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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각자무치(角者無齒)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옛말에 각자무치(角者無齒)란 말이 있다.‘뿔이 있는 놈은 이가 없다.’는 뜻이다.즉, 뿔이 있는 소는 날카로운 이빨이 없고, 이빨이 날카로운 호랑이는 뿔이 없으며, 날개 달린 새는 다리가 두개뿐이고, 날 수 없는 고양이는 다리가 네개다. 예쁘고 아름다운 꽃은 열매가 변변찮고, 열매가 귀한 것은 꽃이 별로다. 세상은 이렇듯 공평하다. 장점이 있으면 반드시 단점이 있고, 때론 단점이 장점이 되고, 장점이 단점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세상 이치다. 사람이나 동·식물만 장·단점이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이 만들어낸 정책도 장·단점이 있을 수 밖에 없다.요즘 정치권에서 포퓰리즘 논란이 많은 재난지원금 정책도 그렇다. 어떻게 시행한다 해도 말이 많을 수 밖에 없다.여당은 전 국민재난지원금을 당론으로 결정하고, 재정당국 협조를 압박하고 있다.하지만 정부를 대변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당초에 당정이 합의했던 소득 하위 80% 지급안을 고집하면서 당정갈등으로 번진 상태다. 당정이 소득 하위 80%에 한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가 전국민대상 지급으로 입장이 바뀐 것은 형평성 문제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산이 많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가 소득 하위 80%라는 이유로 재난지원금을 수령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길은 정치가 내고 정부는 낸 길을 따라가는 것”이라며 홍 부총리에게 전국민 지급 합의를 수용하라고 압박했는 데도 홍 부총리는 재정운용의 정치적 결정을 반대했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정을 놓고 여권과 여러 차례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해 3월에도 민주당 지도부가 소득 하위 70%에 지급하기로 한 기존안을 전 국민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자 강하게 반발했고, 올해 초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놓고서도 충돌한 바 있다.정당 사상 최연소 당대표로 등장해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역시 여야 대표간 회동에서 전 국민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를 했다가 반론에 부딪쳐 합의를 번복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국회 당 대표실 앞에서 협상과정과 관련, 송 대표가 ‘선별 비용 문제가 있으니 80%가 아니라 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 가면 어떠냐’고 해서 “방식 문제라면 80%나 100%나 차이가 크지 않다. 그 부분은 검토할 수 있다고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당 내부 비판에 대해 못마땅한듯 이렇게 반박했다.대선을 앞두고 재난지원금을 ‘주자·말자’의 논쟁에 저희가 ‘주지 말자’의 자세로 서는 것 자체가 전략적으로 옳은 선택인가 반문하고 싶다는 것이었다.사실 진영논리를 떠나 국민 전체에 대한 격려와 위로 차원이라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나쁜 선택일 수 없다. 최선의 정치는 순리를 따르는 데서 이뤄진다고 했다.알쏭달쏭한 정치, 참으로 요지경이다.

2021-07-15

공정(公正)의 잣대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요즘 들어 부쩍 공정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그것은 현실이 그만큼 공정하지 못하다는 반증일 터이다. 지금의 정권이 출발부터 공정과 평등, 정의를 기치로 내걸고 지난 정권을 모조리 적폐로 몰아 단죄한 것이 공정에 대한 논란의 발단이었다. 이 정권과 여당은 그것이 마치 자기들만의 전유물인 양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댔다. 저들은 무슨 짓을 해도 공정하고 정의롭다는 황당한 선민의식과 후안무치가 사회를 편파와 분열의 막장으로 몰아간 것이다.말은 쉽지만 공정이란 간단명료하게 시비가 가려질 개념은 아니다. 편을 갈라 내 편은 옳고 네 편은 그르다는 식의 적대적인 양분논리와는 더더욱 거리가 멀다. 서울대 김범수 교수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을 때 세상에 완벽하게 공정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저마다 사회경제적 배경이 다르고 타고난 능력과 성향, 외모 등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삶의 모든 순간이 불공정의 연속이다.”고 했다. 그렇다고 불공정을 묵인하고 방치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을 지향해야 하는 것은 그것이 보다 다수가 안정되고 행복한 사회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공정사회란 법과 원칙이 지켜지고, 상식이 통하며, 못 가진 자에 대한 가진 자의 양보와 배려가 있는 사회이다. 그런 사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시책과 법 적용이 공정해야겠지만 그것만으로 다 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사회 전반에 걸쳐 국민들의 양식과 도덕적 수준이 향상되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공감과 배려가 다른 한 축이 되어야 한다. 기득권자들의 지위와 인맥을 이용한 비리와 부정이 판을 치는 사회에서는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만 가증될 따름이다.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전 국민에게 일인당 얼마씩 지급하는 게 가장 공평한 처사라는 주장도 있고, 절박하게 고통 받는 사람들을 선별해서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평하기로야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재난지원금이란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 코로나19 때문에 생존에 위협을 받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별다른 경제적 손실이 없거나 오히려 득을 보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양보나 배려가 우선되지 않은 공평이 올바른 일일 수 없다는 걸 안다면 무엇이 더 공정한 잣대인지 자명해 질 것이다.여당의 대권주자들 중에는 전 국민이나 하위 80%까지 지원 대상으로 하자는 인사들이 있다. 재난지원금으로 매표행위를 하려는 속셈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수작이다. 그들의 관심사는 절박한 국민들의 고통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것이 더 많은 표를 긁어모을 수 있는가 일 뿐이다. 그래서 곤경에 처한 사람들의 아우성에는 아랑곳없이 정의로운 척 공평이란 잣대를 갖다 대는 것이다. 재난지원금은 마땅히 가장 심각하게 피해를 본 사람들을 위한 긴급 구호책이 되어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매표행위를 하는 사악한 포퓰리즘에 현혹되는 국민이 없기를 바란다.

2021-07-15

이상한 사회적 거리두기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지난주 끝난 세계적인 테니스 메이저 대회 윔블던 대회에서 수만명의 관중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관람하는 모습이 TV에 비추어졌다. 마스크를 쓰고도 관람 인원을 제한하고 있는 한국에서 TV를 보는 테니스 팬들에겐 대단히 충격적인 장면이었다.전에는 듣지도 못했던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이 작년 봄 시작된 코로나 사태와 함께 이제는 일상의 단어로 자리잡기 시작했다.이 생소한 단어는 영어의 소셜 디스턴싱(Social Distancing)을 번역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의한 유행성 감염을 막기 위해 사람과 사람 간의 거리를 두자는 캠페인이다.우리 정부가 내놓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화제가 되고 있다.특히 세부 지침에 포함된 ‘그룹운동 음악속도 제한’은 세계적으로 큰 논란을 낳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스피닝, 에어로빅, 줌바 등 그룹운동을 할 때 음악 속도를 120bpm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한다. 또한 피트니스센터는 러닝머신을 이용할 때 속도를 6km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속도를 제한하는 이유는 고강도·유산소 운동을 하면 침방울 발생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뉴욕타임즈(NYT)는 스포츠 음악 분야의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하여 음악속도 제한 규정은 근거가 없는 규제라고 보도했다.NYT는 러닝머신 속도를 시속 6㎞ 이하로 유지하도록 한 규정에 대해서는 러닝머신 속도는 제한하면서 사이클 등 다른 운동 기구에는 제약을 두지 않는 것이 의문이라고 했다.택시 탑승도 사적 모임으로 규정해 오후 6시 이후 탑승 인원을 2명으로 제하고 식당도 2인 이하로 제한 것도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만원버스나 지하철, 기차에서도 다수 인원이 이동하는데 택시만 규제하는 것은 불공평하고 과학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이 같은 방역수칙에 대해 정치권의 야권은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하고 있다.지금까지 거리두기 지침으로 영업에 타격을 입어온 자영업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편의점, PC방, 음식점, 카페 등 자영업체들은 “확진자가 늘어날 때마다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희생만을 강요해왔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싱가포르에서는 이제 확진자 카운트를 안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윔블던 경기에 마스크 없는 많은 관람객들을 허용하면서 규제를 풀고 코로나와 공생하겠다고 선언했다. 코로나 음성판정을 받은 입국객에 대하여 자가 격리를 푸는 국가도 증가하고 있다.어떤 정책이 맞는 것인지 속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를 과학적으로 확실히 증명되지 않는 방법을 통해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인간의 행복은 질병에 걸리지 않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유로운 삶에 대한 욕구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정부의 코로나 대응 대책에 운영의 묘를 기대해본다.

2021-07-15

사소한 일은 없다

강영식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 감자를 설탕에 찍어 먹느냐 소금에 찍어 먹느냐는 사소한 문제로 다투다가 급기야 감정이 격화되어 큰 싸움이 되고 결국 이혼하게 된 부부가 있다. 커피에 설탕을 탈까 소금을 탈까 그 문제로 싸우다가 이혼한 부부도 있다고 한다. 심리학자 리처드 칼슨은 우리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일의 대부분은 이처럼 사소한 문제라고 하면서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지 말라”고 했다. 따져보면 목숨을 걸만한 중대한 일은 없으니 목숨 걸고 싸우지 말고 초연하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목숨 걸고 싸우는 일이 사소한 일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면 사소한 일이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닌 것이 된다. 그래서 테레사 수녀는 “사소한 일은 없다. 모든 일은 다 소중하다”고 하면서 사소한 일이라 할지라도 가볍게 여기거나 무시하지 말고 충실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했다.보험회사의 관리자였던 하인리히는 7만5천 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한 결과 하나의 대형사고가 일어나기까지 29건의 작은 사고가 먼저 일어나고, 29건의 작은 사고들은 또 다시 300건의 경미한 사고가 겹쳐 누적되면서 발생한다는 1:29:300이라는 하인리히 법칙을 발표했다. 사소한 문제를 무시하여 그대로 놔두면 그것이 누적되어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사고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도 숱한 작은 징후들이 포착되었는데 사소한 문제로 무시한 결과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로 이어졌고 미국의 9·11테러 사건 역시 수많은 테러의 조짐이 있다는 경고가 있었는데 역시 이를 사소한 일로 무시하여 발생하였다.여호수아가 가나안에 들어갈 때에 하나님이 멸절 시키라고 했던 가나안 땅의 가사, 가드, 아스돗이라는 작은 마을을 사소하다고 여겨 멸절 시키지 않자 후에 골리앗과 들릴라가 이 마을에서 나와서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손상을 이스라엘에 입힌다. 성경 아가서에는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고 했다. 보잘 것 없는 작은 여우가 나무를 손상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여겨 무시해 버리면 그 여우가 봄에 꽃잎을 따 먹어 버리기 때문에 결국은 과수농사를 망하게 한다는 것이다.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14년 세월호 침몰, 2020년 이천 물류센터 화재, 최근에 쿠팡물류센터 화재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생명을 앗아간 대형사고가 적지 않다. 이런 대형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업무태만, 안전교육 및 훈련 미비, 정비 불량 등을 사소한 일로 여겨 무시한 결과이다. 그러므로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고 싸워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사소한 일을 무시하거나 방치하지 말며 소중히 다루어야 할 것이다.

2021-07-14

적이 보이지 않는 전쟁

배문경수필가 전화벨이 한여름 매미가 한꺼번에 울어대듯 울린다. SNS로 노쇼(no show)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의 전화다. 한 사람 분량의 백신을 올렸다가 병원 업무가 20분간 마비되었다. 노쇼 예비명단을 A4용지 열장 가까이 갖고 있다. 외국으로 나갈 학생이나 무역업무가 관계된 사람들은 백신이 시급하다. 오죽하면 백신을 맞을 수만 있다면 한달음에 달려오겠다고 통사정을 할까. 서울에서 경주까지 KTX를 타고 온 예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유분이 많지 않다.근래엔 코로나예방주사로 병원이 예외 없이 붐빈다. 환자의 치료와 간호, 간병하는 일 속에 예방접종도 포함되지만 코로나19와의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업무 속에는 환자와 의료진, 막 접종을 마친 사람과 대기자들로 병원 안은 종일 북새통이다. 특히 원무과 업무가 마비되었기에 노쇼 등록을 자제해 달라는 얘기가 나왔다. 나름의 어려움 속에서도 백신 접종행렬은 계속 진행된다.몇 달 전, 병원에 코로나 환자가 진료를 받고 입원했다. 그는 열없이 복통증세를 보였다. 그 환자의 동선을 따라가면서 겹치거나 스치는 모든 사람이 감염 대상자로 분류되었다. 한 사람에 의해 전파된 조직도를 보면 거대한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병원의 직원들과 입원한 환자들이 대상이었다. 확진자는 더 큰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남은 환자와 직원이 함께 병동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절대 퇴원하지 않겠다는 소수의 환자들로 인해 의료진이 함께 병동에 2주간을 고립된 채 근무했다.최소의 인원으로 2교대 근무가 이루어졌다. 환자와 의료진이 외부와 단절된 채 일방적인 통로로 음식물과 필요물품이 전달되었고 밖으로는 배출이 되지 않는 감염차단 시스템이었다. 그들 모두가 일회 용기에 담긴 부족한 식사를 했다. 그래서 2주라는 시간 탓에 미혼의 남자 간호사가 주를 이루었다. 마스크에 페이스 쉴더, 그리고 가운에 장갑까지 중무장하고 주사를 주고 회진을 돌았다. 매주 검사를 통해 음성양성을 판가름했고, 2주를 손꼽아 기다리는 도중 릴레이처럼 한 명씩 양성이 나왔다.2주를 넘기자 의료진의 체력이 소진되어 음성이 나온 직원은 집에서 스스로 고립을 선택했다. 그러면 대기하던 2차 의료인이 투입되었다.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은 모두를 지치게 했다. 격리병동의 환자들 사이에 전염과 전염이 거듭되면서 해제까지 한 달하고도 일주일이 걸렸다. 이제는 백신이 도입되고 국민에게 접종하면 끝이 보인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때는 페스트로 인해 죽음의 공포로 어둡던 암흑기 유럽의 도시를 보는 기분이었다.초기 코로나19로 사망자가 속출했을 때에 비하면 많이 안정세다. 하지만 다시 델타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빨간 비상등이 켜졌다. 2020년 2월부터 우리는 브레이크 등을 켠 채 서서 파란 등에 불이 와 주길 기다리고 있다. 간혹 짧게 앞으로 나아가던 차들은 다시 멈춤을 반복하고 있다. 좀체 우리를 놓아주지 않는 이 거대한 붉은 신호등 앞에서 좌절하고 쓰러지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하지만 한 달 두 달 갈수록 백신의 위력이 바이러스를 물리칠 것 같다는 희망이 생긴다. 이러한 희망이 없다면 누구도 불편을 감내하지 못할 일이다. 힘들지만 조금만 더 참자.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격려를 보낼 때다. 익숙해지고 있는 마스크로 들숨과 날숨을 쉬며 그래도 매일 답답한 일상을 잘 견뎌낸다. 이제 곧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폐활량을 극대화시켜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킬 수 있는 날이 다가올 것이다. 우리는 그런 희망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잘 견뎌야 할 것이다.노쇼의 발생분이 100% 접종으로 이어진다. 칠월(七月)의 아름다움 속에서 잠시 여유를 갖자. 까뮈의 소설 ‘페스트’에서 불안과 공포에서 전염병을 이겨나가는 모습처럼 우리도 삶의 역사를 계속 쓸 것이다. 백신을 2차 접종하면 60~88%까지 예방효과가 있다고 한다. 덧붙여 ‘결혼 여름’에서 아름다운 문장을 가져와 본다. ‘태양 속에서, 압생트의 향기 속에서, 은빛으로 철갑을 두른 바다며, 야생의 푸른 하늘, 꽃으로 뒤덮인 폐허, 돌더미 속에 굵은 거품을 일으키며 끓는 빛 속을’ 상상하며 오늘은 환하게 웃어보자.

2021-07-14

어링불 해돋는길 보릿골 연자방아집

언제부턴가 개나리 진달래 민들레 아파트는 가난한 집들의 주소가 되었다. 날뫼고을 양지마을은 쫓겨나고 비산동 선 캣슬 타운이 들어섰다. 보릿골 푸른 이랑은 커플이 부킹 골프를 엔조이하는 그린 필드가 되었다. 금수강산엔 엘레강스하고 럭셔리한 로열패밀리가 산다.도시 곳곳에 저택(?)들이 위용을 자랑한다. SK뷰, 롯데캐슬, 더샾, 아이파크, 자이, 힐스테이트, 에버빌, 블루밍, 파크드림, 까사밀라, 부티크시티, 푸르나임, 코보스카운티, 위브 더 제니스, 마린 시티, 골든 스위티, 센터시티 등이다. 자연스럽게 이룬 마을이 아니라 건설사의 상업주의가 낳은 마을이다. 고급스러움만 강조한 이름으로 감성은 없고 자본주의 냄새가 짙게 묻어난다.e편한세상, 꿈에그린, 푸르지오, 내안愛, 뜨란채, 안아주 등은 우리말로 지은 이름이다. 편안한 집, 꿈에 그리던 집, 푸른 집, 아내처럼 사랑스러운 집, 뜰 같은 집 한 채, 안아주는 집, 그 뜻을 음미해보면 편안하고 포근하고, 따뜻한 인본주의 감성을 지니고 있다.호려울마을 - 마을이 산에 둘러싸여 호리병 같고 금강과 어우러졌다. 호리병+여울범지기마을 - 땅 모양이 누워있는 범을 닮음.도램마을 - 땅 모양이 황소의 고삐를 닮음.수루배마을 - 수로가에 논배미가 있는 들에서 따온 이름.둔지미마을 - 둔전으로 부치던 밭이 있다고 해서 부르는 이름.가재마을 - 마을의 중심에서 한쪽 가장자이에 있는 골짜기에서 따온 이름.세종시는 우리말 명칭을 전용하는 도시다. 그래서 한글을 창제한 정신에 맞게 순우리말로 마을 이름을 지었다. 어질고 덕행이 높은 행정지역이라고 어진동, 주민들이 다정하게 잘 살라는 뜻으로 다정동, 생생하고 산뜻한 느낌으로 살라고 새롬동, 아름동, 고운동, 도담동, 새뜰마을, 한뜰마을, 새샘마을 등이다. 정감이 있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지명으로 잘 살린 경우이다.분당의 마을 이름도 우리말이 많다. 아름마을, 푸른마을, 정든마을, 장미마을 샛별마을, 양지마을, 이매촌, 아름마을은 사람도 마을도 아름다울 것 같고 푸른 마을은 마음이 늘 푸를 것 같다. 정든 마을은 쉽게 마을을 떠나지 못할 것 같다. 비록 아파트 단지이지만 이름에 사람의 감성이 살아 있으니 얼마나 아름답고 고운가.밤두둑마을 - 밤나무 열매가 늘 두둑하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한밤마을 - 큰 밤이 많이 열린다고 해서 붙인 이름.무섬마을 - 물 위에 뜬 섬 같다고 하여 붙인 이름.동피랑마을 - 동쪽 벼랑이라는 뜻.가마솥 해저놀 - 태평양 지형 사전에 등재된 우리말꽃신 해저놀 - 남극 지형 사전에 등재된 우리말김제 - 볏골, 과천 - 돋할, 공주 - 고마나루, 고양 - 한뫼, 강릉 - 하슬라, 울산 - 울뫼, 광주 - 빛고을, 인천 - 미추홀, 부산 - 가마뫼, 초량동 - 새뛰, 수유리 - 무넘이, 함안 - 아라, 포항 - 어링불, 양수리 - 두물머리, 춘천 - 봄내, 전주 - 온고을, 안성 - 새밝골, 안산 - 노루목, 하회마을 - 물돌이, 안동 - 고타야, 수원 - 물골, 판교 - 널다리, 부여 - 소부리, 보령 - 한내, 무안 - 물아혜, 논산 - 놀뫼일제 강점기, 일본이 조선의 지도를 제작하려고 국토를 조사하면서 지명을 한자로 바꾸었다. 그래서 발음도 편하고 아름다운 우리말 지명이 대부분 한자화되고 말았다. 우리말 지명에는 거기에 얽힌 사연이 있고 역사가 있고 함께 살아온 민초들의 정서가 녹아있는데, 모두 말살해버린 것이다.강원도 정선 숙암리에 ‘안돌이지돌이다래미한숨바우’가 있다. 사람의 몸짓과 강원도 사투리가 섞인 이름인데, ‘가슴으로 안고 돌고 등을 지고 돌고 다람쥐가 한숨 쉬며 넘는 바위’이다. 그러니까 사람은 말할 것 없고 날랜 다람쥐도 지나가기 어려운 바위를 말한다. 강원 정선 여량에 ‘김달삼 모가지 잘린 골’이 있고 대전 유성에 ‘도야지 둥그러 죽은 골’이 있다. 우리 산하를 살펴보면 이러한 지명이 적잖이 있다.한 달에 몇 번 우편물이 온다. 보낸 이의 주소를 보면 대부분 000아파트 000동 000호이다. 규격화된 건물, 계층화된 이름, 고유성은 없는 회색빛 주소를 보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콘크리트 냄새가 담긴 주소가 아닌, 자연스럽고 정감이 실린 주소가 적힌 편지를 받아보고 싶다.빛고을 해넘이길 푸른 언덕배기 감나무집 김아무개어링불 해돋는길 보릿골 연자방아집 한아무개고타야 낙동길 물돌이마을 앵두나무집 류아무개/수필가·문학평론가 김이랑

2021-07-14

북한 당국은 ‘한류’ 막을 수 있을까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한류(韓流)란 한국을 상징하는 음악, 영화, 춤 등 문화를 총칭하는 개념이다. 우리의 한류가 아시아 뿐아니라 전 세계에 전파되고 있어 자랑스럽다. 여러 해 전 필리핀 어느 섬 마을을 찾았을 때 어린이까지 우리 일행을 알아보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숨어 버렸다. 월드컵의 ‘붉은 악마’를 연상했던 모양이다. 베트남에서 한국 인기 드라마가 방영될 때 거리가 조용하단다.얼마전 BTS의 K팝이 빌보드 1위에 올랐다. 중국에서 인기 있던 한국 드라마가 압록강을 넘어 북한 땅에 보급된 지 오래다. 한류라는 문화는 국경의 장벽까지 허물고 있다.종편의 ‘이만갑’프로를 즐겨 본다. 구사일생으로 남쪽에 정착한 탈북민들의 감동적인 스토리가 흥미롭다. 탈북 출연자들의 직업도 다양하다. 국경선을 지키던 군인에서부터 평양의 기자, 당 고급 관료, 외교관, 무역 일꾼, 운동선수, 철도 안내원, 가수, 한의사, 협동 농장원 등 직업도 다양하다. 이들 출연자 대부분은 탈북 전 남한 드라마를 접했던 사람들이다. 북한에서 한류를 포함한 남한 문화의 파급력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았다. 이곳 정착 탈북민들은 생존의 본능으로 남한 문화에 대한 흡수력이 대단히 빠른 듯하다.북한에의 한류는 장마당을 타고 청년층을 중심으로 확산일로에 있다. 김정은 정권 하에서도 북한 젊은이들은 남한의 한류를 통한 문화에 매료되고 있단다. 이를 적발해야 할 공안원들까지 남한 CD를 돌려 본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북한의 MZ세대들은 남한의 의상, 화장은 물론 말투까지 따라하는 경향이 증대한다. 북한의 시장 경제와 600만대의 휴대 전화는 한류의 전달매체가 되어 버린 것이다. 압록강 두만강 주변 북한 주민들도 중국을 경유한 남한 텔레비전까지 비밀리 시청한단다. 탈북자 중 일부는 북에 있는 가족에게 돈까지 보내고 확인 통화까지 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북한 당국은 정황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북한 주민들의 말투까지 단속에 나섰다. 그들은 2020년 ‘반동사상 문화 배격법’을 만들어 한류를 차단하려고 한다. 동법 27조에는 ‘남조선식으로 말하거나 남조선 창법으로 노래하는 자는 노동단련형 또는 2년까지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남편을 ‘오빠’, 남자 친구를 ‘남친’이라 부르는 사람은 단속 대상이다. 노상에서의 남녀의 애정행각은 ‘혁명의 원수’로 간주된다. 오스트리아에 유학해 서구 자본주의 문화 폐해를 체감한 김정은이 주민들의 비사회주의적 요소를 막겠다는 취지이다.그러나 북한 땅에서 한류의 원천 차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간의 본능에 따르는 자본주의적 욕구는 통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해방 전후 우리 남한에도 미풍양속을 저해하는 서양 문화를 엄격히 배격하였다. 여인들의 립스틱 사용도 서양 춤도 한동안 금기시 되었지만 이제는 모두 옛날 이야기가 됐다. 북한 땅에 코카콜라가 상륙한 지 오래다. 내가 들러본 금강산 북한 노래방에는 남한의 트로트까지 부를 수 있었다. 평양에는 영업용 택시가 즐비하고, 오렌지 족까지 등장했다. 호기심 많은 북한 청소년의 문화적 취향을 법으로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2021-07-14

교육 테라피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이제 공포영화에 나오는 좀비, 괴물, 귀신들의 이름 정도는 다 외울 것 같아.”식사 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중학교 3학년의 말이다. 예술 관련 분야, 특히 영화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던 터라 학생의 말에 자연스럽게 귀가 열렸다.“기말고사 끝나고 교실은 완전히 영화관이야. 선생님들은 수업 시작종 치면 들어오셔서 영화 틀어주시고 그냥 나가. 그리고 마침 종 치면 오셔서 컴퓨터 정리해서 가셔.”시험과 교실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필자의 심장은 내려앉았다. 비록 짧은 학생의 이야기였지만, 필자에겐 대하소설을 몇 편을 읽는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이었다. 그리고 교실 붕괴와 같은 안타까운 교육 뉴스들이 머릿속에 중첩되어 지나갔다.학생의 말에는 특별한 어조가 있었다. 그것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비난과 분노 등이 혼재한 말투는 필자가 최근에 들어본 말 중에서 최고로 섬뜩한 어조였다.“아들, 그것은 시험 본다고 고생했다고 선생님들께서 너희들 쉬게 해주시는 거잖아.”당황에 갇힌 필자를 위해 지인이 아이를 달랬다. 하지만 학생의 학교 생중계는 계속됐다.“아빠, 일주일 내내 영화를 보는 것은 아니잖아. 한 친구는 악몽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잔대.”학생의 말에 지인은 필자를 보았다.그리고 눈빛으로 미안하다는 표시와 함께 아이의 말이 진짜인지, 만약 사실이라면 진짜 학교에서 그래도 되는지를 물었다. 필자 대신 학생이 답했다.“학교는 시험 끝나면 다 그래. 평상시에도 수업 안 듣는데 시험 끝나고 누가 수업 듣겠어.”물론 모든 교실 풍경이 이 학생의 말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학교에는 시험 이후에 학생들에게 제공할 교육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학교의 시작과 끝을 시험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에게는 그 어떤 의미도 주지 못한다.코로나19로 모든 것이 혼돈한 지금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그 혼돈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 노력은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런데 학교만 아니다.코로나19 사태로 모일 수도 없고, 또 체험활동도 제한되는 등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기말고사 이후의 학교 모습은 코로나19 전후가 차이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한결같아도 이렇게 한결같을 수는 없다.“도대체 왜 학교에 오라고 하는 건지 정말 모르겠어!”학생은 이 말을 끝으로 밥만 먹었다. 그 모습이 마치 체한 듯 마음에 오래 남았다.퇴근길 라디오에서 테라피(therapy)라는 말을 듣는 순간 필자는 무릎을 쳤다. 어쩌면 유연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지금 우리 교육계에 제일 필요한 것이 테라피, 특 치료가 아닐까는 생각을 했다. 경직될 대로 경직된 교육계에 유연성을 불어넣어 줄 교육 테라피는 정말 없을까!

2021-07-14

이 여름이 뜨거운 까닭은

장규열 한동대 교수 한여름이다. 스치듯 지나간 장마의 자리를 찌는듯한 땡볕이 물려받았다. 코로나19는 하필 또 이럴 때 기승을 부리는지. 무더위가 힘들어 스트레스는 두 배. 일 년을 넘기며 감염병에 지친 사람들이 갈 바를 찾지 못한다. 선거판은 때맞춰 시동을 걸어 언론 지면은 정치인들이 물들이고 있다. 대권을 누가 잡든 세상이 그리 변할 것 같지도 않은데 주장과 막말이 춤을 춘다. 흥건히 땀에 젖으면서도 오가는 말들에 주목하며 심사가 오르내리는 착한 국민들이 아닌가. 이왕 들려줄 말이었으면 진심과 배려가 실렸으면 좋았을 걸, 눈을 씻고 보아도 자신들의 입장만 고집하고 옹호할 뿐이 아닌가.때가 되어 치르는 형식적인 선거보다는 진정으로 세상이 나아지는 그 한 판을 기대하지만, 내년 대통령선거가 그런 축제를 몰고 올 것인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당신들이 하는 꼴을 보고 있으면 패거리 다툼에 지나지 않을 표싸움으로 그칠 게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세상의 오늘 모습이 최선이 아닌 것쯤이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당신은 뭘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 아무에게도 들은 바가 없다. 현란한 언변과 시원한 말솜씨로도 당신의 ‘생각없음’을 감추지 못한다. 산업화를 거뜬히 이루고 민주화를 힘겹게 건너온 국민에게는 당신의 부실한 철학과 공허한 비전이 금세 보인다.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언제쯤이면 정치하는 이들이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며 말하고 행동하게 될까. 아마도 그런 날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벌어지게 하는 것도 보통 사람들이 해야할 터이다. 동화작가 달(Roald Dahl)이 ‘세상을 바꿀 힘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하였다. 특별한 정치인이나 특출한 지도자에게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게 아닌가. 선거의 전 과정을 목격하며 걸으면서 당신의 목소리가 들리게 해야 한다. 여론조사에 응답하거나 선거에 나선 후보자에게 생각을 건넬 수 있겠다. 온라인과 SNS는 너무 쉬운 세상이 아닌가. 당신의 생각을 들리게 하여 선거의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플라톤이 ‘선거에 참여하지 않으면 덜 떨어진 사람을 당신의 대표로 선출하게 된다’고 한 말은 투표만을 두고 한 말이 아니다. 이제 막 시작한 대선의 과정에 당신의 소신과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 정치인들이 당신을 대변해 주기를 기다리는 일은 거의 난망한 기대임이 확인되지 않았는가. 그는 욕심으로 가득한 직업정치인일 뿐이다. 링컨대통령도 ‘선거는 보통 사람의 것이다’라고 확인하였다. 즉, 선거를 통하여 무엇인가 이루는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라 ‘시민’이어야 한다는 깨우침이 아닌가. 세상을 바꾸는 힘을 남에게 양보할 일인가.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여름을 관통하며 내일을 고민하는 당신과 내가 세상을 바꿀 것이다. 이 여름이 이렇게 뜨거운 까닭은 대한민국의 내일을 치열하게 걱정하는 당신을 기대함이 아닐까. 대선은 내년이지만, 세상은 이미 당신이 바꾸고 있다.

2021-07-14

물놀이 주의보

여름 휴가철을 맞아 국립공원 주요 해변과 계곡에 물놀이 주의보가 내렸다.특히 물놀이를 하다가 발생한 익사사고 가운데는 해안가에서 해루질 도중 사망하는 사고가 가장 많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국립공원공단이 최근 5년간 7~8월 여름철 휴가기간에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익사사고 5건을 분석한 결과 해안가 해루질로 인한 익사사고가 60%(3건)로 가장 많았고, 출입금지 계곡지역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발생한 익사사고가 40%(2건)로 뒤를 이었다.해루질은 충청도 지역 방언으로, 물이 빠진 갯벌이나 해변에서 어패류를 채취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경상도에서는 ‘홰바리’라고 한다. 해안가 해루질은 밤이나 안개가 자주 끼는 새벽에 주로 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높다. 해변에서 해루질할 때는 조수 웅덩이, 갯고랑 등 위험요소와 밀물·썰물 시간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계곡에서 물놀이 중 사망사고는 출입이 금지된 지역에서 음주 후 수영을 하다 익사하거나 차가운 계곡물에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하는 경우다.국립공원 내 계곡은 강이나 바다에 비해 수온이 낮고, 깊이를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망사고가 일어난다. 일부 폭포지역에서는 소용돌이 현상까지 발생하기 때문에 자칫 깊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물놀이는 계곡 가장자리 수심이 얕은 곳에서 하는 게 좋다.또 여름철 계곡에서 캠핑을 하는 경우에는 산악지형상 갑작스러운 폭우나 소나기가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기상상태를 잘 살펴야 한다. 호우주의보 등 기상특보가 발효되면 물놀이를 즉시 중단하고, 대피해야 한다. 여름철 안전한 물놀이를 위해서는 술을 자제하고, 사전 준비운동과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는 생활습관이 꼭 필요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7-14

미래의 고령화 산업에 관심을

권윤구 포항 중앙고 교사 노인 인구의 급속한 증가와 더불어 다양한 가족제도의 변화로 노인들은 점차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가족에게서 멀어지고, 사회경제적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에 따른 고독, 빈곤, 질병, 요양보호, 심리적 문제 등 노인 문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노력하여 대처해야 한다.노인 문제를 해결하고 노인들을 행복한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노인에 대한 주택, 교육, 소득, 의료, 인권에 대한 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노인의 소득, 고용, 의료, 보험 서비스의 결여와 노인 학대와 노인 자살의 증가 등으로 사각지대의 존재가 생기고, 행복한 노후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미래의 고령화 산업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 노인 친화 산업을 유치하여 노인복지 증진에 기여하고,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노인 친화 산업으로 노인전문병원, 노인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 등이 있다. 노인 친화 산업이 초보적인 단계에 있는 상황이지만 국민적인 여론을 끌어들여 국가적 투자와 민간 투자를 확대하여 노인 친화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나올 것이다.노인의 사회참여 형태는 다양하다. 특히 노후생활의 만족에 기여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분야로는 자원봉사활동이 있으며 그 외에도 단체 활동, 평생교육, 취미활동 등이 있다. 노인의 자원봉사활동 참여율은 전체의 12.1% 정도로서 자원봉사활동을 통한 사회참여가 부족한 상태이다. 노인의 자원봉사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와 필요성과 그리고 중요성에 대해 봉사수요처의 개발, 보호·보상제도를 통하여 자원봉사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고령사회에 대비하여 노인복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접근을 통하여 어느 한 대상층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계층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시설보호 중심의 선택적인 노인복지가 아닌 재가 중심의 보편적인 노인복지를 지향하고, 지역 특성을 고려한 노인복지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인의 복지증진을 위해서는 소득보장과 의료보장, 요양보호 그리고 노인의 여가 활용과 사회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물론 복지 사각지대의 대상자들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그것들이 정부 예산에서 해결되지 못하는 우리나라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이다. 인력의 부족에 따른 부분, 민간과 공공의 네트워크가 잘되지 않는 부분, 중복 수혜자로 인한 예산의 소비에 대한 부분까지, IT 분야의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공공과 민간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즉, 행안부와 복지부에서 시스템을 구축하여 대상자를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미래의 고령화 산업과 저출산에 노인 인구증가에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

2021-07-13

포항지진 피해 밀집지역 흥해읍 중심 도시재건 방안

안병국 포항시의회 운영위원장 2017년 11월 15일 포항지진 발생 당시 최대 피해지역인 흥해읍은 현재 도시재건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지진피해 실태조사 및 복구 계획에 있어 공동체 회복 및 경제활성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먼저, 흥해읍의 도시관리계획 현황을 살펴보면 흥해읍 지역 내 주거지역은 동서대로 서측, 중성로 남측으로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 결정돼 있으며, 그 외 지역은 대부분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결정돼 있다. 또 읍내 시가지 중심의 도로변을 따라 상업지역이 결정돼 있다. 신도시 개발사업은 남옥지구가 추진 중에 있으며, 흥해읍 지역 내 중성주거환경개선사업은 완료됐다. 지난 7월 1일 장기미집행시설 실효에 따라 도시계획시설 21곳이 실효됐으며, 동해도로 서쪽방면 도로 및 공원 실효에 따른 기반 시설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흥해읍 국공유지는 대부분 학교, 공원, 박물관, 문화재, 공공청사 등으로 이용 중에 있고, 외곽에 미사용 중인 국유지가 분포하고 있다. 문화재는 4곳으로 남미질부성(기념물 제96호), 이팝나무 군락(천연기념물 제561호), 흥해향교 대성전(유형문화재 제451호), 제남헌(문화재자료 제250호) 등이다. 아울러, 흥해읍 노후건축물은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소재지 내 72.3%의 노후도를 보이고 있으며, 5년 후인 오는 2025년 11월 기준으로 노후건축물은 80.2%가 진행될 것으로 예측돼 매우 심각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앞서 살펴본 현황을 바탕으로 공동체 회복 및 경제활성화 방안을 제시하고 싶다. 우선, 공동체 회복방안으로 주거복구 계획 및 기반시설 정비, 문화치유사업 등 22개 사업이 제시된다. 흥해읍 주거복구 계획안으로서 도시기반시설 조성을 통해 주거복구 기반마련을 위한 정비구역 및 계획을 수립하고 임대주택계획안은 LH임대아파트 계획을 수립했다. 지진피해로 인한 기존 오·우수관로 파손에 따른 지역 하수관로 정비를 위한 기본 및 정비공사를 실시할 것이다. 정주여건 강화 및 지역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도로개설 및 정비 실시해야 하며, 국도 7호선 우회도로 개설에 따른 흥해읍 소재지 도로기능 조정도 뒤 따라야 할 것이다. 도시미관을 향상시키기 위해 전선 지중화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며 옥외광고물 개선사업도 포함시켜야 한다. 흥해중학교 교차로를 신호교차로로 변경하며 행복어울림 플랫폼 조성과 연계한 대성아파트 앞 회전교차로 설치와 전통시장 공영주차장을 계획한다.다음은, 경제활성화 방안을 살펴보겠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8개 사업을 제시하고 있는데, 흥해읍 마산리 일원에 그린 에너지형 스마트농업타운 조성, 프리미엄 아울렛 조성, 용한1리 해수욕장 서핑리조트 조성, 영일만 북방파제에 고정식 해상풍력 발전 실증단지 계획이 제시된다. 지역의 지자체와 대학 간 협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혁신기관들이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지역혁신체계를 자율적으로 구축하는 사업도 중요하다. 노후산단 재정비를 통한 스마트 인프라 구축도 실시해야 할 것이다.

2021-07-13

우주여행 시대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괴짜 CEO’로 통한다. 뉴욕 한복판에 탱크를 타고 콜라를 쏘아대며 버진콜라 광고를 하는 등 상식과 통념을 깨는 행동으로 세상의 이목을 끈 인물이다.그는 2009년 세계 최초 민간 우주여객선 스페이스십을 공개하고 우주여행 상업화를 발표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11일 그는 자신의 회사가 만든 비행선 VSS 유니티를 타고 우주 왕복비행에 성공해 화제를 뿌렸다.이날 브랜슨 회장이 탄 비행선은 상공 14km를 올라가 모선에서 분리되고, 자체 추진력으로 88km 상공을 더 올라갔다. 지구의 가장 끝자리이자 우주와의 경계지점에서 3∼4분 정도 지구 모습을 구경하고 무중력 상태도 경험하며 무사 귀환했다.우주여행은 현대과학의 기술로는 이미 상당 수준에 도달해 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돈이 소요됨에 따라 일반인은 우주여행을 언감생심 엄두도 못 낸다. 그러나 우주 산업이 돈이 된다는 인식이 점차 생기면서 민간 기업의 우주 여행 계획이 이젠 속속 시작되고 있다.이날 우주여행을 마친 브랜슨은 자신이 설립한 회사의 우주 비행선으로 내년부터는 본격 우주관광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1회 왕복 비행에 25만달러(약 2억8천만원)짜리 티켓 600장을 예약 판매했다고 한다. 미국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와 테슬러의 CEO 일론 머스크도 자신들이 세운 우주탐사 회사 우주선을 이용해 8월과 9월 각각 우주 관광에 나설 예정이다.1969년 아폴로 11호가 인류의 꿈인 달 착륙을 성공시킨 뒤 우주여행은 인류의 또 다른 꿈이었다. 상상에 머물렀던 우주여행의 시대가 바야흐로 개막을 알리고 있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7-13

불수자성수연성(不守自性隨緣成)

김규종 경북대 교수 우연찮은 기회에 접했던 ‘화엄일승법계도’. 의상(義湘)은 화엄종의 대가이자 스승인 지엄(智嚴)스님의 지시에 따라 ‘화엄경’ 80권을 줄여서 ‘대승장’을 저술한다. 하지만 지엄은 각고의 노력으로 의상이 지은 ‘대승장’을 화로에 던져 불살라버린다. 하지만 화로에는 210글자가 불타지 않고 남는다. 지엄이 그것을 의상에게 주어 문리(文理)가 통하도록 한 것이 7언 30행 210자로 전해지는 ‘화엄일승법계도’ 혹은 ‘법성게(法性偈)’다.얼마 전에 210자 전체의 뜻을 이해하고, 모든 문장을 한문으로 기억하여 쓸 수 있게 되었다. 아침에 15분 내외의 시간을 들여 ‘화엄일승법계도’를 써보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블로그에도 ‘법성원융무이상’으로 시작하는 ‘법성게’를 소재로 글을 남기기 시작한다. 그것을 마무리한 것이 어저께 일이다. 마지막 문장은 ‘구래부동명위불’이다.좋은 글이나 시구 혹은 표현은 기억해야 제맛이 나는 모양이다. ‘화엄일승법계도’를 통째로 기억하기 전에도 몇몇 문장은 기억한 일이 있다. ‘일중일체다중일’이나 ‘일미진중함시방’ 같은 구절이 그렇다. ‘하나에 전부가 들어있고, 전체 속에 하나가 들어있다’는 것과 ‘티끌 하나에 우주가 담겨 있다’는 표현이 그러하다. 하나와 전체, 티끌과 우주를 관통하는 지적 통찰!분별이 심해지는 탓에 분별하되, 차별하지 말자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나이 먹는다는 일은 이래서 우울하다. 대상을 시시콜콜 따지고 분류하면서 나와 너를 구분하고, 선과 악을 분별한다. 부질없음을 알면서도 그래야 하는 것처럼 마음이 그리로 향한다. 공자가 ‘이순(耳順)’을 설파한 것에는 까닭이 있는 게다.‘화엄일승법계도’ 가운데 특히 마음에 와닿는 글은 ‘불수자성수연성(不守自性隨緣成)’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본성을 지키지 아니하고, 인연 따라 이룬다는 의미다. 누구나 타고난 저마다의 본성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한사코 지키려고 하거나, 그것에 의지하고자 한다. 왜냐면 타고난 본성은 우리를 편안하게 하며, 우리는 그것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의상은 그 반대를 설파한 것이다. 타고난 본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인연이라는 말이다. 인연을 다른 말로 풀면 연기(緣起)가 된다. 달리 말하면,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소멸하기에 저것도 소멸한다는 인과율이다. 우리의 생성 원인도 인연이자 연기이며 인과율이다. 부모님의 인연 따라 우리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현대인은 자신의 의지와 욕망으로 대상이나 관계를 결정하려고 한다. 강력한 본성이나 특출한 능력 가진 사람들이 그러하다. 상황이 그러다 보니 볼멘소리와 투쟁과 아수라판이 벌어진다. 성취되지 못한 욕망은 분노를 낳고, 분노는 어리석음을 잉태하기 때문이다. 핵심은 본성을 누르고 인연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돈이든, 권력이든, 명예든, 사랑이든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한다면 욕심을 내려놓고 인연이 오기를 차분히 기다려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창밖 천둥소리가 비구름 부른다.

2021-07-13

못 속에서 찾은 보물들

문무왕은 삼국시대 통일의 과업을 달성하면서 궁궐인 월성과 그 주변을 정비하였다. 이 시기에 개발된 동궁과 월지는 신라가 멸망할 때까지 태자의 공간이 되고, 연회를 베푸는 장소가 되는 등 궁궐인 월성과 함께 중심지 역할을 하였다. 신라 멸망 이후 못 속에 잠겨 있던 이 찬란한 문화들은 1975~76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전신인 경주고적발굴조사단에 의해 발굴되었다.70년대의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유물의 수량은 총 3만 점에 달한다. 유물들은 연못 내부 건물지 가까이에서 많이 출토되었다. 출토된 유물들은 동궁과 월지의 존재와 그 연대의 근거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신라의 건물지에 쓰인 기와와 건축부재, 일상생활에 사용되었던 용기와 숟가락, 풍류를 즐길 때 쓴 주령구와 배 등 유물들은 신라인의 생활이 녹아있다.‘동궁과 월지’라는 이름보다 우리에게 익숙한 ‘안압지’라는 명칭이 있다. 이 명칭은 2011년 ‘동궁과 월지’로 변경되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유물에서 찾을 수 있다. ‘삼국사기’에는 동궁은 679년에 창건되고, 동궁아, 세택, 월지전 등 동궁 소속 관청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월지에서 출토된 ‘동궁아일(東宮衙鎰)’명 자물쇠, ‘세택’명 목간 등 월지 주변에 관청들이 있었음을 나타낸다. ‘의봉사년개토(儀鳳四年皆土)’명 기와와 ‘조로이년(調露二年)’명 벽돌은 중국 당나라 황제 고종의 연호로 유물이 제작된 연대를 알려준다. 당나라 황제 고종의 13개의 연호 중 ‘의봉’과 ‘조로’는 9, 10번째로, 각각 679년, 680년에 해당된다. 이 연대는 ‘삼국사기’ 동궁 창건 연대와도 일치한다. ‘삼국사기’ 기록, 출토된 유물들의 연구를 통해 2011년 ‘안압지’를 포함한 ‘임해전지’라는 사적명은 ‘동궁과 월지’로 변경되었다.동궁과 월지의 입구에서 걷다 보면 연못 서편으로 복원된 건물지 세 동을 발견할 수 있다. 조선시대나 현대에 복원한 건물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건물은 연못에서 출토된 부재들을 통해 복원한 것을 알 수 있다. 기둥 위 지붕을 받치기 위한 공포의 부재인 첨차와 주두, 난간을 장식한 살대 등의 건축부재는 모두 출토유물을 복원한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은 봉정사 극락전으로 고려시대의 것이다. 온전한 건물의 형태는 아니지만 이보다 오래된 한국의 전통 건축을 보여주는 것이 월지에서 출토된 건축부재이다.동궁과 월지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죽은 이를 위해 만들어 무덤에 부장하는 유물과는 다르게 신라인들이 실제로 쓰던 생활유물들이다. 촛불의 심지를 자르는 가위 하나도 문양을 새겨 화려하게 만든 것을 보면 신라인들이 얼마나 풍요로운 생활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신라에서 생산된 고품질의 생활용품은 이웃나라 일본까지 수출되었다. 앞서 설명한 가위와 형태가 유사한 것이 일본 나라 동대사에서 발견되었다. 또한 월지 출토품과 유사한 숟가락과 금속 용기 등도 발견되었는데, 숟가락은 수출 시 흠집이 나지 않게 닥종이로 10개씩 곱게 싼 채로 보관되어 있었다. 일본 왕족과 귀족들이 신라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752년에 작성한 ‘매신라물해’라는 문서는 정창원에서 발견되어 다른 유물들과 함께 당시의 신라와 일본 교역을 잘 보여준다.동궁과 월지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은 관람경로를 걷다보면 돌을 쌓아 만든 연못과 조경수들 그리고 조경의 불빛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다. 월지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뺏긴 것은 지금의 우리뿐만 아니라 당대의 사람들도 그러했을 것이다. 월지에서는 이 아름다운 광경을 배경삼아 오락을 즐기던 신라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유물들이 출토되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주령구이다. 주령구는 총 14면이고, 손에 잡히는 사이즈로 참나무로 제작되었다. 주령구의 각 면에는 삼잔일거(술 세 잔 한 번에 마시기), 금성작무(소리 없이 춤추기), 음진대소(술을 다 마시고 크게 웃기) 등 주연석상의 분위기를 한껏 돋우는 문구들이 새겨져 있어 신라인들의 풍류의 한 면을 엿볼 수 있다. 이수정 경주문화재연구소 연구원 발굴현장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기록, 보존처리 등의 과정을 거쳐 책, 디지털 매체 또는 박물관 등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공개된다. 짧게는 수 십 년, 길게는 수 천, 수 만 년 전의 유물이 땅에 묻혀있었다는 신기함과 유물 자체가 주는 신비로움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나아가 유물이 언제 만들어졌고, 이 유물을 사용한 사람들의 생활은 어떠하였는지에 대한 정보도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많이 축적되어 우리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못 속에서 찾은 보물들도 그와 마찬가지로 보물을 만들고 사용한 신라인들의 모습을 잘 반영하고 있다. 동궁과 월지에서 발굴된 유물에 대한 연구는 아직 현재 진행 중이며 앞으로 신라문화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현재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는 70년대 발굴지역의 추가 조사와 함께 주변의 확장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여기서 출토된 유물들이 앞으로 더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 기대된다.

2021-07-12

길을 벗어나야 비로소 눈앞에 보이는 것들

어렸을 적 동화를 통해 그 속에 들어 있는 깊은 세계 속으로 들어갔던 경험은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어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아직도 어린 시절 ‘헨젤과 그레텔’을 읽었던 때의 느낌을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히 떠올릴 수 있다. 어두운 숲 속에서 어린 그레텔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던 헨젤이 막막함을 느끼던 부분을 읽을 때면, 그 세계 속 어느 곳인지도 모를 곳의 숲길을 나도 함께 마주 걷는 듯했고, 헤매던 그들이 알록달록한 과자로 된 집을 발견했을 때는 나도 모르게 함께 환호하며, 어딘지 모를 미심쩍은 위험에 대한 예감이 찾아오기도 했다. 어린 시절 동화 속에 들어 있는 세계가 나에게 완전한 몰입의 경험을 주었던 것은 그때가 세계에 대한 감수성이 좀 더 풍부했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나와 너조차 아직 완전히 구분되어 있지 않던 시절, 어린 독자는 동화 속 세계의 어린 아이들이 겪었던 두려움과 놀람, 그리고 기쁨과 공포를 마치 내 것인 양 받아들이며 숨죽이곤 했다.누구나 그렇듯 나이가 들어 이제는 더이상 그러한 상상의 세계의 동기화로부터 벗어난 때, 다시 손에 잡은 동화 ‘헨젤과 그레텔’ 속의 세계는 사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세계와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동화의 내용이 바뀔 리 없으니, 그것을 바라보는 독자가 더 커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나 세상을 미세하게 분해하여 받아들이는 이른바 마음의 해상력이 좀 더 촘촘해지게 된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이는 어른이 되기 마련이고, 동화책에 찍혀 있는 고정된 문자들 사이로 빠져 들어가 그 단단한 언어의 연결을 유연하게 만들고, 반짝거리게 만드는 아이들의 재능은 어른이 되면 사라지기 마련이다. 한때 그 재능이 자리 잡고 있던 곳에는 실제 세상에 대한 경험 같이 어디를 봐도 당연한 것들이 채운다.독일의 언어학자이자 문헌학자였던 야코프 그림(1785~1863)과 빌헬름 그림(1786~1859) 형제는 독일 지역에서 구전으로 떠돌던 이야기를 수집하여 이를 바탕으로 동화를 쓰곤 했다. 그들이 쓴 이 ‘헨젤과 그레텔’ 역시 구전되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는데, 대개 떠도는 이야기가 그렇듯이 그 속에는 당시 유럽 사회에 떠돌던 공포, 즉 가난으로 인해 유아를 숲에 방치하여 살해하던 비정한 부모에 대한 소문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끔찍한 공포를 담고 있던 그림 형제의 원작은 이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완화되었다. 즉 시대가 지나며 바뀌는 것이 어른이 된 동화의 독자만이 아니라 동화 그 자체이기도 했다. 이 동화 속에서 헨젤과 그레텔은 두 번 버려진다. 자기들을 버리려 한다는 계획을 알아낸 헨젤은 첫 번째에는 흰색 조약돌을 주워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아버지가 나무를 하러갈 때, 길 위에 하나씩 떨어뜨린다. 아버지는 도망치고, 칠흑같이 어두운 숲길에서 흰색 조약돌은 ‘반짝’ 빛난다. 마치 그 길이 유일하게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듯. 이 부분을 읽었던 어린 마음은 그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헨젤의 재치가 마치 내 일인 양 대견하기만 했다. 하지만 반짝거리는 그 길이 단지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만 하는 길이라면 그것을 과연 마냥 기쁘다고만 할 수 있을까.두 번째로 헨젤과 그레텔은 또 숲에 버려지지만 이때는 시간이 없어 먹으려고 싸둔 빵부스러기로 길을 표시해둘 수밖에 없었다. 한없이 가벼운 빵부스러기는 바람에 날려 흩어지고, 새들이 다 먹어버린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운명은 한없이 가엾지만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보증이 사라지지 않고서야 그들의 눈앞에 과자의 집은 나타날 수 있었을까. 길 바깥으로 벗어나지 않고는 새로움도 위험도 없다, 고 어른이 된 마음이 생각한다. /홍익대 교수

2021-07-12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책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저자 하완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반복되는 야근과 회식과 쥐꼬리만 한 월급은 그의 몸과 마음을 갉아먹었다. 하지만 그를 가장 괴롭게 한 것은, 더듬이를 잃어버린 곤충처럼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인생의 방향감각 상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매일 아침마다 ‘지옥철’에 끼여 출근을 해야 하는지, 누구를 위해 매일 밤마다 폭탄주에 스트레스와 분노를 섞어 삼켜야 하는지, 성공에 대한 강박과 실패에 대한 불안으로 왜 밤잠을 설쳐야 하는지, 입만 열면 불평불만을 토해내는 직장 생활을 계속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사는 게 왜 즐겁지가 않은지….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시작했고, 회사에 사표를 내는 것으로 그 질문들에 답했다.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태평양에서 조난당한 두 남녀가 바다 위에서 만난다. 튜브에 몸을 의지한 채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가 여자는 어딘가에 있을 섬을 찾아 헤엄쳐 가고, 남자는 그냥 그 자리에 남아 계속 맥주를 마신다. 며칠 뒤 여자는 죽을 고생 끝에 섬에 도착하고, 남자는 술에 취한 채 구조대에 의해 구조된다. 몇 년 후 이들은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여자는 열심히 헤엄친 자신과 아무것도 안 한 남자가 똑같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는다.저자는 하루키 소설의 한 장면을 통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반드시 보상받는 것은 아니며, 열심히 안 했다고 해서 아무런 보상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세상에서 강요하는 대로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고 인내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노력과 최선과 인내는 초조함과 불안과 스트레스만을 가져다줬다. 그 불행한 결과를 그는 ‘노력의 배신’이라고 부른다. 노력은 항상 인생을 배신하기 마련인데 “내가 이만큼 노력했으니 반드시 이만큼의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괴로워진다는 것이다.회사를 그만 둔 그는 “노력하지 않는 삶”, “애쓰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그저 즐겁게 둥둥 떠다니는 여행 같은 삶”을 시작한다. 늦은 점심을 먹고 빈둥거리다 맥주를 마시거나 책을 읽거나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메모한다. 그러다보면 금방 저녁이 되고, 또 밥을 먹고 누워 잔다. 경쟁도, 성공과 실패도, 노력도, ‘노오력’도 없는 생활…. 늘 짧기만 하던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 창밖으로 하루의 빛이 변하는 풍경들을 찬찬히 바라보며 바람 소리와 햇살의 냄새에 눈과 코와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고교 시절 미술 입시반이었던 그는 “홍대가 아니면 안 된다”는 강박 때문에 무려 4수 끝에 홍대에 입학했다고 한다. 어른들은 좋은 대학에만 들어가면 인생이 완성되는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홍대’만 바라보고 경주마처럼 달려간 4년 동안 오히려 많은 것을 잃었다. 친구들을 잃고, 20대의 추억들을 잃고, 시간을 잃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3년간 백수로 지냈다. 또래들보다 7년쯤 뒤처졌다는 ‘지각 인생’에 대한 자괴감은 직장 생활을 할 때 극에 달해 ‘나만 낙오하는 게 아닐까?’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 나이 먹도록 뭐했냐?”, “모아둔 돈도 없고 집도 없다고?”, “결혼은 대체 언제 할 거냐?”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까지 견뎌야 했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내가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나이에 걸맞은 것들을 소유하지 못한 게 아니라, 나만의 가치나 방향을 가지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사실”임을 깨달은 저자는 남들에게 좋아 보이는 것, 남들이 가리키는 것을 위해 살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청년들에게 말한다. 취업난, 대출빚, 결혼 포기…. 실패는 당신들이 노력하지 않은 결과가 결코 아니니까 고개 숙이지 말라고, 사람에겐 각자의 속도가 있으니 남들과 속도를 맞추려 애쓰지 말라고, 자기 속도를 지키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이 지독한 경쟁사회도 바뀔 것이라고.세상이 정한 기준에 맞추느라 ‘자기’를 잃어버리지 말라고 말하는 이 책은 2018년 출간 이후 3년 넘게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를 지키고 있다. 진짜 제목은 ‘하마터면 남을 위해 열심히 살 뻔했다’가 아닐까? 내가 강의하는 학교의 학생들은 수업을 듣고, 밤새워 과제를 내고, 창작을 하고, 시험을 치르고, 성적에 울고 웃고, 패스트푸드점과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하며 학자금 대출을 갚고, 비좁은 기숙사나 고시원에서 잔다. 나는 그 학생들의 열심이 오직 자신의 행복만을 위한 것이었으면 좋겠다.

2021-07-12

우리의 피로는 어디로 실려가는 걸까

금요일 오후 일곱시 반 인천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퇴근 시간이니 당연히 빈자리가 있을리는 없을 테고 서서 가는 동안에 다른 사람과 몸이 부딪치지 않았으면, 누군가 내 가방을 휙 치고 지나가지 않았으면,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았으면 하고 계속 생각했던 것 같다. 하필 그날은 휴대폰도 꺼진 상태라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멍하니 바깥을 보거나 깊은 생각에 잠기는 일 뿐이었다.집으로 가는 데엔 한 시간이나 걸리므로 그날따라 왜 하필 불편한 신발을 신었을까 스스로를 자책하던 와중 한 역에서 열차가 멈췄다. 이윽고 사람들이 우르르 타기 시작했는데 내 또래로 보이는 여성분이 자연스레 비어 있는 임신부 좌석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선 통화를 이어가기 시작했는데 다소 조용하던 열차 안에 통화 내용이 울려 퍼지니 자꾸만 그 사람에게 시선이 갔다.사실 늘 흔히 봤던 광경이지만 그날따라 왜 이렇게 짜증이 솟구치는지. 그 사람의 말투, 다소 높은 목소리, 과장된 행동 등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 이외에는 신경 쓸 겨를도 없다는 듯 모두가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을 보기 바빴는데 순간 왜 이렇게 숨이 막히는 건지, 이대로 어디에 당도하는 지 도저히 분간 할 수 없어 결국 도중에 낯선 역에 내려 숨을 골라야 했다.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땔 기억한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대도시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이 있었다. 크고 높은 건물, 화려하고 깨끗한 공간, 티비속에서만 보던 유명 맛집들, 각자의 개성으로 빛나는 카페들이 근사해보였다. 특히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부러웠다. 각자의 일에 충실하고, 그 충실함 속에서의 자신만의 여유를 발견하여 끊임없이 노력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이란 시골의 적막과 심심함과는 거리가 멀었다.시골은 마음만 먹으면 하루 내내 누구도 만나지 않을 수 있다. 워낙 사람이 적으니 아침이든 저녁이든 늘 조용하다. 가만히 바깥에 앉아 있으면 적막함이 귀를 가득 메우는데 그 느낌이 소름끼치게 싫었다. 손쉽게 진공 상태의 우주 바깥으로 밀려나가는 기분이었달까. 그렇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누구와 말하지도 않고 영영 도태될 것만 같단 위기감이 이십대 초반까지 내내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그런 내가 자처해서 서울로 향한 까닭은 사회 구성원에 속해 있단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게다가 서울은 무엇이든 빨랐다. 앱으로 장을 보면 한 시간 이내에 물건을 가져다준다거나 새벽 세시에도 원하는 브랜드의 햄버거를 먹을 수 있다. 집 앞만 나가도 브랜드 카페가 무수히 줄지어 있으며, 웬만한 패션 브랜드 쇼룸도 한 시간 이내의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서울은 무엇이든 원하는 걸 빠르게 손에 쥘 수 있는 곳. 재화만 있다면 곧 단순해지는 곳. 하지만 이를 위해선 끊임없이 달려야 했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공부해야만 겨우 한 움큼 편리함을 쥘 수 있었다. 권력은 곧 재화이나 이런 심플함 속에 속해 있지 않는 이들은 가감 없이 도태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하던 때였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그리고 나날이 내 안에 커다랗게 자리 한 건 무심함이란 감정이었다. 인상이 좋다는 말로 시작하는 물음을 뒤에 있는 사람에게 떠넘기는 것, 몸이 불편해 개찰구를 통과하지 못한 사람을 가만히 보는 것. 휴대폰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만원인 지하철에서 앞 사람이 내 발을 밟을 때, 익숙하다는 듯 짜증을 안으로 집어 삼키는 내 모습엔 일순간 당혹감을 느꼈다. 어느 날은 의자에 앉아 있다 뒤로 넘어진 할아버지를 도와드린 적이 있다. 그 분은 자신이 넘어졌다는 거에 화가 난 건지 도와드리려 붙잡는 내 손을 내팽겨 치고 말았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한 것 같은데,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어 재차 묻는 대신 입을 꾹 닫고 말았다.애매했다. 동시에 서로가 서로에게 피곤이 되는 듯한 이 감정은 전염성이 강하단 걸 알고 말았다. 피로를 잠시 잊기 위해서 단순함을 택한다는 것도. 무더위가 한 김 식은 밤이 되면 하루를 잘 개어 둔다. 그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조금씩 보이는데, 취미를 즐기면서 무심함에 대해 생각한다. 이 고민의 끝엔 깨달음의 안락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있다.

2021-07-12

‘백신접종 할인’아시나요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는 가운데 맞은 여름 휴가철, ‘백신접종 할인’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여행·관광업계가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파격적인 마케팅을 쏟아내고 있어 백신접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정부도 백신접종자에 대한 할인혜택에 앞장섰다.백신 접종 완료자에게 휴가 기간 국립공원 생태탐방원 체험 프로그램 입장료 50%, 국립생태원·국립생물자원관 입장료를 30% 할인해주고, 국립 자연휴양림 입장료를 면제했다. 국립공원, 박물관, 미술관 등 주요 공공시설도 백신 접종자에게 이용 요금을 할인하거나 면제해 준다. 자자체들도‘백신 접종자’할인혜택을 제시하고 있다.경북도는 도민들 중 백신 접종자에게 공립 자연휴양림 숙박료를 50% 할인해 준다. 경남 창녕군은 각종 관광지 입장료에 백신 인센티브를 적용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강원도관광재단, 승우여행사가 협업해 16일 출시한 ‘강원 트레킹 여행 구독 상품’은 백신 접종자에게 30% 파격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여행사와 관광업계도 나섰다. 전국 테마열차를 운행하는 코레일관광개발은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8월 말까지 최대 20%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백신 1회 이상 접종자가 대상이며, 1인 1회, 동반 1인까지 할인 적용된다. 백신 이벤트 패키지는 휴가철에 맞춰 관광형·휴양형으로 나뉜다. △전국 전통시장 팔도장터관광열차 기차여행 △산림관광자원과 연계한 기찻길 옆 숲 여행 등 총 20여 가지다.경주 올인원 특급 호텔 코오롱호텔은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사우나 1인 무료 이용권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는 클라우드 스파 1인 무료 이용권을 증정한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서나 여름휴가 비용절감을 위해 백신접종제도를 잘 활용하면 좋겠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7-12

대통령 후보들에게 드리는 고언(苦言)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가? 후보들이 출마의 변에서 말하는 공정과 정의, 화합과 통합, 자유와 민주 등은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정치적 수사(修辭)였다.대통령이 되고 나면 ‘내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돌변하니 ‘공약(公約)이 아니라 공약(空約)’이었다. 정의는 대통령 입맛에 맞는 ‘선택적 정의’였고, 민주는 ‘다수의 독재’로 변질되었으며, 통합은 내편의 결집에만 관심을 두었으니 나라는 완전히 두 동강 나버렸다. 그러니 국민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대통령에게 “이것도 나라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전임자들의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정수행 능력’과 ‘높은 도덕성’인데, 특히 다음과 같은 점에 확고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첫째, 국정철학과 시대정신이다. 철학이 없다는 것은 능력이 없다는 말이다. 후보들은 집값·청년실업·불공정 등과 같은 당면과제들을 해결하는 능력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시대가 바뀌었음을 깨닫고 미래 가치를 위해 변화와 혁신에 솔선수범해야 한다. 산업화·민주화시대에 갇혀있는 후보는 이미 흘러간 옛 노래만 부른다. 대통령이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국민을 지도하지 못하면 반대로 국민이 대통령을 지도할 수밖에 없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진다.둘째, 권력의 오만을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대통령의 권력이 대통령을 망친다.”는 ‘권력의 역설(power paradox)’을 명심하라. 권력은 마약과 같다. 권력에 취하면 자기통제와 자기감시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제왕적 대통령의 주변에는 목숨 걸고 직언하는 충신은 없고 권력을 쫓아다니는 불나방들만 우굴 거린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대통령의 독선을 바로잡아 줄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이 절실하다. 후보들은 그의 비판적 역할을 법적·제도적으로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셋째,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되라.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은 표리부동(表裏不同)과 언행불일치 때문이었다. 정치지도자의 생명은 ‘신뢰’다. 신뢰할 수 없는 지도자를 누가 따르겠는가? 감언이설(甘言利說)로 국민을 속여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하더라도 신뢰를 잃은 권력은 국정의 동력을 잃게 된다. 후보들은 당선을 위해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그 약속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마지막으로 대통령은 ‘공명정대한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 편 가르기와 흑백논리, 내로남불과 아전인수(我田引水)는 당신들이 가야할 길이 아니다. 특정 이념에 갇혀 진영논리를 펴는 사람이 어떻게 ‘대화와 타협이 원칙인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는가? 지역·이념·세대 간의 갈등이 심각한 우리의 경우, 대통령의 확증편향은 국론분열을 심화시킬 뿐이다. 따라서 대권에 도전하는 사람은 반드시 ‘공정·균형·통합의 정치철학’이 확고히 내면화되어 있어야 한다.

2021-07-12

고속도로 가짜 순찰차 없앴으면…

박창원​​​​​​​수필가 요즘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도로변에 경광등을 켠 가짜 순찰차가 여기저기 보인다. 아마도 경찰청에서 고속도로 운행 차량의 과속운전을 단속하기 위해 설치했으리라. 그러나 이를 볼 때마다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 예방’이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운전자를 속이는 듯한 인상을 주기에 ‘꼭 저래야 하나’ 하는 씁쓸한 생각을 하게 된다.우리에겐 고속도로에서의 과속운전 예방을 위한 ‘가짜 단속’의 씁쓰레한 역사가 있다. 아마 1990년대였으리라. 과속이 예상되는 도로변에는 모형 스피드건을 든 경찰인형이 서 있었다. 예산을 많이 들여 전국의 주요 도로에 설치했다. 커브길을 돌아 나오는 순간, 앞에서 경찰인형이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장면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운전자가 많았다. 그러나 아무리 가짜라 해도 운전자를 향해 총구를 들이대는 듯한 느낌을 주는 형상에 사람들이 반발을 했고, 결국 얼마 못 가 경찰인형은 모두 철거되는 운명을 맞고 말았다.그 이후엔 가짜 무인단속 카메라가 곳곳에 설치되었다. 이 역시 과속운전을 방지할 목적으로 전국에 약 2천500대가 설치되었다 한다. 카메라가 들어 있지 않은 가짜 카메라였다. 사람들은 어느 게 가짜 카메라이고, 어느 게 진짜 카메라인지 모르기 때문에 카메라 모양만 보면 속도를 줄여야 했다. 하지만 법 집행기관인 경찰이 가짜 카메라를 이용하여 실제 단속하는 것처럼 해 국민을 속이는 것은 물론 국민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일자 2000년대 후반에 모두 철거했다.그러고 나서 최근에 다시 가짜 순찰차가 등장했다. 백색과 청색이 섞여 있는 순찰차 모형 위에 적색과 청색 경광등이 번쩍이는 모습이야말로 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속도위반 단속을 하는 순찰차로 보인다. 가까이 와서야 가짜 순찰차임을 알아차리고는 선진국에 진입한 요즘도 저런 식으로 단속을 하나,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가짜 순찰차를 설치하면 운전자의 과속을 방지하고, 나아가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근시안적 생각이다. 국민들에게 목적만 좋으면 수단은 정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 줄 염려가 있다. 속도위반 단속을 위한 경찰인형, 가짜 단속 카메라, 가짜 순찰차의 공통점은 ‘가짜’라는 점이다. 모두 국가가 대놓고 국민을 속인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식의 가짜는 우리 사회에서 ‘정직’의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직의 가치가 훼손되면 거짓이 늘어나게 되고, 거짓이 판을 치면 범죄가 증가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할지도 모른다.정직은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최고의 덕목이다. 영국 속담에 “하루만 행복해지려면 이발을 하고, 일주일 동안 행복해지고 싶거든 결혼을 하라. 한 달 동안 행복해지려면 말을 사고, 한해를 행복하게 지내려면 새집을 지어라. 그러나 평생을 행복하게 지내려면 정직해져라.”라고 했다. 정직은 이처럼 숭고하다. 우리 사회에서 정직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고속도로의 가짜 순찰차는 없애야 한다.

2021-07-12

마음이 흐르는 대로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늦장마에 많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상기온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 듯해, 올해는 34년 만에 가장 늦은 ‘지각장마’가 전국을 상처 내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증의 4차 유행 조짐으로 가뜩이나 불안하고 우려되는 마당에 인명피해와 물적손실을 가져오는 수마마저 덮치니 설상가상이다. 수시로 바뀌는 기후를 탓할 수야 없겠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자연재난에 근본적인 대비와 예방조치, 신속한 복구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기후문제는 생존의 문제이다. 오래 전부터 우리의 삶을 위협해온 기후변화는 문명과 개발에 따른 숲 파괴와 환경오염으로 되돌아오는 자연의 역습이 아닐까 싶다. 큰 관점에서 보면 빙하기와 온난화를 거치면서 나타나는 지구촌의 새로운 팬데믹도 결국 기후변화와 연관성이 있으며, 어쩌면 우리는 요즘 바이러스가 가져온 ‘역설적 평화’의 위기 속에 위태위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그러나 아무리 날씨가 변덕스럽고 기후변화가 심해도 사람의 마음 보다야 더하겠는가? 하루 동안 푹푹 찌는 폭염 속에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고 비바람이 휘몰아치다가 사정없는 장대비에 앞을 못가리는데, 어느새 여우비가 꼬리치더니 그림 같은 무지개가 드리워지는 걸 적지 않게 목격한 적이 있다. 또한 변화무쌍한 날씨 못지않게 자주 변하고 바뀌게 되는 사람의 마음이나 돌연한 행위를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보아왔다.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은데도 이상하게도 이쪽저쪽으로 마음이 오락가락하고 생각이 수시로 기울어지게 됨을 누구라도 몇 번씩은 겪어봤을 것이다.그래서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水深可知 人心難知)고 했을까? 그만큼 사람의 마음은 복잡미묘하며 생각에 따른 행동이 갈팡질팡할 수도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그렇기에 우리는 사람을 대하거나 의사를 표현할 때는 늘 조심하고 신중하며 한결같음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한가지 일을 두고도 상반된 견해에서 오는 저돌적, 배타적인 생각 보다는,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는 배려와 포용의 마음이 훨씬 현명하고 문제해결에 도움을 줄 것이다.사람은 마음이 흐르는 대로 말하거나 움직이게 된다. 느낌이나 끌림도 결국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무언가에 관심이 있거나 마음이 가는 쪽으로 생각이 모아지고 행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생각이나 행위가 어긋나고 치우치는 것은 평소 개인적인 성향이나 취향의 상충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예컨대 하루 아침에 걷잡을 수 없이 틀어지고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것은 대부분 오해나 공감 부족에서 오는 폐단이 아닐까 싶다.갈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세월이 오래 지나야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있듯이(路遙知馬力 日久見人心)이, 오랫동안 함께 지내봐야 사람을 제대로 알 수 있다. 날씨만큼이나 변덕스럽지 않고 세류(世流)에 휩쓸리지 않는 마음이라면, 격의 없이 소통하고 흐르는 마음 따라 더불어 오래 갈 수 있을 것이다.

2021-07-12

용이 사는 마을

구룡소를 돌아 구룡포로 향했다. 근대문화역사거리에 자리한 ‘우전’ 향이 좋은 찻집으로 가는 여정이다. 봄비가 내리는 곡우 즈음 딴 첫 잎을 비가 주인공인 여름에 천천히 우리기로 했다. 호미곶 둘레길은 드라이브하기에 아름다운데 7월이 시작될 때 특히 어여쁘다. 노란 부채 같은 꽃을 한껏 펼쳐 든 모감주나무 가로수 덕분이다. 장맛비가 활짝 핀 꽃잎을 떨구어 길이 노랗게 물들었다. 모감주 군락지 위로 보슬비가 오락가락하니 물안개도 피어오른다.근대문화역사거리의 밤은 고요하다. 낮 동안 사람들의 수런거림이 어스름이 내려앉을 때 함께 썰물처럼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거리도 찻집도 우리만의 것이 된다. 우전이 연둣빛으로 우러나는 향만이 사위를 채운다. 찻잔에 산수화가 그려져 있다. 두 개의 산이 둘레를 감싸고 산을 향해 기러기 떼가 날아간다. 찻잔 중심에 어부가 나룻배에 노를 젓고 있다. 차를 따르면 연한 물빛이 호수에 가득 차올라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된다.우전이 향을 더하기 위해서는 이야기보따리가 필요하다. 동해에는 오래전부터 살았던, 아마 지금도 어느 곳에선가 머물며 바다를 지키고 있는 용의 전설들이 가득하다. 아홉 마리의 용이 헤엄치며 놀았던 동해면 구룡소, 열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오르다, 한 마리는 끝내 오르지 못하고 떨어진, 그래서 구룡포라는 이름이 된 곳, 오늘 이곳에서 우전의 향을 깊게 한 용 이야기는 감포의 사용굴 단용굴에 사는 다섯 마리 용의 전설이다. 동해에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해서 걷는다는 해파랑길 코스 중에 감포 깍지길에 숨어 있는 명소이다.사룡굴에는 동서남북을 지키는 청룡, 백룡, 적룡, 흑룡 등 네 마리가 살았고, 단용굴에는 감포 마을을 지키는 황룡이 살고 있었다. 연기를 좋아해 향로가 되고 싶었던 황룡은 사람들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갈 때 좋은 연기를 피워 줄 수 있는 향로가 되고 싶었다. 용 한 마리가 연꽃 봉우리를 물고 있는 백제 금동대향로가 떠올랐다.이들 다섯 마리 용은 일본으로부터 나라를 지켰고 마을의 길흉화복을 점쳐 보호해 주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문무대왕이 죽어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고자 한 뜻이 동해에 사는 용들에게 흩뿌려져 임진왜란 때는 이 용굴 속에서 많은 사람이 몸을 피할 수 있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으로 강제 징용당해 붙들려 갈 뻔했던 오누이가 이 속에 숨어 위기를 모면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이곳은 또 다른 전설이 있다. 하늘나라에서 죄를 지어 추방된 용이 용굴에서 옥황상제가 다시 불러줄 때를 기다리며 수양을 하고 있었다. 늠름한 용의 모습에 반해버린 바다 곰이 수양하는 용을 위해 이무기들을 물리치면서 굴 입구를 지키는 수문장 노릇을 했다. 또 바다 곰은 용의 배고픔을 해결하는 등 천 일이나 밤낮없이 자맥질하며 보살폈다. 그러나 옥황상제의 용서를 받은 용은 바다 곰을 외면하고 승천해 버렸다. 바다 곰은 하늘만 바라보며 누운 채 식음을 전폐하고 기다리다 그대로 돌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진심을 다해 용 이야기 한 부분을 장식한 곰바위도 찾아보라는 당부도 곁들였다.삼국유사와 삼국사기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옛 기록에는 이밖에도 용에 관한 기록이 자주 등장한다. 처용가로 잘 알려진 처용은 동해 용왕의 일곱 아들 중 하나이다. 수로부인이 용에게 납치됐을 때 백성들은 ‘해가(海歌)’라는 노래를 함께 불러 수로부인을 구해 냈다. 용에 관한 기록이 이처럼 많은 것은 우리나라가 오래전부터 농경 문화권에 속해 왔다는 사실과 관계가 깊다. 용은 바다나 강, 연못, 늪 같은 물속에 살며 비와 바람 같은 여러 가지 기상 현상을 관장한다는 신격화된 상상의 동물이다. 바다에서 일어나는 회오리바람의 모습이 승천하는 용과 같다고 해서 용오름 현상이 용을 상상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용의 전설까지 녹여서 차를 마시고 찻집을 나서니 밤이 깊었다. 근대문화역사거리에 깔린 조명이 용의 비늘같이 반짝이며 우리 발길을 안내한다. 밤마실을 끝내고 돌아가는 발걸음까지 지켜주는 듯했다. /김순희(수필가)

2021-07-11

새로운 미래는 우리 곁에 와 있다

장욱현영주시장 영주시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유불 문화의 고장이다.유교의 대표적 상징인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과 불교 문화의 한 획을 그은 의상대사가 창건한 화엄종찰 부석사가 있다.이 두곳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보물들이다.유불문화가 공존하는 다소 희귀한 역사를 가진 고장 영주는 우리 삶의 중심이 되어준 전통이자 문화이며 앞으로도 이어가고 승계 해야할 소중한 자산이다.이런 문화적 자원은 현대와 미래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할 것이다.문화자원을 활용한 지역의 정체성 확립과 새로운 형태의 문화산업과 콘텐츠로 도시 모델을 제시해 나갈 것이다.이런 기반속에 현대 산업을 중심으로 한 생산성 있는 미래형 산업구조를 양성해 백년 먹을거리를 마련하는 것이 지방소멸 시대를 막고 자손들에게 건강한 미래를 안겨주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장기적인 경제 불황과 특히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은 우리에게 큰 시련을 주었다.그러나 코로나19시대에 영주시는 어려움 속에서도 성장·발전하는 많은 성과를 거뒀다.영주시가 거둔 성과중 무형의 자산이 가장 크며 영주에 대한 이미지 변화에 성공한 점이 제일 큰 성과라고 본다.영주시의 분야별 주요시정 성과 중 가장 큰 것은 활력 넘치는 산업경제도시 건설이다.낙후된 도시라는 이미지를 첨단산업도시로 바꿔, 대내외에 관심을 이끌어 낸 점과 영주시를 투자의 대상으로 만든 점 등은 값으로 매길 수 없을 것이다.국가산업단지 조성이 대표적인 사례다.대한민국 최고의 베어링산업 기반 구축, 경량합금소재 부품 기반구축 등 첨단산업으로 지역 경제구조를 변화시키는 등 경제영토를 확장해 지역의 소득을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우리의 백년 먹거리의 중심이 될 것이다.국가산단과 같은 미래형 산업은 전국적인 현상인 수도권 인구 집중화에 의한 지방 인구 감소 문제 해결의 수단이 될수 있다.영주시는 지방소멸 시대를 막기 위해 인구를 지탱하고 키우는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왔다.국가산단은 바로 그중 한부분이다.변화는 아침처럼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때론 무모해 보일지라도 새로운 시도와 계속된 도전이 변화를 가져오는 것 이다.영주의 새로운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있다.첨단산업의 중심도시, 대한민국 대표 문화 관광도시로 쉼 없이 나아가는 곳이 바로 영주시의 현재 모습이다.수 많은 어려움속에서도 영주시가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힘을 모아준 시민들의 노력이 중심이 됐다.미국의 저술가이며 미래학자인 엘빈 토플러가 1980년에 출간한 제3의 물결에서 토플러는 3개의 물결 이론을 설명했다.농경사회로의 변화, 산업사회로의 변화, 정보화 사회로의 변화로의 이론을 보이고 있다.즉 새로운 구조의 탄생은 단 하나의 절정에 이른 대변동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오랜세월에 걸친 여러장소와 여러가지 차원에서 수많은 개혁과 충돌의 결과로 만들어진다는 이론이다.새로운 변화에 대한 책임은 우리에게 있으며 모든 변화는 우리자신들부터 시작해야 한다.이런 변화의 주체는 현재 우리가 중심이다.새로운 미래는 우리가 열어가는 것이다엘빈 토플러가 말한 제3의 물결은 오래전의 이론일수도 있다.지방은 소멸하는 사회, 어느 작가가 말한 지방은 식민지다란 말과 달리 지속가능한 도시 영주, 지방이 주체가 되는 도시 영주를 위해 함께 뛰는 우리가 되길 바라며 행복한 미래를 기대해 본다.

2021-07-11

유력인사들의 어이없는 모럴 해저드

심충택 논설위원 포항출신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로부터 포르쉐 차량 등을 제공받은 의혹이 제기된 박영수 특검이 지난주 사표를 내자,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가 희대의 사기꾼과 부적절한 교류를 한 것에 대해 어이없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박 특검은 ‘렌트비를 지급했다’고 하지만 지급시기가 김씨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던 시점과 맞물리면서 박 특검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수사를 통해 ‘뇌물 수사’ 전문가로 불렸던 박 특검이 이번에는 뇌물 소지가 있는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의 당사자가 된 것이다.지난 2017년 연말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이후 본격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김씨는 수행원 역할을 하는 직원들과 함께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 직원들을 통해 선물 배달을 시킨 후 사진을 찍어 증거를 남겼다. 포르쉐 차량을 렌터카 업체에서 빌린 뒤 박 특검의 아파트까지 운전해서 그의 운전기사에게 차량 키를 전달한 사람도 이들이다.경찰은 김씨가 선물을 보냈다는 28명의 명단을 확보해 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명단이나 범죄 혐의가 발표된 것은 없지만, 경찰에 제출된 선물리스트에는 여·야 정치권을 비롯해 검찰, 경찰, 언론계 등 각계 유력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김씨는 이들 중 일부에게 자동차와 고급시계, 골프채 등을 건넸다고 한다. 현직 검사와 경찰의 경우 수사 진척에 따라 뇌물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현직검사가 이 사건에 연루된 것을 계기로 검찰 내 스폰서 문화를 점검해 보겠다는 입장이다.김씨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까지 접촉한 것으로 미뤄볼 때 그의 로비는 전방위적으로 이뤄졌을 개연성이 있다. 경찰은 몇몇 언론사 기자들도 김씨의 사기행각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내사를 하고 있다.경찰은 명단을 확보한 인사들이 받은 금품에 대해 대가성이 있는지를 철저히 조사해서 합당한 조치를 해야 한다. 청탁금지법에는 공직자나 언론인 등이 직무와 관련없이 1회 100만원 또는 한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선물내용을 볼 때 현재로선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이 법률을 적용할 대상은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인다.사기꾼 김씨를 만나 식사한 적이 있는 홍준표 의원은 “정치를 하다 보면 지지자라고 하면서 만나는 수없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만났다고 해서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지만, 설득력이 없다. 대부분 공직자들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민원인에게 커피 한 잔 얻어먹는 것도 꺼리고 있다.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지지자’로부터 선물을 받거나 식사대접을 받을 특권은 없다.이 사건은 흔히 권력집단으로 분류되는 정치권, 검경, 주요언론사가 외부 유혹에 얼마나 둔감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찰은 광범위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사기꾼과 사회 유력 인사들의 유착 의혹 실체를 한 점 의혹 없이 규명해야 한다.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된다.

2021-07-11

메타버스

메타버스는 가상과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합쳐진 말이다. 현실을 초월한 가상공간이란 뜻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가상공간의 개념은 그동안 꽤 많이 생성돼 왔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R)보다 한 단계 더 진화된 개념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단순 게임이나 가상 현실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 세상의 문제를 직접 가상공간에서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이 기존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5G 상용화 등 통신기술의 발달로 이젠 우리도 멀지 않아 가상공간의 세상에서 살 날이 올 거라는 전문가의 예측이 곳곳에서 나온다. 지금의 인터넷처럼 누구나 메타버스 속에서 살아갈 시대가 곧 닥친다는 뜻이다. 과거 공상과학이라고 믿었던 일이 이젠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DGB금융 그룹이 얼마 전 가상공간인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경영진 회의를 개최, 화제가 됐다. DGB 관계자는 “급변하는 디지털 트렌드 변화를 경험하고 디지털 문화에 앞장서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지만 금융사 간에는 벌써 메타버스 세상에 맞설 준비에 한창이다.1992년 미국 소설가 닐 스티븐슨이 쓴 소설 ‘스노 크래시’는 메타버스, 아바타, 세컨드 라이프 등 다양한 용어와 개념을 태동시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 소설에 등장한 아바타는 2009년 영화화 되면서 “디지털 속의 또다른 나”라는 뜻으로 세상에 알려졌다.“메타버스는 인터넷 다음의 버전이다”는 말이 정설로 다가온다. 급격한 세상 변화가 우리를 어지럽게 한다. 통신기술의 발전도 놀랍지만 그 뒤에 숨어서 세상을 바꾸는 데는 코로나 팬데믹도 한몫한다는 사실이 더 우리를 놀랍게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7-11

삼복더위에 삼복(三福) 짓고

윤영대수필가 34년 만의 ‘지각 장마’가 잠시 멎으니 뜨거운 삼복더위가 몰려온다. 삼복은 가을 기운이 오다가 무더위에 세 번 엎드린다는 뜻으로 24절기는 아니다. 초복은 하지 이후 세 번째 경일(庚日)로 올해는 7월11일, 중복은 네 번째, 그리고 말복은 입추 후 첫 번째 경일인데 그달을 넘기면 월복(越伏), 안 넘기면 매복(每伏)이라고 한다.이제부터 한낮 기온은 30℃를 오르내리며 우리 몸도 더위에 지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예부터 삼복에는 이열치열(以熱治熱), 즉 열로 열을 다스린다고 여러 가지 ‘복달임’을 해왔다. 지금은 사라지고 있지만 보신탕이라고 개장국을 찾아 먹었고 요즈음은 삼계탕이 대세다. 어린 닭의 뱃속에 찹쌀과 함께 인삼, 대추, 마늘을 넣고 푹 삶아 먹는 맛이 한여름의 보양식으로는 으뜸이다. 장어도 구워 먹고 전복죽도 끓여 먹으며 몸을 다스리기도 한다. 또 시원한 콩국수도 좋고 벽사의 효험을 바라며 팥죽을 먹기도 하며 수박과 참외를 먹으며 더위를 식힌다.삼복더위는 하지 때 시작하여 유두(流頭)를 지나 백중(百中)날 무렵에 한풀 꺾인다. 이 무더위에 잠자리도 호박잎에 앉아서 쉰다고 하니 무리하지 말고 휴식도 취하자. 코로나 재확산으로 가족과 벗들과 마음껏 나들이도 못 하겠지만 휴가철을 맞아 바캉스도 즐겨야 할 것이니 북적대지 않고 조용한 곳, 시원한 물가를 찾아 천렵이나 탁족을 하거나 폭포수로 물맞이하며 무더위를 피해 보는 것도 ‘복놀이’다.잠잠해지던 코로나19가 델타 변이까지 번지면서 우리 생활에 또다시 혼란을 가져오고, 하루 확진자가 1천300명 이상으로 급증하며 수도권엔 거리두기 4단계로 격상되었다. 비록 체온 가깝게 더워지는 날씨에 불편하겠지만 방역대책을 잘 지켜서 안전한 사회를 이끌어 가는 데 마음을 합쳐야 한다. 짜증 나는 뉴스들이 눈과 귀를 어지럽히고 피곤하게 하더라도 맑고 푸른 자연을 떠올리며 서로의 마음을 정화시켜 나가는 방법도 찾아야겠다.속담에 ‘삼복더위에 소뿔도 꼬부라든다’라고 했으니 옛날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던 시절, 원두막에 앉아 더위에 풀이 죽어있는 소들을 보며 애처로웠을 테고, ‘삼복지간에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할 정도로 힘이 빠졌으리라. 코로나 바이러스는 밀폐된 공간에서 확산이 잘된다고 하니 에어컨 바람도 조심해야 하며 덥더라도 자주 환풍을 시켜야 할 것이다.이 삼복의 계절엔 뜨거운 폭염이 땅을 달구고 폭우가 자주 내리붓고 또 폭풍을 몰고 오는 태풍도 올해는 1~3회 예보되고 있다. 국지성 호우에 산사태나 침수와 같은 재난을 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폭염·폭우·폭풍의 삼폭(三暴)이 몰려오는 삼복더위에 짓눌리지 말고 나만의 생각으로 세 가지 복, 삼복(三福)을 지어보자. 첫째 복은 코로나 감염을 피하는 건강복일 테고 두 번째는 사람 복, 거리두기로 뜸해진 만남도 비대면으로나마 자주 얘기를 주고받으며 인복을 쌓고 세 번째 마음의 복, 그 맑은 심복을 지어보자.시골집 대문 옆 능소화가 곱게 피었다. 뒷밭의 대나무로 죽부인을 만들어 껴안고 참숯 베개를 베고 누워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싶다. 삼복더위와 코로나 사태, 이 또한 지나가리라.

2021-07-11

엄마, 나야

최미경 ​​​​​​​동화작가 그렇게 시작했다고 한다. 엄마, 나야. A는 그날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질 않았다고 했다. 몽롱한 상태로 오전을 써버리고 쳐지는 몸 상태를 흔들어 깨울 요량으로 집 근처 찻집에서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진동벨을 만지작거릴 때 바로 그 때 띠릭, 문자가 한 통 들어왔다고 한다. 엄마, 나야. A가 응. 왜, 라고 문자를 넣자 휴대폰이 고장이 나서 AS센터에 맡겼어. 친구 핸드폰이야. 라고 문자가 들어왔고 A는 딸아이의 문자를 보며 다시 응. 이라고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평소 A는 자신의 딸과 이와 비슷한 문자를 주고받은 적이 몇 번 있었기에 아무 의심 없이 문자를 계속했다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AS센터에 맡긴 휴대폰 수리비를 보내야 한다며 A의 계좌번호, 비밀번호를 원격지원을 해서 자기가 처리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문자를 넣었다고 한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 자신은 전화를 받지도 걸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그러다 몸이 너무 좋질 않아 한의원 진료를 받았는데 그러고 나서도 휴대폰은 원격지원 상태로 연동되어 있었다고 한다. 조금 이상했지만, 그래도 딸이 아닐 거라는 의심은 1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때 잠깐 연동이 끊어지면서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 와서 전화를 받았다고 “너, 지금, 보이스피싱이야!” 라는 소리에 당장 핸드폰 전원을 껐다고 그러고서 한동안 팔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A는 어떻게 집으로 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휴대폰이 원격지원 된 한 시간 동안 은행에서 수십차례에 걸쳐 30만원, 50만원, 40만원 등 일정하지 않은 금액들이 타 계좌에 송금되는 사이 은행에서 경찰에 신고를 했고 인근 경찰서에서 A의 주소를 알아내 집을 찾아왔지만 연동상태에서 휴대폰은 그저 돈을 송금하는 기계 역할만 할 뿐 전화의 기능은 하지 못했기에 A의 가족들과 친구들은 그야 말로 지옥과 같은 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거기까지 이야기 하고서 A는 침이 마르는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집에 와서 정말 멍 때리고 앉아 있는데 딸애가 대구에서 온 거야. 문을 열고 들어와서 씩씩하게 웃으며 아무 일 없지? 라고 하고 둘이서 이야길 한참 하다 갑자기 딸애가 펑펑 우는 거야. 엄마 어떻게 된 줄 알았다고. 회사에서 연락받고 포항으로 오는데 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고. “그랬어. 처음엔 무서웠지. 그런데 이젠 무섭기도 하지만 내가 너무 바보 등신 같아서 미워 죽겠어.” A는 새로 바꾼 휴대폰을 바라보며 얼마 전 보이스피싱을 당한 20대 젊은 여성이 삶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사건을 끄집어냈다. 통장을 다시 만들고 카드를 재발급 받고 휴대폰을 다시 구입해야 하고 그러는 동안 수차례 경찰서와 은행을 오가며 불안과 증오는 점점 커졌고 그 불안을 꺼뜨리고 증오를 가라앉힐 이가 없는 사람이라면 순간 잘못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A는 그녀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고 했다.보이스피싱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아빠에게 혹은 누군가의 딸에게 그들이 가장 취약한 부분을 건드리며 전화를 연결하고 있다. 교활하고 악랄한 수법으로 말이다. A여, 그리고 착한 우리들이여. 아무 잘못 없는 자신에게 죄를 묻지 말자.

2021-07-11

정확한 사랑

이원만 ​​​​​​​​​​​​​​맏뫼골놀이마당 한터울 대표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몇십 년 내에 지구는 멸망할 것이란 경고마저 나오고 있다.지구 환경과 관련해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많아 식물들의 생장속도를 높여서 지구의 숲은 1981년부터 2016년까지 40%가 늘어났다’는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있다. 거북의 등껍질, 코끼리의 상아는 두 동물을 멸종시킬 뻔했지만 인공소재의 발견으로 멸종을 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몸속의 기름이 어둠을 밝히는 등잔불의 연료로 쓰인 까닭에 멸종위기에 몰렸던 바다의 고래도 그린피스가 아니라 석유가 등장해서 살렸고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의 상징이었던 북극곰의 개체 수는 오히려 늘어났다는데 도대체 이런 과학적인 근거들은 무시하고 왜 종말의 경고들만 우리에게 전달됐을까?더 놀라운 건 에너지 이야기다. 석유에서 전기로 ‘에너지 변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21세기의 흐름이다. 2021년도 우리나라의 전기생산은 LNG(32.3%), 석탄(27.1%), 원자력(19.2%), 신재생에너지(15.1%)의 발전비율을 목표로 한단다. 친환경이라는 전기자동차가 석탄 화력발전으로 충전된다는 것은 친환경이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전기차가 친환경이 되려면 서울에서 300만대의 전기차가 도로를 주행하는데 서울면적의 77%를 태양광 패널을 깔아야 가능하단다. 한나라의 수도를 태양광 패널로 덮을 수 없으니 지방의 산골짝에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때 엄청난 삼림훼손과 환경오염이 생긴다는 것이다. 풍력은 ‘새들의 지옥’이 된다. 바람을 타고 나는 새들이 풍력 발전기날개에 부딪혀 엄청나게 죽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친환경 에너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또 있다. 소비가 꾸준해야 전력공급이 원활한데 신재생에너지가 대세가 되면 전력 공급체계가 복잡해진다. 태양광패널로 자가발전을 하다가 장마 같은 시기에만 기존 전력을 쓰는 공급자 입장에서는 얌체고객들이 생긴다. 고객도 줄고 공급량도 불규칙해져 기존의 전력공급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면 그 손실비용을 누가 떠안게 될까? 세상을 구할 것 같던 신재생에너지가 환경오염에 경제적 불평등까지 양산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아직 기술적인 해결과제가 많은 에너지를 지구멸망을 부르짖으며 강요하는 종말론적 환경주의자들은 자신들만 지구를 위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환경구루’로 불리는 마이클 샐런버그는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부키 2021’에서 환경종말론을 너머 ‘환경 휴머니즘’을 이야기 한다.환경 종말론은 마치 일종의 세속종교가 되어 신도들에게 인생의 목적뿐 아니라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영웅과 악당을 구분하는 기준까지 제공한다. 우리는 사랑 없는 공포, 구원 없는 죄책감을 설파하며 문명과 인류를 증오하는 비인간적인 이 신흥종교를 넘어 인류의 번영과 환경보호가 함께 달성되는 ‘환경 휴머니즘’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기후변화, 삼림파괴, 플라스틱 쓰레기, 멸종 등은 탐욕과 오만의 결과가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한 경제발전과정의 부작용일 따름이다. 그리고 이 부작용은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나는 자연인이다’는 프로그램을 보면 배경에 꼭 가지런히 쌓아놓은 장작더미가 보인다. 그 걸 볼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민둥산을 지금의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산으로 만든 이야기다. 그 당시 정부에서는 외국의 지원금으로 산에 나무를 심는 것과 함께 석탄광산을 개발했다고 한다.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지 않아야 나무가 무사히 자랄 수 있다는 발상에 자금지원을 해준 외국인들이 무릎을 쳤다고 한다. 지금도 지구상에는 나무를 연료로 쓰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야생멸종동물과 그들의 서식지를 보호한다고 담장을 치고 태양광패널을 쓰라고 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이야긴가. 서구의 환경론자들은 자신들이 거쳐 온 발전과정을 무시한 채 지금 선진국의 생활기준을 들이민다. 자신들은 수력발전소의 혜택을 보면서 야생동물이 사는 숲이 잠긴다고 아프리카의 수력발전소 건설은 반대한다. 총칼로 자원을 약탈하던 식민지가 끝나자 이제는 ‘환경식민주의’로 또다시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억압하고 있는 것이다.우리는 비닐봉투 대신 종이봉투를 친환경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생산과정에서 생산되는 탄소와 소비되는 에너지의 양을 따지면 생각이 달라진다. 종이봉투가 비닐봉투보다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최소한 44번 이상을 재사용해야 된다고 한다. 그리고 해양에서 발견되는 플라스틱의 대부분은 어업용 그물이고 비닐봉투 같은 생활쓰레기는 고작 0.8%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가 실천한 방식들이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이었던 것은 아닐까? ‘정확한 사랑’이라는 말이 있다. 아픔을 함께 느끼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사랑이다. 애정 어린 눈과 깊이 있는 통찰로 변화를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사랑이다. 지구를 사랑하는 것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2021-07-11

일본의 생태 범죄에 의해 희생된 독도 바다사자

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일본 정부가 2018년 도쿄 중심부에 개관한 영토주권전시관 주관으로 독도가 일본영토라는 것을 홍보하기 위한 지방 순회전을 연다고 한다. 전시회 포스터에 따르면 일본 어부들이 독도에서 바다사자(강치)를 포획하고 있는 사진을 내세우며 독도에서 바다사자 민간인 조업 활동 근거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울릉도·독도가 주 서식지이었던 바다사자(학명 : Zalophus japonicus)는 생물분류상 식육목 기각아목 바다사자과 바다사자속에 속하는 해양포유류로서, 흔히 강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울릉도·독도를 비롯한 일본 연안 등에 분포한 것으로 알려진 바다사자는 방어, 멸치, 정어리, 고등어, 대구, 민어, 오징어 등을 먹이로 하며, 번식 시기는 4~6월, 임신기간은 약 11개월로 1년에 1회 새끼 한 마리를 낳으며, 성적인 성숙연령은 4~5세, 수컷이 세력권을 갖는 시기는 약 9세경으로 연구되고 있다. 바다사자 중 대형 수컷 성체는 몸길이 약 240cm, 몸무게 490kg에 달하며, 암컷 성체는 몸길이 180cm, 몸무게 120kg에 달한다.바다사자로 추정되는 기록들은 우리 역사에 다수 등장한다. 태종실록 1417년 기록에는 울릉도 거주민이 수우피(水牛皮)라는 소처럼 생긴 바다에 사는 동물의 가죽을 토산물로 바쳤다고 하였으며, 1694년에 삼척영장 장한상의 울릉도 체류 보고에는 울릉도 남쪽 해안 동굴에 다수의 가지어(可支魚)가 서식하고 있었다고 한다. 1800년대 후반에 주로 배를 건조할 목적으로 울릉도에 들른 거문도를 비롯한 전라도인들은 독도에 들려 해구(海狗)라는 바다 동물을 잡았다고 증언한다. 독도 서도 북쪽에 위치한 큰가제바위, 작은가제바위라는 바위 지명은 울릉도에서 가지, 가제라고 불렀던 바다사자에서 유래하였다.독도는 일본인들의 잔혹한 바다사자 학살 현장이다. 1890년대 초부터 울릉도로 가다가 독도에서 수백 마리 바다사자를 목격한 일본 오키인들은 러일전쟁 직전에 가죽이나 기름 값이 치솟고 있었던 상황에서 일본에서 가죽과 기름 수요가 발생하면서 독도 바다사자에 주목하였다. 독도에서 본격적인 바다사자 포획은 죽도어렵합자회사를 설립한 나까이 요사부로를 비롯한 일본인들에 의해 1903년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독도에서 일본인의 바다사자 잡이는 대한제국 조정의 어떠한 허가도 없었기 때문에 불법적으로 이루어 진 것이다.일본측 기록에 따르면, 1904년 한 해 동안만 무려 3,200마리의 바다사자를 잡는 등 1941년까지 약 15,000마리의 바다사자를 포획하였다. 이러한 무자비한 바다사자 포획으로 당시 독도는 바다사자의 피 냄새가 진동했다고 하며, 심지어 일본 해군에서는 바다사자 포획 자제를 요청했을 정도였다. 1년에 한 마리 새끼를 낳는 바다사자는 1941년에 일본인이 포획한 바다사자가 불과 약 16마리일 정도로 일본인의 남획으로 독도에서 바다사자 개체수는 급격히 감소하였다.해방 이후 1970년대 중반까지도 독도에서 바다사자가 나타났다는 울릉도 주민 증언이 있었지만, 결국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에서는 1994년에 독도 바다사자를 멸종 동물로 분류하였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에서는 2014년 4월 독도 서도 북쪽 가제굴에서 독도 바다사자 뼈로 추정되는 동물 뼈를 채취하여 부산대학교 해양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통해 채취 뼈가 독도 바다사자 뼈인 것을 확인하여, 국제유전자정보은행에 독도 바다사자 뼈 유전자 정보를 등록한바 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독도 바다사자에 대한 1950년대 사진자료와 일본인의 남획 기록 및 증언 자료만 보유하고 있었으며, 독도 바다사자 멸종으로 인해 유전자원을 확보하지 못했다.비록 독도 바다사자는 아니지만, 최근 봄철을 중심으로 한반도 연안을 회유하는 과정에서 울릉도 및 독도 연안에 물개, 물범 등 해양포유류 들이 간혹 출몰하고 있다. 한편으로 그동안 동해안에서 발견된 대부분 물개가 사실상 그물에 걸려 죽은 채였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독도 또한 해양포유류 서식에 치명적인 폐그물 같은 해양쓰레기가 적지 않다. 독도 해양생태계 보호를 위해 독도 연안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과 같이 보다 적극적인 해양생태계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 독도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해양생태계 교육과 관련법에 의한 해양환경 보호 명예 감시원 위촉과 울릉도(독도) 해양생태해설사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해양포유류를 비롯한 대형바다동물은 바다생태계 최상위에 있는 존재들로서 해양 생태계 건강성을 대변하는 척도이다. 이제 독도는 단순히 우리 영토이기에 지키는 대상에서 생태계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차원으로 바라보는 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독도 해양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자그마한 실천은 곧 동해 해양영토 수호와 독도영토주권 수호이며, 바다사자 남획이라는 생태적 범죄를 저지른 일본에게 독도를 관리하는 진정한 주인은 대한민국임을 보여주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2021-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