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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Z세대 신조어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는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하며 신조어를 만들어낸다. Z세대는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온라인 활용에 능숙하고, 디지털 DNA를 기반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Z세대는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은 기본이고 틱톡, 트위치, 아프리카에서 트렌드를 선도한다.이들은 2000년대 초반 ‘즐’, ‘OTL’, ‘깜놀’, ‘갑툭튀’ 등을 채팅 용어로 썼으나 자연 도태됐다. 새로 등장한 Z세대 신조어로는 ‘어쩌라고’라는 뜻의 신조어로, ‘어쩔티비’가 대표적이다.‘어쩔티비~ 저쩔티비~’ 또는 ‘어쩔티비~ 어쩔냉장고~’ 식으로 쓴다.‘완내스’는 ‘완전 내 스타일이야’라는 뜻으로 음식, 장소, 사람 등이 마음에 들때 쓴다. ‘오저치고’는 ‘오늘 저녁 치킨고?’란 뜻이고, ‘반모’는 ‘반말 모드’의 줄임말이고, 반대인 ‘반말 모드 박탈’은 ‘반박’이다. 더 이상 반말 모드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킹리적 갓심’은 ‘합리적 의심’이란 말에다 ‘킹’과 ‘갓’을 붙여 구체적인 상황이나 사실에 기반해 매우 의심할 만한 상태를 가리킨다. ‘꾸민 듯 안 꾸민 듯’의 뜻인 ‘꾸안꾸’에 이어 ‘꾸꾸꾸’는 ‘꾸며도 꾸질 꾸질’이란 뜻이다. ‘자낳괴’는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의 줄임말로 돈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알잘딱깔센’은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를 줄인 말이다. ‘박박/나나/짜짜’는 각각 대박, 겁나(혹은 비속어 X나), 진짜를 두 번 반복한 말을 줄인 말이다. 갓(god)과 인생의 합성어인 ‘갓생’은 성실하고 부지런한 삶을 말하고, ‘캘린더 박제’의 준말인 ‘캘박’은 일정을 캘린더에 저장한다는 뜻이다.Z세대의 신조어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 문화를 반영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2-01

허경영 현상

허경영 국가혁명당 20대 대통령 후보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특이한 대목을 마주할 수 있다. 취미는 평범한 등산이라 했지만 좋아하는 운동은 축지법과 공중부양이라 했다. 애창곡도 특이하게 은하철도 999라 했다. 보통의 생각과는 분명 다른 면이 엿보이는 부분들이다.그는 17대 대선 출마 때는 결혼수당 남녀 각 5천만원, UN본부 판문점 이전, 국회의원 출마 고시제 도입 등을 주장했고 국회의원 수도 100명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지만 다소 황당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그가 예전에 발표한 공약의 일부가 20대 대선에 와서는 다른 후보의 벤치마킹이 된다는 이야기가 조금 나온다.그는 정치인이자 가수다. 폴리테이너로 불리기도 한다. 두 번의 대선에서 낙마하였지만 특이한 정치 공약을 내세운 탓에 다수 국민의 기억에 각인돼 있는 인물이다. 지난 4월에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도 출마했다. 이번 20대 대선에 나섬으로써 그는 대통령 선거만 세 번째 도전한다.이번에도 국회의원 수를 줄이고 결혼하는 부부에게 3억원 지급,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1억원과 국민배당금 월 150만원 지급을 공약했다. 자신 공약이 포퓰리즘은 아니라 했다. 국회의원 수와 보좌관 수를 줄이고 대통령 월급도 없앤다고 했다.지난 24일 아시아리서치앤컨설팅이 조사한 대선후보 가상대결에서 그는 4.7%의 지지를 받아 윤석열 후보(45.5%)와 이재명 후보(37.2%)에 이어 3위를 해 주목을 받았다. 황당하다고 했던 그의 공약이 이제와 먹혀드는 것일까. 허경영 현상이 지지율 변화로 이어갈지 궁금하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구간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11-30

공포의 코로나 변종 바이러스

델타변이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 중이어서 지구촌이 또 한 번 코로나 변종 공포에 빠져들고 있다.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 보고된 변이 바이러스(B.1.1.529)를 ‘우려 변이(VOC·variant of concern)’로 지정하고, 그리스 알파벳 15번째 글자인 오미크론(ο)이란 이름을 붙였다.이 바이러스가 최초로 확인된 건 지난 달 9일 남아공에서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에 이어 5번째로 지정된 우려 변이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비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와 비교했을 때 약 50개 부분에서 변이가 확인됐다. 특히 인체와 결합하는 부위인 스파이크(S) 유전자 단백질에서 30개 이상의 변이가 확인됐으며, 감염 위험을 높이는 부분(D614G·N501Y·K417N 등)에서의 변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한때 이 바이러스는 PCR(유전자 증폭) 검사로 진단할 수 없다는 낭설이 번졌지만 사실과 다르다. 오미크론을 포함한 모든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지금의 진단검사로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확진자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를 확인하는 데엔 다소 시간이 걸린다.특정 유전체(4000여개)를 분석하는 유전체 분석에는 검체 확보 후 3일, 전장 유전체 분석(3만여개)에는 5일 가량이 걸린다. 또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한달도 채 안 돼 우려 변이로 지정돼 전염력이 얼마나 강한지, 중증도, 백신 효과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선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인류가 코로나 변종 바이러스가 주는 공포와 위협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1-29

개천용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속담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공한 사람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개천처럼 작은 물고기만 사는 곳에서 용이 난다는 것이니 보통사람이 생각하기에 불가능한 일을 해낸 성공한 사람이란 뜻이다. 자수성가(自手成家)와 비슷하다.개천용의 대명사처럼 여겼던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로스쿨이 생기자 일각에서는 개천용이 사라지게 됐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어려서부터 좋은 학원에서 사교육을 받은 부유한 집 자녀에게 유리한 제도가 생겼다는 것이다. 아직도 빈익빈 부익부 측면에서 로스쿨을 바라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부모찬스 전면 폐지의 명분으로 수시폐지와 사법시험 부활을 청년 공약으로 내세웠다. 조국사태 이후 더욱 부각된 우리 사회의 불공정 문제를 이슈로 삼은 것이다.개천용 불평등지수를 처음 개발한 서울대 주병기 교수가 최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발간 브리프에서 ‘대학입시 성과에 나타난 교육기회 불평등과 대입전형에 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해 화제다. 주 교수는 논문에서 “출신 환경이 좋지 않으면 타고난 잠재력과 노력에도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하지 못할 확률이 적어도 70%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보고를 했다. 주 교수는 “명문대일수록 계층간 격차가 컸고 특히 수시전형에서 출신지역간, 가구환경간 기회 불평등도가 높았다”고 주장했다.사회학에서 말하는 사회이동이란 사회적 불평등 체계 안에서 개인이나 집단의 서열이 달라지는 현상이다. 과거 소득수준이 낮아도 노력에 따라 충분히 계층이동이 가능했던 것이 지금은 그 가능성이 극히 낮아졌다는 것을 말하는 연구결과다. 우리 사회 기회 불균형이 악화된다는 것은 사회의 폐쇄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후진적 현상이라 안타깝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11-28

모병제(募兵制)

모병제는 직업군인으로 지원한 사람을 모아 군대를 유지하는 제도다. 현재 우리나라가 시행하고 있는 징집제와는 반대되는 개념이다.세계적으로 보면 과거 징집제를 실시하던 많은 나라들이 대부분 모병제로 돌아가는 추세여서 우리나라 징병제도 시간이 필요할 뿐 모병제로 바뀌어 갈 가능성이 높다.아직은 남북 대치 등 안보와 관련, 민감한 현안이라 유력 후보들 사이에서는 노골적 공약이 나오지 않으나 반전 기회를 노리는 군소 대선후보들은 내년 대선에 맞춰 모병제를 공약으로 채택해 젊은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준모병제 도입을 공약했다. 전문 부사관을 군병력의 50%까지 확보하고 징병되는 일반병의 수를 줄여나가겠다는 생각이다. 병역의무를 마친 청년에게는 사회진출지원금 1천만원도 제공하자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단계적 모병제를 내세웠다. 2029년까지 의무복무 4년의 전문병사를 혼합 운용하는 징집·모병 혼합형태를 제시했다.일부 군소후보의 모병제 공약이 얼마나 먹혀들지 알 수 없으나 생활밀착형 공약으로서 상당한 관심거리다. 우리나라 징병제는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청년층의 기회비용 상실과 남녀간의 갈등 유발 등 최근들어 자주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정부의 합당한 보상이 없는 부분도 정부의 부담이다. 최근에는 남녀평등 군복무를 이유로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청와대 청원도 등장했다.모병제는 인적자원의 질을 높여 정예 부대화하고 현대화, 과학화된 장비로 국방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보유 등 위협받는 한국 안보와 재정적 문제가 걸림돌이다. 모병제 공약이 특별히 주목되는 만큼 선거에도 먹혀들 지는 미지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11-25

영화 ‘아마겟돈’

영화 ‘아마겟돈’은 텍사스 크기의 행성이 시속 2만2천마일의 속도로 지구를 향해 돌진해 멸망의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행성에 800피트의 구멍을 뚫어 핵탄두를 폭발시켜 행성을 둘로 쪼개 충돌을 피하는 스토리다.실제로 이런 상황이 일어나기 전에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특정 물체를 강하게 충돌시켜 궤도를 바꿀 수 있는지 실험할 우주선이 미국에서 발사돼 화제다. 미래에 소행성과 지구가 충돌할 상황이 됐을 때 인간을 비롯한 지구 생물을 구할 방어 기술을 개발하려는 것으로, 내년 9월쯤 우주에서 실제 충격 실험이 이뤄진다.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이중 소행성 경로 변경실험(DART)’을 수행할 우주선을 발사했다. DART 우주선의 임무는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을 때 인위적으로 비행 궤도를 바꿀 수 있는지 실험하는 것이다. DART 우주선은 태양계 소행성인 디디모스(지름 780m)와 디디모스 주변을 공전하는 위성 격의 작은 소행성 디모르포스(지름 160m)에 내년 9월쯤 바짝 접근한다. NASA는 DART 우주선을 디모르포스에 시속 2만4천㎞로 충돌시켜 궤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 관찰할 계획이다. 실험에 성공한다면 지구가 소행성에 의해 실제로 해를 입을 가능성이 생겼을 때 대응할 방법이 생기는 셈이다.과학계에선 지름 300m짜리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 대륙을 파괴하고, 1㎞ 이상이면 지구 전체에 큰 피해를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공룡을 비롯해 전체 생물의 75%가 사라진 6천600만년 전에는 지름 10㎞짜리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했다는 설명이다. 우주에서 닥쳐올 위기도 유비무환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1-24

가정맹어호

세금 이야기를 하면 자주 등장하는 고사성어가 있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 보다 더 무섭다는 뜻의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다. 예기에 나오는 공자의 이야기에서 유래했다.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산을 넘어가던 중 세 개의 무덤 앞에서 흐느껴 우는 여인을 발견한다. 사연을 알아보니 산 중에 살다보니 호랑이에게 시아버지와 남편이 잡혀 죽었고, 이제는 아들마저 호랑이 밥이 됐다고 한탄했다. 공자는 그러면 “왜 이곳을 떠나지 않느냐”고 물으니 그녀는 “이곳에 살면 무거운 세금을 내거나 가렴주구(苛斂誅求)를 당할 일이 없기 때문”이라 했다. 가렴주구란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거나 백성의 재산을 뺏는 것을 이르는 말인데, 당시 전국시대는 패권다툼으로 전쟁이 끊이는 날이 없어 벼슬아치들의 세금횡포가 횡행했다.정부가 올해 종부세를 대폭 인상 고지하면서 종부세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거세다. 1주택 종부세 대상자가 수백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고 2주택 이상자 가운데는 1억원의 고지서를 받은 사람도 수두룩하다고 한다. 납세자 1천여명이 위헌소송 준비에 나서면서 현정부의 종부세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내려질지 관심이다.세금은 국민이면 누구나 내야 할 법적 의무다. 그렇지만 국민으로부터 거두는 세금은 투명하게 집행해야 할뿐 아니라 징수 과정도 정당해야 한다. 세금의 보편성이나 객관성,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세금 부과에 앞서 국민적 정당성 확보도 반드시 필요하다.세금을 가혹하게 거두면 국민생활이 피폐해지고 민심이반이 일어나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는 옛 성현의 경고는 새겨 둘만하다. 이번 종부세에 대한 저항은 세금으로서 과도했다는데 초점이 있다. 법적 판단에 따라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세금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11-23

종부세 폭탄론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이중과세이며 위헌이라는 주장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전국 시도별, 주택유형별, 공시가격 구간별 주택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의 주택 1천834만4천692가구 가운데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인 공시가격 11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총 34만6천455가구로 전체 주택의 1.9%에 불과하다.지역별로는 서울이 1가구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인 공시가격 11억원 초과 주택이 총 30만가구(전체 주택 291만6천535가구 중 10.3%)로 가장 많았다.경기가 3만4천919가구(전체 주택 445만 9천963가구 중 0.8%)로 뒤를 이었다. 부산은 전체 주택 125만8천384가구 가운데 0.5%를 차지하는 6천410가구, 대구가 전체 80만3천305가구 가운데 0.4%를 차지하는 3천201가구, 대전이 전체 주택 49만2천185가구 가운데 0.5%를 차지하는 702가구가 공시가격 11억 원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문제는 국세청이 올해분 종부세 납부 고지서를 발송하기 시작하자마자, ‘종부세 폭탄’에 대한 아우성이 커지고 있는 것.올해부터 종부세율은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이나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경우 기존 0.6∼3.2%에서 1.2∼6.0%로 2배 가까이 올랐다. 2주택 이하도 0.5∼2.7%에서 0.6∼3.0%로 상향됐다. 정부가 부담 경감을 강조한 1주택자 역시 세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단일부동산에 대한 종부세 과세는 약탈이며, 이중과세이고 위헌”이라고 주장해 종부세 폭탄론에 힘을 보탰다.조세저항을 일으킨 종부세의 운명이 어떻게 결말지어질 지 궁금하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1-22

포항 과메기

과메기는 11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가 제철이다. 이때가 지나 과메기를 맛보려면 또 한해를 기다려야 한다. 제철 음식이 좋은 것은 싱싱하고 맛있고 영양가도 높기 때문이다.포항은 과메기 집산지다. 전국 과메기 생산의 95%가 이곳에서 이뤄진다. 경북 동해안 일대에서 생산되는 과메기가 전국으로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지금은 어디를 가나 겨울철 밥상이나 식당에 과메기가 등장할 만큼 대중화 단계에 들어섰으니 격세지감이 있다. 주생산지인 포항도 과메기 덕분에 과메기 도시로 유명해졌다. 과메기가 음식으로 고안된 것은 내륙지방 안동에서 간고등어가 만들어진 것과 비슷하다. 냉장시설이 없던 시절에 안동에서 생선 맛을 보려면 소금으로 간을 쳐 잘 보관해야 가능하다. 안동의 고등어 간잡이는 생선을 소금으로 절여 숙성시키는 기술자란 뜻이다. 생선을 주로 먹는 나라마다 간잡이가 있다.과메기도 겨울철에 많이 잡히는 청어나 꽁치를 오래 두고 먹고자 고안한 방법이다. 꽁치를 그늘에 늘려두고 바닷바람에 얼렸다 녹혔다 하며 말린 후 먹는 요리다. 일본 내륙지방 교토에서도 청어의 피와 내장을 제거하고 훈제와 말리는 과정을 거쳐 만든 ‘미가키 니싱’이란 과메기와 비슷한 음식이 있다. 과메기는 말리는 과정에서 맛이 담백해지고 영양가도 높아진다.포항 구룡포과메기 서울홍보 및 체험행사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다. 올해는 ‘과메기 도시락에 날개를 달다’를 주제로 했다. 코로나로 등장한 배달트렌드에 맞춰 언제 어디든 과메기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콘셉트로 삼았다. 지난해는 코로나로 인해 판매가 잠시 주춤했다. 올겨울은 위드 코로나와 함께 포항 과메기가 다시 대박났으면 좋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1-21

킹메이커

로저 스톤은 부동산 재벌에 불과했던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인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그는 정치인이자 타고난 선거 전략가로 평가를 받았지만 권모술수에 능란해 워싱턴 정가에서는 정치 자문가인 동시에 ‘더러운 사기꾼’으로도 통했다.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데는 로저 스톤의 탁월한 전략이 있었다. 그는 트럼프와 30년 지기로 같이 활동하면서 그의 개인 정치고문 역할을 줄곧 해왔다. 둘은 여러 면에서 궁합도 잘 맞았다고도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톡톡 튀는 발언 가운데는 로저 스톤의 조언이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짐작이 된다.그의 정치적 신념을 엿보게 하는 말로 그가 자주 쓴 표현 중 “완전 무명보다는 악명이 낫다”는 말이 유명하다. 그는 스스로 스톤의 법칙을 만들어 그 룰에 따라 정치 전략을 구사했다. “잘못을 인정하지 말 것” “모든 것을 부정할 것” “공격당하면 반격할 것” 등이 핵심이다.그의 정치 역정은 미국 넷플릭스에서 ‘킹메이커’라는 제목으로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방영되기도 했다.그는 2019년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돼 40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트럼프는 대통령의 사면권을 이용, 그를 감형한다. 사상 최악의 부패행위라는 비난 여론이 있었지만 트럼프는 그해 11월 실시될 선거에 그의 정치 전략이 필요했었다는 분석이다.우리 정치사에도 킹메이커가 등장한다. 노태우, 김영삼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김윤환 전 의원과 김대중 대통령을 당선시킨 김종필 전 총재 등이 그들이다. 내년 대선을 두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이해찬 전 대표의 킹메이커 역할론이 등장했다. 선거 열기 속에 그들의 대결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1-18

남극의 ‘인천빙하’

남극에 ‘인천 빙하’가 생겼다.영국 남극지명위원회가 최근 서남극 갯츠 빙붕(Gets Ice Shelf)에 연결된 빙하 9개 중 1개의 이름을 ‘인천 빙하(Incheon Glacier)’로 지었다고 인천시가 밝혔다.위원회는 서남극에서 아직 이름이 없었던 빙하 9개에 주요 기후 회의를 개최했던 전 세계 도시 9곳의 이름을 붙였다.인천시는 2018년 10월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를 개최한 인연으로 빙하 이름을 부여받게 됐다.남극지명위는 인천 외에 제네바·리오·베를린·교토·발리·스톡홀름·파리·글래스고 등 총 9개 도시 이름을 서남극 빙하 9개의 새 이름으로 명명했다.빙하에 도시 이름을 붙인 것은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는 점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조치다.올 2월 한국 극지연구소와 영국 리즈대, 스완지대 등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번에 이름이 새로 붙은 9개 빙하 등 서남극의 14개 빙하는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14개 빙하가 녹으면서 남극 바다로 떠내려가는 속도가 1994년과 비교했을 때 25년 만에 23.8% 빨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인천 빙하’의 이동 속도는 25년간 2.9% 빨라지는 데 그쳐 14개 빙하 중 변화 폭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논문에 따르면 인공위성 관측 결과 1994년부터 2018년까지 약 3천150억t의 얼음이 이 지역에서 사라졌다. 이는 전 세계 해수면을 약 0.9mm 높일 수 있는 양이다.인천시는 ‘인천 빙하’이름이 생긴 것을 계기로 더 적극적으로 탄소 중립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지구온난화, 이제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1-17

캐스팅보트 MZ세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들 사이에 MZ세대 표심잡기가 한창이다.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여러 차례 드러났듯이 20∼40대 초반의 MZ세대의 표심이 대선후보 결정의 승부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면서 이들 세대를 위한 정치권의 공략이 노골화되고 있다.MZ세대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해 이르는 말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개인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소비행위를 통해 표출하는 집단이다.이들은 특히 SNS를 기반으로 하는 유통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영끌 대출로 주식시장과 암호화폐의 상승장을 주도하는 세력이 바로 MZ세대다.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는 세대는 전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다. 그러나 이들 세대가 점차 노화되면서 자산이 MZ세대로 이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5년마다 1조3천억 달러 가량의 자산이 MZ세대로 옮겨가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투지은행인 모건스탠리는 미국 인구의 4분1을 차지하는 Z세대가 2034년에 가서는 미 역사상 가장 많은 세대로 등극할 것으로 전망했다.마케팅 용어에서 유래한 MZ세대는 이제 경제, 정치, 사회 등 각 분야에 걸쳐 두루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서도 MZ세대의 적극적 투자와 소비패턴이 주목을 받고 있으며 특히 선거를 앞두고 캐스팅 보트 세력으로 떠올라 관심이다. 그러나 청년실업난, 주택가격 폭등 등 그들 세대가 안고 있는 고민 또한 적지 않다. 그들의 고민에 공감하는 정치권의 진정성 있는 노력만이 표심을 얻지 않을까 싶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1-16

음악저작권 투자

음악저작권 투자란 국내 대표적인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를 통해 주식처럼 ‘음악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을 사고 파는 행위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기법이다. 뮤직테크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방법은 음악 저작권 평가액 매수·매도를 통한 시세차익과 매달 배당처럼 나오는 저작권료 등 크게 2가지다.예를 들어 지난 6월 악동뮤지션의 ‘I Love You’ 저작권을 매수했다면 매달 저작권료가 뮤직카우 내 지갑에 쌓인다. 해당 플랫폼에서는 ‘캐쉬’란 단위로 음악 저작권을 구매할 수 있다. 캐쉬는 현금과 단위가 같다. 즉 1캐쉬가 1원이다. 국내계좌로 출금 시 출금 금액이 1만원 이하인 경우 500원의 수수료가 발생하고, 월 2회는 무료다. 이 거래의 누적 거래액은 지난 10월말 기준 2천500억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음악 저작권 구매방식은 주식과 비슷하다. 이용자가 매매가를 적어 구매주문을 걸어 놓으면, 해당 가격에 매도하겠다는 매도자와 거래가 자동으로 체결된다. 음악 저작권료의 현재가는 가장 최근 체결된 매매가다. 거래가 체결되는 금액으로 시세가 정해지기 때문에, 언제든지 곡의 흥행성, 곡 자체의 특수성에 따라 시세가 변동될 수 있다.다만 뮤직카우에서 거래되는 것은 저작권의 지분이 아니라,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이다. 저작권료참여청구권은 해당 음악의 저작권으로부터 나오는 수익을, 구매한 지분 비율로 지급받을 수 있는 권리다. 즉 특정한 곡의 저작권은 법적으로 이 저작권플랫폼이 보유하고 있고 투자자들은 이 플랫폼과 저작권료를 나누는 계약을 맺는 것이다.음악저작권 투자는 자산을 불리는 데 유력한 또 하나의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1-15

인플레이션 공포

미국 블롬버그 통신은 지난달 “밥값과 이발비를 내기 위해 금조각을 떼어내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내용은 베네수엘라에서는 1세기전 금을 교환수단으로 사용하던 시절로 되돌아갔으며 월급도 금으로 주고 호텔 숙박비도 금으로 주고받는다고 했다.베네수엘라는 수년전부터 공식 물가상승률 발표를 하지 않는다. 한때 물가상승률이 수백만%까지 치솟았고, 지금도 수천% 뛰고 있다. 법정화폐의 가치가 떨어져 이 나라와 인접한 콜롬비아 국경지대에서는 베네수엘라 화폐로 공예품을 만들어 파는 상인도 등장했다.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나는 인플레 폐해는 거의 구제불능 상태다.인플레이션은 통화량 증가로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다. 물가가 오르니 돈 가치가 떨어져 수출이 잘 안된다. 경제 악순환이 이어진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이 통제를 벗어난 상태로 수백%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베네수엘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1980년대 남미 국가들에서 볼 수 있었던 일이다. 표퓰리즘의 근원지 남미 국가들은 국가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하는 바람에 아직도 경제난에 허덕이는 곳이 많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5대 산유국이지만 체베스 대통령의 포퓰리즘으로 현재는 하루 소득 2달러가 안되는 극빈층이 70%를 넘는다.미국, 중국의 소비자 물가가 수십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과 남미, 아시아국가도 비슷한 양상이라 한다. 해외 언론은 “물가 폭등으로 올 겨울 굶어 죽는 사람이 급등할 것”이란 소식을 전한다. 국내 소비자 물가상승세도 심상찮다. 일각에선 인플레까지 염려한다. 이런 참에 정치권에서는 표심을 잡겠다고 돈 풀기에 여념이 없다고 한다. 한심한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1-14

김장김치

우리의 선조들은 24절기 중 입동(立冬)을 기준으로 해마다 김장을 담근다. 지금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김치 담는 시기가 많이 뒤로 미뤄졌으나 겨울로 들어서는 입동 때가 김장하기 제철이다. 특히 김장재료인 배추와 무 등이 이 시기가 지나면 얼어 싱싱하지 않기 때문이다.김장은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문화다. 엄동설한 3∼4개월 동안 먹을 채소를 저장하는 방법이다.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김장은 저장방법 또한 독특하다. 저장기간 생긴 발효작용으로 김치의 영양을 높이고 풍부한 맛도 내게 된다.김장김치는 배추와 무를 주재료로 하고 미나리, 갓, 마늘, 파, 생강 등을 부재료로 한다. 소금과 젓갈, 고춧가루로 간을 맞추어 겨우내 보관한다. 지역에 따라 특성이 있는데 이는 주로 기온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북쪽지방은 기온이 낮으므로 김장의 간을 싱겁게 하고, 양념도 담백하게 하며 신선미를 살린다. 그러나 남쪽지방은 대개 짜게하고 소금만 쳐서는 맛이 없으므로 젓국을 많이 사용한다. 김치는 동김치, 보쌈김치, 백김치 등 200여 종에 이른다. 우리의 선조는 겨울철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C를 김치를 통해 섭취했다.201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김장문화를 세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세대에서 세대로 기술이 전승되고 김장 담그기를 통해 이웃간 나눔을 실천하고, 공동체적 연대감 형성 문화에 주목한 것이다. 또 다른 나라 문화유산과는 달리 한국 김치의 전수자는 전국민이라는 특징이 있어 흥미롭게 보았다.김장철이다. 우리가 먹는 김장김치는 우리 민족 전통과 맛과 영양소 어느 하나도 자랑스럽지 않는 것이 없다. 세계가 인정한 김장김치의 힘이라 하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1-11

대선 테마주의 허상

대선 테마주가 증권시장을 뜨겁게 달구곤 한다. 대선 테마주는 여야의 대선 후보와 관련있다는 기대심리 확산으로 주가가 오르는 주식을 가리킨다.그러나 전문가들은 공약에 따른 정책 수혜 기대감이 아니라 대표의 인맥 등 별다른 근거없는 대선 테마주 투자는 위험하다고 조언한다.대표적인 것이 바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대표적 테마주로 꼽힌 경남스틸과 삼일이다. 이 종목의 지난 9일 종가는 4천170원으로 5일부터 9일까지 3거래일 간 77.45% 추락했다. 올초 경남스틸의 주가는 주당 1천875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홍 의원이 대선 출마 선언일(17일) 이후 5천원대로 치솟았다. 이후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홍 의원이 유리한 결과가 나오면 주가는 더욱 뛰었다. 최고 1만1천950원(9월28일)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이렇게 올랐던 주가는 홍 의원의 경선 패배와 함께 고스란히 제자리로 돌아갔다. 삼일 주가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7월말 2천800원에 불과하던 주가가 홍 후보와 인연이 있다는 이유로 한달여 만에 최고 9천300원(9월13일)까지 3배 이상 폭등했다가 홍 의원의 경선 패배와 함께 2천700원선으로 내려앉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테마주로 꼽힌 서연, 서연탑메탈, NE능률, 크라운제과, 깨끗한나라, 덕성 등도 대표이사, 최대주주, 사외이사 등이 윤 후보와 같은 파평 윤씨라거나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묶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테마주도 대표가 경기도 성남 출신이라거나 이 후보와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됐다.별다른 근거없이 대표 인맥에 따라 분류된 대선 테마주의 주가 널뛰기는 한낱 허상에 불과하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1-10

희망퇴직

1997년 11월 21일은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키로 공식 결정한 날이다. 그해 12월 3일 우리나라는 IMF와 공식협약을 맺었다. 20여 년 전 있었던 외환위기는 기업의 줄 도산과 실업자 양산 등 서민들의 삶에 큰 생채기를 남기고 우리나라 역사의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특히 직장인들에게는 IMF를 이유로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떠나야 했고, 정년이 보장되는 고용시장은 살얼음판 걷듯 불안해지기 시작했다.희망퇴직은 근로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사직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 의사를 사전에 묻는 절차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일반 퇴직과는 성격이 다르다. 희망퇴직은 퇴직을 하고 싶지 않은데도 사퇴하는 경우도 포함되고 있다는 뜻이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경영난 극복을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이지만 직원은 일생일대 중대 고비점이 된다.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금융계와 유통계 등 국내 산업계 전반으로 희망퇴직 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계서만 40∼50대 직장인 4천여 명이 연말까지 희망퇴직으로 직장을 떠난다는 소식이다. 일부에서는 IMF 초기의 분위기를 느낀다는 말도 나온다. 직종에 따라 희망퇴직금의 차이는 있으나 희망퇴직을 하는 사람들은 수억원의 퇴직금을 들고 또다시 새로운 인생 출발점에 서야 한다.가족의 생계를 거머진 가장으로서는 출발 자체가 두렵고 걱정도 앞선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오래가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희망퇴직 역시 비대면 문화 확산 등 코로나 영향이 적지 않다. 희망퇴직에 나선 이들이 과연 말 그대로 희망의 길을 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1-09

영부인 가방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6월 영국 콘월 미낙극장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배우자 프로그램을 마친 후 미국 대통령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 캐리 존슨 영국 총리 부인과 기념촬영을 할 때 들었던 스테파니백이 ‘영부인 가방’으로 화제가 됐다.한때 에르메스 백이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으나 화제의 가방은 국내업체인 쿠론의 ‘스테파니 클래식 백’이었다.지난 7월 중순 출시한 ‘스테파니 클래식 31’ 카라멜 카페 색상 가방과 브라우니 케이크 색상 가방은 영부인 가방으로 화제가 되면서 날개 돋힌 듯 팔려 지난 4일 기준 판매율이 각각 95%, 94%였다. 패션업계에서는 판매율이 90% 이상을 기록한 경우 완판으로 보고 있다. 공식 온라인몰에서는 이미 품절됐으며, 오프라인 일부 매장에서만 구매 가능하다. 두 상품은 각각 500점, 50점 한정 수량으로, 가격은 각각 63만8천원, 83만8천원이다.스테파니 클래식 백은 2012년부터 쿠론을 대표하고 이끌어온 모델로 2014년까지 7천개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또 하나의 영부인 가방이 있다. 김 여사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차 이탈리아 방문 중에 선보인 한지 핸드백이다. 해당 가방은 국내 비건 가방 브랜드 ‘페리토(PERITO)’가 ‘동물의 희생 없이 아름답고 좋은 가방을 만든다’는 취지로 선보인 ‘블레드 깃털백’으로 벌써 품절상태다. 현재 예약 주문만 가능하다.영부인이 해외 출장때 국내 기업이 만든 가방을 들고 나가 우수한 품질과 디자인을 널리 알린 것은 좋은 내조로 읽힌다. 영부인의 소소한 배려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해도 좋을 듯 싶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1-08

백스(Vax)

영국의 옥스퍼드 사전을 편찬하는 옥스퍼드 랭귀지가 백신의 줄임말인 백스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사전편찬 대표는 “매우 파급효과가 컸기 때문”이라고 선정 배경을 언급했다.옥스퍼드 랭귀지는 영어권 세계뉴스에서 수집한 145억개의 단어를 훑어 그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분위기를 잘 대변한 단어를 골라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다. 과거에는 셀피(셀카 사진), 베이프(전자 담배를 피우다) 등이 선정된 바 있다.올 10월 말 기준 지구상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이 500만명을 넘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를 감안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고도 한다. 중국 우한에서 첫 사망자가 나온지 1년 10개월만의 수치다. 국가별 누적 사망자는 미국이 76만명으로 가장 많고 브라질 60만명, 인도 45만명의 순이다.팬데믹은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인류 역사상 팬데믹에 속하는 질병은 14세기 중세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과 1918년 5천만명 이상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 그리고 1968년 100만명을 희생시킨 홍콩독감 등이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1948년 설립한 이래 세 차례 팬데믹을 선언했는데, 홍콩독감과 신종플루, 코로나19다.코로나 바이러스로 500만명의 인류가 사망한 것은 매우 놀라운 사건이다. 미국 LA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거대한 도시 하나가 통째로 소멸한 것과 같다.그러나 코로나19는 아이러니하게도 부유한 나라에 더 많은 타격을 준 질병이라는 점에서 색다른 여운도 남기고 있다. 옥스퍼드 랭귀지가 선정한 짧고 강렬한 이미지의 백스는 후대에는 수많은 인류의 희생을 초래한 악명 높은 질병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1-07

에펠탑 효과

‘에펠탑 효과’를 ‘호감도 효과’라고도 부른다. 처음에는 싫어하거나 무관심했지만 대상에 대한 반복 노출이 거듭될수록 호감도가 증가하는 현상을 말할 때 쓰는 표현이다. 우리 말의 “자주 보면 정들고 정들면 좋아진다”는 말과 뜻이 비슷하다.에펠탑에 이런 의미가 붙여진 사연은 이렇다. 1889년 프랑스 대혁명 100주년을 맞아 파리만국박람회가 열리면서 건립한 에펠탑이 당시에는 파리의 많은 예술가와 시민의 반대에 부딪혔다. 고풍스러운 고딕 건물로 이루어진 도시에 무게 7천t, 높이 320m나 되는 철골구조물은 천박한 인상을 준다는 생각 때문이다.당초 20년만 유지키로 했던 에펠탑은 1909년 해체 위기를 맞으나 무선전신 전화의 안테나로 이용되면서 철거 위기를 넘기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파리의 명물로 등장한다. 지금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상징이자 시민의 자랑거리다.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반복적 노출이 만들어낸 최상의 호감도를 이끈 사례다. 잡음을 일으켜 구설수에 오르게 하는 노이즈 마케팅도 에펠탑 효과의 일종이다.호감이 간다는 말은 어떤 대상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는 마음인데 정치인에게는 유권자의 호감도가 매우 중요하다. 인상이나 말씨와 느낌 등으로 유권자의 표심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내년 3월 대선은 특이하게 여야 유력 후보 모두가 비호감도가 높은 인물이어서 걱정을 하는 이가 많다. 한 여론조사에서 유력 후보들의 비호감도가 60% 선을 오갔다고 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를 “국민들께서 한마디로 실망스럽다고 하신다”라는 말로 표현했다. 동감이 가는 말이다.4개월 정도 남은 대선까지 여야 후보의 비호감도가 에펠탑 효과처럼 호감형으로 바뀔 수 있을지 궁금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