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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허니문

우정구 논설위원 허니문(honeymoon)은 결혼 후 신혼부부가 가지는 즐겁고 달콤한 시기를 비유적으로 부르는 말이다.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결혼 풍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지역 국가의 신혼부부는 결혼 후 신부의 어머니가 만들어준 미드(mead)라는 꿀이 첨가된 맥주를 매일 마셨는데, 건강한 아이를 낳으라는 뜻이 담겼다고 한다. 우리는 이를 밀월(蜜月)이라 번역해 부른다.정치적으로 사용되는 허니문은 새로 당선된 대통령에 대해 의회나 언론이 그의 장도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취임 초기 짧은 기간 비판을 자제하는 관행이다. 이 기간은 잘못을 해도 크게 비판하지 않는다. 정권을 이양받은 초기라 일이 서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미국 경제가 대공황을 맞았던 1933년, 막 취임한 루스벨트 대통령은 미 의회와 손을 맞잡고 경제위기를 잘 극복하게 되는데 이때 열린 의회 100일을 허니문 기간이라 불렀다.일반적으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의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에 대해서는 허니문 기간을 주는 것이 상례다. 주식시장에서도 허니문 랠리라는 것이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정치와 경제의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사회가 안정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단기적으로 주가가 오르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두고 여야가 극한 충돌을 빚고 있다. 권력 이양조차 순조로울지 위태한 분위기다. 새 정부의 안정적 국정 수행을 위해 신구권력의 의견 조율은 반드시 있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의 회동이 무산되면서 두 권력의 충돌은 점입가경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임기 시작도 전 충돌하는 권력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도 착잡하다. 허니문을 관행으로 받아들이는 여유의 정치가 아쉽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3-24

블레임룩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블레임룩이란 ‘비난하다’라는 뜻의 블레임(Blame)과 ‘스타일’이라는 뜻의 룩(Look)이 합쳐진 말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인물의 패션이 주목을 받거나 이를 대중이 따라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세계적인 비판을 받고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값비싼 명품 의상을 입고 모습을 드러내 ‘블레임룩’으로 떠올랐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열린 크림반도 합병 8주년 축하 콘서트에 이탈리아 하이엔드 브랜드인 ‘로로피아나’ 패딩을 입고 나왔다. 패딩의 가격은 150만 루블로 한화로 약 1천700만원. 또 패딩 속에 입은 흰색 목폴라는 이탈리아 브랜드 ‘키튼’의 제품으로, 이 역시 가격이 32만 루블(380만원)이었다. 로로피아나를 보유 중인 프랑스 명품 그룹 LVMH 측은 이미 지난달 초 러시아 매장을 폐쇄한 상황이어서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블레임룩으로 화제가 된 사례가 있었다. 2020년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을 제작해 유포한 조주빈이 스포츠 브랜드 F사의 티셔츠를 입고 포토라인에 서자 해당 브랜드 측은 즉시 로고를 모자이크 해달라며 대응했다. 2016년엔 국정농단 의혹을 받던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가 검찰청사로 들어갈 때 최씨의 신발이 벗겨지면서 프라다 로고가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했다. 2017년에 정유라 씨가 덴마크에서 체포될 당시에는 ‘정유라 패딩’이 등장했다. 이 밖에도 탈옥수 신창원의 미쏘니 티셔츠, 신정아의 알렉산더 맥퀸 티셔츠 등이 블레임룩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블레임룩으로 주목 받은 제품들은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이미지 타격을 피할 수 없다. 명품 브랜드입장에서는 블레임룩은 결코 달갑지 않은 불청객인 셈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3-23

연기연금제도의 허와 실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초고령화시대로 접어들면서 연금수령액을 늘리는 방법은 없을까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방법은 있다. 바로 국민연금법상에 있는 연기연금제도를 이용하면 된다. 현재 국민연금을 10년 이상 가입하면, 만 62세부터 숨질 때까지 매달 노령연금을 받는다. 하지만,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에도 여전히 일을 해 소득이 충분하다면, 연금을 받는 시기를 미루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최대 5년 간 연금 수급 시기를 미뤄 연금수급액을 늘릴 수 있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매달 연금액에 0.6%씩 이자가 붙어 1년에 7.2%, 최장 5년을 미루게 되면 36%의 연금액을 더 받을 수 있다. 또한 이제까지 한 번으로 제한됐던 연기 신청이 오는 6월부터 여러 번 가능해진다. 국민연금공단이 초고령화 추세를 반영해 수급권자의 선택권을 좀 강화하는 차원에서 최장 기간이 5년인 건 변함이 없지만 그 안에서는 여러 번 신청할 수 있는 걸로 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이같은 연기연금제도 가입자 수는 지난해 약 7만8천명으로 1년 사이 33%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연기연금제도를 신청할 때 꼭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무엇보다 평균적인 수명보다 좀 더 이르게 사망할 경우에는 자신이 적립한 국민연금 마저 다 찾아먹지 못하게 되는 불리한 경우를 당할 수 있다. 따라서 당장 생활비가 아쉬운데 연금수령액을 좀 더 늘려 받겠다고 미루는 건 옳지 않은 선택이라는 게 연금공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민연금공단도 가입자 본인의 경제적인 소득상황과 건강상태 등을 꼭 고려해 신중하게 신청을 결정하라고 당부하고 있다.인생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다. 그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3-21

노마스크 염원

우정구 논설위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해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다닌지도 벌써 1년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의 불편함이란 이루말로 할 수 없을 정도다.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95%가 불편함을 느낀다고 응답했고, 불편한 이유도 가지가지다. “숨쉬기가 힘들다”가 가장 많았고 피부 트러블 발생, 귀부분의 아픔, 안면에 열 느낌, 안경에 습기가 찬다, 마스크 비용 부담 등등이다.이런 불편함보다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피로감과 스트레스 심지어 우울증까지 호소하는 사람도 적지 않아 사회 문제도 됐다. 또 마스크 착용이 어린이들의 언어 발달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와 부모들에게 걱정도 안겨주었다. 만약 마스크를 벗는 날이 온다면 아마 그날은 국민 축제의 날로 삼아도 반대할 사람이 없을 듯하다.그러나 마스크 착용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뛰어난 방역 조치란 점에서 마스크 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방역 당국도 마스크를 벗는 시기를 현재로선 예단키 어렵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혔다.미국과 영국 등 유럽국가들은 오미크론 확산세가 정점을 지났다고 평가하고 지난달부터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 확진자였다가 치료 후 완치된 사람들 사이에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요구가 쏟아진다고 한다. 코로나 완치로 항체가 생겨 마스크 쓰기는 의미가 없다는 게 그들의 의견이다.이에 전문가들은 시기상조라 말한다. 새로운 변이 출현과 면역효과 감소로 재감염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오미크론이 정점을 향해 다가가지만 노마스크는 아직도 우리에겐 희망에 불과하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3-17

소형모듈원전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소형모듈원전(SMR)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나온 차세대원자력모델로, 대형 원전보다 크기가 작고 안전성이 높은 전기 출력 300메가와트(㎿)급 이하 차세대 원자로를 뜻한다.SMR은 기존 대형 원전인 1천~1천400㎿급보다 출력이 작지만, 원자로와 냉각재를 하나의 용기에 설치하기 때문에 건설 기간이 짧고 비용도 적게 든다. 발전 효율과 안전성도 높다. 최근 미국과 영국, 러시아, 중국 등이 SMR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한국은 지난 2012년 SMR인 스마트(SMART)를 독자 개발해 세계 최초로 인허가 획득에 성공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시작되면서 기술이 사장돼왔다. 그러던 것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탈원전 정책 폐기와 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 등을 공약함에 따라 차세대 원전모델로 떠올랐다. 윤 당선인은 원전 선진국들이 SMR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인 만큼, 한국 고유의 SMR을 하루빨리 실증하고 상용화까지 마치기 위해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SMR이 차세대 원전 기술로 주목받으면서 국내 대기업들도 앞다퉈 SMR 인재채용에 나섰다. 삼성그룹의 싱크탱크인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가 소형모듈원전(SMR) 인재 채용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미국의 SMR 전문기업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에 지난해 2천만달러를 투자하고, 올해 추가로 3천만달러를 투입했다. 뉴스케일파워는 미국 아이다호주(州)에 발전용량 60㎿급 SMR 12기로 이뤄진 총 720㎿ 규모의 원전발전단지 건설을 진행 중이다. SMR이 윤석열 정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길 기원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3-16

초심(初心)

우정구 논설위원 마부작침(磨斧作針)은 “도끼를 갈아 침을 만든다”는 뜻이다. 중국 당나라 시인 이백이 공부에 염증을 느껴 산에서 내려오다 한 할머니가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들겠다며 열심히 작업하는 광경을 보고 깨달음을 얻어 다시 산으로 공부하러 갔다는 고사에서 나온 사자성어다.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도끼도 바늘로 만들 수 있다는 뜻과 우리 속담의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는 것과는 비슷한 의미다. 자신의 어려웠던 시절을 잊고 행동하는 사람을 나무라는 속담이지만 초심을 잊지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처음에는 어려웠던 일도 반복되는 일상이 되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 것이 보통 사람의 마음이다. 이런 매너리즘이 초심을 잃게 하는 중요 이유다. 작심삼일은 초심을 지키기가 힘들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말이다.“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다”는 뜻의 시종일관(始終一貫)이나 초지일관(初志一貫)도 초심을 지키라는 뜻이다. 사람이란 대체로 어떤 분야에서 정상에 오르거나 신분 상승이 되면 교만과 아집에 빠지기 쉽다. 처음의 어려웠던 환경을 잃고 오만방자해지거나 남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초심을 지키자”는 말을 교훈으로 삼겠다는 것은 일이 성공하고 나서 달라지는 자기 모습을 경계하겠다는 각오다.공자는 설원(說苑) 정간편에서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병에 이롭고 충언은 듣기가 싫지만 행실에 이롭다”는 말을 했다. 지위가 높아지면 주위에서 하는 충언을 잘 듣지 않아 끝내는 낭패를 당하고 만다는 것이다.“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甘呑苦吐)는 말처럼 사람은 쉽고 편한 쪽을 택하는 본성이 있다. 공자는 멈추지 않으면 천천히 가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는 새 대통령의 초심을 지켜보자. /우정구(논설위원)

2022-03-15

새 정부의 대출규제 정책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5월 출범할 새 정부의 대출규제 정책은 완화기조다.현행 대출규제 정책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두 가지로 작동한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윤 당선인이 공약을 통해 LTV 상한을 기존 20~40%에서 70~80%로 늘리기로 했다. 현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LTV는 집값이 9억원 이하일 경우 40%,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20%가 적용되며, 집값이 15억원 이상이면 아예 대출이 금지된다.이 LTV 상한을 70%로 일률 인상하기로 했고,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 생애최초 주택 구매 가구에는 LTV 상한을 80%로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다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는 보유 주택 수에 따라 LTV를 차등적용한다. 다만 차주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가리키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여부는 불투명하다.현재 총대출액 2억원을 초과할 경우 은행 대출 원리금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LTV가 완화되더라도 DSR 규제가 현행대로 유지된다면, 대출규제는 여전히 지속된다.DSR 규제는 소득이 높을수록 대출 여력이 생기고, 소득이 낮을수록 대출받기가 어려워지는 구조다. 서울의 경우 소득은 낮지만 자산가격은 비싸, 상환 기간을 최장으로 설정해도 DSR 40%를 지키기 어렵다.지난해 기준 서울 아파트 중간값이 10억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DSR 규제를 무작정 풀면 부실 여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떻든 내집마련을 꿈꾸는 청년이나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대출규제 완화조치는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3-14

전면개편 앞둔 K방역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K방역이 머지않아 전면개편될 전망이다.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가 진행된 지난 9일 0시 기준 국내 신규 확진자는 34만2천446명으로 국내 유행 이후 처음으로 30만명을 넘어섰다. 이후 연일 20만∼30만명대 신규 확진자가 쏟아져 누적 확진자 수는 620만6천291명에 이르렀다.이에 따라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의 코로나19 방역정책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집권 100일 이내 코로나19 대응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공언해왔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집중된 피해가 장기화하고 있다고 보고, 과학과 빅데이터에 기반한 방역 조치를 시행하기 위해 ‘과학 기반 사회적 거리두기 기구’를 설치하겠다고 했다.또 대통령 직속 코로나 긴급구조 특별본부 설치와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피해 업종 지원 방안 등도 약속했다. 장기적으로는 중증환자를 돌볼 수 있는 의료 자원과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하고, 대규모 감염병 사태가 벌어졌을 때는 평소보다 가산된 수가를 적용해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력의 이탈을 막겠다고 약속했다.이에 더해 윤 당선인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의심되는 사망·중증 사례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인과관계 증명에 나서고, 충분한 치료와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피해 회복에 대한 국가 책임제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방역 컨트롤타워도 대거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전 세계에 자랑한 K방역이 실상 자영업자 희생시키는 주먹구구식 방역, 거리두기라고 비판했다.어떻든 결과적으로 국민을 고통에 빠뜨린 K방역의 폐해가 하루빨리 시정되길 기대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3-13

메르켈처럼

우정구 논설위원 작년 9월 독일 총리직에서 물러난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에게는 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독일 사상 첫 여성총리이자 최연소 총리, 유럽 최장수 여성총리 등과 더불어 포브스가 선정한 9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등이 그것이다.그러나 그보다 그녀의 사상과 철학을 반영한 메르켈리즘은 그를 더 유명하게 만들었다. 권력을 과시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포용하면서 힘을 가진 정책을 관철시키는 그의 리더십이다. 엄마 리더십이라고도 부른다. 엄마처럼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부드럽게 소통해 결과를 이끌어 내는 힘이다.그의 소통력은 EU 단합을 이끌었고, 그의 포용력은 100만 명이 넘는 난민을 수용하게 하는 쉽지않은 일의 원동력이 됐다. 또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반대당이 주장하는 탈원전 정책도 과감히 채택하는 유연성도 보여주었다.독일의 한 작가는 “메르켈은 꿈과 비전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는 실현 가능한 것을 생각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녀의 생각은 온갖 실용적 가치에 몰두해 있다는 것을 꼬집은 말이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많은 기대와 주문이 몰려있다. 새 대통령이니까 많은 기대가 몰리는 것은 당연하나 투표를 통해 확인된 갈라진 민심을 보니 국정 수습이 쉽지 않아 보여 걱정이다. 가시덤불보다 더 험한 길을 헤쳐가야 할지 모른다.메르켈리즘의 가장 큰 특징은 실용주의다. 국가와 국민에게 이익이 있다면 좌우를 가리지 않고 국익을 선택하는 것이다. 양보와 협력, 협치, 통합, 포용 등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한 정치적 수단을 동원하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메르켈리즘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도 좋을 것 같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3-10

금강송

우정구 논설위원 소나무는 우리나라 대표 나무다. 전국 산야 어디서나 쉽게 구경할 수 있는 상록 침엽수다. 푸르다하여 솔나무라 부른다. 한자말 송(松)은 목(木)과 공(公)자가 합쳐진 것으로 나무 중 최고 작위를 가졌다는 뜻이다. 소나무에는 금강송, 반송, 황금송, 여복송, 처진소나무 등 많은 종류가 있다.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와 소나무숲은 천연기념물로 당국의 특별한 보호도 받는다.충북 보은군에 있는 정이품 소나무(천연기념물 103호)는 수령이 약 600년이다. 조선 세조가 이곳을 지날 때 밑가지를 열어 가마가 지나갈 수 있게 해 정이품 벼슬이 내려졌다는 얘기가 전해진다.경북에도 청도 운문사의 처진소나무와 예천의 석송령, 영양 만지송, 포항 북송리의 북천수 등이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다.특히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에 자생하고 있는 금강송은 소나무의 제왕으로 명성이 자자한 나무다. 곧고 단단한 재질 때문에 궁궐과 천년고찰의 대들보로 주로 사용됐다. 조선 숙종 때는 보호할 가치가 높아 임금의 명으로 산의 출입이 제한되고 벌채도 함부로 못했다. 2008년 화재로 유실된 숭례문을 복원할 때도 금강송이 사용됐다. 금강송은 단단하다고 붙여진 이름이고 속이 노랗다고 하여 황장목(黃腸木)이란 이름도 있다. 또 표피가 붉은색을 띠어 적송이라고도 하며 매끈하게 잘 뻗었다고 하여 미인송이라는 별명도 있다.울진군 소광리 일대 금강송 군락지에는 1천만 그루가 넘는 소중한 소나무가 자생한다. 지난 울진 산불로 이곳이 하마터면 크게 훼손될 위기에 빠졌지만 다행이 큰불로 번지지 않았다. 군락지 보호를 위한 특단 대책이 있어야 한다. 수백년 세월을 이겨온 금강송은 돈으로 가치를 환산할 수 없다. 화마로 잃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3-10

퍼펙트스톰 공포

우정구 논설위원 선거로 나라가 온통 시끄러운 가운데 시중 물가 오름세가 천정부지다. 국제유가 폭등으로 차량 유지비는 물론 외식비, 소줏값, 커피값 등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푸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치솟기 시작한 국제 곡물가와 유가 등의 영향으로 국내 물가도 이제 본격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달 소비자 물가가 10여년만에 처음으로 4%대로 올라설 것 같다는 관측도 있다. 국내 소비자 물가는 이미 5개월째 3%대 고공행진중이다.통화량이 팽창하면서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계속 올라 일반대중의 실질 소득이 감소하는 현상을 두고 인플레이션이라 한다.지금 우리의 물가는 인플레이션 속에 경기침체를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 단계까지 왔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경기불황 상태에서는 수요가 감소하고 불안 심리가 작용해 물가가 내려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스태그플레이션이 왔다는 것은 저성장 고물가의 상태란 의미로 우리경제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다는 뜻이다.우크라이나 사태로 OECD국가의 물가도 평균 7% 올라 31년만에 가장 높다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물가불안도 지속될 수밖에 없어 경제가 초긴장 상태다.기상용어인 퍼펙트스톰은 2008년 미국 글로벌 경제위기 때 경제용어로 사용됐다. 달러가치가 하락하고 유가와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한데다 물가상승까지 겹쳐 경제가 폭풍급으로 위태로워졌다는 것이다.물가가 오르면 서민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실물자산 가치가 올라가고 돈 가치가 떨어져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더 심화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빚어진 퍼펙트스톰, 이젠 새 대통령이 극복할 중요 과제의 하나가 됐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3-08

양간지풍(襄杆之風)

양간지풍은 ‘강원도 영동지방의 양양과 간성 사이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뜻이다. 봄철 이동성 고기압에 의해 영서지방에서 영동지방으로 부는 서풍으로, 고온건조하고 풍속이 빠르다.‘양양과 강릉 사이에서 부는 바람’이란 뜻에서 양강지풍(襄江之風)이라고도 불린다.양간지풍은 왜 생길까. 먼저 봄철에 한반도 남쪽에 이동성 고기압이 위치하고, 북쪽에 저기압이 위치한다. 남고북저의 기압배치에서 강원도 지역에 따뜻한 서풍이 불게된다. 영서지방과 영동지방의 차가운 공기 위에 따뜻한 공기가 위치해 연속적인 역전층을 형성한다. 역전층 아래에 위치한 차가운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상층의 따뜻한 공기와 태백산맥 사이의 좁은 공간을 압축해 지나면서 풍속이 빨라진다. 결국 태백산맥을 지난 차가운 공기가 태백산맥을 가파르게 내려가면서 풍속이 더욱 빨라지며, 고도가 낮아지면서 공기덩어리 내부의 기압과 기온이 높아지고, 습도가 낮아진다.태백산맥을 지나고 나서 공기가 고온건조해지는 특성은 푄 현상인 높새바람과 비슷하다. 높새바람은 늦봄과 초여름에 영동지방에서 영서지방으로 부는 동풍으로, 태백산맥을 오르는 동안 수증기가 응결하여 구름을 생성한다. 그러나 양간지풍은 발생과정에서 수증기가 응결하지 않고, 역전층을 유지하며 서풍으로 태백산맥을 넘는다.또한 역전층이 강할수록, 영동지방의 태백산맥 경사가 심할수록, 해풍이 부는 주간보다 육풍이 부는 야간에 풍속이 커진다. 그래서 산불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05년 고성군 산불과 2019년 4월 고성·속초 산불 등이 양간지풍으로 산불이 번진 사례다.이번에 발생한 경북 동해안지역 산불 역시 양간지풍 탓에 산불이 더욱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대자연의 조화를 인간이 막기란 참으로 지난하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3-07

핵 전쟁의 위협

우정구 논설위원 1, 2차 세계대전에 이어 미지에 닥칠 세계 대국간 전쟁을 주목해 제3차 세계대전이라 칭한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지구촌에는 여러 번 3차 대전의 위험이 있었으나 다행히 전쟁에 이르지 못했다.전문가들은 만약 3차 대전이 일어난다면 1, 2차 대전보다는 훨씬 더 격렬하고 파멸적 전쟁이 될 것으로 본다. 이는 1947년 냉전시대 도래 이래로 다수 국가에 의해 개발된 핵무기 때문이다. 따라서 3차 대전은 지구문명과 인류생명을 파국으로 몰고 갈 지구 궤멸적 전쟁으로 보는 시각이 크다.3차 대전의 핵심은 핵무기다. 2차 대전 때도 핵무기가 등장했지만 주고받지 않고 한쪽의 일방적 사용이란 점에서 핵전쟁이란 표현은 쓰지 않는다.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 도발로 세계인의 시선이 우크라이나에 쏠리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핵무기 관련 발언을 하며 “제3차 대전이 일어난다면 파멸적인 핵전쟁이 될 것”이라고 해 국제사회 비난을 샀다.지금 세계열강들은 비약적 과학기술 발전에 힘입어 핵무기뿐 다양한 신무기로 무장하고 있다.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될 막강한 전력이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핵무기나 신무기의 사용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한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세계가 전면 핵전쟁에 들어가면 50억명 이상이 전쟁 당일 사망하고 나머지도 살아남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지금 세계는 표면적 모습과 달리 살얼음판을 걷는 듯 불안한 국면이다. 2차대전의 베테랑인 미국의 브레들리 장군은 “핵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그것이 시작되지 않게 하는 것”이란 말을 했다. 지구촌 사회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3-06

경칩날

주말인 5일은 경칩(驚蟄)이다. 경칩은 24절기 중 우수 다음으로 오는 세 번째 절기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날이다. 겨울철 한반도에 뻗쳐 있던 대륙성 고기압이 약해지면서 이때부터 기온이 조금씩 상승해 계절은 봄으로 넘어간다.우리의 옛 조상들은 하늘에서 천둥이 치고 그 소리를 듣고 놀란 벌레들이 땅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열 계(啓)자를 써서 계칩이라고도 불렀다. 입동(立冬)이 벌레가 동면에 들어가는 절기라면 경칩은 그 벌레가 긴 잠에서 깨어나는 시기다.“우수와 경칩이 지나면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속담이 있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기운이 완연해진다는 말이다. 옛 사람들은 나무의 물이 차기 시작하는 이때, 나무의 고로쇠 수액을 받아먹기도 하고 산으로 들로 다니며 개구리 알을 먹으며 몸보신 하는 풍속도 있었다. 또 이 시기에 나는 냉이, 달래, 쑥 같은 봄나물을 먹으며 긴 겨울철 부족했던 비타민 등 영양도 보충했다.농사철로 보면 본격적인 영농 준비가 시작되는 때다. 농민들은 농기구를 챙기고, 밭갈이와 보리심기 등으로 흙길에도 나선다. 농사의 본을 보여주는 임금의 선농제 행사도 이 때 이뤄진다. 한햇동안 먹고사는 생업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라 하겠다.두 번의 악몽같은 경칩을 보낸 우리는 이번 경칩에 바라는 꿈이 있다. 바이러스의 공포로부터 벗어나 하루속히 일상이 정상화됐으면 하는 것이다. 하루 20만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 발생을 바라보면 까마득한 먼 날의 일 같지만 땅속에서 생물이 깨어나고 꽃들이 피는 자연섭리처럼 우리의 일상도 반드시 회복될 거라 믿는다. 봄은 희망이다. 경칩이 봄의 시작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3-03

폴리서치

‘폴리서치(politics+research)’는 여론조사업계에서 쓰이는 말로,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여론조사를 함으로써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경우를 가리킨다. 이같은 신조어는 폴리페서(Polife ssor)가 ‘정치’를 뜻하는 ‘폴리틱스(politics)’와 ‘교수’를 뜻하는 ‘프로페서(professor)’의 합성어로 이뤄진 것과 같은 방식으로 구성됐다.폴리페서가 대학 교수직을 발판으로 입신양명을 꿈꾸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는 것처럼 폴리서치도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폴리서치란 용어가 등장한 것이 바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최근 3·9대선 여론조사에서 조사 방식이 다른 두 개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바람에 빚어진 논란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한국사회여론연구소는 기존 정례 조사를 ARS(자동응답) 100% 조사로 해왔으나 대선 종반전에 접어든 시점에 별개로 전화면접 100% 조사를 진행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ARS 조사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접전을 보였지만,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KSOI 측은 조사 방법에 따라서 결괏값이 다른 점을 있는 그대로 알려 여론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라고 밝혔다.하지만 여론조사에서 중요한 건 추세인데, 기존 조사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 조사를 갑자기 발표하는 건 통상적이지 않다는 비판이다. 때마침 모 여론조사기관 대표는 SNS에 공개적으로 특정 후보가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쳐 해당 기관의 공정성을 의심케 하는 일도 벌어졌다.공정성이 생명인 여론조사기관의 폴리서치는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결코 용납돼선 안 될 범죄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3-02

촌철살인의 선거

선거전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대선후보 진영의 입도 거칠어지고 있다. 말 한마디로 상대 후보를 제압하기 위한 용어 구사가 불꽃을 튀긴다. 이럴 때 선거용 입은 촌철살인(寸鐵殺人)이어야 제구실을 한다. 짧은 말 한마디로 상대의 급소를 찔러 유권자의 마음을 뺏어야 하기 때문이다.문 정권을 빗대는 대표적 용어 중 하나가 내로남불이다. 한자말은 아니지만 사자성어 형식을 통해 국민에게 그 뜻이 잘 인식된 용어다. “내가 하면 괜찮고 남이 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이 말은 이젠 이중적 모순된 행동을 꼬집을 때 쓰는 대중 용어가 됐다.대선 후보 간 경쟁에서 진 사람이 잘 쓰는 말 하나 있다. 백의종군(白衣從軍)이다. “스스로 계급장을 떼고 뛰겠다”는 뜻이다. 경쟁에 져 승복은 했지만 마음의 불편함도 함축한 말이다. 민주당 이낙연과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가 이 말을 사용했다.중국 전국시대 최강국인 진나라에 대항하기 위해 초나라 등 6개국이 동맹을 맺은데서 나온 합종연횡(合從連橫)도 선거철에 자주 등장한다. 선거에 불리한 당이 소수당과 힘을 합치자는 것으로 과거에도 있었고 20대 대선서도 시도되고 있다.속담 중 “오얏나무 밑에서 신발끈을 고쳐 매지 마라”는 말도 선거에 잘 등장하는 것 중 하나다. 특히 여당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행사에 참석할 때 야당에서 이를 인용한다.최근 이재명 후보가 “정치 보복은 나중에 몰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가 야당으로부터 구밀복검(口蜜腹劍)이란 비난을 받았다. “겉으로는 친한척하면서 뒤에서 뒤통수 친다”는 뜻이다. 선거에서 촌철살인은 가늠키 어려울 만큼 위력적이다. 하지만 그 말에는 팩트와 진실이 담겨야 힘이 살아나는 법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3-01

약육강식의 세계

“약한 자의 고기는 강한 자의 먹이”라는 약육강식(弱肉强食)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자연의 생존법칙을 일깨우는 말이다.“우수한 자는 이기고 미흡한 자는 패한다”는 우승열패(優勝劣敗)와 “성공하면 왕이 되고 실패하면 도적이 된다”는 성왕패구(成王敗寇)라는 말과 비슷하다. 강한 자가 끝까지 남는 것은 일종의 자연 섭리다.다만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인지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인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다. 약한 자가 살아남아 강한 자를 무너뜨리는 일을 자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의 본래 의미도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것이 아니고 가장 잘 적응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뜻이다.강해서 살아남은 것인지 살아남아서 강한 것인지 어느 것인지 굳이 구분할 필요는 없다. 강한 자가 세상을 지배하는 한다는 데 별반 이론이 없기 때문이다.국가 존망 위기에 몰린 우크라이나 사태가 곧 약육강식의 국제 질서다. 날아 간 이해가 얽히면 어떤 논리나 순리보다 자국의 힘이 우선 작용한다. 국가적 이익에 물러설 나라가 없다는 뜻이다.바람 앞에 등불 같은 우크라이나는 서구 열강과 러시아의 신냉전 분위기 속에 어느 날 갑자기 제물로 남을 운명에 처해 있다.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피난길로 나선 국민들은 일찍이 부국강병하지 못한 자신들의 모습을 자책하고 있을지 모른다.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이 앞에 버티고 있고 언제나 힘으로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겠다는 중국과 러시아가 버티는 한 한반도 안보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먼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평화 타령보다는 자주국방의 기틀을 다지는 반면교사의 정신을 가져야 할 때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2-27

희망 고문

우리나라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이틀 연속 17만명을 돌파했다. 22일 현재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한때 80만명에 이르던 미국은 9만명대로 떨어졌고 영국도 4만1천여명, 일본은 6만명선이다.신규 확진자 폭증으로 연초 2만5천명대에 있던 재택치료자가 이제 50만명을 넘겼고 조만간 100만명도 넘을 것 같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도 7천600명을 넘어섰다.그런데도 정부는 “언젠가는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자리 잡는다” “계절 독감처럼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희망적 메시지를 자주 던지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도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의 확산은 일상회복을 위한 긍정적 요인”이라고 한다.실제로 정부의 말대로 코로나 사태가 종국으로 치닫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갑겠지만 아직은 코로나 유행이 정점을 향해 달리는 과정이라 성급한 언급에 국민의 경계심이 풀릴까 봐 걱정이다.특히 새로운 변이의 출현과 같은 불확실성이 아직은 존재한다. 지금의 섣부른 낙관이 더 큰 재앙이 부를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경계심을 늦출 일이 절대 아니다.얼마 전 경기도에서는 재택치료 중이던 7개월 영아가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한해 계절독감으로 사망하는 추정자가 3천∼5천명이 된다고 7천여명의 코로나 희생자의 목숨을 가볍게 여길 수는 없다. 한명 한명 귀하지 않고 억울하지 않는 목숨이 어디 있나. 무증상·경증이라서 재택치료라는 이름으로 방치되는 일도 안된다.섣부른 낙관론보다 신중한 말한마디가 더 중요한 때다. 프랑스의 한 소설가는 이렇게 말했다. “희망은 모든 악 중 가장 나쁘다. 인간의 고통을 연장시키기 때문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2-24

화제의 청년희망적금

청년희망적금은 정부가 청년들의 목돈마련을 위해 출시한 금융상품이다. 이 적금은 50만원씩 24개월간 적립할 수 있으며 은행에 따라 5~6%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기업은행 등 금융권에서 신청가능하며 현재 신청이 쇄도해 서버가 마비되는 등 문제로 인해 5부제로 신청을 받고 있다.출생년월에 따라 신청기간이 월~금요일로 배정되어 있다. 즉, 나의 출생년도 끝자리가 1, 6일 경우 월요일 / 2, 7일 경우 화요일 / 3, 8일 경우 수요일 / 4, 9일 경우 목요일 / 5, 0일 경우 금요일이다. 현재 신청이 폭주하고 있으므로 사전에 신청할 은행과 날짜를 확인해 신청할 필요가 있다.청년희망적금은 만기 2년까지 납입하면 시중이자에 저축장려금을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상품이란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장려금의 경우 1년차 납입액의 2%, 2년차 납입액의 4%를 지원해준다. 따라서 내가 돈이 부족할 경우 전략적으로 적금을 쌓아가야 한다. 또한 이자소득에 대해 세금이 없는 매우 좋은 금융상품이어서 청년들로부터 더욱 큰 인기를 얻고 있다.청년희망적금 모집이 시작되자 200만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다. 청년희망적금 가입대상 청년들의 아우성이 커지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2주간 모두 가입조치’를 발표했다. 그런데도 적금 가입을 하지 못할까 우려하는 청년들의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한 모양새다. 소득 조건이 높다거나 부유층 자녀들이 부모의 도움을 받아 가입할 수 있는 등 실질적 도움이 필요한 청년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공정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이 적금이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금융상품으로 자리잡도록 정부의 신속하고 과감한 조치가 뒤따르길 기대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