지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 작품은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문화적 해결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번 선정으로 작품 기획 및 쇼케이스 진행을 위한 국비 2000만 원을 확보했으며, 오는 6월 쇼케이스 심의를 통해 최대 7000만 원의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상모 대표이사는 “올해는 포항문화예술회관 개관 30주년으로, 특히 ‘꽝철이가 산다’는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제작된 ‘강치전’에 이어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선보이는 첫 창작 뮤지컬 작품이다. 이번 선정을 통해 포항문화예술회관이 단순한 문화 수신지를 넘어 포항 이야기를 담은 문화 발신지로서 역할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2025-03-16

‘구룡포 해파랑문화쉼터’ 시범운영 돌입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에 위치한 ‘구룡포 해파랑문화쉼터’(이하 문화쉼터)가 17일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이 시설은 지역 주민들의 문화생활과 건강증진을 위한 복합공간으로, 관광객들에게도 새로운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화쉼터는 구룡포권역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국비 36억 원과 시비 16억 원 등 총 52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지상 2층, 연면적 976.51㎡ 규모로 지난해 12월 준공됐으며, 지역 주민들의 문화복지 향상을 위한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쉼터 1층에는 다목적 체육관과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으며, 2층은 열람실과 회의실로 구성됐다. 특히 2층 옥상정원은 구룡포의 아름다운 경관을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돼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매력적인 공간이 될 전망이다. 도서관에는 신규 도서를 포함해 총 6000권의 장서가 비치됐다. 다목적 체육관은 탁구, 배드민턴, 배구 등 다양한 실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돼 주민들의 소통과 교류의 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시범운영 기간 중에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되며, 주말에는 휴관한다. 체육관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도서 대출·반납 및 열람 서비스도 제공된다. 시범운영을 통해 미비점을 보완한 후 4월 중 정식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오영환 어촌활력과장은 “문화쉼터 운영으로 구룡포 인근 주민들에게 한 단계 높은 문화·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어촌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어촌을 활성화하도록 다방면으로 정책 개발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석윤기자 lsy72km@kbmaeil.com

2025-03-16

‘도시형 케어팜’ 시민 텃밭 체험 기회… 120명 최종 선발

포항시는 지난 13일 농업인교육복지관에서 ‘2025년도 도시형 케어팜(도시텃밭) 및 청년텃밭단 오리엔테이션’을 개최했다. 도시형 케어팜은 도시민들에게 도시텃밭 농업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공동체 회복과 치유농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이다. 이번 사업에는 200여 명이 신청했고 추첨으로 120명의 최종 이용자를 선발했다. 오리엔테이션에서는 도시형 케어팜 사업 취지에 대한 안내가 이뤄졌으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텃밭 운영 및 관리 방법, 유의 사항을 교육했다. 시는 시민들이 직접 텃밭을 가꾸면서 건강한 여가 활동을 즐기고, 자연과 교감으로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 2023년부터 흥해읍 성곡리에 ‘활력팡팡 케어팜’을 대송면 장동리에 ‘철강상생 텃밭’을 운영하면서 도시형 농업의 기반을 다져왔다. 또한 오는 4월에 ‘활력팡팡 케어팜’에서 첫 모종심기 행사를 추진하며, 하반기에는 ‘철강상생 도시텃밭’ 이용자들과 함께하는 주민 화합 행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농업기술센터 이현주 소장은 “도시텃밭은 단순한 농업 체험 공간을 넘어 이웃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공동체 회복의 장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도시 텃밭 조성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보규 수습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03-16

‘2025 꿈의 무용단’ 공모 선정 포항문화재단 5년간 4억 확보

(재)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2025 꿈의 무용단 운영 사업’ 공모에 선정돼 5년간 총 4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꿈의 무용단은 단순히 춤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아동·청소년들이 춤을 매개로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고, 서로 협력하며 공동체성을 함양하도록 돕는 문화예술 교육 사업이다. 포항문화재단은 이번 선정을 통해 지역 아동·청소년들에게 수준 높은 무용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창의적인 예술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운영 13년 차를 맞이하며 지역 사회에 큰 감동을 선사해 온 꿈의 오케스트라에 이어 꿈의 무용단을 새롭게 출범시키며, 꿈의 예술단 내 오케스트라와 무용단 두 개를 동시에 운영하는 경북 최초의 기관으로서 문화예술 교육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이는 포항 지역 문화예술 교육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김성한 꿈의 무용단 포항 무용감독 이번 꿈의 무용단 포항은 학업과 경쟁에 지친 아동·청소년들이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도록 돕는 교육에서 시작할 예정이다. 자아 존중, 자기 이해, 소통, 공동체 의식 함양을 목표로 청소년의 능동적 성장과 문제 해결 능력 향상을 지원한다. 김성한 무용감독은 프랑스 니스 대학원과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무용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2002년부터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를 통해 다수의 공연을 제작해왔다. 다년간 꿈의 댄스팀, 꿈의 무용단 총괄 책임자를 역임하며 청소년 예술 교육에 헌신해 온 김성한 감독은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번 꿈의 무용단 포항을 이끌 예정이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꿈의 무용단 선정은 포항 지역 아동·청소년들의 숨겨진 예술적 잠재력을 발굴하고, 그들의 건강한 성장과 행복한 미래를 지원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며 “앞으로 5년 이상 지속될 이번 사업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 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포항문화재단은 앞으로 ‘꿈의 무용단’을 통해 지역의 문화적 특색을 반영한 다채로운 무용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역사회와 긴밀하게 연계한 다양한 공연 및 예술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16

‘격변의시대’ 변화와 갈등을 담아내다

이강소, 박현기, 최욱경, 변종곤 등 오늘날 실험미술의 거장으로 불리는 작가들의 작품이 대구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전시 ‘대구미술 1980-1989: 형상의 소환’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오는 6월 22일까지 2, 3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1980년대 대구미술의 다양한 활동과 작품을 통해 당시의 문화적 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1980년대 한국 사회는 정치적 격변기를 겪으며 민주주의의 발전과 경제 성장을 이뤘고, 이로 인해 다양한 갈등과 변화가 나타났다. 대구 미술계는 회화 분야에서 두드러진 변화를 보였으며, 은유, 비유, 상징, 표현 등의 다양한 방식을 통해 예술과 삶이 소통하는 새로운 조형 의식과 소통 방식이 형성됐다. 이번 전시는 대구미술관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시작된 주제 발굴전인 대구포럼의 네 번째 전시로서, 1980년대의 사회적 전환기에 주목한다. 당시 대구 미술계가 펼친 다양한 활동을 당시 지역에서 제작되고 발표된 작품들과 함께 살펴보며, 형식주의와 개념미술이 주도하던 국내 화단에 ‘형상’을 통한 상징과 표현으로 영감과 활기를 불어넣었다. 당시 대구미술은 단순한 예술적 표현을 넘어, 시대의 변화와 갈등을 담아내는 중요한 매체로서 기능했으며, 이는 오늘날에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1980년대는 유신정권 종식 후 신군부가 등장했으나, 수많은 희생을 대가로 민주주의가 발전했다. 동시에 경제 성장과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사회 내부에는 다양한 갈등과 변화가 존재했다. 이번 전시는 ‘실험과 행위’, ‘비판과 은유’, ‘표현과 상징’의 세 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실험과 행위’(3전시실)에서는 1970년대 집단운동의 열기가 가라앉은 이후, 1980년대에 실험미술의 정신과 태도가 성숙하고 개성적인 양식으로 발전해 나간 과정 속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강소와 박현기의 작업에서 시각과 지평의 확장을, 최욱경과 권영식의 작업과 황현욱의 전시 기획에서는 지역 미술계의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자세를 확인할 수 있다. ‘비판과 은유’(2전시실)에서는 1980년대 초반 민중미술과 신구상미술 등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은유적 형상으로 풀어낸 작품들을 조명한다. 노원희, 박용진, 송광익, 양호규, 정하수 작가가 참여한 이 섹션은 현실 비판을 상징적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을 통해 당시 사회의식을 고찰한다. ‘표현과 상징’(2전시실)에서는 1980년대 대구미술의 창작 태도와 조형 방법에서의 다양하고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김광배, 김창영, 노태웅, 박일용, 변종곤, 이국봉, 정병국, 정일, 홍창룡은 기성세대와 달리 시각적인 사실성을 추구하면서도 주제 의식의 측면에서 뚜렷하게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성향을 드러냈다. 이들의 공통적인 관심사는 눈앞 삶의 현장에서 인간과 실존의 진실을 찾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번 전시는 회화, 판화, 영상 등 70여 점의 작품과 함께 관련 아카이브, 1980년대 주요 역사 및 대구 미술계 연표를 소개한다. 전시에 객원 큐레이터로 참여한 김영동 미술평론가는 “이번 전시는 1980년대 대구 미술계의 흐름을 조명하며, 당시 작품들이 전국적 상황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고 지역 미술의 자산과 자생력을 확인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다양한 표현 방식을 통해 미술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3-16

희망퇴직자 적어… 현대제철 포항공장 경영개선 난항

현대제철 포항공장이 공장 통폐합 등을 통한 경영개선이 당분간 어려워질 전망이다. 16일 현대제철 포항공장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의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수단으로 포항공장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이나 전환배치를 신청한 사람은 아직 정확히 집계는 되지 않은 상태이나 100명도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제철은 국내경기 부진과 중국산 저가 물량공세, 미국발 철강관세 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내 철강공장의 재편 등을 통한 효율화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심중이다. 그러한 일환으로 현대제철 포항공장은 지난 4일부터 10일 동안 포항제1공장과 제2공장의 기술직 근로자 12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당진공장으로의 전환배치근무 희망자를 모집했다. 정확한 수치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이나 희망퇴직 신청자는 10~20명 정도, 당진 공장으로의 전환배치 등 신청자는 70~80명 정도로 100명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포항제2공장에 있는 250여명 대부분이 포항제1공장으로 재배치될 경우 포항 제1공장의 인력적체 문제가 생긴다. 또 이미 인력 적체상태인 당진제철소에 포항공장 이동배치 희망자를 배정하는 것도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현대제철은 이미 지난 14일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로 임원들의 급여를 20% 삭감한 상황이다. 현대제철 포항1공장의 가동률이 국내 수요부진으로 인해 그다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중단된 포항 제2공장까지 매월 70억~80억 원 규모의 고정적인 적자를 내는 것을 고려하면, 조기에 공장 통폐합 등을 통한 경영개선 전략이 제대로 실행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김진홍경제에디터

2025-03-16

문학 가치를 함께 고민하고 생각한 소중한 여행길

대구문인협회는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4박 5일 간 일정으로 해외문학기행 행사를 가졌다. 방문지는 중국 서안으로, 이 문학기행에는 안윤하 대구문인협회장과 문무학 시조시인, 김학조 사무국장, 김선완·김복건·노병철 수필가, 문성희·정지홍 시인 등 30여 명이 함께했다. 여정은 실크로드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유적을 탐방하고 백거이 문학 세계를 탐색하는 프로그램으로 짜여졌다. 행사 동안 회원들은 옛 이름은 장안(長安)이며 지금은 산시성의 성도인 시안(西安)에서 중국 역사와 문학이 형성된 흐름을 심도있게 살펴봤다. 특히 시안이 어떻게 중국의 도시 중 3000년의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도시가 됐는지, 또 여러 세대를 거치는 동안 장안이 동양의 수도라는 대명사를 갖게 됐는지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토론도 벌였다. 또한 ‘장안에서 화제다’란 말이 이곳에서 유래한 부분을 공유하며 의미를 새겼다. 5∼6세 때 벌써 시를 짓기 시작한 천재이자 당나라 최고의 시인으로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노래한 ‘장한가’를 쓴 주인공 백거이의 묘소 등 유적관도 찾아 위대한 문학인을 추모하고 업적을 기렸다. 일행들은 진시황제의 병마용갱도 둘러봤다. 1974년 어느 농부가 우물을 파다가 우연히 발견했다는 천마용갱 앞에선 2200년 전 빚은 병마들이 살아 있는 듯해 정교한 그 시대의 기술 그리고 그 규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중국 최초로 통일을 이룩한 진시황제의 그 위용을 눈으로 실감한 회원들은 지금은 유명 관광지가 돼 이곳에서 한해 수십여 조원의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선 ‘진시황은 죽어서도 중국을 호령하는 듯하다’며 입을 모았다. 안윤하 회장은 “이번 시안 중국 역사 문학기행은 동서양 문물교류 역사와 문화예술의 흐름에 동참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낙양성에서 당나라 대문호 백거이의 묘소를 방문해 그의 문학 세계를 감상한 것 등은 대구문인협회 회원들의 창작 활동에 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이번 문학기행의 내용을 담아 ‘대구문학’에 게재하고 ‘대구예술’지에도 ‘세계속으로 침투하는 대구문인협회’란 주제로 글을 싣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학기행에 참여한 이근자 소설가는 “인공지능이 글을 쓰는 시대에 수천 년 전 번성했던 도시를 방문한 이유를 자문해 보고 그곳에서 느끼는 감회가 인상적이었다”고 이번 여정을 평가했다. 그는 “사막의 모래바람에 외아들을 잃은 늙은 어머니의 이야기처럼, 지금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 실크로드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정말 과거에서 멀어진 것일까 하는 생각에 젖어들곤 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여행이란 공간적 거리뿐만 아니라 시간 또한 뛰어넘게 만든다”고 말하며, “로봇의 관절에 흘러드는 모래를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 여행의 묘미”라고 강조했다. 김학조 사무국장은 “4박 5일간의 짧은 일정 속에서도 느끼고 고민한 문학적 가치를 동료 문인들과 함께 나눌 수 있었던 유익한 여행이었다”고 전했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03-16

‘봄의 전령’ 복수초는 어떤 꽃일까

복수초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복(福)‘과 ‘수(壽)’를 뜻하는 한자를 사용하여 ‘행복과 장수를 가져다주는 풀’이라는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른 봄, 설날 즈음에 꽃이 피어 희망과 새 출발을 상징하는 꽃으로 여겨진다. 아주 먼 옛날 한 청년이 눈 속에서 작은 노란 꽃을 발견하고 마을에 가져왔는데 이후 그 집안이 번창하고 행복해졌다는 이야기에서 ‘행복을 부르는 꽃’이라는 의미가 생겼다고 한다. 왜 복수화(花)가 아니고 복수초(草)인지는 알 수 없다. 티베트 산악지방에는 ‘노드바’라 하는 희귀 약초가 있다. 이 약초는 히말라야 산속 만년설 밑의 바위틈에서 돋아나 꽃을 피우는데 꽃이 필 무렵이면 식물 자체에서 뜨거운 열이 뿜어져 나와 주변의 눈을 몽땅 녹여버린다고 한다. ‘난로 식물’이라고나 할 이 풀은 각종 질환에 좋아 티베트 라마승들이 매우 귀하게 여긴다는 얘기가 있다. ‘노드바’와 닮은 식물이 우리나라의 ‘복수초’다. 복수초는 노드바처럼 이른 봄철 눈이 녹기 전에 눈 속에서 꽃을 피워 주변의 눈을 식물 자체에서 나오는 열기로 녹여버린다. 정말 멋진 생명의 신비다. 항온동물도 눈 속에서라면 체온을 빼앗길 판인데 말이다. 복수초는 우리나라 각처의 숲속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 생육환경은 햇볕이 잘 드는 양지의 습기가 약간 있는 곳이다. 산행을 하다 복수초를 만나면 그 환경이 나뭇잎 많은 습기 가득한 양지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열매는 6~7월경에 별사탕처럼 울퉁불퉁하게 달린다. 우리나라에는 최근 3종류 ‘복수초’, ‘개복수초’ 그리고 제주도에서 자라는 ‘세복수초’가 있다. 연약한 꽃잎으로 피어나지만 강한 생명력을 가진 복수초는 우리 산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우리 고장은 가산산성에 가면 큰 군락지가 있다. 꽃 보기를 좋아한다면 봄을 맞아 가산산성으로 한 번 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장혜숙 시민기자

2025-03-16

세계 여성의 날을 생각하며

세계 여성의 날은 여성의 권리 신장을 위한 투쟁의 역사를 기억하고, 현재 직면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촉구하는 날이다. 여성 안전, 경제적 평등, 일·가정 양립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여성 권익신장을 위해 전 세계가 공동으로 노력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성의 날이 만들어진 배경을 살펴보면 대략 이렇다. 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노동자들이 정치적 참정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일으킨다. 당시 미국 여성 노동자들은 먼지가 펄펄 나는 최악의 환경에서 작업을 강요당했다. 1만명이 넘는 여성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난 시위로 1909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여성의 날이 선포된다. 1910년 독일의 여성 노동운동가인 클라라 체트킨이 코펜하겐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세계여성의 날을 제안한 것이 계기가 돼 유럽 여러 나라에서도 여성의 날을 제정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엔이 공식적으로 여성의 날을 선포한 것은 이보다 훨씬 뒤인 1975년의 일이다. 한국에서는 일제강점기인 1920년부터 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가졌으나 일본의 탄압으로 제대로 된 행사를 하지 못했다. 해방 후 1985년 양성평등법이 개정되면서 정부는 3월 8일을 여성의 날로 정하고 정부공식 기념일로 삼았다. 한국에서 여성의 날이 제정된 것은 이제 약 40년이다. 미국과 유럽의 100년 이상의 역사와 비교하면 아주 짧은 기간이다. 여성의 날 제정 역사적 배경에서 보았듯이 여성의 권익은 투쟁과 희생에서 얻어진 결과다. 우리나라는 짧은 역사만큼 아직 많은 영역에서 여성들의 지위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높은 교육 수준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많은 여성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성별 임금 격차와 유리천장 지수에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직장 내 성차별과 가정 및 돌봄 노동에서의 불균형은 주요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성인지 예산과 같은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성평등을 촉진하고 여성의 권리를 증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성평등과 여성 권익 증진을 위한 인식과 행동의 변화이다. 이는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여성의 권리와 성평등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식의 변화, 행동과 참여, 연대와 지지, 정책적 지원과 같은 요소들이 결합 되어야만 세계 여성의 날이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된다. 대구시민 헌법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오상태 교수는 최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전야제로 ‘꽃의 실존적 의미’라는 주제와 김춘수 시인의 꽃과 연계하여 강의를 해주었다. 김춘추 시인의 ‘꽃’은 철학적이고 중심적이며 실존주의 작품이다. 언어는 존재의 본질이며 이름을 붙여주었을 때 비로소 실존이 된다고 했다. 3월 8일 여성의 날을 기념하여 참가자들에게 꽃을 나눠주며 여성의 날의 의미를 되새긴 강의를 해준 오 교수님에게 감사를 드린다. /김윤숙 시민기자

2025-03-16

몸과 마음의 건강지킴이 ‘대구도시농업포럼’

도시농업이 우리나라에서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 무렵이다. 지금은 꽤 많은 도시민들이 도시농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원래 도시농업은 도시의 옥상이나 골목길, 텃밭 등 자투리 땅을 활용해 여가 또는 체험적 농사로 시작하는 농업을 말한다. 생계와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농업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도시민들이 작은 공간에 조금씩 식물 등을 재배하면서 도시의 생태계 선순환 구조 회복에 도움을 주면서 지자체마다 도시농을 권장하는 분위기다. 지자체가 조례 제정을 통해 도시농업네트워크 결성을 돕고 농업지도사를 육성하는 사업도 벌이고 있다. 도시농업을 이야기하면 쿠바의 하바나 농업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의 쿠바 봉쇄로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했던 하바나 시민들이 도시 빈 공간마다 작물을 재배하면서 지금은 도시농업의 성지로 불릴만큼 하바나 도시농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도시농업은 아직은 초보수준이다. 도시농업이 활성화되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수단으로도 가능하다. 우리지역에서도 도시농업 활동을 벌이는 단체가 있다. 사단법인 대구도시농업포럼(회장 서신교)은 지난달 대구 라운제나호텔에서 총회를 열고 도시농업 사업의 활성화에 더욱 매진키로 결의했다. 도시농업 지도사 모임인 이 단체는 지난해는 대구 달서구 도원동의 텃밭을 위탁 운영해 의뢰자로부터 칭찬을 받은 바 있다. 올해는 수성구와 업무협약을 맺어 텃밭운영을 활성화하기로 사업을 확정했다. 특히 지난해 많은 시민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화분 분갈이 서비스를 올해도 꾸준히 벌여가기로 했다. /석종출 시민기자

2025-03-16

폭싹 속았수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재밌게 봤다. 제주도 말로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뜻이다. 가수 아이유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배우 이지은의 1인2역이 눈길을 끄는데 특히 소녀가장으로 식모살이하면서도 문학소녀의 꿈을 잃지 않는 오애순을 핍진하게 표현해냈다. 생선집 아들인 광식(박보검)과 애순의 패가망신을 겁내지 않는 ‘요망진’ 로맨스가 가슴을 뛰게 하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건 극 초반에 등장하는 애순 엄마 전광례(염혜란)의 눈물겨운 모정이다. 일찍 부모를 잃고 부모의 빚까지 떠안았다. 결혼하고서는 해녀 물질하면서 남편 병수발까지 했다. 남편 죽고서 얻은 새서방은 방구석에 누워만 있는 백수건달이라 밥이라도 안 굶기려고 딸내미를 시어머니 집에 더부살이 보냈다. 억척스럽고 강인한 엄마 광례는 언제까지나 애순의 곁을 지켜줄 것 같았지만 애순이 10살 되던 해에 물질해서 얻은 숨병(감압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자신이 곧 죽을 것을 예감한 광례가 애순의 손톱에 봉숭아꽃물을 들이면서 말한다. “두고 봐라. 요 꽃물 빠질 즈음 되면 산 사람은 또 잊고 살아져. 살면 살아져. 손톱이 자라듯이 매일이 밀려드는데 안 잊을 재간이 있나” 이 대목에서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광례는 신산하고 박복한 삶을 산 우리들의 모든 어머니였기 때문이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오직 자식만 생각하며 자신을 희생한 어머니의 사랑이 ‘제주 해녀’라는 특별한 지역적 문화와 더해져 더 큰 감동으로 밀려왔다. 살면서 만난 여러 사람 중 제주도의 송협 형은 참 각별하다. 낚시로 맺은 인연이 이제는 거의 가족이 됐다. 가족보다 더 자주 통화하고 제주나 내가 사는 안양에서 며칠씩 동숙한다. 내게 “살다가 힘들면 제주 와라”라고 말해주는 이 형 덕분에 세상살이가 아무리 괴롭혀도 나는 끄떡없다. 나에게는 제주라는 피난처가, 거기서 온 맘으로 나를 맞아줄 아름다운 사람이 있으니까. 드라마를 보면서 제주에 가고 싶고, 형이 그립고, 형네 어머니 생각이 났다. 언젠가 형이 들려준 어머니 이야기야말로 드라마다. 1945년 제주 안덕면 사계리에서 7남매 맏딸로 태어난 김이선 삼춘은 초등학교를 그만 두고 밭일, 가게일, 동생들 돌보는 일까지 도맡아 했다. 외할머니와 어머니에게 물질을 배워 열여섯 살에 해녀가 되어서는 형제섬 근처에서 미역을 캐고, 매년 2월부터 8월까지 강원도로 ‘바깥물질’을 다녔다. 그렇게 번 돈으로 부모님 밭 사드리고, 돌아가실 때 입혀드릴 수의도 사고, 동생들 옷과 신발을 샀다. 스무 살에 결혼해 쌍둥이 딸을 낳자마자 시어머니께 맡기고 또 바깥물질을 나갔다. 집안 어른이 춥게 물질하지 말라며 일본에서 구한 고무옷을 보내줬는데 전통 해녀옷인 ‘물소중이’를 입은 다른 해녀들이 질투해 못 입게 했다. 그래서 일부러 더 바깥물질을 다녔다. 그렇게 두 해 강원도에 다녀와서 보니 사계 해녀들도 전부 고무옷을 입고 있었단다. 닻줄에 발이 걸려 죽을 뻔했다. 물질하다가 시체를 본 적도 있다. 겁이 나도 물질은 그만 둘 수 없었다. 뱃속에서 이미 죽은 아이를 사산하기도 했다. 아이를 잃고 일주일만에 바다에 나갔다. 친정아버지가 “너 경허당 죽는다”고 해도 도무지 말릴 수 없었다. 바다에 가지 않으면 살 수가 없는 운명이었다. 아무리 몸이 아파도 다른 해녀들이 미역과 소라를 캐서 나오는 걸 보면 저절로 바다에 뛰어들게 됐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몸을 혹사한 결과 양쪽 무릎을 수술하고, 물에 들어가든 들어가지 않든 뇌선(진통제)을 하루에 한 번 꼭 먹게 됐지만 젊어서나 지금이나 바다에 가고 싶은 마음은 한결 같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30년 동안 병수발 했다. 물질만으로는 살림이 되지 않아 장사도 했다. 생선, 미역, 톳 등 안 팔아본 게 없다. 낚싯배도 했다. 남편이 떠나고서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낚시 손님들을 태우고 가파도, 마라도로 직접 배를 몰았다. 그렇게 물질하고 장사하고 낚싯배 몰면서 집안 빚을 다 갚고 아이들 공부도 시켰다. 어머니의 일생이 드라마 속 광례처럼 파란만장하다. 어느 겨울 형과 함께 어머니가 담요 덮고 앉아 계신 집에 갔더니 귤을 잔뜩 꺼내주셨다. 현무암처럼 전복 껍데기처럼 거친 손에서 뭉클한 물소리가 들렸다. 그리운 사람과 그리운 바다를 만나러 봄날 제주에 간다. 험한 생의 파도를 넘어 이제 잔잔한 물가에서 볕을 쬐고 계시는 어머니께 “폭싹 속았수다” 말씀드려야겠다.

2025-03-16

덧없음의 위로

나의 삶의 주인공은 ‘나’지만, 언제나 그럴듯하게 멋진 것만은 아니다. 최근 재미있게 읽은 ‘미스터 초밥왕’에서는 주인공 쇼타 옆을 지키는 ‘오바타 신고’라는 인물이 있다. 신고의 별명은 ‘신코’로, 새끼 전어를 의미한다. 일본에서는 이른 봄에 나오는 새끼 전어를 ‘신코’라 부르는데, 아직 제몫을 못하는 견습이라는 뜻으로 미성숙하고 불완전 하다는 뜻에서 붙었다. 오바타 신고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름보다는 ‘신코’로 불린다. 주인공 쇼타와는 동년배이자 쇼타와 같이 일하는 오오토리 초밥에선 쇼타보다 반년 더 일찍 들어온 선배이지만, 어쩐지 주인공다운 쇼타의 엄청난 활약에 묻혀 오히려 비교당하고 계속해서 혼나며 결국 부담을 이기지 못한 채, 오오토리 초밥에서 야반도주하여 건설 현장에 일하게 된다. 뭐 어쨌거나 쇼타의 도움으로 다시 초밥 장인의 꿈을 되찾은 신코는 다시금 오오토리 초밥으로 돌아오지만 만화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하루하루 눈부시게 성장하는 쇼타와는 달리, 신코는 완벽한 주연처럼 쇼타의 활약에 ‘굉장해! 정말 굉장해! 쇼타’와 같은 대사만 날릴 뿐이다. 나는 어디에 소속되어 있건, 어디서나 주연보단 조연에 가까운 인물이다. 주인공의 활약을 돕고, 주인공의 서사를 더 극적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어딘가 급조한 듯한 ‘신코’ 같은 캐릭터와 같달까. 어디서나 주인공처럼 주목 받는 게 부담스럽고, 실은 주목 받을 만큼의 엄청난 능력이 있어서도, 패기와 열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도 아님을 객관적으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을 조금 달리 해서 영화 ‘트루먼쇼’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영화 ‘트루먼쇼’의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는 가짜 세트장에서 조작된 삶을 살고 있단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가는 인물이다. 어느 날 하늘에서 조명이 떨어지고, 죽은 아버지를 길거리에서 만나고,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다 자신의 모습이 생중계되는 알 수 없는 일들을 겪는다. 그러다 첫사랑 실비아가 모든 것이 쇼라는 사실을 트루먼에게 남기고 사라지게 되고, 트루먼은 그 말을 쫓고 쫓아 결국 자신의 30년간의 일상이 모두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TV쇼였단 것을 알게 된다. ‘트루먼 쇼’라는 이름의 이 쇼는 트루먼 버뱅크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현재까지 모든 일상을 촬영해 전 세계에 생중하는 최고 인기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깨닫고, 의심이 확신이 되는 순간 결국 그는 세트장을 떠나 피지로 가겠다는 결심을 굳힌다. 물론 이 쇼를 제작한 총 책임자이자 트루먼의 삶을 조종한 크리스토프는 트루먼이 스튜디오를 떠나지 못하도록 온갖 방해 공작을 펼친다. 하지만 트루먼은 이미 주어진 운명을 거스르고 리스크를 겪더라도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행한다. 모두 나를 속이고 있지만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완벽한 세상을 버리고 미지의 세계로 결국 나아가는 것이다. 이전에 트루먼쇼를 볼 때에는 트루먼이 참 근사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트루먼처럼 용기 있게 알에서 깨어나는 새처럼 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트루먼처럼 섬을 떠나기 위한 시도를 계속할 만큼의 의지와 용기가 없는 사람임을, 최근에 결국 깨닫고 말았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나는 근래에 새롭게 도전한 모든 것들에 적응하지 못했고, 결론적으로는 많은 실패를 남겼다. 그 실패 앞에서 지나치게 무력했다. 트루먼처럼 물 공포증을 이겨낸 채 다리를 건너 스튜디오 끝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음, 그렇지 못하다. 마치 미스터 초밥왕처럼 주인공 옆의 그림자처럼 자연스레 깔리는 ‘신코’처럼, 나의 역할은 이미 정해져 있는 듯하다. 그렇다. 나는 트루먼처럼 모든 것이 연출된 가짜 세상을 뛰어나갈 용기도, 결단도, 현명한 지혜도 없다. 그저 이 세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도 못하고 나약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나로서는, 실패를 실패로 여기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최선임을 안다. 실패 속에서 누군가가 나를 보며 불편한 쾌락과 조롱을 하더라도 나는 나의 삶을 산다. 내가 현재 살아가고, 느끼고, 만나고, 해쳐나가고, 견디고 있는 이 모습만큼은 아직까지 내게 진짜이고 진실된 순간이라 믿기 때문이다. 만들어진 가짜 세상을 깨지 못하고 이 속에 바보처럼 살아가고 있다고 한들, 이 모든 것이 결국 다 덧없는가? 글쎄, 아직 아무것도 모른 채 이리저리 방황하는 인간이라면 우선은 현재의 삶을 충실하게 살 수밖엔 없다. 그 허무함과 덧없음에게서 나는 이상한 위로를 얻는다.

2025-03-16

‘37세 노장’ 이승훈 세계선수권 은메달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살아있는 전설’ 이승훈(37·알펜시아)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이승훈은 16일(한국시간) 노르웨이 하마르에서 열린 202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7분59초52의 기록으로 전체 두 번째로 결승선을 끊었다. 그는 스프린트포인트 40점을 얻어 이탈리아의 안드레아 조반니니(7분56초47·스프린트 포인트 60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동메달은 벨기에의 바르트 스빈크스(7분56초69·스프린트포인트 20점)가 가져갔다. 이승훈은 레이스 막판 승부수를 띄우는 기존 전략을 이번 대회에서도 그대로 썼다. 레이스 초반엔 후미에서 체력을 비축하다가 결승선을 한 바퀴 남기고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갔다. 그는 마지막 곡선 주로에서 선수들 사이로 비집고 나와 선두 자리까지 꿰찼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1위를 유지하던 이승훈은 마지막 직선 주로에서 조반니니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이승훈은 조반니니와 치열한 경쟁을 펼쳤으나 레이스 막판 역전을 내줘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이승훈이 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딴 건 2016년 2월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매스스타트 금메달 이후 약 9년 1개월 만이다. 이승훈은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부터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까지 4차례 올림픽에 모두 출전해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딴 한국 빙속의 전설이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과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선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따며 세계를 호령했다. 올 시즌을 기분 좋게 마무리한 이승훈은 이제 내년에 열리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준비를 시작한다. 한편 같은 종목에 출전한 정재원(의정부시청)은 7분57초62의 기록으로 전체 11위에 올랐다. 같은 날 열린 여자 1,000m에선 여자 단거리 간판 김민선(의정부시청)이 1분16초11의 기록으로 전체 10위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2025-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