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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지역 새마을금고

피현진 ​​​​​​​경북도청본부 최근 지역 새마을금고를 둘러싼 갑질, 선거법 위반 등 여러 논란이 발생하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지난 4월 17일 제주도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 사회적 공분을 불러왔으며, 안동의 한 새마을금고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됐다. 또 지난 16일 서울의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중앙회 회장 선거와 관련 ‘금전 제공 의사표시죄’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이밖에도 각 지역에서 이사장 선거철마다 제기되는 금품선거 의혹은 셀수 없을 정도다.이처럼 새마을금고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근복적으로 이사장의 권한이 너무 큰 탓이다. 이에 이명수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새마을금고 중앙회장과 이사장 선거와 관련 선거관리위원회 의무 위탁 및 이사장 동시선거 실시를 주요 골자로 한 ‘새마을금고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달 7일 국회에 제출했다.하지만 이 법률안 역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에 관련된 글이 올라왔다. 중앙회장이 ‘전국 새마을금고이사장 동시선거’를 통해 ‘임기를 연장’하고 장기적으로는 연임제한을 폐지하고자 했으나, 현직 이사장들이 임기연장 혜택을 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자 비상근 이사장으로 전환시 연임제한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연임제한(3회)에 해당되는 이사장들이 법 개정 후 임기만료 전, 상근에서 비상근으로 전환하는 경우 제한없이 차기 이사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돼 사망시까지 이사장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국민청원 작성자는 지금까지 새마을금고는 타 금융기관에 비해 조직 관리나 인사관리, 직원의 채용 및 운영방법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금고법 및 규정에서 교묘히 벗어나 이사장의 인사권과 대표자라는 절대 권력에 휘둘려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새마을금고는 국민들의 목돈마련과 금융안정을 위한 자금의 대출을 주 사업으로 하는 주민협동조합으로, 고리채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을 위해 설립돼 현재 전국에 1천300여개의 독립법인들이 총자산 150조원의 서민금융기관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거대한 자금을 운영하는 새마을금고 이사장들은 보이지 않는 수면 아래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며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는데 혈안이 돼 있다. 문제는 항상 돈과 권력이다./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1-07-20

코로나19 국가적 위기 상황

권윤구 포항 중앙고 교사 코로나19의 국가적 위기 상황이 닥쳤다. 코로나19로 인해 수도권 코로나19의 4단계 적용기준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 확진자 수가 계속 1천400명을 넘었다. 전국적으로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다. 수도권인 서울, 경기, 인천에 있는 영업점들이 4단계 방역 수칙을 적용받는다. 학원, 독서실, 카페도 코로나19의 4단계 대응을 하여 손해를 최소화하고 소상공인들은 엄청난 손해를 감내해야 한다.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진 전 단계를 알 수 없는 잠재적 감염자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번에 바뀐 7월 사회적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보면 서울과 수도권이 가장 심각하다. 최근 홍대 거리와 쇼핑몰, 그리고 노래방과 유흥시설에서 방역 수칙을 전혀 지키지 않는다는 보도가 연일 방송되고 있다.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트린 것이 아닌가 싶다.‘1차 백신 접종을 하면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좋다’, 경제 정책 방안과 소상공인을 위한 방안으로 긍정적인 면도 있고 부정적인 면도 있다. 국민의 경제발전을 위한 국가로서 경제적으로는 잘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방역 대책으로 보면 부정적인 면이 크다. 또한 방역이 잘못되면 국민에게만 참고 이 위기를 극복하자고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 된 것이다. 백신도 엄청 많이 맞고는 있다. 그러나 31%를 간신히 넘긴 상태이다.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에서는 방역 수칙 4단계 적용이 시작되었지만 지방은 1, 2단계로 유명 관광지 숙박업소는 방이 없을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확진자의 70% 이상이 델타 변이에 의한 감염이다. 수도권의 무증상 젊은층을 중심으로 비수도권까지 초유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최대한 모임과 이동을 자제하고 정부의 방역 수칙을 최대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우리나라는 영토가 매우 좁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4시간이면 도착한다. 그래서 정부의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이 하나가 되어 발 빠른 대처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질병관리청은 서울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하나의 사회적 거리 질서 방역 단계로 통일해야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사회적 거리 질서 단계를 분리할 경우 국가적 방역이 매우 어렵다. 수도권을 잡으면 비수도권이, 비수도권을 잡으면 수도권이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전문가 집단의 조언을 들어야 한다. 지금은 엄청난 위기 상황이라고 생각한다.코로나19의 위기 상황을 대한민국은 지혜롭게 이겨나가야 한다. 특히 국가적인 위기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은 국민의 대단한 힘이 결속력을 가진다. 대구에서 시작된 국권회복운동으로 전 국민이 합심하여 일본에 대한 국채를 갚아 경제적으로 독립하자는 운동과 1997년 IMF 구제금융으로 당시 대한민국의 부채를 갚기 위해 국민들은 자신이 소유한 금을 자발적인 희생정신으로 내어놓은 금 모으기 운동이다. 국민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함께 힘을 모아 하루빨리 코로나19를 극복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면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

2021-07-20

회갑기념논문집

김규종 경북대 교수 사노라면 문득 옛일을 돌이키거나 그리워하는 경우가 있다. 연구실을 정리하다가 아주 오래전에 쓴 논문을 찾았기로 그런 정황에 빠져든다. 1920년대 소련 희곡을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유학을 떠난 두 번째 해에 쾰른에서 사흘 연속 알바를 하게 되었다. 견본시장에서 화재와 도둑을 방지하는 야경꾼 노릇을 한 것이다.사흘 일해서 당시 돈으로 400마르크, 한화(韓貨)로 18만원 정도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행복한 마음에 대학 인근 책방으로 한달음에 달려간다. ‘불가코프 희곡전집’과 ‘러시아-독일어 사전’같은 책을 사들인다. 소련과 외교관계를 수립하기 이전의 한국에서 러시아문학 관련 서적을 구하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 러시아희곡을 공부하는 사람이 드문 형편이어서 서책 구하기가 난제였다.지도교수는 “여기서 공부하면 어떠냐?!”고 물으셨다. 198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 오늘날처럼 러시아 자료가 풍성했다면 필시 나는 유학을 가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유학을 나간 결정적인 이유는 자료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을 현대 중문학이나 브레히트 연구자들도 어느 정도 공감할 것이다. 그런 까닭에 ‘불가코프 희곡전집은 감동 이상으로 다가왔다.희곡 ‘투르빈씨네의 나날들(Dni Turninych)’을 읽다가 어느 날 난관에 봉착한다. ‘독서백편(讀書百篇)’을 수없이 되풀이해도 ‘의자현(義自現)’이 되지 않는 것이다. ‘궁즉통(窮卽通)’이라는 말도 있잖은가?! ‘그래, 불가코프가 키예프 출신이잖아. 필시 러시아어가 아니고, 우크라이나어일 가능성도 있겠군.’ 그런 생각이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그길로 쾰른 대학 슬라브학부 도서관을 찾아 두 권으로 출간된 ‘러시아-우크라이나어’ 사전을 빌려 복사한다. 당시 도이칠란트에서는 복사는 원하는 사람이 하되, 제본은 제본 전문가가 해주는 식이었다. 적잖은 돈을 들여 두툼하고 큼지막한 사전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볍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문제는 그렇게 풀렸다.희곡에서 불가코프는 러시아어, 독일어, 우크라이나어를 곳곳에서 활용하였다. 작품을 읽고 난 소회는 뿌듯함 그 자체였다. 그렇게 나는 유학생활의 첫 번째 논문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서베를린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논문을 마칠 무렵 서울에서 연락이 온다. 지도교수의 ‘회갑기념논문집’을 낼 터이니, 논문 한 편 보내라는 것이다. 논문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고 났을 때 찾아든 기쁨을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그래서였을까! 논문의 마지막 마침표를 나는 느낌표로 바꿨다. 그 후로 오랫동안 그런 생생한 쾌감과 즐거움은 찾아오지 않았다.지도교수의 ‘회갑기념논문집’은 그렇게 강렬한 추억으로 남았다. 세상의 모든 것은 싫든 좋든 추억을 남기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이 우리를 살아가도록 강력하게 인도하는지도 모른다. 이른바 ‘백세시대’가 보편화한 오늘날 ‘회갑기념논문집’을 출간하는 사람은 없다. 어느 오후에 만난 색바랜 논문을 읽다가 홀연 찾아든 소회가 감상에 젖도록 한다. 창밖에 매미 크게 운다.

2021-07-20

탄소국경세

유럽연합(EU)이 최근 탄소국경세 도입을 발표하면서 국내 수출업계가 비상이라 한다. 탄소국경세는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에도 역내제품과 같은 환경비용을 물리겠다는 일종의 관세다.탄소 배출 저감조치 때문에 국제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있는 유럽 내 기업에 대한 강력한 보호 수단으로서도 적당해 EU의 탄소국경세 시행은 유력하다.EU는 탄소국경세 도입으로 예상되는 관세장벽 비용을 연간 9억유로(약 12조원)로 본다. 당장 국내기업이 감당해야 할 비용만 연간 1조원 정도라 하니 국내 수출업계가 코로나보다 더 무섭다는 말을 할만하다.EU의 이같은 그린장벽과 비슷한 제도는 미국에서도 검토된다고 한다. 선진국의 탄소배출 감소를 위한 각종 규제는 이제는 더이상 피할 수 없는 국제사회의 공동 숙제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기후를 미국 외교정책과 국가안보의 핵심 요소로 삼겠다”고 천명했다. 향후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대응 움직임이 얼마나 민감할지를 가늠해 볼만한 발언이다.기후 정상회의가 열리고 세계 각국은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온실가스 배출양도 대폭 줄이겠다고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한국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7년 배출량 대비 24%를 줄인다고 했다.지구온난화가 초래하는 지구촌의 심각한 재난에 범세계적 대응 움직임이 요란하다.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제품을 만드는 것이 탄소리스크 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이다. 탈원전을 정책기조로 하는 우리나라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빌 게이츠는 “원전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유일한 무탄소 청정에너지원”이라 했다. 탈원전을 고수하는 우리가 새겨들을 말 아닌가./우정구(논설위원)

2021-07-20

국밥집 욕쟁이 할머니의 욕이 구수하다지만

이재현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강하고 독하게 자랐어요 아버지 / 부드러운 혀는 독보다 피보다 진해요 / 눈빛보다 강한 무기, 힘세고 강하게 살아남죠 / 무엇이든 욕으로 견디고 / 마음을 찌르는 칼 / E 씨발의 도시 미친 욕을 하거나 욕을 먹거나 / 밥 한술에도 욕을 얹고 / 아이들도 욕을 하고 욕이 욕을 부르는 전염”한 유력 대선 주자가 오래전 형수에게 한 욕설이 두고두고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기고 있다. 논란이 일 때마다 사과했지만 어떻게든 흠집을 내려는 이들은 다시 그 사건을 끄집어 내고 수면 위로 올리고 싶어 한다. 부모와 자녀, 형제자매 등 가족 친척들 사이의 크고 작은 다툼은 어쩌면 보통 가정에서 적잖이 일어나는 일상사가 아닐까. 피붙이의 사랑이 깊고 짙다 해도 한 집안에서 부대끼며 살다 보면 때론 칡처럼, 때론 등나무 가지처럼 얽히고설키게 마련이다. 그 갈등은 몸의 부딪침을 일으키기도 하고 의도치 않은 막말과 욕설을 불쑥 튀어나오게 만들기도 한다.이가을 시인은 ‘슈퍼로 간 늑대들’(책만드는집)에 실린 ‘욕의 칼’이라는 시에서 욕을 ‘마음을 찌르는 칼’이라고 그려냈다. 그렇다. 도처에 혀의 칼이 난무한다. 사람 많은 곳에 잠시 있다 보면 어디선가 불쑥 욕설이 내 귀를 찌른다. 길을 걷다가도 욕의 칼에 베이기도 한다.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아이들의 입에서 ‘씨*’이라는 낱말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나온다. 뭔 뜻인지 알고서 하는 말은 아닐 게다. 멋진 옷에 비싼 차를 운전하고 있는 젊은 남성의 입에서도, 정성스레 아름답게 화장을 한 여인의 입에서도 ‘*나’라는 단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퍼져 나온다. 큰 사람들이니 얼추 그 뜻을 알 게다. 물론 그 혀의 칼, 욕의 날이 나를 향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날아다니는 욕설이 어쩌다 귀를 스칠 때면 마음에 쨍하고 금이 간다.나는 욕을 잘 못한다. 욕설을 내뱉고 싶은 마음이 장작불꽃처럼 이글거리고, 마른 잎 태우는 연기처럼 피어오를 때가 왜 없겠는가마는 막상 욕이 입밖으로는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나의 입에서 나오는 가장 심한 욕이 ‘새끼’이다. 군대를 가면 욕이 늘어 나온다고도 하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미군부대에서 군 복무를 한 까닭에 한국욕을 배우고 연습(?)할 기회를 놓쳤다. ‘f’나 ‘s’로 시작되는 미국 욕이 잠시 입에 붙었던 적이 있지만, 부대 밖을 나오니 곧 떨어져 나갔다. 말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자주 보고 들으면 그 단어가 입에 붙는다. 욕은 매우 강한 끈끈이를 가진 말이다. 그래서 더 잘 붙는다. 애써 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근엄하신 국밥집 욕쟁이 할머니는 / 날마다 가마솥에 욕을 끓인다 / 가마솥 절절 끓을수록 욕설이 구수하다 / 손님 탁자마다 돌아다니면서 욕으로 안부를 건넨다 / 할머니 욕해주세요∼ / 저, 염병할 놈, 또 왔네 아직도 그 타령이여? / 욕설을 얹어야 국밥이 맛있다”(이가을, ‘이 맛있는 욕’ 일부)라는 시처럼 욕은 ‘국밥집 욕쟁이 할머니’에게만 허용했으면 좋겠다.욕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도 하지만 안 했으면 좋겠다. 진심을 말하자면 국밥집 할머니의 욕도 마뜩잖다.

2021-07-20

차라리 야구를 하지 마라

“그깟 공놀이가 뭐가 재밌어!” 만화 ‘슬램덩크’에 나오는 대사이다. 주인공 강백호는 농구가 뜻대로 되지 않자 농구부 주장 채치수를 향해 그렇게 외쳤다. 채치수는 그 이야기에 발끈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농구고 축구고 모든 구기 스포츠의 본질은 공놀이가 맞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그깟 공놀이’라는 말을 프로 스포츠에 가져다 붙이는 것은 너무 박한 대우다. 선수, 심판, 운영 요원, 응원단, 구단 직원, 경기장에 근무하는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인생을 걸고 생계를 걸고 있다. 프로 스포츠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산업이다. 아무나 공을 갖고 경기를 한다고 해서 산업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프로 스포츠가 프로 스포츠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경기장에서 경기를 보는 관중들과 TV로, 컴퓨터로, 스마트폰으로 경기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을 모두 포함하는 팬들의 존재일 것이다. 다시 말해 팬이 없는 스포츠는 더 이상 산업이 아니라 앞서 말한 만화 대사에 나오는 것처럼 ‘그깟 공놀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프로야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가장 거대하게 자리 잡은 프로 스포츠 산업이다. 가장 오랜 시간 가장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종목이다. 덕분에 선수들이 받고 있는 대우도 후하다. 2021년 10개 구단 소속 선수 532명의 평균 연봉은 1억2천273만원이며 최고 연봉자인 SSG 랜더스의 추신수는 27억원을 받는다. 2021년 현재 중소기업 과장 평균 연봉이 4300만원 가량이라고 하니 동년배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프로야구는 먹거리나 반도체를 생산하지도 않고,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단지 팬들의 지친 일상에 활력이 되고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데 희망을 보태는 역할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산업이다. 선수들의 높은 연봉은 그 역할을 마땅히 하라는 의미라고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그런데 요즈음 프로야구 기사를 보면 기만과 우롱만을 받는 기분이다. 여름철 순위경쟁 기사로 뜨거워야 할 야구 기사란이 온통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얼룩져있다. 시작은 삼성라이온즈 출신의 전 선수 윤성환에 대한 기사들이었다. 윤성환은 승부조작에 가담하는 대가로 브로커로부터 현금 5억원을 받았고, 이를 불법 도박으로 탕진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팀의 승리를 위해 응원을 건넨 팬들 전부를 기만하는 승부조작은 스포츠 선수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무거운 범죄다. 한때 ‘윤태자’라는 별명을 얻으며 팀의 에이스 역할을 했고, 은퇴 이후 영구결번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선수였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그리고 며칠 전, 또 하나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리그가 중단될 정도의 중대한 사건이었다. NC 다이노스 소속인 박석민, 권희동, 이명기, 박민우가 외부인 여성 2명과 함께 원정 숙소에서 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다음 날 경기가 예정되어 있음에도 새벽까지 맥주를 나누어 마셨다고 한다. 이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인 5인 이상 집합 금지를 위반한 것이었고, 그 결과 국가대표팀 승선을 위해 백신을 맞았던 박민우를 제외한 3인이 모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리그 전체가 중단되게 된 것이다. 경기 전날 원정 숙소에 여성들을 불러 술을 마신 행위는 그들의 승리를 응원하는 팬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NC 다이노스 1군 선수단 내에서 상황을 공유한 뒤 ‘동료를 지켜주자’고 함구령을 내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네 선수의 팬 기만 행위에 다른 선수들도 동참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키움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에서도 각각 2명의 선수가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일탈행위를 저지르기 전날 앞서 언급한 2명의 여성과 호텔에서 동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대해서도 관련 기사가 올라오고 있으며, 선수들의 진술이 엇갈리기도 해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선수들의 일탈 행위, 팬 기만행위가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었으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강백수 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탐구 중이다.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 물건을 만들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이 업무에 임하지 않아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 장사하는 사람이 물건을 팔지 않으면 어떤 대가도 지불받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문제를 일으킨 선수들은 팬들에게 활력이 되고 희망을 주기는커녕, 그들을 응원해온 팬들에게서 야구를 빼앗았고, 허탈감을 주었다. 자신들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성실하게 일해야 했을 공간에 불을 지른 꼴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야기 하고자 한다. 희망을 주지 못하는 스포츠는 산업이 아니라 그저 공놀이이다. 이럴 거면 차라리 야구, 하지 마라.

2021-07-19

허기와 욕구

캐럴라인 냅의 언어는 너무나 솔직하고도 적확해서 나를 포함한 독자들을 당황시킨다. /북하우스 많은 작가들이 그러하지만, 그중에서도 캐럴라인 냅의 언어는 너무나 솔직하고도 적확해서 나를 당황하게 한다. 그녀는 자신이 경험한 감정을 둔탁한 삽으로 깊숙하게 파헤치는 것도 모자라 뿌리 사이사이를 헤집어놓으며 저 안에 감춰진 진실을 기어이 꺼내놓고야 만다. 너무나 적나라해서 때때로 불편하고 눈을 질끈 감고 외면하고 싶은 마음마저 든다. 그 면밀함을 분명히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최근에 나는 캐럴라인 냅의 마지막 저서인 ‘욕구들’을 읽었다. 그녀의 전작들을 보았을 때도 그랬지만 이번의 글은 더욱이 뭔가가 머릿속을 세게 치고 지나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것은 고단한 성찰에 관한 존경의 마음이었으며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던 것들을 정제된 문장으로 마주하는 것에 대한 공감이었다. 동시에 부끄러움과 희열이 찾아왔다.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던 내밀한 비밀이 들킨 기분이었다.그녀는 거울 속의 나이자 거울 밖의 나였다. 밋밋한 얼굴을 감추기 위해 거추장스러운 장신구로 한껏 치장한 나. 툭 튀어나온 흉한 갈비뼈와 축 늘어진 겨드랑이 살을 마주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나. 완벽한 이미지에 사로잡혀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좌절을 느끼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나. 결코 채워질 수 없는 환영을 욕망하는 나의 모습이자 동시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지 못한 채로 엉뚱한 것을 갈망하는 우리의 모습이 동시다발적으로 떠올랐다.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평론가에게 소설에 관한 칭찬을 받게 된 소설가는 기뻐하기는커녕 오히려 의심하고 불안해한다. 어떤 목소리가 그녀를 움켜쥐었기 때문이다. ‘네가 잘나서 그런 거라고 우쭐대지 마.’ 그건 어린 시절 버릇처럼 어머니에게 들었던 말이며 스스로를 옥죄기 위해 외치는 자신의 목소리였다. 그 말이 자기가 앞으로 나아가는 걸 얼마나 방해해왔는지 깨닫는다. 그 때문에 야망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처럼 느끼고 조용하지만 끈질긴 불안이 따라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던 것이다.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살아오면서 차근차근 이루어낸 일련의 성과를 오롯이 즐기거나 자랑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것을 겸손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떤 일을 이루고 나면 유령과 같은 목소리가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너는 별로 대단하지 않단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란다.’나는 무언가를 솔직하게 원한 적이 있는가. 그 욕구를 남들 앞에서 온전하게 드러내 본 적이 있는가. 어느 날 밤 문득문득 찾아오는 그 허기를, 아무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그 배고픔의 기원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육체가 뚱뚱하게 부풀어 오를까 봐 두려워하는 것으로 대신했다.허기는 다양한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다. 다이어트, 중독, 소비, 관계에 대한 갈망… 나는 그것을 채우는 방식을 알지 못했다. 사회가 원하는 젊고 착하고 유머러스하며 누구에게나 무해한 사람이 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안온해 보이지만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유리 같은 시간이었다. 냅은 이렇게 말한다.“당신이 20세기 후반에 성년이 된 여자라면 어떤 형태로든 그 말을 들었을 것이다. 너무 많이 먹지 마. 너무 커지지 마. 너무 멀리 가지 마. 너무 높이 올라가지 마. 너무 많이 원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그녀가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오랜 시간 동안 여성에게 가해졌던 억압과 핍박의 역사를 그저 발화하고자 함이 아니다. 그러니까, 많은 이들이 오해하듯 사회 구조 속에서 얼마나 피해를 받고 있는지 서로 겨뤄보자는 게 아니란 뜻이다. 자신 안에 움트고 있는, 허기에서 비롯된 검열과 혐오를 찾아내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그 지난한 과정을 통해 가끔 적합한 종류의 만족을 발견하기도 한다. 완전한 포만감이 아니어도 만족감을 주는 주체가 다른 무엇도 아닌 나 자신이 되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삶을 살아가며 당연하게 찾아오는 허기에 귀를 기울이고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 안에 차오르는 욕구에 솔직하고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나도 당신도.

2021-07-19

동궁과 월지 유적 발굴 담소

경주시 중심에서 남쪽으로 2㎞ 떨어진 곳에 동궁(東宮)과 월지(月池)유적(사적 제 18호)이 있다. ‘삼국사기’의 기록에 따르면 월지는 신라 문무왕이 서기 674년에 만든 연못이고, 동궁의 임해전은 서기 679년에 지었다고 한다. 동궁과 월지는 나라의 경사를 축하하며 외국의 사신들을 영접하는 연회장으로도 이용됐으며, 통일 신라 최후의 어전회의를 열고 고려 태조 왕건에게 항복문서를 전달했던 곳으로 신라의 희비(喜悲)를 함께했던 역사의 주요한 무대였다.동궁과 월지에 대한 최초의 발굴 기록은 일제 강점기인 1925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1925년 8월 25일자 동아일보 기사를 살펴보면 ‘고적을 연구하기 위해 경주에 가있는 일본 제국대학 교수 원(原)박사는 안압지 부근에서 음석(陰石·오목한 돌)으로 만든 길이 오십일 간(間)의 곡선상의 도랑을 발견했는데 군당국에서 발굴하는 중이라하며 그것은 고적 중에도 매우 진귀한 것이다.’라고 당시 발굴에 대해 설명했다. 기사와는 별도로 남아있는 일제강점기 유리원판 사진에서도 발굴 된 석조 도랑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당시 발견한 석조 도랑은 지금도 동궁과 월지 유적 안에서 통일 신라인들이 만들었던 모양대로 남아있다. 석조 도랑의 길이는 83m이며 건물의 지붕에서 떨어진 빗물의 배수로로 이용되었고 연못과 연결됐을 것으로 추정된다.1970년대 초 청와대의 구상으로 경주종합개발계획 10개년 계획이 발표됐다. 그 일환으로 경주시의 유적과 시의 외관을 정비하는데, 연못도 정비하자는 생각으로 준설공사를 실시했다. 준설 작업을 시작하기 전의 월지는 잡초와 수양버들만이 엉성하게 있었다. 1926년에 세운 임해정(臨海亭)이라는 정자가 있어(현재 황성공원의 호림정) 사람들이 유적지라고 생각해 방문했다.1974년 준설작업이 시작된 뒤 연못에서 다수의 유물들이 발견되어 1975년 3월 준설작업을 멈췄다. 그리고 2년 2개월 동안의 대규모 발굴조사가 경주고적발굴조사단에 의해 실시됐다.발굴결과 4천700평에 이르는 대형 연못과 그 내부에 세 개의 섬이 발견됐으며, 연못을 따라 석재를 쌓아 만든 호안석축도 확인됐다. 못의 서쪽과 남쪽에서는 대형 건물터와 여러 건물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발굴에서 출토 된 유물의 수량은 총 3만 3천여 점이며, 기와, 벽돌, 건축부재, 불상, 그릇, 숟가락, 배, 주사위, 금동제 가위, 목간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발굴조사의 여러 에피소드 중 하나로 목제 선박의 수습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1975년 4월, 조사단은 월지의 중도와 소도 사이에서 뒤집힌 모습의 나무로 된 배를 발견했다. 이것은 당시 우리나라에서 출토된 배 중 가장 오래된 것일 뿐만 아니라 완전한 모습으로 출토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노출된 배는 세 개의 통나무를 이어 만든 길이 6m, 너비 1.2m로, 부식이 심해 스펀지와 같은 상태였다. 조사단은 당시 열악한 환경에서도 약해진 배를 수습하기 위해 고심 끝에 묘책을 찾아냈다. 배는 가만히 둔 채, 배 밑의 흙을 파낸 후 몇 군데에 판재를 넣어서 완전히 고정시킨 다음, 흙채로 들어 옮기는 것이었다. 1975년 7월 25일 목선을 경주 박물관으로 옮긴다는 소식에 많은 기자들과 손님들이 현장에 모였다. 조사단은 계획된 대로 배를 고정하고 지지한 뒤 20여명의 작업원들이 묶어둔 끈을 붙잡아 연못바닥에서 들어내어 움직여 점차 오르막을 올라갔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그런데, 도중에 힘이 수평으로 균등하게 들어가지 않았는지 배가 휘어지며 가운데 부분에 금이 가버렸다. 모두들 당황하는 가운데 기자들은 ‘목선 두 동강’이라고 전보를 보냈고, 각종 신문에 특종으로 대서특필 됐다. 당시 현장 책임자였던 김동현 단장도 이 일로 그날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혼란한 상황을 정리하고 무사히 배를 박물관으로 운반해 보존처리를 가능하게 한 공로로 사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영배 경주문화재연구소 연구원 보존처리가 끝난 목선은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의 월지관에서 실견(實見)이 가능하다. 월지관에 방문하게 된다면 그 때 금이 갔던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발굴조사 후 1980년 9월까지 유적의 정비·복원사업을 실시했다. 발굴당시 출토된 건축자재들을 기초로 하여 3기의 정자를 복원했고 발굴된 건물터의 기둥자리에 화강암을 다듬은 초석을 두었다. 비로소 우리가 알고 있는 동궁과 월지 유적의 모습을 갖춘 것이다.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 통일신라 왕경의 구조와 성격을 확인하기 위해 동궁과 월지 유적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 성과로 2017년에는 통일신라시기 최초의 수세식 화장실로 여겨지는 석조물과 터널형 수로시설이 함께 발견돼 세간을 놀라게 했다.앞으로의 발굴조사를 통해서도 동궁과 월지 유적은 통일신라 사람들의 어떠한 놀라움을 우리에게 보여줄지 기대된다.

2021-07-19

마술쇼가 시작되기까지

라스베이거스 인근.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자리잡은 ‘바그다드 카페’에서 두 여인이 만난다. 한 여인은 머나 먼 곳 독일의 로젠하임에서 미국으로 와서 남편과의 다툼 후 홀로 이곳에 도착했고, 또 다른 한 명의 여인은 카페 주인으로 방금 무능하고 게으른 남편을 쫓아낸 직후다.무거운 가방을 끌고 모하비 사막의 도로를 걸어와 바그다드 카페에 도착한 ‘야스민’과 카페와 모텔, 주유소를 운영하는 ‘브렌다’는 서 있는 자세와 앉아 있는 자세로 만난다. 그리고 각자의 손수건으로 한 여인은 땀을 닦고, 한 여인은 눈물을 닦는다.손님이라곤 사막을 지나는 트럭 운전수 밖에 없는 카페에 이국적인 복장의 여인이 무거운 가방을 끌고서 차도 없이 걸어서 이곳에 도착했다는 것과 낡고 지저분한 카페의 모습에서 두 사람의 ‘편견’은 시작된다. 거칠고 메마르고 황량한 사막의 풍경 속에서 이질적인 사람들의 ‘편견’이 어떻게 깨지고 소통하며 조화를 이뤄가는가를 보여주는 영화다.독일인과 흑인, 인디언과 히스패닉까지 다양한 인종들이 큰 변화없는 사막과도 같은 풍경 속에서 조금씩 균열을 일으키며 변화해가는 과정을 담는다. 그 중심엔 ‘야스민’이 있는데, 가장 이질적인 존재에 의해 스산했던 사막의 풍경처럼 존재했던 바그다드 카페는 모하비 사막의 오아시스로 변모해 간다.이 영화엔 결정적인 사건이 없다. 낡고 오래된 카페와 주변의 풍경처럼 하루 하루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늘 그래왔듯이 구질구질한 일상이 반복된다. 그 반복의 일상 속에서 조금씩 반경을 넓혀가며 자신의 색깔을 입히는 존재가 바로 ‘야스민’이다. 야스민은 조금씩 브렌다의 영역을 침범한다. 바그다드 카페에 거주하는 사람들에서부터 일부러 그곳을 찾는 사람들까지 그녀의 색깔에 이끌려 바그다드 카페를 찾는다.영화 초반 야스민이 사막 한 가운데에서 남편과 다투고 바그다드 카페로 향하는 장면은 사선의 구도로 잡힌다. 그리고 카페 주인 브렌다와 처음으로 마주했을 때 수평으로 구도를 잡는다. 불안했던 구도는 평온의 구도를 잡고 황량했던 카페의 색깔은 야스민이 카페를 청소할 때 원색으로 잡힌다. 이것을 시작으로 카페는 본연의 색깔을 갖는다. 황량했던 사막의 하늘은 선명한 풍경으로 되돌아오고, 그곳에 붉고 아름다운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스토리를 포함한 모든 변화들은 급박하지 않다. 느리고 조용하게 서로의 공간으로 타자를 들이고 감정의 들고남을 허락한다. ‘편견’은 ‘호기심’으로 바뀌고, ‘호기심’은 ‘호감’으로 바뀌는 과정이 영화 속 야스민의 초상화를 그리는 과정처럼 자연스럽고 은유적이다.황량하고 거칠던 사막의 풍경이 아름답고 아늑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마술’처럼 그린다. ‘스며든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청소를 통해 낡았던 카페의 색깔들을 찾아주었던 야스민은 바그다드 카페에 거주하는 이들의 색깔과 아름다움을 발견해줌으로써 그들의 삶 속에 스며든다.영화 중반부 이곳에 세들어 사는 타투업자 여자가 읽던 책은 독일 작가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이다. 19세기 말 휴양 도시 베니스에서 한 중년남성이 아름다운 소년에게 첫 눈에 반해 자신의 늙음에 대해 다시 고찰하며 절대미를 찬미하는 소설이다. 그리고 콜레라가 창궐해 시민들이 떼죽음 당하고 결국 주인공도 허무하게 죽는다는 내용이다. 주인공이 살아왔던 삶의 의미들이 뒤집히고 부정되면서 결국엔 죽음에 이른다는 이 소설의 내용은 영화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주고 있는 문학적 인용이라고 하겠다.변화없이 먼지를 뒤집어 쓰고 낡아가는 바그다드 카페에 야스민의 등장으로 소설과는 다른 결과가 펼쳐진다. 영화 후반부 야스민이 비자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바그다드 카페로 돌아왔을 때, 타투이스트는 “Too much harmony(너무 조화로워서)”라고 하면서 그곳을 떠난다. 모두가 ‘마술’과도 같은 변화를 통해 우정과 화합, 이해와 연민의 드라마가 펼쳐질 때 ‘베니스의 죽음’은 그곳을 떠난다.영화의 시작에 나오는 주제가 제베타 스틸(Jevetta Steele)의 노래 ‘Calling You’가 마지막 엔딩크레딧과 함께 다시 나온다. ‘뜨겁고 건조한 바람이 나를 스치고 지나가고, 아이는 울고, 나는 잠이 오질 않지만, 우리 모두는 변화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어’라는 가사처럼 편견에서 시작해 호기심으로, 호감으로 이어지는 과정의 ‘마술’과도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주)Engine42 대표

2021-07-19

이모티콘 마케팅

이모티콘은 컴퓨터나 휴대 전화의 문자와 기호, 숫자 등을 조합해 만든, 보통 인터넷상에서 감정이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일종의 그림 기호를 말한다. 이름의 유래는 감정을 뜻하는 ‘emotion’, 조각을 뜻하는 ‘icon’을 합친 말로, 우리 말로 하면 ‘그림말’이다.원래는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빠른 속도로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야 하는 채팅 등에서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점차 사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문자나 기호, 숫자가 아니라 그림이나 캐릭터로 감정을 표현한다.카카오톡 이모티콘은 패션뷰티업체들이 MZ세대들을 겨냥한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다. 신제품 출시, 매장 개설 등 행사에 맞춰 카카오톡 채널을 추가하면 한정판 이모티콘을 주는 방식이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수입·판매하는 신발 브랜드 ‘어그’도 최근 양털 샌들인 ‘플러프 컬렉션’출시를 기념해 플러프 샌들을 캐릭터로 제작한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출시했다.구찌를 비롯해 프라다, 보테가 베네타, 불가리, 티파니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도 카카오톡 이모티콘 마케팅에 한창이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는 지난달 서울 한남동 플래그십 스토어 ‘구찌가옥’을 열면서 소비자들에게 한정판 구찌가옥 이모티콘을 제공해 화제다. 구찌의 호랑이 캐릭터가 핸드백을 들고있는 이모티콘부터 한과를 먹고있는 이모티콘까지 다양하다. 아모레 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라네즈’는 최근 친환경 이슈에 관심이 많은 젊은층을 타깃으로 물방울 캐릭터 이모티콘을 출시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쓰이는 귀여운 캐릭터를 활용해 신제품홍보를 하는 ‘이모티콘 마케팅’은 어느덧 SNS시대의 새로운 마케팅 기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7-19

수학도 필요한 시간

유영희​​​​​​​인문글쓰기 강사·작가 인문학이 누구나 갖추어야 하는 교양이라는 데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만, 자연과학은 그렇지 않다. 자연과학이 일상의 경험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인문학적 성찰에 관심을 가진 사람일수록 자연과학 소양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 것은 몇 년 전 어느 독서 모임의 교재 ‘자발적 진화’ 때문이었다.저자 브루스 립튼의 약력도 의심쩍었지만, 무엇보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을 진화라고 하는 것부터 당황스러웠다. 인문학적 소양을 장착한 그 독서 모임 구성원들이 그런 용어 사용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자연스레 거대 담론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말았다.자연과학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던 중 만난 책이 ‘수학이 필요한 시간’이다. 10여 년 전 화제작 ‘철학이 필요한 시간’은 여러 철학 고전에 담긴 심오한 인생 철학을 해설해주고 있지만, ‘수학이 필요한 시간’은 심오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할 정도로 현실적인 계산을 하고 있다.예를 들어, 런던 하이드파크에서 총 10명이 살해되었는데, 이것은 큰일일까, 아닐까? ‘수학이 필요한 시간’의 저자 김민형은 수치로 판단해보자고 한다. 이런 제안은 고전윤리학의 관점에서는 질문 자체가 비윤리적일 수 있음을 저자도 인정한다. 그러나 전년도 사망자 수가 20명이었다면 10명이라는 숫자는 희망적일 수도 있고, 사망자 수를 0명으로 줄이기 위해 들어가는 사회적 자원을 확보하려다가 더 큰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자율 주행 자동차에 들어갈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개발된 ‘결정 게임’의 딜레마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어느 것도 최선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멈출 수는 없고 방향만 바꿀 수 있는 상황일 때 5명이 탄 차가 방향을 바꾸면 차에 탄 사람이 다 죽고 직진하면 앞에 있는 3명이 죽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등 여러 사례에서 어떤 선택이 옳은 선택인지 결정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수학은 고전 윤리의 문제를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알고리즘으로 변환시키고 있다.대표를 선출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가 하는 중대한 문제도 있다. 후보들의 여러 정책 중 무엇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에 따라 선호도 순서가 바뀐다. 공자가 주장한 어진 인격자를 찾으려다가는 낭패한다. 어질다는 것은 너무나도 추상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절대적 가치라도 상황의 제약은 우리에게 선택을 요구한다는 것을 수학은 말해주고 있다. 평생을 인문학 공부로 살아왔지만 인문학이 홀로 있을 때는 공허하기 십상이라는 것을 자주 느낀다. 나이 든 사람이 인문학을 이야기하다가는 꼰대 되기 딱 좋다는 생각도 엄습해온다.과학책 읽기 동아리를 운영하다가 내친김에 지난 6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과학저술가 양성과정에 지원했는데, 덜컥 합격했다. 합격자 중 보기 드문 문과 출신에다가 최고령 합격자다. 서류와 면접이라는 약간은 빡센 시험을 통과한 것이라 얼떨떨하다. 수학도 필요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2021-07-19

어떤 역사 개입

강길수 수필가 어찌 되었을까. 며칠간 장맛비가 내렸으니 엉망일 테지. 얼른 신발을 갈아 신고 작은 텃밭으로 향했다. 산 조릿대를 베어내 정성들 들여 만들었던 오이 넝쿨 버팀대로 먼저 눈길이 갔다. 버팀대도 오이 넝쿨도 큰 이상은 없다. 다행이다.우선 한 바퀴 둘러보았다. 예상대로 밭 안쪽엔 물이 덜 빠져 오이와 가지의 잎이 시들해 보였다. 수로 보수를 마치자, ‘장맛비에 점심용 간이 탁자로 쓰는 판자가 젖었겠구나!’ 싶어 보관 장소로 갔다. 비를 막으려 덮어 두었던 커다란 비닐 막(膜)을 눌렀던 나무 원형 의자를 들어냈다. 다음 순간,“아이고, 이게 웬일이야!” 하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의자 밑, 그러니까 비닐 막 위에 장마를 피해 이사 온 애집개미로 보이는 작은 개미 집단이 흰 알, 애벌레들과 함께 확 드러났다. 이 밭에서 풀을 베거나 뽑으면서 숱하게 보아온 현상이지만, 이 광경은 상상을 초월했다. ‘일 주간 만에 어찌 이 많은 식구가, 하필 비닐 막 위를 집으로 삼아 이사하다니 놀랍다’하는 생각이 뒤따랐다.딜레마에 빠졌다. 눈앞의 사태를 어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잠시 후, 비닐 개미집을 밭둑 높은 곳에 털자고 결정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서는, 비닐 막을 치워야만 한다. 비닐 막을 높은 둑으로 가져가 개미와 알, 애벌레, 먹이들로 가득 찬 개미집을 탈탈 털어 냈다. 개미와 그 집은 풀과 낙엽, 나무 가리비 등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이로써 나는, 개미들의 역사에 비록 한 번이지만 절대적 개입을 하고 말았다. 이런 생각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병정개미일지 여왕개미일지 모를 개미 리더는, 어찌하여 장맛비를 피하겠다고 인간의 비닐 막을 피난처로 오판(誤判)했을까. 사람들이 개미를 2차원적 곤충이라고 보듯, 본능이나 판단력이 모자라서일까. 비닐이 석유를 가공해 인간이 만든 것임을 본능으로라도 느끼지 못했을까.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식구들과 삶의 터전, 집이 낯선 땅에 내동댕이쳐진 저들은 얼마나 황당할까.만일 저들이 사람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못 살겠다고 모두 자살할까. 비닐 막으로 이사를 결정한 리더를 탄핵, 축출할까. 내전이라도 벌일까. 아니면 천재지변이라고 자위하고, 추슬러 또 새집을 지을까. 하지만, 저 개미들은 툴툴 털고 다시 일어날 것을 나는 경험으로 안다, 새집 짓고 알과 애벌레를 모아들이며, 새로운 알을 낳고 분가도 할 것이다.현 우리 사회는 어떤가. ‘코로나19 사태’에 비춰보더라도, 국민들은 저 작은 개미 집단 같은 처지일 것만 같다. 권력과 돈과 정보를 가진 자들의 교만한 오판으로, 국민은 자기도 모르게 사회적 거처를 개미의 비닐 집 같은 집으로 이주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래세대 몫을 빼앗는 나랏빚으로 ‘재난지원금’이니, ‘기본소득’이니 하며 ‘공짜’란 마술지로 포장하여 펑펑 던져주었거나 주려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느 날, 역사의 주인공이 개입해 그 비닐 집을 탈탈 털어 낼 때 ‘민주와 자유, 자율과 책임’의 아름다운 집이 무너져 버렸음을 뒤늦게 깨닫게 될까 봐 두렵다.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살아내야만 할 세상이다.

2021-07-19

새들의 지저귐과 날갯짓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새소리에 깨어나고 눈을 뜨는 아침이 싱그럽다. 도심 속이지만 뒤뜰로 이어지는 작은 언덕과 간간이 차들이 오가는 도로 건너 야트막한 산에는 다양한 수목 속에 수많은 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그래서인지 새벽부터 아침, 낮과 저녁을 지나 밤이 깊을 때까지 우거(寓居) 주변에는 온갖 새소리가 끊이질 않고 수시로 포르릉 대며 날아가는 새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더욱이 주택가와 인접한 아파트 너머 솔숲에 집단서식하고 있는 왜가리떼의 유유한 날갯짓이 눈길만 돌려도 보이고, 끼루룩대거나 색색거리는 소리가 지척의 남창까지 들려오기도 한다.거의 매일 새들의 지저귐 속에 하루를 시작하고 밤새 울음을 자장가(?)로 여기며 하루를 마감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짹짹거리거나 깎깍대고 삐르륵하는가 하면 쉬쭉쉬쭉 대다가 새콩새콩하고 보옥보옥하는 등의 경쾌함과 정겨움, 호젓함을 더하는 새 울음소리가 조류 수만큼이나 많고 가지각색이다. 마치 대륙별 인종이 수두룩 하고 언어가 다양하듯이. 뒤섞여 울릴지라도 결코 요란하지 않는 새들의 우짖는 소리는 그들만의 소통 수단이고 말인 셈이다.“언제부턴가/자명종 같은 새소리가 두드리면/깃 터는 아침이/선물처럼 다가와/샘솟는/환희의 빛살/온누리에 뿌리네//터질 듯한 음조로/하루를 탄주(彈奏)하느니 /초목의 푸르싱싱/새들의 무정설법(無情說法)/오롯이/추임새 삼는/꿈을 향한 날갯짓” -拙시조 ‘새소리로 여는 아침’최근 들어 새소리를 가까이서 새벽에 잠이 깰 정도로 들을 수 있다니 새삼스럽기만 하다. 사람들은 결코 알아들을 순 없겠지만, 새나 짐승들의 세계에서는 무리들만이 통하는 미묘한 울림과 특유한 몸동작으로 신호를 하거나 정보를 주고받기도 할 것이다. 그렇기에 뒤뜰 화단의 돌확에 고인 물이나 소나무 아래 간수(澗水)처럼 떨어지는 물방울을 어떻게 알고 몇 종의 새들이 수년째 찾아와 재잘거리며 물을 받아먹거나 몸을 담그기도 하는 걸 간혹 지켜보면서, 짧고 단순한 새들의 지저귐 같아도 새들만의 대화이고 많은 알림을 전해주는 울림으로 여겨지게 됐다.몇 달 전엔가 우연히 TV에서 유럽 알프스의 어느 산골마을에 할머니 둘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갔는데, 100~200m 이상 떨어진 안보이는 곳에서도 특유의 방식으로 의사소통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분명 말로 외치는 것이 아닌, 무슨 새소리나 휘파람 같은 고함을 서로가 알아듣고서 나뭇가지를 이거나 지고 내려오는 모습에서 어쩌면 ‘새들의 소통’도 그런 식으로 이뤄지지 않을까 여겨졌다. 그러고 보니 뒷마당에 삼삼오오 놀러 와서 모이를 쪼아대거나 목을 축이며 주고받는 재잘거림이 새들의 정겨운 대화로 들리는 듯했다. 이른바 무정설법이란, 흐르는 물과 나는 새, 풀, 나무같은 금수초목(禽獸草木)도 모두 법을 설하며 은혜로 우리를 살리고 가르친다는 것이다. 새들이 아침을 열어주고 정답게 지저귀며 힘차게 날아오르는 모습에서 새로운 활력과 작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니 다행스럽기만 하다. 새의 노래, 매미의 열창, 퍼붓는 소나기는 단순한 듯 강렬하다. 참 위대함은 단순함이며,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다.

2021-07-19

취수원 이전과 정치(政治)

김락현​​​​​​​경북부 “정치하는 분들 빼고 진짜 주민들만 참석하는 설명회를 다시 한 번 마련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지난 14일 구미코 대회의실에서 열린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 구미지역 합동설명회’에 참석한 한 주민이 환경부 장관에게 건의한 사항이다. 기자가 이날 설명회를 취재하면서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면 바로 이 장면이다.왜 그는 정치인들을 배제해 한 설명회를 다시 열어 줄 것을 건의했을까.사실, 그날 고성을 지르고 앞에 나가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한 사람들 대부분이 지역 정치인들이었다. 물론, 그들이 주민들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으니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하지만 주민이 정치인을 빼고 다시 설명회를 열어달라고 건의했다면 정치인들이 하는 행태가 진정으로 주민들의 뜻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일부 주민들은 지역 정치인들이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를 내년 선거를 위해 이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실제, A시의원은 대구취수원 이전 반대 현수막을 거리에 게시하면서 그 현수막에 자신의 사진까지 집어넣었다. 그러니 주민들이 대구취수원 이전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고 믿겠는가.대부분의 지역 정치인들은 대구취수원 문제를 자신의 정치에 이용하지 않는다고 하겠지만,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또한 자신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특히 정치(政治)는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만 하는 것이다. 주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정치인은 제 아무리 큰 소리로 떠들고, 큰 액션을 취하더라도 그것은 부질없는 행위일 뿐이다.그래도 그날 행사가 끝났음에도 주차장 입구를 막고 서 있는 주민들을 설득해 돌려보내는 한 시의원의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주민들을 걱정하고 위하는 마음이 있는 지역 정치인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그가 아니었으면 낮 기온이 35℃를 넘는 폭염과 경찰의 해산 명령에도 아랑곳 않고 행사장 주차장을 가로 막고 서 있던 주민 40여명은 한동안 그늘도 없는 그 곳에서 시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도 그 시의원처럼 자기 정치가 아닌 진정성을 가지고 주민들을 대변하길 지역 정치인들에게 바란다./kimrh@kbmaeil.com

2021-07-18

법리로 본 검수완박 부패완판

전정주 경북로스쿨 교수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비리를 중점적으로 수사·기소하는 독립기관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오는 21일 출범 6개월을 맞는다. 2019년 12월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2020년 1월 7일 국무회의를 통해 공포됐다. 이후 12월 10일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12월 15일 공포·시행에 들어갔다. 공수처는 2021년 1월 21일 초대 공수처장 취임과 함께 공식 출범했다.공수처 설치를 두고 야권에서는 “야권을 탄압하고 청와대와 여권의 비리수사방탄을 위한 것 아니냐”며 “공수처설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자 여권은 그게 아니고 “검찰개혁의 완성판으로서 공수처설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던 중 2019년 12월 30일 공수처설치법이 여권의 독주로 국회를 통과하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심장이 터질 듯이 기쁘다”, 법무장관을 물러난 조국은 “눈이 핑 돌 정도로 기쁘다”고 했고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우리 모두의 승리”라고 만세를 불렀다. 그 후, 당시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은 직무배제당하고 징계위는 2개월의 직무정지를 결정했다. 그때마다 법원에 의해 윤 총장이 직무에 복귀하자 난데없이 여권에서 들고 나온 게 중수청, 즉 6대중대범죄수사청 설치다.공수처 설치로 검찰개혁이 완성된다고 야권의 설득을 시도한 게 다름 아닌 여권이다. 그런 여권이 스스로 말을 뒤집고 중수청 설치를 주장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또다시 검찰개혁이고 검찰개혁의 완결판으로서 검찰에게서 수사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우리나라는 수사권조정을 통해, 올해 1월 1일부터 검찰은 경제·부패 등 6대중대범죄만 직접 수사하고, 나머지 모든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에 넘어간 상태다. 그런데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여권은 일부 남은 이 검찰 수사권마저 완전 박탈(검수완박)하여 중수청이라는 새로운 수사기관을 설치하고 이에 맡겨야 한다는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여권과 당시 추미애 법무장관은 검찰이 수사권을 갖지 않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했다. 그러나 실은, 국가의 범죄대응능력 관점에서 검찰이 수사권을 갖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다. 여권 등의 그러한 논거 제시는 국민들로 하여금 사실에 근거한 상황 인식을 어렵게 한다. 이에 야권, 법조계, 학계, 검찰, 일부 여권도 포함하여 지각 있는 많은 국민들이 검수완박에 반대의견을 표시했고 지난 3월,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수완박’은 부패가 완전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 될 것임을 경고했다.한 나라의 범죄는 형법이 담고 있지만 형사사법시스템은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이 담고 있다. 형법의 기능 중 하나에 ‘보호’라는 게 있다. 곧 우리의 생명· 재산·성적자기결정권 등 법익을 보호하는 일을 한다. 즉 1단계로는 살인하는 것은 범죄라고 형법에 규정함으로써 살인범죄의 의지를 저지시켜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고, 2단계로는 실제 살인이 일어난 경우 그 살인범을 잡아서 형벌에 처함으로써 사람의 생명이라는 법익을 보호한다는 2중구조로 되어 있다.그런데 이 2단계의 보호기능은 그 수행이 순전히 형사사법시스템에 좌우된다. 따라서 거악 제거를 위해 아무리 형법을 잘 만들었다 해도 형사사법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실제 처벌이 불가능하고 그것은 곧 형법의 보호기능 포기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범죄가 발생했다고 해서 부패완판이 아니라 눈앞에 부패가 존재함에도 검수완박의 잘못된 형사사법시스템이 국가형벌권 발동의 발목을 잡는다면 이게 부패가 완전 판치는 세상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범죄자 처벌은 공판절차에서 검사의 유죄입증에 달렸다. 그 입증은 법원을 설득할 정도의 증명이라야 한다. ‘검수완박’의 형사사법시스템으로는 당장 이게 쉽지 않게 된다.검찰이 중대범죄 수사권을 유지해야 하는 법리는 대체로 수사역량과 재판역량의 두 지점에서이다. 하나는, 복잡하고 고도의 법리적 전문지식과 그에 터잡은 수사역량이 요구되는 난해한 사건이라는 점, 또 하나는 수사에서 패싱된 검사보다 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보면서, 유죄의 심증을 형성한 검사가 공판정에서 유죄를 위한 증명에 강하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 운용은 차치하더라도 제도적으로는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도 있다.전쟁에서 승리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전쟁 대비 훈련도 못해 본 군인보다 훈련받은 바로 그 군인이 전투에 투입될 때다. 수사도 재판을 위한 준비라는 점에서 그와 같다. 분명한 건 검사의 공판정에서의 역량 발현은 수사역량과 별개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이때의 수사역량은 잘 짜여진 형사사법시스템과 그의 정상적인 작동에서 출발한다.작금, 여권발 ‘검수완박’은 국가의 중대기능인 형사사법시스템 오작동의 결정적 원인이 될 수 있다. 검수완박에 한 나라의 형법 기능이 무력화되고 형벌권발동이 발목 잡힌다면 국가의 범죄대응능력이 동력을 잃어 필시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호에 블랙홀이 될 것이다. 퇴행적 제도도입은 안 된다. 아무리 가고 싶은 유토피아가 있다 해도 문명의 시계바늘을 거슬러 갈 수는 없다.

2021-07-18

홈트레이닝의 득과 실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부경대 겸임교수 요즘 코로나19 재확산과 폭염으로 홈트레이닝으로 건강을 챙기려는 사람이 많다.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에서도 쉽게 홈트레이닝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하지만 전문적인 관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잘못된 방법으로 운동을 할 경우 신체에 무리를 주고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스쿼트(Squat)와 함께 팔굽혀펴기(Push-Up)는 가장 많이 하는 홈트레이닝 중 하나이다. 팔굽혀펴기는 하체 일부를 제외한 전신운동으로 가슴, 어깨, 팔, 배의 근력을 향상시키며 다양한 형태로 동작의 난이도를 조정할 수 있어 초보자부터 상급자까지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된 자세로 팔굽혀펴기를 지속하면 운동 효과가 적고 어깨, 팔꿈치, 손목 등에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실례로 팔굽혀펴기는 엉덩이 위치가 높고 상체만 내려가면 운동 효과가 떨어진다. 이런 경우 상체에 체중이 집중되기 때문에 어깨, 팔꿈치, 손목 등에 부상의 위험도 커진다. 반대로 엉덩이가 먼저 바닥을 향해 내려가면서 자세가 흐트러져도 운동 효과가 덜하다. 또한 팔꿈치와 몸통의 간격이 지나치게 먼 쪽으로 내려가도 어깨, 팔꿈치, 손목 등에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이런 이유로 손바닥은 어깨 밑에 위치해야 하며 손가락이 앞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야 한다. 상체, 엉덩이, 다리가 휘어짐 없이 곧은 직선을 이루어야 한다. 복근과 엉덩이 근육에 힘을 주고, 시선은 아래로 향하고 목은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도록 중립을 유지한다. 팔을 굽힐 때에는 몸 전체가 아래로 내려올 수 있도록 하고 엉덩이만 들어 올리지 않도록 주의한다.다시 말해, 양손을 어깨너비보다 약간 더 넓게 벌리고 양발을 가까이 모은 채 몸을 발뒤꿈치에서 머리까지 일직선으로 유지한다. 팔꿈치는 구부리며 가슴을 바닥 쪽으로 내리면서 어깨와 팔꿈치가 일직선이 되도록 주의한다. 팔이 몸과 45도 각도를 이루도록 하고 손을 팔꿈치 바로 아래에 위치시키고 둔근과 복근을 수축시키고 전신을 긴장시킨 채 팔을 굽혀 가슴이 지면과 닿도록 한다.자신의 체력과 운동 목적에 맞게 횟수를 반복한다. 일반적으로 횟수는 1회에 15~20회가 적당하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에 맞게 하면 된다. 첫 시작이 5개면 5개씩 5~20세트를 하면 된다. 우리 근육은 자극을 받으면 굵어지고 힘도 세진다. 횟수는 차근차근 늘려가서 20회를 5세트씩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면 된다. 이때부터는 세트 수는 더 늘려도 된다. 매일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참고로 팔굽혀펴기를 처음 할 때 근력이 약한 경우 무릎을 땅에 붙이고 시작하고, 숙달이 되면 무릎을 땅에서 떼고 하는 것이 좋다.양손의 너비에 따라 운동 효과가 달라진다. 양손이 바닥에 지지하는 간격을 좁게 하면 삼두박근, 극하근(가시아래근), 상부승모근 순으로 근력이 발달한다. 또한 양손이 바닥에 지지하는 간격을 좁게 하면, 양손이 바닥에 지지하는 간격이 넓게 하는 것에 비해 대흉근과 삼두박근의 근력 강화에 더 효과적이다. 양손이 바닥에 지지하는 간격을 넓게 하면, 전거근(앞톱니근)의 근력이 가장 많이 발달한다. 이처럼 자신이 특별히 발달시키고자 하는 근육이 있다면, 양손이 바닥에 지지하는 간격을 넓게 하거나 좁게 하는 운동 방법을 통해서 조절하면 된다.저항운동(resistance exercise)에서 호흡은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을 낼 때 일시적으로 호흡을 중단한다. 이를 발살바 메뉴버(valsalva mannuver) 현상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성문이 닫힌 상태에서 힘을 주기 때문에 나타난다. 힘을 발휘하면서 호흡을 중단할 경우 흉강 내부의 압력이 증가되면서 심장으로의 정맥 흐름을 방해한다. 이와 반대로 반복해서 의도적으로 숨을 아주 힘껏 내쉴 경우에도 어지러움이나 현기증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는 혈액에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감소되면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자신의 체중을 이용하여 근육에 자극을 가하는 팔굽혀펴기 운동에서 호흡은 내려가면서 들이마시고 올라오면서 내쉰다.홈트레이닝에서도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은 필수이다. 홈트레이닝 동영상을 보면 준비운동 없이 바로 운동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근육과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체조와 스트레칭은 반드시 하도록 한다. 운동 후 스트레칭은 몸에 젖산이 적게 쌓여 몸이 훨씬 가벼울 뿐만 아니라 운동부상도 예방된다. 특히 비만하거나 혈압이 높은 사람들은 마무리운동이 중요하다. 운동을 하면 안정시보다 심장박동수가 대개 2배, 수축기 혈압은 10~20mm Hg 정도 올라가므로 마무리운동으로 심장박동수와 혈압을 빨리 평소 수준으로 낮춰야 심장과 혈관에 주는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의사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홈트레이닝은 시간적, 공간적 접근의 편의성이 있다. 약간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자세로 운동을 하더라도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하지만 장기간 잘못된 자세와 동작으로 운동을 하면 신체 불균형이 생기고, 그로 인해 통증과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했으면 한다.

2021-07-18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윤영대​​​​​​​수필가 제헌절이 있는 7월, 마을 길에도 무궁화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우리의 ‘나라꽃 무궁화’, 학명 Hibicus는 이집트의 히비스 신의 이름이며 ‘샤론의 장미’라고 부른다. 샤론은 가나안 복지 중에서도 제일 좋은 곳, 성경에는 ‘수선화’로 번역돼 있다. 꽃말은 ‘일편단심’ ‘영원’이다. 신라의 옛 기록에 근화향(槿花鄕), 즉 ‘무궁화의 고향’이라고 했고 중국의 ‘산해경’에도 ‘군자의 나라에 훈화초(무궁화)가 많다’고 했으니 우리나라는 근역(槿域), 즉 무궁화동산이었음이 틀림없다.무궁화는 7월부터 100여 일간 한 그루에 삼천 송이 이상 끊임없이 피고 지며, 아침에 활짝 피었다가 저녁이면 고이 꽃잎을 닫고 져버린다. 꽃이 귀한 여름철에 유난히 우아하게 피어나는 꽃잔치를 보노라면 무궁화 축제가 기억난다. 1991년 8월 경희궁에서 제1회 ‘무궁화 큰잔치’를 연 이후에 매년 전국적으로 시행하여 오고 있는데 포항에서도 2012년부터 청하의 기청산식물원에서 포항시향과 오페라단의 음악인들을 초청하여 뜻깊은 무궁화 축제를 열어왔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축제 소식이 없기에 식물원을 찾아가 보았다.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미안해하시는 이삼우 원장님과 무궁화 축제가 잘 계승되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무궁화원으로 갔더니 숲 가득히 아름다운 무궁화를 잘 가꾸어 놓으셨다.무궁화는 크게 3품종이 있다. 꽃 전체가 하얀 배달계, 꽃 중심이 빨간 단심계, 꽃잎에 무늬가 있는 아사달계가 있고, 단심(丹心)계는 꽃잎 색깔에 따라 백단심, 적단심, 자단심, 청단심으로 분류된다. 대부분 홑꽃이지만 수술과 암술이 꽃잎처럼 화려한 겹꽃도 있어 전 세계 300여 종의 무궁화 중에 220여 종이 기청산식물원에 피어나고 있단다. 이름 또한 배달 사임당 새한 화랑 한얼 아사녀 삼천리 평화 등 우리말 이름이 많은 것도 서울대 류달영 박사를 중심으로 품종 발굴과 개량, 체계적 분류에 힘쓴 공로이리라.일제 강점기에는 한민족의 상징목이라고 만지거나 바라만 보아도 몸에 병이 든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전국적으로 뽑아버리고 불태워 버린 수난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독립투사들이 민족의식으로 지킨 덕분에 오늘날 ‘나라꽃’으로 삼천리 방방곡곡에 환한 겨레의 얼을 보여주고 있다.그런데 1896년 독립문의 주춧돌을 놓을 때 당시 애국가 후렴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이라고 부르며 나라꽃이 되었고, 지금 대통령 휘장을 비롯하여 입법·사법부의 휘장으로 또 태극기 깃봉으로 되어있지만 무궁화가 법적으로 국화(國花)임을 결의하거나 법령공포를 한 적이 없고 그냥 상징적 의미로만 있을 뿐, 오히려 일본의 신화(神花)라는 주장도 있다. 봄만 되면 전국이 벚꽃 축제로 떠들썩대지만 정작 우리꽃 무궁화 축제는 그렇지 않다. 이제 우리 민족의 역사와 얼이 담긴 나라꽃을 잘 보듬어가야 하리라.향기가 없고 진딧물이 많다고 멀리할 수도 있겠지만 씨앗과 꽃, 껍질이 약재로도 훌륭한 꽃이니 모두의 가슴에 무궁화를 심고 어지러워지는 듯한 국민의 마음을 단심으로 가꾸자. 시골집에도 무궁화 한 그루를 심었다. 이름은 ‘산처녀’. 무더위 속에서도 티 없고 맑은 무궁화 꽃이 피어나리라.

2021-07-18

깨끗한 공장(Clean Factory), 기업 생존 필수조건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인간은 누구나 3D업종에서 벗어나 보다 안정적이고, 쾌적한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길 원한다.3D업종이란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로 주로 제조업·광업·건축업 등을 지칭하고 있다.하지만 실제 속내를 들여다보면 같은 제조업에서도 어떤 기업은 현장이 호텔처럼 깨끗하고 안전한곳이 있는 반면에 어떤 기업은 분진과 악취로 숨쉬기조차 힘든 곳이 있다.필자는 어떤 업종에서도 3D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그 기업의 현장을 변화시켜 3D의 반대 의미인 편하고, 깨끗하고, 안전한 현장이 실현되기를 바란다.필자는 물 맑고 공기 좋은 강원도 횡성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좋은 공기를 마시며 살아온 터라, 기업을 컨설팅 하면서 방진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직원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고 방진마스크 없이도 깨끗한 곳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다.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발생원을 근본 뿌리부터 해결할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면서 공장 환경개선컨설팅을 해왔다.이번 환경부분에서 소개할 회사는 우즈베키스탄 페르가나 방적공장이다.방적이라 함은 솜 상태의 섬유(Fiber)로부터 실을 뽑는 과정이라 할 수있다.이 실을 뽑는 과정에서 단섬유가 빠져나오거나, 실이 끊어지면서 발생되는 하얀 면을 풍면이라 하며, 공장 내 날리는 풍면의 양은 어마어마하였다. 공장을 들어갔다 나오기만 해도 어느새 옷에는 눈이온듯 풍면이 온통 붙어있었다.이를 개선하기 시작하여 1년안에 공장내 풍면은 50%이상 감소하였고, 이후 전원 참여 청소활동을 통해 현장을 몰라보게 바꾸었다.“풍면 없는 공장만들기를 통해 깨끗한 일터가 구현되는 것은 마치 깊은 산속에서 순수한 공기를 마시면서 일하는 것처럼 착각이 들 정도로 신선하다”는 직원의 소감도 있었다.이 기업을 컨설팅 하면서 느낀 환경개선 성공 노하우 3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첫째 Data를 측정한다. 측정할 수 없다면 개선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다시 말하면 측정만이 개선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 측정기준을 근거로 목표를 수립하고 추진해 나아가야 한다.둘째 발생원에 대한 근본 원인을 없애야 한다. 풍면의 근본원인은 바로 단섬유로 단섬유의 함유량을 줄임으로 풍면의 발생량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셋째 최적화된 집진구조를 강구해야 한다. 현재의 집진성능을 기반으로 풍면이 많이 발생되는 곳에는 집중하여 최대로 집진할 수 있도록 변경하였다. 많이 발생되는 곳은 많이, 적게 발생되는 곳은 적게 흡입되도록 가변식 집진을 실시한 것이다.위에서 언급한 3가지의 노하우와 함께 청소를 한 결과 공장이 몰라보게 변화되었다.깨끗한 공장(Clean Factory)은 기업생존 필수조건이다.이는 직원들이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일하는 것의 기초이 되고, 나아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요소가 된다고 생각한다.

2021-07-18

노골적인 ‘언론 손보기’ 시작됐다

심충택 논설위원 신문사 편집국에 찬물을 끼얹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늦어도 다음달 중에는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민주당은 지난 주말(1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를 열어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언론중재법 개정안)’를 단독 의결하려다 한 주 보류했다. 법안소위에 포함된 국민의힘 간사를 비롯한 의원 2명이 코로나19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중이기 때문이다. 여당은 이번 주 중 법안소위를 다시 열어 이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현재 문체위 전체 위원 16명 중 민주당 의원이 8명이고 비교섭단체인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까지 합치면 9명으로 과반이 되기 때문에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이 법안은 일사천리로 국회에서 통과된다.야당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언론재갈법’으로 부른다. 권력에 대한 언론의 비판기능을 틀어막겠다는 의도를 가진 법률이라는 의미다. 당초에는 SNS, 유튜브, 1인 미디어 등도 이 법률 적용 대상에 포함됐지만 최근 민주당 미디어특위 회의에서 제외됐다. 친여권 유튜버를 비롯한 지지층 반발과 SNS를 이용하는 여권 정치인들의 계산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지난해부터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에서 쏟아진 징벌적 손해배상제 법안들을 묶어 이달 초 민주당 미디어특위가 만든 통합안이다. 언론사가 허위·조작 보도를 했을 경우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주 이 법안과 관련 “저는 (언론이)가짜뉴스에 가깝게 왜곡할 때 징벌 배상을 거의 회사가 망할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까지 언급했다.말문을 닫히게 하는 독재적인 생각이라서 놀랍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취재기자나 편집국 간부들은 한층 더 ‘셀프검열’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폭로·비판기사나 의혹기사를 쓰거나 편집할 때 회사의 입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 자체가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비민주적 발상이라고 보고 있다. 가짜뉴스라는 개념이 모호해서 기사가 마음에 안 들면 사법권을 장악하고 있는 권력자들이 어떻게든 법 적용 대상으로 몰아갈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판단이다.문재인 정부 들어 여권 권력자들이 언론중재위를 거치지 않고 언론사와 기자를 형사범으로 고발하는 사례는 줄을 잇고 있다. 권력자들이 검찰을 비롯한 공권력을 이용해서 언론을 손아귀에 쥘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까지 적용될 경우 권력비판 뉴스와 관련한 고소·고발은 남발될 것이 뻔하다. ‘취재원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홍창우 부장판사는 “언론의 자유는 우리사회의 최후의 보루인 만큼 취재행위를 형사처벌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수결원칙을 만능열쇠로 착각해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표현의 자유’를 옥죄려 하는 권력자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판결문이다.

2021-07-18

아마존의 경고

최근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는(INPE)는 “아마존 열대우림이 더이상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뿜어대는 탄소가 빨아들이는 탄소보다 오히려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아마존 숲이 파괴되고 지구적 문제로 등장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갈수록 파괴 양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지구인이 경각심을 가지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 잘 알려진대로 아마존 열대우림은 지구 전체 열대우림 면적의 40%다.지구에서 필요로 하는 산소의 4분의 1을 이곳에서 생성하고 있다. 이곳을 ‘지구의 허파’라 부르는 이유다. 아마존 숲의 황폐화가 지속된다면 지구의 허파는 손상되고 지구는 온난화 문제를 포함 심각한 기후 변화의 후폭풍에 시달리게 될 것이 뻔하다.열대우림(熱帶雨林)은 고온 다습하고 연중 2천mm 이상 강수가 내리는 곳이다. 다양한 식생과 동물이 서식하는 복잡한 생태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마존은 전 세계 생물종의 절반 이상이 생존할 정도로 열대우림의 대표적 지역이다. 그래서 열대우림의 생물상의 다양성이나 산림생태학적 가치는 매우 높게 평가된다.하지만 지구를 정화하는 측면에서 보면 열대우림의 존재 가치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크다. 아마존 숲 내 수십억 그루의 나무가 지구에 존재하는 막대한 양의 탄소를 저장하지 못한다면 지구의 환경변화가 줄 고통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지난 15일 독일 등 서유럽지역을 강타한 폭우로 1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100년만에 최악을 기록한 이번 폭우도 지구 온난화가 배경이 된 기상이변 때문이라 한다. 지구 기상변화에 대한 경고음이 너무 자주 들린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7-18

별이 빛나는 밤에

영일대로 걸었다. 저녁을 먹고 나온 산책길, 북부 바닷가에는 일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붐볐다. 장미정원 가까이 무대에서 행사진행자의 마이크 소리에 따라 함성이 오르내렸다. 광장에는 농구공을 튕기는 아이들, 더운 날씨와 상관없이 다정하게 어깨를 맞댄 연인들, 강아지에게 이끌려 나온 이웃들, 부딪히지 않으려 애쓰며 걸어야 할 정도였다. 바다로 조금 더 가까이 나앉은 누각에 오르니 바람이 훨씬 시원하다. 누각은 네 방향으로 열려있어 동해로 이어진 바다 방향에서는 하얀 요트가 다가왔다가 멀어져가고 저 멀리 포스코 건물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공장에 불빛이 밤을 낮처럼 일하는 이들이 있다고 알려준다.환여동 카페촌으로 몸을 돌렸다. 가게들이 불빛을 환하게 바다에 쏟아붓는다. 영문을 모르고 몰려나온 그 불빛을 파도가 일렁이며 휘젓는다. 동행한 아들에게 이 풍경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냐고 물었다. 글쎄요 하더니 금방 ‘고흐’의 그림이 떠오른다고 했다. 맞다, 고흐가 그린 두 개의 ‘별이 빛나는 밤에’ 중 론강에 비친 별빛과 닮았다.빈센트 반 고흐는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을 죽기 전 1888년 9월에 그렸다. 그는 70~80도의 압생트를 즐겨 마셨다고 하는데, 독주 속에 테르펜이라는 물질이 있었다고 한다. 이는 황시증이라는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일부에선 고흐가 이 병을 앓았을 거라 주장한다. 황시증에 걸리면 노란색이 유독 진하게 보이고, 빛을 볼 때 빛이 일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 근거로, 고흐의 초기작과 후기 작품을 비교하며, 그림에 별빛과 햇빛이 무리지는 표현이 많다고 지적한다. 고흐가 밤하늘을 표현하는 나름의 방식이라기보다는 실제로 하늘과 별이 그림과 같이 보여서, 보이는 대로 그렸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고흐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자주 ‘어지럼증’을 호소했다는 내용이 있으니, 더 설득력 있게 들리기도 한다.그러나, 영일대 누각에서 이 풍경을 본다면 해석이 달라질 것이다. 론강 빛의 이지러짐이 포항 앞바다에 일렁이는 빛과 너무나 똑같으니 말이다. 카메라로 바다에 흐르는 별빛을 그려본다. 아들이 영일대의 불빛을 보고 바로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제목을 떠올릴 만큼 고흐는 사랑받는 화가이다. 많은 이가 고흐의 그림을 좋아하게 된 것은 그의 제수씨인 요한나 덕분이다. 고흐가 37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죽고, 동생 테오도 몇 달 후 세상을 떠났다. 잠깐의 결혼 생활에도 불구하고 남편을 잃은 요한나는 아들을 혼자 키우며 두 형제가 18년간 주고받은 편지를 번역하는 일을 진행했다. 편지 속에 담겨진 형제애와 예술에 대한 사랑을 사람들에게 알려 무명의 화가로 세상을 떠난 고흐의 실력을 빛나는 별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그녀가 세상을 떠나자 아들 빈센트(형의 이름을 따서 테오가 지어줌)는 어머니가 못다한 번역을 마무리하고, 고흐의 그림만을 위한 미술관 건립 하는 일에 힘썼다. 암스테르담에 지어진 고흐 미술관은 세계 사람들을 네덜란드로 향하게 만드는 스타가 됐다.‘고흐’ 하면 선명한 노랑이 떠오른다. 그의 해바라기가 좋아서 매일 덮고 만지는 무릎담요 디자인이 해바라기인 것으로 골랐다. 여름에는 화병에 해바라기 꽃을 꽂아두고 즐기기도 한다. 또 동생 테오가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그린 아몬드꽃이 파란 배경에 가득한 그림은 우산에 담아 들고 다닌다.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고흐 그림을 좋은 친구와 보려고 갔는데 이틀 연속으로 보아도 좋았다. 퇴근길에 보니 누군가 나처럼 고흐를 좋아하는 이가 ‘별이 빛나는 포항’이라는 공연을 기획했는지 거리 곳곳에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이 여름, 포항을 여행하게 된다면 바리톤의 묵직한 음색과 재즈 콘서트를 날짜별로 찾아보아도 좋다. 그리고 밤이 깊으면 영일대 누각으로 나가 내가 발견한 고흐의 그림을 찾아보기 바란다. 고흐가 사랑했던 론강의 별들이 포항에 내려와 흔들리는 명작을 건져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김순희(수필가)

2021-07-18

민선7기 3년, 군민들과 함께 해 온 시간을 돌아보다

오도창 영양군수 벌써 민선 7기 3년의 시간이 지나갔다.지난 3년 동안 민선 7기 군정 운영에 있어 많은 성과를 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고 부족함은 없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민선7기 3주년을 맞이해 남은 1년 동안 ‘변화의 시작 행복영양’의 슬로건을 되새기며 새롭게 각오를 다지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취임 이후 3년 동안 기존의 추구해 왔던 군정 운영의 물길을 바꾸고 군민이 실질적으로 요구하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해 왔으며 취임식에서의 약속을 지키고자 화합과 소통으로 영양군민 모두의 군수가 되고자 앞만 보고 묵묵히 달려왔다. 성과와 속도 중심의 행정에서 소통과 협력을 중시하고 내실 있는 밀착행정으로 군정의 혜택을 피부로 느낄 수 있고 군민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고 지속가능한 행복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왔다.하지만 그 와중에도 어려움은 있었다.민선7기 2년차 때 불어닥친 코로나19와 해마다 찾아오는 장마·태풍 등의 자연재해가 군민들의 생활에 큰 어려움을 주었다.코로나19 직후부터 영양군에서는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소비위축 대응을 위한 지역화폐 특별할인을 실시했고 상수도 사용료 감면, 농기계 임대 사용료 50% 감면, 경영안정 지원금 지급, 특별공공근로사업을 실시해 군민들의 생활안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다.그리고 민선 7기의 목표는 확고하다.생활밀착 행정 구현과 지역경제 활성화가 가장 우선 목표다. 영양의 당면한 주변 환경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기본적인 군민생활 분야에서 행정의 책임을 높이고 속도감 있게 실천해 안심하고 기댈 수 있는 행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그동안 대규모 SOC 위주의 정책을 추진해 왔기 때문에 우리 군민들의 일상에 필요한 생활밀착 행정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그래서 군민의 삶을 보살피는 일에는 더욱 정성을 기울였다. 각종 주민불편사항을 신속히 해결해주는 생활민원 바로처리반이 2019년 3월부터 운영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4천여건 이상의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지역 어르신들은 군에서 지원된 목욕상품권을 들고 목욕탕에서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전통시장 장보기 배송서비스 시행, 농어촌 버스 개편, 행복택시 운행 확대 등을 시행해 군민들이 변화된 행정서비스를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주민 정주여건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가져왔다. 우선 영양소방서 신설 확정시키고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직접 마을가꾸기의 주인으로 나서도록 했다.마을정비형 공공주택사업과 행복주택 건립, 석보면 농촌중심지 활성화, 청기면 기초생활거점 육성사업, 인구지킴이 대응센터·청소년 수련관·노인복지관 개관, 가로등 LED 교체사업 및 읍 시가지 간판개선사업 시행도 성과다.농업분야에서는 농산물품질관리원 영양분소 유치,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과 농작업 대행반 운영, 고추품질개선 장려금 인상과 고추 수매단가 및 수매량 증가, 농업재해보험 자부담 경감 등 성과를 냈다. 이렇게 민선7기에서는 군민 생활과 밀접한 정책으로 행정 방향을 바꾸어 군민 모두가 행복한 영양을 만들어 가고 있다.또 마을과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어 침체되고 활력을 잃은 지역 상권을 살리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민선 7기의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들이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 아니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조율하는 등 행정의 보호망을 강화함으로써 소상공인의 형편이 나아지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사람과 지역경제의 활력 넘치고, 군민들 얼굴에 행복한 웃음이 가득한 살기 좋은 영양의 기반을 마련해 온 소중한 순간들이었다.이제 남은 1년의 임기 군정은 지난 3년의 경험을 토대로 농업의 경쟁력과 가치를 높이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군민이 행복한 환경에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할 것을 약속한다.

2021-07-18

정치 테마주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이른바 정치 테마주가 올 상반기 중에도 격하게 요동을 쳤던 것으로 분석됐다. 일부 종목은 6개월 동안 무려 900% 가까이 상승했으니 놀라운 기록이라 하겠다.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올해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종목은 부동산 매매·임대업체인 A사다. 이 업체 주가는 지난해 말 동전가격 수준인 677원에서 지난 6월말 현재 6천650원으로 882%가 폭등했다.대선주자 이재명 경기지사의 장기 공공주택 정책의 수혜주로 주목받는 정치 테마주로 상반기 줄곧 상승세를 이어왔다고 한다.정치 테마주는 정치인의 정책이나 인맥 등에 의해 대개는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으로 손꼽히며 후보 움직임에 따라 심한 등락을 거듭한다. 문제는 회사의 실적이나 기초체력과는 무관하게 움직여 비이성적으로 과열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소문에 따라 움직일 때가 많아 대체적으로 개미군단이 최대 피해자가 된다.2017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돌연 대선 출마선언을 중단하면서 관련 테마주들이 줄줄이 하락하고 황교안, 안희정 관련 테마주들이 급등했던 사실을 생각해 보면 지금도 한국증시의 취약성이 정치테마주에 남아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전문가들은 기업의 본질 가치와 무관하게 가격이 급등하는 정치 테마주 현상은 국제적으로도 잘 없는 사례라 한다. 있다 해도 대부분의 정치 테마주는 개발도상국에서 일어나고 개도국은 정경유착이 높은 나라라는 점을 고려하면 부정적 현상으로 평가한다.내년 대선을 앞두고 하반기에도 정치 테마주의 움직임이 요란할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테마주가 대선주자의 당락에 상관없이 끝장엔 폭락을 기록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7-15

각자무치(角者無齒)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옛말에 각자무치(角者無齒)란 말이 있다.‘뿔이 있는 놈은 이가 없다.’는 뜻이다.즉, 뿔이 있는 소는 날카로운 이빨이 없고, 이빨이 날카로운 호랑이는 뿔이 없으며, 날개 달린 새는 다리가 두개뿐이고, 날 수 없는 고양이는 다리가 네개다. 예쁘고 아름다운 꽃은 열매가 변변찮고, 열매가 귀한 것은 꽃이 별로다. 세상은 이렇듯 공평하다. 장점이 있으면 반드시 단점이 있고, 때론 단점이 장점이 되고, 장점이 단점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세상 이치다. 사람이나 동·식물만 장·단점이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이 만들어낸 정책도 장·단점이 있을 수 밖에 없다.요즘 정치권에서 포퓰리즘 논란이 많은 재난지원금 정책도 그렇다. 어떻게 시행한다 해도 말이 많을 수 밖에 없다.여당은 전 국민재난지원금을 당론으로 결정하고, 재정당국 협조를 압박하고 있다.하지만 정부를 대변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당초에 당정이 합의했던 소득 하위 80% 지급안을 고집하면서 당정갈등으로 번진 상태다. 당정이 소득 하위 80%에 한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가 전국민대상 지급으로 입장이 바뀐 것은 형평성 문제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산이 많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가 소득 하위 80%라는 이유로 재난지원금을 수령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길은 정치가 내고 정부는 낸 길을 따라가는 것”이라며 홍 부총리에게 전국민 지급 합의를 수용하라고 압박했는 데도 홍 부총리는 재정운용의 정치적 결정을 반대했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정을 놓고 여권과 여러 차례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해 3월에도 민주당 지도부가 소득 하위 70%에 지급하기로 한 기존안을 전 국민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자 강하게 반발했고, 올해 초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놓고서도 충돌한 바 있다.정당 사상 최연소 당대표로 등장해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역시 여야 대표간 회동에서 전 국민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를 했다가 반론에 부딪쳐 합의를 번복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국회 당 대표실 앞에서 협상과정과 관련, 송 대표가 ‘선별 비용 문제가 있으니 80%가 아니라 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 가면 어떠냐’고 해서 “방식 문제라면 80%나 100%나 차이가 크지 않다. 그 부분은 검토할 수 있다고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당 내부 비판에 대해 못마땅한듯 이렇게 반박했다.대선을 앞두고 재난지원금을 ‘주자·말자’의 논쟁에 저희가 ‘주지 말자’의 자세로 서는 것 자체가 전략적으로 옳은 선택인가 반문하고 싶다는 것이었다.사실 진영논리를 떠나 국민 전체에 대한 격려와 위로 차원이라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나쁜 선택일 수 없다. 최선의 정치는 순리를 따르는 데서 이뤄진다고 했다.알쏭달쏭한 정치, 참으로 요지경이다.

2021-07-15

공정(公正)의 잣대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요즘 들어 부쩍 공정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그것은 현실이 그만큼 공정하지 못하다는 반증일 터이다. 지금의 정권이 출발부터 공정과 평등, 정의를 기치로 내걸고 지난 정권을 모조리 적폐로 몰아 단죄한 것이 공정에 대한 논란의 발단이었다. 이 정권과 여당은 그것이 마치 자기들만의 전유물인 양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댔다. 저들은 무슨 짓을 해도 공정하고 정의롭다는 황당한 선민의식과 후안무치가 사회를 편파와 분열의 막장으로 몰아간 것이다.말은 쉽지만 공정이란 간단명료하게 시비가 가려질 개념은 아니다. 편을 갈라 내 편은 옳고 네 편은 그르다는 식의 적대적인 양분논리와는 더더욱 거리가 멀다. 서울대 김범수 교수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을 때 세상에 완벽하게 공정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저마다 사회경제적 배경이 다르고 타고난 능력과 성향, 외모 등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삶의 모든 순간이 불공정의 연속이다.”고 했다. 그렇다고 불공정을 묵인하고 방치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을 지향해야 하는 것은 그것이 보다 다수가 안정되고 행복한 사회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공정사회란 법과 원칙이 지켜지고, 상식이 통하며, 못 가진 자에 대한 가진 자의 양보와 배려가 있는 사회이다. 그런 사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시책과 법 적용이 공정해야겠지만 그것만으로 다 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사회 전반에 걸쳐 국민들의 양식과 도덕적 수준이 향상되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공감과 배려가 다른 한 축이 되어야 한다. 기득권자들의 지위와 인맥을 이용한 비리와 부정이 판을 치는 사회에서는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만 가증될 따름이다.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전 국민에게 일인당 얼마씩 지급하는 게 가장 공평한 처사라는 주장도 있고, 절박하게 고통 받는 사람들을 선별해서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평하기로야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재난지원금이란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 코로나19 때문에 생존에 위협을 받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별다른 경제적 손실이 없거나 오히려 득을 보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양보나 배려가 우선되지 않은 공평이 올바른 일일 수 없다는 걸 안다면 무엇이 더 공정한 잣대인지 자명해 질 것이다.여당의 대권주자들 중에는 전 국민이나 하위 80%까지 지원 대상으로 하자는 인사들이 있다. 재난지원금으로 매표행위를 하려는 속셈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수작이다. 그들의 관심사는 절박한 국민들의 고통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것이 더 많은 표를 긁어모을 수 있는가 일 뿐이다. 그래서 곤경에 처한 사람들의 아우성에는 아랑곳없이 정의로운 척 공평이란 잣대를 갖다 대는 것이다. 재난지원금은 마땅히 가장 심각하게 피해를 본 사람들을 위한 긴급 구호책이 되어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매표행위를 하는 사악한 포퓰리즘에 현혹되는 국민이 없기를 바란다.

2021-07-15

이상한 사회적 거리두기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지난주 끝난 세계적인 테니스 메이저 대회 윔블던 대회에서 수만명의 관중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관람하는 모습이 TV에 비추어졌다. 마스크를 쓰고도 관람 인원을 제한하고 있는 한국에서 TV를 보는 테니스 팬들에겐 대단히 충격적인 장면이었다.전에는 듣지도 못했던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이 작년 봄 시작된 코로나 사태와 함께 이제는 일상의 단어로 자리잡기 시작했다.이 생소한 단어는 영어의 소셜 디스턴싱(Social Distancing)을 번역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의한 유행성 감염을 막기 위해 사람과 사람 간의 거리를 두자는 캠페인이다.우리 정부가 내놓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화제가 되고 있다.특히 세부 지침에 포함된 ‘그룹운동 음악속도 제한’은 세계적으로 큰 논란을 낳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스피닝, 에어로빅, 줌바 등 그룹운동을 할 때 음악 속도를 120bpm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한다. 또한 피트니스센터는 러닝머신을 이용할 때 속도를 6km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속도를 제한하는 이유는 고강도·유산소 운동을 하면 침방울 발생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뉴욕타임즈(NYT)는 스포츠 음악 분야의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하여 음악속도 제한 규정은 근거가 없는 규제라고 보도했다.NYT는 러닝머신 속도를 시속 6㎞ 이하로 유지하도록 한 규정에 대해서는 러닝머신 속도는 제한하면서 사이클 등 다른 운동 기구에는 제약을 두지 않는 것이 의문이라고 했다.택시 탑승도 사적 모임으로 규정해 오후 6시 이후 탑승 인원을 2명으로 제하고 식당도 2인 이하로 제한 것도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만원버스나 지하철, 기차에서도 다수 인원이 이동하는데 택시만 규제하는 것은 불공평하고 과학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이 같은 방역수칙에 대해 정치권의 야권은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하고 있다.지금까지 거리두기 지침으로 영업에 타격을 입어온 자영업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편의점, PC방, 음식점, 카페 등 자영업체들은 “확진자가 늘어날 때마다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희생만을 강요해왔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싱가포르에서는 이제 확진자 카운트를 안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윔블던 경기에 마스크 없는 많은 관람객들을 허용하면서 규제를 풀고 코로나와 공생하겠다고 선언했다. 코로나 음성판정을 받은 입국객에 대하여 자가 격리를 푸는 국가도 증가하고 있다.어떤 정책이 맞는 것인지 속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를 과학적으로 확실히 증명되지 않는 방법을 통해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인간의 행복은 질병에 걸리지 않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유로운 삶에 대한 욕구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정부의 코로나 대응 대책에 운영의 묘를 기대해본다.

2021-07-15

사소한 일은 없다

강영식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 감자를 설탕에 찍어 먹느냐 소금에 찍어 먹느냐는 사소한 문제로 다투다가 급기야 감정이 격화되어 큰 싸움이 되고 결국 이혼하게 된 부부가 있다. 커피에 설탕을 탈까 소금을 탈까 그 문제로 싸우다가 이혼한 부부도 있다고 한다. 심리학자 리처드 칼슨은 우리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일의 대부분은 이처럼 사소한 문제라고 하면서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지 말라”고 했다. 따져보면 목숨을 걸만한 중대한 일은 없으니 목숨 걸고 싸우지 말고 초연하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목숨 걸고 싸우는 일이 사소한 일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면 사소한 일이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닌 것이 된다. 그래서 테레사 수녀는 “사소한 일은 없다. 모든 일은 다 소중하다”고 하면서 사소한 일이라 할지라도 가볍게 여기거나 무시하지 말고 충실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했다.보험회사의 관리자였던 하인리히는 7만5천 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한 결과 하나의 대형사고가 일어나기까지 29건의 작은 사고가 먼저 일어나고, 29건의 작은 사고들은 또 다시 300건의 경미한 사고가 겹쳐 누적되면서 발생한다는 1:29:300이라는 하인리히 법칙을 발표했다. 사소한 문제를 무시하여 그대로 놔두면 그것이 누적되어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사고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도 숱한 작은 징후들이 포착되었는데 사소한 문제로 무시한 결과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로 이어졌고 미국의 9·11테러 사건 역시 수많은 테러의 조짐이 있다는 경고가 있었는데 역시 이를 사소한 일로 무시하여 발생하였다.여호수아가 가나안에 들어갈 때에 하나님이 멸절 시키라고 했던 가나안 땅의 가사, 가드, 아스돗이라는 작은 마을을 사소하다고 여겨 멸절 시키지 않자 후에 골리앗과 들릴라가 이 마을에서 나와서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손상을 이스라엘에 입힌다. 성경 아가서에는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고 했다. 보잘 것 없는 작은 여우가 나무를 손상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여겨 무시해 버리면 그 여우가 봄에 꽃잎을 따 먹어 버리기 때문에 결국은 과수농사를 망하게 한다는 것이다.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14년 세월호 침몰, 2020년 이천 물류센터 화재, 최근에 쿠팡물류센터 화재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생명을 앗아간 대형사고가 적지 않다. 이런 대형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업무태만, 안전교육 및 훈련 미비, 정비 불량 등을 사소한 일로 여겨 무시한 결과이다. 그러므로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고 싸워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사소한 일을 무시하거나 방치하지 말며 소중히 다루어야 할 것이다.

2021-07-14

적이 보이지 않는 전쟁

배문경수필가 전화벨이 한여름 매미가 한꺼번에 울어대듯 울린다. SNS로 노쇼(no show)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의 전화다. 한 사람 분량의 백신을 올렸다가 병원 업무가 20분간 마비되었다. 노쇼 예비명단을 A4용지 열장 가까이 갖고 있다. 외국으로 나갈 학생이나 무역업무가 관계된 사람들은 백신이 시급하다. 오죽하면 백신을 맞을 수만 있다면 한달음에 달려오겠다고 통사정을 할까. 서울에서 경주까지 KTX를 타고 온 예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유분이 많지 않다.근래엔 코로나예방주사로 병원이 예외 없이 붐빈다. 환자의 치료와 간호, 간병하는 일 속에 예방접종도 포함되지만 코로나19와의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업무 속에는 환자와 의료진, 막 접종을 마친 사람과 대기자들로 병원 안은 종일 북새통이다. 특히 원무과 업무가 마비되었기에 노쇼 등록을 자제해 달라는 얘기가 나왔다. 나름의 어려움 속에서도 백신 접종행렬은 계속 진행된다.몇 달 전, 병원에 코로나 환자가 진료를 받고 입원했다. 그는 열없이 복통증세를 보였다. 그 환자의 동선을 따라가면서 겹치거나 스치는 모든 사람이 감염 대상자로 분류되었다. 한 사람에 의해 전파된 조직도를 보면 거대한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병원의 직원들과 입원한 환자들이 대상이었다. 확진자는 더 큰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남은 환자와 직원이 함께 병동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절대 퇴원하지 않겠다는 소수의 환자들로 인해 의료진이 함께 병동에 2주간을 고립된 채 근무했다.최소의 인원으로 2교대 근무가 이루어졌다. 환자와 의료진이 외부와 단절된 채 일방적인 통로로 음식물과 필요물품이 전달되었고 밖으로는 배출이 되지 않는 감염차단 시스템이었다. 그들 모두가 일회 용기에 담긴 부족한 식사를 했다. 그래서 2주라는 시간 탓에 미혼의 남자 간호사가 주를 이루었다. 마스크에 페이스 쉴더, 그리고 가운에 장갑까지 중무장하고 주사를 주고 회진을 돌았다. 매주 검사를 통해 음성양성을 판가름했고, 2주를 손꼽아 기다리는 도중 릴레이처럼 한 명씩 양성이 나왔다.2주를 넘기자 의료진의 체력이 소진되어 음성이 나온 직원은 집에서 스스로 고립을 선택했다. 그러면 대기하던 2차 의료인이 투입되었다.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은 모두를 지치게 했다. 격리병동의 환자들 사이에 전염과 전염이 거듭되면서 해제까지 한 달하고도 일주일이 걸렸다. 이제는 백신이 도입되고 국민에게 접종하면 끝이 보인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때는 페스트로 인해 죽음의 공포로 어둡던 암흑기 유럽의 도시를 보는 기분이었다.초기 코로나19로 사망자가 속출했을 때에 비하면 많이 안정세다. 하지만 다시 델타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빨간 비상등이 켜졌다. 2020년 2월부터 우리는 브레이크 등을 켠 채 서서 파란 등에 불이 와 주길 기다리고 있다. 간혹 짧게 앞으로 나아가던 차들은 다시 멈춤을 반복하고 있다. 좀체 우리를 놓아주지 않는 이 거대한 붉은 신호등 앞에서 좌절하고 쓰러지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하지만 한 달 두 달 갈수록 백신의 위력이 바이러스를 물리칠 것 같다는 희망이 생긴다. 이러한 희망이 없다면 누구도 불편을 감내하지 못할 일이다. 힘들지만 조금만 더 참자.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격려를 보낼 때다. 익숙해지고 있는 마스크로 들숨과 날숨을 쉬며 그래도 매일 답답한 일상을 잘 견뎌낸다. 이제 곧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폐활량을 극대화시켜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킬 수 있는 날이 다가올 것이다. 우리는 그런 희망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잘 견뎌야 할 것이다.노쇼의 발생분이 100% 접종으로 이어진다. 칠월(七月)의 아름다움 속에서 잠시 여유를 갖자. 까뮈의 소설 ‘페스트’에서 불안과 공포에서 전염병을 이겨나가는 모습처럼 우리도 삶의 역사를 계속 쓸 것이다. 백신을 2차 접종하면 60~88%까지 예방효과가 있다고 한다. 덧붙여 ‘결혼 여름’에서 아름다운 문장을 가져와 본다. ‘태양 속에서, 압생트의 향기 속에서, 은빛으로 철갑을 두른 바다며, 야생의 푸른 하늘, 꽃으로 뒤덮인 폐허, 돌더미 속에 굵은 거품을 일으키며 끓는 빛 속을’ 상상하며 오늘은 환하게 웃어보자.

2021-07-14

어링불 해돋는길 보릿골 연자방아집

언제부턴가 개나리 진달래 민들레 아파트는 가난한 집들의 주소가 되었다. 날뫼고을 양지마을은 쫓겨나고 비산동 선 캣슬 타운이 들어섰다. 보릿골 푸른 이랑은 커플이 부킹 골프를 엔조이하는 그린 필드가 되었다. 금수강산엔 엘레강스하고 럭셔리한 로열패밀리가 산다.도시 곳곳에 저택(?)들이 위용을 자랑한다. SK뷰, 롯데캐슬, 더샾, 아이파크, 자이, 힐스테이트, 에버빌, 블루밍, 파크드림, 까사밀라, 부티크시티, 푸르나임, 코보스카운티, 위브 더 제니스, 마린 시티, 골든 스위티, 센터시티 등이다. 자연스럽게 이룬 마을이 아니라 건설사의 상업주의가 낳은 마을이다. 고급스러움만 강조한 이름으로 감성은 없고 자본주의 냄새가 짙게 묻어난다.e편한세상, 꿈에그린, 푸르지오, 내안愛, 뜨란채, 안아주 등은 우리말로 지은 이름이다. 편안한 집, 꿈에 그리던 집, 푸른 집, 아내처럼 사랑스러운 집, 뜰 같은 집 한 채, 안아주는 집, 그 뜻을 음미해보면 편안하고 포근하고, 따뜻한 인본주의 감성을 지니고 있다.호려울마을 - 마을이 산에 둘러싸여 호리병 같고 금강과 어우러졌다. 호리병+여울범지기마을 - 땅 모양이 누워있는 범을 닮음.도램마을 - 땅 모양이 황소의 고삐를 닮음.수루배마을 - 수로가에 논배미가 있는 들에서 따온 이름.둔지미마을 - 둔전으로 부치던 밭이 있다고 해서 부르는 이름.가재마을 - 마을의 중심에서 한쪽 가장자이에 있는 골짜기에서 따온 이름.세종시는 우리말 명칭을 전용하는 도시다. 그래서 한글을 창제한 정신에 맞게 순우리말로 마을 이름을 지었다. 어질고 덕행이 높은 행정지역이라고 어진동, 주민들이 다정하게 잘 살라는 뜻으로 다정동, 생생하고 산뜻한 느낌으로 살라고 새롬동, 아름동, 고운동, 도담동, 새뜰마을, 한뜰마을, 새샘마을 등이다. 정감이 있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지명으로 잘 살린 경우이다.분당의 마을 이름도 우리말이 많다. 아름마을, 푸른마을, 정든마을, 장미마을 샛별마을, 양지마을, 이매촌, 아름마을은 사람도 마을도 아름다울 것 같고 푸른 마을은 마음이 늘 푸를 것 같다. 정든 마을은 쉽게 마을을 떠나지 못할 것 같다. 비록 아파트 단지이지만 이름에 사람의 감성이 살아 있으니 얼마나 아름답고 고운가.밤두둑마을 - 밤나무 열매가 늘 두둑하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한밤마을 - 큰 밤이 많이 열린다고 해서 붙인 이름.무섬마을 - 물 위에 뜬 섬 같다고 하여 붙인 이름.동피랑마을 - 동쪽 벼랑이라는 뜻.가마솥 해저놀 - 태평양 지형 사전에 등재된 우리말꽃신 해저놀 - 남극 지형 사전에 등재된 우리말김제 - 볏골, 과천 - 돋할, 공주 - 고마나루, 고양 - 한뫼, 강릉 - 하슬라, 울산 - 울뫼, 광주 - 빛고을, 인천 - 미추홀, 부산 - 가마뫼, 초량동 - 새뛰, 수유리 - 무넘이, 함안 - 아라, 포항 - 어링불, 양수리 - 두물머리, 춘천 - 봄내, 전주 - 온고을, 안성 - 새밝골, 안산 - 노루목, 하회마을 - 물돌이, 안동 - 고타야, 수원 - 물골, 판교 - 널다리, 부여 - 소부리, 보령 - 한내, 무안 - 물아혜, 논산 - 놀뫼일제 강점기, 일본이 조선의 지도를 제작하려고 국토를 조사하면서 지명을 한자로 바꾸었다. 그래서 발음도 편하고 아름다운 우리말 지명이 대부분 한자화되고 말았다. 우리말 지명에는 거기에 얽힌 사연이 있고 역사가 있고 함께 살아온 민초들의 정서가 녹아있는데, 모두 말살해버린 것이다.강원도 정선 숙암리에 ‘안돌이지돌이다래미한숨바우’가 있다. 사람의 몸짓과 강원도 사투리가 섞인 이름인데, ‘가슴으로 안고 돌고 등을 지고 돌고 다람쥐가 한숨 쉬며 넘는 바위’이다. 그러니까 사람은 말할 것 없고 날랜 다람쥐도 지나가기 어려운 바위를 말한다. 강원 정선 여량에 ‘김달삼 모가지 잘린 골’이 있고 대전 유성에 ‘도야지 둥그러 죽은 골’이 있다. 우리 산하를 살펴보면 이러한 지명이 적잖이 있다.한 달에 몇 번 우편물이 온다. 보낸 이의 주소를 보면 대부분 000아파트 000동 000호이다. 규격화된 건물, 계층화된 이름, 고유성은 없는 회색빛 주소를 보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콘크리트 냄새가 담긴 주소가 아닌, 자연스럽고 정감이 실린 주소가 적힌 편지를 받아보고 싶다.빛고을 해넘이길 푸른 언덕배기 감나무집 김아무개어링불 해돋는길 보릿골 연자방아집 한아무개고타야 낙동길 물돌이마을 앵두나무집 류아무개/수필가·문학평론가 김이랑

2021-07-14

북한 당국은 ‘한류’ 막을 수 있을까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한류(韓流)란 한국을 상징하는 음악, 영화, 춤 등 문화를 총칭하는 개념이다. 우리의 한류가 아시아 뿐아니라 전 세계에 전파되고 있어 자랑스럽다. 여러 해 전 필리핀 어느 섬 마을을 찾았을 때 어린이까지 우리 일행을 알아보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숨어 버렸다. 월드컵의 ‘붉은 악마’를 연상했던 모양이다. 베트남에서 한국 인기 드라마가 방영될 때 거리가 조용하단다.얼마전 BTS의 K팝이 빌보드 1위에 올랐다. 중국에서 인기 있던 한국 드라마가 압록강을 넘어 북한 땅에 보급된 지 오래다. 한류라는 문화는 국경의 장벽까지 허물고 있다.종편의 ‘이만갑’프로를 즐겨 본다. 구사일생으로 남쪽에 정착한 탈북민들의 감동적인 스토리가 흥미롭다. 탈북 출연자들의 직업도 다양하다. 국경선을 지키던 군인에서부터 평양의 기자, 당 고급 관료, 외교관, 무역 일꾼, 운동선수, 철도 안내원, 가수, 한의사, 협동 농장원 등 직업도 다양하다. 이들 출연자 대부분은 탈북 전 남한 드라마를 접했던 사람들이다. 북한에서 한류를 포함한 남한 문화의 파급력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았다. 이곳 정착 탈북민들은 생존의 본능으로 남한 문화에 대한 흡수력이 대단히 빠른 듯하다.북한에의 한류는 장마당을 타고 청년층을 중심으로 확산일로에 있다. 김정은 정권 하에서도 북한 젊은이들은 남한의 한류를 통한 문화에 매료되고 있단다. 이를 적발해야 할 공안원들까지 남한 CD를 돌려 본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북한의 MZ세대들은 남한의 의상, 화장은 물론 말투까지 따라하는 경향이 증대한다. 북한의 시장 경제와 600만대의 휴대 전화는 한류의 전달매체가 되어 버린 것이다. 압록강 두만강 주변 북한 주민들도 중국을 경유한 남한 텔레비전까지 비밀리 시청한단다. 탈북자 중 일부는 북에 있는 가족에게 돈까지 보내고 확인 통화까지 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북한 당국은 정황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북한 주민들의 말투까지 단속에 나섰다. 그들은 2020년 ‘반동사상 문화 배격법’을 만들어 한류를 차단하려고 한다. 동법 27조에는 ‘남조선식으로 말하거나 남조선 창법으로 노래하는 자는 노동단련형 또는 2년까지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남편을 ‘오빠’, 남자 친구를 ‘남친’이라 부르는 사람은 단속 대상이다. 노상에서의 남녀의 애정행각은 ‘혁명의 원수’로 간주된다. 오스트리아에 유학해 서구 자본주의 문화 폐해를 체감한 김정은이 주민들의 비사회주의적 요소를 막겠다는 취지이다.그러나 북한 땅에서 한류의 원천 차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간의 본능에 따르는 자본주의적 욕구는 통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해방 전후 우리 남한에도 미풍양속을 저해하는 서양 문화를 엄격히 배격하였다. 여인들의 립스틱 사용도 서양 춤도 한동안 금기시 되었지만 이제는 모두 옛날 이야기가 됐다. 북한 땅에 코카콜라가 상륙한 지 오래다. 내가 들러본 금강산 북한 노래방에는 남한의 트로트까지 부를 수 있었다. 평양에는 영업용 택시가 즐비하고, 오렌지 족까지 등장했다. 호기심 많은 북한 청소년의 문화적 취향을 법으로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2021-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