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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교 꼴찌의 반란

공부는 이미 포기한 지 오랩니다. 전교 꼴찌에 춤꾼, 날라리라고 소문난 이 남학생. 주위 학부모들의 기피대상 1호입니다. 군대까지 다녀왔지만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아들이 안타까운 부모는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학을 보냅니다. 영어 한 마디 못하는 청년. 사람들은 벙어리라고 놀리기까지 합니다. 자괴감에 빠져 한국으로 돌아갈 궁리만 하던 청년은 어느 날 문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너 원래 그렇게 나약한 놈이었어?”청년 송정훈은 답을 찾습니다. “아니다. 나는 나약한 놈이 아니다. 부모님을 생각하자. 한 달 10만원으로 생활하면서 유학 비용을 대는데, 이렇게 무기력하게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돌아갈 수는 없다. 죽을 힘을 다해 부딪쳐보자.” 레스토랑 알바를 하며 미친듯이 영어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학교 다닐 때 춤만 추던 자신의 끼를 살립니다.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특별한 기쁨을 주는 서빙을 합니다. 춤을 추기도 하고 불쇼를 보여주기도 하지요. 자신에게 남을 기쁘게 해 주는 능력이 있음을 발견합니다.알바를 마치고 쉬던 중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눈이 번쩍 떠집니다. 노량진 고시촌에서 유행하는 컵밥 스토리였지요. “노량진 컵밥으로 미국에서 푸드 트럭 장사를 해보면?” 또 질문을 던집니다. 친구 지형, 종근을 설득해 각자 1500만원씩을 모읍니다.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20년 된 중고 트럭 한 대. 이 결정이 정훈의 삶을 송두리째 바꿉니다.셋은 이 트럭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습합니다. 계획을 세우고, 연습하고 또 실행하지요. 컵밥 제조의 달인이 될 때까지 이들은 끊임없이 파고듭니다. 한국식 서비스를 도입합니다. 빨리 빨리 문화와 덤으로 듬뿍 얹어주기. 주문하면 30초 만에 음식을 제공하고, 손님들과 온 몸을 부대끼며 춤을 춥니다. 손해를 보더라도 손님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눈물어린 노력은 곧 결실로 이어집니다. 유타 사람들이 컵밥에 미치기 시작합니다. SNS를 점령하고 언론들이 앞다투어 경쟁적으로 보도합니다. 5년 만에 이들은 미국 전역에 21개의 매장을 오픈합니다. 전교 꼴찌 소년의 반란. 정훈이 일군 기적은 질문 한 가지로 시작했습니다. “너 원래 그렇게 나약한 놈이었어?”삶이 팍팍하고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 때, 나 자신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가를 생각해 봅니다. 송곳처럼 예리한 질문 하나가 나 자신과 주변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습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4-09

피파(Pippa)가 지나간다.

산업 혁명 직후에는 어린 소년 소녀들이 공장에서 하루 16시간이 넘는 중노동에 시달리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자유방임형 경제 정책이 난무할 때, 자본가들은 한 푼이라도 임금을 아끼기 위해 부녀자 혹은 아동을 고용하는 일이 당연했던 시절이었지요.베니스의 한 공장에서 일하며 어렵게 생계를 이어 가는 소녀 피파(Pippa)는 1년 중 단 하루만 주어지는 휴일의 아침을 맞이합니다. 이 소중한 하루의 휴가를 어떻게 사용할까 고민하던 피파는 결심하지요. 마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 자신이 동경하던 삶을 누리던 네 사람을 떠올리고 이들의 창가를 지나며 진심에서 우러나온 존경과 기쁨의 노래를 부르기로….로버트 브라우닝은 이런 스토리를 담은 극시 ‘피파가 지나간다(Pippa Passess, 1841)’를 썼습니다. 피파가 부와 권력을 기준으로 행복할 것이라 믿었던 그 네 사람은 실은 제 각각 다른 이유로 인생에서 가장 참혹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사람들입니다.오티마는 살인을 저지르고 양심의 고통에 어쩔 줄 모르다가 지나가던 피파의 노래를 듣고 자신의 끔찍한 죄를 깨닫고 자수를 결심합니다. 줄스는 거짓 결혼에 분개해 아내를 버리기로 했다가 피파의 노래를 듣고 아내를 향한 새로운 사랑을 싹 틔우게 되지요. 루이는 폭정을 일삼는 난폭한 왕을 암살하려던 혁명가입니다. 그 또한 피파의 노래에 마음이 녹아내려 암살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이상과 꿈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한 늙은 성직자는 속세의 악에 무기력하게 굴복하기 직전, 피파의 노래를 듣고 영적 각성을 합니다. 자신의 영혼을 재무장하고 악과 싸우기로 결단하지요. 날이 저물고, 1년에 단 하루 밖에 없는 소중한 휴가를 헛되이 낭비했다는 생각으로 슬픔에 가득 잠긴 피파는 고달픈 내일의 노동을 위해 다시 잠자리에 듭니다.세상을 바꾸는 일은 거창한 계획과 막대한 자금, 그리고 엄청난 인력이 동원되어야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피파의 노래처럼, 진심을 담은 내 영혼의 울림을 소리없이 누군가에게 전달할 때 그 파장은 한 개인의 삶을 송두리채 바꿀 수 있습니다.“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배어 나오고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한다.” 중용 23장의 지혜가 떠오르는 새벽입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4-08

매 순간 사랑으로 최선을 다 하기

아일랜드 거부 피츠제랄드 남작은 하나뿐인 아들과 아내를 동시에 사고로 잃습니다. 순식간에 가족을 잃은 슬픔에 남작은 폐인으로 지냅니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남작은 슬픔을 잊기 위해 미술품 수집에 취미를 붙이게 되지요. 고대 그리스를 비롯, 로마 시대 및 르네상스 시대, 인상파 화가의 그림을 닥치는 대로 사들입니다. 세월이 다시 흘러 남작 또한 세상을 떠납니다. 유산을 상속할 자녀나 가족이 없는 남작은 미술품들을 경매에 부치라는 유언을 남깁니다.전 세계 수집가들이 소문을 듣고 모여듭니다. 한 소년의 초상화가 첫 경매 단상에 오릅니다. 누가 봐도 작품성이 떨어지는 초라한 그림입니다. “10파운드에 거실 분 안 계신가요?” 수집가들은 노골적으로 굳은 표정을 짓습니다. 사회자도 고집을 꺾지 않습니다. 싸늘한 분위기가 고조될 허름한 노인이 손을 듭니다. “내가 10파운드에 사겠소!” 몇 번이나 반복하며 20파운드에 걸 사람을 찾는 사회자에게 야유가 터집니다. 잠시 침묵하던 사회자는 “쾅!” 낙찰 봉을 두드립니다. 골칫거리를 치웠다는 생각에 수집가들은 박수를 치며 즐거워합니다. 긴장 섞인 표정으로 제대로 된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데 사회자가 말합니다. “이것으로 오늘 작품의 경매를 모두 마칩니다. 땅땅땅!” 모두 격렬하게 항의하지요. “남작이 남긴 진귀한 작품을 구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는데 겨우 한 작품 팔고 끝이라니 이게 말이 됩니까?”사회자는 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남작의 유언장을 찬찬히 읽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지요. “내 사랑하는 아들의 초상화를 산 사람에게 수집한 모든 작품들을 넘겨주십시오. 보잘 것 없는 작품이지만 아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소장하려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남겨주고 싶기 때문입니다.”그림을 산 노인은 평생을 피츠제랄드의 정원사로 일했던 사람입니다. 남작이 평소 아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알았기에 전 재산 10파운드를 털어 작품을 구입했던 것이죠. 사랑으로 가득한 최선의 선택이 뜻밖의 행운을 불러왔습니다.자사(子思)는 중용에서 말합니다.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매 순간 지극한 정성으로 사랑을 쏟는 일. 마주하는 한 생명에게 나의 진심을 전하는 것. 오늘 우리가 실천해야 할 소중한 일이 아닐까요? 비록 정원사의 행운이 뒤따르지 않는다 해도 말입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4-07

보이지 않는 진실을 볼 수만 있다면

루벤스는 평생 종교화를 그렸습니다. 2천여 점의 작품을 남긴 유럽 최고의 화가로 성서 에피소드를 다양하게 묘사했지요. 오스트리아 왕실 전속 화가로 임명 받으면서 전 유럽에 명성을 떨칩니다. 그러나 한 작품으로 인해 루벤스는 몰락합니다. 거룩한 그림만 그리던 루벤스가 어느 날 갑자기 퇴폐적인 그림을 내 놓았기 때문이지요. 시몬과 페로입니다. 젊은 여인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노인의 그림이지요. 37살이나 어린 여인과 갓 재혼한 것도 이런 비난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는 빌미가 되었습니다. 실은 이 장면을 루벤스가 처음 그린 것도 아닙니다. 미술사에는 로마시대 이후 다양한 버전의 시몬과 페로를 만날 수 있거든요. 하지만 누구도 루벤스의 해명에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결국 루벤스는 왕실에서 쫓겨나 어둡고 쓸쓸한 풍경화를 그리다가 1640년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집에서 홀로 외롭게 죽습니다.문제의 작품 ‘시몬과 페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국립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시몬과 페로. 이 두 남녀는 아버지와 딸입니다. 아버지인 시몬은 로마 고위 관료입니다. 황제를 독살하려는 음모에 가담했다가 발각되어 사형 언도를 받고 감옥에 갇힙니다. 굶겨 죽이는 아사(餓死)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입니다. 수십 일 동안 물 한 모금 먹지 못한 시몬은 혼수 상태에 빠집니다. 이때 딸 페로가 아버지를 면회하러 옵니다. 페로는 해산 직후 만사를 제쳐 두고 감옥에서 죽어가는 아버지를 만나러 달려온 것이지요. 바닥에 쓰러진 아버지를 보고 딸은 오열합니다. 수십 일 굶주린 아버지에게 자신의 살이라도 떼어 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아무 것도 먹일 수 없는 형벌입니다. 출산 직후라 페로의 가슴에는 모유가 흘러나옵니다. 아버지를 살려보겠다는 일념으로 끌어안고 자신의 모유를 먹이는 모습입니다.파수병들이 이 장면을 목격하고 상부에 보고합니다. 딸의 극진한 효성에 감동한 로마 황제는 시몬을 풀어주라고 석방을 명령하지요. 유럽판 효녀 심청이 이야기입니다. 루벤스가 쓸쓸히 죽은 지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비로소 이 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빛나기 시작합니다. 지금은 루벤스 대표작으로 시몬과 페로를 손꼽습니다.자칫 진심을 이해 받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때로는 우리 편견과 아집이 눈을 어둡게 해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합니다. 당혹스러운 행동을 하는 주변 사람이나 상황을 마주할 때 섣부른 판단과 비난보다 차분히 진실을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한 날입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4-04

나는 나에게 어떤 CEO일까?

연극인 출신 공대생들이 설립한 전기 부품업체가 있습니다. 직원 850명인 회사는 오후 4시 45분이면 전 직원이 퇴근합니다. 비정규직은 물론 정리해고도 없습니다. 정년은 70세, 연 140일 휴무 여기에 덧붙여 유급 휴가는 40일 추가. 급여를 지급하는 육아 휴직은 3년까지 보장. 5년마다 전 직원이 해외여행을 갑니다. 이렇게 퍼 주다가 회사가 망하지 않을까요? 2017년 결산 연 매출은 3천360억원, 영업이익률은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사원이 회사의 전부다. 사원을 감동시켜라. 기업은 사원을 위해 존재한다. 사원 스스로가 감동해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기업은 성장하지 못한다.” 미라이(未來)공업 이야기이죠. 일본 ‘샐러리맨의 천국’이라 불립니다. 창업주 야마다 사장은 직원 승진 심사를 할 때, 대상자의 이름을 적은 쪽지를 선풍기에 날려 가장 멀리 간 사람을 승진시키거나, 볼펜을 쓰러뜨려서 볼펜의 심이 향한 직원을 부장으로 임명하기도 합니다. 그의 철학은 간단하지요. “누가 승진해도 결과는 똑 같거든. 모두 잘 해!” 직원 평균 연봉은 6천100만원입니다. 일본 기업의 평균 연봉 4천200만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입니다.‘항상 생각한다!’ 회사 곳곳에 이 표어가 붙어 있습니다. 눈만 돌리면 이 문구가 보이지요. 야마다 사장은 말합니다. “사람은 생각하는 존재요. 생각은 그 자체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로 연결됩니다. 잘 대접받는 사원들은 끊임없이 회사에 기여할 방법을 찾느라 생각합니다.” 실제 미라이 공업에는 연 2만 건에 이르는 사원들의 아이디어가 쌓입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특허 출원으로 연결되지요. 아이디어를 제출하면 1만원 미만의 소소한 보상금을 지급합니다. 잔업 없이, 휴일 근무 없이도 회사가 승승장구할 수 있는 비결은 직원들이 아이디어로 똘똘 뭉쳐 독창적인 제품을 끊임없이 선보이기 때문입니다.이 사례를 기업의 문화 차이로 생각하는 것을 뛰어넘어 나 자신의 문제에 대입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짧은 경험을 통해 확신하는 바, 최고의 투자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데 투자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책 한 권에는 평균 3억원 정도 부가가치를 갖는 저자들의 아이디어가 집약되어 있습니다. 불멸의 고전은 그 가치가 수백, 수천억이 될 수 있지요. ‘나 주식회사’의 CEO는 ‘항상 생각한다!’ 스스로에게 독려하며 최고의 것으로 예우하고 에너지를 충만하게 채우려 애쓰고 있는지를,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4-03

한 계단 아래 서서 바라보기

공자 일행이 채(蔡)나라로 가던 중 식량이 떨어져 채소로 일주일을 버티는 중입니다. 지친 그들은 한 마을에서 잠시 쉬기로 합니다. 공자가 깜박 잠든 사이 제자 안회(顔回)가 몰래 빠져나가 쌀을 구해옵니다. 구수한 밥 익은 냄새가 흐릅니다. 공자가 잠에서 깨어나지요. 코끝을 스치는 밥 냄새에 밖을 내다봅니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안회가 솥뚜껑을 열고 밥을 한 움큼 입에 넣고 허겁지겁 먹고 있는 겁니다. 공자는 슬쩍 빈정이 상합니다. ‘안회는 평상시에 내가 먼저 먹지 않은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았는데 이것이 웬일일까? 지금까지 안회 모습이 거짓이었을까?’ 제자에 대한 의심이 모락모락 피어납니다.안회가 밥상을 차려 공자 앞에 내려놓습니다. 공자는 안회를 어떻게 가르칠까 생각하다가 묘안을 떠올립니다. “안회야, 내가 방금 꿈속에서 선친을 뵈었는데 밥이 되거든 먼저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라고 하더구나.” 제사에 올릴 음식은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안회도 알기 때문에 먼저 밥을 먹은 것을 뉘우치게 하려는 의도를 품고 말했던 것이지요.안회의 대답은 공자를 부끄럽게 만듭니다. “스승님, 이 밥으로 제사를 지낼 수는 없습니다. 제가 밥이 익었나 보려고 뚜껑을 연 순간 천장에서 흙덩이가 떨어졌습니다. 스승님께 드리자니 더럽고 버리자니 아까워서 제가 그 부분을 이미 먹어 버렸습니다.” 공자는 잠시나마 안회를 의심한 것을 후회하며 다른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나의 눈을 믿었다. 그러나 나의 눈도 완전히 믿을 것이 못되는구나. 예전에 나는 나의 머리를 믿었다. 그러나 나의 머리도 역시 완전히 믿을 것이 못되는구나. 너희들은 알아두어라.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진정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내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는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영어로 이해 즉 Understand는 Under + Stand 가 결합된 단어지요. 다른 사람보다 한 계단 아래 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도 아니고, 동일한 칸에서 수평적으로 눈을 맞추는 것도 아닙니다. 타인 보다 한 칸 또는 여러 칸을 아래에 서야 비로소 진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공자와 안회의 이 사건을 기억해 볼 일입니다. 평화의 도구는 이해받기 보다 먼저 이해하는 사람입니다. 한 칸만 아래로 내려가 텅 빈 마음으로 주위 사람들을 바라보는 하루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4-02

기러기 선비(士), 그대를 응원합니다

톰 워샴(Tom Worsham)은 기러기의 생태를 연구한 사람입니다. 그 연구에서 보여주는 기러기는 먹이와 따뜻한 곳을 찾아 4만㎞를 비행하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밝혀집니다. 서울서 뉴욕까지의 거리가 1만 1㎞쯤 되는데 4만㎞면 지구 한바퀴를 도는 실로 어마어마한 비행능력이지요.기러기의 이런 놀라운 비행 능력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홀로 날지 않고 무리가 그룹을 지어 비행하는데 그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기러기는 리더를 중심으로 V자 대형을 그리며 먼 여행을 합니다. 맨 앞에서 날아가는 리더의 날갯짓은 기류에 양력(揚力)을 만들어 주어 뒤따라오는 동료 기러기들이 혼자 날때보다 대략 71%의 에너지를 절약하면서 가볍게 날 수 있는 힘을 준다고 합니다.기러기들은 그룹으로 편대 비행을 할 때 끊임없이 소리를 냅니다. 영어로는 기러기 울음을 Honk(홍크)라고 하지요. 앞에서 거센 바람을 가르며 힘들게 날아가고 있는 리더에게 보내는 응원의 소리입니다. “홍크, 홍크, 홍크!” 앞서가던 기러기가 맞바람과 싸우며 지치고 힘들면 어느 새 다른 기러기가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주기적으로 이들은 맨 앞 자리를 번갈아 가면서 교대로 앞장을 서고 무리가 뒤따르며 응원하는 방식으로 비행을 지속하는 거지요.만약 무리 중 한 기러기가 아프거나 총에 맞아 다치거나 하면 혼자서 그룹을 이탈하도록 방치하지 않습니다. 몇 마리의 기러기가 연약한 기러기와 함께 대열에서 빠져나와 아픈 기러기를 돌봅니다. 지친 동료가 원기를 회복해 다시 날 수 있을 때까지 곁을 지킵니다. 혹은 생명을 다할 때까지 마지막을 함께 지켜 주는 것이지요.도산 안창호 선생은 기러기의 이런 그룹 리더십에서 영감을 얻어 흥사단의 상징에 기러기를 그려 넣습니다. 기러기 모습은 한자로 선비(士)를 의미하기도 하지요. 기러기와 같이 서로 협력하고 응원하며 돌보는 멋진 선비정신 리더십으로 우리 민족을 구하자는 흥사단의 열망이 담겨 있습니다.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천재라 해도 말이지요.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하나로 묶어지고 서로의 뜻이 통할 때,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되고 넷이 열 여섯이 되고 열 여섯이 육십사가 될 때, 우리 몸짓은 기러기처럼 가볍게 길고도 먼 여행을 무사히 해 낼 수 있는 법입니다. 시대의 지도자로, 기러기를 닮은 선비로 오롯이 우리와 여행을 함께 하실 그대를 응원합니다. 홍크, 홍크, 홍크!/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4-01

시간이 부족할 때 생각해 볼 일

미국 USA투데이 수석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로라 밴더캠(Laura Vanderkam)은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입니다. 그 와중에 소설도 쓰고 합창단을 조직해 단장으로 활동하며 소프라노 파트에서 노래도 하는 수퍼 우먼이지요. 로라 밴더캠은 자신의 시간관리의 비결을 이렇게 말합니다. “시간이 풍요로운 사람들의 비법을 조사하다가 놀라운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시간을 아껴서 원하는 삶을 만드는 게 아니라 원하는 삶을 만들어 나가면 시간을 저절로 아낄 수 있다는 것을 터득한 사람들입니다.”로라 밴더캠은 빈틈없이 빡빡하게 사는 한 여성 CEO의 일주일 시간 사용 기록을 검토하다가 특이한 점을 발견합니다. 그 여성 CEO는 지하층 배관이 터지는 사건을 겪습니다. 수습하느라 정신없는 며칠을 보내지요. 체크해 보니 이 일로 7시간을 사용한 것으로 기록했습니다. 로라 밴더캠은 말합니다. “만약 이 여성 CEO에게 젊은 대학생이 찾아가서 진로에 대해 7시간만 멘토링을 해 달라고 했으면 뭐라고 대답했을까?” “가입한 어느 봉사 단체에서 7시간짜리 자원봉사 참여를 요청했다면?” “별로 친하지 않던 동창이 급한 일이 생겼다면서 7시간만 만나 이야기 좀 들어 달라고 한다면?” 아마 틀림없이 “시간이 없어서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하겠다.”라며 적당히 거절했을 것입니다.시간은 고정 불변의 딱딱한 물건이 아니라 탄력적인 생물과 흡사합니다. 쥐어 짜려 하면 거의 실패하지만 정말 필요한 곳이 나타나면 늘어나기도 줄어들기도 하는 존재입니다. 필요는 곧 우리 마음이고 자의든 타의든 무엇을 간절히 원하면 그것에 시간을 쓰게 되는 법이지요. 배관이 터지자 7시간을 낼 수밖에 없었던 CEO처럼 정말 해야 하는 일에는 시간을 낸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시간을 못 만드는 이유는 그만큼 절박하지 않기 때문인 거지요. 시간을 잘 관리하는 사람은 삶의 우선순위를 판단해 가장 중요한 일에 시간을 사용한다는 것을 로라 밴더캠은 배웁니다. 매주 우리 앞에는 168시간이 선물처럼 펼쳐집니다. 월요일 0시에 168만원이 들어오고 일요일 밤 12시면 잔고는 0으로 떨어지는 통장이 곧 시간이 아닐까요? 내가 가장 원하는 일에 이 소중한 자원을 사용하기 시작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시간관리의 핵심입니다.3월을 마무리하고 더불어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박진감 넘치는 월요일입니다. 이번 주 우리에게 주어진 168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즐거운 상상을 시작합니다./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3-31

500세 시대를 준비하는 회사

“2029년, 인간은 불멸의 과정에 도달할 것이다.” 이런 과감한 선언을 한 과학자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2019년에 잔여 기대 수명이 해마다 1년씩 늘어날 것’이라는 선언입니다.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 엑셀로 계산을 해봤습니다.10년 후 2029년에 66세가 되는 분을 가정합니다. 2029년 인간의 기대 수명을 100이라 하면 남은 기대 수명이 34년입니다. 2030년 즉 그가 67세가 되는 해는 잔여 기대수명이 1년 증가하므로 35년, 2031년에는 36년... 이렇게 해마다 잔여기대 수명이 1년씩 증가한다는 겁니다. 나이를 먹을 수록 기대 수명이 -1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1로 늘어나는 셈이니 인간은 불멸한다는 이야기와 다름이 없습니다.구글 미래학자이며 인공지능 연구를 총괄 지휘하고 있는 과학 사상가 레이먼드 커즈와일의 말입니다. 에디슨의 후계자로 공인된 인물로 그가 내 놓은 147개의 미래 예측 가운데 86%가 현실로 이미 이뤄진 바 있습니다.커즈와일은 머지 않은 미래에 유전자 편집 기술과 나노 공학으로 우리 몸의 건강을 위협하는 온갖 요소들이 거의 제거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저 초라하게 불편한 몸으로 오래 버티는 것이 아니라 활력 넘치며 건강한 상태로 불멸에 가까운 존재로 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71세인 커즈와일의 목표는 2029년까지 최고의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겁니다. 자신의 예측이 그저 이론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고 싶은 듯 치밀한 식단관리, 운동, 영양제 복용 등으로 현재 40대 중반의 신체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요. 구글에서는 2013년 캘리코라는 생명공학 회사를 설립합니다. 목표는 인간 수명 500세 시대를 여는 것입니다. 유전자 공학이 곧 특이점을 돌파해 기하급수적 발전이 이뤄질 것을 기대하며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죽음은 최고의 발명품이다.” 스마트폰을 발명해 낸 스티브 잡스가 한 말입니다. 모든 인문학적 성찰은 ‘죽음’을 마주하는 인생이라는 명제를 기본에 깔고 시작합니다. 잘 죽기 위해서는 잘 살아야 함을 늘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 근본 패러다임이 흔들리고 있습니다.죽음이라는 거울을 마주 보며 대오각성하는 것은 오히려 쉬운 일이었을지 모릅니다. 온갖 편리함과 물질주의의 만연, 게다가 불멸의 기대감까지 차오르는 이 시대에 진정 의미있는 삶을 살아내기 위한 몸부림은 고독한 투쟁일 수밖에 없습니다./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3-28

나만의 별 세계에 출입하는 방법

7살에 폐병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몸이 약해 10살까지 학교 문턱을 넘지 못한 소년이 있습니다. 친구들은 이미 4학년. 공부하고 싶어 학교를 찾았지만 나이가 너무 많다며 거절당합니다. 공부의 기회를 놓친 소년은 절망하지 않습니다. 학교에 가지 않더라도 혼자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중국을 대표하는 지성 린위탕(林語堂) 선생의 글을 접합니다.“독서하지 않는 사람은 자기만의 세상에 감금당한 꼴이다. 그들이 접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의 사람으로 보고 듣는 것이 신변 잡사를 넘지 못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바로 별세계에 출입을 시작할 수 있다.” 소년은 이 문장에서 빛을 발견합니다. 즉시 1천일 독서를 결단하지요. 3년 동안 도서관이나 친구들에게 빌린 책들을 미친듯이 읽기 시작합니다. 책에서 만난 롤 모델은 두 사람. 헬렌 켈러와 강철 왕 앤드류 카네기입니다.나이 마흔 하나에 회사를 창업합니다. “25년 내에 세계적인 회사로 만들고 우리 나라에서 가장 좋은 땅에 가장 좋은 사옥을 짓겠습니다.” 1980년. 비전을 선포한지 꼭 23년째 되는 해 서울 광화문 1번지에 지하 4층, 지상 23층 사옥을 짓습니다. 교보문고와 교보생명을 설립한 대산 신용호 선생의 이야기입니다.초등학교도 밟아보지 못한 대산 신용호. 1천일 동안 책에 푹 빠져 지내며면 학력(學歷)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력(學力)이 위대한 것임을 몸소 체득합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금싸라기 땅에 사옥을 짓고 지하 1층에 세계 최대 규모의 교보문고를 개장합니다. “그 금싸라기 땅에 서점이요? 상가를 지어 분양해야 합니다.” 임원들은 극구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산은 책이 자신에게 베푼 혜택을 기억합니다.대산은 교보 매장을 매일 돌며 직원들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지침을 강조합니다. 첫째 고객에게 친절하고 초등학생이라도 반드시 존대말을 쓸 것. 둘째 책을 한 곳에 오래 서서 읽는 것을 절대 말리지 말고 그냥 둘 것. 셋째 책을 이것 저것 빼보기만 해도 눈총주지 말 것. 넷째 책을 앉아서 노트에 베끼더라도 말리지 말고 그냥 둘 것. 다섯째 책을 훔쳐가더라도 도둑 취급해 절대 망신주지 말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가 조용히 말로 타이를 것.대산은 비록 별똥별처럼 아름다운 궤적을 남긴 채 떨어졌지만, 그가 남긴 유산은 오늘도 우리 가슴에 남아 두근거리고 있습니다. 책을 펴 ‘별세계’에 출입을 시작하는 그대와 저의 하루를 설렘으로 맞이합니다./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3-27

비둘기를 보면 떠오르는 것

로렌츠 연구에 의하면 비둘기는 늑대나 토끼, 개보다 훨씬 더 잔인하다고 합니다. 새장에 갇힌 비둘기들이 싸울 때 서로 죽일 듯 쪼고 물어 뜯고 푸드덕거리며 혈투를 벌입니다. 이때 패자는 목을 내밀며 죽여달라는 시늉을 합니다. 승자 비둘기는 관용을 베풉니다. 로렌츠 박사는 이를 ‘사회적 자제력’이라는 용어로 설명하지요. 개체수가 부족한 동물들은 멸종 위험을 극복하려 스스로 참을 성을 개발한다는 연구입니다.이렇게 잔인한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이 된 것은 1, 2차 세계 대전 영향이 큽니다. 비둘기는 최고 시속 112㎞로 무려 10시간을 연속 비행할 수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1천 ㎞를 비행하는 지구력도 있습니다. 게다가 비둘기 눈에는 특이한 능력이 있습니다. 헤드 업 디스플레이(Head Up Display) 즉 천연 HUD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비둘기가 북쪽을 향할 때 눈에 보이는 색감이 달라져 방향을 알 수 있다는 것을 과학자들이 밝힙니다. 통신 수단이 발달하지 않은 1차 대전때는 비둘기가 중요한 군사적 연락 도구였습니다. 2차 대전 연합군 의사회 심볼이 비둘기였고 훗날 UN으로 전파되면서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으로 사람들 인식을 파고들지요.통일 연구원에서 한국인 1천명을 대상으로 ‘평화’라는 단어를 보고 떠오르는 단어 3개가 무엇인지를 물어보는 검사를 했습니다. 응답자의 21.1%가 비둘기를 떠올립니다. 같은 조사에서 덴마크인이나 미국인은 불과 1%가 평화와 비둘기를 연결지었을 뿐입니다.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요? 남북 대립 상황에서 자라온 기성 세대는 유난히 평화라는 단어를 많이 주입받았습니다. 인식의 골에 깊이 새겨 넣기 위해서는 상징이 필요했을 것이고 비둘기는 어느 새 우리 국민들의 인식에 평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셈입니다. 미국이나 덴마크 사람들보다 24배쯤 더 많이, 더 자주 우리 뇌는 이런 자극에 노출되어 있었던 셈입니다.뇌는 언어에 의해 쉽게 조건화(conditioning)가 이루어집니다. 우리를 지배하려는 세력들이 덫처럼 풀어 놓은 언어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영혼에 스며듭니다. 하나의 이미지가 구축되면 꼼짝 못하고 그들이 원하는 자극-반응의 프레임에 갇혀 버리게 되지요.휘둘리지 않도록 우리의 주체적 생각을 키우는 두 가지 도구가 있습니다. 책과 질문! 끊임없이 질문하는 삶,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삶. 이번 한 주도 그대와 함께 신나게 도전해 봅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3-26

5분만 더 용감하기

엘리자 패리시 러브조이(1802-1837). 미국 미주리 주에 사는 평범한 성직자입니다. 어느 날 흑인이 정당한 재판 절차도 없이 길거리에서 무참하게 처형당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러브조이는 어떻게 이 끔찍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지요. 언어의 힘을 믿는 그는 신문을 창간합니다. 칼럼을 통해 노예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만인은 평등하다는 진리를 외칩니다.노예 해방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이 신문사로 몰려가 협박을 일삼습니다. 러브조이는 묵묵히 칼럼을 쓰고 신문을 발행하지요. 시민들은 폭도로 변합니다. 인쇄기를 쇠몽둥이로 부순 후 강물에 던져버리고 신문이 쌓여 있던 창고에 불을 질러버리지요. 결국 자신들의 뜻에 굴복하지 않는 러브조이를 살해합니다. 사건에 연루된 그 누구도 기소 당하거나 처벌받지 않습니다. 오히려 살인자 중 한 사람을 그 도시 앨턴 시장으로 선출합니다. 정의를 위한 러브조이의 위대한 도전은 무참한 실패로 끝나는 듯했습니다.그로부터 23년 후, 미국은 아브라함 링컨을 대통령으로 선출합니다. 스프링필드에서 활동하던 링컨은 과거 노예 해방을 부르짖던 엘리자 패리시 러브조이 칼럼의 열혈 팬이었습니다.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링컨 가슴에는 정의감이 불타오릅니다. 그 마음 한 켠에 심겨진 언어의 씨앗은 23년 동안 줄기가 자라고 잎이 무성하며 마침내 열매를 맺기 시작합니다.랄프 왈도 에머슨은 러브조이의 의로운 죽음에 대해 연설하면서 이런 표현을 남기지요. “영웅이란 보통 사람보다 더 용감한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보다 5분 더 길게 용감할 뿐이다.” 러브조이, 아브라함 링컨 모두가 우리의 영웅으로 부족함이 없는 분들입니다. 그들은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고 결코 변할 것 같지 않던 세상을 변화시키고 말았습니다. 그 뿌리에는 ‘용기’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이 시대의 노예는 과연 누구일까요? 완벽한 자유가 보장된 것처럼 보이는 21세기. 쇠사슬에 묶인 현대판 노예는 누구이며 이 노예를 해방하는 일은 무엇인지를 질문해 봅니다. 폭도들에게 둘러 싸인 러브조이의 공포를 생각해 봅니다.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살인자들의 광기에 포위당한 그는 두려움과 절망에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직면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때 러브조이는 5분 더 용기를 낼 수 있는 힘이 있었다는 의미겠지요.“5초만 더 용감해지기”. 오늘 저의 결심입니다. 두려움이 엄습할 때, 심호흡 한 번 길게하고 5초만 더 용감해지고 싶습니다./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3-25

제비꽃의 기쁨

어느 날 임금님이 정원에 나가 보았더니 꽃과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깜짝 놀란 임금님은 왜 그렇게 시들어가느냐고 물었습니다. 참나무는 전나무처럼 키도 크지 못하고 멋지지도 않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전나무는 포도나무처럼 좋은 열매도 못 맺으니 죽는 것이 낫겠다고 말했습니다. 포도나무는 장미꽃처럼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임금님은 생각에 잠겨 정원을 거닐었습니다. 그러다가 길 옆에 핀 자그마한 제비꽃에 눈길이 갔습니다. 제비꽃은 그 작은 보랏빛 꽃잎을 뽐내며 생기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것을 본 임금님은 놀랍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물었습니다. 모두가 다 죽어 가는데 왜 너만은 그리 생생하게 살고 있느냐고, 그러자 제비꽃은 말합니다. “임금님께서 저를 여기에 심으신 것은 제가 잘 자라서 꽃피기를 원하시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전 키가 작고 예쁘지는 않아도 꽃을 열심히 피워서 임금님을 기쁘게 해 드리고 저도 기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제비꽃의 기쁨, 즉 ‘나다움’의 비결은 과연 무엇으로부터 오는 것일까요? 무엇이 나를 나 답게 만드는 핵심일까요? ‘질문하는 능력’입니다. 세상만사 정답을 찾아 달달 외우고 익히고 정답의 논리를 내 것으로 우겨 넣는 작업은 나의 나다움을 파괴하고 시스템이 요구하는 사고방식에 나를 끼워 넣는 일의 반복입니다. 나를 서서히 파괴하고 없애는 소멸의 과정입니다. 질문하는 능력은 내 안에 꿈틀거리는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는 힘을 조금씩 길러 줍니다. 제비꽃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임금님이 내게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나는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생각하는 삶은 캐묻고 질문하는 습관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만사를 어린아이와 같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순수함으로부터 나다움은 시작하는 법입니다.모두가 그럴 듯하다 여기는 집단적 사고방식의 익숙함을 깨부수고 낯설고 두렵고 이방인 취급받는다 해도 나만의 고유한 시선, 호기심 가득한 질문을 쏟아내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이런 힘이 일류국가를 만드는 저력이고, 위대한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공통적인 특성입니다. 생명력 가득한 삶은 누구나 추구하는 것을 따라하는 일로부터 오지 않습니다. 진정한 나의 향기, 나다움, 내 안의 꿈틀거리는 진정한 나를 밖으로 끄집어 내는 용기로부터 시작합니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생명 가득한 하루를 결심하는 그대에게 큰 박수를 드립니다./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3-24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손재주가 뛰어나 뭐든 뚝딱 만드는 소년이 있습니다. 4학년에는 가슴에 장인 공(工)자를 함석으로 오려 붙이고 다닙니다. “난 공학 박사가 될 거에요!” 핀잔을 주는 선생님들에게 당당하게 선포합니다. 스물이 되자 해방을 맞습니다. 의사가 되리라는 꿈을 품고 홀로 공부에 매진합니다. 물로 배를 채우며 경희대 한의학과를 졸업하지요.52년의 세월이 흐릅니다. 소년은 82세의 노인이 되어 있습니다. 광화문의 주상복합 아파트 연구실은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합니다. 야구 배트, 철판, 나무 판자 등 헤아릴 수 없는 자질구레한 소품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가득합니다. 버려진 스키를 주워 손으로 뚝딱 조립해 만든 책꽂이를 비롯, 고철에 나무나 쇠 막대기를 덧대어 만든 책상에 남이 쓰다 버린 털조끼를 방석으로 만들어 앉습니다. 노인의 이름은 류근철(1926~2012) 대한민국 한의학 박사 1호입니다.46세에 침술로 제왕절개 수술 마취에 성공해 세계적 명성을 얻습니다. 환자들이 줄을 서기 시작하지요. 큰 돈을 법니다. 병원 부지가 급등하는 바람에 재산이 크게 불어납니다. 이때 류 박사는 결심합니다. “아! 이 재산은 내 것이 아니구나.” 노력과 상관없이 재산이 불어나기 시작하자 더욱 검소하게 생활하기로 마음먹습니다. 2008년 그는 평생을 모은 재산 578억원을 KAIST에 전액 기부합니다. 부인 명의의 아파트 1채만 남겨두고 골동품으로 가득한 광화문의 연구실을 포함, 자동차까지 모두를 쾌척하지요. 578억원 등기서류 전달식에서 류 박사는 눈시울을 붉힙니다. “셋째 딸은 아직도 셋방살이를 하고 있는데…” 전 재산을 기부했다는 소식이 뉴스를 통해 알려지자 다섯 자녀들과 한동안 연락이 끊어졌다는 사연도 있습니다.세습 반대 교수모임이 지난 가을 발표한 격문(檄文) 제목이 떠오릅니다. “한국 교회를 위해 목 놓아 우노라!” 초대형 M교회에서 온갖 편법을 동원, 아들에게 위임목사 자리를 물려준 사건이 발단이 된 거지요. 간디는 일곱가지 악(惡)을 말합니다. 철학 없는 정치, 도덕 없는 경제, 노동 없는 부, 인격 없는 교육, 인간성 없는 과학, 윤리 없는 쾌락, 희생 없는 예배.돈이나 명예, 권력의 획득 수단으로 고전이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 이미 그 책은 문제집이나 학습지에 불과합니다. 삶 전체를 갈아 엎고 우리의 굳어진 얼어붙은 지성을 깨우는 도끼여야 고전이라 할 수 있지요. 세교모 격문을 보고 함께 우는 지도자들이 늘어나기를 기도합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3-21

나의 삶, 나의 죽음에 대해

타이타닉은 10억 달러 매출로 세계 영화 신기록을 깼습니다. 남녀의 사랑을 중심으로 그렸지만 침몰 중 알려진 이야기 중에는 감동적인 내용이 많습니다. 구조담당 승무원 중 살아남은 찰스 래히틀러는 17쪽 분량의 상세한 기록을 남겼습니다.애스터(Astor)는 세계 최고의 갑부로 임신 5개월 된 아내를 구명 보트에 혼자 태워 보내며 강아지를 안고 시가를 피우며 외칩니다. “사랑해요. 여보!” 선원이 애스터씨도 보트에 타라고 권유하자 일언지하에 거절하지요. “사람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철강 갑부 벤자민 구겐하임은 화려한 턱시도로 갈아입고 말합니다. “죽더라도 체통을 지키고 신사답게 죽겠소!” 구명조끼마저 거부하고 신사의 품격을 지킨 그는 당당합니다. 후손들이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립하지요. 메이시(Macy) 백화점을 세운 백화점 왕 슈트라우스씨는 세계 2위의 부자였는데 그는 사랑하는 아내 로잘리를 어떻게든 설득해서 구명보트에 태우려 애씁니다. 로잘리는 남편을 두고 혼자 구명보트에 오르는 것을 거부하지요. “당신이 가는 곳에 언제든 함께 했어요. 끝까지 함께 갈 거에요.” 부부는 팔을 꼭 잡은 채 최후의 순간을 기다립니다. 브롱크스 메이시 백화점에는 ‘바닷물로 침몰시킬 수 없었던 사랑’이라 새긴 부부의 기념비가 있습니다.배가 급격히 기울고 물에 빠져들기 시작하자, 삶과 죽음의 마지막 순간 사람들이 서로에게 외칩니다.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을 사랑해요!” 찰스 래히틀러는 이 모든 광경을 목격한 후 기록합니다. “타이타닉의 마지막 순간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죽음조차 그 위대함 앞에서는 한없이 초라해지는 것을 저는 보았습니다.”타이타닉호에는 일본인 탑승객도 있었습니다. 호소노씨는 잽싸게 여자로 변장한 후 10번 보트에 몸을 구겨 넣습니다. 귀국 후 이 사실이 드러나고 모든 일본 신문과 여론은 공개적으로 그를 비난하지요. 10년 뒤 수치와 후회로 가득한 삶을 마감합니다.내가 만약 타이타닉 최후 승객으로 후회 없이 죽음을 담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 내적 원동력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누구나 죽지만 결코 나는 죽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며 살아가는 우리들. 그리고 나 자신. 후회없이 아낌없이 사랑하며 살며 배우는 오늘 하루였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을 꿉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 주위 사람들과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함께 해서 영광이었습니다.”/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3-20

눈에 보이는 게 없어 두려울 것 없는 남자

폭발 사고가 일어납니다. ‘번쩍’하는 섬광이 스물 한 살 그가 마지막으로 본 빛입니다. 시력을 잃은 절망 끝에 저수지에 몸을 던지기도, 철길에 누워 기차를 기다리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라디오에서 귀가 번쩍이는 소리를 듣습니다. 대학생인데 시각 장애인이라는 사연이 흘러나옵니다. 전화를 걸어 주인공을 만납니다. 시각장애인 대학생은 청년에게 점자 읽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한 페이지 읽는 데 4시간이 걸리는 고된 훈련입니다. 손끝 감각을 예민하게 하려고 사포로 문질러 살갗을 벗겨내고 피를 닦아 가며 점자를 읽습니다. 대학 공부하기. 결혼하기. 컴퓨터 배우기. 이 목표를 이루는데 28년 걸립니다. 남자의 이름은 송경태.다음 목표는 마라톤입니다. 안내견과 춘천마라톤 5㎞ 코스를 완주합니다. 10㎞, 하프, 결국 울트라 마라톤까지 성공하지요. 시동이 걸린 남자는 멈추는 법을 모릅니다. 미 대륙 4천㎞를 달려서 횡단하는데 성공합니다. 사하라 사막, 고비 사막을 완주했으며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 남극대륙까지 모조리 횡단해 버립니다. 다 합치면 1천㎞가 넘는 사막코스 그랜드 슬램 기준을 장애인 최초로 돌파하지요.히말라야에 도전합니다. “안나푸르나 정상 부근에서 셀파 배낭 잡고 따라가는데 일행이 펑펑 우는 거에요. 폭 30㎝ 구간에 양쪽 절벽이 600m인 구간을 기어서 갔더라구요. 눈이 뵈는 게 없으니 아무 것도 모르고 간 거죠. 안 보이는 것이 이럴 때는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때로는 보이는 것이 두렵게 만들거든요.” 끝없는 모험 가운데서도 그는 1년 평균 100권을 읽습니다. 해마다 한 권의 책을 씁니다. 2000년 석사, 2011년에는 박사 학위를 취득합니다. 다음 생에도 시각 장애인으로 살 수 있겠냐는 질문에 거침없이 답합니다. “예! 받아들일 겁니다. 이 시련이 없었다면 저는 도전하는 삶을 살지 않았을 게 분명합니다. 저는 지금 내 삶에 감사합니다.”인생 여정에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우리를 덮칠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나를 둘러싼 환경이 그 어떠하든, 그 상황 가운데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결정권은 오직 내가 쥐고 있다는 것입니다. 승리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승리의 조건을 발견하고 패배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의 이유를 찾아냅니다. 상황에 지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용암같은 뜨거운 열정으로 승리의 조건을 찾아 담대히 도전하는 그대의 하루를 응원합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3-19

대기권을 돌파하면

단치거와 레바브는 2011년 이스라엘 직업 재판소의 심리 및 판결에 대해 흥미로운 조사를 진행합니다. 이 연구는 판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가석방 판결을 내리는가를 밝혀내 세상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연구자들은 10개월 동안 8명의 판사들이 내린 1천112건의 가석방에 관한 판결을 분석하지요.기운 넘칠 때 심리한 ‘아침 첫 사건’과 ‘점심식사 이후의 첫 사건’에 가석방 비율이 65%로 가장 높습니다. 반면 정신적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 티타임 직전이나 점심 먹기 직전의 사건은 15∼20%로 뚝 떨어집니다. 가석방의 판단 기준이 법적 논리나 사건의 정황 증거가 아니라 놀랍게도 판사들의 ‘정신적인 피로감’에 의해 좌우되고 만다는 것을 밝혀낸 겁니다. 피로가 심한 시간에는 가석방이라는 모험을 감행하지 않는 보수적인 쪽으로 결론짓고 있음을 누가 보아도 객관적으로 알 수 있었지요. 이 실험 역시 인간의 의지력이 한정적 자원이므로 얼마나 쉽게 고갈되는 지를 알게 해 줍니다.우주선이 대기권을 돌파하려면 막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대기권을 돌파한 후에는 태양열 접지판 미량의 에너지로 수십년 임무를 수행하지요. 습관 만들기 또한 우주선 발사의 원리와 비슷합니다. 지구의 중력처럼 우리 정신적 시스템은 의지력의 고갈을 불러옵니다. 이 장벽을 뛰어 넘으려면 초기 에너지를 집중 투자해야 하지요.숀 코비는 말합니다. “나는 당신의 영원한 동반자입니다. 당신의 가장 훌륭한 도우미이지만, 때로는 가장 무거운 짐이 되기도 합니다. 나는 당신을 성공으로 이끌기도 하지만 끝없는 실패의 나락으로 끌어내리기도 합니다. 당신의 행동 90%가 나에 의해서 좌우됩니다. 나는 당신의 행동을 빠르고 정확하게 결정짓습니다. 나는 위대한 사람들의 하인일 뿐 아니라 실패한 모든 이들의 주인이기도 합니다. 나를 길들여 주십시오. 부디 나를 훈련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습관입니다.”어제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여러 행위들은 의지력의 고갈을 불러옵니다. 운동하기가 작심삼일로 쉬 끝나는 것은 운동하러 신발 끈을 묶기까지 의지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일기나 글쓰기 연습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는 일 등은 모두 의지력의 소모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초기에 강렬한 에너지를 투자해 습관으로 길들이는 것입니다. 2019년, 그대가 어떤 습관을 만드는 데 성공할 지 궁금합니다./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3-18

자아의 고갈에 대처하는 방법

한 대학 연구실에서 초콜릿 쿠키 굽는 냄새가 은은하게 퍼집니다. 연구자는 실험 대상을 두 그룹으로 나눕니다. 한 그룹에게는 초콜릿 쿠키를 맘껏 먹도록 합니다. 반면 다른 한 그룹에게는 초콜릿 쿠키를 먹지 못하게 금지하는 대신 얇게 자른 씁쓸한 무를 억지로 먹게 합니다.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이들에게는 풀기 어려운 문제가 주어집니다. 연구자는 두 그룹 학생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문제를 푸는데 에너지를 쏟는지 측정합니다.쿠키를 먹은 학생들은 평균 19분 가량 문제 풀이에 시간을 투자합니다. 반면 쓴 무를 먹게 한 그룹은 겨우 8분 정도 문제를 풀다가 중도에 포기해 버리고 말지요. 19분과 8분. 의미있는 격차가 발생합니다. 이번에는 음식을 차려 놓지 않고 평균적인 학생들을 실험대상으로 불러 모아 문제를 풀게 합니다. 그들이 문제를 붙잡고 씨름하는 시간 역시 평균 19분입니다.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의 부부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와 다이엔 타이스가 진행했던 실험으로 ‘의지력’은 과연 고갈되는 자원인가를 입증해 보는 실험입니다.쿠키가 코 앞에서 식욕을 자극하는데 먹지 말 것을 강요당한 학생들은 맛없는 무를 먹으면서 쿠키를 한 입만 먹으면 좋겠다는 욕구와 씨름하지요. 식욕을 참는 것은 상당한 의지력을 요구합니다. 이들이 문제를 푸는데 불과 8분 밖에 집중할 수 없었던 이유는 쿠키를 먹고 싶은 욕구를 참느라고 의지력을 이미 상당부분 고갈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연구자는 이 효과를 ‘자아의 고갈’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인간 의지력은 한정적 자원이고 의지력을 쓰는 빈도에 따라 총량이 감소한다는 겁니다.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여러 행위들은 의지력의 고갈을 불러옵니다. 예를 들면 독서입니다. TV나 인터넷의 유혹, 스마트 폰의 달콤함을 참으면서 책에 집중하는 일이 힘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거지요. 스마트폰이 갓 구운 쿠키라면, 책은 쓰디 쓴 무 아닐까요? 지혜의 산삼에 비유되는 고전은 씁쓸하고 맛이 없습니다. 한참을 씹어 먹어야 깊은 향과 맛을 느낄 수 있겠지요.한정적 자원인 ‘의지력’을 고갈시키지 않으면서 의미있는 행동을 반복하기 위해서는 이를 ‘습관’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비록 초기에 투자해야 하는 에너지가 막대하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높지만 말입니다. 약간의 어려움이 있다 해도 이 아름다운 봄날에 어떤 좋은 습관을 만드는 일에 에너지를 투자할 것인지 고민하는 하루는 어떠신지요?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3-17

파란 리본

선생님이 학생들을 한 명씩 앞으로 부른 후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가를 설명해주며 “당신은 내게 특별한 사람입니다”라고 쓴 파란 리본 하나를 달아줍니다. 선생님은 파란 리본 3개씩 더 나눠줍니다. “여러분, 리본 3개를 갖고 가서 주위 사람들에게 오늘 제가 여러분에게 한 것처럼 당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말해 주는 거에요.”한 학생이 학교 근처 회사를 찾아갑니다. 진로 상담을 해 준 회사 부사장이 떠올랐기 때문이지요. 정중하게 호의와 친절에 감사를 표한 후 2개의 리본을 선물하며 말합니다. 부사장은 다음 날 회사의 CEO를 찾습니다. 사장은 구두쇠에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자로 회사에서 누구에게도 존경을 받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부사장은 그에게 파란 리본을 달아 주며 사장의 천재성과 창조성에 대해 진심으로 존경을 표합니다. 사장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합니다. “아, 정말 고맙소.”퇴근 후 사장은 열일곱 살 아들에게 말합니다. “아빠에게 오늘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부사장이 내가 창조적이고 천재적인 인물이라면서 이 리본을 달아 주었단다. 다른 리본을 하나 더 건네며 내가 특별히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달아 주라는 거야. 집으로 오면서 누구에게 이 리본을 달아 줄까 생각하다가 널 생각했어. 아빠는 너에게 이 리본을 달아주고 싶다.”먹먹한 침묵이 흐릅니다. “바빠서 너한테 별로 신경을 쓸 수가 없었어. 네가 성적이 떨어지고 방안을 어질러 놓는 것에 대해 고함을 지르곤 했지. 하지만 아빠는 이 말을 꼭 해 주고 싶어. 너는 내게 누구보다도 특별한 사람이야. 넌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이지. 넌 훌륭한 아들이란다. 아빠는 널 정말로 사랑해.” 아들은 흐느껴 울기 시작합니다. 아빠도 눈물을 쏟기 시작합니다. 아들이 울먹이며 말합니다. “아빠, 사실 저는 오늘 밤 자살하기로 결심하고 유서를 쓰고 있었어요. 세상에서 그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든요. 이제 자살 따위는 필요 없어졌어요.”열일곱 아들처럼,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혼자 울며 외로워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지는 않은 걸까요? 비록 파란 리본은 없어도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그들이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를 표현해 보는 어떨까요? 어색하고 쑥스럽겠지만 말입니다. 작은 실천이 누군가에게는 암흑에서 빛을, 죽음에서 생명을 선물하는 위대한 선물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대에게 파란 리본 3개를 살포시 놓아 드립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3-14

아프리카 소년의 꿈 (2)

기력을 회복하는 동안 소년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받습니다. 어쩌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합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책을 꺼내 읽습니다. 닳아 빠진 두 권의 책은 외울 정도입니다. 불멸의 고전 두 권이 목표와 꿈을 되살려줍니다.여행 15개월째. 고향에서 1천500㎞ 떨어진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 도착합니다. 6개월을 머물며 여비를 벌며 틈이 나면 도서관을 찾습니다. 어느 날 사진이 가득 실린 미국 대학 편람을 발견합니다. 수많은 캠퍼스 사진들을 마주하며 가슴이 뜨거워진 소년은 워싱턴 주 마운틴 버넌에 있는 스캐짓밸리 대학에 유독 마음이 끌립니다. 레그손은 학장에게 처지를 설명하고 장학금을 신청하는 편지를 쓰지요. 학장은 아프리카 소년의 편지에 감동해 입학을 허락할 뿐 아니라 장학금과 숙소, 일자리까지 제공하겠다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장애물이 첩첩산중입니다. 여권을 받으려면 정부에 출생증명서를 제출해야 하고 왕복 항공권을 살 수 있는 여비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비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소년은 멈추지 않고 다시 펜을 집어듭니다. 멘토인 선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지요. 그들은 즉각 정부 관계자들과 협의, 레그손의 여권을 발급해 줍니다. 하지만 항공료를 마련하는 일은 진척이 없습니다. 레그손은 절망 대신 묵묵히 발걸음을 옮겨 북쪽으로 걷는 편을 택합니다. 카이로에 도착하면 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오히려 수중에 남은 돈을 탈탈 털어 구두 한 켤레를 삽니다. 스캐짓밸리 대학 교문을 맨발로 들어가지 않으려는 결단입니다. 한 아프리카 소년의 꿈을 좇는 도보 여행에 대한 소문이 유럽과 대서양을 건너 미국 워싱턴주 마운트버넌까지 퍼집니다. 항공 운임 650달러는 스캐짓밸리 대학 학생들과 시민들이 성금을 모아 순식간에 해결하지요.결국 집을 떠난지 2년 2개월만인 1960년 12월. 레그손 카이라는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보물처럼 간직한 책 두 권을 가슴에 품고 스캐짓밸리 대학 교문을 통과합니다. 소년은 대학을 졸업한 후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정치학 교수이자 작가로 발돋움하지요. 레그손 카이라는 말합니다. “나는 환경의 희생자가 아니다. 내 인생의 주인이다.”닳아 빠진 두 권의 책, 언어를 사용하는 능력. 무엇보다 그 영혼 안에 담긴 위대함을 향한 배움의 열정과 꿈이 그의 삶을 당당하게 빛나게 했습니다. 그 빛은 등대가 되어 이 새벽 우리 마음을 환하게 밝힙니다./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2019-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