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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상주, 새 100년 위한 도전 이어간다

강영석 상주시장 끊임없는 도전은 혁신과 발전의 핵심이다. 지금 상주시는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아닌, 어려움과 불확실성을 마주할지도 모를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먼저 상주문화를 한 단계 더 도약할 상주 시립도서관 건립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도서관은 우리의 지식과 인지력을 넓히며 영감과 창의성을 자극하는 곳이다.현재 만화의 위상은 어린이들의 문화로 치부되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전국 대학에 작년에만 20개 이상의 웹툰 관련학과가 신설되었을 만큼 폭발적인 관심 콘텐츠로 급부상 중이다. 또한 국내 웹툰이나 영화, 드라마, 게임으로 확장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듭하며 새로운 K-한류 콘텐츠 산업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상주시 두드림 복합 시립 도서관은 K-웹툰과 만화의 저변 확대를 위한 경북 최초의 만화 특화 도서관으로 건립되고 있다. 지난 2022년 3월 건립공사의 첫 삽을 떴으며, 올해 8월을 준공 목표로 하고 있다. 정식 개관은 12월로 예상한다.상주시는 특화 주제를 공공도서관과 접목해 새로운 콘텐츠를 아우르며 시민들의 창작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지역 축제에도 만화특화 도서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관광객 유치 증대와 시민 참여도를 높여 상주시의 이미지 제고와 지역 경제 활성화도 함께 도모할 계획이다.상주시는 차세대 먹거리 이차전지 클러스터 육성에 총력을 쏟고 있다. 전기차가 급부상하면서 이차전지는 앞으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부품으로 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이에 발맞춰 상주시는 이차전지 핵심연구와 재활용, 생산연구단지 조성까지 이어지는 이차전지 클러스터 구축에 박차를 가하며 차세대 첨단산업도시로 향해가고 있다.이차전지 실리콘 음극재 제조기업인 SK머티리얼즈그룹포틴이 입주한 청리일반산업단지와 연계 발전이 가능한 상주시 공성면 용안리와 평천리 일원에 약 200만㎡의 규모로 이차전지 관련 산업 전용 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이차전지 소재·부품·장비 관련 제조기업을 한 곳에 집적시키고 산·학·연·관이 협력하여 이차전지 산업이 상주에 뿌리내릴 수 있는 산업생태계를 완성하는 것이 이차전지 클러스터 구축사업의 핵심이다.이를 위해 지난 2월 SK에코플랜트와 ‘상주 이차전지 클러스터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현재 이차전지 클러스터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 중에 있다.이뿐만 아니라, 청리일반산업단지와 이차전지 클러스터를 연계한 이차전지 클러스터 특화단지 추진 계획을 수립하고,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시행하는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공모에도 도전장을 냈다.시민들의 염원인 통합신청사 건립은 상주시 100년 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다. 지난 5월 11일, 새로운 100년 발전의 터전이 될 통합신청사 이전 예정지를 낙양동 구)잠사곤충사업장 일대로 최종 확정했다. 지난 2001년 통합청사 건립의 필요성이 제기된 이후 23년 만이다.상주시는 통합신청사 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 시행에 착수하여 통합신청사 건립 및 현 청사 활용 방안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예정이다.현 청사가 이전하더라도 현 청사 부지에 대해서는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에 따른 유치를 적극 추진하여 상주인구를 확보하고 도심을 새롭게 디자인해 유동 인구를 유입시켜 주변 상권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또한 기업 유치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 현 청사 부지에 도시계획 변경을 통해 대단위 아파트 건립도 검토 중이다.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수립 용역 결과가 나오면 시민 의견 등을 종합해 현 청사 부지 활용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신청사 후보지에서 제외된 두 지역 또한 상주시 발전의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상주시 통합신청사 이전은 상주시민의 숙원사업이었던 만큼 통합신청사는 상주의 새로운 100년 미래를 여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업무공간뿐만 아니라 시민이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 ‘시민의 청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2023-07-02

햄버거와 젓가락

사료와 음식의 차이는무엇일까.먹이는 것과 먹는 것 혹은만들어져 있는 것과 자신이 만드는 것.사람은제 입맛에 맞춰 음식을 만들어 먹지만가축은싫든 좋든 이미 배합된 재료의 음식만을먹어야 한다.김치와 두부와 멸치와 장조림과….한 상 가득 차려놓고이것저것 골라 자신이 만들어 먹는 음식.그러나 나는 지금햄과 치즈와 토막난 토마토와 빵과 방부제가 일률적으로 배합된아메리카의 사료를 먹고 있다.재료를 넣고 뺄 수도,젓가락을 댈 수도,마음대로 선택할 수도 없이맨손으로 한 입 덥썩 물어야 하는 저음식의 독재.자본의 길들이기.자유는 아득한 기억의 입맛으로만남아 있을 뿐이다.-오세영, ‘햄버거를 먹으며’(정효구, 시 읽는 기쁨, 문지사)‘인간은 그가 무엇을 먹는가가 결정한다’ 는 독일의 격언이 있다. 학자이자 시인인 오세영의 오래된 시 한 편을 감상해 보자. 이 작품은 시인의 ‘아메리카 시편(1997)’에 수록된 많은 작품 중 단연 독특한 시편이다. 작품의 미학적 수준을 따지자면 더 나은 작품이 있겠지만 미국 주도의 현대 자본주의 문명사회가 지닌 모순을 예리하게 들춰내고 있기에 한 음식을 통해 인간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을 불러내 봄 직하다.오세영 시인은 1990년대 중반, 미국의 서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버클리 캠퍼스 동아시아학과에서 한국문학을 강의한 경험이 있다. 그 무렵의 체험이 이 시를 쓰게 했다. 그렇다면 ‘사료와 음식의 차이는 무엇일까.’ 시인은 첫 행부터 대뜸 충격적인 질문을 한다. 우리는 사료는 가축의 먹이이고 음식은 사람의 먹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료는 단순한 먹이이고 음식은 먹이 이상의 문화적 존재라고 하면 어떨까.시인이 이와 같은 저돌적인 질문을 던진 후, 스스로 음식과 사료의 차이점에 대해 말한 다음 행으로 눈길을 옮겨보자. “사람은 // 제 입맛에 맞춰 음식을 만들어 먹지만 // 가축은 싫든 좋든 이미 배합된 재료의 음식만을 // 먹어야 한다.” 라고 사람과 가축을, 음식과 사료를 대비시킨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과 음식을, 가축과 사료를 서로 짝지어 놓고 있다. 이러한 대비 구조 속에는 사람이 음식을 먹는 것이 능동적이고 주체적이며 창의적이고 개성적인 행위라면, 가축이 사료를 먹는 것은 수동적이고 획일적이고 몰취향적인 행위라고 말하고 싶은 속뜻이 들어 있다. 이희정 시인 시인은 여기서 한 행 더 나아가 한국의 밥상과 미국의 햄버거 덩이를 대비시키고 있다. “재료를 넣고 뺄 수도,// 젓가락을 댈 수도, // 마음대로 선택할 수도 없이// 맨손으로 한 입 덥썩 물어야 하는 저// 음식의 독재,” 시인은 스스로 “아메리카의 사료”라고 부른 햄버거 덩이 앞에서 젓가락의 문화적 행위가 그리웠던 것, 자신의 문화적 욕구가 무참히 부서지는 심정에 빠졌던 것으로 짐작된다.하지만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햄버거를 사랑한다. 아니, 어쩌면 햄버거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햄버거를 사랑하는 것처럼 길들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햄버거가 아니더라도 시인 오세영의 방식을 빌리자면 젓가락은 “아득한 기억”의 한 장면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햄버거는 현대 자본주의 문명사회의 본질을 알려주는 하나의 상징체다. 미국인이 지닌 총기만큼이나 위력적이다. 여기서 앞선 장정일의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떠올리며 그 이면을 읽는 방식으로 오세영 시인이 언급한 ‘젓가락’에 주목해 본다.젓가락은 하나가 아닌 한 벌로 쓸 수 있는 도구다. 흥미롭게도 중국 뱃사람들이 빠른 항해를 바라는 마음으로 젓가락을 콰이즈라고 불렀을 때, 그들은 아마 ‘콰이(快乐)’라는 말이 ‘르(子)’와 합쳐져서 ‘행복’을 의미하는 ‘콰이르’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마치 어머니가 차려낸 밥상에 얹힌 마르지 않는 찬들의 촉촉한 정성처럼 젓가락은 하나가 아닌 한 벌로 이루는 공손하고 상서롭게 존재하는 문화적 도구임을.

2023-07-02

QS 월드랭킹 거부한 한국대학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모든 경쟁에는 랭킹이 있다.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대학 랭킹(대학 월드랭킹)이라는 것이 있고 이 랭킹을 매기는 기관은 수십 개가 있다.대학간 상호간 자매결연할 때, 국내외 학생들이 입학할 때, 유능한 교수를 스카우트 할 때, 세계 대학 랭킹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경우가 종종 있다.그래서 대학들은 랭킹에 초미에 관심을 두고 있다. 정도는 다르지만 미국이나 외국대학들도 마찬가지이다.그러나 그중에서 한국내 대학 랭킹은 1994년에 시작된 모 언론사 랭킹이 그리고 세계 월드랭킹은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THE(Times Higher Education)와 QS (Ququacquarelli Symonds)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특히 QS는 한국의 유수 언론과 독점계약을 맺고 있어 특히 한국내 영향력이 크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52개 대학이 연합해 QS랭킹을 거부 한다는 선언을 하였다. 여기에는 포스텍, 카이스트, 서울대, 연고대 등 한국의 주요 대학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포항 지역의 초일류대학 포스텍도 여기에 가담하였다. 그것은 심각한 방법론의 문제로 포스텍도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URFK(한국대학랭킹포럼)은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52개 대학의 동의를 얻어 발표 하고자 합니다. 런던에 위치한 주요 대학평가기관의 하나인 QS에서 발표 예정(6월 27일)인 세계 대학 랭킹에서 중대한 평가방법의 결함이 발견되어 한국대학들은 그 수정을 촉구하고 발표의 연기와 방법론의 수정을 요구해 왔습니다. QS가 국내 언론사를 통해 이 랭킹을 연기나 수정 없이 그대로 발표한다면 한국대학들은 평가를 거부한다는 선언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QS에 보낸 성명서와 관련 자료들을 첨부합니다. 현재 한국의 주요대학 모두 참여하고 있으며 52개 대학이 참여하였습니다.(리스트 첨부) 한국대학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언론사의 협조를 바라겠습니다”이 소식은 국내 주요 언론사 하나가 보도했으며, 그간 QS 월드랭킹에 의한 한국대학의 고충도 소개되었다. 외신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아직 외신에 소개는 되지 않았지만 외신들의 문의가 속속 오고 있다.사실 최근 미국에서도 대학평가에 중대한 결함이 있어서 대학평가를 거부한다는 하버드 대학 등 주요 대학들의 발표가 있었다.그동안 미국은 1984년 시작된 유에스뉴스 월드리포트(US News World Report)에 그해 미국내 종합대학의 랭킹과 전공별 랭킹이 발표 되었다. 특히 로스쿨, 의대, MBA(경영대학원) 순위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여 졸업생의 첫 직장 봉급에 영향을 줄 정도였다.여기게 미국의 초일류대학들이 반기를 든 것이다. 이것도 역시 방법론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이유에서 였다.지난달 27일 QS 랭킹은 그대로 발표되었고, 그 랭킹은 그대로 모 일간지에 인용되었다. 그건 QS와 한국대학간의 치열한 논쟁이 있었지만, 그 일간지는 QS의 논지만 전달하고 한국대학의 반론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랭킹이 떨어지니까 한국대학들이 반발하는 것은 아니였다. 랭킹이 올라간 대학도 이번 성명서에 참여했다. 데이터를 입력했으면 방법론을 인정한 것 아닌가라는 QS 주장도 QS는 데이터를 입력하든 안하든 랭킹을 내기 때문데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고 대학들이 할 수 없이 입력을 하는 거라고 답할 수 있다.가장 문제가 된 것은 IRN(International Research Network·국제연구 네트워크)이라는 지표였다. IRN은 Margalef index를 생물학에 쓰이는 공식을 가져온건데 현상을 관찰하는 index를 연구와 같이 능동적으로 늘려 나가야 하는 척도에 사용한 건 매우 잘못한 것이다. 공식이 맞지도 않는다. IRN의 논리적 결함은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으며 여러 번 이것이 토의되었다.QS는 IRN의 논리적 결함을 수정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논리적 결함을 그 언론사가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여과 없이 홍보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대학들의 데이터 제출 근거는 평가 방법론이 합리적이고 결과가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가정을 하였으나 그렇지 못했다.예를 들어 IRN 스코어는 공식의 결정적 결함으로 합리적이지 않았다.대학 랭킹은 ‘Nobody likes it, but, everybody checks it(아무도 좋아하지 않으나 모든 이가 체크한다)’이라는 말이 있다.그런 랭킹에서 방법론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데 QS는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버티고 있고 국내 독점 신문사는 그것을 여과 없이 보도하고 있다.QS 자존심을 지켜 주는 것이 한국대학의 발전과 한국대학의 자존심을 지켜 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일까?

2023-07-02

민주당, 무엇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더불어민주당의 혁신은 가능할 것인가. 민주당은 지난달 중순 한국 갤럽여론 조사에서 지지율 29%로 국민의힘 당 45%에 16%나 뒤졌다. 당 지지율은 수시로 변동되겠지만 여당에 이처럼 뒤지는 것은 6년 2개월 만의 처음 있는 일이다.내년 4월 총선을 8개월 앞둔 시점에서 민주당의 내외의 위기감은 증대되고 있다. 민주당은 당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은경)를 출범시켜 당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 위기를 잘 극복하고 비전 있는 민주정당으로 다시 태어날 것인가. 현재 상황과 같은 내홍만 겪다가 총선에서도 패하고 좌초될 것인가. 민주당의 개혁방향과 과제를 구조적으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먼저 민주당은 지난 대선이나 지방 선거의 패인부터 철저히 분석하여야 한다. 선거의 패인은 소위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이 집권 초반 80%대의 지지율에 안주하다 국정의 동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민주당 정권은 초반부터 국정 농단 세력의 척결에만 치중하다 당 개혁과 방향과 당의 자정능력까지 상실해 버렸다. 문재인 정권은 촛불 혁명시의 강력한 개혁 요구를 외면하고 진보적 담론마저 수용치 못하고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정당으로 변질되었다. 과거 반독재 민주화 시절의 민주적 결기와 도덕성마저 찾아볼 수 없었다. 민주당 출신 서울, 부산, 충남 광역 단체장 3명의 성추문은 민주당의 위상을 더욱 추락시켰다. 문 대통령은 정권 말기 조국 법무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갈등마저 수습하지 못했다. 역설적으로 문 대통령과 조국 법무장관 사법개혁의 수장들이 윤석열 정부 수립의 최대 공신이 된 셈이다. 당시 민주당 당 지도부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보수 기득권화된 민주당의 개혁은 당의 도덕성 회복을 우선과제로 해야 한다. 민주당은 집권 후 진보의 비판의식은 사라지고 보수 기득권 정당이 되고 말았다.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민주당을 진보적 정당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170여 석의 압도적 다수당인 민주당은 정치 개혁은 외면하고 진영정치, 대결 정치로 치닫게 되었다. 민주당은 내로남불의 정치, 패거리 정치, 선전 선동 정치의 구태만 보여 주었다. 물론 한국의 진영 정치의 대결구도에는 국힘당에도 책임이 크다.이재명 대표의 등장 이후에도 민주당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노웅래 의원의 현금 다발 사건,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투기, 송영길 전 대표의 돈 봉투 사건은 민주당의 도덕성 위기를 보여주었다. 물론 이 사건은 재판에서 흑백이 가려질 것이지만 민주당이 사안마다 야당 탄압이라는 프레임으로 대응해서는 더욱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도덕성과 정체성 회복이 당 개혁의 출발점이 될 수밖에 없다.민주당 혁신위원회는 뼈를 깎는 당 혁신을 약속하고 있다. 당 개혁을 위한 당면과제는 산적해 있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후보 공천을 위한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민주당 혁신위가 1호 안건으로 제안한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의 포기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집권 여당의 100여 명 의원이 이미 이를 선언해 버렸다. 민주당이 미적거릴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당 혁신위는 국민적 지탄 대상인 국회의원의 광범한 특권 포기 선언까지 해야 할 것이다.꾸준히 증대된 의원세비와 활동비, 임기를 못 채워도 평생 수령하는 국회의원 연금, 9명에 이르는 보좌진, 이밖에도 의원들에게 주어지는 특권은 줄여야 한다. 식물 국회의 폐기와 무노동 무임금 원칙도 차제에 세워야 한다.국회에 계류되었지만 아직도 확정하지 못한 선거법 개정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러한 민주당의 혁신안이 가시화될 때 민주당의 이미지와 위상은 달라질 것이다.민주당 혁신위가 이러한 과제를 바람직한 혁신안으로 확정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당 혁신안 자체가 비명과 친명간의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다소 무리한 혁신안까지 수용할 때 중도층과 MZ세대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민주 정당은 당내의 주류와 비주류, 강경과 온건, 진보와 보수파 공존 대립할 수 있다. 지난 대선 시 이재명 대표의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가 귀국하여 정치 활동 재개하였다. 다시 민주당내의 계파 갈등의 소지가 높아지고 있다.이재명 당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는 조건 없이 만나 당 혁신 방향과 범주에 솔직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개딸’들의 경거망동한 행동은 자제되어야 한다. 친명과 비명의 솔직한 대화와 관용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당 혁신위는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당 혁신의 실천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혁신위의 결정마저 민주당이 수용하지 못한다면 당의 혼란은 더욱 가속화되고 내년 총선의 결과는 기대할 수도 없을 것이다.

2023-07-02

괴담 정치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국방부와 환경부는 지난 21일 성주 사드기지 환경영향평가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국방부와 한국전자파협회의 실측자료를 관계전문기관과 전문가들이 종합 검토한 결과 측정 최댓값이 인체보호기준의 0.189%에 불과해 인체와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아직도 일부 불신하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지만, 이로써 2017년부터 논란이 되었던 사드전자파 괴담은 일단락이 되었다.사드(THAAD)는 높은 고도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방어체계이다. 날로 위협을 더해가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것이다. 북한이 좋아하지 않는 건 당연하지만 중국이 나서서 협박하고 위해를 가하는 것은 명백히 내정간섭이고 국권침해다.더구나 국내의 좌파 정치인들과 단체들이 온갖 괴담을 퍼뜨리며 반대 선동을 한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사드기지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와 농작물에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는 괴담을 퍼뜨리는 것은 그것을 믿어서가 아니라, 북한과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자유우파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으려는 전략이었다.괴담이 얼마나 정치적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것이 광우병 괴담이었다. 1993년 12월에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 농산물협상에서 한국은 쇠고기시장 완전 개방을 2001년부터 실시하기로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2001년부터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 시작하였는데, 2003년 12월 24일 미국에서 최초로 광우병이 발생함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등의 수입이 금지되었다. 그 후 우여곡절을 거친 뒤 소고기 수입이 재개되는 과정에서 광우병에 대한 온갖 괴담이 난무하고 오해와 불신과 불안감이 증폭되어갔다. 오죽하면 여자 연예인 하나는 미국쇠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겠다는 말까지 했을까.근자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괴담이 난무하고 있다. 온갖 사법적 리스크로 곤경에 처한 야당의 대표와 국회의원들이 사활을 건 자구책으로 오염수 괴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 방류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생선 값이 하락하고 횟집의 매상이 줄어드는 등 수산업 종사자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해도 해류를 따라 태평양을 돌면서 희석되어 우리나라 근해에는 거의 영향이 없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견해다.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검증하는 국제적 방류규정에 적합한 것이라면 우리가 반대한다고 강제로 막을 수도 없는 일이다.우리 정부가 할 일은 일본이 오염수처리를 엄정하게 이행하도록 촉구하고 IAEA의 모니터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이다.괴담을 퍼뜨려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면 정치적 선전선동이 잘 먹혀든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괴담에 부화뇌동하는 민심을 몰아서 대세를 장악하는 것이 최상의 프로파간다전략인 것이다. 나라와 국민의 사정은 아랑곳없이 오로지 난국을 모면하고 대세를 뒤집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괴담을 퍼뜨리는 자들에게는 무관심이 가장 좋은 응징이다. 미국산 소고기와 성주 참외처럼 우리 해산물도 마음 놓고 먹어주는 게 괴담 정치를 방지하는데 일조를 하는 일이다.

2023-06-29

비정한 모정(母情)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지난주 끔찍한 뉴스가 나의 가슴과 뇌리를 때렸다.‘수원 냉장고 영아살해’ 사건이다. 4~5년 전 갓 태어난 두 자녀를 바로 살해하고 시신을 비닐봉지에 넣어 자기 집 냉장고에 유기한 후 여태껏 숨겨 온 30대 엄마, 그 비정한 모정에 치가 떨린다. 그녀는 엄마였을까? 아니 악마임이 분명하다. 남의 자식도 아닌 자기가 낳은 아기를 살해한다는 생각을 어떻게 하였을까….이런 사건의 희미한 기억이 있어 찾아보니 여러 개 있다.그중 17년 전 ‘서래마을 영아 살해사건’의 판박이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나라에 와 살던 40대 프랑스인 부부가 연년생으로 태어난 아기를 냉장고 속에 보관했다가 발견되었는데 ‘임신거부증’이라는 정신적 미약이 참작되어 8년형을 받았었다.또 부산 수영구 34세 엄마는 두 딸을 죽게 한 후 동거남 집 냉장고에 넣어두었었고, 여수의 43세 여인도 쌍둥이 남매 중 남자아기를 살해 보관했으며 군산에서는 19세 미혼모가 같은 짓을 했고, 울산에서는 쓰레기통에 영아 시신을 버린 10대가 자수했다. 이렇듯 영아 유기는 매월 10건 이상, 살해는 매월 1건 정도 일어나고 있다.출산 후 신생아 살해를 저지르는 부모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고 주로 미혼모이며 키울 경제적 형편이 안된다는 것이다. 출산 연구조사를 보면 산모가 20세 이전이 30세 이후보다 영아살해 위험이 5배 정도로 많다는 것을 보면 산모의 양육투자율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아살해는 원시사회부터 오랜 역사를 가진 보편적 현상이며 정신병이나 범죄가 아닌 불가피한 생존 적응적 전략이라는 관점도 있다. 피임과 낙태가 불가했던 시절에는 출생 후 즉시 살해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 낙태 폐지와 피임, 임신 중단 등 유산을 유도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비용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이같은 가슴 아픈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2015~2022년간 출생미신고 2천123건을 찾아내어 다음달 7일까지 ‘유령 아동’실태를 밝힌다고 한다. 출생신고와 병원 출산이 보편화 되기 전에는 이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웠겠지만 이제는 가정방문을 통하여 철저히 조사하여 아동매매·유기뿐만 아니라 장기 미등교 아동의 실태도 밝혀야 할 것이다.4월 출생아는 42개월째 자연 감소하여 역대 최저인 1만8천484명으로 작년에 비해 12.7% 감소했고 아동학대는 연 3만 건 이상이라고 하니 어린이가 건강하게 살아갈 유토피아는 먼 곳일까?그리스 신화 속 여인 메데이아는 남편의 외도에 아이들 모두를 살해하는 악녀이기에, 아이 아버지로부터 생활비 지원이 끊기면 자식을 포기하는 현상을 ‘메데이아 효과’라고 한다.위대한 아가페 사랑, 그 모성애는 좋은 환경에서 출산했을 때만 피어오르는 것인가. 우리 모두 올바른 인간성을 함양하고 국가는 다양한 가족지원 프로그램으로 영유아 살해·유기라는 사회적 병리 현상을 사라지게 해야 한다.

2023-06-29

홍준표 대구시장의 1년

홍석봉 대구지사장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대구시는 홍 시장 취임 후 질풍노도를 겪었다. 각종 시정 발전 아이디어를 내고 거침없이 밀어붙였다. 여러 차례 조직개편을 하는 등 쉼없이 채찍질했다. 대구가 민선단체장 30년 동안 이만큼 역동적인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대구시민들도 이런 홍준표 대구시장을 긍정적으로 본다. 취임 1주년 여론조사 결과 시민의 절반 이상이 시정 운영 전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민의 절반은 대구시의 미래가 더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를 품고 있다.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던 날(27일) 홍 시장은 K-2 공항 후적지를 상상력을 실현하는 미래생산도시로 만들겠다며 대구 미래 50년 청사진을 펼쳐 보였다. 금호강을 끌어들여 물길을 만들고, 대형 인공호수를 조성한다고 했다. 수변에 팔공산의 동봉과 서봉을 형상화한 100층 높이의 초고층 랜드마크 계획도 밝혔다. 두바이와 싱가포르를 뛰어넘는 상상의 도시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50년 앞을 내다본 원대한 도시계획은 대구시민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홍 시장은 ‘대구국제마라톤대회 권위 격상 추진’, ‘전국 최초 어르신 버스 무임승차 도입’ 등 참신한 정책을 여럿 내놓았다. 대형마트 주말 휴일 폐지 등 민생 방안도 과감하게 시행했다. 지역 숙원인 ‘대구·경북신공항특별법 통과’에도 정치력을 발휘했다. 당 대표 및 대선후보 관록이 힘이 됐다.반면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독고다이식 행정은 곳곳에서 적잖은 파열음을 냈다. 대구 퀴어축제가 대표적이다. 행정대집행과 집회 보장 논란 속에 대구시와 경찰이 충돌했다. 전례 없는 일이다. 경찰은 홍 시장의 선거법위반 고발 사건으로 대구시청을 압수수색했다. 뒤이어 대구시의 보조금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홍 시장의 속을 뒤집어놓았다. 홍 시장은 대구경찰청장의 책임을 묻겠다며 벼르고 있다. 양측의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일을 바로잡으려다가 탈이 났다.행정안전부와도 고위직 간부 교육 파견을 두고 마찰을 빚었다. 대구시와 경북도도 예전의 화기애애한 모습은 찾기 힘들다. 홍 시장은 상공회의소와도 한동안 담을 쌓고 지냈다. 시정에 비판적인 몇몇 언론과도 각을 세운다. 곳곳에서 삐걱댔다.달성군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 추진은 대구시의회 상임위에서 부결됐다. 주민설명회도 갖지 않는 등 행정절차와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홍 시장의 일방통행이 초래한 불상사라는 지적이 나왔다.홍준표 시장은 권력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추며 고개 숙이는 행태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가치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불편한 것은 마음속에 담아두지 않는다. 때문에 적도 많이 만든다. 홍 시장의 거침없는 질주는 진행형이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기질과 추진력에 모두가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그의 독단과 아집을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홍준표의 대구시정 운영 경험이 자양분이 돼 나래를 펼 수 있기를 바라는 지지자들도 많다. 조금만 머리 숙여 주면 좋을 터인데…. 그게 안 된다.

2023-06-29

개문냉방 영업 줄어들까

우정구 논설위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의 최적 실내온도는 얼마가 적정할까?일반적으로 26도를 기준점으로 삼고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이나 일반가정에 권장하는 온도도 26도 이상이다. 전문가들은 보통 실내온도가 바깥온도보다 5∼6도 정도만 낮아도 충분히 시원하다고 말하고 있다. 에어컨의 전략 소비도 18도일 때가 가장 심하고, 26도 이상이면 20% 정도, 28도 때는 50% 정도 에너지가 절약된다고 한다.올여름은 무더위가 예고된 가운데 전기료도 많이 올라 에어컨 가동에 따라 전기료 폭탄이 우려된다. 특히 본격 더위가 오면서 개문냉방 영업하는 업소들이 늘고 있어 정부가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개문냉방 영업을 자제해 줄 것을 홍보하고 있다.한국에너지공단이 실제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개문냉방할 경우 문을 닫고 냉방할 때보다 66%의 전력 소비가 느는 것으로 확인했다. 요금은 33%가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단이 전국 26개 주요 상권지역 업소를 대상으로 개문냉방 영업실태를 조사해 보니 전체 5천298개 가운데 12%가 개문냉방 영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동성로 등지는 26%가 개문냉방 영업을 하고 있어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업종별로 신발업종이 개문냉방이 가장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업소들은 전기료보다 손님받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문을 닫으면 손님들이 그냥 지나가버리나 문을 열어 놓으면 구경하는 손님이라도 들어오기 때문에 개문냉방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고 한다.올여름 개문냉방은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처럼 어느날 갑자기 냉방비 폭탄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하는 습관이 필요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6-29

두 살 젊어졌다

홍석봉 대구지사장 ‘만 나이 통일법’이 28일부터 시행됐다. 만 나이 통일법은 각 법령과 계약, 공문서 등에 표시된 나이를 만 나이로만 평가하는 것이다. 우리네 나이 계산법이 여러 가지로 달라 일상생활에서의 혼선은 물론 법률적, 행정적 분쟁의 소지가 적지 않았다. 이를 해소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 이 법이다. 만 나이는 태어난 해를 0살로 보고 정확하게 1년이 지날 때마다 한살씩 더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세는 나이’, ‘만 나이’, ‘연 나이’ 등 3가지가 혼용돼 왔다. 만 나이 통일법의 시행에 따라 복잡한 나이 계산 방식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혼란이 더이상 없기를 기대한다.하지만 만 나이 적용에는 예외가 있다. 다소간의 혼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법제처가 취업과 학업, 병역 등 국민 편의상 불가피한 경우는 예외적으로 만 나이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취학연령, 주류·담배 구매, 병역 의무, 공무원 시험 응시 등이 제시됐다. 이 같은 예외의 적용은 자칫 현장에서 혼선을 초래할 여지가 없지 않다. 당국의 용의주도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만 18세 이상 선거권, 노령 연금 수급 시점, 근로자 정년, 만 65세 이상 경로 우대 등 기존 만 나이 기준의 정책과 제도는 현행대로 유지된다. 이는 모두 만 나이를 기준 삼아 제정됐기 때문에 그대로 적용돼도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그래도 정부는 혹여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 관련 법령과 규정의 허점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만 나이 통일법이 정착될 때까지 대국민 홍보 등 만반의 대비책을 강구하길 바란다. 오랜 전통이 하루아침에 바뀌면 혼란은 불가피하다. 두 살이 젊어진다니…, 아직 실감나지는 않는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6-28

뜨거운 여름, 당신의 내일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여름이 시작되었다. 장마를 지나 땡볕이 쏟아질 터이다. 서서히 기온이 오르며 계절이 다가오듯이, 스물스물 정치가 올라온다. 선거판이 시동을 걸어 정치가 언론지면을 물들이고 있다. 주장과 막말이 춤을 춘다. 오가는 말들에 주목하며 심사가 오르내리는 착한 국민들. 그 말들에 진심과 성실, 공감과 배려가 실렸으면 좋겠다.눈을 씻고 보아도 자신들의 입장만 고집하고 옹호할 뿐이다. 국민들의 어려운 처지와 답답한 일상은 그들의 심중에 존재하지 않는다. 내년 총선에 제 아무리 심대한 정치적 의미를 건다고 해도 보통 사람들의 삶과 죽음보다 소중한 게 있을까. 정치가 춤추지만 국민은 힘이 든다.때가 되어 치르는 형식적인 선거보다는 진정으로 세상이 나아지는 그 한 판을 기대한다, 총선이 그런 축제를 몰고 올 것인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하는 꼴을 보면 패거리다툼과 표싸움이 되고 말 게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세상 모습이 최선이 아닌 것쯤이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당신은 뭘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 누구에게도 들은 바가 없다. 현란한 언변과 시원한 말솜씨로도 그들의 ‘생각없음’을 감추지 못한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힘든 다리를 거뜬히 건너온 국민의 눈에는 그들의 허망한 철학과 공허한 비전이 뻔히 보인다.언제까지 기다릴 터인가. 언제쯤이면 정치가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며 말하고 행동하게 될까. 그런 날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보통 사람들이 해야할 터이다. 동화작가 롤달(Roald Dahl)은 ‘세상을 바꿀 힘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하였다.특별한 정치인이나 엄청난 지도자가 가진 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게 아닌가. 선거를 주목하며 걸으면서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야 한다. 여론조사에 참여하고 후보자에게 생각을 적극적으로 건네야 한다. 직접 온라인과 SNS로 참견해야 한다. 당신의 생각이 들리도록 선거의 모든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선거에 참여하지 않으면 덜 떨어진 사람을 당신의 대표로 선출하게 된다’고 플라톤(Platon)이 던진 말은 투표만을 두고 한 말이 아니다. 이제 막 운을 뗀 총선의 과정에 당신의 소신과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 정치인들이 당신을 대변해 주기를 기다리는 일은 기대난망이다. 희벌건 욕망으로 가득한 직업정치인일 뿐이다.링컨(Abraham Lincoln) 대통령도 ‘선거는 보통 사람의 것이다’라고 선언하였다. 선거를 통하여 무엇인가 이루는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라 ‘시민’이어야 한다는 깨우침이 아닌가. 세상을 바꾸는 힘을 남에게 양보할 일인가.국민의 일상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은 없다. 한여름을 꿰뚫으며 내일을 생각하는 당신과 우리가 세상을 바꿀 것이다. 여름이 뜨겁게 달구어질 까닭은 대한민국의 내일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당신을 기대함이 아닐까.총선은 내년이지만, 당신은 이미 세상을 바꾸고 있다. 도대체 누구에게 우리의 내일을 맡길 것인가. 나라와 국민을 이고지고 미래로 나아갈 운명은 당신과 나의 어깨에 걸려있다.

2023-06-28

뜨거운 여자가 좋다

배문경수필가 42도의 자스민 탕에 몸을 담근다.처음에는 앗! 뜨거워하다가도 어느 사이 뜨거운 물은 심신을 가둔 빗장을 벗겨 자유롭게 몸을 덥힌다. 사지를 쭉 뻗고 머리를 탕의 턱 위에 대고 눈을 감는다. 전신으로 열기가 번져나가며 온몸이 나른하고 편안해진다.코로나로 인해 자주 목욕탕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목욕은 어쩌다 가게 되는 드문 일이 되었다. 더러 쥐가 났고 목덜미가 뻐근할 때가 많았다. 무리한 날은 온몸이 아팠다. 지인이 사정을 알고 “목욕하면 좋겠다.”는 문자를 보냈고 그것은 빛처럼 환하게 답이 되었다.평소 냉한 편인 내겐 한겨울에 만나도 손이 따뜻한 친구가 있다. 태생이 열이 많다는 친구를 늘 부러워한다. 간혹 몸살이 났거나 감기기운이 있다고 해도 잠시였다. 늘 건강하게 생활한다. 몸이 따뜻해서 인지 마음도 훈훈하다.코로나시기에 학교 방과 후 수업을 하려고 등록을 한 상태에서 예상 밖의 일이 생긴 지인이 있다. 체온계에는 계속 37.2도가 뜨고 있었다. 하루 이틀 체크하다가 학교에서 도저히 수업진행을 할 수 없다는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누구는 아파서 그런 것이 아니라 평소 체온이라고 얘기하라고 했지만 이미 속이 상한 지인은 그 일을 포기하고 말았다. 뜨거운 여자가 속상하게 된 일이다.‘낮은 체온’은 만병의 근원이랄 수 있다.‘체온 1도가 떨어지면 면역력은 무려 30%가 저하되고 체온1도가 올라가면 면역력은 5배 높아진다’는 이시하라 유미의 책에 실린 내용이다. 고로 몸이 따뜻하면 병이 낫는다는 말이 된다. 암과 당뇨, 고혈압, 알레르기, 비만과 우울증을 이기는 체온 면역 요법이 있다.소식(小食) 또한 체온을 올리는데 도움이 되고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섭취하고 차가운 음식을 자제한다. 반신욕과 족욕, 온몸을 탕에 담근 채 그 열기를 가늠해 보며 지인을 만나 조곤조곤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재미다. 예전에는 상대의 등을 서로 밀어주는 것이 친밀감의 표시이기도 했다. 이제는 목욕탕에서 잘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었지만.머리에 타올을 터번처럼 감은 여배우가 욕조에 앉아 와인을 들고 있는 모습은 온 세계여성들이 열광하던 장면이다. 신혼여행지에서 욕조에 양난의 꽃잎을 물위에 띄우고 와인을 마시는 모습을 연출한 사람들의 사진이 연예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인증 샷으로 SNS에 올리곤 한다. 때론 요염하고 때론 매력적이며 도발적이다.서양의 중세인들도 목욕을 했다.공중목욕탕이 있었고 십자군 전쟁이 끝난 뒤에 고국으로 돌아온 전사들은 튀르키예식 목욕을 전파하여 발전시켰다. 공중목욕탕에는 한증탕이 따로 설치되어 있었으며 씻기 전에 먼저 몸에 증기를 쐬었고, 나무로 만든 욕조에 몸을 담갔다. 공중목욕탕은 혼탕이었는데 남자와 여자는 벌거벗은 몸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다고 쥘 이슐레가 저술했다.우리나라 최초의 목욕은 신라시조 박혁거세가 담쟁이덩굴로 덮힌 우물가에서 태어나 동천(東川)에서 목욕 후 광채를 발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죄수에게 마음을 깨끗이 하라는 ‘목욕벌’을 내렸다고도 한다. 목욕재계(沐浴齋戒)는 제사나 기원하는 일에 앞서서 부정을 타지 않도록 몸을 깨끗이 씻고 몸가짐을 다듬는 일이다. ‘고려도경’에 고려인은 하루에 서너 차례 목욕을 했고 개성의 큰 강에서는 남녀가 혼욕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이처럼 목욕의 역사와 나의 오늘은 연결되어 있었던 모양이다.월(月)목욕을 하기 시작했다. 새벽에 일어나 목욕탕에 가는 일은 즐겁다. 큰 탕은 김이 오르고 있고 아무도 밟지 않은 미지의 땅처럼 깨끗한 탕에 몸을 누인다. 여왕이 부럽지 않은 호사며 즐거움이다. 온몸이 나른하며 관절 하나하나가 부드러워지고 피부는 촉촉하다.1도가 높아진 몸으로 햇살을 받으며 하루를 출발한다. 마음도 덩달아 날아오른다.

2023-06-28

정미일주

육십갑자 중 마흔네 번째는 정미(丁未)다. 천간(天干)의 정화(丁火)는 아름답게 불꽃이 타는 모닥불이며 촛불이다. 지지(地支)의 미토(未土)는 뜨겁고 메마른 땅이다. 동물로는 양(羊)이다.정미일주의 정(丁)은 한자로 보면 씩씩한 장정(壯丁)의 의미다. 성할 정(丁), 즉 왕성함과 강성함을 내포하며 정수리라는 뜻이다. 고고할 정(丁), 그리고 바로 잡거나 고친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미(未)는 나무에 어린가지가 뻗은 모양이며, 기본적으로 부드럽고 온화하지만 유쾌하고 명랑하다. 단아하고 우아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예의와 격식을 갖추어 행동하려는 속성이 있다.물상으로는 모래사막의 건조한 땅. 정오를 지나 태양의 열기가 정점을 이르는 형상이다. 저돌적이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투쟁심이 있어 어려움이 있어도 굴하지 않고 칠전팔기의 각오로 값진 결과물을 얻어내는 기질이 있다. 하지만 본인의 노력만큼 결과가 따라주지 않아 항상 고민과 갈등이 수반된다.또한 매력적이며 끼를 발산하려고 하며, 말도 조리 있게 잘하며 총명하다. 자기 스스로를 규율하고 질서를 지키려고 하며, 올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여 스스로 결단하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속을 내보이는 경우가 드물어서 아주 친하지 않는 이상 속마음을 내보이지 않는다.정미일주는 한여름의 뜨거운 아스팔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모습이다. 자존심이 강하고 주관이 뚜렷하다. 팍팍한 현실에서 역경을 참아내는 인내와 버티는 힘이 장점이다. 불굴의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한 초인이다.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는 인간의 삶을 세 가지로 나누었다. 첫째는 낙타의 삶이다. 낙타는 타인에게 순응하는 삶을 산다. 무거운 짐을 지고 고된 사막을 걷는다. 등에 맨 짐은 자신의 것이 아님에도 왜 그 짐을 지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평생을 주어진 역할에 맞게 순응하는 삶을 사는 것이 낙타의 삶이며, 대부분 사람들의 삶이다.두 번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분명히 알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는 사자의 삶이다. 하지만 항상 긴장과 불안 속에 있기에 진정한 자유로운 삶이라고 할 수 없다.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삶이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어린아이 같은 삶이다. 천진난만하며 호기심이 충만하고 두려움이 없다. 사소한 갈등이나 슬픈 과거에 대해 금방 잊고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매일매일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발전 가능성이 있는 삶이며 놀이다.정미일주의 여성은 꾸미는 것을 좋아하고 도도하며 매력적이다. 먹는 것을 좋아하고 가정살림을 잘하는 편이다. 남자로 인한 문제 또는 손실이 있을 수 있으니 이성문제에 주의해야 한다. 몸이 약할 수 있으니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남성은 외모가 좋은 분이 많다. 성미가 급한 편이며, 적극적인 성격으로 이성을 유혹하는데 뛰어나다. 직업변동이 많은 편이다. 추진력이나 실력이 좋아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 다정다감한 모습이나,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이 부족한 것은 흠이다.정미일주의 미토(未土)는 양기에서 음기로 넘겨주는 중간 역할을 한다. 아직 미완성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까닭에 음력 6월은 과일이 성장하여 완벽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여물지 않고 맛이 들지 않아 아직 햇빛이 더 필요한 단계다. 겉으로는 강하게 보일지라도 사실은 고독한 편이다. 혼자만의 아픔이나 슬픔을 곱씹는 성격으로, 어둡고 우울함과 온화하고 배려가 공존한다.미(未)는 동물로 양(羊)이다. 사주에 양이 있는 분은 본인이 완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완성되었다고 하지만 실상은 아직 미완이다. 그래도 인내심이 강하기 때문에 잘 헤쳐 나간다. 이러한 특성으로 한 곳에 집중하는 장인정신을 가진 인물이 많다. 자신만의 능력과 기술로 독립적으로 살아가길 원하는 성향이다. 나이보다 정신적으로 성숙한 면이 있다.양(羊)은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동화에서 보면 순한 이미지로 나온다. 예민한 성격으로 무리에서 이탈하면 곤경에 처해진다. 양 중에는 천연기념물 산양이 있는데, 높은 산악지대에서 살아간다. 생활하는 환경에 따라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 것이다. 김정한(1908∼1996)의 소설 ‘축생도’는 무리에서 이탈한 상황이 본질적인 문제와 마주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류대창명리연구자 농촌에서 힘들게 사는 분통이가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바람에 젖 붓는 병에 걸려 목숨이 경각에 달하게 된다. 몇몇 병원을 전전한다. 치료비가 나올 것 같지 않은 가난한 농사꾼 부부의 몰골 때문에 번번이 문전박대를 당한다. 할 수 없이 가축병원을 찾게 된다. 결국은 수의사한테 응급수술을 받고 간신히 목숨은 건진다. 그러나 수의사는 이 일로 보건의료법에 걸려 처벌을 받는다.동물의 질병만 다루는 수의사가 감히 사람의 병을 고치는 의사 행위를 했다는 게 죄목이다. 분통이네가 병원 문을 두드렸을 때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의사들이 당국에 신고했던 것이다. 그것은 마치 뱁새가 황새 노릇을 했기 때문이다. 수의사는 고통 받는 사람을 차마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조건 없이 의사 역할을 한 것이다. 우리는 수의사를 단죄할 수 있을까?오로지 권력의 야욕으로 황새처럼 날려거나, 향락의 허영으로 황새처럼 걸으려는 뱁새들이 있다. 뱁새가 감히 황새를 넘보는 것은 그저 분수를 지키지 못한 실족 정도가 아니라, 범죄에 해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축생도에서처럼 가랑이가 찢어질 위험을 감내해야 하는 뱁새들을 우리는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옛말에 ‘고갈지어 상유이말(51C5渴之魚 相濡以沫)’이라 했다. 물이 마른 곳에 들어 있는 고기들이 침을 내어 서로를 적셔 준다는 뜻이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예전에는 개천에서 용이 난다고 했다. 그래도 기회가 균등하게 있었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지금은 누구나 용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태어난 환경과 장소가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2023-06-28

화병과 갱년기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불면, 얼굴로 열이 오르는 상열감, 가슴답답과 두근거림, 소화불량 등의 증상으로 오시는 분들이 많다. 대부분 여성에게 나타나는 증상인데 스트레스가 많다고 오거나 갱년기라고 본인이 판단하고 내원한다. 증상은 동일하지만 어떨 때는 화병 어떨 때는 갱년기라고 한다. 이 두 질환은 증상이 비슷하고 여성에게 온다는 점에 비슷하다.화병은 한국여성에게 나타나는 일종의 정신과 질환으로 양방에 가면 우울증 관련 진단이나 공황장애등 증상에 따라 다양한 정신과 진단을 받아 온다. 대부분 원인은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그걸 오래동안 풀지 못해서이다. 남편 혹은 시어머니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대부분이고 일부 자식에게 스트레스를 받아 화병으로 오는 일도 있다. 너무 오래 참아서 생긴 병이라 본인은 화병인지 인지를 못하고 갱년기가 왔나 하고 오는 경우도 많다. 갱년기는 증상이 화병과 거의 비슷하다. 즉 갱년기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 증상이 심하고 또 오래간다.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 않고 삶을 지내온 분들은 갱년기도 편하게 지나간다.화병과 갱년기를 피하려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나 혼자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가족들이 같이 동참해야 한다. 우리는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서 상처를 받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화병과 갱년기의 대부분 원인은 가족에게 받는 상처와 스트레스이다. 같이 살다 보니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하는 막말과 무시 그리고 그로 인한 무기력감과 포기가 이 증상을 만든다. 어릴 때는 가족에게서 벗어나기 쉽지 않고 결혼을 하면 이혼을 하기 전까지 상대방에게서 상처와 스트레스를 끊임없이 받아야 한다. 이 스트레스는 내가 가족을 버리거나 이혼을 하거나 분가를 하지 않는 이상은 해결할 수가 없기 때문에 가족들이 동참해서 해결해야 한다. 화병과 갱년기가 심한 사람은 누구 때문에 어떤 말 때문에 힘들다고 이야기를 하고 그 대상은 경청하고 앞으로는 그런 행동과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 스트레스가 극심한 사람은 유방 갑상선 자궁쪽에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다.대부분은 이와 같은 해결책을 알지도 못하고 안다고 해도 상대방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에 가정에선 해결을 못하고 한의원에 내원한다. 이는 한약으로 치료를 해야 하는 병으로 가슴의 열을 내리고 풀어주는 황련 치자 시호 같은 약에다가 속이 막혀 있으면 속을 뚫어 주는 약재 배가 차면 배를 따뜻하게 하는 약을 보조로 사용하여 치료를 한다. 속의 열을 내리고 풀어 주면 상열감이 줄어들고 상열감이 줄어들면 잠을 잘 자게 된다. 잠을 잘 자게 되면 치료의 반은 됐다고 보면 된다. 상황에 따라 약을 3개월 전후 심한 경우는 6개월 전후로 먹으면 큰 문제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다시 증상이 올라오는데 한번 치료를 하고 난 이후는 일년에 한 두번 보약 먹듯이 약을 먹어주면 된다.그러나 이도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니 스트레스 받는 사랑하는 나의 가족을 위해 내가 느끼고 이해하고 반성하고 뉘우치고 변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큰 치료고 치료의 시발점이다.

2023-06-28

아주 작은 자원봉사

이정옥위덕대 명예교수 난 몹시 게으르다. 집안일을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룬다. 집안일 중 밥하고 반찬하는 것-난 이 두가지 일을 창조적인 일이라고 한다.-이외에 빨래며, 설거지와 같은 소위 가사재생산적 일은 정말 하기 싫고, 해도 표시 안나니 더욱 하기를 미룬다. 생전 내 집에 다니러오신 친정엄마는 걸레를 들고 방바닥을 닦으며 혀를 끌끌 차신다. 넌 어려서도 따라 다니며 치워 줘야했어. 어찌 그렇게나 뒷손이 없는지, 시집가서도 그 버릇 못 고쳤으니 쯧쯧….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남자아이 둘이 어지르는 건 더욱 만만찮았다. 미루다미루다 어찌할 수 없는 지경이 되면 청소하는 생색을 내면서 툴툴거렸다. 남자 셋이 어지르고 여자인 나 혼자 치우다니 힘들다 힘들어. 곁에서 큰아들이 슬쩍슬쩍 장난감을 치우면서 한 마디 거든다. 엄마, 셋이 어지르는 게 아니라 넷이 어지르잖아요….아이들이 학교 다니고, 내가 직장 다니고부터는 내내 가사도우미의 도움을 받았다. 아들들이 커서 대학으로, 군대로 가면서 남편과 둘만 있게 되자 집안일이 간소해졌고, 도우미 없이 그럭저럭 꾸려 나왔다. 아침마다 쓸고 닦고, 매끼 먹자마자 설거지를 하는 바지런함이 늙어서야 돌아온 건 아니었다. 잔소리라곤 전혀 없는 남편 덕분에-그렇다고 도와주지도 않지만- 그저 대충 치워가면서 사는 중이었다.그러다가 최근 난 갑자기 부지런을 떨고 있다. 목요일 아침, 아니 수요일 저녁부터 집안일로 부산하다. 왜냐하면 목요일 오전 약 1시간 동안 자원봉사를 하러 가기 때문이다. 자원봉사 한답시고 내 집꼴을 제대로 건사 안한다면 위선이라 싶어 깨끗하게 해야 할 것 같았다. 덕분에 우리집은 모처럼 반짝거리기 시작했다.은퇴 후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가 자원봉사였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재능기부 정도는 했으나 시간이 생기면 반드시 하고자 결심했던 터였다. 자원봉사자 모집공고는 없나, 구청소식지를 살펴보고 길에 걸린 현수막을 살펴보던 중에 지산종합사회복지관 공고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봉사 거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따뜻한 밑반찬을 전달해 줄 차량배달 봉사자 모집” 딱 이거다 싶었다. 매주 목요일 오전 11시 이후, 10가구 정도에 반찬 배달하는 일이었다. 약 1시간 정도 소요되는 매우 가벼운 일이었다. 곧바로 담당사회복지사에게 연락하고 목요일 만나 동행하며 길을 익혔고, 주소지를 쓴 종이도 받았다. 그렇게 시작한 지 벌써 7주째다. 첫 주엔 골목을 찾느라 헤매고, 네비게이션을 봐도 뱅글뱅글 도는 길을 진땀깨나 흘렸다. 시간대가 택배차량과 겹치는 골목엔 멀찌감치 차를 세워두고 뜀박질을 해서 배달하곤 했다. 대부분 남자어르신이 혼자 사시는 집이었다. 10집 중 한두 집은 어르신이 계시지 않아 문 앞에 반찬꾸러미를 걸어 두고 사진을 찍어 두어 착오가 없게 했다. 처음엔 겸연쩍은 듯 반찬 꾸러미를 그냥 받던 어르신들이 서너 주가 지나자 인사를 건네주신다. 더운데 수고가 많습니다. 길 찾기 힘드시죠? 길가 담벼락에 난 쪽문으로 만나는 한 어르신은 꾸러미를 건네 드리면 파란색 이온음료캔을 챙겨주신다. 점심 전에 꼭 따뜻한 국과 반찬으로 식사하시라 싶어 부지런히 배달하는 중이다.

2023-06-28

불청객은 누구인가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SIBF)’이 강남 코엑스에서 진행되었다. 6월 14일부터 5일간 진행된 행사는 아랍에미리트의 토후국 샤르자를 주빈국으로 하여 ‘비인간(非人間, nonhuman)’이라는 주제 하에 이루어졌다. 전시장 규모가 작년에 비해 축소된 것을 감안하자면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라 할 수 있다. 더불어, 도서출판시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를 고려하자면 성공적인 국제도서전 개최는 나름 의미 있는 성과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출판계에 종사하고 있는 입장에서 보자면, 이번 SIBF은 여러모로 씁쓸함이 많은 행사였다. 일단 홍보 대사 위촉에서부터 좀 의아한 구석이 있었는데, 국제도서전이라는 명함이 무색하게 모든 홍보 대사가 소설가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SIBF에서 다루는 도서의 종수에 걸맞게 다양한 분야의 홍보대사가 위촉되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여기까진 그나마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다. 어쨌거나 위촉된 홍보 대사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라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인선이었기 때문이다.가장 문제적이었던 것은 홍보 대사 가운데 한 명인 오정희였다.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오정희가 SIBF의 홍보대사로 선정된 것이다. 당연히 위촉 사실이 알려진 때부터 각계각층의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는 침묵했다. 심지어 협회의 정책팀장이었던 홍태림 미술평론가에 따르면, 내부 차원에서 오정희의 홍보대사 해촉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박근혜 정부 시절 작성된 블랙리스트가 특정 분야의 인사들을 정치적 목적에 따라 정책을 통해 소외시키고 배제시키기 위해 작성된 것이라는 점을 떠올리자면, 이와 같은 리스트의 선정에 관여한 것은 국가 주도의 구조적 폭력에 가담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즉, 오정희라는 소설가는 단순히 국가 정책의 협의에 참여한 예술가인 것이 아니라, 국가가 자행하는 폭력의 실행자였던 셈이다. 그런 그를 SIBF의 홍보대사로 위촉한 것은 사실상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불어 이러한 위촉 과정에 문체부의 개입 여부가 의심되는 상황인지라, 해당 논란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때문에 지난 14일 SIBF의 개막식에 앞서 코엑스 동문에서는 각계각층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모여 대한출판문화협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송경동 시인을 필두로 하여 모인 이들은 블랙리스트의 실행자인 오정희 소설가가 국제도서전의 홍보대사로 위촉되는 것은 “국가 주도 폭력을 실행한” 이에게 “일종의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반성을 촉구했다. 그 후 이들은 행사장 내부로 이동했다.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각계의 문화예술가들로 구성된 이들이었지만, 코엑스 내부 진입에서부터 경호원들에 의해 제지를 받아 자신들이 작가임을 해명해야 했다. 행사장에 가까워질수록 경호원들의 제지는 거세졌고, 결국 이들은 들고 있던 종이 피켓(“부패한 문학권력 앞에서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적힌)마저 보이지 않도록 말아들어야만 했다. 이들은 국제도서전에서 독자만큼이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작가들이지만, 행사의 주최측에서 보기엔 불청객이나 다름없었던 모양이다.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리고 이 처참한 사태는 개막식 장소에 가까워져 더욱 처참한 몰골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개막식장 앞에서 진입을 저지당한 이들은 경호원들에 의해 강제로 연행되었다. 수십여 명의 작가들의 팔 다리를 여러 명의 경호원들이 강제로 붙잡아 프레스룸으로 밀어 넣었다. 연행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작가들은 왜 연행되어야 하는지 어떠한 설명도 없이 이루어진 마구잡이식 연행이었다. 이들은 거듭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윤철호 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외쳤으나, 주최측은 이들을 서둘러 해산시키곤 개막식을 시작했을 뿐이었다.나중에 밝혀진 사실로는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서울국제도서전에 방문하여 대통령 경호법 때문에 연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중에서야 밝혀진 사실에 불과하다. 더욱 당혹스러운 사실은 김건희 여사의 방문으로 인해 심지어 각 신문사의 문학 기자들마저 출입이 제한되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이들은 문학 기자들임에도 불구하고 개막식 장소에 김 여사가 갈 때까지 들어갈 수 없었고, 사진조차 제대로 촬영할 수 없었다. ‘그들’에게 작가들과 기자들은 불청객에 불과했던 걸까? 과연 불청객은 대체 누구인걸까? 이것이 정부의 문학에 대한 태도라고 생각된다면 너무 과한 생각인걸까?

2023-06-27

말살할 것인가, 공생할 것인가

애니메이션 ‘트라이건’을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자신을 정복자라고 자신하는 어리석은 인류는 멸망하는 게 나아” 섬뜩하게 느껴질 수 있는 말이지만, 찬찬히 생각하면 어쩐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지구의 많은 것은 인간과 대립하고, 나아가는 발자국마다 세상을 망치고 있다는 혐의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인류는 끊임없이 발전되어 왔다. 거기에는 생존을 향한 특유의 집념과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더 좋은 차, 더 좋은 집, 더 아름다운 것. 손에 넣고 싶은 것이 많을수록 필연적으로 무언가를 파괴하는 수밖에 없다. 울창한 나무 대신 빽빽한 아파트가, 숲에 서식하는 동물 대신 명품 가방이. 여행을 위해 올라탄 비행기에선 어마어마한 양의 탄소가 배출되고 멋들어진 기념일 식사 한 끼에 과도한 양의 쓰레기가 생성된다.불과 몇 세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연을 정복하겠다던 투지를 불태우던 인간은 이제 인간을 넘어선 인간을 만들겠다는 포부까지 내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지구의 다른 생명체들은 이토록 이기적인 인간과 공생하고 싶어 할까? 아니면 그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인간 존재를 말살하고 싶을까? 그러한 상상력에서부터 애니메이션은 출발한다.‘트라이건’의 세계관은 이러하다. 지구는 더 이상 인류가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었다. 남은 인류는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불의의 사고로 우주선은 폭발하여 어떤 별에 추락하게 되고 생존한 사람들로 인해 새로운 문명이 만들어지게 된다. 황폐한 별에서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테크놀로지인 생태 동력 에너지였다. 이 에너지에 자아가 생겨나면서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된다.에너지는 인간 형제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동시에 태어나고 함께 자랐지만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형은 에너지들이 인간에게 학대당하고 있다고 하면서 인간을 말살하고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동생은 에너지는 인간이 없이는 살기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인간과 공생하여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고 말한다.형제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인간과 공생하기를 선택한 동생은 어떤 자를 죽일지 말지 선택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형은 동생을 “입만 산 몽상가”로 치부하며 그런 순간에도 우리들의 동포가 죽어가고 있다고 말한다.‘트라이건’ 세계관에서의 인간은 놀라우리만치 잔인하다. 처음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에너지를 얻는 데 급급했으나 점점 더 많은 것을 원한다.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생명이 끔찍한 고통을 받는가에 관해선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니 다른 생명체의 입장에선 ‘우리가 고통받은 만큼 너희들도 느껴보라’는 논리가 이상하지만은 않다. 어떤 면에선 이들의 인류를 말살하겠다는 계획이 타당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이렇듯 많은 영화나 만화에서 인간을 어떠한 바이러스처럼 다루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멀쩡한 지구에 갑자기 나타난 병균 취급을 하는 것이다. 인간이 모두 사라진다면 지구는 건강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정말 그렇다. 이상 기후, 전쟁, 학살, 상상도 못 한 범죄, 세상의 온갖 나쁜 일은 인간이 저지르고 있는 것만 같다. 그렇게 보자면 인간 존재는 무자비하고 어리석은 파괴자처럼 여겨진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애니메이션을 떠나 현실에서, 인간 아닌 존재들이 이런 질문을 한다면 어떨까. “우리는 지구를 망친 인간과 함께 살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기회를 주고 싶다. 우리가 너희를 말살해야 하는가? 우리는 너희와 공생할 수 있는가?” 그때 우리는 어떤 대답을 내어놓아야 할까. 우리는 그들을 설득해야 한다.우리는 파괴하는 인간뿐만 아니라 살리려는 인간도 본다. 누군가가 손짓 한 번으로 수백만 명을 죽이는 폭탄을 터트릴 때, 누군가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우는 아이를 구하려 뛰어든다. 누군가가 죄책감 없이 동물을 유기할 때, 누군가는 열악한 보호소에 기꺼이 발을 디디고 한 마리라도 더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망치는 것도 인간이고, 살리는 것도 인간이다. 우리는 어떤 부류의 인간이 되기를 택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에 관해선 답은 완벽하게 정해져 있다. 우리 안의 선함을 믿고 행동할 때, 공생하는 세계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트라이건’의 어떤 인간이 외쳤듯이. “함께 살아가는 거야. 아니, 함께 살아줘.”

2023-06-27

여름과일 수박의 변신

우정구 논설위원 ‘톰소여의 모험’ 작가로 잘 알려진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수박을 두고 “한번 맛을 보면 천사들이 무엇을 먹고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극찬을 했다.여름을 상징하는 대표 과일은 누가 뭐래도 수박이다. 과육의 대부분이 수분으로 구성돼 있어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 섭취하기에 제격이기 때문일 것이다.수박은 아프리카가 원산으로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재배돼왔다. 약 500년 전부터는 세계 각지로 널리 전파, 재배되었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연산군 일기(1507년)에 수박 재배에 관한 기록이 나온 것으로 보아 일찍이 수박이 도입된 것으로 짐작이 간다.오늘날 수박은 일반재배는 물론 시설원예를 통해 연중재배가 이뤄져 꼭 제철이 아니더라도 수박을 맛볼 수 있다. 1953년 일본서 귀국한 우장춘 박사는 우리나라 최초로 씨없는 수박을 만들어 명성을 떨쳤다.광주에서 생산되는 무등산 수박은 우리나라 토종수박으로 씨앗이 하얀 게 특징이다. 평균 무게가 보통 20kg을 넘어 일반 수박보다 월등히 크다. 일본서는 네모난 수박도 만들어지고 수박은 지역과 나라에 따라 모양과 맛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수박은 여름철 더위를 식히는데 이만한 과일도 없지만 혼자 먹기엔 부담스런 크기다. 냉장고에 보관하기에도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두꺼운 수박껍질은 음식물 쓰레기를 많이 배출한다.수박의 이런 단점을 보완한 것이 애플수박이다. 보통 수박의 4분의 1 크기다. 껍질이 얇아 사과처럼 깎아 먹을 수 있다. 1인 가구가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포항 연일읍 중평리 일원에서 재배된 애플수박이 본격 출하된다는 소식이다. 여름철 과일, 수박의 변신이 소비자를 즐겁게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6-27

‘오염수 괴담’, 수산업계엔 극약과 같다

심충택 논설위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관련한 괴담공포가 우리사회의 ‘과학적 지성’을 무력화하고 있다. 대도시 횟집은 물론, 어촌마을까지 전염병처럼 번지는 원전오염수 괴담의 근원지는 모두가 알다시피 더불어민주당이다. 내년 총선까지 국민의 반일감정을 자극해 지금의 독점적인 정치권력을 유지하려는 계산이 훤히 보인다. 이들의 괴담정치는 지금 우리사회의 공론장을 지성이 지배하는 소통의 장이 아니라 감정이 판치는 증오의 장으로 변질시키고 있다.대다수 과학자들은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알프스(다핵종 제거설비)로 처리한 뒤 바다에 방류하면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일본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후쿠시마는 동해안 반대편 연안에 있기 때문에 오염수는 곧바로 우리바다에 오지 않는다. 가장 먼저 태평양에 접해 있는 미국에 도착한다. 그후 미 서부지역에서 남하해 해류를 타고 서쪽으로 흘러 4~5년 뒤에야 아시아 해역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북미 지역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미국과 캐나다에서 오염수 방류가 쟁점이 된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미국은 국제원자력기구의 검증 결과를 신뢰하는 입장이다.후쿠시마 오염수가 수산물 안전성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은 경험으로도 알 수 있다.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많은 양의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여과장치 없이 바로 바다로 방출됐으나 지난 12년 동안 우리나라 해역에서 유의미한 방사능 증가현상은 관측되지 않았다.민주당이 명심해야 할 것은 지금 퍼뜨리는 괴담공포가 국민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사실이다. 아직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전국의 횟집과 수산업계, 어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지 않은가. 성주 사드괴담으로 인해 참외농가들이 엄청난 피해를 본 현상이 되풀이 되는 것이다. 민주당은 그러나 원전 오염수 방류를 정치쟁점화하기 위해 현재 100만명 반대서명 운동과 장외 규탄대회 등을 열며 오히려 더 소비자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일본정부는 오늘(28일)부터 도쿄전력이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 설비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검사를 시작한다. 이 검사가 종료되면 국제원자력기구의 동의를 받은 후 곧바로 오염수 방류에 들어간다. 현실적으로 오염수 방류는 우리 정부나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민주당은 이제 수산업계와 어민, 소비자 보호를 위해 괴담유포는 중지하길 바란다. 오염수에 대한 과학적 진실을 가리려면 국내 원자력 분야 최고 권위 단체인 한국원자력학회가 제안한 공개토론을 받아들이면 되지 않는가. 공론의 장에서 토론을 통해 국민이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제1야당의 바람직한 자세다. 그리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이 불안하지 않게 오염수 안전성 여부에 대한 정보를 매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포항 죽도시장 같은 대형 수산물 시장의 경우, 정기적으로 해산물에 대한 방사능수치를 검사해서 브리핑할 필요도 있다. 그래야, 괴담이 발붙이지 못한다.

2023-06-27

전통문화와 흥행은 함께할 수 없을까

심한식 경북부 지난 22일부터 24일 경산시 자인 계정 숲 일원에서 ‘2023 경산자인단오제’가 개최되어 지역민과 방문객들에게 전통문화를 알렸지만, 전통문화 행사는 흥행에 성공할 수 없다는 공식을 확인하는 것 같아 슬펐다.자인면 일대에서 단오에 왜적을 물리친 한 장군 오누이를 추모하는 자인단오굿의 하나인 ‘한 장군놀이’가 1969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1973년 중요무형문화재 제44호로 지정되고 2007년 지금의 경산자인단오제로 명칭이 변경되었다.이러한 이유로 경산자인단오제는 축제가 아닌 문화재청이 후원하는 전통문화제로 오랜 기간 행해졌던 제례 의식과 충의 정신, 다채로운 민속놀이로 독특한 장르의 예술성을 엿볼 수 있는 행사였다. 하지만, 전통을 중요시하며 옛 자인단오제를 기억하는 어르신들이 줄어들고 각종 오락프로그램과 강한 비트를 즐기는 젊은 층의 기호를 따라가지 못하며 흥행에는 실패하기를 반복하고 있다.시와 경산자인단오제보존회는 이를 해결하고자 젊은 층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그럼에도 이번 경산자인단오제에서도 단오제의 주축을 이루는 여원무와 계정 들소리, 초청된 강릉농악(국가무형문화재) 등의 전통문화 공연을 즐기는 관람객의 수는 서글픔을 자아낼 만큼이나 적었다.마지막 날 젊은 층을 위해 마련한 ‘살판, 놀 판, 즐길 판’은 가면 파티와 DJ 놀이마당으로 참가 젊은 층에 경산자인단오제를 알리기는 했으나 전통문화를 계승한다는 경산자인단오제의 참뜻에서는 궤도를 이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또 하나 아쉬운 점은 주최 측이 정말로 전통문화 알리기에 전념하고 있는가를 의심할 수 있는 장면들이 곳곳에서 목격되었기 때문이다.22일의 자인팔광대의 공연은 분명 개막식이 주가 아니고 전통문화 공연의 시연이 목적이 되어야 함에도 개막식을 이유로 잔디광장이 아닌 무대에서 공연돼 흥미를 반감시켰다.또 프로그램에는 9가지의 세계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고 표기되었으나 현장에서는 5가지의 체험장만 운용되고 행사를 지원하는 부스의 운영자들도 적극적인 의지보다는 행사의 구색 맞추기로 보였다.전통문화로 여러 세대가 함께 즐기며 어울리는 것을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어진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고 최선을 다한 후에 전통문화의 흥행을 기대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한다.shs1127@kbmaeil.com

2023-06-27

중세의 교회건축과 조각장식의 출현

유럽의 도시에서는 어렵잖게 중세에 지어진 교회건축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건축 곳곳이 조각으로 장식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눈길이 닿지 않을 정도로 높은 파사드 벽면 위에도 고개를 살짝 들어 보기에 적당한 높이에도 성인들의 모습이 조각되어 기둥처럼 서 있다. 가장 의미심장한 조각은 팀파늄(Tympagnum)에 들어가 있다. 팀파늄은 출입문 바로 상단 반원형의 너른 면을 가리키는데 주로 이곳의 조각은 부조 형식으로 나타난다. 빈도수로 보자면 영광의 그리스도나 심판자 그리스도 혹은 아기 예수를 품에 안은 옥좌에 앉으신 성모 마리아가 가장 자주 등장하는 도상이다.조각상은 교회 내부에서도 발견된다. 벽의 무게를 견디는 기둥에 돌출된 선반을 마련하고 그 위로 성인들의 전신 조각이 올라가 있다. 중세교회 건축과 조각장식, 당연한 조합 같지만 교회를 조각으로 장식할 수 있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기독교 교리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우상숭배의 문제 때문이다. 시간은 한참 거슬러 올라가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수용하고 국교로 지정한 4세기 5세기 때 일이다. 처음으로 교회가 지어지고 교회에서의 그림이나 조각 등 미술품 사용에 대한 문제가 대두 됐다. 치열한 논쟁 끝에 그림 사용은 허용이 되었다.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글을 알지 못했고 그림을 통해서라면 누구라도 쉽게 성서나 교회의 가르침을 읽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그림은 허용되었지만 조각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이교(異敎)의 신상이 만연해 있었던 상황에서 기독교가 조각사용을 허락한다면 종교적으로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 교회를 장식하는 건축조각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새로운 천년이 시작된 11세기 초 로마네스크 양식의 대규모 교회들이 지어지면서 부터였다. 6세기에서 10세기 이르는 중세 혼란기, 혹자는 암흑기라 부르기도 하는 이 시기가 지나가고 낡은 교회들이 새롭게 단장되었고 곳곳에 웅장한 교회들이 지어졌다. 이시기를 거처 12세기 무렵 건축조각이 확산된 걸 보면 수 백 년의 시간이 지나는 사이 이미 서유럽지역이 깊이 기독교화 되었고 조각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남부 프랑스의 도시 아를(Arles)의 생 트로핌(Saint-Trophime) 교회 파사드 벽면에는 초기 로마네스크 건축 조각을 대표할 법한 중요한 작품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12세기에 건축된 비교적 아담한 크기의 이 교회는 로마네스크 특유의 투박한 모습을 드러낸다. 인상적인 것은 전에 없던 방식으로 파사드 전체가 조각으로 장식되었다는 점이다. 출입문을 중심으로 좌우 벽면에 부조에 가까운 전신 조각상들이 정렬되어 나타난다. 정문 위에 마련된 반원형의 팀파늄에는 옥좌에 앉으신 영광의 그리스도가 역시 부조로 조각되어 있다. 정문과 팀파늄 사이 띠 형태의 좁은 면인 상인방(Lintel)에도 작은 크기의 인물 열 두 사람이 등장한다. 이들은 예수를 따르던 열 두 명의 제자들처럼 보인다.사람들이 들고나는 출입문 상단의 팀파늄은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간이다. 출입문은 타락한 세속과 성스러운 교회의 경계가 되는 곳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팀파늄에는 죄를 자복하라는 경고의 이미지가 자주 나타난다. 근엄한 모습의 ‘심판자 그리스도’ 혹은 생 트로핌의 경우에서처럼 ‘옥좌에 앉으신 영광의 그리스도’가 대표적인 예이다. 커다란 아몬드 모양의 전신 후광에 둘러싸인 그리스도 좌우로 둘씩 짝을 이룬 생명체가 나타난다. 이들은 신약성서 4복음서자를 상징한다. 그리스도 우편 아래에는 구원받아 천국으로 반대쪽 좌편에는 쇠사슬에 묶여 지옥을 끌려가는 영혼들이 나타난다. 감상자의 눈높이 좌우 벽면으로 서 있는 성인들은 독립된 조각이라기보다는 건축에 종속된 듯 보인다. 이들에게는 표정도 감정도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는다. 미동도 없이 굳은 자세와 표정으로 건축의 한 부분으로 나타날 뿐이다. 이것이 초기 로마네스크 건축조각의 특징이다. /미술사학자 김석모

2023-06-26

오랫동안 아름다운, 칠곡 가실성당(佳室聖堂)

잘 정돈된 성당길에 들어서면 연한 꽃망울을 머금은 배롱나무가 먼저 눈에 띈다. 7월 중순이 되면 꽃을 피우는 배롱꽃은 나무 백일홍으로도 불리는데 번갈아 피고 지면서 붉은 자태를 잃지 않는다. 마치 128년을 쌓아온 가실성당의 시간과 신념을 지키고자 노력했던 많은 이들처럼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는 것만 같다.가실성당(가실본당)은 1895년 조선에서는 11번째로, 대구·경북에서는 2번째로 지어진 성당이다.성당이 자리한 왜관 가실은 예로부터 낙동강을 이용할 수 있는 나루터가 여럿 가까이 있어 물류의 흐름이 빨랐다. 천주교도 일찍이 전파되어 조선말에는 한티와 신나무골에 교우촌을 형성하였고 여러 박해로 인해 순교자가 나기도 했다. 현재 한티는 이름 모를 순교자의 무덤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으로, 신나무골은 영남 천주교의 요람으로 알려져 있다. 순례길은 1967년 ‘한티가는 길’ 순례가 시작된 이래 피정의 집(1991), 영성관(2000), 순례자성당(2004)이 순차적으로 마련되어 지금은 5구간으로 나눠 운영되고 있다. 첩첩산중에 박해를 피해 숨어다니던 길(45.6㎞)이 오늘날 ‘돌아보는 길, 비우는 길, 뉘우치는 길, 용서의 길, 사랑의 길’이란 부제로 순례자를 이끄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지금의 가실성당 자리는 천주교도 성순교의 기와집이 있던 곳이다. 1894년에 파이야스(Pailhasse) 신부는 성순교의 기와집 한 채를 매입하여 성당으로 삼았다. 당시만 해도 영남에는 성당과 신부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기에 경상도 북서부 일대, 충청도 황간, 전라도 무주 등지의 지역에 공소를 마련하여 말·도보·나루터를 이용하여 순회하였다고 한다. 1911년 서울교구에서 대구교구가 분리되면서 이듬해 투르뇌(Tourneux) 신부가 부임하였다. 그는 일제 강점기 대부분을 가실에서 보내며, 사제관과 지금의 성당(1923)을 건축한 인물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구워진 벽돌을 하나하나 망치로 두드려보고 잘 구워진 것만 외벽에 사용하였다고 하니 가실성당은 그의 정성으로 지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가실성당은 동저서고의 언덕을 그대로 활용하여 단층 장방형(직사각형) 구조로 만들어진 로마네스크식 벽돌조 건물이다. 외벽은 가로줄과 세로줄을 번갈아 쌓는 영(국)식 벽돌쌓기 기법을 활용했으며, 창문·출입문·축기둥·띠 등에만 회색 벽돌로 장식하고 나머지는 붉은 벽돌을 사용하였다. 성당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는 의장적 의미에서 높게 지었으며 현관 위에 종탑을, 그 위에 8각의 높은 첨탑을 두어 타워 형태를 갖추었다. 신자들이 모이는 공간의 천장은 목재원형틀로 3개의 반원을 만들어 회반죽으로 마무리했다. 3개의 반원형 천장은 기둥을 두 줄로 늘어놓아 중앙의 신도석과 양옆의 통로로 구분하였다. 기둥과 기둥 사이에는 총 10개의 반원형 아치창을 만들었으며, 특이하게도 바닥은 온돌마루로 되어 있다.성당 내부는 유난히 아름다운 볼거리가 많다. 교단의 대형 나무십자가는 1964년 성안나상을 대신하여 중앙에 세워졌다. 이전에는 1924년 프랑스에서 석고로 제작되었고, 본당의 역사와 함께한 국내 유일의 성안나상이 귀히 모셔졌다. 안나는 다윗왕의 후손이자 마리아의 어머니로서 한때 추앙받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지금은 구석진 자리에 서서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이 쏜 총탄에 왼쪽 어깨를 맞은 자국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어린 마리아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내실에는 성체등과 감실도 있는데, 성체등은 감실에 성체가 있음을 상징하는 불로써 한국전쟁때에도 꺼뜨린 적이 없다고 한다. 감실 정면에 있는 작품은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를 주제로 삼았다. 내부 벽에는 동양화가 손숙희가 그린 ‘십자가의 길’ 14처 액자들이 걸려 있고, 창문은 색유리창(stained glass)으로 삼왕의 경배, 호숫가의 예수 등 총 40가지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출입구 위의 반원형창에는 착한 목자, 잃었던 아들, 씨뿌리는 사람 등의 비유를 통한 예수의 가르침이 형상화되어 있다. 색유리창은 독일 작가 에기노 바이에르트(Egino Weinert)가 2002년에 가실성당 100주년을 기념하여 설치한 것이다. 또한 종탑에는 안나의 종이 있는데 라틴어로 “나의 이름은 안나…. 많은 분들이 내 소리를 듣기를 바란다. 사막에 피는 아름다운 꽃처럼 싹이 틀 것이다” 라는 구절이 새겨져 있다. 마지막으로 구사제관은 현재 두 개의 방이 전시실로 활용되고 있으며 역대 본당 신부들의 사진, 창설 당시의 교인들 교적, 1960년대 교육용 환등기, 잉크로 그린 성서 그림 등이 전시되어 있다.영남에 천주교가 전파되고 박해가 있던 시기 그리고 성당이 건축되던 초기, 일제강점기까지 성장하던 교세는 해방 이후 한국전쟁과 농촌 인구의 도시 이주 등으로 80년대 이후 작은 교적을 유지하고 있다. 교세는 작아졌어도 예나 지금이나 자신을 돌아보고 비우고 뉘우치며 용서하고 사랑하라는 메시지는 사람을 감응시킨다. 7월 붉은 배롱꽃이 활짝 피면 오랫동안 아름다운 가실성당 언덕길을 걸어보고 싶다.◇ 최정화 스토리텔러 약력 ·2020 고양시 관광스토리텔링 대상 ·2020 낙동강 어울림스토리텔링 대상 등 수상/최정화 스토리텔러

2023-06-26

언론의 정치적 편향성

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권력을 감시·견제하고 정의·진실을 위하여 정론직필(正論直筆)해야 할 언론의 ‘정치적 편향성’이 심각하다. 공익과 사실에 충실해야 할 언론마저 정파적 보도를 서슴지 않는다. 편 가르기를 비판하면서도 늘 어느 한 편에 서 있으니 자기모순이다. 상업화된 언론사와 ‘기레기(기자+쓰레기)’가 된 언론인들에게 불편부당(不偏不黨)을 기대할 수는 없다.정파성은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객관성을 상실한 언론을 누가 믿겠는가.영국 옥스퍼드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발표(2023/06/14)에 의하면 한국의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조사대상 46개국 중 41위로서 최하수준이며 아시아·태평양국가들 가운데는 꼴찌다. 국내언론 분석에서는 정파성이 강한 신문과 방송의 신뢰도가 최저였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언론의 정파성이 문제되는 것은 모든 언론들에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이념적·정치적 성향이 아니라,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실(fact)을 왜곡·조작하거나 축소·은폐·확대하는 불공정한 행태들이다.언론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견지하면서 정의와 진실을 논하려면 무엇보다 언론인들의 소명의식이 중요하다. 언론인은 진실을 먹고 사는 지식인이다. 돈·권력·명예가 아니라 정의·공정·진실을 추구하는 참 언론인들이 많을 때 비로소 ‘언론다운 언론’을 기대할 수 있다. 언론인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권력과 야합하여 곡학아세(曲學阿世)하면 언론도 죽고 나라도 죽는다. 이해관계에 따라 펜대가 휘어지는 ‘기레기’들을 어떻게 언론인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특히 진영논리에 갇힌 편파적 언론의 내로남불 행태는 선악의 이분법적 양극화를 악화시킨다. 공정해야 할 언론이 편 가르기를 주도함으로써 오히려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참 언론인이라면 ‘속 시원한 해장국 언론’에 열광하는 확증편향의 유혹에 굴복하면 안 된다. 올곧은 언론인은 ‘중도(中道)’의 길을 가야 한다.중도란 단순히 좌우의 중간적 입장이 아니라, 정의와 진실을 치열하게 추구해 나가는 적극적 중도, 비판적 중도를 말한다. 중도는 어정쩡하게 중간에 서는 것이 아니라 분명하게 진실의 편에 서는 것이다.한편 언론의 공정성에 대한 권력의 책임 역시 무겁다.최근 KBS·MBC 등 공영방송의 운영을 둘러싼 정부와 언론사·언론노조 간의 갈등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언론의 공정성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주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권력만 잡으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언론으로 길들이려고 한다. 권력이 겉으로는 ‘공정언론’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에게 유리한 ‘편파언론’을 만들려하기 때문이다.감시받지 않는 권력은 필연적으로 부패한다. 권력이 언론을 어용화하면 부패된 권력은 비극을 맞는다. 권력은 자신을 감시·비판하는 언론이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오바마(B. Obama) 전 대통령이 “비판적인 언론 덕에 더 정직하게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던 것처럼, 권력은 언론을 길들이려 할 것이 아니라 언론의 비판에 감사해야 한다.

2023-06-26

경주 십원빵 소동

홍석봉 대구지사장 경주의 명물 간식거리인 ‘십원빵’이 디자인 도용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십원빵은 불국사 다보탑이 그려진 앞면과 숫자가 새겨진 뒷면의 모양이 시중에 유통되는 10원짜리 동전과 똑같다. 1966년 발행된 10원짜리 동전 모양을 본떴다.십원빵은 2020년 처음 선보인 이후 경주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경주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도 이 빵을 먹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한국은행이 십원빵이 화폐 디자인을 무단 도용했다며 사용중단을 요청했다. 판매업체들에 공문을 보내고 조폐공사와 함께 법적 대응까지 준비했다.한국은행의 화폐 도안은 비영리 목적으로만 사용하는 등 일정한 조건을 충족해야만 별도 승인절차 없이 이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는 화폐 시스템의 신뢰를 해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런데 영리 목적의 사용이 문제가 됐다. 빵 제조업체들이 전국 단위로 가맹점까지 모집해가며 도안을 사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체들의 욕심이 초래한 측면이 없지 않다. 업체들은 한국은행의 강경한 입장에 디자인을 일부 바꾸겠다고 했다. 한은도 한발 물러섰다. 소송 대신 적법한 범위내에서 모양 변경을 협의 중이라고 한다.업체들은 빵을 굽는 틀과 시설, 판촉물 등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해프닝으로 일단락되긴 했지만 뒷맛이 씁쓸하다.십원빵이 화폐 홍보도 하고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십원빵은 빵의 도시 경주의 명성에도 한몫했다. 경주는 십원빵 외에도 황남빵과 찰보리빵 등으로 유명하다. 유명 빵집을 찾아다니는 ‘빵지순례’ 목록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십원빵이 과연 화폐의 신뢰를 그만큼 해쳤을까. 한국은행의 유연한 대응이 아쉽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6-26

글로컬대학 사업은 지방대를 구할까?

홍덕구 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글로컬’은 세계적이라는 뜻의 ‘글로벌(global)’과 지역적이라는 뜻의 ‘로컬(local)’을 합친 신조어다. 이 용어는 지역이 지닌 고유한 특성을 살리면서 세계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의미를 지향하고 있다. 한때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말이 유행했지만, 이제 ‘한국’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시즌 정도를 제외하면 더이상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로 상상되지 않는다. 수도권과 지역 사이의 경제적·문화적 격차가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교육부는 대학의 벽을 허물고 대학과 지역의 동반 성장을 이끌어 갈 지방대학을 지원하는 사업을 ‘글로컬대학 사업’이라 명명하여 진행하고 있다. 2026년까지 총 30곳의 지방대를 지정해서 학교당 5년 간 총 1천억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최근 15곳의 예비지정 대학이 발표되어 대학가에는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지방대학을 지원한다는 취지 자체는 좋다. 문제는 글로컬대학 사업이 현재의 형태로 강행될 경우, 지원받는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 사이의 격차가 훨씬 더 커진다는 점이다. 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일시적으로 신입생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그것도 지원금을 교부받는 동안의 한정적 효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 5년 동안 글로컬대학 미선정 대학들은 고사하고, 지원금이 끊기고 나면 지금보다 훨씬 더 황폐해진 지방 학술생태계에 몇몇 대학만 외롭게 남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양한 학문적 관심사를 가진 지방 연구자들은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서울-수도권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지방대학의 소멸은 가속화된다. 지방대학 문제가 단지 예산 부족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예산 문제는 지방대학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에 불과하다. 문제의 근원은 서울-수도권 중심주의와 학벌주의에 있다. 물론 재단 자체에 문제가 있는 부실대학의 경우 솔루션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선별지원을 통한 대학 수 줄이기가 답이 되어서는 안 된다.대학은 학생과 교직원만의 공간이 아니다. 대학은 캠퍼스가 위치한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지방대학이 폐교되면 그 지역 전체가 폐허로 변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폐허는 우범지대로 전락할 우려도 크다. 대학이 교육에 최적화된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활력을 잃어가는 지방대학을 시민교육을 위한 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적극 연구되어야 한다.전체 인구의 약 15%를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은퇴자 중에는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배움의 열의를 가진 이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들이 원하는 것들을 배우고, 이를 통해 은퇴 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 교육정책 수립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는 매년 배출되는 석·박사 학위자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은 평생 배워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정책적으로 심각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때가 도래했다.‘대학의 벽을 허문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대학 간의 기계적 통합이 아니라, 대학의 교육 기능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일에서부터 탐색되어야 한다.

2023-06-26

묻고 또 묻자

김규인 수필가 챗GPT에 질문하는 기사가 한동안 신문을 채웠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이 챗GPT는 질문하기 바쁘게 답을 내놓았다. 챗GPT가 어떤지 궁금해서, 우리 사회가 묻는 이에게 속 시원한 답을 주지 못하니 기계에 물어보는 건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기계에 답을 구할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우리 사회는 산적한 문제로 어떻게 순서를 정하여 일해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한다. 출산율의 저하는 엄두가 나지 않는지 지엽적인 문제만 건드린다. 국회의원 수를 조정하는 문제는 당리당략에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일본의 원전 오염수에 대해서는 각자 다른 말을 한다. 전세 사기 문제는 너무 꼬여 실마리를 찾기가 힘이 든다. 여기에 퀴어 축제로 국민의 생각은 나누어진다. 욕심을 내려놓기 어려운지 들러리 문제만 만지작거리느라 중요한 문제만 그대로 남는다.코로나가 설치고 혼자 놀기에 익숙한 탓인지 우리는 자기들만의 시간에 빠진다. 수업받는 학생은 질문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우리는 현재 상황을 그저 바라만 본다. 자기의 생각을 남들과 섞을 줄을 모르고 자기 말만 하느라 남을 위하여 틈을 내어주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는다.질문 없는 교실에 학문적인 성취는 없고 질문 없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 질문하는 것은 가슴에 억눌린 답답함을 해소하는 길이요 꽉 막힌 도로를 뚫는 것이며 힘들다는 서민들의 삶을 어루만지는 일이다. 질문은 사건의 핵심을 뚫고 본질에 다가가는 길이다. 문제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며 핵심 문제를 들추어내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다.좋은 질문은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바탕으로 한다. 주어진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갈구하거나 그 상황이 주는 아픔에 마음 아파하며 절박하게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질문은 더 구체화하며 날카로운 물음으로 문제의 본질을 향한다. 질문은 말이 없지만, 묻는 이의 절박한 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다.질문이 구체화할수록 답은 절반 이상이 나온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의 해결이 어려운 것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질문이 문제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기 때문이다. 핵심을 빗나간 질문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누구의 이목도 끌지 못하고 문제는 홀로 나뒹굴게 된다. 핵심을 찌른 질문은 사람들을 질문에 집중하게 하고 해결 방법을 찾게 만든다. 현재의 판을 뒤집는 핵심적인 질문은 문제 해결을 넘어 삶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는다. 우리 사회의 산적한 문제들을 돌아보자.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채로 쌓여있는 것은 우리 스스로 어떤 질문도 하지 않는 것이다. 상황을 바꾸고자 노력하는 의지도 생각도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문제만을 생각하며 의사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끊임없이 자신의 욕심만 채우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오늘 하루 나를 향해 질문을 던져보자. 누구보다 절박한 마음으로 나를 둘러싼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핵심적인 질문을 하자. 질문은 또 다른 질문을 낳고 서로 간의 소통으로 이어진다. 어느 순간에 문제는 핵심을 찌르고 사람들은 모여 있을 테니 말이다. 눈길이 사람을 향할 때 서로 잡은 손은 더 따뜻해질테니 말이다.

2023-06-26

일 오염수 방류하면 죽도시장 문 닫나

김진국 고문 30년쯤 지난 얘기다. 한·일 대학생이 일본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주제가 독도였다. 첫날 토론에서 한국 대학생들이 압도했다. 한국 학생들의 기세에 일본 학생들이 눌렸다. 둘째 날은 한국 학생들이 고전했다. 일본 학생들이 각종 고서와 샌프란시스코 조약 등을 꺼내놓고 따지는데, 한국 학생들은 모르는 자료가 많았다. 사흘째는 한국 학생들이 더 밀렸다.당시 같이 다녀온 지도교수의 말이다.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근거가 훨씬 풍부하다. 그런데도 그 당연한 사실을 입증할 논리적 근거를 굳이 찾고, 공부하지 않았다. 그것을 부정하는 주장에 분노가 넘쳐 오히려 논리적 설득에는 실패했다. 그 교수는 “공부를 너무 안 했다”라고 반성했다. 같은 생각을 가진 학생들끼리 ‘으샤으샤’만 했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상대방 주장에는 귀를 닫았다. 모르니 반박이 어려웠다.독도 문제를 대하는 요즘 젊은이의 자세는 매우 다르다. 훨씬 구체적으로 알고, 실천적 활동을 한다. 정부도 동북아역사재단(2006년 설립)을 세우는 등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때 그 토론회를 소환한 건 최근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같은 길을 가기 때문이다. 너무 남의 얘기를 안 듣는다.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독도는 당연히 한국 땅이지 무슨 소리야”라고 아무리 외쳐봐야 제3국의 사람을 설득할 수 없다. 일본 사람이야 말할 것도 없다. 열정만으로 해결이 안 된다. 속이 시원하게 고함질러봐야 자기만족뿐이다. 수치가 필요하고, 논리가 필요한 곳에서 중독성 강한 노래나 부르며 굿판을 벌여봤자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이런 잘못은 국정을 이끌어가는 정치권이 더하다. 선동으로 지지세를 모으면 국내 정치에 유리하고, 힘으로 자기 생각을 밀어붙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국제 사회에서는 어림도 없다. 국민만 바보로 만든다.2008년 이명박 정부 초기 광화문이 촛불시위로 뒤덮였다. 코믹영화 ‘파 송송 계란 탁’을 패러디한 ‘뇌 송송 구멍 탁’이란 기가 막힌 구호로 무장한 광우병 공포가 덮쳤다. 인기 연예인들이 “차라리 입에 청산가리를 털어 넣겠다”라며 아이들을 선동했다. 고기 좋아하던 아이들이 미국산은 물론 국산 쇠고기도 못 믿겠다며 먹지 않겠다고 울었다.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소동이 벌어졌다.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로 위협했다. 방어용 미사일 배치를 무작정 거부하기 어려웠다. 지역주민의 불안감을 사드를 막을 방패로 삼았다. 정치인들이 가발을 쓰고 춤을 추며 ‘전자파에 튀겨진다’라고 선동했다. “…외로운 밤이면 밤마다 사드의 전자파는 싫어, 강력한 전자파 밑에서 내 몸이 튀겨질 것 같아.…” 그러나 환경영향평가 결과 사드 전자파는 측정 최댓값이 인체 보호 기준의 0.2%보다 낮았다. 성주 참외는 전자파에 튀겨지지 않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시끄럽다.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면 우리 수산물도 못 먹을 듯이 말한다. 그 탓에 소금을 사재기한다, 김·멸치·새우·미역·다시마 같은 건어물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린다.후쿠시마 오염수가 우리 바다로 오려면 태평양을 완전히 돌아와야 한다고 국립해양조사원은 말한다. 미국과 캐나다, 필리핀, 대만 등을 거쳐 온다는 것이다.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물리학 명예교수는 오염수의 방사선량이 X선에 노출됐을 때보다 적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로부터 ‘돌팔이’라는 말을 들은 그는 “과학을 좀 배우라”고 말했다.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조사를 거쳐 일본이 다음 달에는 방류할 가능성이 크다. 방류를 막으려면 과학적 근거로 국제 사회를 설득해야 한다. 과학적 근거는커녕, ‘과학과 숫자는 못 믿겠다’라는 답답한 소리만 한다. 논리가 없다. 그래서는 국제 사회를 설득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방류가 시간문제다. 그때 우리 수산물은 어떻게 하나. ‘뇌 송송 구멍 탁’처럼 수산물도 공포의 대상이 되나. 죽도시장 문을 닫아야 하나. 방류를 막을 과학적 근거를 찾기보다 여야 모두 국내 정치에만 열심이다. 그 피해는 꼬박 어민들의 몫이다.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3-06-25

유월의 모시적삼

이순혜 수필가 오전 10시, 추모 묵념 사이렌이 울린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을 위해 머리 숙여 감사하는 마음을 새기자는 뜻을 담는다. 묵념 이후에는 현충탑 앞에서 헌화와 분향을 하고 추모 공연, 국가유공자 표창 등 순서로 추념식이 진행된다.모처럼 휴일이라 느긋한 아침을 먹고 형산강변을 걸었다. 10시, 묵념 사이렌 소리에 빛바랜 기억 한 부분이 푸시시 일어난다. 생각이 완전히 여물지 않은 터에 새겨진 기억이다. 아버지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아 여러 가지 일을 시작했고, 너무 앞서간 꿈은 알록달록하거나 튼실한 열매를 맺을 수가 없었다. 그럴 때마다 넘어져 상처가 많았다.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새 상처가 생기기도 했다. 자주 넘어져 평생을 조심스럽게 살다 가신 아버지이다. 그런 아버지의 삶을 톺아보다 아버지를 위한 헌시를 바쳤다.‘유월의 모시적삼’- 충혼탑 앞에서 -천둥소리 한 귀퉁이 찧어내다천지에 놀란 찔레향이 아리도록 매운 날입니다무더기무더기로아까시 마저 떨어지는데유월의 하얀 모시적삼은 충혼탑 앞에 서 있습니다시퍼렇다 못해 먹빛이 되었던60년, 다 받아냈기에아버지,당신은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국화입니다아니, 그 먹빛의 한(恨)한숨으로 쌓아한 겹 무심이 되었기에유월의 끓는 햇살에 서 있는 흰 모시적삼은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한 송이 국화입니다아홉 번 밀리고 밀린 싸움그날의 *형산강은검붉은 울음을 토악질하고포성에 묻혀버렸습니다여기 이 산 어디쯤일까저기 저 강 어디쯤일까아버지,당신이 썼던학도의용군의 삐뚤어진 모자를하얀 이 드러내며 고쳐주었던옛 친구의선한 눈망울이파편처럼 찢어져 묻힌 자리에는오늘도 말이 없습니다불러도 보고쓸어안아 보아도만질 수 없고 볼 수 없는아득한 날의 안부일 뿐저 질긴 세월을 낱장으로 뜯어다 놓아버렸습니다살아 있다고 마음껏 이름조차 부르지 못하고속울음 삼켰을아버지묵념 사이렌 소리에바람도 나무도 잠시 눈을 감고이제야 학도의용군 이름아래어깨동무하고 있을 생각에칠 벗겨진 한 줄 비문처럼 저도 눈을 감습니다세상에서 가장 무겁고도 가벼운아버지그 주름진 국화위에6월이 글썽입니다*형산강 · 625 당시인 1950년 8월 11일부터 9월 23일까지 44일간 2천300명이 넘는 국군과 학도병이 전사한 치열한 격전지형산강은 아직도 말이 없다. 말을 안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들이 쏟았던 피와 땀을 모두 받아들였을 강이다. 그러고는 말없이 흘려보냈다. 역사의 현장에서 어떤 이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겠고, 어떤 이는 짧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이도 있겠다. 좀 더 적극적인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이도 있다.아버지 생각을 깊게 했다. 아주 조금은 아버지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미안한 게 많아 마음껏 일하지 못한 아버지 덕분에 우리 집 쌀독은 자주 바닥을 드러냈다. 넓고 편하고 좋은 집을 찾지 않아 우리 집 서까래는 거무튀튀함을 벗어나지 못했다. 어쩌다 어린 자식들 생각에 화려한 세상의 것을 좇다가도 금방 접어버렸다.이제 아버지 생각을 떨쳐 보냅니다. 더는 봄 앓이를 이기지 못하고 하늘로 훨훨 날아간 저 학도병에게 안부를 전합니다. 내 몸을 주고 정신을 주었던 아버지. 이제는 밥벌이에 힘들었던 일과 생각의 뒷골목에서 평생을 움츠렸던 그 무엇에도 자유롭기를 바랍니다. 이 땅에 삼 남매를 내보내고 한 번씩 보내주었던 따스한 눈길만을 기억하겠습니다.아버지,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끝

2023-06-25

일상에서 느끼는 평안의 소중함

조현일 경산시장 고대부터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고 불리고 있다.이러한 이유로 희노애락(喜怒哀樂)이 분명하고 만병의 원인이라는 스트레스를 자주 받기도 한다.스트레스 없이 산다면 좋겠지만,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공간이나 시간을 정확하게 말하라면 그 누구도 정답을 내어놓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자치단체장, 특히 행정경험이 부족한 초선 자치단체장의 생활은 절대 쉽지만은 않다.지난 1년 동안 각종 민원을 해결하고 지인들과의 만남에도 소홀하지 않고 장거리를 왕복하면서도 가정을 지키는 가장의 역할도 감당하는 슈퍼맨이 되어야 했다.이러한 과정에서 주변 인물들은 건강을 해치면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만남의 시간을 줄이고 일상에서 평안을 누리길 조언하고 있다.나 또한 일상에서의 편안함을 누리고 싶지만, 다음으로 미루었다. 대신 시민들의 평안을 책임져야 하겠다는 생각을 갈수록 굳히고 있다.민선 8기를 시작하며 경산시의 시정 구호를 ‘꽃 피다 시민중심 행복경산’으로 정했다.시민을 중심으로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시민이 행복하려면 공직자들의 수고로움이 당연히 뒤따라야 하며 자치단체장은 공직자들보다 한 발 더 앞서 달려야 하기에 발에는 늘 운동화다.하지만, 시장의 마음과 달리 늦어지는 시정 추진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며 울화통이 터지기도 하지만 시민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다시 한번 마음을 다스리며 시민들이 일상에서 평안함을 느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체감한다.이러한 이유로 기존자원을 최대한 이용해 시민이 일상에서의 편안함을 느끼는 방법을 찾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그 중의 하나가 “시민들에게 남천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이었다.경산의 도심을 흐르는 남천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공간으로 좀 더 나은 장소로 탈바꿈시켜 하루의 고단함을 떨쳐버릴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시간이 지나며 남천은 잔디만 있는 장소에서 계절에 따른 예쁜 꽃들과 휴식공간, 저녁이면 멋진 야경 등의 변화로 시민들에게 즐거움과 쉼을 선물하고 있다.지역의 또 하나인 명물인 대구대 앞의 문천지를 수상관광레포츠공원으로 조성해 진량·하양권역의 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할 예정으로 어린이 놀이터와 다목적구장, 수변 산책로 등을 2025년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시청사 인근에 있는 남매지는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지만, 시민의 여름철 휴식처에서 사계절 웃음이 있는 곳이 되었다.과거에 어려운 살림에도 열심히 공부한 오빠가 과거 날은 다가오지만, 한양까지 갈 노자가 없자 여동생이 마을 황 부자 집에서 식모살이를 약속하고 돈을 구해 오빠를 한양으로 보냈다.하지만, 황부자 아들은 우격다짐으로 처녀를 겁탈했고 정절을 잃은 처녀는 마을 앞 커다란 못에 몸을 던졌고 눈먼 어머니도 딸을 건지려다 숨지고 장원급제한 아들이 고향으로 금의환향했으나 누이동생과 어머니의 죽음에 살아갈 의욕을 잃고 어머니와 누이동생이 잠든 연못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는 전설을 간직한 곳이 남매지다.이러한 전설에도 수변 산책로와 음악 분수, 바닥 분수 등에 종종 열리는 음악회로 가족들에게 힐링 공간이 되고 있다.또 지역의 삼성현으로 추앙받는 원효와 설총, 일연대사의 혼을 이어받은 삼성현역사공원도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삼성현역사공원의 삼성현문화관은 지난달 15일부터 무료로 개방해 지역의 역사를 알리고 있으며 새롭게 설치한 인공암장과 작은 도서관, 나라꽃인 무궁화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무궁화동산 등에 체험프로그램을 더해 방문객이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여기에 계획 중인 생태탐방원이 설치가 된다면 경산시민이 일상에서 쉼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고 다양한 연령대가 자신에게 맞는 힐링 공간을 선택할 수 있게 되므로 일상에서의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여기에서 시민을 위한 배려, 행복을 추구하는 시민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멈출 생각은 없다.시민이 원하는 힐링은 다양하다, 힐링은 장소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일상에서 쉼을, 평안함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함을 준비하는 시정으로 일상에서 평안함을 느끼는 소중함의 가치를 더욱 높일 것이다.

2023-06-25

동학, 해월 최시형 선생과 포항 정신

김진문 시인 세상에 처음 나온 진리나 시대를 앞선 사상은 동시대 사람들에게 이해되지 않고 오히려 멸시나 탄압을 받는다. 조선 후기 1860년 경주의 수운 최제우 선생이 창도한 동학이 그렇다.수운 선생이 선포한 동학은 곧 시천주(侍天主) 사상이다. 사람은 모두 하늘님을 모신 인격체로서 양반 상놈 없이 모두 귀하고 평등하다는 사상을 세상에 선포하자 당시 노예적 신분질서와 생존의 한계에 처해있던 일반 백성들에게 급속히 확산이 되어 조선을 뒤흔들었다.동학은 당시 난세의 조선 민중에게는 한줄기 새 빛과 같은 복음이었다. 하지만 조선 정부는 이를 가만두지 않았다. 수운선생의 동학사상 전파를 반왕조적 사태로 규정하고, 탄압하기에 이른다.결국, 수운 선생을 불온한 사상가로 지목한 조선 정부는 ‘나쁜 술책과 주문으로 사람들과 국가를 속였으며, 칼 노래로 반역을 꽤 했고, 간사한 동학으로 풍속을 어지럽힌 죄’로 처형하였다. 수운 선생이 순도하자 그 뒤를 이은 제2대 교주가 해월 최시형 선생이다.그는 1861년 35세에 동학에 입도하여 72세에 순도 하기까지 38여 년간 200여 곳을 도피와 은신을 거듭하며 떠돌았다. 오죽하면 그의 별명이 최보따리였겠는가. 초창기 해월 선생의 동학 포덕 지역은 포항,울산,영덕,영해,영양,평해,울진등지였다. 그는 동해안 산간지역에서 풍찬노숙하며 굶주림에 극단적 선택에 이를 정도의 그야말로 피눈물 나는 고난의 역정이었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 후 또다시 지명 수배자가 되는 등 전 생애를 동학사상 구현에 몸 바치다 스승 수운과 같은 대명율을 위반한 ‘좌도난정’의 죄목으로 1898년 7월 서울에서 처형되었다.그렇다면 최시형은 누구인가? 해월 선생은 포항 출신이다. 해월(海月)은 그의 호다. 그는 현재 신광면 기일(터일)에서 성장한 포항 사람이다. 한때 그곳 검등골에서 가난한 화전민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는 19세기 조선 사회의 강고한 신분철폐 등 만민평등 의식을 고취한 반봉건, 서양 열강 등의 침입에 맞선 반외세에 투쟁한 민중 혁명가이며, 인본주의를 실천한 민족지도자 중 한 사람이다. 지명 수배자로 수난의 가시밭길을 걸으면서 동학의 사상체계를 정립하는 한편 관의 탄압으로 궤멸 되다시피 한 동학을 재건 하는 데 힘썼다.그의 동학사상은 한말 의병운동, 동학농민혁명, 3·1운동, 상해임시정부, 대한민국 수립에 이르기까지의 그 영향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더구나 오늘날 생명운동, 환경운동, 여성운동, 어린이 인권운동, 평등사상 등 그 철학적 뿌리가 해월 최시형 선생의 동학사상 정립으로 시작되었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평등에 뿌리를 둔 민주이념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전통관념을 깨는 가부장제 철폐를 통한 부부 평등 주장은 시대를 앞서간 여성 인권 사상이었다. 그의 선각자적 면모가 엿보이는 대목이다.흔히 포항의 정체성을 일월정신, 호국정신, 개척정신 등이라고 이야기한다. 일월 정신은 연오랑세오녀 설화와 영일이라는 땅이름에 근거를 두는 것 같다. 다시 말해 세상에 빛을 밝히며 풍요로움을 지향함을 뜻하는 정신이다. 호국정신은 역사적으로 외세의 침입에 포항을 지킨 정신이다. 또 하나는 개척정신이다.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성장했던 제철 산업을 일군 뜨거운 가슴이다. 이 세 가지는 포항이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정신적 가치관이다.필자는 여기에 포항의 정신 가치관으로서 하나 덧붙인다고 한다면 해월 선생의 독특한 양천주(養天主)사상을 들고 싶다. 양천주란 한마디로 하느님을 공경하는 지극한 마음을 기르고 길러 사람도 공경하고, 물건도 공경하고, 자연도 공경해야 한다는 사상이다. 이렇게 해야 하늘인 사람이 하늘을 모시는 하늘 사람다운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동학의 근본인 시천주,인시천,인내천을 관통하는 실천적 사상이다. 오늘날 물질 만능과 가치관의 혼탁, 인간의 욕심과 개발로 자연파괴는 심각하다. 그 대표적 징후가 기후변화와 생물의 멸종으로 인류가 생존의 위기에 촌각을 다투고 있다. 이러한 인류 생존 위기에 당면한 해답을 동학은 그 철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최근 포항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동학을 새롭게 바라보는 분위기가 조성되어가고 있음은 고무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사단법인 ‘포항동대해문화연구소’가 주최한 ‘포항 사람 해월 최시형선생의 초기활동 학술세미나’ 개최는 수운선생의 삶을 알리는 하나의 긍정적 계기가 되었다. 한편으로 영양, 영해 등 지자체에서는 해월 선생 유허지를 발굴, 보존, 기념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등의 반가운 소식도 들려온다. 이러한 사업을 통해 포항 사람 해월 선생의 인간적 면모와 그 위대성이 재평가되고 있음은 다행이다.동학은 조선민중에, 조선민중에 의한, 조선민중을 위한 조선혼의 총체다. 동학은 혁명인 동시에 개벽이다. 지금도 진행 중이다.동학, 최시형! 포항 사람이라면 이 위대한 한국 사상가를 더더욱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앞으로 해월 선생의 삶의 궤적과 동학사상이 포항의 정체성을 제시하는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2023-06-25

자영업 수난시대

우정구 논설위원 자영업이란 남의 회사 직원으로 일하지 않고 자기 일을 하는 사업자를 일컫는 말이다. 스스로의 권한과 책임으로 사업을 하고 수익을 얻는 게 특징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은 대부분 도·소매업 및 음식·숙박업에 치중돼 있다.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는 563만명의 자영업자가 있다.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중이 약 23%다. OECD 평균(15%)보다 높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가 OECD 국기들보다 부족하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일수록 자영업의 비중은 낮다는 분석을 한다.우리나라 사례를 보면 취업이 잘 안되는 청년층이나 은퇴자 등이 먹고살기 위한 수단으로 자영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인 경제 지식 없이 남들 따라 ‘묻지마 창업’을 하는 사람이 많아 창업자의 상당수는 실패로 끝난다. 창업 성공률이 20%도 안 된다고 한다.특히 2020년 시작한 코로나19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자영업은 고된 수난시절을 맞는다.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상당수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거나 폐업 위기에 몰렸다. 코로나19가 해제된 지금도 많은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얼마 전 전국의 자영업자 1천여 명이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최저임금 동결시위를 벌였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의 최저임금은 41.6%가 올랐다. 과속 임금으로 자영업이 더 버틸 수 없다는 주장이다.“아프니까 사장이다”는 자영업자 커뮤니티의 제목이다. 웃프게 들리는 카페 제목에서 자영업의 애환을 느낄수 있다. “직원보다 돈 못 버니 제발 좀 최저임금 동결해달라”는 그들의 목소리가 이번에는 반영될 수 있을까./우정구(논설위원)

2023-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