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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학습효과와 시험

중·고시절에 1학기에 보통 시험을 두 번 치룬다. 소위 말하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제고사라 하여 교육부서가 주관하는 전국단위나 도단위의 고사도 가끔 치뤘다. 무엇보다도 시험을 치루는 시험시간표가 발표되면 그때부터 밤을 새우기나 거기에 대비해 준비를 하기에 정신이 없다. 평소 수업시간에 충실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기도 하고 노트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친구의 노트를 빌려 베끼기도 하고 야단법석이다. 부모님들도 자녀들이 유별나게 설치거나 심부름, 설겆이를 거절하는 경우가 생기면 시험이 가까이 오고 있음을 감지한다. 시험은 대단히 중요하고 필요하다. 그동안 소홀하게 여겨왔던 학습을 다시 정비하고 실력을 쌓게 되는 계기가 되어 넓게 생각하면 소중한 교육방식이다. 벼락치기 공부라 해서 시험 시간표에 따라 한 과목씩, 한 과목씩 배운 것을 익혀 나가는 것은 시험을 기분좋게 치루고 나면 거기서 얻어지는 자신감은 큰 희열이요, 보람이다. 미국의 어느 교육기관에서 발표한 내용에도 “학습 효과를 높이는데는 시험만한 것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시험 준비 에는 여러가지 방법도 있다. 다른 학생의 의견을 듣고 정보를 얻는 방법이 있는가 하며는 혼자서 반복 학습해 암기 위주의 방식으로 혼자 해결하는 방식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험치기 훨씬 전에 선생님의 요점정리에 큰 기대를 건다. 지금까지 배운 것 중에서 많이 기출되는 문제들을 예상문제로 여기고 빠른 판단으로 메모해 두는 것이 상책이다. 만약 이러한 시험이 없다면 수업시간이 해이해지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처음부터 기초를 쌓아가면서 문제를 풀어가는 복기식 시험준비가 시험의 결과와 학습효과에 큰 도움이 되고 실력을 쌓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지금 같아서는 시험을 더 자주 치뤘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하고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손경호(수필가)

2012-06-25

역(逆)발상의 기인

음력 정월이 오기 전부터 우리나라 노인층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책이 토정비결이다. 호는 토정이요, 본명이 이지함이 쓴 도참서(앞날의 신수나 길흉을 예언하는 술법, 또는 그러한 내용을 적은 책)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조심과 주의를 예고하고 좋은 일을 예찬한 일종의 생활 지침서라고도 할 수 있다. 전설에 의하면 토정 이지함은 정말 기인(奇人)인 것 같다. 낮에 길을 가다가도 졸음이 오면 그가 항상 갖고 다니는 대나무 지팡이를 짚고 길에 서서 자는 특이한 성품의 소유자다. 조선 명종 때의 토정 이지함은 인본, 태세, 월건, 일진 등을 수자로 따지고 주역의 음양설에 근거해 일년의 신수를 보는 것으로서 중국에서 유행하던 여러 가지 술서를 인용해 엮은 책이다. 토정은 잡학을 즐기던 학자로서 이 책을 저술해 사람들의 길흉화복을 예언했다. 역사학자 박성희 교수에 의하면 토정은 여러 가지 파격적인 일화를 많이 남긴 조선시대의 기인이다. 그의 삶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보면 그는 단순한 기인이 아니다. 시대를 앞서간 창의적인 선각자이다. 그의 삶은 `실용적 창의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원리가 지배하고 있다. 율곡과 친분이 가까운 문인이요, 성리학자이다. 실용적 창의성이 드러나는 예화가 하나 있다. 토정이 아산의 한 고을에 부임하자 백성들에게 가장 힘겹고 괴로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연못에 물고기를 기르는 일`이라고 했다. 아산 고을에 물고기 기르는 연못이 있는데 관아에서 겨울에도 물고기를 잡아 바치게 하라는 명령이 있어 백성들이 큰 애를 먹고 있었다. 토정은 즉시 연못을 메우게 해 백성들의 후환을 영영 끊어 버렸다. 연못이 없으면 백성의 노고가 필요없게 된 것이다. 연못을 그대로 두고 개선책을 찾느니 아예 연못을 없애버림으로써 백성들의 편을 들어줬다. 생각을 바꾸면 길이 생기고 세상사를 보는 토정의 안목에 지혜가 담겨 있다. 생각을 반대로 생각하는 역발상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6-22

또 다른 생명의 기부

우리나라에서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람이 1년에 2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 보다 두배가 넘는 숫자다. 현재 갑작스런 심정지가 발생한 사람의 생존율은 2.8%에 불과하다. 필자도 얼마 전에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을 목격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촌각을 다투는 위기로 여겼다. 일본의 경우는 심정지 생존율은 7%가 넘는다. 미국의 시애틀 지역은 15% 이상이 생존한다니 놀라운 일이다. 심장이 갑자기 멎더라도 이를 목격한 사람이 심폐소생술을 하면 살아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심정지로 혈액순환이 멎춘 후 5분 정도가 지나면 뇌가 손상되기 시작한다. 심폐소생술은 가슴을 반복적으로 누르고 인공호흡을 해 심장을 되살리는 방법으로 멎어버린 심장을 대신해 뇌에 혈액을 순환시킨다. 심정지를 목격한 사람이 즉시 심폐소생술을 하면 심정지 생존율은 2~3배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심정지 80% 이상이 가정이나 공공장소에서 발생한다. 심정지 생존율이 높은 나라는 심정지를 목격한 사람의 40% 이상이 심폐소생술을 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심정지 환자가 심폐소생술을 받을 확률은 5%도 되지 않고 무조건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만 이송시킬려고 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심폐소생술을 할 줄 모르거나 인공호흡 하기가 꺼려질 경우에는 인공호흡을 하지 않고 가슴압박소생술을 하도록 권장한다는 것이다. 응급처치는 먼저 119에 신고해 놓고 환자를 반듯이 눕히고 가슴 가운데를 1분에 100회 이상의 속도로 강하게 누르면 된다. 심폐소생술은 내가 아닌 가족과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방법이다. TV나 비디오를 통해서 누구나 익힐 수 있는 응급처치다. 누구나 심폐소생술을 하게 된다면 내가 심정지 상태에 빠졌을 때 다른 누군가가 나를 구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분·초를 다투는 긴급한 상황이라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말고 보고 배운 것을 그대로 실천하면 또 하나의 생명기부가 되는 것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6-21

민족문학-시조

고려 말엽부터 발달하기 시작한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 시조는 보통 초장·중장·종장의 3장으로 이뤄진 시절가(時節歌)이다. 이는 당대에 한창 유행하는 가조(歌調)라는 뜻이다. 그러기에 시조라는 명칭은 문학 장르의 명칭이라기 보다는 음악 곡조의 명칭이라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 그러나 시조는 700~800년을 두고 민족의 얼과 정서를 담아 줄기차게 오늘에 이른 유일의 민족문학이다. 조선시대로 접어들면서 날로 계승·발전돼 송강 정철, 고산 윤선도, 노계 박인로 등의 대가를 비롯해 여류 황진이를 배출했다. 그 이후 영조시대의 김천택의 청구영언을 효시로 김수장의 해동가요 등의 시조집이 쏟아져 나왔다. 현대 시조라 할 수 있는 육당 최남선, 가람 이병기, 노산 이은상 등이 현대시조의 주역이다. 최근대에 와서는 이호우, 김상옥, 이태극 등의 문인들이 시조 전문지인 `시조문학`을 이끌어온 시조시인이다. 본래는 시조를 단가라 불러 장가(고려가요, 경기체가)에 비해 짧은 형식의 노래로 영조때 가객(歌客) 이세춘이 시조라 불렀다. 요즘 시조라 하면 가락이나 곡조는 전혀 없고 작품내용의 호칭으로만 쓰이고 있다. 과거의 시조의 내용은 사랑하는 사람이나 지인(知人)들과의 사랑과 이별이 전부였는데 자연을 그리워 시를 지어 산촌과 농경의 삶을 노래하기도 했다. 그리고 국정을 염려하고 임금에 대한 충절을 읊은 것도 많았으며 그 가사속에 박힌 희노애락의 깊은 정들이 우리의 생활에 깊숙히 배인 애환도 많이 있다. 고시조에서는 연시조인 경우 불과 몇몇 작품에만 제목이 있었지만 현대시조에는 반드시 제목을 붙이는 것이 상례이다. 그리고 시형(詩形)의 배열이 비교적 자유로워 정형시에 얽매인 때와는 다르게 유형이 변하고 있다. 감각적 표현도 애용돼 외면세계를 다루고 내면세계의 인성의 심층묘사나 사상성을 다루기 위해 메타포(Metaphor)를 즐겨 쓰는 우리 문학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6-20

`넘버3`로 추락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중동전쟁의 여파가 오일 파워를 자극시켰고 이란이 그 중심에 서 있다. 그래서 일본이 43년 만에 `넘버 3`로 추락했고 한국에도 그 여파가 밀려오고 있다. 중국이 일본을 추월하고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일본은 43년만에 2위에서 3위로 내려 앉았다. 그동안 각종 추정치나 분기별 실적 등을 통해 중국의 세계 2위 부상은 거론돼 왔지만 일본 정부가 발표한 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다.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내용이다. 일본은 지난 1968년 당시 서독을 제친 이후 42년 동안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군림해 왔으나 그 자리를 중국에게 내줬다. 일본 경제계는 `올 것이 왔다`며 담담한 반응이다. 일본 재정상은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경제의 약진은 이웃나라로서 기쁜 일이며 지역 경제의 동반 성장에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세계2위 자리를 빼앗긴 아쉬움도 있지만 가파른 성장을 계속하는 중국 덕분에 그나마 현상을 유지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일본의 딜레마를 반영한 것이다. 현재 3위 일본과 4위 독일의 GDP격차는 3조 달러 이상으로 크게 벌어지고 있다.일본의 시사통신은 “중국이 매년 10% 내외의 성장을 하며 최근 10년간 GDP가 다섯 배로 늘어난 반면 일본은 90년대 초의 버블 붕괴 이후 디플레와 저출산의 가속화로 GDP성장이 멈춘 상태”라며 “앞으로의 중국과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것”이라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 2011년 일본 동북아 지진으로 농산물 수출이 저지 당하고 해산물 출하도 끊겼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또 다시 대지진이 예고된 현실에서 일본 국내 민심이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정확하고 정직한 일본사회가 요동하기 시작하고 그들의 경제정책에 대비하는 국민적 자세도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와 수·출입을 함께하는 나라로서 서로의 고민이다./손경호(수필가)

2012-06-19

아침, 저녁 다르다

한국의 교육정책을 `조령모개`라 한다. 이 말의 근거는 법령을 자꾸 이리저리 고쳐 갈피를 잡기가 어려움을 일컫는 것이다. 전설에 의하면 중국 전한 시대에 재정 경제에 밝았던 어사 대부 조착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당시 흉노족이 자주 북방을 침략해 곡실을 약탈해 가는 현실을 직사하고 변방의 부족한 곡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을 내놓았다. 그가 상소한 글은 논귀속소(곡식의 귀함을 논의한 상소문)이며 그 내용은 백성이 농사 짓느라 얼마나 고통에 시달렸는지를 기록하고 있다. 즉 대략 다섯 가족인 농가에서 부역에 나가야 하는 사람이 두 사람이나 되어 춘하추동 쉴 날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관청에서는 세금을 제멋대로 매기자 개인적으로는 조문도 가야하고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조착은 이렇게 썼다. “홍수와 가뭄을 당하게 되니 세금과 부역의 시기가 정해 지지 않은 것은 아침을 영(令)을 내리고 저녁에 고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입니다.” 즉 법령을 자주 바꿔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착의 이러한 노력은 현실화 되지 못했고 결국 귀족들의 시기를 사서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지나친 변화는 국민으로 하여금 혼란만 초래하고 입법한 부처에서도 비난의 대상이 되어 “물러나라”고 농성을 벌인다. 그 많은 부서 가운데서 교육과학기술부가 국민과 연관된 사람의 수가 월등하다. 기성세대에서 받아왔던 교육제도와 지금의 현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교육정책의 비전이 자주 바뀌고 갈팡질팡이다. 입법된 사항을 토론회나 청문회에 부치면 반대하는 계층이 많고 도전적이라 섣불리 시행하기가 어렵다. 요즘에 와서 다시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제로 바뀐다고 한다. 새로운 안(案)이 아니다. 과거에도 상대평가, 절대평가를 이미 실시해왔던 제도이다. 시행착오를 거듭해서는 안된다. 교육은 백년대계라 해 늘 중요시 했던 것들이 무너지고 있다./손경호(수필가)

2012-06-18

중국이 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인구는 세계 인구의 거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13억이 넘는다. 세계 3위권에 속하는 넓은 영토에서 또한 다른 영토분쟁이 계속되고 있고 가는 곳마다 건설의 망치 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전 국토가 국가가 소유하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개발하고 건설하는 것은 자유자재(自由自在)이다. 경제 또한 세계 2위권에서 일본을 이미 능가했으며 중국말(언어)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인다. 중국말 배우기에 정신을 못 차릴만큼 그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그 내부 사정을 살피면 중국이 안고 있는 문제점도 여러 개 있다. 곳곳에서 터지는 지진의 공포와 더불어 지난해 여름부터 중국의 상당수 지역이 극심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31개 성과 시 중에서 전력 공급을 강제로 제한한 지역은 저장, 광둥, 후난성과 중경시 등이라 한다. 이미 10곳이 넘게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 공장은 물론 주민들 생활에도 큰 불편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전력 기업연합회에 따르면 “2004년 이후 최악의 전력난”이라고 실토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고질적인 전력난은 전력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일어난 것이 아니다. 중국 전력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화력발전소의 대부분을 공산당의 지시를 받는 국영기업이 운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국 경제를 빠르게 성장시키는 국가자본주의가 한편으로는 사회 구석구석에까지 그 부작용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사례이다. 중국 경제의 핵심을 6개의 키워드로 분석한 것이 있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위안화, 차이나 머니, 도시화, 증시와 부동산, 그리고 산자이(짝퉁) 문화라 한다. 그 중에서 가장 활발한 도시화는 저임금의 값싼 노동력을 넘치게 해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될 수 있는 토대로 작용했지만 다른 쪽에서는 극심한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어 중국내에서도 항상 충돌이 끝나지 않고 있다. 6대 동력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손경호(수필가)

2012-06-15

목숨의 빚을 안고

독지가인 회사 사장이 매년 시상되는 `영예로운 제복상'에 해마다 3천만 원의 상금을 내놓기로 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목숨을 빚졌다, 너무 죄송하고, 죄송하다”하면서 안타까움을 남겼다. 한 회사를 경영하는 사장님은 지난해 겨울에 경기도 평택시 한 목욕탕에서 일어난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두 소방관의 희생을 애도하며 이러한 상금을 준비한 것 같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다 목숨을 잃은 30대 소방관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라고 했다. 명품 브랜드를 소개하는 잡지사를 운영하는 그 사장님은 “목숨을 빚지고 고작 돈밖에 내놓을 수 없어 부끄럽다”는 말을 남겼다. 가끔씩 전해지는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소식에 “힘이 되고 싶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타인의 삶을 지키려다 어린 자녀들과 부인을 남기고 떠난 그들에게 우리 모두는 큰 빚을 졌다. 그들은 왜 목숨까지 내던지며 불속으로 뛰어든 것일까. 국민 대다수는 장례식이 치뤄지는 영결식에서 한 소방관 대표가 무릎을 꿇고 유족에게 사죄하는 사진에 가슴이 메었을 것이다. 그리고 제복을 입고 희생당한 그들에게 죄스러운 마음도 생겼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얼마나 존경하고 자랑스러워 했던가. 소방관은 불을 보면 달려갈 수 밖에 없다. 미련해 보이지만 그것이 그들의 의무요, 사명이며, 숙명인 것이다. 자기 목숨 보다 남의 목숨을 먼저 생각하는 게 소방관의 `직업 DNA'다. 그 숭고한 직업관에 머리를 숙이며 숙연해 진다. 태풍이 불고 수해가 닥쳐도 소방관들은 인명 구조의 최전선에 있다. 화마와 수마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매년 여러명의 소방관이 희생이 된다. 제복입고 봉사하는 그들이 존경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으로 남았다. 또한 군복, 경찰복, 소방복을 입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제키는 제복인들에게 감사한 마음은 한 시도 잊어서는 안되겠다. 그들은 우리의 국민이요, 형제다. /손경호(수필가)

2012-06-14

옛 풍습에서

우리나라 고대(古代)의 설날이라 불리우는 새해인 동짓날에 신년음식으로 반드시 만들어 먹는 음식이 팥죽이다. 간단한 이유는 잡귀신이 팥의 붉은 색을 무서워 하기 때문이라 한다. 동짓날 팥죽을 먹으면 나쁜 기운의 접근을 막아 액땜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옛날에 팥죽을 먹기 전에 미리 문설주와 기둥에 팥죽을 뿌리기까지 한 것이다. 사실 동짓날 팥죽을 먹는 것은 꼭 우리만의 풍속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우리와 같이 동지 팥죽이 있다는 것이고 두 나라에서도 우리와 같은 풍속이 있다는 것이다. 유독 세 나라 만이 거의 비슷한 풍습이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중국 사람들은 붉은 색을 행운과 축복을 가져다 주는 색깔이라 해 우리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풍속으로 여긴다. 3국의 고문헌은 어디에서 먼저 전해진 풍속인지는 몰라도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 동짓날 해의 그림자를 재고 팥죽을 끓인다. 역귀를 물리치기 위해서다. 그 정도의 해석으로만 간주했던 이야기들이 그 속을 살피면 의문이 간다는 것이다. 왜 하필이면 동짓날에 그것도 팥죽을 먹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학설과 전설이 있겠지만 팥죽을 설날 먹는 떡국처럼 새해에 먹는 음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한 해석이 가장 유력한 견해이다. 우리 속담에서 오는 속설 가운데 동짓날 팥죽을 먹고 팥죽속에 든 새알을 자기 나이와 똑같이 먹어야 진짜 나이를 먹는다고 했다. 액땜이라고 하는 것은 무병 장수를 기원하는 덕담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좋은 쪽으로 해석이 된다. 과거부터 우리의 생활에 배어 있는 것으로 금기사항에는 `하지 말라`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아마도 조심이나 주의사항을 주지시키기 위함이라 느껴진다. 옛날에는 화장실에 갈 때 기침을 하고 가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땐 화장실문이 없고 가마니로 가리워 놓았다. 문이 없어 노크도 안되니 미리 기침으로 알리는 것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6-13

치산(治山)과 청산(靑山)

치산(治山)·치수(治水)라 하여 산을 다스리는 것이 곧 물을 다스리는 것이라 했다. 우리나라의 국토 면적의 60%이상이 산으로 되어 있다. 좁은 땅에 산이 많아서 농사 짓는 것보다 산을 관리하는 일이 많아 산림청이란 기관도 생겨 났다. `솔방울 하나까지도 징발해 가던 일제 치하 36년과 뒤이어 터진 6·25 한국전쟁`은 이 나라 금수강산을 초토화되어 벌거숭이 산으로 변했다. 그러나 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후 개발도상국 중 유일하게 산림녹화에 성공한 나라가 되었다. 우리 국민은 벌거숭이 산이 울창한 숲으로 변하는 기적으로 일궈낸 나라다. 그 기적을 만들어낸 사람이 호가 향산(香山)인 현신규라는 산림학자라 한다. 평안남도 안주에서 태어난 현 박사는 우리나라 산림녹화의 학문적 토대를 세운 평생을 임업(林業)에 바친 공로자로 인정하고 있다. 그의 끊임없는 노력이 없었다면 한국의 산림녹화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한국 최초의 임학(林學)박사인 그는 나무의 품종 개량을 위한 임목육종연구소와 우수한 나무 종자를 공급하는 채종원을 설립한 것이다. 지난해 여름 긴 장마와 폭우로 경기도, 강원도 일대에 물난리가 일어났다. 산에서는 나무가 홍수를 예방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모든 국민들이 실감케 했다. 외곬의 성격으로 나무를 키우는 것이 국토를 보존한다는 일념으로 그의 고집스런 활동은 계속된 것이다. 농림부에서 산림청을 독립시킨 것도 그의 노력과 집념에서 소산된 일이라 하겠다. 일본 유학시절 철학자요, 종교인인 우치무라 간조의`어떻게 천직을 찾을 것인가`라는 책을 읽고 그는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꿈꾸었던 일에 매진할 것을 결심한 것이다. 우리의 국토가 흉물스러울 정도로 황폐화되어 가는 산 앞에서 향산 현 박사는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한 분의 꾸준한 연구와 노력으로 우리의 국토는 그야말로 청산(靑山)이 되고 있고 기름진 평야를 갖고 있다. 모두가 치산의 덕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6-12

인기주의의 보육정책

얼마 전 신문에 보도된 통계에 의하면 서울의 어린이집은 6천227곳, 이 중에서 국·공립은 670곳이라 한다. 그런데 어린이집에 들어가지 못한 대기자가 1천명이 넘는 국·공립시설은 102곳이다. 서울 강남의 한 곳은 대기자가 4천103명-현재 다니는 아동의 26배다. 지금 태어난 아이를 신청해도 초등학교 입학 전에 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2살까지 무상교육을 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와 이미 책정된 3~4세 아이의 보육이 13만명이 불어났다. 공짜로 아이를 맡길 수 있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지만 그만한 예산을 어떻게 충당할 지가 걱정거리였다. `5세까지 국가 책임 보육`에 국회나 정부는 선심성 정책인 줄 알면서도 선거를 앞두고 반대할 정당이나 국회의원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많은 교육정책 관계자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정부의 결단에 `개념 없는 복지 확대`라 지적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보육 예산을 어떻게 감당할 지 의아심도 가지고 있다.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복지정책은 제일이 돈(예산)이다. 애초에 실시하려던`양육수당 확대`에서 `3~4세 무상보육`으로 하고 필요시에 `0~2세 무상보육`을 부분적으로 시행하는 방식으로 갔어야 맞는 일이다. 그럴 경우 꼭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이 가고 부작용도 지금처럼 크지 않았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너도나도 혜택을 보겠다고 몰리는 현상은 막을 길이 없다. 최근 전업 주부가 늘고 있으며 거기에 따른 정부정책도 세워야 한다. 물론 멀리 내다보면 아이를 낳기만 하면 국가가 책임지고 키워준다는 이상적 목적은 환영할 일이지만 좀 더 심사숙고 끝에 이뤄진 정책이라야 신빙성이 있는 것이지 너무 졸속성 정책이라 예산을 걱정하고 있다. 한국이 복지 투자가 적은 것도 사실이고 더 늘려야 하는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반드시 원칙과 질서가 있어야 한다. 인기 영합주의로 흐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0~2세 무상보육정책이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6-11

천사의 목소리는 울리는데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지도 벌써 1년이 더 지났다. 그 당시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 방재청사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마이크를 놓지 않았던 24세의 엔도 미키는 사랑하는 이와의 결혼식을 불과 6개월 앞두고 있었지만 결국 15m가 넘는 쓰나미에 휩쓸려 숨지고 말았다. “빨리, 빨리 높은 곳으로 대피하세요. 지금 큰 쓰나미가 우리 쪽으로 밀려오고 있습니다.”이 방송을 들은 마을 주민들은 허겁지겁 높은 언덕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년, 강한 바닷바람이 불 때마다 그 천사의 목소리가 계속 들리는 것 같다. 따뜻한 남쪽 해안의 봄 속에서 반짝이는 햇살을 받으며 은빛 파도를 타고 그녀의 생생하고 정감어린 낭랑한 음성이 아직도 들리는 것 같아 더욱 가슴이 조인다.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철골, 그리고 엿가락처럼 휜 비상계단 난간을 보니 다시의 처참했던 상황이 상상되는 듯 찾는 이의 발걸음조차 뜸한 상태다. 천사의 목소리 엔도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그녀의 희생정신은 사이타마현 내 125곳의 공립 초등·증·고교 도덕 교과서에 실렸다. `천사의 목소리`란 제목의 내용은 이렇다. “미키란 이름에는 미래에 희망을 갖고 살아달라는 부모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날 엔도 미키는 양손으로 마이크를 잡은채 필사적으로 주민들의 대피를 호소했습니다” 순식간에 몰아닥친 쓰나미에 엔도는 그만 흔적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엔도의 방송으로 마을 주민 1만7천700명 중 절반 이상이 대피해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방재청 직원들은 엔도는 본연의 의무를 다하는 보통 사람의 가치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준 것이라 말했다. 공무원으로써 그녀가 실천한 의무와 책임은 많은 어린아이들의 귀감과 교훈이 됐으며 인간의 생명이 얼마나 귀한 것인가를 엔도를 통한 생명의 가치가 더욱 빛나게 됐다. 20대 미혼이 남기고 간 순애보 같은 인정있는 이야기 속에 고귀한 향을 느낄 수 있다. /손경호(수필가)

2012-06-08

신라불교에 끌려

동양인으로써 최초의 노벨상을 받은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는 한국을 가리켜서`동방의 등불'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면에서도 6·25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뤘고 무엇보다 세계인의 경제적 도움을 받던 나라가 남의 나라를 도울 수 있는 현실에 놓이자 많은 세계인들의 관심이 한국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오랜 역사와 전통, 그리고 그 찬란한 문화를 가진 민족으로서 세계 경제대국의 서열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한국붐이 세계 도처에서 일고 있다. 한국의 3대 효자수출품인 반도체(지금은 IT기술), 자동차, 선박제조가 많은 나라를 앞서고 있다. 특히 한국을 알기 위해서는 그리고 역사와 문화, 풍습을 알기 위하여 학문적 분야에 많은 진출을 하고 있다. 그 중 한 분야를 소개하자면 인도의 한 학자는 신라의 불교에 매력이 끌려 한국학을 36년째 연구하고 있는 석학이 있다. 인도 출신의 모한 교수는 한국학자다. 그는 한국 고대사를 전공한 사학가로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재직하면서 동아시아 국가 간의 사상·문화교류사(史)와 한국근대사를 가르치는 교수다. 젊은 시절부터 이유없이 한국문화에 빠져 한국학을 연구하면서 깊은 매력을 느껴 36년의 세월을 보냈다. 인도처럼 극내에 식민지 지배를 당한 조선의 변화 과정, 민주주의 및 독립운동의 전개 과정을 연구하고 가르친 분이다. 그리고 신라 진흥황 시대에 인도 전륜성왕의 불교적 개념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연구 한 논문도 발표했다. 모한 교수의 꿈은 한국 대학교에서 정년을 끝내고 모국 인도로 가서 신라 때 인도를 여행하고 왕오천축국전을 남긴 혜초 스님의 이름을 따서 `혜초한국연구소'를 세우는 것이다. 최근 인도에 우리나라 기업이 이미 진출했고 철강산업을 위한 세계 굴지의 공장도 진행 중이라 한다. 12억 인도인에게 한국문학과 한국사 편찬을 써 인도 대중에게 한국을 알리고 싶다고 한다. 한국의 문화가 꽃핀다./손경호(수필가)

2012-06-07

웃다, 울다하는 조울증

조울증은 정신병의 하나로 상쾌하고 흥분된 상태와 우울하고 억제된 상태가 번갈아 나타나는 증상이다. 그런가 하며는 우울증은 근심이나 걱정이 있어서 명랑하지 못한 현상을 가리킨다. 이러한 병은 무언가 가난하고 부족해서 생기는 병만은 아닌것 같다. 기분이 들떴다가 이내 우울해 지는 조울증으로 지난해 5만4792명이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조울증 환자는 매년 평균 6.6%씩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4년 사이에 28.8%가 증가한 것이다. 조울증은 기분이 가라앉는 상태가 지속되는 우울증과 달리 `감정이 격앙되는 조증과 대조적인 울증`이 그대로 나타나는 양극성 장애의 일종이다. 조울증 환자 10명 중 7명은 우울증을 앓다가 치료 후 재발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다시 조울증이 나타난다. 조울증 환자의 성별 분포를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1.4배나 높다는 것이다. 연평균 증가율도 여성 환자가 7.3%로 남성(5.6%)에 비해 높았다. 연령별(2010년 기준)로는 전체 조울증 환자에서 40대 비중이 21.4%로 가장 높았고 30대(21.2%), 50대(17.1%) 순이었다. 20~40대에서는 우울증 보다는 조울증 환자의 비중이 높았다. 한 대학병원 정신과 과장은 “조울증은 극단적인 기분 상태 변화로 인해 돌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 우울증보다 위험한 질병”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울증이 조울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10대, 20대의 우울증을 앓는 환자는 적극적으로 조울증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확실한 것은 우울증이나 조울증은 민간요법으로 인한 치료약은 없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이 제일 먼저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고 약을 먹어야 한다. 일설로는 이러한 병의 증세가 봄에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라 하지만 통계적으로 볼 때 꼭 그런것만은 아닌 것 같다. 병의 치료는 의사의 몫이다. 먼저 진단받고 지시를 받자. /손경호(수필가)

2012-06-05

배움의 나이는

학문은 즐거움을 돕는데에, 장식용에, 그리고 능력을 기르는데에 도움이 된다. 즐거움으로서의 주효용은 혼자 한가할 때에 나타난다. 장식용으로서는 담화할 때에 나타나고 능력을 기르는 효과는 일에 대한 판단과 처리 때에 나타난다. 숙달한 사람은 일을 하나하나 처리하고 개별적인 부분을 판단한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학문은 번영의 장식이요, 가난의 도피처이며 노년의 양식”이라고 했다. 그래서 학문은 단숨에 뛰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진보하는 것이란 말도 있다. 학문의 길은 멀고 끝이 없어 죽을 때까지 배워도 한이 차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 나이에 관계없이 만학도가 많아 사회를 밝게 하고 있다. 지난 세월의 가난했음을 한탄하며 배움에 대한 열정을 평생 가지면서 다시 학문의 기회를 잡는 사람들이 자주 생겨난다. 한국방송통신대학 12학번 새내기로 입학한 아흔살의 학도가 있었다. 그는 서울에 있는 모 대학의 교수였다. 그는 강의실 맨 앞에 앉아 책상에 커다란 돋보기와 `대학생 길라잡이`책을 꺼내놓고 진지하게 수업을 받고 있었다고 한다. 노 교수님은 방송대가 1972년 개교한 뒤 40년간 입학한 240만여명 가운데 최고령이라고 한다. 함께 강의를 들은 동기들은 “정말 아흔 살이세요”라며 모두가 놀라워 했다는 것이다. 그 과에는 11살 아래인 79세의 할아버지도 있었고 71세 아래인 19세의 여학생도 있었다. 같이 수업을 듣던 학생들도 신기한 듯 “공부하려는 의지와 자세가 정말 놀랍다”고 했다. 하지만 최고령 학생으로 배움을 접하는 그는 “배움에 나이가 어디 있느냐”며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교재에 밑줄을 그으며 강의에 집중했다. 그 분의 과거도 파란만장했다. 온갖 가난과 어려움을 딛고 학문에 뜻을 두고 하던 직장은 뒤로 하고 역시 만학의 길을 걸었던 것이다. 그후 초·중·고교의 교사를 거쳐 대학 교수에서 정년 퇴직을 했지만 학문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었던 모양이다. 학문은 길이라 했다. /손경호(수필가)

2012-06-04

반도체 시장의 전쟁

세계 3위 D램(반도체-메모리)제조업체 엘피다는 1999년 NEC와 후지쓰의 D램 부분이 합쳐서 탄생했다. 이후 한국의 삼성전자·하이닉스, 일본 도시바, 독일 인피니온, 미국의 마이크론과 함께 반도체 업계의 강자로 군림했다. 그러다 2007년 `치킨 게임`이 벌어지면서 회사 사정이 급격히 나빠졌다. 치킨게임은 두 대의 자동차가 마주 보고 전속력으로 질주하다 먼저 운전대를 돌린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 패자를 겁쟁이(치킨)라고 놀린데서 비롯됐다. 1960년대 미국의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말이다. 상대가 손을 들 때까지 적자를 감수하고 물량으로 밀어 붙이는 반도체 업체들의 경쟁을 흔히 치킨게임이라 부른다. 엘피다가 자금난에 몰린 끝에 일본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이다. 엘피다는 지난 2월에 도코증권거래소 보고를 통해 “일본 정부와 채권은행의 추가 자금지원을 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대만 업체들이 대거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면서 D랩 가격이 3분의 1로 폭락했다. 그 결과 일본의 엘피다만 피해를 입고 2년간 적자를 내고 말았다. 엘피다의 파산신청은 일단 우리의 업체에는 호재였다. 당장 생산 라인을 멈추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정상적인 생산을 할 수 없어 D램 분야의 고질적인 공급 과잉이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의 한 전문가는 “단기적으로능 엘피다가 현금 확보를 위한 밀어내기 출하를 해 시장이 한때 출렁일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D램 산업 전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러므로 국내 업체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인의 기업정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50% 점유율이 높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독과점 이슈가 불거지고 그것으로 인한 규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뜨겁다. 우리의 것이 항상 최고의 것이 될 수는 없다. 경쟁은 언제나 시작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6-01

정치 영토를 넓히며

지난해 봄부터 지중해 연안의 국가들 사이에 정치적 개혁이 일기 시작했다. 첫 신호탄이 울린 곳이 튀니지이며 여기서 분 바람이 이집트, 시리아로, 그리고 예멘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장기 철권 통치 독재자들이 잇따라 쫓겨나고 있는 아랍에서 중도 이슬람주의를 표방하는 무슬림형 재단이 빠르게 그 세력을 키우고 있다. 대서양에서 페르시아만에 이르는 광대한 이슬람 수니파 지역에서 그 영향력이 확연하게 두드러진다. `아랍의 봄`을 이끈 튀니지와 이집트를 필두로 모로코와 리비아에서도 무슬림형 재단의 세력이 급팽창하고 있다. 여기다 팔레스타인 가자지역을 장학하고 있는 요르단, 알제리, 바레인, 쿠웨이트, 예멘의 형재단 등도 건재를 과시하고 있어 그 여파가 중동으로 서서히 옮겨오고 있는 듯 하다. 형재단은 혁명보다는 개혁을 추구하는 엄격한 신(神)의 규칙 대신 이슬람적 동질감이나 윤리를 훨씬 더 강조한다. 이들에 밀려 알카에다와 같은 극단주의자들이나 서방에 상대적으로 유연한 이슬람의 자율의 의지는 그 입지가 좁아지고 잇다. 무바라크 몰락 후 이집트에서는 후세인 탄타워장군이 이끄는 군최고 회의(SCAF)가 잠정적으로 그 세력을 과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는 6월말까지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군부는 민간에 정권을 이양해야 한다. 군부와 세력을 어떻게 공유해 나갈지는 불투명하지만 의회 다수파의 무슬림형재단의 사실상의 실세라는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상태다. 형재단의 외교자문역을 맡고 있는 한 실세의 말은 “갑자기 우리가 모든 사람의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이집트 정부와 IMF는 곧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으로 돼 있다. 미국 등 서방 기업들은 앞다퉈 형재단과 교감을 함께 할 각오가 돼 있어 그 귀추가 외교가에 쟁점이 되고 있다. 이런 아랍 이슬람 온건파(무슬림 형재단)가 중동을 기점으로 정치 영토를 넓혀 가면서 여러 곳에 러브 콜을 하고 있다. 아랍의 봄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5-31

네 바퀴가 잘 굴러야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은 다리로 걷고 손으로 물건을 잡고 날개로 난다. 어느 것 하나만 가지고는 불편하며 특히 날개는 한쪽만 가지고 날 수가 없으며 자동차는 네 바퀴가 제대로 움직여서 진행할 수가 있다. 얼마 전 신문보도에 교권 추락으로 인한 명예퇴직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인권만큼 교사의 권위도 중요한 것인데 뭔가 박자가 맞지 않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어떤 권리를 보장해 주고 학생에게 어떤 유익을 주려는 것인지 조차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이차판에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교단을 떠나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아 마음을 정한 것이다. 학생인권 조례 제정으로 교권이 바닥에 떨어져서 교사의 길이 힘들고 험난하다고 한다. 학생의 권리와 의무, 교사의 권리와 의무라는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네 바퀴`가 중요하게 똑같이 중요하게 취급된 법이 제정돼야 법 제정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제일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을 일단 채워 놓고 다른 부분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는 그때 가서 다시 땜질하면 된다는 생각이 불거졌다. `학생의 권리`라는 바퀴에 공기를 잔뜩 채워 놓고 신나게 달리려는 형국이다. 사고가 나면 다치는 것은 자동차 안에 있는 사람은 아니다. 자동차는 네 개바퀴에 공기가 균일하게 들어가서 사고 없이 달릴 수 있다. 그런데 쭈구러든 바퀴 하나(학생의 권리)에만 공기를 많이 넣고는 달리라는 것이다. `네 바퀴`중 하나만 공기가 빠져도 사고는 피할 수 없이 당하고 만다. 새도 한쪽 날개만 가지고 날 수는 없다. 양 날개가 균형을 잡고 비행한다. 권리가 오른쪽 날개라면 의무는 왼쪽 날개다. 의무가 수반되지 않는 권리는 권리가 아니며 권리없는 의무도 마찬가지다. 한쪽 날개만으로 새를 날리지 말자. 그 역시 추락하는 꼴을 목격하게 된다. 교사의 열정의 샘은 학생의 바른 언행과 태도로 채워짐을 명심하자. /손경호(수필가)

2012-05-30

한국 문화 사랑하고

재(在) 프랑스 여성 서지(書誌)학자 박병선 박사가 프랑스 파리에서 향년 88세로 타계했다. 1955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그는 2009년 암 치료를 위해 10개월 동안 귀국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프랑스에 거주하면서 한국 문화를 위해 헌신했다. 그곳 국립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했던 그는 1972년 이 도서관이 소장한 한국 고서 `직지심체요절`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란 사실을 학술적으로 입증한 분이다. `직지심체요절`은 독일의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보다 무려 78년 앞선 것으로 증명돼 우리 인쇄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 그에게는 `직지 대모(代母)`라는 별칭이 생겼다. 그분은 정말 조국을 사랑했고 한국문화를 사랑했으며 일평생 미혼으로 살면서 오로지 우리의 것을 정말 소중하게 여기셨던 학자다. 프랑스 국적인 그는 외규장각 도서의 존재를 한국에 알렸다는 이유로 프랑스에서 `반역자`라는 손가락질을 받고 국립도서관을 그만둬야 했다. 연구자로서 초창기에는 국내 학계로부터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말년에 한국으로부터 별다른 도움 없이 프랑스 정부의 연금으로 어렵게 생활했다고 한다. 병원 치료비가 모자라 고통을 겪었다. 그럼에도 그는 `연구자로서 할 일을 한 것 뿐`이라며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정부는 그의 공적을 치하해 국립묘지에 안장키로 했다는 것이다. 천 만리 이국땅에서도 조국을 잊지 않고 언젠가는 조국으로 돌아 가리라는 일념으로 각별히 애정을 쏟은 그의 정신적 유산을 계승해야 한다. 규장각 도서들은 프랑스와 오랜 줄다리기 협상 끝에 반환이 완료됐지만 영구적인 것은 아니었다. 19세기 후반 국력이 쇠약했을 때 유린당했던 우리의 문화적 자존심은 어느 정도 위안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프랑스 외교부에서 한국 독립운동 관련 기사를 스크랩 하기도 했으며 우리 문화의 유산적 가치를 세계인에게 널리 알리는 업적에 지대한 공(功)이 많은 진정한 애국자의 한 사람이다. /손경호(수필가)

2012-05-29

사람은 축복의 존재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자서전 첫머리에 “나는 이 세상에서 많은 축복을 받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축복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제1의 축복”이라 했다. 이 지구상에 생명이 있는 것은 동물과 식물이며 그 가운데서 사람으로 태어난 것은 정말 축복이라 할 만하다.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이 아주 많다. 지능지수도 높고 생각하는 범위와 차원도 달라 `만물의 영장`이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 `윤리학`에 보면 “행복한 사람을 고독하게 한다는 것도 아마 부조리일 것이다. 생각컨데 어떠한 사람이든 자기 혼자서만 모든 선을 소유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인 존재로서 타인과 어불어 사는 것을 그 본성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유태인들의 생활규범인 `탈무드`에 “살아 있으면서도 살고 있는 것 같지 않은것이 셋이 있다. 첫째로 남의 동정으로 살아가고 잇는 인간, 둘째로 아내에게 지배돼 살아가고 있는 인간, 셋째 항상 몸에 고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라 했다. 사상가 파스칼도 “사람은 오직 세가지 부류가 있을 따름이다. 하나는 신을 찾고 그 신께 봉사하는 사람, 다른 하나는 신을 찾을 수도 없고 찾으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지혜도 없고 또 행복하지도 않다. 셋째 신을 찾아낼 능력은 있으나 찾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지혜가 있을지 몰라도 아직 행복하지는 않다.”그렇다고 세상이 야속하다고 매일 원망하고 살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세상에서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세상이 그대를 찾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인간만이 가지는 희망은 튼튼한 지팡이이며 인내는 여행의 옷이며 인간은 이 둘을 갖고 현세와 무덤을 지나 영원으로 걸음을 옮긴다고 했다. 그러나 사람은 언뜻 보아 미래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으나 사실은 과거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다. 언제나 그 뜻과 정을 과거에 두며 산다. /손경호(수필가)

2012-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