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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하산(下山) 하는 법

요즘 우리 국민은 산을 좋아한다. 계절에 관계없이 운동삼아 또는 취미삼아 산을 오르기를 좋아한다. 여름이 더운 계절이라고 해서 사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운 여름에 땀을 흘리며 산을 오르면 골짜기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의 맛은 정말 만끽하기에 좋은 기분이고 산 정상에 다다르는 정복의 쾌감은 경험하지 않고는 느끼지 못할 최상의 상쾌감이 산이 인간을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부주의 탓에 산에서 생겨나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인간을 괴롭힌다. 산에서 주로 생겨나는 사고의 대부분은 산을 오를 때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하산할 때 생기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안이한 마음을 가지고 방심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활도 이와 비슷하다.재산이 늘고 사업이 번창할 때는 힘이 솟고 모든 것이 순풍에 돛단듯이 잘 나가지만 한번 가세가 기울어져서 내리막을 만나면 각종 악재가 겹치고 설상가상이란 말처럼 나쁜 일만 생기게 되어 재기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잃게 된다. 그래서 산을 타는 요령을 배울 때 반드시 하산의 주의사항을 거듭 강조하는 것도 다 그런 까닭이다.세계 각 나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일본은 동북아 지진 이후 경제적 불황과 더불어 사회적 혼란이 겹쳐 심히 어려운 사정에 헤매고 있다. 알뜰하고 근면하고 검소한 일본사회에`하산하는 법`이란 책자가 출판되어 많은 관심을 갖고 다시 일어서려는 일본인의 가슴에 교과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책의 저자는 “일본이 이미 오래전에 하산의 시대에 접어들었음에도 이를 직시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문제가 생겼다”고 신랄하게 비평하고 있다.사업이나 스포츠나 항상 방심할 때 상대방의 습격을 당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거기에 대한 대책과 예방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데 그것이 곧 하산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정말 귀중한 교훈이다. 적은 반드시 그것을 노린다./손경호(수필가)

2012-05-17

내려놓기 연습

우리나라 정치적 구도에 있어서 권력의 표상이라고 불리우는 자리는 대통령·국무총리, 국회의원, 장관 그리고 사법부, 행정부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소위 권력의 자리라 해서 권좌(權座)라 한다. 옛날부터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는 속담 가운데 “상놈이 말타면 종을 앞세우고 싶다”는 말이 있다. 넓게 말하면 권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뜻이다. 그 많은 권력의 자리에는 기한이 있는 것도 있고 기한이 없는 자리도 있다. 가장 쉬운 것으로 국회의원의 임기는 4년이고 대통령은 5년이다. 그 중 국회의원이 되면 4년간 신분이 거의 보장되고 200여 가지의 특권이 따라 붙는다. 세비로 통칭되는 연봉이 1억1300만원이고 세금으로 운전사를 포함한 보좌진 6명까지 채용할 수 있다. KTX 등 국유 철도, 선박, 항공기를 대부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배지를 떼면 65세부터 품위 유지비라 하여 매달 120만원의 지원금도 종신 받는다고 했다. 정말 좋은 자리이고 높은 자리이다. `권력의 달콤한 맛`을 잊지 못하는 이유도 다 이런 까닭이다. 과연 그들은 국민들을 위하고 지역구민들을 위해서 봉사하고 힘쓰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 `목민심서`의 저자 다산 정약용 선생은 이런 말을 남겨 더욱 유명해 졌다. “가마를 탈 때 가마 메고가는 사람의 심정을 생각하라”고 했다. 선거철이 되면 지역구에 내려와서 오로지 주민만을 위하고 바라는 국회의원이 되어 지역구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가려운 곳을 잘 긁어 드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당선되면 서울 국회의원이 되는 경우도 더러 생겨서 인물난에 허덕인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에 `내려놓기`훈련이 필요하다. 수많은 특혜를 내려놓고 진정한 지역의 대표로 활동할 수는 없을까? 외국을 갈 때 출국수속은 공항측에서 해주고 보안검색은 약식으로 하고 귀빈실을 이용하게 되니 서민의 생활을 이해하기 어렵다. 시내버스요금, 연탄 한 장 얼만지 그들은 모르고 있는데…. /손경호(수필가)

2012-05-16

학생이 행복한 교육

교육에는 교육자와 피교육자가 있다. 넓게 말하면 교육자는 교사이고, 피교육자는 학생이다. 여기에 학부모까지 포함되어 교육의 삼각을 이루고 있다. 정치인들의 한결같은 염원과 공약은 국민들이 안심하게 살 수 있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 정치를 하겠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런데 교육정책에는 “학생이 행복하지 않은 교육은 옳은 방향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교육자는 드물다. 5월은 싱그러운 달이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 축하하고 감사할 행복한 날들도 많다. 그런데 정작 우리 청소년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교육 성취도 항목에 있어서는 최상위를 기록한 한국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은 행복하지 않다고 표현한 사실은 교육자로서 책임과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 어떤 교육이론으로도 학생이 행복하지 않은 교육은 바른 방향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인재대국의 일류국가를 위해 교육현장의 혁신을 중단해서는 안되지만 출발선의 불평등에서부터 경쟁체제에 희생되는 학생들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자각에서 우리 교육의 방향에 대해 무거운 마음으로 생각해야 한다 사마천의 `사기`에 이런 글귀가 있다. “복숭아와 오얏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아름다움에 끌려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 아래 저절로 길이 생긴다”는 말이 있다. 덕행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감동하여 그를 본받고 따른다. 스승의 영향이 이와 같은 것이다. 교사는 가르치는 일에 대한 열정과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교단에 서게 된다. 그러나 교사가 아무리 잘 가르쳤다해도 그 성과는 학생의 변화를 통해서 입증될 수 밖에 없다. 학생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이름을 부르는 행동으로부터 시작하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을 존중하면서 행복하고,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학창생활을 누리게 해 주어야 한다. 남이 나를 알아준다는 사이에서 교사와 학생들 간에 아름다운 인간적 관계가 형성된다. 말없이 본이 되는 교사가 되자. /손경호(수필가)

2012-05-15

복지강국인 나라에도…

필자는 세상의 40여개 나라, 150 도시를 다니며 그 나라와 역사와 문화를 체험한 적이 있다. 러시아, 북한, 쿠바 등 사회주의 국가도 다녀왔으며 남미, 아프리카, 북유럽 4개국도 구경했다. 공통점은 세상 어딜 가도 거지와 노숙자는 있다는 것이다. 세계 제1이라는 미국에도 가면 정거장 대합실이나 공원, 그리고 지하철에 가면 알코올 중독성 유랑자들을 많이 발견하게 되며 행인을 상대로 구걸하며 사는 족속이 눈에 많이 띈다. 얼마 전 복지강국이라 불리우는 일본에서 생긴 일이다. 일본 수도권 아파트에서 60대 부부와 30대 아들이 오랜 굶주림 끝에 숨진 채 발견돼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가족이 숨진 것은 2개월이나 지난 것으로 추정된다. 1인당 국민 소득이 4만 달러를 오르내리는 일본에서 정부로부터 생활보호를 받지 못하고 고립사하는 사례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아사히 신문 등에 의하면 발견 당시 세 사람은 앙상하게 야윈 상태라 한다. 집 안에는 먹을 거리가 전혀 없었고 방 한편에는 물이 담긴 페트병이 놓여 있어 물로 끼니를 대신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집 안에서 발견된 돈은 1엔(약 10원)짜리 동전 몇 개가 전부였으며 전기와 가스는 이미 끊긴 상태였다. 경찰 당국은 이니 가족이 굶주려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에 있다고 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생활 궁핍으로 가족이 굶어 죽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생활보호자에게 비교적 넉넉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일본에서 이처럼 아사자가 생기자 빈곤층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게 사실이다. 오랜 경제침체 여파로 생계 곤란자의 계층과 성격이 다양해 지면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생활 곤궁자들도 늘고 있다는 것. 일본 내 복지 전문가들은 “지금까지는 고령자나 장애인이 사회 약자로 여겨 왔지만 현재의 일본은 오랜 불황으로 젊은 사람조차 취직을 못해 생활 궁핍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5-14

빚에 허덕였던 시절

우리 국민 누구나가 학창시절에 학교 저축을 한 경험을 다 가지고 있다.매달 우체국 직원이 와서 일정액을 저축을 하고 3년에서 6년 기다렸다 졸업할 시에 한꺼번에 인출받는 제도였다. 여기에도 빈부의 차가 생겨 적게 낸 학생과 많이 낸 학생의 차이가 엄청났으며 졸업시에는 목돈이 돼 상급학교 진학하는데 보탬이 되곤 했다. 그렇다고 해서 가정이 넉넉한 편도 아니었다. 먹고 살기도 힘든 세월에 모두가 근검·절약해 이를 몸소 실천하시던 부모님을 보며 자랐다. 보릿고개라는 시절도 경험했고 금년 농사의 일부는 작년에 진 빚으로 얼마 갚고 나면 역시 빚은 계속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잘 살겠다는 일념으로 그분들이 흘린 땀과 노력으로 어렵게 쌓아 올린 우리 경제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선진국 문턱에 도달했다. 한 병원의 병원장께서 토로한 말씀 가운데 이웃에서는 사업에 실패해 가산을 탕진한 사람에게 빚잔치 하는 모습도 봤다고 한다. 너무나 처절한 상황이라 어린 마음에도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국민의 교육수준도 높고 국민의식도 상당한 괘도에 올라섰는데도 빚은 여전히 삶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학자금 대출이니 카드 빚이 젊은이들의 목을 조으고 있다. 길을 닦고 항만시설을 확충하는 국책사업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사치성 사업인 탓에 주민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 지방자치단체에 속한 건물들은 너무 호화롭게 건축되고 일년에 겨우 몇 차례 사용하는 경기장이 필요한지 묻고 싶을 때도 있다. 그것을 운용하는 경비가 모두 소모적인 것으로 여긴다. 걸어다니면 건강에도 좋고 녹색성장에 보탬이 된다면서 자전거타기를 권장하지만 기관장들이 이용하는 차량은 꼭 고급대형차여야 하는지 모두가 궁금하기만 하다. 솔선 수범하는 지도자가 있어 가난을 이겨냈던 시절의 그리움을 다시 되찾고 싶을 때가 있다./손경호(수필가)

2012-05-11

생명은 한계가 있어

이 땅에 존재하는 동·식물에는 생명이 있고 한번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는 일생일사(一生一死)의 철칙이 있다. 그리고 사람은 자기의 목숨만큼 귀하고 소중한 것이 더 없다. 그래서 성서에도 “목숨은 천하하고도 바꾸지 아니하고 세상을 다 준다해도 자기 목숨을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한다. 생명은 살아 있는 목숨이다. 생명은 예지 보다도 운수에 매어 있어 청년에게는 난폭이, 노년에게는 성숙이 그 생명을 빼앗아 간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기 생명만큼 오래 보존하고 싶어하는 것도 없지만 이것만큼 소중하게 다루지 않는 것도 없는 것이다. 플루타르크의 `영웅전`에 보면 “거짓말 하고 생명 건지는 것이 누명을 쓰고 죽는 것보다 나을 뿐만 아니라 크게 보면 이름없는 몇몇 격노한 백성에게 희생으로 드리고 많은 선한 인물들을 구하는 것이 상책”이라 했다. “인생은 사랑이요, 그 생명은 정신”이라고 시인 괴테가 말했다. 사랑하는 것은 두 가지의 기쁨을 같이 하는 것이다. 검은 대륙의 성자로 불리우는 슈바이처 박사는 “나는 나무에서 잎사귀 하나라도 의미없이는 따지 않는다. 한 포기의 들꽃도 꺾지 않는다. 벌레도 밟지 않도록 조심한다. 여름밤 램프 밑에서 일할 때 많은 벌레가 날개가 타서 책상 위에 떨어지는 것을 보는 것보다는 차라리 창문을 닫고 무더운 공기를 호흡한다”고 했다. 요즘 세계 각국의 통계에 의하면 스스로 자기 목숨을 함부로 던지는 자살자가 그 수가 많고 또 나날이 불어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한다. 오히려 가난한 나라일수록 자살자가 적은 반면 OECD국가로 불리우는 나라에서 그 숫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한다. 계속해서 슈바이처는 그의 저서`나의 생애의 사상`에서 “인간은 생에 대한 의지 자기분열의 법칙에 얽매여 다른 생명을 희생시키고 자기 생명을 유지시키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했다. 생에 대한 외경에 빠지면 그 존엄성을 더욱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손경호(수필가)

2012-05-10

이기려면 포용하라

아시아인 최초로 한국사람 김용 박사는 미국 다트머스대학 총장이 되었다. 그는 한국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학생들도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마음은 충분히 갖고 있는데 부모들이 한사코 그것을 막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 자신은 지역사회나 후진국을 위한 봉사활동에 뜻이 있어도 부모들이 자식의 공부와 출세에 지장이 있을까봐 반대하기 때문에 결국 자신의 문제에만 관심을 쏟으면서 끼리끼리 어울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들이 미국 주류사회에 진입하지 못하는 것은 인종 차별 등 보이지 아니하는 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한탄할 일만 아니다. 미국의 백인, 흑인, 히스패닉(스페인어계 미국 주민) 가릴것 없이 두루두루 어울리고 세계의 문제를 자기의 문제로 인식하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그렇게 해야 그 재능에 맞는 중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동안 서적가에서 인기를 끈 책 가운데 `나는 왜 사라지고 있을까`라는 베스트셀러의 선두에 선 일이 있었다. 그 대답은 아주 간단하다.`살아나고 싶다면 포용만이 살 길이다`라고 했다. 포용은 차이를 인정하는 가운데 나와 다른 의견과 문화, 방식을 참고 견뎌내며 받아들이는 것이라 했다. 또한 포용력은 개인의 품성이 아닌 행동하고 실천하는 가치,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는 생존전략이라고 말한다. 한 예로 공룡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곤충과 포유류가 살아남는 것은 포용력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거대 초식 공룡은 식물한테 물려주는 것 없이 먹어 치우기만 했고 숲은 황폐화 됐다. 반면 곤충을 꽃가루를 묻혀 보냄으로 식물의 가루받이를 통한 번식을 도왔다. 포유류도 배속에 각종 식물의 씨앗을 감추었다 이리저리 퍼뜨렸다 서로 주고 받는 것이 있어서 함께 번성했다는 것이다. 진정한 포용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나를 좀더 넓게 정의하는 `자아확장`의 이념으로 역지사지(易地思之), 경청과 관찰, 여유와 기다림의 자세가 필요한 자만이 능할 수 있다. /손경호(수필가)

2012-05-09

약을 남용한 탓으로

음식은 생명을 유지시키는 영양분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약으로 산다고 한다. 노인이라는 나이에 들면 매일같이 많은 약을 복용한다. 제일 많이 먹는 것으로 소화제, 두통약, 고혈압, 관절염, 그리고 당뇨약이라 한다. 전문의에 의하면 약은 어느 것이나 새로운 병을 가져 올 우려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병 때문이 아니라 약 탓으로 죽는다. 약은 병자를, 수학은 슬픈 인간을, 신·철학은 죄많은 인간을 낳는다고 한다. 약의 최악의 결점은 하나를 먹으면 또 다른 약이 필요하게 되는 점이다. 모든 약의 효능은 인체라고 불리우는 기관과 분비액과 호르몬의 가장 복잡한 조직에 작용함으로써 활력을 강화하고 그것에 의하여 신체를 저절로 낫게 한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약 없이는 못 살것 같다. 날이 갈수록 병원의 수도 늘어나고 옛날에는 병명조차도 모르던 질환까지 연구 개발되어 이제는 온통 병균의 침공, 포위, 작전 속에서 인간의 실날 같은 남은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판단으로는 병의 종류가 많은 것은 음식 탓이나 생활 탓으로 돌리는 경향도 많고 또 어떤 이는 약의 남용으로 인한 병의 유발 원인이 된다고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많은 약을 먹는다. 필자도 냉장고 속에서 오래 전에 먹던 약을 찾았으나 무슨 약인지 몰라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전국 가정에서 수거한 폐의약품이 348t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는 “지난해 사람들이 먹지 않고 집에 쌓아둔 약을 약국이나 보건소가 수거한 물량이 이같이 집계됐다”고 한다. 해마다 그 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수거되지 않고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폐의약품은 새로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먹고 남은 약을 무심코 쓰레기통에 버린다. 주택가 눈에 잘 띄는 좋은 장소에 폐의약품 배출 장소로 삘리 선정하는 것이 오염 방지의 한 대책이라 할 수 있다. 값으로 따지면 엄청난 액수인데 너무 남용이 된다. /손경호(수필가)

2012-05-08

구정물을 마셨다가

요즘 TV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부정부패의 선봉에 서는 사람들이 자주 방송된다. 그중에는 정치인, 법조인, 경찰관, 기업인, 금융인들이 대부분이다. 어느 정치인의 고백은 `악마의 덫`에 걸려 패가망신한 것을 토로했다. 바르지 못한 행동인 줄 알면서 얽히고 설킨 인맥에 벗어나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평생에 쌓은 공든 탑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고사(故事)에 의하면 하루는 공자가 승모(勝母)라는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그 마을에 도착했을 때 이미 해가 저물어 사방이 어두웠다. 공자는 그 곳에 머물지 않고 다음 마을로 계속 걸어갔다. 그 이유는 승모라는 마을 이름이 `어머니를 이긴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식된 자로서 그러한 이름을 가진 마을에서 유숙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또 얼마후 도천(盜泉)이라는 샘물을 지났을 때도 몹시 갈증이 났지만 그 샘물에 눈길 한번 돌리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 이유는 `도천`이란 `도둑의 샘물`이란 뜻을 가졌으므로 그 샘물을 마시는 것조차 도덕군자로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또 문학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육기라는 시인은 다음과 같은 구절의 시를 남겼다. 날이 저물어 더이상 갈 시간이 없었지만 승모라는 마을 이름이 마음에 걸려 그 곳을 피했고 갈증이 나도 도천의 물은 마시기를 꺼렸고 더워도 악목(惡木)의 그늘에서 쉬지 않는다. 더위를 피하기에는 그늘만치 좋은 곳이 더 이상 없지만 나무의 이름이 악목이라 험한 이름으로 인해 그늘을 찾지 않았다는 것이다. 육기라는 선비도 역시 고결한 학문의 길을 걷고 있었으므로 도천이나 악목과 같은 나쁜 이름을 가진 곳을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목이 말라도 도둑의 샘물은 마시지 않았고 제아무리 어려운 처지에 놓였을지라도 의롭지 못한 일은 하지 않는다는 뜻이 담긴 것이다. 아무리 갈증이 나도 냄새나는 구정물을 마시면 배탈이 나고 병원에 가야 한다. 돈의 냄새도 잘 맡아야 한다. /손경호(수필가)

2012-05-07

한 때의 꿈 - 남가일몽

고사성어에 남가일몽(南柯一夢)이란 말이 있다. 그 뜻은 꿈과 같이 한 때의 헛된 부귀 영화를 가리키는 말이다. 글자 풀이로서는 남쪽 가지에서의 한바탕 꿈이라는 뜻으로 인생의 덧없음을 비유한다. 때로는 꿈속에서 호사스런 생활을 하거나 권력을 잡고 휘두른 이야기를 말하기도 한다.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달리 많은 꿈을 가지고 산다. 그리고 밤이나 낮에도 잠들면 꿈을 꾼다.그러나 그 꿈들이 꼭 이뤄질 그런 꿈이 아니라 허황한 것들이 많아서 좋은 꿈이라도 잠이 깨면 허전한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어른들은 “꿈은 언제나 꿈으로 끝내라”고 종용한다. 그러나 청운의 꿈같이 원대한 희망을 가지고 힘쓰고 노력하면 반드시 이뤄지는 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명한 발명가나 과학의 꿈을 가지고 연구하고 실험해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그 방면에 기어이 1인자가 된 입지적인 꿈을 달성하는 사람도 많다. 남가일몽은 당나라 덕종 때의 일이다. 광릉에 사는 순우분의 집 남쪽으로는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하루는 순우분이 느티나무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보랏빛 옷을 입은 두 사람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저희는 피안국 임금의 명을 받고 당신을 모시러 왔다”고 했다. 꿈에 나타난 자를 따라가니 대피안국이라 쓴 현판은 황금빛에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육중한 성문이 열리자 임금은 그를 반가이 맞이했으며 며칠 후에는 딸을 줘 사위로 삼았다. 순우분은 순식간에 명예와 권세를 누리는 신분이 됐다. 그의 명성이 전국에 퍼지게 됐고 옛 고향 친구들도 높은 지위를 갖고 만나게 됐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꿈속에서만 존재할 뿐 잠을 깨고 나니 모두가 달아나고 없어지는 꿈속의 일일 뿐이었다. 단맛도 달아나고 남는 것은 그저 허탈한 마음, 오직 그것이 전부였다. 인간은 그런 꿈속에서 살아간다. 헛된 것인지 알면서 속는다./손경호(수필가)

2012-05-04

쪽지의 큰 울림

이미 기사에 실린 글이다. 충북 청주시 어느 아파트의 엘리베이트 안에 삐뚤삐뚤한 글씨와 크레용으로 그린 쪽지가 붙어 있었다. 새로 이사온 일곱살 먹은 아이는 온 정성을 다해 이웃 어른들에게 “저 12층에 이사 왔어요”하고 인사를 하면서 이웃 어른들에게 자기 가족을 소개했다. 비록 철자법은 틀린 곳이 있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말까지 담았다. 어린 아이의 마음은 이웃을 움직였다. 406호 아줌마와 605호 아저씨도 손으로 답장 메모를 써 빼곡히 붙이기 시작했다. “준희야, 이사와 반가워”“산타 할아버지가 우리 통로에 큰 선물을 주셨구나….”이런 따듯한 모습을 본 지가 얼마나 오래 되었는가. 물가 불안에다 빈부격차, 정치 대립으로 언제나 뿔난 얼굴인 어른들보다 일곱살 준희가 백번 낫다고 한다. 영국의 시인 윌리암 워드워즈가 그의 시 `무지개`에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준희의 쪽지에서 그 뜻을 완전히 알 것 같다. 돌아보면 우리의 살림은 고도성장으로 발전되었지만 우리의 삶은 삭막해 지고 있다. 단칸방에서 현대식 아파트로 옮기면서 이웃 사촌이란 말도 옛말이 되어 버렸다. 준희의 쪽지는 그래서 더 정겹고 각별한지도 모른다. 우리의 사회에서 삭막한 아파트를 벗어나려는 흐름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금은 전국 주택의 절반이 아파트이다. 더 이상 벗어날 곳도 없을 만큼 국토는 좁다. 이제는 서로를 배려하는 훈훈한 아파트, 따뜻한 이웃사촌을 만드는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유일한 길이다. 우리는 일곱살난 준희의 쪽지에서 그 가능성을 얻을 수 있다. 살맛나는 세상을 누가 거저 가져다 주겠는가.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첫 단추는 오랜 전통으로 여기는 상부상조의 정신을 되살리는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일곱 살 아이가 가르쳐 준 대로 오늘부터 아파트 이웃 주민과 반갑게 인사하면 어떨까. 아이의 작은 쪽지가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손경호(수필가)

2012-05-03

남을 배려하는 마음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의 성탄절 메시지를, 그리고 불교 조계종의 최고 어른인 법전 종정이 2012년 신년 법어(法語)를 각각 발표한 것이 뉴스에 실렸다. 정 추기경은 “예수님의 성탄은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보여주시면서 모든 사람을 구원의 길로 이끌어 주신다”며 “특별히 버림받은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가난하고 병들고, 약한 사람들에게 더 큰 희망과 기쁨이 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온 인류가 하나라는 공동체 정신의 회복이야말로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올바른 삶의 자세”라며 “공동체가 하나가 되기 위해 다른이들의 고통과 아픔을 진정으로 느끼게 한다”고 강조했다. 말씀을 듣고 보니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느끼는 것 같아 마음이 가벼워지고 살맛을 느끼게 한다. 법전 종정께서는 이날 발표한 법어에서 “여러분의 눈앞에 좋은 날을 만드는 묘용(妙用)이 있으니 버린 자는 얻고 취하는 사람은 잃는다”며 마음속 본래의 자리를 활용하라고 당부했다. 이어서 “치우치면 일승(중생이 성불할 수 잇는 유일한 길)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고 융통하면 걸림없는 자재(自在-속박이나 장애가 없는 상태)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오묘하고 심오한 말씀이라 선뜻 듣기는 어렵지만 여러번 삭히면 그 말씀의 진리를 알것 같은 느낌을 가졌다. 인간은 태어날 때 빈손으로 왔다, 물론 갈 때도 빈손으로 간다. 그러므로 죽은 사람이 입는 수의에는 주머니가 필요없다. 길어야 100년 사는 인생, 시기, 질투, 고발, 모함, 그리고 사고와 질병에서 만신창이가 되고 지리멸렬한 상태로 이전투구하는 몰골이 가증스럽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며 무엇을 어떻게 하다 가느냐도 정한 것 없이 정신없이 허기지게 살다가는 것이 인생이요, 생각하면 모든 것이 허무요 공(空)인 것이다. 가지면 더 가지고 싶고 권좌에 앉으면 더 높은 곳에 더 오래 머물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망인데 늙고 병들면 모두가 부질없다고 하지 않은가. /손경호(수필가)

2012-05-02

약속은 지키는 것

어린 청소년들을 상대해 보면 어른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릴 때 받았던 세뱃돈도 보관해 둔다고 해놓고 돌려주지 않고 옷을 사주고 외식도 시켜 준다고 하면서 약속을 어기고 실천하지 않는다고 한다. 약속은 앞으로의 일에 관해서 상대방과 서로 결정하여 두는 일을 말한다. 중국 고사에 전해 내려오는 얘기 가운데 두 사나이의 약속에 관한 것이 있다. 중국 송나라 시대에 산양지방 금향이라는 곳에 자(字)가 거경이고 이름이 범식이란 청년이 살고 있었다. 일명 범이라고 불리우는 그는 어려서부터 태학에서 공부를 잘하여 제생이 되어 그의 명성이 뛰어났다. 어느날 범식은 친구 장소와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먼 훗날을 이야기 했다. 범식이가 장소에게 말했다. “2년 후에 고향에 돌아갈 때에는 자네의 부모님께 인사하고 자네를 만나겠네” 그러고 약속 기일을 정하였다. 그 약속한 날이 다가오자 장소는 어머니께 범식을 위해 그를 맞이할 음식을 준비해 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장소의 어머니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2년간 헤어져 있었고 천리나 먼 곳에 떨어져 있으면서 둘의 우정으로 약속을 하였으니 어찌 약속을 지킬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범식이는 “거경은 신의가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반듯한 선비로서 반드시 약속을 어기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거경이의 인품을 믿고 어머니께 정중하게 말씀을 올렸다. 장소의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그러면 당연히 너의 친구 범식이를 믿으니 음식을 준비하고 잔치를 벌릴 것을 모자는 약속했다. 2년 전 약속한 그날이 되자 거경은 잊지 않고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그는 당에 올라 장소의 부모님께 큰 절을 올리며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정성껏 보고했으며 그들의 돈독한 우정에 모두가 감동이 되어 잔치는 밤이 늦도록 열렸다고 한다. 비록 2년 전의 약속이라도 친구의 체면이 달린 것으로 우리 모두의 귀감이 된다. /손경호(수필가)

2012-05-01

위기를 지배하려면

요즘 기업인들이 많이 찾는 서적 가운데 대다수가 리더(leader)의 길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하는 분야라고 한다. 그중에 눈에 띄는 책이 `위기를 지배하라`는 제목의 책이다. 명령 계통의 사회에서는 리더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리더가 될 준비를 차근차근하고 있으며 거기에 대처할 지식과 상식을 쌓고 남의 경험도 놓치지 않고 귀담아 듣고 메모한다. 많은 직장인들의 꿈은 한결같이 사장이 되고 총수가 되고 싶어한다. “아! 언제 사장이 되나”그러나 실제 사장이 되면 좋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 책의 내용으로 보면 내가 대리나 과장이었을때 `사장이 되면 내 면적으로도 안정돼 있고 늘 확실한 정보 아래 자신있게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막상 대표가 되고 보니 공포나 두려움은 똑같았다고 한다. 이런 두려움을 갖고 있는 리더들에게 꼭 한 마디 남기고 싶은 말씀이 바로 위기를 지배하라고 종용한다. 그 책의 저자는 현재 한국이 북한문제와 내부정치, 세계 경제라는 삼각파도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한국사회의 내부적 위기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금년에 한국은 총선과 대선을 통해 리더십의 교체기에 놓여 있다. 먼저 리더 스스로 위기를 맞아 차오르는 두려움과 맞서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 한다. 자신감과 투지를 조직과 공유해야 조직 전체가 위기에 맞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낙관하라는 것이다. 현실을 피해도 안되고 비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수정예의 핵심인력을 꾸려 결정사항을 신속하게 행동에 옮기라 했다. 거기에는 철저히 검증된 인재를 모으라는 것이다. 평화의 상황과 위기의 상황이 있다. 평화로울 때는 안정된 환경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확장해야 하지만 위기에서는 격변하는 환경에서 생존력을 높이라고 조언한다. 변화의 모습에 적응해야 한다. /손경호(수필가)

2012-04-30

하지 않으면 후회한다

우리에게 면학시로 잘 알려진 주자는 중국 송대의 문학가이다. 소년시절에 때에 맞춰 열심히 학문에 연마하라. 시간이 그렇게도 많은 것도 아니지 모든 것을 때를 잘 맞추라고 권면한 시가 아직도 우리의 가슴에 와 닿는 듯 하다. 캐캐묵고 낡은 사상인 것 같지만 주자의 심회훈(十悔訓)이라는 것이 있다. 한문을 배우지 않은 젊은 세대들은 무슨 말인가 하고 이야기 할 줄 모르지만 그 뜻을 깊이 새기면 우리에게 큰 생활의 지침서가 되고 교훈이 되는 말씀들이다. 우리의 생활에는 항상 때가 있고 그 때를 놓치면 뉘우치고 후회해도 소용없음을 강조한 좋은 격언들이 많다. 1. 부모에게게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뒤에 뉘우친다. 돌아가신 뒤에는 후회해도 이미 늦은 것이라 했다. 2. 가족에게 친하게 대하지 않으면 멀어진 뒤에 뉘우친다. 가까이 있을 때 정말로 가진 것 있을 때 잘하지 못하면 후회한다는 것이다. 3. 젊어서 노력해서 부지런히 익히지 않으면 늙어서 뉘우친다는 것이다. 젊음은 길지 않고 배우기는 어려우니 때를 놓치면 후회한다. 4. 편할 때 어려움이 있을 것을 생각치 않으면 늙어서 뉘우친다. 편할 때 위험에 대비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후회한다는 것이다. 5. 재산 많을 때 아끼지 않으면 가난해진 뒤에 뉘우친다. 쓰기는 쉽고 모우기는 어려우니 근검 절약하지 않으면 후회한다고 했다. 6. 봄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뉘우친다. 봄에 밭을 갈고 씨를 뿌려야 가을에 수확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후회한다. 7. 도둑 맞고 사립 고친다는 것. 모든 일은 사전에 대비 없이는 실패로 끝난다는 것이다. 8. 색(色)을 삼가하지 않으면 병든 뒤에 뉘우친다는 것, 지나친 방탕은 곧 자멸을 의미한다는 뜻이다. 9. 술에 취해 실수한 일은 술깬 뒤에 뉘우친다. 술과 말을 항상 조심하라는 것이다. 10. 손님을 잘 대접하지 않으면 그가 떠난 뒤에 뉘우친다. 모든 것은 때가 있으니 지혜롭게 대처하지 않으면 후회한다고 했다. /손경호(수필가)

2012-04-27

받기만 했던 사람들

최신 유행의 `셔플댄스`를 추면서 아이들이 부른 아일랜드 팝송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의 가사에는 “당신이 나를 일으켜 주기에 높은 산에 오를 수 있고 폭풍이 이는 바다도 건널 수 있어요”였다. 함께 장단을 맞추며 듣던 관중들도 눈을 지그시 감으며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지난 2월 하순 서울의 어느 보육시설 소속 아이들과 그들을 2년간 지원해 온 한 단체가`행복드림봉사단`을 조직해 노인요양센터에서 함께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 요양원에서 아이들과 봉사단은 노래를 불러 드리고 청소를 하고 노인들을 부축해 산책도 한 것이다. 가정 형편 탓에 보육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은 도움을 주는 것보다 받는 일에 더 익숙했지만 이날 만큼은 봉사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방 청소를 맡은 한 아이는 “생각보다 재미있고 보람찼다. 손을 많이 타는 침대 손잡이나 창틀을 열심히 닦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도움만 받아온 것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남을 돕는다는 일에 즐거움을 가져야 겠다”고 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 2010년부터 동생 두 명과 함께 이 보육시설에 있는 한 학생은 지난해 요양원, 그리고 다른 보육시설 등에서 114시간이나 봉사활동 하여 `봉사왕`으로 뽑힌 사실도 있었다. 가난한 것은 불편한 곳도 있지만 참고 기다리는 인내는 나보다 더 못한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라는 격언을 언제나 마음속에 간직한 결과라 한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그 학생은 “나보다는 활달한 성격으로 오늘 부를 노래를 열심히 준비한 동생들이 더 자랑스럽다”고 했다. 우리가 부를 노래를 통해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노래를 듣고 그분들에게 용기와 희망으로 보답하고 싶었던 것이 보육원 아이들의 소망이었다. 정말 가난한 형편은 수치가 아니다. 희망과 용기와 인내심을 가지고 얼마나 성실하게 생활하느냐가 문제인 것 같다. 받기만 했던 아이들-도움의 손을 내민 것이 대견하다. /손경호(수필가)

2012-04-26

맛있게 먹어야 보약

보통 밥이라 하면 쌀, 보리, 좁쌀 따위를 씻어서 솥에 안친 후 물을 부어 낱알이 풀어지지 않게 삶아 익힌 음식을 말한다. 한국사람들은 평생동안 하루 세끼씩 주로 먹는다. 물론 밥 이외에 국수나 그 밖에 다른 음식을 먹기도 하지만 밥이 우리 생활의 위주이다. `밥이 보약이란 말`이 있지만 밥도 맛있게 먹어야 보약이 된다고 한다. 밥을 맛있게 먹는 첫 번째 조건은 쌀이다. 무엇보다 재료가 좋아야 밥을 해도 맛있다. 두 번째는 불 조절이니 그것 또한 기술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밥을 잘 짓는데 밥알이 부드럽고 기름 지며 윤기가 흐른다고 했다. 좋은 밥을 짓는 핵심 조건으로 재료와 기술을 꼽았다. 다음은 계절에 맞고 장소에 어울리는 반찬이 중요하다. 그리고 때에 따라 나오는 반찬이 잘 맞아야 한다. 그 다음 좋고 맛있는 밥을 먹기 위해서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야채이다. 씹으면 상큼한 맛이 풍기는 것으로 계절에 따라 그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의 밥상 오른쪽에는 국을 놓고 왼쪽에는 밥을 놓는다. 그럴만치 밥상에는 국이 반드시 낀다. 그리고 또한 중요한 것은 밥을 언제 먹느냐는 것이다. 음식은 때를 맞춰 먹어야 한다. 산해진미가 차려진 진수성찬이라도 배부를 때 내놓은 밥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밥상에 국 한 사발 놓였어도 맛있게, 그리고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면 그것이 진미요, 보약이 된다. 그 다음 음식을 담는 그릇이다. 어떤 음식이라도 그릇에 따라 그 품위가 달라지고 음식의 효과도 달라진다. 그릇에 사치를 할 필요는 없지만 음식과 그릇이 조화를 이루면 음식이 더욱 맛깔스럽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형식 역시 중요하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그리고 음식을 어디서 먹느냐에 따라 음식맛도 달라진다. 음식을 먹는 가장 의미있는 것은 동반자이다. 누구하고 어떤 관계의 사람하고 밥을 먹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 마음에 맞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어야 맛있게 먹을 수 있다./손경호(수필가)

2012-04-25

토종과일의 인기

가야문화 유적지를 답사하다 경북 성주에 들린 적이 있다. 들판에 비닐하우스의 장관을 이루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참외하우스 단지다. 우리나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토종과일로 전국 생산의 60% 이상을 재배한다는 농가를 방문했다. 영농가의 말로는 “참외는 우리 민족의 과일”이라고 열을 올리며 설명한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여름을 대표하는 과일이기도 하지만 한국을 벗어나면 보기 힘든 토종 과일이기 때문이라 한다. 가까운 나라 일본, 중국에도 없으며 오로지 한국이 그 원산지라고 한다. 과거와 달리 여름 과일로 유명했지만 이제는 사시장철 참외를 맛볼 수 있어 그 인기도는 언제나 한결같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인들에게, 세상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한국 참외가 수출돼 오히려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과일로 변한 것이다. 참외가 민족 과일이라는 것을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거짓이 아닌 참`외`인 것이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것으로 `오이`의 준말이라고 나오나 오이와는 모든 것이 다르다. 모양은 물론이요, 품위와 당도가 달라 값의 차이도 엄청나다. 참외라는 이름을 한자로 풀어보면 우리 조상들이 참외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인식의 일단을 찾을 수 있다. 한자로 오이과(科)를 쓰는 과일이나 채소가 몇가지 있다. 참외로 그중에 하나인데 진짜라는 뜻에서 진과(眞科)라고도 한다. 지금 우리가 부르는 오이라고 하는 채소는 토종의 진짜 오이가 아니라 서역 오랑캐 땅에서 전해졌다는 뜻에서 호(胡)과다. 호박은 남과(南)과이고 원산지가 남미이다. 그래서 남쪽이란 뜻이고 사과를 서(西)과라 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참외는 우리에게 단순한 과일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남녀노소, 빈부귀천 없이 누구나 먹었던 과일이다. 빈부귀천없이 누구나 먹었던 과일이다. 그뿐만 아니라 보릿고개를 맞은 농민들은 가을에 벼를 수확할 때까지 식량이 부족하면 밥대신 먹는 양식이기도 했다. 노랗고 고운 빛깔이 일본인에게 매료되고 있는 과일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4-23

기준이 무너지면

옛날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면 국민학교 때와는 달리 전공 선생님이 모두가 다르다.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로 맞이하는 선생님의 성품을 몰라 긴장된 사람들이 많았다. 전공 선생님 중 가장 학생들이 두려워 하고 위엄이 있어 보이는 선생님은 체육교사이다. 생긴 모습도 우람하고 목소리도 차랑차랑해서 겁부터 먼저났다. 처음의 수업시간에 훈련시키는 것이 도열이다. 넓은 운동장에 60여명을 모아 놓고 키 큰 선두가 기준이 되어 좌우의 열을 맞추는 훈련이 긴장된 시간이었다. 기준이 옮겨감에 따라 그 이하의 줄도 기준에 맞춰 신속하고 반듯하게 정돈하는 수업인데 한 눈 팔다 대열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생겨 전체가 기합을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위기도 마찬가지다. 한 나라의 위기가 밖이 아니라 내부에서 생겨난다. 나라의 흥망성쇠도 내부에서 일어나고 막강한 제국들도 나라 안의 문제로 무너지는 사례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내부의 기강이 해이되고 기준을 잃으면 나라는 망하게 되고 정권은 무너지고 만다. 나라나 공동체가 유지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경제적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것도 이러한 기준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데모대에는 물대포가 난무하고 국회안에서 최루탄이 터지는 것은 뭔가 무너지고 있는 모습이다. 고급관리들이 부정부패에 휘말려 뉴스시간이면 매일같이 경찰이나 검찰에 불려가고 누구는 몇 년 형을 받고 받은 액수가 수 억원이지만 대가성이 없는 거라고 한 쪽에서 발뺌만 하고 있다. 경제는 위축되고 정치는 혼란스러워 국민들만 불안한 가운데 양극화만 점점 벌어지고 있다. 큰 사건이 일어나도 책임질 사람은 없고 `나는 모르는 일이다`로 일관하고 있다. 안정된 사회일수록 가치판단에 갈등이 적다. 내가 하면 잘 한 것이고 남이 하면 국익이 생기는 일이라도 흠집을 내고 결사 반대하는 풍조는 기준도 없을 뿐더러 그 기준이 흔들린다는 것이 뻔한 일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4-20

다시 3불(不) 정책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많은 간섭과 제한을 받고 성장해 간다. `하라`는 것 보다는 `하지 마라`고 하는 것이 너무 많다. 떠들지 마라, 울지 마라, 동생 때리지 마라 등 통제가 너무 심했다. 기독교 교리인 십계명에도 아홉가지는 하지마라 이고 `하라`고 한 것은 한 가지 뿐이다. 집에서도 전부가 하지마라 인데 오로지 하라고 하는 것은 공부 뿐이다. 한 때 3불(三不)정책이란 것이 있었다. 대학입시에서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의 세 가지를 금지하는 교육정책이다. 본고사는 대학이 정부가 허용하는 논술이나 면접 외에 자체적으로 주요과목에 대한 시험을 보는 것이다. 고교등급제는 학교 사이에 존재하는 학력격차를 입학 사정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기여입학제는 대학에 기부금을 내거나 대학 발전에 도움을 준 사람의 후손에게 특례입학을 허용하는 것이다. 본고사는 고액과외를 부추기고 고교 등급제는 학교를 서열화 하며 기여입학제는 부유층에 특혜를 줘서 불평등을 조장할 것이란 이유로 강제로 금지한 것이 3불이다. 정책을 수립한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 팽팽하게 대립되어 오랜 세월을 끌고 왔다. `3불`을 둘러싼 논쟁은 다분히 이념적인 것이었다. 여야가 대립된 처지에서 찬성과 반대가 엇갈려 오랜 시간 논쟁만 해왔지 어느쪽 우세한 곳이 없다. 지지하는 쪽과 폐지하는 쪽은 기회균등과 평등을 앞세우고 반대쪽은 자율과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지향점 자체가 달라서 토론을 통해 합의에 이르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격론이었다. 그런데 교육현장에 생긴 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물수능`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쉬워졌다. 교과부는 앞으로도 수능을 계속 쉽게 출제하겠다고 예고했다. 다음 고교 내신 평가방식이 지금까지의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뀌게 된다. 교육정책이 한 해도 몇 번씩 바뀌고 갈팡질팡이다. 초·중·고 교사와 학부모도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믿을만한 정책으로 교육의 지표를 기대한다. /손경호(수필가)

2012-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