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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포항공장, ‘노사 협력’과 재투자 승부수

현대제철 포항공장(이하 ‘현대제철’)은 전환기의 중심에서 새로운 선택을 했다. 올해 6월 현대제철은 연간 제강 120만t, 압연 80만t 규모의 포항 2공장 가동을 무기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건설용 철강재 수요가 장기 침체에 빠지고 가격 경쟁이 심화됨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게다가 이 결정은 일방적 조치가 아닌 노사 합의로 추진됐다. 회사와 노조는 고용 안정을 전제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로 뜻을 모아 갈등 대신 협력을 선택했다. 현대제철은 포항 1공장 내 굴삭기용 무한궤도 생산 부문인 중기사업부 매각도 동시 추진 중이다. 1986년부터 운영된 전통 사업이지만, 중국산 저가 공세로 가격경쟁력을 잃어 적자가 누적된 것이 매각을 결정한 이유로 주목된다. 중요한 점은 매각 대금을 포항공장 설비 고도화와 생산 효율 향상에 재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친환경·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생산체제로 전환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위기 속에서도 노사 협력과 재투자 계획은 포항의 재도약 가능성을 남긴다. 미래를 묻는 질문에 현대제철은 구조조정 속에서도 지역과 함께 지속 가능한 길을 모색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스틸데일리 김영대 기자 kyd@steelnsteel.co.kr

2025-08-18

수소환원제철, 탄소중립 시대 ‘제2의 포항 신화’ 준비 중

철의 도시 포항이 재도약 길에 들어섰다.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이라는 미래형 기술로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 포항 지역사회가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맞고 있다.최근 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기술 개발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며, 산업·환경·지역경제 전반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 탄소에서 수소로, 2030년 상용화 목표 지난 6월 수소환원제철 예타 통과로 2026~2030년 총사업비 8146억원(국비 3088억원)이 투입돼 연간 30만t 규모의 데모플랜트가 포항제철소 부지에 건설된다. 이는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고, 기술 상용화를 위한 검증 단계를 거치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게 된다. 포스코는 2028년 실증설비 가동, 2030년 상용화 기반 구축을 목표로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 포항의 산업 DNA, 도전과 혁신 수소환원제철 도입은 포항을 국내 탄소중립 산업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끌어올릴 중요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포항은 이번 사업을 ‘제2의 포항 신화’로 기대하고 있다. 철강산업으로 성장해온 도시인 만큼, 수소환원제철은 지역 산업 생태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완공 이후에는 ‘탄소제로 기반 녹색철강 중심지’라는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함으로써, 외국 기업 유치와 수출 확대는 물론 R&D 산업 확장까지 다양한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 포항시의 ‘수소 생태계’ 청사진 포항시는 포스코의 로드맵에 맞춰 수소 공급·인프라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해외에서 생산한 그린 수소를 암모니아 형태로 도입한 뒤 크래킹(분해) 공정을 거쳐 제철소에 공급하는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2050년 연간 3847만t의 수소환원제철 생산에는 약 350만t의 수소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시는 수소복합화물터미널과 배관망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제철소 공급뿐 아니라 산업 전반과 수소 모빌리티 분야로도 공급망을 확장할 방침이다. △ 지역경제 회복의 ‘청신호’ 수소환원제철소 건설은 완공 전부터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향후 5~7년간 기술 개발, 시공, 인력 확보 과정에서 수천 명의 고급 기술 인력과 협력사가 포항에 유입, 인근 식당·주거·소매업 등 상권 전반에 새로운 활기가 돌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수소환원제철 건립은 포항을 다시 한번 대한민국 철강 산업의 심장으로 뛰게 할 것이다. /스틸데일리 박현욱 기자 phw@steelnsteel.co.kr

2025-08-18

동국제강 포항공장, 원가 압박 속 ‘맞춤형·친환경’ 전략 가속

동국제강 포항공장(이하 ‘동국제강’)은 변화하는 철강 환경 속에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소품종 대량생산 제품뿐만 아니라 고객 맞춤형 제품 개발에도 적극적인 행보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D-메가빔’과 ‘그린바’가 대표적이다. 초대형 건축에 적합한 D-메가빔은 최대 3m까지 제작 가능해 설계 자유도와 시공 효율성을 높였고, 비전도·내부식성 소재의 그린바는 철도 궤도나 전기차 인프라 등 차세대 시장에 대응 가능한 강점을 지닌다. 동국제강은 물류 부문에서도 AI 기반 최적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적재 순서와 동선을 효율화해 물류비를 절감하고 출하 속도를 향상했다. AI는 수천 건의 데이터를 학습해 안전과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안을 제안하며 현장 작업의 정밀성을 높인다. 인력 구조 측면에서는 구조조정 이후 협력업체 인력의 정규직 전환 확대로 고용 안정성을 강화했다. 전 협력업체 인력의 95% 이상을 직접 고용해, 1994년 무파업 선언 이후 지금까지 분규 없는 현장을 유지해왔다. 이 같이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김상재 포항공장장은 지속가능한 산업 전환을 위해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탄소 저감과 에너지 효율 향상 설비 지원은 국산·외산 여부보다 실효성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며, 검증된 고효율 설비 도입을 통해 전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각 기업이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정부가 산업 구조조정의 큰 그림을 제시하고, R&D 지원과 제도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속적인 기술 고도화와 상생을 위한 기반 마련은 포항 철강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예고한다. 동국제강은 변화의 흐름 속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미래 경쟁력을 키워가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스틸데일리 김영대 기자 kyd@steelnsteel.co.kr

2025-08-18

미래를 준비하는 힘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

포항이 다시 한번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오랫동안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심장’으로 불리던 이 도시는 이제 산업 구조와 경제 체질을 새롭게 바꾸려는 거대한 흐름 속에 서 있다. 전통 산업의 구조조정, 신기술 도입, 벤처 생태계 확장까지 과거의 영광을 지키면서도 미래를 향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편집자 주> △ 입주와 졸업, 그리고 선순환 체인지업그라운드는 창업 초기 기업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사무공간, 연구 인프라, 멘토링, 투자 연계를 종합 지원한다. 현재 포항에는 70여 개 기업이 입주해 실리콘밸리에 견줄 유니콘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코에 따르면, 체인지업그라운드는 2020년 서울, 2021년 포항에 이어 2025년 말 광양에도 개소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183개 기업을 육성, 1900여 개 일자리를 창출했고, 입주·졸업한 기업가치 총합은 2조 3000억원에 달한다. 무엇보다 다수의 입주기업이 졸업 후에도 포항에 정착하고 있다. 특히 기술력과 시장성을 갖춘 기업들은 지역 고용 창출과 세수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 벤처 육성센터, 왜 포항인가? 포스코는 입지보다 첨단 기술과 연결된 인프라를 중시한다. 신물질·신약 개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활용한 AI 연구 등에서 포스텍(POSTECH)은 체인지업그라운드의 든든한 후원자다. 축적된 연구성과와 기술력은 입주사의 문제 해결에 큰 힘이 된다. 포스텍 중심의 세계적 연구 인프라, 수도권 대비 저렴한 임대료와 생활비, 지자체·기업이 함께 마련한 지원 프로그램이 창업 성장의 기반이 된다. 특히 소재·에너지·바이오·해양 등 특화 산업과 연계된 창업 생태계는 산업 클러스터와 시너지를 확대하고 있다. △ 또 하나의 포항의 미래 체인지업그라운드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포항에서도 가능하다.” 철강산업이 여전히 도시 경제의 중심이지만, 포항은 이제 기술 창업이라는 또 다른 성장 엔진을 장착했다. 앞으로도 포항시와 포스코는 체인지업그라운드를 기반으로 창업–투자–기술 상용화의 선순환 구조를 강화하며, 철강과 벤처, 신산업이 어우러진 복합 경제도시로 도약할 계획이다. 철의 도시에서 혁신의 도시로 변모하는 포항,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는 체인지업그라운드가 있다.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 외관 및 실내. /스틸데일리 박현욱 기자> /스틸데일리 박현욱 기자 phw@steelnsteel.co.kr

2025-08-18

산업도시서 미래도시로… 포항 ‘새 100년 도약’ 본격화

포항시가 반세기 넘게 지역경제를 지탱해온 철강산업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신산업 중심 도시’로의 전환에 본격 나섰다. 2025년을 ‘산업·도시 대개편 원년’으로 선포한 포항시는 이차전지·수소·AI(인공지능)를 축으로 한 혁신 삼각축과 관광·사회적경제를 아우르는 다층적 정책을 병행하며 위기 돌파에 나서고 있다. 산업구조 다변화와 도시 공간 재편,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경제 활성화가 맞물려 ‘산업도시에서 미래도시’로 전환하는 ‘포항 르네상스’의 청사진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포항시, 이차전지·수소·AI·관광·사회적경제 ‘5각 혁신축’ 가동 산업 다양화·도시공간 재편·일자리 등 지속적 산업생태계 구축 관광·문화 도시브랜드 재창조… 혁신·재생 결합, 성장기반 강화 △ ‘신산업 드라이브’로 포항 경제 새판 짠다 포항시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산업전환 1축은 이차전지와 수소산업이다. 배터리 핵심 소재부터 생산, 리사이클링까지 전주기 생태계를 구축하며 ‘배터리 허브’로 도약을 노리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등 국내 대표 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포항 배터리 리사이클 규제자유특구’ 2단계 실증사업을 통해 배터리 해체·금속 회수 기술 고도화가 추진되고 있다. 수소산업은 ‘그린 수소 경제권’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항시는 블루밸리국가산단을 중심으로 수소환원제철, 수소연료전지 실증, 수소모빌리티 인프라 구축을 집중 지원해 생산-저장-활용의 수소 클러스터 완성을 서두른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 철강산단 스마트화·AI 융합도시 조성 기존 철강산단도 ‘산단 대개조’ 사업을 통해 친환경·저탄소 기반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고로 중심의 전통적 생산 방식을 에너지 고효율 설비와 스마트 물류 플랫폼, 폐열 회수 인프라 등으로 혁신해 ‘탄소중립 선도 산단’ 시범지구로 지정받았다. 이에 맞춰 철강 생산 공정의 디지털 전환도 가속화된다. 포항시는 AI 가속기센터를 중심으로 지역 대학, 연구기관, 기업이 연계한 민관협력 모델을 구축해 AI 융합도시로의 도약을 추진 중이다. 생성형 AI 행정시스템 시범 적용, 데이터 산업 인프라 조성, 청년 인재 육성 체계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텍·한동대·포항테크노파크 등이 AI 창업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디지털 전환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 해양관광·문화산업으로 도시 브랜드 리모델링 포항은 해양관광 인프라 확충으로 도시 브랜드 재구축에도 힘쓴다. 18년 만에 재개장한 송도해수욕장을 단순한 관광지 복원 차원이 아니라 해상 짚라인, 야간 경관 조명, 지역상권 연계 프로그램을 가미해 체류형 해양관광 거점으로 탈바꿈시킨다. 영일대해변과 운하 관광, 영일만항 해양레저복합단지 조성도 단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또 호미반도를 중심으로 복합 관광레저타운의 조성계획도 차질없이 순항중에 있다. MICE 산업 육성에도 속도를 낸다.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는 대규모 국제행사 유치의 핵심 거점으로, 유엔기후변화 글로벌 혁신허브 등 굵직한 행사를 유치할 발판으로 활용된다. 원도심 재생과 연계한 철길숲, 중앙상가 등 관광 콘텐츠도 ‘100년 도시 설계’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았다. △ ‘일자리 창출’과 ‘사람 중심’ 정책 집중 포항시는 2025년 일자리 창출 실행계획에 6000억원 이상을 투입, 3만 3800개 일자리 마련을 목표로 한다. 신산업 분야 전문인력 양성, 청년·여성·신중년 등 계층별 맞춤형 일자리 확대, 디지털 직업훈련 체계 정비 등이 주요 전략이다. 특히 청년 창업 활성화에 주력한다. 청년창업LAB, 포항청춘센터 등 인프라를 활용해 단계별 취·창업 지원을 강화하고 ‘로컬솔루션 프로젝트’, ‘일자리공감페이’ 등으로 청년의 지역 정착을 유도한다. 일자리종합센터, 자투리시간 거래소 운영, 연례 취업박람회 개최 등 고용 매칭 플랫폼 구축도 병행해 정책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 사회적경제 자립 생태계 구축 본격화 포항시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조직 육성, 시민 참여 확대, 실무 역량 강화 등 3대 전략과제를 중심으로 새 계획을 수립했다. 정부가 직접지원에서 간접지원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상황에 발맞춰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2025년 추진계획에는 전문교육, 컨설팅, 사회적기업 네트워크 활성화 프로그램이 포함된다. 국비 확보와 공공기관 협업 강화를 위한 모니터링 체계도 별도 구축한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정책 핵심 과제로 선정한 만큼 국비 연계 사업과 공공기관 협업사업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 ‘규제자유특구 2.0’·APEC 연계 글로벌 도약 모색 포항시는 배터리 리사이클링과 이차전지 소재 실증 R&D의 질적 고도화를 위한 ‘규제자유특구 2.0’을 추진 중이다. 2025년 APEC 정상회의 유치를 지역발전 기회로 삼아 글로벌 투자 유치에도 박차를 가한다. 바이오 특화단지, 포스텍 의과대학 설립, 스마트 병원 건립 등 의료·바이오 산업 기반도 조성 중이다. 전국 최초 민관 상생형 소상공인 금융지원 모델도 시범 시행하며 사회적·경제적 포용성을 확대한다. 청년친화도시 지정, 대학·기업 연계형 청년고용 플랫폼 확충 등도 인재 기반 구축의 주요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단기 일자리에서 장기 생태계로의 전환을 꾀한다. △ 전문가들 “포항은 지방혁신 실험장” 산업구조는 철강에서 이차전지·수소·AI 등으로 다변화되고 도시공간은 관광·문화·정주 인프라로 재편되고 있다. 정책 집행도 시민 중심 일자리와 사회적경제에 집중돼 ‘산업도시 탈피→미래복합도시’ 전환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포항은 단순한 산업 다각화가 아닌 지방혁신의 실험장”이라고 평가한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철강의 도시를 넘어 미래도시로 도약하겠다”며 “산업전환과 시민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실현해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 ‘철강산업 위기 극복’ 특별법 청원 열기 확산 포항상공회의소 나주영 회장은 지난 7월 ‘철강산업 지원특별법 제정’ 청원을 제안해 약 열흘 만에 7000명 이상 동의를 얻었다. 이 법은 급변하는 통상환경과 탄소중립 압박에 직면한 철강산업을 맞춤형으로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대전환을 요구한다. 나 회장은 “철강산업은 국가경제 기반산업으로, 친환경·디지털 전환에 천문학적 투자와 장기 인내가 필요하다”며 “특별법은 산업 붕괴를 막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긍정적 검토 의사를 밝혔다. 철강산업은 국가 제조업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0%를 차지한다. 친환경 전환 없이는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며, 철강 경쟁력 약화는 산업기반 붕괴로 직결된다. 특별법 제정은 산업과 지역의 동반 전환을 위한 국가 의지의 상징이라는 평가다. 포항시는 전방위적 혁신 전략을 통해 산업 위기와 도시 쇠퇴의 벽을 넘고 있다. 신산업 육성, 도시 재생, 일자리 창출, 사회적경제 활성화, 국제화 전략이 맞물려 지역경제의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중이다. 철강도시의 틀을 깨고 ‘미래도시 포항’으로 거듭나는 변화의 흐름이 주목된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08-18

인간 욕망의 끝판왕, 죽은 자의 천국

사후세계의 천국은, 인간이 품을 수 있는 가장 궁극적 욕망의 표상이요, 지상에서의 고통과 결핍을 넘어선 풍요, 불멸, 평화, 완전한 사랑,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해 만든 처절한 상징이다. 천국은,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 낸 허구 세계다. 믿거나 말거나, 죽은 자의 천국은 없으며, 오지 않으며, 온다 한들 죽은 후라 아무런 소용이 없다. 백번을 양보하여 천국이 존재한다 치더라도, 죽은 이후 천국의 도래는 용서할 수 없다. 왜 하필 죽은 이후에 오는가. 있다면 죽기 전에 오라. 천국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겐 천국의 부재는 견딜 수 없는 현실의 고통이다. 이들은 천국을 믿음으로써 현재를 낭비한다. 이들은 천국을 믿음으로써 삶에서 도피한다. 이들에겐 천국이란 낙타가 짊어진 거대한 짐이다. 천국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겐 천국은 아무런 관심 사항이 아니다. 이들은 천국의 부재로 인하여 고통받지 않는다. 이들은 천국을 위하여 기도하지 않으며, 천국을 위하여 자신의 삶을 유예하지도 않는다. 릴케는 ‘두이노의 비가’에서 우리네 삶은 ‘오직 한 생’이라 그랬다. 인류의 수 많은 현자들은 릴케처럼 우리네 삶이 오직 한 번뿐이라는 걸 알았다. 다음 생이 기다리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오직 한 생인 지금 이 삶의 소중함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돌아오질 않을 이 한 번의 삶을 위하여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도덕적 삶은, 천국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너무나 당연한 삶의 기준일 뿐, 천국의 문을 통과하기 위한 자격증이 아니다. 현자는 천국을 위하여 다음 생을 기다리지도 않는다. 나머지 삶을 천국에서 보상받겠다고 기대하면서 지난 삶을 살아왔던가! 그래도 늦지 않았다. 남은 삶을, ‘지금의 삶, 여기의 천국’에 아낌없이 투자하여야 한다. 후회할 일도, 후회할 필요도 없다. 천국이란, 인간이 지어낸 욕망의 끝판왕이다. 욕망은 결핍에서 시작된다. 현실 세계에서의 결핍과 불완전을 사후에 보상하려고 인간들이 만들어 낸 정교한 상징 체계가 천국이다. 과도한 욕망은 삶을 힘들게 하고 고통 속으로 몰아간다는 사실은 이미 상식이다. 천국에의 집착은, 욕망에 대한 집착과 동의어이다, 천국에 대한 믿음은 우리들로 하여금 현실 세계를 경멸하게 하고, 삶을 부정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천국에의 집착은 오히려 우리의 삶을 지옥으로 몰아갈지 모른다. 이 세계 너머 저 세계는 없다. 천국을 찾고 싶다면 주위를 살펴보면 된다. 그냥 눈을 뜨면 된다. 여기저기 천국이 널려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 죽은 이후에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상상해 보라. 천국에 대한 갈망도, 지옥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질 것이다. 죽음과 그 이후는, 산자의 인식(생각)일 뿐, 삶의 부분도, 삶의 연장도 아니다. 에피쿠로스는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존재 하는 동안 죽음은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고, 죽음이 올 때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천국을 믿는다면, 그대는 허무주의자일 가능성이 많다. 천국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당신의 주변에서 깨끗이 정리하시라. 그러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지니, 천국이라는. /공봉학 변호사

2025-08-18

보수와 진보, 그리고 좌파와 우파

일반적으로 보수(保守)란 전통과 질서를 중시하고, 급격한 변화보다는 점진적이고 신중한 변화를 선호하는 정치·사회적 태도를 말한다. 법과 질서, 가족제도, 시장경제의 자유, 국가 정체성 유지 같은 기존의 제도와 가치가 사회 안정의 기반이라고 보고 그것을 지키려는 성향이 강하다. 반면 진보(進步)는 사회의 불평등이나 부조리를 변화·개혁하려는 입장이다. 기존의 제도나 전통이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바꾸어서 인권, 평등, 복지의 확대를 지향한다. 물론 보수와 진보에는 각기 장단점이 있다. 보수에는 급격한 변화로 인한 혼란을 막고 사회의 기반을 지키려는 장점이 있는가 하면, 변화가 필요한 상황에도 그에 대한 대처가 너무 느리거나 소극적일 수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에 비해 진보는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불합리한 점을 혁신적으로 개선한다는 장점과 함께 급격한 변화가 부작용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현실 정치에서는 순수한 의미의 보수나 진보는 드물고, 상황과 사안에 따라 두 가지 성향이 혼합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좌파와 우파라는 구분은 18세기 프랑스혁명에서 비롯됐다. 혁명 당시 국민의회의 좌석 배치에서 의장의 오른쪽에는 왕권과 전통질서를 지지하는 인물들이 앉았고, 왼쪽에는 공화주의와 개혁을 주장하는 인물들이 앉았던 것에 유래하여 우파와 좌파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따라서 우파는 보수적 성향을, 좌파는 진보성향을 의미하게 되었다. 그 후 유럽에서 산업혁명과 민족주의, 사회주의가 확산되면서 보수와 진보가 본격적인 사상체계로 자리 잡게 되었다. 당시 보수는 귀족·지주·성직자들이 중심이 되어 왕정·교회·시장경제를 옹호하였고, 진보는 자유주의자·공화주의자·노동운동가를 중심으로 평등, 참정권 확대, 복지 등을 추구하였다. 그러나 이는 역사적 출발점일 뿐, 이후 각국의 정치 지형 속에서 좌·우, 보수·진보의 관계는 복잡하게 변해왔다. 오늘날 세계 각국은 다양한 형태의 보수와 진보가 공존한다. 미국에서는 작은 정부, 낮은 세금, 전통적 가치, 자유시장, 강한 국방을 중시하는 공화당이 보수 성향을 보이고, 복지 확대, 인권·환경 보호, 소수자 권익 확대를 강조하는 민주당이 진보성향이다. 영국은 보수당과 노동당이 교대로 집권하며 정치적 균형을 유지해왔고, 프랑스는 국민연합(RN)과 공화당이 우파, 사회당과 좌파연합이 진보진영을 대표한다. 독일은 기독교민주연합(CDU)이 보수, 사회민주당(SPD)이 진보지만, 녹색당과 자유민주당(FDP) 같은 제3세력이 정책 방향을 조정하는 중도 실용주의 성향이 강하다. 북유럽은 사회민주주의가 강세이고, 일본은 보수 실용주의가 대세다. 우리나라는 지금 보수와 진보라는 개념보다는 좌파와 우파의 이념적 대립이 극심하다. 정권을 잡은 좌파들은 진보는커녕 낡은 이념에 함몰되어 오히려 퇴행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결국 국가 정체성을 허물고 그동안 피와 땀과 눈물로 쌓은 공든 탑을 무너뜨리고 말 것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2025-08-18

포항의 새관문 복합환승센터 또 표류하나

포항시민의 오랜 숙원이던 남구 상도동 포항시외버스터미널 부지에 세워질 예정이었던 복합환승센터 건립 계획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실망이 크다. 최근 본지 취재에 따르면 포항시 관계자는 “현재 복합환승센터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막대한 사업비와 사업자 간 입장 차이 때문에 실질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새로운 대형 사업주가 나오지 않으면 복합환승센터 건립은 기약 없이 표류할 것이란 뜻이다. 1985년 건립된 포항 시외버스터미널은 현재 시설 노후화와 편의시설 부족, 주차장 부족 등으로 이용객의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근년 개통된 KTX 역사와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실정이다. 35도가 넘는 폭염에도 대형 선풍기에 의존해 버스를 기다리며 더위를 식히는 이용객의 모습에서 낙후된 포항의 이미지가 겹친다. 포항시가 시외버스터미널 건립 30여년 만인 2017년, 민자 3341억원을 들여 지하 4층, 지상 20층의 규모의 복합환승센터를 짓기로 결정하고 경북도에 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사업성 부족 등의 이유로 제안서가 반려됐다. 당초 포항시의 구상은 시외버스터미널과 남구 해도동에 있는 고속버스터미널을 함께 옮겨 포항을 대표할 만한 랜드마크 건물을 건립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백화점과 같은 유통시설을 가미하면 도심 재생 효과와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거둘 수 있고 또 한편으로는 포항시의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 그러나 제안서가 경북도로부터 반려되면서 복합환승센터 건립 계획은 지금까지 수년간 표류하고 있다. 경북의 대표 도시이자 50만 인구 포항의 관문 역할을 하는 시외버스터미널의 노후 시설은 외지인에게 포항의 이미지를 불가피하게 훼손시키고 있다. 포항은 세계 제일 철강도시다. 이차전지를 중심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포항의 이미지와 연결될 관문으로서 터미널을 지금 상태로 그냥 둘 수는 없다. 포항시가 면밀한 대책을 세워 시민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2025-08-18

김건희와 뇌물 공여자들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유명 디자이너의 목걸이와 수백만원짜리 명품 가방, 그리고 또 무엇이 오갔을까? 윤석열 전 대통령의 아내 김건희 씨의 ‘뇌물 스캔들’이 차츰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하다. 뇌물 공여는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기에 처벌 수위 또한 높은 범죄다. 사적인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관련된 직무에서 일하는 사람을 매수하려고 돈이나 물품을 제공하는 행위를 뜻 하는 뇌물 공여. 법적으로는 인사권과 정치적 결정권이 없지만, ‘영부인’은 그 명칭이 가진 힘만으로도 얼마든지 호가호위가 가능한 자리다. 그렇기에 더욱 몸을 낮추고 고개 숙여 겸양해야 하는 게 대통령의 아내가 아닐지. 그런데 김건희 씨는 어땠나? 최근 특검의 압수수색이란 초강수 앞에 긴장한 서희건설은 2022년 나토 순방 당시 김건희 씨가 착용한 목걸이, 브로치, 귀걸이를 자신들이 준 것이라 고백했다. 이는 김씨 구속의 결정적인 사유가 됐다. 이뿐 아니다. 또 다른 한 사업가는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 씨의 요청으로 고가의 시계를 구입해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김씨는 “시계를 사주면 나중에 돈을 주겠다”는 약속도 깨뜨렸다고 한다. 세칭 ‘건진법사’로 불리는 전성배 씨 역시 특정 종교단체의 이권 청탁을 받고 김건희 씨에게 고가의 목걸이와 가방을 전달했다는 혐의로 특검의 조사를 받고 있다. 비싼 선물을 사주고 부정한 청탁을 한다는 것, 심지어 그런 청탁이 현실에서 받아들여진다는 건 아직 한국이 후진국의 그림자에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증거다. 나라 얼굴에 이처럼 먹칠을 했으니, 뇌물을 받은 사람은 물론 건넨 이들에게도 엄정한 수사와 법적 처벌이 있어야 마땅한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8-18

국민의힘 全大, TK 당원은 누굴 선택할까

국민의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8·22 전당대회가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책임당원이 몰려 있는 대구·경북(TK)지역 표심에 관심이 쏠린다. TK지역 책임당원들이 ‘당심’과 ‘민심’ 또는 ‘찬탄파’(윤석열 대통령 탄핵찬성)와 ‘반탄파’(탄핵반대)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대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당원들의 표심은 오리무중이다. 국민의힘 현역의원들조차 “깜깜이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한국갤럽이 지난주(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나선 후보자 중 누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좋으냐’고 물어본 결과, TK지역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없음·의견유보’가 56%에 달했다. 지지층과 당원의 투표 성향이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아직 절반 이상이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짐작된다. 남은 변수는 후보단일화다. 지난 주말부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중심으로 한 찬탄파 진영에서는 ‘후보 단일화(안철수·조경태)를 통해 결선 투표 진출을 모색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의 당 대표 지지율 조사를 보면 반탄 주자인 김문수 후보가 당원 지지층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과반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당 대표 선거에서 처음에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1·2위 후보가 재차 맞붙는 결선 투표가 실시된다. 만약 안철수·조경태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지지 세력을 한 데 묶으면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충분히 대적할 수 있는 분위기다. 이미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찬탄파인 최우성 청년 최고위원 후보가 우재준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하면서 자진 사퇴했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이번 전대가 정치적 결집과 컨벤션효과(정당 지지율 상승)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대가 종반으로 갈수록 정책과 비전을 실종되고 점점 더 ‘윤석열 늪’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전대 이후 당이 쪼개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는 실정이다. 이번 전대에서 누가 당권을 잡든 리더십을 발휘해서 당의 안정과 정체성을 확립하길 바란다.

2025-08-18

대통령이 경계해야 할 유혹들

영국의 사학자이자 정치가인 액튼(John E. E. Dalberg-Acton)은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으며,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했다. 절대 권력을 가진 이재명 대통령이 명심 또 명심해야 할 가르침이다. 대통령이 ‘힘의 정치’에 대한 유혹을 경계하지 않으면 불행을 자초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먼저 경계해야 할 것은 ‘사적 이익’에 대한 유혹이다. 만약 이재명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재판이 중단된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해소하려한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절대 권력은 그런 기도를 할 수 있고, 이미 그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장관에 측근을 임명했고, 자신의 변호인들을 법제처장·국정원기조실장·대통령실법무비서관 등에 포진시켜 놓았다. 마음만 먹으면 검찰인사권을 이용해서 수사검사들을 한직으로 날려버릴 수도 있고, 검찰과 사법부를 겨냥한 입법을 통하여 그들을 압박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대장동 및 불법대북송금 사건이 조작되었으므로 공소를 취소해야 한다고 검찰과 법무장관에게 압력을 넣고 있다. 대통령과 민주당이 검찰개혁과 사법정의를 명분으로 ‘셀프 사면’하려는 유혹에 빠지면 어떻게 될까? 지금은 집권 초반이라서 역풍을 조심하고 있지만 적당한 시기가 오면 그 본색이 드러날 것이다. 자칭 ‘국민주권정부’라고하면서 민심과 상반되게 사법체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흔든다면 국민이 용납할 수 있겠는가? 공정성을 상실한 당파적 이익추구도 문제다. 야당이었을 때는 전액 삭감한 법무부와 검찰의 특활비를 정권을 잡자 사과 한마디 없이 슬쩍 부활했고, 야당이었을 때는 복지부장관 후보 1명 청문회에 증인·참고인으로 25명을 채택했는데, 여당이 되자 장관 19명 청문회에 단 7명만 채택한 것은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횡포다. 또한 김어준의 뉴스공장, 이상호의 고발뉴스, 장윤선의 취재편의점 등 친여 유튜버들은 대통령실기자단에 등록해주고, 야권 성향의 보수 유튜버들은 배제함으로써 공정성을 잃었다. 당파적 이익추구는 필연적으로 권력의 정당성 상실로 이어진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코드 인사와 권력 사유화’의 유혹도 경계해야 한다. 이진숙과 강선우의 인사 실패에서 보듯이 실용주의를 역설한 대통령이 코드 인사를 하는 것은 모순이다. 게다가 ‘권력 불나방들’은 또 얼마나 아첨하고 있는가. 인사 참사를 저지르고도 “대통령님의 인사 수준이 너무 높다”는 강훈식 비서실장, “이재명은 민족의 축복”이라는 최동석 인사혁신처장 등 수많은 간신들이 낯 뜨거운 아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예스맨(yes man)’들에 둘러싸여 사유화된 권력으로서는 정도정치(正道政治)가 불가능함을 알아야 한다. 성공하는 대통령은 ‘권력이 마약’임을 명심하고 절제하지만, 실패하는 대통령은 자제력을 잃고 권력을 남용함으로써 불행을 자초한다. 성공과 실패 중 어느 길로 가느냐는 대통령의 선택이다.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한 대통령으로서 주권자인 국민을 배신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2025-08-18

“그림 배우며 진정한 쉼의 지혜 찾았죠”

“세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하루하루 긴장하며 쫓기듯이 지내왔지만, 12년 전 향사 손성범 선생님 문하생이 되어 그림을 배우며 삶에서 진정한 쉼의 지혜를 찾았습니다. 다섯 번째로 도전한 포항·포스코 불빛미술대전에서 대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게 되었네요” 최근 ‘제20회 포항·포스코 불빛미술대전’ 문인화 부문 대상을 차지한 가연 이헌영(49·포항시 남구 지곡동) 화가의 수상 소회다. 전업주부에서 문인 화가로 제2의 인생을 펼치고 있는 그는 이번 미술대전에서 중국 송나라의 소강절(邵康節)이 지은 시 ‘송백입동청(松柏立冬靑·소나무와 잣나무는 겨울이 되어야 그 푸른 빛을 안다)’을 주제로 삼아 소나무의 여백 활용과 필력이 돋보이는 수작으로 심사위원단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화가가 서예 붓을 처음 잡은 것은 2006년, 의사인 남편의 직장 이동으로 강원도 강릉에서 거주하던 시절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재능을 보였던 서예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서예학원에 등록한 그는 포항으로 이사한 뒤 본격적으로 서예 공부를 재개했다. 상주의 문인화가 박철우 선생의 소개로 2013년부터 향사 손성범 선생에게 사사받으며 문인화의 세계에 입문했다. 이헌영 화가는 “아이 셋을 키우는 분주한 일상을 보내면서도 평소 미술관을 찾는 것을 즐겼다. 문인화를 마주할 때마다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면서 “문인화는 생각을 정리하고 정신을 집중시키는 작업으로서, 마치 숲속에 머무는 듯 마음을 맑게 해준다. 서실에서 훌륭한 선배님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도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인화에 대한 열정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도록 만들었다고 말한다. “선과 면, 여백을 조화롭게 구성하고 그림에 어울리는 한시를 찾아 조화를 이루는 것이 문인화의 묘미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공모전에 도전하며 더욱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에 임하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이헌영 화가의 좌우명은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다. 그는 “모든 일의 기본은 가정의 화목한 분위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엄마로서의 역할이 가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왔다”고 밝혔다. 매일 5~6시간을 문인화 작업에 몰입하는 그는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50~100회의 습작을 거듭할 만큼 집중력을 발휘한다. 그동안 2022·2023 포항·포스코 불빛서예대전 특선, 2024 포항·포스코 불빛서예대전 우수상, 2024 경상북도 서예대전 특선, 2024 영일만서예대전 우수상, 2021 청송 야송미술대전 특선, 2023 국제유교문화서예대전 입선 등 다수의 공모전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작년 12월부터 매주 두 차례 발레를 배우고 있다는 뜻밖의 일상을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발레의 매력은 문인화와 비슷하게 기본에 충실해야 잘하는 운동이어서 매력적인 것 같다. 한 시간 동안 음악과 신체 리듬에 집중하고 나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모든 잡념과 스트레스가 사라지며 정신이 맑아진다. 문인화와 발레는 서로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이 둘을 융합해 새로운 정신세계를 창조하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는 말처럼 매일 새로워지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헌영 작가는 “문인화를 통해 주부로서의 일상과는 전혀 다른 예술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배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18

인파속 말에 짓밟혀도 시민안전보험 불가

속보 = 지난 15일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산책하다 퇴역한 경주마에 밟혀 크게 다친 60대 남성<본지 18일 자 5면 보도>이 정작 개물림 상해·사망까지 보장되는 시민안전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안전보험은 14개 항목만 보장한다. 자연재해 상해·사망에서부터 대중교통 이용 중 상해·사망, 익사 사고 사망을 비롯해 개물림 상해·사망 등이다. 개에게 물려 다쳐도 보험금을 받지만, 말에 밟힌 A씨는 예외다. 종아리와 왼쪽 어깨 골절상을 입고 18일 포항의 한 종합병원에서 수술까지 받은 A씨는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 해수욕장 백사장에 말이 돌아다닌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A씨 딸도 “경주마 주인이 주말마다 백사장을 말을 타고 돌아다녔는데, 포항시가 사고가 날 때까지 방치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고 강조했다. 경주마 주인 역시 “3~4년간 해변을 다녔어도 사고는 처음“이라면서 “버스킹 소음에 말이 놀라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김보연 포항시 안전총괄과장은 “보장을 약속한 14개 항목에 대해서만 시민안전보험을 적용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영일대해수욕장 안전관리 의무를 가진 포항시는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포항시 해양산업과 관계자는 “경주마가 해변을 달린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당황스럽고, 해수욕장 이용객에 대한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것도 인정한다”라면서 “곧바로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라고 밝혔다.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포항시 해수욕장 관리 및 운영 조례‘를 보면,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짐작할 수 있다. 상위법인 해수욕장법은 특별자치도·시·군·구의 조례로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자동차·건설기계·원동기장치자전거·자전거, 교통이나 운수에 사용되는 가축인 소와 말 등 차마(車馬)의 출입을 허용한 구역이 아닌 구역에 차마를 진입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반면에 포항시 해수욕장 조례는 자동차, 건설기계, 원동기장치자전거만 백사장 출입 금지 대상으로 정했다. 여기에다 포항지역 해수욕장 전체를 대상으로 차마의 출입을 허용한 구역이 없다. 포항시 해수욕장 조례만 적용하면 A씨를 밟은 경주마가 영일대해수욕장 백사장에 진입할 수 있다. 그러나 포항시가 차마의 출입을 허용한 구역이 아예 없어서 경주마의 백사장 출입은 위법이다. A씨는 경주마 주인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포항시를 상대로도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론적인 입장을 전제로 한 정효민 법무법인 로힐 대표 변호사는 “해수욕장을 관리하는 지자체는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에 따른 영조물의 설치 및 관리상의 하자로 인한 책임을 져야할 법적 책임이 있다"면서 "해수욕장법에서 지자체의 해수욕장 관리의무가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음에도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해 이번 불사상사가 난 것에 대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8-18

교육자료 격하된 AI 교과서 포털 활용 교실서 사용 허용

AI디지털교과서(AIDT)가 도입된 지 반년 만에 교육자료로 격하되면서 교육 현장의 혼란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이겨나가기 위한 교육부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일각에서는 최근 ‘구독료’ 관련 논란이 있던 발행사의 눈치를 교육부가 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교육부는 최근 발행사들과 논의를 거쳐 각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한국교육학술정보원(케리스)이 관리하는 AIDT 포털을 통해 앞으로도 계약을 맺은 학교는 기존처럼 AIDT를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다만 교육부는 AIDT가 교육자료로 격하됨에 따라 포털도 이에 맞게 개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AIDT의 교육자료 격하 조치는 계약 당사자인 교과서협회와 AIDT 발행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별도의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개정안의 위헌성을 주장하며 이달 말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개정안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진행할 계획임도 내비쳤다. 하지만 교육부가 선택한 결과는 교육부 포털을 활용한 교실에서 AIDT 이용을 허용한 것이다. AIDT를 교실에 제공할 방법이 완전히 차단되는 상황을 우려하던 발행사들이 한숨 돌리게 된 모양새가 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미 개편은 시작됐다. 이날 기존 ‘AI디지털교과서 포털’이었던 이름은 ‘디지털 교육자료 포털’로 바뀐 상태였다. 교육부 홈페이지에는 “기존 AI 디지털교과서를 교육자료로 제공하는 서비스 개편이 진행 중”이라며 “제도 개선에 따른 서비스 개편 및 안정화 작업 이후 계약 절차가 마무리된 학교에 정상 제공될 예정”이라는 공지도 게재됐다. 이와 관련, AIDT 발행사 관계자는 “선생님들이 AIDT를 사용하는 데 있어선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 포털 이용은 첫 움직임일 뿐이다. 교육부·시도교육청·발행사의 논의가 필요하며 AIDT의 계약·지원 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어서다. 특히 AIDT의 법적 지위가 교과서일 때는 국가가 계약의 당사자다. 그러나 AIDT가 교육자료가 되면 계약 체결의 주체가 교육부에서 학교로 바뀐다. 개별 학교가 운영위원회를 열어 AIDT 도입 여부를 판단하고, 발행사와 계약을 맺는 식이기에 교육 당국은 개별 학교를 어떻게 지원할지 논의해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계약의 주요한 전제가 변경됐다”며 “교육부는 실제 권리 의무 당사자는 아니지만, 정책적 책무가 있으므로 발행사와 교육청과 이런 부분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구의 경우 AIDT 도입 비율이 98%에 이르다 보니 이번 결정에 대한 여파가 크다. 다만 대구시교육청의 경우 AIDT를 계속 활용하겠다는 뜻은 변하지 않고 있다. 지역 학부모의 반응이 좋았던 점과 올해 AIDT 관련 예산을 다수 편성한 만큼 효율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 대구시교육청이 선택한 첫 발걸음은 ‘AI디지털교육자료 활용 수학 기초·기본학력 지도 가이드’ 개발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14일 개발한 가이드를 초·중·고 학교별로 보급하기 시작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8-18

대구·경북 ‘빅3 백화점’ 올 상반기 실적 부진

대구·경북 소비가 위축돼 유통업계가 직격탄을 맞아 빅3백화점 모두 올 상반기에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대구의 빅3(롯데·현대·신세계) 백화점 중에서 신세계백화점만 겨우 작년 거래액을 유지했다. 대구 신세계는 올해 상반기 거래액은 7871억원으로 3% 성장률을 보였다. 신세계 강남점, 롯데 잠실점, 신세계 센텀시티점, 롯데 본점, 현대 판교점에 이어 전국에서 여섯 번째로 거래액이 많았다. 지역 내 2위 백화점인 더현대대구의 올해 상반기 거래액은 286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순위는 지난해 20위에서 18위로 올랐지만 매출은 전년 3035억원보다 5.6% 줄었다. 롯데백화점 점포도 부진했다. 대구점 매출은 861억원으로 전년 대비 9.8% 줄었고, 포항점은 777억 원(–7.5%), 상인점은 582억 원(–8.1%)으로 집계됐다. 대구·경북의 유일한 지역 토종 백화점인 대구백화점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당기순손실은 152억7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14.6% 늘었다. 매출은 237억6000만원으로 15.4%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63억1000만원으로 2.3% 증가했다. 대구·경북에서 동아백화점과 NC아웃렛을 운영하는 이랜드그룹은 상반기 호조를 보였다. 이랜드월드 매출은 2조7431억 원, 영업이익은 1560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5%, 9% 늘었다. 올해 상반기 백화점 업계는 소비 위축의 직격탄을 맞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식품(3.1%), 명품(5.0%)을 제외한 전 상품군 매출이 감소했고, 백화점 전체 매출도 2분기에는 전년 대비 0.4% 줄었다. 업계는 주요 점포 리뉴얼과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정책 시행으로 하반기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익 기여도가 높은 패션 매출이 상반기에는 부진했으나 7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며 "정부의 민생 회복 소비쿠폰 정책도 소비 여력 확대 효과로 이어져 백화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8-18

산지 승원 부석사, 관음전에서 보는 승무

한 마리의 나비같이, 깊음과 자유로움, 고요한 움직임, 영주 부석사 관음전에서 볼 수 있는 승무다. 관음전에는 전국에서 찾은 남녀노소 불자와 대중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관음전에서 펼쳐지는 승무 시연은 부석사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해 운영되는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 세계문화 유산활용프로그램의 한 부분이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경북문화관광연구회 김대수 대표는 한국 불교의 역사, 부석사만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비롯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산사 7곳의 이야기를 대중들에게 쉽게 풀어 해석하고 들려준다. 김대수 대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국가와 민족, 인종을 초월해 모든 인류에 속하는 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이라며"부석사는 7세기부터 신앙과 수행, 유교중심의 조선시대의 억압을 이겨내며 현재까지 전통을 이어오는 불교문화의 신성한 곳"이라고 말했다. 특히 "부석사 창건 설화에 등장하는 여인 선묘는 현재 부석사에 선묘를 기리는 사당인 선묘각과 선묘의 진영이 남아있고 무량수전 앞마당 석등 좌측에서 무량수전 좌측 계단 밑에는 부석사를 수호한다고 전해지는 선묘용이 석용의 형태로 묻혀있다"고 설명한다. 김모(65·제주)씨는 “부석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방문하게 됐다"면서 "관음전에서 보는 승무는 너무 아름답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문화재청은 2017년,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Sansa,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을 유네스코에 신청해 2018년 바레인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WHC)의 심의 결과 산사 7곳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7곳의 산사는 영주 부석사(화엄종), 양산 통도사(계율종), 공주 마곡사(선종), 안동 봉정사(화엄종), 속리산 법주사(법상종), 해남 대흥사(선종), 순천 선암사(선종)로 7세기에서 9세기에 창건된 산사로 한반도 남쪽 지방에 위치하고 승려 공동체의 신앙과 수행, 일상생활의 중심으로 한국 불교의 역사적인 발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 세계유산활용프로그램은 국가유산청, 경상북도, 부석사, 경북문화관광연구회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산지 승원에 대한 이해와 부석사의 역사와 불교문화를 알리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프로그램은 8월 23일, 9월 6일, 10월 18일 오전 11시, 3차례가 남아 있다. 프로그램 참가자는 부석사 무량수전 우드아트 액자를 받을 수 있다. /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2025-08-18

달성어린이숲도서관, 아이들 웃음꽃으로 ‘활짝’

대구 ‘달성어린이숲도서관’이 개관 이후 하루 평균 3000여명이 찾는 등 지역 어린이와 학부모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개관 3주가 되는 지난 13일까지 누적 방문객 5만6000여명을 돌파하며 책과 놀이, 체험이 어우러진 지역 대표 어린이 문화공간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휴일인 지난 17일 찾은 도서관은 아이들이 책을 읽거나 체험과 놀이를 즐기는 모습이 어우러져 놀이터 같은 풍경이었다. 1층 ‘키움숲’에는 책과 놀이에 빠진 영유아와 보호자들로 붐볐고, 2층 ‘틔움숲’은 모험가의 성에서 뛰어노는 아이들과 테마 공간에서 상상력을 키우는 아이들의 모습이 ‘놀이터 같은 도서관’ 분위기를 자아냈다. 3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공간에는 책을 읽는 사람들이, ‘채움숲’에는 체험에 몰입한 아이들로 활기가 넘쳤다. 달서구에서 온 한 어린이(9세)는 “오늘이 두 번째인데 놀면서 책도 읽을 수 있어 너무 좋아요”라며 웃으면서 말했다. 휴일인 이날은 소문을 듣고 달서구 등 인근 지역에서 찾아온 학부모와 아이들이 특히 많았다. 연면적 3299㎡, 지상 3층 규모의 ‘숲도서관’은 열람실과 체험실 등 독서와 놀이, 첨단 ICT 체험이 결합된 복합공간으로 구성됐다. 또 ‘책이랑 꼬물꼬물’, ‘원어민 영어그림책 읽기’, ‘동화구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하며, 첨단 ICT 장비로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지원한다. 유가에서 온 30대 학부모는 “지역에 이런 훌륭한 도서관이 생겨 기쁘다. 아이가 책과 놀이, 체험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자주 찾게 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도서관 관계자는 “앞으로 주제별 특화 프로그램을 확대해 감성과 창의력을 키우는 ‘숲 속 책 놀이터’, 세계와 소통하는 ‘글로벌 영어 도서관’,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세대공감 도서관’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개관한 지 짧은 기간임에도 달성어린이숲도서관은 책과 놀이, 체험을 아우르는 새로운 개념의 어린이 복합문화공간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달성’을 대표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상진기자 csj9662@kbmaeil.com

2025-08-18

‘당선 무효형’ 윤석준 동구청장, 선고 불복

윤석준 대구 동구청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 무효형 선고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하자 지역사회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윤 청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고, 주민들 사이에서는 공천을 주도한 국민의힘 강대식(동구·군위을) 의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청장은 지난 14일 대구지법에 항소장을 냈다. 검찰도 13일 윤 청장의 양형이 부당하다고 항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쌍방 항소가 됐다. 대구지법 형사5단독 안경록 부장판사는 7일 윤 청장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는 공직선거법상 100만원 이상 벌금형에 해당해 당선 무효형이다. 윤 청장과 함께 기소된 회계책임자 A씨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앞서 검찰은 윤 청장에게 벌금 300만원, A씨에게 100만원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이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 윤 청장의 항소 결정으로 동구 행정은 다시 불확실성의 늪에 빠졌다. 주민들과 시민단체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구청장 직무는 유지되고 있어, 구정 운영이 정치적 논란 속에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민 여론에도 불구하고 윤 청장이 건강 회복을 이유로 재선 도전 의사를 내비쳤다는 이야기까지 지역 정가에서 흘러나오자 주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시민단체는 윤 청장이 사법적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정치적 연장전을 노린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는 논평에서 “이번 재판으로 인해 보여준 모습은 지방자치 역사상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 없는 꼴불견”이라며 “윤 청장이 업무 미숙을 이유로 들지만, 이미 여러 차례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으로서 변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강제구인 명령을 받았고 심지어 본연의 수사와 재판을 거치면서 본연의 업무인 구청장 업무를 사실상 방임했다"며 "아직까지 구청장이라는 직위에 목매달고 있다. 구청장이라는 자리를 개인의 사유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성토가 이어졌다. 한 주민은 “동구는 구청장 리더십이 마비된 지 2년이 넘었다”며 “다른 구청장은 3선을 해도 레임덕이 없는데, 동구만 예외다. 구가 발전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 몫”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비난은 윤 청장뿐 아니라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에게도 번졌다. 윤 청장이 강 의원과 정치적 동반 행보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공천을 승인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 주민 A씨는 “강 의원은 윤 청장을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 형식적인 우려 표명만으로는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며 “진정으로 주민을 위한다면 윤 청장을 제명하거나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윤 청장에게 여러 차례 명예로운 사퇴를 권고했지만 응답하지 않고 있다”며 “당 차원에서는 당원권 정지나 출당 조치 외에는 강제 수단이 없다”고 해명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8-18

보증금 수천 넣고도 입주 물거품 ···중앙하이츠 피해자 “조합, 민·형사 책임” 촉구

조영숙씨는 2020년 ‘10년 살아보고 분양받는 분양전환형 아파트’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보고 포항시 북구 죽도동 모델하우스를 찾았다. 분양대행사 직원은 “아파트가 들어서는 곳이 입지도 좋지만 분양전환형은 세금·매매·자금 부담이 적다“고 설명했다. 또 “안전성과 투명성이 보장된다”고 자신있게 홍보했다. 솔깃한 조씨는 “신축 아파트를 살 여력이 없었는데, 민간 임대 아파트를 매매 한다는 말에 보증금 4000만원을 주고 선뜻 계약했다“고 했다. 하지만 4년이 넘는 시간을 기다려도 아파트는 착공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예정된 입주는 당연 물거품이 됐다. 조씨는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업을 열심히 진행하고 있다’는 시행사의 말만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어느날부터 이 사업을 추진한 더아일린협동조합과 시행사와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불안해진 조씨는 수소문에 나섰고, 일부 피해자가 시행사에 보증금 환불을 요청했다가 대부분 거절을 당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일찍 서두른 몇몇 피해자는 개별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조합 출자금이 바닥 나 보상받을 길도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접하고서야 큰 사달이 났음을 알 수 있었다. 거의 전재산이 순식간 사라져 버렸음을 안 조씨는 이후 지금까지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는 “시행사 측에서 ‘출자금은 임대보증금으로 전환돼 보장받을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시간만 끌었다“면서 “처음부터 조직적으로 사기 칠 생각으로 계약자들을 모집한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포항시 북구 용흥동에서 추진되던 협동 조합형 민간임대아파트 ‘중앙하이츠 용흥’ 사업이 수년째 지연되며 좌초될 위기에 놓이자 피해자들이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18일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 출자금을 전액 환불 조치할 것 △포항시는 전체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전수조사에 나설 것 △국토교통부는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전국 전수조사를 즉각 시행할 것 △조합은 피해 규모를 공개하고 민·형사적 책임을 다할 것 등을 요구했다. 피해자들은 “포항시, 경상북도, 국토교통부가 즉시 사태 해결과 피해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면서 “대책위는 국토부 탄원서 제출 및 지역 시민사회와 연대행동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8-18

경북도 2025년 주민세 393억 원 부과

경북도는 2025년도 정기분 주민세로 총 393억 원을 부과하고, 오는 9월 1일까지 납부 기간을 운영한다. 주민세는 지역 주민과 사업자에게 부과되는 지방세로, 지역 행정과 복지, 인프라 확충 등 다양한 공공서비스의 재원으로 활용된다. 경북도는 이번 부과를 통해 지역 재정의 안정성과 공공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주민세는 2025년 7월 1일 기준으로 경북도 내 주소를 둔 세대주, 사업장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 및 법인을 대상으로 부과된다. 일반 세대주는 1만 원의 균등분 주민세가 부과되며, 개인사업자 중 직전년도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액이 8000만 원 이상인 경우에는 5만 원의 기본세액이 적용된다. 법인은 자본금과 출자금액에 따라 5만 원에서 최대 20만 원까지 차등 부과된다. 특히, 사업소분 주민세는 납세자가 직접 신고·납부해야 하는 세금이지만, 경북도는 납세자의 편의를 위해 면적과 세액이 기재된 납부서를 사전에 발송해 자진 신고·납부를 유도하고 있다. 납부서의 내용이 실제 사업소 현황과 일치할 경우 별도 신고 없이 바로 납부가 가능하다. 경북도는 납세자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납부 수단을 마련했다. 위택스 및 스마트 위택스 앱을 통해 모바일과 PC에서 간편하게 납부할 수 있으며, 은행 및 우체국 ATM, ARS(142-211), 인터넷 지로 등도 이용 가능하다. 신용카드 납부도 지원돼 현금 없이도 손쉽게 납부할 수 있다. 경북도는 올해 7월까지 시·군세의 체계적인 부과·징수와 누락자료 정비를 통해 총 1조3853억 원의 지방세를 징수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63억 원(7.5%) 증가한 수치다. 또한 체납액은 118억 원(7.8%) 감소해 세정 행정의 효율성과 신뢰도를 동시에 높였다는 평가다. 한편, 올해 산불 피해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안동, 의성, 청송, 영양, 영덕 등 5개 시·군에 대해서는 주민세 총 3만5991건, 약 5억 원이 면제됐다. 이는 재난 피해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로, 경북도의 납세 친화적 행정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김호진 기획조정실장은 “주민세는 단순한 세금이 아니라 우리 지역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도민 여러분께서는 납부 기한 내 성실히 납부해 주시길 바란다. 앞으로도 납세자 중심의 세정 서비스를 강화해 도민의 신뢰를 얻는 행정을 펼쳐나가겠다”고 전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8-18

글로벌 청소년 경북서 문화교류 여정

경북도가 주최하고 가톨릭상지대가 주관하는 ‘제8회 글로벌 청소년 문화체험캠프’가 18일 발대식을 갖고 7일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이번 캠프는 베트남,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시아 5개국 청소년들이 참가해 경북의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문화 체험을 통해 한국을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발대식 현장에는 참가 청소년들과 관계자들이 각국의 전통 의상을 입고 한자리에 모여 국적을 초월한 우정과 교류의 사간을 가졌다. 캠프는 경북의 역사·문화·산업을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참가자들은 안동 하회마을에서 조선 시대 양반 문화를 배우고 지역 대표 음식인 안동찜닭을 직접 만들어보며 한국의 식문화를 체험했다. 영덕의 풍력발전단지를 방문해 친환경 에너지 산업을 견학하고, 경주의 불국사에서는 천년 고도의 불교문화와 유산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 K-팝, 한복 체험, 전통 공예 등 K-문화 프로그램과 한국 청소년들과의 교류 시간도 마련돼 문화적 차이를 넘어선 공감대를 형성한다. 얌 느 마이(18·베트남 타이응우옌성)는 “어렸을 때부터 한국 문화를 동경해 왔다”며 “이번에 직접 경북을 방문하게 되어 정말 기쁘고 설렌다”고 말했다. 코오키 이치야스(21·일본 히로시마현)는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 모든 것이 새롭고 흥미롭다. 특히 경북의 전통예절과 한식 만들기 체험이 가장 기대된다”며 “캠프에서 배운 것들을 일본 친구들에게도 전하고 싶고, 앞으로 한국과 일본이 더 가까워지는 데 작은 다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로 “한국의 문화가 생각보다 다양하고 깊이 있어 놀랐다. 다른 나라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정말 소중하다”며 “이번 캠프가 단순한 여행이 아닌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차호철 가톨릭상지대 총장은 “세계 청소년들이 경북에서 함께 배우고 소통하는 특별한 시간”이라며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우정을 쌓는 경험이 미래의 글로벌 협력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양희 한국어교육원장은 “짧은 일정이지만 참가자들이 경북의 숨은 매력과 가치를 깊이 느끼고 돌아가길 바란다”며 “문화는 국경을 넘는 소통의 시작점이며, 이 캠프가 그 출발선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8-18

여름철 냉방병 주의보···온도차가 건강을 위협한다

최근 경북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지다, 장마철 비가 내리며 밤 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는 등 극심한 일교차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냉방기 사용이 급증하면서 ‘냉방병’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안동시 임동면에 거주하는 50대 박모 씨는 “며칠 전부터 복통과 설사, 감기처럼 기침과 콧물이 함께 나타나 병원을 찾았다”며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어놓은 게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냉방병은 여름철 실내외 온도차가 클 때 자율신경계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증후군이다. 감기와 유사한 증상 외에도 소화불량, 근육통, 피로감, 어지럼증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성소병원 가정의학과 차윤준 과장은 “냉방병은 단순한 감기와 달리 위장 장애나 전신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더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에는 냉방병을 단순한 환경 질환이 아닌 ‘생활 습관병’으로 보는 시각도 늘고 있다. 차 과장은 “무리한 냉방은 일시적인 쾌적함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건강을 해칠 수 있다”며 “자신의 체온과 환경에 맞는 냉방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냉방병을 예방하기 위해 △실내외 온도차를 5도 이내로 유지하고, 에어컨 바람이 직접 닿지 않도록 주의할 것 △하루 8잔 이상의 물을 마셔 체온 조절과 수분 균형을 유지할 것 △실내에서도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걷기 운동을 통해 혈액순환을 돕고 면역력을 높일 것 △에어컨 필터를 주기적으로 청소해 세균과 곰팡이로 인한 호흡기 질환을 예방할 것 등의 생활 수칙을 권장하고 있다. 여름철 건강을 지키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온도 조절’이다. 시원함을 추구하는 만큼, 몸의 균형도 함께 챙겨야 할 때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8-18

예천에 글로벌 브랜드 호텔 들어선다

예천에 글로벌 브랜드 호텔 건립이 추진된다. 경북도와 예천군은 18일 예천군청에서 한맥인베스트먼트(주)와 ‘글로벌 브랜드호텔 조성 사업’의 추진을 위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맥인베스트먼트(주)는 2025년부터 2029년까지 약 1000억 원을 들여 약 6만㎡ 부지에 숙박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경북도는 호텔 조성으로 지역의 새로운 상징물을 확보하고, 서비스 분야 전문인력 양성과 관광인프라 확충을 통해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호텔 유치는 경북도가 추진 중인 ‘1시군 1호텔’ 정책의 하나이다. 경북도는 시·군의 여건과 수요를 반영해 고품격 숙박시설을 단계적으로 확충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경북도는 동해안 철도 개통으로 접근성이 향상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전국 최다 보유와 전국 문화재의 15%를 차지하는 등 풍부한 역사 문화 자산을 바탕으로 관광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예천군은 천년고찰 용문사와,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마을을 휘감아 돌아가는 육지 섬마을인 회룡포, 예천곤충생태원, 예천진호양궁장 등 풍부한 관광 및 레저자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경북 북부권의 교통 요충지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숙박 인프라로 인해 관광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이번 호텔 건립사업을 계기로 예천군이 보유한 천혜의 자연환경과 풍부한 생태관광 자원, 전통 문화유산을 적극 활용해 경북 북부권이 내륙관광의 새로운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창훈·정안진기자 myway@kbmaeil.com

2025-08-18

포스코, 인도에 제철소 건설···글로벌 행보 ‘성큼’

포스코그룹이 인도 1위 철강사 JSW그룹과 손잡고 인도 현지에 6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짓는다. 급성장 중인 인도 철강시장 선점을 위한 대규모 해외투자가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인도 뭄바이에서 JSW그룹과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한 HOA(주요 조건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합의는 지난해 10월 체결한 사업 협력 MOU를 구체화한 것으로, 건설 지역·규모·지분 구조 등 세부 조건이 포함됐다. 일관제철소는 철광석 등 자원이 풍부한 오디샤주에 들어설 예정이다. 양사는 공동 타당성 검토를 거쳐 최종 부지를 확정할 계획이다. 생산 능력은 당초 검토했던 500만t에서 600만t으로 늘렸다. 인도의 철강소비가 최근 3년간 연평균 9~10% 증가한 데 따른 전략적 확대다. 지분은 포스코와 JSW가 각각 50%씩 나누는 동등 파트너십 구조다. 이번 HOA 체결로 양사는 세부 투자 조건 협상과 인허가 절차를 거쳐 본계약에 들어간다. 최고경영진이 직접 참여하는 정기 교류회를 신설해 사업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협력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사장(미래전략본부장)은 “인도는 글로벌 철강시장의 핵심 성장축”이라며 “포스코와 JSW의 파트너십이 인도 일관제철소 건설로 이어진 만큼, 양국 산업 발전과 미래가치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은 장인화 회장 취임 이후 ‘철강 경쟁력 재건’을 핵심 혁신 과제로 삼고 국내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고부가 제품 개발, 인텔리전트 팩토리 전환, 수소환원제철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북미·인도 등 고성장 시장을 겨냥한 상공정 투자와 완결형 현지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지난 4월에는 현대차그룹과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 합작 계획을 발표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 속에서도 핵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며 “글로벌 초일류 철강사 도약을 위한 혁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08-18

경산시, 지방공기업 평가 상수도 분야 ‘우수’

경산시가 행정안전부 주관인 2025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상수도 분야’에서 2023년에 이어 2회 연속 우수등급을 받았다. 지방공기업 경영평가는 전국 281개 지방공기업을 대상으로 2024년도 경영 성과를 종합 평가하며 상·하수도 분야는 격년제로 시행된다. 올해는 기초 지자체 113개 상수도 공기업의 경영혁신과 재무관리, 조직·인적자원 관리, 고객만족도 등 18개 세부 지표에 따라 최우수인 ‘가’부터 최하위인 ‘마’까지 5단계로 평가했다. 경산시는 깨끗하고 안정적인 수돗물 공급과 고객만족도 향상을 위한 물관리 전담 조직개편 시행, 상수도 노후관 개체를 통한 유수율 제고, 농어촌 생활용수 개발사업 및 신규 배수관로 설치 등 지속적인 상수도 보급률 상승, 수질 안정성 향상, 물관리 조직 수준의 재난·안전관리 체계 구축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조현일 경산시장은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서 계속하여 우수한 평가를 받은 만큼, 앞으로도 내실 있는 공기업 운영을 위해 생산원가 절감으로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상수도 기반 시설 확충과 체계적이고 스마트한 관망 관리를 통해 시민이 더 신뢰할 수 있는 수돗물 공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5-08-18

프랑스 학생들, 경주향교서 한국 전통문화 체험

프랑스 학생들이 전통문화 체험을 위해 경주를 방문했다. 프랑스 렌느시 졸리오 퀴리 고등학교와 인근 4개 대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일행 28명과 교사들은 지난 15일 경주향교를 찾아 붓글씨, 국궁, 떡메치기 등 다채로운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했다. 관광버스에서 내린 이들은 단순한 여행객이 아닌, 한국의 문화를 깊이 배우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문화 탐구자들이었다. 이번 방문은 ‘2025 경주향교 전통문화체험’ 행사의 일환으로, 국제어머니회·한일문화포럼·세계문화교류회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특히 오는 10월 열릴 예정인 2025 APEC 경주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제 교류의 의미를 한층 더했다. 첫 번째 체험은 국궁이었다. 학생들은 활 쥐는 법부터 자세까지 세심히 배운 뒤 활시위를 당겼다. 화살이 과녁에 맞을 때마다 작은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고, 한 학생은 “활을 당길 때 팔과 어깨에 힘이 들어갔지만, 마음이 오히려 차분해지는 느낌이었어요”라며 웃음을 보였다. 이어진 붓글씨 체험에서는 먹을 갈고 붓을 잡은 손놀림이 서툴렀지만, 집중하는 표정만큼은 진지했다. 프랑스 학생들은 ‘사랑’, ‘평화’, ‘경주’ 등 한글 단어를 또박또박 써 내려가며 글씨에 담긴 정서를 천천히 음미했다. 붓끝에서 퍼지는 먹물처럼, 이들의 마음에도 한국의 아름다움이 스며드는 순간이었다. 무더운 한여름 뙤약볕 아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더위가 이날의 추억을 더욱 진하게 새겨주었다. 세계문화교류회 관계자는 “이번 체험은 언어를 넘어 마음으로 소통하는 시간”이라며 “서로 다른 문화가 마주할 때 진정한 우정이 피어난다”고 강조했다. 모든 일정을 마친 학생들은 향교 마당에 모여 단체 사진을 찍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낯선 땅에 대한 호기심이 아닌, 새로운 배움을 공유한 친구들의 뿌듯함이 가득했다. 경주향교 이상락 사무국장은 “프랑스 청년들이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전통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앞으로의 국제 교류 활성화에 기여하길 바란다”라며 “매년 지속적으로 이와 같은 문화 교류의 장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는 뜻을 밝혔다. /임창희기자

202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