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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순수 자발적 봉사단 ‘더 나은 칠곡’ , 애국동산 정비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호국의 성지’이자 칠곡군 왜관읍의 관문인 애국동산이 ‘더 나은 칠곡’ 회원들의 손길로 새 단장됐다. 지난 9일 오전 말복 더위에도 회원 60여 명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누군가는 고압 살수기를 어깨에 메고, 또 다른 이는 장갑 낀 손에 낫과 빗자루를 쥐었다. 애국동산의 기념비와 계단, 비석 주변이 이들의 작업장이다. 먼저 고압 살수기로 계단과 기념비 표면의 묵은 때를 밀어냈다. 물줄기가 지나가자 어둡게 변색됐던 표면이 본래의 색을 되찾았다. 이어 천으로 비석의 글자를 하나하나 닦아내고, 틈새에 낀 이끼와 흙을 제거했다. 주변의 잡초와 쓰레기도 말끔히 치웠다. 이날 봉사에 필요한 장비와 청소 도구, 식사비까지 모든 비용은 회원들이 각자 부담했다. 더 나은 칠곡은 2022년 10월 결성된 민간 환경봉사단체다. ‘더 나은 내일은 더 나은 환경에서 온다’는 생각으로 뜻을 모은 주민들이 주축이다. 결성 이후 왜관역 일대, 마을 하천, 공원 등에서 전정 작업과 환경정비를 이어왔다. 애국동산에는 광복단 활동 중 옥중에서 순국한 장진홍 선생을 비롯해 애국지사를 기리는 19기의 기념비가 자리한다. 매년 광복절 전후로 참배객과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장소다. 회원들은“많은 이들이 찾는 만큼, 깨끗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맞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회원은“비석과 계단을 닦는 건 먼지를 지우는 게 아니라, 마음속 감사와 존경을 되새기는 일”이라며“올해 광복절은 조금 더 뜻깊게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더 나은 칠곡 관계자는“이번 봉사는 애국동산의 환경을 가꾸는 동시에 우리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 됐다”며 “앞으로도 지역 곳곳에서 환경과 역사를 지키는 봉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박호평기자 php1111@kbmaeil.com

2025-08-10

‘동부초 이전’ 놓고 얽힌 갈등 풀리나 포항시-교육지원청 11일 첫 간담회

속보=포항국제컨벤션센터(POEX-포엑스) 2단계 확장을 위해 동부초 이전<본지 7월 2일 자 5면 보도 등>이 필요하다는 포항시와 명확한 실행 계획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는 포항교육지원청이 한 자리에 모인다. 꼬일 대로 꼬인 갈등을 풀고, 합리적인 동부초 이전 방향 도출을 도울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두 기관의 첫 미팅은 오는 11일 오후 2시 포항시청 중회의실에서 개최되며 여기에는 실무진에서부터 계·과장, 국장 등 10여 명이 함께 하는 것으로 일정이 조율됐다. 양 기관은 첫 대화에서부터 동부초 이전에 대한 찬반 입장을 내놓기보다는 일단은 그동안 어긋나버린 신뢰 관계 회복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또 매달 1회 이상 정기적으로 간담회와 같은 소통의 장을 마련키로 의견을 모았다. 포항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 관계자는 “동부초 이전에 대해 포항시와 논의하는 첫 자리라 의미가 크고,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겠다”고 말했다. 포항시 관광컨벤션도시추진본부 관계자도 “지역과 동부초등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10월 말까지 실무자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을 제안드릴 생각”이라고 전했다. 포항시는 영일만 앞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살려 포항만의 매력을 대내외에 널리 알릴 의지를 담아 포엑스~제2전시장(현 동부초교 부지)~영일대광장을 연결하는 대규모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2전시장 등은 동부초 이전 문제라는 벽에 걸려 3년째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번 11일 회동은 그런 점에서 한층 진일보한 자리라는 것이 안팎의 평가다. 한편 이날 자리에는 동부초 총동창회와 학부모 측은 참석치 않고 추후 함께 하기로 했다. 앞서 김일근 동부초 총동창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동부초 이전은 이제 선택이 아닌 향후 학교의 존립을 결정짓는 필수 과제가 됐다”라면서 “동부초도 해마다 학생 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데, 신축 이전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가 선호하는 학교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8-07

“포항 ‘금광포란재’ 더 이상 방치 마세요”

인도를 침범할 정도로 무성히 자란 잡초 위에 수십m 구간에 걸쳐진 녹슨 잿빛 펜스만 봐도 시간이 오랫동안 멈췄음을 알 수 있다. 대구포항고속도로에서 내려 시내로 향하는 길목인 포항시 북구 용흥동 금광포란재 아파트 현장이다. 포항에서 아파트가 가장 먼저 들어선 용흥동은 한때 고급 주거지로 인식됐지만, 20년 넘게 방치된 금광포란재 아파트 현장이 용흥동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 ‘주민 안전까지 위협하는 금광포란재 아파트를 더는 방치하지 마세요’라는 시민의 청원이 생기고, 도시미관을 해치는 것을 넘어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로까지 이용되자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근처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A씨(60)는 “매일 펜스를 바라보고 있으면 폐쇄감이 느껴질 정도로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김주일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고속도로에서 시내로 진입하는 길목에 있어서 도시의 첫인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기 방치된 공간은 도시 쇠퇴의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라면서 ”작은 실수를 고치지 않으면 치명적인 재앙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항 도심 흉물’이란 꼬리표를 달았던 금광포란재 아파트 건물은 철거됐지만, 아무런 개발 없이 부지 자체가 방치돼 있어 더 큰 문제다. 인근 주민 B씨(68)는 “건물이 있을 때는 흉물이었고, 지금은 방치하고 있어 더 큰 문제”라면서 “차라리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개발하면 좋겠다”고 했다. 김주일 교수는 “해당 부지는 입지 특성상 아파트 단지로서의 경쟁력은 낮은 편이어서 공원, 커뮤니티 시설 등 공공 용도로 전환해 도시 경관과 기능을 회복하는 방식이 타당하다”고 제안했다. 금광포란재 아파트 부지의 역사는 1997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하 4층~지상 15층, 314가구 규모의 아파트 건설 사업 승인을 받았으나 최초 사업 주체의 부도로 3년 만에 공사가 중단됐다. 2003년 금광건업이 인수했지만, 2008년 자금난을 이유로 철골 골조 기준의 공정률 40% 상태에서 다시 공사가 멈췄다. 포항시는 여러 차례 행정 유예와 협의 과정을 거친 뒤 2021년 5월 3일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공식 취소하고 철거 절차에 돌입했다. 그해 9월 3일에는 철거공사 착공식이 열렸다. 해체 작업은 2022년 9월부터 약 6개월간 진행됐다. 골조와 지하 주차장을 포함한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해체는 쉽지 않은 공사였다. 오랜 기간 얽힌 권리관계, 미분양 계약 해지, 청산 절차 등 복잡한 행정적 갈등도 해결해야 했다. 2023년 1월 하나자산신탁이 새로운 사업 주체로 아파트 건설 사업 승인을 다시 받았다. 그러나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착공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업 승인 이후 5년 이내 착공하지 않으면 자동 취소될 수 있다. 포항시 공동주택과 관계자는 “주민들의 우려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그나마 골조 철거는 중요한 진전이었다”라고 했다. 이어 “지금도 안전 조치와 현장 정비는 계속하고 있고, 사업자가 착공만 결정하면 언제든 공사는 재개할 수 있어서 승인 기간인 2028년 이내에 착공되도록 행정적 지원과 관리에 힘을 쏟겠다”고 답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8-07

‘단통법 폐지’ 보름… 보조금 전쟁은 없어

11년만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이 폐지된지 보름이 넘었지만, 단말기 시장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단통법 폐지로 통신사와 유통점의 자율적인 지원금 책정이 가능해지면서, 보조금 경쟁과 번호이동이 활발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모습이다. 단통법 폐지로 저렴한 가격에 스마트폰을 구매하려던 소비자들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단통법이 폐지된 지난달 22일부터 31일까지 번호이동건수는 13만 2411건으로 집계됐다. 단통법 폐지 당일인 22일에만 3만 명이 넘는 인원이 번호 이동했을 뿐, 이후에는 1만 명대를 유지하며 눈에 띄는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삼성이 새로 출시한 갤럭시 제품이 큰 인기를 끌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6일 대구 중구 동성로 통신 골목에는 ‘단통법x 최대지원’, ’주말 한이정’, ‘카드조건x’, ‘아이폰, 갤럭시 8월 특가’ 등의 문구가 매장 외벽과 입간판에 붙여져 있었다. 이날 오후 2시쯤 통신사 공식 대리점과 일반 판매점에 휴대전화를 구매하려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띄엄 띄엄 이어졌다. 단통법 폐지로 기대됐던 ‘공짜폰’, ‘마이너스 폰’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고, 고객들이 통신사를 옮길 만큼의 할인 혜택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이통통신 한 대리점 관계자는 “단통법 폐지 후에도 통신사 이동과 기기변경의 가격 차이는 크지 않다”면서 “오히려 일부 기종은 지원금이 줄어든 상태다”고 말했다. 이는 지원금 확대에 대한 이통 3사 간 눈치싸움 때문으로 분석된다. 단통법이 당시 이통 3사의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인해 시장 과열이 불러 온 결과인 만큼 무리한 마케팅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민 유은경(34)씨는 “단통법 폐지되면 요금 할인제도가 많아 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변한게 없다”면서 “기기 변경을 하려면 고가 요금제를 써야되는 관행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신업계에서도 고가 요금제 유도 관행 및 장려금의 차등 지급으로 인한 이용자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며 제도적 보완을 촉구하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8-06

끊임없는 사고 포스코이앤씨, 어쩌다 이지경?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유독 인명사고가 잇따랐다. 지금까지 4명의 사망사고가 났다. 1월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4월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4월 대구 주상복합 추락사고, 지난달 의령 고속국도 공사 사망사고 등이다. 이는 결국 지난달 29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는 질책을 받는 지경으로까지 갔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나서 사과문을 발표한 후 전국 현장 작업을 전면 중단시키기도 했으나 엿새 만에 또 인명사고가 다시 발생하면서 ‘면허 취소 검토‘라는 극약처방 앞에 이르게 됐다. 포스코그룹은 2022년 1월 27일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자 이후 수천여억원의 추가 예산을 들여 관련 대책에 나서는 등 나름대로는 철저하게 준비해 왔다. 계열회사와 자회사, 협력회사, 하청업체들에도 안전에 대한 요구와 주문이 너무 많다는 불평이 나돌 정도였으나 올해 포스코이앤씨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이어지면서 그간의 노력들이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일각에선 사고가 반복되는 포스코이앤씨의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을 개선할 필요성도 있다고 조언한다. 이명구 을지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전체적인 시스템이 안전을 관리하는 체계가 형식적인지, 실효성이 있는지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대재해법에서 정한 처벌의 근거가 되는 안전활동을 증빙하는 데 혈안이 되기보다는 전반적인 안전 문화 수준 향상에 초점을 두는 방향으로 내실을 기해야 한다”라면서 “정부도 안전관리에 힘쓴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로 산재보험 보험료율 인상 폭과 인하 폭을 50%로까지 하는 등의 당근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8-06

‘관세 50% 폭탄’ 철강업계 “전기료 절감 방안 마련” 호소

수출이 전체 매출의 70%에 달하는 데다 미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80~90%를 차지하는 강관 기업 넥스틸은 수출 환경 악화와 중국산 소재 사용 업체와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국내 강관 산업 자체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고 호소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50%의 관세율이 유지된 상황에서 포항시가 6일 철강업계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개최한 ‘대미수출 철강기업 긴급 간담회’에서다. 올해 1~2월 압연롤 등 1만6500t의 철강 제품을 수출한 이후 매출 단가 기준 50%의 관세를 부과받은 현대제철 관계자는 “수입 유통사에서 일부 금액을 부담해 손실을 만회하고 있지만, 지속하기는 힘들다”라고 털어놨다. 강관 기업인 거양의 대표는 “포스코 등 메이저 회사의 위기는 지역의 중소 업체의 위기와 직결된다”라면서 “중소기업이 생존이 흔들리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 주요 미국 수출 철강기업 관계자들과 포항상공회의의소, 포항철강관리공단 관계자가 맞댄 이날 간담회에서는 미국의 고관세 정책으로 인한 철강산업의 위기와 포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특히, 철강업체는 에너지 비용 절감 등을 어려운 현실 극복 방안으로 제시했다. 한 업체는 “심야 시간 경부하 시간을 늘려 전체적인 전기료를 절감해야 한다” 고 건의했다. 포항시도 철강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다. 지역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금, 고용 컨설팅을 국비로 지원한다. 또, 전국 철강 도시와 연계해 국회 토론 및 대정부 건의를 추진하고, 철강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 촉구와 더불어 특별위원회 설치 및 재정 지원 등을 건의할 계획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미국의 관세 압박으로 철강기업들이 직면한 위기는 국가 산업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중대안 사안”이라며 “기업 의견을 바탕으로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관세 정책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8-06

대법관 출신 김창석 변호사 “포항 지진, 국책사업 촉발 인재”

포항시가 촉발지진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 대비해 지난달 24일 공익소송 지원 체계를 통해 추가 선임한 대법관 출신의 김창석 법무법인 로고스 대표변호사는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이라는 고위험 국책사업의 결과로 촉발된 인재”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본질은 단순한 과실유무가 아니라 국가가 고위험 사업에 있어 고도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에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민사3부가 심리 중인데, 지난 5일 제출한 상고이유 보충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원심판결에 대한 법리 해석과 논리 구조의 오류를 지적한 김 변호사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고위험 사업을 무모하게 추진하고도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잘못된 선례를 방지해야 한다”라면서 “이번 판결은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바로잡는 중요한 이정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2017~2918년 2차례에 걸쳐 촉발지진을 겪은 포항시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은 시민들이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가 항소심에서 패소한 뒤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이번 상고이유 보충서 제출은 포항지진 공동소송단(대표 공봉학 변호사)이 제출한 상고이유서에 이은 것이며, 포항시가 상고심 대응을 위한 공익소송 지원 체계로 법적 대응에 본격 나섰음을 의미한다. 포항시는 김창석 변호사의 참여가 대법원 심리에서 핵심 법리 판단에 대한 전문성과 설득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향후 판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창석 변호사는 법관 시절 행정·민사 분야에서 폭넓은 식견과 공정한 판단으로 신뢰를 받았다. 2018년 대법관 퇴임 이후에는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했고, 현재 다양한 공공사건과 사회 현안 대응에 참여하고 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8-06

“36일 근무에 650만원, ‘꿀알바’ 같지만 생명 지킴이 사명감 없인 힘든 일이죠”

포항 선린대 응급구조학과 김보은씨(22)는 영덕군 병곡면 고래불해수욕장에서 피서객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포항시 북구 송라면 화진해수욕장에서 인명구조요원으로 일한 경험도 있다. 대학생 4명·자격증 보유자 4명 하루 8시간씩 교대로 현장 관찰 음주후 입수나 통제 부표 무시 등 매번 말려도 반복되는 위험 순간 구멍없는 튜브도 사용 말아주길 김씨는 “올해는 지난달 14일부터 36일간 근무하는데, 연장근무 수당과 위험수당 등을 합하면 650만 원을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공도 살리고, 생명을 지킨다는 자부심과 사명감도 생긴다”며 활짝 웃었다. 얼핏 보면 ‘꿀알바’ 같지만, 김씨의 하루를 따라가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대학생 4명과 영덕 출신 자격증 보유자 4명 등 8명의 안전요원이 고래불해수욕장에서 근무한다. 4명씩 팀을 이뤄 하루 8시간 동안 망루나 지상에서 피서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관찰한다. 팀 워크를 잘 맞춰야 위험에 빠진 피서객 구조가 가능하다. 가장 위험한 요소는 날씨보다 사람이다. 김씨는 “술 마시고 물에 들어가거나 수영 실력을 과신하며 수심 통제 부표를 넘어가는 경우가 가장 위험하다”면서 “말로는 설득되지 않아 매번 입수해서 말리는 게 일상이 됐다”고 했다. 그는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플라밍고 튜브와 같이 파도에 뒤집히면 사람이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의 구멍 없는 대형 튜브를 이용하는 피서객을 말리는 것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씨를 힘들게 하는 점은 역시 폭염이다. 여기에다 ‘집중 유지’를 보태야 한다. 땡볕 아래에서도 두 눈은 해수욕장 이용객을 응시해야 하는데, 긴장 상태를 오래 유지하다보면 체력적으로 버거울 수밖에 없다. 김씨는 “어린이는 보호자가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아서 더 자주 주시하게 되고,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력이 조금 보충되면 더 빠르고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보탰다. 특히 김씨는 “수심과 조류가 매일 달라지는 바다 환경을 고려해 보다 정교한 매뉴얼 마련과 교육이 필요하다”라면서 “프로토콜 체계화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화진해수욕장 근무 때 제트스키를 타다 암초에 부딪쳐 실종된 가장이 시신으로 발견됐을 때 마음이 매우 무거웠다고 되새겼다. 김씨는 “음주 수영 금지, 구멍 없는 튜브 사용 금지 등 누구나 실천 가능한 기본적인 수칙만 제대로 지키면 스스로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당부했다. 글·사진/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8-06

‘치매의 무게’ 버거운 가족에 부친 마음전달 엽서

예천군이 치매환자 가족을 위한 정서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치매환자쉼터 어르신의 모습을 담은 ‘마음을 전하는 QR엽서’를 제작, 가족들에게 전달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마음을 전하는 QR엽서’는 치매 어르신이 직접 색칠하고 꾸민 엽서에 QR코드를 삽입해 어르신이 미술치료, 인지활동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모습과 작품 등을 영상과 사진으로 담아 가족들에게 전송하는 사업이다. 엽서를 받은 가족들은 QR코드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어르신의 참여모습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 멀리 떨어져 있거나 어르신의 상태를 자주 확인하기 어려운 가족에게 큰 위로가 되고 있다. 치매안심센터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의 성취감과 자존감 향상, 보호자와의 대화 유도, 치매환자의 사회적 고립감 완화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무엇을 했는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치매 특성을 고려해 보호자와의 소통 창구를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엽서 앞면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어르신이 직접 꾸민 초상화나 단체사진 일러스트가 삽입돼 보호자에게 특별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엽서를 받은 보호자는 “무표정한 줄만 알았던 어머니의 웃는 모습을 QR엽서를 통해 처음 봤다”며 “어머니께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직접 확인하고, 사진을 가족들과 공유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예천군 치매담당관계자는 “치매는 단지 기억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단절로 이어지기 쉽다”며 “이번 QR엽서가 가족 간 따뜻한 연결고리가 되길 바라고, 앞으로도 본 사업을 확대해 치매 돌봄 공동체 문화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안진기자 ajjung@kbmaeil.com

2025-08-06

영일만항에 APEC 정상회의 숙소용 크루즈선 2척 뜬다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가자들의 숙소로 활용될 대형 크루즈선 2척이 포항 영일만항에 들어온다. 대형 크루즈선을 이용한 ‘플로팅 호텔’ 형식의 해상 계류형 숙박시설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사례다. 6일 포항시와 포항지방해양수산청 등에 따르면 경주 지역 숙박 수용 능력의 한계를 고려해 포항 영일만항 부두에 대형 크루즈선을 정박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확정된 선박은 ‘피아노랜드’호로 파나마 선적의 중국 소유 크루즈선이다. 전장 261m, 7만t급, 객실규모 850개실 규모이며 회의 기간 중국 국적 참가자의 숙박 및 행사 공간으로 사용된다. 정박 기간은 5일이다. 추가로 검토 중인 A사 크루즈선은 전장 183m, 2만 6000t급, 객실규모 250개실로 일본 국적 참가자 숙박 및 행사장 활용을 위한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다. 대형 크루즈선의 영일만항 입항은 경주 일원에서 열리는 대규모 국제 행사에 비해 지역내 숙박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제32차 APEC 정상회의에는 21개 회원국의 정상 및 대표단을 비롯해 경제인 2000여 명과 언론인 등을 포함해 약 2만 명 이상이 경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밀집한 대표 관광지로 회의 기간 일반 관광객 수요도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대규모 참가자 분산 수용과 교통 혼잡 완화를 위한 국내 최초 해상 숙박형 이벤트가 기획된 것이다. 포항시청 항만과 관계자는 “영일만항은 대형 크루즈가 정박할 수 있는 국제 여객부두를 갖추고 있으며 경주와 차량으로 40분 거리여서 접근성도 뛰어나다”면서 “행사 기간 중 항만 보안, 출입국 통제, 해양 안전 관리 등이 핵심인 만큼 해양수산부·포항시·대한상의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영일만항 플로팅 호텔 운영은 단순한 숙박 대체가 아니라 포항이 국제행사 지원 도시이자 동해안 해양관광 거점으로 성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8-06

시각장애 외국인 승객을 자가용으로 모신 ‘훈훈한 경주 시내버스 기사’

경주의 한 시내버스 기사가 막차 운행을 마친 뒤 시각장애 외국인 승객을 자신의 자가용으로 목적지까지 데려다준 사실이 알려지며 지역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새천년미소 소속 51번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김수찬(65) 기사다. 김씨는 지난 1일 밤 경주 시내에서 KTX 경주역(구 신경주역) 방면으로 향하던 외국인 남녀가 버스에 탑승한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해당 시간대 51번 버스의 종점은 경주역이 아닌 문화고등학교 앞이었다. 해당 노선의 종점은 경주역과 7.8㎞ 떨어진 곳이다. 특히 남성 승객은 시각장애인이었고, 동행 여성은 낯선 곳에서 난감한 표정이었다. 이를 지켜본 김씨는 주저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는 시내버스 운행을 마친 뒤 자신의 차량에 두 외국인을 태우고 직접 경주역까지 안내했다. 이 사연은 마침 같은 버스를 타고 퇴근 중이던 경주시 내남면 행정복지센터 강호지 산업팀장을 통해 알려졌다. 강 팀장은 당시 상황을 지켜본 뒤 승객의 동의를 얻어 촬영한 사진과 함께 사연을 주변에 전했다. 사진 속 여성 승객은 “부끄럽다”며 얼굴을 손으로 가렸지만, 두 사람 모두 당시 버스를 몰았던 김 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앞서 김 씨는 2021년에도 승객이 심정지 상태에 이르자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구해 ‘TS 교통안전 의인상’을 받은 바 있다. 김수찬 기사는 “그 상황이었다면 누구라도 저 처럼 했을 겁니다”라며 “경주를 찾은 손님이 불편하지 않게 여행을 마쳐서 기쁠 뿐”이라고 말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지역 교통의 최일선에서 시민과 방문객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기사님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이런 따뜻한 마음이 경주를 찾는 이들에게 오래 기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황성호 기자 hsh@kbmaeil.com

2025-08-06

폭염에 ‘끓는 바다’ 양식장 물고기 지켜라

속보=폭염이 이어지면서 경북 동해안 연안에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되는 등 양식생물 폐사 위기<본지 8월6일자 1면 보도>가 더해지자 포항시가 30억 원을 투입해 포항의 양식장에 있는 1369만 마리의 어류 지키기에 나섰다. 포항시는 30억 원을 투입해 육상양식은 39곳(1155만 마리), 해상가두리는 17곳(190만 마리), 축제식은 6곳(18만 마리), 연승식은 47곳 등 109개 양식장에서 키우는 강도다리, 조피볼락, 넙치 등 1369만 마리의 어류 피해 최소화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양식 어가에 방제 장비와 물품을 신속하게 지원하고, 시설 현대화와 보험료 지원 등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한다. 지역 내 양식 어가에서는 액화 산소 공급기, 저층수 공급장치, 히트펌프, 냉각기 등 1970대의 방제장비를 보유하고 있고, 포항시는 이 장비들이 고수온 시기에 효과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현장 기술 지도와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고수온 피해 방지를 위한 4000만 원의 방제비를 편성해 얼음, 면역증강제 등 방제 물품을 지원하며, 이상 수온 대응 지원사업(3억2200만 원)으로 순환펌프 682대, 액화 산소 670톤, 산소 용해기 6대, 수중교반기 4대 등을 현장에 공급하고 있다. 포항시는 양식 어가의 재해 부담을 덜기 위한 양식수산물 재해보험료 지원도 진행한다. 1억6100만 원 상당을 들여 보험 자부담금의 70%를 지원하고 있으며, 수산 재해로 인한 양식수산물과 시설물 피해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히트펌프를 보급하는 양식장 친환경에너지 보급사업(4억5000만 원), 저층수 취수라인 개·보수 등을 위한 양식장 시설현대화사업(12억2000만 원), 어류 면역력 강화를 위한 수산 동물 예방백신 공급사업(8억2900만 원) 등 다양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일에는 흥해읍 오도리 강도다리 육상 수조직 양식장을 방문한 김성범 해양수산부 차관에게 현행 양식수산물 재해보험의 치어 기준을 기존 50g에서 20g으로 완화해줄 것을 건의했다. 현재는 중량 50g 미만의 치어는 보험 가입이 불가능해 자연재해 등으로 폐사하면 어업인들이 직접 피해를 떠안게 된다. 정철영 수산정책과장은 “이상기후가 반복되며 양식 어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인데, 고수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가용 자원과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8-06

“절체절명의 철강”… ‘산업위기 선제 대응지역’ 지정 사활

“산업용 전기요금이 크게 오른 것만 해도 애로가 많습니다. 정책적인 고려가 필요합니다”. 5일 ‘산업위기 선제대응 지역’ 지정을 위한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현지실사단을 만난 포스코,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렇게 호소했다. 미국의 철강 관세 50%가 그대로 유지돼 큰 타격을 받게 된 세아제강, 넥스틸 등의 강관업체도 어려움에 직면했다. 포항시는 현지실사단과의 종합상황 점검 회의에서 하루 빨리 ‘산업위기 선제 대응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건의했다. 포항제철소가 설립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저가 중국산 철강과의 경쟁과 더불어 미국 정부가 한국산 철강에 50%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상황에서 적자 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임을 강조하면서다. 특히, 지난해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 에너지 비용 급등, 산업구조 전환 등 복합 위기를 겪는 철강업계를 지속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철강산업 위기가 지역 내 협력 중소기업과 일자리 생태계 전반에 침체를 유발하고 있어 국가적 차원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100명이 넘는 여야 의원이 정당을 초월해 ‘철강산업 지원 특별법’(K스틸법)을 발의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포항시 투자기업지원과 관계자는 “어려움에 처한 철강기업이 생산을 줄일 경우 자동차와 조선, 건설 등의 분야가 필요로 할 경우 적기에 공급하지 못하는 등 연관산업마저 어려움에 직면한다”라면서 “철강도시 포항을 살리는 것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경북도는 지난달 18일 산업부에 ‘산업위기 선제대응 지역’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9월 중에 심의위원회를 거쳐 지정 여부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위기 선제대응 지역’으로 지정되면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우대, 이자차액 보전, 컨설팅, 고용안정 지원 등 다양한 정부 지원사업을 2년간 집중 추진하게 된다. 한편, 정부는 지역의 주된 산업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시의성 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산업위기 선제 대응 지역’으로 신청하는 요건을 현실에 맞게 변경했다. 3월 4일부터 이런 내용을 포함한 ‘지역 산업위기 대응 제도의 지정 기준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시행했다. 덕분에 세계 최대 규모 단일 화학산단인 석유화학산단을 품은 여수시는 지난 5월 전국 최초로석유화학 분야에서 산업위기 선제대응 지역으로 지정됐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8-05

“동부초 이전, 학교 존립 위한 필수 과제”

“동부초 이전은 이제 선택이 아닌 향후 학교의 존립을 결정짓는 필수 과제가 됐습니다” 5일 오전 경북매일신문과 인터뷰에 나선 김일근 경북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사진>은 단호하게 말했다. 이날 김 회장은 동부초 총동창회 회장 자격으로 이런 의견을 내놨다. 포항국제컨벤션센터(POEX-포엑스) 2단계 확장을 위해 동부초 이전이 필요하다는 포항시와 명확한 실행 계획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포항교육지원청이 대립하는 상황에서다. 김 회장은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서울 중심에 있는 학교도 폐교 하는 상황인데, 경북 제1의 도시로 불리는 포항 역시 도심 한복판에 있는 중앙초가 폐교되는 아픔을 겪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동부초도 해마다 학생 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데, 신축 이전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가 선호하는 학교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동부초에 관한 관심과 애정도 남다르다. 스무 살이 되던 해 ‘베체트’라는 희소병에 걸려 한순간에 시력을 잃었고, 지금은 아주 밝은 빛도 보지 못하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극심한 심적 고통이 밀려올 때면, 초등학생 시절 학교에서 신나게 뛰어놀며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가진다고 했다. 김 회장은 “어릴 적 학교 정문으로 걸어가면 500년 된 회화나무와 이순신 장군 동상, 담벼락을 따라서 잣나무, 샐비어꽃 등 식물들이 심겨 있었다”면서 “눈을 감아도 옛날 교정의 그 모습이 생생하다”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소중한 학교의 폐교를 막기 위해 지난 5월 23일 총동창회 임원들과 함께 ‘동부초 이전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추진위원장을 맡은 김 회장은 포항교육지원청과 포항시 등 동부초 이전 업무 담당자들을 만나며 협의와 중재 역할 하고 있다. 김 회장은 “공청회와 학부모·학생 의견 공개 수렴이 필요한데, 교육지원청의 완강한 반대로 꼭 필요한 절차를 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라면서 “ 열린 마음으로 소통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8-05

고수온에 폐사 위기… 양식장 ‘발동동’

“수온은 오르는데, 대책은 가라앉고 있습니다” 5일 오후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오도리에서 강도다리 육상 수조식 양식장을 운영하는 김영복(63) 오도수산 대표는 이렇게 호소했다. 김성범 해양수산부 차관과 경북도·포항시 관계자들이 고수온 대응 상황 점검을 위해 방문한 자리에서다. 김 대표는 “마을 어민 12명 중에 1명만 남았다"라면서 "어업은 사라지고 펜션 사장만 남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경북 동해안 연안에는 지난달 9일 고수온 예비특보, 지난 1일에는 고수온주의보가 발령됐다. 현재 동해중남부 연안에도 고수온주의보가 유지 중이며, 폭염이 지속됨에 따라 향후 수온 상승과 양식생물 폐사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현재 포항의 양식장은 109곳, 양식 어류는 총 1369만 마리에 달한다. 육상양식은 39곳(1155만 마리), 해상가두리는 17곳(190만 마리), 축제식은 6곳(18만 마리), 연승식은 47곳 등이다. 정부는 고수온 대응을 위해 올해 30억22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고, 개인 방제장비 1970대를 현장에 배치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체감이 되질 않는다“라면서 ”장비보다 운영비가 부담이 큰 탓에 냉각기와 산소 공급 장치를 돌리려면 결국 전기요금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고수온 특약보험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김 대표는 “강도다리 치어 수만 마리를 보험에 넣었지만, 보상 받은 적은 없다”라면서 “폐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20~30g 시기에는 보상 자체가 되지 않는데, 왜 가입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하루 냉각기 돌리면 전기요금만 10만 원이 넘어서 농업처럼 특례요금이 필요하다”면서 “양식업은 한 번에 폐사 피해가 수억 원인데, 왜 산업 대접을 못 받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지금은 수온이 잠깐 떨어졌지만, 바람 방향 하나만 바뀌면 다시 섭씨 28도를 넘고 그 상태가 3~4일만 지속돼도 대량 폐사한다”면서 “작년엔 성체 11t이 죽었다”고 강조했다. 수심 50m 저층수 활용 방안도 논의했다. ‘1㎏ 라인 수심 2m·깊은 라인 200m까지 연결·17도 수준의 저층수 온도’라는 조건에 실제로 폐사가 줄었는데, 어민들이 선제적으로 효과 여부를 실험 중이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포항시·국립수산과학원·경북도어업기술원은 아직 실험 단계다. 김영복 대표는 청년 어업인을 위한 공간 할당을 제안했다. 그는 “양식장 하나 짓는 데 70억 원이 들어서 청년들이 감당할 수 없고, 도시 처럼 구획하고 설비까지 해둔 구역을 임대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정책도 실험도 결국 어민이 체감하지 못하면 소용없고, 현장과 제도는 아직 멀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김성범 차관은 “양식업은 국가 식량산업의 핵심이며, 전기요금 특례와 보험 보장 범위, 청년 어업인 육성 등 현장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정책 검토에 적극 반영하겠다. 어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8-05

나만의 어장 보며 스트레스 푼다… ‘물고기 멍’ 이색 취미 확산

화려한 꼬리를 가진 구피, 폭풍 번식이 특징인 체리 새우, 푸른색과 붉은색을 함께 뿜어내는 열대 물고기 네온테트라 등 ‘관상어’를 보면서 지친 마음을 달래는 ‘물고기 멍’, ‘물멍’이 유행이다. 유명 연예인이나 유튜버가 ‘물멍’과 ‘비바리움’(테라리엄 속에 소동물을 함께 넣어 감상하는 원예 활동)을 취미로 소개한 이후 국민적 관심도가 커졌다. 포항에서도 ‘물멍’을 이색 취미로 삼은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2012년 개설한 ‘포항 열대어 모임’은 2300여 명의 회원을 자랑하는데, 하루에도 수십 건의 게시물이 꾸준히 올라온다. 자신의 수조를 소개하는 ‘물방’ 사진부터 열대어 사육 팁, 장비 후기, 무료 나눔 소식까지 다양한 정보를 공유한다. 한 회원은 “집에 돌아와 어항 조명을 켜는 순간 하루의 피로가 녹는다”며 “출근길에는 다른 사람들의 물방 사진을 보며 짧은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물멍족’이 늘면서 수족관 매장도 인기다. 포항에는 각종 열대어, 새우, 수초, 유목, 여과기 등 장비를 갖춘 전문 매장들이 많다. 남구 오천읍의 한 수족관은 단순한 관상어 판매를 넘어 미니 생태계를 구현한 테라리움, 비바리움, 팔루다리움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테라리움은 유리 용기에 식물을 키우는 방식이며 비바리움은 여기에 소형 동물까지 함께 사육하는 형태다. 팔루다리움은 물과 땅, 동물과 식물이 공존하는 수조형 생태계로 최근 인테리어 아이템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대구에서 이곳을 찾았다는 A씨는 “사장님이 직접 만든 팔루다리움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나만의 힐링 공간을 만들기 위해 찾는 사람이 많다. 물고기가 수초 사이를 유영하는 모습만 봐도 마음이 정화된다”고 말했다. 물고기 나눔 문화도 퍼지고 있다. 북구에 있는 한 양식당은 손님에게 직접 키운 구피를 무료로 분양해 눈길을 끈다. 식당 관계자는 “한 손님이 ‘물고기 멍이 너무 힐링된다’며 식사 후 구피 몇 마리를 더 받아갔다”며 “찾아오는 분들 중에 물고기 키우는 데 관심 있는 분들이 제법 된다”고 전했다. 중고 거래 플랫폼 등지에도 ‘알비노 풀 플래티넘 화이트’, ‘블루 테일 구피’ 등 소형 열대어를 나눔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취미 진입 장벽을 낮추는 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물멍’ 열풍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현대인의 정서적 갈증과 맞닿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병대 위덕대 반려동물학부 교수는 “물고기, 수초, 수조 장식물 등을 돌보는 일은 시끄럽지 않지만 일상 속 생명을 바라보고 돌보는 깊은 행위”라며 “디지털 피로와 인간관계 소진 속에서 반응 없는 생명체와의 조용한 교감이 새로운 위안 방식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8-05

AI가 매칭하지 않았다면?···생후 4개월 영아 돌보미 ‘아동학대’ 의심 신고

'아동 안전이 최우선···포항시, 아이돌보미 관리 철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4일 배포한 포항시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아이돌보미의 전문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는데도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발생한 사실이 답답하다고 했다. 그는 “올해만 3월과 7월 2차례에 걸쳐 포항시가족센터 소속 아이돌보미 대상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했고, 마음 건강 지원 사업을 통해 인·적성 검사와 심리 안정 프로그램까지 진행했는데, 아동학대 의심 신고 사례가 발생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내용은 이렇다. 포항시 북구 창포동에서 생후 22개월과 4개월 자녀를 키우는 주부 A씨가 지난 1일 맘카페에 아이돌보미의 학대가 의심되는 홈캠 영상과 함께 시간대별로 아이돌보미의 생후 4개월 영아 학대 의심 정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울고 있는 영아를 달래지 않고 방치하거나 거칠게 역류 방지 쿠션에 눕히고,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영아를 의자에 앉혀 놓거나 아이 혼자 두고 자리를 비우는 등의 행동들을 지적했다. 포항시는 3일 조정위원회를 열어 아이돌보미의 의견을 청취한 뒤 ‘활동 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고, A씨가 경찰에 신고한 만큼 수사 결과에 따라 자격 취소 등의 강력한 행정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돌봄 대기 해소를 위해 긴급·단시간 아이돌봄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도록 여성가족부가 도입한 ‘AI(인공지능) 기반 일시 연계 방식’이 이번 사건의 한 원인이 됐다고 포항시는 지적했다. 아이돌봄서비스는 생후 3개월부터 만 12세까지 받을 수 있는데, 수요가 많아서 정기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많게는 6개월에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 과정에서 주말이나 긴급한 상황에서 짧은 시간에 걸쳐서 아이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평일에는 아이돌보미를 보유하고 있는 민간 위탁 기관인 포항시가족센터가 아이돌보미와 일시 연계를 신청한 가정과 매칭을 해준다. 가족센터는 아이돌보미의 특성을 잘 알기 때문에 영아들의 경우에는 경력자 위주로 배치하는 등 운영의 묘를 발휘할 수 있다. 반면에 AI는 아이돌보미의 경력 등 특성과 관계없이 일시 연계를 신청한 가정 주변에 거주하면서 돌봄서비스 업무를 하지 않고 있는 아이돌보미에게 곧바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하고, 돌보미가 돌봄서비스를 수락하면 자동으로 연계되는 방식이다. 한편, 올해 상반기에 포항시는 포항시가족센터를 통해 1540가구, 2784명의 아동에 대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했지만, 6월 말 기준 대기 가정 수는 257가구에 달한다. 그나마 포항시가족센터가 올해 124명의 아이돌보미를 추가로 채용해 대기 가정 수와 대기 시간을 다소 줄였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8-04

경산시선관위 타인 명의로 국회의원에 수천만 원 후원 한 기부자 고발

경산시선거관리위원회가 타인 명의로 국회의원 후원회에 거액의 정치후원금을 기부한 혐의로 A산업 대표 B씨와 해당 기업 계열사 직원 C씨를 대구지방검찰청에 형사고발했다. 4일 경북선관위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8월쯤 C씨에게 “국회의원 4명(대구지역 의원 3명, 비례대표 1명)의 후원회에 각 2000만 원씩 총 8000만 원을 기부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C씨는 A산업과 그 계열사 임직원 60명의 명의를 무단으로 사용해 각 후원회에 100만~200만 원씩 송금하는 방식으로 기부를 실행했다. 이 방식은 정치자금법에서 정한 개인 기부한도를 크게 초과한 것으로, 기부 명의 역시 허위로 판단된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법 제2조 제5항에서는 누구든지 타인의 명의나 가명을 사용해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2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법 제11조는 개인이 국회의원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을 연간 총 2000만 원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하나의 후원회에는 500만 원을 초과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이 부과된다. B씨와 C씨는 이 두 조항을 동시에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선관위는 이들이 명백한 공모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선관위 관계자는 “후원금 기부는 대한민국 정치문화 발전을 위한 긍정적인 수단이지만, 법적 절차와 한도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명의 도용 기부는 후원회뿐 아니라 정치권 전반에 대한 신뢰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8-04

재선충에 속절없이 무너진 포항의 숲 ‘붉은 비명’만 남았다

21년 전 포항에서 처음 보고된 소나무재선충병은 여전히 숲을 갉아먹고 있고, 푸르름을 내뿜던 소나무는 붉게 물들며 신음하고 있다. 지난 2일 호미 반도의 시작점인 포항시 남구 동해면 금광리에 들어서자 도로 갓길 옆 생을 마감한 소나무가 눈에 띄었다. 가지는 말라비틀어졌고, 줄기 껍질은 일그러져 벗겨지고 있었다. 한때 산 전체를 감싸던 짙은 녹음은 사라지고 검붉게 드러난 나무 뼈대들이 황량하게 서 있었다. 동해면 임곡리로 들어서자 야트막한 산등성이 위로 우람했던 소나무들이 병든 모습으로 서 있었다. 자연사한 것이 아니라 병든 채 숨이 끊긴 나무처럼 처연했다. 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 관광지 주변 산도 병세가 깊었다. 바람에 떨어진 솔방울과 솔잎들이 바닥을 덮었고, 앙상한 가지들은 방향을 잃은 채 뒤엉켜 있었다. 반쯤 마른 나무들은 건강한 줄 착각하게 하지만 가까이 보면 침엽수 고유의 윤기가 사라진 지 오래다. 임곡리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A씨는 “펜션 바로 옆에 있는 소나무가 7~8년 전부터 조금씩 말라가기 시작했고, 줄기까지 새까맣게 벗겨져선 죽어버렸다"면서 "함부로 베어낼 수도 없고,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흥환간이해수욕장 근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라던 해송 군락이 사라지고 죽은 나무 몇 그루만 앙상하게 남았다. 그 위로 날아든 까마귀 한 마리가 연신 껍질을 쪼아댔다. 생명을 잃은 나무 위에서조차 또 다른 생명이 생존을 위해 파고들었다. 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벌목지에는 낙석 방지막이 설치돼 있다. 급경사지에 나무가 사라지자 토사 유실을 막기 위해 급히 조치한 것이다. 그러나 벌거숭이 된 산은 여전히 무방비하다. 낙엽이 깔렸어야 할 땅엔 잘린 나무의 흔적만이 흩어져 있다. 발산리 한 야산은 전체가 이미 벌목을 마친 상태다. 줄지어 자란 소나무들은 사라지고 휑한 경사면만 남았다. 나무 하나 없는 산은 속살을 훤히 드러낸 채 하염없이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호미곶면 대동배리로 접어들면 고사한 소나무 위로 담쟁이덩굴이 자리를 잡고 올라간다. 살아 있는 나무를 덮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죽은 나무에 남겨진 줄기를 덮는 덩굴은 묘한 공허감을 안긴다. 30년 넘게 마을에 거주한 김모씨(70)는 “바위 위에 바람이 불고 태풍이 와도 꿋꿋하게 서 있던 소나무도 순신간에 재선충에 감염돼 사라져 쓸쓸하기만 하다”며 한때 마을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소나무 이야기를 전했다. ‘지뢰 매설지역’이라는 붉은 경고판이 눈에 들어올 정도로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도 재선충에 말라 죽은 소나무들이 여전히 우두커니 서 있었다. 가지를 잃고 비틀린 채 하늘을 향해 뻗은 나무들은 마치 살려달라 외치는 듯 침묵 속에서 비명을 질렀다. 호미반도 둘레길을 걷던 이명자(58)·박진호(62) 부부는 “때 아닌 단풍인 줄 알았는데, 말라 죽은 소나무였다"라면서 "우리가 기억하는 포항은 푸른 바다에 초록 소나무였는데 지금은 죽음의 색으로 덮였다”며 아쉬워 했다. 호미곶 해맞이광장 인근의 일출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던 명소의 해송들도 고사한 채 남아 있었다. 일부는 반쯤 마른 상태였고, 일부는 이미 잘려 흔적만 남았다. 사진작가 이윤재씨(43)는 “SNS에 해송 사진 올리면 다들 감탄했는데 이젠 그 자리에 병든 나무만 남았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장기읍성 뒷산으로 가보면 푸른 대숲과 고사목이 기이하게 공존한다. 붉게 물든 고사목이 능선을 따라 이어지고 푸르른 대나무와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산 아래 민가까지도 재선충 피해가 번져 있었다. 50년 넘게 이 마을을 지킨 오모씨(75)는 “어릴 적 저 산에 소풍도 가고 도토리도 주웠다. 지금은 다 말라서 겁난다. 마을 쪽으로 벌레가 내려오면 어쩌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숲이 푸르니까 그래도 숨통은 트인다"며 한숨지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구룡포에서 장기까지 이어지는 구간의 바다 쪽은 동해의 짙푸름이 반짝이지만, 반대편 산들은 죽은 소나무로 검붉게 뒤덮였다. 반짝이는 바다 풍경과 병든 산의 대비는 보는 이로 하여금 침묵하게 만든다. 과연 같은 시공간인지 믿기 어려울 만큼 격차가 크다. 포항시 북구 기계면의 산들도 예외는 아니다. 곳곳에서 벌목이 이뤄졌지만 이미 감염이 번진 뒤였다. 등산로 입구는 벌겋게 고사한 나무로 둘러싸여 있었고 뒷산까지 감염 흔적이 역력했다. 2대째 복숭아를 재배하는 정모씨(55)는 “처음 재선충이 발생했을 때 방재를 요청했지만, ‘순서대로 한다’는 이유로 미뤄졌고, 결국 산 곳곳으로 퍼졌다”고 말했다. 신광면 비학산은 학이 날개를 펼치는 듯한 능선으로 이름 붙여졌지만, 지금은 재선충 피해로 날개 끝이 썩어 들어간 듯하다. 인접한 야산까지 피해가 확산한 상태였다. 정상부터 시작된 고사 현상이 산 전체로 퍼지고 있었고 녹색의 생명력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죽음의 냄새가 배어 있었다. 포항시 녹지과 관계자는 “소나무재선충은 길이 약 1mm의 실처럼 가는 선충으로 단 3~5일 만에 성충이 돼 빠르게 번식한다”며 “이 재선충은 스스로 이동하지 못하고 북방수염하늘소나 솔수염하늘소 같은 매개충이 옮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하늘소는 겨울 동안 소나무 속에서 월동한 뒤 봄에 우화해 건강한 소나무를 가해하고 이 과정에서 재선충이 함께 전파된다”고 덧붙였다. 방제 방식에 대해서는 “초기에는 감염목만 베어내는 ‘단목 방제’를 실시했지만, 지금은 감염 확산이 심해서 감염목 주변의 미감염목까지 함께 제거하는 ‘모두베기’ 방식으로 전환했다”며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동해면, 장기면, 호미곶면 등은 현재 방제 특별구역으로 지정돼 있고, 해당 지역은 모두베기와 수종 전환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베어낸 자리는 법에 따라 3년 이내에 반드시 조림해야 하며 재감염 방지를 위해 소나무가 아닌 다른 수종을 심고 있다”며 “산사태 우려와 관련해 시민들이 걱정할 수는 있지만 나무를 베어낸 뒤에도 뿌리는 그대로 남아 있어 2~3년 동안 토양을 단단히 붙잡아준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항공 방제는 익충까지 피해를 주기 때문에 시행하지 않으며 매개충의 활동 시기에 맞춰 드론을 활용한 국지적 방제를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도 이미 여러 차례 방제해 재선충 확산을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8-04

포항시, 1조 원 규모 호미반도권 관광개발 본격화

포항시가 추진 중인 ‘호미곶 골프&리조트 조성사업’과 ‘코스타밸리 관광휴양지구 개발사업’이 각각 지난달 10일과 24일 열린 도시관리계획위원회 심의에서 토지적성평가를 최종 통과, 동력이 붙기 시작했다. 포항시도 본격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총 1조원이 투입되는 이 두 사업은 체류형 관광 인프라 확충과 지역 일자리 창출, 해양관광 특구 지정 등 호미반도권 광역 관광개발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먼저 남구 장기면 두원리 일원 약 165만㎡ 부지에 들어서는 ‘코스타밸리 관광휴양지구’는 2028년까지 총 8677억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복합관광 단지다. 이 사업은 앞서 경북도 제7차 권역별 관광 개발계획과 포항시 2030 도시기본계획에 반영된 것으로, 500실 규모의 호텔·콘도 숙박시설을 비롯 골프장, 펫파크, 스마트 레이싱, 딥다이브, 푸드테크 관광센터 등을 갖춘 대형 복합 레저시설로 조성된다. 특히 초고령화 사회 흐름에 발맞춰 세계 장수마을 ‘블루존’ 개념을 도입한 웰니스센터와 온천시설이 결합돼 아시아 최고 수준의 장기체류형 리조트로 개발된다. 이 사업은 국내 최대 민간 관광단지 운영사인 ㈜모나용평과 토지소유주인 ㈜중원이 공동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코스타밸리모나용평㈜’이 주관한다. 시행사가 이미 사업지 대부분의 토지를 이미 확보해 안정성과 실현 가능성이 크다. 남구 호미곶면 구만리 일원 127만㎡ 부지에 총 사업비 1745억원을 들여 조성할 ‘호미곶 골프&리조트’는 2007년 9홀 규모 골프장 조성계획이 고시된 이후 장기간 지연됐던 지역 숙원 사업이다. 2021년 민간사업자 승계를 계기로 18홀 골프장과 고급 리조트를 포함한 관광휴양단지로 재편됐다. 이 사업 역시 현재 사업 부지의 99%가 확보된 상태다. 빠른 시일 내 착공, 2027년 말 준공하는 것이 목표다. 포항 최초의 골프빌리지를 비롯 다양한 관광·휴양·레저시설이 계획돼 있다. 포항시는 2건 모두 내년 초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해당 지역 주민들은 관광 활성화와 지역 소득 창출에 기대를 걸며 대체적으로 사업계획을 환영하고 있다. 정모씨(62·호미곶면)는 “호미곶에는 호미곶 광장 말고는 특별한 관광자원이 없었는데 골프장 등 복합관광 단지가 들어서면 연중 호미곶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지역경제도 활성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2건 사업이 포항 관광 투자의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후속 행정절차를 신속히 마무리 짓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는 방침으로 있다”고 밝혔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08-04

지방도 건설 토지 보상 업무, 시·군보다 전문기관이 맡아야

경북 주요 도시를 연결해 간선도로망을 이루는 ‘지방도’ 건설사업 주체인 경북도는 토지 등에 대한 보상업무를 기초단체인 시·군에 위임했다. 예산을 주는 경북도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일선 시·군은 달갑지 않다. 타 업무를 병행하는 보상 담당 공무원의 업무 과부하, 전문성 부족, 잦은 인사이동 때문이다. 보상이 지연되면 사업이 늦어지면서 비용도 추가되고, 결국 주민 피해로 돌아간다. 김진철 경북도 도로행정팀장은 “보상업무는 까다로운 민원을 직접 다뤄야 하는데다 전문성이 필요한 탓에 기초단체 공무원들이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경북도는 5년여전부터 보상 분야 전문인력을 갖춘 경북개발공사 또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지방도 및 국가지원지방도, 재해복구·예방사업 등에 대한 보상업무를 위탁하고 있다. 하지만 경북개발공사도 위탁업무 수용에 한계가 있어 여전히 일선 시·군에 보상업무를 맡기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경북도 도로계획팀 관계자는 “지방도 건설사업은 주로 기초단체의 요구로 진행되기 때문에 시·군이 보상업무를 담당하는 조건으로 추진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신속한 지방도 건설을 원하는 지자체는 자발적으로 보상업무를 맡기도 한다. 영양군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영양읍 무창리와 기산리를 잇는 3.9㎞ 구간의 지방도 건설사업의 보상업무를 진행한다. 하루라도 빨리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보상업무를 자원했지만, 6개월 마다 바뀌는 공무원이 아닌 보상업무를 대행해주는 용역회사에 일을 맡겼다. 김미분 영양군 건설행정팀장은 “전문성이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보상업무를 기초단체 공무원이 맡는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고, 용역회사를 찾는 것도 무척 힘이 든다”면서 “궁극적으로는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경북개발공사 등이 신속하게 보상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기초단체가 경북개발공사에 위탁한 사례도 있다. 포항시는 아파트 사업시행자가 300억 원을 지원해 건설하는 ‘양학동~흥해 대련 간 도시계획도로’의 보상업무를 경북개발공사에 맡겼다. 송하동 도로시설과 주무관은 “140억 원 상당의 보상업무 물량을 담당 공무원 1명이 처리하면 사업 지연과 주민 피해가 발생한다는 판단에 발 빠르게 위탁했는데, 보상업무에 전문성이 담보됐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경북개발공사 등의 인력을 대폭 확충해 기초단체의 보상업무를 위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역의 한 감정평가사는 “보상업무 전문성 확보와 시·군의 부담 경감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경북개발공사와 같은 전문기관이 담당하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상은 결국 민원인데, 법적인 절차에만 치중하는 전문기관이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갈등 발생 소지가 있다”라면서 “설계 변경이나 보상 필지 조정 등 실무에서 생기는 문제 해결에 시·군 공무원이 참여해 보완하는 구조도 꼭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박한섭 경북개발공사 보상사업처장은 “경북개발공사와 같은 보상업무 전문기관이 지방도 등의 보상업무를 전담하는 게 맞다”면서도 “우리 업무에도 과부하가 걸린 상황에서 인력 충원 등의 문제는 광역단체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