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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아프리카 소년의 꿈 (1)

1958년 10월. 아프리카 말라위에 사는 한 소년이 야심 찬 꿈을 품습니다. 고향 작은 마을을 떠나 동부 아프리카 황무지를 가로질러 북쪽으로 이집트 카이로까지 6천800㎞를 걸어간 다음, 배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꿈입니다. 소년은 막연히 꿈만 꾼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는 첫 걸음을 내 딛습니다. 이 무모한 여행을 위해 소년은 네 가지를 준비하지요. 책 두 권(성경과 천로역정)과 닷새 분 식량, 호신용 작은 도끼, 담요입니다. 멀고 먼 여행을 위한 준비물은 이게 전부입니다. 부모는 미국이 어디 있는지도 모릅니다. 눈물로 배웅할 뿐입니다.꿈을 이루기 위해 배워야 한다는 것을 책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아브라함 링컨과 부커 워싱턴 이 두 사람의 위대한 삶을 닮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최고의 교육을 받아야 함을 알았기에 결심하지요.동전 한 닢 없고 배 삯을 낼 방법도 없지만 그런 것은 개의치 말자. 어떤 대학에 들어갈지 나는 모른다. 대학에서 나를 받아줄지 어떨지 모른다. 그것도 개의치 말자. 카이로는 장장 6천800㎞나 떨어져 있고 그곳까지 걸어서 가려면 수백 개의 부족이 사는 마을 무사히 지나야 하지만 그것도 개의치 말자. 그 부족들은 소년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50개의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도 개의치 말자.소년은 그 모든 것을 개의치 않기로 결단합니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나라에 가겠다는 꿈 말고는 모든 것을 마음 속에서 몰아냅니다. 소년의 이름은 레그손 카이라(Legson Didimu Kayira)입니다.닷새 동안 험준한 산악지대를 걸었지만 겨우 50㎞를 지났을 뿐입니다. 식량은 바닥나고, 물도 다 떨어져갑니다. 앞으로 6천750㎞를 더 걸어가야 하는데 가능성이라고는 제로였습니다. 그러나 발걸음을 집을 되돌리는 것은 꿈을 포기하는 것, 가난하고 무식한 인생을 감내해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레그손은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미국에 도착할 때까지 절대 걷는 것을 멈추지 않겠어! 죽을 때까지 해 보는 거야! 쓰러져 죽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겠어!”때로는 낯선 사람과 동행도 했지만 대개는 혼자서 걷습니다. 간혹 일자리와 잠잘 곳을 얻을 때도 있었지만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이불 삼아 노숙할 때가 대부분입니다. 먹을 것이 없으면 야생 열매를 찾아 끼니를 때우지요. 점점 야위었고 쇠약해지더니 결국 열병에 걸려 쓰러집니다. (내일 편지에 계속)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3-12

인생 파일럿(pilot)의 기본 덕목

무사히 비행기가 이륙하고 안전벨트 사인이 풀리지요. 기장이 방송으로 자기 소개를 합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이 비행기의 기장 제임스 마틴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탑승하신 비행기는 인천 공항을 이륙했습니다. 현재 고도 1만 5천 피트, 속도는 300노트입니다. 그리고…” 기장은 잠시 망설이더니 이상한 말을 쏟아냅니다.“여기 조종석은 전망이 좋습니다. 두루 살펴보다 산 좋고 물 좋고 도시도 잘 발달한 곳이 나타나면 인근 공항에 여러분들을 안전하게 모셔 드리겠습니다. 현재로서는 예상 도착시간을 뭐라고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불확실한 점이 많지만, 그래도 제가 30년 경력 조종사입니다. 저를 믿고 모쪼록 즐거운 여행 되시기를 바랍니다” 만약 이런 방송이 나왔다면 어떤 느낌이 드시겠습니까?철학자인 하워드 헨드릭스 박사가 자신의 책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듯’에서 언급한 비행기 조종사의 비유입니다. 비행기 여행의 경우 예외없이 승무원이나 승객 모두 분명한 목적지를 알고 탑승합니다. 그저 비행기를 조종하다 적당한 곳에 내리려는 방식으로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은 지구상에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인생은 어떤가요?비행기 여행보다 10만배 더 길고 100만배 이상 소중하고 가치 있는 우리 인생은 과연 어떤가를 꼬집는 비유입니다. 인생이라는 한 번 밖에 없는 소중한 비행을 터무니없는 기장 방송과 같은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고도 1만 5천 피트, 속도 300노트. 사회적 지위와 삶의 속도를 상징합니다. 조종 실력 또한 뛰어나지요. 그러나 속도와 고도에 집착한 나머지 정작 인생이라는 비행기가 어디로 날아가는 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경우가 흔합니다.어떻게 내 인생이라는 비행의 목적지를 알 수 있을까요? 목적지가 상징하는 것이 어떤 신분이나 지위, 또는 성취의 목록들이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생을 마친 후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해 주면 좋을까 하는 목록이 바로 그 목적지 아닐까요?“더 사랑해 주지 못해서, 더 표현해 주지 못해서, 더 충만한 삶의 기회를 놓쳐서”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후회하는 것은 이런 내용들입니다. “더 벌지 못해서, 더 쓰지 못해서, 더 높은 곳에 오르지 못해서”를 후회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하지요. 내 인생의 비행기는 지금 어디를 향해 날고 있는가? 나는 과연 내 인생의 목적지를 분명히 설정하고 있는가? 인생 파일럿(pilot)이 질문해야 할 기본적인 덕목입니다./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3-11

팔씨름에서 지고 세상을 얻은 남자

“담배를 피우실 분은 밖으로 나가셔서 비행기 날개 위에 앉아 마음껏 피우시면 됩니다. 흡연 중에 감상하실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입니다.” (폭소) “오늘도 저희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돈도 사랑합니다.” (까르르)천편일률 기내방송을 바꾸어 인기를 끈 회사가 있습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설립자는 회사 CEO였던 허브 켈러허입니다. 자동차로 가기엔 좀 멀고 비행기를 타긴 아까운 애매한 거리, 즉 500마일 미만 노선 세 곳만 비행기를 투입합니다. 텍사스 주 휴스턴, 달라스, 샌안토니오 3개 도시죠. 경쟁사보다 요금을 30% 파격적으로 내립니다. 자동차로 가려던 승객들은 비행기 이동으로 즉각 방향을 선회합니다.‘저스트 플레인 스마트 (Just Plane Smart)’라는 광고를 시작하자 비슷한 캠페인을 이미 사용하고 있던 스티븐스 항공사가 저작권 침해 소송을 걸어옵니다. 고소장을 받은 허브 켈러허 회장은 곧장 전화기를 집어 들고 스티븐스 항공사 커트 허월드 회장에게 전화를 걸지요. “옥신각신 해봤자 변호사들 배만 불려줄 게 뻔하지 않소? 까짓 우리 두 사람이 직접 만나서 팔씨름 한 판으로 승부를 내는 게 어떻겠소? 이기는 편이 캠페인 광고 문구를 쓰는 걸로 합시다.”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두 사람의 팔씨름 내기를 대대적으로 홍보합니다. 미국 전역이 흥미롭게 이 대결을 지켜보지요. 법정 다툼에 신물 난 사람들은 이렇게 신선한 방식에 감탄합니다.레슬링 장외 특설링 한복판에 등장한 두 사람. 허브 켈러허는 심지어 입에 담배를 꼬나 문채로 머리에 띠까지 두르고 화려한 가운 차림으로 나타납니다. 쇼맨십이 작렬하지요. 시합이 시작되자 잠시 팽팽하게 엎치락 뒤치락 하더니 결국 젊은 스티븐스 항공 회장이 싱겁게 경기를 끝냅니다.비록 시합은 졌지만, 허브 켈러허는 모든 것을 얻었습니다. 엄청난 광고 효과를 거두었고 항공사의 이미지는 급상승했습니다. 직원들은 모두 즐거워했고 심지어 상대방 스티븐스의 커트 허월드는 기쁜 마음으로 캠페인 문구를 양보하겠다고 손을 내밀었지요. 모두가 승자가 되었습니다. 작은 이익을 위해 이전투구하기보다 더 넓고 큰 마음으로 상대에게 먼저 손을 내밀 때 세상은 좀 더 살만한 공간이 되지 않을까요? 오늘 하루 중 틀림없이 갈등 상황이 있겠죠? 허브 켈러허의 팔씨름을 생각해 보는 넉넉한 하루 만들어가면 어떨까요?/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3-10

단 하나의 창문으로도

한자 들을 청(聽)을 곰곰히 살펴보면 듣기의 중요한 원칙 몇 가지를 알 수 있습니다. 왼쪽에 귀이(耳) 밑에 임금 왕(王)자가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열십(十)자와 눈 목(目)자, 그 아래 한 일(一) 마음 심(心)이 결합한 형태로 배치되어 있지요. 잘 듣는다는 것은 임금의 말을 듣는 귀, 집중해서 귀 기울이는 완벽한 태도가 필요한 것이라고 1차적인 의미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오른편 아래의 一과 心은 듣기의 궁극적 목적을 상기시켜줍니다. 대화의 목적은 상대에 대한 진정한 이해(understand) 곧 한 마음(一心)을 갖는 것이기 때문입니다.그렇다면 열 개의 눈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우리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때, 텍스트 그 자체로 전하는 것이 7%에 불과하다고 심리학자 메라비안은 말합니다. 38%는 말의 느낌(para language)입니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로 상대의 기분을 우리는 금방 파악합니다. 여/보/세/요/ 이 네 글자의 느낌이 38%의 의미를 전한다는 것이지요. 피곤하고 냉담한 ‘여보세요’도 있고, 밝고 환한 하이톤의 ‘여보세요’도 있는 법이니까요.나머지 55%는 비 언어적인 메시지입니다. 눈빛과 표정, 몸짓 등의 바디 랭귀지입니다. 열 개의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55%의 비 언어적 메시지입니다. 얼굴에는 80개의 근육이 있습니다. 크게 소리내 웃을 때 50개 근육이 움직입니다. 심리학자 폴 애크먼은 얼굴 근육 2개를 움직이면 300개 표정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3개 근육으로는 4천 개, 5개 근육을 조합하면 1만 개 이상의 표정을 만드는 것이 우리 얼굴입니다. 대화 중 메시지의 진짜 내용은 상대방 눈빛과 표정에 들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경청은 눈으로 하는 것이지요.오늘 누구와 만날 예정인가요? 가까운 사람들의 ‘눈’을 봐주세요. 그 눈빛이 말하는 진심을 제대로 보아주세요. 그 말투에 묻어나는 외로움과 슬픔에 공감해 주세요.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그대가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눈빛과 표정과 미세한 떨림을 이해하려 애쓰는 그 노력만으로도 상대는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겉으로 표시를 하지 않아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근래에 경험해 보지 못한 기쁨이 우러날지 모릅니다.신선한 공기와 따스한 햇빛이 드나드는 데는 창문 하나면 충분하다고 로망 로랭은 말했지요. 그대의 따스한 귀 기울임이 누군가에 단 하나의 창문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3-07

고전 읽고 토론하는 아이들

아이들의 고전 토론 모습을 보면 놀랄 때가 많습니다. 굳어 있는 두뇌를 어렵게 도끼질을 해 가며 고전을 읽는 어른과는 사뭇 다른 천재적인 발상들을 척척 내 놓습니다. 이런 아이들이 중2 정도 되면 더 이상 모임에 나오지 않습니다. 학원 순례길에 나서는 거죠. 슬픈 작별을 경험합니다.미국 매릴랜드주에는 1696년 세워진 아담하지만 유서 깊은 세인트 존스 대학이 있습니다. 학생 수 600명 밖에 되지 않는 전형적인 리버럴 아츠 칼리지입니다. 대공황을 겪으며 존폐 위기에 놓일 때 혁신적인 고전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합니다. “고전 수업은 강의도 없고 시험도 없어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뒷세이아로 시작해서 루소, 로크, 헤겔, 마르크스 저작까지 4년 간 100권을 읽고 토론합니다. 수업 시간에 말하지 않는 학생들은 배울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해 학교를 떠나야 합니다.”세인트 존스를 졸업한 조한별 씨 이야기입니다. 이 학교 출신은 예일, 하버드, 프린스턴, 콜럼비아 등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생보다 뛰어난 성적으로 주류 대학원에 진출합니다. 어린 시절 경험하는 고전 토론이 얼마나 위대한 힘을 길러주는지 알 수 있지요.외교부 산하 국제교육교류협회(IEEA)는 외교관 출신 이사장이 세운 단체입니다. 그는 2000년대 초 캘리포니아 주립대를 시작으로 탁월한 외교력을 발휘합니다. 협회가 선발한 청소년들이 소정의 과정을 이수하면 명문 주립대에서 조건없이 입학을 허가한다는 협약을 맺습니다. 토플로 선발한 학생들보다 훨씬 정착률이 높고 인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합니다. 순식간에 22개 명문 주립대로 이 제도가 확대되지요. 뉴욕주립대, 메인주립대, 유타주립대, 필라델피아에 있는 명문 템플대학 등이 포함되어 있지요.지방은 유일하게 포항에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세인트존스 대학처럼 고전 읽고 토론하며 글쓰는 배움의 방식을 경험한 학생들에게 미 명문 주립대가 입학의 문을 열기 시작한 겁니다. 고전으로 가득한 클래식북스에 다시금 아이들의 토론 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지기를 기대합니다.어제 소개한 레이 커즈와일은 시각 장애인을 위해 독서 기계를 만들었습니다. 용기있는 한 외교관은 아이들이 입시에서 벗어나 마음껏 책읽고 토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려 상식을 깨는 협상력을 발휘했습니다. 지옥을 받아들이지 않고 벗어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과 공간을 함께 만들어 가려 애쓰는 그대와 더불어 용기를 내는 새벽입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3-06

지옥에서 벗어나는 방법

때는 1976년. 시각 장애인들이 점자 책을 어렵게 읽는 모습을 보고 좀더 편리한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천재가 있습니다. 얼마를 고민하던 그가 뚝딱, 발명품을 내 놓습니다. 이름하여 Reading Machine(독서 기계)입니다.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의 작품이지요. 점자로 된 문서나 다른 사람이 녹음해준 테이프를 듣는 것이 고작이었던 시절, 이 기계를 이용하면 시각장애인도 혼자서 손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PC도 없던 40년 전에 이런 제품을 개발하다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한 시각 장애인이 독서 기계를 판매한다는 소식을 듣고 급거 비행기를 타고 날아옵니다. 160㎏, 가격 5만달러나 하는 거대한 장치를 즉석에서 체험해 본 후 구입하지요. 늘 독서에 목말라 있던 그에게 이 기계는 너무도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너무 행복한 나머지 밤새워 책에 빠져듭니다. 락 음악의 대부라 불리는 흑인 가수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이야기입니다. 커즈와일과 스티비 원더는 이후 40년 우정을 이어가지요.어떤 책은 맛보고, 어떤 책은 삼키고, 어떤 책은 씹어서 소화를 시켜야 합니다. 책 중에는 가볍게 맛만 보고 넘어가도 될 것이 있고, 어떤 책은 단숨에 먹어 치울 수 있는 책도 있지만 고전의 경우는 꼭꼭 씹어서 잘 소화시켜야 하는 책도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프란츠 카프카의 책은 도끼여야 한다는 이야기,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인용하지요. 즐거움을 위해 읽는 독서와는 다른 비장함을 느끼게 합니다. 우리 자신이 얼마나 얼어붙기 쉬운지, 내 안의 인식체계가 얼마나 자기 중심적인지, 우리의 사고 방식은 늘 내가 편한대로 보고, 느끼고 결론 내리기 쉬운지를 인정해야 카프카의 독서론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작가 이탈로 칼비노는 그의 대표작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서 주인공 마르코 폴로의 입을 빌어 말합니다. “지옥 같은 세상을 벗어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내가 그것의 일부분이 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지옥 속에 살지 않으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과 세상 속에서 지옥 아닌 것을 찾아내고 지속시키고 그것들이 자라갈 공간을 부여하는 것이다.”레이 커즈와일은 보이지 않는 시각 장애인을 위해 독서 기계를 만들었습니다. 그대를 포함 오늘 이 순간도 지옥 속에 살지 않으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과 어떤 공간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는 따스한 마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3-05

바른(正) 삶(生)에 대한 짧은 생각

1937년 도쿄 빈민가에서 태어나 쓰레기더미를 뒤지며 자란 한 아이가 있습니다. 해방 후 먹고 살 길을 찾아 귀국해 경북 청송군 현서에 정착합니다. 이때 동네 교회를 잠시 다닙니다. 거기서 소년은 눈빛이 살아있는 선생님 한 분을 만납니다. 고달픈 삶에 선생님의 이야기는 생명이자 빛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연도 잠시, 안동으로 옮겨 나무꾼, 고구마 장수, 날품팔이로 연명합니다.열 아홉 살 청년이 된 그는 폐결핵을 앓더니 이내 신장 결핵과 방광결핵으로 번져 온 몸이 망가집니다. 의사는 조심해 살면 2년 정도 더 살 수 있다 합니다. 평생 오줌통을 몸에 차고 살아가야 하지요. 안동 일직교회 토담 방 한 칸을 얻어 평생을 종지기로 살아갑니다.뚫린 창호지 구멍으로 개구리가 들어와 방에서 개굴거리고 생쥐들이 침입해 발가락을 깨무는 비천한 나날이지만 규칙적인 생활로 다행히 건강을 조금 회복합니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절박감에 몇 줄 글을 씁니다. 어린 시절 맑은 눈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던 주일학교 선생님을 기억하지요. 아픈 몸을 달래며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 신춘문예에 응모합니다. 탈락 후 전달해 주는 심사평을 스승 삼아 자신의 글을 다듬습니다. 심사평이 결국 글쓰기 코칭이 된 것이지요.‘몽실 언니’, ‘강아지 똥’을 쓴 권정생 선생 이야기입니다. 그의 작품을 유심히 본 한 남자가 있습니다. 남자는 권정생의 글에 흠뻑 취합니다. 너무도 아름다운 우리말 솜씨에 반해 권정생을 찾습니다. 서로 기억을 못하지만 초등학교 시절의 눈빛 맑고 빛나던 그 분입니다. 이오덕 선생이 바로 그 주일학교 선생이었지요. 이후 두 사람은 평생 동지가 되어 서로 응원하고 격려합니다. 이오덕을 만난 이후 권정생의 삶은 빛으로 가득합니다. 2년 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의사의 예언은 보기 좋게 틀렸습니다. 70년을 동화와 함께 살아온 권정생은 90편의 작품을 남깁니다.2007년 장례식에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명사들이 몰려오자 동네 사람들은 충격을 받습니다. 가난한 종지기로만 알았던 권정생이 그렇게 유명한 동화작가인 것을 아무도 몰랐습니다. 연 1억원이 넘게 들어오는 인세와 10억원의 통장을 어린이를 위해 써 달라는 유언과 함께 70세 고단한 생애를 마감합니다. 그의 이름 두 글자를 찬찬히 살펴봅니다. 정생(正生) 바른 삶입니다. 올바르고 정의로우며 향기로운 삶입니다. 권정생 선생의 얼굴을 들여다 보니 소크라테스와 많이 닮았습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3-04

세상 모든 지도자를 사로잡은 사람

종교 경전 외에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무엇일까요? 세르반테스가 쓴 ‘돈키호테’라고 합니다. 5억부가 팔렸지요. 뒤를 이어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가 2억부, ‘반지의 제왕’은 1억5천만부, ‘어린 왕자’는 1억4천만부 팔렸습니다. 1억부 이상 팔린 책을 두 권 이상 쓴 작가는 JRR 톨킨이 유일합니다. ‘호빗’과 ‘반지의 제왕’이지요. ‘가르시아 장군에게 보낸 편지’. 조금 낯선 책이지요? 이 책도 1억부가 넘게 팔렸습니다.스페인과 전쟁 때 미국 맥킨리 대통령은 쿠바 지도자인 가르시아 장군에게 중요한 편지를 전달하기로 결정합니다. 아무도 모르는 요새에 은거하며 전투를 지휘하던 가르시아 장군에게 편지를 전하라는 특명을 받은 사람은 로완 중위. 그는 맥킨리 대통령에게 편지를 전달받은 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즉시 백악관을 떠납니다. 가르시아 장군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를 만나 설명을 들어야 하는지 대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아무 것도 묻지 않습니다. 묵묵히 편지를 품고 길을 떠났을 뿐입니다.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합니다. 결국 로완 중위는 3주 만에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쿠바의 깊은 산 속에 있는 가르시아 장군을 찾아내 편지를 전달하고 유유히 쿠바를 빠져나옵니다. 로완 중위는 결핍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았습니다. 말없이 행동으로 옮겨 목적을 달성해 냅니다.저자 앨버트 하버드는 한 시간 만에 이 글을 써서 잡지 ‘필리스틴’에 기고합니다. 경제 공황에 빠진 미국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납니다. 1천부를 찍은 잡지가 2천부 주문이 들어오고, 5천부 주문이 들어옵니다. 결국 소책자로 판매하지요. 러시아 황제는 이 책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습니다. 러일 전쟁 중이던 러시아 모든 군인들에게 이 소책자를 배포합니다. 러시아 군인 시신마다 이 책을 발견한 일본 군대는 책을 천황에게 보냈고 ‘가르시아 장군에게 보낸 편지’는 천황을 사로잡습니다. 일본 각계 각층 조직에 이 책이 뿌려집니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터키, 인도, 중국 등으로 삽시간에 퍼져 나가지요.3월입니다. 지난 겨울, 쉼없이 달려온 우리에게 박수 치면서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않아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조용히 속삭여 물어볼 때이기도 합니다. 나는 지금 주어진 사명을 이루기 위해 로완 중위처럼 행동하고 있는가? 아니면 결핍을 핑계삼아 때를 기다리고만 있는가? 새 학기, 새 마음으로 새 출발합니다. 오늘도 그대의 건투를 빕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3-03

일 더하기 일로 백(百)을 만드는 법

연애시(詩)를 썼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난 청년이 있습니다. 자물쇠 공장 기계공 보조로 일하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그는 시 쓰는 일을 멈추지 않습니다. 1950년대 동독에서 벌어진 일입니다.“자유 진영에서 제 시가 방송된다는 이유로 통제와 압박은 갈수록 심해졌습니다. 어느 날 멀리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날아온 독자의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보았던 가장 아름다운 독일어 문장이었습니다. 체코의 여자 의사였어요. 편지는 체코슬로바키아를 출발해서 서베를린, 동베를린 검열관들을 통과해 3개월만에 제 손에 전달된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편지가 검열을 통과해 제게 전해진 것이 기적이라고 믿어요. 우리는 서로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400통쯤 됩니다. 어떤 편지는 무려 26장이 넘는 것도 있었지요. 나는 그녀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어요. 편지에 전화를 한 통 걸어달라고 썼습니다. 당시는 전화기가 드물었기 때문에 저는 약속한 날 퇴근 후 전화기가 있는 친구의 집에 가서 마냥 전화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새벽 3시 30분에 전화 벨이 울렸습니다. “당신이세요? 당신이 바로 그 사람입니까?” 멀고 먼 전화기 다른 한 쪽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래요. 제가 바로 그녀랍니다.” 청년은 한 번 침을 삼킨 후 묻습니다. “나와 결혼해 주겠소?” 현존하는 독일 최고의 서정 시인 라이너 쿤체(1933~)의 이야기입니다.두 사람이 노를 젓는다 / 한 척의 배를 /한 사람은 / 별을 알고 / 한 사람은 / 폭풍을 안다한 사람은 별을 통해 / 배를 안내할 것이고 / 한 사람은 폭풍을 통과해 / 배를 안내할 것이다 (라이너 쿤체 ‘노를 젓다’ 중)1차 대전 때 영국 공군은 독일에 번번히 패했습니다. 한 영국 조종사가 전투기 두 대가 힘을 합해 공격할 경우 명중 확률이 급증하는 것을 발견합니다. 지름 40m 안에 탄착점을 형성하면 상대를 격추시킬 수 있어 일대일 전투의 40㎝ 명중 확률을 100배 확대시킵니다. 이후 영국은 독일 공군을 궤멸시킬 수 있었습니다. 소 한 마리가 수레의 짐을 끌 수 있는 한계는 최대 6t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소 두 마리에게 수레를 끌게 했을 때는 무려 24t까지 가능했다고 하지요.그대가 별을 안다면, 폭풍을 잘 아는 누군가가 그대 곁에 나타나 함께 노 젓는 2019년이기를 기도합니다. 곁에 묵묵히 함께 멍에를 짊어지고 수레를 끌어 줄 아름다운 손길이 나타나는 행복한 순간을 꿈꾸어 봅니다./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2-27

가장 큰 선물

사기를 당해 수억 원 빚을 짊어진 남자가 있습니다. 부도가 난 직후 부인은 바로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분노, 멈출 수 없는 울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회사 돈을 가로채 부도를 일으킨 원수같은 놈이 날마다 꿈에 나타납니다. 칼로 난도질하는 꿈을 꾸다가 깨어납니다. 깨어보면 지하도에 신문을 덮고 누워있습니다.며칠을 굶었습니다. 너무 배고파 하늘이 노랗게 보입니다. 용산역 출구로 나가 삼각지 인근 마을을 배회하다 골목 국수집 하나를 발견하지요. “할머니. 여기 국수 곱배기 한 그릇요!” 먹고나서 잽싸게 도망칠 생각으로 호기롭게 주문합니다. 테이블 네 개 밖에 없는 작은 가게. 할머니는 남자가 한 그릇을 비우기 무섭게 그릇을 빼앗아 이내 한 그릇을 더 퍼옵니다. “천천히 드시우. 체할라…” 고맙다는 인사도 못하고 남자는 다시 국수를 입에 쏟아 붓기 바쁩니다. 세 그릇을 다 비운 남자는 냅다 도망칩니다. 수치심과 분노가 뒤엉킨 슬픈 눈을 질끈 감은 채 골목길을 내 달리지요.급하게 문 여는 소리에 상황을 파악한 할머니가 뒤 쫓아 나옵니다. 남자의 등 뒤에 대고 크게 외칩니다. “그냥 가! 뛰지 말고. 넘어지면 다쳐! 천천히 가!” 코너를 꺾어 마구 달리던 남자는 숨을 헐떡이며 멈춥니다. 그렁그렁 눈물이 고이기 시작합니다. 땅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합니다. 분노로 이글거리던 눈입니다. 한 번도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습니다. 국수집 할머니의 한 마디가 이 남자의 분노를 도려냅니다. 얼마를 울었을까요. 울화와 비통함, 분노가 흐르는 눈물에 씻겨 내립니다.15년 세월이 흘러 할머니 국수집이 맛집으로 방송에 소개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방송국에 전화 한 통이 울립니다. 중남미 파라과이에서 한 중년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그 국수집 할머니가 노숙자였던 자신에게 따스하게 용서의 말을 외치셨던 분이라며 PD에게 몇 번이나 한국 방문할 때 꼭 할머니를 찾아 뵙겠다는 말을 반복합니다. 그 한 마디에 세상에 대한 증오를 다 내려 놓고 재기를 결심했다고 말합니다. 이역만리 파라과이에서 사업을 일으켜 큰 성공을 일구었다고 하지요. 용서가 살려낸 인생입니다.험난한 시대 누구나 마음 속 응어리진 분노 한 웅큼 품고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용서를 영어로는 ‘Forgive’라고 하지요. 누군가를 위하여(For), 내어주는(give) 행위가 용서입니다. 가장 큰 선물이지요. 오늘 우리는 누구를 용서할 수 있을까요?/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2-26

300년 세월을 이겨낸 작은 가게

나는 인류 최초의 발명품입니다. 어떤 지휘자는 나를 지휘봉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의사는 저를 치료 도구로 쓰기도 하죠. 건축 재료로 저를 사용해 집을 짓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마도 당신은 분명 최근 일주일 동안 나를 한 번 이상 사용했을 겁니다. 나는 누구일까요?정답은 ‘이쑤시개’입니다. 네안데르탈인이 어긋난 치아 교정을 위해 이쑤시개를 사용했다는 발견으로 인해 이쑤시개는 인류 최초의 발명품으로 등극합니다.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이쑤시개를 가끔 지휘봉으로 사용합니다. 주로 맨손으로 지휘를 하지만 가끔 손이 심심할 때는 이쑤시개를 들고 지휘를 한다지요? 차이나 항공 CA1478편. 카슈가르에서 우르무치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30대의 한 남성이 갑자기 입에 거품을 문채 쓰러집니다. 승무원들은 기내 방송으로 혹시 의사가 있으면 도와 달라 요청합니다. 티엔 위는 곧장 환자에게 달려가지요. 이 노련한 의사는 이쑤시개로 환자의 지압점을 찾아 마사지를 합니다. 남자는 5분 만에 의식을 되찾고 목숨을 건집니다.도쿄의 번화가 긴자 한 모퉁이에 ‘사루야’라는 가게가 있습니다. 이쑤시개만을 파는 전문점입니다. 창업은 1704년. 315년 세월 동안 이쑤시개 단 한 가지 품목으로 가게를 유지하고 막대한 매출을 올립니다. 300년을 견딘 상품이라면 장식적이고 예쁠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냥 평범한 이쑤시개입니다. 그러나 장인의 손길로 섬세하게 다듬어진 좋은 재료의 명품 이쑤시개는 곧 하나의 작품입니다. 사루야는 일본 황실에도 납품하지요. 8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 오는 사루야 사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쑤시개도 세상에 필요한 물건이니 기왕이면 누군가가 사용하기 편리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는 이쑤시개조차 고전이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고전을 정의할 때 늘 사용하는 표현이 세월의 풍파를 견딘 책이라는 표현입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나 공자의 논어는 무려 2천500년 세월을 버텼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어떻고, AI 기술이 어떻게 발전한다 해도 사루야의 이쑤시개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듯합니다. 300년 세월의 이야기가 거기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가장 나다운 것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생존 전략입니다. 거기 내 이야기를 오롯이 담아낼 때 변화의 거센 물결이 우리를 휩쓸고 지나도 든든히 살아남을 수 있을테니까요. 이쑤시개를 사용할 때마다 한 가지 생각할 일이 생겼습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2-25

아홉 장 히든카드가 승리의 비결

교차로에서 음주 운전자가 7중 추돌 사고를 냅니다.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친 동생을 마중하러 왔던 오빠는 활활 타오르는 조수석의 동생을 꺼내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대학 4학년 동생은 전신 55% 3도 화상을 입습니다. “곧 사망할 수 있으니 미리 작별 인사를 나누세요.” 의사의 말이 귓전을 때립니다.폐에 가득 찬 유독 가스를 빼기 위해 튜브를 박은 채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입니다. 화상 입은 다리는 피부가 다 사라지고 생닭처럼 흐늘흐늘한 근육과 노란 지방덩어리, 흰색 뼈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깊은 절망에 빠져듭니다. 잘 알려진 이지선씨 화상 이야기입니다. 이지선씨는 “왜 하필 나인가요?”부르짖으며 자신의 운명에 대한 원망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냅니다. 어느 날 문득 “하필이면 나? 그렇다면, 나 대신 누군가 다른 사람이 다쳤어야 하니?” 깨달음이 밀려옵니다. 나는 다치면 안되고 다른 사람은 다쳐도 괜찮다는 생각에 소스라치게 놀란 그녀는 마음을 바꾸기로 결심합니다.“하루 한 가지 감사할 것들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매일 한 가지 엄마와 감사거리를 찾는 연습을 합니다. 화상을 입지 않은 두 발에 시선이 머물지요. “찾았어요. 엄마. 불에 타지 않은 두 발, 씻을 수 있는 두 발이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해요.” 마음을 추스른 그녀는 한 가지 결심을 합니다. “책을 쓰자! 나보다 더 큰 절망과 고통을 당해 인생을 포기하고 싶은 그 누군가에게 내 상황은 새로운 힘을 줄 수도 있을지 몰라.”찰스 스윈돌 박사는 말합니다. “인생에서 내게 벌어진 일이 10%라고 하면 그 일에 대한 내 반응이 나머지 90%를 결정한다.” 인생이란 10장의 카드가 주어지는 게임이고 1장은 이미 드러난 패, 나머지 9장은 히든카드입니다. 어떤 순서로 카드를 내미는가에 따라 승부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지요.힐링 캠프에 출연했던 지선씨는 말합니다. “오늘 TV로 제 흉한 모습을 보신 분들이, 이렇게 생각할지 몰라요. 저렇게 끔찍한 사고를 당하고도 대단한 삶을 살아가는데, 나는 뭐지? 멀쩡한 몸을 갖고 건강한데 더 잘 살아야지, 감사해야지.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저와 비교해 감사가 나온다면, 미모의 여자 MC분과 비교하면 당장 불행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 거죠. 비교하지 않고 진짜 내 모습으로부터 우러난 감사였으면 좋겠어요.”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이 순간이요.”/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2-24

오늘 하루 일어날 수 있는 일

실수 하나로 독일이 통일되었다는 이야기, 들어보셨나요?소련의 몰락을 불러온 독일 통일은 동독 공산당 대변인 귄터 샤보브스키의 폭음에서 비롯합니다. 독재자 호네커가 사임하자 동독 주민들은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합니다. 서방 기자들이 잔뜩 몰린 상태에서 읽어 내려간 여행 자유화에 대한 임시 법안은 여권 발급 시간을 약간 단축한다는 내용 외에는 중요한 게 없었습니다.술이 덜 깬 상태로 대변인 귄터 샤보브스키가 법안을 읽은 후 질문이 쏟아집니다. 이탈리아 기자가 서툰 독일어로 질문합니다. “법안이 발효되면 동독 주민들의 여행 자유화가 이루어진다고 봐도 되는 건가요?” 어리벙벙한 대변인은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 채 대답하죠. “그렇소!” 아주 민감하고 중요한 이슈에 충격적 답변이 나오자 다른 기자가 재빨리 질문합니다. “언제부터 유효한가요?” 귀찮아진 대변인은 멀뚱한 눈으로 답합니다. “바로 sofort!” 한마디 덧붙입니다. “즉시 unverzuglich!” 기자들은 황급히 본국으로 이 뉴스를 타전합니다. “지금부터, 즉시 동독 주민들이 서독으로 바로 여행하는 것이 가능하다.”여행에 굶주린 동베를린 시민들은 소식을 듣자 마자 너도 나도 차를 끌고 서베를린으로 넘어가는 관문 ‘체크포인트 찰리’로 끝없이 몰려듭니다. 우왕좌왕 하던 경비병들은 어쩔 줄을 모르지요. “너희들은 TV 뉴스도 안 봐? 여행 자유화가 선포됐다고!” 시민들의 항의에 결국 경비병들은 국경을 열어주고 뒤로 물러납니다. 물꼬가 터진 베를린 장벽은 마침내 시민들의 힘에 와르르 무너져 내립니다. 결국 독일 통일로 연결되지요. 고위 관료 한 사람이 폭음 후 저지른 황당한 실수 한 마디가 세상의 역사를 바꾸어 버렸습니다.마크 트웨인은 말합니다. 오늘 일어날 수 없는 일은 단언코 아무 것도 없다!(Apparently, There is nothing that cannot happen today). 오늘이라고 하는 이 하루 세상에는 그 어떠한 일들도 일어날 수 있는 법입니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우리 삶은 날실과 씨실로 짜지는 옷감과 같습니다. 하루 하루 무의미한 반복처럼 보이는 우리의 일상이 어느 순간 임계점을 만나면 하루 아침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 일으킵니다.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소망을 잃지 않고 내 자리에서 묵묵히 전진하는 일입니다. 그날은 오늘 일 수도 있고 1년 후 일 수도, 5년 후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지요./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2-21

평범한 회사원이 받은 어떤 상(賞)

2002년 10월 9일. 다나카(43)씨는 이 날도 열심히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오후에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15분 후 외국에서 중요한 전화가 옵니다. 직접 받아주세요.” 다나카는 기대 반 불안 반 심정으로 기다리지요. 잠시 후 벨이 울립니다. 상대는 또렷한 영어로 말합니다만 평소 외국인과 통화할 일이 없던 다나카는 진땀을 흘립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기억을 더듬지요. “....○○을 받게 되었다. 스웨덴... 어쩌고 저쩌고...” 다나카는 주변을 살핍니다. “혹시 몰래 카메라가 아닐까?”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잠시 적막이 흐르고 30초쯤 지나 회사 전화기 50대가 동시에 울리기 시작합니다. 한결같이 다나카 고이치를 찾는 전화입니다. 기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방송국 TV 송출버스와 카메라 기자의 플래시로 회사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지요. 대학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늦깎이 주임 다나카 고이치가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발표 난 직후 풍경입니다.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에 강연 요청이 쇄도합니다. 양복이 두 벌 밖에 없어 양복을 사러 외출했다가 그를 알아본 사람들에 둘러 싸여 곤욕을 치릅니다. 눈 뜨고 일어나니 일약 스타가 되어 있었지요. 시마즈 생명과학연구소는 이 사건으로 큰 명성을 얻습니다. 주가도 큰 폭으로 상승하지요. 대표이사는 다나카를 이사로 승진시키려 합니다만 본인이 극구 사양하는 바람에 결국 부장 승진으로 타협을 보았습니다.스웨덴 왕립 과학아카데미는 이 연구가 생체 고분자의 질량과 입체구조를 해석하는 방법을 개발, 바이오 산업의 미래를 활짝 열었기 때문에 노벨상을 수여한다고 밝힙니다. 그런데 정작 다나카는 자기 연구가 실수에서 비롯한 것임을 털어 놓아 화제가 되었지요. 코발트와 글리세롤 조합의 결과를 얻어내기까지 200번 이상을 실패했는데 실험 중 부주의로 인해 액상의 글리세롤이 코발트 분말에 흘러내려 버리는 실수를 합니다. 버리기 아까워 분석해 본 것이 단백질을 파괴시키지 않고 이온화하는 현상을 발견하는 데 이른 겁니다. 우연한 실패가 대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지요.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오직 두 가지 태도가 있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아무 것도 기적이 아닌 것처럼,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라고요. 우리 삶에 벌어지는 여러 실패와 실수들, 비록 따갑고 아프지만 어쩌면 그 모든 것들이 하나 버릴 것 없는 소중한 기적의 씨앗일지도 모릅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2-20

한 사람의 결심, 바뀌는 세상

1년에 해가 50일 밖에 뜨지 않는 나라가 있습니다. 전쟁에 패해 영토 대부분을 뺏기고 남은 땅은 척박한 황무지. 사람들은 술과 노름, 다툼과 폭력으로 불행한 날들을 보냅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합니다. 한스는 이렇게 회상합니다. “학교에 가는 것 자체가 공포였어요. 끊임없이 외우게 하고, 시험을 보고, 아이들을 처벌하는 학교는 마치 지옥 같았습니다. ” 덴마크 이야기입니다. 한스는 유명한 동화 작가 한스 크리스티앙 안데르센이지요.그로부터 200년 후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유엔 행복지수 조사에서 4년 연속, 세계에서 최고로 행복한 나라로 덴마크가 뽑힙니다. 200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변화의 중심에 시인이자 철학가 한 사람이 있습니다. 30대 초반이었던 이 시인은 잘못된 학교 교육을 바꾸기로 결심합니다. 농촌 마을에 작은 학교를 세우고 ‘폴케호이 스콜레’라 이름 짓습니다. 당시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혁신적인 교육을 시행합니다. 첫째 모든 시험을 없앤다. 둘째 암기 위주의 교육을 철폐한다. 셋째 책과 토론으로 교육한다. 넷째 전 국민을 교육한다.학생들이 주체가 되는 토론 수업으로 확 바꿉니다. 나아가 교육은 아이들만 받는 것이 아니라며, 전 국민이 평생 지속적으로 누려야 할 과정으로 인식하고 폴케호이 스콜레를 국민 교육 기관으로 발전시킵니다. 그 시인이 바로 그룬트비입니다. 안데르센, 키에르케고르와 함께 교류하며 그는 덴마크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한 사람이 깨어 있고, 그가 뿌린 씨앗으로 인해 덴마크는 피폐한 나라에서 울창한 숲으로 가득한 세계 최고 명품 국가로 우뚝 섰습니다.지금 여기, 우리 교육을 돌아봅니다. 여전히 학생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고, 강자의 편에 길들여져 고분 고분 말 잘 듣고 고개를 숙이게 길들이는 일그러진 교육입니다. 사교육 없는 세상이라는 단체를 세운 한 교사의 말이 기억납니다.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을 보면서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절망의 상황에서 그룬트비는 “밖에서 잃은 것을 안에서 찾자!” 외치며 동지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인위쩐은 사막을 보며 꽃 피고 열매 맺히는 숲을 꿈꾸었습니다. 모두가 어쩔 수 없지, 고개 돌리고 자기 문제에만 집착할 때 저 멀리 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그대를 존경합니다.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함께 별을 바라보는 이들을 부지런히 찾아 연대하는 일들을 그대가 멈추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2-19

바보 만들기

‘바보 만들기 - 왜 우리는 교육을 받을수록 멍청해지는가?’는 존 테일러 게토라는 교사가 쓴 도발적인 책 제목입니다. 게토는 30년 넘게 뉴욕 공립학교에서 우수 교사 표창을 받은 모범 교사로서 어떻게 공교육이 아이들의 가능성을 침해하고 말살하는지 고발합니다. “학교에서 측정하는 것은 유순함이고, 측정은 상당히 정확하게 이뤄집니다. 학교 존재 목적은 아이들의 잠재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려주는 것이 아니라 통제를 위해 묵묵히 따라오도록 치밀하게 설계된 것입니다.”나폴레옹의 프랑스에 패배한 프러시아는 어떻게 하면 강한 군대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국민들을 어릴 적부터 한 곳에 모아 철저하게 반복해 훈련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말 잘 듣고 명령에 순종할 수 있는 고분고분한 국민을 육성하는 것. 효율적인 군인과 공장 노동자를 길러내는 것이 공립 학교를 세운 프러시아의 당초 목표였습니다. 영국은 즉각 프러시아 공교육에 열광했고 미국은 교육학자들을 대거 프러시아에 유학 보내 공교육 시스템을 베껴옵니다.미국에서 가정과 공동체의 주체적 교육 이념은 묵살당했고 마치 군대에 끌려가듯 학교에 징집 당해 강제로 등교해야만 했습니다. 깨어 있는 미국 지식인들은 거침없이 몰아 부치는 공교육의 폭거에 저항하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 피 흘리며 투쟁하기까지 했습니다. 오늘날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학교라는 제도는 불과 200년 전만 해도 저항의 대상이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서열을 위해 등급을 매기는 시스템의 폭거에 누가 더 고분고분하게 말 잘 듣는가에 따라 미래가 행복할 것 같은 착각을 부추기는 세상이 되어 갑니다. 대한민국에서 책은 교육의 도구에서 멀리 소외된 지 오랩니다. 과연 책을 포기하고, 나 다움을 거세하고 기득권 층의 설계에 놀아나 그들 뜻대로 줄 세우기 경쟁에서 살아 남으면 달콤한 미래가 보장되는 것일까요?스테판 에셀은 프랑스 젊은이들에게 외칩니다. “나치즘에 분노했듯이 여러분이 무언가에 분노한다면 역사의 흐름에 합류하게 되며 도도한 역사의 흐름은 더 큰 정의, 더 큰 자유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젊은이여 분노하라!” 자유를 향한 분노는 ‘생각을 생각하는 힘’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이 힘은 글을 써야만 길러질 수 있습니다. 생각을 언어로 쏟아내고 문장으로 표현한 내용을 바라보며 한 걸음 떼어 물러서서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이 힘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할 때 자유를 항한 위대한 걸음을 뗄 수 있습니다./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2-18

생각을 생각하는 힘에 대해

개에게 먹이를 주던 조교가 허겁지겁 뛰어와 보고 합니다. “박사님. 이제는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침을 막 흘리기 시작합니다.” 박사는 빙그레 웃으며 새로운 실험에 착수하지요. 첫째, 주기적으로 개에게 종소리를 들려줍니다. 타액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먹이를 줄 때 종소리를 들려줍니다. 먹이가 도착하는 것과 종소리를 연결시키는 과정입니다. 마지막에는 종소리만 들려줍니다. 개는 이제 종소리만 듣고 침을 줄줄 흘리게 되지요. 파블로프 실험입니다.고전적 조건형성(classical conditioning)실험으로 심리학에서 대단한 사건으로 자리매김합니다. 교육학 등 다른 학문에도 큰 영감을 선물하지요. 적절한 조건을 형성해 주면 원하는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자극-반응 모델을 만들어 냅니다.미국의 스키너는 한 발짝 더 나갑니다. 특정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 필요한 자극이 무엇인지 설계하는 조작적 조건형성(operant conditioning)이라는 모델을 발표합니다. 학자들은 열광합니다. 스키너는 “내게 갓난아이 12명을 주면, 원하는 인간형 12명을 만들어주겠다”라는 과감한 발언도 합니다. ‘월든 2’라는 책에서는 1천명의 작은 국가를 세우고 자신을 지도자로 만들어 주면 거뜬히 유토피아를 건설할 수 있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습니다.이 실험들을 시작으로 대중들이 특정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도록 고도의 기획과 설계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자유 의지대로 선택하고 행동했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실은 그 누군가의 치밀한 설계에 반응을 보이면서 살아온 결과가 지금 내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오싹하지요.하지만 파블로프의 개 실험과 그 원리는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구요? 그 실험은 우리를 개 취급하는 실험이기 때문이지요. 대중을 개, 돼지로 치부하는 이 사회의 보이지 않는 설계자들의 전제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동물과 사람의 결정적 차이가 있습니다. 동물이 하는 생각은 본능에 따른 반응일 뿐입니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생각을 생각하는 힘’이 있습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한 발짝 떨어져 생각할 수 있는 메타 인지(Metanoia)능력이지요. 이 능력을 발휘할 때 사람은 비로소 개, 돼지와 구분될 수 있습니다.내 생각이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1미터쯤 공중 부양 상태 시선으로 생각하는 내 모습을 내려다보며 관찰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2-17

죽음의 수용소에서 벌어진 일

그는 비엔나에서 북동쪽으로 가는 기차에 탑니다. 깨끗하고 푹신한 의자 대신 지푸라기가 깔려 있고 오줌 냄새와 파리 떼가 들끓는 화물칸입니다. 숨쉬기도 곤란할 만큼 사람들이 들어차 있습니다. 남자는 고개를 떨굽니다. 기차에 탄 1500명의 운명이 어떻게 전개될지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는 유대인들이지요.1942년. 남자는 동료 유대인 600만명의 생명을 앗아간 나치의 조직적이고 능률적인 살인 공장의 세계에 끌려갑니다. 1500명 중 1300명이 하루 밤 만에 가스실에서 목숨을 잃습니다. 비교적 건강하고 노동력이 있어 보이는 200명이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요. 남자는 극적으로 삶의 대열에 몸을 옮깁니다.남자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첫 책으로 펴내기 직전 끌려왔습니다. 품 안에는 혼신의 힘을 기울여 쓴 원고 뭉치가 있습니다. 나치는 가차없이 생명처럼 품고 온 원고를 빼앗아 불타는 소각장에 던져버립니다. 형편없는 강제 샤워를 마친 후 주어진 낡은 옷 한 벌. 그 허름한 옷의 비밀 주머니에서 작은 메모지 하나를 발견합니다. “네 혼과 힘과 마음을 다해 야훼를 사랑하라.” 유대인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며 늘 애송하는 쉐마 이스라엘(Shema Israel)의 유명한 귀절을 만난 남자는 눈물이 핑 돕니다. 원고 뭉치와 메모 한 장을 맞바꾸었다 생각하며 삶의 존엄을 잃지 않기 위해 수용소 생활에 최선을 다합니다. 하루 배급받는 물 한 컵을 반은 마시고 반은 아꼈다가 최소한의 품위 유지를 위해 세수하고 면도하는데 사용하지요.남자의 이름은 빅터 프랭클(Victor Frankle). 세계 100대 유명인사들이 가장 영향받은 책 1위로 선정한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쓴 바로 그분입니다. 사람은 어떤 환경 가운데서도 자신의 행위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의지를 가진 존재, 주도적인 삶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로 빅터 프랭클은 규정합니다. 사회적 날씨 따위가 결코 우리의 존엄을 짓밟을 수 없고 삶을 휘두를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언제 어떻게 가스실로 끌려갈 지 모르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빅터 프랭클은 세상 누구도 누릴 수 없는 진정한 자유를 마음껏 누리지요. 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선택의 자유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삶입니다.사회적 날씨에 휘둘리지 않는 주도적인 삶이 우리가 걸어야 할 길입니다. 오늘도 묵묵히 삶의 현장에서 어떤 환경에도 자유를 빼앗기지 않을 그대의 용기에 박수를 드립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2-14

마음의 원을 넓히려면

고대 그리스에 기묘한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있습니다. 길바닥에 누워 일광욕을 하며 사색에 잠깁니다. 명성을 듣고 알렉산더 대왕이 찾아옵니다. “내가 지금 당신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당신이 원하는 거라면 나는 무엇이든 들어줄 수 있을 걸세.” 디오게네스는 대답합니다. “그렇습니까? 제발 폐하 몸을 좀 비켜 주셔서 그림자가 저를 덮지 않도록 해 주시겠습니까?” 알렉산더는 길을 떠나며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가 알렉산더가 아니었다면 디오게네스가 되었을텐데…” 디오게네스와의 만남 이후 알렉산더는 자신의 마음을 정복한 땅보다 크게 넓힙니다.참모들에게 묻습니다. “장병들이 더 용맹하게 싸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고향에 남은 가족들이 생계 걱정을 하지 않도록 전쟁에 나가기 전에 조치해 주시면 됩니다.” 알렉산더 대왕은 국가의 토지와 재산을 병사들 가족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줍니다. 더 이상 나눌 재산이 없자 마지막에는 왕실의 재산마저 남김없이 나누어 줍니다. 그러자 한 장수가 묻습니다. “대왕 자신을 위해서는 무엇을 남기시렵니까?” 알렉산더는 크게 웃으며 말합니다. “세계가 다 내 재산이오.”알렉산더는 죽은 후 자신의 손을 관 밖으로 내 놓아 보이게 하라는 독특한 유언을 남기지요. 어리둥절한 신하들에게 말합니다. “천하의 알렉산더도 죽을 때는 빈 손으로 떠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에드윈 마크햄은 노래합니다. 그는 원을 그려 / 나를 밖으로 밀어냈다. / 나에게 온갖 비난을 퍼 부으면서 / 그러나 나에게는 / 사랑과 극복할 수 있는 / 지혜가 있었다 / 나는 더 큰 원을 그려 /그를 안으로 초대했다.마음의 원을 넓게 그리는 것이 지혜입니다. 삶의 정수를 제대로 마주하게 해 주는 지혜가, 내 얼어붙은 마음을 도끼처럼 내리칠 때 그 전율은 우리 원을 순식간에 넓혀줍니다. 내 원 지름이 10만㎞쯤 된다고 가정해 봅시다. 지금 우리를 원 밖으로 밀어내려 시시각각 다가오는 두려움, 소외, 비난, 멸시, 조롱, 무시 따위가 결코 우리를 원 밖으로 밀어낼 수 없습니다. 지상에 10만㎞ 원을 그려낼 만한 땅은 존재하지 않거든요. 내면의 원이 내가 정복한 영토입니다. 이 영토는 절로 넓어지지 않습니다. 이미 커다란 원을 가진 인류의 스승들을 만나 내 안이 환하게 밝아지는 경험을 해야 합니다. 그대와 제 마음의 원이 날마다 넓어져 지구를 품고 저 우주로 확장될 수 있기를 꿈꿉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2-12

꿈보다 깸이 먼저입니다

스무 살 청년 스완은 뜻을 품고 보스톤을 향해 여행 중입니다. 고단한 걸음을 잠시 쉬려 숲 속 나무 아래서 단잠에 빠집니다. 마차가 바퀴 고장으로 숲 옆에 멈춥니다. 산책이나 하자며 마차에서 내린 나이 지긋한 부부는 숲으로 들어갑니다. 세상 모르고 깊은 잠에 빠진 스완의 얼굴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부인이 말합니다. “죽은 헨리와 너무 닮았어요. 헨리가 살아서 돌아온 것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네요. 우리 양자로 삼으면 어때요?” 이 부부는 백만장자로 외아들을 잃고 상속할 친척이라고는 문제 많은 조카뿐이라 고민 중이었거든요. 이들은 스완이 스스로 깨어 주기를 바랍니다. 지켜보는 동안 하인이 달려오지요. “주인님 마차가 다 준비됐습니다” 깜짝 놀란 부부는 스완을 포기하고 자리를 떠납니다.어여쁜 처녀가 숲으로 옵니다. 멋지게 생긴 청년이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부끄러워 달아나려는데 벌 한 마리가 스완 눈꺼풀에 앉으려 하자 소녀는 손수건을 꺼내 벌을 쫓아내고 청년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봅니다. 잘 생긴 스완의 얼굴에 마음이 크게 흔들립니다. 그렇지만 곤히 잠들어 있는 스완을 깨울 용기는 없었습니다. 소녀는 못내 아쉬운 마음으로 길을 떠나야만 했습니다.잠시 후 악당이 숲으로 들어옵니다. 번뜩이는 칼을 스완의 가슴에 대고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 개 한 마리가 달려오고 악당은 놀라서 도망칩니다. 스완은 비로소 잠에서 깨어납니다. 잠든 사이 백만장자의 상속인이 될 뻔한 기회, 예쁜 처녀와 사랑을 할 기회를 놓쳤습니다. 악당들에게 모든 것들을 빼앗길 수도 있었지요. 나다니엘 호손의 단편 데이비드 스완(David Swan) 줄거리입니다.신영복 선생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꿈을 설계하기 전에 먼저 모든 종류의 꿈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꿈보다 깸이 먼저입니다. 꿈은 꾸어 오는 것입니다. 그렇기 떄문에 어디서, 누구한테서 꾸어 올 것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깸은 여럿이 함께 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집단적 몽유는 집단적 각성에 의해서야만 깨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몽유에 빠져 소중한 기회를 자신도 모른 채 잃어버린 어리석은 삶이 아닌 깨어 있어 꿈을 ‘꾸어’올 시간들을 기대합니다. 유럽의 혁명은 카페에서 술 대신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면서부터 비롯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2019년은 나 개인이, 우리 가정이, 이 사회가 긴 잠에서 깨어나 맑은 정신으로 우리의 앞길을 마주하는 한 해이길 소망합니다./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