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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녹색환경으로

자연환경을 깨끗이 하고 쾌적한 생활을 추구하는 것이 현대 인간의 욕망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주변이 공기의 오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인간의 꿈이었다. 이제 그러한 염려에서 해방되려는 정부의 방침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거창한 개발이나 토목공사로 우리의 주거문화가 크게 달라지길 희망하기 보다는 4대강 살리기는 강의 원래 모습을 되찾아 주는 게 급선무다. 낙동강만 해도 그렇다. 강에 퇴적토가 쌓이지 않았던 1930년대만 해도 부산에서 상주까지 내륙 깊숙이 배가 다녔으며, 수량이 풍부해서 강유역이 기름진 평야가 되어 곡식 재배에 큰 소득을 이뤘다. 강을 살리자는 정부의 의지는 퇴적토를 청소하고, 우리의 강을 치료해 많은 물을 확보하고 생명과 희망이 돌아오게 하는 우리강 제 모습 찾기 공사일게다. 홍수와 가뭄으로 신음하는 강을 살리는 것이고, 넉넉한 강물로 인해 주변 생태계도 풍요로워진다. 공사에는 환경과 자연을 생각해서 보호하는 친환경 공법을 적극 채택하길 바란다. 아울러 현대자동차에서 세계에서 성능이 가장 뛰어난 전기자동차인 `블루온`이 나왔다. 녹색산업의 선두를 달리는 전기자동차에 대한 국내 업계의 관심이 높고, 기술개발이 폭넓게 이뤄졌다고 한다. 일본의 자동차보다 좀 늦었지만 제품의 평가는 자동차의 나라 미국도 충격을 받을만큼 우리 차가 주도권을 잡고 있다. G20 정상들이 고민하고 있는 현실에서 무공해 전기자동차의 출시는 획기적이며, 블루온의 국산화 비율이 거의 100%에 이른다. 전기자동차 수출이 시작되면 세계 `빅4`로 올라서며 우리의 생산기술이 일본을 능히 앞지르는 것이다. 우리는 옛부터 금수강산이다.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우리 선조들의 덕분으로 우리는 치산치수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왔다. 맑은 물, 상쾌한 공기,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세계문화유산도 존재하고 있다./손경호(수필가)

2012-07-16

감자전이 생각나는 계절

원말은 변하기 전의 본디의 말로, 감자의 원말은 감저이다. 가지과의 여러해살이 풀로, 여름에 흰빛 또는 자줏빛 꽃이 피고, 땅속줄기의 일부가 덩이 모양을 이룬 것을 말하며, 녹말이 풍부한 식용식물이다. 한 때는 마령서라 했으며, 고구마와 더불어 영양가 많은 대용식이나 반찬 만드는데 많이 쓰이는 식탁의 필수품이다. 어릴 때 생각이 많이 난다. 더운 여름이면 나무 바람 시원한 대청마루에 앉아 어머니가 쪄준 감자, 그리고 밥할 때 밥위에서 찐 감자의 구수한 감자 냄새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긴긴 해 속이 출출할 때 간식으로 먹는 감자 맛은 천하일품이고, 저녁에 군불 땔 때 구워먹는 감자도 언제나 맛이 있다. 요즘은 요리의 하나로 감자전을 부쳐 떡처럼 기름에 튀겨 먹는다. 보리를 수확할 철이 좀 지나면 햇감자라 하여 토실토실하고 쫀득거리는 투박한 감자의 맛이 훌륭하다. 감자는 맛도 좋지만 감자를 주식으로 하는 민족은 장수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원산지는 남미다. 그런데 요즘 감자를 이용한 먹거리가 생겨 눈길을 끈다. 젊은층이 좋아하는 감자스넥과 감자칩이 있고, 노년층이 즐기는 감자떡, 감자전이 인기다. 감자전은 다이어트식, 장수식품으로 탄수화물이 주성분이지만 비타민, 칼슘,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는 알칼리성 식품이다. 식물성 기름에 익혀 소화도 빠르고 영양가가 높아서 환자식이나 건강식으로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감자는 비타민C가 사과의 5배이며, 인삼에 있는 사포닌 성분도 있다. 강판에 갈아 체에 받쳐 남는 감자전분을 반죽에 사용한다. 식용유를 두른 뒤 청·홍고추나 부추, 미나리, 그리고 파를 약간 썰어 넣기도 한다. 감자에 함유된 식이섬유는 지방과 당의 흡수를 억제시킨다. 콜레스테롤과 혈당을 낮추어 각종 성인병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냥 삶거나 쪄서 먹는 것 보다 감자전은 고소한 맛이 특이해서 좋다. /손경호(수필가)

2012-07-13

자랑할 것이 있다면

세상에는 자랑할 것도 많고, 자랑하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그동안 잠복해 있던 자랑거리가 쏟아져 나온다. 학력을 자랑하고, 경력을 자랑하며, 심지어는 지역을 들먹이며 자기가 최고임을 알린다. 자랑은 자기와 관계되는 사물을 남에게 드러내어 칭찬하는 것을 말한다. 좀 지나치면 뽐내는 것이고, 자기 과시로 비치기 십상이다. 어떤 일을 행사함에 있어서 각계각층의 전문인들도 많고, 경험자가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자기만이 최고이고, 자기만이 능력을 갖춘 자임을 드러내는 경우도 더러 있다. 선거가 다가오면 많은 후보자들이 제각기 자랑함으로써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혼란만 안겨준다. 자랑은 진중한 것에 싸여 있을 때 가장 성공한다. 사상가 밀란은 “하등 확고한 권리도 없이 그 누구의 고통 또는 환희의 원인을 만들어 준다는 것, 그것은 우리들의 자랑에 있어서 가장 달콤한 음식이 아니겠는가? 도대체 행복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충족된 자랑이다”라고 했다. 철학자 니체도 “인간은 자랑을 갖고 이미 살 수 없을 때는 자랑스럽게 죽어야 한다”고 했다.자랑하는 사람을 골탕먹이기로 유명한 해학가이자 `톰소여의 모험`을 쓴 작가 마크 튀인이 어느날 백만장자의 초대를 받았다. 주인은 손님에게 아주 훌륭한 식사를 대접했다. 그러나 식사가 나올때 마다 주인은 식사의 가격을 손님에게 매번 이야기 해주었다. 마침내 디저트로 포도가 나왔을 때 주인은 손님들에게 “이 포도는 알맹이 하나가 돈으로 치면 1달러가 넘는다”고 했다. 저쪽에서 마크 트웨인이 큰 소리로 외쳤다. “참, 그 포도는 맛도 뛰어나고 모양도 훌륭합니다. 저 100달러 만큼 더 보내어 주십시오” 남이 하는 자랑은 듣기 좋고 칭찬할 만한 것인데, 자기가 하니 자화자찬이 돼버린다. 자랑을 한곳에 모으자. 나의 사랑하는 조국, 부모, 그리고 매일 만나는 친구를 자랑하자./손경호(수필가)

2012-07-12

악어의 눈물

위선(僞善)이란 말은 `겉으로만 착한 체함`을 일컫는 말로, 거짓과 가면을 표현하는 말이다. 파스칼의 `팡세`에서 “인간은 천사도 아니거니와 짐승도 아니다. 그러나 불행한 것은 인간은 천사처럼 행동하려고 하면서 짐승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있어서나 남에게 있어서나 위장과 허위와 위선 뿐이다”라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와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그럴 듯하게 보이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소유물로서 자기의 것이 될 듯한 표정은 없는가 하고 눈을 크게 뜬다. 자기의 정신과는 별다른 정신을 찾아 돌아다닌다. 닥치는 대로 가지가지 말투를 쓰고 태도를 지어서 자기의 것이 되지나 않을까 하고 고심참담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몇몇 사람에게 어울리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도, 말투와 태도를 널리 포괄하는 척도가 없다는 것도, 흉내 내기에 좋은 말투나 태도가 없다는 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위선은 약하디 약한 정책이나 지략에 지나지 않는다.국회의 어느 당이 `감세정책`에 대한 당론을 두고 혼선이 생기자 `악어의 눈물, 이중 플레이`등의 표현을 써가면서 강하게 비판한 일이 있었다. 여기서 `악어의 눈물`이란 위정자들의 풍속어로, 정치가들 사이에 서로 빗대어 쓰는 말이다. 악어가 먹이를 씹으면서 먹히는 동물의 죽음을 애도하며 눈물을 흘린다는 얘기에서 전래된 말로, 패배한 정적 앞에서 흘리는 위선의 눈물을 가리킬 때 많이 쓰이는 말이다. 이중성이 다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범해진 최초의 죄가 위선이라고 한다. 자기 방기(放棄)도 위선이다. 위선은 항상 잔인한 것이다./손경호(수필가)

2012-07-11

무엇을 남길 것인가

정보기술산업(IT)의 귀재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나자 마자 그의 전기(傳記)가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는 게 아니라 본인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진 책이라 더욱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는 조그마한 자동차 차고에서 시작해 세계 최고의 회사가 된 애플을 만들고, 일에 대한 열정과 완벽주의로 정보기술업계의 혁명가가 된 인물이다. 그의 자서전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그가 최후에 스스로 세상에 남기고자 한 것이 `한 권의 책`이라는 것은 뜻밖의 결말이다. 전기 `스티브 잡스`는 2004년부터 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에게 잡스 본인이 직접 요구해서 만든 것이다. 사생활이 베일에 가려진 인물로 유명한 그가 스스로 책을 써 달라고 했을때 작가인 아이작슨은 아직 때가 아니라고, 그가 가야할 길이 아직 더 많이 남았다고 그의 부탁을 매번 거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한부 생명을 예상했던 잡스는 결국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켜 40여 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전기의 초석을 마련하는데 적극적으로 협조했다.전기는 한 사람의 일대기를 이룬 책이다. 전기를 남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지만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한 권의 전기를 집필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인생관은 주제가 되고 인생경험은 스토리가 되어 천차만별한 전기의 세상이 펼쳐진다. 인생은 고달프고 험난하지만 한평생 그것을 헤쳐나온 인생전사의 회고담은 그것 자체로 이미 한 권의 책이 돼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한 권의 책은,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사람들의 풍요로운 경험은 인류에게 지혜를 전달하는 이야기 보따리로 전환된다. 신화, 전설, 설화, 전기를 비롯해 숱한 이야기 속에도 그런 요소가 듬뿍 담겨 있다. 모든 사람은 전기의 주인공이다. 그 주인공의 살아온 모습에서 우리는 많은 교훈을 얻는다./손경호(수필가)

2012-07-10

버스 기사의 희생

학교 통학버스 기사인 쉰셋의 김영인씨는 몇달 전까지만 해도 광주시에서 통학버스를 운전하는 기사였다. 김씨는 동네 슈퍼마켓을 꾸리다 장사가 안돼 그만두고 1년 전 관광버스회사에 들어갔다. 회사가 학교와 계약을 맺고 운행한 통학버스를 운행하며 한 달에 150만원 쯤 받는 월급쟁이다. 지난해 김씨는 평소에 다니던 학교와 다른 여학교 학생들을 임시로 실어 나르려고 학교앞 비탈진 길가에 버스를 세웠다. 그는 차밖에 나와 하교하는 학생들을 기다렸다. 25인승 버스는 여덟번째 학생이 탈 즈음 핸드브레이크가 풀린 듯 비탈길을 따라 교문 쪽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버스에 가속도가 붙으면 10여m 아래 교문 앞에 있던 학생 스무명을 덮칠 위기였다. 그 순간 기사 김씨는 버스 앞으로 달려가 버스를 몸으로 버텨 막듯 하며 학생들에게 “빨리 옆으로 피하라”고 외쳤다. 아무 것도 모른 채 교문 앞에 모여있던 학생들은 김씨의 외침을 듣고 몸을 피해 두 명만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김씨는 버스에 깔려 숨졌다. 김씨 스스로도 맨몸으로 25인승 버스를 멈춰 세울 수 있을거라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가 움직이는 버스 앞으로 달려가게 만든 것은 친딸 같은 학생들이었다. 그 순간 김씨에겐 `내딸`과 `네딸`을 가르는 울타리가 사라졌을 것이다. 김씨의 죽음에서 사람의 울타리 없는 본디 마음을 본다. 김씨는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도 늘 웃음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학생들이 버스에서 내릴 때면 `조심해서 잘가`라는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고 했다. 기사 김씨는 스스로의 몸을 던지면서 보여준 사랑의 힘에 많은 사람이 감동과 위안을 받는다. 그는 한 줌 재가 되어 한많은 세상을 등지고 저승으로 갔다. 우리 주변에서 살신성인의 의사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모든 사건들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메어지게 한다. 사람의 목숨은 다같이 귀하고 소중하다. 하나 밖에 없는 목숨을 남을 위해 희생한 것은 참으로 숭고한 일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7-09

비우고 떠나신 분

법정 스님이 입적한 지 벌써 2년이 훨씬 지났다. 그는 육신을 버리고 진리의 몸을 이뤄 법신(法身)의 삶을 살고 있다. `무소유`가 우리 모두에게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좀 이해하기 어렵지만 법신에는 고금이 없고, 생멸이 없다고 한다. 그는 우주법궤에 편재해 있다는 것이다. 그의 생애에 이룩한 역사적인 삶은 영원히 변치 않고 항상 우리 곁에 남아 존재한다. 정휴 스님은“눈앞에 보이는 일초일목(一草一木)이 그의 본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면 지나가는 바람소리뿐만 아니라 들리는 새소리 또한 스님의 본분이 아닐 수 없다”고 떠나가신 법정 스님을 추모했다. 그는 다른 선사들처럼 단번에 깨달은 것만이 옳은 법이고, 깨달은 다음에도 계속해서 닦는 것은 그릇된 법이라고 비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깨달음과 닦음의 대상은 곧 자기 자신과 중생이라고 항상 판단했던 분이시다. 법정 스님은 누구보다 자연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새롭게 형성할 줄 알았고 자유를 통해서 얽매임에서 벗어나는 지혜를 이미 터득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다른 수행자들처럼 자신이 이룩한 깨달음의 세계에 안주하지 않았고 집착의 삶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인생은 어떤 목표나 완성이 아니고 끝없는 실험이요 시도”라고 고백한 인간적인 수행자였다. 인간은 새로운 질서와 삶을 구현하기 위해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님의 삶에는 인간적인 향기도 있고 아울러 털어내지 못한 인간적인 고뇌도 있다. 그 고뇌를 통해 자유로워지려는 정진이 있었기 때문에 그의 수행 가치가 오늘날 평가를 받는 것이다. 또 그는 자기 완성의 정진을 언제나 벗어남에서 시작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정휴 스님의 추도사에서 그가 남긴 의복을 보면 버리고 떠남, 그리고 내려놓음을 통해 자기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얼마나 몸부림쳤는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그의 인간적인 허물은 다 소멸되었다./손경호(수필가)

2012-07-06

종교는 사회의 중재자

우리 사회는 압축성장으로 인해 다양한 갈등이 한꺼번에 표출되고 갈등이 서로 어우러져 또 다른 갈등이 생기는 성장통을 겪은지 오래됐다. 최근에 새로운 갈등이 가세하면서 선진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갈등 지수는 OECD 30개국 가운데 터키, 폴란드, 슬로바키아에 이어 4위라 한다. 몇 년 전 한 방송사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80%가 사회갈등이 10년 전 보다 심각해 졌다고 한다. 사회통합위원회가 지난 10년 사이에 조사한 공공갈등이 총 624건이었다. 이중 노동갈등이 185건으로 가장 많았고 지역갈등 119건, 계층갈등 111건, 환경갈등 69건, 교육갈등 76건, 이념갈등 44건 순으로 나타나 있다. 하지만 파업건수는 28.9% 감소된 86건이다. 불법 집회 시위 건수도 해마다 큰 폭으로 줄고 있다. 과거와 같은 민주 대 반민주 대결 구도가 약화되면서 이념갈등의 강도도 그만큼 누그러졌다. 그러나 노사갈등과 이념갈등이 축소된 것보다 더 큰 새로운 갈등 요인이 등장했다. 우선 지역갈등이 과거보다 심각해졌다. 세종시 수정을 둘러싼 논란 과학비즈니스벨트와 동남권 신공항 유치전 등이 대표적인 예다. 대형 프로젝트 일수록 심하다. 종교가 우리사회의 갈등을 심화시킨 요인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최근에 와서 생긴 것이다. 지금까지 종교는 우리 사회의 갈등을 줄이는 완충역할을 주로 해왔으나 최근에 와서는 오히려 갈등을 앞장서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4대강(천주교), 이슬람채권법(개신교), 템플스테이 예산(불교) 등을 둘러싼 종교와 정부 간의 갈등은 사안에 따라 이념갈등 요인도 있지만 종교 간의 이익이 개입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뢰성의 상실로 인한 불신도 팽배해 있다.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취약하면 다원화 사회에 합리성을 존중하는 사회풍토라도 존중돼야 한다. 이것이 종교의 몫이다./손경호(수필가)

2012-07-05

교육기부를 기대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은 학교·교사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한다. 학부모는 물론이고 지역공동체와 사회가 관심을 갖고 참여할 때 학교 교육은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 학교가 지역사회와 동떨어진 고립된 섬이 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는 얘기다. 요즘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인적·물적 자원을 이용해 청소년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교육 기부`가 느는 현상은 정말 환영할 일이다. 기업체나 재단의 협조에 이어 개인들도 지식·재능·경험을 나누는 활동으로 학교 교육에 많은 보탬이 되고 있다. 시·도 교육청마다 지난해 중학생을 대상으로 벌인`재능 기부`활동이 그 좋은 예가 되고 있다. 교수, 소설가, 방송인, 심지어 연예인들까지 다양한 분야 유명 인사 200명이 학교를 찾아가 수업을 하거나 작업실을 공개해 직접 지도한 일도 있었다.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자극하고 창의, 인성 교육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교육 모델이라고 교육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유명 인사가 자기가 살아온 삶의 철학과 경험을 청소년들에게 들려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커다란 교육이 되는 것이다. 어디서 살아왔느냐 보다는 어떻게 살았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것인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교육 기부를 실천하는 `학교 밖의 선생님`들의 학교 교육 참여가 확산될수록 학생들이 다양한 교육적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된다. 아이들의 미래를 바꾸는 생생한 교육이 가능해 지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 기부 활성화는 기관·개인의 의지에만 맡겨서는 안될 일이다. 교육 담당 기관에서는 교육 기부 희망자와 학교와 학생을 원활하게 맺어 주는 연결망부터 제대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질 좋은 관리를 위한 교육 기부 기관과 프로그램에 대한 인증시스템도 잘 갖춰 아름다운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기획하고 노력해야 한다. 교육은 농사와 같다. 좋은 토질에, 좋은 씨앗으로 부지런한 농부가 있다면 풍작을 기대할 수 있는 제도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7-04

부자는 빈자를 알까?

성서에 “부자가 천국가기는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도 “가마 탈 때는 언제나 가마 메는 사람의 고충을 생각하라”고 했다. 남의 사정을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대문호이자 부자였던 톨스토이는 평소에 사회봉사를 많이 한 덕분에 러시아 혁명 때도 해를 당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에도 그런 부자가 있었다. 수백 년 동안 주위에 좋은 일을 많이 베풀었던 경주의 최부잣집은 동학혁명 당시 농민들이 피해를 주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 해진 속옷으로 1년을 버티는 가난한 사람들의 힘겨움을 벤츠 주인은 알고 있을까. 차가운 냉돌에서 한 겨울을 보내는 에너지 빈곤층이 있다는 것, 그리고 연탄 한 장 값인 500원 정도면 이웃을 따뜻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진정한 `사회통합`의 물꼬는 빈자에서 출발해 부자가 되고 난 뒤 과거 자신의 자화상인 빈자들을 위해 거의 모든 것을 내놓는 그런 부자들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이다.산골의 지게꾼 시절을 지낸 후 기업을 일궈 회장 자리에 오른 어느 부자는 아직도 학생 교복값에 불과한 20만원 짜리 양복만 입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기회가 되는 대로 사회 곳곳에 자신의 온정을 듬뿍 베풀었다는 것이다. 어느 빌딩의 세입자들이 임차료를 꼬박꼬박 내지 말자고 결의했다. 그러면 집세를 못 올릴거라고 모두가 생각했다. 그러나 집세를 늦게 내는 건 나쁜 일이라고 생각한 한 학원 원장은 빚을 내서 임차료를 밀리지 않고 냈다. 빌딩 주인은 다른 세입자들을 모두 내보내고 아주 좋은 조건에 빌딩을 모두 학원으로 사용하게 허락했다. 물론 학원장은 큰 돈을 벌었다고 한다. 갑부가 된 학원장은 노년에 한가지 단단한 결심을 했다. “이왕 죽을 것 좋은 일하자”고 국립묘지에 가서 성심껏 봉사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그는 신기하게도 고생하는 병도 나았다고 한다./손경호(수필가)

2012-07-03

학교폭력-부모의 대책

한 중학생의 자살의 계기로 학교폭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어 정부가 학교폭력 예방과 근절에 대한 대책을 쏟아내면서 더욱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가해자 처벌에 초점을 둔 미봉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소년기 중 학교폭력이 가장 심각한 시기는 중학교 때이다. 신체 발달은 급격히 일어나는 반면 행동과 감동을 조절하는 부위인 뇌의 발달은 미숙한 시기라 한다. 따라서 중학교 때는 합창, 스포츠, 예술 등을 통해 충동을 건설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일탈을 막으려면 개인보다는 그룹으로 접근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아이가 가해자에게 맞고 돈을 빼앗기면서 어른들에게 말하지 않는 것은 피해 아이 상당수가 `학습된 무력감`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내가 누구에게 말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미리 생각해 버린다. 아무도 도와줄 수 없고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는 까닭은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누군가를 피해자로 만들고 그룹으로 따돌리는 상황에 노출돼 있다. 따돌림 당하는 아이들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방관자`적 태도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약자에 대해 배려하는 교육은 어릴때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가장 좋은 교육은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남이 힘이 들고 슬플 때 감정을 함께 가져야 동병상련의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개미 한 마리라도 생명을 가진 것이니 절대 불쌍한 것을 해쳐서는 안된다고 한다.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절대로 죄받는 일이라 하면서 생명을 존중하고 사람은 귀중한 것임을 경험담을 통해 서로 발표케 하는 과정도 주입시킨다. 그리고 친구들 사이지만 남을 괴롭히고 몸이 허약한 사람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를 서로 토론하는 습관부터 길러야 한다. 어른의 말보다 아이쪽에서 먼저 입을 열게 하고 끝까지 진지한 태도로 얼굴을 마주보며 듣는 자세가 어른에게 필요하다./손경호(수필가)

2012-07-02

염소 할머니의 교훈

독거노인 정 할머니는 그가 지금 정부로부터 받는 기초노령연금이 전부라 한다. 경남 함양군 지리산 산자락의 단칸방에서 살면서 염소를 팔아 모은 돈 1억원을 기부한 78세의 자식도 없는 혼자사는 노인이다. “나는 죽을 때까지 나라 도움 안받고 내 힘으로 살다 가고 싶다”고 했다. 실제로 정 할머니는 여든이 가까운 세월, 국가로부터 받은게 별로 없다. 학교에 다니지 않아 그 흔한 교육혜택도 한 푼 받지 않았다. 병원에도 자주 가지 않아 의료복지 혜택도 거의 받지 않았다. 그는 혼자 힘으로 살아왔고 염소를 키워 돈마저 남을 위해 선뜻 내놓았다. 생활비라고는 전무다. 직접 재해한 채소와 산에서 캔 나물 반찬으로 끼니를 이어가며 염소 사육한 것이 할머니의 일과이다. 정 할머니는 “나는 아직 혼자서 염소를 키울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니까 내 힘이 닿는데까지 그동안 하던대로 생활할 것”이라 했다. “그러나 죽을 때 혹시 돈 남으면 그때 가서 또 기부하면 되지”라 한다. “노인정에 가서 놀고 온천이니 바닷가니 하는 공기 좋고 물 좋은 곳 다니는 것도 좋은 일이지. 하지만 나는 염소 돌보는 것이 좋아. 나만 보고 사는 짐승인데 멀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 할머니는 복지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분이다. 그 개념은 비록 알지 못하지만 우리에게 복지란 무엇인가를 일깨워 주신 분이다. 지금 우리 정치권에서는 복지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그들의 말만 믿고 산다면`요람에서 무덤까지`국가가 나를 평생 책임지는 시대가 올 것 같다. 모든 걸 나라가 해결해 주는 `이상적 복지`는 있을 수 없다. 정 할머니는 하나뿐인 어린 딸이 죽고 홀로 어렵게 살아온 굴곡진 인생을 살아왔다. 그렇지만 그는 다른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손 벌리기 앞서 스스로 부딪히고 의식주를 해결하며 어려움을 헤쳐나갔다. 가난속에서도 언제나 여유를 가지고 더 오래 살면 남은 재산 모두를 기부하겠다는 일념의 각오가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된다. /손경호(수필가)

2012-06-29

에너지는 생존의 문제다

석유는 모든 동력(動力)의 원료가 되고 많은 화학제품을 만들어 내는 재료가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같이 석유·가스의 생산이 없는 나라에서는 전량을 수입해 올 수 밖에 없는 수입국이다. 지금 세계는 석유로 인해서 나라마다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으로 인해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수출이 주된 경제적 기반인 국가에서는 산업의 식량인 석유의 안정적인 확보 문제가 항상 국가의 주요 의제가 돼야 하고 동시에 다른 무엇보다 앞서 정책적으로 실천돼야 한다. 적정한 가격에 에너지가 중단 없이 공급돼야 한다는 의미의 에너지 안보는 석유와 가스의 적극적 개발과 수입처의 다변화, 그리고 에너지 효율성 증대 등의 방법을 통해 확보할 수는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녹색 우선 정책으로 인해 석유 자원의 안정적 확보에 대한 부분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왔다. 그러면 과연 석유생산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석유 전문가들은 앞으로 150년 지나면 석유는 고갈될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지만 그것을 예측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에너지 안보에는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라는 경제원리만으로 답하기 어려운 국제정치적, 문화적, 법적, 그리고 기술적 문제가 혼합돼 있다. 산업전문가들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2012년 석유와 가스, 광물을 포함한 전체 해외자원 개발 투자액은 118억 달러라 한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지위가 초라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자원개발에서 잡음이 있다고 해서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 투자를 중단하는 어리석음은 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석유개발은 지구상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산업이며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산업이다. 끊임없는 석유의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투자도 계속 늘리면서 긴 안목과 정책으로 미리 대비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손경호(수필가)

2012-06-28

검은 곡식의 효능

요즘 전통시장 난전에 가면 유별나게 건강에 좋다는 곡식이 있어 그 인기가 대단하고 값도 다른 것에 비해 월등하게 비싸다. 흑미(검은 쌀)를 비롯해서 검은 콩과 검은 옥수수, 감자 등이 있는가 하며는 검은깨(참깨)가 불티나게 잘 팔린다. 진시황제의 영약,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이 노력했지만 아직까지 그 세월을 이겨냈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 대신 늙지 않는 약초나 식품을 찾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유사품 불로초가 등장했는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불로장생의 묘약으로 가장 많이 거론됐던 식품 가운데 하나가 참깨라 한다. 고대 신화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동안 참깨는 젊음을 유지해 주는 식품으로 항상 첫째였다. 전해오는 역사에 의해서도 참깨는 신선이 먹는다는 선약에 가까운 식품이라고 문헌에 기록된 부분이 많다고 한다. 이러한 극찬을 받고 있는 검은 참깨를 뽕잎가루와 섞어 석달 정도 복용하면 몸에 윤기가 돌고 반년을 먹으면 모든 병이 사라지고 계속 복용하면 하얀 머리칼이 검게 되고 다리에 힘이 생기고 눈도 밝아진다고 했다. 그래서 장수식품으로 신선이 먹는 음식 중에서도 최상의 식품이라고 기록했다. 멀리 서역에서 온 한 승려가 뽕잎가루와 검은 참깨를 비밀스럽게 만든 비법이라 했으니 신선의 세계에서는 참깨가 진짜 불로초였던 모양이다. 참깨를 신선의 음식으로 생각한 것은 우리나 중국뿐만 아니라 참깨의 원산지 중동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 문헌은 전하고 있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였던 아시리아에서 처음 참깨를 식용으로 재배했다는데 중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삼국시대에 전래됐고 재배 역사는 긴 만큼 수확되는 소출은 작았던 것 같다. 국산 참기름의 가치는 엄청나서 귀한 식품으로 평가받는 것도 전통에 따르는 효과로 높은 대접을 받고 있다. 그냥 깨를 볶아서 짠 기름이 아니고 검은 참깨로 만든 것이라 순참기름이라 한다. /손경호(수필가)

2012-06-27

밥상머리 교육

옛날 3대가 한 집에서 생활할 때는 아침밥 먹는 시간은 마치 잔칫집 같다. 할아버지를 중심으로 큰 방에 둘러 앉아 덕담과 경험담을 들으면서 식사를 한다. 참 분위기가 좋고 가정의 화목함도 느낀다. 모든 것이 부족한 시절이었지만 오가는 대화는 언제나 어른들의 주의사항에 따르고 자녀들은 언제나 `예`하면서 순종할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다. 요즈음 적은 식구의 구성원에도 식사시간이 한결같지 않다. 각자의 사정에 맞춰 따로따로 먹다보니 가족간의 대화시간이 차차 줄어들고 없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른들의 말씀을 아예 잔소리로 여기고 식사를 빨리하고 제 방으로 가 버리고 문을 잠궈버린다. 관심은 사랑에서 오는 것인데 부모도 자녀들이 자기들 알아서 처신해 주기만을 기다린다. 학교폭력으로 교육계 뿐만 아니라 사회가 어지럽고 심각하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자녀의 행동에 등한해 왔다는 것은 너무 가정교육이 소홀했다. 대화의 두절이 아니라 단절된 상태에서 자녀를 키운다는 것은 전적 부모의 탓이다. 유심히 관찰하고 깊은 애정을 가진다면 먼저 가정에서 감지할 수 있는 상황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몸이 아프다 하면서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면 벌써 이상한 징조가 눈에 띄는 것이다. 전에 안하던 행동을 한다던지 용돈을 자주 요구하는 것도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부모와 함께 밥상머리에서 원인의 해결점을 대화로 시작해야 한다. 몸에 상처나 멍자국이 있나를 유심히 살펴야 하고 웃음이 없어지고 풀이 죽어서 외부와 단절하는 경우가 잦게 된다. 자면서 식은 땀을 흘리거나 잠꼬대를 하며 갑자기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갑자기 짜증이 많아지고 엄마나 동생 등 자기에게 만만한 상대에게 폭력을 쓰거나 공격적으로 변한다. 그리고 입고 있는 교복에 더럽힘이나 손상이 가는 경우도 유심히 살펴야 한다. 옛 가정의 문화가 그립다고 한다. 못 살고 어려웠지만 사람 사는 세상이 그리워진다. 남을 나같이 생각하면. /손경호(수필가)

2012-06-26

학습효과와 시험

중·고시절에 1학기에 보통 시험을 두 번 치룬다. 소위 말하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제고사라 하여 교육부서가 주관하는 전국단위나 도단위의 고사도 가끔 치뤘다. 무엇보다도 시험을 치루는 시험시간표가 발표되면 그때부터 밤을 새우기나 거기에 대비해 준비를 하기에 정신이 없다. 평소 수업시간에 충실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기도 하고 노트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친구의 노트를 빌려 베끼기도 하고 야단법석이다. 부모님들도 자녀들이 유별나게 설치거나 심부름, 설겆이를 거절하는 경우가 생기면 시험이 가까이 오고 있음을 감지한다. 시험은 대단히 중요하고 필요하다. 그동안 소홀하게 여겨왔던 학습을 다시 정비하고 실력을 쌓게 되는 계기가 되어 넓게 생각하면 소중한 교육방식이다. 벼락치기 공부라 해서 시험 시간표에 따라 한 과목씩, 한 과목씩 배운 것을 익혀 나가는 것은 시험을 기분좋게 치루고 나면 거기서 얻어지는 자신감은 큰 희열이요, 보람이다. 미국의 어느 교육기관에서 발표한 내용에도 “학습 효과를 높이는데는 시험만한 것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시험 준비 에는 여러가지 방법도 있다. 다른 학생의 의견을 듣고 정보를 얻는 방법이 있는가 하며는 혼자서 반복 학습해 암기 위주의 방식으로 혼자 해결하는 방식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험치기 훨씬 전에 선생님의 요점정리에 큰 기대를 건다. 지금까지 배운 것 중에서 많이 기출되는 문제들을 예상문제로 여기고 빠른 판단으로 메모해 두는 것이 상책이다. 만약 이러한 시험이 없다면 수업시간이 해이해지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처음부터 기초를 쌓아가면서 문제를 풀어가는 복기식 시험준비가 시험의 결과와 학습효과에 큰 도움이 되고 실력을 쌓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지금 같아서는 시험을 더 자주 치뤘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하고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손경호(수필가)

2012-06-25

역(逆)발상의 기인

음력 정월이 오기 전부터 우리나라 노인층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책이 토정비결이다. 호는 토정이요, 본명이 이지함이 쓴 도참서(앞날의 신수나 길흉을 예언하는 술법, 또는 그러한 내용을 적은 책)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조심과 주의를 예고하고 좋은 일을 예찬한 일종의 생활 지침서라고도 할 수 있다. 전설에 의하면 토정 이지함은 정말 기인(奇人)인 것 같다. 낮에 길을 가다가도 졸음이 오면 그가 항상 갖고 다니는 대나무 지팡이를 짚고 길에 서서 자는 특이한 성품의 소유자다. 조선 명종 때의 토정 이지함은 인본, 태세, 월건, 일진 등을 수자로 따지고 주역의 음양설에 근거해 일년의 신수를 보는 것으로서 중국에서 유행하던 여러 가지 술서를 인용해 엮은 책이다. 토정은 잡학을 즐기던 학자로서 이 책을 저술해 사람들의 길흉화복을 예언했다. 역사학자 박성희 교수에 의하면 토정은 여러 가지 파격적인 일화를 많이 남긴 조선시대의 기인이다. 그의 삶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보면 그는 단순한 기인이 아니다. 시대를 앞서간 창의적인 선각자이다. 그의 삶은 `실용적 창의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원리가 지배하고 있다. 율곡과 친분이 가까운 문인이요, 성리학자이다. 실용적 창의성이 드러나는 예화가 하나 있다. 토정이 아산의 한 고을에 부임하자 백성들에게 가장 힘겹고 괴로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연못에 물고기를 기르는 일`이라고 했다. 아산 고을에 물고기 기르는 연못이 있는데 관아에서 겨울에도 물고기를 잡아 바치게 하라는 명령이 있어 백성들이 큰 애를 먹고 있었다. 토정은 즉시 연못을 메우게 해 백성들의 후환을 영영 끊어 버렸다. 연못이 없으면 백성의 노고가 필요없게 된 것이다. 연못을 그대로 두고 개선책을 찾느니 아예 연못을 없애버림으로써 백성들의 편을 들어줬다. 생각을 바꾸면 길이 생기고 세상사를 보는 토정의 안목에 지혜가 담겨 있다. 생각을 반대로 생각하는 역발상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6-22

또 다른 생명의 기부

우리나라에서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람이 1년에 2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 보다 두배가 넘는 숫자다. 현재 갑작스런 심정지가 발생한 사람의 생존율은 2.8%에 불과하다. 필자도 얼마 전에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을 목격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촌각을 다투는 위기로 여겼다. 일본의 경우는 심정지 생존율은 7%가 넘는다. 미국의 시애틀 지역은 15% 이상이 생존한다니 놀라운 일이다. 심장이 갑자기 멎더라도 이를 목격한 사람이 심폐소생술을 하면 살아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심정지로 혈액순환이 멎춘 후 5분 정도가 지나면 뇌가 손상되기 시작한다. 심폐소생술은 가슴을 반복적으로 누르고 인공호흡을 해 심장을 되살리는 방법으로 멎어버린 심장을 대신해 뇌에 혈액을 순환시킨다. 심정지를 목격한 사람이 즉시 심폐소생술을 하면 심정지 생존율은 2~3배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심정지 80% 이상이 가정이나 공공장소에서 발생한다. 심정지 생존율이 높은 나라는 심정지를 목격한 사람의 40% 이상이 심폐소생술을 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심정지 환자가 심폐소생술을 받을 확률은 5%도 되지 않고 무조건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만 이송시킬려고 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심폐소생술을 할 줄 모르거나 인공호흡 하기가 꺼려질 경우에는 인공호흡을 하지 않고 가슴압박소생술을 하도록 권장한다는 것이다. 응급처치는 먼저 119에 신고해 놓고 환자를 반듯이 눕히고 가슴 가운데를 1분에 100회 이상의 속도로 강하게 누르면 된다. 심폐소생술은 내가 아닌 가족과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방법이다. TV나 비디오를 통해서 누구나 익힐 수 있는 응급처치다. 누구나 심폐소생술을 하게 된다면 내가 심정지 상태에 빠졌을 때 다른 누군가가 나를 구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분·초를 다투는 긴급한 상황이라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말고 보고 배운 것을 그대로 실천하면 또 하나의 생명기부가 되는 것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6-21

민족문학-시조

고려 말엽부터 발달하기 시작한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 시조는 보통 초장·중장·종장의 3장으로 이뤄진 시절가(時節歌)이다. 이는 당대에 한창 유행하는 가조(歌調)라는 뜻이다. 그러기에 시조라는 명칭은 문학 장르의 명칭이라기 보다는 음악 곡조의 명칭이라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 그러나 시조는 700~800년을 두고 민족의 얼과 정서를 담아 줄기차게 오늘에 이른 유일의 민족문학이다. 조선시대로 접어들면서 날로 계승·발전돼 송강 정철, 고산 윤선도, 노계 박인로 등의 대가를 비롯해 여류 황진이를 배출했다. 그 이후 영조시대의 김천택의 청구영언을 효시로 김수장의 해동가요 등의 시조집이 쏟아져 나왔다. 현대 시조라 할 수 있는 육당 최남선, 가람 이병기, 노산 이은상 등이 현대시조의 주역이다. 최근대에 와서는 이호우, 김상옥, 이태극 등의 문인들이 시조 전문지인 `시조문학`을 이끌어온 시조시인이다. 본래는 시조를 단가라 불러 장가(고려가요, 경기체가)에 비해 짧은 형식의 노래로 영조때 가객(歌客) 이세춘이 시조라 불렀다. 요즘 시조라 하면 가락이나 곡조는 전혀 없고 작품내용의 호칭으로만 쓰이고 있다. 과거의 시조의 내용은 사랑하는 사람이나 지인(知人)들과의 사랑과 이별이 전부였는데 자연을 그리워 시를 지어 산촌과 농경의 삶을 노래하기도 했다. 그리고 국정을 염려하고 임금에 대한 충절을 읊은 것도 많았으며 그 가사속에 박힌 희노애락의 깊은 정들이 우리의 생활에 깊숙히 배인 애환도 많이 있다. 고시조에서는 연시조인 경우 불과 몇몇 작품에만 제목이 있었지만 현대시조에는 반드시 제목을 붙이는 것이 상례이다. 그리고 시형(詩形)의 배열이 비교적 자유로워 정형시에 얽매인 때와는 다르게 유형이 변하고 있다. 감각적 표현도 애용돼 외면세계를 다루고 내면세계의 인성의 심층묘사나 사상성을 다루기 위해 메타포(Metaphor)를 즐겨 쓰는 우리 문학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6-20

`넘버3`로 추락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중동전쟁의 여파가 오일 파워를 자극시켰고 이란이 그 중심에 서 있다. 그래서 일본이 43년 만에 `넘버 3`로 추락했고 한국에도 그 여파가 밀려오고 있다. 중국이 일본을 추월하고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일본은 43년만에 2위에서 3위로 내려 앉았다. 그동안 각종 추정치나 분기별 실적 등을 통해 중국의 세계 2위 부상은 거론돼 왔지만 일본 정부가 발표한 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다.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내용이다. 일본은 지난 1968년 당시 서독을 제친 이후 42년 동안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군림해 왔으나 그 자리를 중국에게 내줬다. 일본 경제계는 `올 것이 왔다`며 담담한 반응이다. 일본 재정상은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경제의 약진은 이웃나라로서 기쁜 일이며 지역 경제의 동반 성장에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세계2위 자리를 빼앗긴 아쉬움도 있지만 가파른 성장을 계속하는 중국 덕분에 그나마 현상을 유지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일본의 딜레마를 반영한 것이다. 현재 3위 일본과 4위 독일의 GDP격차는 3조 달러 이상으로 크게 벌어지고 있다.일본의 시사통신은 “중국이 매년 10% 내외의 성장을 하며 최근 10년간 GDP가 다섯 배로 늘어난 반면 일본은 90년대 초의 버블 붕괴 이후 디플레와 저출산의 가속화로 GDP성장이 멈춘 상태”라며 “앞으로의 중국과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것”이라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 2011년 일본 동북아 지진으로 농산물 수출이 저지 당하고 해산물 출하도 끊겼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또 다시 대지진이 예고된 현실에서 일본 국내 민심이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정확하고 정직한 일본사회가 요동하기 시작하고 그들의 경제정책에 대비하는 국민적 자세도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와 수·출입을 함께하는 나라로서 서로의 고민이다./손경호(수필가)

2012-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