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무신불립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얘기다. 자공이 정치에 관해 묻자, 공자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군대를 충분히 하고(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民信)”이라고 대답했다.자공이 “어쩔 수 없이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포기해야 합니까?” 하고 묻자 공자는 “군대를 포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자공이 다시 나머지 두 가지 가운데 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묻자 공자는 “식량을 포기해야 한다”며 “예로부터 사람은 다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고 했다. 이후 정치나 개인의 관계에서 믿음과 의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로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대선 중반을 지나는 시점에 터져나온 여당의 정치개혁 공약이 야당 후보들로부터 진정성 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여당의 다당제 정치개혁안에는 다당제를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강화,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도입, 대선 결선투표제 등 선거제 개혁 등이 포함돼 있다.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4일 정치개혁안을 발표하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제외한 제3지대와 이재명 대선후보 간 연대를 시도했다. 그런데 군소 야당후보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못해 차갑다.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민주당의 선거제 개혁 발표에 대해 “그렇게 소신이 있으면 그렇게 실행하면 되지 않나”라고 했다. 소신대로 하면 될 일이지 그걸 빌미로 단일화하자고 하지말아 달라는 뜻이다.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아예 정치개혁안이 선거와 연계해서 나왔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 후보는 “공약을 내건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오랜 공약을 지키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지난 문재인 정부 전반기에 심 후보와 정의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온 힘을 보태서 만든 선거제도 개혁을 뒤집어 엎은 일을 거론했다.지난 20대 국회 시절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공직선거법 개정과 공수처법을 고리로 국민들의 비판을 무릅쓰고 ‘4+1 연대(민주당+군소4야당)’까지 했지만 이후 민주당이 비례대표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뒤통수를 쳤던 원한을 다시 떠올린 셈이다.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 역시 민주당의 정치개혁 공약에 대해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는 “연동형비례대표제의 경우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앞장서서 무력화시켰고, 서울·부산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보낼 때는 개혁 성과라고 자랑하던 당헌당규까지 고친 게 바로 일년 전”이라며 민주당을 선거전략만 고민하는 ‘양치기 소년’에 비유했다.지금의 양당체제는 적지않은 문제가 있고, 폐해를 줄이기 위한 정치개혁은 꼭 필요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정치개혁안에 아무런 반향이 없는 이유는 명확하다. 많은 국민들 앞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합의하고도 손바닥 뒤집듯 합의를 무너뜨린 여당을 믿을 수 없기때문일게다. 무신불립의 교훈을 지키지 않은 여당 뼛속 깊이 새겨야 할 시점이다.

2022-02-24

악착과 애착

백후자수필가 같은 길인데 다른 길 같다. 몇 년 전 여름에 찾았을 때랑 사뭇 달라 보인다. 계절이 다르니 그럴 만도 하겠지. 그때는 지나쳤던 저수지 앞에 멈춰 선다. 파리한 물결이 매섭게 맞이한다. 물결 안은 바람이 주머니 속까지 들어와 헤집고 설친다. 오늘은 무언가가 마음을 헤집을 듯하다.영지사는 신라 태종 무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다. 당시 이름은 웅정암이었다. 조선 선조 25년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후 선조 36년에 다시 중창하면서 영지사로 개명했다. 영조 50년에 중수가 이루어졌고, 1992년에 대웅전을 중수하였다. 대웅전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420호이며,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이루어진 팔작지붕 건물이다.고찰인데도 불구하고 대웅전 단청의 빛깔이 바래지 않고 화려하다. 해체 복원 작업을 하면서 새로 색을 입힌 흔적이 역력하다. 고찰에 들어서면 오래된 빛깔이 주는 느낌이 참 좋다.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정리되지 않은 마음이 모아지면서 차분해진다. 고색창연한 느낌을 잃어버린 것 같아 많이 아쉽다.영지사 대웅전에는 다른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것이 있다. 천장 들보의 반야용선대에 악착같이 매달린 악착동자다. 청룡과 황룡이 이끄는 용선대에 열 한 개의 종이 나란히 줄지어 있고, 그 중간쯤에 악착동자가 대롱대롱 매달려 반긴다.악착은 ‘작은 이 악(齷)’과 ‘이 마주 붙을 착(齪)’이 합쳐진 말이다. 어떤 일에 기를 쓰고 덤벼들거나 끈기 있고 모질게 달려들어 해낸다는 뜻으로 널리 쓰인다.악착동자에 대한 이야기는 부처님 경전에는 전해지는 바가 없지만 명나라 운서 주굉 스님이 편찬한 ‘왕생집’에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명나라 경도에 유통지라는 사람이 살았다. 그는 평생 염불에 온 정성을 쏟았다. 쉰 두 살의 나이에 병을 얻어 죽음에 이르렀지만 그는 더욱 간절히 염불하였다. 그때 이웃에 살던 이백제라는 사람이 먼저 죽고 유통지도 죽었다. 그런데 아침에 숨이 멎었던 유통지가 정오 무렵에 다시 소생하여 가족들에게 말하였다.“정토로 가는 배를 탔소. 그 배에는 나를 포함하여 서른여섯 명의 사람이 타고 있었소. 이백제도 그 배에 타고 있더군. 그러니 내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오.”어안이 벙벙한 가족들을 보며 유통지는 말을 이었다.“너무 서둘러 가다보니 옷이 이 모양이고 염주도 잊었지 뭐요. 내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염주도 챙겨야 하니 좀 도와주구려. 배를 타려면 서둘러야 할 것 같소.”가족들은 서둘러 유통지의 옷을 갈아입히고 목에 염주를 걸어 주었다. 잠시 후 유통지는 배로 돌아갔다.이 이야기를 모태(母胎)로 여러 가지 설(說)이 돌고 있는 듯하다. 중요한 것은 악착같이 수행정진하면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둔다. 뜻하는 일에 악착같이 매달리면 이루지 못할 바가 없다는 의미다. 줄을 타고 용선에 매달린 악착동자를 가만히 올려다본다. 비록 외줄에 매달렸지만 평온해 보인다.조용히 눈을 감는다. 악착같이 살았던 때가 있었던가를 더듬는다. 그동안 크게 이루어놓은 건 없다. 하지만 내게 주어진 나날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건 인정하련다. 인간의 욕심이라는 게 한이 없고, 그 욕심 안에서는 만족이라는 단어가 꼭꼭 숨겨진 채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나를 얻으면 둘을 갖고 싶고 둘을 얻으면 셋을 노리는 게 욕심이다. 이젠 내려놓는 연습도 필요해 보인다.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면 평생 줄에 매달린 듯 불안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자신의 삶을 함부로 여기는 사람은 없다. 나름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 하고자 하는 일, 해야 하는 일을 하며 온 힘을 쏟는다. 또한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잡은 줄을 놓지 않는다. 때로는 줄이 끊어져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질 때도 있겠지. 그래도 악착같이 일어나 매달리는 것이 삶이다.악착같이 산다는 것, 자신의 삶에 대한 애착이다.

2022-02-23

병인(丙寅)

하늘의 기운인 병화(丙火)를 태양이라 칭하고, 양 중의 양이며 땅의 기운인 지지(地支)인 인(寅)을 호랑이로 형상화하지만, 호랑이로 태양 아래 자신의 모습을 당당히 드러낸 모습이다. 옛사람들은 ‘동방 인(寅)’이라고 했고 시작하는 기운을 의미하기도 한다. 호랑이 중에서도 ‘병(丙)’이라는 호랑이는 고향을 떠나 개척을 하며, 다른 기운을 받아야 성공하는 간지다. 하늘이 땅을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땅이 하늘을 운용하는 호랑이가 ‘하늘 시계 병(丙)’을 어떻게 다루는가에 따라 그 이후 일이 달라진다.‘삼국유사’ 권5 감통(感通)편 김현감호(金現感虎)조에 나오는 이야기다.신라 풍속에 해마다 2월이면 8일부터 15일까지 경주의 남녀가 흥륜사 탑돌이를 하며 복을 비는 행사가 있었다. 김현이 늦게까지 탑돌이를 하는데 웬 처녀가 염불을 하며 김현의 뒤를 따라 돌았다. 서로 눈이 맞아 처녀로 변신한 호랑이가 김현과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정을 통하는 것은 인지상정이요, 다른 종류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그렇지 못한 일이라. 처녀 호랑이는 김현을 출세시키기 위하여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는 이야기다. 김현은 벼슬에 등용된 뒤에 호랑이 처녀의 소원대로 경주 서천가에 절을 짓고 이름을 호원사(虎願寺)라 하였다. 남편 출세를 위해 사람이 아닌 호랑이 처녀의 희생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오늘날 남편들은 아내로 인하여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서로가 오십 보 백 보가 아니겠는가. 병인(丙寅)은 ‘봄의 태양’이라고 하며 새로운 생명을 알리기도 한다. 1866년 병인년은 조선을 서양에 처음으로 알리는 해이기도 하다. 중국의 속국 정도로 알았던 조선이 엄연한 독립국임을 알리는 기회였다. 그러나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천지 분간도 못하여 자신과 집안만을 생각했던 선조들이 결국은 죽을 쑤어 일본에 주어버린 결과를 초래했다.병인양요(丙寅洋擾)는 서구열강이 무력으로 조선을 침입한 최초의 사건이다. 프랑스 로즈제독은 병인년 10월, 7척 군함에 600명의 해병을 이끌고 인천 앞바다 물치도(지금의 작약도) 부근에 나타나 14일 강화도 갑곶에 상륙하고, 16일 강화부를 점령하고 무기, 서적, 식량을 약탈했다. 그러나 10월 26일에 약 120명의 프랑스군이 문수산성을 정찰하려다가 매복 중이던 한성근 소부대에게 공격받아 20여명 사상자를 내고 도주한데 이어 11월 9일에는 정족산성의 전투에서 양헌수의 포수꾼에게 30여명이 사상당하는 참패를 맛보았다. 이 전투의 참패로 프랑스군은 조선침공의 무모함을 깨닫고 철수를 결정한다. 11월 11일 강화성에서 철수하면서 모든 관아를 불 지르고 막대한 양의 보화, 서적, 무기 등을 약탈하여 중국으로 물러갔다. 병인양요의 결과로 대원군은 쇄국양이(鎖國攘夷)정책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천주교 박해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구미 열강은 조선을 청국의 종속국이 아닌 독립국으로 인식하게 되어, 종래의 조선과 청나라 관계를 재검토하기에 이르렀고 프랑스군이 탈취해간 많은 서적과 자료는 훗날 유럽 사회에 조선과 동양을 연구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 중요한 호랑이해에 그 중요한 병(丙)의 해에 병인양요 이후 대원군은 작은 전투의 승리에 도취하여 결과는 조선이 서양의 먹이가 된다. 대원군이 병인년의 승리가 자신과 국가와 집안을 거덜 내는 불행의 시작이라는 것을 몰랐듯이 그것이 대원군 혼자의 잘못이었을까?그 시대를 이끌어가는 지식인들의 행동과 결단이 나라와 국민을 구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가를 보여주는 사례는 복거일 저서 ‘낭만적 애국심’에서도 볼 수 있다. 류대창명리연구자 “서기 66년부터 70년까지의 ‘1차 유대-로마 전쟁’에서 예루살렘이 로마군에 포위되었을 때 랍비 요하난 벤 자카이가 선택한 길이다. 로마군과의 항전을 고집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자, 그는 관 속에 누워 몰래 예루살렘을 빠져나가 로마군 진영에 이르렀다. 그리고 베스파시아누스에게 장차 로마 황제가 되리라고 예언 한 다음, 최후의 소원으로 야브네에 학교를 세워달라고 간청했다. 베스파니아누스는 그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이 사소한 은혜가 유대교를 살렸다. 요하난은 성경이 유대인들이 어느 곳에 가든 지니고 갈 수 있는 조국이라는 것을, 학교에서 성경을 가르치면 유대교는 살아 남으리라는 것을, 그래서 신전이 사라져도 유대인들은 하나님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내다보았다. 이 사실이 마사다의 반생명성과 불모성에 대한 궁극적 평가다. 로마군과 항전에서 마지막 남은 요새는 사해 연안의 마사다였다. 거기서 그들은 서기 73년까지 버텼지만 결국 공성 기계들에 의해 무너졌다. 결국은 여인들과 아이들을 포함해서 960명의 생존자에게 도망치거나 항복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래서 남편들은 아내와 아이들의 목을 따 먼저 죽인 다음 자신들도 자살했다. 마사다의 참극은 가장 깊은 수준에서 반생명적이다.”자살을 미화해서도 영웅시하는 사회는 반인륜적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나라를 위해 전장에서 싸워 죽는다면 자랑스럽지만, 또한 살아남아 나라를 재건해야 할 사람도 필요한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이 뜨거운 이슈다. 마치 미친 호랑이가 날뛰면 그 피해와 환란은 선량한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교훈을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2022-02-23

허물벗기

강영식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 최근 베이징 동계올림픽 경기 중 발생한 중국 선수 봐주기 편파 판정과 관련하여 중국을 대하는 감정이 더 악화되었다. 아울러 중국의 반한정서도 더 높아졌다.“소국 주제에 나대지 말라” “나라가 작아 하는 짓도 하찮다” “중국은 한국의 아버지”라는 댓글이 대변해 주는 중국인의 한국에 대한 생각을 황희 문체부 장관은 자신들을 대국(大國)으로, 한국을 소국(小國)으로 보는 시각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대국이어서 큰 생각을 하고 소국이어서 좁은 생각을 한다는 것은 중국인의 편견일 수 있다. 자신들이 가장 존경하는 등소평은 키가 150Cm 밖에 안되는 소인이지만 그들은 그를 작은 거인이라고 부르면서 아무도 그를 소인으로 보지 않는다. 그들의 스승 맹자는 이웃 나라와 관계를 맺을 때에 이렇게 하라고 했다.“작은 나라를 섬길 수 있는 크고 어진 나라가 되어야 작은 나라도 예로써 큰 나라를 섬길 수 있으니 크다고 작은 것을 억압하거나 무시하지 말고 작다고 큰 것을 사대(事大)함이 아닌 서로 의로써 대해야 한다”고 가르쳤다.그런 위대한 스승을 두고서도 오늘의 중국은 옹졸한 중국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염려스럽다. 우리 또한 소국의 한풀이식으로 격분하거나 감정대립을 하지 말고 차분하고, 냉정하고, 지혜롭게 대해야 할 것이다. 불의한 판정을 받고서도 여유를 가지고 웃으면서 경기에 임한 선수들처럼 말이다.성경 [시]3:4에 다윗이 이런 기도를 한다. “내가 나의 목소리로 여호와께 부르짖으니 그의 성산에서 응답하시는도다” 유대교의 한 랍비는 이렇게 번역했다. “나는 내 옹졸한 마음으로 기도 하였지만 하나님은 넓은 마음으로 응답하셨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달라고 옹졸한 마음으로 내 목소리만 내는 기도를 하였지만 하나님은 나 외에도 다른 사람의 기도하는 목소리까지 듣고 그 사람들까지 배려하여 넓은 마음으로 응답하셨다는 것이다.같은 땅,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면서 내 목소리만 내고 남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옹졸함이다. 옹졸한 마음으로 내 목소리만 내는 기도를 아무리 힘있게 하여도 하나님은 다른 사람까지 배려하여 넓은 마음으로 응답하신다. 그것을 깨달은 다윗은 이후에 이렇게 노래했다.[시]34:3 “나와 함께 여호와를 광대하시다 하며 함께 그의 이름을 높이자” 비로소 다윗도 옹졸한 마음을 버리고 광대한 하나님의 마음을 품게 된 것이다. 그것이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라던 왕이 가져야 할 덕목이었다. 물리적 크기로 대국 소국을 따지면서 큰 마음 작은 마음을 논하는 자체가 옹졸함이다.진정한 대국은 광대한 마음을 가진 국민들이 사는 나라이다. 다윗과 같이 옹졸함의 기도를 버리고 광대한 마음으로 노래하자.

2022-02-23

화제의 청년희망적금

청년희망적금은 정부가 청년들의 목돈마련을 위해 출시한 금융상품이다. 이 적금은 50만원씩 24개월간 적립할 수 있으며 은행에 따라 5~6%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기업은행 등 금융권에서 신청가능하며 현재 신청이 쇄도해 서버가 마비되는 등 문제로 인해 5부제로 신청을 받고 있다.출생년월에 따라 신청기간이 월~금요일로 배정되어 있다. 즉, 나의 출생년도 끝자리가 1, 6일 경우 월요일 / 2, 7일 경우 화요일 / 3, 8일 경우 수요일 / 4, 9일 경우 목요일 / 5, 0일 경우 금요일이다. 현재 신청이 폭주하고 있으므로 사전에 신청할 은행과 날짜를 확인해 신청할 필요가 있다.청년희망적금은 만기 2년까지 납입하면 시중이자에 저축장려금을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상품이란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장려금의 경우 1년차 납입액의 2%, 2년차 납입액의 4%를 지원해준다. 따라서 내가 돈이 부족할 경우 전략적으로 적금을 쌓아가야 한다. 또한 이자소득에 대해 세금이 없는 매우 좋은 금융상품이어서 청년들로부터 더욱 큰 인기를 얻고 있다.청년희망적금 모집이 시작되자 200만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다. 청년희망적금 가입대상 청년들의 아우성이 커지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2주간 모두 가입조치’를 발표했다. 그런데도 적금 가입을 하지 못할까 우려하는 청년들의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한 모양새다. 소득 조건이 높다거나 부유층 자녀들이 부모의 도움을 받아 가입할 수 있는 등 실질적 도움이 필요한 청년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공정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이 적금이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금융상품으로 자리잡도록 정부의 신속하고 과감한 조치가 뒤따르길 기대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2-23

후보 당신에게 그리고 국민들에게

장규열 한동대 교수 딱 2주 앞이다. 대통령이 새로 뽑힐 날이 코 앞인 게다. 국민들의 마음은 어떨까.대선 다음이 더 걱정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기대와 희망보다는 좌절과 낙심이 한가득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내일이 보이지 않는다는 자조는 무엇 때문일까.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 보이지 않는 건 왜 그러는 것일까. 어제를 딛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려고 대선을 치르는 게 아닌가. 무엇 때문에 우리는 오늘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가. 누구를 뽑아도 하나같이 절망이라면 굳이 대선은 왜 있어야 하는가. 나라와 국민은 어쩌다 오늘처럼 첨예하게 나뉘었을까. 마음들이 어떻게 이만큼이나 쪼개어졌을까. 어찌하면 우리는 다시 소박한 공동체를 이룰 수 있을까. 이미 불가능한 게 아닐까. 너무 멀리 와 버린 건 아닐까.디지털세상이 도래하고 미디어환경이 바뀌면서 우리는 각자 자기만의 동굴 속에 갇혀버렸다. 온라인과 SNS는 마음에 드는 생각만 늘어놓는 매체만 선택적으로 구독하게 한다. 정치적 경향성이 다르거나 이념향배가 다른 담론에는 등을 돌린다.다른 생각과 다른 의견에는 끝없이 돌을 던지는 세상. 나누고 견주는 일에는 인색한 관계. 경청과 포용은 생각도 못하는 사람들. 당신은 어느 편이냐고 끊임없이 살피는 만남. 우리 편에게는 한없이 너른 가슴, 다른 편에게는 끝없이 야박한 외침. 메시지(message) 내용보다 메신저(messenger) 사람으로 칼날같이 쪼개지는 태도. 편가르고 짝지으면서 대선판이 흘러간다. 구호와 성토로만 얼룩진 세상에 차분하게 들어보는 아량은 기대할 수가 없다. 마지막 며칠 동안 우리는 무엇을 살펴야 하나.정직. 뜬금없을까. 꼬리를 물며 드러나는 거짓말들 가운데 정직함을 찾으라는 게 말이나 되나. 적개심을 내려놓고 찬찬히 살피면 진심이 보인다. 나라의 내일과 국민의 일상을 누가 진정으로 담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걸어온 길과 나서는 태도를 살피면 그의 진실이 그래도 보인다. 조금씩 부족한 내 모습만 생각해도 후보의 흠결 가운데 진정성이 드러난다. 상처와 실수를 넘는 비전과 계획을 찾아야 한다. 어려움을 넘으려는 용기와 실천력을 살펴야 한다.정치인은 누구보다 정직해야 한다. 공인은 진지함과 진솔함으로 나서야 한다. 해결해야 할 일들의 무게만큼 후보의 언행에는 진중함이 실려야 한다. 비전이 두터워야 하고 계획이 분명해야 한다. 피상적인 구호로는 세상과 시대의 높은 파도를 넘을 수 없다.어차피 51대 49라는 생각부터 위험하다. 결판은 그리 날지라도 대선후보가 국민의 화합을 이끌지 못한다면 나라는 다시 어려움을 만날 터이다. 겨레의 위대함과 나라의 선진성이 드러나려면 통합의 의지를 살려야 한다. 민생이 살아나고 경제가 일어서려면 이념의 벽을 넘어 어떤 선택이 좋을까. 어려움을 딛고 기회의 창을 열어가려면 우리는 무엇을 택할 것인가. 대선의 표심을 간직한 유권자 국민은 후보들의 진지함과 정직함을 기대한다.얄팍한 구호로 혹 오늘 속인다면, 그 거짓은 선거 후에라도 반드시 드러난다. 대선에 높은 기대를 건다.

2022-02-23

시적 대상화 않기

이산하 시집 ‘악의 평범성’. 최근 우리 시에서는 ‘대상화하지 않기’가 일종의 캠페인처럼 전파되는 중이다. 타자를 섣불리 시적 대상화해 시인의 주관대로 비참함이니 아름다움이니 페이소스 따위를 부여하지 말자는 것이다. 대상화에 반대하는 기조는 기성 시단에 대한 반작용의 결과다. 그동안 기성 시들이 민중이니 양심이니 하는 윤리적 우월감, 또 미적 완결성에 대한 왜곡된 신념에 도취되어 타자를 쉽게 대상화하고, 그 과정에서 특히 여성의 신체나 약자의 고통을 미의 대상으로 사물화, 도구화해온 비윤리적 관습에 반대하는 것이다. 그 결과 젊은 시인들에게는 ‘재현의 윤리’가 창작의 중요한 기율로 자리 잡았다.지난해 출간된 시집들 중 가장 의미 있는 작업으로 이산하의 ‘악의 평범성’을 꼽고 싶다.주지하다시피 ‘악의 평범성’은 한나 아렌트가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 과정을 기록한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제시한 개념이다.아이히만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장교로 유대인 600만 명을 학살한 홀로코스트의 실무 책임자였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악마의 얼굴”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법정에 선 그가 지극히 평범하고 왜소한 한 중년 남성이라는 데 충격을 받았다. 악은 악마의 얼굴이 아니라 평범한 모습으로 온다는 것이 ‘악의 평범성’의 표층적 함의라면, 그 심층은 보다 복잡하다. 아이히만은 홀로코스트의 실행에 그 어떤 고민이나 반성, 죄의식도 갖고 있지 않았다. ‘악’이라는 인식 자체가 없던 것이다. 나치 친위대 고위 장교라는 직책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그저 열심히 수행했을 뿐이었다.이산하는 우리가 우리 자신의 삶을 반성적으로 성찰하지 않을 때, 일상의 매너리즘과 소수적·개인적 평화에 젖어 타자와 외부세계에 가해지는 폭력들에 무감각해질 때, 분노하지 않고, 슬퍼하지 않고, 절규하지 않고, 울지 않을 때, 타인의 비극마저도 정치적 성향이나 계층 이익 실현을 위해 이용할 때 악마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악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우리 안에 있다고 그는 말한다.예컨대 “약자를 추방시키는 국민청원에 수십만 명이 달려들 때”(‘지난번처럼’), “모두 장밋빛 꿈의 복선을 적당히 깔며 정서적 타협을 할 때”(‘멀리 있는 빛’), “4.3을 기억하는 일이 금기였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불온시”(‘새로운 유배지’)될 때 우리는 모두 아이히만이 된다. 이산하는 5.18과 세월호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인터넷 게시물에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고 환호한 사람들은/ 모두 한 번쯤 내 옷깃을 스쳤을 우리 이웃”(‘악의 평범성 1’)이라는 것을, 그게 곧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환기시키기 위해, “악의 비범성이 없는 것이 악의 평범성”(‘악의 평범성 2’)임을 인식시키기 위해 이 세계에 반복되어져 온 무수한 ‘악’을 고통스런 언어로 재현하고, 민족과 국가, 세계라는 거시 역사가 개인이라는 미시 역사에 가한 폭력들을 통시하면서 인간의 본성과 악의 본질을 탐구한다.이러한 시적 작업에서는 필연적으로 폭력의 피해자들을 대상화할 수밖에 없게 된다. 시인이 ‘먼지의 무게’라는 시에서 “네팔의 한 화장터”의 끔찍한 풍경, “여기저기 불길 속으로 머리들이 터졌고/ 사방으로 흩어진 뇌수를 개들이 핥아먹”는 “가난한 집의 시신들”을 묘사한 것은 ‘가난’이라는 구조적 폭력이 인간의 존엄을 얼마나 참혹히 훼손하는지 증언하기 위함이며, 풍족한 환경 속에 살면서 “시를 짓듯 죄를 짓고/ 죄를 짓듯 시를 지”은 ‘도시문명인’으로서의 자기존재를 반성하기 위함이다. 우리가 애써 외면해온 이 세계의 불편한 진실을 똑똑히 보여주는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현실에 비추어 ‘나’를 성찰하게 하는 과정에서 타자의 대상화와 감정이입은 불가피한 법이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밤마다 바이올린 선율이 수용소에 울려퍼졌다/ 죄수들은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하며 위안했다./ 어느날/ 죄수들은 모두 자기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대인에게는 연주가 금지된 베토벤의 곡이었다./ 모두 눈물을 흘리며 조용히 들었다./ 달빛처럼 은은하게 흐르던 선율이 갑자기 멈췄다./ 다음날 아침 굴뚝 옆의 교수대에/ 어린 소년과 바이올린이 매달려 있었다.”(‘마지막 연주’)와 같은 시에서도 교수대에 매달려 죽은 어린 소년의 이미지는 독자에게 전쟁의 참상을, 동일성이라는 원리로 타자를 배격하는 순혈주의의 폭력성을 생생하게 감각시킨다.미학적, 정치적 욕망보다 인간을 향한 연민, 타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으로 쓰인 이러한 시를 ‘선한 대상화’의 시라고 부르고 싶다.이산하의 시집을 읽으며 두 가지 생각을 해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고,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 같은 불온한 ‘저질 대상화’ 또한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고.

2022-02-22

퇴사하겠습니다

퇴사를 결심했다. 첫 회사이고 입사한 지 일 년도 안 되었지만 오랜 고민 끝에 퇴사 결정을 내렸다. 회사를 그만두는 데엔 너무 많은 이유가 있지만 간단히 몇 가지만 말해보자면, 우선 중간 관리자의 연달은 퇴사에 1년 차 신입이 맡기엔 부담스런 업무가 주어졌다는 점이었다.하지만 여기서 분명히 말해두고 싶은 건, 과도한 업무에 대한 피로함과 압박감은 직장인으로썬 누구나 감내해야 하는 사사로운 일임을 잘 안다.그러니 회사 내 급격히 변화하는 여러 사항에도 수긍했고, 필요에 따라 야근을 자처하며 업무를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애써 왔다. 물론 이 야근이 나중엔 너무나 당연시하게 자리 잡게 되는 듯하여 당황스러웠지만.내가 견디기 난감했던 건 맡은 업무에 있어 스스로 결정 내릴 수 있는 결정권과 통제권이 없었단 점이었다. 보고를 위한 보고, 회의를 위한 회의, 검열을 위한 검열이 계속 되는 동안 뚜렷한 결과물 없이 시간은 지나갔다.연달은 피드백에 같은 자리를 빙빙 돌고 있는데 같은 공간에 있던 상사와 동료가 줄줄이 떠나가 버렸고, 겨우 남은 나는 어느덧 ‘책임자’라 불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불시에 보고를 해야 할 때면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응당 나의 책임이 아닌, 나를 포함한 구조적인 문제인데도 책임은 오롯이 개인의 몫이었다.여러 어려움을 느끼면서 면담을 요청해보았지만 가장 어려움을 느낀 부분은 상호작용의 부재였다. 내 모든 요청에 대해 ‘임금을 받는 노동자라면 이 정도 업무는 감당해야 한다’는 대답을 엇비슷하게 할 뿐이었다.A에 관련된 사항을 물어봐도 위의 대답을 해줄 뿐이었고 B에 관련된 문제를 물어봐도 마찬가지였다.회사에선 내가 원하는 일만 할 수 없고 임금에 따라 정당한 노동을 부여해야한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지시하는 방향으로, 매뉴얼대로 따라가야 하는 것도 안다. 이 부분을 충분히 인지하고 피력하고 있음에도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창구가 미흡하고, 조직 소통이 불통일 때에 계속해서 의욕이 좌절되었다.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입사 1년차 신입사원의 퇴사율은 2010년 15.7%에서 2016년 27.7%로 상승했다고 한다. 연이어 2019년 취업 플랫폼 ‘사람인’에서 실시한 조사에선 1년 미만의 신입사원의 퇴사 비율이 48.6%로 훨씬 더 높은 비율을 드러냈다. 퇴사의 이유는 41.7%는 이직, 26.2% 업무 불만, 15.4% 잦은 야근과 워라벨 불가 순으로 나타났다.그럼 신입사원인 밀레니얼 세대가 입사와 동시에 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뭘까. 나는 직장 내 세대에 따른 이해관계와 소통의 부재가 중요 요인 중 하나라 말하고 싶다.밀레니얼 세대는 역대급 취업난과 스펙 경쟁을 겪었고 이를 통과하여 취준에 성공했다고 한들 내 집 마련조차 불가능한 실패에 익숙한 세대다. 노력한 만큼 보상이 주어지는 것에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조직 시스템에 희생과 충성을 요하는 것에 대해 비합리적이라 느낄 수 있다.또한 개인의 행복이 우선시되기에 무작정 높은 연봉을 받는 것보다는 적절한 대우와 존중 그리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곳을 우선 순위로 두는 경향이 있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물론 1955년에서 1963년까지의 출생자인 베이비붐 세대의 입장도 충분히 수긍해볼 수 있다. 급변하는 경제 성장을 겪으면서 이를 적응하기 위해 책임감 다해 일해 왔고, 필요에 의해 희생을 감내하며 노력에 따른 성과를 거머쥐었기 때문이다.어떤 한 세대를 비판하고 수긍하기 보단, 각기 다른 이해관계와 갈등의 문제만 놓고 보고 싶다.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의 입장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선 기업이 앞서야 한다.각기 다른 세대를 어떻게 인정해주고 보상해줄 것인지 구조를 재설계하여 모두의 업무 환경과 조직 문화가 조금이나마 나아졌음 좋겠다.나는 이제 겨우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뎌 아직 모르는 게 많다. 하지만 이렇게 귀한 경험을 하며 새로운 걸 또 다시 배워 간다. 퇴사로 인해 새로운 시작 앞에 놓여 있으니 이제 또 다른 기회를 잡으러 부지런히 나아가야겠다.

2022-02-22

소줏값 유감

월급 빼고 다 올랐다더니 이번엔 소줏값이 올랐다.하이트 진로가 오늘(23일)부터 소주가격을 출고가 기준 7.9% 인상했다. 다른 소주업체들도 이에 맞춰 곧 가격 인상에 합류할 것으로 보여 애주가들의 심기가 불편하다.소주는 대표적인 서민 술이다. 한국에서 1년에 36억병 정도(2016년) 소비된다. 1인당 연 87병, 잔수로 따지면 779잔이다. 소주가 서민 술인 이유는 술맛이 좋아서가 아니라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맛과 향기로 즐기는 술이 아니라 마시고 취하는 것이 목적이다.소주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몽골제국이 일본 정벌을 위해 우리나라 개성과 안동 등지에 주둔군을 두면서부터다. 세월로 보면 800년이 흘렀다.소주가 본격적으로 서민 술로 자리 잡은 것은 일본이 주정생산을 시작한 이후로 일제강점기인 1920년 무렵이다. 이 때 우리나라에는 수 천개의 소주공장이 생겨났다고 하니 그때가 주류시장의 대변혁기라 할 수 있다.술은 인류가 만든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수천 년에 이르는 동안 술이 인간에게 미친 영향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술은 나라마다 자기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유럽의 포도주나 우리의 막걸리 같은 민속 술 등이 그런 것들이다.술은 사회관계의 윤활유로서 역할도 하고 술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도 성숙시키다. 그래서 술을 즐겨 찾지만 때로는 술로 인한 사회적 폐단도 적지 않다.직장인들이 한 달에 지불하는 술값이 대략 20만원 안팎 정도라 한다. 이번 출고가 인상으로 시중에서 소주 한 병 가격은 5천원을 후딱 넘을 것 같다. 퇴근 후 술 한잔 하기가 이젠 더 부담스러워졌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2-22

코로나를 정말 독감 정도로 여겨도 될까

심충택 논설위원 정부 방역당국이 그저께 “코로나19가 빠르면 이달말, 늦어도 3월중에는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코로나가 낮은 중증화율을 유지하면서 대규모 유행상황을 거치면 계절성 독감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치명률이 높지 않은 풍토병(엔데믹)으로 자리잡는다”고 했다.방역당국은 확진자의 치명률과 위중증률 수치로 이를 설명하고 있다. 과거 코로나 델타변이의 치명률과 위중증률이 0.7%와 1.4% 수준이었던 반면 오미크론 치명률과 위중증률은 0.18%와 0.42%로 뚝 떨어졌으며, 특히 50대이하의 경우 오미크론 치명률은 거의 0%에 가까워, 코로나를 독감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논리다.정부발표와는 달리 국민들은 지금 주변에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이제 전염병과의 전쟁을 시작하는 기분이다. 매일 확진자와 위중증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모두가 좌불안석이다.얼마 전 시골 고향마을에 갔더니 골목에 인적이 없어 마을 전체가 텅빈 느낌이 들었다. 대부분 자식과 떨어져 혼자 사는 노인이 많아 너도나도 코로나 감염 불안 때문에 집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덜컥 코로나에 감염되기라도 하면 보건소 외에는 의사진료를 받을 수 없는 농어촌지역 주민들의 경우 이렇게 셀프방역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대도시에 사는 시민들도 불안하기는 시골노인들과 마찬가지다. 가족 중 한 사람이 확진이 될 경우 격리는 어떻게 해야 될지, 한밤중에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면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받아줄지, 10세이하 아이들도 확진자가 많다는데 안심하고 학교에 보내도 되는지 등등 걱정이 태산이다.최근 약국과 편의점에서 의사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감기약 해열제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도 언제 코로나에 걸릴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가정 내 상비약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어린이 해열·진통제 판매량이 최근 3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지난주 상급종합병원이 즐비한 수도권에 사는 생후 7개월 아기가 응급병원 이송 중 사망한 사건은 아이가 있는 가정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119구급대는 신고 6분 만에 집에 도착해 10곳이 넘는 병원에 전화를 걸어 입원이 가능한지 수소문했지만 모두 ‘준비가 안된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방역당국이 “병상은 충분하다”고 큰소리치지만 응급상황에서 영유아나 임신부들이 곧바로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숨진 아기 가족에게는 이미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붕괴한 것과 다름없다.정부의 느슨한 방역 탓에 재택 치료자들이 길거리를 활보하는 것도 시민들을 24시간 공포에 떨게 한다. 재택치료자 무단이탈 사례가 논란이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해외입국자 자가 격리 애플리케이션 사용이 중단되면서 확진자들이 거리를 누벼도 방역당국이 파악하기 어려워졌다.최근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면, 주변사람이 기침이나 재채기라도 하면 승객 모두가 화들짝 놀라 피하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런 공포상황 속에서 정부가 코로나를 감기정도로 여기고 안심하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2022-02-22

노송(老松) 아래 아무것도 없었다 (Ⅱ)

안나가 방으로 들어가자 작은아버지가 낮은 목소리로 필립에게 안나를 어찌 할 것인지 물었고 다른 친지들도 한 마디씩, 마찬가지로 조용히 거들었다. 정식으로 혼인을 한 것도 아닌데 왜 빈소에 세워두느냐는 이야기, 앞으로 안나와 안나 뱃속의 아이를 어찌 대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필립은 일일이 대꾸하지 않고 들었다. 필립의 대꾸가 없자 작은아버지도, 친지들도 더 이상 이야기를 잇지 못했다. 그들의 얼굴을 둘러본 필립이 입을 열었다.-아버지의 아이를 가진 여자입니다. 그 아이는 작은아버지의 세 번째 조카이기도 합니다. 아버지 가시는 길에 인사는 하도록 두어야지요. 이후에 어찌 대할지는 아직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삼일 상중 첫날입니다. 지병을 앓다가 돌아가신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황망한 일인데 어찌 이리 많은 생각들을 하십니까. 이러지들 마십시오.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이하는 일, 쉬운 일 아닙니다. 저 여자가 감당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감당하게 할 것입니다.필립은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방 안에서 잠을 청하고 있을 안나가 들으라는 듯 크게 말했다.안나는 필립과 필립의 작은아버지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안나는 방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쓰러지듯 누웠고 잠을 청할 겨를도 없이 잠이 들었다. 안나는 꿈을 꾸었다. 만식이 찾아와 아이를 안고 가는 꿈이었다. 아이는 두고 가. 안나는 소리를 질렀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만식을 쫓아가던 안나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고 잠이 깨었다. 핸드폰 벨이 울리고 있었다. 엄마에게서 온 전화였다.-그깟 산전 진찰이야 하루쯤 미루면 될 것을. 수술 전부터 수술 후 회복할 때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옆에서 간병을 하면 뭐해. 그 하루로 도로아미타불이 된 것 아니냐. 넌 그날 같이 있었어야 해. 끝까지 그 늙은이 곁에 있었어야지. 그 늙은이의 재산 중 넘겨받은 것이 하나라도 있어? 절대 죽지 않을 것처럼, 늙지 않을 것처럼 병원을 쫓아다니면 뭣해. 이렇게 가버렸잖아. 지금 후회하면 뭣하냐. 아이고, 네 팔자도, 애 팔자도. 이왕 그렇게 살겠다고 마음먹었으면 좀 더 신경을 썼어야지.이왕 그렇게 살겠다고 마음먹었으면.안나가 만식을 만난다는 것을 안 그날부터 엄마의 입에서 떠나지 않는 말이었다. 이 모든 것은 네가 선택한 것이지. 그렇지 않니? 하고 다짐을 받는 말 같았다.엄마는 내가 그 사람과 같이 있다가 무슨 일이라도 당했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그러길 바란 거야? 다행이라고, 마침 산전 진찰이 그날이라 내가 무사할 수 있었다고 말해주면 안 돼? 안나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하지 못했다.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다.머리맡을 더듬어 생수병을 찾았다. 일어나 앉아 물을 마신 뒤 가방에서 휴대용 청진기를 꺼냈다. 배꼽 아래에 갖다 대고 볼륨을 키웠다. 천천히, 규칙적으로 뛰고 있는 아이의 심장 소리가 들렸다. 안나는 왼손으로는 방바닥을 짚은 채 오른손으로 배를 쓰다듬었다. 당신. 이러면 안 돼. 나에게, 우리 아기에게 이러면 안 돼. 다시 꿈속으로 들어가 만식에게 따지고 싶었다.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생전에 만식이 했던 말들, 노마가 전해준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문득 필립의 말이 떠올랐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힘든 하루가 될 것입니다.’ 길고 힘든 하루.-아드님 나이가 올해 어떻게 되지요?둘째 날 저녁이었다. 필립이 식사를 하고 있는 조문객들에게 인사를 하던 중이었다. 테이블에 앉아 있던 오랜 거래처 사장이 물었다.-말씀 놓으십시오. 이제 겨우 오십 둘입니다.-오십 둘이라. 회장님이 올해 여든 일곱이셨지 않나?맞은편에 앉아 소고기국에 밥을 말고 있던 또 다른 조문객이 물었다. 김강 작가 2017년 제21회 심훈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우리 언젠가 화성에 가겠지만’ ‘소비노동조합’ ‘여행시절’(공저) ‘당신의 가장 중심’(공저) 등을 썼다. -네, 맞습니다. 여든 일곱. 하지만 몸과 마음은 청춘이셨습니다.-그렇지. 정정하셨지. 삼십 년은 더 거뜬히 사실 것 같았는데. 안타까워, 안타깝고말고. 아드님 나이도 적지 않네. 회장님 밑에서 일을 배우고 있다고 듣기는 했지. 필립은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자란 것 없으신지 무엇이든 말씀하시라는 말을 남겨 놓고 빈소로 돌아왔다. 빈소로 돌아온 필립이 자리에 앉았다. 털썩, 소리가 났다. 작은 아버지가 필립의 무릎을 손으로 감쌌다.-네가 고생이 많다. 하나 있던 형도 사고로 보내고, 어머니도 그렇게 가고, 이제 혼자 남았다고 생각하니 내 마음이 짠하다. 마음을 굳게 가져라. 네가 이제 우리 집안의 기둥이다. 형님이 너의 이름을 필립이라 지으신 것을 보면 이리 될 줄 예상하셨나 보다. 갑작스럽게 가시기는 했어도 형님에게 여한은 없지 싶다. 동생 둘을 먼저 보내고도 제법 사셨지. 하고 싶은 것도 다 해보셨을 것이고, 아닌가? 조금 억울하시려나? 건강하게 오래도록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는데 이렇게 가다니, 이러시려나? 아무튼 힘을 내거라. 이제 곧 내 차례다. 허허.

2022-02-21

유화물감이 바꿔 놓은 르네상스 미술

화가들이 유화물감을 본격적으로 사용한 것은 15세기 초반이다. 흔히 ‘아놀피니의 결혼식’(1434년경)으로 유명한 플랑드르 출신의 얀 판 에이크(1390∼1441)를 유화물감 사용의 보편화와 결부시켜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유화물감이 미술가들에게 가져다준 혁신은 무엇이었을까?유화물감이 보편화되기 전 화가들은 주로 나무판에 템페라로 그림을 그렸다. 템페라는 아주 오래된 회화기법으로 광석이나 식물에서 채취해 분말로 만든 안료를 주로 계란 노른자에 개어 그린 그림이다. 템페라 기법은 건조가 빠르고, 건조된 후에는 변질되지 않아 보존성이 뛰어나며, 생생한 색채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하지만 템페라는 건조가 빠르다 보니 부드러운 붓의 움직임을 통한 세부묘사에 어려움이 있고, 명암처리나 미묘한 색채 표현에 단점을 보인다. 템페라의 가장 큰 단점은 수정이 어렵다는 점이다. 유화물감은 템페라의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 주었고 유화가 보편화되기 시작한 플랑드르 지역(지금의 벨기에와 네덜란드 지역)의 화가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훨씬 더 섬세하고 완성도 높게 그릴 수 있게 되었다.서양미술사는 지리적으로 알프스 남쪽의 이탈리아와 알프스 이북지역으로 나누어진다. 알프스 이북 플랑드르에서 사용된 유화물감은 몇몇 미술가들을 통해 이탈리아로 전파되었다. 유럽의 15세기는 지역에 따라 중세와 르네상스가 혼재된 시기였다. 이 시기 이탈리아에서는 이미 르네상스가 꽃을 피웠지만 알프스 너머 북쪽 지역에서는 여전히 중세가 지속되고 있었다. 중세와 르네상스의 가장 큰 차이는 세계에 접근하는 방식과 세계를 이해하는 관점이다. 흔히 중세를 신과 교회 중심, 르네상스를 인간중심의 인본주의와 연결시킨다. 이러한 단순한 관계 맺기에는 많은 오류가 숨어 있다. 중세와 마찬가지로 르네상스 시대의 중심에는 신이 있었다. 결정적인 차이는 신과 신이 창조한 세계와 자연의 질서를 어떻게 접근하고 해석하는가 하는 것이다. 중세시대에 신과 세계를 사유하고 해석할 수 있는 권위는 오로지 교회에만 있었다. 르네상스가 도래하면서 그 채널이 다양해졌다. 논리적 인과관계에 근거한 이성적 판단, 실험과 관찰, 논리적 분석을 통해 지식이 습득되었다.유화기법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알았던 플랑드르 미술가들은 마치 거울이 세상을 비추듯 눈에 보이는 대상을 엄청난 섬세함으로 그림에 옮겨 놓았다. 반면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미술가들은 분석적이고 과학적이며 이성적인 탐구를 통해 세계를 파악했다. 시각적으로 경험하는 현상들 근저에 존재하는 보다 근원적인 규칙과 법칙을 발견하고자 부단히 애를 썼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수학적으로 계산된 원근법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서양미술사’의 저자 E.H. 곰브리히는 르네상스의 가장 위대한 업적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 째로 2차원인 평면에 공간표현을 가능하게 한 원근법, 두 번째로 완벽한 인체 묘사를 가능하게 한 해부학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로 고대건축언어의 부활을 꼽고 있다.눈으로 본 세상을 그대로 모방하고 그림 속에 재현하려던 르네상스 미술가들이 마주한 난관은 어색함과 딱딱함이었다. 아무리 섬세하게 인체의 움직임을 표현하더라도, 아무리 정확하게 원근법적 공간을 구현하더라도 충분한 생동감과 생생함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유화물감이다. 경계를 흐리게 표현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스푸마토 기법이나 라파엘로가 그린 성모 마리아의 우아함이 가능했던 것은 유화물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탁월한 발상이 있더라도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이 마련되지 않았다면 무용한 것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있더라도 상상력과 문제의식이 없다면 그 기술 역시나 무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기술 없는 미술은 존재할 수 없고 예술적 상상력 없는 기술은 쓰임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미술사학자

2022-02-21

K방역의 역설

K방역은 코로나 팬데믹에 맞서 확진자 확산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가 취한 방역대책을 가리킨다. 바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이른바 3T(추적·검사·격리)로 대변되는 정책이다. 그 영향으로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확진자 확산을 늦추는 데 성공했다.하지만 전염성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널리 확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K방역을 시행하면서 해외에 비해 감염으로 자연면역을 얻은 경우가 적고, 백신 접종률도 높은 것이 코로나 유행기간을 다른 나라보다 더 길어지게 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른바 ‘K방역의 역설’이다.실제로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벌써 200만 명을 넘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1일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9만5천362명 늘어 누적 205만8천184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일주일 전인 지난 14일(5만4천615명)과 비교하면 1.7배가 됐고, 2주 전인 7일(3 5천281명)의 2.7배에 달한다.국내 확진자는 첫 확진자 발생 후 1년 10개월여 만인 지난해 12월 10일 누적 50만명을 넘어섰는데, 그로부터 약 2달 만인 지난 6일 50만 명이 추가로 늘어 100만 명대가 됐다. 이번에는 보름 만에 100만 명이 더 늘어 200만 명을 넘겼다.문제는 신규 확진자 증가에 따라 위중증 환자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위중증 환자 수는 전날(439명)보다 41명 늘어난 480명이다. 이는 지난달 20일(488명) 이후 한 달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위중증 환자 증가는 의료체계에 부담을 준다. 사망자수도 늘 수 밖에 없다. 누적 치명률은 0.36%다.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주는 K방역정책 전반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2-21

대통령의 외교·안보관… 이상과 현실

변창구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엄중한 책무를 지고 있다. 국가안보를 책임진 군 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의 올바른 외교·안보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대통령 후보의 공약을 보면 그의 외교·안보관을 알 수 있다. 북핵과 대북정책에 있어서 이재명·심상정은 대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역점을 두고 있고, 윤석열·안철수는 핵 억지력과 한미동맹 강화를 역설하고 있다. G2외교에 있어서 이재명·심상정은 미·중 균형외교를, 윤석열·안철수는 한미동맹 우선에 방점이 있다. 이들의 인식을 국제정치이론에서 본다면 이재명·심상정은 이상주의적 접근이며, 윤석열·안철수는 현실주의적 접근이다.이상주의는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힘을 잃었고, 지금은 현실주의가 국제정치를 지배하고 있다. 현실주의 관점에서 볼 때 국제관계의 본질은 ‘힘의 정치(power politics)’와 ‘국가이익 중심주의’이다.국제정치가 냉혹하다는 것은 힘과 국익에 따라 적과 동지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힘이 없는 나라는 생존할 수 없다. 일제의 식민지배, 북한의 6·25 남침, 베트남 공산화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약소국들이 의존하는 국제법이나 국제기구는 무기력할 뿐이다.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 평화는 깨어진다. 이것이 바로 이상주의 외교·안보관의 한계다.물론 이상주의가 전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약육강식의 국제정치를 극복하고 공존공영(共存共榮)으로 나아가야하는 것은 당위적 가치이다. 갈등과 투쟁을 협력과 통합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상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을 끝내고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대화와 협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를 위하여 한반도문제의 이해관계 당사국들도 당연히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 이상주의자들의 주장이다.하지만 국제정치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한반도는 4강에 포위되어 있고, 북한은 핵을 가지고 있다. 미·중은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고, 북·중·러는 밀착되고 있는 반면, 한·미·일 공조체제는 약화되었다.핵은 절대무기이자 비대칭전력이기 때문에 남북한의 군사력 균형은 이미 깨어졌다. 오직 미국이 제공하는 핵 억지력만이 한국안보의 버팀목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으며, 북미 및 남북 대화는 대북제재를 벗어나기 위한 전술임이 드러났다. 북한은 새해 들어서 벌써 7회나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모든 것들이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분명한 사실(fact)이다.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상주의라는 희망의 안경’을 쓰고 사실을 왜곡한 외교·안보정책은 필연적으로 실패한다. ‘통일은 미래의 희망’이지만, ‘북핵은 현재의 위협’이다.문재인 정부의 이상주의적 대북정책은 북핵과 미사일을 더욱 고도화시켰을 뿐이다. 한미 양국의 대통령들이 벌였던 ‘북핵 평화 쇼’는 이미 끝났다. 따라서 국가안보를 책임지겠다는 대통령 후보들은 ‘희망이 아니라 사실’에 기초한 현실주의 외교·안보관을 확고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2022-02-21

올바른 데이터 축적으로 인간 삶 윤택하게

신일철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수석 컨설턴트 인간은 오래전부터 자신의 생각을 동굴벽에 그림으로 표현하다가 더 나아가 문자로 표현하기 시작했고, 물건의 수량을 표준화된 숫자와 부호를 사용하여 표기하고 기록하기 시작했다. 발명한 문자와 숫자체계의 덕택에 기록을 남기는 일에 소요되는 시간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셈이나 측정을 해서 숫자로 표기하여 기록된 것을 전통적으로 데이터라고 표현한다.시간이 흐를수록 증가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정리하기 위해 통계학이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기업 그리고 국가에 이르기까지 유용한 통계량과 정보를 산출하는 행위는 중요한 경영활동이 되었다. 전세계에서 매일 발생하는 데이터의 양은 2020년 기준으로 25억 기가바이트라는 엄청난 빅데이터가 발생하고 그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기업에서는 주문접수에서부터 고객납품에 이르는 전 과정에 스마트기반의 자동화 및 정보시스템이 구축되어 모든 업무의 진행과정에서 다양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수집 되고 있다.이제 인간의 역할은 데이터의 수집과 기록을 벗어나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만들고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통계분석부터 딥 러닝과 같은 컴퓨팅알고리즘 기반의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하여 복잡한 현상을 분류하고 판단하거나 예측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알지 못했던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불확실하거나 신뢰할 수 없는 정보와 지식의 홍수로 인해 사회적 비용 또한 발생하고 있어 보다 가치 있는 정보와 지식을 획득하기 위해서 필자는 다음과 같은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첫째,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라는 말이 있다. 부정확하거나 오류가 있는 데이터를 분석해서 도출된 결과는 믿고 사용할 수 없으며 오히려 큰 혼란을 줄 수도 있다. 성공적으로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사용할 데이터의 신뢰성이 관건이다. 따라서 모든 데이터는 그 출처와 정확성을 확인하고 오류는 제거한 다음 사용해야 한다.둘째, 빅데이터의 분석으로 의미있는 정보를 도출하기 위해 통계기법과 알고리즘에 대한 학습과 이해가 필요하다. 다양한 기법의 용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사용해야 하며 특히 어설픈 분석으로 많은 오류를 발생시키고 있는 상관성과 인과성의 개념이해는 매우 중요하다.마지막으로 정확한 해석을 위해 해당 분야의 다양한 이론과 폭넓은 경험이 반영되어야 한다. 데이터의 분석과정에서 현업 전문가, 통계 전문가, 정보시스템전문가가 협업을 실시하면 보다 다양한 정보와 지식의 창출이 가능하다.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정보를 가진 자가 권력을 가진다”라고 정보의 중요성에 대해 예견했듯이 이제 정보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하였다. 우리의 노력은 풍요로운 지식을 만드는 일에 집중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여야 하며 올바른 분석기법을 사용해야 하고 분야별 전문가들의 소통을 통해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지혜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2022-02-21

한 몸 같은 포항과 포스코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 우려했던 산불 발생이 심상찮은 것 같다. 50년만의 최악인 겨울가뭄에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산불로 예기치 못한 피해와 손실을 초래했다. 최근의 영덕 산불은 강풍과 혹한으로 축구장 560개 면적의 산림이 순식간에 소실되고 주민대피령까지 내려져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지만, 대대적인 산불진화 노력으로 조기에 진화됐다. 불은 잘 이용하면 유용함을 주지만, 부주의나 실수로 발화가 되면 화마로 돌변해 위협적이고 가공스러운 혀를 날름거리며 삶의 기반을 흔들어 놓기도 한다.그런데 겨울철의 산불이나 건물 화재가 아닌 전혀 색다른(?) 불이 길거리에서 일어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공생협력을 도모하며 호혜발전을 유지해온 관계라면? 미상불 세계적인 철강도시 포항에서는 근 달포 전부터 난데없는 현수막의 물결이 거리 곳곳에 요원의 불길처럼 일고 있다. 그것도 지금의 포항과 대한민국 산업화의 토대를 마련한 국민기업 포스코에 대한 대대적인 규탄과 성토라니, 하루 아침에 돌변한 일도 아닌데 이 무슨 이변인지 씁쓸하기만 하다.이른바 포스코가 창립 54년 만에 지주사 체제 전환을 확정하면서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를 수도권에 설립한다는 소식에 포항 지역사회와 정치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음을 대자보로 드러낸 것이다. 지주사 전환으로 지역경제 침체와 지방소멸 위기를 걱정하면서 포스코의 결정에 반대하고 철회를 종용하는 시민·관변단체 등의 현수막이 포항시 전역을 도배하듯이 앞다투어 설치되고, 대선후보들의 현수막도 길목마다 곳곳에 내걸리니, 가히 포항은 작금 ‘대자보 수난시대(?)’를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어느 시대나 사회이건 사람사는 세상에는 늘 문제와 갈등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복잡다단함에 생각이나 관점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얽혀 유불리와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긴장이나 사회적인 문제를 어디서, 어떻게 풀고 매듭짓는가에 있다. 그러한 해결이나 모색을 통해 사회와 국가는 진보의 걸음을 걷고 성숙의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리라.포항시와 포스코의 유례없는 긴장 고조에 대다수의 시민과 직원들은 어쩌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고민과 딜레마에 빠질런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표리부동(表裏不同)하는 것도, 맞불작전(?)으로 직접 나서기도 곤혹스러운 진퇴양난의 궁지에 몰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쨌든 관건은 일부 억측되고 곡해된 일방적인 물살타기 같은 논리와 주장보다는, 실체적 진실을 통한 이해와 신뢰로 소모적인 논쟁과 배타적인 대립을 불식시켜 나가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본다. 반 백년 이상 포항에 뿌리를 내린 포스코가 ‘움직이는 마법의 성’이 아닌 이상 절대 포항을 떠나서도, 떠나지도 않을 것이다.우발적인 영덕 산불이지만 총력대응으로 조기진화한 것처럼, 무겁게 드리운 영일만의 전운(?)이 동반적 자세와 합리적인 해법으로 걷혀져 따스한 봄볕이 비치길 기대해본다. 포항과 포스코는 언제까지 한 몸이나 다름없다.

2022-02-21

선거 이후가 걱정이다

김진국 고문 대통령 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는 잔치다. 기간을 정해 미래의 꿈을 설계하고, 새로운 다짐을 하며 나아가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아무래도 미래와 꿈이란 단어가 그리 어울리는 것 같지 않다.무속과 신천지, 초밥과 합숙소가 최대 쟁점이다. 워낙에 비호감이 높은 후보들끼리 싸우는 선거였다. 그런데 상대 약점을 파헤치고, 없는 의혹까지 만들어 덮어씌우는 선거전략이다 보니 혐오감이 더 커진다. 이렇게 해서 선출한 대통령을 존경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후보들 스스로 신뢰를 까먹는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했다가 지지자들이 반발하자 “그렇게 말했더니 진짜인 줄 알더라”라고 조롱했다.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재난 지원금…. 거듭 말이 오락가락하면서 ‘표 냄새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맡는다’는 정치권의 평가가 왜 나왔는지 알게 됐다. 이 후보는 여론이 바뀌면 언제든 의견을 바꿀 수 있는 ‘실용주의’라고 한다. 대단한 장점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너무 지나쳐 어떤 약속도 믿을 수 없게 만들었다.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준비가 안 됐다. 그의 대통령 출마는 상황이 만들어줬다. 조국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없었다면 윤석열 후보는 없었다. 생각보다 빨리 학습하고, 적응하고 있다. 그렇지만 단기 속성 과외로 하는 말을 얼마나 믿어야 할지 염려되는 것도 사실이다.그는 ‘적폐 청산’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전력을 보면 그냥 하는 말 같지 않다. 해온 일이 그렇고, 원한도 많다. 지난 정권 5년 내내 지겹도록 정치보복 쇼를 지켜봤다. 또다시 그런 일을 반복하는 것은 두렵다.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그 후유증을 문재인 정부에서는 코로나 속에 감췄다. 유세나 후보 단일화에서 내뱉는 말을 보면 많이 윤 후보도 오만해졌다.지난 5년 워낙 상식이 무너졌으니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을 준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윤 후보는 어퍼컷 세리머니로 재미를 보고 있다. 그러자 이 후보는 발차기로 응수했다. 재미있는 퍼포먼스다. 그렇지만 몸싸움 시늉이 앞으로 전개될 우리 정치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선거가 막바지로 갈수록 진영화도 점점 강고해진다. 상대를 공격할 소재가 엿보이면 억지 프레임을 씌운다. 자기편 잘못이 드러나도 사과는커녕 막무가내로 감싼다. 조국 사태에서 드러난 외눈박이 진영논리는 선거판에서 더 심해졌다. 전쟁터가 따로 없다. 누가 되건 다음 정권 초기는 극심한 국론 분열과 갈등이 불을 보듯 하다. 3개월 뒤 지방선거를 향해, 2년 뒤 총선을 겨냥해서, 또 5년 뒤 다음 대통령 선거를 목표로 돌진할 게 뻔하다.지도자는 나라의 운명에 결정적이다. 덩샤오핑(鄧小平) 없이 오늘날의 중국을 생각할 수 있겠나. 대처 영국 총리나 메르켈 독일 총리 대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놓아보라. 한국인은 신이 많다. 마음만 내키면 하루아침에 산이라도 옮길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 독립해 다른 나라를 원조하는 경제 강국으로 성장한 유일한 나라다. 더구나 전쟁으로 폐허가 되는 고통까지 이겨냈다. 그 힘을 진영으로 나눠 싸우는데 탕진하는 건 비극이다.민주당이 선거를 치르는 판에도 날치기했다. 정권을 연장하게 되면 개헌선까지 확보한 국회를 이용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겠다. 우당(友黨)인 정의당의 뒤통수까지 치며 확보한 개헌선이다. 이해찬 전 의원의 ‘20년 집권론’, 그 이상의 변화를 각오해야 한다.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 앞으로 2년간 심각한 여소야대(與小野大) 속에 일해야 한다. 정치보복과 정계 개편 바람이 몰아칠 가능성이 크다. 노태우 정부 때도 여소야대였지만 4당 체제였다. 모범적인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보여줄 수 있었다. 국회 3분의 2 의석을 차지한 제1야당이 버티는 여소야대와는 다르다.소수 정파를 인정할 때 상생의 정치가 가능하다. 다음 정부는 힘의 정치가 아니라 협력의 정치가 돼야 한다. 인위적 정계 개편보다 다양성을 보장하는 제도적인 안정을 이루어야 한다. 기형적 국회와 비호감 대통령이 상생하는 길이다. /본사고문

2022-02-20

대선 판세 좌우할 마지막 변수들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오는 3월 9일 대선 20여일 전이다. 이번 대선은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선두 경쟁이 치열하다.지난주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오차 범위 내의 접점을 이루고 있다. 아직도 정권 교체론이 약 60%에 이르는 상황에서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 지지율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40%에는 미치지 못하고 30% 중반의 박스 권에 갇혀 있다.윤 후보는 잦은 실언과 원팀을 이루지 못한 당 내분, 부인과 장모의 리스크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이재명 후보 역시 대장동 개발의혹, 형수 욕설과 부인의 과잉의전 논란이라는 악재가 겹쳐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최종 승리자가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서로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된다는 확신만 있는 이상한 선거판이 전개되고 있을 뿐이다. 선거 전문가들이 이번 대선이 5% 내외로 승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팽팽한 선거판이지만 표심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을 점검해 보자. 대면 접촉이 제한된 코로나 상황에서 후보들의 TV 토론은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다.지난 두 차례의 토론이 승자도 패자도 없이 공방만 하다 끝나 버렸다는 지적도 있다. 후보들이 실수를 하지 않으려는 지나친 방어적 토론이 초래한 결과다.두 차례의 토론은 후보의 지지율 변동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앞으로의 TV토론은 유권자들의 후보의 지지율 변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후보들 간의 치열한 토론과정은 가량 비에 옷 젖듯이 유권자들의 후보의 자질 평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특히 양강구도의 대선 판이지만 앞으로의 토론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浮動)층의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한편 TV 토론은 정치적 무관심층의 관심을 자극해 기권 예방과 투표율 상승에도 기여할 것이다. 앞으로 토론이 후보 공약의 신뢰도, 위기 대응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둘째, 양 강 후보의 중도 확장 전략의 성공여부는 대선 판세를 좌우할 것이다. 현재의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진영에 편입된 약 30%의 고정 지지층은 사실상 표심을 바꾸기 어렵다.그러나 유권자의 약 20% 내외의 중도 부동층의 선택이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 좌우 특정 진영 정치에 매몰되지 않는 부동층은 언제라도 표심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중엔 이재명과 윤석열 후보의 정치적 스캔들에 염증을 느껴 후보를 선택을 미루는 유권자도 포함된다.최근 보수 야당의 좌 클릭과 진보 여당의 우 클릭 정책은 중도 포섭 전략의 일환이다. 코로나 재난 지원금 확대 지원, 의료 보장 범위의 확대, 군 사병 봉급의 인상, 세금 삭감 등 포풀리즘적 공약을 남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재명 후보가 김종인, 윤여준, 이상돈 등 중도 우파 인사들과 접촉하고, 윤석열 후보가 호남 공략을 적극 펴는 것도 결코 이와 무관치 않다. 앞으로 양진영의 중도 확장 전술이 대선의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셋째, 대선 막판의 후보 단일화 변수는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결정적 변수이다.국민의 당 안철수 후보의 위상이 갑자기 부각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 후보는 이미 안철수 후보의 과학 기술 정책만큼은 국정운영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윤석열 후보 진영에서도 단일화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보수적 시민 단체들까지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압박하고 있다.그러나 당사자인 안철수 후보는 처음부터 ‘대통령에 당선되려고 입후보’했음을 강조하면서 대선의 완주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것이 안철수 후보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술인지 그의 일관된 소신인지 아직 분명치 않다. 여하튼 안철수는 또 다시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단일화 요구라는 현실 사이의 선택적 기로에 서 있다.위의 3개의 변수는 사실상 독립 변수이면서도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종속변수이다. 여기에 한국의 대선 판도에서 느닷없이 등장할 수 있는 돌발 변수를 상정해 볼 수 있다.이제 과거의 북풍 공작이나 병역 비리 등 네거티브는 이제 통하지 않는 선거판이 되었다. 그러나 대선 막판의 전대미문의 대형 정치 스캔들 폭로, 후보 자신 및 가족, 부인 등 핵심 측근의 명백한 비리, 토론과정의 후보의 결정적인 말실수 등은 선거의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변수다.그러나 여야 어느 쪽이던 안철수와의 단일화만 성사된다면 이러한 돌발 변수는 잠재울 수 있다. 후보 간의 단일화가 반드시 1+1=2의 힘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안철수의 단일화 여부에 따라 대선 판도는 또 한 번 요동칠 것이 분명하다. 단일화를 포함한 돌발적인 상황 변수를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다.

2022-02-20

국민 건강권 위협하는 왜곡된 의료체계

곽재혁대구시의사회 이사·신경과 전문의 얼마 전 아침 출근길에 차 안 라디오에서 가벼운 질환에 대해서는 가까운 동네 의원을 이용하자는 광고가 나왔다.대구시의사회에서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광고를 제작하여 캠페인을 하고 있다.의료 전달 체계는 종합병원의 환자집중 현상을 막기 위해 병의원을 거친 다음 종합병원으로 가도록 하는 제도다. 1989년 7월 1일 전국민의료보험과 함께 실시됐다.동네 병원마다 수억원씩 나가는 기계를 들여 놓을 수도 없고, 동네병원에서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한 감기와 같은 가벼운 병증으로 대학병원까지 가서 진료를 받는 낭비를 줄이자는 의도이다. 1989년 7월 1일 전국민의료보험과 함께 실시됐다.하지만,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의료전달체계 대한 규제가 매우 약하다.대학 병원급인 3차 병원의 진료만 진료의뢰서를 요구하며 그나마 이것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실제로 개인 의원을 하다보면 대학병원에 예약이 되어 있으니 진료의뢰서만 해 달라고 요구하는 환자들도 많다.얼마 전 내원한 40대 환자는 한 번씩 신경을 쓰면 두통이 생긴다고 호소하였다. 뇌 MRI을 촬영하고자 수도권에 있는 대학병원에 진료 예약을 해 놓았다면서 진료는 필요 없으니 진료의뢰서만을 요구하였다.환자의 간단한 두통의 경우 뇌 MRI보다는 원인에 따라 약물치료나 운동치료 등으로 좋아 질 수 있고 만약 뇌 MRI가 필요하면 굳이 대학병원보다는 지역 영상의학과에서 MRI를 촬영하면 비용도 저렴하고 빨리 결과를 알 수 있다고 설명을 했으나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서 검사를 해야 믿음이 간다면서 결국 진료의뢰서 발급만을 원했다.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의료전달체계가 유명무실화된 것은 의료체계를 단계적으로 이용하도록 도입된 진료권 개념을 의료이용의 불평등으로 보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환자 진료 후 의사의 판단에 의해 진료의뢰서가 발급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요구에 의해 발급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의료기관의 규모나 역할과 관계없이 경쟁적으로 외래환자를 유치하는 환경도 의료전달체계를 무너뜨린 요인이다.시설과 인력, 자본이 의원에 비해 훨씬 우월적인 대형병원이 의원과 환자유치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기관도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해 환자를 유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대형 병원으로 가는 것은 환자의 선택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하지만 수도권의 대형병원 쏠림의 피해자는 곧 환자들이다.3차 병원의 진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이라도 짧게는 1~2개월, 많게는 수개월에서 1년 이상 지나야 예약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대학병원 외래에 경증의 환자들이 이미 예약이 많이 차 있기 때문이다.2020년 신천지 사태로 인해 대구 지역에서 수도권 대형 병원 진료를 보기 어려웠을 때가 있었다. 당시 환자들은 서울에 있는 병원에 갈 수 없는 탓에 처방전을 받기 위해 지역내 의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다.한 환자는 수년 전 뇌경색으로 진단받고 6개월마다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약을 타러 갔다고 했다. 환자가 가지고 온 약은 아스피린 한알과 고지혈증약 한 알 뿐이였다. 어디서나 쉽게 받을 수 있는 약인데도 불구하고 6개월에 한번씩 수시간이 걸려 기차를 타고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 방문하여 1시간 넘게 기다리고 1~2분의 짧은 진료를 받고 6개월치의 약을 타고 내려오는 것이다.급성 뇌경색일 경우에는 최대한 빨리 가까운 대학병원을 방문하여 필요시 시술이나 혈전 용해제를 써야 하지만 급성기가 지나서 만성인 상태에서는 가까운 1, 2차 전문 병원에서도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3차 병원에서는 응급과 중환자 위주로 치료를 하고 1, 2차 병의원에서는 경증과 만성 환자 중심으로 관리를 하는 것이 국민들의 의료접근성이 더 높아지고 국민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의료전달체계에 의한 의료 이용이 장기적으로 환자의 건강 관리에 유리하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TV에서 이국종 교수는 중증외상환자만 보면 병원이 적자가 나서 힘들다는 말을 많이 했다. 지금처럼 응급환자나 중증환자들의 진료를 저수가로 유지한다면 대학병원에서는 중증환자보다는 많은 외래 환자 유치에 집중할 것이다.따라서, 정부는 중증환자에 대한 저수가를 개편하여 적정 수가로 3차 병원이 중증 환자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국민들에게는 경증 환자들이 1, 2차 병의원을 이용하는 것이 국민의 선택권의 문제가 아닌 국민의 건강할 권리를 보장한다는 인식 전환 캠페인을 펼쳐서 할 것이다.호미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건 호미를 사용하면 된다. 그래야만 정말 가래가 필요한 경우 적재적소에 가래를 쓸 수 있게 된다.

2022-02-20

지역민 위해 헌신, 노력하는 단체장 선출해야

심정미대구경북녹색연합 사무처장 2022년 6월 1일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다. 동시지방선거일에는 단체장을 비롯하여 그 지역을 대표해서 이끌어나갈 지역 일꾼을 선출하는 날이다. 그만큼 지역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중요한 선거일인 만큼 지역의 올바른 일꾼을 뽑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은 제 20대 대통령선거의 여파로 관심밖으로 밀려나 있는 실정이다.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하는 만큼 지역에서는 지방선거가 중요한 선거이다.지역에서는 광역시장,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을 비롯하여 우리 집안 살림을 도맡아줄 중요한 일꾼을 선출하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지역에서는 대선후보에 누가 될까 숨죽이고 있는 상황이다. 아니면 대선구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예측하고 있는 것일까?지역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해온 인사들보다 눈치보기와 특정인의 행보에 따라 달라지는 입장표명들이 지역민의 한사람으로 안타까움이 앞선다. 특히 보수성지로 불리는 TK인 만큼 ‘공천이 곧 당선이다’는 공식으로 지역을 위한 전략이나 비전제시보다는 보수당 내 경선에 더 치중하는 모양새다. 지금까지 공천받으면 당선되는 결과를 안겨준 대구시민이 자처한 일일지도 모른다.중앙당에서 후보를 정해서 내리는 하향식 공천의 경우 지방자치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기에 지역 당원과 주민이 직접 후보를 결정하는 상향식 공천제도 도입을 주장하지만 과연 상향식 공천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지역에는 유난히 해결해야할 난제가 많다. 그러기에 더욱 유능하고 지역을 위할 단체장 선출이 중요하다. K2대구통합공한이전사업, 낙동강 먹는물 문제, 신청사건립, 인구감소 문제, 청년실업 문제 등 주민의 생존권과 환경권을 모두 고려한 여러 가지 사안들이 즐비하다. 이러한 복합적인 지역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더욱 통합적인 관점과 능력을 가진 단체장 선출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지역에서는 후보자의 비전이나 역량보다는 배경이나 당에 의존하여 선출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당에 의해 당선되는 것이 공식화되어 있다.유독 TK정서를 내세우며 우리 지역에는 하향식 공천이 주를 이루고 있다. 말은 지역의 정서를 반영한 유력인사라고 하지만 사실상 중앙당의 필요에 의해, 또는 필요한 사람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편이다.선거가 끝나면 우리를 바보로 아나, 우리 지역에 일꾼은 우리가 뽑아야지 하는 여론도 형성되지만 결과는 거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단체장의 덕목으로 청렴성, 도덕성, 능력, 열정, 지역에 대한 애착, 지역주민과의 소통 이러한 단어들은 뜬구름 잡는 단어이다. 지역의 현안문제를 고심하고 노력하는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 지역민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면 ‘여기서 노력해봐야 공천 못 받으면 다 헛일인데’라는 푸념만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지금 우리 지역을 둘러보자. 대선에 총력을 기울이는 당의 모양새와 흡사하게 지방선거는 점점 소멸되고 있다.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 지방자치제도를 실현한다면 지방선거를 제대로 알차게 준비하면서 대선까지 함께 준비하는 모범적인 선거구도를 보여야 한다. 여기저기 눈치 보기, 기웃 거리기, 요리 조리 피해 다니기, 한마디로 정책대결보다는 눈치게임에 가깝다. 연일 터지는 후보 출마설은 이러한 정국을 대변하는 듯하다.또 다른 아쉬운 점은 환경관련 공약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환경권은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는 기본 권리이자 의무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국민 모두가 노력해야할 부분이지만 지방선거에서는 환경관련 공약을 찾기 힘들다. 특히 환경정책의 특성을 고려한 중장기적인 환경관련 정책들은 더 그러하다. 필(必)환경의 시대에 알맞은, 지역특성에 적합한 환경관련 정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친환경 단체장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현재 우리는 펜데믹 시대에 공존하며 더욱 심각해지는 고령사회, 양극화 문제, 실업문제, 환경 문제 등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나가야 한다. 지금은 우리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때이다. 더 이상 이러한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말고, 진정으로 우리 지역을 위해 일할 사람! 능력뿐만 아니라 따뜻하게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 여러 난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 무엇보다 지역 주민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사람으로 단체장을 선출해야 할 것이다.

2022-02-20

편백나무가 지키는 주상절리

새밭골로 산책을 나갔다. 시댁에서 아버님이 일주일간 혼자 지낸 집 설거지를 끝내고도 아직 해가 남은 오후, 좀 걸을까 했더니 남편이 길을 잡았다. 결혼한 지 30년이 다 되어가도 시댁에 가도 울타리 안에서만 맴돌 뿐 동네에 나간 적이 거의 없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차 타고 한참 거리의 장기읍성은 자주 올랐어도 사부작사부작 걷는 동네 길은 염두에 두지 않았었다.봉산초등학교 뒤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고양이 두 마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내가 아는 척을 하자 자신들만의 길인지 개구멍 속으로 사라진다. 남편이 이 학교 학생일 때 교장 선생님 사택으로 썼던 건물이 사라지고 깔끔한 전원주택이 들어섰다. 그 앞을 지나 신작로를 따라갔다. 동네에 집들도 주인처럼 나이가 들어 허물어지기도 하고, 새로운 주인을 만나 새 단장을 한 집은 전입생처럼 아직 앉은 자리를 낯설어하는 모습이다.도랑을 따라 걷다 산모퉁이를 돌자 갈비뼈를 드러낸 야산이 옆으로 누웠다. 까만 육각형의 뼈가 나란히 붙어선 모습이 켜켜이 장작을 쌓아 깊은 산골에 나무꾼이 겨우살이를 준비해 놓은 형상이다. 가까이 가니 산밑으로 떨어져 나온 검은 돌도 모두 각진 모습을 잃지 않았다. 길옆에 물이 얼어붙어 있는 계곡을 채운 것도 검고 각이 졌다. 모두 주상절리다.시댁 코앞에 주상절리가 있다는 것을 이제야 보다니, 남편에게 이런 귀한 풍경을 왜 이제야 보여주었냐고 따졌다. 달전리 주상절리는 몇 번이나 찾아가 보았으면서 더 가까이 있는 것은 알려주지 않아 이제야 알게 된 것이 속상했다. 2000년에 천연기념물로 등재된 달전리 주상절리는 과거 포스코 및 국가산업 단지를 매립할 때 사용되었으나, 발견된 이후 지질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보호받고 있다. 아직 이곳은 포항 시민 대부분이 모르는 눈치다.주상절리는 주로 현무암과 같은 화산암에서 형성되는 육각기둥 모양의 돌기둥을 의미한다. 주상은 수직으로 세워진 것, 또는 나무 기둥, 그루터기란 뜻이고 절리는 암석에서 볼 수 있는 나란한 결, 갈라진 틈이라는 뜻이다. 뚜렷한 육각기둥이 잘 발달한 이곳에서는 용암이 식어 주상절리가 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한반도와 붙어있던 일본이 잡아당기는 힘으로 벌어진 틈을 따라 땅속 깊은 곳에 있던 마그마가 솟아오르면서 일어난 화산활동으로 현무암이 만들어진 것이다.포항 일대는 대략 1억3500만 년 전에서 약 6500만 년 전 현무암과 화성암, 그리고 퇴적암이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보기 드물게 신생대 제3 퇴적분지가 분포해 그 당시 살았던 생물의 화석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이런 포항은 지질공원으로 불러야 마땅하다.달전리와 새밭골 말고도 주상절리가 또 있다. 두 곳이 산에 묻혀 있었다면 구룡포해수욕장 옆에 자리한 주상절리는 바다에 빠진 상태다. 일본 미야자키의 도깨비 빨래판처럼 파도가 까만 돌섬 사이로 쉼 없이 밀려온다. 용암이 나오는 모습 그대로 멈춘 모양이라 화산폭발 때를 상상하게 만든다. 전망대도 있고 바다로 내려가는 나무 계단도 만들었다. 이곳이 주상절리라는 표지판을 세우고 주차장까지 마련해서 제법 관광객이 찾아온다. 주차장 바닥에 돌 모양으로 마무리를 했는데 둥글둥글하다. 주상절리가 각이 진 것처럼 흉내 내어 만들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바닷가에 부서진 돌도 그 수많은 파도에도 아직 둥글어지지 못했다. 근처에 건물 주위에 쌓은 축대에도 그 흔적을 가져다 썼다. 새밭골의 주상절리는 깨뜨려서 냇가에 둑이 무너지지 않도록 철망을 쌓을 때 사용했다. 산으로 내를 막았다. 쑤욱 들어간 산허리가 지나는 사람들 보기에도 민망해서인지 2018년에야 편백나무 285본을 심었다고 표지석을 세워놓았다. 속살이 드러나게 해서 미안하다고 연고 바르고 밴드도 붙였다. 하지만 1억 년이 넘는 역사를 품은 곳을 편백나무에게만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은 무리수이다. 관심의 눈길을 새밭골 주상절리에게도 나눠주길 바란다. /김순희(수필가)

2022-02-20

스마트 시대의 방역 패스

곽지영포스텍 산학협력교수 요즘 식당, 카페, 극장 등 다중이용시설 어디나 입구 풍경은 비슷하다. 길게 줄을 서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폰을 꺼내 들고 흔들고 있는 사람들. 간간이 담당 직원과 같이 폰을 가리키며 옥신각신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도 보인다. 다중이용시설의 방역 패스가 의무화되면서 생긴 ‘위드 코로나’ 시대 새로운 풍속도다. 방역기준이 강화되면서부터는 입장하는 손님들의 백신 접종 날짜를 일일이 확인하는 전담 아르바이트생이 등장하기도 했다. 패스 기능을 하는 앱을 각종 포털, 통신사, 질병관리청에서 모두 제공하는데, 간혹 먹통이 되거나 사용자 인증을 새로 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갑작스런 상황에 진땀을 빼기도 하고, 가게마다 인정되는 기준과 방식이 다를 때도 있어서, 식사하러 간 손님들의 기분이 입구에서부터 상하기도 한다. 직원들도 곤욕스럽기는 매한가지다. 손님이 밀려드는 시간, 주문받고 음료를 준비하기도 바쁠텐데, 일일이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확인해야 하니 말이다. 초기에는 입구에 비치된 노트에 공개적으로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쓰고 들어가야 했던 것에 비하면 그나마 나아진 것인가 싶기도 하다.우리나라 18세 이상 성인의 스마트폰 사용률이 98%에 이른다고는 하지만, 스마트시티를 연구하는 공학자의 입장에서조차, 나이 불문하고 스마트폰 없이는 장을 보고 밥을 먹는 일에도 제약을 받는 세상이 너무 일찍 와버린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께서 입구에서 쩔쩔매시는 모습을 보면, 나라도 다가가서 좀 도와드려야 하나 고민스러울 때도 있으니까. 그러다보니 식당이나 마트 입구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에 골몰하게 된다. 과연 지금의 방법이 최선인지, 이렇게 하면 실제로 감염병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자신과 가족을 지킬 수 있을지. 혹시 좀 더 스마트한 방법, 원래의 목적에 충실하면서도 이용자의 불편과 부정적 감성을 줄일 방법은 없을지….예상컨대, 입장하는 사람들에게 QR코드를 직접 찍게 하는 지금의 방역 패스는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듯하다. 방역 패스를 실시하는 목적을 다시 생각해 보면, 첫째, 다중이용시설의 시간대별 방문 기록을 남기는 일, 둘째, 입장객의 백신 접종 이력과 유효기간 만료 여부를 확인하는 일, 셋째, 확진자가 발생했을 경우, 방문 이력을 분석하여 정확한 시간, 장소 등을 특정한 후 밀접 접촉자를 파악하는 일 등의 세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이 세가지가 모두 간단한 센서와 IT기술만으로도 자동화가 가능한 것들이기 때문이다.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방역 패스 도입에 따른 사람들의 불만과 사회적 논란이 심상치 않다고 한다. 방역 패스는 우리 모두를 감염병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공익 차원에서 불가피한 안전망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 생기는 불편을 이용자들에게 떠넘기고, 사생활 노출이나 기본권 침해 우려까지 외면해버린다면, 안전망은 제 기능을 할 수 없을지 모른다. 공익을 위한 최후의 보루인 방역 패스가 오명을 벗고 사회적 합의를 얻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22-02-20

새 노년의 덕

유영희작가 60+책의해 유튜브 채널은 60+ 세대가 나와서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소개하는 채널이다. 우연히 알게 되어 구독하고 있다. 소박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출연자들의 소감을 듣다 보면, 젊은 유명 북튜버 채널과는 다른 감동을 느끼게 된다. ‘황혼의 미학’은 그 채널에서 알게 된 책이다. 저자 안셀름 그륀은 노년의 두 가지 과제로 자신 받아들이기와 놓아 버리기를 말한다.많은 사람이 노년에 빠지기 쉬운 어려움 중 하나는 지난날에 대한 후회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책은 과거와 화해하기를 맨 앞에 둔다. 언젠가 다시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하고 싶다고 하자, 두 딸은 이구동성으로 불가능하다고 한다. 사람은 변하기 어렵고, 그때 선택은 그 나름대로 최선이었을 것이라는 게 이유다. 그러고 보면 그때 왜 그랬는지 이해하고 화해하는 것만이 최선이다. 한계도 받아들여야 하고, 고독도 다룰 수 있어야 한다.무엇보다 노년의 생활 중 가장 혹독한 시련은 홀로 있다는 기분, 쓸모없어졌다는 생각이다. ‘인간에게 열정과 일…. 과제가 없는 상황처럼 견디기 힘든 것은 없다. 인간은 그런 상황에 처하면 자기가 얼마나 무가치하고, 고독하고, 무기력하고, 의존적이고, 무능하고 공허한 존재인지 느낀다. 그런 느낌이 들자마자 영혼 밑바닥에서 지루함, 슬픔, 불만, 절망이 솟아오른다.’고 했던 파스칼의 말은 노년의 감정을 잘 표현해준다. 이런 상황이 가장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이니 잘 대처해야 한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그렇다고 저자의 말에 모두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놓아 버리기에서 제시하는 재산에 집착하지 않기, 건강에 매달리지 않기, 권력 내려놓기, 자아 버리기 들에는 공감하기 어려웠다. 특히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고, 자식들에게 넘겨주어 재산에서 해방되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실천하라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저자의 신분이 사제라서 이렇게 말했을까? 하긴, 부처님의 가르침은 더 극단적이다. ‘맛지마 니까야’라는 초기 불교 경전에는 재산을 자식에게 다 물려주었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어느 은퇴자에게 부처님은 감각적 욕망까지 내려놓으라고 한다.며칠 전 노후 연금을 계산해보니, 그동안 알고 있던 금액에서 많이 모자랐다. 평생을 계약직과 프리랜서로 살아왔으니 변변찮을 것은 당연하지만 이 정도라니 충격이 왔다. 인문학 공부 경력은 간 곳이 없고 불안이 밀려 왔다.재산을 자신이라고 착각해서도 안 되고, 인색한 것 역시 당연히 악덕이지만, 2020년 현재 한국의 남녀 모두 기대 수명이 80세가 넘고 90세에 육박하는 현대 사회에서 노년에게 어느 정도 재산은 필요하다. 저자는 마지막에 평정, 인내, 온유, 자유, 감사, 사랑이 노년의 덕이라고 말한다. 어느 정도 재산은 이런 품성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된다.초고령 사회의 새 노년에게는 놓아버리기보다 적절하기가 더 필요할 것 같다. 자아를 버리고, 권력을 내려놓으라는 급진적 가르침보다 적절한 자아, 대안적 권력을 제시해야 할 때가 왔다.

2022-02-20

12평 원룸 전세

김규종 경북대 교수 아들과 전화하다가 숨이 턱 막힌다. 정말이냐, 하는 소리가 입에서 튀어 나간다. 서울에 인접한 인구 29만의 소도시 하남의 원룸 전세가 1억6천만원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일자리를 얻어 그리로 이주한 아들의 말이었다. 방 하나짜리 콘크리트 구조물에 ‘억’ 소리 나는 세상이다. 이건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세상이다.건축부지에 4∼5층 규모로 올려진 닭장 같은 방을 그 가격에 빌려서 살아야 하는 이 나라 청춘들의 삶은 지극히 피폐하다. 아무리 이자율이 낮기로서니 평당 1천300만 원이 넘는 돈을 주고 전세를 살아야 하니 말이다. 이런 데도 나이 든 축은 젊은이들이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는다고 나무란다.원룸이 방음이나 방한도 엉성하고, 관리도 그래서 건강한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곳은 아니지 않은가?! 남향을 주장할 형편도 아님은 자명(自明)한 이치고. 얼마간의 땅에 몇 달 뚝딱하여 건물 세우고, 거기서 나오는 이득을 몽땅 챙겨가는 자들은 누구인지 궁금하다. 돈이 돈을 벌어도 무지막지하게 긁어가는 세상!지주와 시공업자의 배만 불려주는 이런 행태는 고쳐야 한다. 하기야 몇 년 전에 지인의 딸이 마포에 있는 두 개짜리 방을 2억5천만원에 전세로 들어갔다는 말을 듣고 기겁한 적도 있으니 금시초문은 아니다.언제부터 이런 지경으로 된 것일까?! 숱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번번이 실패를 거듭한 정부의 무능(無能)에 분노가 치민다.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 종부세 걱정하고, 노숙자들이 재벌 상속세에 한숨 짓는 이상한 나라고 보면 그럴 만도 하다. 먹고 입고 자는, 이른바 식주의(食住依) 세 가지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런 조건마저 제대로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정부라면 21세기 대명천지에 얼굴 들기 민망할 것이다.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정치적으로 후진국에서 불과 60년 만에 세계 10대 경제 강국과 민주국가로 변신했다. 우리 국민 모두 이 점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런데 그런 허울의 이면에 승자독식과 경쟁만능 그리고 약육강식의 정글 투쟁이 횡행(橫行)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등골을 훑듯이 빼먹는 나이 든 축들의 탐욕은 식을 줄 모른다.권력욕이든, 물욕이든, 명예욕이든 탐욕은 탐욕으로 잠재워지지 않는다. 갈증이 심하다 해서 바닷물을 마시면 조갈증은 더 심해질 따름이다. 사회적 공론장의 형성과 깊이 있는 논의를 거쳐 생산적인 결론을 도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성세대만을 위한 돈과 권력이 아니라, 미래세대와 그들의 어린것들을 위한 청사진도 함께 그려야 한다.논의의 출발은 ‘나와 내 아내와 내 남편’이라는 편협한 가족주의의 굴레를 벗어던지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 모두 평등하고 자유로운 인간이라는 대전제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상실된 공동체와 공동체성을 시급하게 회복해야 하리라 생각한다.

2022-02-20

나라 빚과 대선공약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가 대선후보 각 진영으로부터 제출받은 후보별 대선공약 이행 비용을 보면 가히 놀랍다.더불어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300조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266조원, 정의당 심상정 후보 175조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201조원 규모다. 과거와 비교하면 더 잘 알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규모가 각각 178조원, 135조원이었으니 대략 100조가 더 많다.문제는 재원 조달 방법이다. 매니페스토 본부 측은 후보마다 세출예산 절감과 같은 기존 예산을 쥐어짜는 방식으로만 답변했을뿐 구체적 대안 제시는 없었다 했다. 선거를 의식한 무책임한 선심성 공약이다. 포퓰리즘이란 비판에 변명 여지가 없어 보인다.올해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1천조원을 돌파했다. 올 국가채무 1천68조원을 인구수로 나누면 1인당 국가채무액이 사상 처음으로 2천만원을 넘는다. 2010년 29.7%이던 국가채무비율이 올해는 50%를 넘는다.나랏빚 증가속도가 OECD 회원국 중 우리가 가장 빠르다. 코로나를 넘어야 하고 저출산, 고령화 등 국가적 리스크가 산적한데도 후보들은 묻지마식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문재인 정부 5년동안 국가채무가 400조원 늘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간보다 약 57조원이 더 늘었다. 이유야 어쨌든 차기 정부의 몫이다.우리나라는 경제 3주체인 기업과 가계, 국가가 모두 1천조원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 이른바 트리플 1천조시대라 부른다.대선후보의 공약이 말로 그칠 순 없는 일이다. 무책임한 선심공약에 국민이 현혹돼서도 안되겠지만 후보들의 포퓰리즘 경쟁도 그만해야 한다. 대선공약을 제대로 살피고 올바른 주권행사를 하는 것도 유권자 몫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2-20

윤-안 단일화 전망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과연 단일화할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초박빙 형세를 이어가고 있어 단일화가 대선 승부를 결정짓는 최대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누구와 어떻게 단일화되느냐에 따라 대선 승부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전망이나 진단이 쏟아지고 있다.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승리하는 세가지 경우’에 대한 우스갯소리가 떠돈다. 가장 확실한 승리를 보장하는 경우가 이재명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하는 경우란다. 야권 단일화와 정권교체를 주장하며 출마한 안철수 후보의 10% 남짓한 지지층 대다수가 반발하며 윤석열 후보쪽으로 표가 몰려 압승한다는 것이다.두번째가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했을 경우이고, 세번째는 지금처럼 4자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란다. 윤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는 얘기이니 윤 후보 승리를 염두에 둔, 일방적인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전망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윤석열 후보가 확실히 승리하려면 반드시 단일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다.어차피 안철수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단일화하는, 이른바 ‘안일화’는 정치권 일각에서 잠깐 떠올랐던 음모론 수준에 그쳤다. 최근 윤 캠프는 설령 단일화가 안되더라도 4자구도에서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동안 다자대결에서 초박빙 승부를 보이던 형세가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선거 막판에 터져 나온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과잉 의전’ 논란이 이른바 ‘이재명 옆집’ 의혹으로 번지면서 악재로 작용하고 있고, 어떤 악재에도 상관없이 정권 심판론을 지지하는 여론이 국정 안정론을 훨씬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니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어느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보느냐는 당선가능성 조사 결과 역시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크게 앞지른다. 즉, 대세는 윤 후보에게 유리한 형국이니 박빙 우세의 형국으로 읽힌다.그렇다해도 방심은 금물이다. 정치는 생물이라 언제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른다.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는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단일화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게 윤 캠프의 분석이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13일 ‘국민 경선’ 방식 야권 단일화를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역선택을 우려하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윤 캠프에서는 “안 후보가 국민경선 방식의 야권 단일화를 제안한 것은 국가대표팀과 동네 조기축구회가 경기를 하는데, 관중의 투표로 승부를 짓자는 얘기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다.윤 후보도 단일화 제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선이 불과 20여일 남은 마당에 단일화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윤-안 단일화는 윤 후보가 말한 것처럼 야권통합의 명분 아래 두 후보의 담판으로 결정날 가능성이 높다.

2022-02-17

군소 후보들

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모두 14명. 19대 때보다 1명이 줄었다. 그러나 19대 때는 두 명의 후보가 중도 사퇴하는 바람에 실제적으로는 13명의 후보가 뛰어 이번에 출마한 14명이 모두 완주한다면 역대 대선에서 가장 많은 후보가 선거에 나서게 되는 셈이다.19대는 1명의 무소속이 있었지만 20대는 모두 정당 후보다. 여성 후보가 2명 있다. 연령별로는 60대가 6명으로 가장 많고 70대도 2명이다. 신자유민주연합의 김경재 후보가 79세로 최고령이며, 진보당 김재연 후보는 41세로 최연소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등 네 명의 후보에게 여론이 집중되는 바람에 군소후보들은 홍보가 잘 안돼 속앓이를 많이 한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에도 얼굴을 알리기 위해 각자 선거 현장으로 뛰어들어 고군분투 중이다.그 가운데는 눈에 익은 후보도 있다. 15대와 17대에 이어 세 번째 출사표를 던진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와 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새로운 물결의 김동영 후보, 친박 지지층 기반의 우리공화당 조원진 후보 등은 국민에게 조금은 낯익은 인물이다.그 밖에 통일한국당의 이경희 후보는 안철수 후보 다음으로 많은 1천499억원의 재산을 신고해 눈길을 끌었다. 또 새누리당 옥은호, 노동당 이백윤, 한류연합당 김민찬 등도 열심히 뛰고 있다. 기본소득당 오준호와 조원진, 김재연은 고향이 대구라 눈길이 한번 더 간다.선거는 정당이 크고 작고의 구분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실시된다. 군소후보들이 언젠가 유력후보가 될지도 모른다. 민주주의 정치 실현을 위해 열심히 뛰는 군소정당 후보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내자./우정구(논설위원)

2022-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