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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어느 누렁이의 일생

모 일간지 신문에 농가의 최고 재산이요, 식구나 다름 없는 한 황소에 관한 기사가 실린 적이 있었다.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누렁이의 일생은 파란만장했다. 전남 강진의 한 농촌마을에 기르던 서른 한 살 배기 한우가 그 주인공이다. 24년간 주인과 동고동락을 하면서 새끼 16마리를 낳아 4남매의 교육비를 보탰고, 주인과 함께 농사일을 거들었다. 사람으로 치면 80세 이상의 천수를 누리고 자연사한 누렁이를 주인은 집 근처 따뜻한 양지 밭에 묻어 주었다. 동민들과 같이 장례를 치르고, 군민들은 누렁이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무덤 앞에 비석까지 세울 계획이라 한다. 평생 멍에를 맨 채 밭을 갈고, 짐을 나르고, 새끼를 낳아 살림에 보탬이 됐던 누렁이는 제 할일을 다하고 생을 마감했다. 소의 죽음에 이처럼 유별난 감정을 표시하는 것은 우리 인간에게`성찰`의 시간을 갖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우리나라에 구제역의 만연으로 300만 이상의 소와 돼지가 매몰됐다. 가슴 아픈 일이었다. 몇 년씩 정성으로 기른 어미소와 함께 송아지까지 생매장해야 했던 농민들의 정신적 충격을 어떻게 풀어줘야 할 지 답답하기만 한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 우리에게 애절한 사연을 주고 간 누렁이 농가의 소박한 이야기는 동물로 태어난 생명체의 목숨이 존귀하다는 진리와 교훈을 일깨워 주고 갔다. 주인에게 비록 아픈 상처만 남기고 갔지만 전염병으로 스러진 수많은 가축들의 생명도 너무 고귀한 것이었다.불가에서는 “살생하지 말라”고 했다. 생명이 있는 존재는 모두 고귀하기 때문이다. 비록 약육강식이라는 진리 앞에 약자가 희생을 당하지만 이 땅에 태어난 생명체는 저마다 사명이 주어진 상태에서 살아간다. 특히 가축은 인간에게 자신을 고스란히 바치고 짧은 생을 마감하는 존재들이다./손경호(수필가)

2012-07-27

종이학을 접어 보내며

십장생(十長생)은 장생불사(長生不死)한다는 열 가지 사물, 즉 해·산·물·돌·구름·소나무·불로초·거북·학·사슴을 말한다. 그 중 학은 흰빛의 화려함을 나타내는, 냇가에 서식하는 두루미다. 일본이 지진과 쓰나미로 절망과 공황에 빠져 있을 때 그 누구보다 용기를 갖고 현장에 가 생존자 구출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최선을 다해준 구조대원들의 모습에 일본인들이 감사와 감동을 잊지못해 정성껏 접은 종이학 125마리가 한국 외통부로 전달됐다고 한다. 한국 구조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남아 일본인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돕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는 것이다.일본 전설에 어떤 마음씨 착한 노총각이 덫에 걸린 학을 구해 줬더니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해 아내가 됐다는 이야기에서 `은혜를 갚는 학`이란 아이디어를 얻어 동네 아줌마들이 정성껏 접은 종이학이었다. 이들이 보낸 종이학과 편지는 지진 한 달 후 서울 외교통산부에 도착한 것이란다. 외통부는 일본에서 구조활동에 참가한 119구조대원 105명과 외통부 인도지원과 직원 2명을 초청해 종이학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현해탄을 건너온, 천사가 보낸듯한 종이학 125마리는 양국의 우정을 잇는 큰 선물로 받아들여 진다. 학은 모습처럼 희고 순결하며 깨끗해 숭고한 지조를 가진 선비에 비유되곤 한다. 학은 새 중의 신선이라고 한다. 모습을 보면 속세의 어지러움을 잊게 하고, 그 소리를 들으면 아름다운 음악보다 더 신비롭다. 달 밝은 밤이면 홀로 노송 가지에 앉아 잠을 자는 등 격이 높고, 고고한 자태이다. 종이학은 오래전부터 젊은이들이 정성들여 접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애정의 표시요, 프로포즈였다. 존경하는 분들에게 바치는 감사의 마음이었다. 그 이유는 깨끗하고 순결한 학의 품위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종이학엔 생명이 있어 보인다./손경호(수필가)

2012-07-26

국가의 미래를 위하여

10월3일 개천절은 우리나라 건국 기념일로, 국경일로 경건하게 보내는 날이다. 개천절을 기념하는 개천절 노래가사 중에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샘)이 있고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는 노랫말이 있다. 우리 민족은 단일민족이요, 백의민족이며, 언어가 같고, 역사와 문화가 같은 세계 유일의 나라이다. 932회나 되는 외세의 침략에도 나라를 지켜온 민족으로, 6·25라는 한국전쟁에서 다시 일어섰으며, `동방의 등불`이란 칭호를 갖고 있다. 전쟁 후 50년이 지나자 그동안 외국의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바뀔 만큼 경제가 부흥하고, 나라의 국방력도 튼튼해 졌다.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147개 신생국 중에서 꼴찌에서 두 번째 였던 대한민국은 최단 기간에 경제발전과 민주정치를 이룩한 자랑스런 국가로 발전했다. 특히 국민소득이 70달러를 넘지 못했고, 문맹률도 77%였던 나라가 1963년 1억 달러 수출을 달성하고, 2011년 12월 수출 5천156억 달러, 수입 4천860억 달러로 무역규모 1조16억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독일, 중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네덜란드에 이어 9번째로 1조 달러 달성 국가가 됐다.그러나 북한을 추종하고 찬양하는 종북파들은 나라의 발전을 폄훼하고, 주한미군철수, 국가보안법철폐, 북한식연방제 통일을 주장하면서 나라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있다. 그들은 나라의 정체성인 태극기와 애국가를 무시하고, 애국선열에 대해 묵념도 하지 않는다. 그들은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국론을 분열시키며, 나의 조국을 부정하는 일도 서슴없이 행사한다. 나라의 기강이 흔들리면 사회가 혼란스럽고 단결하기가 힘이 든다. 안전에서 파멸로 나아가기를 갈망하는 몇몇 분열자의 책동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 매고 단합하고 단결해야 할 시기에 이 나라의 장래가 걱정이다./손경호(수필가)

2012-07-25

탕음식을 즐기는 민족

우리나라는 국토의 삼면(三面)이 바다로 둘러싸여 해산물이 풍부하다. 그래서 날씨가 추운 겨울에서부터 여름에 다다를 때까지 탕(湯)종류의 음식을 즐겨 먹는다. 바닷고기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대구탕, 아귀탕, 그리고 복어탕이다. 이 중에 값으로 따지면 복어탕이 비싸고 귀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되는 것은 복어탕은 복어의 종류에 따라 값과 맛이 다르다는 것이다. 참복, 밀복, 까치복 등 그 종류도 다양하지만 복어요리는 전문적인 자격증을 갖추지 않고서는 요리를 할 수 없다. 복어에는 치명적인 독이 있어 자칫하면 생명에 위험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균은 고온에 끓이면 소멸되지만 복어독은 아무리 높은 온도로 끓여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복어 미식가는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즐긴다. 한마디로 복어탕은 먹고 죽어도 좋을 음식으로, 묘미가 있다고 해야할 것 같다. 복어알에 들어있는 독은 적게 먹으면 입술 주위나 혀가 마비되고, 구토를 일으키지만 일정량을 넘으면 치명적이다. 그런 위험을 알면서도 왜 그렇게 복어탕을 선호할까? 아마도 그것은 복어요리의 맛에 매혹되기 때문이다. 많은 복어 애호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는 복어는 생선이지만 맛이 쫄깃하고 담백해 탕의 국물맛이 기막히다는 것이다. 비린내가 나지 않고 시원한 맛이 천하일품이라는 것.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 사람들이 즐겨 먹는 해산물에도 복어가 반드시 낀다. 게와 성게, 그리고 복어다. 나라를 위태롭게 할 정도로 미인이란 뜻의 고사성어로 `경국지색`이란 말이 있는 데, 복어는 이 말과 연관이 있다. 기가 막히게 맛있지만 자칫 잘못 먹으면 죽을 수도 있는 음식이니 나라를 망칠 수도 있는 미인에 비유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복어요리가 더더욱 일품요리로 대접받는 것일 지도 모른다. 복어는 먹고 싶고, 목숨은 아깝다는 말도 그래서 나오는 것일게다./손경호(수필가)

2012-07-24

어느 집배원의 순직

지난해 여름, 경기도 용인의 어느 시골마을에서 집배원 두 사람이 무릎까지 차오르는 흙탕물 속을 더듬거리며 걷고 있었다. 전날부터 내린 폭우로 불어난 물이 길을 삼켜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 앞서 가던 20대 후반 차선우 우편집배원이 발을 헛디디며 급류에 휘말렸다. 그는 움켜쥐고 있던 우편물 8통을 동료에게 건넸다. 그중에는 한 기업이 외국 업체와 맺은 중요한 계약서도 있었다고 한다. 동료가 미처 손 쓸 새도 없이 그의 몸이 배수구로 빨려 들어갔다. 집배원은 3일 뒤 한강 청담대교 남단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순직한 지 5개월 만에 그의 죽음이 정당한 보상을 받게 됐다. 지식경제부 산하 충청지방우정청은 차선우 집배원을 대전국립현충원에 안장할 뜻을 밝혔다. 집배원이 국립묘지에 묻히는 것은 1884년 우정총국이 설립된 지 127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정부는 고인에게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우정사업본부가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에 조성한 추모공원에도 추모비가 세워졌다. 한 동료 집배원은 “마지막까지 국민의 재산인 우편물을 지키려 했던 그의 투철한 사명감이 죽어서라도 위로받을 수 있게 돼서 다행”이라며 “우리 집배원들이 짊어지고 있는 수많은 삶의 애환들을 품고 하늘에서 동료들을 지켜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것이 공무원의 사명이요, 의무다. 잠시 머리 숙여 명복을 빌고 싶다. 29세 젊은 나이의 공무원 자세가 많은 공무원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요즘 일부 공무원들의 부정으로 공직사회의 사기가 말이 아니다. 국민들은 목에 힘을 주고 거드름 피우는 일부 공무원의 고자세 태도에도 너무 많이 실망해 왔다. 다산 정약용의 공무원 지침서인`목민심서`에서 공직자로서의 자세에 대한 가르침을 수 십번 들었을테지만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겸손한 자세로 시민을 섬기고 봉사하겠다는 결의를 새롭게 다져보자./손경호(수필가)

2012-07-23

공(公)교육의 후퇴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초중고교생의 사교육비 총규모가 2010년 보다 3.6% 줄었다고 발표했다. 방과후 학교와 EBS 강의 참여 학생들의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2009년 교과부는 `사교육과의 전쟁`에서 심야 학원교습 금지를 발표한 이후 현재의 교육정책은 사교육비 줄이기에 올인을 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특수목적고와 자율형 사립고의 신입생 선발권한을 거의 박탈했다. 수능시험문제도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쉽게 출제하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변별력을 떨어뜨렸다. 그 바람에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EBS 프로그램이나 방송했고, 공교육은 더욱 황폐해 지기 시작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사교육을 통해 학교와 교사들이 해야 할 일을 가볍게 해줌으로써 공교육을 후퇴시켰다는 여론과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교육의 먼 미래를 바라보면 학교와 교사에게 자율성을 주고, 학부모에게는 다양한 학교선택권을 부여해 공교육의 책무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 10년간 50억달러를 기부했던 빌 게이츠재단도 `교육의 질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관건은 교사`라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모든 지원은 공교육 강화를 위해 쓰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현명한 방법이다. 사교육에 밀리는 공교육의 효과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기준으로 한 교육평가와 성과급의 연계가 필요하다. 교원평가의 근거를 담은 초중등교육법개정안이 지금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눈치만 보다 법제화를 외면한 꼴이 된 국회 역시 공교육을 후퇴시킨 조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사교육은 못 잡고 공교육만 옛날보다 못한 꼴이 됐으니 교육을 아는 사람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이것저것 묘안이라고 내놓아 혼란만 일으키지 말고 공교육이 경쟁력임을 명심하면 된다. /손경호(수필가)

2012-07-20

씨족마을의 표본

1995년 처음으로 석굴암·불국사, 그리고 해인사 장경판전과 서울 종묘가 한국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2010년 7월에는 안동의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세계유산`이란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가 1972년 채택한`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에 따라 인류가 공동 보존하고 후세에 전수해야 할 탁월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유산을 말한다. 전세계적으로 890여건의 세계유산이 선정돼 있다. 한국의 역사마을에 대해 세계유산위원화(WHC)는 “가옥과 정자(亭子)와 정사(精舍-학문과 휴식의 공간) 그리고 서원 등 전통 건축물의 조화와 배치방법 및 주거문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학술적·문화적 성과물, 공동체놀이, 세시풍습 및 전통 관혼상제 등이 전승되는 점도 높게 평가됐다. 양동마을은 경주 손씨와 여강 이씨가 모인 씨족마을로, 학식과 덕망이 높은 인물들을 배출해 조선시대 명망이 높았던 곳이다. 작은 골짜기가 여럿 나란히 놓인 물자(物字)형 지형에 자리잡은 풍수 길지(吉地)다. 씨족마을이란 장자 상속을 기반으로 같은 성씨의 혈연집단이 대(代)를 이어 모여 사는 유교문화 특유의 마을을 말한다. 주변의 옥산서원·단구서원·동강서원이 근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안동 하회마을은 외부의 사람이 정착한 마을이라면 양동마을은 처가에 입향한 마을이다. 이후 수백년을 거치면서 대표적인 양반마을인 두 마을 문중 간에 빈번하게 혼인이 이뤄지기도 했다. 경주 손씨, 여가 이씨, 하회는 풍산 유씨가 서로 사돈관계를 맺는 일이 많아 두 마을은 더욱 돈독해 졌다. 회재 이언적 선생의 외가도 경주 손씨다. 양동마을에는 향단과 독락당·관가정·무첨당 등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이 있다. 600년된 씨족마을로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임이 입증된 유적지, 앞으로의 관리가 큰 걱정이다./손경호(수필가)

2012-07-19

구멍 가게

우리 말에 `구멍 가게`란 말이 있다. 조그맣게 차린 가게를 말하며, 흔히들 동네가게라고도 한다. 필자가 사는 동네에도 직선거리로 100m 안팎에 4개나 있다. 앞의 이름만 다르지 슈퍼니 마트니 상회니 하면서 구매자만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지 물건 사러가면 다 똑같은 가게다. 구멍가게는 저녁 늦게 귀가하면서 사거리 골목 어귀에 환한 불을 밝혀서 동네가 훤하고, 필요한 것을 이것저것 고를수 있어 여간 편리하지 않다. 적은 액수의 물건을 부담없이 살 수 있어 주민들마다 애용하는 빈도가 적지 않았다. 동네가게는 이런 여러가지 순기능적 역할을 할 수 있어 반드시 존재해야 하며, 소비자는 소액으로 멀리까지 가지 않고 수월해서 지킴이 역할을 하는 구멍가게에 깊은 정을 느끼고 있다. 동네가게로 지역을 지키는 역할을 하며, 경영자도 거기서 나온 수입으로 생계에 보탬이 되는 수입원으로 삼고 있다.그러나 최근 도시나 농촌 할 것 없이 구멍가게운영이 빈사상태에 처해 있다. 시가지 요소요소에 대형 가게가 생겨 영세민 쪽에서는 죽느니 사느니 생난리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기업형 슈퍼가 큰 돈을 버는 동안 구멍 가게는 거의 폐업위기에 몰려 영세민들의 한숨과 탄식이 늘고 있는 것. 서로 살기 어렵고 경쟁하기도 힘든 세상인데, 같은 업종이 조밀하게 난립해 저마다 생존이 어렵다며 서로 울상이다. 조금만 액수가 크면 대형가게에서 사서 한꺼번에 오래 쓸 물건을 사는 통에 동네가게들은 더욱 더 그 명맥을 유지하기가 힘들다.대형가게와 구멍 가게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딱한 사정에 시민들도 안타깝게 바라본다. 홈플러스니 익스프레스니 해서 빈익빈, 부익부 상황에서 서민층을 살리려는 정부의 정책은 갈 길을 잃고 있어 소비자도 당황스럽다. 정부는 구멍가게를 살리는 정책을 추진, 서민층 돕기운동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손경호(수필가)

2012-07-18

우물속에서 본 하늘

우물 속에서 쳐다 본 하늘의 넓이는 얼마나 될까. 아마 바늘구멍만치 작아보일 것이다. 얼마전 홍콩과 마카오를 다녀왔다. 아시아에 있는 두 땅이지만 수 십 년 전만 해도 홍콩은 영국이, 마카오는 포르투갈이 지배했던 곳이다. 남미의 넓은 땅 전체가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통치해 온 국가들이다. 위도상으로 우리나라 하고는 정반대의 나라 브라질은 면적상으로 볼 때 그 크기가 엄청나다. 브라질은 포르투갈 태생의 스페인 항해사 마젤란이 발견됐고, 그는 인류 최초의 세계일주 항해의 지휘자였다. 필리핀 군도와 괌을 거쳐 태평양을 횡단한 주인공이다. 그보다 앞서 이탈리아 출신의 탐험가 콜럼버스는 스페인 여왕 이사벨라 여왕의 후원으로 1492년에 신대륙 탐험에 기치를 올렸으며 지금의 서인도 제도의 북부에 있는 영(英) 연방의 독립국 바하마를 거쳐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 오랜 세월동안 많은 사람들은 지구는 네모진 땅이라서 바다 멀리 나가면 떨어져 죽는다고 생각하고 겁을 냈다. 지구는 크고 세상은 넓다. 우물안 개구리는 우물밖 하늘을 어떻게 보았을까? 한국이란 땅은 1988년 세계 축구월드컵대회를 개최할 때까지만 해도 다른 나라사람들이 한국의 존재자체를 모를 정도였다. 필자도 대회전 태극부채를 갖고 다니면서 유럽사람들에게 한국을 알렸으나 모르는 사람이 거의 전부였다. 한국의 역사와 한국전쟁은 알아도 도대체 한국이란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한국을 모르는 세계인이 드물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민족, 한국전쟁 이후 경제대국을 이룬 나라, 스포츠의 강국이요, 휴대폰, 자동차 그리고 선박을 잘 만드는 나라, 근면하고 인정많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대한민국은 세계인들이 반드시 한 번은 찾고 싶은 나라의 대열에 끼고 있다. 우물속 하늘같은 나라가 모든 분야에 세계 10위권에 든 `동방의 등불` 코리아, 최고의 민족이다./손경호(수필가)

2012-07-17

녹색환경으로

자연환경을 깨끗이 하고 쾌적한 생활을 추구하는 것이 현대 인간의 욕망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주변이 공기의 오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인간의 꿈이었다. 이제 그러한 염려에서 해방되려는 정부의 방침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거창한 개발이나 토목공사로 우리의 주거문화가 크게 달라지길 희망하기 보다는 4대강 살리기는 강의 원래 모습을 되찾아 주는 게 급선무다. 낙동강만 해도 그렇다. 강에 퇴적토가 쌓이지 않았던 1930년대만 해도 부산에서 상주까지 내륙 깊숙이 배가 다녔으며, 수량이 풍부해서 강유역이 기름진 평야가 되어 곡식 재배에 큰 소득을 이뤘다. 강을 살리자는 정부의 의지는 퇴적토를 청소하고, 우리의 강을 치료해 많은 물을 확보하고 생명과 희망이 돌아오게 하는 우리강 제 모습 찾기 공사일게다. 홍수와 가뭄으로 신음하는 강을 살리는 것이고, 넉넉한 강물로 인해 주변 생태계도 풍요로워진다. 공사에는 환경과 자연을 생각해서 보호하는 친환경 공법을 적극 채택하길 바란다. 아울러 현대자동차에서 세계에서 성능이 가장 뛰어난 전기자동차인 `블루온`이 나왔다. 녹색산업의 선두를 달리는 전기자동차에 대한 국내 업계의 관심이 높고, 기술개발이 폭넓게 이뤄졌다고 한다. 일본의 자동차보다 좀 늦었지만 제품의 평가는 자동차의 나라 미국도 충격을 받을만큼 우리 차가 주도권을 잡고 있다. G20 정상들이 고민하고 있는 현실에서 무공해 전기자동차의 출시는 획기적이며, 블루온의 국산화 비율이 거의 100%에 이른다. 전기자동차 수출이 시작되면 세계 `빅4`로 올라서며 우리의 생산기술이 일본을 능히 앞지르는 것이다. 우리는 옛부터 금수강산이다.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우리 선조들의 덕분으로 우리는 치산치수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왔다. 맑은 물, 상쾌한 공기,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세계문화유산도 존재하고 있다./손경호(수필가)

2012-07-16

감자전이 생각나는 계절

원말은 변하기 전의 본디의 말로, 감자의 원말은 감저이다. 가지과의 여러해살이 풀로, 여름에 흰빛 또는 자줏빛 꽃이 피고, 땅속줄기의 일부가 덩이 모양을 이룬 것을 말하며, 녹말이 풍부한 식용식물이다. 한 때는 마령서라 했으며, 고구마와 더불어 영양가 많은 대용식이나 반찬 만드는데 많이 쓰이는 식탁의 필수품이다. 어릴 때 생각이 많이 난다. 더운 여름이면 나무 바람 시원한 대청마루에 앉아 어머니가 쪄준 감자, 그리고 밥할 때 밥위에서 찐 감자의 구수한 감자 냄새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긴긴 해 속이 출출할 때 간식으로 먹는 감자 맛은 천하일품이고, 저녁에 군불 땔 때 구워먹는 감자도 언제나 맛이 있다. 요즘은 요리의 하나로 감자전을 부쳐 떡처럼 기름에 튀겨 먹는다. 보리를 수확할 철이 좀 지나면 햇감자라 하여 토실토실하고 쫀득거리는 투박한 감자의 맛이 훌륭하다. 감자는 맛도 좋지만 감자를 주식으로 하는 민족은 장수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원산지는 남미다. 그런데 요즘 감자를 이용한 먹거리가 생겨 눈길을 끈다. 젊은층이 좋아하는 감자스넥과 감자칩이 있고, 노년층이 즐기는 감자떡, 감자전이 인기다. 감자전은 다이어트식, 장수식품으로 탄수화물이 주성분이지만 비타민, 칼슘,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는 알칼리성 식품이다. 식물성 기름에 익혀 소화도 빠르고 영양가가 높아서 환자식이나 건강식으로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감자는 비타민C가 사과의 5배이며, 인삼에 있는 사포닌 성분도 있다. 강판에 갈아 체에 받쳐 남는 감자전분을 반죽에 사용한다. 식용유를 두른 뒤 청·홍고추나 부추, 미나리, 그리고 파를 약간 썰어 넣기도 한다. 감자에 함유된 식이섬유는 지방과 당의 흡수를 억제시킨다. 콜레스테롤과 혈당을 낮추어 각종 성인병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냥 삶거나 쪄서 먹는 것 보다 감자전은 고소한 맛이 특이해서 좋다. /손경호(수필가)

2012-07-13

자랑할 것이 있다면

세상에는 자랑할 것도 많고, 자랑하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그동안 잠복해 있던 자랑거리가 쏟아져 나온다. 학력을 자랑하고, 경력을 자랑하며, 심지어는 지역을 들먹이며 자기가 최고임을 알린다. 자랑은 자기와 관계되는 사물을 남에게 드러내어 칭찬하는 것을 말한다. 좀 지나치면 뽐내는 것이고, 자기 과시로 비치기 십상이다. 어떤 일을 행사함에 있어서 각계각층의 전문인들도 많고, 경험자가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자기만이 최고이고, 자기만이 능력을 갖춘 자임을 드러내는 경우도 더러 있다. 선거가 다가오면 많은 후보자들이 제각기 자랑함으로써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혼란만 안겨준다. 자랑은 진중한 것에 싸여 있을 때 가장 성공한다. 사상가 밀란은 “하등 확고한 권리도 없이 그 누구의 고통 또는 환희의 원인을 만들어 준다는 것, 그것은 우리들의 자랑에 있어서 가장 달콤한 음식이 아니겠는가? 도대체 행복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충족된 자랑이다”라고 했다. 철학자 니체도 “인간은 자랑을 갖고 이미 살 수 없을 때는 자랑스럽게 죽어야 한다”고 했다.자랑하는 사람을 골탕먹이기로 유명한 해학가이자 `톰소여의 모험`을 쓴 작가 마크 튀인이 어느날 백만장자의 초대를 받았다. 주인은 손님에게 아주 훌륭한 식사를 대접했다. 그러나 식사가 나올때 마다 주인은 식사의 가격을 손님에게 매번 이야기 해주었다. 마침내 디저트로 포도가 나왔을 때 주인은 손님들에게 “이 포도는 알맹이 하나가 돈으로 치면 1달러가 넘는다”고 했다. 저쪽에서 마크 트웨인이 큰 소리로 외쳤다. “참, 그 포도는 맛도 뛰어나고 모양도 훌륭합니다. 저 100달러 만큼 더 보내어 주십시오” 남이 하는 자랑은 듣기 좋고 칭찬할 만한 것인데, 자기가 하니 자화자찬이 돼버린다. 자랑을 한곳에 모으자. 나의 사랑하는 조국, 부모, 그리고 매일 만나는 친구를 자랑하자./손경호(수필가)

2012-07-12

악어의 눈물

위선(僞善)이란 말은 `겉으로만 착한 체함`을 일컫는 말로, 거짓과 가면을 표현하는 말이다. 파스칼의 `팡세`에서 “인간은 천사도 아니거니와 짐승도 아니다. 그러나 불행한 것은 인간은 천사처럼 행동하려고 하면서 짐승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있어서나 남에게 있어서나 위장과 허위와 위선 뿐이다”라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와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그럴 듯하게 보이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소유물로서 자기의 것이 될 듯한 표정은 없는가 하고 눈을 크게 뜬다. 자기의 정신과는 별다른 정신을 찾아 돌아다닌다. 닥치는 대로 가지가지 말투를 쓰고 태도를 지어서 자기의 것이 되지나 않을까 하고 고심참담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몇몇 사람에게 어울리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도, 말투와 태도를 널리 포괄하는 척도가 없다는 것도, 흉내 내기에 좋은 말투나 태도가 없다는 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위선은 약하디 약한 정책이나 지략에 지나지 않는다.국회의 어느 당이 `감세정책`에 대한 당론을 두고 혼선이 생기자 `악어의 눈물, 이중 플레이`등의 표현을 써가면서 강하게 비판한 일이 있었다. 여기서 `악어의 눈물`이란 위정자들의 풍속어로, 정치가들 사이에 서로 빗대어 쓰는 말이다. 악어가 먹이를 씹으면서 먹히는 동물의 죽음을 애도하며 눈물을 흘린다는 얘기에서 전래된 말로, 패배한 정적 앞에서 흘리는 위선의 눈물을 가리킬 때 많이 쓰이는 말이다. 이중성이 다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범해진 최초의 죄가 위선이라고 한다. 자기 방기(放棄)도 위선이다. 위선은 항상 잔인한 것이다./손경호(수필가)

2012-07-11

무엇을 남길 것인가

정보기술산업(IT)의 귀재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나자 마자 그의 전기(傳記)가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는 게 아니라 본인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진 책이라 더욱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는 조그마한 자동차 차고에서 시작해 세계 최고의 회사가 된 애플을 만들고, 일에 대한 열정과 완벽주의로 정보기술업계의 혁명가가 된 인물이다. 그의 자서전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그가 최후에 스스로 세상에 남기고자 한 것이 `한 권의 책`이라는 것은 뜻밖의 결말이다. 전기 `스티브 잡스`는 2004년부터 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에게 잡스 본인이 직접 요구해서 만든 것이다. 사생활이 베일에 가려진 인물로 유명한 그가 스스로 책을 써 달라고 했을때 작가인 아이작슨은 아직 때가 아니라고, 그가 가야할 길이 아직 더 많이 남았다고 그의 부탁을 매번 거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한부 생명을 예상했던 잡스는 결국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켜 40여 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전기의 초석을 마련하는데 적극적으로 협조했다.전기는 한 사람의 일대기를 이룬 책이다. 전기를 남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지만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한 권의 전기를 집필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인생관은 주제가 되고 인생경험은 스토리가 되어 천차만별한 전기의 세상이 펼쳐진다. 인생은 고달프고 험난하지만 한평생 그것을 헤쳐나온 인생전사의 회고담은 그것 자체로 이미 한 권의 책이 돼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한 권의 책은,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사람들의 풍요로운 경험은 인류에게 지혜를 전달하는 이야기 보따리로 전환된다. 신화, 전설, 설화, 전기를 비롯해 숱한 이야기 속에도 그런 요소가 듬뿍 담겨 있다. 모든 사람은 전기의 주인공이다. 그 주인공의 살아온 모습에서 우리는 많은 교훈을 얻는다./손경호(수필가)

2012-07-10

버스 기사의 희생

학교 통학버스 기사인 쉰셋의 김영인씨는 몇달 전까지만 해도 광주시에서 통학버스를 운전하는 기사였다. 김씨는 동네 슈퍼마켓을 꾸리다 장사가 안돼 그만두고 1년 전 관광버스회사에 들어갔다. 회사가 학교와 계약을 맺고 운행한 통학버스를 운행하며 한 달에 150만원 쯤 받는 월급쟁이다. 지난해 김씨는 평소에 다니던 학교와 다른 여학교 학생들을 임시로 실어 나르려고 학교앞 비탈진 길가에 버스를 세웠다. 그는 차밖에 나와 하교하는 학생들을 기다렸다. 25인승 버스는 여덟번째 학생이 탈 즈음 핸드브레이크가 풀린 듯 비탈길을 따라 교문 쪽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버스에 가속도가 붙으면 10여m 아래 교문 앞에 있던 학생 스무명을 덮칠 위기였다. 그 순간 기사 김씨는 버스 앞으로 달려가 버스를 몸으로 버텨 막듯 하며 학생들에게 “빨리 옆으로 피하라”고 외쳤다. 아무 것도 모른 채 교문 앞에 모여있던 학생들은 김씨의 외침을 듣고 몸을 피해 두 명만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김씨는 버스에 깔려 숨졌다. 김씨 스스로도 맨몸으로 25인승 버스를 멈춰 세울 수 있을거라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가 움직이는 버스 앞으로 달려가게 만든 것은 친딸 같은 학생들이었다. 그 순간 김씨에겐 `내딸`과 `네딸`을 가르는 울타리가 사라졌을 것이다. 김씨의 죽음에서 사람의 울타리 없는 본디 마음을 본다. 김씨는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도 늘 웃음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학생들이 버스에서 내릴 때면 `조심해서 잘가`라는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고 했다. 기사 김씨는 스스로의 몸을 던지면서 보여준 사랑의 힘에 많은 사람이 감동과 위안을 받는다. 그는 한 줌 재가 되어 한많은 세상을 등지고 저승으로 갔다. 우리 주변에서 살신성인의 의사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모든 사건들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메어지게 한다. 사람의 목숨은 다같이 귀하고 소중하다. 하나 밖에 없는 목숨을 남을 위해 희생한 것은 참으로 숭고한 일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7-09

비우고 떠나신 분

법정 스님이 입적한 지 벌써 2년이 훨씬 지났다. 그는 육신을 버리고 진리의 몸을 이뤄 법신(法身)의 삶을 살고 있다. `무소유`가 우리 모두에게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좀 이해하기 어렵지만 법신에는 고금이 없고, 생멸이 없다고 한다. 그는 우주법궤에 편재해 있다는 것이다. 그의 생애에 이룩한 역사적인 삶은 영원히 변치 않고 항상 우리 곁에 남아 존재한다. 정휴 스님은“눈앞에 보이는 일초일목(一草一木)이 그의 본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면 지나가는 바람소리뿐만 아니라 들리는 새소리 또한 스님의 본분이 아닐 수 없다”고 떠나가신 법정 스님을 추모했다. 그는 다른 선사들처럼 단번에 깨달은 것만이 옳은 법이고, 깨달은 다음에도 계속해서 닦는 것은 그릇된 법이라고 비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깨달음과 닦음의 대상은 곧 자기 자신과 중생이라고 항상 판단했던 분이시다. 법정 스님은 누구보다 자연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새롭게 형성할 줄 알았고 자유를 통해서 얽매임에서 벗어나는 지혜를 이미 터득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다른 수행자들처럼 자신이 이룩한 깨달음의 세계에 안주하지 않았고 집착의 삶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인생은 어떤 목표나 완성이 아니고 끝없는 실험이요 시도”라고 고백한 인간적인 수행자였다. 인간은 새로운 질서와 삶을 구현하기 위해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님의 삶에는 인간적인 향기도 있고 아울러 털어내지 못한 인간적인 고뇌도 있다. 그 고뇌를 통해 자유로워지려는 정진이 있었기 때문에 그의 수행 가치가 오늘날 평가를 받는 것이다. 또 그는 자기 완성의 정진을 언제나 벗어남에서 시작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정휴 스님의 추도사에서 그가 남긴 의복을 보면 버리고 떠남, 그리고 내려놓음을 통해 자기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얼마나 몸부림쳤는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그의 인간적인 허물은 다 소멸되었다./손경호(수필가)

2012-07-06

종교는 사회의 중재자

우리 사회는 압축성장으로 인해 다양한 갈등이 한꺼번에 표출되고 갈등이 서로 어우러져 또 다른 갈등이 생기는 성장통을 겪은지 오래됐다. 최근에 새로운 갈등이 가세하면서 선진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갈등 지수는 OECD 30개국 가운데 터키, 폴란드, 슬로바키아에 이어 4위라 한다. 몇 년 전 한 방송사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80%가 사회갈등이 10년 전 보다 심각해 졌다고 한다. 사회통합위원회가 지난 10년 사이에 조사한 공공갈등이 총 624건이었다. 이중 노동갈등이 185건으로 가장 많았고 지역갈등 119건, 계층갈등 111건, 환경갈등 69건, 교육갈등 76건, 이념갈등 44건 순으로 나타나 있다. 하지만 파업건수는 28.9% 감소된 86건이다. 불법 집회 시위 건수도 해마다 큰 폭으로 줄고 있다. 과거와 같은 민주 대 반민주 대결 구도가 약화되면서 이념갈등의 강도도 그만큼 누그러졌다. 그러나 노사갈등과 이념갈등이 축소된 것보다 더 큰 새로운 갈등 요인이 등장했다. 우선 지역갈등이 과거보다 심각해졌다. 세종시 수정을 둘러싼 논란 과학비즈니스벨트와 동남권 신공항 유치전 등이 대표적인 예다. 대형 프로젝트 일수록 심하다. 종교가 우리사회의 갈등을 심화시킨 요인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최근에 와서 생긴 것이다. 지금까지 종교는 우리 사회의 갈등을 줄이는 완충역할을 주로 해왔으나 최근에 와서는 오히려 갈등을 앞장서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4대강(천주교), 이슬람채권법(개신교), 템플스테이 예산(불교) 등을 둘러싼 종교와 정부 간의 갈등은 사안에 따라 이념갈등 요인도 있지만 종교 간의 이익이 개입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뢰성의 상실로 인한 불신도 팽배해 있다.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취약하면 다원화 사회에 합리성을 존중하는 사회풍토라도 존중돼야 한다. 이것이 종교의 몫이다./손경호(수필가)

2012-07-05

교육기부를 기대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은 학교·교사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한다. 학부모는 물론이고 지역공동체와 사회가 관심을 갖고 참여할 때 학교 교육은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 학교가 지역사회와 동떨어진 고립된 섬이 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는 얘기다. 요즘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인적·물적 자원을 이용해 청소년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교육 기부`가 느는 현상은 정말 환영할 일이다. 기업체나 재단의 협조에 이어 개인들도 지식·재능·경험을 나누는 활동으로 학교 교육에 많은 보탬이 되고 있다. 시·도 교육청마다 지난해 중학생을 대상으로 벌인`재능 기부`활동이 그 좋은 예가 되고 있다. 교수, 소설가, 방송인, 심지어 연예인들까지 다양한 분야 유명 인사 200명이 학교를 찾아가 수업을 하거나 작업실을 공개해 직접 지도한 일도 있었다.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자극하고 창의, 인성 교육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교육 모델이라고 교육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유명 인사가 자기가 살아온 삶의 철학과 경험을 청소년들에게 들려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커다란 교육이 되는 것이다. 어디서 살아왔느냐 보다는 어떻게 살았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것인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교육 기부를 실천하는 `학교 밖의 선생님`들의 학교 교육 참여가 확산될수록 학생들이 다양한 교육적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된다. 아이들의 미래를 바꾸는 생생한 교육이 가능해 지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 기부 활성화는 기관·개인의 의지에만 맡겨서는 안될 일이다. 교육 담당 기관에서는 교육 기부 희망자와 학교와 학생을 원활하게 맺어 주는 연결망부터 제대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질 좋은 관리를 위한 교육 기부 기관과 프로그램에 대한 인증시스템도 잘 갖춰 아름다운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기획하고 노력해야 한다. 교육은 농사와 같다. 좋은 토질에, 좋은 씨앗으로 부지런한 농부가 있다면 풍작을 기대할 수 있는 제도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7-04

부자는 빈자를 알까?

성서에 “부자가 천국가기는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도 “가마 탈 때는 언제나 가마 메는 사람의 고충을 생각하라”고 했다. 남의 사정을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대문호이자 부자였던 톨스토이는 평소에 사회봉사를 많이 한 덕분에 러시아 혁명 때도 해를 당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에도 그런 부자가 있었다. 수백 년 동안 주위에 좋은 일을 많이 베풀었던 경주의 최부잣집은 동학혁명 당시 농민들이 피해를 주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 해진 속옷으로 1년을 버티는 가난한 사람들의 힘겨움을 벤츠 주인은 알고 있을까. 차가운 냉돌에서 한 겨울을 보내는 에너지 빈곤층이 있다는 것, 그리고 연탄 한 장 값인 500원 정도면 이웃을 따뜻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진정한 `사회통합`의 물꼬는 빈자에서 출발해 부자가 되고 난 뒤 과거 자신의 자화상인 빈자들을 위해 거의 모든 것을 내놓는 그런 부자들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이다.산골의 지게꾼 시절을 지낸 후 기업을 일궈 회장 자리에 오른 어느 부자는 아직도 학생 교복값에 불과한 20만원 짜리 양복만 입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기회가 되는 대로 사회 곳곳에 자신의 온정을 듬뿍 베풀었다는 것이다. 어느 빌딩의 세입자들이 임차료를 꼬박꼬박 내지 말자고 결의했다. 그러면 집세를 못 올릴거라고 모두가 생각했다. 그러나 집세를 늦게 내는 건 나쁜 일이라고 생각한 한 학원 원장은 빚을 내서 임차료를 밀리지 않고 냈다. 빌딩 주인은 다른 세입자들을 모두 내보내고 아주 좋은 조건에 빌딩을 모두 학원으로 사용하게 허락했다. 물론 학원장은 큰 돈을 벌었다고 한다. 갑부가 된 학원장은 노년에 한가지 단단한 결심을 했다. “이왕 죽을 것 좋은 일하자”고 국립묘지에 가서 성심껏 봉사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그는 신기하게도 고생하는 병도 나았다고 한다./손경호(수필가)

2012-07-03

학교폭력-부모의 대책

한 중학생의 자살의 계기로 학교폭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어 정부가 학교폭력 예방과 근절에 대한 대책을 쏟아내면서 더욱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가해자 처벌에 초점을 둔 미봉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소년기 중 학교폭력이 가장 심각한 시기는 중학교 때이다. 신체 발달은 급격히 일어나는 반면 행동과 감동을 조절하는 부위인 뇌의 발달은 미숙한 시기라 한다. 따라서 중학교 때는 합창, 스포츠, 예술 등을 통해 충동을 건설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일탈을 막으려면 개인보다는 그룹으로 접근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아이가 가해자에게 맞고 돈을 빼앗기면서 어른들에게 말하지 않는 것은 피해 아이 상당수가 `학습된 무력감`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내가 누구에게 말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미리 생각해 버린다. 아무도 도와줄 수 없고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는 까닭은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누군가를 피해자로 만들고 그룹으로 따돌리는 상황에 노출돼 있다. 따돌림 당하는 아이들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방관자`적 태도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약자에 대해 배려하는 교육은 어릴때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가장 좋은 교육은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남이 힘이 들고 슬플 때 감정을 함께 가져야 동병상련의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개미 한 마리라도 생명을 가진 것이니 절대 불쌍한 것을 해쳐서는 안된다고 한다.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절대로 죄받는 일이라 하면서 생명을 존중하고 사람은 귀중한 것임을 경험담을 통해 서로 발표케 하는 과정도 주입시킨다. 그리고 친구들 사이지만 남을 괴롭히고 몸이 허약한 사람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를 서로 토론하는 습관부터 길러야 한다. 어른의 말보다 아이쪽에서 먼저 입을 열게 하고 끝까지 진지한 태도로 얼굴을 마주보며 듣는 자세가 어른에게 필요하다./손경호(수필가)

2012-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