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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존재마저 위협받는 남성 …`페미니즘 혁명국` 여행담

환상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단편들로 에드거 앨런 포, 보르헤스, 마르셀 에메의 계보를 잇는 작가로 평가받는 베르나르 키리니의 첫 장편소설 `목마른 여자들`(문학동네)이 출간됐다.키리니는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한 필치를 선보이며 소설집 `첫 문장 못 쓰는 남자`(2012)와 `육식 이야기`(2010)로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를 사로잡아왔다.그의 장편`목마른 여자들`은 1970년 페미니즘 혁명으로 탄생한,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여성 제국으로 수십 년 만에 발을 들이게 된 프랑스 지식인들의 여행담으로, 출간한 해에 르노도상, 메디치상, 플로르상 후보에 오를 만큼 문단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남성이 존재마저 위협받는 세계, 여성 독재자가 통치하는 세계에서 실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보고도 외면하는 눈먼 지식인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풍자적이고 익살스럽게 그리며, 오늘날 전 세계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는 집단주의와 분리주의 문제를 맹렬히 꼬집는다.소설은 여성 제국으로 떠난 프랑스 지식인들이 겪는 여행담과 더불어 제국의 평범한 신민이었지만 운좋게 제국의 심층부까지 오르게 된 아스트리트의 일기로 번갈아 서술된다. 정권 지도층의 비밀스러운 실체를 가까이에서 접하고, 그들의 광기를 목격하는 그녀의 일기를 통해 그동안 베일에 감춰져 있던 기상천외한 여성 제국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난다.독재자가 통치하는 제국의 현실은 실로 참혹하기만 하다. 남자들은 그곳에서 생존의 위협마저 느낀다. 임신 단계에서부터 선별되는 남자아이들은 태어나더라도 죽임을 당하거나 공동육아소로 보내지고, 성인이 된 남자들 역시 수용소에 들어가 가차없는 재교육을 받는다. 제국의 최종 목표는 남자 없는 여자들의 세상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7-29

시대 지성 5人의 진짜공부

`공부의 시대`시리즈 5권(창비)은 역사학자, 대법관, 정신과 의사 등 이 시대의 멘토들이 공부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관해 소신을 털어놓은 책이다. 출판사 창비가 계간 `창작과 비평` 50주년을 기념해 올해 초 진행한 특별 강연 `공부의 시대`를 5권의 단행본으로 제작해 펴냈다.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대법관을 지낸 김영란 서강대 석좌교수, 정치인에서 전업 작가로 변신한 유시민씨, 정신과 전문의인 정혜신씨, 진중권 동양대 교수 등 저자들은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부에 대한 철학과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강만길의 `내 인생의 역사 공부`평생을 진보적 민족사학의 발전에 힘써온 원로 역사학자 강만길 교수는 자신이 일평생 걸어온 역사 공부의 길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역사를 공부할 새로운 세대가 지녀야 할 올바른 역사의식을 일깨운다. 일제강점기 소학교에서 낯선 일본사를 배워야 했던 어린 시절과 한국전쟁이라는 고난 속에서도 역사학에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하고 공부에 매진한 젊은 시절의 이야기, 일제 식민사학 극복을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분단시대 역사학`을 제창하며 민족의 평화적 통일이라는 현재적 과제를 위해 애써온 선생의 학문적 역정은 곧 우리의 20세기 굴곡진 현대사를 되돌아보는 일과도 통한다.△김영란의 `책 읽기의 쓸모`대한민국 사법사상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자 `김영란법`으로 많은 사회적 관심과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 김영란 전 대법관은 독서광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오늘의 자신을 만들어온 것이 `쓸모없는 책 읽기`였다고 고백하며 자신의 독서 편력을 통해 책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를 탐문한다. 지식 욕구를 채우거나 어디에 써먹을 수 있는 공부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책에 대한 탐닉은 쓸모있는 공부라고 할 수 없지만, 책을 읽는 것이 그 자체로 자신을 수양하고 나 자신을 찾는 길이었다고 말한다.그는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미친 책들을 하나하나 짚으며 이 `쓸모없는` 독서의 여정을 들려준다.△유시민의 `공감필법`정계 은퇴 후 전업 작가로 돌아와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작가 유시민은 이 시대의 공부는 “스스로 인생을 설계하고 그 인생을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한다며 “수학 점수, 영어 점수를 따는 공부가 아니라 자신을 알고 남을 이해하고 서로 공감하면서 공존하는 인간이 되는 데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부의 의미를 `인간과 사회와 생명과 우주를 이해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는 것`에 두는 그는 독서와 글쓰기를 함께 해나가는 것을 가장 좋은 공부 방법으로 꼽는다. 그리고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책이든 글쓴이와 심리적으로 거리를 두지 말고 글쓴이의 생각과 감정을 텍스트에 담긴 그대로 이해하는 `공감`의 독서임을 강조한다.△정혜신의 `사람 공부`정신의학 전문의로서 오랫동안 진료실이 아닌 거리에서 고문피해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등 사회적 트라우마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해왔고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로 안산에서 치유공간 `이웃`을 만들어 유가족을 치유하고 있는 정혜신 박사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떠한 이론이나 지식도 결국 `사람`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사실을 일깨운다. “`사람`이 될수록 탁월한 치유자는 절로 된다”고 말하며 사람의 마음에 대한 공부의 중심은 어떤 경우에도 지식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어야 함을 역설하는 귀중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다.△진중권의 `테크노 인문학의 구상`미학자 진중권은 과학기술 및 미디어의 발전과 더불어 인문학이 위기를 맞이한 오늘날 인문학 공부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준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 새로이 제기되는 인문학적 물음에 대답할 새로운 인문학의 구상을 제안한다. 이는 곧 인문학적 주제에 미디어의 관점을 접목하는 것으로서, 그는 미디어 이론에 기초해 디지털의 존재론을 `파타피직스`의 개념으로, 디지털의 인간학을 `호모 루덴스`의 부활로, 디지털의 사회론을`노동이 유희가 되는 사회`라는 키워드로 풀어낸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7-22

인류 문명을 움직인 거대한 수레바퀴는?

지금으로부터 약 20만년 전, 한 아프리카 대륙에서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했다. 1만 년 전 인류는 자연을 다스리며 농사를 짓기 시작했으며, 그로부터 4천년 후에 비로소 도시가 건설되고 최초의 문명이 시작됐다. 인류 문명은 찬란한 흥망과 엄혹한 쇠락을 거듭하면서 발전해왔다. 문명의 역사는 찬란한 문화와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더불어 광기와 폭력의 역사를 기록했다. 인류 문명이라는 거대한 수레바퀴 안에서 역사를 추동시키고 지탱해간 그 핵심 동력은 무엇일까. 스코틀랜드 출신의 사회주의 역사학자 윌리 톰슨은 `노동, 성, 권력`(문학사상사)에서 인류 문명의 흥망성쇠가 노동, 성 그리고 권력이라는 완전한 구조 안에서 발전한 것이며, 이 세 가지 핵심 동력은`역사의 씨줄과 날줄`에서 상호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주장한다. 톰슨은 역사를 관념이 아닌 물질에서 찾는 유물사관의 입장에서 인류 문명의 발전과 쇠락의 역사를 철저히 분석하고 파악한다. 인류 문명의 진화과정을 담고 있는 톰슨의 주장은 논증이 불가능한 가설을 배제하고 역사의 원인과 결과를 객관적이고 적확하게 밝혀내고 있다.△`노동`의 탄생 그리고 문명의 발전톰슨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노동이 어떻게 탄생했고 발전했는지 분석한다. 톰슨의 관점에서 노동은 역사를 통해 탄생된 산물이며 사회와 필연적 관계를 맺고 있다. 톰슨은 노동의 변모 과정을 살펴보며 사회의 발전과 그 성격을 파악한다. 19만년 가까운 세월 동안 수렵과 목축 노동을 하던 인류는 기술 발전과 함께 문명의 창조와 그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지난 200여 년 동안의 급격한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노동의 모습과 문명을 만들어냈으며 인류 역사의 거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인류의 역사는 노동을 하는 자와 그 노동력을 착취하는 자들의 대립으로 요약할 수 있다. 더 많이 가져가려는 자와 자기 것을 지키려는 자들의 투쟁이 사회 문명의 발전을 불러일으켰으며, 계급과 집단의 형성과 함께 폭력과 학살이 발생하게 됐다는 것이다.△`성`과 차별 그리고 사회적 억압과 폭력톰슨은`성`을 권력과 차별의 역사로 규정하고 먼저 그 생물학적 진화 과정에 대해 살펴본다. 아울러 성의 생식과 종의 문제가 어떻게 인류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관련지어 왔는지 주목한다. 톰슨은 사회적 구조 안에서 다뤄진`성`과 그 차별의 양상들을 꼼꼼히 기록하고 분석하는데 생물학적 측면에서 불리했던 여성의 지위와 역할이 어떻게 종속적인 존재로 규정되었고 차별의 모습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설명한다. 나아가 톰슨은 성과 권력, 성과 종교 등을 통해 성 역할에서 비롯된 차별과 폭력의 역사를 밝혀낸다.△`권력`과 계급 그리고 불안한 미래톰슨은 권력관계, 즉 계급의 차이에서 발생되는 행위와 폭력이 어떻게 작용하며 문화와 문명을 발전시켜왔는지 주목한다. 집단과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발생되는 권력관계가 진보하는 역사의 원동력으로 또는 폭력과 광기의 역사로 빚어지게 되었는지 분석하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어떤 집단에서든 `권력관계`는 반드시 발생하고 유지되는 역사의 필연적 요소다. 또한 역사의 발전 과정에서 빚어진 현대 사회의 모순들을 지적한다. 노예제와 임금 노동, 진보된 기술에 의한 대량 살상 무기의 개발과 같은 역사적 발전이나 진보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빚어진 불안한 미래에 대한 진단을 빼놓지 않는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7-22

현실정치에서 부딪치는 위기 그 해법 찾기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현대까지 정치철학자 45명의 사상을 다룬 `정치 철학`1·2(민음사)가 출간됐다.저자 정치철학자 곽준혁 중국 중산대 교수는 중국이 특히 철학 분야에서 국가중점대학으로 육성하고 있는 중산대학교에서 외국인 교수 가운데 유일한 동양인이며, 세계적 학술 출판사인 영국 루틀리지 출판사에서 동아시아 정치철학 책임편집자로도 동양인으로서는 최초의 학자다.정치철학자로서 지난 20여 년간`갈등 조정 메커니즘`과 `정치적 리더십`을 고민해 온 저자가 이번에는 현실정치에서 맞닥뜨리는 위기들의 해법을 고민하기 위해`정치사상사`의 형식을 빌려 그 근원들을 찾아 나선다. 이탈리아를 직접 찾아가기도 하고 고대 그리스와 라틴어 텍스트와 같은 1차 자료를 직접 찾아 정치사상사를 설계했다. 또한 챕터마다 현실에서 절실한 질문들로 시작해 정치철학이 이데아에 갇힌 학문이 아니라 우리 삶에 꼭 필요한 학문임을 입증하고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정치철학 다시보기`의 논점들을 확대해 2권으로 묶어낸 이번 책을 통해 정치철학에 대한 이해를 높여 한국 사회의 문제를 푸는 대화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정치와 도덕은 화해할 수 있나, 지배 없는 권력은 가능한가 등 10가지의 주제를 씨줄로 놓고 45명의 사상가들을 날줄로 엮어 나간다. 고대 그리스는 소포클레스에서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고대 로마는 키케로에서 타키투스까지, 중세는 아우구스티누스에서 단테까지, 르네상스는 마키아벨리에서 루터까지, 근대는 보댕에서 니체까지, 그리고 현대 학자로는 토마 피케티와 조르주 아감벤 등을 소개한다.궁극적으로 이 책은 공화주의자가 공화가 아니라 자유에 주목하고, 민족주의자가 영광이 아니라 공존을 열망하고, 급진주의자가 혁명이 아니라 절차에서 해답을 찾고, 자유주의자가 경쟁이 아니라 재분배를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 주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또한 갈등은 필요할 뿐만 아니라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대립되고 상충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대결이 폭력적 대치로 귀결되지는 방법을 고민하는 관찰자의 신중함을 제공해 주길 원한다. 만약 이 모두가 우리의 인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진지하게 경험될 수 있다면, 새로운 제도를 가능하게 만들 정치적 상상력이 편견과 현실이라는 장벽을 넘어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정치철학의 생명력은 삶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세상을 바꾸는 것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비록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이 폭력과 사회공학으로 전락한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정치철학의 존재 이유는 `교조적 이념의 재생산`을 피해 `가능한 최선의 실현`임을 부인하기 힘들다. 같은 맥락에서 정치철학의 올바른 역할은 명백히 비이상적인 현실에서 정치적 이상을 실현할 방도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발견된다. 정치철학자의 비판적 사고는 자유와 평등을 비롯한 정치적 가치를 설득하려는 노력과 어떤 형태의 자의적 정치권력에도 굴하지 않고 진리를 이야기하려는 태도에서 빛을 발한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7-22

정면은 전부가 아니다 반드시 존재하는 이면

2005년`실천문학`신인상으로 등단한 김선향 시인이 12년 만에 첫 시집`여자의 정면`(실천문학)을 펴냈다. 시인의 첫 시집은 `여성의 시에서는 현실인식이 부족하다`는 세간의 편견을 훌쩍 뛰어 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시가 다뤄왔던 현실의 영역이 누구의 세계였는가를 되묻고 있다. 한나 아렌트를 연상시키는 그녀의 여성적 주체의식은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얼굴을`아무나`가 아닌 구체적인 실존을 거느린 상황 속의 얼굴로 되살려낸다.여성 정체성 범주에 문학을 얽매이지 않고 여성과 남성이 함께 유대를 이룰 수 있는 풍요로운 교감의 세계를 창조하면서도 여성의 근본적 존재 조건으로서의 신체에 대한, 그 근본적인 고통으로 점철된 사색 속에서 시인 자신의 삶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그 근시안적 관심에 갇히지 않고 보통명사로서의 여성의 삶과 현실과 고난과 사랑에 대해 새로운 삶의 단계를 노래하고 있다.일일이 나열하지 않더라도 우리 문학사에는 중요한 여성 시인들이 있었다. 시인은 최승자, 김혜순으로 대표되는 여성시의 계보를 따르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자리를 확보한다. 문학평론가 방민호는 “고통스러운 신체를 예술로, 절망을 연꽃으로 승화시킨 프리다 칼로의 그림들”이 떠오른다고 평한다. 그만큼 시인의 시는 문제적이며 일상 속에 내재된 고통을 드러내는데 거침이 없다.“너도 똑같아, 반쪽만 보여주는 것들!화가 정수리까지 치민 나는 과도로 물고기 배를 갈라양변기에 패대기치고는물을 쏴아, 내려버렸지 그런데 글쎄빨려 들어가는 구피 눈동자에 그녀의 정면이 박혀있었던 것 같아허겁지겁 손을 양변기 속으로 집어넣고야 말았는데그녀의 정면은 정말 무엇이었을까”―`그녀의 정면`부분`내`가 끝내 알 수 없는 이면은 언제나 존재한다. “반쪽만 보여주는 것들”이 기만적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어쩔 수 없다. 웃음의 이면에는 슬픔이, 사랑의 이면에는 증오가 있는 것처럼, 오히려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아는 게 중요하다. 시인은 자신의 정면을 보여준다거나 다른 이의 정면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정면은 정말 무엇이었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을 사물이나 일상 속에서 현실의 비밀을 찾는다. 이를테면, 집 밖으로 `떠돈다`고 여겨지나 실상은 매 순간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숱한 여성들을 한 명씩 꼽아보고(`여자들`),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친구의 안부를 살피며(`소금 호수`),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중년 남자에게 어린 여인의 “후드득, 떨어지는 눈물”을 포착하고(`손등`), 수술한 남편 대신에 혼자서 생선 장사를 하는 “프엉 씨”의 “발개진 얼굴”에서 “하노이의 오월을 붉게 물들이는 꽃”(`붉은 꽃, 흰 꽃`)의 기운을 발견한다. 독자는 시인의 시를 통해 독자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소외시키기 일쑤인 우리 현실을 새삼스레 바라보게 된다.▲ 김선향 시인시인은 시라는 `외줄`에 끈질기게 매달린다. 시인에게 시를 쓰는 일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에 버금가는 일”이다. “오랜 인후염으로 목소리는 갇혀버렸고 결막의 혈관이 터져 한쪽 눈엔 피가 그득 고여 있고 아이들은 울며 매달리다가 마침내 깨물기까지”하는 상황에서 시인은`시`를 포기하지 않는다. 외면하지 않는다, 가난한 자들을, 소외된 자들을, 슬픈 자들, 그 속에서 분명하고도 입체적으로 “여자의 정면”이 드러난다.이 시집은 한국 페미니즘 문학의 또 다른 가능성을 집요하게 묻는다. 시인은 시가 무엇이어야 하느냐는 당위를 따라나서지 않고 시가 무엇일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묻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김선향 시인은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충남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수원시다문화센터에서 여성결혼이민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사월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7-15

`더욱 지독한 혼자만의 세계` 무인도

지도에서 찾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작디작은 섬들, 무인도. 한 번도 가본 적 없으니 말로만 들어서는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인기리에 방영중인, 정글을 찾아들어가 며칠 밤을 보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얼핏 추측만 해볼 수 있을 뿐. 그러나 단언컨대, 무인도에 간다는 것은 `여행`이 아니다. `생존`이다. 별다른 도구 없이 날아가는 새를 잡아 목을 비틀고, 바닷속을 유영하는 물고기를 꺼내 손질해 먹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곳. 이 섬에 데려다준 뱃사람이 다시 나를 데리러 오지 않으면 도저히 뭍으로 나갈 방법이 없는 곳. 사방이 바다지만 마실 물이 없어 목말라 죽을 수도 있는 곳. 그야말로 냉혹한 `생존`의 장소다.산문집`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달)의 작가 윤승철은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히 대원들을 모아 무인도에 들어가기를 벌써 몇 해째 계속해오고 있다. 함께도 가지만 혼자도 간다. 아직 서른이 채 안 된 나이에,대한민국 실크로드 탐험대 청년탐사대장으로 실크로드의 3대 간선을 모두 횡단했고, 히말라야에 올랐으며, 세계 최연소로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그의 도전정신은 아마 태어날 때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었을까. 살면서 체득했다기보다는 애초부터 몸에 새겨진 유전자 같다.`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에는 그가 무수히 다녔던 무인도 중에서 해외 3곳, 국내 3곳, 총 6곳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미크로네시아의 온낭, 뉴칼레도니아의 쁘띠 테니아, 팔라완의 해적섬, 그리고 우리나라 경남 통영의 가왕도, 인천시 옹진의 사승봉도, 전남 완도의 지초도가 바로 그곳이다.사람이란 본디 육지에서도 철저히 홀로 존재하지만 무인도에 입성하는 순간 더욱 지독하게 혼자가 된다. 그것이 윤승철 작가가 무인도를 찾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동시에 무인도를 벗어나 다시 돌아오고자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과연 책에서 저자가 무인도에 갈 때 당신에게 꼭 가지고 가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7-15

100% 타인일때 열리는 이해의 가능성

2013년`작가세계`신인상에 중편소설 `쇼코의 미소`가 당선돼 등단, 그 작품으로 다음해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인상으로 다가갔던 최은영 작가의 첫 소설집`쇼코의 미소`(문학동네)가 출간됐다.표제작 `쇼코의 미소`는 서로 다른 국적과 언어를 가진 두 인물이 만나 성장의 문턱을 통과해가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쇼코의 미소`는 저마다의 날카로운 감식안을 지닌 소설가와 평론가들로부터 공통의 감상을 이끌어냈다. 별다른 기교 없이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그 정통적인 방식을 통해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에`쇼코의 미소`가 지닌 특별함이 담겨 있다.서로 다른 국적과 언어를 가진 두 인물이 만나 성장의 문턱을 통과해가는 과정을 그려낸 표제작`쇼코의 미소`는 전혀 짐작할 수 없는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 물음에 정직하게 마주한 최은영의 질문으로도 읽힌다.지방 소읍의 고등학교 일학년생 소유는 교환학생 자격으로 오게 된 일본인 쇼코와 처음 만나게 된 순간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쇼코는 정말 우스워서 웃는 게 아니라, 공감을 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게 아니라, 그냥 상대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그런 포즈를 취하는 것 같”다고. 실제 어떤 마음 상태로 쇼코가 웃었는지와는 상관없이, 알 수 없는 이질감 탓에 소유는 쇼코의 미소에 묘한 거리감을 느끼는 것이다.오해를 거쳐 서로에 대한 이해를 향해 소설이 진행돼 갈 때, 우리는 산뜻한 뒷맛을 남기며 이야기가 마무리되길 기대하게 된다. 어떤 상큼한 미소와 함께 이야기가 끝나기를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마지막에 마주하게 되는 것은 “쇼코는 그 예의바른 웃음으로 나를 쳐다봤다. 마음이, 어린 시절 쇼코의 미소를 보았을 때처럼 서늘해졌다”라는 문장이다. 기나긴 시간을 돌아 간신히 서로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게 됐다고 생각했을 때 목도하게 되는 이 서늘함. 바로 여기에 타인을 대하는 최은영의 태도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했을 때 타인에 대한 이해가 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자신과는 전혀 다른 타인이라는 사실을 직시했을 때,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100퍼센트의 타인으로 마주서 있을 때, 그 순간 이해의 가능성도 열린다는 것을 말이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7-15

몸과 마음의 통합 에너지 순환 `차크라 명상법`으로 활력 찾기

우리 몸의 에너지 중심점인 차크라 에너지를 알아차리고 누구나 손쉽게 계발할 수 있게 이끌어 주는 `차크라의 힘`(판미동)이 출간됐다.바퀴라는 뜻을 가진 차크라는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주요 에너지 센터다. 척주를 따라 늘어선 일곱 가지 차크라 중 어디에서라도 에너지 균형이 깨지거나 막히면, 육체적 심리적 건강을 잃게 될 뿐만 아니라 대인관계나 금전적인 부분 등에서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세계적인 요가지도자로서 전작인`호흡의 힘`에서 가슴을 반만 열고 얕은 호흡을 하는 현대인들을 위해 정통 요가의 호흡법을 가르쳐 주기도 했던 저자 스와미 사라다난다는 이 책에서 전체적인 생기 에너지를 정돈한 후 구체적으로 각 에너지 센터에 집중하는 방법으로서 요가와 명상법을 제시한다.차크라 에너지를 강화하고 균형을 잡는 데 특히 효과적인 호흡법과 요가 자세들은 물론이고, 오감을 활용한 명상, 감정 다스리기, 함께하면 좋은 음식과 보석 등 다양한 방식들은 차크라 에너지를 일깨우도록 도와줄 것이다. 이해를 돕는 다양한 그림과 컬러풀한 사진,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명상법으로 차크라를 정화하고 인도철학의 핵심을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다. 부록에는 각 차크라를 상징하는 아름다운 그림을 카드 형식으로 수록해, 일상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차크라:힌두교·탄트라 불교의 개념으로 인간신체의 여러 곳에 있는 정신적 힘의 중심점 가운데 하나.

2016-07-08

매순간의 死線…긴박한 생과 사의 넘나듦

긴박한 죽음을 마주하는 응급의학과 의사는 매순간 “선택”에 직면하고, 수없이 많은 “만약”이 가슴을 옥죈다. 순간 다른 처치를 했다면, 감압이 성공했다면, 지병만 없었더라면, 수술방만 있었더라면, 조금만 늦게 출혈이 진행됐다면, 곁을 지키던 나를 봐서 환자가 좀더 버텨주었다면.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에 최악을 피할 수 있었던 일들…. `글 쓰는 의사`로 유명한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33)씨가 그간의 글을 모은 책 `만약은 없다`(문학동네)는 그런 만약의 순간에 대한`글쓰는 의사`의 기록이다. 페이스북에 썼던 글을 손보거나 새로 쓴 에세이 38편이 실렸다. 마지막 순간 그의 손을 잡고 생의 길로 돌아왔거나 죽음의 경계를 넘어간 사람들, 그리고 의사로서 마주한 다양한 삶의 아이러니와 유머가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처럼 숨결 하나하나까지 생생하게 묘사해낸 글들은 `기록의 경이를 넘어서 우리 시대의 중요한 인간극장`이다.24시간 불을 밝히는 응급실. 수만 명의 환자와, 수천 명의 자살자와, 수백 구의 시신을 만나는 일이 일상인 이곳. 한때 죽으려고 했으나 곧 죽음에 맞서 제 손으로 죽음을 받아내기도 놓치기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응급의학과를 평생의 길로 선택한 한 의사가 있다.그는 하루 한 편, 혹은 일주일에 두세 편씩 마치 독백하듯 응급실에서 있었던 일을 페이스북에 써내려갔다. 죽음의 경계를 넘어간 이들의 이야기와 생사의 길목에서 생의 끈을 놓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한 편의 희극과도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그의 페이스북을 방문하는 이들은 그가 써내려간 긴 글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책은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1부는 응급실의 이야기가 집중적으로 다뤄진다. 응급실은 복통이나 열상과 같은 가벼운 증상으로 찾기도 하지만, 긴박한 일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곳이다. 그만큼 의사와 환자의 대화는 긴장감이 넘치고, 상황에 대한 묘사는 피를 솟구치게 하고 울음을 쏟게 만들며, 때로는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숨을 멈추게 한다. 그것이 응급실이라는 곳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겪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더더욱, 고통을 마주하는 고통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한다.죽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한 50대의 남성(`죽고자 하는 열망`), 1개월 시한부를 앞둔 담도암 말기 환자의 교통사고(`죽음에 관하여`36쪽)처럼 우연이라기엔 잔인한 죽음의 진실을 비롯해 의사에게 메스가 지닌 의미(`질문에 대한 답은 없다`)와 소방대 구급대원이나 응급상황관리사의 상담을 수치로 평가하는 일(`인간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일`)에 이르기까지 1부는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겪은 죽음의 편린들이 눈에 보이듯 그려진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씨2부는 알지 못하는 세계는 의사로서 직업적으로 겪은 흥미로운 이야기부터 응급실에서 만난 재미난 사건들까지 유머와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글들로 구성돼 있다. 모텔 가운을 입고 나타난 성기골절 환자(`어떤 골절`),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50대 여성(`이불이 배가 아프다고 주장해요`), 2010년 월드컵 당시 응급실의 분위기(`월드컵 16강`)와 군부대 진료실의 이야기(`기묘한 진료실`) 등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응급실이란 곳이 희로애락이 담긴 인간 세상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7-08

이동기 교수 `퇴계의 인성교육` 우수도서에

▲ 이동기 영남대 교수 이동기 영남대 교수(교양학부)의 저서 `퇴계의 인성교육(영남대학교출판부)`이 2016년 문화관광부 세종도서(우수도서)에 선정됐다. `퇴계의 인성교육`은 퇴계의 삶에 대한 탐구를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인성교육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해법을 고민한 성과물이다. 퇴계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떻게 학문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그가 평생 동안 추구했던 앎과 삶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술하고 있다.이 교수는 퇴계가 인성교육에서 중점적으로 강조했던 구인성성(求仁成聖) 지경공부(持敬工夫) 지행병진(知行竝進)의 원리가 무엇인지 심도 있게 다뤘다.이를 바탕으로 인성교육을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에서 어떻게 적용했고 실천했는지 다각도로 찾아보고 있다.나아가 퇴계의 교육철학에는 무엇이 담겨있으며, 어떻게 후대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각종 사례를 통해 밝히고 있다.이동기 교수는 “퇴계를 성인이나 학자로서가 아니라 `생활인으로서의 퇴계`로 드러내어 일상인으로서의 삶을 인성교육적인 측면에서 오늘날 접목시킬 수 없는지를 모색했다”며 “`퇴계선생연보`와`퇴계선생언행록`의 옛 기록들을 바탕으로 그가 삶속에서 인성교육을 어떻게 실천했는지 살펴보고 퇴계의 사상과 삶이 어떻게 이해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7-08

`詩` 너를 향한 한없는 설렘

지금껏 13권의 시집과 1권의 시선집을 출간하고 24년간 제27회 만해문학상, 제6회 백석문학상, 제4회 지훈문학상 수상자로 새로운 시와 시인의 발굴에 힘써온 이시영 시인의 `시 읽기의 즐거움―나의 한국 현대시 읽기`(창비)가 출간됐다.1996년 무렵부터 2015년에 이르기까지 긴 시차를 두고 쓰인 글들을 묶어낸 이 책은 1995년에 펴낸 산문집`곧 수풀은 베어지리라`이래 21년 만에 펴내는 시 산문집이다.오랜 시간 시를 써오고 또 읽어온 그이지만 시에 대한 애정을 산문으로 적은 것은 지극히 드물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맹렬한 독서인, 예리한 판단력으로 정확한 비판에 주저하지 않는 드문 문인-편집자로 이름을 날린 이시영 시인은 시에 대해서만은 한없는 설렘과 순정을 간직하고 있다. `시 읽기의 즐거움―나의 한국 현대시 읽기`는 긴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선후배 시인들의 시를 읽고 벗해온 시인이 진솔하고 다정하게 써내려간 시와 사람에 대한 사랑의 기록이다.1부는 시인이 열과 성을 다해 배우고 즐겨온 선배 세대의 시를 깊이 읽어낸 글들이 주류를 이룬다. 멀리는 백석에서 청록파의 박목월 조지훈을 거쳐 신경림 고은 김지하 김수영 김종삼까지 시인과 함께 따라 읽다보면 시를 즐기는 다채로운 방식을 자연스레 익히게 된다.2부는 200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 `금요일의 문학이야기`에서 청중과 함께 읽은 시집들이 주를 이룬다. 장철문 안도현 나희덕 박형준 김행숙 등 모두 독자의 사랑을 받는 시인들의 신작시집 가운데 한두편을 골라 어떤 면이 놀라운지, 그 시가 왜 좋다고 생각하는지를 친절하게 풀어주고 있다. 때로는 리듬에, 때로는 시어에, 때로는 풍경과 대상을 구현하는 상상력에 감응하면서,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이해하고 분석하기보다 그저 “감각하면서” 기뻐하는 모습에서 시인이 생각하는`좋은 시`를 그려볼 수 있다.3부에는 또한 1970, 80년대의 격동기 한국문학운동에 앞장서 참여해온 문인-편집자의 한 사람으로서 증언하는 험난한 여정, 그 시절을 함께 견뎌온 선후배·동료 문인들에 대한 정겨운 뒷얘기를 적은 글들이 쏠쏠한 재미를 준다. 24년간 남의 시를 가려 읽고 선택해야 하는 `창비시선` 편집자로서 지녔던 고뇌와 자부심, 고교 은사의 시를 돌려드려야 했던 곤혹, 김지하 시집과 관련해 군부독재 시절 겪은 수난의 역사가 오롯하다.이처럼 문단사의 산 증인이자 누구보다 냉철한 판단력의 소유자로서 시인은 2015년 한국문학판을 뒤흔든 표절 논란과 그로 인해 촉발된 문학권력 논쟁의 와중에서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진지한 예술가는 늘 비주류`외 4편의 글은 극단적 비난과 비현실적 쇄신안이 난무하던 가운데 객관적 시선과 독보적인 균형감각으로 표절에 대한 분명한 입장과 함께 진정한 문학의 쇄신이 무엇인지 성찰하는 글들이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7-08

`폼페이`의 화려하지 않은 일상

신간 `폼페이, 사라진 로마 도시의 화려한 일상`(글항아리)은 전문적인 역사서이자 실용적인 안내서이며 역사 속에 생명이 깃든 생생한 이야기다. 저자 메리 비어드는 그리스 로마의 언어와 문학, 역사를 연구하는 고전학자다. 남성 위주의 학문이었던 고전학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비어드의 장점은 무엇보다 학문적인 전문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전문가가 아니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편안한 글, 독자를 배려한 글을 쓴다는 점이다.2008년 울프슨 역사상을 수상한`폼페이, 사라진 로마 도시의 화려한 일상`도 독자를 배려하는 글쓰기 기조에서 예외는 아니다. 더구나`화려하지 않은 일상적인 것을 다루는 방향`을 지향했던 비어드답게 폼페이 사람들의 일상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더 편안하게 다가온다.서기 79년 베수비우스 화산 폭발로 한순간에 사라졌던 이탈리아 고대 도시 폼페이 도로에도 마차가 달리는 일방통행로가 있었다는 이야기, 부촌과 달동네 구분 없이 대갓집과 서민 주택이 뒤섞여 있었다는 이야기, 실내장식 취향, 빵집 주인, 금융업자, 가룸 제조업자 등의 먹고사는 이야기, 로마 하면 떠오르는 음식, 포도주, 목욕, 오락, 게임 이야기 등.때로는 지금 우리와 비슷해서 공감이 가고, 때로는 많이 달라서 신기한 고대인의 일상이 생생하게 펼쳐진다./윤희정기자

2016-07-01

잠든 자에겐 반드시 꿈이 찾아온다 `꿈의 뿌리`

신간 `꿈 이야기`(민음사)는 아르헨티나의 대문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가 들려주는 꿈과 상상동물에 관한 이야기다.도서관 사서로 오랫동안 일하고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관장을 지내기도 한 보르헤스는 방대한 독서량과 그를 바탕으로 한 폭넓은 저작으로 `20세기의 도서관`으로 불린다.그는 자신이 읽은 수많은 책에서 만난 이야기를 뽑아 하나의 주제로 묶는 작업을 즐겼는데, 특히 인간의 꿈에 큰 관심을 가진 그는 `꿈 이야기` 서문에서 “조지프 애디슨은 잠이 든 인간의 영혼은 육체를 벗어나 극장이자 배우이며 동시에 관객으로서 자유를 누린다고 말했다. 나는 여기에 한 가지 더, 즉 잠을 자는 동안 인간은 우화 작가의 역할을 한다는 말도 덧붙이고 싶다”고 했다.이 책에는 수메르 신화에서부터 창세기, 북유럽 전승 설화, 중국의 `홍루몽`까지 꿈에 관한 이야기들이 망라됐다.세상에 잠을 자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잠든 자에게는 반드시 꿈이 찾아온다. 불면에 시달리는 예민한 자아가 만나는 강렬한 악몽이든, 숙면의 끝에 찾아오는 행복하고 푸근한 꿈이든, 깜빡 잠든 한낮에 본 의미심장한 백일몽이든 인간은 누구나 꿈을 꾸고 그 꿈의 일부는 뇌리 깊숙이 영상으로 각인된다.현실을 뒤바꾸는 허구와 허구 속에 잠재한 현실을 묘사하며 20세기 문학의 새로운 명제를 예지한 세계적 거장 보르헤스는 인류가 공유한 원형에 내재된 꿈의 역사를 펼쳐 보이며 그 연원을 되짚어 올라간다. 그가 바라보는 꿈이란 바로 다른 삶이자 우리 인생을 구성하는 중요한 조각보의 일부이다.이 작품은 동서양의 고전에서부터 중세적 상상, 종교적 상징에서부터 현대의 악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꿈의 지도를 누비며 인간에게 꿈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돌아보게 해 준다. 영생을 바로 눈앞에 두고 허망하게 모든 것을 잃어버린 길가메시의 좌절, 꿈의 사람 요셉을 성공으로 이끌어 낸 신의 계시, 카프리 섬에서 만년의 카이사르를 사로잡은 미망의 꿈, 자신의 죽음을 직시한 공자의 환상, 꿈에 대한 작가 자신의 상념에 이르기까지…./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7-01

“묻혀 있는 좋은 시 발굴에 최선 다할 것”

“좋은 시를 쓰는 시인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 놓겠다, 외롭게 좋은 시를 쓰고도 빛을 못 본 시인들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 시 전문 계간지 `시인시대`가 창간됐다.`시인시대`는 울릉도 출신 의사로 기부천사이자 시인 겸 수필가로 활동하는 박언휘 박언휘종합내과 원장이 발간을 추진해온 문학잡지 2016년 여름 창간호다. 계절마다 연 4회 발간된다.창간을 주도한 박언휘 원장은 “문예지는 많이 나온다. 특히 시 전문지는 더 많다. 하지만 시 전문 계간지는 아직 부족하다. 특히 시의 도시라는 대구는 예나 지금도 많은 시인을 배출했고 활동하고 있다. 제대로 된 시 전문 문예지가 없다는 아쉬움으로 창간하게 됐다”고 말했다,박 원장은 “나는 의료인이면서 시를 사랑하고 시를 쓰는 시인이다. 시인으로서 시를 쓰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다. 시를 쓰는 일 외에 지역 시단 발전에 작은 역할을 할 수 없을까를 고민을 해 왔고 그 결과가 `시인시대`를 창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시인시대` 창간호는 내실 있는 여러 콘텐츠로 꾸몄다. 도광의 시인을 비롯한 시인 28인의 신작 시를 담았다. 기획 특집`시, 소통을 말하다`에서는 이건청, 송종규, 류인서, 장옥관, 송재학 시인이 직접 고른 시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첫 회에서는 정호승 시인이 직접 고른 시들을 소개하고 정 시인의 작품론을 게재한다. 문학평론가 문혜원 교수는 `시인 깊이 읽기`를 연재한다.시 전문 월간지 `현대시학` 주간을 맡아 현대시학을 한국 대표 시 문예지로 성장시킨 정진규 시인은`자전 시력 60년`을 연재하고 한국 현대 시사를 엮어나갈 계획이다. 박찬일 시인은 철학 에세이를 수록했다.울릉/김두한기자kimdh@kbmaeil.com

2016-07-01

인간존재에 대한 `평행우주`의 이론적 근거

2009년 소설집`인형의 마을`(2008)로 제12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한 직후부터 깊디깊은 침묵과 수련의 시간을 걸어온 작가 박상우가 8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비밀 문장`(문학과지성사)을 펴냈다. 이 작품은 한 소설가의 영혼을 끝 간 데까지 밀어붙여, 실재 너머-의식 너머의 세계를 한국문학에 끌어온 기념비적 소설이라 할 만하다. “강렬하게 원하는 것은 언젠가 자살의 근거가 된다”는 소설의 첫 문장은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유전자에 이식된 수정 불가능한 프로그램”(12쪽)처럼 오로지 `소설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 살아온 스물아홉 살 문필우. 하지만 그는`등단`이라는 제도적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채로 서른을 몇 달 앞둔 시점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로 마음먹는다. 이 소설은 그가 스물아홉에서 서른을 향해 가던 한 시기, 인생의 항로를 뒤바꿔놓은 결정적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그는, “생로병사의 틀 안에서 인간이 저마다 다른 스토리로 전개되는 것처럼 우주만물을 구성하는 입자 단위도 모두 스토리를 지닌”(322쪽)다고 보았다. 이 말은 곧, 자그마한 한 알의 사과 씨앗 속에 온 우주의 바람과 햇볕과 인간의 땀이 들어 있듯, 인간 역시 타인과 나뉘어서는 설명될 수 없는 존재임을 의미한다. 작가가 간절하게 알고자 갈구한 모든 것들은, 결국 타인과 나누기 위해서였던 것이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7-01

모든 인간고난에 대한 단하나의 열쇠는 사랑

`사랑의 기술`, `자유로부터의 도피`, `소유냐 존재냐` 등의 저서로 널리 알려진 20세기 사회심리학의 거장 에리히 프롬(1900~1980년)의 평전 `에리히 프롬 평전 - 사랑의 예언자 프롬의 생애`(글항아리)가 출간됐다.에리히 프롬은 독일 출신의 유태인으로 나치즘이 대두하자 1933년 미국으로 망명해 활동했다. 1차 세계대전과 나치즘의 광기어린 집단 히스테리를 목격한 그는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라는 의문 속에서 청년기에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칼 마르크스의 영향을 받으며 현대인의 불안과 자유의 의미에 대해 연구했다. 특히 대중이 파시즘의 선풍에 빠져 들어가는 것을 목격하고 `근대인에게서의 자유의 의미`를 탐구했다. 사회심리학의 개척자로서 현대 사회와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을 드러내는 뛰어난 저작들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작가인 동시에, 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가이자 철학자이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혼란한 사회에서 큰 힘을 발휘한 정치활동가이기도 했다. 정신분석학자였던 그는 젊은 시절 비판이론을 발전시킨 프랑크푸르트학파에 몸담기도 했으나 퇴출당했고, 학▲ 에리히 프롬자로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프롬은 인간의 폭력성과 군중의 소외, 잔혹한 국수주의에 대해 강연하고, 건전하고 올바른 사회상에 대한 생각을 글로 쓰면서 대중적 지식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특히 주목한 가치는 `자유`와 `사랑`이었다.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고 인간의 내면에 있는 사랑을 발현하는 것만이 인간다운 세상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봤다. 평전은 프롬이 숨을 거둔 뒤 여러 언론이 부고 기사에서 인용한 그의 말로 끝을 맺는다.“인간 실존의 모든 고난에 단 하나의 만족할 만한 해답은 바로 사랑이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7-01

“꿈을 어루만지는 기상천외한 상상자극”

리엄 니슨 주연 영화 `언노운`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 데뷔 이래 서른 편이 넘는 소설을 발표해온 그는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각본과 각색 작업을 통해 대중적인 필력을 널리 인정받은 작가다. `언노운`외에도 여러 작품이 해외 유명 감독들에 의해 영화화 됐으며, 그는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의 각색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또한 그는 대중성뿐만 아니라 프랑스 이민정책 문제를 풍자적으로 그린 소설 `편도 승차권`으로 세계적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한, 평단으로부터 문학성도 인정받은 작가이기도 하다. `빛의 집`(문학동네)은 초현실주의 화가 그네 마그리트의 명화 속으로 들어간 인물의 특별한 모험을 그린, 반 코뵐라르트의 기발한 상상이 빛나는 작품이다. 주인공 화자는 마그리트의 그림 `빛의 제국`속 주황색 불빛이 켜진 집 안에서 마그리트의 옛 애인을 만나고,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화가의 그림 한 점을 발견하며, 헤어진 여자친구와 재회해 꿈같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의 그가 겪은 것은 사 분 삼십 초 동안의 사망 상태! 그는 현실보다 더 매력적인 그림 속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아마존 주술사를 만나고, 뇌 과학 연구소를 찾아가 임사체험을 경험하는 등 초현실적인 모험을 이어간다. 작가는 따뜻한 감성, 유머, 판타지, 풍자를 뒤섞어 평범한 한 인물이 예술 작품을 통해 자신의 삶의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르 피가로는 `빛의 집`에 대해 “현실의 경계에 위치한 형이상학적 보드빌. 기묘하면서도 치밀한 자료를 토대로 한, 재기 발랄한 소설”이라고 평했고 노트르 탕은 “작가는 따뜻한 감성, 유머, 판타지, 풍자를 적절히 뒤섞어 우리의 꿈을 어루만지고, 기상천외한 상상을 자극한다”고 평가했다.디디에 반 코뵐라르트는 1960년 프랑스 니스에서 태어났으며 1982년 첫 소설`스무 살과 사소한 것들`로 델 뒤카 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고, `사랑의 물고기`와`유령의 바캉스`로 각각 로제 니미에 상과 구텐베르크 상을 받았다. 1994년, 불법 이민자와 외무부 강제송환 담당자의 이야기를 통해 이민 문제를 풍자적으로 그린 `편도 승차권`으로 공쿠르상을 수상하며 프랑스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다. 소설 외에도 마르셀 에메의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를 뮤지컬로 각색해 1997년 몰리에르 상 최우수 뮤지컬 부문을 수상했으며, 아카데미 프랑세즈 희곡 대상을 수상한`천문학자`등 여러 편의 희곡과 영화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리엄 니슨 주연의 영화`언노운`등 여러 편의 소설이 영화화 됐다. 그 밖의 작품으로`언노운` `어느 나무의 일기` `금지된 삶` `반(半) 기숙생` `양아버지``우리 인생의 여자``쥘`등이 있으며, 이 작품들을 통해 페미나 에브도 상, 마르셀 파뇰 상, 메사르디에르 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6-24

아시아 13개국 문학소통 징검다리로

▲ .문예계간지 `아시아`(발행인 이대환·소설가)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기념호를 펴냈다. 이번 2016년 여름호(41호)를 창간 10주년을 기념한 특집으로 꾸몄다. 기획특집 `21세기 문학지도`에 중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13개국 작품과 현대문학 해설을 한데 모았다. 아시아의 삶과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작품들을 엄선해 싣고, 아시아 문학이 낯선 독자들을 위해 각국 문학에 정통한 필자들이 해당 국가의 현대문학을 간략히 소개했다.먼저 아시아 문학이 낯선 독자들을 위해 각국 문학에 정통한 필자들이 해당 국가의 현대문학을 간단히 소개했다. 일본의 평론가 이치카와 마코토는 사회와 매체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1세기 일본 문학의 현장을 생동감 있게 전달했다.여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의미의 문학은 일본에서도 입지가 좁아지고 있지만 젊은 작가들은 이 험난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치카와 마코토는 소설가 무라타 사야카, 가와카미 미에코, 나카무라 후미노리 등을 예로 들며 일본적 모티브보다 외국어로도 수용하기 쉽고, 문학성과 오락성의 균형을 취하려고 하는 작풍을 지적했다.터키의 괵셀 튀르쾨쥬 교수(에르지예스 국립대)는 1980년대부터 다양한 갈등이 들끓었던 터키의 정치사가 각 세대와 문학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서술하며 터키 현대문학의 지형을 그려나갔다. 특히 21세기 터키 문학을 주도하는 신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정치에 거리를 두고 주로 `개인의 삶`에 중점을 두고 창작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에 다양한 장르가 출현하게 됐다.또 `아시아`의 자매 출판사인 아시아출판사는 지난 10년을 결산하는 작품 단행본 `아시아 베스트 컬렉션- 물결의 비밀`을 이달 말 출간한다.이 책은 계간 `아시아`가 그동안 소개한 160여 편의 아시아 단편소설 중 최고 작품 12편을 모은 선집이다. 표제작인 `물결의 비밀`은 베트남 작가 바오 닌의 소설로, 베트남의 모진 역사 속에 아내를 잃은 한 남자의 비극을 시적으로 그렸다.▲ 발행인 이대환이대환 발행인은 “`아시아`는 지난 10년 동안 67개국 800여 작가들의 작품 1천여 편을 수록하면서`아시아 문학의 숲`을 만드는 길을 따라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걸어왔다”면서 “앞으로도`아시아`가 복된 사회와 인간의 길을 그려나가는 탐색의 지도이고 다양성을 뽐내는 아시아 문학의 소담한 숲이기를 거듭 다짐해본다”고 말했다. 한편`아시아`는 소설가 이대환, 방현석 등이 창간을 주도해 아시아 각국의 문학과 예술, 사회를 읽어내고, 그 가치를 공유하자는 기치로 2006년(여름호) 창간됐다. 한글과 더불어 영어를 병기해 `세계인과 함께 읽는 아시아 문예 계간지`를 표방한 `아시아`는 문학을 매개로 아시아인들의 내면적 이해와 소통을 추구하고 아시아의 상상력과 문화적 활력을 담는 공기(公器)가 되고자 노력해 왔다.독자들에게 생소한 아시아 각국의 우수한 문학작품을 매호 발굴, 소개하고 우리 작품을 영역해 수록하는 등 아시아 연대의 장과 더불어 담론의 장을 열어왔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6-24

글쓰기 천재들에게 배우는 핵심 전략

역사평론가이자 고전연구가인 한정주씨가 쓴 `글쓰기 동서대전`(김영사)은 14~20세기에 시대를 풍미한 동서양 작가들이 선보인 작문 방법을 분석하고 비교한 책이다.동서양 `글쓰기 천재`들에게 배우는 핵심 전략과 글쓰기 인문학서 랄 수 있다.이 책에서는 18세기를 중심으로 14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는 동서양 최고 문장가 39인의 핵심 비결을 동심에서 자득까지 아홉 가지로 정리했다.동양의 대표 문장가로는 조선의 박지원·박제가·이익, 중국의 오경재·서하객, 일본의 나쓰메 소세키·요시다 겐코 등이 선정됐다.서양에서는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 폴로와 괴테, 니체, 쇼펜하우어, 니코스 카잔차키스 등 저명한 철학자와 작가들의 글쓰기 비법이 소개됐다.저자는 이들 37명의 글쓰기 전략을 동심 외에도 기궤첨신(奇詭尖新, 기이하고 참신함), 다양성, 광활함 등 아홉 가지 키워드로 나눠 정리했다.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뛰어난 작가들의 글쓰기 방식을 살펴본 저자는 좋은 글의 핵심 가치로 개성, 자유, 자연을 꼽는다.타인의 글을 모방하지 않으며 자신만의 글을 짓고, 무엇에도 속박받지 않고 자유롭게 쓰며, 애써 꾸미려 하지 말고 감정과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면 훌륭한 글이 나온다는 것이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6-24

지역별로 묶은 국내여행 실질적 정보가이드

누적 판매부수 370만부를 자랑하는 밀리언셀러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지역별로 재구성한`여행자를 위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창비)가 출간됐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국내편 여섯 권을 지역별 세권으로 재구성한`여행자를 위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전3권)는 기존에 나온 답사기의 1~3권과 6~8권을 중부권, 전라·제주권, 경상권으로 재구성해 국내 여행의 실질적인 정보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꾸몄다.1권 중부권에는 경기, 충청, 강원도 지역의 문화유산을 묶었다. 백제의 역사를 따라가는 부여, 논산, 보령 기행, 폐사지 답사, 강원도 기행등이 실렸다. 2권 전라·제주권에는 `답사기`의 화려한 시작을 알렸던 `남도답사 일번지` 기행과 제주도 답사기 전문을 담았다. 3권 경상권에는 경주기행, 운문사와 부석사로 대표되는 경상도의 사찰기행이 그대로 옮겨져 있다.이번 새로운 판형은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으로 바꾸되 기존 `답사기`의 내용은 빠짐없이 넣었다. 각 권에는 기존 판본에 실렸던 `답사 일정표와 안내지도`를 실었고. 세트 구매자들에게는 `답사기`에 실린 주요 지점을 표시한 여행지도를 제공한다.세트를 구매하면 답사기에 실린 문화유산의 위치를 표시한 여행 지도와 지도에 붙일 수 있는 스티커도 받을 수 있다.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내 인생 설계에 없던 일이었지만 결국은`전 국토가 박물관이다`라고 외친 내 의지대로 국내는 물론이고 북한과 중국, 일본까지 아우르는 기행문이자 여행 가이드북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라며 “부디 이 책이 국토박물관의 여행 가이드북으로 오래도록 널리 이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창비 측은 “여행안내서는 많지만, 문화유산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을 동반한 답사기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젊은 독자층을 겨냥해 완전히 다른 표지와 새로운 장정을 선보였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6-24

암을 이긴 완전치유 생환자 1천개 사례 모음집

`하버드 의대는 알려주지 않는 건강법`(에쎄)은 하버드대 출신의 통합종양학 연구자인 켈리 터너가 완전치유 생환자와 대체요법 치료사들을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몸-마음-영적 체계 전반을 다룬다. 생환자들 저마다의 경험과 과학적인 연구들을 근거로 자연치유가 아닌 좀더 적극적 의미의 완전치유를 정의한다. 100회의 암 생환자 및 치료자를 인터뷰 한 결과 얻어진 식견과 암 치유 지식을 환자와 가족, 그리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모든 사람을 위해`1천개의 기적적인 생환 사례 논문`을 쉽게 정리했다.생환자들이 수동적으로 치료됐거나 우연적으로 치유된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신체적, 정신적, 영적 노력으로 이뤄낸 결과라는 점을 강조한다. 식단 변화, 허브 및 보조제 활용, 감정 다스리기, 사랑과 지지를 받아들이기, 영적 교감 경험하기, 살아야 하는 강력한 이유 찾기 등 전 세계인의 경험을 균형 잡힌 관점으로 담아냈다.책은 서문, 제1장 근본적인 식단의 변화, 제2장 건강관리의 주도권 잡기, 제3장 직관을 따르기, 제4장 허브와 보조제의 활용, 제5장 억눌린 감정의 해소, 제6장 긍정적인 감정 늘려가기, 제7장 사회적 지지를 받아들이기, 제8장 영적 교감의 심화, 제9장 살아야 하는 강력한 이유 찾기, 결론 등으로 구성돼 있다.암 치료에 대해 총체적인 시야를 갖도록 이끌어주는 것은 물론 현대의학의 힘을 빌려 암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나 이미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봤지만 선택지가 없는 사람들, 암 환자의 가족들, 혹은 건강한 삶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지침서이자 자극제가 될 것이다.저자 켈리 터너는 현재 종양학 연구를 지속하면서 암 환자 심리 카운슬링도 하고 있으며, 그간 모은 완전 치유 사례를 데이터베이스화 한 웹사이트`완전치유 프로젝트www.RadicalRemission.com`를 통해 수많은 환자와 소통하고 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6-10

17개국 378개 출판사 `글로벌 책잔치`

오는 15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A홀·B1홀)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책 잔치인`2016 서울국제도서전·디지털북페어코리아`가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책 문화 활성화 및 국민들의 독서문화 증진을 위해 (사)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 이기성)과 함께 개최하는 행사다.올해로 22회째를 맞이하는 서울국제도서전은`책으로 소통하며 미래를 디자인하다`라는 주제로 국내는 물론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독일 등 총 17개국 378개의 출판사와 관련 단체 등이 참가한 가운데, 아동도서를 포함한 인문사회, 과학, 문학, 예술, 철학 등 전 분야의 도서를 소개할 예정이다.`올해의 주목할 저자`로는 한국 여성시를 대표하는 신달자 시인이 선정됐으며,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공동 수상자인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와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의 저자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가 패널로 초대된다.`훈민정음 반포 570주년 특별전`한글 글꼴 변천사 `한눈에`올해 도서전의 특별 행사로 마련된`훈민정음 반포 570주년 특별전: 1446년 한글, 문화를 꽃피우다`에서는 한글과 디자인의 개념을 기반으로 한글 글꼴 변천사를 역사 교육적인 방향에서 소개하며,`구텐베르크 특별전`에서는 구텐베르크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 가운데 가치가 높은 필사본과 고판본 73점을 일반에 공개해, `이솝우화`, `단테의 신곡` 등에서부터 15, 16세기에 제작된 필사본과 활자본의 변천 과정까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도`아름다운 책, 7개의 책상`에서는 젊은 작가의 새로운 시각에서 책과 관련된 7개의 키워드(도록, 전집, 사진책, 일러스트레이션책, 잡지, 독립출판 등)별 전시가 이뤄진다.초·중학생 홍보대사 임명각종 프로그램 참여기회 제공강릉 등 지자체 홍보관 설치독서문화 장려를 위해 올해는 독서량이 높은 초등·중학생들을 청소년 홍보대사로 임명해 독서문화 체험의 장을 제공한다. 위촉된 청소년 홍보대사들에게는 도서전 기간 중 진행되는`독서왕! 골든벨을 울려라!`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며 우수 독서왕을 선발해 표창할 예정이다.아울러 올해부터 전면 시행되고 있는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도서전의 다양한 독서 및 문화체험 프로그램과 연계해 학생들에게 현장체험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서점조합연합회와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북 토큰(BOOK TOKENS)` 권장도서 전시 및 판매 부스를 마련해 학생들이 도서전 현장에서 편리하게 북 토큰으로 도서를 구입할 수 있게 한다.올해는 책 도시, 책 마을을 꿈꾸는 지역도시들의 지역 특색이 담긴 책 문화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지자체 홍보관이 펼쳐진다. 2016년 제3회 대한민국 독서대전 개최지로 선정된 강릉, 문학과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 책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원주, 정부 지정 제1호 대한민국 책의 도시 군포 등의 홍보관이 그것이다.이문열·윤대녕·정유정 등유명 저자와의 만남 `문학살롱`국내 최대 규모이자 독자 중심의 책문화 축제로 자리 잡은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강연, 낭독, 시콘서트, 전시 등 다양한 체험 행사를 통해 아동, 청소년, 노인, 군장병 등 다양한 독자층과의 소통을 강화한다.국내 유명 저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문학살롱`에서는 이문열, 윤대녕, 정유정 등의 작가를, `인문학 상상만개를 펴다`에서는 역사학자 신병주, 글쓰기 작가 명로진 등과 대화하며 `예술가의 서재`와 `북멘토에게 묻다`에서도 여러 분야의 인사를 만날 수 있다. 해외 작가로는 아르네카를로스(노르웨이), 하노흐 피벤(이스라엘), 페트라 하르틀리프(독일) 등이 참가한다.책과 문화예술 융합 `책예술관`북아트·일러스트레이터 등 볼만책과 다양한 문화예술의 융합을 보여주는 `책예술관`에서는 독립출판, 일러스트레이터, 캘리그래피 작가, 책 예술(북아트) 작가 등 책 관련 예술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다양한 책 예술로서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1인 작가 및 독립출판사들이 모여 주체적 소통을 하며 자신의 작품을 직접 전시 판매하는 예술인 시장(아티스트 마켓)도 운영된다.서울국제도서전 누리집(www.sibf.or.kr)과, 디지털북페어코리아 누리집(www.dbfkorea.com)에서 행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6-10

깊은 사유·문제의식 뚜렷

시인이자 수필가인 김근혜씨가 40여 편의 수필을 모은 첫 수필집`푸른 얼룩`(지식과감성)을 펴냈다. 계간`동리목월`로 등단해 제11회 산림문화작품 공모전 시·수필부문 대상 등을 수상한 김씨는 깊은 사유와 주제의식이 뚜렷하고 인간애와 감동이 물씬 묻어나는 작품을 품어냈다. 주관적인 시선에 머물지 않고`나 밖의 세상`까지 아우르는 시선이 따뜻하다.대부분 여류 수필가들의 내성이 섬세하지만 김씨의 수필은 섬세하면서도 강하다. 이야깃거리로 흘러버릴 수 있는 단순한 소재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치밀한 구성으로 맛깔스러운 옷을 입혀 재구성했다.`꽃구경`은 음악적 아름다움과 철학적 사색이 어우러져 봄날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이 작품이 시선을 끌 수 있는 것은 그것을 말하기 위해 취한 작가의 독특한 서술 방식이다. 장면 전환이나 마무리, 혹은 시작을 알리는 여흥구,`어花, 봄봄, 둥둥`의 삽입으로 독자로 하여금 호기심의 눈길을 유도하고 있다.여흥구의 구성 또한 제목에 걸맞게 花를 넣고 `봄봄`이 보여주는 계절적 배경, 그리고 분위기를 어우르는 `둥둥`을 배열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봄기운이 물씬남과 동시에 음운학적으로도 모음의 배치와 목청소리, 입술소리, 울림소리를 절묘하게 배치하여 그 자체가 하나의 리듬을 만들고 있다.”(한명수, 수필평론가)`청마열차`에서 “인생의 목적지까지 가는 길은 힘든 여정입니다. 미리 표를 준비한 사람들은 일등석에 편안히 앉아 가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삼등석이나 자리가 없어서 서서 간다.”고 얘기한다.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리 준비한 사람들의 삶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작가는 알고 있다. 그래서 작가도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으려고 “숨을 쉬는 한 희망은 있다”는 명구를 잡고 희망 가득한 미래에 대한 기대와 믿음을 담아냈다.▲ 수필가 김근혜겨우 몇 정거장 가고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신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희망`이라는 보물을 숨겨두었다고 김씨는 말한다. 그 보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시련을 이기고 끝까지 가는 사람들은 보물을 찾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삶과 비교하며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가더라도 꾸준히 간다면 종착역까지 거뜬히 갈 수 있다고 그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책을 내며` 서문에서 김씨는 자신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을 꿈을 가졌다고 말한다. 그것은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굳은 의지의 표명이다. 힘이 들 땐`고까짓 것`하는 깡으로 버텼다고 하니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푸른 얼룩`은 위로가 되고 용기를 전하는 따스한 애정이 스며있다.김근혜씨는 “어린 시절 품었던 문학에의 꿈이 돌고 돌아 애년(艾年)에야 책 한 권으로 엮게 됐다”며 “수필집`푸른 얼룩`은 유년의 아픔을 승화한 글이다. 묵은 때가 많은 빨래는 삶아도 본래의 모습을 유지할 수 없듯이 내 유년이 되돌릴 수 없는 얼룩으로 증명서처럼 남은 것”이라고 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6-10

친일세력 중심 왜곡된 역사 항변

`내가 사랑한 민족, 나를 외면한 나라`(선인)·`역사의 교훈, 우리 민족의 미래`(선인)는 민족운동가 이기홍(1912~1996) 선생의 굴곡진 삶과 방대한 사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유고집이다. 이기홍 선생은 광주학생독립운동에 참여한 이래,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운동과 농민운동, 해방 후 이승만 정권과 군사독재 정권 하에서는 사회운동에 실천적으로 참여하며 자주적, 민주적, 독립국가 건설에 평생을 바쳤다. 생애 말년에는 실명이 돼 글을 쓸 수 없게 되자 자신의 삶과 한국 근현대사 및 세계 각국의 민족주의 관련 사상을 구술로 남겼고, 선생 타계 후 20년 만에 두 권의 책으로 묶여 나온 것이다.선생의 삶은 선생 개인이나 가족의 수난사에 그치지 않고 우리 현대사의 모순과 폭력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민족수난사의 축소판이다. 민족사를 바로잡기 위한 민족운동의 과정에서 역사에 변변한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평가도 받지 못한 채 사라져간 수많은 동지들의 이름 하나라도 빠짐없이 기록에 남기는 것을 선생은 당신이 해야 할 마지막 의무라고 생각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이름들은 그동안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을 민족사에서 지우려했던 친일세력 중심의 왜곡된 민족사에 대한 항변이자 무명의 애국자들에 대한 선생의 헌사이자 추억이다. 합방 망국 이후 친일 반역세력의 득세와 해방 후는 물론 군사정권으로까지 이어지는 친일세력에 의한 부와 권력의 독점 구조는 반드시 해소, 극복해야 할 민족적 숙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 선생이 가장 가슴 아파하던 우리 역사의 현주소였다. 이 책은 그러한 분노와 회한의 기록이기도 하다.이 유고집이 나오면서 한국 현대사는 물론 광주·전남 지역의 현대사 중 상당 부분은 새로 쓰여야 할 대목이 많다는 점에서 한국 근현대사 연구자들에게는 매우 귀중하고 반가운 자료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민족의 올바른 미래를 위한 교육적 차원에서 일반인들에게도 가치 있는 가르침이 되는 소중한 자료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6-03

일제강점기 `지옥섬` 군함도의 진실 추적

소설가 한수산(70)씨가 일제강점기 하시마(瑞島) 강제징용과 나가사키 피폭의 문제를 다룬 장편소설 `군함도(창비·전2권)`를 펴냈다.한씨는 1988년 일본 체류 당시 도쿄의 한 서점에서 `원폭과 조선인`이란 책을 접한 뒤 하시마 탄광의 조선인 강제징용과 나가사키 피폭에 대한 작품을 쓰기로 결심하고 수차례 소설의 무대가 되는 군함도와 나가사키를 십여차례 방문하고 일본 전역을 비롯해 원폭 실험장소인 미국 캘리포니아 네바다주까지 다녀왔으며, 수많은 관련자들을 인터뷰하는 등 치밀한 현장취재를 거쳤다. 이렇게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1993년부터 3년간 한 일간지에 `군함도`의 전작이라 할 수 있는 `해는 뜨고 해는 지고`를 연재했다. 2003년에는 원고지 5천300장 분량의 `까마귀`(전 5권)를 출간했다. 2009년 까마귀의 분량을 3분의 1가량 줄이고 `군함도`로 제목을 바꿔 일본어 번역판을 내놨고 추가 취재를 거쳐 완결판을 완성했다.이번에 펴낸 `군함도`는 전작을 대폭 수정하고 원고를 새로 추가해 3천500매 분량으로 완성된 결정판이다. 이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의 출신과 배경 등이 새롭게 설정됐고 원폭 투하의 배경과 실상을 전면 개고해 최대한 사실에 가까운 묘사를 추구했다.(40, 41장) 등장인물들의 고난은 자아의 지평을 넓혀가는 과정으로 서사적 흐름이 자리잡으며 소설적 구성미와 완성도를 높였고,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재미와 가독성을 끌어올렸다. 또한 눈물로 기다리는 조선여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남편을 찾아나서고 탄광사무소의 부당한 처우에 맞서는 서형, 불의에 맞선 죽음으로 자신의 사랑을 지켜내는 금화 등을 통해 주체적인 여성상을 창조했다.▲ 한수산작가한수산은 비극적인 역사적 사실을 전하고 알려내는 것뿐만 아니라 당시 고난을 겪은 조선인 한사람 한사람의 숨결을 되살리는 데에도 큰 공력을 들이며 지옥의 섬 군함도에서 다만 `사람`이고 싶었던 징용공들의 일상과 인간적인 면모, 역경 속에서도 그들이 꿈꾼 안타까운 사랑과 희망을 가슴 아프면서도 핍진하게 복원한다. 작가는 경상 전라 충청도의 생생한 사투리 구사에 힘을 기울여 인물에 생동감과 실감을 더하면서 힘든 환경 속에서 구수하고 걸쭉한 농담으로 고됨을 잊는 조선 징용공과 농부들의 활기를 전하고, 각 지방의 아리랑과 의병가를 적절히 활용해 작업현장에서의 고달픔과 서러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넘어서는 조선인의 힘을 부각한다.한씨는 작가의 말에서 “젊은 독자들이 이 `과거의 진실`에 눈뜨고 그것을 기억하면서 `내일의 삶과 역사`를 향한 첫 발걸음을 내디뎌주신다면, 그래서 이 소설을 읽은 후에 이전의 삶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각성과 성찰을 시작하신다면, 이 작품으로서는 더할 수 없는 영광이 될 것입니다”라고 적고 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6-03

신자유주의 `미의 기준`비판과 진정한 아름다움에의 사유

재독 철학자 한병철(57) 베를린 예술대 교수의 최신작 `아름다움의 구원`(문학과지성사)이 출간됐다.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독창적 시각으로 읽고 분석한 책들을 꾸준히 펴내며 매번 화제를 불러일으킨 한 교수는 이번에는 `아름다움`을 화두로 현대 사회의 문제를 파헤친다.한병철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추구되는 `아름다움`은 모든 부정성과 낯섦을 제거하고 긍정성과 자기 동일성만이 부유하는 `매끄러움`의 미에 지나지 않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구원해내야 할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독일의 최고 권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에서 한병철을 `문화 비판의 혁신자`라고 칭했듯, 이번 책에서도 그는 오늘날 미의 기준에 대한 관찰에서 신자유주의적 특성에 대한 예리한 통찰로 이어지는, 혁신적 문화 비평을 선보인다.한병철은 제프 쿤스로 대표되는 현대 예술과 스마트폰, 브라질리언 왁싱, 위생 강박, 셀카 등을 하나의 현상으로 묶는다. 아름다움은 이제 일체의 부정성이 제거된 채 매끄럽게 다듬어져 나에게 만족을 주는 대상, 향락적인 향유 대상으로 축소돼 버렸다. 이로써 미적인 것은 모조리 주체의 자기긍정에만 기여할 뿐, 주체를 진정 뒤흔들지도, 부정하지도 않는 것이 된다. 심지어 추함 또한 매끄러워진다. 악마적인 것, 섬뜩한 것, 끔찍한 것 역시 공포와 경악을 불러일으키는 부정성을 상실한 채 소비와 향유의 공식에 맞춰 매끄럽게 다듬어진다.하지만 털을 제거한 몸이나 DS 자동차, 스마트폰의 터치스크린 등 매끄러운 표면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현대 미의 기준은 한병철의 눈에는 전혀 아름답지 않다. 그는 진정 아름다운 것, 진정한 예술작품이란 폭로될 수 없는 비밀, 은폐된 것, 은유, 부정성을 내포한 것이라고 본다. 부정성을 가진 것이 아름답다는 한병철의 주장은 “미는 병이다”라는 데로까지 나아간다. 그래서 한병철은 “히스테리적인 살아남기의 모습을 띠게 된 단순하고 건강한 삶은 죽은 것, 좀비”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그리하여 모든 제작물들과 환경이 아름다움이라는 기준에 맞게 개조돼 가는`미의 통치`의 시대가 됐지만, 오로지 긍정성의 미학에 지배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병철은 우리 시대를 오히려 `미가 철폐돼 가는 시대`로 간주한다. 그는 블랑쇼, 보들레르, 릴케, 아도르노, 벤야민, 바르트 등을`부정성의 미학`의 증인들로 소환한다. 또한 칸트와 헤겔의 미학에서 소비와 도구화에 대한 저항, 타자에 대한 존중 등의 요소를 찾아낸다. 이런 부정성의 미학에 기초해 한병철은 나르시시즘적인 경향,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문화, 피상적인 긍정성에 집착하는 소통 양상 등 현대의 현상들을 두루 비판한다. 여러 사상가의 이론을 간명하게 짚어내 연결하는 이 책은 독자들을 흥미롭고도 깊은 사유로 점점 나아가게 해준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6-03

`단순한 삶이 곧 인간적인 삶` 심플라이프의 의미와 실천

`심플라이프`의 개념을 최초로 전파한 `단순한 삶(La vie simple·판미동)`이 번역 출간됐다. 영감 어린 저술 활동으로 프랑스 개혁 신앙에 큰 영향을 미친 진보적인 목사 샤를 와그너가 아내와 함께 파리 바스티유 빈민가에 있는 작은 아파트에서 검소하게 생활하며 저술한 책으로, 생각법, 말하기, 라이프스타일, 돈, 인간관계, 교육 등 삶의 전 영역을 망라하여 단순함이란 무엇인가를 밝히고, 그 가치를 삶에서 실천하는 방법을 제시한다.1895년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존재의 행복과 힘과 아름다움은 단순함의 정신에 그 원천을 두고 있으며, 단순한 삶이 곧 가장 인간적인 삶`이라는 중심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는 과학 기술, 자본주의 등의 발전으로 나날이 복잡해져만 가는 삶에 지쳐 가던 당대 사람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켜 큰 성공을 거뒀다. 특히 미국에 `심플 라이프(The Simple Life)`로 번역 소개돼 윤리적·종교적 리더들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됐고, 이 책을 읽고 감명한 루스벨트 대통령이 저자를 백악관에 초청 강연케 해 `심플라이프`는 20세기 초 미국의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단순한 삶`은 1895년 출간된 100년 전의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충격적일 만큼 현대적이고 시의성 있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이 책 서두에서는 프랑스의 한 가정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는 지난한 풍경을 보여 준다. 양복 재단사, 가구 제작자, 연회업자 등을 만나야 하는 복잡한 준비 과정, 처리해야 하는 갖가지 편지와 서류, 쓸데없이 많은 피로연, 환영회, 무도회 등의 행사…. 이러한 복잡한 준비 과정을 겪는 두 젊은이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하는 시기에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심지어 그들의 사랑마저 흔들리게 되는 일련의 과정은 요즘 우리의 세태와 별반 다를 게 없다.또한 언론에서 복잡한 말들을 쏟아내 대중들을 서로 불신하게 만들고, 사회 불안을 조장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하는 상황, 일하는 동기가 오로지 월급이 전부인 사람들에 대한 비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욕구를 통제하지 못해 갈수록 삶을 복잡하게 만드는 소유욕 등에 대한 문제 제기와 성찰은 현대인들이 당면한 복잡한 문제들을 비춰보는 거울인 동시에 그 근본원인을 이해하고 풀어 나가는 열쇠가 돼 준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6-06-03

거짓말이 능력과 스펙이 되는 시대

`철수 사용 설명서`로 2011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전석순 작가의 새 장편소설 `거의 모든 거짓말`(민음사)이 출간됐다. `거의 모든 거짓말`은 `거짓말 자격증` 2급 소지자인 주인공의 거짓말 가이드북이다. `나`는 3급이거나 1급 거짓말 자격증을 소지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 혹은 거짓말은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르는 상대방과 거짓말 게임을 벌인다. 자격증 소지자는 백화점 매장이나 레스토랑에 투입되어 직원들의 친절도를 판별하는 일을 하거나 급수가 높은 경우 누군가의 역할을 대신 해내는 심부름을 한다. `거의 모든 거짓말`에서 거짓말은 능력과 스펙이 되고 주인공은 스펙을 갖추려 발버둥치는 청년에 불과하다. 독자는 주인공의 거짓말을 따라 가며,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 수 없는 지점에 이른다. 소설은 시종 건조하고 차분한 어조로 사건을 이어가지만,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거짓말일 수 있다는 긴장을 유지하며 독자의 시선을 잡아챈다.`나`는 이제 2급에서 1급으로 자격증의 급수를 높이길 바란다. 거짓말에 대한 철학과 자신감을 보이는 주인공은 이제 사랑 앞에서 거짓과 진실을 버무리기 시작한다. 여자 앞에는 남자와 소년이 있고, 주인공인 여자는 그들 앞에서 성공적인 거짓말을 이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사랑을 변질시키고 부패시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라 덜 피어 궁색한 거짓말”이라는 소설 속 문장처럼, 주인공은 거짓말로 사랑을 유지시키는 데 능수능란하다. 사랑을 위한 진실, 거짓을 위한 사랑은 실체를 보이지 않는 거대한 숲처럼 그들의 관계를 둘러싸고 미지의 색을 뿜는다. 모든 것이 희미해졌을 때 기어코 드러나는 진실은 그녀의 거짓말이라는 게 결국 `친` 거짓말이 아닌 어설픈 구라였음을 밝혀 준다. 그녀의 거짓말은 여기서 멈추는 것일까. 우리의 거짓말은 이제 시작인 것은 아닐까. 이제 우리가 거짓과 진실의 숲에 들어갈 차례다.전석순 작가는 서문에서 “기꺼이 내 거짓말에 속아 줬던 수많은 당신에게 인사를 전한다. 아직 치지 못한 거짓말이 많이 남아 있다.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거짓말을 치는 동시에 속을 채비를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팽팽하게 마주할 것”이라고 밝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6-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