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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우정은 선을 낳는다

간담(간과 쓸개) 상조(서로 비춘다)라는 말은 친구 간에 서로 진실을 털어 놓고 허물없이 사귄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죽마고우(竹馬古友)라는 것이 있었는데 어릴 때 놀이감이 업어 대나무를 가랭이 사이에다 끼우고 여러 친구들과 함께 기차놀이 하면서 뛰어놀던 친구들을 가리킨다. 중국 당나라·송나라를 연합해서 뛰어난 유학자를 당송팔대가라 했다. 그 가운데 한유라는 사람은 우정을 중시한 인물로서 그에게는 훌륭한 친구들이 많았다. 그 중 유종원은 어린 시절부터 총명하고 문장을 잘 쓰기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는 한때 정치개혁에 뜻을 두고 적극 가담했으나 그 당시 수구파의 세력에 밀려 좌천되는 불행을 겪게 됐다. 이때 그의 동료 문인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유우석도 역시 다른 지방으로 좌천되었다. 유종원은 친구 유우석이 시골로 전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유우석이 가야하는 파주라는 곳은 두메산골로 살만한 곳이 못된다. 더욱니 노모와 함께는 갈 곳이 아니다. 우석이가 이 사실을 어머니께 밝힐 수가 없어서 괴로워 하고 있을 것이니 내가 대신 가야겠다.” 유종원은 즉시 황제에게 청원을 했고 그 결과 유우석은 파주보다는 환경이 좀 나은 연주라는 시골로 가게 됐다. 유종원이 죽은 후 당송 팔대가인 한유는 그의 우정에 감복해 이런 말을 남겼다. “사람이 어려운 처지에 놓였을 때 비로소 참다운 의리를 알 수 있다. 평상시 아무 일도 없었을 때는 서로 그리워 하고 즐거워하며 연회석상에 놀러 다니며 서로 사양하고 쓸개나 간을 꺼내 보이고 해를 가리켜 눈물을 흘리며 죽어도 배반하지 않는다고 맹세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머리카락만큼의 이해 관계가 생기면 거들떠 보지도 않고 아는 척도 하지 않는다. 함정에 빠져도 손을 뻗어 구해 주기는 커녕 오히려 더 깊이 차 넣고 돌을 던지는 사람이 더 많다. 이런 행위는 짐승도 차마 하지 못하는데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 위인으로 자부한다.”/손경호(수필가)

2012-03-28

삶을 위로하는 것

많은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위로받기를 좋아한다. 위로는 수고를 치하해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다. 용기를 잃지 않는 용감한 사람이 돼라. 사소한 일이 우리를 위로해 준다. 마치 사소한 일이 우리를 괴롭히는 것처럼 신(神)은 불행한 자를 위로하기 위해서 대를 지배한다고 했다. 위안자의 머리는 결코 아픈 일이 없다. 무식한 욕은 도리어 굶어 죽는 혼에게 떡이 될 수 있지만 발라 맞추는 간사한 위로는 칼 보다도 더 아프게 생명을 갉아낸다는 말도 있다. 장자는 가정 형편이 매우 어려웠다. 하루는 식량이 떨어져 감하후라는 자에게 양식을 꾸러 갔다. 감하후는 말했다. “알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형편이 나도 어렵습니다. 세금을 거둬들인 후에 은자 300냥을 빌려 드리겠습니다”당장 먹을 것이 없는 장자는 한마디 위로도 받지 못하고 무정한 그의 말에 화가 치밀어 이런 비유를 들었다. “어제 길을 가다가 웅덩이 속에 물고기 한 마리가 들어있었다. 물고기가 나를 보고서는 “나는 본래 동해에 있었는데 불행하게도 물이 말라 버린 구덩이에 떨어져 말라 죽게 됐습니다. 나에게 물 한 통만 가져다 주어 목숨을 구해 주십시오”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하겠다. 나는 지금 남쪽의 여러 왕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그곳에는 물이 많으니 물을 가져다 너를 구해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물고기는 화를 버럭 내며 “그것이 가능합니까? 지금 나에게는 물 한 통만 있으면 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이 서강(西江)의 물을 가져올 때까지 기다린다면 나는 이곳에 없고 어물전에나 가야 찾을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을 했다. 그래서 `고어지사`라는 말이 생겨났다.위로와 위안은 말로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때는 물질보다 더 값진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우리 속담에 “동냥은 안 주고 쪽박만 깬다”는 말이 있다. 물질 이상의 것을 기대하는데는 종교와 신앙이 필요하다./손경호(수필가)

2012-03-27

일생을 헌신의 삶으로

한국사람 최초로 미국 백악관 차관보를 지낸 강영우 박사는 시력 장애를 뛰어 넘어 장애인 대변자로 살다 지난 2월에 세상을 떠났다. 장애인 인권운동의 큰별인 그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는 말을 남기고 간 훌륭한 사람이다. 1944년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난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불우한 과거 를 가진 사람이었다. 13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4살 때 중학시절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공에 맞아 시력을 잃었다. 그 충격으로 넘어진 어머니는 결국 세상을 떠났고 유일하게 의지했던 누나조차 서울 청계천 피복공장에서 일하다 과로로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10대에 세 동생의 생계를 책임지는 서글픈 청소년기를 보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1962년 서울맹아학교 학생 시절 자원봉사를 나온 여대 1학년이던 한 여인의 도움으로 대학교에까지 입학하게 되었다. 1972년 장애인 최초로 국비 유학을 떠나 피츠버그대학에서 교육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은 불굴의 입지적 존재였다. 특히 2011년에는 조지 부시 대통령에 의해 백악관 장애인 위원회 정책차관보로 발탁된 인사였다. `눈 먼 새의 노래`로 불리우는 그는 마지막도 아름다웠다. 지난해 10월 췌장암 진단을 받은 뒤 4개월여 동안 투병해 왔다. 그는 가족들에게 마지막 편지를 남겼다. “좀더 많은 것을 나누고 좀더 많은 것을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이 밀려온다”며 “하지만 가족이 있어 행복했고 자원봉사에서 만나 결혼한 부인과 두 아들에게 받은 사랑이 너무 컸기에 행복하게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장애인들의 인권을 위한 국제교육재활교류재단을 창설하여 운영해 왔으며 지난 1월에는 자신이 40년 전에 장학금을 받았던 국제로타리 재단에 평화장학금으로 25만 달러를 기부해 생의 마지막까지 봉사하는 삶을 보여줬다. 갖은 장애와 고난을 이기고 68세를 살다간 그의 숭고한 삶에 우리 모두는 그가 우리의 우상의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손경호(수필가)

2012-03-26

탕(湯)의 의미

우리의 음식과 생활에 탕(湯)이란 말이 있다. 보통 세 가지로 구분하는데 첫째는 끓인다는 뜻과 달여 먹는다는 것, 그리고 목욕간이나 온천 등의 목욕하는 곳을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에겐 탕문화에 사로잡혀 음식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오랜 세월동안 한식의 종가 역할을 한 것으로 곰탕, 설렁탕, 갈비탕, 삼계탕, 보신탕, 보양탕, 매운탕 모두가 어른 중심의 보신이 되는 전통음식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쇠고기를 진하게 고아서 끓인 곰국에 밥을 만 것이나 밥 따로 나오는 것이 곰탕이고 소의 머리, 내장, 뼈다귀, 족(足) 등을 푹 고아서 차린 것을 설렁탕이라 한다. 그런데 이런 탕문화가 서양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운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는 민족은 많지 않다. 북유럽 핀란드와 중국, 일본, 우리나라가 거의 전부다. 이제는 건강유지에 효험이 있고 질병치료에 덕을 본다고 해서 서양에서도 반신욕으로부터 시작이 되고 있다. 웰빙음식의 종주국인 한국의 음식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자 비빔밥, 신선로, 불고기에 이어 뚝배기 설렁탕이 이미 미국, 유럽에 상륙한지 4~5년이 흘렀다. 주로 추운 지방에 출시된 건강음식으로 지난 겨울 3개월에 80억원 어치가 팔려 나가면서 침체에 빠진 쌀과 면류 시장에 새바람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도 몇 달 전 보스톤의 한국식당에서 포장용 설렁탕을 주문한 일이 있었는데 서구 사람들의 취향과 한국적 솜씨가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다. 진한 설렁탕 국물에 쌀 함량 90%의 쌀면을 사용해 맛과 건강은 물론 밥 한 그릇을 말아먹는 영양과 든든함을 그대로 구현한 것이라고 인기의 비결을 찾아냈다. 고유 전통 제조방식을 대량생산에 맞는 방식으로 사업화 한 것이 급선무이다. 거기에는 옛 방식이 최고다. 우골을 가마솥에서 장시간 고은 것이 가장 맛있는 탕의 제조방식이며 거기에는 순수성만이 존재한다. `신토불이`, 우리의 것이 우리 몸에 최고임을 각성하고 싶다. /손경호(수필가)

2012-03-23

수평선을 바라보며

평평한 대지의 끝과 하늘이 맞닿아 보이는 경계선을 지평선이라고 한다면 수평선은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보이는 선(線)을 가리킨다. 내륙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 이유로 가끔씩 바다에 가면 잠겼던 마음이 확 트인듯 상쾌하다. 도도한 물결이 파도로 변하여 억겁을 같은 모양으로 들락날락해도 바다의 모양은 언제나 한결 같다. 먼 수평선을 향해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은 충동은 삶의 궁지가 너무 삭막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감포바다에서 남동쪽으로 시선을 던지면서 잠시 숙연해 지는 순간을 느꼈다. 저 멀리 일본 땅 후쿠이현 와카사만(바다가 육지로 쑥 들어간 곳을 만이라 한다)에 가면 미국 대통령의 이름과 같은 오바마시(市)가 있다. 경주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관계로 필자도 그 도시를 방문한 적이 있다. 오바마시의 역사를 보면 오바마바다에서 북서로 잇는 경주땅 감포에서 고기잡이 소형선이 풍랑을 만나 표류하다 정착한 곳이 오바마이며 그들의 시조는 신라인이란 것을 힘주어 말한다. 인구 6만의 작은 도시에 사찰이 100여개나 있으며 그 중에 가장 큰 절이 불국사이다. 이것만 보아도 이상의 모든 사실이 증명되고 남는 일이다. 그들은 지금의 경주시 감포바다를 수평선으로 바라보며 수많은 인걸들이 다 지나 갔을 것이다. 푸른 수평선에 아침 해가 솟아 오른다. 거칠 것 없는 수평선 위에 윤곽이 뚜렷한 불덩이가 선혈(鮮血)을 흩어 놓은 듯 물결을 선홍색으로 물들이면서 솟아오른다. 이 광경은 언제 보아도 장엄한 것이다. 인간은 이렇게 화려한 자연의 섭리속에 너무도 작아짐을 느낀다. 소설가 정비석도 “항구의 봄은 줄기줄기 굽이치는 물결을 타고 바다 저쪽에서부터 찾아오는지 아득히 먼 수평선에서는 오늘도 진종일 아지랑이가 아롱거리고 있다”고 예찬했다. 인생도 부서지는 파도의 물거품처럼 그렇게 사라지고 마는 것인가. 바다에 서서 먼 수평선을 응시하며 살아온 과거가 허망하지만 수평선은 말이 없다. /손경호(수필가)

2012-03-22

신속한 신고로

2010년 말부터 경북지방에 구제역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 했다. 그후 4개월 이상 버티더니 해제됐다는 안도의 안숨을 쉬던 찰나, 또다시 4월말 경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구제역은 주로 소와 돼지, 양, 사슴 등 발굽이 두 개로 갈라진 우제류 가죽의 입(口)과 발굽(蹄) 주변에 바이러스성 물집이 생기면서 문드러지는 급성 질병이다. 치료약이 없고 전염성이 아주 강하다. 어린 가축은 감염되면 폐사율이 90%에 달한다. 바이러스는 가축 수입 등으로 직접 전파될 수도 있고 사람이나 물건, 사료, 선박, 항공기 등 운송수단과 공기, 물, 황사 등에 의해서도 옮겨진다는 것이다. 주로 동남아형으로 우리나라에선 1918년 전국에서 처음 발생한 것이라 한다. 입술 등에 물집이 생기고 식욕이 저하되며 바이러스성으로 백신접종, 알칼리·산성제재로 소독하면 예방이 가능하다고 한다. 소 뿐만 아니라 사람과 개 등도 감염되는 브루셀라병도 확산되고 있다. 가축에게 감염이 되며 새끼를 배지 못하고 세균성 질병이라 타액·분비물로 접촉으로 인한 전염이라 한다. 구제역은 법정 1종에 해당하는 것이라 발생 지점 500m 이내 가축은 살처분 해야 하며 유통이 불가되어 고기를 먹을 수 없다. 그러나 법정 2종에 해당하는 브루셀라는 60도 이상 고온에서 익히면 식용에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흔히들 질병이라고 하면 사람에 국한된 것으로 알아왔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충격적이고 아직도 농촌에서는 가축이 재산 제1호이다. 또한 AI성 조류독감이 난무해 닭·오리 등에 많은 피해를 입어 일단 한 번 걸리면 수만 마리를 살처분하는 현상도 보게 된다. 이런 전염병이 걸리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행정당국에 급속히 신고하는 것이 최선이다.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관망하다 보면 손으로 막을 일을 중장비로 막으려 해도 그 때는 속수무책이다. 세상에서 생기는 모든 사건·사고도 신속한 신고만이 만능임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손경호(수필가)

2012-03-21

숲은 인심(人心)과 같다

옛부터 숲속에 바람이 일면 날씨가 변동스럽다고 한다. 갈대숲을 지나는 바람은 계절을 재촉하고 대나무 숲에서 이는 바람은 님소식을 기다린다. 우리 말인 숲은 수풀의 준말이다. 나무가 무성하게 꽉 들어찬 곳을 말하며 삼림(森林)이라고 하고 거기에는 풀, 나무, 덩굴이 한데 엉킨 곳을 가리킨다. 숲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시원한 그늘이 연상되고 갖가지 식물은 물론이요 여러 종류의 새들이 둥지를 틀고 서식하는 곳을 말한다. 숲에는 언제나 주변에 개울이 흐르고 새소리가 들리며 아이들의 함성이 주변을 잠재우고 있다. 태고적부터 숲속에는 귀신이 살고 또한 요정이 살며 식인종도 산다고 믿어 숲 가까이 가기를 꺼려왔다. 그래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나 페루의 마추피츄, 그리고 아마존 밀림이 늦게 인간에게 발견된 것이다. 작은 숲은 신의 첫 성당이라고 불리울 만치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곳이다. 숲은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며 그 속엔 동화가 있고 전설이 담겨있다. 크고 작은 소나무가 빽빽히 들어서 있다. 으쓱한 속에 가지 사이로 흘러드는 쨍쨍한 볕은 우거진 풀잎에 아롱아롱 흘렀다. 이따금 우울한 소나무 끝을 스치는 바람 소리는 시원히 들리나 숲 속은 고요하여 적막감을 느낀다. 시인 박두진의 `숲`에 “찬 바람에 우수수 누렁 나뭇잎들이 떨어지면/귀뚜라미며 풀벌레들이 울고/숲은 쓸쓸하여 숲은 한숨을 짓곤한다/부우연 하늘에서/함박눈이 내리고 눈위에 바람이 일어/눈보라가 휩쓸고/카랑카랑 맵고 춥고/달이며 별도 얼어 떨고/부엉이가 와서 울고 가면/숲은 웅숭거리며/오도도 떨며 참으며/하얀 눈 위에서 한밤 내내 울었다”는 시를 남겼다. 숲에 잔잔한 파도가 이는 건 바다로 나들이 갔던 바람 한 떼가 숲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진달래 붉게 피고 두견새 녹음 따라 꾀꼬리도 와서 울고 하면 숲은 새색시 같이 즐거웠다”고 숲을 예찬한 노래들이 참 많이 남아 있다. 숲이 무성해야 새가 깃든다. 사람 인심을 말한다. /손경호(수필가)

2012-03-20

음악은 영혼의 데생

음악은 인간의 언어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공통어이다. 1,2,3 하는 아라비아 숫자나 도,레,미는 세계적인 공통어다. 그리고 음악은 천사의 스피리라 하여 심령의 덕육(德育)으로 심핵(心核)에 통하는 것과 같은 음악의 운동을 가리킨다. 음악은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병을 검사해야 하며 음악은 조화를 창조하기 위해 부조화를 연구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악성(樂聖) 베토벤은 “음악이 어떠한 지혜, 어떠한 철학 보다도 높은 계시이다. 음악의 의미를 파악하는 자는 다른 사람들이 들어가 있는 모든 비참한 생활에서 벗어날 것이다”고 했다. 음악이야 말로 진정 정신의 생활을 감각의 생활에도 매개해 주는 것이다. 아름다움이 천사의 미소라면 음악의 그 천사의 음성이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음악이란 어느 정도 음과 리듬밖에 없는 단순한 예술이라고 생각될 때가 있다. 그러나 단순한 것은 표현뿐이고 그 기저에는 음악의 심오한 내용을 해석시키는 힘이 있을 뿐더러 그 무한한 복잡성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다시 말해서 다른 예술에서는 외관적으로 그 복잡성이 윤곽을 드러내지만 음악은 그것을 침묵하고 있다. 어떤 뜻에서 “음악은 가장 세련된 예술이다”고 했다. 그래서 음악을 승리의 환성이라 한다. 공자가어(孔子家語)에 보면 군자가 음악을 좋아하는 까닭은 교만한 마음을 없애기 위함이요 소인이 음악을 좋아하는 까닭은 두려운 마음을 없애기 위함인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일찍이 천주교 신자라서 음악에 대한 조예도 깊어서 “예의는 밖의 모양을 절도 있게 하고 음악은 마음을 화평하게 하며 절도는 곧 행실을 규제하고 화평은 더욱 덕을 쌓게 하니 두 가지는 한쪽만을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덕은 속마음이고 근본이다. 안에 있는 것이 중화(中和), 정상(正常)하여 효우(孝友), 목인(睦姻)이 밖에서 이뤄진다면 음악이 사람을 가르치는 일에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인간의 생활이 음악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3-19

시냇물 추억

시냇물은 산중(山中) 골짜기나 평지에서 흐르는 자그마한 하천에서 흐르는 물이다. 자연에서 시작되는 물이므로 거의 오염이 되지 않는 깨끗한 물이다. 경북의 최북단 영양군에 가서 아주 수 십년 만에 시내뭇을 건너게 됐다. 시원한 느낌도 상쾌하지만 물이 맑아 공해에 시달린 심신을 정화시키려는 기회가 참 오랫만이었다. 시냇물은 산을 만나면 몸을 좁혀 가늘어져서 바위 틈을 누벼 조용히 빠져 나가고 평야를 만나면 몸을 넓혀 소리없이 퍼져 버린다. 땅위에서의 더 이상의 전진이 불가능하면 조금씩 흐르던 물이 지하로 숨거나 하늘로 올라가 비나 구름으로 변신해서라도 다시 땅에 내려와 바다로 향하는 전진은 계속한다. 조용한 자연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위로의 가락으로 노래 부르며 “햇빛에 반짝이는 자길 위로 흐르는/ 작은 시냇물은 감미로와라./ 잎새 무성한 유월/ 온 밤 내내 잠자는 숲에 고요한 가락으로 노래하는/ 숨은 시냇물 소리처럼/ 세상은 정말 아름답기만 하누나” 냇물은 귀 밑에서 돌돌 거린다. 아니, 발 아래서 사물 거린다. 그 소근거리는 소리에 입김이 섞여 있는 듯 돌아보게 된다. 척척 휘늘어진 버드나무 가지를 헤치고 푸른 바위밑을 돌아 함박꽃 같은 웃음을 터뜨리며 돌돌 굴러 내린다. 아침이라 맑음은 오히려 더해서 푸른 리본을 달고 나팔거린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조용히 흘러 내린다. 산 꼭대기에서 발원된 시냇물은 강을 향해 달리고 그 생명의 끝은 항상 바다이다. 시인 롱펠로의 경험은 “시냇물과 강물이 서로 만나는 곳에/ 나는 나의 걸음을 옮긴다./ 어쩌면 여리고 가냘픈 것 같은 성숙한 여성과 어린아이 같은 시냇물이여”누구나 자연의 흐름과 이동을 막을 수는 없지만 오히려 작고 소리없는 것이 매력의 대상이 된다. 깊숙한 솔 숲속으로 빛의 맑음을 생명으로 알고 마음이 한결 한가로와 언제나 나무 뿌리를 안고 구비쳐 흐르는 냇물의 본성은 순진무궁의 극치라 한다./손경호(수필가)

2012-03-16

신문은 세계의 거울

새로운 소식이나 여론을 전달하는 정기 간행물을 신문이라 한다. 그래서 신문을 사회의 목탁이라 했고 나폴레옹 1세는 세 개의 적의(敵意)있는 신문은 천 개의 총칼보다도 무섭다고 했다. 펜(Pen)이 칼보다 무섭다는 뜻이겠다. `신문이 세상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날마다 거울을 보듯 신문이 없는 날은 정말 갑갑하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하다. 토마스 제퍼슨의 논설집에 보면 “신문없는 정부든가, 혹은 정부 없는 신문이든가 그 둘 중 어느 것을 취하겠는가 하고 결단을 촉구당한다면 나는 일순의 지체없이 후자를 택할 것”이라고 했다. 신문의 자유는 어떠한 민주국가에 있어서도 생활의 요소이다. 신문은 세상을 알린다. 좋은 소식, 나쁜 소식 할 것 없이 바르고 빠르게 전할 책임을 갖고 있다. 그래서 정확한 소식, 정직한 소리, 그리고 정다운 신문이 사명이요, 생명이다. 우리나라에서 신문이 발행된 지 벌써 55년 된 것 같다. 우리 사회는 크나큰 사건들을 겪고 있다. 신문이 역할을 소홀함 없이 수행할 때 독자의 믿음이 더욱 높아질 것임을 강조한다. 세상을 뒤흔드는 뉴스의 힘은 신문에서 나온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정보홍수 시대에 소비자들은 신뢰와 부가가치가 높은 콘텐츠, 권력 비판과 시대적 아젠다를 담은 기사와 칼럼의 생산을 갈망하고 있는 현실이다. 신문에 대한 한 독자의 조언은 “신문은 단순한 매개체가 아니고 민족과 고난, 그리고 번영을 같이하는 존재이므로 국가를 위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함”을 피력했다. 취재의 고난도성과 노력, 보도의 파급효과 등의 수준이 날마다 성장되길 기대한다. 미국의 한 정치가는 “미국에서는 대통령의 임기가 4년 밖에 안되는데 신문은 영구히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한 것이다. 정치가들은 신문에 민감한 것 같다. 의회에는 세 가지의 계급이 있지만 그 맞은편이 이 세 가지의 계급 보다도 중요한 신문기자석이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일반 서민의 교수요, 사상의 무덤인 것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3-15

物心 양면으로

남에게 폐가 된다는 말을 자주 쓴다. 폐란 말은 폐단의 줄인 말로 남에게 끼치는 신세나 괴로움을 말한다. 공동체 사회에 있어서 늘 주의하고 조심하는 것이 바로 남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더욱 경계한다. 지난해 3월11일 경에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고 한 달쯤 지나자 한국과 일본 양국 관계는 굴곡과 갈등이 심했다. 지진 직후 한국에서 과거사를 다 잊어버리고`간바레! 니혼`을 코토로 `힘내라! 일본이여`하면서 일본 돕기 열풍이 불면서 새로운 양국 관계 발전의 희망을 보여주었다. 일본 국민이 위기 극복과정에서 보여준 꿋꿋함과 질서와 양보를 보여준 국민의식에 열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특히 `메이와쿠 가케루나(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를 좌우명으로 여기며 사는 일본 특유의 자제력에 많은 한국인들은 깊은 감명을 받고 감탄했다. TV의 한 내용으로 쓰나미로 자식을 잃은 아주머니는 방송 리포터가 “왜 자식을 잃고도 눈물을 많이 흘리지 않느냐?”고 묻자 이 아주머니는 “난 한 명의 자식을 잃었다. 내 주변에는 자식을 두 명, 세 명을 잃은 사람도 많다. 내가 너무 슬프게 울면 그런 분들에게 폐가 된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시청자들은 무언가 한 동안 깊이 생각했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학 캠퍼스에선 일본인 유학생과 한국인 학생들이 함게 어우러진 모금 활동이 펼쳐졌다. 중앙 일간지와 대한적십자사, 그리고 몇몇 방송에서 거둔 성금이 수 백억원이 된 줄 안다. 그러나 지진이 일어난지 채 한 달도 안된 지난해 3월30일 한국이 독도를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있다고 기술한 일본 중학교 사회 교과서들이 검정을 통과하면서 모처럼의 우호 분위기는 반감으로 돌아가 버렸다. 원전 오염수의 대량 방출을 미국에만 알리고 한국에는 통보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지금은 양국 정부 사이엔 미묘한 긴장감까지 형성됐다. 그들의 믿지 못할 양면성, 우리는 관망하고 있어야 하나. /손경호(수필가)

2012-03-14

감정 노동자

요즘 우리나라의 직업현장에 `감정 노동자`란 말이 있다. 주로 손님을 맞이하는 현장에서 대부분 젊은 여성들이 아름다운 용모에 단정한 복장, 그리고 상냥한 미소를 지으면서 교양미 넘치는 매너로 고객을 영접한다. 직종으로는 비행기의 스튜어디스 등 관광업계, 그리고 백화점 점원, 공공기관의 민원담당자, 은행원, 버스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이다. 아름다운 웃음을 지으면서 봉사하는 그들의 수고는 정말 기분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인사하는 예의바른 모습이 정말 고귀한 만남이다. 그러나 그런 일에 하루종일 기분좋은 감정만 가질까? 상대하는 사람에 따라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무례한 상대방의 언행에도 자기의 감정 노출은 상상하기도 힘든다. 웃음은 웃는 모양이나 소리를 말한다. 인간은 감정적 동물이라서 속심의 감정을 그때 그때 변형시키기가 힘든다. 그 이유는 상대적인 것 때문이다. 웃음보다 감정이 더 억제되는 것을 미소라 한다. 미소는 소리를 내지 아니하고 방긋이 웃는 웃음이다.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연극 `멕베드`에 “미소의 이면에는 칼이 숨겨져 있다”고 했다. 정말 맞는 말이다. 감정노동자의 대다수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많아 우울증에 걸리고 자신은 진작 웃지 못하고 웃기가 힘든다고 한다. 정신적 억압을 받아 정신병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직업상 억지 웃음이 쌓여 늘 피곤함을 느껴 소화장애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태도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은 전화 안내자나 전화상담자는 더욱 심한 경우를 당한다는 것이다. 심한 욕설에 버릇없는 요구 등은 참아내기가 힘든다는 것이다. 아무리 미소가 사회의 의무라 하지만 도덕과 예의만 갖춘다면 얼마나 좋은 관계가 될텐데 하고 아쉬움도 느낀다. 만약 이 세상이 눈물의 골짜기 라면 미소는 거기에 걸려있는 무지개라고 했다. 오고 가는 감정은 무례함으로 깨어진다. /손경호(수필가)

2012-03-13

어느 학자의 인생론

지식 보다는 상식을 중요시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 어느 한 곳에 박식한 지혜를 갖는 것도 존경스러운 일이지만 더불어 사는 세상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하게 분포되는 상식이야 말로 크게 쓰임을 받기 때문이다. 한 교수가 젊은이들에게`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라`는 주제의 축사가 있어 큰 공감을 느끼게 했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상식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영어로도 common sense라 할 정도로 흔히 널리 알려져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지만 세상의 일이 다양해 지고 전문화하면서 어느 누군가의 상식은 다른이에겐 처음 접하는 새로운 지식이 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어느 분야의 전문가라 할지라도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할수는 없다. 협업(協業)이 필요한 것이다. 닫힌 마음으로 다른 분야를 보면 내가 배울 수 있는 것도 적고 내 분야의 상식을 모르는 상대방에게 무시하게 된다. 그러나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 분야의 일을 대하고 내 분야에서 상식일지라도 다른이에게는 생소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들을 대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래도 후자쪽의 일이 효율이 높을 것이다. 그리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잘못됐을 때 절반의 책임을 져라고 한다. 젊음은 우리 인생의 CEO이다. 세상 일이 문제가 생기면 남의 탓으로 돌리면 해결이 잘 될까. 내 잘못을 분명히 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배워가야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패를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고 열심히 살라, 지식은 사라져도 열심히 산 삶의 태도는 사라지지 아니한다는 자성을 교훈으로 삼고 싶다. 사람이 치열하게 열심히 산 그 태도가 남아서 또 다른 사람을 만들어 간다. 지식은 사라질 수 있지만 그 삶의 태도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목적과 목표를 세우고 사회와 국가가 꼭 필요한 인재가 되어 사회 경제 문제나 정치적 상황에 대처하는 해결 백신을 만드는데 힘쓰는 꿈을 준비한다면 내일은 오늘보다 나은 실수를 하자는 슬로건도 있다. /손경호(수필가)

2012-03-12

소리는 나눔이다

물체가 움직이면 소리가 나고 물체의 진동에 의해 일어나는 음파가 귀청을 울리어 일어나는 청각을 두고 소리라 한다. 우리의 내부에는 늘 두 가지의 소리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마음에서 나오는 소리, 다른 하나는 육체에서 나오는 소리, 양심은 마음에서 나오는 소리이며 정욕은 육체에서 나오는 소리이다. 육체의 소리는 쾌락을 찾고 마음의 소리는 의무를 찾는다. 육체의 소리는 물질을 탐하고 마음의 소리는 맑고 깨끗한 것을 원한다. 육체의 소리는 거칠고 빡빡하지만 마음의 소리는 부드럽고 연하다. 한서(漢書)에 보면 대체로 물건은 그 상태가 평정을 얻지 못하면 소리를 내어 우는 것이다. 초목 그 자체는 소리가 없는 것이지만 바람이 불어 흔들면 소리 내어 울고 물도 소리가 없지만 바람이 이것을 움직이면 물결이 일면서 소리를 내어 울게 된다. 단조로운 소리라고 다 우리 마음을 가라앉혀 준다는 법은 없다. 어린아이의 우는 소리를 듣고 미소짓고 조용히 듣는 사람은 어머니밖에 없다. 그 울음 속에는 애정이 있고 관심이 있어 단조롭고 시끄럽게 들리지 않고 울음의 의미를 감지하려고 애쓴다. 우리가 사는 현실 속에는 너무나 많은 소리가 우리 전 심신을 뒤흔들어 놓는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 또 듣고 싶지도 않은, 그리고 우리를 깜짝깜짝 놀랄 소리가 우리들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다. 그래서 소음이라고 한다. 소음에는 미학(美學)적 의미도 없고 그저 소란스럽기만 하고 공해로 처리된다. 소리는 반드시 귀로 들을 수 있는 것만이 소리가 아닌 것이다. 피부로 느낄 수 있고 마음으로 깨달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소리일 수 있다. 피부에 싸늘한 감촉이 느껴지면 그것이 곧 가을의 소리요, 사랑하는 사람의 시선이 정답게 느껴지면 그것이 곧 사랑의 소리인 것이다. 릴케의 시에 “님이여, 들으시나요/ 내가 눈감는 소리를/ 그것은 또한 당신에게까지 이르는 소리입니다/ 님이여 들으시나요/ 내가 다시 눈뜨는 소리를.”/손경호(수필가)

2012-03-09

삶의 의미란

삶은 이 세계의 모든 개념 중에서 가장 깊이 박혀 있는 뿌리이다. 산다는 것이 뭐라고 해도 인생의 최고의 목표이다. 참된 생활에 발을 들여놓는다는 것은 보편적인 생활이면서 스스로의 개인적인 생(生)을 죽음으로부터 건져 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산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활기차게 사는 것은 더욱 좋다. 함께 힘차게 사는 것은 최고로 좋다. 삶은 항상 현금이나 마찬가지이지 그대에게 약속을 하는 어음이 아니다. 삶이란 여기서 지금 당장 쓰는 현금이고 액면 그대로의 가치를 그대에게 제공한다. 세상 사는 일이 복잡하고 흉악하다. 그래서 세상이 무섭고 살기가 힘든다고 한다. 또한 삶의 문제는 표면에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것은 깊은 곳에서가 아니면 해결할 수가 없다. 표면의 차원에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삶은 구조적인 성장이고 그 본성으로 보아 엄격한 통제나 예측이 불가능한 것이다. 철학자 박종홍의`지성과 방향`에 보면 생활하는 가운데서 사색하며 삶의 신비를 더듬어 가는 일은 비단 철학자들에게만 맡겨진 얼이 아니다. 그것은 착잡한 현사회로부터의 도피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의 도전이다. 꿈은 회의나 허무의 수풀을 헤치고 나온 사람만이 투명하게 삶을 정시할 수 있고 삶의 새로운 국면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삶은 한갓된 인식이 아니고 보다 근원적인 행위인 것이다. 시인 박목월의 `행복의 얼굴`에서 삶은 결코 미래에도 과거에도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산다는 것보다 더 큰 인간에의 크나큰 의의도 축복도 심지어 보장도 없을 것이다. 인간에게서 산다는 것이 전부이며 그것을 어떤 목적에 예속시키게 되면 참되게 빛나고 싱싱하고 신선하고 약동하는 삶의 의의는 그 목적으로 말미암아 일면화(一面化)되고 굳어 버리게 되는 것이다. 삶이란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열기있게 생활하고 많이 사랑하고 아무튼 뜨겁게 사는 것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 /손경호(수필가)

2012-03-08

시위가 난무하고

지구 곳곳에 시위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으며 그 규모도 크고 격렬하여 나라마다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신사의 나라라 불리우는 영국에서는 대학생들이 몇달 째 학자금 인상을 반대하는 시위가 그 한도를 넘고 있으며 가까운 아시아국가 가운데 방글라데시가 노동자 임금을 인상케 달라는 절규가 폭력으로 확산되고 있다. TV외신보도를 보면 지구는 지금 병들고 있다. 남미의 물난리, 중남미의 지진과 전염병, 그리고 미국의 하리케인과 산불, 그리고 러시아는 추위와 가뭄으로 지구 곳곳에 난리가 나고 있다. 280여개 나라 68억의 인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오랜 과제는 아프리카의 굶주림과 장티푸스로 어린 생명들이 수없이 죽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비록 적은 곳이기는 하지만 중동의 전쟁의 불씨는 여전히 타고 있으며 우리나라 라고 해서 편안한 나라는 아닌 것 같다. 우리 속담에 “천석꾼은 천 가지 걱정이요,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이 있는 것”처럼 경제부국의 사정도 심상치 않다. 일본의 경제도 바닥을 헤맨다고 아우성이며 제1의 부자나라 미국도 연일 실직자들이 거리에 뛰쳐나와 일자리 달라고 폭력을 행사하며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자기의 주장을 구호로 외치던 시대는 지났고 자기의 의사가 관철될 때까지 돌멩이, 화염병, 심지어 무기까지 들고 나와 위협적인 양상이 난무하고 있다. 사상과 정책으로 인한 데모가 그 중에서 가장 치열하며 종교적 전쟁으로 번진 나라에서는 자살폭탄의 자행으로 선량한 국민들이 희생되고 있다. 철학자 키케로는 “젊은이들부터는 폭력이, 노인으로부터는 성숙이 생명을 빼앗는다”고 했다. 이상기온의 변화로 지구 자체가 스스로 무너지고 있는 현실에 지구촌은 심한 격랑으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테러는 전율이다. 아프리카의 성자 슈바이처는 “인간이라는 것은 괴로움이란 이름의 두려운 주인의 폭력에 예속되고 있다”고 한다. 폭력은 나라를 파괴하고 인간 관계를 불가능케 한다. /손경호(수필가)

2012-03-07

바깥 세상을 위해

인생은 속도가 아니고 방향이다. 스피드 시대라 모두가 빨리 빨리다. 줄서기가 급하고 신호등 기다리기가 초조하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조급증 환자가 많다고 한다. 수많은 세월과 시간을 하염없이 보내고 있는 사람은 교도소 재소자들이다. 필자도 재소자 정신교육 지도자로 수년 간 강의를 한 일이 있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시간과 인생의 방향을 잘 조절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어느 교도소 재소자들이 푼돈을 모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소중한 것을 보내왔다. 정말 감명 깊은 일이다. 신약성서에 보면 옥중에 갇힌 바울이 옥밖에 있는 사람에게 보낸 편지처럼 위로를 받아야 할 사람이 바깥 세계에 대한 따뜻한 마음씨가 오히려 감동이 되고 있다. “액수는 얼마 안되지만 한 달 동안 열심히 쇼핑백을 만든 대가로 받은 각별한 의미의 우표이니 정말 소중한 곳에 써주길 바랍니다” 배달된 편지 내용 중 일부였다. 그 편지 속에는 1천750원짜리 우표 6장과 250원짜리 우표 4장을 넣었다는 것이다. 1만1천500원어치였다. 공동모금회는 우표는 교도소에서 현금 대신 통용되는 것으로 사실상 현금과 다름없다고 한다. 주인공은 보건법 위반으로 형을 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다. 병원에 근무할 땐 직원들과 환자들이 동전을 모아서 기부하곤 했는데 올해는 재소자 신분이라 달리 기부할 길이 없어 우표를 대신 보낸다는 사연이다. 그리고 여자교도소에서도 20만원이상이나 되는 우표도 보낸 사실이 공개됐다. 그들도 자유로운 세상에 살고 있는 가난한 자들에게 옥중 서신도 함께 동봉한 것이다. 기부의 축복을 받은 이들로 “어려움으로 인해 춥게 보내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절망속에서도 희망을 타오르게 하길 소망한다”는 내용이다. 그들도 힘들게 살아가며서 바깥 세상을 걱정한 사람들이다. 죄는 일시적이고 순간적이지만 뉘우치는 자에게 용서가 필요하다./손경호(수필가)

2012-03-06

힘내라, 청춘들아

첫 눈이 가볍게 오던 날. 인터넷 게시판에 “힘내라, 청춘들아. 눈처럼 그렇게.”이렇게 씌어져 있었다. 수학능력 시험을 치룬 학생들마다 기쁨의 함성 보다는 이미 결과를 예측하듯 모두가 아우성이다. 수험생 본인보다 집안 식구들이 더욱 힘드는 시간이다. 살다보면 좋은 일, 나쁜 일이 번갈아 찾아온다. 나쁜 일은 두려워 하지 말고 마주보고 해결하면 그만이다. 그들에겐 내일이 있다. 가슴에 맺힌 불덩어리는 시간이 가면 식어진다. 며칠 간 방구석에 박혀 있다. 외출을 시작했다. 때마침 함박눈 내리는 하늘이 눈물나게 아름다웠으며 스무 살의 패기와 희망은 곧 나의 것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짧은 세월의 연륜이었지만 꿈 하나에 또 다른 꿈을 포개면서 희망도 포부도 많았던 시절이 지금 눈앞에 전개되고 있다. 한 때는 선생님이 꿈이었는데 간호사, 의사로 바뀌었고 소설가, 시인 그리고 연예인, 복지사로 꿈도 갖가지 였다. 꿈은 꿈꾸는 자에게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성서에 보면 “천국도 힘쓰는 자에게 침노 당한다”고 했다. 젊음이 재산이고 청춘이 자본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씀에 다시 용기를 챙기는 시간이 다가온다. 꿈이 야무진 사람은 미래도 야무지다. 나의 좌절감이 온 가족의 비극은 절대 될 수 없다. 이제 20년 살아온 과거를 가지고 나머지 80년 나의 장래를 허무하게 무너뜨릴 수는 결코 없는 것이다. 걱정이 많으면 꿈자리가 사나와지고 말이 많고 변명이 많으면 어리석은 소리가 들린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 “꿈은 병적인 상태에 놓여 있을 때는 유달리 두드러진 인상과 선명함과 지극히 현실과 흡사한 특색을 지니는 법”이라 했다. 현실이 꿈과 일치할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오로지 꿈만이 목적을 고귀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젊음을 좌절감과 바꿀 수는 없다. 꿈은 항상 인간의 정신을 새롭게 불러내 준다. 꿈은 정신의 건강을 위한 기대치이며 안전판이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상시(常時)에 먹은 맘이 꿈에도 있다. /손경호(수필가)

2012-03-05

겨울에도 식중독이

요즘에도 사람들은 건강관리에 관심이 많은 탓인지 음식관리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집집마다 냉장고가 있고 또 냉동실과 냉장실이 구분되어 음식을 만드는 일이나 보관하는 것에 지혜를 모으고 있는 실정이다. 가족들마다 몸관리와 손씻기 등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종 인플루엔자·구제역·조류독감으로 인해 위생관리에 날마다 철저한 교육을 받고 실천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주로 식당 같은 공공장소에서 만드는 음식에 식중독 현상이 일어나지 가정에서 만든 음식은 처리와 보관에 별 이상이 없는 일이다. 식중독 하면 더욱 날씨와 더운 날씨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여름철을 생각하지만 오히려 겨울철에도 활개를 친다는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가을철 찾아들었던 식중독이 기온이 뚝 떨어지는 겨울에 다시 증가한다. 겨울철 식중독의 90% 이상은 노로바이러스가 주범이며 이 바이러스는 기온이 낮은 겨울에 잘 증식하며 독성이 매우 강해 한 두 개체만 음식물에 묻어 있어도 식중독을 일으킨다. 시장에 가면 냉장이 필요없는 식품으로 채소·과일 등과 냉장이 필요한 것으로는 육류·어패류가 있는데 빨리 쉬고 변하는 음식이 문제이다. 특히 생선은 빨리 상하기 쉬우므로 용기에 밀봉해서 보관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는 채소에 묻은 흙 등 이물질에 많다는 것이다. 얼렸던 식재료는 냉장실에 넣어 해동하고 실온에서 해동하면 미생물이 증가하고 지방이 변질돼 사고의 원인이 된다. 무엇보다 음식을 취급하는 사람의 세심한 주의와 상식이 필요하다. 독성은 끓여도 죽지 않는다. 예를 들면 복어의 알 따위는 독이 있어 아무리 열을 가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바이러스라고 해서 안심할 수도 없는 것이다. 식재료도 생산·유통·구매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돼 옮겨다닐 수 있다. 주로 단체 음식에서 중독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처리 과정과 요리과정에서부터 시작이 된다. 돼지고기·조개류·가지나물 등…. /손경호(수필가)

2012-03-02

손시양효자 정려비

경상북도 보물 제68호 손시양 효자정려비가 경주시 황남동 아늑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정려비(旌閭碑)란 그 나라의 충신이나 효자, 열녀 등의 업적을 표창하고 기리기 위해 동네 정문에 세운 붉은 문(紅門)을 만들고 비석을 건립한 것을 말한다. 손시양의 효자비는 고려 명종 12년(1182년)에 세워진 정려비다. 화강암을 네모 기둥 모양으로 치석한 것인데 비 몸만 있을 뿐 아래의 받침들과 위의 머릿돌은 없다. 앞면에는 효자라(孝子里)라 쓰고 뒷면에는 5행 130자로 손시양(孫時揚)의 효행 내용과 비석을 세운 경위가 기록되어 있다. 가난했던 시절 그의 부모가 각각 돌아가시자 3년씩 초막을 짓고 묘소를 지킴으로써 효행의 사실이 동경유수(조선 시대에 수도 이외의 요긴 한 곳을 맡아 다스리던 외관직)가 국가에 보고 되자 왕이 그 효행을 기쁘게 여겨 정문을 만들어 주고 포상했다고 한다. 손시양의 효도는 부모가 생존했을 당시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지극정성을 다해 모시던 중 사망 후에도 6년 간 시묘한 사실이다. 시묘(侍墓)는 부모님의 거상(居喪) 중 3년 간 그 무덤 옆에서 막을 짓고 사는 일을 가리킨다. 요즘에는 상상도 못할 일을 부모님의 은덕을 잊지 못해 6년간이나 했다는 것이다. 고려 시대에 건립된 이 효자비는 동네 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드나드는 학생들과 동민은 물론 행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있다. 일반적인 비석의 형식과 달리 네모기둥으로 세워진 것은 고려 시대의 불교와는 전혀 관련되지 않은 비문으로서 역사학적으로 볼 때 희귀한 자료라 한다. 오랜 세월 노천에서 춘풍춘우를 맞으면서 아무 의미없이 방치됐다가 1977년에 동민들의 주선에 의해서 효행의 가치를 높이려는 뜻으로 고증학자의 자문을 받아 보호각을 만들어 잘 정리되어 있다. 비신의 높이는 2m 정도이며 네거리 중심에 있어 찾는 이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효행의 도리는 모든 선(善)의 으뜸이고 하늘의 본성에서 나온 것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