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진단 기술이 크게 진화하고 있다. 이미 피 한 방울로 암을 유발하는 변이 유전자를 찾아내거나 마이크로리터의 땀으로도 스트레스 수준을 파악하는 기술이 개발돼 있다.최근 포스텍 연구진은 피 한 방울로도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나노 레터스’에 지난달 발표됐다. 암에 걸리면 혈액에서도 암을 유발하는 변이 유전자가 발견된다. 연구진은 유전자 증폭을 하지 않고 ‘원자힘현미경’을 이용해 직접 피를 관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원자힘현미경은 시료에 탐침을 대고 이동시켜 표면을 확인하는 장치로, 탐침 끝에 변이 유전자와 반응하는 단백질을 붙이면, 원자힘현미경에서 변이 유전자에만 다른 힘으로 반응하는 원리다. 실제로 췌장암 환자의 혈액에서 변이 유전자 1~3개를 찾아냈다. 이르면 3년 내에 상용화하는 게 목표란다.땀은 피보다 채취하기가 쉽기에 질병진단에 더욱 활용도가 높다. 미국 텍사스대 연구진은 적은 양의 땀에서 바이오마커(몸 안 변화를 알아내는 지표)를 감지할 수 있는 패치를 개발했다. 땀의 양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무선 전자 패치를 웨어러블 장치에 적용하면 운동 전후의 탈수 증상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측정 결과는 무선으로 스마트폰에 전송돼 건강관리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눈물을 이용해 전극이 필요 없는 당뇨병 자가 진단 콘택트렌즈도 개발됐다. 눈물 속 포도당 농도에 따라 색이 변하고 인체에 무해한 나노 입자를 콘택트렌즈에 적용해 렌즈 색 변화로 당뇨병을 자가 진단할 수 있다. 질병진단기술의 급격한 발달은 백세시대를 앞당겨 초고령화시대에 각광받는 첨단의학으로 자리잡을 것이 확실시된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1-03
미국 프로야구 월드 시리즈에서 유래된 ‘염소의 저주’는 미국 시카고 컵스팀을 두고 하는 말이다. 1945년 시카고 컵스가 자신의 홈구장에서 벌어진 월드시리즈 4차전 경기를 구경하려고 염소와 함께 입장하려는 팬을 저지하고 되돌려 보낸 이후 한번도 우승을 하지 못한 데서 붙여진 일종의 징크스를 이르는 표현이다.삼성라이온즈 팬들은 2016년 삼성이 홈구장을 대구시민야구장에서 대구라이온즈파크로 옮겨온 이후 우승은 커녕 내리 연속 하위권에 머물자 ‘라팍의 저주’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초가집서 기와집으로 옮겨놓고 가세가 기울었다는 말도 떠돌았다. 1천600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초현대식 구장을 지어놓고는 정작 가을야구를 한번도 구경하지 못한 섭섭함을 담은 표현이다.5년 연속 추락하던 삼성 라이온즈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2위에 올랐다. 삼성라이온즈는 KT위즈에게 아쉬운 패배를 해 우승은 놓쳤지만 한편으로는 라이온즈파크에서 처음으로 가을야구를 볼 수 있는 설레임을 팬들에게 선물했다. 내친김에 한국시리즈 우승도 바라보자는 기대감도 나돌아 이래저래 가을 야구가 대구에서는 화제다.삼성은 2010년부터 5시즌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고, 4번의 통합우승 그리고 한국시리즈 8번을 우승한 연부역강한 팀이다. 6년만에 찾아온 가을 경기를 통해 과연 막강 삼성이 야도(野都) 대구의 자존심을 살릴지, 또 라팍의 저주를 풀고 새로운 왕조시대를 열 것인지 대구시민의 관심이 벌써 9일 열릴 라팍 경기에 쏠려있다.참고로 시카코 컵스팀은 1908년 월드시리즈 이후 우승을 한번도 하지 못하다 2016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108년만에 염소의 저주를 깬 셈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1-02
백스(Vax)는 백신(Vaccine)의 영어 줄임말이다. 이 단어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을 발간하는 옥스퍼드 랭귀지가 선정한 ‘2021년도 올해의 영어 단어’다.옥스퍼드 랭귀지는 매년 영어권 세계 뉴스에서 수집된 145억개 단어를 훑어 그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분위기를 가장 잘 대변하는 단어를 선정해왔다. 지금까지 셀피(셀카 사진), 베이프(전자담배를 피우다), 기후 위기 등 다양한 단어를 선정했다.지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으로 한 단어를 선정하는 대신 ‘전례 없는 올해의 단어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옥스퍼드 랭귀지의 분석에 따르면 백스라는 단어의 사용 빈도는 올해 9월 기준 1년 전보다 비교했을 때 72배 많이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백스라는 단어는 1980년대 처음 등장한 단어다. 처음에는 말장난 형식으로만 쓰이던 용어인데, 올해 주류 용어로 급부상했다.피오나 맥퍼슨 옥스퍼드 랭귀지 신조어 수석 편집자는 뉴욕타임즈에 “백신 관련 단어가 모두 증가했지만 백스만큼은 아니었다”며 “짧고 강렬하며 주의를 끄는 단어로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모든 조합에서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백스는 백신이라는 단어보다 짧기 때문에 기존 단어들과 조합하기 쉽다. 예를 들어 백신 반대론자를 뜻하는 ‘안티 백스’나 백신을 2회 접종한 것을 뜻하는 ‘더블 백스’처럼 다른 단어를 붙여 새로운 의미를 만들 수 있다.국제 백신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도 줄임말에 백스를 활용한 예다.코로나 팬데믹 시대, 백신이 우리가 말하고 생각하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1-01
스페인,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국가에서는 ‘시에스타’라는 낮잠 자는 풍습이 있다. 무더위 때문에 일 능력이 오르지 않아 낮잠으로 원기를 회복하고 저녁까지 일을 하자는 취지의 풍습이다. 풍습이지만 시에스타 시간에는 상점은 물론 관공서도 모두 문을 닫는다. 낮잠 시간은 오후 1∼3시, 2∼4시 등으로 나라마다 조금 다르다.스페인 정부가 세계 최초로 주 4일 근무제 시범운영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들린다. 근무시간 축소에 따른 기업의 손실은 정부가 보상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한다. 시범운영 첫 해는 정부가 기업 손실분 전액을 보상하고, 두 번째 해부터는 지원 범위를 축소하는 방식이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 주 4일 근무하는 기업이 등장하고 있으나 아직은 큰 흐름은 아니다.코로나19 영향으로 기업의 근무환경에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재택근무가 늘고 맞벌이 부부의 유연근무제도 활성화되고 있다. 또 남자의 육아 휴직도 눈에 띄게 늘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 영향으로 아예 영구 재택근무를 채택하는 기업도 생겨났다고 한다.대선을 앞두고 주 4일 근무제가 논란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선공약으로 주 4일 근무제를 꺼내 들자 야당 대표는 “굉장히 성급하며, 경제적으로 무지한 소리”란 비판을 가했다. 경제계 일각에서도 아직은 현실에 맞지 않는 시기상조의 정책이라 거부 입장을 보이는 데가 많았다.주 52시간 근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영세기업 근로자 입장에선 너무 앞서간 정책으로 오히려 휴일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현실성 없는 정책이란 반응도 있다. 주 4일 근무제가 젊은이의 로망이긴 하지만 지금처럼 청년실업난이 거듭되는 한 선심성 정책이란 비판을 면할 수 없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0-31
영어의 블랙아웃(black out)은 정전, 기절, 필름이 끊김 등 여러 경우로 사용되는 단어다. 본래 뜻은 눈앞이 캄캄할 때를 가리키나 우리나라는 대정전이란 말로 표현한다.블랙아웃으로 국가가 큰 소동을 빚은 사례는 2017년 8월 15일 대만의 블랙아웃이 유명하다. 대만 최대 액화천연가스발전소가 멈춰 서는 바람에 전국적으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한 것이다.전지역의 64%에 해당하는 828만 가구가 정전이 됐다. 교통신호등 작동이 중단돼 교통대란이 빚어졌고 산업시설 일부도 멈췄다. 때마침 여름철 폭염 중이라 많은 주민이 냉방시설을 가동못해 무더위에 고역을 치러야 했다. 대만의 블랙아웃은 탈원전 정책으로 전력공급 능력이 떨어진 게 근본 원인으로 드러나 탈원전 정책 후퇴의 계기가 됐다고도 한다.디지털 블랙아웃은 디지털 기기들의 작동이 중단되면서 통신이 불가능해진 상태를 말한다.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제 우리 일상생활 어느 곳에도 정보통신 기술이 침투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모든 사물들이 정보통신 기술과 거미줄처럼 연결된 초연결사회다. 스마트폰 등 유무선 통신은 물론 간단한 검색이나 신용카드 결제, 증권거래, 교통서비스 등 어느 하나 디지털과 무관한 게 없다.지난 25일 발생한 Kt의 통신 장애는 이런 초연결사회의 취약한 구조를 일깨우게 한 좋은 사례다. 비록 40분 동안이지만 인터넷 사용이 중단되고, 식당과 상점 등에서는 카드 결제가 안 돼 불편을 겪어야 했다.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는 디지털기기 속에 묻혀 사는 현대인에게 전자기기로부터 벗어나 심신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우리도 모르게 빠져든 초연결사회 속에서 한번쯤 일탈하는 여유를 가지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10-28
공공와이파이가 LTE 기반으로 제공되고 있던 것이 5G 기반으로 업그레이드돼 약 4배 더 빨라지게 됐다.공공와이파이는 정부, 지자체, 통신사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가리킨다. 이번에 5G로 업그레이드되는 공공와이파이는 버스 공공와이파이다.올해 100대 규모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23년까지 버스 2만9천대에서 5G 기반 공공와이파이가 제공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7일 ‘버스 공공와이파이 5G 시범서비스 개통식’을 열고,‘5G 백홀’을 적용해 기존 LTE 기반 서비스(최대 100Mbps)의 4배 수준인 최대 400Mbps로 속도를 높였다고 했다. 백홀은 상위 기간망과 이동통신 기지국 주변부 하위망을 연결해 와이파이 속도를 향상해주는 전송망이다. 이번 시범서비스는 올해 말까지 전국의 버스 100대에서 진행된다. 이를 통해 정부는 서비스 안정성과 통신품질, 이용자들의 와이파이 사용유형 등을 점검하고, 내년과 내후년에는 전국 버스 와이파이 2만9천100대에 단계적으로 5G 백홀을 적용해 국민의 공공 와이파이 체감 품질을 개선할 예정이다.또 내년부터 도서관과 보건소, 공원 등 전국 공공장소 1만6천 곳에 공공와이파이를 구축한다. 와이파이 속도 개선을 위해 단계적으로 차세대 ‘와이파이6E’ 기술도 도입하고, 프로스포츠 경기장과 버스정류장 등 밀집도가 높은 공공장소 400여 곳에는 5G 28㎓ 무선백홀과 10기가 인터넷 백홀 기반 와이파이를 시범구축키로 했다.이처럼 공공 와이파이망에 5G서비스가 본격 적용되면 한국인 국민 누구나 차별 없이 초고속 인터넷 환경을 누리는 디지털 포용 강국으로 거듭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0-27
몇 해전 한국은행이 돈의 유통과정을 살펴 화폐의 수명이나 환수율 등을 발표한 적이 있다.화폐 중 수명이 가장 긴 화폐는 1만원권으로 10년1개월로 조사됐다. 1천원권은 4년4개월, 5천원권은 3년7개월로 가장 짧은 수명을 보였다. 5만원권은 2006년 처음 선을 보여 충분한 기간이 경과하지 못해 정확한 유통 수명을 측정하기 어렵다고 발표했다. 화폐의 수명이란 사람의 손을 많이 거치면서 더이상 사용이 불가능해 은행으로 되돌아오는 기간을 말한다. 1천원권과 5천원권이 1만원권보다 수명이 짧다는 것은 그만큼 시중에서 유통되는 시간이 길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또 한국 사람의 76%가 1만원 이하의 물품을 구입할 때는 현금을 쓰며 화폐 환수율이 가장 떨어지는 화폐는 5만원권이라 했다.화폐의 생성 역사를 보면 아주 오래전 물물거래하던 물품 화폐시대에서 금속 화폐로 지금의 종이화폐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카드 사용이 대중화되면서 종이화폐도 사용률이 급격히 떨어져 지금은 비현금 결재비율이 90%에 이른다. 이런 추세에 맞춰 디지털 화폐 등장이 예고되는 것도 눈길이 간다.디지털 화폐란 금전적 가치를 전자적 형태로 저장해 유통하는 통화다. 가상화폐와 달리 정부의 통제하에서 발행됨에 따라 종이 화폐 시스템에서 등장하는 카드사가 빠지고 정부와 소비자만 존재하는 구조다. 화폐 관리가 용이하고 제조비용 절감과 위조·횡령 등의 방지도 쉽다.우리나라에서 돈 만드는 일을 전담하는 한국조폐공사가 사업 전환을 고민중이라 한다. 한때 공기업으로 많은 사람의 부러움을 쌓던 직장이 창립 후 처음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산업계 전 분야에 부는 디지털화 바람으로 종이화폐도 이제 서서히 수명을 다해가는 모습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10-26
팬데믹(Pandemic)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즉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것이라면 코로나 엔데믹(Endemic)은 코로나19와 함께 동행하는 위드 코로나시대에 코로나가 특정한 지역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그런 현상 또는 그런 병으로 취급되는 것을 말한다.엔데믹 종류로는 인플루엔자(독감), 말라리아,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일본뇌염, 장티푸스, 콜레라 등이 있다. 이같은 진단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역내거시경제조사기구(AMRO)가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병을 뜻하는 팬데믹에서 주기적 감염병을 뜻하는 엔데믹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한 데 따른 것이다.최근 세계보건기구인 WHO에서도 코로나19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처럼 영원히 소멸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감염병이 발생하는 엔데믹이 올 수 있다고 했다.실제로 모든 식당과 카페의 영업제한을 풀고도 7개월째 코로나를 잘 억제해온 나라가 있다. 바로 덴마크다. 지난 4월부터 클럽까지 봉쇄를 풀었지만 3차 대유행때의 1/4수준으로 4차 대유행을 막고 있다.특히 코로나 사망자는 100만명 당 1명 아래로 세계 최저수준이다. 덴마크가 코로나 엔데믹으로 성공한 요인은 코로나19가 주는 국민의 정신적 고통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백신 부작용 가능성을 처음부터 투명하게 알려 신뢰도를 높였고, 16세 이상 성인인구 접종완료율 73%를 달성할 수 있었다. 자율성을 강조해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등 방역지침이 일상생활에 스며들도록 했다.결국 높은 백신접종률과 국민의 자발적 방역이 위드 코로나의 성공비법이자 코로나 엔데믹 시대의 묘방이라는 얘기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0-25
중국에는 김치와 전혀 다르지만 김치의 대표적 번역어로 파오차이라는 말이 사용된다. 파오차이는 채소를 염장한 중국의 절임배추를 이르는 말이지만 중국 사람들은 한국의 김치를 그렇게 부른다. 만드는 방식이나 모양도 김치와 다르다. 오히려 서양의 피클에 가깝다.파오차이는 한국 김치가 중국으로 본격 수출되기 전에는 중국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쓰촨지방의 향토음식에 불과했다.그러던 것이 2020년 11월, 중국의 환구시보가 파오차이가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을 받아 국제 김치시장의 기준이 됐다는 보도를 하면서 마치 중국이 김치 종주국인 된 듯한 논란을 자주 일으키고 있다.올 1월에는 중국의 최대 유튜버 ‘리즈치’가 김치를 직접 담가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만드는 과정을 소개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물에는 중국의 전통요리라는 해시태그까지 달아 이를 본 우리 국민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중국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 김치가 한류를 타고 국제적으로 크게 인기를 누리자 이를 계기로 중국이 김치 종주국 행세를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동북공정처럼 김치를 통해 또다시 역사를 왜곡한다는 비판도 했다.이런 가운데 중국산 김치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하는 동영상이 최근 또다시 나돌아 충격을 주었다. 붉은색 양념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한 여성이 밟고 있는 모습의 영상이다. 과거 알몸 배추로 국민에게 쇼크를 주었던 중국산 김치의 비위생적 제조과정을 다시 연상케 한 동영상이다. 식약청이 비식품 물질이라고 뒤늦게 해명을 했지만 중국산 김치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불신감은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우리 식탁 깊숙이 들어온 중국산 김치 먹을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스럽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0-24
우리나라 표준국어대사전에 마피아의 정의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를 근거로 한 강력한 범죄조직, 자국에 정치적 폭력을 행사하고 도박, 금융 따위에 관련된 거대한 범죄조직”이라 표현했다.우리가 통칭 사용하는 마피아는 폭력적 집단이며 불법적 범죄 조직이란 뜻이다. 흔히 정치 마피아, 법조 마피아, 관피아 등의 호칭을 쉽게 사용하지만 마피아란 말의 뜻을 찬찬히 따져보면 상당한 모독적 의미가 담겨있다.정치권에서 특혜시비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드러난 법조인의 모습을 보면 법조 마피아라는 말이 그냥 나오지 않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대법관, 변호사 등 우리사회를 선도해 나갈 법조계의 역할을 생각하면 국민에게 안겨준 실망감은 크다 할 것이다.원래 마피아의 발상지는 이탈리아 시칠리아다. 시칠리아를 중심으로 활약한 비밀결사대 혹은 조직 폭력배를 이르는 말이다. 1900년 초중반 이 조직이 미국으로 건너와 국제적 범죄조직으로 명성을 알리게 된 것이다. 지금은 기업형 범죄조직이란 보통 명사로 쓰이는 말이다. 일본의 폭력 조직인 야쿠자를 일본 마피아로 부르는 것 등이 이런 케이스다.1972년 상영된 영화 ‘대부’는 마피아 조직의 단면을 볼 수 있었던 영화로 유명하다. 범죄 영화로서 역사상 최걸작으로 평가된다. 영화 속의 마피아가 지나치게 미화돼 비판도 제기됐으나 마피아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한 공로는 크다.정치권의 대장동 개발 특혜시비 공방 속에 여당 대선후보의 국제 마피아 연루설까지 등장, 논란을 키우고 있다. 대선전의 품격이 떨어진 느낌이다. 사실 여부야 밝혀지겠지만 혼탁해진 대선전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어둡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0-21
‘슈퍼 콘크리트’는 일반 콘크리트 대비 강도는 5배 이상 강하고, 수명은 4배 이상 긴 초고성능 콘크리트를 가리킨다.내구성이 뛰어나 콘크리트와 철근 사용량이 30% 이상 절감되고 수명이 길어 추후 보수공사 필요성도 적다. 결과적으로 일반 콘크리트에 비해 탄소 배출이 30%가량 줄어든다. 기후위기 시대에 각광받을 첨단 건축자재다. 슈퍼 콘크리트의 핵심은 ‘공극률’을 낮추는 데 있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콘크리트가 버틸 수 있는 무게가 늘어난다. 슈퍼 콘크리트의 공극률은 일반 콘크리트 대비 5배 이상 줄어든 2% 이하다. 공극률이 낮아지면 수명도 늘어난다. 물, 염소이온, 이산화탄소 등이 침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 콘크리트의 수명은 채 50년을 넘기 어렵지만 슈퍼 콘크리트는 수명이 200년 이상이다. 최근 국내에서 개발된 슈퍼 콘크리트의 원천기술은 마이크로·나노 재료를 융·복합해 압축강도 80~180MPa, 인장강도인 19MPa, 내구수명 200년 이상에다 기존 동급의 콘크리트 대비 제조비용을 50% 이상 절감해 화제다. 이 기술은 이미 세계 건설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2018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받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PLACE1의 독특한 외벽 패널이 슈퍼 콘크리트로 만들어졌다. 울릉도 ‘힐링스테이 코스모스 리조트’(2017년)의 우아한 조개껍데기 구조도 슈퍼 콘크리트가 아니면 구현이 불가능했단다. 세계 최초 압축강도 180Mpa 초고성능 콘크리트 사장교인 춘천대교(2017년)와 교각과 교각 사이 길이가 540m로 세계에서 가장 긴 콘크리트 사장교인 ‘고덕대교’(2022년 완공예정)에도 이 기술이 적용됐다. 첨단 건축자재가 아름다운 건축물로 변모되는 과정은 드라마틱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0-20
언제부턴가 한국인이 선호하는 계절이 가을에서 봄으로 바뀌었다.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국민을 상대로 선호 계절을 조사해 보았더니 2014년 조사에서는 가을이 1위로 선택됐다. 그러나 5년 후 같은 내용으로 다시 조사를 했더니 이번에는 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조사기관은 이유는 명확지 않으나 벚꽃 열풍과 많아진 봄철 축제와 무관치 않을 거라 풀이했다.그러나 성별 조사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갈라졌다. 남성은 가을(40%), 여성은 봄(45%)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봄과 가을은 기온이 비슷한 계절이지만 느낌은 다르다. 채근담에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과 같이 부드럽게 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하라는 말이 있다. 춘풍추상(春風秋霜)이 바로 그것이다. 봄은 따뜻한 바람에, 가을은 찬 서리로 비유한 것이다.어느 작가는 봄을 상쾌한 아침에 비유했고, 가을은 차분한 저녁으로 표현했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가을은 영혼의 계절”이라 불렀고, 헤르만 헤세는 가을은 “더 높은 삶으로 들어가는 계절”이라 말했다. 서정주 시인은 ‘국화옆에서’라는 자신의 시에서 서리 속에 홀로 피는 가을 국화를 강인한 생명력으로 표현했다.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는 가을은 사람마다 각기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신비로운 자연의 섭리를 다시 생각나게 하는 계절이라는 것이다.독서의 계절, 그리움의 계절, 사색의 계절, 낭만의 계절이라 불리는 것 등은 나름 가을의 특징을 잘 드러낸 말이다. 누구나 시인이 되고 싶은 계절이 돌아왔다. 시끄러운 세상일 뒤로하고 일부러 시간을 내서 깊은 생각에 잠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0-19
부스터샷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의 면역효과를 높이기 위해 추가접종하는 것을 말한다. 코로나19 돌파 감염이 계속되면서 백신 부스터샷에 대한 찬반양론이 뜨겁다. 미국, 유럽, 영국 등은 이미 부스터샷 접종을 실행하고 있다.올해 7월 화이자 백신으로 면역저하자 대상 3차 접종을 시작한 이스라엘은 부스터샷을 통해 전 연령층에서 재감염률과 중증 악화율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부스터샷은 고령층의 중증 악화나 입원을 예방하는 효과가 5~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스라엘 정부는 4차 접종을 위한 백신 물량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모더나 백신의 부스터샷 효과는 캐나다 토론토 대학병원과 프랑스 연구진이 지난 8월 각각 NEJM과 JAMA에 게재한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토론토 대학병원 연구팀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마치고 2개월이 지난 장기 이식 환자를 대상으로 부스터샷 접종을 진행했는데, 3차 접종을 마친 집단의 바이러스 중화율 중앙값이 71%에 달했다. 3차 접종을 하지 않은 집단은 바이러스 중화율 중앙값이 13%에 불과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부스터샷을 접종한 사례는 없다. AZ 백신과 같은 바이러스벡터 방식의 얀센 백신의 부스터샷 효과 임상시험 결과는 있다. 얀센 백신 제조사인 미국 존슨앤드존슨(JJ)은 초기 임상시험 결과 얀센 백신을 접종한 지 6개월 지난 참가자들에게 두 번째 백신을 투여한 결과 이들의 항체 수준이 최초 접종 4주 뒤와 비교해 9배 높았다고 발표했다.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얀센 백신 접종자에 대한 부스터샷 접종계획 수립을 지시한 것도 국민들의 불안감을 고려한 조치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아무리 심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0-18
지구온난화로 생존에 위협받는 동물로 코알라가 자주 주목을 받는다. 코알라는 물 대신 유칼립투스라는 나뭇잎의 물을 섭취하며 살아가는데 수분이 많이 함유된 유칼립투스 나무가 지구온난화로 생식이 부진해져 코알라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코알라 개체 수는 25% 줄었다.영국의 공공정책연구소는 2005년 이후 전 세계에서 홍수가 15배 늘고 고온과 강추위 등 극한 기온도 20배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IPCC(기후변화국제협의체)는 2050년까지 지구온난화 상승폭을 1.5도 내로 유지하려면 2100년까지 대기에서 이산화탄소 7천300t을 포집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9억ha의 땅을 숲으로 복원해야 가능한 일인데 9억ha는 남한 면적의 90배다. 과연 인류의 힘으로 가능할 지 의문이다.기후변화대응이란 지구온난화와 그에 따른 기후변화의 영향을 상쇄하기 위한 인류의 대응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으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거나 대기에서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생활 속 실천 방법으로는 친환경 제품 사용, 물 아껴쓰기, 쓰레기 줄이기, 재활용품 쓰기 등이다.유럽 최대 원전 대국인 프랑스가 점진적 탈원전 정책에서 원전 육성 쪽으로 에너지산업의 방향을 전환 주목을 받고 있다. 탈원전을 외쳤던 마크롱 대통령은 원전분야에 총 1조4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구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는 원자력이 현실적으로 가장 과학적이고 안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유럽 10개국 에너지 장관도 “기후변화와 싸우기 위한 최상의 무기는 원자력”이라고 했다.국민 67%가 원자력 유지를 찬성하는데도 탈원전을 고집하는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과연 올바른 것인가 이제 짚어봐야 할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0-17
브라질에 사는 64세 할머니는 하루아침에 다섯 손주의 보호자가 됐다. 싱글맘이던 딸이 코로나19로 숨지자 그녀가 남기고 간 아들 딸 3명과 이미 양육하던 친손주 2명을 더해 5명의 보호자가 된 것이다. 생계비와 양육비 등 앞으로 그녀가 감당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코로나로 인해 졸지에 고아가 된 어린이가 급격히 늘고 있다 지구촌 국가마다 코로나 고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외신이다. 코로나19가 2년 가까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부모를 졸지에 잃고 고아가 된 어린이는 국제아동보호단체 집계에 의하면 대략 5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불과 두 달 전 150만명 정도로 추정됐으나 그 사이 세배 이상 그 수가 늘어났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지 않는 한 앞으로 더 늘 것 같다는 것이다.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에 의하면 인도에선 지난 4월 코로나19가 덮치면서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어린이가 1천742명에 달했다고 보도했다.인도의 한 시골마을에서는 숨진 어머니의 시신을 어린이가 직접 묻는 사례도 목격됐다고 했다. 더 심각한 것은 부모를 잃은 고아들의 생계와 양육 문제다. 이에 겹쳐서 인도에서는 고아에 대한 인신매매 가능성마저 제기돼 당국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고 한다.최근 미국도 작년 4월부터 올 6월까지 14만2천여명의 코로나 고아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미성년자 500명의 1명꼴이다. 특히 백인보다는 흑인, 소수민족 등에서 더 많이 발생해 인종 간 격차의 문제도 빚어졌다.코로나19가 2년도 되지 않는 사이 우리 인류에게 많은 숙제를 던져주었다. 코로나 고아는 코로나가 낳은 또 다른 비극의 한 단면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0-14
퍼펙트 스톰은 개별적으로 보면 위력이 크지 않은 태풍 등이 다른 자연현상과 동시에 발생하면서 엄청난 파괴력을 내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 용어의 기원은 프리랜서 기자이자 작가인 세바스찬 융거가 1991년 미국 동부 해안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쓴 베스트셀러 ‘퍼펙트 스톰’에서 출발했다.융거는 당시 허리케인 그레이스와 다른 두 개의 기상전선이 충돌해 유례없는 대형 폭풍이 만들어진 걸 보고 ‘완전한 폭풍’이라 이름지었다. 원래 기상용어인 퍼펙트 스톰은 2008년 미국 글로벌 금융위기로 달러가치 하락과 유가 및 국제 곡물가격 급등에 물가 상승 등이 겹쳐지면서 경제용어로 진화했다.최근 세계 경제에 ‘퍼펙트 스톰’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전력난 가중,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의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 정책에 따른 부채 급증과 부실 확대 우려 등이 커졌기 때문이다.중국의 전력난은 반도체, 자동차 부품, 스마트폰 부품 등의 글로벌 공급망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중국 산시(山西)성에서 발생한 폭우와 산사태로 탄광의 석탄 생산이 중단되고, 인도의 전력난 우려까지 가세했다. 국제 유가 역시 계속 오르고 있어 세계 경제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원자재와 에너지발 물가 상승에 따른 생산과 소비 위축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까지 더해져 경기불황으로 이어지고 있다.한국도 대외 환경 악화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은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국내외 증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약세고, 원화 가격도 약세다. 퍼펙트 스톰에 대비한 대책마련에 힘써야 할 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0-13
일반적으로 정치인 이름에 이즘(ism)을 붙이면 그의 정책이나 정신을 가르키는 의미로 쓰인다. 그러나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조금 다르다. 메르켈 이름에 붙인 메르켈리즘이란 권력을 과시하지 않고 다른 의견을 포용하면서도 힘을 가진 정책을 추진하는 그녀의 리더십을 가르키는 말이다.메르켈른(merkeln)이란 말도 있다. 메르켈스럽다는 뜻이다. 조용하고 신중하면서도 유연함과 강인함을 가진 메르켈 총리의 스타일을 이르는 용어다. 강경한 정책을 휘둘러 철의 여인으로 불리던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와는 대조되는 지도자 스타일이다.메르켈 총리에게는 숱한 별명이 따라다닌다. 독일 최초의 여성총리, 가장 젊은 나이에 집권한 총리, 헬무트 콜을 잇는 최장수 총리, 포브스 선정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등의 수식어다. 2005년 총리에 올라 16년간 총리직을 수행했으나 지금도 그녀는 80%의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놀라운 일이다. 2008년 경제위기나 유로존 위기, 최근의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보여준 그녀의 리더십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준 지지율이다. 그녀의 탁월한 지도력으로 국가가 번영을 누리고 국민 대다수가 비교적 좋은 삶을 누린 결과라 보면 될 것 같다.최근 퇴임을 앞둔 메르켈 총리가 이스라엘 홀로코스트를 방문해 또한번 세계의 화제가 됐다. 독일의 책임과 반성을 뜻하는 그녀의 이스라엘 방문이 벌써 8번째다. 퇴임을 앞둔 지도자로서 다시 한번 반성의 시간을 가지겠다는 그녀의 폭넓은 아량과 대범함에 세계는 존경의 눈으로 바라본다. 메르켈 총리가 떠난 자리에 누가 올지 독일인도 관심이라 한다. 지도자를 잘 뽑는다는 것은 국가나 국민에게 크나큰 행복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대목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0-12
그린플레이션은 친환경을 뜻하는 ‘green’과 물가상승을 뜻하는 ‘inflation’의 합성어로, 친환경정책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현상을 뜻한다.최근 정부가‘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40%로 대폭 상향하면서 ‘그린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각국의 기준연도에서 한국의 연평균 감축률은 4.17%로, 영국과 미국의 2.81%나 유럽연합(EU)의 1.98%보다도 높다. 특히 배출 비중이 높은 전환(발전) 부문의 온실가스는 44.4% 줄인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석탄 발전량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확대한다. 에너지원별 2030년 발전 비중을 보면 △원자력 23.9% △석탄 21.8% △액화천연가스(LNG) 19.5% △신재생 30.2% 등으로 제시됐다.이에 따른 막대한 비용 상승과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재생에너지 설비 비용 등이 더해지며 발전 단가가 가파르게 늘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발전사들이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 비율이 늘어나는 점도 전기료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정부는 전체 발전량 중 일정 부분을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으로 채우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비율을 2022년 12.5%로 설정했고,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해 법정상한인 25%에 이르도록 설계했다. RPS 비율과 비용이 증가할수록 한전의 부담도 커진다. 올해 4분기에 약 8년 만의 전기요금 인상에 이어 내년에도 추가 인상될 수 있다. 전기료 인상은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제조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그린플레이션을 불러온다.에너지 위기가 서민의 생활비 상승으로 이어질까 걱정스럽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0-11
지난달 27일 통계청은 처음으로 국내 반려동물 사육가구를 조사해 발표했다. 전체 가구의 15%인 312만9천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했다. 그 가운데 개를 키우는 가구가 77%로 가장 많았고, 고양이도 22%나 됐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연령대는 50∼59세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통계청이 반려동물 조사를 시작한 것은 반려동물 사육가구가 늘어난 데 따른 사회현상을 관측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증가와 달라지는 사회인식도를 반영한 조사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3년 전 통계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며 느낀 점을 조사한 내용이 있어 잠시 소개해 본다. 지금 다시 조사한 데도 내용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반려동물을 키우기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변화된 것에 대해 16세 미만 자녀들의 답변은 첫째가 “생명의 소중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다음이 “외로움이 줄었다”고 대답했다. 반려동물을 둔 부부에게 물었더니 첫번째 답변이 부부간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했다. 다음으로 많은 대답은 부부간의 대화가 늘었다는 것이다. 또 65세 이상 노인들은 반려동물을 키움으로써 외로움을 덜 수 있었고 정서적으로 안정화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다.반려동물은 표현대로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이다. 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하며 사람의 장난감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한다는 의미다. 물질문명 발달 속에 세상의 민심은 달라져도 동물은 타고난 천성 그대로의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사람마다 동물과 더 친해지려는 것은 아닐까 싶다. 역설적이지만 세상이 각박할수록 반려동물은 전성기를 맞는 셈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0-07
개발이익환수제는 토지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환수해 토지에 대한 투기를 방지하고 효율적인 토지 이용을 촉진하는 목적의 제도다.1989년 제정된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라 1990년 1월부터 도입됐다. 처음에는 부담률이 개발이익의 50%였지만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8년 9월~1999년 12월 한시적으로 면제했고, 2000년 1월부터 1년동안은 부담률을 25%로 조정했다. 이후에도 경제활성화를 위해 2002~2005년 면제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현재는 계획입지 20%, 개별입지 25% 부담률을 적용하고 있다.전문가들은 부담률을 높여 민간이 가져가는 수익을 조정하는 개편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현재 부담률은 25%인데, 이를 45~50%로 높이고, 사전 협약과 관련된 기준, 절차, 수단 등을 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상당수 지자체 재량에 맡겨야 하다보니 각 지자체의 경험이나 판단력에 많이 좌우된다. 정상 토지가격 상승분을 초과하는 부분에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추후 아파트 등 건물 건축 뒤의 토지가치 상승분도 반영해 부담금을 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발 전후 토지가격 차이가 큰 데도 이 부분이 고려되지 않다보니 개발이익 환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무엇보다 대선과정에 불거져나온 성남시 대장동 개발특혜의혹은 개발이익환수 측면에서도 비상식적이다. 성남시가 개발이익을 5천여억원을 환수했다지만 사업설계 과정에서 자본금 5천만원 짜리 급조한 화천대유라는 법인에 나머지 개발이익 대부분이 돌아가도록 해 4천억원이 넘는 수익이 배당된 것은 누가 봐도 정상적이지 않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못하는 법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