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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받기만 했던 사람들

최신 유행의 `셔플댄스`를 추면서 아이들이 부른 아일랜드 팝송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의 가사에는 “당신이 나를 일으켜 주기에 높은 산에 오를 수 있고 폭풍이 이는 바다도 건널 수 있어요”였다. 함께 장단을 맞추며 듣던 관중들도 눈을 지그시 감으며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지난 2월 하순 서울의 어느 보육시설 소속 아이들과 그들을 2년간 지원해 온 한 단체가`행복드림봉사단`을 조직해 노인요양센터에서 함께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 요양원에서 아이들과 봉사단은 노래를 불러 드리고 청소를 하고 노인들을 부축해 산책도 한 것이다. 가정 형편 탓에 보육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은 도움을 주는 것보다 받는 일에 더 익숙했지만 이날 만큼은 봉사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방 청소를 맡은 한 아이는 “생각보다 재미있고 보람찼다. 손을 많이 타는 침대 손잡이나 창틀을 열심히 닦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도움만 받아온 것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남을 돕는다는 일에 즐거움을 가져야 겠다”고 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 2010년부터 동생 두 명과 함께 이 보육시설에 있는 한 학생은 지난해 요양원, 그리고 다른 보육시설 등에서 114시간이나 봉사활동 하여 `봉사왕`으로 뽑힌 사실도 있었다. 가난한 것은 불편한 곳도 있지만 참고 기다리는 인내는 나보다 더 못한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라는 격언을 언제나 마음속에 간직한 결과라 한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그 학생은 “나보다는 활달한 성격으로 오늘 부를 노래를 열심히 준비한 동생들이 더 자랑스럽다”고 했다. 우리가 부를 노래를 통해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노래를 듣고 그분들에게 용기와 희망으로 보답하고 싶었던 것이 보육원 아이들의 소망이었다. 정말 가난한 형편은 수치가 아니다. 희망과 용기와 인내심을 가지고 얼마나 성실하게 생활하느냐가 문제인 것 같다. 받기만 했던 아이들-도움의 손을 내민 것이 대견하다. /손경호(수필가)

2012-04-26

맛있게 먹어야 보약

보통 밥이라 하면 쌀, 보리, 좁쌀 따위를 씻어서 솥에 안친 후 물을 부어 낱알이 풀어지지 않게 삶아 익힌 음식을 말한다. 한국사람들은 평생동안 하루 세끼씩 주로 먹는다. 물론 밥 이외에 국수나 그 밖에 다른 음식을 먹기도 하지만 밥이 우리 생활의 위주이다. `밥이 보약이란 말`이 있지만 밥도 맛있게 먹어야 보약이 된다고 한다. 밥을 맛있게 먹는 첫 번째 조건은 쌀이다. 무엇보다 재료가 좋아야 밥을 해도 맛있다. 두 번째는 불 조절이니 그것 또한 기술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밥을 잘 짓는데 밥알이 부드럽고 기름 지며 윤기가 흐른다고 했다. 좋은 밥을 짓는 핵심 조건으로 재료와 기술을 꼽았다. 다음은 계절에 맞고 장소에 어울리는 반찬이 중요하다. 그리고 때에 따라 나오는 반찬이 잘 맞아야 한다. 그 다음 좋고 맛있는 밥을 먹기 위해서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야채이다. 씹으면 상큼한 맛이 풍기는 것으로 계절에 따라 그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의 밥상 오른쪽에는 국을 놓고 왼쪽에는 밥을 놓는다. 그럴만치 밥상에는 국이 반드시 낀다. 그리고 또한 중요한 것은 밥을 언제 먹느냐는 것이다. 음식은 때를 맞춰 먹어야 한다. 산해진미가 차려진 진수성찬이라도 배부를 때 내놓은 밥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밥상에 국 한 사발 놓였어도 맛있게, 그리고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면 그것이 진미요, 보약이 된다. 그 다음 음식을 담는 그릇이다. 어떤 음식이라도 그릇에 따라 그 품위가 달라지고 음식의 효과도 달라진다. 그릇에 사치를 할 필요는 없지만 음식과 그릇이 조화를 이루면 음식이 더욱 맛깔스럽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형식 역시 중요하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그리고 음식을 어디서 먹느냐에 따라 음식맛도 달라진다. 음식을 먹는 가장 의미있는 것은 동반자이다. 누구하고 어떤 관계의 사람하고 밥을 먹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 마음에 맞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어야 맛있게 먹을 수 있다./손경호(수필가)

2012-04-25

토종과일의 인기

가야문화 유적지를 답사하다 경북 성주에 들린 적이 있다. 들판에 비닐하우스의 장관을 이루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참외하우스 단지다. 우리나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토종과일로 전국 생산의 60% 이상을 재배한다는 농가를 방문했다. 영농가의 말로는 “참외는 우리 민족의 과일”이라고 열을 올리며 설명한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여름을 대표하는 과일이기도 하지만 한국을 벗어나면 보기 힘든 토종 과일이기 때문이라 한다. 가까운 나라 일본, 중국에도 없으며 오로지 한국이 그 원산지라고 한다. 과거와 달리 여름 과일로 유명했지만 이제는 사시장철 참외를 맛볼 수 있어 그 인기도는 언제나 한결같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인들에게, 세상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한국 참외가 수출돼 오히려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과일로 변한 것이다. 참외가 민족 과일이라는 것을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거짓이 아닌 참`외`인 것이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것으로 `오이`의 준말이라고 나오나 오이와는 모든 것이 다르다. 모양은 물론이요, 품위와 당도가 달라 값의 차이도 엄청나다. 참외라는 이름을 한자로 풀어보면 우리 조상들이 참외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인식의 일단을 찾을 수 있다. 한자로 오이과(科)를 쓰는 과일이나 채소가 몇가지 있다. 참외로 그중에 하나인데 진짜라는 뜻에서 진과(眞科)라고도 한다. 지금 우리가 부르는 오이라고 하는 채소는 토종의 진짜 오이가 아니라 서역 오랑캐 땅에서 전해졌다는 뜻에서 호(胡)과다. 호박은 남과(南)과이고 원산지가 남미이다. 그래서 남쪽이란 뜻이고 사과를 서(西)과라 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참외는 우리에게 단순한 과일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남녀노소, 빈부귀천 없이 누구나 먹었던 과일이다. 빈부귀천없이 누구나 먹었던 과일이다. 그뿐만 아니라 보릿고개를 맞은 농민들은 가을에 벼를 수확할 때까지 식량이 부족하면 밥대신 먹는 양식이기도 했다. 노랗고 고운 빛깔이 일본인에게 매료되고 있는 과일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4-23

기준이 무너지면

옛날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면 국민학교 때와는 달리 전공 선생님이 모두가 다르다.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로 맞이하는 선생님의 성품을 몰라 긴장된 사람들이 많았다. 전공 선생님 중 가장 학생들이 두려워 하고 위엄이 있어 보이는 선생님은 체육교사이다. 생긴 모습도 우람하고 목소리도 차랑차랑해서 겁부터 먼저났다. 처음의 수업시간에 훈련시키는 것이 도열이다. 넓은 운동장에 60여명을 모아 놓고 키 큰 선두가 기준이 되어 좌우의 열을 맞추는 훈련이 긴장된 시간이었다. 기준이 옮겨감에 따라 그 이하의 줄도 기준에 맞춰 신속하고 반듯하게 정돈하는 수업인데 한 눈 팔다 대열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생겨 전체가 기합을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위기도 마찬가지다. 한 나라의 위기가 밖이 아니라 내부에서 생겨난다. 나라의 흥망성쇠도 내부에서 일어나고 막강한 제국들도 나라 안의 문제로 무너지는 사례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내부의 기강이 해이되고 기준을 잃으면 나라는 망하게 되고 정권은 무너지고 만다. 나라나 공동체가 유지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경제적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것도 이러한 기준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데모대에는 물대포가 난무하고 국회안에서 최루탄이 터지는 것은 뭔가 무너지고 있는 모습이다. 고급관리들이 부정부패에 휘말려 뉴스시간이면 매일같이 경찰이나 검찰에 불려가고 누구는 몇 년 형을 받고 받은 액수가 수 억원이지만 대가성이 없는 거라고 한 쪽에서 발뺌만 하고 있다. 경제는 위축되고 정치는 혼란스러워 국민들만 불안한 가운데 양극화만 점점 벌어지고 있다. 큰 사건이 일어나도 책임질 사람은 없고 `나는 모르는 일이다`로 일관하고 있다. 안정된 사회일수록 가치판단에 갈등이 적다. 내가 하면 잘 한 것이고 남이 하면 국익이 생기는 일이라도 흠집을 내고 결사 반대하는 풍조는 기준도 없을 뿐더러 그 기준이 흔들린다는 것이 뻔한 일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4-20

다시 3불(不) 정책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많은 간섭과 제한을 받고 성장해 간다. `하라`는 것 보다는 `하지 마라`고 하는 것이 너무 많다. 떠들지 마라, 울지 마라, 동생 때리지 마라 등 통제가 너무 심했다. 기독교 교리인 십계명에도 아홉가지는 하지마라 이고 `하라`고 한 것은 한 가지 뿐이다. 집에서도 전부가 하지마라 인데 오로지 하라고 하는 것은 공부 뿐이다. 한 때 3불(三不)정책이란 것이 있었다. 대학입시에서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의 세 가지를 금지하는 교육정책이다. 본고사는 대학이 정부가 허용하는 논술이나 면접 외에 자체적으로 주요과목에 대한 시험을 보는 것이다. 고교등급제는 학교 사이에 존재하는 학력격차를 입학 사정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기여입학제는 대학에 기부금을 내거나 대학 발전에 도움을 준 사람의 후손에게 특례입학을 허용하는 것이다. 본고사는 고액과외를 부추기고 고교 등급제는 학교를 서열화 하며 기여입학제는 부유층에 특혜를 줘서 불평등을 조장할 것이란 이유로 강제로 금지한 것이 3불이다. 정책을 수립한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 팽팽하게 대립되어 오랜 세월을 끌고 왔다. `3불`을 둘러싼 논쟁은 다분히 이념적인 것이었다. 여야가 대립된 처지에서 찬성과 반대가 엇갈려 오랜 시간 논쟁만 해왔지 어느쪽 우세한 곳이 없다. 지지하는 쪽과 폐지하는 쪽은 기회균등과 평등을 앞세우고 반대쪽은 자율과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지향점 자체가 달라서 토론을 통해 합의에 이르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격론이었다. 그런데 교육현장에 생긴 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물수능`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쉬워졌다. 교과부는 앞으로도 수능을 계속 쉽게 출제하겠다고 예고했다. 다음 고교 내신 평가방식이 지금까지의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뀌게 된다. 교육정책이 한 해도 몇 번씩 바뀌고 갈팡질팡이다. 초·중·고 교사와 학부모도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믿을만한 정책으로 교육의 지표를 기대한다. /손경호(수필가)

2012-04-19

복지의 효율화

정책에 대해서 언제나 찬·반이 생기는데 어찌 된 것인지 복지에 관한 한 보수·진보가 별로 다르지 않다. 복지확대에는 의견이 같다. 필자도 복지정책에 대한 강의를 많이 듣고 가르친 적도 있다. 하나같이 복지는 돈(예산)이다. 세입·세출은 유동적이다. 세입은 그대로인데 복지 지출만 늘리면 다른 예산은 줄여야 한다. 부산의 한 지자체는 기초노령연금을 못 줄 정도라 한다. 내년 예산을 미리 끌어다 쓰는 것도 검토 중이라 한다. 수입을 같이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복지지출만 늘리면서 벌어진 사달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돼도 할 말 없게 되었다. 무분별한 처사라고 비난을 받아도 마땅한 일로 공감하고 있다. 어느 복지 전문가의 견해도 “사회 복지만 복지가 아니라 터널사업 같은 교통사업도 보편적 복지”라 했고 “복지예산을 무조건 많이 주는 것도 좋지 않다”고 한다. 복지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건 규모가 아니라 그 효과이다. 최소의 지출로 최대 만족을 얻는 복지 지출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출이 불어난다고 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건 아니다. 실제로 우리 복지 예산은 연평균 9%씩 늘어나지만 복지 확대를 체감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렇게 된 까닭은 비효율적인 복지 시스템 탓이 크다. 또 하나의 문제가 되는 것은 복지전달체계가 낙후돼 있다는 것이다. 원스톱 복지 서비스는 커녕 엉뚱한 사람이 그것도 부유층에 속하는 사람이 `공돈`을 받아가는 유령 연금 등이 생각보다 그 수가 상당하고 금액도 많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 지출을 늘리는 건 그야말로 큰 낭비인 것이다. 복지는 한번 늘리면 다시 줄이는 게 대단히 어려운 실정이다. 적은 돈을 쓰면서도 더 큰 효과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복지 대상을 면밀히 검토하고 분류하여 복지 목적도 분명히 해야 한다. 증세 주장보다 복지 효율화를 먼저 생각하자. /손경호(수필가)

2012-04-18

게임문화

오늘날 우리사회에 게임중독으로 인해 청소년들이 장래를 망치는 경우가 곳곳에 생겨 커다란 문제거리가 되고 있다. 고질적인 것으로 게임하면 어린 학생인 주로인 청소년이 먼저 떠오르지만 기성세대인 어른에게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가정이 파산되고 재산을 잃고 죄값을 치루는 어른들도 많다. 게임은 취미에서 시작되어 취미로 끝나야 하는 것인데 거기엔 반드시 중독성이 깊숙히 잠재돼 사회와 가정이 병들고 있다. 노름이라고 하는 도박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노름`이라고 하는 말은 재물을 걸고 주사위, 골패, 마작, 화투, 트럼프 따위를 사용해 서로 따먹기 내기를 하는 짓을 말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노름은 놀음(놀이)에서 시작됐다는 말도 있다. 여가를 선용하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건전한 놀이가 변한 것이라 한다. 청소년에게 있어서 게임문화는 이제 청소년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여유시간이 부족한 한국 청소년에게 멀리 가지 않아도 되는 컴퓨터는 좋은 오락거리다. 그러나 새로운 현상에는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PC방에 갈 용돈이 부족한 일부 학생은 친구의 돈을 빼앗는다. 게임에 빠지면 자연스럽게 게임의 논리에 따라 레벨 업(Level up)이 필요하기에 공부를 등한시 한 채 게임에 매달리는 학생들도 많아지고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폭력적인 게임을 접하게 되면서 실제 현실의 폭력에 무감각 해 질수 있다는 것이다. 가상 폭력을 모방하는 사회학습이 발생해 폭력적 행동을 분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되거나 중독된 청년으로 인해 각 가정과 학교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다. 이러한 문제의 사전예방책으로 청소년들이 게임 대신 즐길 수 있는 건전한 여가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갈 곳을 놔두고 그 곳으로 선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선 학교와 가정에서 내몰린 폭력 청소년을 따뜻하게 수용할 수 있는 효과적 방안을 먼저 찾아야 한다. 중독은 안된다./손경호(수필가)

2012-04-17

궤변으로 항변해요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맞는 것처럼 꾸며 내는 일을 궤변이라 한다. 최근에 발간된 책 가운데 `보이지 않는 고릴라`라는 번역서가 화제다. 인지심리학에 입각해 인간 정신력의 한계와 인간의 무지를 경고한 책이다. 이 책의 내용 가운데 한국사회의 병리현상을 그대로 설명하는 것 같은 대목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인간은 흔히 자기가 보려고 하는 사물에 주의를 집중한 나머지 다른 중요한 정보를 놓치는 `주의력 착각`에 빠져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려는 습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교훈은 인간 주의력과 기억력의 한계를 지적하며 인간의 주지주의적 오만함을 일갈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을 조금 달리 해석하면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남남갈등`에 적용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남남갈등이란 한국 사회에서 여러 쟁점에 대해 여론이 나뉘며 분열하는 이념적 갈등의 제반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특히 북한에 대한 태도와 관련해 남남갈등이 일상화돼 있다. 한 가지 예가 천안함 피폭 사건이다. 사건 초기부터 언론에는 갖은 소문들이 난무했다. 심지어 현정부와 미국의 합작에 의한 조작설까지 제기됐다. 그후 4개국 국제전문가가 포함된 민군합동조사단이 최종 발표를 통해 북한의 소행임을 확인하며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음에도 우리 사회엔 여전히 천안함에 대한 뒷소문이 정가와 사회단체에 떠돌고 있다. 극소수이긴 하지만 친북이나 종북단체의 궤변으로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믿으며 북한을 옹호하는 듯한 주장을 고수하는 이들은 자신이 믿고 있는 신념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이념 지향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우리의 안보를 되돌아 보고 슬픔을 당했던 유족을 위로하고 함께 사는 진정한 동족의식을 다시 느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궤변은 억지요, 인정하지도 않고 통하지도 않으며 믿는 사람도 없다. 억지는 무리요 무식이며 현명치 못한 일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4-16

인생은 무상이다

큰 지혜를 가진 이는 어리석어 보이지만 사람들이 헤아리지 못함이요 진리를 거두고 놓는데 또한 걸림이 있겠는가. 물질이 정신을 지배하는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치관이 전도되어 지구상의 질서가 허물어지고 점점 혼탁해져 가고 있다며 정신 수행을 통해 모든 이들이 대자유와 밝은 지혜를 얻기 바란다는 유명한 법어로 대한불교 조계종 제13대 종정으로 추대된 진제 스님은 모든 수행자들의 스승으로 선출되게 되었다. 그 분이 평소에 자주 쓰는 법어로 마음을 낼 것 같으면 가지가지 진리의 법이 현전하고 마음을 내지 않으면 가지가지 진리의 법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숱한 꽃들이 피는 것은 누구를 위함인가. 자고새 우는 곳에 온통 꽃들의 향기가 가득하네. 두 칸 토굴에 다리를 펴고 누웠으니 바다위 맑은 바람 만년토록 새롭도다. 몸은 뜬 구름같고 마음은 청풍이라. 세계평화는 만세토록 영원할지라고 했다. 1953년 경남 남해 출신의 스무 살 청년은 친척과 함께 가까운 암자를 찾았다고 한다. 종정을 지낸 석우 스님이 거처하던 해관암이라 한다. 스님은 이 청년의 자질이 뛰어난 것을 보고 “한 번 `중놀이`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청년이 다시 “중놀이를 하면 어떠한 좋은 점들이 있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스님의 대답은 “범부가 위대한 부처가 되는 법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대화의 인연으로 출가한 청년은 50여년 뒤 종단 최고 어른인 종정에 추대됐다. 모든 종교의 경우처럼 인생은 무상이요, 허무한 것이며 빈 것(空)이라 했다. 풀잎에 맺힌 이슬같고 지나가는 바람같고 흐르는 물이라고도 했다. 이러한 무상과 허무와 빈 것에서 진리의 구도를 찾고 삶의 참 뜻을 찾는 구령자가 바로 종교의 선지식이라 할 수 있다. 종교와 신앙이 없다면 인간은 방황하고 살 길을 잃어 제 명(命)을 다하지 못하고 나그네처럼 떠돌다 암흑으로 사라진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언젠가는 없어진다는 진리에 고개 숙인다. /손경호(수필가)

2012-04-13

인간은 가능성의 보따리

사람을 가리켜서 인간이라고 한다. 그리고 목숨을 가진 사람의 존재를 인생이라고 부른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동물로 태어나지 않고 인간으로 태어난 것을 축복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돼지가 되어 즐거워 하는 것보다 사람이 되어 슬퍼하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인간은 동물과 다르다. 그런 까닭으로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면서 인간의 올바른 면모를 갖기가 정말 어렵다. 유태인들의 생활규범인`탈무드`에 보면 “이 세상에는 그릇된 생활을 하고 있는 세 가지 인간형이 있다”고 했다. 첫째는 금새 화를 내는 인간형이 있고 간단히 사람을 용서하는 인간이 있는가 하면 너무나도 완고한 인간형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불안정을 소유한 개체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교육을 통한 지식과 지혜를 얻고 경험을 통한 인간자세를 연마하면서 죽을 때 배우고 체험한다. 파스칼의`팡세`에 보면 “인간에는 두 종류 밖에 없다. 하나는 자기를 죄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의인(義人)이며 다른 하나는 자기를 의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죄인이다” 인간은 정말 나약한 사회적 동물이다. 다른 짐승들처럼 혼자서는 먹이도 구할 수 없는 약체로 사회라는 테두리가 없으면 해체되고 마는 것이 사람이다. 사람이 깊은 생각을 하고 교육을 받고 어울려 생활하는 것도 다른 동물과 달리 언어(言語)를 가지고 있는 까닭이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활동하는 인간의 그 중심부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이다. 두뇌와 심장과 복부, 두뇌는 생각하고 심장은 사랑을, 그리고 복부는 부성(父性)과 모성(母性)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교육이 필요하며 교육의 효과가 모든 가능성을 실천케 하는 능력이 이미 부과되어 있다. 바다에 있는 게(crab)에게는 앞으로 걷기를 아무리 훈련시키고 연습시켜도 여전히 옆으로 걷기 마련이다. 인간은 가능성의 보따리다. 그의 인생이 끝나기 전에 그에게서 인생의 무엇을 꺼내느냐가 바로 가치인 것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4-12

역사를 배우는 까닭

어떤 학자에게 역사를 공부하는 까닭이 무엇이냐고 물었다고 했다. 그 학자의 대답은 아주 간단 명료했다. 첫째로 역사는 인간사의 판례집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재미있는 사람의 이야기이고 셋째는 자기의 정체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선왕조실록`은 세계에서도 드문 역사책이라 한다. 500년 왕조 동안 임금과 신하가 아침부터 조정에 모여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어떤 안건을 가지고 누가 어떤 내용의 발언을 했는지 그 외에도 다른 이야기들가지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조선조는 `역사의 나라`였다. 그 내용도 아마추어가 재미로 쓴 것이 아니라 선발된 엘리트 사관이 사명감을 가지고 기록한 것이다. 왜 이렇게 우리 조상들은 역사적 집필에 정력을 쏟았는가? 그만큼 후세에 내려질 판결을 의식하면 함부로 행동하기 어려운 것이다. 또한 이 기록들은 후손들이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판례집`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역사나 재판의 판례는 많은 참고자료가 되는 유일한 문서이다. 그러므로 역사의 축적과 판단의 정확도는 비례한다. 고려의 일연이 쓴`삼국유사`는 역사라고 하는`거대한 이야기 보따리`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성경의 구약은 어떤 학자는 유태민족의 역사책이라 한다. 구약의 앞부분은 유태인의 족보 이야기이다. 유태인들은 자기의 역사를 종교화 시킨 것이라 한다. 2천년 동안 나라를 잃고 떠돌아 다니다가도 결국 조상이 살던 땅을 되찾아 이스라엘을 세웠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세계의 떠돌이였던 그들이 자기 정체성을 잃지 않고 조국을 그리는 정신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정신은 구약에서 나왔으며 구약이 정체성의 원천이었던 것이다. 우리의 역사도 한번 반추해 보자. 삼국시대의 이야기는 너무 먼 이야기라서 접고 6·25 한국전쟁부터 한번 살펴보자. 거지나 다름없었던 나라가 경제대국의 대열로 진입한 것도 국가의 뿌리인 정체성이 확고한 탓인데 그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손경호(수필가)

2012-04-11

찌개에 두부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가 찌개이다. 찌개라 하면 국물을 바특하게 잡아 육류, 생선, 채소, 두부 등을 넣고 양념과 간을 맞춰 끓인 반찬이다. 우리 음식의 특징은 끓여 먹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아마도 추운 지방이나 주로 하루 중 해가 뜨기 전 해가 질 무렵 추운 시간에 주로 음식을 끓여서 먹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탕문화를 즐기는 민족이라고 한다. 탕의 종류도 많다. 곰탕, 설렁탕, 보신탕, 삼계탕 등 가짓수도 많다. 그리고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매운탕을 비롯해 생선이나 육류가 들어가는 음식에 반드시 두부를 넣는다는 것이다. 두부는 우리 식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음식재료이다. 그 원료가 콩이라서 영양가가 풍부하다. 콩을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 칭할 만치 단백질과 영양분이 풍부하다. 그리고 항상 우리의 농산물 가운데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이고 우리나라 전역에서 재배되는 친숙한 곡식이다. 재배하기도 수월하다. 척박한 땅이라도 가물지만 않으면 잘 자라는 식물이다. 뿌리혹 박테리아가 거름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비료도 필요없는 나무다. 이 지구상에 인류가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이 바로 올리브 기름과 우유, 그리고 두부라 한다. 두부는 인류가 만든 음식 가운데 가장 완벽한 식품이라 한다. 어떤 역사학자는 두부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와 비슷하다고 할 정도로 정말 친숙하다. 좀 낙농적인 표현은 두부는 두유를 이용한 치즈의 대용식품이며 중국 송나라에서 시작된 것이라 한다. 치즈는 우유가 굳어서 말랑말랑하게 해진 것이다. 그래서 한자로 유부라 한다. 부는 말랑하고 연한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나 두부는 콩국물이 연하게 굳은 상태이다. 유목민이 동물의 젖을 이용해 유부를 만드는 것처럼 농민들은 콩젖에 소금을 넣으면 식물성 단백질이 응고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서양의 치즈처럼 동양의 두부가 영양가를 높이고 속을 편하게 하는 영양식품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4-10

실패를 기념으로 삼고

해가 바뀌면 제일 먼저 살피는 것이 캘린더이다. 그 속에는 나의 생일이 있고 사랑하는 가족들의 생일도 있고 기념일도 많고 축일도 많으면 두고두고 표시해 두고 기억해야 할 날도 많다. 우리 생활의 계획표가 캘린더 속에 있으며 한 주가 바뀌면 계획을 정리하고 거울처럼 매일 행사에 유념하고 기록해 둔다. 만약에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그 사람을 위한 기념일은 놓칠 수 없는 것이다. 애인이나 가족, 특히 어르신들의 생일을 빠뜨린다면 이것은 크나큰 과오가 되고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가정에 부인네들은 조상의 제삿날이나 일가친척, 대소간의 잡다한 일까지도 모두가 기억해 두기 위해서 캘린더에 기록해 둔다. 국가와 사회도 나라의 국경일이나 기념일을 표시해 둔다. 그런데 인생의 기념일에 중요한 것이 하나 빠져 있다. 그것은 바로 실패에 대한 기념일에 중요한 것이 하나 빠져 있다. 그것은 바로 실패에 대한 기념일이라고 한다. 우리 인생에 성공에 기념하는 날은 있어도 실패를 기념하는 날은 없다. 실패는 누구에게나 한 두 번씩 경험한 것이고 기억조차 하기도 싫은 것이다. 철학자 펩스터가 말하기를 “실패는 자본의 결핍보다는 에너지의 결핍에서 때때로 생겨난다”고 했다. 그리고 시인 롱펠로는 “인간은 한 사람의 인간의 덕(德)에서 보다도 실패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많은 것에서부터 교훈을 얻는다. 그중에 인간은 실패한 날이 있기 때문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날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성공은 굳이 간직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실패는 철저히 자기자신을 기억하고 간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패를 기념하는 날이 있어야 한다. `경영의 신(神)`으로 불리우는 일본인 마쓰시타는 “한 번 넘어졌을 때 원인을 깨닫지 못하면 일곱 번 넘어져도 마찬가지다. 실패에는 원인이 있다”그 원인을 제대로 깨닫기 위해서는 실패를 기념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패를 긍정으로 여겨라. /손경호(수필가)

2012-04-09

건강식품, 국수

세상 떠도는 신문에 의하면 한 때 김영삼 대통령이 국수를 워낙 좋아해서 그 당시 청와대를 찾는 많은 방문객들에게 국수를 대접했다는 얘기가 세상에 퍼졌다. 어느 TV 방송사가 방영한 내용대로 국수의 역사는 길고도 오래된 것 같다. 그리고 국수는 서민음식이라 쉽게 찾을 수 있고 그리고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시장에 가면 파는 기계국수가 있어 쉽게 요리할 수 있고 가정에서도 칼국수라 해 편리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어 국민들은 국수가 값싸고 빨리 먹을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해 찾는 사람이 많다. 도시, 시골 할 것 없이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상가에 국수집 간판이 총총 들어 서 있어 우리 국민은 정말 국수를 선호하는 민족인 것 같다. 국수의 기원은 중국이라는 학설이 지배적이지만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에도 국수가 있었다고 한다. 농경사회에 있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짓는 농사에는 오곡이 주였다. 그 가운데 쌀, 보리가 좀 나은 편의 곡식이고 옥수수, 조, 밀 같은 곡식은 다소 하품에 속하는 곡식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상당한 계급에 속하는 권속들은 밥을 주로 먹었고 그 밖의 신분에 속하는 사람들은 가루음식을 먹을 수 밖에 없었다. 국수나 수제비, 죽이 전부였고 그런 세월이 연장되다 보니 국수의 역사도 길어졌나 보다. 무엇보다도 재료 구하기가 쉽고 거기에 따른 별 반찬이 필요없기에 서민들이 먹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그리고 속설에 의하면 국수는 길어서 수명과도 관계가 있어 장수음식으로 각국으로 전파된 것이다. 갑자기 손님이 닥쳐도 빠른 시간내에 음식을 요리할 수 있어 제격이다. 같은 밀가루 음식인 국수는 우동, 만두, 수제비와 더불어 1천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이다. 지금은 잡곡을 많이 찾는 우리 사회의 풍습에 따라 국수는 건강식품의 선두에 서고 있다. 특히 차가운 계절에 뜨끈뜨끈한 국물이 있는 국수의 별미에 우리는 입맛을 찾고 있다. 특미다. /손경호(수필가)

2012-04-06

자신의 재능을 찾아서

우리나라 어머니의 교육은 이스라엘 나라 어머니 다음으로 교육열이 높다고 한다. 두 살도 채 되기 전에 영아원, 유아원, 어린이집, 유치원으로 보내 교육 준비에 열을 올린다. 성미 급하게 한꺼번에 많은 것을 시켜 상대방 아이와 항상 비교가 되는 무리한 교육을 시킨다. 자라면서 무조건 미술, 피아노, 태권도, 유도, 검도를 가르친다. 아이의 재능과 취미와 소질이 어디에 있는지도 파악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교육기관을 의존한다. 그러나 6개월 쯤 지나면 그만 두기로 하고 학원을 바꾸기도 한다. 아이만 갈팡질팡이고 전적 부모의 판단과 의지에 따라 효과도 거두지 못하고 바꿔 버린다. 재능이란 재주와 능력이다. 하고 싶은 욕심과 의지도 없는데 어머니의 프로그램에 따라 아이의 교육과정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사회학자 호메로스는 “어떠한 자도 자기 자신에게 모든 것을 해 낼 수 없다”고 했다. “수사학자 세네카도 “너무 많은 것을 해내는 사람은 자기 능력 이상의 것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독일의 시인 괴테의 말씀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나의 재능을 갖고 하나의 재능을 위해서 태어난 자는 그 속에 그의 가장 아름다운 생존을 발견해 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능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재능을 적게 갖고 있는 사람보다 더 위험하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어떤 점에 있어서 자기가 남보다 뛰어났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의지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 또 어떤 점에 있어서 자기가 남보다 열등하더라도 그것을 과히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잘난 사람도 다른점에 있어서는 남만 못할 것이며 못난 사람도 다른점에 있어서는 남보다 나을 수 있다. 자기를 뛰어 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도리어 무거운 짐을 짊어진 거나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즉 그는 정신적으로 늘 부담을 느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타고난 천직이 있다. 그것이 재능인 것이다. 재능을 감추지 말라. 재능은 사용하는 것이며 방치하지 말라 했다. /손경호(수필가)

2012-04-05

바다의 인삼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별나게 식(食)생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마도 건강 때문일 것이다. 평일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방영되는 `6시 내고향`이나 `전국시대`라는 프로그램에 우리나라의 8도의 음식문화가 소개되고 시청자들의 관심도 많다. 필자가 지난해 가을에 미국의 시애틀과 캐나다 밴쿠버에 갔을 때 그곳에 있는 이민자들이 가장 즐겨보는 한국의 TV는 앞서 이야기한 두 프로그램이라 한다. 그 이유는 고국의 향수에 젖어 옛날에 많이 먹어보던 음식에 관한 향수도 있지만 전국을 소개하는 것이라 고향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곳을 가도 그 곳이 고향인 이주민들이 있어 자기 고향 소식에 많은 정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삼면이 바다요, 산과 들판이 있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신토불이 우리 농산물이 전국에 산재해 있고 미향식이나 건강식으로 전 세계인의 이목이 우리의 농산물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한류바람으로 우리의 음식이 세계에 소개되고 찾는 음식도 많아 건강을 위한 현대인들의 미식(味食)에 대단한 인기가 날로 충천하고 있다. TV에 비춰지는 `고향의 특산물`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해산물이다. 그 중에 관심을 끄는 것이 있는데 해삼은 바다에서 나는 인삼이라고 한다. 선전의 문구가 매력적이다. `밭에는 인삼이요, 산에는 산삼이며, 바다에는 해삼`이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해삼을 해남자(海男子)라 했다는 것이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는 `바다의 사나이`라는 것이다. 근육질 몸매에 거칠고 어딘지 모르게 성적 매력을 물씬 풍길 것 같은 이미지가 연상된다. 구약성서에 보면 건강에 좋은 5대 채소로는 오이, 수박, 부추, 파(양파), 그리고 마늘이며 바다에서 나는 건강식으로는 미역, 조개, 게, 복어, 전복 등이며 해삼은 최상이요 최고로 친 모양이다. 문헌에 보면 중국인들이 우리나라의 서해에서 나는 해삼에 관심을 갖고 우리나라에서 옛날 중국으로 사신들에게 해삼을 반드시 가져올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손경호(수필가)

2012-04-04

인재 관찰법으로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나 면접시험, 그리고 관상학적 판단으로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송해룡 교수는 3가지 형태로 사람을 살피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한다. 즉 인재 관찰법이다. 바로 논어에 나오는 3가지 단계적인 사람 됨됨이를 보는 방법이다. 논어 위정 편 10장에 나오는 것이라 한다. “그 하고 있는 바를 바라보고 그 동기를 살펴보고, 그 편안하게 여기는 바를 관찰하면 어찌 자신의 모습을 숨기겠는가”라고 했다. 공자가 가장 사랑하는 제자 안희의 생활을 살펴보고 안희를 평한 후에 나오는 말이니 제자를 평가하는 방법이라 하겠다. 공자의 이와같은 평가 방법 이야말로 매우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송 교수는 말한다. 공자의 보고(視), 살피고(觀), 자세히 엿보는(察) 3단계 사람 평가 방법은 가장 깊은 인간영향평가 방법이라 아니 할 수 없다. 환경영향평가, 기술영향평가, 위험영향평가가 보다 합리적인 사회를 위한 방법의 형태로 시스템적으로 접목되고 있는데 인간영향평가라는 새로운 요인은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본다는 `시(視)`는 사람의 외면, 바로 겉모습을 보는 제1단계이다. 육안의 단계다. `관(觀)`은 마음의 눈, 바로 심안(心眼)이 필요한 제2단계이다. 바로 행동을 보고 판단하고 그 행위의 동기를 살피는 것(觀)이다. 그 후에 어떤 모습으로 만족을 하는 지를 자세히 엿보는(察) 것이다. 이를 통해 사람의 인품과 능력을 간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행위, 동기, 목표가 바르지 않으면 사람은 자신의 이득만을 추구하는 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취업 역량 강화 프로그램에 일찍 와서 앞에 앉으며 질문을 잘하는 사람은 항시 원하는 직장을 얻는다는 것이다. 수신(修身)을 자연스럽게 터득한 사람은 그 모습이 밖으로 드러나는 법이다. 건전한 인격은 기업의 자원이다. 그래서 기업은 스마트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어떠한 인생관을 갖고 있는지 보고, 살피고, 엿본다. /손경호(수필가)

2012-04-03

인생의 속도

모든 움직이는 물체는 거리와 속도가 있다. 인간도 이 땅에 태어나는 것이 출발점이요 끝이 어딘지 모르겠지만 종착역을 향해 달린다. 어릴 때는 세월이 어찌나 더디 가는지 빨리 학교 가고 빨리 어른이 되어서 세상에 하고 싶은 일들을 다하고 싶었던 세워도 누구에게나 주어졌다. 그렇게 천천히 간다고 느껴졌던 세월이 금방이다. 아이들이 크는 것 보면 노인네가 늙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흐르는 세월은 붙잡을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다. 심지어 세월이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고 하기도 하고 가장 안타까운 것은 마음까지도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다. 덧없이 흘러 보낸 시간을 아쉬워하기도 하고 원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월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 자본금이다. 이 자본금을 잘 이용한 사람에게는 승리가 오고 성공이 있다. 중국 고사에 소개된 시조 한 편이 있다. “어려서 집을 나가 늙어서 돌아오니/ 말소리는 변하지 않았으나 머리털이 희었구나/ 아이들이 마중나와 나를 맞으면서/ 손님 어디서 오셨습니까? 하고 묻는다.”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고 쏘아버린 화살이라 했다. 일단 가버리면 돌아올 수 없는 것이 세월이요, 인생이다. 자동차를 두고 말할 것 같으면 50대는 50km, 60은 60km, 80은 80km라 한다. 하루는 천천히 가지만 한 달은 빠르고 1년은 금방이다. 가는 세월에 속도를 잘 맞춰 지금이라도 하고 싶은 것들을 추구하며 생각이라도 먼 미래에 두고 하루하루를 보람 있고 신나게 사는 것이 인생의 속도를 관리하는 것이다. 롱펠로의 `언제나 5월은 아니다`라는 그의 시에서 “사라오가 젊음의 봄을 만끽하라. 나머지는 마음씨 착한 천사에게 맡겨라./세월은 진실을 곧 너희에게 전하리니/ 지난 해의 둥지에 새가 없다”는 말을 남겼다. 황금의 날들은 다 흘러가 버리고 저녁의 밤색 푸른 빛이 비친다. 목동의 가냘플 피리소리도 감추었고 새벽은 이윽고 이슬로 가득하네. 속도는 운전자가 조절한다. 편안한 안전을 위해서. /손경호(수필가)

2012-04-02

정말을 강조하는 까닭

거짓이 없는 진실한 말을 정말이라고 하고 사실에 조금도 틀림이 없고 허위가 없는 것을 참말이라 한다. 정말이나 참말이나 다 같은 뜻을 지닌 말이다. 우리 민족은 과거에 남에게 많이 속고 억울하게 살아온 경험이 많은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대화를 나누면 언제나 그 속에는 `정말입니까, 참말인가요`하는 말들이 많다. 그래서 우스개 말로 새 중에 진짜 새는 참새이고 깨(식물) 중에 진짜 깨는 참깨이고, 말 중에 진짜 말은 참말이라고 한다. 학교에서도 담임교사가 학생들에게 전하는 뉴스가 있어 발표하면 언제나 그 뒤엔 “선생님 그 말씀 정말입니까”하고 되물어 본다. 물론 그 말을 꼭 못 믿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확인하는 의미도 있지만 그런 말은 너무 자주 쓰는 경향이 많다. 물론 가정에서 부모님 사이나 다정한 친구들 사이에서도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고 믿을 수 있는 사건인데도 반드시 끝에 가서는 “정말”인지 꼭 물어보고 확인을 받아야 안심이 된다. “자기, 나 사랑해. 그럼 사랑하고 말고” “정말?”“그럼 정말이지, 정말 사랑해.”사랑하면 사랑하는 것이지 `정말`사랑한다는 말은 무엇일까. 그냥 사랑한다는 말로는 부족할까, 아니면 믿을 수 없어서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에서 속는 일이 많고 피차간의 신뢰가 무너진 탓일까. 정가(政家)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저는 나라를 사랑하는 것이 먼저이고 정말 국민을 사랑하기 때문에 출마했습니다. 지역구 유권자 여러분, 저는 여러분을 정말 존경합니다” 한결같은 연설문 속에 `정말`이란 말이 꼭 들어가야 할 까닭이 무엇일까. 후보자와 유권자들 사이에 신뢰를 바탕으로 쌓아온 관계라면 구태여 `정말`이란 말을 힘줘 말할 필요가 있을런지 의문도 간다. 양쪽 사이에 사랑한다는 의미를 확인하고 싶은 본능적 욕구의 문제라면 두 사람의 관계로 끝날 일이지만 그 관계가 사회적 사이가 된다면 얘기는 신빙성이 없어지는 상투적인 것이다. `정말`의 남발은 거짓의 의심만 불러일으킨다./손경호(수필가)

2012-03-30

자녀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난 2월은 유별나게 걱정이 많았던 달이다. 학생을 둔 가정에서는 졸업을 하고 개학하고 상급학교에 진학을 앞둔 시점에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이 발표됐다. 그 발표문에는 가해 학생의 처벌과 피해 학생의 안전한 보호 및 교육환경 개선을 담은 정책 과제를 보면서 학교폭력을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믿을 수 있게 됐다. 일부에서는 대안의 구체성과 실효성을 지적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학부모의 지속적인 관심과 생활 속 실천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한다. 어릴 때부터 좋은 심성을 가지도록 인성교육을 잘 해야 학교폭력이 없어지고 여기엔 학부모의 노력과 협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 곳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많은 교육 전문가들의 말로는 가정이 제1교실이고 학교가 제2교실이며 사회가 제3교실이라 한다. 이러한 교실에서 성실하고 올바르게 교육을 받는다면 크게 어려운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뉴스에 의하면 일본도 우리의 현실과 비슷하며 미국은 더욱 심각한 것 같다. 중학생이 총기를 소지하며 그것도 학교 교실에서 급우들에게 총을 난사한 일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처럼 학교 폭력은 바른 인성을 가지지 못한 아이가 저지른 비행이기에 정부나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지역공동체와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한다. 특히 가정과 부모의 역할이 제일 중요한 것만은 사실이다. 요즘 아이들은 정보통신 매체와 공생하며 집에서도 세상과 늘 연결돼 있다. 따라서 게임에 중독되지 않고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돌봐야 한다. 그리고 자녀들과의 대화와 소통은 학교폭력을 막는 지름길이라 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 성적을 강조하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일들과 꼴찌는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상대평가든 절대평가든 순위는 정해진다. 나무라기만 하지 말고 자녀의 눈을 바로 쳐다보면서 말을 충분히, 그리고 끝까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애정이 교감돼 효과가 크다고 한다. /손경호(수필가)

2012-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