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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송구영신(送舊迎新)

올해도 이제 달랑 하루 남았다. 올 한해도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는 말로 정리하는 것이 역시 옳을 것 같다. 2년째 이어져 온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 사태로 모든 일상의 흐름이 비정상으로 흘러갔다. 처음 겪는 팬데믹으로 우리 사회는 혼란과 갈등으로 점철됐다. 정치와 경제 역시 정상적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사회 혼란에 일조한 한해였다.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묘서동처(猫鼠同處)를 선정했다.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된 것을 비유한 고사성어다. 혼란과 모순으로 점철된 우리사회의 모습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한 정치인은 “도처에 도둑만 들끓는 서글픈 나라가 된 것 같다”고도 말했다.교수회는 지난해는 내로남불을 한문으로 옮긴 아시타비(我是他非)를 그해 사자성어로 선정한 바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자가당착적 우리사회의 행동양식을 비판한 것이다.송구영신은 “옛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는다”는 뜻이다. 새해를 맞아 흔히 인사말로 잘 쓰는 용어지만 이 속에 담긴 뜻은 한해를 반성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자는 것이다.내일이면 새해를 맞는다. 지금 이 시간 우리는 무엇을 보내고 무엇을 맞으면 좋을까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 중 올해에 청산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빨리 청산하자. 그것이 묘서동처나 아시타비라도 좋다.새해가 되면 사람들이 소망하는 사자성어가 소개된다. 올 연초 사람들이 가장 선호했던 사자성어는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고진감래(苦盡甘來)였다. 이전 해는 만사형통이 가장 많았다. 새롭게 다가올 2022년 임인년에 우리가 맞이할 희망의 글자를 그려보자. 만사형통도 좋고 운수대통도 좋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2-30

명품 계급도

명품에도 계급이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있는 명품 쇼핑 플랫폼 ‘트렌비’가 명품 계급도를 공개해 화제다. 명품 쇼핑 플랫폼 ‘트렌비’가 공개한 명품계급도에 따르면 ‘명품 중의 명품’이자 최상위 랭킹인 ‘엑스트라 하이 엔드’ 레벨 명품은 바로 에르메스다.최근 배우 고현정이 JTBC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에서 연기 도중 에르메스의 켈리백을 패대기쳐 화제를 모았다. 에르메스 켈리백은 1천500만 원에 달하는 에르메스의 시그니처 백으로 유명 연예인도 협찬을 받기 어려운 가방이다. 에르메스는 돈이 있어도 사지 못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특히 켈리백은 에르메스의 다른 제품을 구매해 실적을 쌓은 뒤 몇 년을 더 대기한 후에야 구매 기회가 주어진다. 일부 고객은 켈리백과 버킨백을 구매하기 위해 1억원에 달하는 웃돈을 얹어 주문 대기를 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에르메스는 독일 태생의 창업자 티에리 에르메스가 1837년 프랑스 파리에 고급 마구 제조 공방을 개업함으로써 탄생했다. 에르메스는 탄생 이후 줄곧 독립 브랜드를 지켜왔으며, 루이비통 그룹이 에르메스를 인수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에르메스 제품의 특징은 한 명의 장인이 하나의 가방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하며, 가방 하나가 만들어지는 데 15~20시간 정도가 소요된다.에르메스의 바로 밑인 ‘하이엔드’ 레벨에는 글로벌 대표 3대 명품 브랜드로 꼽히는 샤넬, 루이비통, 고야드가 꼽혔다. 프레스티지 레벨에는 디오르, 펜디, 보테가 베네타, 셀린느가 올랐고, 프리미엄 레벨에 프라다, 구찌, 생로랑, 버버리 등이 포함됐다. 명품 계급도에서 국산브랜드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게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2-29

골고루 잘 사는 나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제는 지역마다 골고루 발전시켜 국민 모두가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일이다. 정부는 2003년 대통령자문기관으로 국가균형발전 위원회를 설립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골고루 잘사는 사회건설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2009년에는 또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만들어 지역 간 연대 및 협력증진을 통해 지역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더한층 힘을 쏟겠다고도 했다.하지만 실제 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성과로 이어졌느냐 하는 데는 의문이 많다. 정부의 균형발전이라는 정책 의지와는 달리 그동안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가 더 많이 쏠려 작년 기점으로 국가 전체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 1천대 기업의 본사 74%가 수도권에 밀집하는가 하면 고교를 졸업한 지방의 학생이 서울 소재 대학으로 몰리는 바람에 지방의 대학들은 정원미달로 고사 상태다.앞으로 30년 내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지방에 소재한 90개 가까운 시군구가 소멸할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인구소멸 위기와 노령화로 지방의 다수 도시들은 빠져나가는 젊은이들을 붙잡기 위해 안갖 힘을 쏟으나 늘 허탕이다.정치와 경제, 교육, 문화가 집중된 수도권은 과밀화로 인한 부작용으로 집값이 폭등하고 교통난 때문에 주민들은 늘 불평이다. 중소도시마다 난맥상에 빠져있다.여야 대선후보들이 지방을 순회하며 국토균형발전을 공약(公約)으로 제시했다. “지방과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이야말로 국가의 생존전략”이며 “지속 가능한 균형발전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선거 때마다 되뇌는 후보들의 약속이 공약(空約)으로 남는 일 이제 더이상 없어야 한다. 국민 모두가 잘사는 나라가 꿈이 아니길 바란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2-28

‘설강화’ 논란

JTBC 드라마 ‘설강화’를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이 뜨겁다. ‘설강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남한의 군부정권은 정치적 기득권을 연장하기 위해 그토록 적대시하던 북한의 수뇌부와 은밀하게 접촉한다. 남한의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간첩이 남파된다. 아버지가 안기부의 수장인 여대생은 안기부 요원에게 쫓겨 여대생 기숙사로 숨어든 남파 간첩을 만난다. 여대생은 학생운동을 하다 강제 징집당한 오빠 생각에 그를 숨겨주며 비극적 사랑의 주인공이 된다.1987년은 군부독재타도를 외치며 수많은 희생을 치른 끝에 마침내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해이다. 하지만 결과는 허망했다. 유권자들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대학가에 침투한 용공 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군부정권의 주장에 현혹돼 12·12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의 동료 노태우를 대통령으로 뽑았기 때문이다.설강화 논란의 핵심은 여대생이 남파 간첩을 운동권 학생으로 오해해 도와준다는 극적 상황설정이다. 이는 군부정권에 의해 조작된 용공 사건을 사실로 왜곡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한편으로는 ‘설강화’가 민주화 운동을 훼손하거나 안기부를 미화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오히려 1987년 대선 국면에서 정치 권력과 안기부의 공작 정치를 비판적으로 그려낸다는 지적이다.대통령 앞에서 정치 실세들이 칼로 손가락을 베어 흘린 피를 술잔에 담아 마시거나 안기부장과 여당의 사무총장이 중국에서 북한 고위급 인사와 비밀회담을 하면서 대가로 1억 달러를 제공하는 장면을 통해서 북풍을 대선에 이용하려는 권력의 거짓과 음모를 폭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왜곡이냐, 창작의 자유냐. 진실은 하나지만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각인각색이다. 그게 민주주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2-27

넥타이의 퇴조

정장을 자주 입는 남성이면 누구나 자신이 가진 넥타이 중 한두 개 정도는 뜻깊은 추억거리가 있다. 사랑하는 여인으로부터 받은 선물이거나 승진 기념 혹은 생일 등 특별한 날에 받은 넥타이가 바로 그것이다. 넥타이는 남성 패션의 시작이자 완성이라 할 만큼 남성을 상징하는 대표적 패션이다. 그래서 남성에게 주는 선물로는 넥타이가 제격이다.정치인에게 넥타이는 자신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좋은 정치 도구가 되기도 한다. 빨간색은 열정적 이미지를 나타내고 싶을 때, 오렌지색은 감성적 표현을 하고자 할 때, 파란색은 평화로운 이미지를 전달할 때 맨다고 한다. 매우 공격적이었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빨간색 넥타이를 즐겨 맺다. 중국의 시진핑이 자주 매는 자주색은 강력한 중국을 상징한다고 한다.2016년 신사의 나라 영국의 하원은 오랜 전통을 깨고 의원에게 노타이를 허용했다. 시대 흐름을 반영하는 결정이기도 하지만 권위와 격식의 문화를 벗어 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언제부턴가 직장인 사이에서도 노타이 차림의 캐주얼 복장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한 패션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2000년대 초반 70%에 가깝던 출근시간대 정장차림이 10년 후에는 30%로 줄었다고 한다. 자유분방함을 추구하는 시대적 흐름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정부 공식행사에서도 노타이 차림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는 분위기다.최근 통계청이 넥타이를 소비자물가지수 조사 대상품목에서 제외했다. 소비가 줄어든 시대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 했다. 17세기 크로아티아 군인 복장에서 유래해 남성패션의 독보적 자리를 차지했던 넥타이가 퇴조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서운함을 느낄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2-26

우울한 크리스마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처음 발견된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보다 가벼운 증상을 유발한다는 현지 의료진의 의견이 알려지면서 한때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을 뜻하는 낭보로 전해지기도 했다. 덜 치명적 방식으로 진화해 감기처럼 가볍게 자나갈 수 있어 올 크리스마스의 선물이 될 거라는 낙관론이었다.그러나 실제는 기존의 변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감염되기 시작해 지금은 세계 89개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발견되고 있다. 영국 등 유럽에서는 오미크론의 변이가 우세종으로 바뀌면서 각종 상점들이 셧다운에 들어가고 있다.내일이면 크리스마스 날인데 크리스마스 시즌 분위기가 암울하다. 크리스마스 캐럴송이 울려 퍼지고 선물 준비로 한창 붐빌 도심거리는 한산하기 짝이 없다. 연말 대목을 잔뜩 기대했던 상인들은 강화된 방역조치로 줄어든 손님에 그저 한숨만 내쉰다. 대목 장사를 망친 상인들에게 크리스마스가 오히려 거추장스러워진 것은 아닐까 걱정이다.보통의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백신을 접종하고 가족과 함께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맞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 벌써 2년째 ‘집콕’ 크리스마스를 맞아야 하니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크리스마스는 기독교에서 예수 크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다. 부활절 다음으로 가장 큰 기념일로 옛날에는 성탄절을 한 해의 시작으로 여기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1949년 정부수립 후 이날을 최초로 공휴일로 지정했다. 70년 이상 공휴일로 지내온 날이다. 종교적 의미를 떠나 이날은 시민에게는 그해 마지막 공휴일로서 송년의 아쉬움도 달래고 크리스마스 선물도 주고받는 미담이 넘치는 날이다. 하얀 눈이 내려 더 아름다워야 할 크리스마스 휴일을 올해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망쳐놓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2-23

리플리 증후군

리플리 증후군은 현실 세계를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만을 진실로 믿으며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일삼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말한다. 거짓이 탄로 날까 봐 불안해하는 단순 거짓말쟁이와 달리, 리플리 증후군을 보이는 사람은 자신이 한 거짓말을 완전한 진실로 믿는다.리플리 증후군의 이름은 미국의 작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1955년에 쓴 범죄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의 주인공 ‘리플리’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반항아적 기질의 주인공 톰 리플리는 친구이자 재벌의 아들인 디키 그린리프를 죽인 뒤, 대담한 거짓말과 행동으로 그린리프의 인생을 가로챈다. 즉, 톰 리플리가 아닌 디키 그린리프의 삶을 살아간 것이다. 그러나 그린리프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그의 연극은 막을 내린다.실제 현실에서도 리플리 증후군의 사례는 다양하다. 지난 2007년 동국대 교수 임용 및 광주 비엔날레 총감독 선임 과정에서 예일대 박사학위와 학력을 위조한 S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이 사건을 ‘재능 있는 리플리 씨’에 빗대어 ‘재능 있는 S씨’로 표현하면서 리플리 증후군이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지난 2014년에는 SBS의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2008년부터 6년 동안 48개의 유명 대학교를 전전하며 신입생 행세를 한 학생의 사연을 추적 보도하기도 했다.리플리 증후군이 위험한 것은 욕구 불만족과 열등감에 시달리는 사람이 본인의 상습적인 거짓말을 진실인 것으로 믿게 되면서 단순한 거짓말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신조어는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후보의 부인의 학력과 경력에 대해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공격하면서 다시 소환되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2-22

30대 장관

핀란드 산나 마린 총리는 1985년생이다. 34세이던 2019년 총리에 취임했다. 그녀는 파격적 내각 구성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19명의 장관 중 12명을 여성으로 임명했다. 그 중 마린 총리를 포함해 4명이 30대 여성이다. 마린 총리 내각은 작년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잘 관리해 국민의 70% 지지를 얻었다.세계적으로 30∼40대 지도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은 만 39살의 나이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뉴질랜드 저신더 아던도 2017년 37살 나이에 총리로 임명된 여성 지도자다. 벨기에 샤를 미셸 총리도 38살에 총리가 됐으며 오스트리아 제바스틴 쿠르츠 총리는 35살의 현직 총리다.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은 47살에 대통령이 됐고, 영국의 캐머린 전 총리는 43살에 총리에 취임했다.정치 지도자의 연령층이 낮아지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특히 지구촌 곳곳에서의 30대 국가 지도자 탄생은 눈여겨볼 만한 현상이다. 젊은 지도자 등장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대체적으로 기성정치에 대한 실망이라는 것이 보편적 분석이다. 국내서도 지난 6월 국민의 힘 당 대표 선출에서 36세의 이준석 후보가 뽑혀 돌풍을 일으켰다. 이 대표의 당선은 세대교체 이상의 의미를 담아 우리 정치사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후보가 집권 후 청년인사 중용 방침을 밝히고 있다. 차기 내각 구성에 30대 장관 인선도 말했다. 젊은 층의 장관 등용은 여러 면에서 고려할 부분이다. 디지털화 시대에도 바람직한 선택이며 기성정치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부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기도 하다.국회의원과 장관의 평균 연령이 50∼60대에 머물고 있는 한국정치 현실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란 면에서 기대감도 있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2-21

무형문화재 ‘갯벌 어로’

갯벌어로가 무형문화재로 선정돼 화제다. 문화재청은 갯벌어로를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고 20일 밝혔다. 무형문화재는 형태로 헤아릴 수 없는 문화적인 소산으로서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형체가 없기 때문에 그 기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지정 대상이 된다.예를 들어 인류의 정신적인 창조와 보존해야 할 음악·무용·연극·공예기술 및 놀이 등 물질적으로 정지시켜 보존할 수 없는 문화재 전반을 가리킨다. 이번 무형문화재 지정 범위는 맨손이나 손 도구를 활용해 갯벌에서 조개류·연체류 등을 채취하는 어로 방식인 갯벌어로를 비롯해 관련 전통지식, 공동체 조직문화(어촌계)와 의례·의식 등을 모두 포함한다. 한반도 서해안과 남해안 갯벌을 무대로 어민들이 일군 전통 어로 방식이다.갯벌어로는 오랜 기간 갯벌이 펼쳐진 한반도 서·남해안 전역에서 전승되며, 조선 시대 고문헌에서 갯벌에서 채취한 해산물을 공납한 기록이 확인돼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문화재청은 갯벌어로에 쓰이는 도구나 방식이 지질이나 지역에 따라 달라 그 기술의 다양성이 학술연구 자료로서 가치와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특히 갯벌어로는 지난 9월 한국관광공사에서 제작한 광고영상에서 민요 옹헤야를 배경 음악으로 바지락을 따러 가는 어민들의 경운기 여러대가 갯벌을 달리는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 20일 오후 기준 영상을 본 시청자 수는 3천471만명을 넘었다.어로 방식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사례는 이번이 두번째다. 문화재청은 지난 2019년 한국 어촌문화와 생업의 근간인 어살(漁箭)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한 바 있다. 인류가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문화로 자리잡기까지의 오랜 염원이 어느덧 무형문화재로 자리매김해가는 듯 싶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2-20

백신 독점주의

19세기말 네덜란드 한 식물학자가 큰달맞이꽃에서 별종의 돌연변이를 발견하면서 이 분야의 연구는 지속 발전되어 왔다. 과학자들은 돌연변이는 생명의 연속성을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라 말한다. 지구상의 진화하는 모든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는 자기 변이를 시도한다는 뜻이다.사막에 사는 검은쥐가 흰쥐로 바뀌게 된 것도 큰 새에 잡혀 먹히지 않기 위한 자연적 변이 현상이다. 환경에 잘 적응하는 생물은 번식을 유지하고 그렇지 못한 개체는 도태하기 마련이다.미세한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백신이란 물질에 살아남기 위해 변이를 거듭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달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오스만 박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변이는 예상치 못한 일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백신이 불평등하게 공유되는 한 더 많은 변이가 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코로나 백신이 주요 국가에게만 집중되는 백신 독점주의가 코로나 바이러스 종식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다. 그럼에도 지구촌은 여전히 코로나 백신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유지하고 있는 모순에 빠져 있다.주요 20개국이 89%의 백신을 독점하고 있으며 오미크론 등장으로 부스터샷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선진국의 백신 독점은 더 심화할 것 같다는 전망이다. 오미크론이 처음 발견된 보츠와나와 남아공의 백신 접종률은 20% 안팎이다. 나이지리아나 에티오피아 등은 아직 1%대에 머물고 있다.빈곤국의 백신 대란을 방치하고는 코로나 대유행을 잡을 수 없다는 전문가의 지적에는 지구촌 공존의 의미가 담겨 있다. 옆집 불을 꺼야 우리 집 불도 막을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우리 모두가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2-19

대구 동성로

대구 동성로는 누가 뭐래도 대구 제1의 번화가다. 하루 20만명 이상 방문객이 찾는 이곳은 백화점, 쇼핑센터, 패션타운, 호텔, 술집, 카페 등 없는 것이 없을 만큼 다양한 업소들이 밀집해 있다.대구의 핫플레이스이면서 맛집들도 즐비하다. 한때 대구시민이 시내(다운타운)로 간다고 하면 모두가 동성로를 가리켰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대구백화점 앞은 대구시민의 대표적 약속 장소다.대구에는 1907년 대구읍성의 동쪽 성벽을 허물면서 동성로와 서성로, 남성로, 북성로 등이 만들어졌고 그때 조성한 동성로 길(0.92km)이 동성로의 시발점이다. 세월이 흘러 상권이 줄곧 확대되고 동성로 영역도 더 커졌다.다른 도시들이 구도심과 신도심으로 발전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대구는 동성로를 중심으로 상권이 확장됐다. 내륙도시 특성 때문에 도시 중심에서 방사형 형태로 상권이 뻗어났다고 한다. 현재는 반월당역을 중심으로 대구역 인근과 공평동까지를 포함하는 거대 상권을 동성로라 한다.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이 곳 월 방문객은 600만 명이다. 대구 대표 여행길인 근대골목투어 길과 김광석 거리와 어울려지면서 대구 동성로 상권은 이제 전국 어디에도 손색없는 번화가로 성장했다.한국부동산원 자료에 의하면 최근 대구 동성로의 공실률이 22.5%에 이르렀다. 전국 평균 10.9%보다 크게 높다. 대구 대표 상권의 쇠퇴 징조다.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 관광특구 지정까지 안될까봐 관계기관도 조바심이라는 소식이다.동성로 상권 위축에는 코로나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동성로 상권 쇠퇴에 대한 특단 대책이 필요하다. 대구시민에게는 적지 않은 충격적 소식이기 때문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2-16

바퀴 달린 냉장고의 약진

한때 ‘바퀴 달린 냉장고’라는 혹평을 듣던 국산 자동차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세계적 권위의 자동차 시상식에서 잇달아‘올해의 차’로 선정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올해 자동차 선진 시장인 북미와 유럽의 주요 자동차 시상식 10곳 중 6곳에서 최고상을 받았다고 15일 밝혔다. 최고상 없이 부문별로만 발표하는 왓카와 카앤드라이버를 제외하면 8개 시상식에서 6개를 받아 사실상 올해 주요 자동차 어워즈를 휩쓴 셈이다.현대차그룹은 각 국가 및 지역 자동차 전문가로 구성된 단체가 평가하는 북미·유럽·세계·캐나다·독일 등 5개 시상식에서만 3관왕을 차지했다. 엘란트라는 북미 올해의 차, GV80은 캐나다 올해의 유틸리티, 아이오닉5는 독일 올해의 차를 수상했다. 자동차 전문 매체가 발표하는 시상식에서도 마찬가지다. 왓카·카앤드라이버·탑기어·모터트랜드·오토익스프레스 5개 시상식에서 현대차그룹은 모터트랜드 올해의 SUV(GV70), 탑기어 올해의 차(i20 N), 오토익스프레스 올해의 차(아이오닉5) 등으로 3번의 최고상을 차지했다. 폭스바겐, 토요타 등 세계적인 완성차 회사들을 압도한다. 특히 의미있는 것은 영국의 자동차 전문매체‘탑기어’의 평가다. 탑기어가 지난 2004년 현대차를‘바퀴 달린 냉장고 또는 세탁기’에 빗대 조롱하며 “영혼과 열정이 없다”고 비난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그후 17년이 지난 올해 탑기어는 현대차의 유럽 전용 소형 해치백‘i20n’을 올해의 차로 선정하며 “경주 트랙이나 일반 도로 어디서든 안정적이고 재밌는 주행능력을 선보였다”고 칭찬했다. K-자동차가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 왠지 가슴 뿌듯해진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2-15

이전투구(泥田鬪狗)

정도전은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는 격동기에 등장한 정치가이자 사상가였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때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조선왕조가 세워지자 본격 활약을 시작한다. 수도를 개경에서 한양으로 천도하는 과정을 비롯해 현재 경복궁과 도성 자리를 정하고 이름도 그가 지었다.하루는 태조가 개국공신인 정도전을 불러 우리나라 팔도사람의 특징을 네 글자로 표현해 볼 것을 명한다. 이때 이전투구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하게 되는데, 그는 함경도 사람을 이전투구에 비유했다. 진흙탕 속에서 싸우는 개처럼 강하다는 뜻이다. 함경도 출신인 태조가 그의 말을 듣고 언짢은 듯 표정을 짓자 그는 “돌밭을 가는 소와 같다.”라는 뜻의 석전경우(石田耕牛)처럼 함경도 사람은 우직한 성품을 가졌다는 말로 바꾸어 설명했다고 한다.참고로 그가 지역별 사람의 특징을 평가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경기도 사람은 거울에 비친 미인(鏡中美人)으로, 충청도 사람은 맑은 바람과 밝은 달(春風明月)과 같고 전라도는 부드럽고 양반의 품성(風前細柳), 경상도 사람은 대나무 같은 곧은 절개(松竹大節), 강원도는 바위 아래 있는 늙은 부처(岩下老佛)라는 네 글자로 표현했다.이전투구는 원래 함경도 사람의 강인한 성격을 평하는 말로 사용됐으나 지금은 볼썽사납게 서로 헐뜯거나 다투는 것을 비유할 때 쓰이는 뜻으로 변형이 됐다.교수들이 뽑은 올해 한국사회를 표현한 사자성어 가운데 이전투구가 세 번째로 많은 표를 얻었다. 코로나나 부동산가격 폭등으로 힘들어하는 국민은 안중에 없이 권력 다툼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의 행태가 마치 이전투구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의미다. 우리의 정치 대오각성이 있어야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2-14

메타패션

패션과 메타버스·NFT의 융합이 가속화하면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아 입을 수 없지만 디지털세계에 존재하는 ‘메타패션(meta fashion)’이 글로벌 트렌드가 되고 있다.대표적인 사례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는 지난 9월 크리스털, 금, 은 등으로 화려하게 디자인한 드레스, 재킷, 왕관 등 디지털 세계에만 존재하는 ‘가상 패션 NFT(대체불가능토큰)’ 아홉 작품을 경매에 부쳐 총 560만달러에 팔았다. 디지털 패션 스타트업 RTFKT는 지난 2월 디지털 아티스트 푸오셔스와 손잡고 600종의 가상 스니커즈 NFT를 판매 7분 만에 완판해 310만달러를 벌어들였다.이같은 추세는 메타패션을 주도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SNS, 메타버스 속의 나’를 현실의 나만큼이나 중요한 자아로 여기는 데다 NFT화된 디지털 패션이 투자 수익까지 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인 돌체앤가바나, 구찌, 휴고보스 등도 디지털 의류와 신발 등을 선보였다. 구찌는 지난 10월 ‘구찌 스니커 개러지’라는 스마트폰 앱을 출시했고, 가상 신발을 구매한 뒤 스마트폰 카메라로 발을 비추면 증강현실(AR) 기술로 ‘가상 피팅’이 가능하다.아바타만 입을 수 있는 디지털 드레스도 인기다. 국내에서도 디지털 패션 스타트업 오브오티디(OFOTD)가 가수 이효리가 최근 열린 ‘2021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에서 입은 드레스와 재킷을 디지털 옷으로 만들어 판매할 계획을 밝혔다. 대다수 디지털 패션은 NFT로 제작된다. NFT는 디지털 콘텐츠에 고유한 인식값을 부여해 소유권을 확실히 하고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 메타패션의 눈부신 진화가 어디까지 나아갈지 궁금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2-13

커피 공화국

올해 발표된 여러 통계 중 눈에 띄는 게 하나 있다. 커피전문점 증가다. 동네 곳곳에서 마주치는 커피점을 볼 때마다 많이 늘었을 것으로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 많을까 싶다.올 11월까지 전국에 커피점은 1만4천800개가 늘었다. 작년 한해 1만4천개 기록을 벌써 넘었다. 이 추세라면 연말까지 1만6천개의 커피점이 더 생길 것 같다고 한다. 꼽아보니 하루 44개 커피점이 새로 생겨나고 있는 꼴이다.커피는 19세기 말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와 일부 상류층 중심으로 번지기 시작한 음료다. 조선의 마지막 왕 고종황제는 커피 애호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당시는 커피를 가배, 가비라 불렀고 서양에서 들어온 탕이라 하여 양탕(洋湯)이라고도 불렀다.본격적으로 커피가 대중화된 시기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미군이 주둔하면서부터다. 이제 우리나라는 커피 소비 세계 3위 국까지 올라섰다. 전세계인이 즐겨 찾는 기호품이라고 하지만 한국인의 커피 사랑만큼 특별한 나라도 없을 것 같다. 미국에서 시작한 스타벅스가 한국에 온 지 22년만에 1천300개 점포를 확장했고, 작년기준 매출액이 1조9천억원이라 한다.스타벅스 말고도 글로벌 브랜드들이 호시탐탐 한국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한국인 한 사람이 커피점에서 쓰는 비용이 연간 11만8천원 정도 된다고 하니 눈독 들일만 한 시장이다. 한때 커피는 유해론도 있었으나 지금은 적당한 섭취는 스트레스 해소 등 건강에 오히려 좋다는 설이 더 많다.한국인이 한끼 식사값과 맞먹는 커피를 즐겨 찾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한 분석은 없다. 그러나 커피 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커피는 한국인의 대중속으로 스며들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2-09

디지털 장의사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면서 디지털 장의사란 새로운 직업이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디지털 기록을 지우는 작업을 통해 원치 않는 정보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을 주는 비즈니스다.불법 촬영물과 비동의 유포(보복성 음란물), 사적인 이미지와 정보 유출 그리고 오래전 남긴 SNS 게시물이나 댓글 등 원치 않는 디지털 기록을 삭제한다. 숨기고 싶은 SNS 게시글이나 ‘흑역사’ 사진, 비방글, 악성 댓글, 욕설과 고객 문의 게시판에 남긴 개인정보 등도 포함된다.우리나라에는 2020년말 기준 디지털 장의사 업체 20여 개가 활동하고 있다. 작업 과정은 일단 의뢰인과의 상담 후 빅데이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의뢰인의 데이터를 수집해 긍정적인 게시물과 부정적인 게시물로 분류하고, 악성 내용과 허위사실을 파악한다. 이 내용을 의뢰인과 공유해 삭제 요청 여부를 논의하고, 위임장을 받아 각 사이트에 기록 삭제 요청을 진행한다. 삭제가 완료된 후에는 1년간 모니터링한다.디지털 장의사는 공간 임대나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지 않아 1인 창업으로 시작하기에 알맞고, 나이와 성별, 경력이 요구되지 않는 직업이다. 대신 하루에 100개가 넘는 게시물을 읽으며 삭제 여부를 판단하고, 말의 뉘앙스에 따라 비판인지 비방인지 판단을 내려야 하므로 높은 분석력이 요구된다.현재 국내 디지털 장의사 자격증은 국가 공인이 아닌 민간자격증으로, 한국직업능률개발원, 한국디지털평판관리협회 등에서 발급하는 디지털 장의사 자격증이 있다. 의뢰인당 30만원부터 많게는 200만원 정도를 받으며, 업체당 연간 의뢰 문의만 해도 수천 건에 이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유망 직업이란 말이 실감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2-08

울릉도 뱃길

고려말 왜구의 침입으로 무인도가 되었던 울릉도는 조선초 이래로 육지에서 사람이 건너가 살기 시작했다. 자료에 의하면 1911년 울릉도의 인구는 8천73명(1천414가구) 정도였다고 한다.울릉주민의 가장 큰 숙원은 육지를 오가는 뱃길 확보다. 해방 전까지 일본 화물선을 이용해 육지를 오가기도 했으나 그나마 기회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웠다. 섬주민의 육지 나들이는 꿈같은 이야기다. ‘동해 절해고도 울릉도’라는 표현이 딱 맞는 말이다.해방후 대한해운공사의 여객선이 부산∼울릉도를 운행하기 시작했지만 한국전쟁 발발로 중단됐다. 전쟁 이후 150t 화객선 금파호가 취항, 부산∼포항∼울릉을 월 3∼4회 운항한 것이 정기선 운항의 시초다.1963년에는 380t급 철선 청룡호가 정기운항 했으나 울릉과 포항간 운항시간이 12시간이나 소요됐다. 기상에 따라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1977년 도동항의 접안시설이 완공되면서 여객선 한일1호 등이 투입되고 운항시간은 6시간대로 줄었다. 일일생활권이란 말이 이때 처음 나왔다.이후 카페리호의 취항으로 울릉∼포항간 3시간대 주파가 가능해지고 관광 성수기에는 하루 두차례 왕복운항도 가능했다. 새로운 울릉도 관광시대가 열렸던 것이다.지난 9월 울릉크루즈 ‘신독도 진주호’ 취항 이후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이 급격히 늘었다는 소식이다. 11월 중 울릉도를 찾은 관광객만 2만3천여명으로 울릉군이 관광객을 집계한 이후 가장 많다고 한다. 1만9천t급, 승객 정원 1천200명의 역대급 크루즈 여객선 취항 덕분이라 한다. 이철우 지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울릉도가 이제 육지가 됐다”고 언급했다. 2025년 비행장 완공을 앞둔 울릉도의 변신이 기대된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2-07

공정경제의 모범 ‘상생결제’

공정경제의 모범사례로 ‘상생결제’가 주목받고 있다. 상생결제는 협력업체가 결제일에 현금지금을 보장받고, 결제일 전에도 대기업 등이 지급한 외상매출채권을 대기업의 신용으로 은행에서 현금화할 수 있는 결제 제도를 말한다.연쇄 부도의 위험이 높은 어음 결제 대신 중소기업의 사업 안정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기업들이 흔히 사용하는 어음의 경우 상환청구권으로 어음 부도 시 연쇄 부도 위험에 처할 수 있고, 결제일 장기화로 자금난을 초래할 수 있다. 반면 상생결제는 납품대금이 상생결제 예치계좌에 보관됐다가 하위 거래기업에 직접 지급되기 때문에 원청업체가 부도나도 압류 및 가압류를 할 수 없어 연쇄 부도 위험이 높은 어음보다 안전한 결제수단이다.또 만기일 전 대기업 신용의 저금리 할인으로 금융 비용이 절감된다. 이 제도는 지난 2018년 9월 21일부터 시행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일명 ‘상생협력법’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 올해 상생결제 확산 모범사례로는 LG전자가 선정됐다. LG전자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고용노동부 등 5개 관계부처가 정부서울청사 별관서 개최한 ‘공정경제 성과 보고대회’에서 상생결제를 공정경제 모범사례로 발표했다. LG전자는 지난 해 1차 협력사에 상생결제 방식으로 7조1484억원의 대금을 지급했으며, 이 중 5천314억원이 2차 협력사에 지급됐다. 상생결제를 통한 낙수율(대기업이 1차 협력사에 지급한 물품 대금이 2차 이하 협력사까지 전달되는 비율)이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7.4%를 기록했다.공정경제의 모범인 상생결제를 적용하는 대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더욱 늘려야 한다. 상생결제의 보편화가 공정경제의 첫걸음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2-06

기대 수명

슈퍼센티네리언(Supercentenarian)이란 110세 넘게 장수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세계적으로 300∼400명의 슈페센티네리안이 존재한다고 하나 정확한 조사는 없다.프랑스의 잔 루이스 칼망은 기네스북에 오른 현재까지 공식적인 최고 연장자다. 1875년에 태어나 1997년까지 122살을 생존한 유일한 여성이다. 1995년 그녀의 삶은 프랑스에서 다큐멘터리로 제작됐다.파리 에펠탑이 완공되기 14년 전에 태어났으며 빈센트 고흐(1853∼1890년)를 직접 본 인물로 화제가 됐다. 19세기말부터 20세기말까지 산 근현대사의 증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인간의 수명이 늘어난 것은 오래된 일은 아니다. 통계에 의하면 1800년의 인간 평균수명은 26세였다. 1900년 31세, 1950년 49세였으며 2000년에 들어 66세까지 높아졌다. 국가에 따라 평균수명은 조금 차이가 나나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사는 나라인 일본은 2000년에 81세를 기록했다.남자보다는 여성이 평균적으로 5세 정도 더 오래 사는 것으로 통계되고 있다. 2017년 세계보건기구는 2030년 태어나는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이 90.82살이라고 밝히면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고 발표했다.2020년 한국인의 생명표가 발표됐다. 생명표는 현재와 같은 사망 추세가 유지된다면 특정 나이의 사람이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를 짐작게 하는 나이 통계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세로 10년 사이 3년이상 늘었다. 작년 태어난 여자아이는 남자보다 6년 더 오래 사는 것으로 추정됐다. 대구는 82.9세, 경북 사람은 82.6세로 전국 평균 83.5살보다 낮았다. 100세 시대를 앞두고 있다. 인간의 기대수명 얼마나 더 늘까 궁금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2-05

집단면역의 실패

집단면역이란 집단 대부분이 감염병에 대한 면역성을 가졌을 때 감염병의 확산이 늦어지거나 멈추게 되면서 면역성이 없는 개인이 간접적 보호를 받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1930년대 많은 어린이가 홍역에 대한 면역성을 가지게 되는 과정이 과학자들에 의해 관찰되면서 집단면역의 효능이 입증됐다.1977년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된 천연두는 집단면역의 결과다. 18세기 유럽에서만 천연두로 인한 사망자가 한 해 40만 명에 달했다. 치사율 30%의 전염병이 집단면역 효과로 지구를 떠난 것이다.LA타임스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며 “전 인구의 70∼85%가 백신을 맞으면 집단면역이 형성돼 팬데믹의 종식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던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 보도했다. 세계 최초로 접종률 60%를 달성했던 이스라엘이나 유럽의 여러 나라들도 높은 접종률에도 불구, 코로나 신규 확진자 증가를 억누르지 못했다.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80%의 접종률을 유지하고 있으나 신규 확진자는 연일 최다치를 경신하고 있다. 중증환자와 사망자도 최대치로 증가하고 있다. 집단면역 형성으로 코로나19 종식을 학수고대했던 국민 모두의 꿈이 물거품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델타 변이에 의한 돌파감염 사례가 빈발한 가운데 최근에는 델타변이 보다 전파력이 훨씬 센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코로나 팬데믹 종식을 위한 집단면역이 무력화된 것 아니냐는 비관론도 나온다. 백신접종은 병세 악화를 막는 정도에 그쳤다는 것이다.미국의 전문가들도 집단면역 실패를 인정하는 분위기로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많지 않다”고 말을 아낀다고 한다. 온 국민이 고대했던 집단면역 날 새고 만 것일까. /우정구(논설위원)

2021-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