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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스탄(Stan)이란 나라

이 지구상에 250여 개 나라, 68억의 사람이 살고 있으며 아시아권에 47개 나라 42억의 인구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2월 초에 2111 아스타나-알마티 제7회 동계아시안게임이 개최됐다.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이었다. 2010년 말 통계로 유엔에 가입한 나라가 192개 국이며 아시아가 거의 2/3이다. 버마란 나라가 미얀마로 국명이 바뀌듯이 원래 `카자흐`는 소비에트 연방을 구성하는 공화국의 하나인 `우즈벡`과 더불어 독립된 나라다. 그 후로 국명도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으로 소련령 중앙아시아의 북쪽 초원지대에 위치하며 서쪽은 카스피애, 동쪽은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세상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나라 카자흐가 아랍권의 문화를 받아드림으로써 스탄이란 이름을 붙이게 됐다.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뒤 종합대회를 처음 유치한 카자흐스탄은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정말 낯선 나라다. 국제대회인 겨울 아시아 경기의 개최로 아시아인도 몰랐던 나라가 소개된 것이다. 몇몇 나라가 특징을 가진 것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키르키스스탄 등 소련의 분리국들이 하나같이 `스탄(Stan)`이 붙어 있다. 스탄은 페르시아어로 `나라, 지방`을 뜻한다. 영어로 치면 랜드(land)로서 한국, 미국, 중국에 붙는 국(國)과 비슷하다고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그 이외에 서남아시아의 아프카니스탄, 파키스탄도 같은 경우의 이름이다. `카자흐`란 말의 의미는 자기 종족에서 떨어져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자유인`을 뜻한다고 한다. 소련은 한때 카자흐스탄을 유배지로 만들고 국력을 배가시켰지만 이제는 소련의 문화와 풍습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이슬람교를 믿지만 다른 종교에도 관대하며 이슬람 극단주의는 자취를 감추고 있는 실정으로 천연자원이 풍부한 신생국가 노릇을 하고 있다. 세계 3대 탄전과 매장량 최고를 자랑하고 있는 구리광산과 석유의 생산국으로 우뚝 선 나라에서 동계대회가 열렸다. /손경호(수필가)

2012-02-28

자리끼

우리말이 분명한 것인데 잘 들어보지 못한 용어 중에 `자리끼`라는 말이 있다. 아마 연세가 지긋한 분들만 아는 말이다. 밤에 잠을 자다가 깨어 마시려고 잠자리의 머리 맡에 두는 물을 가리킨다. 겨울철 방안을 데우기 위해 해질 무렵이면 군불을 뗀다. 그러면 잠이 들 시간이 되면 반드시 물을 떠서 방 구석에 놓은 용도는 두 가지이다. 건조한 방을 가습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뿐만 아니라 빨래를 방에 널기도 하고 물수건이나 걸레를 빨아서 딴 곳에 둔다. 우리 조상님들의 과학적인 처방으로 방안의 건조한 공기를 막기 위함이나 요즘 같으면 전기 가습기 역할용으로 쓰이는 지혜로운 방식이다. 지난해 겨울부터 우리나라의 전기 가습기의 소독제로 인해 임산부나 호흡기 질환이 있는 신체 허약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심지어 사망사고까지 생겨났다. 가습기에 사용하는 소독약이 그 원인으로 밝혀져서 병원과 가정에서 큰 난리를 치뤘다. 공기는 신선해야 한다. 사람이 공기로 호흡을 하지 못하면 죽는다. 특히 신체가 연약한 환자나 유아들에겐 맑은 공기로 숨을 쉬어야 한다. 감기니 폐렴이니 하는 질병은 주로 공기를 통해서 감염이 되므로 좁은 공간에서 세균성 소독제가 풍기는 공기의 오염은 정말 심각한 문제이다. 호흡은 단순히 숨을 내쉼과 들이마심에 불과한 것 같지만 그 공기 속에는 각종 먼지와 세균성 이물질이 들어 있어 건강과 직결되는 것이다. 폐의 기능이 절대 건강해야 함은 생명과 직결되기 위해서이다. 요즘 사람들은 각종 질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신선한 공기과 물을 찾는 것도 호흡기 질환에 이상을 끼치지 않기 위함이다. 아침에 잠이 깨면 문부터 활짝 열어 공기를 환기시키고 방안의 혼탁한 공기를 정화시킨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머리맡의 자리끼가 자다가 목이 마를 때 마시는 물이 바로 인체의 건조함을 해소시키고 방안의 습도를 조절하는 역할까지 해야 하므로 물수건 두고도 했던 것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2-27

꼴 같잖다

우리말 가운데 영남지역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로 `같잖다`란 말이 있다. 그 뜻은 눈꼴 사나운 품이 제 격에 맞지 않고 아니꼽다. 말할 나위도 없을 만큼 하찮다는 의미이다. 여기에서 `꼴값한다`는 말이 생겼으며 얼굴값, 생긴 대로 노는 것, `꼴 같잖다`는 생김새나 됨됨이 또는 하는 짓이 같잖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타고난 이기주의자로 불리는 미남 미녀가 조금씩 품위에 어긋나는 언행이나 잘난척하는 몰골에는 자기의 외모로 과시되는 경향이 짙다. 어느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미남 미녀일수록 자기 이익에만 집중하는 이기적인 성품을 타고 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럽의 한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죄수의 딜레마`라는 실험을 통해서 죄수의 딜레마는 인간의 이기적인 행동양식을 실험하는 게임이론이다. 2명의 공범이 격리돼 심문을 받는 상황에서 서로 믿고 묵비권을 행사 해 똑같이 낮은 형량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상대방을 배신하고 자백해서 혼자만 감형을 받을 것인지를 선택하는 실험이라 한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두 가지 입장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한 뒤 참가자들의 얼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일반적으로 미인이라고 인식되는 좌우 얼굴이 대칭을 이룬 사람일수록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이 높았다고 한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진화의 원리를 들었다. 인간은 잠재의식적으로 좌우 대칭을 이루는 육체를 건강함의 상징으로 여기기 때문에 대칭형 얼굴에서 본능적으로 매력을 느낀다고 알려져 있다. “대칭형 얼굴이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자기 만족도가 높아 타인의 협조나 도움을 구할 필요성을 덜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특성이 수 천 년의 진화과정을 통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미남 미녀는 스스로 잘생긴 용모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 남 보기에 볼썽 사납게 여겨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잘난 맛으로 살면서 거기에 대한 자긍심도 대단하다. /손경호(수필가)

2012-02-24

한의학의 효능

보통 국민들이 인식하는 병원은 질병을 진찰하고 치료하는 곳으로 여긴다. 법적으로는 20명 이상의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의료 기관을 말한다. 그런데 병원이라고 말하면 양(洋)의원을 먼저 생각한다. 사고가 나서 몸을 다치거나 아파서 고장이 나고 상처가 생겼을 때 바로 치료할 수 있는 곳이고 수술이나 주사, 약물 처방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의원이다. 그런데 병원이란 이름과 달리 한의학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곳을 의원이란 말을 쓴다. 무슨 무슨 의원하면 한방 병원을 의미한다. 한의원은 몸의 다급한 직접적인 수술이나 치료보다는 장기간을 필요로 하는 병으로 몸이 허약하거나 팔, 다리, 허리, 어깨가 아파서 찾아오는 환자가 많은 곳이다. 물론 물리치료의 시설도 완비돼 있지만 침이나 뜸, 그리고 한약제가 중심이 된 탕약이 주로 치료의 대상이 된다. 한의학의 전문의인 손채익 한의원장의 말씀으로는 “한의학은 우리 고유의 전통 의학이라 한다. 현대의학이라 할 수 있는 서양의학이 도입되기 전에는 우리 민족의 삶을 치유해온 역사를 지니고 있다. 현대의학도 한계에 달하자 한약 또는 한방 처방에 대한 안정성과 과학적인 효능에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라 한다. 한의원 하면 먼저 침을 떠올리는데 침은 `물질이 투여되지 않는데 효과`가 있고 `기운의 흐름을 교정하여 치료효과를 얻는 것`이라 한다. 침의 효험은 신기(神氣)인데 신기는 `하나의 통합체를 운영하는 주체적인 마음과 힘`이라 한다. 그리고 한방에서만 주로 사용하는 뜸은 침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치료수단이라 한다. 침이 기운의 조절과 균형에 중점을 둔 치료라면 뜸은 침의 효과를 극대화 시키고 인체의 양기를 더해주는 보법(補法)의 역할이 더 강하다고 한다. 그리고 보약이라는 것도 인체의 에너지를 도와주어 면역력을 높이고 질병을 이겨내는 약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2-23

맥(脈)을 찾는 사람들

맥(脈)이라는 말은 원래는 혈맥의 준말이다. 그리고 맥박, 광맥, 맥락, 엽맥의 준말로도 쓰인다. 줄기, 연결의 뜻도 지니고 있다. 사람이 사는 사회적 요소 가운데 서로 간의 관계를 맺고 산다. 일가, 친척, 친구, 선후배, 그리고 고향 친지가 있어 서로가 얽혀 조화롭게 사는 것이 사회다. 세상 사람들은 날마다 아는 사람을 찾고 매일 그 사람과 만난다. 여기에 맥의 관계가 형성된다. 같은 성씨의 혈맥,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지맥, 어느 학교 출신이냐에 따라 학맥이 있고 사람 사이의 교류에 인맥이 있다. 이상의 것들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출세에 많은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얼마전 통계에 의하면 60% 가까운 숫자로 일자리 얻는 과정에서 인맥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청년들의 일자리가 없어 아우성이다. 15세에서 30세에 이르는 청년 실업률이 12%라 한다. 이런 청년들을 더욱 절망케 하는 것은 `빽(back-배경)의 힘`이 없으면 취업이 더욱 힘들다는 엄연한 현실이다. 인맥과 연줄이 없이는 그야말로 `맥도 못춘다`는 것이다. 연고 채용이 어제 오늘의 현상은 아니다. 서류나 채용시험만으로는 구직자를 제대로 검증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잘 아는 사람의 추천과 평가에 의존해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인지도나 신뢰도가 낮은 소규모 기업의 경우 공개 채용이 여의치 않아 어쩔 수 없이 알음알음으로 직원을 뽑기도 한다. 여기에는 장·단점이 작용한다. 추천자의 권위에 따라 무시할 수 없는 일들이 생겨난다. 공정한 사회라 말하기 어렵지만 우리 사회의 특유한 인맥 문화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고용을 위한 사회·제도적 지원 시스템이 부재한 탓이라 한다. 정확한 정보를 파악해서 구직자와 구인업체를 연결홰 주는 공공 고용서비스부터 강화하는 것이 먼저 해야할 일이다. 인맥과 연줄 없이도 기술과 재능으로서 취업의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가 정말 건강한 사회이다. 제도를 만들자. /손경호(수필가)

2012-02-22

스트레스 문제다

건강한 육신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인체에 적합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이 필요하다. 마치 자동차의 성능이 우수하기 위해서는 잘 정비된 차체에 좋은 기름이 필요하고 그 기능을 잘 유지하는 운전자가 필요한 것과 같다. 요즘 각종 건강식품이 워낙 많아 장수에 효혐이 있는 것이라면 선호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옛날에는 건강식품 세 가지라면 땅엔 인삼이요, 바다엔 해삼이고 산엔 산삼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연구와 개발로 각종 식품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건강에 관한 일은 의사나 약사와 상담하고 처방을 받아야하는데 요즘 현대인들은 자기가 반의사, 반약사다. 건강보조식품이라 선전하는 문구와 제품에 모두 솔깃해 복용하기를 소원하고 있다. 콩은 밭에서 나는 쇠고기요 굴은 바다에서 나는 우유이고 버섯은 산에서 나는 다이아몬드라 한다. 산수유는 나무에서 나는 비타민이고 전복은 바다에서 나는 영양제이며 부추는 밭에서 기르는 보약이다. 그리고 인삼은 건강의 감초며 무는 밭에서 나는 청량제라 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많이 찾는 건강식품이다. 몸에 좋은 것은 잘 알면서도 가장 해로운 것은 잘 모른다고 의사들은 지적한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처럼 가장 멀리해야 할 것이 스트레스라 한다. 스트레스는 갈등이요 짜증이며 불만이고 그것은 결국 화병을 불러 일으키는 전신의 병이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혈당도 오른다고 한다. 현대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병인 고혈압으로 인해 생기는 병인데 바로 스트레스가 혈압을 조절하고 있는 매개체라고 한다. 이런 증세를 완화시키는 것이 부지기수다. 세상 인심이 각박하고 살아가는 방법이 궁색해서 스트레스 쌓이는 일들이 너무 많다. 세상의 것이 다 올라가는데 남편의 수입과 아이의 성적은 안 오르니 더 짜증스럽다고 한다. 몸에 좋다고 구기자, 오미자, 복분자 아무리 먹어도 기분이 상한 일이 너무 많아 살 맛을 잃는다고 한다. /손경호(수필가)

2012-02-21

자연경관으로

사람의 힘을 더하지 아니 한 우주 사이에 저절로 된 그대로의 상태, 또는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태를 자연이라 한다. 그리고 경관은 뛰어난 경치를 말한다. 2011년 11월에 우리나라의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 경관에 선정된 것은 너무도 기쁜 일이요 자랑꺼리다. 필자도 여행이 취미라서 세계 7대 불가사의 유적지도 다녀 보았고 세계의 6대 미항도 구경할 수 있는 행운을 가졌다. 그리고 세계 20대 도시도 다녀왔다. 나라의 정치가 뒤숭숭하고 경제가 불황을 겪고 있던 시점에 국민의 가슴에 쾌거를 불러 일으킨 낭보에 모두가 신이 나 있다. 이번에 선정된 7대 자연 경관은 브라질 아마존강, 아르헨티나의 이과수 폭포, 남아프리카공화국 테이블 마운틴, 베트남 하롱베이, 필리핀 푸에르토프린세사 강, 인도네시아 코모도 국립공원, 그리고 한국의 남도섬 제주도이다. 제주도는 이미 유네스코가 2002년 한라산 중심의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고 2007년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만장굴 등 3개 지역의 세계자연유산 등재와 더불어 2010년 한라산, 성산일출봉 등 9개 지역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해 세계 최초로 유네스코 3관왕에 등극했다. 유네스코 3관왕에 이어 세계 7대 자연 경관에 등재된 지역은 지구상에서 단 한 곳, 제주도 뿐이다. 보물섬 제주도는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기후이면서 겨울이 따뜻한 천혜의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고 해안을 따라 즐비한 해안 경관과 명승지들이 올레길의 정비로 관광객들의 접근성이 훨씬 좋아졌다. 제주도를 찾는 국내 관광객들도 제주도는 갈 때마다 낯설고 변화되어 완전 이국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하나의 섬에 여러 형태의 수려하고 경이로운 화산 지형이 해안 경관과 융합된 곳은 제주도를 제외하고 세계 어느 곳에서도 없다. 시작은 지금이다. 기대를 갖고 찾아오는 세계인을 맞이할 준비가 문제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도록 국민전체가 나서야 한다. /손경호(수필가)

2012-02-20

동방의 예술의 나라

요즘 K-POP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한류의 바람에서 유럽, 동남아 그리고 미국과 남미에 까지 휩쓸고 있다. 세계인들이 하나같이 말한다고 한다. 한국인들의 못말리는 춤과 노래, 사랑은 지구촌의 젊은이들을 못 살게 만든다. 우리 민족에겐 놀이문화의 뿌리가 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며는 못 노나니. 항상 춤과 하께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 중 국악이 대표적인 것이다. 아무 것이나 가지고 장단을 맞추고 어디서나 춤이 나오는 우리의 전통민요 속에 애환이 있고 기쁨이 깃들어 있다. 나라마다 민속춤이 있지만 우리의 것은 사연과 역사가 있어 그것을 알고 감상하면 예술의 극치에 달하게 된다. 노래와 민요와 타령이 있어 언제 어디서나 자유로히 즐기는 예극이 있다. 이처럼 한국인들의 노래 부르기 좋아하는 습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예술성의 뛰어남도 있지만 참여하는 적극성은 이미 예기를 타고 난 민족이다. 무엇보다도 한국 민족은 우리의 것에 관심도가 높고 처량하고 애절한 감미로운 가락 속에 한국인의 한이 서려있다. 흔들고, 뛰고, 휘두르는 춤사위의 솜씨는 그 속에 언제나 깊은 설음이 간직되고 있다. 방송국 프로그램의 60~70%가 음악이며 심지어 드라마에서도 배경음악이 있어 운치를 더욱 심화시킨다. 서양인들처럼 즉흥적인 댄스보다는 심오한 넋이 서린 고고한 춤의 매력은 문화이면서 예술이요 기교이다. 춤에는 반드시 노래가 있고 노래가 나오면 춤은 저절로 유발된다. K-POP이 세계적인 선풍적 유행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배경에는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를 지닌 역사와 예술의 나라임을 입증한다. 신라시대에 벌써 서동요에 처용가-그 뿌리가 세계인을 경악시킨다. 비록 시작은 우리의 전통악기를 이용한 국악에서 시작되었지만 현대무용과 팝무용이 세계인의 가슴을 쥐어 짜고 있고 슬픈듯 허우적 거리다 발랄하게 뛰며 노는 가락은 예술의 원조국임을 느끼게 된다. 우리의 것을 널리 알리자. /손경호(수필가)

2012-02-17

국을 좋아하는 민족

채소·고기·생선 등에 물을 많이 부어 끓인 음식을 순수한 우리말로 `국`이라 하고 갱탕은 한자어에서 온 말이다. 한국사람들의 밥상에는 항상 국이 오르고 국이 준비가 안 되면 숭늉이라도 있어야 한다. 생일날에는 미역국, 쇠고기국 등을 먹고 매일같이 된장국, 시래기국, 청국장, 생선의 살점으로 끓인 광어국 아니면 탕 종류의 음식이 빠지지 않는다. 하급품에 속하는 라면까지도 국물의 끝맛이 얼큰하여 즐기는 편이다. 철따라 야채가 주축인 각종 채소국과 생선으로 끓인 국물있는 음식을 한국인들은 늘 선호한다. 한국의 국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은 국물도 한류가 될 수가 있다고 여긴다. 국은 속을 데워주고 음식의 소화를 촉진시키면서 장에 부담을 주지 않은 속 편한 음식이다. 서양인들처럼 튀김종류의 음식을 먹고 커피나 음료수를 마시는 것보다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저지방질인 음식이 건강에 좋을뿐더러 소화가 잘 되는 것이다. 특히 동양인들은 육식보다는 채식을 많이 하는 탓에 장의 기능이 튼튼해야 건강하므로 국물의 효과는 그 기능을 촉진시킨다. 특히 고유음식으로 전통의 명맥을 유지시키고 있는 주식에 탕의 음식이 주효하고 있다. 매운탕, 설렁탕, 곰탕, 보신탕, 영양탕 모두가 국물을 얼얼하게 양념한 것으로 건강식으로 많이 찾고 있는 한국인의 대표음식이다. 추운 겨울철이면 업무가 끝나고 귀가길에도 꼭 포장마차 같은 곳을 찾아 오뎅국물이나 무국이라도 한 사발 마셔야 지친 마음과 몸을 풀 수 있고 기분도 개운해 진다. 비록 우리나라 음식의 3가지 특징이 맵고, 짜고, 뜨거운 것인데 이런 종류의 음식을 먹고서도 국물로 입가심하게 되면 속에 들어간 음식이 국물에 희석이 되어 더부룩한 위장도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식구들끼리 밥상에 둘러 앉아 앞앞에 놓여지는 각자의 국은 남기는 법이 없이 국물까지 마신다. 그래서 `국을 좋아하는 사람`을 애국자라 하면서 식사를 마친다. 국이 바로 끝내주는 음식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2-16

부패가 걸림돌

단군이래 가장 큰 사기사건이 바로 부산저축은행 부정사건이다. 지난해 뉴스시간이면 항상 톱뉴스로 관련된 고급 관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줄줄이 법정으로 끌려갔다. 잡힌 사람의 수가 매일같이 늘어나고 있고 피해 액수도 수 천 억이라지만 그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니 과연 그 정체는 얼마일까. 한 번 생각하고 넘어갈 일은 피의자의 대부분이 금융 계통의 엘리트라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되었지만 어느 누구 화끈하게 책임질 사람은 없고 미루어지는 세월의 날짜만 흐르고 있다. 어리석은 국민은 정부가 하는 일이고 신용이 생명인 은행이 하는 일이라 어느 누구도 의심할 자는 당연히 없는 일인데 수습과 보상은 뒤로 가고 날마다 새로운 인물만 드러나고 있다. 외신 보도에 의하면 “고도성장과 극심한 경쟁이 특징인 한국사회에서 최근`공정(公正)`이 새로운 기치로 떠올랐다. 하지만 빈부 격차와 엘리트 계층의 부패 등이 공정사회 구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평했다. 고위 공직자가 가담된 권력형 부정에는 정치인, 경제인, 심지어 법조인까지 해당이 되는 고질적 부패이다. 일부 부처에서는 소속 공무원들이 지인들과 값비싼 저녁 식사를 하거나 골프 치는 것을 제한하거나 금지했다. 하지만 정작 전·현직 관료들이 사건에 연루되어 이미 그 한계를 벗어났고 공정의 깃발은 하강된 상태에 놓이게 된 것이다. 한국은 1960~70년대 권위주의의 정권하에서 국가 발전을 이루다 공식적인 민주화를 이룬 것은 1987년이다. 비록 이런 현상이 급속한 민주화 과정에 원인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긴 해도 여러 곳에 너무 자주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 가난한 국민들에게는 힘 빠지는 일이다. 계속되는 엘리트 부패가 걸림돌이 되어 정계·관계·재계가 혼란스럽고 발전의 저해요소가 되고 있다. 통치자 한 분이 공정사회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구석구석에서 터지는 부패의 소리가 너무 혼탁하다. /손경호(수필가)

2012-02-15

화랑과 사무라이 정신

화랑정신의 세 가지 핵심은 `내가 아닌 우리, 사(私)가 아닌 공(公), 그리고 개인이 아닌 국가를 위함`이다. 수 천년 역사를 가슴에 안고 5천 만 민족의 핏줄 속에 아직도 남아 흐르고 있다. 3가지 정신 중에서 국가를 위한 정신, 나라가 먼저임을 항상 깨닫게 하는 정신이야말로 자랑스런 배달민족의 긍지요, 자부심이다. 932회나 되는 외세의 침략에도 용케도 버티어 낸 자력이 바로 화랑정신이다. 그런데 요즘 기성세대가 한탄하고 자조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우리 고유의 화랑 정신이 실종됐다고 한다. 역사와 문화, 그리고 교육과 국토를 지탱하고 지켜온 화랑정신은 과연 어디 갔나하고 하소연 한다. 사회가 혼란스럽고 교육과 가정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도 바로 정신문화의 결여라 한다. 필자가 일본가서 들은 얘기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전승한 일본에서는 옛부터 화랑정신을 본받아 사무라이 정신이 있다는 것이다. 한 얘기로 노파 한 분이 공원에서 떡을 팔고 있는데 잠시 용무가 있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떡판에 놓인 떡이 몇 개 없어졌다고 한다. 주위를 살핀 노파가 한 아이를 붙들고 떡 훔쳐 먹은 것을 추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아이는 한사코 그런 나쁜 짓은 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마침 그 곳을 지나던 아이의 아버지가 노파에게 하는 말씀, “할머니께서 짐작해서 아이를 범인으로 인정하시면 안 됩니다. 사무라이는 없으면 굶어 죽지 절대로 남의 것은 훔치지 않습니다”사정을 얘기해도 노파는 막무가내 였다. “할머니, 그렇게 고집하신다면 내가 이 아이의 배를 갈라 떡이 위속에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하겠습니다”하고 현장서 칼로 아이의 배를 갈랐다. 그 속에는 떡의 물체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사무라이는 칼로서 노파의 목을 쳤다고 한다. 다소 끔찍한 얘기지만 그들이 자신하는 사무라이 정신이 아직도 일본인의 가슴에 남아 지금의 일본을 지탱하고 있나 보다./손경호(수필가)

2012-02-14

할망구 시대가 온다

우리말에 할아버지, 할머니란 말이 있다. 여기에서 앞자리에 오는 말`할`이란 말은 `연세가 지긋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늙은 남자의 존칭으로 쓰이며 아버지의 아버지란 뜻이고 조부 또는 왕부라 하고 할머니도 역시 그런 뜻을 지닌 말이다. 그런데 늙은 여자를 놀리거나 얕잡아 일컫는 말 가운데 `할망구`란 말이 있다. 쓰이는 유형이 다소 천하게 여겨지는 것 같지만 사실과 다르다. 망구(望九)는 90세를 바라보는 80의 나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 남자수명은 77.5세이고 여자는 84.3세라 한다. 몇 년의 세월이 지나면 남녀가 모두 할망구 시대가 온다. 옛날에는 인간 70세 고령장이라 하여 할망구 시대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아주 귀하지만 인간 가치를 상실한 세대로 여겨 사람 대우를 받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제는 망구의 시대가 벌써 오래 전에 대두됐다. 경로당에 가서도 망구가 되어야 자리를 차지하고 그 아래는 방 청소나 하고 담배 심부름을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 나이 계란 두 판인 60이 넘으면 먼저 가족들로부터 조용히 쉬시라는 권유를 받는다. 그들에게 유일한 소일거리는 야산으로 산책하는 일이나 인근 텃밭 가꾸는 일이 전부가 되곤 한다. 하지만 사회에 더는 필요한 존재가 아닌 취급 을 당하고 있는 것 같아 허무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로 20~30년 더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아찔함을 느낀다고 한다. 평균수명이 80~90을 넘기면 오래 사는 일을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인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30~69세 남녀 1천명 대상으로 `평균수명 90세 시대에 따른 국민의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3.3%가 할망구 이상으로 사는 것이 축복이 아니고 인생의 짐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저 그렇다는 답변은 28%였다는 것이다. 어차피 내 인생 내 지게에 지고 갈 몸이지만 모두가 자식에게 피해가 된다는 생각이 안타깝다. /손경호(수필가)

2012-02-13

오복(五福)을 누리며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갖춰야 할 다섯 가지 복(福)을 가리켜 오복이라 한다. 수명(壽-목숨), 재산(富),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함을 말하는 강녕(康寧), 덕을 좋아하며 즐겨 행하는 일인 수호덕(修好德), 그리고 제 명대로 살다가 편안히 죽음을 맞이하는 고종명(考終命) 등이다. 거기에 따른 새로운 3복의 삶을 누리는 전윤권님의 주장은 건·처·재를 역설한다. 늙기도 서러운데 몸과 마음마저 건강치 못하면 어떻게 노인의 길을 걸어갈 수 있겠는가.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다고 한다. 거기다 배우자와 재물조차 없다면 불편하고 곤궁해서 절망의 길에 놓인다고 한다. 돈 안들고 조용하게 운동하는 것이 가장 최적한 일이라서 틈만 나면 걷기운동에 나선다는 것이다. 길을 걸으며 나무와도 대화를 나누고 인생에서 못다 배운 경험들을 터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야트막한 비탈길 정도는 육신에 큰 무리가 오지 않고 쉬엄쉬엄 걸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할 수가 있다. 산길은 인생길이다.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다. 사람이 한 평생을 살다보면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때로는 기쁨에 젖어 환희의 순간을 맞이하기도 하고 슬픔과 실의에 빠져 흐느낄 때도 생긴다. 산은 그저 산에 불과하지만 그 속엔 무한한 인생의 진리가 있다. 그것을 깨치지 못한다면 어리석은 사람이다. 그래서 현명한 사람은 건강도 챙기고 지혜를 깨달으며 장수를 기대하고 재물을 소유한다. 오래 사는 것은 모든 인간의 공통된 욕심이지만 마음의 편안함을 누리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이다. 먼저 욕심을 버리고 속을 비우는 것이다. 음식도 과식하게 되면 배탈이 나고 거북스러워 질병의 원인이 된다. 그리고 사람은 규칙적으로 하는 일이 있어야 한다. 자기의 취향에 따라 그 곳에 쏟아 붓는 매진함이 정말 좋은 것이다. 마지막 대목은 만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대화를 나누고 친목을 도모하며 사람을 통한 인정에서 삶의 의욕이 생겨나는 것이다. 사람을 사랑하라 한다. /손경호(수필가)

2012-02-10

악마의 덫

한 동안 정치판과 경제계에서 뇌물을 가리켜`악마의 덫`이라 했다. 한 변호사가 쓴 시론時論)에 `뇌물은 쥐약`이라고 했다. 배고픔을 참지 못한 쥐는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쥐약이 든 음식을 먹는다. 사람이 먹는 음식도 그렇다. 위장에 소화가 잘 되지 않은 음식을 먹으면 배탈이 난다. 상한 음식이나 과식을 해도 탈이 나고 기름진 음식이나 잘 씹지 않고 욕심을 내도 탈이 난다. 이런 음식은 영양에 도움도 되지 못하고 곧 토해 버려야 속이 시원하지 꾹 참고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 하면 병원에 가든지 약을 먹어야 한다. 쥐약을 먹은 쥐는 죽는다. 영리한 쥐는 쥐약을 먹지 않는다. 뇌물도 피해가고 거절해야지 먹으면 걸리기 마련이다. 뇌물이 쥐약과 다른 점은 쥐약은 사람에게 덕을 주지 못하는 쥐를 잡기 위한 것이지만 뇌물은 대가를 받으려고`먹이는`것이어서 주고 받는 동안 공생 관계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뇌물을 먹은 사람은 돈에 팔린 노예의 신세라 한다. 돈이나 상품권이나 향응에 넘어간 순간부터 목이 조여 자유는 없다. 노예는 언제든 돈으로 살 수 있는 존재이므로 돈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의 사정이 이 때부터 정반대의 입장에 처하게 된다. 돈 준 사람은 그 순간부터 마음이 편안해 지고 돈 받은 자는 마음이 조이기 시작한다. 노예의 신세가 되어 어디로 팔려(?)갈지 마음이 불안해 진다.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 없고 돈은 많이 있어도 항상 부족한 것이 바로 돈이다. 명예를 위해서 사람들이 설친다고 하지만 궁극적 목표는 돈이다. 뇌물을`검은돈`이라고 하는 것은 밤에 거래한다고 붙여진 이름이 아니고 세상에 드러내 보일 수 없는 더러운 돈, 구정물이기 때문이다. 벌써 상한 돈이요, 냄새나는 돈이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처럼 정말 참고 거절하기가 힘든 것이다. 뒷 일이 어떻게 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인맥에 얽혀 패가망신하는 악마의 유혹이다. 견디기 힘들때 견디자. /손경호(수필가)

2012-02-09

달빛 예찬

우주 만물엔 음양의 조화가 존재한다. 강렬한 햇빛이 있는가 하면 은은한 달빛도 있고 가냘프지만 정감을 주는 별빛도 있다. 그래서 양은 밝은 낮을 낳게 하고 음은 어두운 밤을 탄생케 한다. 태양빛이 만물에 끼치는 고마움이 너무 크게 그 존재의 가치를 망각하고 있지만 달빛은 언제나 그리움의 상징으로 인간의 가슴에 추억과 선망의 대상으로 남는다. 누가 달빛을 만들었는가? 밤은 잠을 자기 위해서, 의식을 잊기 위해서, 휴식을 위해서, 그리고 모든 것의 망각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면 어째서 그 밤을 낮보다도 매력있게 했으며 여명보다도 저녁 노을보다도 한층 그리운 것으로 존재케 됨은 달빛 탓이라고 모파상은 말했다. 달빛을 찬양한 이백의 시에 “섬돌 위에 찬 이슬 내려/어느덧 버선도 촉촉히 젖었다/밤이 깊었음인가/들어와 문발을 내리우면/시름인 양 따라와서 비치는 교교한 달빛”이라 했다. 심훈의 소설에도 농촌의 달은 유난히도 밝다. 티끌 하나 없는 대지 위에 달빛은 쏟아져 내려 초가집 지붕을 어루만진다. 아득히 내다 보이는 바다는 팔팔 뛰는 생선의 비늘같이 번득인다.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팔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한다. 길은 지금 긴 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같은 달의 울음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빛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지경이다.”이 대목은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내용이다. 김동리의 `사반의 십자가`에서도 “서리 찬 하늘에는 둥근 보름달이 훤한 얼굴로 호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깊은 가을 소슬한 바람이 쉬지 않고 예어부니 옥수수 떨어지는 낙엽은 달빛 가득 찬 뒷 뜰을 적시고 있다. /손경호(수필가)

2012-02-08

말의 변화와 차이점

한반도가 분단되기 전에는 하나의 언어였던 우리말이 분란을 겪으면서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 갔다. `와플과 구운 빵지짐`, 이 매우 다르게 보이는 두 단어는 사실 표현 방식이 다를 뿐 같은 말임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분단의 세월이 길어 언어의 변화에 큰 차이점을 두고 있지만 외래어 수입으로 말의 의미가 가까워지기도 한다. 남한어는 많은 외래어를 수용했기에 일상 생활에서 외래어를 흔히 접할 수 있는 반면 북한어는 대부분의 외래어를 우리말로 순화해 사용한다. 필자도 며칠 간 북한에 가 있으면서 그래도 그들과 대화가 가능한 것은 원뿌리만은 그대로 있다는 것을 느꼈다. 북한 내에서도 외래어가 조금씩 사용도 늘어나고 쉽게 쓴다. 그들도 외래어를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은 북한말로 `얼음보숭이`라는 것이 북한 외래어 순화의 흔한 예로 쓰이지만 실제로는 아이스크림으로 불린다. `직승기`가 아닌 `헬리콥터`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분단 직후 남한에서는 두음법칙을 계속 사용했는데 북한은 이를 폐지한 것이 눈에 띄는 차이점이다. 따라서 남한어에서 두음법칙에 따라 `ㅇ`으로 순화되는 첫머리 `ㄴ,ㄹ`이 북한어에서는 △락동강 △리영희 △랭장고처럼 그대로 쓰이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북한에서의 동무와 남한에서의 동무가 다른 것처럼 다른 사회적 이념 때문에 동일한 어휘가 남북한에서 각기 다른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북한에서의 `궁전`은 어린이들이나 근로자들을 위해 교양·교육 수단과 체육·문화 시설들을 갖춘 크고 훌륭한 건물`을 뜻한다. 그래서 소년궁전원은 최고의 교육·훈련 기관이다. 또 `천리마`는 인민들의 혁명적 기상을 상징하고 `예술`은 기술과 수련을 가리키며 `아가씨`라는 단어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돼 남한에서 쓰이는 동일한 어휘의 의미와는 크게 다르다. 사실 두 나라 두 언어가 밟아간 과정에는 비슷한 점이 많다. 아직도 우리 말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2-07

세 가지 두려움

고사성어에 `군자삼외(君子三畏)`란 말이 전해지고 있다. 군자의 세 가지 두려움이란 뜻이다. 군자란 도덕을 갖춘 사람으로 소인(小人)과 상대되는 개념이다. 유가(儒家)에서는 유독 혼란한 시대에 군자의 자질에 관한 언급이 많았다. 춘추전국시대엔 더욱 그러한 예가 많았다고 한다. 군자가 두려워해야 할 세 가지를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첫째 들은 것이 없을 때는 그 듣지 못한 것을 두려워 해야 되고 둘째 들었다면 들은 것을 익히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 해야 한다. 셋째 익혔다면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 해야 한다. 이 세가지 두려움은 이상적인 인간형인 군자뿐만 아니라 평생교육을 받아온 현대인들에게도 적용이 된다. 특히 사회적 경험이 없는 배움의 도상에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조심과 주의를 요하는 것이라서 큰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과거와 달리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양의 지식을 듣고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는 일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두려움을 먼저 터득한 연후에 학문의 기초를 쌓는 자만이 자아성취라든지 보다 나은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 학문 연마에도 길이 있고 또 순서가 있다. 항상 나 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사적인 일을 생각하기 전에 공적인 업무의 필요성을 파악하고 나 아닌 국가와 민족을 먼저 생각하는 생활태도가 중요하다. 사람은 언제나 위, 아래가 있다. 남을 먼저 생각하라는 뜻에는 항상 어른이 먼저 존재한다. 나를 낳아서 키워주신 부모의 은덕이 중요하고 나를 가르쳐 주신 어른이나 스승의 은혜도 부모님만큼 중요하다. 그래서 군사부일체란 말이 아무리 시대가 흐른다 해도 명심할 덕목이다. 요즘 아이들 겁나는 것이 없다. 두려움을 잊는다는 것은 자신의 파멸을 예고하는 것이다. 행동에는 항상 주의와 조심이 따르고 찰나의 방심이 큰 화를 자초하게 됨을 잊어서는 안된다. /손경호(수필가)

2012-02-06

교리와 생활

이슬람교 신도들을 무슬림이라 한다. 8월1일이면 15억 상당의 무슬림의 라마단이 시작된다. 라마단은 무슬림에게 목숨처럼 신성하고 소중한 성월이자 단식하는 달이다. 라마단은 아랍어로 `더운 달`을 뜻한다. 천사 가브리엘이 무함마드에게 꾸란을 가르친 신성한 달이다. 무슬림은 일출에서 일몰까지 금식하고 매일 5번 기도한다. 남녀간 별거 생활을 하며 공공장소에서 음료수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소한 행위까지 금지된다. 굶주림의 고통을 통해 평화와 이웃 사랑의 정신을 되새기기 위한 것이다. 총칼을 잠시 내려 놓고 전쟁도 멈추는 것이 그들의 교리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도 무슬림의 수가 6만명이나 된다도 한다. 서울시 용산구에 본원이 있고 경기도 광주와 부산에도 사원이 있다. 우리나라에 처음 전교된 것은 한국전쟁시 우방국 터키군이 오자 이슬람교가 전파된 것이다. 필자도 이슬람교가 성행하는 모르코, 이집느, 터키, 그리고 중동 유럽을 다녀왔으며 그들의 사원을 방문한 일이 없었다. 하지만 `아랍의 봄`이 미완성으로 진행 중인 국가에선 유혈이 난무하고 라마단 기간인데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었다. 앞 뒤가 맡지 않은 자유, 인권, 학살, 기아가 혼재된 신성한 달구벌로 변해 가고 있다. 외신 보도에 의하면 소말리아, 에디오피아는 수백만 명의 무슬림이 60년 만의 가뭄으로 싸우고 있다. 단식을 고사하고 단 한끼의 먹을 것을 찾아 전장을 가르지르고 국경을 넘는 죽음의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 종주국인 부자나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등에서는 평안한 분위기 속에서 성스러운 라마단 단식이 시작됐다고 한다. 라마단에는 해가 떠 있는 동안 못 먹는 대신 해가 지면 밤과 새벽에 두 차례 이상 식사를 할 수 있는 모순성도 세계인으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들은 성지에서 행하는 교리와 달리 두 얼굴로 살아가는 축제와 전쟁을 함께 누리고 있는 셈이다. 라마단의 밤은 흥청이고 있다. /손경호(수필가)

2012-02-03

남기지 말고 나누자

호는 유재요, 본명은 남병길인 그는 추사 김정희의 글씨와 글을 모아 집대성하므로 추사의 작품이 많이 현존한 까닭이 되었다고 한다. 유재는 추사의 제자이다. 유재가 소유하고 있던 추사의 현판에 쓴 한자를 오늘날의 우리말로 풀이하면 강렬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뤄 깊은 멋을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도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삶의 자레소 챙기기 보다 남기는 미덕을 강조한 점이 오늘날 독자에게 많은 교훈을 끼친 것이다. 욕망과 물질에 어두워진 오늘날의 현대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한다. 풀이글은 이러하다. 기교를 다하지 않고 남겨 자연으로 돌아가게 하고/녹봉(벼슬아치에게 봉급으로 주던 쌀·보리·명주·돈 따위를 총칭)을 다하지 않고 남겨 조정으로 돌아가게 하고/재물을 다하지 않고 남겨 백성에게 돌아가게 하고/ 내 복(福)을 다하지 않고 남겨 자손에게 돌아가게 한다/는 내용이다. 다하지 않는 여유, 다른 곳으로 돌아가게 하는 미덕은 크게 보아 생명세계를 윤행하는 자연의 섭리이다. 여우와 미덕이 없는 세상은 아량도 도량도 도덕도 신뢰도 없다. 믿음이 스러져 황량한 사막과 같다. 고위공직자의 재산 증식의 의혹이 제기되고 기업인들은 편법으로 재산을 상속하기 위해 별수단을 다 부린다. 채우고 넘쳐야 직성이 풀리는 세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나 보다. 2000여 년전에 이미 노자는 `화려한 색을 추구할수록 인간의 눈은 멀게 되고 섬세한 소리를 추구할수록 인간의 귀는 먹게 되고 맛있는 음식을 추구할수록 인간의 입은 상하게 된다`고 했다. 남김으로써 두루두루 돌아가게 하는 것, 그것이 곧 자연의 흐름임을 강조한 것이다. 한꺼번에 챙기고 탕진하고 싶어하는, 넘쳐도 모자란다고 아우성 치는 욕심 때문에 우리는 늘 고통에 시달린다.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이 말을 항상 생활속의 교훈으로 삼고 되새기며 남기는 여유, 나누는 것은 미덕이다./손경호(수필가)

2012-02-02

봄을 기다리는 사람

봄을 기다리는 자의 가슴에는 언제나 희망이 있고 노래가 있으며 즐거움이 있다. 그래서 봄철의 숲 속에서 솟아나는 힘은 인간에게 도덕상의 선과 악에 대하여 어떠한 지식인보다도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봄이란 봄의 출생이며 여름이란 봄의 성장이며 가을이란 봄의 성숙이며 겨울이란 봄의 수장(거두어서 깊이 간직함)인 것이다. 양명문의`봄의 축제`에 보면 봄, 봄이란 말의 어감은 여성적이고 신비로운 매력을 머금은 말이다. 봄아지랑이, 봄비, 봄바람, 봄나들이, 봄처녀, 봄맞이 등`봄`이 붙은 말엔 봄의 향기와 더불어 새롭고 신선한 맛이 감돈다. 그리고 은연한 기다림의 미덕이 숨겨져 있어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인다. 그러기에 봄을 기다리는 마음, 이것은 내게 있어 하나의 숙명적인 기원이요, 동경인 것이다. 시인 에머슨은 봄이면 내 마음에도 봄이 찾아든다/ㅇㅇ이 된 지금에도 사랑은 두근거려 내 마음을 새롭게 해/우리는 결코 늙지 않는다/엄동의 빙하 위에/나는 한 여름의 찬란함을 간직하고/황량하게 쌓인 눈밑에/따뜻한 장미송이를 생각하며/봄을 기다린다. 그리고 가슴보다 마음에 먼저 달려온 봄은 많은 시인들의 눈을 뜨게 한다. 봄바람에 버들 빛은 푸른 비단 같은데 태양은 복숭아 나무에서 익는다. 따스한 연못 물도 향기로운데 동그라미 그리며 물 속으로 들어가는 물고기의 첨벙소리에 산천의 적막이 깨어진다. 사람들은 봄을 맞이하면서 금년의 운수도 함께 점쳐본다. 지난해 보다 더 나은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그래서 봄은 기다림의 계절이며 기대의 계절이다. 젊은이들은 기다리던 결혼도 계획하고 농사일도 이 때쯤 시작이 되며 만물도 이 계절에 소생한다. 가람 이병기의`볕`에 “보리잎 푸릇푸릇 종달새 종알종알/나물 캐던 큰 아기도 바구니 던져주고/ 따뜻한 언덕 머리에 콧노래만 잦았다/볕이 솔솔 스며들며 옷이 도리어 주체스럽다/바람은 한결 가볍고 구름은 둥실둥실. 봄이 온 것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