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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치인 윤석열의 정당 선택 시나리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전 검찰총장 윤석열이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그는 지난 3월 4일 임기 5개월을 남기고 전격 총장직을 사퇴하였다. 그는 사퇴 전날 한국정치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반문재인 정서가 강한 대구에서 문재인 정부를 신랄히 비판하였다. 그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검수완박’, ‘부패완판’이라며 법치주의 파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외치는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그의 모습은 마치 선거 유세장을 방불케 하였다. 지난 국회 법사위 답변에서‘임기 마친 후 국민에게 봉사’하는 문제를 고려하겠다던 약속은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렸다.사퇴 직후의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윤석열은 지지율 32%로 선두에 나섰다. 여당의 이재명 지사를 앞서고 이낙연 후보도 멀리 따돌렸다. 검찰개혁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의 그에 대한 탄압이 윤석열 대망론으로 이어진 것이다. 조국 교수 가족에 대한 거침없는 수사, 원전과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 추미애 장관과의 갈등이 그를 정치에 입문시켰다. 윤석열은 과연 정치적 ‘별의 순간’이라는 행운을 잡았을까. 그가 내년 유력한 대선 후보로 등극할 지는 아직은 미지수이다. 정치는 혼자 할 수 없기에 그는 이제 정당 가입 등 정치적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윤석열이 선택할 첫 번째 시나리오는 그가 야당인 국민의힘에 입당할 가능성이다. 김종인은 이미 윤석열을 야당 사람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그의 국민의힘 입당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국민의힘 내의 보수 강경세력은 그의 입당을 결코 환영치 않을 것이다. 당내에는 박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의 책임을 그에게 물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있다. 당내의 대선후보들도 그의 입당을 탐탁해 하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이 보수 1당의 입당의 전제로 당 개혁을 요구할 경우 이로 인한 당의 분열은 가속화할 가능성도 있다. 두 번째는 제3지대에 머물면서 그가 새로운 신당을 창당하는 시나리오이다. 그가 안철수 등 중도 보수 인사나 윤사모를 중심으로 제3의 신당을 창당한다는 것이다. 우선 제3의 텐트는 칠 수 있지만 신당 창당은 결코 쉽지 않다. 신당의 이념이나 조직에는 많은 갈등과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선에서 제3의 신당 후보가 당선된 적도 없다. 1987년 민중항쟁 이후 대선에서는 결국 제 1, 2당 후보만 당선되었다. 현재 제3당 신당 창당에 여론은 호의적이지만 정치적 성공과는 별개 문제이다. 정치 신인 윤석열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지켜볼 수 밖에 없다.윤석열은 아무런 준비 없이 반정부 여론에만 의존하여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그는 당분간 메시지를 통한 이미지 정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는 과거의 대쪽 판사 이회창이나 안철수와는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윤석열은 정당 선택에 앞서 이제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확실히 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이 지금껏 살아온 개혁적인 삶의 궤적이 보수 야권 대선후보에 합치하는가. 그가 당면한 장모와 가족의 재판 등 그에 대한 철저한 검증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는 검찰 조직 이기주의가 아닌 국민 공복의 민주적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윤석열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부터 해야 할 운명에 처해 있다.

2021-03-24

대학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장규열한동대 교수‘벚꽃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는다.’ 인구감소를 바라보면서 예견하였던 위기가 실제로 눈 앞에 펼쳐진다. 대학들, 특히 지방대학들은 신입생을 채우지 못하여 존폐의 기로에 선다. 모든 대학들이 그렇지는 않다고 해도, 학령인구 격감이 가져다줄 대학캠퍼스의 내일에는 그늘이 드리웠다. 교수들 사이에는 이미 ‘대학에 미래가 있는가’를 고심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대학이 스스로 정체성을 다시 생각하고 앞으로 펼쳐질 고등교육의 나아갈 바를 새롭게 살피고 정돈해야 한다. 겉으로 보기엔 학생숫자가 당장 문제이겠으나, 미증유의 코로나19 상황을 지나면서 나타나는 또 다른 변화도 대학의 고심을 더욱 깊게 한다. 지난 한 해 동안, 모든 교육기관들은 온라인 비대면 강의로 팬데믹에 대처하였다.봄학기를 맞아 백신접종과 치료제개발 소식을 접하면서 대면강의를 폭넓게 시도하지만, 어느 틈에 온라인 강의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이전처럼 강의실로 돌아오지 않는다. 팬데믹이 지나간 다음 다가올 ‘대학의 뉴노멀’은 온라인강의와 사이버대학을 보다 넓게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의 습관과 태도에 온라인접촉은 대학경험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교수와의 교감과 교류, 사제지간의 소통과 협력이 물론 소중하지만, 그마저도 온라인과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이미 깊게 자리잡은 듯하다. 학생들이 대학과 대학생활에 거는 기대 가운데 ‘강의’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 이전과 사뭇 달라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대학이 학생들을 위하여 제공하는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데에도 이전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게 되었다.사회 일반이 대학을 바라보는 관점도 변화해 간다. 대학은 더이상 지성인을 기르는 상아탑이 아니라, 안정된 직업을 목표로 하는 취업준비의 현장처럼 변모하고 말았다. 졸업생 취업률이 대학의 성공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었고 대학마다 차별화와 특성화를 시도하기에는 우리 대학은 너무나 서로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대학교육에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대학들을 도와온 끝에, 이제는 대학들이 정부에 의존하는 현상이 깊어져서 돌이키기 어려운 관례의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재정적인 자립을 온전히 이룬 대학이 드물 정도가 아닌가. 정부의 지원사업에 의존하며 생명을 이어가는 우리 대학의 모습은 처연하기 짝이 없다. 대학과 정부는 고등교육의 본질을 뿌리부터 다시 살펴 대학다운 모습을 회복하도록 결연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대학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대학 지성을 기르는 자긍심으로 수십 년을 지내왔다면 ‘보편적 지식인’을 기르는 새로운 정체성을 발견해야 한다. 대학에서 낭만과 교감을 기대하던 대학생의 모습은 이제 온라인소통과 비대면교류로 변화된 환경을 경험하며 바뀌어 간다. 학생을 만나며 지적 대화에 익숙했던 교수의 모습도 디지털시대가 제공하는 신박한 교감을 받아들여야 한다. 대학은 적극적으로 변모해 가야 한다. 대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2021-03-24

뉴스페이스 시대

우리나라 첫 ‘차세대 중형위성 1호’가 지난 22일 발사·교신에 성공함으로써 ‘뉴스페이스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위성발사를 주도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내년에 2호를 쏘아올릴 계획이다.뉴 스페이스는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주체가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가고 있는 최근의 우주산업 트렌드를 가리킨다. 특히 이번 중형위성 발사 성공은 발사체와 탑재체의 크기와 무게를 크게 줄였다는 점에서 우주 개발 상업화 가능성을 처음 확인한 쾌거다.1호는 고도 497.8km궤도에서 약 6개월간 통신 점검 등 초기운영 과정을 거쳐 10월 이후부터 본격적인 표준영상을 제공할 예정이다. 흑백 0.5m, 컬러 2m 해상도로 정밀하게 지구를 관측하며, 해당 영상을 국토·자원관리와 재해·재난대응 등에 사용된다. 1호 위성은 크기를 2.0m×3.8m에서 1.4m×1.55m로 절반으로 줄였고, 무게도 1천100kg에서 500kg로 600kg이나 가벼워졌다. 차세대 중형위성은 소형위성으로 가는 중간단계다.차세대 중형위성 개발사업은 500㎏급 중형위성 5기를 국내에서 독자 개발하는 사업으로, 1~2호기를 개발하는 1단계와 3~5호기를 개발하는 2단계로 나뉜다. KAI는 1단계 사업으로 구축된 500kg급 표준플랫폼을 활용해 우주과학연구, 농산림, 수자원 감시 등을 위한 3기 위성을 국산화개발하는 2단계 사업도 주도하게 된다. 3·4호는 2023년에, 5호는 2025년에 발사될 예정이다.이를 위해 지난해 8월 중대형위성 6기를 동시에 조립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우주센터를 건립했다.정부가 아니라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이 첫 발을 떼는 뉴스페이스 시대의 도래가 이 나라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궁금해진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24

또다시 온 삼월

강길수수필가세레나.또다시 삼월이 왔습니다. 작년 삼월은 정월부터 불어 닥친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염병에 정신이 홀려버렸었지요. 그 때문에 봄 편지 한 장 못 쓰고 지나갔었습니다. 세레나도 그랬다고요. 아마도 지구촌 모든 이가 그리 살았을 터입니다.올 삼월에도 자연은 솟아나는 연록 새싹들의 희망으로 가득합니다. 매화, 개나리, 진달래, 목련, 살구, 복숭아, 벚나무가 잇달아 사랑을 꽃피웁니다. 저 낮은 곳에는 하얀 별꽃과 파란 까치꽃들이 앙증스레 봄을 뽐내고 있고요. 한데 우리 사회와 지구촌은 아직도, 마스크를 쓰고 코로나 19 바이러스 전염의 공포와 싸우고 있습니다. 언제쯤 우리는 마스크를 벗어 던질 수 있을까요.너무 작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병원체(病原體)…. 사람들이 어찌 피하며 살라고, 하늘은 이런 존재들의 생성을 허용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지구란 행성은 생명에게 괴로움과 고통을 주는 도장(道場)으로 설계된 곳일까요. 생명체와 비 생명체의 특성을 다 가졌다는 묘한 존재 바이러스. 숙주의 생체 안에 들어가야만 증식하며 살 수 있는 이상한 병원체 바이러스. 21세기 과학 문명의 사회에서 왜 코로나바이러스 퇴치가 쉽지 않을까요.세레나.사람들은 코로나19가, 오고 있는 언택트(untact) 시대를 더 앞당겼다고 말합니다. 이 흐름은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설파한 ‘인간은 폴리스(polis)적인 동물이다’란 정의를 무산시키는 것일까요. 후에 세네카에 의해서 ‘사회적인 동물’로 번역되었다지만, 그 의미는 ‘인간은 공동체적 존재’로 보아도 될 테지요. 얼핏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가 무너졌다 볼 수는 있겠으나, 우리가 누리는 컴퓨터, 휴대폰 등 정보 소통 도구들을 생각한다면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소통 방법만 달라졌지, 공동체로 살지 않을 수 없는 인간의 존재 방식이 달라진 것은 아닐 테니까요.바이러스가 생체에 기생하듯, 생명도 자연에 기대어 삽니다. 또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사람 몸에 붙어살듯 인간은 자연에 기댈 뿐 아니라, 공동체에도 참가해야 삽니다. 올 삼월엔, ‘사회적 거리 두기’로 대표되는 ‘언택트 시대’란 명제가 제 앞에 턱 버티고 서 있습니다. 산골 농가에서 태어나 자라며, 사람에게는 친 생태계의 본능이 있음을 체험했습니다. 당시 농사는 완벽한 자연 순환형 농법이었으니까요. 한데 왜, 그 인간이 이룩한 물질문명 사회가 오늘날 기후변화, 생물 종의 감소, 사스나 코로나 19 바이러스 등의 병원체 발생, 전염과 같은 자연의 역습을 받는 처지가 되었을까요.컨택드(contact) 시대의 개인이 흙 입자라면, 언택트 시대의 개인은 모래 알갱이라 볼 수 있겠지요. 흙과 모래의 결속력을 따진다면 당연히 흙이 강합니다. 그러나 모래가 시멘트와 물을 만나면 콘크리트가 되어, 그 단단함은 구운 흙벽돌과도 견줄만할 것입니다. 어쩌면 언택트 시대의 가능성이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요. 언론 매체와 컴퓨터, 휴대폰 등 사회의 소통 도구와 방법들을 물과 시멘트의 용도로 쓸 수 있도록 인간이 지혜를 모은다면 말입니다.세레나.보도 가에 때 이른 작은 해님들이 삼월을 밝힙니다. 해님들은 머지않아 하얀 갓털 송이로 변신하여 봄바람을 기다릴 것입니다. 이윽고 명지바람 남실남실 불어오면 갓털은 씨방을 모시고 날아, 새 땅에 새 민들레로 태어날 테지요. 기후변화에 곧바로 대응하는 민들레가 거룩해 보입니다. 식물이 생태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며 살아내는 모습을 보노라면,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듭니다. 코로나 19로 얼룩진 두 번째 삼월을 하릴없이 삽니다. 웬일인지 올핸 새싹에 눈길이 더 갑니다. 철 이른 새싹은, 식물이 살기 위해 우리가 모르는 소통과 결정으로 변화하는 기후와 환경에 대처한 결과가 아닐까요. 정부가 강제한 ‘거리 두기’, ‘비대면’, ‘백신 접종’ 부작용 등이 사람을 우울하게 합니다. 하지만, 언택트 시대로 가는 훈련이라 여기며 새싹처럼 대처하려 합니다.또다시 온 삼월, 연록 새싹들의 생명 찬가가 온 누리에 메아리칩니다.

2021-03-24

구름의 언어

구름을 보면서 수증기가 뭉친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만약 있다면, 모든 것을 과학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이거나 감수성이 사막처럼 마른 사람일 것이다.구름은 지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지위가 아무리 높은 사람도 구름을 보려면 하늘을 우러러보아야 한다. 높은 곳에서 우리네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존재가 구름이다.언덕에 누워 구름을 가만히 보면 나도 구름이 된다. 뭉게구름을 바라보면 마음속에도 무언가가 뭉게뭉게 일어난다. 양떼구름을 보면 초원에서 노니는 양 떼를 보는 양 마음의 지평에도 평화가 깃든다. 파란 도화지 위에 잔잔히 깔린 솜털 같은 구름을 보면 마음이 보송해진다. 산봉우리를 넘어가는 구름을 보면 나도 산 너머로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비구름 - 하늘을 가득 채운 짙은 회색빛 먹구름탑구름 - 구름 상부에 성벽 위의 작은 탑이나 총구멍 모양이 있는 구름새털구름 - 푸르고 높은 하늘에 나타나는 새털 같은 구름조개구름 - 높은 하늘에 펼쳐지는 희고 작은 비늘 같은 구름차일구름 - 흐린 날씨 구름, 회색의 장막 같은 구름양떼구름 - 다수의 구름 덩어리들이 모여 만들어진 구름(높쌘구름)안개구름 - 수증기가 지표 근처 또는 낮은 높이에서 응결하여 형성된 구름뭉게구름 - 수증기가 상승기류를 타고 위로 솟구치면서 만들어진 구름쌘비구름 - 많은 양의 수증기가 강한 상승기류로 탑 모양으로 솟구치면서 만들어진 구름연직구름 - 밑면은 낮은 고도에 있지만 매우 높게 솟아 있는 구름밑턱구름 - 물방울과 얼음 알갱이가 간간이 섞여 있는 구름아치구름 - 낮은 고도에서 수평으로 형성되는 기다란 형상의 구름모루구름 - 적란운의 윗부분에 나타나는 모루 또는 나팔꽃 모양의 구름유방적운 - 모양이 포유류의 유방을 닮은 구름꼬리구름 - 내리는 비가 땅에 닿기 전에 증발하여, 마치 꼬리를 끄는 것처럼 보이는 구름모자구름 - 산 꼭대기를 덮거나 둘러싸는 모양의 구름삿갓구름 - 외딴 산봉우리의 꼭대기 부근에 두른 갓 모양의 구름진주구름 - 20~30km 높이에서 나타나는 진주색 구름렌즈구름 - 볼록렌즈를 하나 또는 여러 개 합친 듯한 모양의 구름버섯구름 - 원자폭탄 등이 폭발할 때 버섯 모양으로 발생하는 거대한 구름털보구름 - 구름 윗부분에 털 또는 섬유질의 조직이 나타나는 구름(복슬구름)깔때기구름 - 토네이도가 발생할 때 형성되는 회오리 모양의 구름햇무리구름 - 희거나 옅은 회색의 빛으로 얇게 덮이는 베일 같은 구름대머리구름 - 구름 상부가 매끄럽고 평탄한 모양의 구름두루마리구름 - 회색 구름이 담요처럼 둘둘 말리면서 헝클어진 구름(층쌘구름)거친물결구름 - 거친 물결이 치는 듯한 모양의 구름(악마의 구름)구름은 높은 지위를 상징한다. 출세하려는 꿈을 꿀 때, ‘청운(靑雲)의 뜻을 품는다’라고 한다. 용이 바람과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오르듯, 좋은 기운을 타고 천하에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을 ‘풍운아(風雲兒)’라고 한다. 잡히지 않는 헛된 꿈을 꿀 때 ‘뜬구름 잡는다’라고 한다.구름은 전조를 표현한다. 위험이나 파탄의 기미가 일어날 때 ‘암운(暗雲)이 드리우다’라고 말한다. 전쟁이 일어나려는 형세가 일어날 때 ‘전운(戰雲)이 감돈다’라고 말한다. 벼락이라도 때릴 것 같은 조마조마한 상황을 ‘뇌운(雷雲)’이라고 한다. 사람이 구름처럼 모여들면 ‘운집(雲集)’이라고 한다. 구름처럼 변화가 무쌍한 현상을 ‘풍운조화(風雲造化)’라고 일컫는다.구름은 은유이다. 잠자리를 나눈 남녀 사이는 ‘운우지정(雲雨之情)’이며, 남녀가 잠자리에서 누리는 쾌락은 ‘운우지락(雲雨之樂)’이다. 비에 흠뻑 젖은 듯 빠져드는, 바람결을 따라 구름을 탄 듯 몸이 두둥실 떠오르는, 꿈인 듯 생시인 듯 몽롱한, 구름결 같은 그 해방의 운치를 은근히 빗대기에 구름만한 것이 있으랴.세속을 벗어나 자연에 은거하면 ‘운서(雲棲)’라고 한다. 속세를 떠나 깊은 산에서 없는 듯 살면 ‘운와(雲臥)’라고 하며, 구름처럼 자유롭게 노닐면 ‘운유(雲遊)’라고 한다. 그래서 당나라 시인 맹호연은 맑고 깨끗한 마음을 “야객운위심 고승월위성(野客雲爲心 高僧月爲性)”이라고 읊었다. 길손은 구름을 마음으로 삼고, 고승은 달을 성품으로 삼는다는 뜻인데, 가벼우면서도 참으로 높은 말이다.우리네 정서에도 구름이 많이 나온다. 숱한 시인이 구름을 동경하고 숭배하고 노래했다. 만약 구름이 없다면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라는 표현이 없어진다. 모든 시詩에 구름이 빠지면 삶에서 구름이 사라진다. 삶의 하늘에 구름이 없다면 우리네 마음은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황량한 사막이 된다./수필가·문학평론가

2021-03-24

유전자 검사

한 아버지가 자신이 키운 자식이 자신을 닮지 않았다는 생각에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더니 DNA 불일치 판정을 받았다. 화가 난 아버지는 아내와 자식을 당장 내쫓았다. 그러나 훗날 그 결과가 DNA 검사과정의 실수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아버지는 큰 번뇌에 빠졌다. 그러나 그들의 가족 관계는 이미 망가진 뒤여서 그 가정은 정상으로 되돌아갈 수 없었다.이 이야기는 과학의 힘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 것 같지만 사람의 일이란 예측을 할 수 없을 때도 종종 있다는 것을 말해 준 것이다.유전자 기술이 발달하면서 지금은 DNA 검사를 활용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서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 미제 사건의 해결과 실종자 수색, 친자 확인 등에 이르기까지 유전자 검사의 유용성이 높게 평가된다.다양한 민족이 모여 사는 미국에서는 조상찾기 DNA테스트가 인기라고 한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나의 조상을 찾고 나아가 특정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을 미리 체크해 예방하는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이른바 유전자 비즈니스다.유전자 검사 기술의 발달로 강력 범죄의 진범을 찾아내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일도 있다. 대표적인 게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다. 온 동네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이 사건은 33년이 지난 뒤에야 진범이 드러났다. 유전자 검사라는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미국에서도 100년 전 사망한 머리없는 시신의 신원을 밝히는 데 DNA 검사가 공을 세웠다.구미 3세 여아 사망사고가 미궁에 빠졌다. 친모로 지목된 당사자는 아기를 낳은 적이 없다고 하고 경찰은 DNA 검사를 내세워 친모가 아닐 확률이 0라 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는데, 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자못 궁금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3-23

이사

이재현동덕여대 교수“낡은 재건축 아파트 철거작업이 끝나자 / 마지막으로 나무들이 철거되기 시작한다 / 아직 봄은 오지 않았는데 / 뿌리를 꼭 껴안고 있던 흙을 새끼줄로 동여매고 / 하늘을 우러러보던 나뭇가지를 땅바닥에 질질 끌고 / 이삿짐 트럭에 실려가는 힘없는 나무 뒤를 / 까치들이 따라간다 / 울지도 않고 / 아슬아슬 아직 까치집이 그대로 남아 있는 나무 뒤를 / 울지도 않고”2004년에 창작과 비평사에서 정호승 시인이 펴낸 시집 ‘이 짧은 시간 동안’에 실린 시 ‘이사’의 전문(全文)이다. 시인은 아파트 단지의 철거로 까치집을 그대로 얹은 채 뿌리째 뽑혀나간 나무들에 대한 아릿한 심사를 이렇게 그렸다.내가 사는 동네 근처의 아파트가 재건축이 되면서 지난 가을부터 집들이 하나둘 비워지기 시작했다. 가을 끝 무렵에는 주민들의 이주로 텅 빈 아파트 건물들만이 괴이한 모습으로 줄지어 겨울을 맞이했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건물 사이사이에 꿋꿋이 버티고 을씨년스러움을 가려줘 그나마 다행인 듯 보였다. 아파트가 들어설 때 심어졌을 테니 못해도 삼사십 년은 된 나무들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얼마 뒤 나무들이 댕강댕강 잘린 채 차량 빠진 아파트 주차장에 널부러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정호승 시인은 아파트가 철거되고 마지막으로 나무가 철거됐다고 했는데 내가 본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철거 모습은 사뭇 달랐다. 가가호호 집들이 비워지자 맨 먼저 철거된 것은 건물이 아니라 나무들이었다. 재건축 단지의 나무들은 뿌리에 흙을 새끼줄로 동여매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것이 아니고 까치 둥지를 가지에 건 채로 토막토막 잘려 자기의 천명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안전진단에서 위험 판정을 받지 않은 아파트 건물이지만 사람들의 재산가치 증식을 위해 재건축 결정이 나고 철거가 시작되면서 아파트 주민들에게 맑은 공기를 베풀고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 주던 나무들의 수십 년 길지 않은 삶은 사람들의 욕망에 스러져 갔다.재건축으로 못해도 몇 억의 재산가치가 상승할 터인데 그깟 나무들이 잘려나가는 것이 무슨 대수랴. 까치 둥지가 허물어지는 것, 까치가 집을 잃고 헤매는 것은 내 알 바 아니다. 과연 그럴까? 김광섭 시인은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성북동 비둘기만 번지가 없어졌다고 했다. 비둘기에겐 애초부터 번지라는 것은 없었으려니와, 있고 없고는 둘째 문제이고 살아온 터전을 잃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새들의 삶이 애처롭다.성북동 골짜기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와 도시 한복판 아파트 단지의 길조 까치가 집을 잃고, 나무들이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잘려나가는 일은 이 땅에 인간이 존재하는 한, 사람들의 욕심이 끝모르게 이어지는 한 계속돼야 하는 운명일까. 더욱이 재건축, 재개발로 점점 외곽으로 밀려나는 서민들의 아픔과 슬픔은 이루 말하기조차 어렵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까치는 울지 않아도 가슴 속에 한 줄기 뜨겁고 검은 물이 흐른다. 우리들 이사가 몸과 물질의 안녕만을 위한 이사가 아니라 정서의 안녕과 사랑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이사가 됐으면 좋겠다.

2021-03-23

탐진치 삼독과 LH사건

김규종 경북대 교수석가족으로 정반왕과 마야부인의 소생인 고타마 싯다르타는 29살에 아내인 야쇼다라 공주와 아들 라훌라를 버려둔 채 출가한다. 한밤에 궁성의 담을 넘으면서 그의 흉중에 어떤 상념이 자리했을지 궁금하다. 자리를 보전하기만 한다면 군왕이 되었을 터, 무엇 때문에 6년에 걸친 고행의 길을 선택했단 말인가?!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의 순환이 그토록 견디기 어려웠던가?!극한의 고행으로 깨달음에 도달하려던 고타마는 수행 방법을 바꾸어 해탈한다. 엄혹한 수행을 통해 카르마를 극복하는 방도는 자이나교에 고유한 것이다. 고타마는 그런 방식으로 열반에 이르지 못한다. 그가 궁극의 깨달음을 얻어 해탈한 근거는 고행마저 놓아버리는 데서 발원한다. 내려놓고 다시 내려놓음으로써, 비우고 또 비움으로써 그는 마침내 깨달음에 도달한다.의상의 ‘화엄일승법계도’에 나오는 ‘초발심시변정각’에 들어맞는 깨달음이다. 득도하겠다는 마음이 든 순간 깨달음에 도달한다는 의미다. 그 후의 경지가 ‘생사열반상공화’다. 삶과 죽음, 열반이 늘 조화롭다는 것이다. 생과 사의 미묘한 차이, 깨우침과 어리석음이 지나칠 만큼 가깝다는 설파다. 생사와 열반이 하나의 흐름에 있다는 깨우침의 경지가 일순간 성취되는 현장.붓다가 된 고타마 싯다르타는 오래도록 묵상(默想)에 잠긴다. 대중의 삶이 처한 ‘삼계개고(三界皆苦)’가 너무도 도저(到底)했던 까닭이다. 세상 모두가 괴로움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얘기다. 괴로움의 원인은 탐욕, 분노, 어리석음의 삼독(三毒)이다. 삼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대중이기에 생로병사와 ‘수비뇌고(愁悲惱苦)’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하여 끝없는 윤회의 수레바퀴에서 이리저리 떠돌며 고통받는 것이다.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토지주택개발공사(LH)’ 사건은 탐욕에서 출발하여 어리석음으로 끝날 듯하다. 남다른 정보와 인맥을 가지고 물질적인 탐욕에 사로잡힌 자들이 보여주는 한바탕의 칼춤! 돈의 노예가 된 자들이 쉽고 안전하게 돈을 벌고자 하는 욕망에 빠져 투기꾼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1년 365일 ‘돈 돈 돈’하고 살아가는 중생들의 탐욕과 타락이 만들어낸 희화의 한마당이 LH사건의 본질이다.문제는 그렇게 돈을 번 자들이 불러일으키는 선망과 질시다. 그들이 얻어낸 불의한 돈과 물질적인 풍요는 직장과 미래기획, 물려받은 재산 없는 2-30대 청년세대를 절망의 나락으로 몰고 간다. 돈이 돈을 벌고, 정보가 인맥을 낳고, 인맥이 다시 돈을 물어다 주는 희한한 작태는 그만둘 때다. 불로소득이야말로 공정과 평등에 지극히 어긋나는 대척점이기 때문이다. 이런 지경에 누가 피와 땀을 흘려가며 노동하고 싶어 하겠는가?!끝없이 돈을 좇는 것은 갈증을 면하려고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돈의 갈증은 돈으로 해갈되지 않는다. 그것은 멈출 줄 아는 것에서, 바닷물을 그만 마시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것이 어려운 자들에게는 법의 엄혹한 심판과 벼락같은 죽비(竹7BE6)를 내릴 일이다.

2021-03-23

지속가능한 양성평등, 협력거버넌스에서 시작

박은미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정책실장1995년 여성정책의 기본법으로 제정되어 시행되어 온 ‘여성발전기본법’은 2014년에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되어 정책의 전 분야에 여성참여를 확대하고 양성평등 관점을 통합하였다.‘제1차 양성평등정책기본계획(2015-2017년)’은 2017년까지를 여성정책에서 양성평등정책으로 전환하는 과도기로 설정하고, ‘제2차 양성평등정책기본계획(2018∼2022년)’은 양성평등 정책으로의 본격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반영하였다.양성평등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한 단계 발전된 실질적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협력거버넌스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이를 위해 첫째, 시민주도형 젠더거버넌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협력사업 확대 및 지역사회 파트너십 활성화가 중요하다. 주요 정책 현안과 연계되는 기관 간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컨소시엄 구성 뿐만아니라 공동 학술회의 및 워크숍을 전략적으로 개최할 필요가 있다.양성평등정책 추진과정에서 조직과 제도 및 문화 혁신이 필요하므로 지속적인 관심과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한다. 지역이라는 생활세계 내에서 양성평등정책은 관중심 행위주체들에서 시민중심의 젠더거버넌스 운영으로 요구되고 있다. 지역 풀뿌리단체들의 자발적 참여에 기초한 다양한 활동은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마을만들기’ 등과 같은 생활공동체 운동의 형태로 전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양성평등정책이 보다 실효성을 제고하려면 관 중심에서 도민 중심의 실천 현장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민간영역 양성평등활동 지원조직을 적극적으로 설치하여 양성평등활동 지원 전문성, 지속성, 지역 접근성 등을 고려하고, 지역 활동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서 양성평등의제를 발굴하고 전개하여야 할 것이다.둘째, 새로운 유형의 젠더폭력 대응에 관한 컨트롤타워 기능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디지털성범죄·스토킹·데이트폭력 등 여성폭력 대응 및 보호·지원체계를 강화하고, 다양한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정책의 추진 근거가 되는 제도적 기반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와 정책실무자의 쌍방향 협력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민간전문가 중심 여성폭력방지위원회를 토대로 관계 부처 간 실무협의 등을 거쳐 피해자 보호 및 재발방지 대책을 적극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다.여성가족부는 성폭력피해자 보호법에 따른 성희롱, 성폭력 피해자 무료법률지원, 의료비, 심리치료 지원 등을 통해 재발방지대책 수립 및 시행하고 있다.여성폭력 근절에 대한 사회공감대 형성을 위해 성폭력 성희롱 피해 사실을 알리고 대책을 촉구하는 캠페인 또는 피해자의 자조모임 및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아울러 성인지 관점에서의 정책개발 및 평가,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양성평등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쌍방향 교류 민·관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2021-03-23

새로운 세상으로 접속, 메타버스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 중 조 바이든 대통령은 닌텐도 기반의 게임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선거 유세를 펼쳤다. 바이든 섬으로 놀러가면 그의 캐릭터가 있었으며, 방문자는 총 다섯 가지의 지지 팻말을 받을 수 있었다. 선거 유세를 게임 플랫폼을 통해 펼친 것은 이례적으로 처음이었다.미국 유명 래퍼인 트래비스 스캇은 게임인 ‘포트나이트’를 통해 라이브 콘서트를 개최했다. 동시접속자 1천230만 명을 기록하며 게임 속 판매 굿즈 금액으로 2천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창출했다. 동시에 콘서트 이후 음원 이용률 25% 상승하는 성과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이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펼친 곳은 가상공간인 ‘메타버스’에서 이루어진것이다. 메타버스는 가공, 추상을 를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Verse)’의 합성어를 뜻한다. 메타버스는 1992년 공상과학작가인 닐 스티븐슨의 ‘스노우 크러쉬’ 소설을 통해 처음 등장했다. 이 작품에서 ‘아바타’라는 용어가 거론되었고, ‘메타버스’는 가상의 아바타로 들어갈 수 있는 가상의 세계를 뜻했다.2003년에는 ‘스노우 크러쉬’에 영감을 받은 ‘세컨드라이프’가 등장했다. 세컨드라이프는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는 사이버 머니가 존재했고, 사업을 구상하여 사이버 머니를 벌 수 있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모바일로 주도권이 넘어갔고, 속도가 느린 점과 단조로운 콘텐츠로 인해 2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이후 3D, AR/ VR의 발달과 5G의 등장, 대형 화면이 일반화됨에 따라 최근엔 양방향으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메타버스가 다시금 주목받게 되었다. 또한 코로나19로 많은 이들의 일상이 제한되면서 메타버스 속으로 새로운 경험과 욕구가 확장되었다. 최근엔 순천향대학교에서 교수와 학생이 아바타로 등장하여 참석한 가상 입학식이 열리기도 했다.사실 AR과 VR의 기술은 10년 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현재 주목받는 메타버스는 단순한 가상 세계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메타버스 플랫폼들은 현실과 공존할 수 있는 생활 공간으로의 기능을 일부 갖추고 있다. 가상 현실에서의 일부 활동으로 실제 경제활동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현재 메타버스 세계가 활발히 구축된 곳은 게임과 엔터테이먼트 분야다. 모바일 기기와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MZ세대는 이미 메타버스 세계를 자유롭게 즐기고 있다. 일명 ‘초통령 게임’으로 알려진 ‘로블룩스’는 미국과 한국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로블룩스의 특징은 높은 자유도와 유저와의 연결성이다. 그저 마우스 클릭 몇번으로 블록을 쌓아 화려한 건축물을 쌓고, 세계 유명 도시를 지어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낸다. 블록 놀이를 하는 듯한 이 게임은 블록이 부족하거나, 없어지거나, 더는 만들 공간이 부족하지도 않다. 애니메이션이나 음악, 게임을 제작하여 게임 내 유저들과 공유하며 즐기며, 게임 프로그래밍과 옷 판매를 통해 수입을 창출한다.국내에서도 비슷한 플랫폼으로 네이버 ‘제페토’를 볼 수 있다. 제페토는 2018년 8월 출시되었으며 2021년 현재 약 2억 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제페토는 사용자와 닮은 캐릭터를 생성하여 표정과 몸짓, 패션스타일까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그들은 학교나 매점, 공원 등 제법 잘 갖추어진 공간에서 문자나 음성, 이모티콘으로 소통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대화나 상황극을 통해 일상 브이로그나 제페토 드라마 영상을 만든다. 놀라운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 콘텐츠의 흐름을 주도한다.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다양한 브랜드에서도 MZ세대가 모여드는 메타버스의 세계에 집중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 구찌는 게임 내 구찌 빌라를 신설하여 신상품 컬렉션을 선보였다. 한 달 만에 방문객 130만 명을 기록했으며, 콜라보를 통해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 1위로 꼽히기도 했다.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구글, 마인크로소프트 등 현재 수많은 기업이 메타버스 세계에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렌즈나 안경 하나로 가상 현실에 접속하여 다양하고 질 높은 콘텐츠를 소유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콘텐츠를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용자가 콘텐츠를 만들고 메타버스 세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더욱 무궁무진한 성격을 띤다.현재는 메타버스 세계가 한정적이고, 현실과 가상세계가 완벽하게 이어지진 않았지만 앞으로 어떤 콘텐츠로 채워질 것인지 기대된다. 이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개인의 정체성이나 영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2021-03-22

불의와 부정의 낙수효과

150년 역사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지난 2019년 대형 스캔들이 터졌다.2017 월드시리즈 당시 우승팀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전자기기를 사용해 상대팀 사인을 훔쳐 타석의 타자에게 전달한, 일명 ‘사인 훔치기’ 내막이 2년 만에 들통 난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더그아웃 내 전자기기 반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사인 훔치는 것을 비신사적 행위로 간주한다.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가 메이저리그를 넘어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트린 것은 그 방법의 교묘함과 비열함 때문이다. 전광판에 숨겨둔 고성능 카메라로 상대 포수 사인을 찍은 후 더그아웃에 몰래 설치한 티브이로 송출, 그리고는 양철 쓰레기통을 두들겨 타자에게 투수의 다음 공이 변화구인지 직구인지 소리로 알려준 것이다. 이 속임수가 만천하에 까발려지자 단장, 감독, 코치가 옷을 벗었고, 선수들은 사기꾼, 범법자, 배신자라는 비난 속에 경기를 치를 때마다 상대팀 투수로부터 빈볼을 맞는 신세가 됐다.부정하게 얻은 정보를 활용해 이익을 얻는 모리배들은 메이저리그 말고도 어디에나 있다. 선생님 심부름하러 교무실에 갔다가 시험 문제지를 미리 보고는 백점 맞은 초등학생이야 따끔하게 훈계해 버릇을 고치면 되지만, 대입 시험이나 공모전 등에서 인맥과 돈을 이용해 출제 문제를 빼내거나 심사자를 회유하는 입시 비리는 도무지 근절되지 않는다. 자신이 속한 기업의 핵심 기술을 경쟁사에 넘겨주고 대가를 받는 산업 스파이, 군사기밀을 외부에 팔고 방산비리를 저지르는 군 장교와 군무원들도 있다. 증권가 내부에서 캐낸 정보로 서민 투자자들을 모아 한몫 크게 챙기고 빠르게 손을 뗀 애널리스트들 때문에 재산을 잃고 가정이 파탄 나고 스스로 목숨까지 끊은 이들이 어디 한둘인가.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부당 편취는 억울한 피해자들을 양산한다. 정직하게 최선을 다해 온 이들의 시간과 노력과 꿈을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그들을 절망에 몰아넣는 최악의 ‘인간 실격’이라 할 수 있다.집단적 ‘인간 실격’의 실상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내부 정보망을 통해 신도시 계획을 사전 입수, 개발 예정지의 토지를 대규모로 사들인 투기 사건으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슬로건인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와 정확히 반대되는 불평등, 불공정, 불의 앞에 국민들은 분노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중이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조사 결과 20명 정도의 직원이 투기에 연루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는데, 그 말을 믿는 국민은 드물다. “니들이 암만 열폭(열등감 폭발의 준말)해도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다니련다. 이게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인데 꼬우면 니들도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가”라는 한 인간쓰레기의 조롱 글에 담긴 사고방식이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다수가 가진 ‘LH 멘탈리티’, ‘LH DNA’라고 생각하면 한심하다.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가 ‘혜택’이자 ‘복지’로 자리잡은 기업문화에서 투기 연루자가 20명에 불과할까? 수백 명, 아니 수천 명에 달할 것이라고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이번 ‘LH 스캔들’은 임기 1년을 남긴 문재인 정부의 명운을 쥐고 있다. 공사 해체에 준하는 강력한 엄단이 있지 않는 한 문재인 정권은 불평등, 불공정, 부정의 시퀀스를 남긴 채 페이드아웃 되고 말 것이다. 정권 이미지 쇄신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정말 우려되는 건 불의와 부정의 낙수효과다. 얼마 전 대형마트 정육 코너에서 일하는 친구와 술 마시다가 “한우 좋은 부위 있으면 가격표 싸게 붙여서 좀 줘봐” 했다.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규정상 안 된다고 하자 나는 “야, LH 애들 해먹는 거에 비하면 고기 좀 싸게 먹는 건 장난이지. 우리는 그런 거라도 해먹어야 되지 않겠냐?” 우스개로 한 말이었지만, 이 사회가 정직하게 최선 다해 노력해봤자 협잡꾼들에게 다 빼앗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정직이니 노력이니 양심이니 하는 가치들을 휴지조각처럼 구겨버릴 사람은 나 하나 뿐이 아니다.사인 훔치기로 우승팀은 갈렸어도 승리한 휴스턴 선수들이나 패배한 LA 다저스 선수들은 다 고액연봉 받고 잘 산다. 스포츠는 양쪽의 정직한 노력과 열정이 서로 맞부딪는 경쟁일 때 아름답다. 그래봤자 삶의 축소판일 뿐이다. 삶이라는 싸움과 감히 그 규모와 치열함을 다툴 수 없는 작은 놀이터에 불과하다. 그렇다. 이건 삶의 문제다. 투기로 인해 삶이 추락해 산산이 부서지는 이들의 이름이 ‘국민’임을 기억하기 바란다.

2021-03-22

인간의 언어는 또 다른 감옥인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아마도 한국인이라면 모두 알고 있을 이 김춘수의 시 ‘꽃’은 ‘이름’이라는 언어를 매개로 인간이 외부 세계의 대상을 어떻게 의미로 바꾸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는 철학적인 시다. 내가 언어를 통해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도 이미 ‘몸짓’으로 존재했던 그는 내가 이름을 불러줄 때, 나에게로 와서 의미가 된다.피와 살을 가진 인간이 살아가면서 언어를 매개로 사고를 형성하고, 그 언어를 매개로 외부 세계를 규정할 수 있는 것은 언어를 가진 인간의 유일한 특권일지도 모른다. 오랜 기간 동안 인간에게 언어와 문학이 중요했던 까닭은 그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눈앞에 단지 실체를 가진 대상들의 모음으로 존재하는 세계를 바라보는 인간은 자기가 갖고 있는 언어를 통해 그 대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인지하게 될 때야 비로소 자기 세계를 대하는 주체이자 주인이 될 수 있다. 말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 아이가 자기 눈에 들어오는 대상들을 하나하나 이름을 붙이기 시작하며, 자기를 둘러싼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나아가 새롭게 이름 붙이기 시작하면서야 비로소 어엿한 하나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이미 모든 대상들에 붙여진 이름만을 알게 되는 것이 그러한 과정이 아니다. 인간은 언어를 배우면서 또 언어를 통해 눈앞의 대상을 그 언어 속에 가둔다.다니엘 디포(1660~1731)의 소설 ‘로빈슨 크루소(Robinson Crusoe)’는 유럽의 세계 저편에 무엇이 존재하고 있는가 알아내기 위해, 모험을 떠나고 돌아와 여행기를 썼던, 서구인의 세계 인식을 잘 보여주는 소설이다. 영국인인 크루소는 모험을 떠났다가 바다에서 난파되어 모든 선원이 사망하고, 아메리카 대륙 오리노코 강 부근 무인도에서 홀로 살다가 극적으로 구출해 돌아온다. 세계의 전모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었던 시대, 서구 유럽인들이 가질 수밖에 없었던 대상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공포는 바로 그 미지의 세계에 대한 모험을 추동한다. 인간은 자신이 잘 모르는 대상에 대해서 어떻게든 알아내고, 결국 그 대상에 대해 이름을 붙이지 않고서는 그 공포를 거두지 못하는 것이다. 무인도에서 로빈슨 크루소는 식인종에게 먹힐 뻔한 원주민을 구해주고, 그를 만난 날이 금요일이었다는 단순한 이유로, 그에게 ‘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다니엘 디포는 영국의 소설가이자 언론인으로, 1719년 ‘로빈슨 크루소’를 써서 명성을 얻었다.인간이 언어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대상에게 이름을 붙인다는 그저 단순하고도 당연하며, 절박한 인식의 논리는 그 이름을 붙여준 대상을 언어의 감옥에 가둔다. 로빈슨 크루소가 붙인 ‘프라이데이’는 과연 그의 빛깔과 향기에 맞는 것이었을까. 아니, 맞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가 이름을 붙이는 행위가 그를 구속하는 행위는 아닐 것인가.인간이 사회에서 한 명의 주체로 거듭나기 위해 언어를 통해 대상의 의미를 인식하고, 새롭게 드러나는 대상의 의미를 규정해나가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과정일 터이지만, 모두가 서로를 규정해나가기 시작한다면, 우리 모두는 서로가 서로의 언어의 감옥에 갇히게 되어버릴 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우리에게는 서로의 언어가 쌓이고 소통하는 공론장이 필요했던 것이리라. 언어를 쓸 수 있다는 것이 인간의 희소한 특권이던 시대에서 이제 모두가 언어를 능숙하게 다루고, 자기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에, 이러한 대상을 규정하는 언어의 윤리는 더욱 중요한 것이 되어 버린다.디포우의 소설 ‘로빈슨 크루소’는 분명 흥미로운 모험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언어를 가진 인간 주체의 자기 확인의 과정이 자리 잡고 있다. /홍익대 교수

2021-03-22

신라 고분과 가야 고분

지금으로부터 1천600여 년 전후부터 만들기 시작한 신라·가야의 대형 봉토분(또는 고총고분·高塚古墳)은 위치, 모양, 무덤 구조, 시신과 부장품을 놓는 공간, 봉토를 쌓는 방법 등이 달랐다.신라의 수도인 경주시내에는 천마총, 황남대총이 있는 대릉원과 주변 쪽샘유적 등에 넓은 고분군이 조성되어 있다. 신라 왕과 귀족들의 공동묘지인 셈이다. 현재는 평지이지만, 고분을 만들 당시에는 크고 작은 하천과 늪지가 있었고, 이를 피해 봉토분을 만들었다.대구, 경산, 의성, 상주 등 신라권과 부산, 창녕 등 신라·가야의 접경지, 고령, 합천, 함안, 고성, 산청, 남원 등 가야권의 봉토분은, 대체로 구릉이나 산의 능선 위에 만들어져 있다. 무덤 주인공의 신분이 높을수록 능선의 정상이나 끝자락에 커다란 봉분을 쌓았다. 봉분 안을 발굴하면, 주인공이 묻힌 무덤과 주변으로 흙, 돌 등을 여러 방법과 순서로 쌓은 모습이 드러난다. 특히 무덤의 구조와 만든 방식은 고분과 고분군을 만드는 사람들의 장례문화를 가장 잘 보여준다.경주는 덧널(목곽·木槨)을 2~3중으로 만들고 그 안에 시신을 안치한 관을 넣는데, 관이 없이 시신을 안치하기도 한다. 덧널 옆과 위는 셀 수 없이 많은 냇돌(하천에 퇴적된 표면이 둥글둥글한 돌)을 채우는데, 일정 간격으로 나무 기둥을 세우고 기둥 사이를 엮은 뒤 돌을 채웠다. 이러한 무덤을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묘·積石木槨墓)이라 한다. 포항, 울산, 대구, 창녕 등에도 일부 확인되지만 경주가 압도적으로 많아, 신라 최고 지배층 특유의 무덤 구조임을 알 수 있다.신라 주변 지역인 경산 임당고분군은 무덤 구덩이를 파고 구덩이 바닥에 나무곽을 놓은 뒤 구덩이와 곽 사이를 돌로 채웠다. 구덩이 위는 큰 돌로 덮었다. 의성 금성산고분군은 적석목곽묘와 비슷하지만 무덤 벽을 돌로 차곡차곡 쌓은 듯 정연하여 차이가 있다. 대구 불로동고분군, 성주 성산동고분군은 무덤을 나무곽이 아닌 돌로 쌓은 돌덧널(석곽·石槨)이다. 상주 병성동고분군도 돌덧널이며 길고 좁은 모양이다.가야의 봉토분은 대체로 돌을 차곡차곡 쌓아 면을 맞춘 돌덧널이지만 초기 봉토분인 지산동 73호분의 경우, 덧널을 놓고 무덤 구덩이와 덧널 사이에 돌을 쌓듯이 채웠다. 인근 합천 옥전고분군도 덧널과 돌덧널을 함께 사용하는 점이 특징이다.신라·가야 접경의 창녕, 부산 등에도 많은 대형 봉토분이 있다. 창녕은 처음 돌덧널무덤이지만, 천장에는 지산동 73호분, 옥전고분군처럼 나무 뚜껑을 덮었다. 이후 돌 뚜껑으로 바뀌고, 네 벽 중 짧은 한 벽을 틔워 시신과 부장품을 넣는 독특한 방식도 보인다.시신과 부장품을 넣을 때 공간을 마련하는 모습도 다양하다. 경주시내는 주부곽식(主副槨式), 즉 시신을 묻는 곳(주곽·主槨)과 부장품을 넣는 곳(부곽·副槨)을 별도로 만들다가, 나중에는 한 곳에 합쳐(단곽식·單槨式) 안치한다. 주곽에도 그릇 등이 가득 든 나무 궤를 넣기도 한다. 신라 주변부, 가야와의 접경지 및 고령, 합천 등에서도 ‘日’자형, ‘昌’자형, ‘11’자형, ‘凸’자형, ‘ㄱ’자형 등 다양한 배치를 보이는 주부곽식이 있다.무덤을 만든 다음 흙이나 돌로 봉분을 채우고 고분의 형태를 완성한다. 신라의 적석목곽묘는 타원형, 그 외는 대체로 원형을 띤다. 봉분 가장자리에 둘레돌(호석·護石)을 놓기도 하고, 구덩이(주구·周溝)를 파기도 한다. 둘레돌은 경주, 대구, 창녕, 고령 등에 있지만 함안, 고성, 부산, 남원, 의성 등 해안지역과 주변부에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주시내 봉토분은 무덤과 적석부를 만든 후 봉분과 둘레돌을 쌓지만, 그 외 지역은 무덤을 만들 때 함께 쌓기도 한다.포클레인, 덤프트럭이 없는 당시에, 거대한 봉분을 쌓기 위해 여러 방법과 기술이 동원되었다. 작업 공간을 나누거나 위치 표시를 위해 돌이나 진흙덩어리 등으로 열을 지어 기준선을 만든 다음 고운 흙, 진흙, 돌이 섞인 흙 등 다양한 재료로 엇갈리거나 맞닿아 쌓아 무너짐을 방지했다.(구획·區劃성토) 고령 지산동고분군 등에서는 한 봉분 안에 주인공 무덤 이외에 순장자의 무덤을 따로 만드는데, 봉분 축조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정인태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또 경산, 고령, 함안 등에서는 도넛 모양으로 봉분 가장자리에 흙둑을 먼저 만든 뒤 안을 채우는 방식(토제·土堤성토)이 나타나기도 한다. 발굴에서 자세하게 관찰하면 방망이로 흙을 다지거나 봉분을 수리한 흔적을 찾기도 한다.마지막에는 봉분의 모양을 다듬고 표면에 진흙을 한 겹 발라 완성하는데, 최근 창녕 교동과 송현동고분군 발굴에서 뚜렷이 확인되었다. 경주, 대구, 창녕, 고성 등에는 먼저 만든 봉토분 옆에, 합천 삼가고분군은 위에 덧붙여 새 고분을 만든다. 고성에서는 다 만든 봉토분을 일부 파고 여러 무덤을 배치하기도 한다.이렇듯 옛날 신라와 가야에서는 다양하고 복잡한 방법으로 많게는 수 백기, 수 천기의 고분이 떼를 이루는 고분군을 만들었다. 지금 우리는, 신라·가야인이 남겨 놓은 봉토분을 통해 그들의 정신세계와 기술력을 느낄 수 있다. 금은보화와는 또 다른 과거와의 연결고리인 것이다.

2021-03-22

불편해도 이제는…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봄이 오는 길목에 인근의 산을 찾았다. 개나리꽃이 샛노란 인사를 건네고 참꽃이 발그스레 상기된 얼굴로 반긴다. 가녀린 풀잎들이 땅을 밟고 일어서며 소생의 몸짓을 보이는가 하면, 나뭇가지엔 부푼 망울들이 앙증스레 연둣빛 손짓을 하는 듯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의 난맥상에 미세먼지와 황사가 가세해도 주저없이 봄날은 오고 만물은 일제히 생동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움직이고 마중하는 손길, 발길에서 봄은 더 빨리 오고 가까이서 느낄 수 있으리라.봄이 다가와선지 최근 산행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더구나 포스트 코로나의 비대면 시기라서 나 홀로 산행하는 ‘혼산’이 눈에 띄게 많아짐을 볼 수 있다. 젊은 학생이나 직장인 사이에서 나 홀로 산행과 캠핑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SNS에 ‘혼산’ ‘혼캠핑’을 인증하는 게시물도 늘어나고 있다.실제 최근 전국적으로 입산자 수가 전년 대비 40~50% 정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누구나 산을 찾으면 자연과 동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깨끗한 계곡물에서 한결 신선함과 산뜻함을 맛볼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때때로 산행을 하며 일상의 갑갑함을 털어내고 시원한 계류에 번잡한 마음을 씻어내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산을 오르고 계곡을 찾는 사람들이 마음의 때를 벗기면서 자신의 양심마저 벗겨서야 되겠는가? 전국의 산과 계곡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은지 한참이나 됐다. 등산로나 산책로, 쉼터, 전망대 주변에는 일회용품, 비닐봉지, 폐캔, 플라스틱병 등이 곳곳에 널브러진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쓰레기와 함께 슬그머니 도덕심마저 버린 것이다.등산객이 많아지니 쓰레기도 늘어나서 국, 도립공원관리소에서는 쓰레기 수거 처리에 전담 인력을 투입하고, 불법 투기를 막기 위해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등의 비용까지 들여 국가적인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산이나 계곡에서 발생되는 온갖 쓰레기의 대부분은 음식물 용기로, 그 중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언제부터 편리함에 익숙해져 일회용품을 자주 쓰고 포장용기를 가까이하게 됐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쓰면 쓸수록 환경이 신음하고 국토가 멍들어 감을 왜 모르는 것일까? 무분별하게 버리는 쓰레기로 인해 환경이 오염되고 생태계가 파괴된다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올 것이 자명하다.더 늦기 전에 이제는, 다소 불편해도 집에서 쓰던 물병과 찬통, 컵 등을 산에서도 사용하여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에 동참하는 노력과 자세가 필요하다. 쓰레기를 줍거나 버리기 이전에 쓰레기가 발생치 않도록 리필용기나 에코 백, 텀블러 등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보다 슬기롭고 효과적인 환경 지킴이가 아닐까?폭포수가 봄의 선율처럼 쏟아지는 바위틈에서 소풍 채비하듯 싸온 도시락을 다 비우고 나니 버릴 것이 거의 없었다. 환경을 생각하는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등산 에코 매너를 지키는 산객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1-03-22

더 천천히 기다려 주자

권윤구포항 중앙고 교사“안녕하세요. 어머니, 00학생 담임입니다. 학생이 1교시가 끝이 났는데 아직 학교에 오지 않았습니다.”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하면 대체로 “아침 일찍 밥 먹고 학교 갔습니다.”라고 한 학생들이 학년을 올라가면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성장과 성숙의 차이가 무엇인가요? 성장은 하나씩 채우는 것이고 성숙은 하나씩 버리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식과 지혜는 어떤 차이가? 지식은 쌓이는 것이고 지혜는 지식에 머물지 않고 지식에 버리는 것이라고 말한다.우린 여전히 세상의 많은 것을 탐하며 쌓고 쌓아 가고 있지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것을 버리고 낮아지고 그 낮아짐은 엄청난 분량으로 채워짐에 자기 것을 하나하나 버리는 것이다. 지식을 쌓으면 쌓을수록 지혜로 인해 자신의 지식은 하나하나 버리게 된다는 것이다.우리 모두에게 성숙한 삶이 나날이 일어나기를 희망한다.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경우가 있다. 어떤 사람이 나를 지극히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누구나 감동을 받는다. 가슴 깊이 느껴지는 사랑의 장면을 보았을 때 가슴에 찡한 감동을 받게 된다. 또한 자신이 최선의 모습으로 성장한 경우를 볼 때 누구나 공감한다. 비록 정상은 아니더라도 장애인으로서 자신이 최선의 모습을 볼 때 감동이 된다. 심한 자폐증 환자이었던 배형진은 자신의 많은 장애에도 불구하고 마라토너로서 최선의 모습을 나타내었다. ‘말아톤’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진한 감동과 희망을 주었다. 심각한 자폐증상을 극복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어려움을 최선을 다해 극복하는 그 모습이 CF의 주인공으로 각광을 받기도 했다. 성장하는 모습은 아름답고 감동을 주었다. 학생도 교사의 관심과 사랑이 있으면 엄청난 속도로 성장과 성숙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1학년 2학년 3학년으로 성장하면서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요즘 3학년 학생이 1, 2학년 때 공부에 관심이 없던 학생이 점심시간에 식사 후 조용히 빈 교실에서 공부를 하겠다고 찾아오는 학생이 너무 많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학년 학생의 1/4 이상이 빈 회의실에서 공부하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다. 버리고 비우는 시간이 느리다고 조급해 하지 말고 조금 더 천천히 기다려 주자. 씨앗을 뿌리면 빨리 돋은 싹, 조금 더디게 돋은 싹이 있다.학생을 성장하게 하고 성숙하게 하는 것은 학교 선생님의 사랑과 관심으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다. 기다리고 기다려 지켜보자.또한 자연의 성장도 우리에게 아름다움과 기쁨을 가져온다. 씨를 뿌리면, 싹이 나고,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 맺는 모습은 아름다운 결실의 기쁨을 가져다준다. 학생이나 자연이나 관심과 사랑이 있으면 아름다운 결실을 맺기 마련이다.시작은 봄이다. 학교의 시작도 봄이고 새 생명의 싹을 보게 하는 것도 봄이다. 봄은 영어로 spring이라고 한다. ‘일어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학생이 성장하고 성숙해서 일어나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성장하기 위해 차곡차곡 채우고 잘못된 것을 하나씩 버리면 성숙하게 되는 것이다.장하다. 천천히 일어나길 기대하다. 우리의 미래들이여!!

2021-03-22

니트족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은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신조어다. 사회학에선 이처럼 학교에 다니지도, 취업도 하지 않는 청년 백수를 니트족으로 분류한다.보통 15∼34세 사이의 취업인구 가운데 미혼으로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서 가사일도 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키며, 무업자(無業者)라고도 한다. 취업에 대한 의욕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일할 의지는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실업자나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프리터족과 다르다. 1990년대 경제상황이 나빴던 영국 등 유럽에서 처음 나타났으며, 일본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코로나 사태가 니트족 숫자를 급격히 불리고 있다.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니트족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니트족은 지난해 43만6천명으로, 2019년보다 약 8만5천명(24.2%) 증가했다. 2016년(26만2천명)과 비교하면 4년간 1.7배로 늘었다.보고서에선 15~29세 비경제활동인구 중 미혼이면서 육아·가사, 통학, 심신장애, 취업·진학 준비, 군 입대 대기 등에 해당하지 않고 그냥 쉰 사람을 니트족으로 분류했다. 전체 청년 인구에서 니트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약 2.8%에서 2020년 4.9%로 2.1%포인트 높아졌다.전문가들은 경제 성장 둔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고용 위축에 코로나19까지 겹쳐 니트족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니트족 증가는 부모세대의 부담이 가중되고, 사회적 비용이 유발되며, 노동투입량 감소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인류적 재앙이 되고 있는 코로나가 니트족 급증이란 사회문제까지 세계 각국에 고민거리로 던져주고 있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22

망국으로 가는 포퓰리즘 경쟁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베네수엘라에서는 굶주린 시민들이 거리의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국가부도 위기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고, 그리스는 나라 빚을 갚기 위해 또 다른 나라에 빚을 구걸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교활한 정치꾼(politician)들이 집권을 위해 포퓰리즘(populism)을 악용했고, 국민들은 그것이 자신을 파멸시키는 마약인지도 모르고 받아먹었다는 사실이다.“죽어봐야 저승 맛을 안다.”고 하지 않았던가. 포퓰리즘의 비극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지금 한국에서도 포퓰리즘 광풍(狂風)이 불고 있다.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진정한 정치인(statesman)은 없고, 당장의 권력에 눈먼 정치꾼들이 포퓰리즘 마약을 국민에게 무차별 살포하고 있다. 막장으로 가는 한국정치의 현실이다.선거를 겨냥한 정치 포퓰리즘은 매표(買票)행위다. 여당이 포퓰리즘 선거로 재미를 보자, 이제는 야당도 포퓰리즘 공약을 서슴지 않는다. 부산시장 보선 승리를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가덕도 앞바다 선상(船上)에서 조속한 입법을 주문하자 민주당은 즉시 ‘가덕신공항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야당은 한 술 더 떠서 가덕 신공항은 물론이고, 부산과 일본을 연결하는 해저터널 건설까지 제안하고 나섰다.코로나를 명분으로 한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도 치열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포퓰리스트(populist)의 전형적 특성인 편가르기·후견주의·내로남불 등으로 장기집권을 도모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주장하고 있고, 이낙연 전 민주당대표는 아동수당 확대와 상병수당까지 도입하자고 한다. 야당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포퓰리즘이라고 해도 상관없으니 국민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한다.”고 했다.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현금살포를 견제해야 할 야당의 수장마저 유권자들을 의식해 포퓰리즘을 부추기고 있다.‘개 눈에는 똥’만 보이고 ‘정치꾼 눈에는 권력’만 보이는 법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권력을 잡을 수만 있다면 국민에게 마약도 주사하는 것이 그들이다. 결국 국가재정은 거덜 나고 국민은 굶주림에 허덕이게 된다. 베네수엘라 차베스(H. Ch00E1vez), 아르헨티나 페론(J. D. Per00F3n)의 포퓰리즘 정치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근면·성실했던 한국인들도 일단 포퓰리즘에 중독되면 폐인이 된다. 미래 세대를 위해 현 세대가 고통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부모는 살지만 자녀는 죽는다. 이것이 바로 포퓰리즘 정치의 비극이다.그렇다면 누가 포퓰리즘을 막을 것인가? 권력의 심판자인 국민이다. 스위스 국민은 모든 성인에게 매월 300만원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헌법개정안을 77%의 압도적 반대로 부결시켰다. 반대 이유는 “일하지 않으면 스위스의 미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미래를 위해서 현재의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기로 했다. 서울·부산시장 보선과 20대 대선을 앞둔 지금 대한민국은 갈림길에 서 있다. 베네수엘라처럼 추락하느냐 아니면 스위스처럼 비상하느냐는 포퓰리즘에 대한 우리의 각성 여하에 달려있다.

2021-03-22

과학적 근거중심의 다이어트 운동법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부경대 겸임교수세계비만연맹은 2025년 전 세계인구의 3명 중 1명이 비만 환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 비만 인구가 2030년에는 현재 성인비만율 33.7%의 2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비만은 지구촌에서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관심사이자 풀어야 할 숙제이다.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으로 다수의 전문가들은 운동을 권장한다. 식이요법과 비교해 실보다 득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일같이 운동을 하는 데도 체중에 변화가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또 “어떤 운동을 어떻게 얼마나 해야 좋은지 모른다”는 사람들도 있다. 과학적 근거중심의 접근이 필요한 대목이다.다이어트의 원리는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 섭취하는 칼로리(IN)보다 소비하는 칼로리(OUT)가 더 클 때 체중은 감소한다. 음식의 섭취를 필요한 칼로리 양보다 적게하거나, 운동 등 신체 활동을 통해 하루 소비되는 칼로리 양을 필요한 칼로리 양보다 많게 하는 것이다.운동은 과부하와 과보상의 원리이다. 이론적으로 운동 부하는 약 6주 정도 지나면 몸이 적응해 기능을 상실한다. 평소 하던 것보다 거리를 늘리거나 속도를 높여야 운동 효과가 나타난다. 근력운동도 마찬가지다. 스쿼트를 매번 15회씩 3세트를 했다면 일정기간이 지나서는 20회 3세트를 하거나 다리를 펴고 굽히는 굴신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각각의 세트 간 휴식시간을 줄이는 등 운동 강도와 운동량을 늘려야 한다.시대와 환경에 따라 과학적 지식도 변한다. 과거에는 몸에 지방을 태우기 위해 저강도로 오래 운동을 해야 했지만 최근 연구 결과는 다르다. 중강도 이상 고강도로 단시간 운동을 해도 다이어트 효과가 크다고 한다. 천천히 오래 걷거나 달리는 것보다 빠르게 뛰고 조깅하는 인터벌트레이닝이 더 효과적이다. 고강도 운동을 하면 마친 후에도 몸이 길게는 48시간까지 지방 등 체내 에너지원들을 연소시키는 ‘운동후초과산소섭취(EPOC)’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이상을 종합하면 섭취하는 칼로리(IN)와 소비하는 칼로리(OUT)가 같은 등칼로리 균형(isoCalorie balance), 적응기간이 지났음에도 변화가 없는 운동 강도와 전체적인 운동량, 최근 과학적 근거중심의 내용을 담은 보다 효과적인 운동방법을 적용하지 않은 것이 “매일같이 운동을 하는 데도 체중에 변화가 없다”에 대한 이유가 될 것이다.그렇다면 과학적 근거중심의 다이어트법이 궁금해 진다. 현대사회 특성상 바쁜 일상으로 운동시간이 부족하다면 간헐적 고강도 운동으로 ‘운동후초과산소섭취’ 현상을 늘리는 것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고강도 인터벌트레이닝 이론을 담은 타바타 운동이 좋은 사례이다. 이를테면 고정 자전거, 로잉 머신 등 실내 운동기구 또는 스쿼트, 버피테스트 등 맨몸운동을 활용해서 고강도 20초, 휴식 10초를 8회 반복하여 4~5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큰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는 운동 형태이다.만약 걷기나 달리기가 좋다면 타바타 운동처럼 짧은 시간에 운동 효과를 내는 ‘인터벌 워킹’이 권장된다. ‘인터벌 워킹’은 최대보행속도의 70%로 3분, 30%로 3분씩 반복하는 걷기운동이다. 인터벌트레이닝은 주로 엘리트선수들이 수행하는 트레이닝 방법으로 인식되어져 있다. 하지만 인터벌 속보는 워킹운동의 하나로 고강도 트레이닝을 할 수 없는 중고령자를 대상으로 적용할 수 있으며 인터벌트레이닝처럼 워킹강도에 변화를 주어서 효과를 내는 데 목적이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인터벌트레이닝은 30~40초 모래걷기를 하고, 15~20초는 모래 달리기를 하면서 운동 강도는 자신에 맞는 목표심박수를 찾아서 조절해야 할 것이다.이처럼 인터벌트레이닝은 자신에 맞는 운동 강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는 심박수와 운동자각도, 즉 스스로 느끼는 운동 강도를 사례로 들고자 한다. 우리 몸은 운동을 하면 주로 체내 당과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시간이 증가하고 일정강도가 올라가면 당의 분해로 발생되는 ‘젖산’으로 인해 “힘들다”라고 느끼는 시점이 하나의 기준이 된다. 그 강도를 심박수로 계산하면 중장년층 기준 100~120/분으로 운동자각도로는 “좀 힘들다”라고 느끼는 정도가 된다. 자신에게 맞는 보다 정확한 운동 강도는 앞선 칼럼에서 제시한 목표심박수(THR) 계산법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다이어트에 효과적인 인터벌트레이닝도 매일하면 운동 효과가 떨어진다. 운동 빈도가 중요한 이유이다. 중강도 이상의 운동 후에는 신체가 회복하고 운동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일정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강도 이상의 운동 후에는 최소 1.5~2일간은 저강도 운동이 적합하다. 이 기간 동안 20~30분간의 스트레칭, 걷기나 가벼운 조깅은 수동적인 휴식보다 피로회복에 더 효과적이다.아무리 운동에 흥미가 있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 하더라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면 그 효과는 반감할 수밖에 없다. 과학의 힘을 빌려 자신의 건강과 체력에 맞는 운동 유형과 강도, 빈도 및 시간을 알아보는 것은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2021-03-21

울진·울릉지역 돌미역 떼배 채취어업, 국가유산 지정을 환영하며

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해양수산부는 지난 8일 울진·울릉지역에서 돌미역을 채취하는 전통어업 방식인 ‘돌미역 떼배 채취어업’을 제9호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했다.해양수산부는 앞서 2015년 제1호인 제주 해녀어업을 시작으로 보성 뻘배어업, 남해 죽방렴, 신안 갯벌 천일염업, 완도 지주식 김양식 어업, 무안·신안 갯벌낙지 맨손어업, 하동·광양 재첩잡이 손틀어업, 통영ㆍ거제 돌미역 틀잇대 채취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했다.이번 울진·울릉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은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서는 동해안 첫 지정사례이다. 울진·울릉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은 환경친화적인 전통 방식으로 자연산 돌미역을 마을주민과 공동으로 채취하는 문화자산이다. 역사성, 생태계 보호, 주민참여 등 전반적인 부문에서 평가위원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울진·울릉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은 오동나무 등 통나무를 엮어 만든 떼배(뗏목)로 미역바위 군락까지 이동, 미역을 채취·운반하는 전통어업을 말한다. 떼배는 원시적인 뗏목배로 울릉도에서는 해안가의 미역 채취와 함께 낚시로 하는 오징어잡이, 손으로 꽁치를 잡는 손꽁치잡이에도 사용됐다.떼배 제작은 몇 달간 미리 건조해 둔 오동나무가 쓰인다. 통상 8개에서 10개의 오동나무 통나무가 떼배의 밑판을 이루며, 통나무의 사각형 구멍에 통상 고로쇠나무로 만든 장쇠로 통나무를 연결한다. 떼배 밑판이 완성되면, 떼배를 젖는 노, 노를 설치하는 노지게, 노를 끼우는 나무못인 노 좆 등을 제작하고, 난간을 붙여 채취한 미역이 흘러내리지 않게 한다. 울릉도에서는 매년 오징어축전 때면 각 어촌계 계장들이 대표로 나서 떼배경주대회를 열고 있다.울릉도 연안은 우리나라 연안에서 가장 암반이 발달한 지역이며, 또한 돌미역은 암반을 기반으로 서식, 돌미역 채취에 떼배가 매우 효과적이다. 떼배 채취 어업은 암반이 발달한 지형적 특징에 적응한 결과였다.봄철 미역철이 되면 지역 주민들은 연안의 미역바위 혹은 수중 미역짬을 찾아 미역을 채취한다. 이때 특별한 도구가 사용된다. 바닥면에 유리를 부착, 물속을 들여다보는 수경이라는 사다리꼴 형태의 나무 상자이다.주민들은 수경과 함께 낫대라 불리는 긴 장대에 낫을 부착한 도구로 떼배에서 미역을 채취한다. 울릉도 연안은 우리나라에서 물속 투명도가 가장 깊은 곳으로, 깊게는 20~30m까지도 수경으로 물속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떼배와 수경, 낫대를 사용한 돌미역 채취 어업은 이런 울릉도의 자연환경에 적응한 어업활동이었다. 울릉도의 돌미역 채취는 오랜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비록 1882년 울릉도 재개척 이전에는 조선의 해금정책에 따라 울릉도에 주민 거주가 공식적으로 허가되지 않았지만 임진왜란 이후부터 울릉도의 각종 산물에 주목, 거문도를 비롯한 남해안 주민들이 울릉도(독도)를 오갈 때 특별히 주목한 것은 바로 울릉도의 나무를 이용한 배 건조와 함께 미역 채취이었다.전라남도 무형문화재 1호인 거문도 뱃노래 가사에도 울릉도 미역이 등장한다. 1700년대 제작된 해동지도에는 울릉도의 대표적 산물로 감곽(미역)을 또한 소개하고 있다. 1882년 울릉도 재개척 이후에는 오징어와 함께 미역은 울릉도의 대표적인 수출품이었다.특히 오징어와 달리 미역 채취는 일본인들의 채취가 허락되지 않는 한국인의 독점 어업이었다. 미역 채취는 독도에서도 대표적 어업 활동이었다. 독도 미역 채취는 독도에 정착한 울릉도 주민들과 해방이전부터 독도에 건너온 제주 출신 해녀들에 의해 활발히 이뤄졌다.독도에서 채취된 미역은 미역건조장이라 불리던 곳에서 말려 외지로 판매, 훌륭한 생계수단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독도는 미역을 통해 단순히 지키는 독도에서 생산하는 독도로 어업인의 삶의 터전이었다.최근 어촌계의 고령화, 어촌계 유입인구의 감소 등 사회적 요인과 함께 겨울철 수온 상승에 따른 미역 생산량의 감소 등으로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이 점차 자취를 감춘 것 또한 사실이다.이럴 때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 소식은 사라져가는 전통어업의 보전 및 어촌 활성화 차원에서 크게 환영할 일이다.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의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 계기로 다양한 후속 사업이 필요하다.먼저는 전통 떼배 건조방식 보존을 위한 배 목수 장인 선정, 떼배 건조 과정 기록화 및 떼배 돌미역 채취 어업에 대한 지역 민속지 발간 등 지역의 역사문화자원 기록작업이 필요하다. 해녀, 잠수부에 의한 돌미역 채취방식 등 돌미역 채취의 발전 과정 또한 아우를 필요가 있다.돌미역 생산량 증대를 위한 짬매기(미역바위닦기) 활성화, 돌미역 서식 실태도 작성, 돌미역 브랜드 가치 향상 연구, 돌미역을 활용한 토속 요리의 보전 등도 필요하다. 떼배, 수경 등 전통 어업 도구를 활용한 기념품 제작, 생태체험관광 및 학교 교육과 연계한 돌미역 생태 교육 및 떼배 문화 체험 행사 수행도 생각해 볼 수 있다.울진·울릉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은 지역의 자연환경에 적응한 지역 어민의 삶의 역사였으며,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은 동해의 역사를 보듬고 온 이들에게 우리가 미처 드리지 못한 명예와 경의를 돌려주는 것이다.

2021-03-21

김치 포비아

김치는 한국인의 대표적 식품이다.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김치를 내세워도 조금도 어색하지가 않다.사람은 생존에 필요한 비타민 C의 공급이 필수적이다. 우리의 조상은 한겨울에도 비타민 C를 공급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김치 저장법을 개발했고 그것이 발효식품인 김치로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다.한국은 김치 종주국답게 현재 200여종의 김치가 개발돼 있다. 2013년에는 한국의 김치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 김치는 한국의 오랜 전래음식이며, 한민족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문화적 자산임을 유네스코가 인정한 것이다. 한국인의 95%가 하루 한번 이상은 김치를 먹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누가 뭐래도 한국인에게 김치만한 반찬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지난해 중국이 김치산업의 국제표준을 자국 기준으로 만들어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인정을 받아내면서 마치 김치 종주국이 자기들인 양 떠들어 논란을 일으켰다. 중국은 쓰찬성에서 유래한 절임채소를 파오차이(泡菜)라 부르는데, 중국 내 유통되는 모든 김치는 파오차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수출되는 김치도 파오차이라는 이름으로 써야 유통이 가능하다. 중국이 김치 종주국처럼 위세를 떠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저가를 앞세운 중국산 김치가 국내 소비량을 늘려가는 가운데 중국 현지의 비위생적인 김치 제조과정이 알려지면서 중국산 김치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둥장한 알몸상태로 배추절임하는 중국인의 모습에 많은 사람이 경악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시중 식당에 만연된 중국산 김치에 대한 불매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싼 게 비지떡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3-21

권력자들의 너무 다른 언론관

심충택논설위원대구에서 재선을 한 모 국회의원은 지역구에 내려와 기자들을 만날 때면 “기자만 없으면 국회의원이 최고의 직업인데 말이야….”라는 말을 자주 했다. 전 공직자 감사권과 회기 중 불체포특권 등 보통 국민과 비교해 백 개도 넘는 특권을 가졌으니 대통령도 부럽지 않은데 기자만 만나면 숙제를 안 한 사람처럼 찝찝하다는 것이다. 언론으로부터 감시를 당하고 있다는 의식을 하면 헌법기관이라는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지고 국회 본회의장이나 국정감사장, 지역구에서 함부로 자세를 흩트릴 수 없다는 말도 했다.지난 주말(18일) 한국 방문 중 젊은 기자들과 화상 간담회를 가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공직자로서 때로는 언론이 고맙지 않지만, 그래도 감사하다”고 했다는 기사를 읽고 정치부 기자 때 허물없이 지냈던 그 국회의원이 생각났다. 기자에 대해 두 사람 다 그렇게 호의적이지는 않지만 건전한 사회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직업이라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블링컨 장관은 “민주주의에서 자유 언론은 필수다. 언론의 힘이 곧 대한민국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최근 미국 하원 법사위에서 코로나19로 인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규모 언론사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포털이나 소셜미디어 업체에 ‘기사사용료 부과를 위한 입법’을 추진한다는 뉴스를 보고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호주, 유럽에서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게재되는 뉴스에 해당 언론사들이 사용료를 받고 있는데 미국도 법안을 만들어 이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포털이나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뉴스 전재로 인한 광고 수입을 언론사와 공유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이나 유럽 권력자들의 민주적인 언론관을 대하면 우리 상황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느낌을 가진다.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중 언론사가 ‘거짓뉴스’를 내 보내면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법안을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했다. 거짓뉴스는 권력자들이 입맛대로 판단할 수 있는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다. 지금은 권력자들이 자신들과 다른 비판의견이 나오면 가짜 뉴스로 몰아붙이는 세상이 아닌가. 국회 상임위의 검토보고서도 “민법상 손해배상이나 형사처벌 제도와 중첩돼 헌법상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적시했지만, 블링컨과 같이 기자 출신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이 법안을 두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미디어 민생법이자 국민의 권리와 명예, 사회의 안정과 신뢰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말했다.지난 2017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지방지 기자들과 만나 “언론의 자유는 헌법적 가치”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며, 언론의 감시와 비판 기능이 제대로 살아나게 만들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 권력자들은 이미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언론의 자유가 왜 지켜져야 하는지를 되새겨 보고 선진국들로부터 비웃음을 당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2021-03-21

당신 인생의 우산은 무엇인가요?

문가인참마음심리상담센터 원장길을 나선다. 지저분한 옷차림으로 햇빛 아래 누워 있는 사람을 본다. 파리가 그의 입가에서 먹다 남은 음식물을 빨아먹고 있다. 그는 슬쩍 눈을 한번 떴다 감을 뿐, 파리를 쫓아낼 힘조차 남아 있지 않다. 사람들은 그들을 노숙자라고 한다.이번에는 지하철 역사다. 쇼핑하는 사람들, 음식을 먹거나 데이트하는 사람들 사이로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한 사람이 보인다. 초점이 없는 멍한 눈으로 어딘가를 쳐다보며 중얼거리고 있다. 사람들은 그들을 정신병자라고 한다.다시 길을 걸어본다. 한쪽 다리가 불구인 사람이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서 구걸하고 있다. 그의 앞의 종이상자에는 사람들이 던져두고 간 동전 몇 개가 나뒹굴고 있다. 사람들을 그들을 거지라고 한다.나는 생각해본다.내가 매일 만나는 노숙자, 정신병자, 거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들은 부모를 잘 못 만나서, 국가를 잘못 만나서, 팔자가 나빠서 이렇게 된 것일까?내가 최근에 만난 그는 ‘간혈성 폭발성장애’라는 진단명을 가지고 나를 찾아왔다. 그는 현재 무직이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고 한다. 하는 일마다 꼬인 상태에서 심리상담이라도 받으면 자신의 인생이 풀릴까 해서 나를 찾아왔다고 한다.그런데 그의 말을 들어보니 그의 언어는 모두 ‘남 탓’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귀결되어 있었다. 부모님이 어렸을 때 이혼해서, 아내가 나쁜 여자라서,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그는 정말로 진지하게 물었다.내담자: 저는 왜 인생이 꼬이고 나쁜 사람만 만나게 될까요?나는 대답을 하는 대신 그에게 이렇게 질문했다.상담자: OO님 비가 올 때 당신에게만 내립니까? 바람이 불 때 당신에게만 불어오나요?그때 그는 순간적으로 침묵했다.사람들은 일이 잘 안 풀리면 부모 탓을 하고, 남 탓을 하고 사회 탓, 국가 탓을 한다. 혹은 팔자 타령에 더하여 귀신 타령까지도 한다. 온갖 변명거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런 변명, 합리화의 좋은 점은 자신이 변화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남 탓은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방어기제 중의 하나로 합리화(rationalization)라고 한다. 변화되지 않으므로 시시포스가 바위를 언덕 위로 굴렸다가 바닥으로 떨어뜨리듯이, 어제와 같은 오늘이 그리고 내일이 펼쳐지면서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게 되는 것이다.비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내리며, 바람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부는 것이다. 이 비와 바람이라는 것이 우리의 인생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스트레스라고 볼 수 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천둥이 칠 때 당신의 대처방식은, 인생의 스트레스에 맞닥뜨릴 때 당신의 스트레스 대처방식과 유사할 수 있다. 비와 바람 탓을 하는 사람은 인생의 스트레스에 대해 남 탓을 할 것이고, 비와 바람을 수용하고 우산을 준비하는 사람은 인생의 스트레스를 극복할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사람일 것이다.심리상담을 마치고 공원 앞을 산책해본다. 마침 한 남자가 빗속의 공원 풍경을 사진 찍고 있었다.

2021-03-21

물을 아껴 쓰자

윤영대수필가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1992년 리우환경회의의 권고로 UN이 제정 선포하였다. 세계적으로 점차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오염 문제를 인식시키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자는 결의이다. 우리는 이보다 먼저 1990년 7월 1일을 ‘물의 날’로 정하여 각종 행사를 개최해 왔는데 UN의 동참요청으로 1995년부터 3월 22일로 바꾼 것이다. 그런데 국제인구행동연구소에서 연간 1인당 쓸 수 있는 수자원량을 ‘기근-부족-풍요’의 3단계로 분류하면서 우리나라는 1천450m3로 산정되어 ‘물부족 국가’라는 아픈 멍에를 쓴 것이다.2006년 세계물포럼에서 ‘물 빈곤 지수’를 발표했는데 우리나라는 전 세계 147개국 중 43위로 위험도가 그리 높지는 않은 편이지만, 인구밀도가 높고 여름에 집중된 강수량으로 인해 물 스트레스 지수는 25~70%로 높아서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 보고서에는 ‘심각한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그리고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10이며 5년 후에는 물 기근 상태가 된다는 예측도 있어서 물 부족 국가라는 인식이 국민에게 심어진 것이리라. 그러나 우리 국민의 하루 물 사용량은 약 280L로 유럽 국가의 두 배이다.왜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가 되었는가? 삼천리 금수강산이라 아름답고 깨끗한 산과 강이 있고 2,30년 전까지만 해도 계곡의 물을 그대로 퍼마셨다. 삼면이 바다이고 큰 강도 가까이 많은데 물 부족이라니…. 그 원인으로 인구밀도와 기후변화 그리고 산업화와 자연파괴를 들고 있다. 좁은 국토에 여름철 집중적으로 내리는 비는 산지가 많은 지형적 특수성 때문에 급히 쓸려가 버리고, 또 산업화로 숲을 무작정 개발하는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그러나 우리는 정작 물의 부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온갖 생수가 편의점 진열장을 채우고 해양심층수와 지하수, 계곡물 등도 집에서 마실 수 있는 축복받은 나라이다.수자원 관리 기술도 우수하다. 옛날 대동강물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 얘기를 하면서 ‘누가 물을 돈 주고 사 먹냐?’라고 웃곤 했지만 요즘은 전국 상수도 보급률 98.5%로 건강한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며 값싸게 요금을 내고 때로는 생수도 사 먹으니 그 얘기도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우리는 물을 물 쓰듯 한다. 수세식 변기는 1회 사용량이 대략 8L 정도라니 하루 5회를 사용하면 40L, 큰 생수병 20개 분량이다. 또 목욕탕에서 샤워기를 줄줄 틀어놓고 면도를 하거나 양치질하는 것을 보면 ‘물을 풍족하게 사용하시되 낭비는 하지 마세요’라는 어느 목욕탕의 글이 머리에 맴돌며 슬그머니 화가 난다. 물은 하늘에서 비가 되어 땅으로 내려와 강을 따라 멀리 흘러서 저수지에 모였다가 깨끗이 소독되어 어둡고 긴 수도관을 거쳐 보일러에서 끓여진 후 샤워기로 나오는데 그냥 버려지다니 안타깝다. 설거지와 세탁 등 일상생활에서도 물 절약은 꼭 필요하다.올해도 봄 가뭄이 계속되고 하천은 메말랐어도 수도꼭지를 틀면 맑은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아껴 쓰면서 낭비하지는 말자. 세계 물의 날을 맞아 한 번 더 물의 소중함을 깨달아야겠다.

2021-03-21

울진의 내일을 위한 길을 모색하다

전찬걸울진군수지난 1월, 환경부는 2020년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낮은 도시로 울진군을 꼽았다.2019년 전국이 미세먼지로 뒤덮인 상황에서도 울진군만은 고강도 미세먼지 공습을 피하며 청정한 공기를 유지했다.전국에서 손꼽히는 깨끗한 울진의 공기는 백두대간이라는 위치적 조건과, 울진의 금강소나무숲이 만들어내는 피톤치드, 112km의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바닷바람 등의 자연조건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된다.하지만 청정울진은 단순히 자연 요인으로만 가능했던 것은 아니었다.군에서는 그동안 미세먼지 개선을 위해 미세먼지 저감 조림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예산을 투입하여 사업을 진행해 왔고, 자연이 만들어 준 맑은 공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천혜의 환경 조건과 그것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조화를 이루어 전국에서 가장 깨끗한 공기를 가진 울진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울진은 울창한 보배라는 이름처럼 보물과 같은 자원이 무궁무진 한 곳이다.현재의 자원을 지키고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울진은 현재에 만족하거나 멈추지 않고, 오래된 것들에서 미래의 길을 찾으려한다.그 길의 시작은, 보부상들의 삶과 애환이 담긴 울진의 옛길을 발굴하고 개발하여 새로운 관광과 문화의 길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동해안에서 내륙으로 이어져 보부상들이 넘나들던 고갯길이었던 울진의 십이령, 고초령, 구주령은 단순히 물건을 팔기 위해 다니던 곳이 아니라, 정보와 문화가 이어지는 길이었으며, 치열한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그 옛길을 울진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길로 발전시키기 위한 시도를 시작했다.지난달 옛길 관광화 관련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개최하였다.용역기관과 협력하여 기존 보부상길의 장단점과 보완사항을 파악, 새로운 관광자원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다른 관광지와 차별화된 관광소재로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갈 예정이다.동해안과 내륙의 특산물이 오가며 새로운 음식문화를 만들어 낸 개척의 길이었던 울진의 옛길이, 차별화 되고 지속가능한 관광지로서 울진의 이름을 알리는 길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서로 교류하고 경험을 나누는 길로, 새롭게 변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오래된 것의 변화를 통해 찾는 울진의 또 하나의 모습은, 왕피천생태경관 보전지역과 불영계곡 군립공원의 우수한 생태문화 자원을 브랜드화하기 위한 국립공원 지정이다.현재 환경부 지정건의를 위해 근남면 수곡2리, 구산3리, 금강송면 삼근1·2리, 왕피1·2리, 울진읍 대흥리, 근남면 행곡3리, 금강송면 하원리를 대상지로 선정하고 타당성 조사 용역을 추진 중이다.국립공원지정 대상지역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지역이지만, 사람들에게 알릴 기회가 부족했다. 아무리 귀한 보석이라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그 가치가 알려지지 않으면 보배로서의 의미가 없지 않은가….국립공원 지정 건의는 울진의 자연환경이라는 보석을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한 과정이다.체계적 보존관리와 함께 지속가능한 개발을 통해 효과적인 환경 보존은 물론이고 주민들의 소득증대까지….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옛길 개발과 국립공원 지정 건의는 이제 막 시작단계이다.가야할 길도, 넘어야 할 산도 많겠지만, 긴 시간 하나의 모습으로 멈추어 있던 옛길과, 왕피천, 불영계곡이 울진의 또다른 매력으로 반짝이는 그날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옛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 보존과 개발이 함께 하는 곳. 울진의 내일을 위한 모습이다.

2021-03-21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오래된 비디오테이프를 사진관에 맡겼다. 큰아이 백일 즈음부터 촬영한 홈비디오 카메라가 어느 날부터 작동이 멈춰버렸다. 20년이 지나니 고장이 난 것이다. 새로운 영상을 찍을 수도 없지만 가장 큰 일이 아기 손바닥만한 8mm 테이프에 담아 둔 큰아이의 추억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가까운 방송국에서 CD로 구워준다는 소식을 나중에야 듣고 문의했더니 기간이 끝나버렸고 어쩌나 하며 시간만 더 흘렀다.지난 여름, 자격증 시험을 치는 아들이 증명사진이 필요해 집 주위 사진관에 갔더니 문을 닫았다. 그 많던 사진관이 사라지고 없었다. 다섯 번째로 내비게이션을 켜서 찾아간 곳이 그나마 아직도 영업 중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아들을 카메라 앞에 보내놓고 한숨을 돌렸다.내가 아들 나이였을 때는 여행에서 돌아와 사진관에 들르는 게 정해진 루틴이었다. 며칠 후에 함께 간 친구들 수만큼 뽑은 사진 한 뭉치를 받아들고 찻집에 모여서 또다시 여행 간 장소로 시간여행을 떠나 깔깔거렸었다. 그 사진을 접착식 앨범에 정리하며 초점이 흐리게 나온 사진도, 여행의 설렘만큼 흔들린 사진도 버리지 못하고 끼워두었다. 이제는 사진을 찍고 기다려서 인화지에 뽑는 일이 자주 없다 보니 사진관이라는 장소도 동네에서 삭제되어 버렸다.가장 번화한 곳에 자리하다가 패스트푸드점에 밀려나 구석으로 몰리다가 그마저도 벅찬 일인지 다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증명사진을 찍고 나자 한 시간 정도 후에 찾으러 오라고 했다. 찾으면서 혹시나 하고 오래된 비디오테이프를 파일로 바꿔줄 수 있냐고 물었다. 가능하다고 했다. 맡기러 곧 가겠다고 하고 또 몇 달이 훌쩍 지나버렸다. 더 있다가는 저 사진관마저 사라질까 싶어 얼른 챙겨다 맡겼다. 일주일 후에 usb에 저장한 것을 찾아왔다. 테이프 4개가 손가락만한 저장함에 옮겨지는 값이 사진값의 열배도 넘는 가격이었지만 영영 못 보게 되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네 식구가 화면 앞에 앉았다. 27년 전의 큰아이가 옹알이를 하며 보행기를 탄 채로 27년 전의 어린 내 치맛자락을 잡고 따라다닌다. 흰머리 하나 없는 젊은 남편이 웃는다. 아직은 총각인 시동생이 조카를 어르기도 한다. 몇 년 전 하늘나라로 주소를 옮긴 어머님이 밝게 웃으시며 손자와 눈을 맞추신다. “할아버지는 지금이랑 똑같네요. 와~어머니, 저 때는 가늘가늘하네요. 큭큭큭. 같이 근무한 선생님들과 나보다 1년 늦게 결혼한 은주선생님네 집들이 간 날인지 여리디여린 아가씨들이 큰아들과 눈을 맞추려 까꿍까꿍을 외쳤다.백일 즈음부터 네 살까지의 기록이었다. 큰아이의 성장기록만 담겨있으려니 했는데, 아버님 환갑잔치에 오신 고모님과 주름살 하나 없는 시누이, 삼십 대 중반인 조카들이 대여섯쯤으로 어려진 아이가 되어 화면 속을 날아다녔다. 마지막 파일엔 내가 태어나 자란 안동 고향 집에 다니러 간 날도 있었다.어제저녁, 막냇동생 내외가 친정엄마를 모시고 놀러 왔다. 올케에게 스무 살 시절의 동생을 보여주었다. 안동 고향 집에 함께 갔던 것이다. 신작로 저 끝에서 할아버지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는 막내를 보고 가족 모두가 한바탕 웃었다. 치매로 정신을 놓은 할머니가 안동포를 가지고 나와 지금 내 나이보다 젊은 친정엄마에게 양쪽에서 잡아당기자고 하셨다. 그러는 사이 백일이던 큰아이는 높은 계단을 혼자서 아슬아슬하게 오르내리는 개구쟁이가 되어있다.등장인물 모두 머리 스타일은 촌스럽고 옷매무새는 어색했다. 하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배밀이 하다가 기는 걸 배우느라 병치레하며 병원에 입원해 주삿바늘을 꽂은 모습조차도 웃으며 볼 수 있어서 아름다웠다. 머리에 저장된 기억들이 흐려지는 27년 동안에도 영상 속에 우리는 희미해지지 않았다. 무엇을 오래 저장하는 일은 다 아름답다. /김순희(수필가)

2021-03-21

‘줌’(zoom)으로 사람 만나기

요즘에는 개강을 했어도 직접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일이 없다. 수업을 세 개를 해도 학생들을 한 번도 제대로 만나본 일은 없다고 해야 한다. 수업 시간에 맞추어 ‘줌’ 회의를 개설하는 예약을 해두고, 인터넷으로 학생들에게 회의 주소를 알려주는 문자를 보내고, 수업 시간이 가까우면 줌 회의를 열어두고 학생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린다.학생들 수업만 그런 게 아니라 각종 회의도 직접 만나서 하는 일은 손꼽을 정도다. 학생들과 같이 하는 개강 모임은 처음부터 문제가 생길까 아예 ‘비대면’으로 전환해서 화상으로 학생들을 만나도록 한다. 선생님들끼리 모여서 뭔가 의논을 할 때도 한 번도 직접 모여서 한 일은 없는 것 같다. 학교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따질 것 없이 ‘줌’ 회의에 접속만 되어 있으면 만나 오케이다.하루 이틀 아닌 코로나 시절이다 보니 이제는 ‘비대면’이 일상이 되고, ‘대면’은 아주 이상한 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집밖이 무서워져서 가급적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황사나 미세먼지 때문에 그런 것도 아니고, 어느새 사람에 대한 공포증이 생긴 건지, 아니면 사람 관계에 대해 어느새 서먹해져 불편함을 느끼는 건지, 외출하는 일이 무슨 큰 모험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뭔가 약속을 만들려면, 바깥나들이를 하려면 나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리고 이렇게 나가도 되는 건가 하는 두려운 기분이 이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화장실 벽에 걸린 장에 수건을 넣다가 그만 조그만 샴푸 병이 변기로 또르륵 굴러떨어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불러 고쳐야 할 일이 생겼다. 내 손으로 손수 건져낼 수 없이 보이지 않는 아래로 숨어버린 것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지, 전화 저쪽 사람은 ‘석션’이라는 것을 하면 나오는 수가 있다 한다. 밤에 약속을 정하고 아침이 되어 사람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어디서 솟아나는 불안감인지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고 조여드는 것 같은 느낌은 낯선 사람을 너무 오래 안 만나서인가?그러다 이것은 분명 병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가까운 사람도 제대로 만나 시간을 보낸 적이 별로 없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표정을 짓고 천연덕스럽게 대화를 나누지만 돌아서고 나면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이런 식으로 또 한 학기가 가면 이제는 정말 마음이 병들어 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무서운 마음이 든다. 나는 원래 낙천적인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이 꽉 죄어들어오는 갑갑함은 무엇이란 말인가? 내일은, 아니면 모레라도 꼭 산에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한다. 심호흡 한번 크게 하고 세상을 다른 기분으로 살아보고 싶다./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

2021-03-18

학교폭력 - 맞아야 잘한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최근 한 TV 방송은 최근 스포츠계 학교폭력 사태를 조명했다. 프로 야구, 그리고 축구 선수들의 과거 학교폭력 사태를 다루었다.현재 매우 유명한 프로야구의 두 선수는 후배들에게 전기 파리채에 손을 넣도록 시켜 아파하는 걸 웃으면서 바라보았다는 충격적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누구나 아는 축구계의 스타 선수가 초등학교 시절 후배들에게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을 시켰다는 뉴스가 귀와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보도되었다.위의 두 개의 리포트는 당사자들은 그런 일이 없다고 강력 부인하고 있지만, 이 방송은 승자 독식의 체육계 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지금 학교폭력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또한 학교폭력 피해자 부모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성적을 내기 위해선 폭행조차 넘어가고 있는 이 체육계의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보도했다. 참으로 충격적이면서도 참담한 마음이다.오래전부터 중고교 체육에서 경기에서 패배한 선수가 경기장을 나가 코치한테 맞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 주니어 스포츠의 체벌과 욕설은 오랜 관습이 되어 있었다얼마 전 이로 인해 철인 3종 경기에서 어린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한다. 선배들의 욕설을 매일 들어야 했고 코치, 팀 닥터라는 사람들에게 수없이 얻어 맞으면서 훈련을 하면서 여러 차례 관련 단체에 하소연을 했지만 무산되었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한다.그런데 이번 사건들은 과거와는 다르게 선배선수들의 폭력 상황을 보여준다. 결국 선수들은 코치에게 맞고 선배에게 맞고 선수생활을 해나간다. 이 배경에는 “맞아야 성적이 난다”와 “우리도 맞고 커왔다”는 잘못된 관습이 도사리고 있다.실제로 10대 선수들은 자기 제어 능력이 부족한 나이이기 때문에 일단 체벌을 가하면 통제가 가능하고 훈련의 효과가 잠시 올라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코치들은 “맞아야 성적이 난다”라고 한다.물론, 이 주장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지만 그런데 동료선수 또는 선배선수의 폭력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코치에게 맞은 선수는 일단 맞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할 것이다. 그리고 코치 감독의 눈치를 보고 행동하고 시합에 나가서 일단 이기기 위해 애쓸 것이다. 지면 맞으니까….한 선수는 “맞지 않기 위해 연습하다 보니 이렇게 수동적인 로봇 같은 선수가 되었다”고 술회하기도 했다.그러나 동료 또는 선배에게 맞는 선수는 분한 마음과 좌절로 경기력과 상관없이 심신을 망쳐갈 것이다.코치에 맞아서 성장한 선수는 운동을 하는 기계로 전락한다. 창의적인 게임 운영을 하기도 힘들다. 동료나 선배에 맞으면서 성장한 선수는 기가 죽은 선수가 되고 분노로 가득찬 왜곡된 성격을 형성한다. 이는 결국 그의 인생 전체를 망치기도 한다. ‘학교폭력’, 정말 이제는 멈춰야 한다.

2021-03-18

승자독식(勝者獨食)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무리를 지어 사는 동물들 중에는 가장 강한 수컷이 모든 암컷을 독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바다코끼리나 엘크사슴 수컷들이 번식을 위해 벌이는 싸움은 치열하다. 심하게 상처를 입고 패한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하니 죽음을 무릅쓴 경쟁인 셈이다. 가장 우수한 유전자로 번식을 해서 종의 진화를 꾀하려는 본능이라는 게 학자들의 견해다. 동물들이 무슨 생각이나 의지로 하는 일은 아닐 터이니 자연이 섭리가 그렇게 작동하도록 되어 있는 것 같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원앙이나 기러기처럼 일부일처를 고수하는 동물도 없지 않다.문명화된 인류사회는 지금 대다수가 일부일처제를 택하고 있지만 다른 측면의 승자독식은 갈수록 더 심해지는 형국이다. 경제는 물론 정치와 문화의 영역까지 경쟁에서 이기는 자가 부와 권력과 명예를 독차지하는 구조가 일반화 되어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체제에서 승자독식의 무한경쟁은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을 가속화하게 마련이다. 소득 상위 10%가 전체소득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불균형이 여러 가지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현실이다.경제논리가 지배하는 경쟁사회에서 승자독식은 당연한 일이 된다. 스타급의 운동선수나 연예인들에게 많은 것을 몰아줄수록 더 상업적 효과가 있다는 계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타들은 돈과 명예를 다 거머쥐는 반면에 2군으로 밀려난 선수들이나 무명의 연예인들은 생계조차 어려운 형편이라고 한다. 심지어 진리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학계나 예술계까지 승자독식의 상업적 논리가 통용되고 있다. 거액을 건 현상모집에서 오로지 일등에게만 전액을 지급하는 경우가 그 예다. 사실 일등과 이등의 차이는 거의 없거나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오히려 순서가 바뀔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런 사정쯤은 무시하는 게 상업적 마인드다.정치권의 승자독식은 곧 독재를 부른다. 지난 총선에서 압도적 다수의석을 차지한 여당의 전횡은 바로 그 승자독식의 폐해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공석인 정보위원장 자리를 빼고 국회 1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한 것에서부터 야당의 비토권마저 빼앗고 공수처법을 가결한 것, 5·18역사왜곡처벌법과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역시 야권의 반발을 무시하고 힘으로 밀어붙인 것, 검찰의 힘을 빼고 경찰의 권한을 높여주는 검·경수사권조정에 이어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중대범죄수사청법, 심지어는 판검사는 선거 일 년 전에 사퇴하지 않으면 출마할 수 없게 하는 속칭 ‘윤석열출마제한법’까지 발의를 해 놓고 있다. 이 모두가 적폐청산이니 검찰개혁이니 허울 좋은 명분을 갖다 붙이지만 오로지 권력의 안위와 정권 연장을 위한 입법농단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짓들이다. 승자독식은 결국 문명사회를 위협하는 야만이요 재앙일 수밖에 없다. 권력의 속성이 그렇고 상업주의 속성 또한 그런 것은 우리의 뇌리에 승자독식을 용인하거나 미화하는 사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긴 자들에게 박수치고 환호하는 심리가 그런 사회를 조장한다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일말의 책임은 있는 것이고.

2021-03-18

과학과 정치 사이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 백신, 과연 맞아도 괜찮을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후 혈전이 생기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잇따르자 EU(유럽연합) 4대 회원국인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이 지난 15일 AZ 코로나 백신의 접종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앞서 네덜란드·덴마크·노르웨이·아이슬란드·오스트리아·루마니아·인도네시아 등 세계적으로 20개국이 넘는 나라가 접종을 중단했다. 다만 유럽 국가들의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 접종 중단 사태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결정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어 논란이다.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유럽의 AZ 백신 접종 중단은 정치적 이유로 결정됐을 수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Z 백신을 홍보하던 로베르토 스페란자 이탈리아 보건부 장관은 “안전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독일 측의 연락을 받았다는 것. 이탈리아 정부는 국민에게 접종을 장려하는 상황이었고, 불과 며칠 전에도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AZ 백신에 대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다른 국가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부 장관은 덴마크와 노르웨이 등이 접종을 중단했을 당시에도 “현재 시점에서는 이 백신이 지나치게 위험하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그러나 15일 독일이 접종 중단을 결정한 이후 이탈리아를 비롯해 스페인, 프랑스 등이 접종 중단에 합류했다. NYT는 백신 자체의 안전성 문제가 아니라 공급 문제를 둘러싼 AZ와 EU의 갈등이 접종 중단 사태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이 국가들은 AZ 백신을 접종했을 때의 이익이 위험성보다 크며 혈전을 발생시킨다는 증거가 없다고 강조해 온 유럽의약품청(EMA)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어떻든 AZ 백신에 대한 접종 중단 사태가 번지면서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가짜뉴스가 판치는 마당이었다.설령 유럽국가들의 AZ 백신 접종 중단 결정이 과학이 아닌 정치적 판단이라 해도 ‘국민의 생명 안전이 최우선’이란 기조 아래 결정된 게 분명하다.더구나 이들 국가들은 일찌감치 백신확보 전쟁에 뛰어들어 화이자, 모더나 등 효과가 뛰어난 백신을 충분히 구비해둔 덕택에 AZ 백신 접종 중단이란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에 비해 우리는 어떤가. 4월에 AZ와 화이자 일부 물량외에 공급이 확정된 다른 백신이 없으니 어쩔 것인가.오는 11월 집단면역 계획을 위해선 울며 겨자먹기로 AZ 백신 접종을 지속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다른 나라들이 백신을 확보하느라 아귀다툼을 벌이는 동안 K방역의 우수성을 홍보하느라 한 눈 판 결과다. 당장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지만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모험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치가 아닌 과학적 판단에 따라 AZ 백신 접종여부를 판단해야 할 때다. 백신정책에 관한 한 국민 생명 안전이 최우선의 가치가 돼야 한다.

2021-03-18

오체투지(五體投地)

티베트 사람에게 불교는 종교가 아닌 삶 그 자체다. 전생의 악업을 끊기 위한 속죄의 고행 과정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땅을 많이 보유한 사람이나 은행에 돈을 많이 맡겨둔 사람을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은 다음 생애로 가져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부러워하는 대상은 오로지 얼마나 많은 수행을 하였으며, 남을 위해 얼마나 많은 봉사를 하였는지가 중요하다.티베트인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성지 라싸까지 오체투지하면서 순례의 길을 가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다. 2천㎞가 넘는 순례 길을 오체투지로 걸어가며 수행하는 모습을 담은 영화가 2015년 제작된 ‘영혼의 순례길’이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티베트인들의 종교 속 삶을 잘 그려내 꽤 많은 반응을 얻었다.오체투지는 불교 신자가 삼보(三寶)에게 올리는 큰 절이다. 자기 자신을 무한히 낮추면서 삼보에게 최대의 존경을 표하는 예법이다. 양 무릎과 양 팔꿈치, 이마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이 땅에 붙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고대 인도에서 상대방의 발을 받드는 의식인 접족례(接足禮)에서 유래됐다고 한다.우리에게도 오체투지는 낯선 수행법이 아니다. 세 걸음 걷고 한번 절하는 삼보일배와 함께 여러 번 소개된 바가 있다. 불교의 이색 수행법이기는 하나 간혹 정치적 프레임이 씌어져 환경파괴 등에 항의할 때 이 방법이 등장한다.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로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서울 한복판에서 미얀마 시위대 학살 중단과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스님들의 오체투지 행렬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스님들의 간절한 오체투지 기도가 미얀마 사람에게 작은 희망의 빛으로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