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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겨울 점심 2023~2024 (부분)

삼십 년 전 구로 3공단에서 납땜 경력 쌓은편집도 하고 경리도 보는 출판사 관리팀장앞세우고 가산디지털단지역 근처 빌딩지하 케이터링 업체 네댓 줄로 식판을 들고줄을 선다 양도 많고 값이 싸니까(중략)굴뚝이 디지털이 되었다 하더라도밥과 국그릇에 스파게티만 가득 담은 청년과노동에서 손을 뗐어도 한참 되었을 노인이몰래 비닐봉지에 닭튀김을 꾹꾹 담는 것 사이에산업화 시대와 디지털 산업 시대 사이에 어떤차이가 있나 식권 열 장 카드로 사면 칠만 원현찰로 사면 열한 장 칠만 원 사십 년 전보다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유리빌딩 지하의 점심에는노동과 임금 수준과 체계에는 아직도 금일 저녁야근을 할 건지 말 건지 질문이 담겨 있다야근자에게는 저녁 식권 한 장이 주어진다삼십 년 전 노동자와 현재 노동자 처지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시에 따르면, 근본적으로 변화가 없다. 둘 다 근근이 먹고 사는 정도의 보수를 받고 있어서, 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야근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한다. 야근하면 저녁 식권이 주어져서 저녁 비용을 줄일 수 있기에. 공장이 빌딩으로, “굴뚝이 디지털이 되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노동자들은 밥값을 줄이기 위해 저녁의 삶을 포기할지 고민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2024-08-25

어느 기자의 ‘번아웃’ 탈출 좌충우돌 힐링캠핑 에세이 ‘주말마다 나를 고쳐씁니다’

‘주말마다 나를 고쳐 씁니다’는 기자 생활 중 우연히 접한 캠핑을 통해 일상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과정을 담은 기록이다. 저자는 캠핑이 “아무리 까치발을 들어도 숨 쉴 수 없는 물속에서 서서히 익사 당하는 느낌”의 삶에서 벗어나게 도와줬다고 말한다.기자의 삶은 고단하다.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전화를 돌리고, 포토그래퍼와 신경전을 벌인다. 동물원에서 뱀까지 섭외해야 하는 바쁜 일상 속에 시달리다 보면 녹초가 되곤 했다. 번 아웃으로 일상이 무기력해질 무렵 지인의 추천으로 시작한 캠핑은 그녀의 삶을 360도 바꿔놓았다. 처음에는 마트에서 장비를 구입해 캠핑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프로 외박러’가 되었다.주말이면 피곤해서 꼼짝도 하기 싫었지만 이제는 자신의 키보다 큰 배낭을 메고 기어코 캠핑을 떠난다. 캠핑을 떠난 주말에는 평일과는 다른 속도와 궤적으로 일상을 꾸려나가며 차곡차곡 행복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좌충우돌하며 떠난 캠핑은 그에게 유쾌한 일상을 선물해 주었다. 고량주를 마시고 새 침낭을 태워버린 이야기, 초보 시절 버너를 다루지 못해 불을 낼 뻔한 사연, 차 키를 잃어버려 견인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이야기는 한 편의 시트콤처럼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저자의 캠핑 이야기는 단순한 웃음만이 아닌 잔잔한 감명과 깊은 여운을 준다. 박찬은 지음/언론북 /259쪽 / 1만7800원/성지영 인턴기자 thepen02@kbmaeil.com

2024-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