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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방학 디톡스 성공을!

이주형 산자연중학교 교감 어설픈 나라는 절망적이고 안타까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공장으로 변해버렸다.좀처럼 잡히지 않는 코로나 이야기. 국가가 자신들을 버렸다는 청해부대 이야기, 입에 담기도 버거운 청와대의 대통령 찬양 이야기, 생색내기 재난 지원금 이야기, 기록적인 무더위와 열대야 이야기, 순수성을 잃은 올림픽 이야기, 가슴 아픈 제주도 중학교 2학년 이야기 등.이야기가 많은 사회는 역동적인 사회다. 물론 이때의 이야기란 긍정적인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이야기를 재생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살아있는 이야기는 스스로 생명력을 가지고 더 많은 희망적인 이야기를 창조한다. 그런 이야기들의 집합이 문화(文化)이다.문화란 곧 이야기 집이다. 문화가 발전한 나라일수록 생산적인 이야기가 풍성하다. 억지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 자체가 빛이 나는 이야기가 되는 나라, 그런 나라를 우리는 문화 선진국이라고 한다. 그런 나라치고 국민 행복 지수가 낮은 나라는 없다.이야기는 전염성이 강하다. 특히 부정적인 이야기의 전염 속도와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속도도 속도지만 이런 이야기는 사람의 정신세계를 회복 불능 상태로 파괴한다. 부정적인 이야기에 물든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기력함과 무모함이다. 그런 사람에게 행복이 있을 리 만무하며, 그런 사람이 다수인 사회에 희망은 단연코 없다.그럼 지금 우리나라는 어떤가? 이 물음에 가장 쉬운 답은 나라를 구성하고 있는 분야 뒤에 문화라는 말을 붙여보면 된다. 정치 문화, 노사 문화, 종교 문화, 방송 문화, 군대 문화, 사법 문화, 교육 문화 ….! 문화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부끄럽다.그런데 부끄러움을 넘어 죄스러운 말이 있다. ‘교육 문화’. 이 말은 세상에서 가장 역설적인 표현이다. 과연 이 나라 교육에 시험을 빼면 이야기가 있기나 할까! 그나마 예전에는 삭막한 교육 여건에서도 학생이 에너지를 얻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던 시기가 있었다. 바로 방학이다.그런데 학생에게 방학은 어떤 의미일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방학은 학생에게 학교와 사회에 대한 살벌한 독기(毒氣)만 가득 품게 하는 시간이다. 학교는 문을 닫고, 학원은 문을 여는, 그로 인해 학생을 학교로부터 더 멀어지게 만드는 참 괴이한 시간, 방학!디톡스(Detox)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사람의 건강을 위해 인체 내에 축적된 독소를 빼는 해독 작용이다. 2학기 전면 등교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물론 다른 준비도 필요하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사교육과 무기력에 갇힌 학생들에게 진짜 방학 이야기를 되돌려주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교육이 새롭게 태어난다는 마음가짐으로 교사 중심의 상벌점제, 오로지 평가를 위한 수행평가와 같은 교육계에 축적된 독소들을 학교 현장에서 과감히 제거하는 것이다.그러면 2학기에는 그나마 학생들이 학교에서 우리 모두가 행복한 이야기를 마음껏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정상적인 학교 문화를 앞당기는 방학 디톡스가 성공하길 바란다.

2021-07-28

여름철 가스안전관리는 이렇게

정성원 한국가스안전공사 경북동부지사장 여름철 가스사고 주요 원인은 폭염, 태풍에 따른 바람, 호우, 잘못된 부탄캔 사용이다. 올여름에는 가스사고가 발생되지 않도록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안전수칙 몇 가지를 알아보자.첫 번째는 폭염이다. 폭염주의보나 폭염경보가 발령되지 않더라도 여름에는 직접 햇빛을 받는 외부와 밀폐공간은 높은 온도가 유지된다. LPG용기는 압력이 상승해 압력조정기 등이 고장 날 수 있으므로 햇빛가리개를 해야 한다. LPG자동차는 트렁크 온도가 80℃ 이상 되므로 한낮에는 가득 충전하는 것을 피하고, 자동차 내에는 라이터나 부탄캔 등을 보관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여름철에는 천연가스(CNG) 시내버스도 압력을 낮춰 충전한다. 또한, 가끔 캠핑 후 본인도 모르게 부탄캔을 트렁크나 차량 내에 두는 실수로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둘째는 풍수해다. 태풍으로 인한 바람과 집중호우는 직접적인 가스사고를 발생시킨다. 집중 호우가 발생하면, LPG용기는 잘 고정하거나 안전지대로 옮겨야 한다. 만일 가스보일러, 가스렌지, 압력조정기 등이 침수됐다면 제조사 A/S 후에 사용해야 한다. 침수과정에서 흙 등 이물질이 있으면 기기들이 그 기능을 할 수 없어 화재와 폭발사고의 원인이 된다. 주요점검사항은 가스배관 고정상태, LPG용기 고정장치 확인 등이며, 이때 철로된 고정장치는 부식으로 그 기능을 못 할 수 있으므로 흔들어서 확인한다.셋째는 잘못된 부탄캔 사용이다. 여름에는 캠핑인구가 대폭 증가하는 시기이고 조리기구로 가스사용은 절대적이다. 겨울철 사고원인이 가스불이 약하다고 부탄캔을 더운물에 끓이거나 열을 가하는 것이라면, 여름철에는 부탄캔을 덮는 조리기구를 사용해 복사열로 부탄캔이 압력을 못 견뎌 파열되는 것이다. 또한, 숯불 주위에 부탄캔을 방치해 폭발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넷째, 여름철 장기간 집을 비울 경우 집을 나서기 전에는 반드시 가스밸브 잠금 상태를 꼭 확인하고 메인밸브까지 잠그고 가면 아주 안전하다. 혹시 모를 홍수로 인해 가스용기가 침수되지 않도록 하고 용기는 움직이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일 휴가를 다녀와서 실내에서 가스냄새가 나면 밸브를 잠그고 창문을 열어 충분히 환기를 시킨 다음 바로 119나 가스공급자 또는 한국가스안전공사로 신고하면 조치를 받을 수 있다.

2021-07-27

양궁과 공정경쟁

양궁(洋弓)은 1538년 영국의 헨리 5세가 처음으로 대회를 연 것이 시발점이다. 국제양궁협회가 탄생한 것은 한참 뒤인 1931년의 일이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 처음으로 개인종목이 생겨났고 단체종목은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부터다.우리나라는 전통의 국궁이 아닌데도 양궁이 매우 강한 나라로 정평이 나 있다. 1972년 이후 한국은 세계 각종 양궁대회에서 23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은메달과 동메달을 합치면 39개 메달을 땄다.예천 출신의 김진호 선수가 197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관왕을 차지하면서 한국은 명실공히 세계가 인정하는 양궁 강국으로 등극했다.한국 양궁이 세계대회를 휩쓸자 외국에서는 한국인 양궁감독을 스카우트하는 일이 벌어졌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는 남자부 4강전에 진출한 한국, 미국, 이탈리아, 멕시코 감독이 모두 한국인 감독을 두었다.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양궁팀이 또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국 여자양궁 단체팀은 1988년 이후 올림픽 9회 연속 금메달 획득이라는 대위업을 달성했다. 올림픽에서 특정 종목이 9회 연속 우승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수영 남자 400m 혼계영(미국)과 육상 남자 3천m 장애(케냐)에 이어 한국 양궁이 세 번째다.더 놀라운 것은 한국의 양궁이 이처럼 강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타 종목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공정한 선수선발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대표나 100위권 밖의 무명선수나 똑같은 자격으로 선발전에 참가하는 엄격한 시스템이 오늘의 결과를 일궈냈다 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고 대표팀에 무조건 한자리를 주는 특혜는 없다. 공정한 룰만이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원칙을 지켰다. 불공정이 판치는 우리사회가 본받을 가치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7-27

두 여자

김규종 경북대 교수 삼복더위가 예사롭지 않다. 곳곳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의 징후가 감지된다. 그것도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지구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게 미심쩍기 그지없다. 그런 와중에 캘리포니아 대학의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문명은 30년 남았다”고 폭탄선언을 하고 나니 불안이 증폭된다. 그는 기후변화와 함께 핵무기, 자원고갈, 불평등을 인류문명 종말의 4대 이유라고 단언한다.2050년에 인류는 다이아몬드의 공언(公言)처럼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할 것인가! 하지만 나는 모친상을 치르면서 마주친 두 여자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하겠다. 30년 후의 세상과 인류도 중요하지만, 지금과 여기의 사람과 관계도 의미심장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미래’를 꿈꾸고 준비하면서 현재를 저당잡곤 했다. 거창한 기획과 다가올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현재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는 버릇 때문이다.불시에 찾아온 모친의 별세는 우리 형제들과 가족 전체를 망연자실하게 하였다. 하지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코로나19도 고려하면서 역할을 분담한다. 그러다가 맞이한 사람이 상조회사의 중년 여성이었다. 어머니가 가입한 상조회사에 근무하는 여성 상조 전문가. 그분은 우리가 궁금해하고 모르는, 상조와 관련한 모든 문제를 소상하게 일러주고 충고해주었다.어머니의 입관까지 그이의 몫이었다. 마지막 가시는 길을 정성스레 채비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영화 ‘굿바이’에 등장하는 ‘납관사’가 절로 떠올랐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떠나는 사자(死者)들의 육신을 정성껏 씻고 닦아서 살아생전 이상의 정갈하고 말끔한 모습으로 단장하는 사람. 그런 구실까지 도맡아 진행하는 여성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자연스럽게 ‘고맙습니다!’ 하는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이었다.어머니가 세상과 작별하기 19년 전에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는 생극 공원묘지에 누워계셨다. 우리는 가족회의에서 개장(改葬)과 화장, 그리고 가족 납골묘로 의견을 모았다. 부친 산소의 개장과 화장을 전담할 사람이 필요했다. 동생이 알아낸 전문가 역시 이 분야에서 18년 근무한 중년 여성 베테랑이었다. 몹시 습하고 더운 날 아침에 처음 본 그분은 남성들을 진두지휘해가며 아버지의 유골을 세세하게 수습하였다.이마에 구슬땀을 흘려가며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절로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을 하게 된 계기가 있냐고 물었다. 누군가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을 때,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고 한다. 일하면서 그것이 자신에게 잘 맞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 또한 ‘법성게’에 나오는 ‘불수자성수연성’ 아닐까, 생각한다.헌신적이고 성실한 두 여성의 도움을 받아 지난 일요일 가족 납골묘에 두 분의 유골을 모셨다. 어떤 안도감과 함께 마음 깊은 곳에서 고마운 생각이 절로 일어난다. 우리의 삶은 누군가의 도움과 헌신으로 가까스로 유지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찾아드는 하루가 지나간다.

2021-07-27

진흥왕과 그의 시대

진흥왕은 신라의 정복군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복군주라는 표현은 그의 생애를 오롯이 담아내기에는 부족하다. 이 자리에서는 진흥왕이 왕위에 있었던 시대와 함께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되짚어보려 한다.진흥왕의 이름은 삼맥종(5F61麥宗) 또는 심맥부(深麥夫)이며 법흥왕의 동생인 입종갈문왕과 법흥왕의 딸인 지소부인 사이에서 탄생하였다. 그의 출생시점에 대한 기록이 없지만 왕위 계승 당시 7세였다는 삼국사기(三國史記) 기록을 토대로 534년생(법흥왕 21년)으로 여겨진다. 그가 왕위에 오르기 전의 행적은 거의 알 수 없다. 다만 6세 무렵인 539년 음력 7월 3일에 왕실 사람들과 함께 지금의 울주군 천전리에 위치한 계곡을 둘러보았다는 내용이 울주 천전리 서석에 새겨져 있다. 그로부터 거의 1년 뒤인 540년에 신라 제24대 왕으로 즉위하는데 당시 어렸던 그를 대신하여 어머니인 지소태후가 정치를 맡았다.지소태후가 정치에 관여하던 시점이 언제까지 이어졌는지 알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진흥왕이 왕위에 오른 지 12년이 되는 551년에 연호가 개국(開國)으로 바뀐 점이 주목된다. 보통 개국이라는 표현은 새로운 왕조를 열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신라는 새로운 왕조로 바뀌지도 않았으며, 새로운 왕도 즉위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신라 내부의 정치적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551년부터 진흥왕이 직접 정치를 시작했다고 여겨진다.한편 진흥왕이 자신만의 정치를 시작한 그 해(551년), 신라는 고구려를 쳐서 오늘날 죽령(竹嶺) 이북 땅을 차지했으며, 553년에는 백제의 동북쪽 변두리를 빼앗았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서기와 삼국유사에는 흥미로운 기록이 전한다. 일본서기 흠명기 13년조(552년)에는 백제가 한성(漢城)과 평양(平壤)을 ‘버렸다’고 했으며, 삼국유사 진흥왕조에는 554년에 백제가 신라를 침략했는데 그 침략의 원인을 고구려와 신라의 연합에서 찾았다.이 무렵을 전후하여 고구려의 수도에서는 귀족들 사이에 치열한 권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었으며, 서북쪽 국경에서는 돌궐의 위협이 점차 커져갔다. 고구려는 혼란스러운 국내외 정세로인해 신라와 백제의 한강유역 진출에 대처할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타난 신라와 고구려의 연합은 당시 국제정세와 맞물려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결과였다. 즉 신라는 한강 유역에 대한 지배권을 고구려로부터 인정받았고, 고구려는 신라의 북진을 한강유역에서 저지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소외된 백제가 한강 하류 지역을 스스로 버리는 선택을 하게 된 원인에는 이처럼 예상치 못한 신라와 고구려의 연합과 그로 인해 한강 유역을 제대로 지키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신라는 백제에서 고구려로 연합의 대상을 바꾸면서 한강 유역 지배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당시 국제 정세를 파악하고 있었던 진흥왕의 탁월한 안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안목을 바탕으로 고구려나 백제가 신라에게 유리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만들어냈다. 568년에 세워진 황초령 진흥왕 순수비와 마운령 진흥왕 순수비에 등장하는 ‘이웃나라가 신의를 맹세하고, 화해를 청하는 사신이 서로 통하여 온다.’는 구절은 진흥왕의 업적을 칭송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상황을 묘사한 적절한 표현으로 볼 수 있다.한편 신라에서는 유학(儒學)이 점차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었다. 물론 법흥왕대 불교 공인 이후 출가가 허락되고, 왕실에서 민간으로 불교 신앙이 전파됨에 따라 그것은 신라사회의 중심 신앙이 되었다. 이와 함께 유학은 일부 지배층이 학문이나 정치사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중국 고대 주(周) 왕조의 시조 후직(后稷)의 이름을 본뜬 김후직(金后稷), 주 문왕의 동생인 주공(周公)을 본뜬 주공지(周公智), 공자가 지은 역사서 춘추(春秋)의 이름을 본뜬 김춘추(金春秋) 등의 이름이 나타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즉, 불교를 이해하기 위해 경전을 익히는 것이 필요한데 그러한 경전은 중국에서 들여왔다. 그러므로 한문(漢文)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위해 유학의 기초 경전을 학습해야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유학은 신라 사회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고, 그것이 점차 사회 전반에 자리 잡으면서 사람의 이름을 짓는데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측면에서 진흥왕이 다스리던 시기는 황룡사 건립과 장육존상 설치 등 불교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시점이지만 유학이라는 새로운 사상이 신라 사회에 점차 확산되고 있었다는 시기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전경효 경주문화재연구소 주무관 진흥왕과 그의 시대가 신라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만 개인적인 모습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진흥왕 즉위 33년(572년)에 그의 아들이자 태자인 동륜(銅輪)이 죽고, 같은 해 10월에는 전쟁에서 죽은 병사들을 위해 팔관연회(八關筵會)가 열렸다. 삼국사기와 우리나라 유명한 스님들의 생애를 담고 있는 해동고승전에는 진흥왕이 말년에 이르러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었으며 스스로 법운(法雲)이라는 이름을 짓고 살다가 죽었다고 전한다. 아마도 지난날 자신의 생애를 되돌아보고, 자신의 아들과 영토 확대 과정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을 추모하는 마음이 기록처럼 불교를 받드는 형태로 표현되었을 것이다. 진흥왕의 시대는 신라에게는 영광스러운 것이었지만 그 자신에게는 고단하고 쓸쓸한 말년을 보내게 한 요인이기도 했다. 어쩌면 이는 진흥왕만이 아니라 국가를 이끌어나가는 군주가 겪어야 할 숙명인지도 모른다.

2021-07-26

모네는 왜 같은 그림을 수없이 그렸을까?

19세기 중반 사진의 보급은 보는 방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인물화나 풍경화를 그리던 미술가들은 기계적으로 완벽에 가깝게 대상을 모방하는 사진기술이 자신들의 생계를 위태롭게 만드는 위기로 다가왔겠지만 다른 미술가들에게 사진은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계기가 되었다. 사진기술의 발달과 예술의 변화를 이론적으로 통찰한 철학자로 발터 벤야민(1892∼1940)이 있다. 그는 1936년에 출판한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원본이 발산하던 아우라가 사라지고 예술의 기능이 달라졌으며 세계를 인지하는 방식과 구조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사진이 렌즈를 통해 복제해 놓은 현실 앞에서 미술가들과 이론가들은 회화의 종말에 대해 이야기 했다. 하지만 회화는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사진은 미술가들에게 다르게 보는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빛과 빛의 시각적 효과를 그리려고 했던 인상주의 미술가들은 빠르고 거칠게 하지만 자유분방한 붓의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매순간 변하는 색을 그리기 위해 대상이 지닌 고유한 색을 버렸고, 계산된 밑그림이나 드로잉 없이 색과 빛에 용해된 윤곽선으로 그림을 그려나가면서 대상과 형태는 대기 속으로 용해되어 갔다. 인상주의 미술가들은 관습과 지식 그리고 편견에서 벗어나 오로지 보는 것에 집중해 그림을 그렸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남긴 작품들을 감상하기 위해서 심오한 지식이 요구되지 않는다. 보는 것 자체로 시각적 즐거움과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인상주의 미술이다.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끌로드 모네(1840∼1926)는 본 것을 그리기 위해서 연작이라는 당시로서는 생소한 제작방법을 선택한다. 연작 혹은 시리즈라고 불리는 이 방법은 동일한 소재를 유사한 구도로 반복적으로 그리는 것을 말한다. 모네가 처음으로 연작으로 그린 것은 1877년 무렵으로 파리의 기차역 생-라자르의 광경을 열두 점에 이르는 작품에 옮겼다. 파리 생-라자르 역은 1837년에 설립된 기차역으로 철도의 발달은 변모하는 근대적 삶을 상징한다.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역사상 최초로 제작한 영화에서 소재로 다루었을 만큼 철도와 열차는 단순한 운송수단 이상을 의미했다. 도시와 도시를 이어주는 철도는 이동 시간을 단축해 주었고, 그와 함께 삶의 속도 또한 빨라지게 된다. 열차 시간이 일상의 시간적 기준이 되어 막연했던 시간개념이 시계를 통해 분과 초로 나누어졌고, 삶의 움직임 역시 시계 바늘의 움직임을 따랐다. 시간의 분할은 건축적 변화에서도 읽혀진다. 예컨대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세워진 에펠탑은 면으로 이루어진 닫힌 공간의 전통 건축과는 전혀 다른 철이라는 첨단재료를 통해 선적인 요소들의 결합이 만들어낸 열린 공간을 창조했다. 생-라자르 기차역에서 화가 모네는 열차가 뿜어내는 힘찬 증기가 만들어낸 광경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스펙터클을 경험했는지 모른다. 생-라자르를 시작으로 모네는 본격적으로 그의 대표 연작들을 제작한다. 1881년에서 91년까지 스물네 점의 건초더미를 그렸고, 1892년에서 94년까지 루앙 대성당을 그린 서른세 점의 그림을 남겼고, 1891년에서 1900년까지 일곱 점의 포플러 나무 연작을, 1900년에서 1905년까지 런던 국회의사당이 있는 풍경을 열다섯 점, 1908년에는 베네치아를 방문해 무려 서른일곱 점의 작품을 남겼다.모네의 연작하면 가장 유명한 것이 ‘수련’이다. 화가는 1896년부터 생을 마감한 1926년까지 30여년의 세월 동안 자그마치 250여점의 수련을 그렸다. 그렇다면 화가는 어떤 이유로 동일한 대상을 그린 이처럼 많은 수의 작품을 남긴 것일까? 화가의 관심은 대상 그 자체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대상에 반사되는 빛과 그 빛이 만들어 내는 색과 분위기를 그림에 담으려고 했다. 화면에서 이야기를 제거하고 오로지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리려고 했고, 대상을 관찰하는 시간과 그리는 시간, 그리는 과정과 시간의 흐름, 연작으로 제작된 각각의 그림과 그림 사이의 시간적 관계를 실험했던 것이다. /미술사학자 김석모

2021-07-26

진흙탕 대선레이스, 국민이 두 눈 부릅떠야

변창구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정치인들의 고질병이 재발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진흙탕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건전한 후보검증이 아니라 폭로와 인신공격, 중상모략과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있다. 대선레이스가 ‘아사리판’이다.국민에게 비전과 희망을 주는 정책경쟁은 하지 않고, 자극적이며 천박한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고 있다. 여당후보는 유력한 야권후보 부인이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이른바 ‘쥴리’의혹을 제기하는가 하면, 어떤 후보는 국민이 지켜보는 토론회에서 “바지를 한 번 더 내릴까요?”라고 한다. 혐오스런 저질 흥신소의 수준이 바로 지금 우리가 지켜보고 있는 대통령하겠다는 사람들의 모습이다.게다가 권력을 잡을 수만 있다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대선 때마다 후보들은 포퓰리즘(populism)과 감언이설(甘言利說)로 유권자들을 속였다. 정의의 사도처럼 행세한 그가 바로 두 얼굴을 가진 악마였다.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고 약속한 정권의 말을 믿었던 서민들은 ‘벼락거지’가 되고 말았다. 오직 대권을 잡기 위한 ‘권력에의 의지’만 있을 뿐, 국민의 힘든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합리적 대책은 없었다. 권모술수에 능하고 표리부동한 정치꾼들의 이중성이다.이처럼 대통령에게 줄곧 속고 살아 왔으니 이번에는 또 누구에게, 어떤 거짓말에 속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후보들에게 속지 않으려면 국민이 두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다. 교활한 정치꾼들의 행태에 실망해서 정치적 관심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 무관심은 민주정치의 반동화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의 선출에 대한 정치적 관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그렇다면 대선레이스를 펼치는 후보들의 무엇을, 어떻게 체크할 것인가?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분명한 비전, 소통능력, 위기관리능력, 현명한 인사정책, 고결한 인품’ 등이다. 대통령은 국내외 환경변화에 대처하면서 당면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정수행능력이 있어야 하며, 국가원수로서 품격도 갖추어야 한다. 유권자들은 ‘입만 살아 있는 무능한 후보’나 ‘천박한 저질 후보’는 반드시 탈락시켜야 한다. 국가미래연구원이 지적한 바와 같이 ‘2021 대한민국 시대정신’은 ‘공정·정의·안전’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레이스를 통하여 기회와 노력에 대한 공정, 범죄·비리에 엄정, 질병·범죄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사회로의 전환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시대정신과 능력을 겸비한 인물을 찾아야 한다.이를 위해 우리는 대선레이스의 예선 및 본선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주권자의 힘과 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각 정당은 후보경선에 당원여론(당심)과 국민여론(민심)을 함께 반영한다. 예선에서 왜곡된 당심을 바로잡아 줄 수 있는 것이 민심일 뿐만 아니라, 본선에서의 최종 승자도 역시 민심이 결정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현명하고 올바른 판단력이다. ‘국민의 질이 정부의 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2021-07-26

장기투자와 세제혜택

자본주의 국가에서 개인이 투자자산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투자자의 자유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들의 자산이 안정적으로 증식되기를 바라고,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게 보통이다. 현 정부도 국민자산증식을 목표로 개인투자자들의 국채, 펀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세제혜택을 확대, 장기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26일 발표한 ‘2021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뉴딜 인프라펀드와 개인투자용 국채에 대한 분리과세, ISA에서 발생하는 금융투자소득 비과세, 납입액의 40%를 소득공제하는 청년형 장기펀드가 신규도입된다. 뉴딜 인프라펀드의 경우 기존 2022년 말까지 지급받는 배당소득에 대해 9% 분리 과세된다. 가입후 5년간 해당 과세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투자자 1명당 1개의 전용계좌로 가입하며, 계약기간은 1년 이상, 투자한도는 2억원이다. 청년들의 자산형성 지원을 위해 납입금액(연 600만원 한도)의 40%를 소득공제하는 ‘청년형 장기펀드’도 도입된다. 국내상장주식에 40% 이상 투자하는 이 펀드는 계약기간이 3~5년이다.만 19~34세, 총급여 5천만원 또는 종합소득액 3천500만원 이하가 가입대상자다. 개인투자용 국채에 대해 이자소득을 9% 분리과세 적용한다. 1인당 매입금액은 연 5천만원으로 총 2억원 한도며, 10년 만기보유시 기본이자의 30%, 20년 보유시 60%를 추가지급한다. ISA에 대해선 상장주식이나 국내 공모주식형 펀드에서 양도·환매시 발생한 소득에 대해 전액 비과세한다. 납입한도는 연 2천만원, 총 1억원 한도며 가입기간은 3년 이상이다. 2023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의 자본시장 관련 세제혜택이 더욱 강화돼 건전한 장기투자가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7-26

문제해결의 인식과 방법

엄주선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변화와 결과들과 마주한다. 이 결과들은 어떤 경우엔 단순한 ‘현상’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는 ‘문제’ 가 되기도 한다.특히 문제의 경우는 발단이 되는 이유 즉, 원인과 해결방법이 존재한다. 코로나19 감염병의 4차 대유행이 예상 외로 심각해진 것도 문제와 해결을 위한 인식부족이나 안이한 대응 탓일 수도 있다. 개인의 삶이든 회사든 이러한 문제를 잘 해결해야 근심이 줄어들고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를 해결하거나 없애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무엇보다 원인과 결과 사이에 작용하는 원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 원리가 인간을 고통과 불행 속에 빠지게도 하고 안정과 행복의 길을 만들기도 한다.그렇기 때문에 이 원리를 잘 인식하고 규명하여 불합리가 없거나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행동적인 면을 규정,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원칙 또는 규범이라고 한다.작업 현장에서는 이 원칙이 작업표준이나 지켜야할 규칙(Rule)이 된다.같은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반복되는 현장에서 원리를 규명하기 위한 학습을 하고, 표준을 지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행동을 개선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그리고 문제와 문제점을 명확하게 파악, 인식하는 것이다. 문제는 ‘현상 즉, 현재 상태와 바람직한 모습이나 목표와의 차이’를 말하며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이 차이를 좁히거나 없애는 것이다. 문제점은 ‘문제를 일으킨 요인으로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가령, 오랜만에 친구가 먼데서 찾아와 저녁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고 빗길에 자전거로 귀가하다가 도로의 움푹 패인 곳에 바퀴가 걸려 넘어져 응급실에 실려간 상황을 설명해보자.현상은 병원 응급실에 있는 것이고, 바람직한 모습은 무사히 집에 도착하는 것으로, 문제는 ‘사고가 난 것’이다. 문제점은 사고가 난 요인으로 술을 마신 것, 빗길에 자전거를 타고 간 것, 친구가 온 것, 움푹 패인 도로, 운전 미숙 등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비가 온 것은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것으로 문제점이 될 수 없다.이렇듯 현재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목표를 정하여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를 일으킨 요인인 문제점을 찾아 세분화하여 근본원인을 찾아 해결해 나간다면, 개인이든 회사든 지속적인 안정과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문제가 있는 곳엔 항상 개선의 소지가 있으며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포스코 정문에 ‘자원은 유한 창의는 무한’ 표어나 도요타의 ‘개선은 무한하다’가 의미하는 바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난마 같은 코로나19의 근본원인이 밝혀져 걷잡을 수 없는 신종, 변이바이러스의 종식과 안정적이고 효능적인 백신 접종, 방역대응의 문제점 개선과 철저한 준수 등으로 잠잠한 나날이 어서 빨리 찾아오길 고대해본다.

2021-07-26

한여름의 삼매경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여름의 한복판, 삼복더위가 본때를 보이고 있다. 짧은 늦장마가 물러나기 무섭게 염천(炎天)은 대지를 달궈 대고 폭서는 염소뿔이라도 녹일 듯 사정없이 작렬하고 있다. 열돔 현상 탓인지 한반도를 에워싼 열(熱)공기층이 고기압에 지붕처럼 갇혀서 코로나19 감염증의 4차 대유행의 기세 못지않게 사람들의 머리 위로 화살 같은 폭염을 내리꽂고 있다.여름은 덥기 마련이지만 출구 없는 터널 같은 코로나 감염증의 재확산에 가뜩이나 지쳐가는데 더위마저 사람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것 같다. 지역감염의 점차적인 확산세를 꺾기 위해 전국 피서지나 야영장의 인원제한과 시설물 통제, 이동자제 권유 등으로 피서마저 쉽사리 떠날 수 없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코로나에 시달리고 무더위에 주눅든 나날 속에 허우적대기만 할 것인가? 코로나의 와중에도 저마다의 생활 패턴 변화와 나름의 습성으로 한줄기 시련 같은 여름날을 차분하게 이겨내야 하지 않을까?이를테면 이열치열(以熱治熱)로 더위와 한판 붙어본다든가 오직 하나의 대상에만 집중하는 삼매경(三昧境)에 빠지다 보면 날름거리는 폭양의 혀쯤이야 가볍게(?) 다스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요즘 같은 불볕더위에도 자전거 출퇴근을 고수하고 있는데, 간혹 주말 라이딩을 할 때는 더위와 정면승부라도 하듯이 푹푹 찌는 포도(鋪道)나 비탈진 흙길을 거침없이 달리면서 정말 비오듯 땀이 쏟아져도 몸과 마음은 외려 가뿐하고 개운함 속에 모종의 희열감을 흠뻑 맛보곤 한다. 그리고 혼자만의 몰입하는 시간을 통해 흥취에 젖다 보면 어느새 더위가 얼씬도 못하게 됨을 느끼게 된다. 예컨대 묵향이 피어나는 서실에서 서책을 뒤적이며 붓 끝에 마음을 모아 선지에 한 점 한 획 써내려 가다 보면 운필하는 정중동(靜中動)의 열기 속에 더위는 아예 무색케 된다. 또한 오죽(烏竹) 잎새 가벼이 일렁이는 뒷마루에 편하게 앉거나 누워 관심있는 책을 탐독하다 보면 기웃대던 더위 따윈 댓잎의 바람소리에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고 만다.각인각색이라 제 나름의 피서법이 있겠지만 필자가 이처럼 수년째 즐기며 터득한 여름 나기 방식은 일종의 삼매(三昧)같은 마음훈련이 아닐까 여겨진다. 삼매란 순수한 집중을 통하여 마음이 고요해진 일심불란(一心不亂)한 경지를 말한다. 그러한 상태에서 일을 하거나 학습, 운동에 몰두하면 주변의 상황에 개의치 않고 심취하여 열의를 쏟고 최선을 다하게 되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선택과 집중, 도전과 열정도 어찌보면 이 같은 삼매가 바탕이 된 마음작용이 아닐까 싶다. 사상 초유의 무관중으로 열리고 있는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도 정신집중이 잘돼야 선전(善戰)할 수 있을 것이다.굳이 삼매경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취향과 요령을 살려 건강한 여름날을 보내리라고 본다. 미증유의 바이러스 창궐로 인해 의료재난을 넘어 사회, 경제적인 재난의 위기로 파급되는 현실에 더위까지 먹지 않도록 몸과 마음을 잘 추스르고 긴요한 대응을 해나갈 일이다.

2021-07-26

국가보다 위대한 개인

2011년 방영된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 인상적인 대목이 있다. 상왕 태종이 외척 숙청을 위해 영의정 심온을 역적으로 몰 때 세종은 그를 구하고자 그 집 노비 석삼에게 밀지를 보낸다. 심온은 세종의 장인이다. 하지만 반대세력이 은밀한 구호 계획을 눈치 채 밀지를 전하는 과정에서 석삼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다. 석삼은 지적장애를 가진 노비로 주인공 똘복의 아버지다. 평생 아버지의 복수를 다짐하며 무예를 갈고 닦아 겸사복이 된 똘복은 궁에 입성해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세종을 보며 피를 토하듯 외친다. “높으신 분들의 그 잘난 대의 때문에 아무 죄 없는 우리 아버지가 죽었다”고. 이 장면은 국가라는 대의명분이 한 개인을 희생시켜도 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우여곡절 끝에 2020 도쿄 올림픽이 개막했다. 코로나 판데믹으로 개최가 불투명했으나 해를 넘겨서 겨우 성화대에 불이 붙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올림픽 취소니 보이콧이니 운운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는데, 코로나에 대한 우려보다는 ‘NO 재팬’ 운동과 겹친 반일감정이 주된 동기였다. 나는 올림픽이 반드시 개최되어야 한다고 내내 생각해왔으므로 무관중으로나마 17일간의 열전이 시작된 것이 꽤 반갑다. 스포츠 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개인주의자인 까닭이다.올림픽 취소와 보이콧을 주장한 이들의 논리 안에는 오직 올림픽 무대만을 위해 평생을 땀 흘려 준비해온 선수들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전혀 없었다. ‘대의’를 위해 개인은 희생되어도 된다는 전체주의가 반일의 정치적 감정 뒤에서 작동했다. 국가라는 낡은 망령이 개인을 소외시키고 억압하는 일이 왜 올림픽 때마다 발생하는 걸까? 직접 경기에 참여하는 한 사람의 선수보다 ‘국가대항’이니 ‘국가대표’니 ‘스포츠외교’ 같은 거대담론을 중요시하는 탓이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정부가 ‘남북 평화’라는 대의를 내세워 강제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은 여전히 뒷맛이 씁쓸하다. 그때 단일팀을 반대한 청년들을 향해 “세계 평화와 긴장 완화보다 개개인의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이기적인 철부지들”이라거나 “올림픽 정신을 모른다”며 비난한 기성세대들에게 묻고 싶다. 남북 평화는 지금 어디에 있냐고, 선수들의 희생 뒤에서 당신들은 남북관계가 악화될 동안 대체 무얼 했느냐고 말이다.은메달, 동메달을 획득한 선수에게 비난을 쏟아내던 무식하고 폭력적인 가부장적 근대는 저물었다. 예선에서 탈락한 선수에게도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개인’과 ‘공정’을 중시하는 청년 세대의 감수성이다. 하지만 아직도 과제가 많다. 성숙한 개인주의사회는 국가대항의 성격을 띤 올림픽에서조차 ‘국가보다 위대한 개인’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 ‘할 수 있다’라는 혼잣말로 감동을 준 박상영이나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마지막 바벨을 들어 올리지 못하고선 바벨에 키스를 한 장미란, 또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딛고 최선을 다해 경기에 참여한 모든 선수들이 다 국가보다 위대한 개인이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아무리 국가의 지원과 육성을 통해, 국민의 세금을 통해 국가대표가 된 선수들이라 하더라도 그들에게 ‘국가’라는 무게를 과도하게 짊어지우지 말아야 한다. 선수도 국민들도 ‘국가’와 자신을 지나치게 동일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태권도 종목에서 탈락했다고 ‘종주국 망신’이라든가 2018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경기에서 불거진 우리 대표팀의 내홍을 두고 ‘나라 망신’이라고 적은 뉴스 헤드라인과 댓글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 손흥민이 골을 넣으면 ‘손흥민 골 해외 반응’이 검색어 상위에 오른다. ‘세계 속의 한국’,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에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지금은 유럽 어딘가에서 삼성전자 광고판을 보고 가슴 벅찬 눈물을 흘리던 ‘국뽕’의 시대가 아니다. ‘체력은 국력’이라며 스포츠로서 국가의 가난과 비참을 ‘정신승리’하려던 새마을 시대는 더더욱 아니다.우리나라 육상 대표팀에는 케냐 출신의 귀화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 한국 이름 오주한 선수가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각국 선수들은 차별에 반대하는 ‘무릎꿇기’ 세리머니를 펼치는 중이다. 메달을 획득했든 그러지 못했든 올림픽에 출전한 것만으로 모든 선수들은 ‘올림피언’의 영예를 입어야 하고, 그들의 경쟁은 국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개인을 존중하는 것은 결국 인간을 존중하는 것이다.

2021-07-26

존중과 선택의 결혼

아주 오래 전 겨울이었다. 책 관련 강의를 듣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합정을 다니던 때였다. 수업 첫 날 수강생들은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했는데 그 중 단발머리를 여성분은 가장 최근에 결혼식을 올렸다며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자신은 비혼주의자였으나 마침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만나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식을 올렸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수강생들은 일순간 어떤 눈빛을 나누기 시작했는데, 이를 알아챈 그녀는 자신은 행복하단 말을 힘주어 덧붙였다.나도 조금 의아하단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저 때만 해도 결혼과 출산은 일생의 기쁨이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결혼은 사랑의 결실이 아니던가. 축구선수가 고대하던 골을 넣듯, 비련한 여주인공이 완벽한 남자를 만나 해피 엔딩을 맞이한다는 내용의 동화책이나 드라마를 끊임없이 보고 자라온 나는, 결혼은 고결한 끝맺음이란 공식을 당연히 지니며 살아 왔다.그러나 자연스레 누군가와 만나고 몇 번의 헤어짐을 겪은 뒤로는 여러 사람의 유형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어렴풋이 홀로 존재하는 편리함과 안락함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가족이란 이름으로 희생되는 가까운 이들을 보며 내 생애 결혼은 없다며 어설픈 마음을 갖기도 했다.한달 전에 유튜브로 서새롬씨와 박재용씨의 결혼식 영상을 접했다. 영상 제목은 지속가능한 결혼식. 그들은 서울시가 무료로 제공하는 공원에서 중고로 구매한 보라색 수트와 흰 원피스를 입고선 식을 진행했다. 꽃장식이나 조명은 찾아볼 수 없었고 피아노 연주, 축가, 주례 같은 과정도 없었다. 아버지 손을 잡고 신부가 입장해서 신랑에게 건네는 퍼포먼스도 없으니 양가 부모님이 앉는 혼주석도 존재하지 않았다.대신 혼주석엔 그들 주변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끼치는 지인들이 결혼 자문 위원으로 자리했다.두 사람은 비혼주의지만 생활 동반자로써 결합을 택했다. 현재 존재하는 법적 제도에 순순히 응하여 속하는 것이 아닌 어떤 걸 원하고 하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개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인생을 설계하고 이에 따른 책임을 지며 만족감을 얻는다는 것이다.결혼 제도는 두 사람 몫의 희생과 수용을 필요로 한다. 식을 진행하며 의례적으로 오가는 예물과 예단, 두 가족을 내 몸보다 아껴야하는 의무감, 임신과 육아 등 모든 과정이 정해진 공식처럼 뒤따른다.하지만 반대로 이들의 결혼은 결속이 아닌 여전히 둘로 존재하며 개인과 개인이 만나 이루는 조화와 화음에 집중한다. 후에 찾아본 인터뷰에선 이성애자 여성과 남성의 단순한 결속을 넘은 지속 가능한 관계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찾아볼 수 있었다.처음 이 영상을 보는 내내 큰 충격을 받았다. 비혼주의인 두 사람이 만나 결합을 이루고 새로운 가치를 세우는 모습은 신선하고 경이로웠기 때문이다. 결혼은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단순히 이분법으로 나누고만 있던 내 편협한 생각에 강력한 균열을 내는 듯 했달까.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밀레니얼 세대가 결혼을 택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돈도 없고, 살 수 있는 집도 없고, 애도 낳기 싫고, 모든 것에 책임지기 싫으니까? 그러나 정말 이러한 이유들로만 결혼을 택하지 않는 걸까? 내 인생에 결혼이라는 게 필요한 건지. 아이를 낳고 기르며 이 모든 걸 한탄 없이 책임 질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는 건지. 무엇보다 한국 이성 남녀와 정상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 구성원만이 법적 제도에 해당된다는 것에 깊은 의문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관습으로 굳어진 제도에서 지속가능성을 주장하는 건 누군가에겐 허무맹랑한 농담으로 들릴 수 있겠다. 그러나 각자의 삶을 존중하고 결혼과 육아를 선택한단 것에 집중해야 한다.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나타낸 것만으로도 놀랍다. 그것만으로도 용기 있고 가치 있는 행보다.현대 사회에 여러 가족 형태가 등장할 때마다 나는 이전과 다른 포용과 이해를 알게 되었다. 그건 분명 복잡한 일이지만 이 사회가 조금 더 다양해졌을 때의 풍부한 기쁨을 알게 해주었다. 가족의 의미는 나날이 확장되고 있다. 그만큼의 속도로 제도적 보완과 문화가 뒤따랐으면 좋겠다. 단단한 땅에 뿌리를 내리는 식물을 바라보는 것처럼 나는 그들을 내심 응원하고 있다.

2021-07-26

아내의 언어, 남편의 언어

사공정규​​​​​​​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부부는 일심동체일까?’라는 글에서 나는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닌 ‘이심이체’인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부부가 정말로 ‘일심동체’가 되려면, 부부가 ‘이심이체’라는 현실을 서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사람마다 부모가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성격 또한 다르다. 남녀 차이로 그 특징이 달라지기도 한다. 물론 남녀 차이에 대한 논란은 아직까지 많다.오늘은 남녀에 대한 고정관념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남편과 아내의 남녀 차이로 인한 다름을 서로 인정하고 수용해 더 나은 부부 관계를 만들자는 것이므로, 남녀 차이 논란에 대한 이견을 뒤로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일독하기 바란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이라는 말은 손자병법 모공편에 나오는 말이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아내가 남편을 알고 남편이 아내를 안다면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부부관계가 위태롭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아내와 남편이 서로 상대방의 행동양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부부싸움은 위태로워질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자는 하루에 평균 6∼8천 단어의 말하고 의사소통을 위해 8천∼1만개의 제스처, 표정, 머리 끄덕임 이외에 추가로 2∼3천개의 소리를 사용한다. 이렇게 볼 때 여자는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하루 평균 2만개 이상의 의사소통 단어를 사용한다고 한다.남자는 하루 2∼4천개의 단어, 2∼3천개의 몸짓언어, 1∼2천개의 소리를 사용한다. 하루 평균 약 7천개의 의사소통 단어를 사용하기에 여자에 비해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러한 언어 사용의 차이는 하루 일과가 끝나고 남편과 아내가 가정에서 만날 때 더욱 분명해진다. 남편은 직장에서 사회생활에서 이미 7천개의 의사소통 단어를 모두 소진하였으므로 더 이상 말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피곤한 남편은 1백년 동안 잠자는 숲속의 왕자가 되고 싶지만, 아내는 다르다. 아내가 직장에서 사회생활에서 이미 7천개의 의사소통 단어를 소진했다 하더라도 아직 1만3천개의 의사소통 단어를 소진해야 한다.특히 아내가 전업 주부이고, 말을 충분히 할 환경이 아니라면, 소진해야 할 2만개에 가까운 의사소통 단어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아내도 지쳐 있고 피곤하기는 마찬가지이다.오히려 아내의 피곤이 남편보다 그 이상일 수 있다. 핵심은 남편은 침묵으로 스트레스를 풀고자 하고, 아내는 남편과 달리 말을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풀고자 한다는 것이다.침묵을 원하는 남편은 아내의 수다가 귀찮고 아내는 말을 많이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 해소이다.그러나 아내는 남편의 침묵을 감당하지 못하고, 남편은 아내의 수다를 감당하지 못한다. 남편은 침묵을 금이라 생각하고, 아내는 생각나는 대로 길게 주절주절 말하는 것이 다정하고 인간적인 것이라 생각한다.그러나 아내는 남편의 침묵을 무관심이라 생각하고, 남편은 아내의 긴 말이 비효율적인 시간낭비라 생각한다.또 아내가 걱정을 말한다면, 남편은 아내가 자신에게 해결책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편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초조해하고 자기 생각에 몰두한다.남편은 사랑하는 아내에게 문제 해결 방법을 일러주고 싶은 것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그래도 아내에게 해결책을 찾아 주기 위해 아내의 말을 다 듣지 못하고 사실과 정보를 빠르게 알기 위해 급기야 아내의 말을 끊고 질문하고, 심지어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게 최악이다.남편이 사실 확인을 위해 또는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말을 끊는 것은 아내 입장에서는 공감해주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더 나아가 아내를 무시하고 공격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내도 알아야 한다. 남편이 말을 끊는 것은 아내에게 가능한 한 빨리 해결책을 제시해주려는 남편의 어여쁜 마음이다.남편은 아내가 말을 할 때, 끼어들어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경청하거나 공감하면 된다. 공감이 어려우면, 그냥 들어라. 언젠가는 끝이 난다. 가끔 고개를 끄덕이면서 ‘으흠’ 하며 장단을 맞추면 더 좋다.남편은 아내가 해결책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내가 말하는 것을 그냥 들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아내가 핵심만 짧게 말하지 않는 것은 남편이 이해하기 쉽도록 너무나 전후맥락을 자세하게 말해주려는 어여쁜 마음이다.아내의 말이 길어지는 것은 그만큼 남편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아내의 사랑을 끊지 마라. 원수 된다.그래도 눈치 없는 남편을 위해, 구체적인 사례와 지침을 드리려 한다. 아내가 “여보, 나 주름이 늘었어”라고 말할 때, 남편은 “피부과에 가라”가 아니라 “내가 보기에는 더 젊어 보이는데”라고 하면 된다. 아내가 여보 나 4㎏ 늘었어”라고 말할 때 “집에서 빈둥빈둥 거리지 말고, 헬스장에 가라”가 아니라 “난 잘 모르겠는데”라고 하면 된다.

2021-07-25

국민은 코로나19 보다 무능한 정부가 더 두렵다!

이재혁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최근 높은 전염성을 가진 델타변이, 람다변이 등 코로나 19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여기다 ‘돌파 감염’ 사례도 심상치 않아 우려된다. 정해진 백신 접종 횟수를 다 맞고 2주간의 항체 형성 기간까지 지난 ‘접종 완료자’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에 감염된다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국내에서 돌파 감염자는 647명이다. 이 가운데 얀센 백신을 맞은 사람이 364명, 화이자 백신 145명,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38명 등이다.접종자 10만명당 돌파 감염 비율을 보면 얀센이 32.0명, AZ 14.1명, 화이자 4.4명이다. 얀센 백신의 예방효과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얀센을 맞은 100만 예비군 민방위에서 돌파 감염이 나올 수도 있는 문제다.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재 각 백신의 효능이 화이자 91.3%, 모더나 90% 이상, AZ(미국 임상 경우) 76%, 얀센(미국 임상) 72%이다. 백신의 효능이 가장 떨어지는 얀센을, 그것도 유통기한까지 임박했던 시기에 대량 접종을 해 놓고 접종률이 올랐다고 정부는 좋아라 했다. 하지만 지금 얀센 백신은 부스터샷(백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추가 접종’을 하는 것)이 거론될 정도로 불안하기 짝이 없다.애초 50대에겐 모더나 백신을 접종할 예정이였다. 하지만 모더나 국내도입에 차질이 생겼고 정부는 수도권 55~59세에게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다. 백신 도입은 계속 늦어지는데 확진자는 늘어나니 정부가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40대 이하가 맞을 화이자 백신을 급한 대로 당겨 쓴 셈이다.이런 돌려막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AZ 2차 물량을 끌어다가 1차에 접종했고, 국제 백신 공급 기구인 ‘코백스(COVAX)’를 통해 AZ 백신 83만5천회분을 공급받아 2차로 접종할 계획이였다. 하지만 코백스 측의 공급일정이 늦어지면서 백신도입에 차질이 생겼고 어쩔 수 없이 지난 5일부터 2차 백신을 화이자로 교차접종을 시행했다.현재 교차접종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인된 바가 없다. 백신 생산국인 미국과 영국의 입장은 어떨까? 미국 질병통제예방청(CDC)과 세계보건기구(WHO)는 안정성이나 효능에 관한 평가가 아직 나오지 않아 mRNA백신(화이자, 모더나)과 다른 백신간의 교차접종을 권장하지 않고 동일백신 접종을 권고한다는 입장이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 14일 “코로나 백신 교차 접종이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은 이에 관해 확실한 권고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영국은 1차와 2차 백신은 같은 종류로 권유하되 백신이 부족한 경우에는 교차접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이런 논란 속에 우리 나라에서 교차접종을 시행한지 2주만에 사망자와 중증부작용자가 발생했다. 지난 17일 경북 구미에서 AZ와 화이자 백신을 교차접종을 받은 50대 경찰관이 2차 접종 후 사흘만에 숨졌다. 또 경남 함안에서도 40대 후반 여성이 혼수상태에 빠졌고, 2주내 심장이식을 받지 못하면 다른 장기의 기능까지 떨어져 위급한 상황이다.교차접종 문제와 더불어 코로나19 백신 예약도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12일 55~59세 국민 352만여명을 대상으로 시작한 코로나 19 백신 예약이 모더나 백신수급에 문제가 생겨 중단되면서 일주일 가량 지연된 바 있다. 이후 53~54세, 50~52세를 대상으로 한 예약도 접종 예약사이트가 불통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접종 예약사이트는 서버가 다운되고 코딩오류로 접종대상자를 구분하지 못했다.허술한 보안으로 인해 우회경로로 새치기 예약하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온라인 중고사이트에 사례금 15만원에 ‘잔여백신예약’ 대행 글이 올라오는 등 금전거래로까지 번지고 있다. 의사 인맥을 동원해 잔여 백신을 맞은 사람은 부지기수다.정부는 하루에 100만명 접종이 가능한 체계를 가지고 있으나 제대로 활용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백신이 없기 때문이다. 백신 수급에 차질을 빚어 접종이 지연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도 팽배해지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교차 접종 부작용에 대해 국민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2차 접종 시 화이자를 맞을 것인지, AZ를 접종할 것인지를 국민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백신 돌려막기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이미 우리나라는 4차 대유행에 접어들었다.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으로 진화하고 돌파 감염이 심심찮게 나오면서 국민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백신 접종마저 차질을 빚는다면 대한민국은 방역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차질 없이 백신 물량을 확보하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 요즘 국민은 코로나19 보다 무능한 정부가 더 두렵다. 이 얼마나 서글픈 현실인가.

2021-07-25

응원과 격려의 기술

곽지영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산학협력교수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은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뒷전이 된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허리둘레와 몸무게가 신경 쓰이고,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급기야 이번 건강검진 결과에서는 ‘주의관리’가 필요하다는 항목이 적잖이 나왔다. 부랴부랴 운동을 결심한다. 그런데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코로나19 여파로 스포츠 시설 이용까지 제한되어 버렸다. 결국 혼자 집에서 운동해 보기로 한다. 실내용 자전거, 러닝머신, 요가매트, 아령, 튜빙밴드, 푸쉬업바 등등 그간 사들인 운동기구가 10여종, 이미 헬스장 못지않지만, 며칠 동안 SNS와 인터넷으로 조사한 후 새로운 운동기구를 하나 더 주문한다. 그런데 막상 혼자서는 시작이 쉽지 않다. 잘못된 자세 때문일까? 시작한 지 겨우 며칠 만에 여기저기가 아프다. 요즘 인기 있다는 유투브 콘텐츠와 앱들을 검색해서 따라 해 본다.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바쁜 일상 때문에 운동할 시간을 내기 어려운 날도 많다. 해야 한다는 이성과 귀찮다는 감성이 매일 싸움을 벌인다. ‘오늘은 피곤한데 좀 쉬고 내일 하자….’ 감성이 이성을 이기는 날이 하루 이틀 늘어나고, 결국은 작심삼일. 새로 사들인 운동기구에도 먼지가 쌓여간다.팬데믹의 장기화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헬스, 요가 등 스포츠 시설의 이용이 제한되면서, ‘홈트레이닝(Home-Fitness)’ 관련 상품이 속속 등장하였다. 한 시장조사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헬스 서비스 앱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18년 24억달러에서 2026년에는 209억달러 수준으로 10배 가까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운동기구에 각종 스마트 기술이 추가된 상품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운동 콘텐츠 영상과 내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고, 실시간으로 양방향 PT(Personal Training)까지 가능한 거울, 실내용 자전거에 모니터와 센서를 탑재하여 전문 강사의 실시간 지도를 받으며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자전거, 무게 조절이 가능하고, 자이로센서와 가속도계 등이 있어 횟수, 속도 등을 관리할 수 있는 케틀벨 등이 ‘홈트족’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런데, 홈트레이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용자를 응원하고 격려해서 운동을 지속할 수 있게 돕는 ‘트레이너를 닮은 인공지능’ 기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 최근 스마트 홈트레이닝 상품의 특징이다.그간 사들인 10여종의 운동기구들에 쌓여가는 먼지를 보면서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라는 생각으로 다른 상품을 하나 더 구매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금까지 3개월째 매일 꾸준히 이용하고 있고, 주변에 선물해 드릴 정도의 자칭 홍보대사가 되었다. 그 차이를 만든 것은 사실 그리 대단한 첨단기술이 아니다. 게임처럼 즐길 수 있어서 지루하거나 괴롭지 않다는 것.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는 ‘잘했어~’, ‘멋져~’, ‘이제 세 번 남았어~!’ 하는 목소리에 조금 힘을 낼 수 있다는 정도. 내 귀찮음을 이길 수 있는 만큼의 작은 응원과 격려의 기술이 필요했던 것이다.

2021-07-25

도쿄 올림픽 개막식을 보며

윤영대수필가 7월 23일 오후 8시, 제32회 도쿄 올림픽 개막식과 함께 17일간의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가 열렸다. 열대야가 염려되는 밤, 느긋이 소파에 앉아서 TV 중계를 보았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1년을 미루어 열린 만큼 기대도 컸다. 올림픽의 주제는 ‘Moving Torward (전진)’이고 ‘스포츠가 가진 힘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통해 전 세계를 하나로 이어준다’는 의미다.개막식 주제는 ‘감동으로 하나 되다’로 선수 모두 서로 다른 나이와 국적, 계층으로 분리되어 있지만 경기를 통해 흥분과 기쁨 뿐만아니라 실망도 함께 한다는 것이다. 무관중으로 조용하고 어두운 느낌 속에 비디오 영상으로 시작된 오프닝에서 ‘따로 또 같이’ ‘점과 선을 이어’의 의미로 혼자 어둠 속에서 달리는 선수의 모습과 바닥의 화려한 영상으로 선과 점으로 연결해 나갔다. IOC 위원장과 일왕 등 귀빈 입장에 이어진 퍼포먼스에서는 조금 으스스한 춤이 이어지다가 전통리듬과 밝은 등불 행렬이 들어오면서 환영의 뜻을 보여주며 64년 도쿄 올림픽 때 씨앗을 심은 나무로 ‘오륜(五輪)’을 만들어 굴렸다니 인상 깊다.30분간의 오프닝에 이어 각국 선수단 입장이 시작되었다. 206개국 1만여 명이 참가했다지만 일부 선수들만 입장하며 국기를 들고 특색있는 옷차림과 마스크를 한 채 텅 빈 관중석에 손을 흔들며 지난다. 그리스를 선두로 난민선수단이 들어오고 아이슬란드가 들어오기에 이상하다 했다. 일본어 발음의 순서인 모양이다. 그래서 한참을 기다렸더니 태국에 이어 103번째로, 참가한 29개 종목 237명 중 30명만이 태극기를 들고 들어왔다. 모자이크 처리된 관중석에서는 함성도 없고 먼저 입장한 선수들은 지루했겠지만 2시간 가까이 걸렸다.드디어 개막식, ‘더 빨리, 더 높게, 더 힘차게, 다 함께’를 표방하며 선서를 하고 일본의 전통색인 남색의 세 종류 상자들로 체크무늬의 올림픽 엠블럼을 만들고 평창올림픽에서 감탄했던 기억의 드론 쇼도 하늘에서 펼쳤다. ‘다양성의 화합’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한다. 좀 지루한 대회사, 일왕의 개회선언에 이어 올림픽기가 입장하고 종이 비둘기가 날리고 경기 종목의 픽토그램이 흥미롭다. 마지막으로 후지산을 형상화한 조형물 꼭대기의 공이 열리고 성화가 타올랐다. 경기장 둘레에 황금빛 불꽃이 터지면서 33개 종목에 32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 축제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도쿄 올림픽의 마스코트인 ‘미라이토와’가 ‘미래와 영원’이란 뜻처럼 스타디움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아쉽다.우리 선수단은 탁구 체조 수영 양궁에서 10대 선수들의 기량이 돋보이니 ‘활·총·칼’ 종목에서도 금빛 레이스를 펼쳐 예상대로 금메달 8~10개로 종합 10위권의 꿈을 이루어 코로나에 지친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 주기를 바란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선수들의 걱정도 크겠지만 개인의 최고 달성, 다양성 안의 통일, 내일로의 연결이라는 세 가지 핵심가치를 가슴에 품고 도쿄 하늘 높이 태극기 날리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도록 온 국민은 응원할 것이다.

2021-07-25

윤석열 지지자들 돌아서기 시작했다

심충택 논설위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히면서 국민의힘 동력도 떨어지는 분위기다. 반면 수도권과 호남지역의 민주당 지지세가 결집하면서 이낙연, 이재명 등 여권 대권주자들이 부상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에 대한 모호한 태도가 대권 판세를 흔들고 있는 양상이다.지난주 대구를 찾은 윤석열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처음부터 선택지를 정한 것이 아니어서 많은 국민과 현장에서 직접 얘기를 듣고 눈으로 보는 과정이 필요해 시간이 좀 걸린다”고 말했다.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는 “일희일비할 게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과 거리를 두겠다는 그의 정치적 행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답변이다.그를 지지하는 일부 국회의원들은 조만간 입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현재로선 윤 전 총장은 당 밖에서 세력을 확장한 후 오는 11월에 확정될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지금 국민의힘에 합류했다가는 자신을 지지하는 중도성향 유권자나 호남주민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기존 국민의힘 대권주자들과의 경선전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지 등등에 대해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한 가지 분명한 것은 윤 전 총장이 보수, 중도, 진보 세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장외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야권은 지금 심각하게 분열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여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은 상승하고 있다. 마음이 다급해진 전통적 야권 지지층에서 윤 전 총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여론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윤 전 총장은 현재 국민과의 소통이나 메시지 관리, 캠프인사를 두고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의 대선캠프를 ‘서초동 캠프’로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활짝 열려 있어야 할 캠프가 검찰청 같다는 소리다. 사실인지 확인은 해 보지 않았지만 캠프사무실에 들어가려면 지문을 찍어야 가능하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다. 후원회장 선임 등을 놓고 그의 인사스타일도 도마 위에 올랐다. 즉흥적 또는 ‘만기친람형(萬機親覽型)’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대통령이 될 경우 이런 인사스타일이 문제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그의 국정운영 역량을 가늠할 메시지가 적재적소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는 소리는 오래전부터 나왔다.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당내 친윤석열계 의원들의 관계도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야권 단일후보는 국민의힘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 대표로서는 당연히 가져야 하는 생각이다. 반면 정진석·권성동 의원 등은 이 대표가 특정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의심하고 있다. 친윤계 일부 의원은 동료의원을 상대로 ‘윤석열지지’ 연판장을 돌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기사도 보도됐다. 야권 대선후보 경선일정이 다가올수록 이러한 당내 갈등은 점점 심각해질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집권여당이 꿈에도 바라는 야권분열이 자신으로 인해 생기고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가 나오는 법이다.

2021-07-25

맹꽁이

맹꽁이는 본래 수컷 맹꽁이가 암컷을 부를 때 “맹” “꽁”하며 소리를 낸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맹꽁이를 쟁기발개구리라고도 하는데 뒷다리 바깥쪽에 쟁기 모양의 돌기를 이용해 땅을 파서 붙여진 이름이다. 맹꽁이는 몸통이 팽대하다. 머리부분은 짧고 몸 전체는 둥글다. 패드락 자물쇠를 맹꽁이 자물쇠라 부르는 것은 몸통이 납작한 게 흡사 맹꽁이를 닮아서다.사람을 두고도 맹꽁이 같다고 한다. 답답하고 융통성이 없을 때 쓰는 말이다. 바보라기 보다는 고지식하고 완고한 사람의 뜻이다.맹꽁이는 이제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다. 도시가 개발되면서 그들의 서식지가 많이 사라진 탓이다. 최근 국토부가 추진 중인 제주 2공항 건설사업이 맹꽁이 보호조치 미흡으로 제동이 걸렸다. 5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국책사업이 맹꽁이 보호 대책이 없다는 이유로 환경부의 협조를 얻지 못해 당분간 사업이 표류할 입장에 놓였다고 한다.우리나라도 야생 동식물의 보호를 위해선 선진국처럼 까다로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다는 좋은 사례라 하겠다. 경기도 성남시에 공급하려던 2천500여호의 신혼주택을 위한 공공주택 사업도 맹꽁이 보호 문제에 부딪혀 사업이 무산되는 일이 벌어졌다. 맹꽁이의 국내 최대 서식지는 대구 금호강변의 달성습지다. 2011년 맹꽁이 3만 마리가 대명천 유수지에서 번식해 낙동강 제방을 넘어 달성습지로 오는 장면이 목격돼 화제가 됐다.최근 대구 동구 이시아폴리스 봉무IC 인근에서 맹꽁이가 발견됐다는 민원이 제기돼 환경당국이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맹꽁이가 발견된 지역은 대구엑스코선 차량기지로 지목된 곳이다. 이 지역의 맹꽁이 서식 여부가 공사에 영향을 미칠까 또한번 세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7-25

영천시 10년만에 최대 인구 달성, 왜?

최기문 영천시장 올 2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년 인구동향조사 출생 및 사망통계 잠정결과’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 보다 많은 자연감소 현상이 최초로 발생하는 등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은 불가피해 보였다.영천시도 2011년 말 기준 10만4천182명에서 매년 감소세를 이어오다 2018년 7월에는 10만186명으로 10만 붕괴 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이에 민선7기 출범 후 시정 최우선 목표를 인구 증가에 두고 모든 행정력을 집중 노력한 결과, 2018년 이후 영천 인구는 ‘V자 반등’을 시작해 2021년 4월 30일 기준 10만2천529명으로 10년 만에 최대 인구를 달성했다.영천시는 3년 연속(2018~2020) ‘경북 저출생 극복 우수 지자체’로 선정되는 성과를 이뤘고, 2019년 합계출산율 1.5명으로, 도내 시부에서 1위를 차지했다.그 비결은 ‘살기 좋은 영천’을 만들고 인구 증가를 위한 명확한 목표 설정과 계획 수립에 있다.지난해 경북도 내 최초로 인구정책과를 신설과 지역 실정에 맞는 인구정책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연구용역을 실시하며, 주변 환경과 수요자 중심의 냉철한 분석을 통해 장·단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전략을 수립했다.장기적으로 교통인프라 구축, 정주여건 개선,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문화관광 인프라 확충, 농업경쟁력 강화를 도모하면서 단기적으로 인구 늘리기 캠페인, 임신출산·육아교육·기업청년·귀농귀촌·전입시민을 대상으로 각종 지원 시책 발굴을 진행했다.대구광역시와 30분대의 동일생활권을 실현하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대구도시철도 1호선 영천경마공원(금호) 연장을 추진한 결과, 지난 7월 5일 국토교통부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신규사업으로 확정·고시되는 성과를 거뒀다.영천경마공원역 연장은 경제와 교통, 문화 등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와 지역의 지도가 바뀌는, 영천 발전의 초석이 되는 사업이다. 이에 시는 역 중심의 신시가지 조성을 바탕에 두고, 영천의 미래 신성장동력 창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2024년 개장 예정인 영천경마공원과 금호읍 신월리 일대의 2천세대의 아파트 조성 및 영천하이테크파크지구, 영천금호 일반산업단지 공영개발 등 산업단지 조성과 원활한 물류 수송을 위해 금호~대창 하이패스 IC 설치, 금호~하양 간 국도 6차로 확장 사업을 추진 중이다.이처럼 장기적으로 교통, 주거, 문화 등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다각적 접근으로 살기 좋은 도시가 되도록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13년 만에 지역에 없던 분만 산부인과 개원과, 출산양육지원금 확대지원, 다함께 돌봄시설 개설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중소기업의 운전자금과 기숙사 임차비 지원을 통해 기업과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있으며, 귀농·귀촌자 정착에 따른 각종 지원책도 시행 중이다. 또한 청년 인구 유입을 위한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시책 운영을 위해 올해 초 청년정책담당을 신설한 만큼 청년을 위한 정책과 사업들도 계속 추진된다.이같은 노력과 함께 전입자를 위한 시책뿐 아니라, 현재 거주하는 영천시민들을 위한 시책도 적극 발굴하여 영천을 떠나지 않고 정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이처럼, 영천시는 단기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시책들에 그치지 않고, 살기 좋은 도시가 되도록 일과 가정의 양립, 교통과 교육, 주거, 취업 등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모색하고 발전적인 영천시가 되도록 끊임없이 전진하고 있다. 살기 좋은 도시 영천에서 그 변화를 직접 느껴 보시길 바란다.

2021-07-25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블로그에 무궁화 꽃이 피었다. 3년 전, 7년 전 오늘 일기를 다시 보여주는 블로그의 서비스 덕분으로 같은 날에 쓴 대여섯 개의 오늘 일기가 떠올라 잊고 있던 그 날의 이야기에 또 한 번 웃을 수 있어서 좋다. 12년 전 이맘때도, 우리 동네에는 무궁화가 화려한 외출을 했다.2009년 7월 오늘, 안동에서 외할머니가 오셨다. 연세가 많으셔서인지 집 밖에 나가는 걸 싫어하셔서 겨우 모시고 온 길이었다. 손녀인 내가 꽃구경 가자니 이 나이에 꽃은 봐서 뭐하냐고 안 간다고 손사래 치신다. 힘드시면 업어드릴 테니 가자며 억지로 모시고 기청산수목원으로 향했다.입구의 키 큰 소나무를 보고 “야야, 이크러 좋다 야야.” 를 연발하신다. 입장료가 비싸다 하시다가 숲해설가가 따라다니며 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해주니, 또 “아이구, 야드래이.” 하시며 좋아하신다. 지팡이를 짚고서도 잘 따라 다니셨다. 증손자 규헌이가 부축해 드리려 해도 싫다셨다. 숲해설가가 우리 가족관계를 묻고는 친정엄마도 모시고 남편이 운전해 4대가 왔다니 신기하다며 웃었다. 꽃과 나무 그늘이라 이 더위에도 시원한 산책이었다.그날 기청산 수목원은 무궁화 축제 기간이었다. 꽃의 색깔도 여러 가지였고 모양도 다양했다. 무궁화의 종류는 200종 이상이 있는데 품종은 꽃잎의 형태에 따라 홑꽃, 반겹꽃, 겹꽃의 3종류로 구분하고, 꽃의 중심부에 단심(붉은색)이 없는 순백색의 흰 꽃은 배달계라 하며, 꽃잎에 무늬가 있는 종류는 아사달계라고 한다. 단심계는 꽃의 중심부에 붉은 무늬가 있는 것으로 백단심계, 홍단심계, 청단심계로 구분된다. 외할머니께 무궁화의 이름 하나하나를 읽어드렸다. 이렇게 여러 종류가 있는 줄 평생 모르고 사셨다며 한참을 무궁화동산에 머무셨다.무궁화를 나라꽃으로 선정한 것은 1896년 독립문 주춧돌을 놓는 의식 때 애국가 후렴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구절을 넣으면서 민족을 상징하는 꽃이 되었다고 한다. 무궁화의 정신은 우리 겨레의 단결과 협동심으로 꽃잎이 떨어져 있는 것 같으면서도 꽃잎의 근원은 하나인 통꽃이며, 인내, 끈기를 나타내듯 여름철 100여 일간 한 그루에서 3천 송이 이상의 꽃을 피운다고 하니 무궁한 꽃이라 불리는 것이다.여름에 들면서 도시숲을 아침마다 걷는다. 오랜 시간 기차가 다니던 레일을 걷어낸 자리에 나무와 꽃을 심어 숲을 만들어 걷기에 좋은 산책로가 됐다. 유성여고 앞에서 시작해 걸으면 효자교회까지 연결되는 긴 숲이다. 내가 걷는 길은 우현사거리 부근이다. 메타세쿼이아가 늘씬한 키를 뽐내며 줄지어 서서 파란 하늘과 잘 어우러져 새소리가 함께 들려 숲속을 걷는 기분이 든다. 그 길로 머리도 덜 말린 채 출근하는 사람들, 교복을 입고 조잘거리며 학교로 향하는 여중생들, 어제도 만난 강아지가 할머니를 끌고 냄새 맡기에 열심이다. 시내 방향으로 걸으면 인공폭포가 나타나고 곧 수도산이 나타난다. 입구에 절이 세 개나 있어서 진짜일까 궁금한 마음에 다 올라가 보았다.오늘은 무궁화가 만발한 충혼탑을 오르기로 했다. 입구에서부터 길 양쪽에 무궁화가 가로수로 섰다. 분홍 꽃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꿀벌이 꽃술에 매달려 아침 준비로 한창인지 인기척에도 달아나지 않는다. 충혼탑이 어디 있는지 무궁화만 따라가면 알 수 있게 줄지어 심어놨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교문 앞에 키 낮은 무궁화가 담장을 대신이었다. 발밑에는 또르르 말린 꽃이 가득 떨어져 있어도 오늘 또 새로운 꽃이 활짝 펴 교실로 향하는 우리에게 함박웃음을 안겨주었다. 그때는 무궁화는 키가 작은 줄만 알았다. 수도산의 무궁화 가로수를 보니 이렇게 늘씬하게 자랄 수 있구나 싶다.매일 걸어도 매일 새로운 꽃을 피워 우리를 반긴다. 가까이 있어 별명도 십여 개인데, 그중 ‘일급(日及)’은, 아침에 햇빛을 받아 피었다가 저녁에 해와 함께 진다는 데서 주어진 이름이다. 무궁한 무궁화가 수도산 가득 피었다. /김순희(수필가)

2021-07-25

철밥통

철밥통이란 철로 만든 밥통이다. 철로 만들었기에 깨질 염려가 없다. 안정적이고 해고될 염려가 없는 직장을 비유적으로 부를 때 우리는 철밥통이라 한다.우리나라에서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을 철밥통에 잘 비유한다. 나라가 발칵 뒤집힐 엄청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계속 일하고 먹고살 수 있는 직장이란 뜻이다. 중국에서도 평생을 직장에서 해고되지 않는 공무원을 철밥통이라 부르는데 이 말이 우리에게 넘어와 사용되고 있다 한다.공무원 선호문화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점차 늘기 시작했고, 청년실업이 심화되면서 더욱 굳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사회의 안정성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통계청의 5월 중 경제활동 인구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취준생의 32.4%가 공시생인 것으로 밝혀졌다. 취업준비생 10명 중 3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전년보다도 숫자상 4%포인트가 증가했다.코로나 사태로 인한 우리사회의 불확실성 증가가 공시족을 더 늘렸다는 분석이다. 청년들 사이에 공무원이 인기직업으로 등장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명문대 출신 졸업생이 9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것이 이젠 자연스런 현상이다. 심지어 대기업 합격자가 공무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도 종종 목격된다.공무원도 우수한 인재가 필요하겠지만 4차 혁명시대로 넘어가는 이 시점에 청년들이 무더기로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현상은 국가 장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글로벌 경쟁시대는 민간부문의 창의성이 승패를 가른다. 창의와 열정보다 안정과 여유를 택하고 도전보다 안주를 바라는 젊은이가 많아진다면 국가의 장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7-22

‘3인3색’ 벼락치기 대선수업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내년 대선에 나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야권 후보 3명의 정치적 행보가 3인3색으로 극명하게 달라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이들은 모두 문재인 정부 요직을 지낸 이들로서 ‘벼락치기 대선수업’에 나섰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미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떠오른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 이후 국민의힘에 입당도 않은 채 민생행보를 계속해왔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이 아직 중도층의 확고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해 입당시기를 최대한 늦추면서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하는 수순을 밟으려는 의도로 보인다.문제는 평생 검사로서 생활해온 윤 전 총장이 온갖 궤계가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자신의 지지율을 끝까지 방어하며 결승점까지 골인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윤 전 총장은 최근 광주를 방문해 5·18 정신을 헌법에 넣겠다고 하고, 대구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해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갈지자 행보’란 지적이다. 진보와 보수를 겨냥한 메시지가 뒤섞여 중도는 물론 보수도 마뜩잖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출마 선언 이후 처음으로 10%대 지지율이 나오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이 정책 비전을 내놓기보다 단순한 정부 비판 메시지를 반복하는 바람에 지지 기반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코로나 확산이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이었으면 민란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발언을 하는 가 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서도 찬성입장을 보여 탄핵의 강을 넘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방향성 혼란’을 우려할 정도다.이에 반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감사원장직에서 물러난 직후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내에서 발빠르게 대선후보의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자신이 인지도가 낮고, 정치적 기반도 없는 상태에서 대권후보로서 빠르게 자리를 굳히기 위해 조기입당을 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지만 그게 ‘신의 한수’가 됐다. 민주당의 네거티브에 대한 방어나 인지도 제고에 큰 도움이 됐다. 실제로 최 전 원장은 국민의힘 입당직후 실시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 이재명 지사, 이낙연 전 대표에 이어 네번째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기존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후보 지지율을 상회하는 지지율이다. 최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캠프 출신들을 영입해 본격적인 대선캠프를 꾸리는 등 더욱 발빠르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또 하나의 야권주자로 꼽히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아예 제3지대 후보로 나설 뜻을 밝혔다. “정치판을 바꾸는 변화가 있어야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한 김 전 부총리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 누구도 가지않는 제3지대에서 대권에 도전할 태세다.대권도전에 3인3색의 야권후보 3명의 정치적 도전이 어떤 결과를 빚어낼 지 자못 궁금해진다.

2021-07-22

교육부와 대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교육부와 대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교육부가 대학 운영의 고삐를 쥐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대학들은 교육부의 감사를 받아보면 그걸 실감한다고들 한다. 교수와 직원들을 시간을 정하지 않고 무작정 대기하라고 한다던가 감사 자체가 상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재정지원 또는 각종 프로젝트 지원을 받아야 하는 대학은 이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대학 교무회의에 참석하면 대학에서 가장 골치 아픈 논의가 어떤 학과의 정원을 줄여서 어떤 학과의 정원을 늘리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논의는 아마도 한국대학에서만 빚어지고 있는 기현상일 것이다.얼마 전 교육부가 대학입학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다소 듣기에 생소한 정책 발표를 한 적도 있다. 그런데 이를 잘 살펴보면, 평소 구조조정의 전가의 보도를 휘둘러 대던 교육부가 구조조정을 하는 속도보다 인구 감소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공연히 고생만 하고 문제해결을 못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그동안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없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다”라는 자조적인 말이 있어왔다. 교육부가 대학지원을 무기로 입학정원에서부터 대학 구조조정까지 여러 가지로 대학을 규제하여 왔기 때문이다.한국은 고교 졸업자의 70~80%가 대학에 가는 국가이며 이 비율은 OECD 국가 중 1위이다. 대학은 국가 경쟁력의 지표라는 점에서 교육부의 정책은 그만큼 중요하다.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메달 순위는 10위 이내를 장담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력도 10위권에 접근한다. 그러나 QS, THE 등 세계대학평가 기관들의 발표를 보면 한국 대학의 경쟁력은 세계 30위권에 들은 대학이 하나도 없다. 포스텍이 2010년 세계 28위를 단 한 번 마크했었지만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들은 30위권 이하로 내려가 있다.교육부 규제는 대학의 창의와 혁신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큰 바탕이 되어야 한다. 명시적으로 규정된 것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규제’보다는 최소한의 사항만 금지하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교육부가 정한 것 이외에는 대학이 무엇이든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교육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혼동하고 있다. 상황이 좋을 때는 대학을 규제하지 않는 것이 교육부가 할 일이고 상황이 안 좋을 때는 대학을 도와주는 것이 교육부가 할 일이다. 지금 상황은 그 반대이다. 대학을 규제하는 힘을 과시하기 위해 교육부가 평시에도 대학지원을 무기로 대학을 규제하고 있다가 위기 상황에서 대학은 고통을 대학자율에 맡기고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교육부 폐지가 최선이다라는 말이 안나오려면 교육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좀 더 잘 구분해야 하고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2021-07-22

여름 한나절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고가철로가 지나가면서 그 밑으로 길게 그늘을 지운다. 더위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한낮에 그 그늘에 의자를 놓고 앉아 피서를 한다. 들판 한가운데는 사방이 틔어 있어서 어느 쪽에서 부는 바람도 다 맞을 수가 있다. 아무리 찌는 더위라도 웃통을 벗고 앉아서 부채질을 하면 견딜 만한 것이 들판의 그늘이다.들판에는 벼들만 사는 게 아니라 바람도 산다. 날마다 들판을 거닐면 무엇보다 바람과 친밀해진다. 사계절이 온통 바람의 계절이다. 미풍에서 태풍까지, 열풍에서 삭풍까지 무수한 바람의 스펙트럼에 민감해진다. 사람의 마음결을 느끼듯이 바람의 숨결을 느끼게 된다. 바람에 몸과 마음을 열어놓고 있으면 우주의, 생명의 세세한 기미까지 감지하는 감성이 살아난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고 한 폴 발레리의 시구도 아마 그런 감성의 일단에서 나왔을 것이다.철로 그늘에 앉아서 바라보는 시야의 절반은 들판과 그 끝의 산이고 나머지 절반은 하늘이다. 하늘과 땅이 반반인 이런 구도가 더없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평생 들판을 거닐며 살아오다 보니 아무리 명승절경이라도 시야가 막혀 있으면 나는 답답함을 느낀다. 이 들판은 분지라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들판 한가운데서는 어느 쪽을 봐도 시계의 절반 이상이 하늘이어서 좋다. 사람이 다른 동물과 다른 것은 머리가 하늘을 향하도록 직립보행 하는 거라고 했던가, 비록 땅에 발을 딛고 땅에서 먹이를 구하지만 수시로 하늘을 쳐다보며 살아야 인간다운 거라는 생각이다.여름 들판은 키가 자란 벼들로 진초록 물결이 넘실댄다. 작열하는 햇빛을 뭇 생명의 양식인 유기물로 합성하는 역할이어서 그런지 벼들의 초록은 삼복더위를 압도하는 기세다. 이 들판에는 벼들 말고도 내가 앉아 있는 주변에 개망초꽃도 피어있고 토끼풀과 강아지풀도 있다. 개망초꽃과 토끼풀꽃에는 벌과 나비가 날아든다. 가만히 보면 꿀벌과 나비는 생태가 사뭇 다르다. 꿀벌이 이 꽃 저 꽃 옮겨 다니며 부지런히 꿀을 모으는 반면 나비들은 먹이활동 보다는 춤추며 날아다니는 게 더 일인 것 같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개미와 베짱이를 닮았다. 나풀거리며 초록 들판을 날아다니는 하얀 나비들은 무대 위의 발레리나를 연상케 한다. 잠자리도 나비와 베짱이의 생태를 닮았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유유히 날고 있는 잠자리들의 비행에는 별다른 목적이 없어 보인다. 날기 위해서 태어나서 나는 게 곧 삶인 모양이다.들판에서는 심심하지가 않다. 나비와 잠자리뿐 아니라 이따금 백로도 우아한 날갯짓으로 너울너울 무대를 가로지르고 청둥오리나 산비둘기가 잠깐씩 등장하기도 한다.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갖가지 형상으로 배경을 바꾼다. 여름들판에서는 아쉬운 것도 없다. 인간사회의 일쯤은 사소한 것이 된다. 물론 그 사소한 것들에 목을 매는 사람도 많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다. 이 여름 나에게 가장 큰 행운은 이 철로의 그늘을 무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어느 재벌의 호화별장과도 바꿀 마음이 없다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누가 믿거나 말거나 이 들판의 여름 한가운데서 나는 더 바라는 게 없다.

2021-07-22

칠포 암각화

정미영 수필가 간절히 기도하며 염원을 새기는 이의 마음 깊이는 어느 정도일까? 가늠하고 또 가늠하면서 암각화를 찾아 집을 나선다. 포항에는 암각화가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는데, 그 중 칠포 암각화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게 분포되어 있다.1985년에 처음 발견된 암각화는 기계면 인비리에 있다. 기북면 초입에 늘어선 고인돌 중 하나에서 확인되었는데, 고인돌 덮개돌의 남면에 석검과 화살촉 모양을 새긴 것이 세 점 나왔다고 한다.내가 오늘 찾아간 것은 1989년에 발견된 곤륜산 중턱 모래암석에 새겨진 암각화다. 그림은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이다. 석검 손잡이 모양의 검파형 암각화를 중심으로 장구 모양, 실패 모양, 알구멍, 돌화살촉 등이 새겨져 있다. 암각화에 새겨진 물상들을 살펴보는데 낯선 방문객의 눈길을 의식했는지, 바위 품에 있던 그림들이 기지개를 켠다.암각화는 오랜 세월 탓에 마모되었다. 하지만 존재 가치와 의미는 전혀 퇴색하지 않았기에, 내 경외감의 농도는 전혀 옅어지지 않았다. 자연이 만든 대상물 가운데 바위는 유독 변하지 않는 존재로 여겨져 예로부터 특별하게 생각되어 왔다.사람의 불안정성과 왜소함을 바위의 영속성과 견고함에 비교했던 탓일까? 선사시대 사람들은 다산과 풍성한 사냥을 기원하는 마음을 바위에 새기는 각수(刻手)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기원의 마음을 담아내느라 햇빛과 달빛 아래에서 부지런히 일손을 놀렸을 바위새김이들의 모습이 겹쳐진다.그들은 바위에 곱돌로 그리고, 나중에는 참돌 새김칼로 새겼을 것이다. 부족사람들의 바람을 바위에 새기는 동시에 후손인 우리들에게 삶의 흔적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기원의 마음이 깊었던 탓에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칠포 암각화는 소멸되지 않고 가부좌를 털고 앉아 조용히 묵언수행하고 있는 것 같다. 간절히 염원하고 신념을 새기는 조상들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는 것 같아 내 가슴이 먹먹하다.할아버지도 새김이였다. 그들은 바위에 새겼지만, 할아버지는 옹기에 문양을 새겼다. 가마 앞에서 노심초사하던 할아버지의 어깨와 등을 보면 안쓰러울 때가 많았다. 하지만 흙을 빚어 말린 물그릇에 건아작업을 거쳐 바짝 말린 다음, 가마에 넣어 구워내기를 반복하는 열정에는 존경심이 일었다.옹기를 만들 때 문양은 동물문과 화초문을 새겼다. 할아버지는 옹기를 사용하는 이들의 장수, 다산, 부를 기원했다. 옹기에 새와 나비를 그리고 연꽃과 모란을 그릴 때 할아버지의 손등에서는 푸른 힘줄이 튀어 올랐다. 조각칼을 잡은 손은 떨리면 안 된다. 마음을 다잡고 집중하는 모습에서 작품에 대한 의지가 엿보였다. 여러 형상을 표현하는 문양마다 할아버지의 눈물과 땀이 젖어있었다. 혼신의 힘을 다하는 마음이 내 가슴에 무수한 언어로 전해졌다.앞만 보고 달려가는 현실 속에서 과거를 반추하는 것은 온고지신(溫故知新) 때문이다. 간절히 기도하며 마음을 새겼던 선사시대 조상들의 정신이 한 치의 오차 없이 후손들에게 전해졌기에, 우리의 새김 기술은 삼국시대, 고려, 조선을 거쳐 오늘날 세계 최고의 기량을 뽐내는 수준이 되었다.칠포 암각화는 예술혼이 깃든 문화재다. 바위새김이들은 온갖 시련과 고난이 찾아와도 암각화에 기원의 말을 새기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연유로 간절한 염원의 말은 소멸되지 않고, 암각화라는 예술을 피어 올렸다. 문화재는 가슴 깊숙한 곳에서 민족 구성원들을 서로 연결시키고 지탱해 주는 버팀목이다. 나 또한 바위에 새겨진 조상의 숨결과 아포리즘을 온몸으로 느끼며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주어야 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간절히 염원하고 신념을 새기는 이의 마음은 필연적으로 전해지리라. 가만히 귀 기울이고 있으니 조상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소중한 그들의 염원을 바위 품에서 내 가슴으로 옮겨와 곰비임비 쟁여본다.

2021-07-21

모감주나무, 여름을 반짝이다

여름은 모감주나무의 계절이다. 며칠 동안 비가 오락가락하며 애간장을 태우더니 오늘 하늘은 참 맑다. 이때다 싶어 서둘러 길을 나서기로 한다. 등굽잇길에 들자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습한 것들이 열어 둔 창문으로 들이친다. 같이 비집고 들어온 풀 냄새도 바쁘게 내 마음 언저리에 걸터앉는다.모감주나무를 만나러 가는 길은 아름답다. 임곡 항에서 925번 해안도로를 따라 운전하면 드라이브 코스로도 멋지다. 왼쪽은 바다요, 오른쪽은 산으로 둘러싸여 길목마다 다른 풍경을 만들어 준다. 비릿한 바다 냄새가 코끝을 찌푸리게 해도 눈앞에 보이는 풍경에 금방 얼굴이 환해진다.비 온 뒤라 그런가, 세상은 온통 잿빛과 갈맷빛뿐이다. 길을 나설 때부터 따라온 하늘과 바다는 온통 흐리다. 어제 내린 비에 하늘도 바다도 제 빛을 갖지 못하고 어중간하다. 오른쪽에는 녹음으로 우거진 신록의 나무들이 물길을 찾아 목마름을 채우고 있다. 해안도로를 이십 분 정도 달렸다. 드문드문 노란 별빛으로 길 밝히는 모감주나무가 보인다.모감주나무 군락지 안내판이 언뜻 보인다.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는지 갓길에서 뒤로 밀려나 있다. 그런데 산으로 들어갈 길이 막막해 보인다. 방파제에서 마주친 주민에게 모감주나무 이야기를 꺼내자, 시큰둥하다. 발산리 주민들은 모감주나무군락지가 문화재로 지정되어 좋을 줄 알았단다. 기쁨도 잠시, 주민들의 터전이 문화재보호법에 적용되어 30년 동안 많은 제약이 있었다고 한숨을 쉰다. 오래되고 높다랗게 서 있는 모감주나무를 그저 말없이 쳐다본다.뜨거운 햇볕이 쏟아져도 모감주나무는 투덜대지 않는다. 햇볕이 부숴내는 작은 알갱이에도 오히려 당당하게 꽃을 피운다. 못 견디겠다고 피하거나 가지를 늘어뜨리지 않는다. 제 꽃술을 살포시 받쳐 올리며 꽃을 완성한다.모감주나무는 하늘을 향해 긴 꽃대들을 곧추세운다. 짙은 신록 위에 황금빛 별을 뿌려놓은 듯, 자잘하면서 화려한 꽃들을 총총히 피운다. 노란 꽃잎은 땅에 떨어져서도 아름답다. 바닥에 수북이 떨어져 있으면 아까워서 함부로 밟지 못한다. 우수수 떨어지는 꽃잎을 보면 황금비가 내리는 것만 같아서 서양에서는 모감주나무를 ‘Gold Rain Tree’라고 한다.모감주나무 열매는 금강석처럼 단단하다. 그래서 금강자(金剛子)라고도 한다. 불가에서는 도를 깨우치고 지덕이 굳으며, 단단하여 모든 번뇌를 깨뜨릴 수 있는 열매라고 여긴다. 염주의 재료로 쓴다. 모감주나무 열매로 만든 염주는 귀해서 큰스님이나 지닐 수 있었다.나무를 향해 카메라를 들었다. 나무는 노란 꽃등을 거둬들일 생각이 없는 듯 환하다. “이곳은 노을 질 때가 제일 예뻐요.” 마을 주민이 한마디 건넨다. 바다와 노을, 그리고 모감주나무가 환상적인 짝을 이룬다고 말한다. 나무가 많은 곳에는 인심이 넉넉한가, 마을주민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번진다. 오늘은 나도 방파제에 앉아 노을에 젖는다.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후, 나무는 바람을 기다린다. 모감주나무는 주로 바닷가 산비탈이나 도로변 절벽에 군락을 이룬다. 바람이 드나드는 길목은 씨앗을 퍼뜨리기 좋은 자리다. 기다리다 때가 되면 자유롭게 새 땅을 찾아 떠날 것이다.가장 아름다운 탄생은 가장 위험한 곳에서도 환경을 이겨낸다. 무모한 도전이 되지 않기 위해서 모감주나무 씨앗은 편서풍을 이용하고 5개월 만에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한다. 더러는 바람의 흐름에 떠밀려 바다에 떨어지고, 더러는 땅에 정착하더라도 말라버릴 수 있다. 다행히 함께 살아남은 씨앗은 불볕더위를 이기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다. 이순혜수필가 나무가 꽃을 피울 때는 안 보려 해도 그냥 보인다. 방파제에 앉아 산을 향해 눈을 들면 모감주나무에 꽃불이 일어난다. 꽃을 피우기 위해서 바람은 불었을 테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도 바람은 나무 사이를 헤집고 다녔을 것이다. 어디에 어떻게 살더라도 나무는 그들만의 방식대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번식을 한다. 나무는 움직이지 못하지만 그들의 다음 세대를 위한 노력은 치열하다. 모감주나무는 그렇게 먼 여행길에 오를 것이다.해가 지고 밤이 되면 모감주나무 꽃에 별들이 윙크한다. 저희끼리 도란도란 주고받는 소리에 파도도 하얀 웃음으로 맞장구친다. 나무가 들려주는 많은 이야기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떠 있는 별들도, 졸음에 겨워 눈을 비비며 깜빡이는 별들도,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게 이야기를 듣고 있다. 꽃과 별들이 소곤대는 몸짓은 여름밤이 깊어갈수록 더 반짝인다.

2021-07-21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하락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여야 모두 대선 예비 후보 등록을 시작하고, 여당은 경선 컷오프에서 후보 6명만 확정했다.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한때 고공 행진한 적이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은 퇴임 전에도 이미 대선 후보로 확정된 셈이다. 그에 대한 지지율이나 적합 도는 50%를 넘어 타 후보를 압도했다. 그는 지난 3월 3일 검찰총장직을 사퇴하고 6월 29일 정치 선언 후 예비후보로 등록까지 했다. 대선 후보 지지도 부동의 1위였던 윤석열의 지지율은 지난주 처음으로 20%대 후반으로 내려앉았다. 어느 조사에서는 이재명, 이낙연 양자 대결구도에서도 밀리기도 했다.여론은 수시로 변하지만 그의 지지율이 추락한 것은 사실이다. 고공행진을 하던 그의 지지율이 급락한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윤 후보의 어정쩡한 정치적 행보가 지지율 하락을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윤석열 후보는 아직도 자신의 확고한 둥지를 선택하지 못했다. 그는 국민의 힘 입당을 미루고 당 밖 제3지대에서 외곽전을 벌이고 있다. 여전히 ‘나의 길’을 고집하다 최재형에게 입당의 선수마저 빼앗겨 버렸다. 한국 정치처럼 진영 간의 깊은 골에서 좌고우면하다 입당 기회를 실기한 듯하다. 선택의 딜레마 상황은 양측으로부터 동시 비난 가능성이 높다.둘째, 그가 문재인 정부의 독단성만 강조하다 정작 그 자신의 정책 비전은 제시하지 못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 노출을 위해 정부 정책의 대척점을 찾아다녔다. 탈 원전에 반감을 가진 서울대 원자력 교수실 방문에 이어 카이스트 대학원 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대전 국립묘지 천안함 희생자 묘역을 찾아 안보의 맹점을 부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그늘지고 응어리진 취약 지점은 찾았지만 그 자신의 정책 비전은 분명히 제시하지 못했다. 정치 신인 윤석열 다운 정책 비전이 분명하지 않을 때 그에 대한 지지율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셋째, 그의 지지율 하락에는 가족의 비리 의혹이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장모 최씨는 요양병원 부당 지원금 수령 의혹으로 3년 구형을 받고 법정 구속되었다. 처에 대한 줄리 의혹과 박사 학위 논문 표절 의혹은 윤 후보의 ‘공정과 법치’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켰다. 물론 법리적으로는 결혼 전 일이라 본인에게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아직 가족 관련 6개의 의혹 사건이 남은 상황은 그의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흑색선전과 네거티브가 판치는 한국 대선 풍토에서 가족의 비리 의혹은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후보의 야당 입당 유보, 정책비전의 부재, 가족 비리 의혹은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선거에서 대결 구도, 정책, 인물이라는 3요소는 선거의 승패를 좌우한다. 구도 면에서 그는 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대립각을 세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아직도 확고한 둥지는 마련치 못했다. 유권자의 표심을 끌기 위한 정권교체는 강조하지만 정책적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인물은 결국 후보의 이미지인데 그의 공정한 포청천 이미지는 가족비리 의혹으로 상쇄되고 있다. 그는 산토끼 여러 마리를 잡으려다 확보한 집토끼마저 놓칠 수 있음도 알아야 한다.

2021-07-21

방학 발자국

이주형 산자연중학교 교감 방학이다. 올해도 달라진 게 없는 그렇고 그런 방학이다.온라인 수업 때문에 학교가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곳으로 전락해버린 지금 학생들에게 굳이 방학이 필요할까?많은 사람이 묻는다, 왜 꼭 공부는 학교에서 하는 것만 인정하냐고. 집에서 EBS 보거나 혼자 숙제하는 것도 수업으로 인정하는 판에 왜 다른 곳에서의 수업은 수업으로 인정하지 않냐고. 특히 영어, 수학 과목은 학교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학원 등에서 공부하는데, 그것도 학교보다 더 열심히 하는데, 왜 그것은 수업으로 인정 안 하느냐고!다들 아는 사실이지만, 학교가 본래의 기능을 잃은 지는 오래다. 지금 학교는 성적 산출을 위한 시험을 치는 곳에 불과하다. 그 시험을 위해 학기를 나누어 학생을 학교에 모은다.‘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정말 이보다 좋은 말은 세상에 없다. 나열한 것은 2015 개정 교육과정 핵심 역량이다. 이 역량 중에서 단 하나만이라도 학교에서 제대로 학생들에게 심어줄 수만 있다면!아래에 인용한 역량은 2015 개정 교육과정 핵심 역량 중 어디에 해당할까?‘다양한 상황에서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효과적인 방법으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역량’.바로 ‘의사소통 역량’이다.물론 다른 역량도 중요하지만, 필자는 우리 교육이 해야 할 가장 기본이 학생들에게 이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일을 하는 사람이 교사를 비롯한 교육 관계자다. 그럼 교육계에서 일하는 사람의 의사소통 역량은 어느 정도일까?학생 앞에서는 소통, 배려, 이해 등을 멋있게 이야기하지만, 이 이야기를 가장 지키지 못하는 집단이 교육계다. 물론 소통의 본보기가 되는 교육 종사자도 있다.하지만 그들의 수는 많지 않다. 이번 방학만큼은 교육 종사자의 의사소통 역량이 향상되는 방학이길 간절히 기원한다.물발자국, 탄소발자국, 생태발자국 등 발자국이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 이들은 사람이 지구에 남긴 나쁜 발자국들로 인해 지구는 기후 위기, 전염병 등 대위기에 처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인류는 녹색 발자국이라는 답을 찾았고, 문제해결을 위한 행동에 나섰다는 것이다.그런데 문제는 역시 학교다. 학교에는 수업 발자국, 시험 발자국, 학교폭력 발자국 등 참 많은 나쁜 발자국이 있다. 그중 나쁜 발자국이 방학 발자국이다. 방학은 학생의 심신을 처참히 짓밟는 발자국이 된 지 오래다. 방학이 더 나쁜 것은 학생에게 희망 고문을 한다는 것이다. 이 나라 학생의 방학 현실을 모르면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다. 학교 다닐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학원 등 사교육 기관에서 보내는 것이 이 나라 방학이다.그럼 그 시간을 정규 수업 시간으로 인정해주는 교육계의 녹색 발자국은 없을까!

2021-07-21

내일을 이야기하라

장규열 한동대 교수 본인은 억울하지 않을까. 52시간 정책이 문제라는데 120시간만 시비거리가 된다거나, 대구를 칭찬한다는 소리가 다른 지역을 폄훼한다고 들렸다는 게 아닌가. 생각을 표현하는 일은 그처럼 힘들다. 오죽하면, 어느 옛 시인은 ‘말로써 말많으니 말말을까 하노라’고 했을까. 글이든 말이든 적거나 뱉은 다음엔, 이제는 내 것이 아니다. 읽고 들은 사람들이 새기고 해석하며 소비한다. 나의 배경과 처지를 바탕으로 표출된 생각이지만, 받아서 사용하는 쪽에도 그들의 배경과 처지가 있다. 내 생각에 대한 그들을 오해를 내가 아무리 애쓰며 바로잡으려 해도 좀처럼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그들에게 나처럼만 생각하라고 주장할 방법이 없다. 공인으로 사는 길은 그래서 피곤한 법이다.고단한 길에 그들은 왜 나섰을까. 나 하나만을 위해 살기보다 남들을 위해 살겠다는 진정성을 믿어주기로 하자. 그렇다면 남들의 내일이 오늘보다 좋아지는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나라와 백성이 살아가는 길에 꿈이 살아나고 희망이 피어나는 생각이 들려야 하지 않을까. 출사표를 던진 이들이 벌써 여럿이지만, 국민은 내일을 이야기하는 당신을 아직 만나보지 못하였다. 현란한 말솜씨와 빼어난 설전이 이어지지만, 어제를 탓하고 흠집만 파고드는 당신들에게 국민은 이미 지쳤다.포스트코로나를 어떻게 맞을 것이며 4차산업혁명을 어찌 대처하고 기후위기는 무엇으로 막을 것인지 당신에게는 큰 생각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좌우와 빈부로 갈라진 사회의 모습은 어찌할 것인가. 경제와 기업, 노동자와 사용자를 함께 이롭게 할 방법은 있는가. 세대와 성별 간 갈등을 해결할 열쇠를 당신은 가지고 있는가. 청년문제가 잠시 떠오르는가 했더니 어른들 샅바싸움에 다시 가라앉은 느낌이다. 백년대계 교육은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있지 않은가. 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외교적 위치도 새롭게 정비해야 하고 북한과의 관계정비와 평화를 향한 통일정책도 만만치 않다.그럼에도 국민에겐 하잘것없는 말싸움만 들린다. 무게있는 분석은 없고 사이다적 세 치 혀만 들린다. 나라에 필요한 건 ‘통쾌한 반격’이 아니라 ‘진중한 해결’이 아닌가. 듣고 당장 시원해지는 탄산소다보다는 조금 천천히 가도 내일을 다지는 무거운 정책을 만나고 싶다. 어제와 오늘이 불편한 까닭을 내일을 향한 비전과 계획으로 이겨내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그런 꿈을 당겨오는 당신에게 내 표를 던질 터이다.작가 제임스클라크(James Freeman Clarke)는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지만,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걱정한다’고 하였다. 고달픈 공인이 되어 남을 위하여 살겠다는 참된 다짐을 하는 정치인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당신은 정치꾼인가, 아니면 정치인인가. 당신의 그 한마디가 세상에 희망을 주는가 아니면 그저 속만 시원하게 하는가. 나라를 이끌어 보겠다고 나선 당신에게서,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 깊은 속내를 눈치채고 싶다.

2021-07-21

화제의 ‘이건희 컬렉션’

21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일반에 공개되는 ‘이건희 컬렉션’사전예약 티켓이 매진됐다.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각각 다음 달 19일, 다음 달 3일까지 관람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30일 후, 국립현대미술관은 14일 후 관람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을 받고 있으며, 매일 밤 12시에 하루 치 예약이 추가로 풀린다.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은 각각 2만1천693점, 1천488점으로, 이번 특별전에선 총 135점이 전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문화재 45건 77점을 공개한다.선사시대 유물인 국보 ‘청동방울 일괄’, 청동기시대 붉은 간토기 항아리부터 조선 후기에 제작된 도자기, 민화 등이 진열된다. 특히 겸재 정선이 비가 갠 인왕산 풍경을 자신감 넘치는 필치로 묘사한 걸작 ‘인왕제색도’, 김홍도의 ‘추성부도’와 강세황의 ‘계산허정도’가 전시된다.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제작된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등 20세기 초중반 한국미술 거장들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이중섭의 대표작 ‘황소’와 ‘흰 소’가 공개됐다. 박수근 작품으로는 ‘절구질하는 여인’, 백남순의 ‘낙원’, 이상범의 ‘무릉도원’, 김종태 ‘사내아이’, 이성자 ‘천 년의 고가’, 김흥수의 ‘한국의 여인들’, 김기창 ‘군마도’ 등도 전시된다.전시 종료일은 국립중앙박물관이 9월 26일, 국립현대미술관이 내년 3월 13일이다.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뜨겁지만, 관람조차 쉽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 내년 4월에 대규모 전시회를 다시 열 예정이라니 그때를 기약해도 좋겠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