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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주객 전도된 경찰

“손님이 오히려 주인 행세를 한다”는 주객전도(主客顚倒)의 사례는 흔하게 볼 수 있다. 10원짜리 동전 주화 중 구리 함량이 많은 2006년 이전 발행 동전의 경우 액면가는 10원인데 발행 비용은 무려 40원이다. 주객이 전도됐다는 논란이 한동안 일었다.밥값 아끼고 비싼 커피 마시는 것이나 물건값보다 배송비가 더 많이 더는 경우 등등 우리 생활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객전도 현상이다. 비슷한 말로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뜻의 적반하장(賊反荷杖)이나 “배보다 배꼽이 크다” “방귀 뀐 놈이 성 낸다” “도둑이 도둑이야 한다”는 등의 속담이 있다.경찰 조직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권력 기관이다. 나라마다 국민의 재산과 안녕질서를 위해 경찰 형태의 제도를 오래전부터 만들어 사용해 왔다. 국가의 기강 유지를 위해서 경찰제도는 예나 지금이나 필수적이다.조선시대에는 포도청을 만들어 도둑을 잡고 사회질서를 바로잡았다. 포도청의 포도대장 직급은 지금의 차관급인 종2품으로 했다. 민생의 안전을 담당하는 업무의 중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 부르는 것은 서민생활 보호와 직결된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경찰이 복면을 쓰고 금은방을 털었다는 뉴스는 충격이다.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국민들 뇌리에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생각이 먼저 스쳐 간다. 적반하장이고 주객전도다.경찰 한 사람의 범죄라기보다 경찰 전체의 이미지에 먹칠한 나쁜 소식이다. 입양아 정인이 사건으로 경찰의 불신이 커진 데 덮친 소식이다. 민중의 지팡이로서 거듭날 경찰의 뼈 깎는 각오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1-10

출산 장려금

로마가 멸망한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학설이 있으나 그 가운데 인구감소도 한가지 요인으로 손꼽힌다. 로마제국 최초의 황제인 아우구스투스는 미혼여성에게 독신세를 물리고 공직 등용시에는 능력이 비슷하면 다자녀 가구에 우선권을 주는 등 적극적 출산장려책을 썼다고 한다.인구는 국력이라는 말이 있다. 한 국가가 외국의 의존없이 자국내 경제활동만으로 살아가려면 적어도 1억명 정도의 경제인구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인구 15억의 중국은 내수 경제로만 200년 이상 끄덕없이 버틸 수 있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인구 5천만명에 불과해 국제경기 변화에 민감하다. 인구수가 뒷받침되지 않아서 불황이 닥치면 국내경제 사정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인구수를 늘리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도 다급한 문제다.한국은 전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다. 187개국 중 187위다. 2020년 합계출산율이 0.8명이다. 가임여성 1명이 1명의 자녀도 낳지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작년 연말 기준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앞질러 인구의 자연감소도 본격화됐다.인구감소 충격이 밀어닥친 지방도시들이 새해 들면서 출산장려금을 앞다퉈 올리고 있다. 경남 창원시가 전국에서 가장 큰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내걸었다. 결혼한 부부가 1자녀를 낳으면 1억원에 대한 이자를 면제해 주고 2자녀면 원금의 30% 탕감, 3자녀는 전액 감면해주는 정책이다. 이밖에도 전국의 많은 도시들이 새해 들어 출산장려금을 대폭 올리는 출산정책을 잇따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출산장려금 지급이 출산율 증가로 이어질지 알 수 없으나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도시의 위기감이 표출된 정책이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아쉽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1-07

앱테크

앱테크는 애플리케이션과 재테크의 합성어로,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돈을 버는 새로운 재테크 풍조를 일컫는 용어다.앱을 통해 광고 시청, 특정 상품 관련 퀴즈 맞추기, 사이트 회원 가입, 앱 다운로드, 잠금화면에 팝업 광고가 뜨는 만보기를 설치하기 등의 행동을 통해 모바일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하거나 실제 자신의 계좌에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포인트를 모으는 재테크 방식이다.예컨대 앱 ‘캐시워크’ 팝업 광고를 보며 매일 1만 보를 걸으면 최대 100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앱을 활용하면 2달 후엔 약 6천캐시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구매하는 식이다. 스마트폰만 휴대하면 어디에서든 간편한 방법으로 재테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러 단체에 필요한 단순 반복적인 작업을 모바일로 해주고 노동의 댓가를 받는 미션형 앱도 존재한다.또 온라인 쇼핑몰이나 대형마트 그리고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입한 후 전자나 종이 영수증과 바코드를 등록해 포인트를 적립 받는 ‘캐시카우’앱도 인기다. 상품별로 각각 지급 포인트 금액과 한도가 달라 하루에 몇 건, 몇 포인트, 상품 몇 개를 포인트로 지급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구매일 포함 6일 이내의 영수증이면 앱에 등록할 수 있고, 5천포인트 이상 모으면 현금으로 바꿀수 있다. 앱테크가 인기를 끌면서 인터넷에는 각종 리워드앱의 특징과 포인트를 얻는 방법 등을 연구하는 카페동호회도 속속 생겼다.최근에는 주요 리워드앱의 특징 등을 소개하면서 이를 이용해 벌 수 있는 금액까지 알려준다. 앱테크는 기업입장에서 마케팅 수단이나 비지니스 모델로 유용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그저 일상생활 속에서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는 팁으로 사용하면 제격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1-06

복권의 꿈

일반적으로 복권은 경기가 나쁠 때 잘 팔리는 불황형 상품이라 한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일확천금의 요행을 바라는 심리가 잘 일어나기 때문이다.코로나19가 창궐한 지난해 상반기 국내 복권 판매액은 2조6천여억원으로 2005년 이래 최고 판매액을 기록했다고 한다. 코로나19 때문인지 이유는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 복권당첨을 희망으로 삼았던 사람이 꽤 많았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새해 첫날 영국에서는 유로밀리언 복권추첨에서 한화로 약 591억원의 돈벼락을 맞은 사람이 나왔다고 한다. 신년 운수가 정말로 대통한 사람이다. 일확천금을 얻어 단숨에 부자 행렬에 들어섰다.복권이 불황형 상품이라 부르는 배경에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적 현상인 상대적 박탈감을 이유로 보는 것이 보통의 견해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양극화 등이 이런 경우다.작년처럼 집값이 폭등하면 집이 없는 서민에겐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몇 달 사이에 수억씩 오르는 집값을 바라보면 일할 의욕조차 생기지 않는다. 요즘처럼 활황을 보이는 주식시장도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는 분야다. 하루 먹고살기에 바쁜 서민에겐 그림의 떡과 같은 존재인 주식을 해서 몇억씩 벌었다는 소문은 패배감과 무력감만 안겨줄 뿐이다. 그래서 그들에겐 복권이 유일한 희망일지 모른다. 당첨확률로 보면 거의 불가능하지만 그들에겐 희망의 등불이다.올 초 첫 로또복권 당첨자가 발표되고 13명의 1등 당첨자에게 19억원의 당첨금이 돌아간다고 한다. 해가 바뀌면서 복권당첨을 꿈꾸는 사람이 많아진 건 아닌지 모르겠다. 올해는 복권보다 경기가 확 풀려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대가가 돌아가는 세상이 되길 희망해 본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1-05

프로토콜 경제

프로토콜 경제(Protocol Economy)는 현재 대세가 되고 있는 우버나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경제에 대한 문제의식 속에 탄생한 경제 개념으로, 탈중앙화를 통해 여러 경제 주체를 연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 모델이다.독점자본주의에 대한 반(反)작용으로 수정자본주의가 나온 것과 같다. 플랫폼 경제는 폐쇄적인 프로토콜(약속)로 열심히 일한 플랫폼 근로자에겐 적은 댓가가 가게끔 설계됐고, 소수의 운영자에게만 부(富)를 몰아줬다. 하지만 프로토콜 경제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시장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일정한 규칙(프로토콜)을 만들어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경제로, 보안과 프로토콜 공유 문제를 해결했다.플랫폼 사업자가 정해놓은 규칙을 따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탈중앙화·탈독점화가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창업자는 막대한 부를 축적했지만 여기에 참여한 소상공인이나 배달원들의 소득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프로토콜 경제 시대에는 성장에 기여한 소상공인·배달원에게도 주식배분 등 합당한 경제적 보상이 이뤄질 수 있게됐다.프로토콜 경제는 블록체인 기반의 기술을 이용해 플랫폼에 모인 개체들이 합의를 한 뒤 일정한 규칙(프로토콜)을 만드는 등 참여자 모두에게 공정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참여형 경제체계를 구축하기 때문이다.우리나라에서 프로토콜 경제는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꼽히고 있는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이 지난 해 11월 블록체인 기업과의 간담회에서 처음 이슈로 꺼낸 이후 정부의 2021년 경제정책방향에도 과제로 담겼다.부의 분배를 위한 새로운 개념의 프로토콜 경제가 얼마나 뻗어나갈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1-04

황소처럼

옛날부터 소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다. 옥수수를 신의 작물이라고 하면 소는 신의 가축에 비견된다. 짐을 운반하거나 농사를 지을 때는 필수적으로 소의 힘을 빌린다. 고기나 젖은 식용으로 사용되고, 가죽과 뿔은 다른 용도로 이용한다. 오래전부터 소는 지역공동체의 공동재산이자 가장 값비싼 자산이었다.소는 덩치가 크면서 힘이 세고 일을 열심히 해 황소하면 일의 상징처럼 인식된다. “우직한 소가 만리 간다”는 우보만리(牛步萬里)는 묵묵히 일하는 사람을 뜻한다. 소의 성질은 보통 온순하나 한번 성질이 나면 아무도 못 말린다. 맹수인 호랑이도 앞뒤 안 가리고 들이받는다. 몹시 고집이 센 사람을 우리는 황소고집이라 부른다. 스페인에서는 소를 거칠게 키워 투우를 시키기도 한다.소는 아주 오랜 세월 인류와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해 와 인류 역사에서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힌두교에서는 신성시 하기도 하지만 동물답지 않은 소의 믿음직한 행동이 사람과의 신뢰도를 오랫동안 유지하게 한 것이다.경북에는 두 곳에 의우총이 있다. 구미시 산동면 인덕리와 상주시 사벌면 묵상리에는 주인을 위해 목숨을 내놓은 의로운 소를 기리기 위한 소 무덤이 있다. 주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호랑이와 맞서 싸운 소와 주인이 돌아가자 산소에 제발로 찾아와 눈물을 흘렸다는 소의 이야기가 전해진다.신축년 새해는 소의 해다. 소가 인류와 더불어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었던 까닭은 소의 유용성과 사람과 유지된 특수한 친밀감이다.새해는 주인을 위해 희생과 봉사를 하는 황소처럼 우리의 정치도 아집을 버리고 헌신과 봉사의 정신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1-03

집단면역

집단면역은 집단 내 구성원 상당수가 전염병에 대한 면역을 갖게 되면 집단 전체가 면역을 가진 것과 같은 효과를 보이는 현상이다.감염이나 예방접종을 통해 이뤄지며, 현재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국가가 예방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을 유도하고 있다.이 현상은 1923년 영국 맨체스터대의 윌리엄 화이트 토플리 교수, 그레이험 윌슨 교수가 장염균을 이용한 쥐 실험에서 처음 발견했다. 이후 여러 전염성 질환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대량의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 면역을 유도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실제로 집단면역은 1977년에 종결된 천연두의 박멸과 다른 질병들의 지역적인 박멸에 유용하게 활용됐다. 집단면역의 목적은 질병 전파를 억제해 방사선요법 등 여러 요인들로 면역성을 잃어 버리게됐거나 면역력이 없는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다.코로나19의 경우 우리나라가 집단면역을 형성하려면 전체 인구의 60∼70%가 접종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개발된 백신은 18세 미만에 대한 접종 계획이 없으므로 국내 18세 이상 인구 4천410만 명 중 80%가 넘는 3천600만 명이 백신을 접종해야 집단면역이 생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9월까지 3천600만 명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 집단면역을 완성할 계획이다.다만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계속되는 변이 때문에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어 걱정을 더해준다. 영국과 남아공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풍토병이 돼 인플루엔자(독감)처럼 매년 재유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어떻든 하루라도 빨리 우리나라에 코로나19 집단면역이 완성돼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길 바랄 뿐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2-30

백신여권

예전에는 비정상으로 보였던 현상이 어느 날 흔한 현상이 되고 표준이 되는 것을 뉴노멀(new normal)이라 부른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생활에 등장한 비대면 문화가 바로 뉴노멀 시대의 대표적 현상이다.IT기술의 발달이 금융계의 대혁신을 이끈 것처럼 근로자의 재택근무가 어느 날 대세가 되어 또다른 뉴노멀로 등장할지 알 수 없는 시대다.과거에는 도저히 상상되지 않던 현상이 지금은 흔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등장한다. 코로나가 만들어 낸 뉴노멀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중국은 뉴노멀을 새로운 정상상태(新常態)라는 말로 표현한다.해외여행 갈 때 필수적으로 챙겨야 할 것 중 하나가 여권이다. 여권이 없으면 국내에서 출국도 목적지 나라의 입국도 불가능하다. 여권이 나라마다 엄격히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라고 하니까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그 이전에는 여권이 없어도 각국을 잘 돌아다녔다.여권이 상용화된 주요 배경은 교통수단의 발달이다. 열차가 발명되고 사람들이 빠른 시간내 대량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국가간에 상호 인정할 수 있는 자국민에 대한 국제적 신분증이 필요했던 것이다.코로나19 백신접종이 시작되면서 최근 미국과 유럽국가사이에는 백신접종 사실을 증명할 백신여권 개발이 한창이라는 소식이다. 백신여권은 백신을 맞은 사람이 백신접종 사실을 국제적으로 입증하는 일종의 증명서다.앞으로는 이 증명서가 없으면 비행기도 탈 수 없고 가고자 하는 나라에 입국도 못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나라에 따라서는 국내서 벌어지는 스포츠나 콘서트 등 다중이 모이는 곳에서도 백신여권을 소지해야 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뉴노멀 시대를 실감케 하는 현상들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 요즘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2-29

동학개미와 서학개미

동학개미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주식 시장에서 등장한 신조어로, 2020년 초들어 코로나 19 사태로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국 주식을 팔며 급락세가 이어지자 이에 맞서 개인투자자들이 적극 매수에 나섰다. 외국 기관과 외국인에 맞서 매물을 힘겹게 받아내는 개인 투자자들의 모습이 마치 1894년 반외세운동인 ‘동학농민운동’을 보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바로 ‘동학개미’다.실제로 하락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 1월 20일부터 3월 31일까지 동학개미들의 순매수 규모는 코스피 19.9조원, 코스닥 2.3조원에 이르며, 고객예탁금의 경우 1월 20일 28.1조원에서 3월31일 43조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이들은 2000선을 넘었던 코스피지수가 1430선까지 주저앉았던 3월에만 코스피 시장에서 11조원 넘게 주식을 사들였다.이에 반해 ‘서학개미’는 국내주식을 사모으는 ‘동학개미’에 빗댄 표현으로, 미국 등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를 일컫는 말이다.특히 미국 증권 시장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이 투자한 1위 기업은 테슬라로, 2위인 애플보다도 2배나 많은 금액이다. 테슬라의 2020년 3분기 실적을 보면 이익은 2분기 대비 +60%, 마진율은 27.7%(2분기 21%), 현금유동성도 13억9천5만달러(2분기 대비 234% 증가)에 이르니 서학개미들이 환호할 만 하다.재미있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적극적으로 주식 매수에 나서는 개인투자자를 미국에서는 ‘로빈후드’, 일본에서는 ‘닌자개미’라고 부른다니 어느 나라할 것 없이 외국인 투자자에 맞서 자국의 증시를 떠받치는 행위를 높이 평가하는 건 매한가지인가 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2-28

레임덕

레임덕은 본래 18세기 유럽 증권가에서 채무 불이행자를 가르키는 경제용어로 사용되다 19세기 미국으로 건너와 임기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은 대통령의 권력누수 현상을 가르키는 말로 바뀌었다. 절름발이의 lame과 오리의 duck을 합친 말로 뒤뚱되는 오리걸음을 묘사한 표현이다.권력이란 영원히 거머쥘 수 없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권력 누수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우리 속담의 권불십년(權不十年)이 이런 의미다. 세상의 아무리 높은 권세도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권력을 잡으면 언젠가는 물러나야 하는 것이 세상 이치여서 열흘 피는 꽃이 없다(花無十日紅)는 말도 있다. 권력을 잡은 사람이면 반드시 가슴에 새겨둬야 할 경구다. 거대한 중국을 하나의 나라로 최초 통일한 진시황도 불로장생의 약초를 구하지 못하고 겨우 5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이룩한 진나라도 그의 사후 5년만에 멸망한다. 세상사 사람이 하는 일이 얼마나 보잘 것 없고 유한한가를 알게 하는 대목이다.정치학자가 제시하는 권력자의 레임덕 이유는 대체로 이렇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거나 권력자의 건강에 문제가 있을 때, 또 집권당의 다음 후보가 자신의 세력을 빠르게 결집했을 때, 권력자 본인이나 친인척의 비리가 드러나는 경우, 리더십이 현격히 떨어질 때 등등이다.정경심 교수 유죄판결과 윤석열 총장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나오자마자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레임덕이 화두다. 일반적으로 집권 4년차가 되면 지지율이 떨어지는 시기여서 레임덕 거론이 자연스러울 때도 있다.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최초의 레임덕 없는 정권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받아온 정권이라는 점에서 이번 레임덕의 등장은 각별하게 느껴진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12-27

AI동맹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기업협의체 또는 산학연협의체인 AI동맹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AI기술 개발에 나서 화제다.최초의 AI동맹은 올해 1월 박정호 SKT CEO가 삼성전자 등에 AI분야 협력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SK텔레콤, 삼성전자, 카카오는 각사 CTO 또는 AI 전문임원이 참여하는‘AI RD 협의체’를 구성, 코로나19 조기극복과 공공이익을 위한 AI개발에 나섰다.우선 내년 상반기 ‘팬데믹 극복 AI’를 첫 합작품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팬데믹 극복 AI는 유동인구, 빅데이터, 공공재난 정보 등을 통해 현재 위치의 코로나 위험상황을 실시간 파악하고, 스마트폰 등에 기록된 일정, 예약정보, 평시 이동경로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위험도를 분석해 이용자에게 안내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서울 을지로입구 주변 건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당시 주변 유동인구가 800명이었고, 이중 20%가 역삼동으로 이동했다는 점을 분석해 을지로 입구의 위험도를 ‘상’으로, 역삼동을 ‘중’으로 분류한다. 그러면 을지로로 출퇴근하는 이용자에게는 자차 이용을 권유하고, 역삼동 영화관을 예약한 이용자에게는 거리두기를 권고하게 된다.또 다른 AI동맹은 KT가 주도하고 있는‘AI 원팀’이다. AI 원팀은 지난 2월 출범한 산·학·연 협의체로, 이 팀에는 현대중공업지주, KAIST, 한양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이어 LG전자와 LG유플러스가 합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데이터와 기술을 공유, KT의 감염병 확산방지 노하우와 LG유플러스의 통신 및 로밍 데이터를 함께 활용키로 했다.AI동맹이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인공지능의 위력을 맘껏 뽐내주길 기대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2-23

시시비비

조선 후기의 방랑시인으로 불렸던 김삿갓의 시 가운데 시(是)와 비(非) 두 글자 만으로 지은 칠언절구 시가 있다.시시비비비시시(是是非非非是是) 시비비시비비시(是非非是非非是)로 시작하는 시다. 내용은 이렇다. “옳은 것은 옳다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 함도 옳지 않을 때가 있다” “그른 것 옳다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함도 옳지 않을 때가 있다” (중략)김삿갓의 글 재주는 어렸을 때부터 뛰어나 커서는 큰 벼슬을 할거라는 주변의 칭찬이 자자했다. 그러나 그의 할아버지 김익순이 선천부사로 재직하면서 홍경래의 난을 막지 못하고 항복함에 따라 그 집안은 졸지에 망하게 된다.황해도 산골로 피신했던 김삿갓이 이후 집안의 사면이 이뤄짐에 따라 과거시험을 보게 된다. 김익순을 비판하는 시제가 출제되고 이를 주제로 장원급제에 이르나 김익순이 자신의 할아버지인 사실을 뒤늦게 알고서는 벼슬을 포기하고 방랑 길로 나선다. 그는 스스로 하늘을 볼 수 없는 죄인이라 생각하고 항상 큰 갓을 쓰고 다녀 김삿갓이란 별명이 붙었다.그 당시 조선은 세도정치가 판을 시절이라 김삿갓의 시는 권력자와 부자들의 놀음을 풍자하고 조롱한 글이 많아 대중의 애환을 달래주었다고 전한다.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아시타비(我是他非)는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뜻이다. 이 한마디로 올 한해 정치와 이념으로 지리멸렬했던 우리 사회의 분열상을 꼬집었다. 다르다(異)와 틀리다(誤)를 구분 않는 우리 시대의 극단적 배타 문화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다.시시비비는 사리를 공정하게 판단함을 이르는 말이다. 내년에는 시시비비가 제대로 가려지는 올바른 세상이 되길 기원해 보면 과욕일까. /우정구(논설위원)

2020-12-22

아시타비(我是他非)

아시타비(我是他非)는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뜻으로, 이른바 ‘내로남불’을 한자어로 옮긴 말이다. 교수신문은 지난 7~14일 교수 9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588명(32.4%·복수응답)이‘아시타비’를 선택했다고 최근 밝혔다.아시타비는 ‘똑 같은 사안이라도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이중잣대를 말하며, 사자성어보다는 신조어에 가깝다. 1990년대 정치권에서 이중잣대를 비판하는 관용구로 쓰이던‘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이‘내로남불’로 줄었다가‘아시타비’란 신조어로 변신했다.신조어인 아시타비가 올해의 사자성어에 뽑힌 이유는 뭘까. 그만큼 정치·사회 전반에 아시타비가 만연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정부여당의 계속된 내로남불 행태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재·보궐선거 원인 제공 시 당 후보 무공천’당헌을 뒤집은 여당에 대한 비판이다. 이로써 서울·부산시장 모두 여당 소속 지자체장의 성추행 비위로 보선이 치러지게 됐음에도 원인을 제공한 민주당도 후보를 낼 수 있게 됐다. 이 정부 들어 예타면제 사업규모가 박근혜 정부의 24조 원은 물론이고‘삽질 정부’라고 비난했던 이명박 정부의 60조 원보다 훨씬 많은 규모에 이른 것 역시 내로남불이다.문재인 정부 들어 예타 면제 사업 규모가 88조 원에 이르고, 가덕도 신공항까지 포함하면 거의 100조 원에 달한다.‘5·18 역사왜곡 처벌법’을 강행 처리한 여당이 ‘천안함 왜곡 처벌법’에 대해서는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소위 문턱도 넘지 못하게 한 것도 그렇다. 이러니 내로남불 행태를 가리키는 아시타비 신조어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힐 수 밖에 없었으리라 여겨진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2-21

동짓날

중국 요순시절 형벌을 담당하던 공공씨의 자식이 동짓날에 죽어 역귀가 되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이날은 그가 생전에 가장 싫어했던 붉은 팥으로 죽을 쑤어 역귀를 내쫓는 풍습이 생겼다.이런 중국 풍습이 우리 민족에게도 전래돼 동짓날에 붉은 팥죽을 쑤어먹는 풍습이 지금까지 민간에 이어져 오고 있다. 민간에서는 동짓날 쑤어 먹는 팥죽은 악귀를 몰아내기도 하지만 낮이 길어지는 양(陽)의 기운이 시작하는 때라 하여 새해의 힘찬 기운을 불러들인다고도 믿었다. 그래서 예로부터 동짓날은 설만큼 중요한 날로 여겼다. 우리나라에는 설날에 떡국을 먹고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과 같이 동짓날에 팥죽을 먹으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 속설이 있다.동국세시기에는 동지를 작은 설이라 부르며 설 다음으로 경사스런 날로 여겼다. 동지는 24절기 중 하나며 1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긴 겨울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영양이 많은 붉은 팥으로 요리도 하고 다가오는 새해의 희망을 기원하는 날이 바로 동짓날이다.오늘이 동짓날이다. 이 날은 음력으로 11월 7일이다. 속설에 의하면 애동지에 해당한다. 애동지는 음력으로 11월 10일 전에 동지가 오는 날을 말한다. 11∼20일 사이에 동지가 오면 중동지, 21일에서 말일 사이에 오는 동짓날은 노동지라 부른다. 애동지에는 팥죽 대신 팥시루떡을 해 먹는다는 속설도 있다.경북 안동에서는 동지팥죽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내쫓는 팥죽 쑤기 시연회가 열린다고 한다. 팥은 예로부터 액운을 쫓는 음식으로 많이 사용됐다. 동짓날에는 팥죽을 문짝에 부어 액운을 막았다고 한다. 이번 동짓날에는 팥으로 쑨 죽을 먹으면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퇴치를 기원해보면 어떨까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2-20

제야의 종

새해맞이 행사로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벤트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의 ‘볼 드롭’ 행사를 빼놓을 수 없다.12월 31일 자정을 앞두고 시작되는 볼 드롭은 새해 카운트다운과 동시에 타임스퀘어 꼭대기에 매달려 있는 화려한 불빛 장식의 거대한 공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연출한다. 3만개의 LED 조명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이 볼에 불이 켜지면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관중들의 환호로 이 행사는 절정에 달한다.뉴욕 최고의 랜드마크인 타임스퀘어에서 벌어지는 이 장면을 보기 위해 매년 내외국인 등 100만 명이 현지를 찾고 TV 등을 통해 최소 10억 명 정도가 관람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영국, 프랑스 등 각국이 그들만의 전통적 방법으로 신년 맞이 행사를 벌이고 있으나 올해는 뉴욕의 볼 드롭과 함께 대개가 온라인 중계로 진행될 것 같다는 소식이다.코로나19는 인류가 즐기는 모든 종류의 행사를 멈추게 하고 있다. 해마다 연말 행사로 실시되던 우리나라 제야의 종 타종행사도 전국 곳곳에서 코로나 때문에 멈춘다고 한다. 서울 보신각과 대구의 달구벌 대종에서도 신년을 알리는 타종 소리를 못 듣게 될 전망이다. 보신각 타종은 한국전쟁으로 소실된 보신각을 중건한 1953년 이후 6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 한다.제야(除夜)의 종은 불교에서 중생들의 백팔 번뇌를 없앤다는 제석(除夕) 타종 의식에서 유래된 것으로 우리에겐 국가의 안위와 백성의 평안을 기원하는 새해맞이 행사다. 비록 온라인으로 재현된다고 하나 국민이 받을 서운함을 채울 방법이 없다.코로나로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올 연말은 유례없이 조용한 송년이 될 것 같아 암울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2-17

폴더블폰 vs 롤러블폰

휴대폰의 진화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폴더블폰은 디스플레이 자체를 접을 수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의미한다. 스마트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대화면을 선호하거나, 태블릿을 별도로 구비하기 번거로운 사용자들에게 적합하다.초창기의 휴대전화가 거대한 부피를 자랑했다가 숫자 패드와 스크린을 각각 분리하는 폴더 폰이 개발되어 부피를 줄였으나, 2010년초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면서 숫자 패드가 사라지고 스크린만 남게되어 다시금 점점 거대해졌다. 이렇게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실용화되면서 휴대전화를 접을 수 있게 되면서 다시금 휴대전화를 사용 면적 대비 더 작게 만들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와 중국의 화웨이가 세계최초로 지난 2019년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했으며, 이후 삼성전자가 갤럭시 Z시리즈로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 90%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며 나홀로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폴더블폰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해 디스플레이가 말렸다, 펼쳐졌다 하는 최초의 롤러블 폰은 LG전자가 내년초 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의 롤러블폰은 왼쪽 측면에 돌기를 넣어 액정이 톱니처럼 말리는 형태로, 긴 직사각형 디스플레이 화면의 우측이 쭉 늘어나는 형태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만 돌돌 말렸다 펼쳐지기 때문에 폴더블폰 대비 두께와 무게에서 우위를 갖는다. 폴더블폰처럼 접히는 부분에 ‘주름’이 생기지 않는 점도 장점이다. 펼치기 전에는 6.8인치 크기지만, 펼치면 1.5배인 7.4인치가 된다. 디스플레이가 펼쳐지는 과정에서 손상되지 않도록 내구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예전에 상상하지도 못했던 폴더블폰에서 롤러블폰으로 발전하는 과학기술의 발전속도는 눈부시다 못해 아찔할 정도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2-16

절체절명의 시간

14세기 중엽 유럽지방으로 번진 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절반 가까운 인명을 앗아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많게는 1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유행성 바이러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의학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당시는 어떤 경로에 의해 병에 감염되는지 알지 못해 오로지 기도를 통해 구원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교회로만 사람이 몰렸다 한다. 교회가 되레 집단감염의 매개가 되고 말았으니 흑사병의 유행을 감당할 방법이 없었다.1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인 1918년 시작한 스페인 독감도 최대 5천만명에 달하는 인류의 목숨을 앗아갔다. 우리나라도 같은 해 가을부터 겨울 사이 스페인 독감이 돌기 시작해 당시 조선인 인구의 절반가량이 독감에 걸렸으며 그 중 약 14만명이 생명을 잃었다고 한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전 세계적으로 현재까지 7천만명의 환자를 발병시켰으며 그 중 150만명 이상의 목숨을 빼앗아 갔다. 불과 1년도 채 안되는 짧은 기간이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류에 끼친 피해는 막강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피해와 고통을 안겨줄지는 알 수가 없다.인류는 오래전부터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벌여왔다. 역병이라 일컬어지는 미지의 병과의 싸움은 현대과학이 발달한 지금도 종착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국내 코로나 확산 분위기가 심상찮다. 대통령이 절체절명의 시간이라 하면 상황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이스라엘 유발 하라리 교수는 세계적 연대를 통해서만이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 인류를 공격할 미래의 또다른 전염병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은 지구촌 인류의 연대가 유일하다는 그의 말이 실감난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2-15

스피어피싱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무역 거래가 늘면서 특정 업체에 악성 코드를 심은 이메일을 보내 정보를 빼내는 ‘스피어피싱’ 공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스피어피싱은 불특정 다수의 개인정보를 빼내는 피싱(phising)과 달리 특정인의 정보를 캐내기 위한 피싱 공격으로, 열대지방 어민이 하는 작살낚시(spearfishing)에 빗댄 표현이다.주로 수신자에게 익숙하고 믿을만한 송신자 혹은 지인으로부터의 메일을 사용한다. 수신자의 친구, 혹은 물건을 구입한 온라인 쇼핑몰의 계정으로 가장해 메일을 보내 수신자의 개인 정보를 요청하거나 정상적인 문서 파일로 위장한 악성코드를 실행하도록 하는 방식이 많다.국정원이 최근 국내 기업과 정부기관을 상대로 스피어피싱 주의보를 내렸다. 국내 업체 A사는 해외 거래처 B사로부터 “방역 마스크를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A사는 또 다른 해외기업 C사로부터 마스크를 사서 재판매하기로 하고 물품대금을 보냈으나 마스크를 받지는 못했다. 알고 보니, A사를 해킹해 거래처 정보를 파악한 국제범죄조직이 B사와 C사 2곳을 동시 사칭해, 거래 시작부터 끝까지 A사를 속인 것이었다. 국내 D사의 이메일 계정을 뚫어버린 한 범죄조직은 싱가포르 거래처에 허위 계좌를 보냈고, “이 계좌가 맞느냐”는 거래처 확인 요청 메일까지 실시간으로 삭제해 물품대금을 가로챈 경우도 있었다.스피어피싱을 막기 위해서는 해외 거래처가 결제대금 계좌 변경을 요청할 경우 반드시 전화 등으로 진위를 확인하고, 출처 불명 파일은 바로 지우고, 악성 코드를 주기적으로 검사하는 등 보안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한다. 비대면시대, 낯선 유형의 범죄인 만큼 한층 경각심을 높여야 막을 수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2-14

무자식 상팔자일까

무자식이 과연 상팔자일까? 자식이 없어 도리어 걱정이 없어 편하다는 이 말의 뜻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옳은 것일까.요즘 젊은세대 가운데서는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에 동의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통계상으로도 이는 확인이 된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결혼한 지 5년이 안 된 신혼부부 중 자녀가 없는 비율이 지난해 경우 42.5%다. 10명의 신혼부부 중 4명은 자식이 없다. 통계작성 이후 최고 수치라 한다.여성의 사회참여로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부담과 주거문제 등이 아이 없는 신혼부부를 양산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은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면서 의도적으로 자녀를 낳지 않고 살아가는 맞벌이 부부를 말한다. 양육과 경제적 부담을 덜고 자기중심적 삶을 살겠다는 사람을 지칭하는 신조어다.최근 방송인 사유리씨가 일본에서 정자를 기부받아 출산한 일이 알려지면서 비혼 출산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젊은층 사이에 비혼을 희망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한다.하지만 전통적 가족관이 무너지는 우리 사회의 현상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수년 전 케이블 방송에서 방영된 ‘무자식 상팔자’라는 드라마는 한가정에서 부부와 자녀부부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과 싸움을 소통과 화해로 풀어가는 과정을 그려 인기를 모았다. 보통의 가정이면 있을 법한 평범한 사건을 인간적인 터치로 풀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느끼게 한 드라마다.스웨덴의 스톡홀름대 연구팀이 400만명의 의료 기록을 분석해 봤더니 자녀를 낳았거나 입양한 부모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오래 살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무자식 상팔자, 무턱대고 믿고 따를 일은 아닌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2-13

페어플레이 정신

정치와 스포츠는 닮은 데가 많다. 스포츠가 멋진 승부를 통해 관중의 인기를 얻어가듯 정치도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해선 대중의 인기에 부응할 것에 대해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스포츠는 팀의 인지도와 이미지 개선을 위해 마케팅이 필수 영역이다. 궁극적으로 팀의 수익성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분야다. 정당도 마케팅을 잘해야 경쟁 정당에 대해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스포츠가 신인선수를 스카우트하듯이 정당도 실력과 덕망이 있는 인물을 꾸준히 영입하여 정당 조직의 기반을 굳건히 다져야 한다.스포츠가 좋은 경기와 멋진 승부로 팬들을 기쁘게 하듯이 정치도 좋은 정치를 펼쳐야만 지지자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것이다.다만 정치와 스포츠가 다른 게 하나 있다면 스포츠는 페어플레이 정신이 강한 반면 정치는 페어플레이 정신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아예 반칙을 밥 먹듯 할 때가 많다. 관중인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을 때도 있다. 페어플레이 정신을 지키겠다고 약속하고도 거짓말을 한들 제재가 안 된다. 이젠 국민도 그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페어플레이 정신은 정정당당한 경기 정신이다. 스포츠맨십이나 기사도 정신 같은 것을 말한다. 진실과 성실의 정신으로 공정한 게임을 하겠다는 뜻이다. 여당의 일방적 공수처법 통과로 지금 우리 정치가 극한 대립과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처음부터 정치권의 페어플레이를 믿지는 않았지만 역시 우리 정치는 실망을 안겨주는 데 주저함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무신불립(無信不立)은 정치가 국민의 믿음을 얻지 못하면 아무리 훌륭한 정책을 펼쳐도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페어플레이 없는 우리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할 뿐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