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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자유민주주의’ 에서 ‘자유’를 빼면 뭐가 좋기에

교육부가 내놓은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개정안으로 나라가 또 시끄럽다. 2020년부터 중·고교생이 배우게 될 새 역사교과서에 기존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대체하는 내용이 담긴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개정안을 21일 행정 예고했다. 바꾼다는 말만 강조되고 왜 바꾸는지 설명은 옹색한 이런 급변의 배경은 무엇인가. 국가적 이념대들보의 중차대한 변경을 이런 식으로 막 해도 되는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교육부위 발표에 대해 “‘민주주의’라는 개념에는 자유 등을 포함해 여러 가지 중요한 가치가 담겨 있다”며 “자유를 내세우고 평등 등 다른 가치를 부차적으로 넣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역사정의실천연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용어는 1972년 7차 개정된 이른바 유신헌법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말했다.반면 보수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가 빠진 것은 역사교육에 대한 불필요한 이념 논쟁과 정치적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헌법전문과 제4조에 ‘자유’가 명시돼 있어 헌법적 가치를 교과서에 싣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교총은 “’민주주의’는 사회민주주의나 인민민주주의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현대사학회는 “이명박 정부 당시 사회적 논의를 거쳐 결정한 것을 정부가 공론화 없이 일방적으로 교과서를 고치려 하는 것 자체가 비민주적”이라고 지적한다. 양쪽의 이야기를 다 들어보고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이게 도대체 뭐하자는 논란폭탄인지 알 수가 없다. 상복(喪服)을 1년 입느냐, 3년 입느냐를 놓고 조정이 두 패로 갈려 나라를 어지럽히고 급기야는 피비린내 나는 사화(士禍)로까지 치달았던 망국의 당쟁역사가 떠오른다.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2월 교육과정평가원의 역사 교과서 교육과정 집필 기준에서 ‘자유민주주의’가 빠졌을 때 국회 본회의에서 “실수”라고 말했었다. 이 총리는 나아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와 민주적 기본 질서의 차이를 모르는 상태에서 실수한 것”이라고 첨언하기도 했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 긍금하다.제발 먹고사는 일이 곤하고 버거워 눈물짓고 있는 국민들 생각 좀 해주면 안 될까. 왜 갖가지 말장난으로 긁어 부스럼 만드는 일을 정치라고 우기면서 시빗거리 생산에만 열중하는가. 혹시 유신헌법에 처음 등장한 개념용어라고 해서 감정적으로 문제삼는 것은 아닌가. ‘자유민주주의’ 에서 ‘자유’를 뺀다고 갑자기 좋아질 일도 석연치 않거니와, 나라의 서까래나 대들보 같은 핵심개념들을 공론화 과정도 없이 느닷없이 하나씩 뒤집어 엎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2018-06-25

6·25 전쟁 68주년… 호국정신 잊지 말자

25일은 1950년 발생한 6·25 전쟁 68주년 되는 날이다. 북한군의 침공으로 빚어진 한국전쟁은 우리 민족에겐 영원히 잊지 못할 동족상잔의 비극적 전쟁이다. 임진왜란 이후 겪은 최악의 참극이라고도 한다. 6·25 전쟁을 통해서 우리나라는 국군 13만여 명이 전사하고, 45만여 명이 부상을 입는 비극을 치렀다. 우리를 지원한 유엔군도 4만여 명이 전사하고, 10만여 명이 부상을 입는 피해를 입었다. 북한군은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희생을 치렀다. 전쟁이 끝나는 3년 1개월 동안 우리는 이 전쟁을 통해 수백만 명의 목숨을 잃는 참으로 가슴아픈 슬픔을 겪어야 했다.전쟁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잿더미로 변해버린 삶의 터전 위에서 고생해야 했던 주민들의 고통이야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산가족과 같은 아픔과 인간성 상실로 인한 허탈감으로 세월을 허송해야 했던 전쟁의 후유증에 수많은 사람들이 시달려야 했다.불과 60여 년 전,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보면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에 올라선 것은 기적에 가깝다. 그러나 이런 기적의 뒤에는 우리나라를 지켰던 숭고한 정신의 희생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호국정신이다.백척간두 위기에 몰린 나라를 살리기 위한 그들의 호국정신이야 말로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풍요로운 삶의 근원이 되었다.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현충일과 6·25 전쟁, 29일 제2 연평해전 기념일 등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정신을 기리는 달이다. 적어도 이달만큼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정신과 보훈의 마음을 다듬어야 한다.경제적 성장과 더불어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호국선열에 대한 고마움을 새기는 정신이 엷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특히 젊은이 사이에 호국에 대한 깊은 생각과 간절함이 예전같지 않아 걱정하는 기성세대가 많다. 평화와 번영, 그리고 안정의 이면에는 국가를 위해 몸을 던졌던 값진 희생이 있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존불망망(存不忘亡)이라 했다. 잘 나갈 때 망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생각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마땅한 준비가 있다는 것은 인생을 사는 지혜이기도 하다. 더욱이 국가 안위와 관련해 유비무환의 정신은 나쁠 게 하나도 없다.남북화해 무드와 북미정상 회담 등으로 남북 간 긴장감이 완화돼 있다. 남북 간이 평화적으로 인물적 교류를 진행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가 마음을 내려놓고 국가안위를 낙관할 수 있을 정도인지는 더 지켜보아야 한다.오늘이 6·25전쟁 기념일이기에 역사의 현장에서 교훈의 참뜻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과거를 올바르게 이해해야 미래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 6· 25전쟁은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아픈 역사다.

2018-06-25

대학구조 개혁, 지방대학에 불리한 것 아닌가

대학가의 구조조정 태풍이 불기 시작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20일 ‘2018 대학 기본역량진단’ 1단계 잠정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적으로는 86개 대학(4년제 40개, 전문대 46개교)이 정원감축이나 재정지원 제한 범위를 결정하는 2단계 평가대상 대학으로 선정, 대학별로 통보됐다고 한다.2단계 평가대상에 포함된 대학은 사실상 비상상태에 돌입했다. 2단계 평가에서 기준에 미달할 경우 정원감축 권고를 받게 되거나 상황이 나쁘면 국가 장학금, 학자금 대출과 같은 정부의 재정지원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각 대학이 이번 통보를 일종의 살생부로 부르는 것도 이런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대구·경북지역 39개 대학(전문대 포함) 중 29개 대학(4년제 13개, 전문대 16개교)이 정원감축과 재정지원 제한을 받지 않는 자율개선 대학으로 선정돼 대체로 한숨을 돌린 것으로 본다. 지역 대학의 자율개선 대학 선정률은 전국 평균 64%보다 약 10%포인트 정도 높아 지역대학의 경쟁률이 그나마 상대적으로 우수했다는 평가다.그러나 수도권 집중화 현상으로 지방대학의 학생 모집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지방대학의 구조개혁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대학 구조조정을 통해 수도권과 지방대학의 격차를 완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에도 불구, 대학구조조정 평가 결과는 전반적으로 지방대학의 몰락으로 나타나고 있다.지방대학이 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지방대학의 쇠퇴는 지역경제는 물론 지역사회의 긍정적 요소의 감소로 작용,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대학가의 구조개혁은 지난 2015년부터 시작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대응책이다. 저출산 현상의 장기화로 당장 내년부터 대학정원이 고교 졸업자 수를 초과하는 현상을 보이게 된다. 대학정원(전문대 포함) 55만명에 비해 고교 졸업자는 50만명 선에 머문다고 한다. 2020년에 이르면 고교 졸업자 수가 대학정원보다 10만 명이 적다고 하니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대학의 구조조정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교육당국의 과감한 개혁이 선행되어야겠지만 대학 스스로도 이에 상응하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지방대학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균형적 정책 개발도 있어야 한다. 경제적 여건이 월등히 유리한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이 동일조건으로 평가를 받는다면 지방대학은 수년 내 설 자리를 잃고 말 것이다. 벌써 4년제 대학의 50개는 이미 망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방에서는 외국 유학생으로 정원을 채우는 비정상적 학생모집이 상례화된지 꽤 됐다.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이 지방화 시대를 감안한 지방대학 육성 정책도 함께 검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8-06-22

포스코 회장 선임, 정치권 개입은 ‘시대 역행’

포스코 차기 회장 선임을 두고 정치권이 드디어 원색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또 다시 복마전 게임이 벌어진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부른다. 특히 국회 산자위원인 권칠승 의원(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주로 진보진영의 정치인들이 이러쿵저러쿵 포스코의 ‘최고경영자(CEO) 승계 카운슬’(이하 카운슬)을 비판하고 나섰다. 포스코가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할 부분도 없지 않지만, 민간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개입은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걱정이다.정치권은 19일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논란에 이어 20일에도 카운슬 비판을 이어갔다. 지난 4월 권오준 회장이 물러나기로 함에 따라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된 카운슬이 차기 회장 인선을 주도하고 있다. 정치권은 현재 논의 중인 후보의 구체적 명단은 물론 회의 날짜나 후보를 압축하는 방식 등 인선 과정 전반을 비공개로 진행한 것에 비판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포스코 회장의 중도하차 흑역사는 처참하다. 포스코 설립 이후 민영화 이전 5명의 전 회장들을 포함, 모두 8명의 회장이 역임했지만 권 회장까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 임기 도중에 하차했다. 정치 세력이 포스코를 정권 획득의 전리품쯤으로 여기기 때문이라는 것이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포스코는 지난 2000년 정부가 지분을 전량 매각함으로써 ‘국민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수상쩍은 CEO 선임과 사임 행태가 거듭돼 영락없는 ‘적폐’ 현상을 빚어왔다. 민간기업의 총수 자리를 정권이 좌지우지하는 선진국은 지구상에 있지 않다.출발점이 정치권력과 유착되면 기본적으로 권력에 휘둘릴 조건이 형성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이지 않는 칼이 움직일 빌미가 된다. 정치권에 휘둘리는 경영진 구성의 폐습이 포스코의 발전을 저해하는 ‘부실 엔진’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에야 말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인사결정은 미래지향적인 기업경영을 위한 극비사항이라는 특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선 포스코가 정치권에 간섭의 빌미를 주지 않도록 과정과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현 정부 실세와 연관이 있는 몇몇 외부 인사가 유력한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는 항간의 의혹도 완전히 불식돼야 한다. 세계의 눈이 글로벌 기업인 포스코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누가 보더라도 건강하고 전도유망한 기업이라는 사실을 차제에 입증하는 일은 더없이 중요하다. 정치권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여 오직 경영적 측면에서 운영진이 꾸려지는 새로운 전통을 확립함으로써 포항시민과 지역경제계, 나아가 온 국민들의 근심을 덜어주어야 할 것이다. 포스코 회장 선임에 대한 정치권의 개입은 명명백백한 ‘시대 역행’이다.

2018-06-22

가덕도 신공항 추진… 영남권 합의 뒤집자는 건가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자는 당선되자마자 김해 신공항 대신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다. 김해신공항 건설에 부정적 의견을 보였던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자 역시 이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부산·경남 민주당 당선자들을 중심으로 가덕도 신공항건설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최근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민홍철(김해 갑) 의원도 “가덕도가 타당하다”라는 입장을 밝혀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이 민주당 내 여론으로 이미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김해신공항 사업은 정부 국책사업으로 이미 진행 중에 있다.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의 입지 용역결과를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이 수용한다는 합의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이다. 기본계획용역 절차에 들어간 국책사업을 민선단체장이 일방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인지 또는 바꿔도 되는 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관련 당국인 국토교통부도 난색을 표명하는 모양이다. “정부 정책은 법과 절차에 따라 진행돼야 하는 것이지 이를 되돌리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하며 현재의 절차를 그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그러나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자는 가덕도 공항 건설 사업에 대해 구체적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2019년 상반기까지 신공항 건설 가능 여부를 끝내고 하반기부터는 설계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가덕도 해상 330만㎡에 2028년까지 중장거리용 활주로를 갖춘 공항을 건설한다는 것으로, 소요 공사비로 6조원 정도를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당국과 관련단체장 설득도 자신있다고 했다.문제는 영남지역에 공항을 짓기로 한 것은 애초에 영남권 전체 주민의 이익을 위한 것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밀양 공항이냐’ ‘가덕도 공항이냐’의 문제도 지역의 이익을 위한 논쟁이었고 그에 대한 합의점이 김해 신공항으로 결론난 부분이다.민주당의 지방선거 승리가 마치 모든 문제를 자기 뜻대로 하면 될 것처럼 여긴다면 그것은 잘못된 단체장의 생각이다. 지역의 이익만 챙기는 지역주의와 다름 없다. 정해진 국책사업을 바꾸려면 김해 신공항에 합의한 동남권 주민들의 뜻도 살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렇지 않으면 주민들에게 대혼란을 줄뿐 아니라 지역갈등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또 정부의 신뢰가 떨어지는 것은 뻔한 이치다.대구시도 권영진 시장의 당선으로 통합신공항 이전 문제가 종전보다 훨씬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로 국면이 바뀐다면 대구의 통합 신공항의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특히 예산문제에 있어 형평성 여부 등을 따질 필요가 있다. 부산경남지역의 여론은 가덕도 공항건설로 들떠 있다. 대구시는 이와 관련해 더 치밀하고 파격적인 방법으로 대구 통합신공항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2018-06-21

근로시간 단축, 획기적 ‘생산성 향상’ 뒷받침돼야

내달 1일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의 최대 근로시간이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다. 대구상공회의소가 지역의 상시 근로자 수 300인 이상 제조업체 18곳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단축 관련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기업의 77.8%가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근로시간 단축이 제아무리 정부의 중점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생산성 혁신’이 담보되지 않는 가운데 시행되는 급격한 변화에 대한 보완책이 시급하다.대구상공회의소 여론조사 결과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대응방안으로는 유연 근무제 도입(55.6%), 신규채용(50%), 설비투자·작업공정 개선(38.9%), 불필요한 업무축소(38.9%), 교대제 형태 변경(27.8%) 등을 꼽았다. 관련 법안 중 개선 사항으로는 ‘노사합의 시 연장근로 추가 허용(88.9%)’, ‘탄력적 근로시간제도 기간 확대(55.6%)’를 요구했다.한국은 지난 2004년 주(週) 40시간 근로제를 도입했다. 프랑스가 1936년 관련법을 통과시킨 것과 비교해 거의 70년 가까이 늦었다. 그러고도 법정 근로시간의 기준인 ‘1주일’에 토·일요일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황당한 행정해석을 통해 최대 주 68시간 근로가 가능하도록 했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무시한 채 무작정 인력을 ‘갈아 넣어’ 실적을 짜내는 낡은 관행과 비효율에 안주했다. 한국이 근로시간은 OECD 회원국 2위이지만 생산성은 하위권에 머무는 이유다.한국 직장인은 하루 11시간 회사에 머물지만 생산적인 일에 쓰는 시간은 절반인 5시간32분에 불과하다는 믿기 어려운 조사결과가 있다. 이런 생산성을 그냥 두고서 근로시간만 줄어들면 결과가 어떻겠는가 하는 것이 근로시간 단축을 앞둔 산업계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생산성(성과)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미국에는 우리 돈으로 약 5천만원 이상의 고액연봉 화이트칼라는 아무리 장시간 근무해도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 못하게 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exemption)’이라는 제도가 있다. 일본은 근로 시간 단축 정책을 도입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2020년까지를 ‘생산성혁명 집중기간’으로 정해 눈길을 끈다.‘임금 인상과 근무시간 축소’ 정책을 동시에 쓰려면 기업주의 경영난, 나라 경제 전체에 미칠 악영향 등을 효과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임금을 올려주고, 근로시간도 단축해줄 능력이 못되는 형편이면 아예 기업경영을 접으라는 식의 마인드로 접근하는 것은 위태롭기 짝이 없는 정책폭거다.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는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거꾸로 고용감소와 실업악화를 부채질하기 십상이다. 정부당국의 주도면밀한 정책접근을 주문한다.

2018-06-21

대구은행장 공백, 조기 매듭 지어야

검찰이 작년 11월부터 올 6월까지 시중은행 채용비리에 대한 수사를 벌여 은행장 4명을 포함한 38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대구은행도 박인규 전 행장을 비롯 임원급 4명과 실무자 4명이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 비자금 조성과 직원 채용비리 등으로 시작된 대구은행 사태는 검찰의 수사로 이어지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면서 은행 내부 분위기도 극히 침체된 상황이다. 대구은행을 바라보는 외부시선도 곱지 않은 데다 직원들의 사기마저 크게 떨어져 대구경북 경제의 중심축 역할을 할 금융기관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조직의 에너지가 업무에 집중돼야 함에도 어수선한 분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업무의 판단과 치밀한 요하는 업무결정에 행여 오점이 있지는 않을까 우려된다.대구은행은 비자금 조성과 채용비리 등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지주회사와 은행을 분리 경영키로 하고 새로운 임원 선임에 나선바 있다. 임원후보추천위의 결정에 따라 이미 지주회사 회장으로 외부출신의 김태오 회장을 선임하고 주총의 승인을 받았다. 은행장으로는 공개 경선을 통해 김경룡 DGB 금융지주 직무대행을 내정했다. 임시총회의 승인만 남겨 둔 상태다. 그러나 채용비리와 관련한 김 내정자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김 내정자에 대한 주총 승인은 보류키로 한 상태다. 당사자인 김 내정자도 자신의 결백을 밝히고 출발하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바람직하다는 생각으로 주총 연기에 동의하고 수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검찰의 전국 시중은행 채용비리와 관련한 수사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모양이다. 은행 채용비리와 관련 이처럼 많은 은행권 관계자가 사법처리를 받은 것도 드문 일이다. 이번 검찰의 수사로 은행권의 잘못된 채용 관행이 고쳐지는 획기적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대구은행을 애용해온 지역민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대구은행에 대한 이번 수사결과가 대구은행 발전의 진통이 되길 바라는 심정이다.다만 사건이 보다 신속히 진행되면서 지역사회에 퍼져있는 불미스런 일들이 깔끔하게 정리되고 새로운 희망의 길을 열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구은행의 입장에서 보면 9월말 시한인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결정해야 할 중대 기로에 있다. 최고경영자의 거취가 인수과정에서 리스크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는 점이다. 지금 은행 간 경쟁은 그야말로 밀림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는 시장이다. 글로벌 경영 아래 잡아먹고 먹히는 숨가쁜 경쟁의 시대다.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구은행은 상무급 이상 임원과 관계사 대표 등 30명이 인적 쇄신을 위한 각오로 사표를 내놓고 있다. 대구은행 사태와 관련해 더 이상 물러설 때가 없는 막다른 길목에 서 있다. 조속한 수습만이 지역은행의 영업권을 방어할 최고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지금이야 말로 지역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2018-06-20

열악한 TK 소방인력 및 장비문제 심각

대구·경북지역의 소방인력과 차량 등 자원이 열악해 일선 소방서의 긴급구조구급활동에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히 경북도내의 경우 필요한 소방인력에 비해 인원이 30%나 부족해 시간이 생명인 화재진압과 구조 활동에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5개년 계획을 세워 이를 보완할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긴급성에 비춰볼 때 너무 느슨하다는 지적을 모면키 어렵다.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자각이 촉구된다.지난해 7월 현재 경북에는 23개 시군의 93개 119센터에 모두 3천491명의 소방공무원들이 일하고 있다. 포항남부소방서의 경우 현재 8개의 안전센터가 운영 중이다. 센터별로는 구급차가 1대씩 있고 소방차가 적게는 2대에서부터 많게는 5대까지 마련돼 있다. 그런데 포항남부소방서 기준으로 지난 5월 한 달 간 총 1천142건의 구급 출동과 총 68건의 화재출동이 있었다. 일평균으로 계산하면 구급은 하루 4.75건, 화재는 하루 0.28건이다.잘못된 신고 출동 건수까지 포함한다면 현재 센터의 소방력으로는 대처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현실적으로, 1대뿐인 구급차가 출동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다른 긴급환자들은 구조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 ‘3분 골든타임’을 요하는 심장마비 환자나 뇌출혈 등 다른 응급환자도 시급히 병원으로 옮겨지지 않으면 후유증 발생 또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포항 오천안전센터 관내에서는 각기 다른 곳에서 동시에 발생한 화재와 환자 응급상황으로 제시간에 처치를 받지 못한 환자가 지난 9일 뇌출혈 증세로 결국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포항남부소방서의 한 관계자는 “현재 경북지역에 부족한 소방인원 등은 약 30% 정도”라며 “구급차가 더 있어도 현 인원으로서는 운영이 힘든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경북도소방본부 관계자는 “과거 2교대에서 3교대 근무로 바뀔 당시 필요한 소요인력이 예산 등의 이유로 덜 충당됐다”며 “2인 탑승의 경우 해당 인원들이 휴가 등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지난해 정부는 전국적으로 소방 인력이 2만명 부족한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3월에는 각 도시별로 소방인력과 장비 수요를 정하는 ‘소방력 기준’이 개정됐다. 경북도소방본부는 이에 따라 ‘2018∼2020년 5개년 현장부족인원 충원계획’을 수립,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하지만 국민안전을 위한 개선조치는 대형재해가 발생할 때만 호들갑을 떨다가 예산타령만 하고 유야무야 늑장을 부릴 일이 결코 아니다. 위정자들이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서 충분히 생존이 가능한 응급환자들이 죽어갈 수도 있는 현실은 최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긴장감을 갖고 조기에 보강 보완해야 마땅할 것이다.

2018-06-20

역대최악 고용쇼크, 언제까지 ‘핑계’만 댈 건가

지난달 신규 취업자 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 4개월 만에 최저인 7만2천명에 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5월 기준 역대 최고치였다. 지난달 3040 남성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3만3천명이나 감소했다. 고용시장에 빨간불이 켜지고 경고음이 울린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의 ‘핑계’는 한없이 길어지고 있다. 최악의 ‘고용쇼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장·단기 처방책을 하루빨리 찾아내야 할 것이다. 올 1월만 해도 33만 명을 넘었던 취업자 수 증가 폭은 2월 10만4천명으로 급감한 뒤 3개월 연속 10만 명대 초반 수준을 보이다가 지난달 결국 10만명 선이 무너졌다. 정부는 올해 32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공언했었다. 15∼29세 청년실업률은 5월 기준 10.5%로 1년 전에 비해 1.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한창 일할 나이인 30대 남성 취업자가 모든 성·연령대에서 가장 많은 7만명이나 줄었고, 40대 남성이 6만3천명 감소로 뒤를 이었다. 통계청 분석 결과 5월 고령층(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동월기준 역대최고치를 기록하며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와의 차이가 55만7천명까지 확대됐다. OECD 국가들의 청년실업률 평균은 작년 1분기(12.3%)부터 4분기(11.5%), 올해 1분기(11.1%)까지 꾸준한 개선세를 보이는 반면, 우리는 오히려 악화일로다. 최근 1년 동안 청년층 실업률이 늘어난 국가는 우리 외에 칠레(16.2% →17.1%), 스위스(8.1%→8.3%) 뿐이다.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긴급 경제현안간담회에서 “5월 고용동향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의 효과에 대해서는 논의했다는 뉴스가 없다. 청와대는 외국인 관광객 회복세 지연, 생산가능 인구 축소, 그리고 잦은 봄비로 인한 일용직 건설 일자리 부진을 고용한파의 원인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정부는 고용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의 지적과 대안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최저임금이나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의 관련정책은 보다 유연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규제완화에 관한 인식 전환도 필수다.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민관 공동노력은 물론 불가피한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산업정책의 발굴과 확산에 정부가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들을 찾아내야 한다. 자공이 정치의 선후를 물었을 때 스승 공자는 ‘족식(足食)’을 으뜸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경제’를 못챙기는 정치는 무용지물이다.

2018-06-19

또 오르는 국내금리… 서민층 한숨 커진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우리경제는 오리려 상황이 더 나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문재인 정부의 1년을 평가한 각종 설문에서 학자와 최고경영자, 전 관료 등 많은 사람들이 문 정부의 경제정책을 실패로 평가했다. 수많은 예산의 투입에도 청년실업률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되고 있으며, 시중 경기도 좀체 회복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저소득층의 삶을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올 들어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은 더 나빠졌다. 상위층의 소득은 오히려 늘어난데 비해 하위층은 줄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심화가 통계로 입증됐다.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이 원인이 됐다고 하나 정부는 굳이 외면하는 모습이다.새정부 들어 우리나라 경제는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아직은 성장 동력에 시동을 걸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대출금리가 줄줄이 오를 거란 소식이다. 미국발 금리 인상이 우리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10년만에 2%대에 들어선 데다 연내 두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올해 내내 금리인상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견해다. 금리가 오르면 당연히 가계의 이자부담이 늘어나게 마련이다.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약 1천50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국내 총생산의 85% 수준이다. 대출자의 처분가능 소득의 1.6배에 달한다. 특히 취약계층일수록 금리가 오르면 상환부담이 더 힘들어진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올라가면 가계의 이자부담이 2조3천억원 가량 증가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우리나라의 대출구조는 정부의 각종 규제로 주택대출은 줄었으나 신용대출이나 장사를 해서 생계를 유지하겠다는 자영업자 대출은 오히려 는 상황이다. 5월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이 300조원을 돌파했다.전문가들은 전체 부채의 양은 줄어도 부채의 질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태도다.고용지표가 악화일로에 있으면서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줄어 소득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경기상황에 따라 우리경제에 미칠 충격이 심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응해 중국이 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659개 품목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했다. 미국 발 금리인상과 더불어 미중간 무역전쟁은 우리에겐 또 나쁜 소식이다. 철강을 둘러싼 미·유럽연합의 관세 전쟁에 이어 미·중 간에 시작된 무역전쟁은 우리를 또 한번 긴장시킨다.수출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우리에겐 좋지 않은 징조라 벌써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에 국가가 온 에너지를 쏟아붙는 것은 아닌지 생업에 목숨을 건 서민의 입장에서는 답답할 뿐이다.

2018-06-19

단체장 교체기에 월성원전 1호기 폐쇄 결정이라니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를 조기 폐쇄키로 했다. 지난 15일 한수원은 이사회를 열고 아직 운영기간이 남아있는 월성 1호기는 물론 천지 1, 2호기, 대진 1, 2호기 등 신규원전 건설 사업에 대해 영구 중단한다는 내용의 이사회 결의가 있었다고 밝혔다.월성원전 1호기의 조기 폐쇄는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이렇게 서둘러 결정해야 할 만큼 다급했는지는 의문이다. 원전 폐쇄에 대해 이를 관할하는 경북도지사와 경주시장 등 새롭게 선출된 단체장에 대해서는 적어도 이해를 구하는 것이 지역민에 대한 예우라고도 본다. 월성원전 건설은 애초부터 지역민의 희생을 담보로 한 국가정책 사업이기 때문에 이런 절차상의 행위가 매우 중요하다.특히 이번 원전폐쇄 결정은 지역주민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워낙 크다. 폐쇄 자체가 가져다주는 지역사회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한다면 폐쇄절차가 투명하게 진행돼야 하고 당위성이 옳게 설명돼야 한다.또 폐쇄로 인한 지역의 애로가 어떻게 극복될 것인지에 대한 대안도 함께 언급하는 것이 당국의 올바른 태도다. 특별한 공고도 없이 비밀리에 이사회를 열어 이렇게 결정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도 당위성도 없는 옹졸한 처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월성원전 1호기는 1982년 가동을 시작해 2012년 11월 설계수명 30년이 다 됐다. 그러나 원자력 안전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2022년까지 연장운전할 수 있도록 승인을 받았다. 연장운전과 관련한 노후 설비 교체 비용으로 6천억 원 정도의 예산도 투입됐다. 월성 1호기는 그동안 세계 최고의 안전원전으로 인정을 받아와 운전자체에 대한 자신감도 있다.원전 보유국한테 연장운전은 보편화된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를 폐쇄했다. 그렇다면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말보다 폐쇄 이후의 지역사회에 미치는 문제점에 대해 정부와 한수원 등이 응답을 하여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일방적으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그 바람에 희생의 틀에 놓인 주민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경주시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원자력해체연구원이나 제2원자력연구원, 국립지진방재원 등 원자력 관련 기관들에 대한 성의 있고 신뢰성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주낙영 경주시장 당선자의 유감 성명과 함께 한수원 노조와 동경주 주민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수원은 지난 2015년 6월 월성1호기 가동연장 때 약속한 합의 내용을 지키는데 최선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 정부의 탈원전정책에 매달려 원전 소재 지역주민들의 정서나 의견을 외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사람이 먼저다’는 현 정부의 슬로건에 반한 일이 있어서야 되겠나.경북은 월성원전 등 많은 원전이 있는 만큼 원전관련 민원도 많다. 주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당국의 태도가 아쉽다.

2018-06-18

야권 재편, 살아남기 위한 꼼수로는 성공 못해

6·13 지방선거에서 무참히 패배를 당한 야당들이 좀처럼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와중에 ‘야권 발 정계개편’이야기가 퍼지는 중이다. 그 동안 대개의 ‘정계 개편’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었다. 반성한다는 말 한 마디 던져놓고 뒤로는 권력을 유지하는데 어떤 게 유리한지 부지런히 계산기를 두드리는 수준이었다. 야권 재편 국면에서 기성 정치인들이 살아남기 위한 꼼수부터 앞세운다면 결코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 야권의 지방선거 참패 후폭풍이 예사롭지 않다. 홍준표 전 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총사퇴를 했고, 바른미래당 지도부도 모두 물러났다.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정당해체나 정계개편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김성태 원내대표는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해 “이번 선거는 국민이 자유한국당을 탄핵한 선거”라며 “자유한국당 해체를 통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전 상임선대위원장은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바른미래당은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통합으로 새로운 정치를 추구하는 중도개혁정당으로서 앞으로 전개될 정치개혁 중심으로 힘차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언제부터인가 정당이 선거에서 지면 국민 앞에 무릎 꿇는 참회쇼 한번 한 다음 비상대책위원회 꾸리고 당권 경쟁하고, 쇄신하는 척하다가 그래도 지지 민심이 살아나지 않으면 ‘정계개편’이라는 이름으로 위기탈출을 위한 술수를 모색해왔다. 지나고 보면 개혁으로 둘둘 포장하여 한낱 살아남기 변신술로 민심을 호도하는 게 고작이었다. 문제는 이제 우리 국민들이 그런 꼼수를 훤히 다 꿰고 있다는 사실이다.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과거 여러 차례 목도했던 것처럼 권력 욕심을 내려놓지 못하고 당권을 누가 잡을 것이냐에 대한 온갖 변수들을 주무르며 명분을 밀거래하는 구태의연한 행태로는 이제 그 어떤 미래도 보장받지 못한다. 한 줌도 안 되도록 줄어든 알량한 야당 권력을 차지하겠다고 서로를 향해 궤변 폭탄이나 던져대고, 음지에서 사이비 가설이나 만들어 흩뿌리는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다.보수야당 지도부가 모두 물러난 지금이, 당권 욕심을 버리고 오직 국민들만 생각하여 견제와 균형이 살아있는 민주주의만을 꿈꾸는 요인(要人)들이 뭉쳐 새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사심이라는 불순물이 제거된 미래 설계도에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정치이념과 목표를 명확히 담은 다음 ‘헤쳐모여’ 방식의 정계재편을 시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단지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 정말 나라를 위해 영육을 기꺼이 바치려는 진정성이 가득한 참다운 우국지사들의 백의종군(白衣從軍)의 감동이 절박한 시점이다.

2018-06-18

민주당 진출 대구시의회, 건전성 높이는 계기 돼야

6·13 지방선거가 집권당인 민주당의 일방적 압승으로 끝났다. 중앙정부의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단체장 중 14개 단체장을 휩쓸면서 지방권력도 움켜잡았다. 반면에 보수세력을 자처한 자유한국당은 전례 없는 참패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위기 국면에 빠져들었다.1995년 지방선거 부활 이후 이처럼 한 정당이 광역단체장 14곳을 휩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K지역은 그마나 광역단체장과 대다수 기초단체장의 자리를 고수했다고는 하나 내막을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개표과정에서 보여준 박빙의 승부는 한국당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도 남았다. 자유한국당은 결과만 갖고 만족해할 것이 아니라 뼈깎는 혁신 노력 없이는 당 자체가 소멸될지 모를 상태에 다다랐음을 알아야 한다.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대구지역의 광역의원 선거 결과다. 1995년 민선 지방선거 시작 이래 단 한차례도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사례는 없었다. 그런 대구가 이번에는 달랐다.대구광역시의회에서만 4명의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2~3명씩 선출하는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예견됐으나 광역의원 선거에서 이렇게 당선자를 낼 것이란 기대는 많지 않았다.실제 개표과정에서는 한 때 민주당 소속 후보 10여명이 27개 광역의원 선거구에서 앞서는 선전양상을 보여 민주당이 고무되기도 했다.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해석이 구구하다. 그러나 대구시의회의 민주당 후보 입성에 따른 지각변동은 새로운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시의회 활동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그동안 특정 정당 소속의 의원들로만 구성돼 의회가 활기를 잃었다는 비판만으로도 민주당 후보의 등장은 긴장감을 준다. 같은 당 소속 대구시장의 들러리라는 지적에 대한 반성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지방의회는 지역주민에 의해 선출된 의원들로 구성된 대의기관이다. 그 지방 자치단체의 정책을 결정하는 기능이 있다. 조례의 제정, 개폐, 예산의 심의 확정, 결산의 승인 등을 한다. 또 집행기관의 독주를 견제한다거나 부당한 처사를 감시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시의회의 기능은 지역민의 삶을 함께 고민하고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소중한 기능을 갖고 있다.앞으로 정부가 말하는 획기적인 지방분권 정책이 이뤄진다면 지방의 광역의회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아직은 양당체제라지만 균형의 조화가 부족한 면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이번 대구시의회에 민주당 후보가 진입한 것을 계기로 견제와 협치의 기능이 살아나야 한다. 그래서 지금껏 보지 못한 역동적 운영을 통해 대구시가 발전하는데 기여하는 의회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시민들의 투표도 이러한 염원을 담은 결과라 할 것이다.

2018-06-15

대구·경북, 한국정치의 ‘섬’이 돼선 안 된다

대구·경북(TK) 민심의 보수정서는 막강했다. 6·13지방선거 기간 내내 몰아친 민주당 태풍에 한때 진보 바람이 TK지역마저 휩쓸 듯 했지만 결과는 뿌리 깊은 보수민심의 노정으로 귀결됐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민주당이 선전했고, 급경사로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 몰려 위태로워진 자유한국당을 구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 발동했다. 이제 정말 잘해야 한다. TK지역이 한국정치의 ‘섬’처럼 고립되는 일이 없도록 혁명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마땅할 것이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선거의 뚜껑을 열어본 결과 한국당 권영진, 이철우 당선자가 예상 밖의 넉넉한 승리를 거뒀다. 대구는 기초자치단체 8곳 중 자유한국당 후보 7명이 당선됐다. 달성군에서만 무소속 김문오 후보가 선택됐다. 경북에서는 기초단체 23곳 중 한국당이 17곳, 더불어민주당은 1곳, 무소속은 5곳 등에서 당선됐다.전국적으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대구·경북과 제주 등 3곳을 뺀 14곳을 석권했다. 민주당은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압승을 거뒀다. 전국 기초단체장 226명 중 당선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151명, 자유한국당 53명, 민주평화당 5명, 무소속 17명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12곳 중에서 11곳에서 민주당이 당선자를 냈다.이쯤 되면 ‘민주당 싹쓸이, 한국당 몰락’이라는 뉴스 제목이 결코 과하지 않다. 사실상 선거 국면에서 이 같은 결과는 충분히 예견됐었다. 박근혜정부의 실패 악몽이 깊었고, 문재인 대통령이 추구해온 남북 평화무드가 무르익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보수 제1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은 민심의 소재조차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판국이었다. TK지역 유권자들이 막판에 한국당에 지지세를 몰아준 배경은 무엇일까. 전국적으로 싹수마저 시들어가는 보수정치를 구원해야 한다는 위기감의 발로로 해석돼야 할 것이다. 견제와 균형이 완전히 깨어진 1당독재의 위험천만한 정치구도를 막아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황급히 나선 것으로 읽어야 한다. 이 같은 TK지역 민심은 민주당은 물론, 한국당 정치인들도 결코 오독(誤讀)할 일이 아니다.선거결과를 나타내는 전국 지도를 보면 민주당에 완벽하게 포위돼 동해 바다 끝으로 몰린 한국당의 모습이 마치 위태로운 ‘섬’처럼 느껴진다.그러나 TK지역이 이 나라 정치의 초라한 섬이나, 외골수 별천지가 돼서는 안 된다. 시대가치를 제대로 찾아내어 온 국민들의 지지를 폭발시킬 매력적인 미래상을 펼쳐보여야 한다. 대한민국 부흥의 기적을 일궈온 자랑스러운 역사의 심장이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다. 낡고 썩은 집부터 완전히 허물고 튼튼한 새 집을 지어내는 용단부터 발휘해야 할 것이다.

2018-06-15

TK 地選 당선자들, ‘절실’하고 ‘맹렬’하라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지방선거다운 선거가 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어쨌든 전국적으로 4천28명, TK(대구·경북) 지역에서는 525명(대구 156명, 경북 369명)의 지역일꾼들이 새로 뽑혔다. TK지역의 당선자들은 다른 그 어느 때보다도 막중한 과제들을 떠안고 있다. 흔들릴 대로 흔들린 지역의 정치적 위상 회복은 물론이고, 심각한 상황에 다다른 지역 낙후현상까지 개선해내야 할 큰 책임이 주어진 것이다. 새로 뽑힌 TK지역 당선자들이 명심하고 실천해야 할 시대적 사명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지역의 경제사정 개선 문제가 으뜸이다. 대구는 대구대로 도약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고, 경북은 인구유출에 따른 생동감의 상실로 인한 퇴락현상이 날로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피폐는 오랜 세월 집권당의 근거지라는 특수성에 기인하여 상대적으로 안일했던 풍토와도 무관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TK 지역의 낙후는 발전전략의 부재 때문이라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중장기적인 전략에 의해 야심찬 발전벨트를 만들어 눈부신 발전을 이룩해온 타시도의 성공사례들을 보면 더욱 안타까움을 부른다.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소지역주의에 웅크리고 앉은 지자체일수록 쇠퇴의 막다른 길로 몰릴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된 지는 오래다. 제대로 된 발전벨트를 만들어 끊임없이 시너지 효과를 추동해야 가까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다.김천-대구-구미 간 교류는 활발한데 비해 영천·포항은 구미·김천과 동떨어져 있어 동-서 성장축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대표적인 사례다. 게다가 경북의 청년들은 대구·부산·서울로 하염없이 떠나가고 있다. 경북은 전국에서 인구유출이 가장 많고 노인인구 비율도 전국 최고 수준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전망한 앞으로 30년 안에 소멸할 84개 지방자치단체 중 경북 의성군이 지방소멸 위험이 가장 높은 지자체 톱10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출마후보들은 번번이 ‘잘 사는 고향’‘누구나 살고 싶은 농·산촌’ 건설을 부르짖어 왔지만, 눈부신 성취를 이뤘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180여 년 전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은 ‘공정과 청렴으로 정성을 다하겠다(公廉願效誠)’는 출사표를 던지고 공직에 나섰다. 오늘날 지방선거 당선자들 역시 반드시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기본 덕목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는 안 된다. 지역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열정, 그리고 능력을 함께 발휘해야 한다. 지역민들의 빈한한 삶을 확연하게 바꿀 수 있는 신실한 비전을 들고 끊임없이 ‘절실’하고 ‘맹렬’하라. 고향발전을 향한 뜨거운 가슴으로 지방자치의 이상을 감동적으로 실현해나가길 기대한다.

2018-06-14

구시대적 선거방식 바꿀 때 됐다

요란했던 6·13 지방선거가 끝났다. 당선자에게는 축복도 되겠지만 시대적 소명을 안고가야 할 소중한 의무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6·13 지방선거는 북미정상 회담 등 대형이슈로 지방선거의 의미 전달이 많이 퇴색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나타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것이야말로 참다운 민주주의다. 아직도 우리의 선거 풍토 속에서는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 이번 선거를 통해 또한번 모두가 경험한 일이다. 특히 선거방식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는 우리가 귀담아들을 대목이다.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달라지는데 아직도 구시대적 방식에 의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의문이 곳곳에서 제기된 것이다.6·13 지방선거가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돌입하면서 확성기 소음과 유세차량의 불법주차, 현수막 난립 등 하루에도 수십 건의 민원이 폭주했다. 지역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같은 민원이 발생했다.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온 상징노래는 인근 아파트나 주택단지로 여과없이 전달됐다. 그 소음의 크기가 약 80∼100db 정도로, 기차가 빨리 지나가는 철로변 주변의 소음정도라 하니 주민들이 짜증스러워하는 것은 당연하다.휴대 전화에 쏟아지는 문자 폭탄도 많은 민원을 제기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사이버민원센터에는 지난달 1일부터 약 한달 동안 1만 건이 넘는 개인정보 침해 민원상담이 있었다. 그 중에는 개인정보 출처 미고지가 32%로 가장 많았다.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문자를 보냈느냐는 불만이다. ‘수신거부에도 지속적으로 문자가 수신된다’도 27%에 달했다. 현수막 설치와 유세차량의 불법주차 등으로 인한 주민 불편 호소도 이번 선거의 주요 민원이다. 특히 지방선거는 출마 후보자가 많아 주민들의 일상을 침해한다는 민원이 다른 선거 때보다 더욱 빈발하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민원이지만 뾰족한 대책도 없는 게 현실이다. 현행법에 규제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선관위도 민원이 제기되면 현장에 출동해 소리를 낮춰달라고 하는 정도라 한다.선거가 되면 선거운동이야 당연히 해야겠지만 주민들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찾아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민원을 제기한 사람도 시대에 맞는 방법의 대안을 당국에 요구하고 있다.국민의 세금으로 치러지는 선거비용도 줄여야 한다. 중앙선관위 자료에 의하면 6·13 지방선거에 소요되는 예산이 투개표, 보전비 등을 포함하면 약 1조원을 넘는다. 후보자의 현수막, 벽보, 선거홍보물 등 선거만 끝나면 곧바로 폐기되는 것이 과연 얼마만큼 선거홍보 효과를 내는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6·13 지방선거는 끝났지만 선진적인 기법의 선거 방식이 필요하다는 과제는 남겼다. 이제부터라도 시대에 맞는 선거방식을 찾아야 한다.

2018-06-14

첫발 내딘 달빛철도 건설 용역, 성공의 씨앗 돼야

대구시와 광주시가 공동으로 3억원의 달빛내륙철도 건설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 예산을 편성해 연구용역 계약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2016년 1월 대구에서 열린 영호남 시도지사 회의에서 달빛고속철도를 주요 의제로 다루면서 추진됐던 달빛내륙철도 건설이 우여곡절 끝에 용역 추진에 들어가게 됐다. 영호남의 교류촉진과 경제의 동반성장을 위한 프로젝트로 추진된 이 사업은 이로써 첫 걸음을 내딛게 된 셈이다.2016년 6월 발표된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16∼2025년)에서 달빛내륙철도 건설은 추가 검토사업으로 지정되면서 사실상 정부사업에서 후순위로 밀려났다. 당시 4조원이 넘는 사업비가 투자되는 국비 사업으로 정부의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이란 짐작이다.그러나 새 정부 들면서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업인 데다 문 정부의 정치 기반인 광주지역을 연계하는 사업으로 정부와 여당이 쉽게 외면할 처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사업은 대구와 광주 두 자치단체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사업이란 점에서도 사업의 무게가 실린다. 대구와 광주는 이미 달빛동맹이란 이름으로 민간교류와 협력분야에서 상당한 상생의 관계를 시작했다. 5·18기념식 참석과 2·28 민주운동 기념식 참석 등 양 지역 인사들의 상호방문과 같은 동서화합이 몇 년째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양 지역 간 경제동맹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 맞서는 영호남 광역경제권 구축에 대한 공감대가 점차 넓혀지고 있어 달빛내륙철도에 대한 관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이제는 달빛내륙철도가 통과하는 지역의 단체장들이 모여 달빛철도 건설 추진협의회를 구성했다. 협의회는 실무자 중심으로 공조방안을 논의하며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도 발표한다고 한다. 지역의 관심도가 그만큼 커진 것이다.달빛내륙철도 건설 사업은 광주-담양-순창-남원-장수-함양-거창-해인사-고령-대구까지 191km를 1시간대에 주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이 사업은 앞으로 넘어야 할 관문도 많다. 첫 걸음인 용역사업에서 단추를 잘 끼워 이 사업이 정부사업으로 확정을 받는데 심혈을 쏟아야 한다. 이 사업은 당초 용역 예산 반영조차 쉽지 않았던 사업이다. 지역의 여론을 바탕으로 가까스로 용역비가 살아났지만 사업의 실효성을 제대로 평가받는 데는 한계점이 있다.달빛내륙철도 건설 사업은 비용대비 편익(B/C) 점수가 높지가 않다. 경제성으로 따질 경우 또 추가 검토사업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는 해석도 된다. 그러나 이 사업을 단순히 경제성만으로 논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균형발전과 국가 정책적 목적에 비춰보는 것이 중요한 때문이다. 첫발을 내디딘 달빛내륙철도가 양 지역의 지혜를 모아 성공의 씨앗이 될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2018-06-13

숙제 남긴 북미정상회담… 한반도 평화 아직 멀다

온 세계가 주목해온 북미정상회담이 끝났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2일 단독-확대-오찬으로 이어진 정상회담을 마무리하고 합의문에 서명했다. 합의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안전보장을 제공한다고 약속하고,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재확인했다는 내용이다. 의미 있는 ‘한반도 평화’ 희망의 싹을 틔운 것으로 평가할 만하지만, 구체적으로 담보된 내용은 태부족하다. 합의문은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두 나라의 국민들의 평화와 번영에 부합되게 새로운 관계를 설립하는데 노력”하고 “한반도의 한반도 지속·안정적 평화체제 구축에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발표한 판문점선언을 재차 확인하고, 북한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rarization)’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적혀 있다.이어서 미국의 큰 관심사 중 하나인 전쟁포로 및 실종자의 유해에 대해서도 “확인된 전쟁포로(POW) 및 전쟁실종자(MIA)들의 유해를 즉각 (미국으로)송환하는 것을 포함해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고 결정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 합의문 조항을 신속하고 완전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합의한 대목은 눈길이 간다. 이를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과 북한 고위층인사가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다음 협상을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빠짐없이 포함했다.그러나 우리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깊게 갖고 있는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아니라 ‘완전한 비핵화(CD)’라는 표현으로 대체된 것을 놓고 벌써부터 말이 많다. 북한이 제아무리 변한다고 한들 핵을 머리에 이고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북녘 땅에 단 한 발의 핵폭탄이라도 존재하는 한 달라질 게 하나도 없다.물론 ‘종전선언’에 이어 ‘북미 간 평화협정’이나 ‘남북 간 불가침조약’같은 이벤트를 기회로 삼아 대화와 교류의 폭을 넓히면서 위협요소를 풀어가는 방법이 있겠지만, 그런 것들만으로는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결코 담보하지는 못한다. 문제는 결국 ‘신뢰’다. 북한이 무수히 어긴 약속의 역사가 존재하는 한 ‘신뢰’는 하루아침에 회복되지 못한다. 저들이 뒤집은 약속에 대해서 사과하고, 저지른 도발을 상쇄할 만한 신의를 보여주어야 한다. 북미정상회담이 어떻게 이행되는지에 대해서 미리부터 비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회담결과를 보면 갈 길이 너무나 멀다는 느낌이다. 정신 똑바로 가누고 국방을 더욱 튼튼히 하면서 긴장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다 해야 마땅할 것이다.

2018-06-13

TK지역 흑색선전 기승… 유권자가 중심 지켜야

6·13지방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TK(대구·경북)지역의 접전지에서 흑색선전을 비롯한 네거티브 선거전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책대결이 실종된 이번 지방선거에 임하는 유권자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의 행태를 탓할 시간은 이미 지났다. 유권자들이 평정심을 지키고 후보들을 냉정하게 평가하여 지방선거의 의미와 중심을 지킬 수밖에 없어 보인다. 풀뿌리 민주주의 축제로 일컬어져 온 지방선거가 본모습을 잃고 있다. 특히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TK지역 접전지역의 경우 상대후보를 겨냥한 무차별 폭로전이 벌어지면서 네거티브 선거가 절정에 달하고 있다. 비방전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선거행태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흐리게 할 뿐만 아니라 후보들 간의 고소고발이 잇따르면서 재보궐 선거 등 심각한 선거 후유증마저 우려된다.봉화군수 선거에서는 돈봉투 사건이 법정공방으로 비화됐다. 봉화경찰서는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의 지지를 부탁하며 돈봉투를 건넨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A후보의 선거운동원 B씨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B씨의 집과 사무실, 차 등을 압수수색하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이 중간 수사발표 등을 하지 않는 가운데, 후보들 간에 네거티브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영양군수 선거도 비방전으로 시끄럽다. 민주당 경북도당은 영양군선거관리위원회에 호별방문과 금품살포, 식사제공 등 불법 부정선거 의심사건을 영양군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해, 선관위가 조사에 나섰다. C후보 측은 D후보를 지목하고 있고, D후보는 이를 부인하며 “악의적 선거운동”이라고 반발하고 있다.비난성명, 고소고발도 난무한다. 안동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권영세 후보 측이 매체를 통해 ‘안동시 부채 완전 청산’이라고 선전하자, 한국당 권기창 후보는 허위라며 경찰에 고발했다. 또 청도군수 선거에 나선 한 후보 측도 불리한 기사를 썼다며 언론매체 관계자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선관위에 고소했다. 경주시장 선거에서는 무소속 최양식 후보가 한국당 주낙영 후보의 금권선거 논란과 관련해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삭발했고, 이에 주 후보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중앙정치 이슈가 판을 치면서 정책선거는 실종되고, 서로 상대방을 물어뜯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돼버린 지방선거가 안타깝다. 뻘밭에서 지역살림을 맡길 인재를 찾아내야 하는 유권자들은 이래저래 고달프게 됐다.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해야 하는 형편에 빠졌지만, 유권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주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좀 더 살피고 집중해 좋은 일꾼을 가려내기 위해 애써야 할 것이다.

2018-06-12

투표는 유권자의 신성한 권리… 투표율 높여야

투표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일곱 번째 맞는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13일 일제히 실시되지만 국민의 투표율이 얼마나 될지가 관심거리다. 8∼9일 이틀간 실시된 사전투표에서 전국 평균 20.14%의 투표율을 보여 역대 지방선거 사전투표율로서는 최고를 기록했으나 투표율에 대한 해석은 제각각이다. 선관위 집계에 따르면 대구는 16.43%로 전국 평균치에도 못 미쳤고 경북은 27.25%로 전국 평균치를 넘어섰다. 특히 대구는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꼴찌를 기록해 경북과 대조를 보였다. 대구는 8개 구군별로 봐도 20%를 넘긴 곳은 한군데도 없다. 서구, 남구, 북구, 달서구 등 4곳은 15% 대에 머물렀다. 대구의 투표율이 낮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네 차례 지방선거에서 모두 전국 평균 투표율에 미달했던 곳이 대구다.이유야 많겠지만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 등이 원인이라 해도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꼭 대구만의 문제도 아니다. 투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가지는 유권자의 유일한 권리다. 역대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의 투표율은 제1회(1995년) 때 68.4% 투표율을 보인 이후 단 한번도 60%를 넘긴 적이 없다. 3회 때인 2002년에는 48.9%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방선거가 지방선거답지 못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실은 사전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만큼은 대구에서도 투표율이 올라갈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았다. 거센 변화의 바람이 TK지역에서 일어나 과거와는 다른 선거 붐이 일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이번 지방선거는 선거를 앞두고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과 같은 초대형 이슈가 등장해 지방선거로서 이슈화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한 것도 큰 이유다. 이유야 어쨌든 지방선거는 우리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유권자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보다 지방선거의 결과가 주민들 일상에 주는 영향이 더 크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지방선거가 지역의 정책선거가 되도록 여건을 만들지 못한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도 크다. 책임도 물어야겠지만 우선 지금이라도 지방선거의 의미를 되살려 올바른 우리지역 일꾼을 뽑는데 유권자가 앞장서야 한다.유권자로서 주인의식을 갖고 내 고장 일꾼을 선택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지방선거는 후보의 도덕성, 능력 등도 살펴보고 그들이 내놓은 정책공약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도 해야 한다. 민주정치는 선거를 통해 발전한다.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주민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지방도 함께 잘사는 지역 균형발전의 문제도 지방선거를 통해서 이뤄가야 한다. 민주국가에서 투표는 유권자의 신성한 권리이며 동시에 의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2018-06-12

임박한 근로시간 단축, 현장의 부작용 어쩔건가

다음달 1일부터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의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다.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법 개정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는 앞으로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 추진돼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지역도 당장의 충격은 덜하나 민감한 문제를 놓고 고심중이다.문재인 정부는 근로시간이 줄면 여가 활동이 늘고 14만~17만 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란 전망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의 반응은 다르다. 모든 정책이 준비가 부족하면 부작용을 겪기 마련이다. 지금 정부가 시작한 최저임금제도 정부의 좋은 취지보다 부작용으로 인한 폐해가 더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도 이의 전철을 밟을 것이 우려된다.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와 관련, 근로시간을 늘려달라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서민들은 저녁은 있지만 돈이 없는 삶을 살기는 싫다는 내용이다. 시간제 근로자나 초과근무 수당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견 중소기업 직원은 근로시간이 줄면 임금도 함께 줄어들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서민의 임금이 줄 것이란 문제는 이미 예고됐던 문제로 이에 대한 대응책이 벌써 준비됐어야 했다. 전문가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단축의 속도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그러나 정부는 오불관언식 태도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300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월급은 7.9%가 감소하는 반면 30~299인 기업체 근로자 월급은 12.3%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서민층이 더 많은 고통을 받는다는 의미다.기업 애로도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비판 여론이 비등한데도 관련부처 장관의 태도는 안일하다. 일단 시행해 보고 보완할 게 있으면 보완하겠다는 태도다. 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주는 징역을 살거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할 판인데 정부는 가이드 라인조차 마련치 않고 있다. 한심할 뿐이다. 기업들은 기업의 출장이나 거래처와의 식사 등을 근무시간으로 보아야 할지 말지 혼란스런 일이 한둘이 아닌데도 말이다. 이미 서울에서는 근로단축 시행을 앞두고 시외 및 고속버스 예약 중단 사태가 벌어져 국토부가 수습에 나서는 일까지 있었다고 하니 법 시행에 따른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할지 우려가 크다.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대구경북에서도 일용 근로자가 많은 식당 등에서는 사람을 줄이고 음식값도 다락같이 올랐다. 정부의 정책이 선의의 의도를 가졌더라도 그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이 크다면 개선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속도를 조정한다고 정책이 퇴조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과 근로자의 근심을 한시바삐 덜어주어야 한다.

2018-06-11

북미정상회담, ‘빛 좋은 개살구’를 경계한다

한반도 평화 구축여부의 분수령이 될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핵심 의제인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을 둘러싸고 막판 줄다리기를 벌여온 양측이 도달한 합의점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대원칙으로 삼고 이를 지지하고 기대해온 우리에게 마지막에 들려온, ‘개괄적 합의 후 후속회담’ 전망은 우려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 도착해 회담준비에 들어갔다. 들려오는 소식만으로는 미국과 북한이 사전 실무회담에서 한국의 입장에서 안심할 만한 ‘한반도 평화 구축방안’에 합의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김정은이 CVID를 위해 결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여전히 CVID에 대해서는 진전이 없음을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읽힌다.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행 전인 9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포기에 진지한지 아닌지는 1분 이내에 알 수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진지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면 대화를 계속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을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정적인 체제보장과 북-미 수교, 백악관 방문, 경제 지원 같은 장밋빛 미래를 김정은 위원장 앞에 거듭 예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김정은은 ‘한반도 비핵화’만 운운할 뿐 CVID에 대한 확언을 거부한 채 구태의연한 ‘단계적 비핵화론’에 기대고 있는 낌새다.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상태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벤트성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신중을 기하는 것이 옳다.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를 철거했다는 소식으로 미루어 회담국면에서 미국의 위험을 제거해주는 데는 적극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냉정하게 따져볼 때 ICBM같은, 미국 국민들이 신경 쓰는 직접적인 위협수단을 제거해주는 조건으로 북미정상회담이 머무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북한은 핵보유국이 되고, 우리는 한미동맹에만 목을 매야 하는 한심한 경우가 예측되기 때문이다.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되는 순간 어쩌면 대한민국의 핵무장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지구상에서 국가와 국민들이 스스로 안전하게 생존할 길을 모색하는 일보다 더 귀한 가치는 없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결과가 미국에게 아무리 의미있는 것이라고 해도 우리에게 ‘빛 좋은 개살구’가 되는 사태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 냉철한 이성으로 지켜보되 그 결과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판단해야 할 시간이다.

2018-06-11

철새 정치·박쥐 정치… 지역정치권 궤도이탈 한심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의 돌풍현상이 두드러진 TK(대구·경북)지역 지방선거 국면에서 일부 한국당 정치인들의 궤도이탈 행태가 새로운 논란거리다. 영향력 있는 일부 인사들이 각자의 이해관계만 따져서 표리부동한 정치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스스로 변화하고 소속 정당을 고쳐낼 의무를 내팽개치고 선거 목전에서 이해득실에 따라 가볍게 처신하는 것은 지역정치 발전에 결코 이롭지 못하리라는 지적이다.옛말에 ‘중이 절 싫으면 떠나면 그만’이라지만, 정당은 나라의 운명을 결정짓는 정치결사체다. 그런 정당의 구성원들이 풍향계(風向計)처럼 양지만을 좇는 정치행태를 우리는 신물 나게 보아왔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통적으로 TK지역에 기반을 둔 보수정당 자유한국당과 연고가 있는 일부 인사들이 갈지자 행보를 보여 지역민의 실망을 더욱 덧내고 있다.지방선거 이후의 개인적 정치행로를 염두에 두고 실익을 좇아 정치도의를 무시한 채 정체성을 남나들며 특정후보 지지에 나서기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가 막히는 일은 TK지역에서 한국당 후보와 민주당, 무소속 후보가 접전을 벌이는 곳에서는 ‘주한야민(낮에는 한국당, 밤에는 민주당)’ 또는 ‘주한야무(낮에는 한국당, 밤에는 무소속)’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는 현실이다.실제로 포항시장 선거의 경우 몇몇 유력인사가 한국당 이강덕 후보와 민주당 허대만 후보를 번갈아 만나며 양다리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주에서는 복당한 정종복 전 의원이 한국당 주낙영 경주시장 후보를 적극 지원하지 않고 무소속 최양식 후보를 지지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21대 총선을 겨냥한 야릇한 행보라는 분석마저 등장했다.무소속이 강세인 지역에서 공천에서 탈락한 뒤 탈당하거나 무소속 후보를 대놓고 지지하는 등의 현상은 두드러지고 있다. 경주를 비롯 울진, 예천, 달성, 영천 등의 지역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이런 흐름은 보수분열 등의 요소들과 함께 한국당이 TK지역에서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로까지 꼽히고 있다.유권자들의 표심을 호도하는 이 같은 행태는 지역발전과 정당정치의 기반을 허무는 일이어서 부작용을 막아내기 위해 공천제도의 세부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제아무리 민심이 흔들린다고 해도 선거 국면에서 당인(黨人)으로서의 금도를 넘어 시시때때 경계를 넘나들며 말을 바꾸는 정치는 옳지 않다. 시절에 맞춰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철새정치, 두 얼굴로 사는 박쥐정치는 자신을 망치고 정당정치도 너저분하게 만들 따름이다. 신의를 지키면서, 민심을 투철하게 반영하여 스스로는 물론 위기국면의 소속정당을 환골탈태시키는 일에 용심(用心)을 다해야 마땅할 것이다.

2018-06-08

막판 접어든 6·13 地選, 불·탈법 막아라

지방선거가 막판 접어들면서 과열 양상이다. 특히 난공불락이었던 TK지역에 민주당이 역대 최다 후보를 내면서 선거전은 끝까지 불꽃튀는 접전 양상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남북 및 미북회담 등 대형 이슈에 가려 시들할 것으로 예상했던 지방선거가 이처럼 막바지에 과열될 기미가 보이자 불·탈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구시선관위 조사에 의하면 4년 전 지방선거 때보다 전체적으로 불·탈법 사례는 줄었으나 막판 들어 불·탈법이 증가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SNS 등 온라인을 통한 불법선거는 오히려 더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관계 기관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5월 말 현재 총 1천31건에서 1천667명의 선거사범이 적발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 가운데 148명을 검거하고 6명을 구속했다. 검거된 선거사범 가운데 금품수수 혐의가 50명으로 가장 많았고, 흑색선전이 28명으로 그 다음을 이었다.대구시선관위 조사에서도 흑색선전의 소지가 많은 사이버상 불법 선거 게시물이 4년 전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6·13 지선과 관련해 대구시선관위 사이버 공정선거지원단은 1천700여 건에 달하는 사이버상 불법선거 게시물을 삭제 조치했다. 불법 게시물은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 등에 여론조사 결과를 게시하면서 여론조사기관이나 조사 시기, 오차범위 등을 표시 않고 지지율만 노출시키는 경우가 절반을 넘었다. 또 특정후보 비방을 담은 게시물로 많았다고 한다. 이처럼 온라인을 통해 은밀하게 특정후보를 비방하거나 흑색 선전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적발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이와 함께 유권자들에게 금품 또는 음식물을 제공한 사례도 적발되고 있다. 봉화경찰서는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의 지지를 부탁하며 돈 봉투를 건넨 혐의로 선거운동원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선거 중립의무를 지켜야 할 공무원이 특정후보를 홍보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달에는 문경시 공무원 5명이 선거법 위반으로 무더기 검찰에 고발됐다.공무원뿐 아니라 지자체의 예산을 지원받는 단체 등의 선거 개입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선거 단속 현황을 볼 때 이번 지선은 불법 인쇄물이나 불법 기부행위 등 전통적 방법의 불법 행태는 줄었으나 온라인 등 은밀한 방법을 통한 불법은 더 극성을 부리는 것으로 짐작된다. 지방선거는 엄격히 말해 내 고장을 이끌 지도자를 뽑는 선거다. 정당이나 이념보다 정책이나 인물 중심의 선거로 유권자가 선택해야 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서 탈·불법을 막으려는 당국의 단속도 중요하지만 유권자가 제대로 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반칙을 일삼는 후보에 대해서는 철저히 응징을 하여야 한다.내고장을 이끌 청렴하고 실력 있는 후보 선택은 유권자만이 할 수 있는 권리다.

2018-06-08

TK 젊은 표심 급변, 기성정치 쇄신 절실

20대(19세 포함)~40대를 중심으로 TK(대구·경북) 젊은이들의 정치적 성향이 큰 폭으로 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보수정당을 지지하던 지역표심이 자유한국당을 속속 이탈하면서 민주당 지지세가 무섭다. 민주당 일당독식 체제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되는 호남민심과 사뭇 다르다. 이번 선거를 통해서 TK민심이 어떤 변곡점을 만들어낼 지 예측이 불가하다. 오늘은 어제의 결과물이다. 기성 정치인들이 대오각성하고 거듭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급변하는 민심은 경북매일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달 24일부터 최근까지 진행해온 경북지역 광역·기초단체장 여론조사 결과에서 확연하다. 한국당의 정당지지율은 37.8%로 민주당 33.8%와 4.0%포인트 차에 불과했다. 지난 1월2일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47.2%, 민주당 25.0%로 두배 가까웠던 지지율 격차는 불과 5개월 남짓 사이에 현격하게 줄었다.우선 20대(19세 포함)와 30대는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높았고, 40대는 양 당의 지지율이 비슷했으며, 50대와 60대 이상은 한국당을 지지하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 지난달 25일 공표된 포항시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한국당은 정당 지지율에서 37.7%로 35.9%의 민주당에 간발의 차로 앞섰다.이 같은 TK지역 민심이동은 최근 남·북 평화분위기 조성과 함께 북·미 정상회담 성공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가장 큰 변인이다. 청년실업으로 미래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젊은 세대들이 남·북·미 관계 회복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다 최근까지 민심과는 거리가 먼 발언을 잇달아 쏟아낸 한국당 홍준표 대표에 대한 반감도 한몫했을 것이라는 게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호남지역에서는 광역단체장·기초단체장 및 교육감 선거 모두 두각을 나타내는 후보들은 민주당이다. 자유한국당은 민주당 기세에 눌려 호남에서 20년 만에 단 한 명의 광역단체장 후보도 내지 못했다. 민주당 소속 무투표 당선자가 광주·전남 14명, 전북 10명에 달하며 독주를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민주평화당이 유일한 대안세력을 자임하고 있지만 민주당 쓰나미에 역부족이다. TK지역의 민심 변화는 밖에 나가서 못난 짓만 거듭하는데 화가 난 부모가 제 자식에게 회초리를 든 형국으로 이해된다. 잘못을 깨닫고 거듭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말고 다른 해결책은 없다. 지역의 기성 정치인들이 또 다시 지역감정에 불이나 질러보려는 케케묵은, 나라와 지역을 말아먹을 모사(謀事) 따윌랑 일절 접어야 할 것이다. 진정 뉘우치는 자식에게는 기꺼이 품을 내어주는 어버이의 심사를 믿고 정말 뼛속까지 내용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2018-06-07

또 드러난 포항철강공단의 안전의식 불감증

포항철강공단에서 기름 탱크 폭발사고로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난 1월 포스코 포항제철소 외주 파트너사 직원 4명이 숨진 산재사망 사건 이후 또다시 발생한 산재사고다.특히 이번 사건도 산업안전보건법 등 현장 근로자들이 지켜야 할 기본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일어난 인재란 지적이 나와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의식 문제가 또 한번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5일 오전 포항시 남구 포항철강산업단지 내에 비료와 시멘트 혼합제를 생산하는 (주)제철세라믹 포항공장 인근의 기름 탱크가 폭발해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은 공장 측이 필요가 없어진 한 개의 기름 탱크를 폐기하기 위해 전문업체에 용역을 맡긴 상태였고,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철거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였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경찰 등의 조사에 의해 밝혀지겠지만 우선 드러난 사실로 미뤄보아 안전의식의 부재가 빌미가 된 것으로 보인다.소방당국 관계자는 “기름 탱크 하단부분을 제거할 목적으로 파이프에 톱질 등을 하다 탱크 내 잔류해 있던 유증기와 찌꺼기가 스파크해 일어난 폭발로 추정된다”고 했다. 탱크 철거작업의 경우 내부물질을 모두 비워내고 잔유물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나 이번 사고는 기본적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포항고용지청 관계자도 “휘발성이 거의 없는 물질이지만 밀폐된 곳에서 날씨 등 특정 조건이 형성되면 발화할 수 있다”며 “안전의 기본이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의심된다”고 했다.지난 1월 포스코 제철소 내 산소공장에서 외주근로자 4명이 질식사한 것도 인재였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근로자가 질식사를 막아줄 공기호흡기 등은 착용하지 않고 먼지를 걸러주는 방진마스크를 착용한 채 작업한 사실만으로 안전의식이 부재했다는 비판이다.포항철강산업단지 내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29일 레미콘 공장 내 재활용설비 작업장에서 작업하던 근로자가 기계에 몸이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그에 앞서 A제강 포항공장에서 크레인 붕괴사고로 작업자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지난달에도 60대 근로자가 철판에 깔려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고용노동부 조사에도 대구경북 기업체의 1분기 재해율은 작년 동기보다 높게 나타났다. 재해자 수도 2천186명으로 지난해보다 183명이나 많았다.사고가 날 때마다 안전을 외쳤으나 구호에 그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무엇보다 기업이나 근로자의 안전에 대한 인식이 확 달라져야 한다. 감독기관도 보다 엄격한 관리를 해야 한다.얼마전 포스코가 안전을 경영의 최고 가치로 삼고 안전 분야에 대한 예산 1조원 투자를 선언했다. 이를 계기로 철강공단 등 지역기업도 안전의식 제고에 더한층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18-06-07

제1야당 대표 유세중단… 이런 선거 처음 본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6·13 지방선거 지원유세를 중단하기로 했다. 제1야당 대표가 선거무대에서 사라진다니, 듣도 보도 못한 희한한 선거판이 펼쳐지고 있다. 제아무리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해도 이건 말이 안 된다. 유세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홍준표 패싱’이라는 이름의 기피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자유한국당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어내어 고쳐낼 때지 이런 식으로 대표만 무대 뒤로 숨기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홍 대표가 지역선거구에 나타나면 한국당 후보 지지표가 오히려 떨어진다는 풍문이 돌았다. TK(대구·경북)지역 후보자들도 그동안 홍 대표가 지원유세를 올 때마다 비공식적으로 난처해하는 현상이 있었다. 실제로 한국당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후보가 홍 대표의 지원유세 참석여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홍 대표의 유세중단 결정에 한국당 TK 후보들의 득실 계산이 복잡해졌다. 한국당 텃밭으로 여겨졌던 대구에서 유난히 홍준표 패싱론이 거셌다. 대구지역 한국당 후보들 사이에서는 홍 대표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에 TK민심이 등을 돌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홍 대표 방문 이후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들썩거렸다는 것이다.반면, 보수적 색채가 더 뚜렷한 경북의 경우 지역별로 홍 대표의 지원유세에 대한 반응이 엇갈린다. 경북지역 한국당 관계자는 “노년층 등에서는 ‘홍 대표처럼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는 시민도 있고, 반대로 기피하는 시민도 있다”며 “홍 대표의 발언에 대해 호불호가 확실하다”고 전하고 있다.정치인 홍준표의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오늘날 그의 퇴락한 대중이미지를 안타까워한다.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세월이 가면서 ‘모래시계’ 검사출신으로서 진정성과 개혁성향, 통찰, 유머와 남다른 친근감으로 매력을 발산하던 그가 수구꼴통의 대명사로 인식되는 것은 의외의 변천이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일당 800원짜리 현대조선 경비 일을 하던 아버지를 보면서 불공평한 세상을 바꿀 결심을 했다던 그다.투철한 반성을 통해 홍준표가 변하고, 한국당이 변하지 않는 한 민심이 달라질 가망은 높지 않다. 다 끓고 난 찌개 속에서 청양고추 골라낸다고 찌개의 매운 맛이 과연 사라질까. 늦지 않았다. 한국당의 거듭남은 지금 바로 시작돼야 한다. 지방선거에서 조금이라도 표를 더 얻겠다는 소탐(小貪)의 찌질한 꼼수 따위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집권당의 실정만 찾아내어 악착같이 물어뜯는 야당노릇도 바꿔야 한다. 진지한 반성 속에서 꾸준히 시대변화에 맞는 가치관을 담아 미래를 위한 확실한 정책대안을 꾸준히 생산해내야 한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회(轉回)만이 한국당의 살 길이다.

2018-06-06

시민불편 주는 소음공해 선거문화 바꾸자

6·13 지방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표심을 잡기 위한 선거전이 과열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후보들의 지명도가 곧 표심이라는 지방선거 특징 때문에 후보들이 앰프방송과 같은 얼굴 알리기 유세 전략에 집중하는 바람에 소음공해를 호소하는 주민이 많아지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기간에 돌입한 이후 대구시와 포항시 등 대도시 도심은 후보들의 유세차량과 현수막 등으로 주민들의 일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후보들이 동원하는 확성기와 유세차량의 로고송, 녹음 방송 등이 하루종일 울려 퍼지면서 주민들은 선거운동이 아니라 아예 공해수준이라고 불평을 쏟아대고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유세차량에서 나오는 소음의 크기는 약 80~100db 규모로 기차가 빨리 지나가는 철로변 주변 소음정도라 한다. 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스트레스는 물론 정신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하니 선거소음에 대한 당국의 관심이 있어야겠다.도심 곳곳을 무차별 점령한 선거 홍보물은 상가의 상호를 가리고, 유세차량의 무질서한 점거로 보행자의 보행권이 침해하는 경우도 빈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선거가 자신들의 일상을 망치고 있다”며 선거방법의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기도 한다.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도 선거유세와 관련한 청원이 수 백 건 올라오는 등 소음공해를 일으키는 선거방법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주민들은 “선거가 중요하지만 선거를 위해서 국민의 일상이 파괴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청와대 청원 민원에는 “스피커 없는 선거를 원한다” “소음공해 너무 심해요” 등의 내용이 많이 올라와 있다.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소음문제에 대해 이제 정책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한 때로 보인다. 선거 때 자신의 얼굴을 알리기 위한 수단이 동원되는거야 당연하지만 지금처럼 이런 방법이어야 한다는 데는 검토의 필요성이 있다. 인터넷 등 각종 매체가 다양화되고 있는 시대변화에 맞춰 유권자가 후보를 검증하는 새로운 선거 방법을 체계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현재의 선거 방법은 과도한 선거 비용을 부추긴다는 점에서도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 중앙선관위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올해 선거비용이 6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니 개선의 여지는 많다. 거리에 게시되는 후보자의 펼침막만 하더라도 대략 13만8천장으로 10m 길이로 연결하면 1천383km 정도 된다고 한다. 놀라운 낭비다.선거 소음공해는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민원임에도 정부 당국의 관심은 그만큼 이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방선거는 지명도 싸움이라는 말처럼 낮은 인지도를 알리기 위해 소음을 동반한 과도한 선거방법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의 정책과 인물을 알릴 획기적 선거방법을 도입해 선거 소음공해를 줄여 나가야 할 것이다.

2018-06-06

‘군부대 이전’ 공약, 신중하게 접근해야

6·13지방선거에서 다시 등장한 대구 도심에 있는 주요 군부대의 이전 공약이 여야 정치권의 뜨거운 논란거리다. 더불어민주당 남칠우 수성구청장 후보 측은 3개 군부대를 이전하고 그 자리에 ‘대구 실리콘밸리’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구청장 선거 공약으로 마땅한 것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국방 측면에서의 적절성 검토도 없이, 은밀해야 할 주요 군사시설 이전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은 정말 괜찮은 것일까.남 후보가 공약으로 내건 군부대의 부지는 제2작전사령부 40만여 평과 5군수사령부, 방공포병학교 등 총 74만9천 평에 이른다. 남 후보 측은 군부대 이적지에 ‘대구 실리콘밸리’를 조성하면 향후 8조2천억 원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불러온다는 솔깃한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았다. 또 다시 등장한 군부대 이전 공약이 주민의 재산권과 관련돼 보수텃밭의 표심을 흔드는데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고, 대구 민주당 바람의 진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기초단체장 후보의 군부대 이전 공약은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자 민주당이 지원사격을 시작했다. 전반기 국회 국방위 간사였던 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지원유세를 통해 중앙당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 의원은 “수성구 관내 군부대 이전은 충분히 실현될 수 있다”면서 “앞으로 후반기 국회에서 새 상임위가 구성되면 여당 국방위 의원들과 충분히 협의해 2작전사 이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자유한국당 측은 군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선거용 발언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군부대 이전은 군 작전상 필요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정치인이 언급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전후방 개념이 없는 현대전에서 군 작전 필요성에 의해 정해진 부대위치를 정치인의 입김에 따라 변경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다.한국당 김대권 수성구청장 후보는 3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방개혁 2030’에도 낙동강 전선의 최후 보루인 2작전사를 이전하는 것은 검토된 바 없다”며 “국방안보의 중차대한 사안을 경제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며 기부대 양여 방식으로 이전하면 지방정부의 부담이 늘어나고 시민들도 어렵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주장한다.지역민들을 잘 살도록 하겠다는 의지에서 관내 국가시설을 이전하고 그 자리에 획기적인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공약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대상이 국방을 감당하는 주요 군부대라면 출마후보든 유권자든 섣불리 공언하지 않는 것이 이성적인 태도일 것이다. “군작전 반응속도를 감안할 때 현재 자리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한 2작전사 출신 예비역 대령의 말을 결코 흘려듣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2018-06-05

이상기온 농작물 피해, 더 철저한 사전 관리를

올해는 유난히 날씨가 변덕을 부렸다. 지난 겨울의 강력한 한파에 이어 개화기에는 꽃샘추위로 농작물이 피해를 보아 경북도가 정밀조사에 나섰다. 5월 들어서는 농작물 생육에 좋지 않은 잦은 비와 아침저녁의 이상저온 현상이 나타났으며, 최근에는 우박을 동반한 비까지 내려 농심을 애타게 했다. 또 이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경북지역 농민들은 변덕스런 날씨로 인해 농작물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경북도는 지난 4월 초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바람에 경주, 김천 등 11개 시군에 1천91ha 농작물에서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과, 복숭아, 배 등 과수가 826ha, 감자, 참외 등 밭작물이 265ha로 이곳에서는 꽃잎이 말라 죽거나 시드는 현상이 나타났다.지난달 23일부터는 사과 주산지를 중심으로 열매가 떨어지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안동, 봉화, 문경, 예천지역 과수원에선 열매가 노랗게 변하거나 일찍 떨어지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 또 29·30일 소나기를 동반한 우박으로 10개 시군 392ha 농작물에서 피해가 났다. 사과, 복숭아, 자두, 배 등 과수 열매와 깻잎, 고추, 양파 등 채소류에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경북도는 최근 도내 농가에서 발생한 피해가 기상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난 것이라 했다. 개화기간의 저온, 서리, 봄철 잦은 비, 일조량 부족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최근에는 우리나라 대표적 고추 주산지인 안동 등 경북 북부지방에서는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일명 칼라병)가 발생해 농민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 병은 전염성이 강하고 심하면 작물이 고사하는 치명적인 병이다. 원래 서해안 지역 중심으로 발생해 경북내륙과 동해안지역은 비교적 안전지대로 여겼으나 작년부터 안동, 봉화, 예천, 의성 등지에서 발병이 확인되고 있다.경북도는 저온현상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정밀조사를 당초 5월 말까지 하기로 했다가 농작물의 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20일 연장했다. 도는 농작물 피해를 입은 농가에 대해서는 재해복구비 기준으로 농약대, 대파대를 지원하며 피해율이 50%를 넘는 농가에 대해서는 생계비, 학자금, 영농자금 상환 연기 등의 지원도 할 예정이다. 경북도 관계자도 “피해농가가 복구비 지원 대상에서 빠지지 않도록 조사를 철저히 하겠다”고 했다.그러나 농가의 피해보상도 중요하지만 농작물의 2차 피해가 더 이상 번지지 않도록 하는 대책마련이 더 다급하다. 전문가들은 기온변화에 따른 농작물 피해 속에 과수 화상병과 자두곰보병도 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각별한 주의를 요청하고 있다. 바이러스나 진딧물 등 각종 전염매개체에 대한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사후보상보다는 사전예방 조치로 농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2018-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