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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화가 최복호

화가가 된 파리의 우체부 ‘루이 비뱅’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어린 시절 화가가 꿈이었던 비뱅은 생업 때문에 우체부가 되었고, 47년의 우체부 생활을 끝낸 61세 되는 날부터 화가의 꿈을 키워갔다.미술에 대해 정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 홀로 공부를 했지만 그의 그림은 늦게 시작했기에 더 간절했고 더 가슴 뜨거웠다고 한다. 그가 떠난 지 70년 지났으나 프랑스인들은 그의 작품을 지금도 즐겨 찾으며 그를 행복한 화가로 기억하고 있다.패션 디자이너 최복호씨의 화가로의 변신이 지역사회의 잔잔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는 대구에 본사를 둔 패션업체 씨앤보코(C BOKO)의 대표며 1세대 패션 디자이너다. 우리 지역에서 48년을 패션 디자이너로 맹활약해 명성도 자자하다.할리우드 배우 우피 골드버그가 그의 옷을 입고 토크쇼를 할 정도니 그의 패션은 국제적 수준이다. 대구패션협회 회장, 한국패션협회 부회장 등 어느 모로 보나 그는 패션 디자이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패션연구소를 청도 산골짜기에 세울 정도로 엉뚱한 면도 있다.펀앤락(fun 樂)이란 문화공간에서 공연도 열고, 자연과 패션과 문화를 아우르는 일을 했다. 개그맨 전유성과 함께 시도한 ‘개나 소나 콘서트’는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공연이다. 한적한 전원주택지 청도에 문화와 예술의 향기를 심는 데 그의 공로도 크다.어떤 이는 그를 문화독립군, 문화지킴이라 한다. 그런 그가 지난 30일 화가 데뷔 전시회를 열었다.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는 그의 작품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매일 붐빈다고 한다. 7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 화가로 변신한 그의 모습에 신선함이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정년퇴임한 소박한 우체부가 꿈을 키워가는 이야기와 닮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4-01

줌바밍(Zoombombing)

줌바밍은 언택트 시대 화상강의 플랫폼으로 쓰이는 ‘줌(Zoom)’과 폭격을 뜻하는 영어단어 ‘바밍(bombing)’을 붙인 신조어로, 코로나 사태로 늘고있는 화상회의에 허락없이 침입해 온라인 회의나 수업을 방해하는 일을 가리킨다.줌은 클라우드 기반의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중국 산둥성 출신 에릭 위안 최고경영자(CEO)가 2011년 창업했다. 회원 가입 없이 링크만으로 접속이 가능하며, 100명까지 동시 접속할 수 있어 온라인 강의, 웹 세미나 등에 활용된다. 줌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이 증가하면서 이용자 수가 급증했다.그러나 줌은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페이스북으로 전달되는 오류가 발견됐으며, 원격 강의 중 음란물 사진이 화면에 나타나고 인종차별 내용이 채팅창에 도배되는 공격을 받는 등 취약한 보안성으로 문제가 됐다.특히 대학의 경우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비대면 수업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어 줌바밍 피해가 끊이지 않고있다. 최근 모 대학 교수의 비대면 화상수업 중 신원미상 인물이 갑자기 들어와 욕설과 혐오표현을 무차별로 쏟아놔 담당교수가 모욕,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미 연방수사국(FBI)은 줌의 화상회의 기능 이용 시 회의실을 비공개로 설정하거나 암호를 걸어놓고 절대 전체공개로 설정하지 말 것을 경고했으며, 구글·스페이스X 등 IT 기업들은 직원들의 줌 사용을 공식적으로 금지했다.과학문명은 사람을 편리하게 만들지만 잘못 운용하면 큰 피해를 입히는 ‘양날의 칼’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31

문무대왕면

문무대왕은 신라 30대 왕이다. 태종 무열왕의 맏아들이며 어머니는 김유신의 누이 문명왕후다. 김유신 장군과 함께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중국 당나라 세력을 몰아내 삼국 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명군이다.기록에 의하면 그는 사후에 있을지 모를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자신의 시신은 화장하고 동해의 큰 바위에 묻어달라고 유언했다고 한다. 지금 사적 제158호로 지정된 대왕암이 그가 묻힌 수중왕릉이다.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감포 앞바다에 있는 대왕암은 평범한 바위섬이다. 가까이 가서 보면 바위 한가운데가 못처럼 패여 있고, 둘레에 자연암석이 기둥 형태로 세워져 있다. 못 안에는 거북이 모양의 돌이 앉혀져 있으나 전해오는 이야기의 실체를 발굴조사에 의해 증명된 적은 없다.다만 외적의 침입에 맞서 사후에라도 나라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한 문무왕의 호국정신은 후대에 이르기까지 교훈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그의 대를 이은 신문왕이 아버지 왕의 뜻을 실현키 위해 세운 사찰이 감은사라는 것은 이런 역사적 전설을 웅변적으로 증명한다.경주는 수많은 역사기록과 전설이 남아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역사문화도시다. 대왕암이 있는 양북면이 다음 달부터 문무대왕면으로 명칭이 바뀐다. 주민들의 전폭적인 찬성으로 지역의 특성을 살린 명칭을 행정명으로 바꾸는 것이다.올해 인각사가 있는 군위군 고로면이 삼국유사면으로 바뀐 것처럼 지역의 역사성을 근거로 명칭 변경 움직임은 나름 신선해 보인다. 그 지역의 특산물뿐 아니라 관광객의 발길을 돌리는 데도 한 몫 단단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문화재와 역사의 도시 경주가 이와같은 아이디어를 잘 개발한다면 경주의 브랜드 가치는 훨씬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3-30

전월세 신고제

전월세신고제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 주택 임대차(전월세) 계약 때 임대계약 당사자, 보증금, 임대료, 임대기간, 계약금 및 중도금과 잔금 납부일 등의 계약 사항을 30일 내에 시·군·구청에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다.지난 2019년 8월 발의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 포함돼 오는 6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전월세 신고만으로 확정일자, 전입신고가 동시에 이뤄지며, 모든 세입자가 자동으로 법적인 대항력을 갖게 돼 빌라, 다세대 등도 빠짐없이 보증금 보호를 받게 되는 장점이 있다.국토부는 전월세 신고제 후속 작업으로 새 제도를 시행할 지역 범위, 신고 의무 대상 등을 확정해 이르면 이번주 안에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예고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신규, 갱신, 변경 계약일로부터 30일 안에 세입자 혹은 집주인이 임대차 신고를 무조건 해야 한다. 계약금액, 계약일자, 면적, 해당 층수 뿐 아니라 추가로 갱신 여부, 계약기간 등 상세정보를 ‘정부24’홈페이지나 주민센터 등에 신고해야 한다. 30일 안에 신고하지 않으면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게 된다.다만 보증금이 1천만원 이하거나 월세 5만원 이하 등 소액인 경우나 임대료를 조정하지 않고 계약을 자동 연장하는 ‘묵시적 계약’, 그리고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고 세들어 사는 무상 임대차도 신고 의무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집주인 입장에선 임대료 수입이 100% 공개되기 때문에 늘어난 세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건 아닌가 걱정이다.집값을 잡겠다던 문재인 정부 들어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은 게 전셋값이다. 집없는 서민들은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부동산정책에 가슴 조마조마한 나날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29

“윗물이 맑아야”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지덕풍(君子之德風)’을 이렇게 풀이했다. 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바람에 의해 눕는 풀이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기 마련이라 했다.“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뜻이다. 윗사람이 부당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아랫사람도 따라서 양심에 가책이 되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가르친 말씀이다.“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우리 속담에서 윗물은 부모나 권력자 등 사회지도층을 말한다. 부모의 행동과 말은 자식이 본받게 마련이고 사회지도층의 행동 양식은 오로지 백성의 모범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20년도 우리나라 고위공직자의 재산 현황을 들여다보면 가히 놀랍고 충격적이다. 부동산에 대한 고위공직자의 애착이 얼마나 깊은지를 단번에 느끼게 한다. 중앙정부 공직자 759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388명이 본인이나 가족 명의의 토지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집이 두 채 이상인 다주택자도 148명이나 됐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엄중한 다주택 억제조치에도 여전히 많은 공직자는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6명의 1명꼴인 49명이 다주택자였다. 지방의회 의원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고위 공직자와 사회 지도층의 부동산 보유는 정부 정책의도와는 아주 먼 거리에 있다. 정부가 아무리 부동산 규제를 외쳐도 그들에겐 마의동풍인 셈이다.그들이라고 부동산을 소유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유독 부동산에 많은 재산이 쏠려 있는 것 자체가 국민의 눈총 깜이다. 코로나로 하루하루 생계 위협을 받는 서민이 받을 상대적 박탈감이 너무 크다.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이라 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3-28

미국의 콤플렉스

지금 미국은 계속된 총기 사고로 매우 흥분돼 있다. 애틀랜타에서 총기 사고로 8명이 숨진 뒤 바로 엿새만에 22일 콜로라도에서 또 10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자 미국 사회는 충격에 휩싸여 있다.백악관도 총기규제에 대한 행정명령과 입법조치 등 다양한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총기 규제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그간의 조치를 보면 흥분된 만큼 실효적 결과를 낸 적이 없다.총기사고에 대한 강력한 대응조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총기사용을 규제하고 총기를 회수하는 방법에 관해서는 국민의 정서가 다르다. 법률적으로 총기를 규제할 방법이 없는데다 총기 규제에 관한 찬반양론이 극렬히 맞서고 있는 모순된 상황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미국인에게 총기 휴대는 일상적 생활의 한 부분이다.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 총기 다루는 법을 배운다. 미국에서 총기를 사는 것은 술을 구입하는 것보다 더 쉽다고 한다. 우리에겐 황당한 얘기로 들리지만 30개주에서 초등학생이 총기를 보유해도 법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나라다.미 연방수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민간인이 보유한 총기 수가 국민 1인당 1정에 가까운 2억7천만정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가 날지 예측이 안 되는 상황이다. 링컨이나 케네디와 같은 대통령에 대한 총기 암살사고가 일어나는 곳이 미국이다. 백주에 총을 든 범인과 경찰이 대치하는 마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총기 사고도 종종 목격된다.총기휴대에 대한 관념이 우리와는 정서적으로 많이 다르다. 총기를 회수하는 것 자체를 개인 사생활 침해로 생각하는 나라다. 총기휴대 문제는 미국의 딜레마이자 콤플렉스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3-25

뉴스페이스 시대

우리나라 첫 ‘차세대 중형위성 1호’가 지난 22일 발사·교신에 성공함으로써 ‘뉴스페이스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위성발사를 주도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내년에 2호를 쏘아올릴 계획이다.뉴 스페이스는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주체가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가고 있는 최근의 우주산업 트렌드를 가리킨다. 특히 이번 중형위성 발사 성공은 발사체와 탑재체의 크기와 무게를 크게 줄였다는 점에서 우주 개발 상업화 가능성을 처음 확인한 쾌거다.1호는 고도 497.8km궤도에서 약 6개월간 통신 점검 등 초기운영 과정을 거쳐 10월 이후부터 본격적인 표준영상을 제공할 예정이다. 흑백 0.5m, 컬러 2m 해상도로 정밀하게 지구를 관측하며, 해당 영상을 국토·자원관리와 재해·재난대응 등에 사용된다. 1호 위성은 크기를 2.0m×3.8m에서 1.4m×1.55m로 절반으로 줄였고, 무게도 1천100kg에서 500kg로 600kg이나 가벼워졌다. 차세대 중형위성은 소형위성으로 가는 중간단계다.차세대 중형위성 개발사업은 500㎏급 중형위성 5기를 국내에서 독자 개발하는 사업으로, 1~2호기를 개발하는 1단계와 3~5호기를 개발하는 2단계로 나뉜다. KAI는 1단계 사업으로 구축된 500kg급 표준플랫폼을 활용해 우주과학연구, 농산림, 수자원 감시 등을 위한 3기 위성을 국산화개발하는 2단계 사업도 주도하게 된다. 3·4호는 2023년에, 5호는 2025년에 발사될 예정이다.이를 위해 지난해 8월 중대형위성 6기를 동시에 조립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우주센터를 건립했다.정부가 아니라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이 첫 발을 떼는 뉴스페이스 시대의 도래가 이 나라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궁금해진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24

유전자 검사

한 아버지가 자신이 키운 자식이 자신을 닮지 않았다는 생각에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더니 DNA 불일치 판정을 받았다. 화가 난 아버지는 아내와 자식을 당장 내쫓았다. 그러나 훗날 그 결과가 DNA 검사과정의 실수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아버지는 큰 번뇌에 빠졌다. 그러나 그들의 가족 관계는 이미 망가진 뒤여서 그 가정은 정상으로 되돌아갈 수 없었다.이 이야기는 과학의 힘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 것 같지만 사람의 일이란 예측을 할 수 없을 때도 종종 있다는 것을 말해 준 것이다.유전자 기술이 발달하면서 지금은 DNA 검사를 활용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서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 미제 사건의 해결과 실종자 수색, 친자 확인 등에 이르기까지 유전자 검사의 유용성이 높게 평가된다.다양한 민족이 모여 사는 미국에서는 조상찾기 DNA테스트가 인기라고 한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나의 조상을 찾고 나아가 특정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을 미리 체크해 예방하는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이른바 유전자 비즈니스다.유전자 검사 기술의 발달로 강력 범죄의 진범을 찾아내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일도 있다. 대표적인 게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다. 온 동네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이 사건은 33년이 지난 뒤에야 진범이 드러났다. 유전자 검사라는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미국에서도 100년 전 사망한 머리없는 시신의 신원을 밝히는 데 DNA 검사가 공을 세웠다.구미 3세 여아 사망사고가 미궁에 빠졌다. 친모로 지목된 당사자는 아기를 낳은 적이 없다고 하고 경찰은 DNA 검사를 내세워 친모가 아닐 확률이 0라 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는데, 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자못 궁금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3-23

니트족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은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신조어다. 사회학에선 이처럼 학교에 다니지도, 취업도 하지 않는 청년 백수를 니트족으로 분류한다.보통 15∼34세 사이의 취업인구 가운데 미혼으로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서 가사일도 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키며, 무업자(無業者)라고도 한다. 취업에 대한 의욕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일할 의지는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실업자나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프리터족과 다르다. 1990년대 경제상황이 나빴던 영국 등 유럽에서 처음 나타났으며, 일본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코로나 사태가 니트족 숫자를 급격히 불리고 있다.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니트족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니트족은 지난해 43만6천명으로, 2019년보다 약 8만5천명(24.2%) 증가했다. 2016년(26만2천명)과 비교하면 4년간 1.7배로 늘었다.보고서에선 15~29세 비경제활동인구 중 미혼이면서 육아·가사, 통학, 심신장애, 취업·진학 준비, 군 입대 대기 등에 해당하지 않고 그냥 쉰 사람을 니트족으로 분류했다. 전체 청년 인구에서 니트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약 2.8%에서 2020년 4.9%로 2.1%포인트 높아졌다.전문가들은 경제 성장 둔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고용 위축에 코로나19까지 겹쳐 니트족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니트족 증가는 부모세대의 부담이 가중되고, 사회적 비용이 유발되며, 노동투입량 감소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인류적 재앙이 되고 있는 코로나가 니트족 급증이란 사회문제까지 세계 각국에 고민거리로 던져주고 있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22

김치 포비아

김치는 한국인의 대표적 식품이다.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김치를 내세워도 조금도 어색하지가 않다.사람은 생존에 필요한 비타민 C의 공급이 필수적이다. 우리의 조상은 한겨울에도 비타민 C를 공급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김치 저장법을 개발했고 그것이 발효식품인 김치로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다.한국은 김치 종주국답게 현재 200여종의 김치가 개발돼 있다. 2013년에는 한국의 김치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 김치는 한국의 오랜 전래음식이며, 한민족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문화적 자산임을 유네스코가 인정한 것이다. 한국인의 95%가 하루 한번 이상은 김치를 먹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누가 뭐래도 한국인에게 김치만한 반찬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지난해 중국이 김치산업의 국제표준을 자국 기준으로 만들어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인정을 받아내면서 마치 김치 종주국이 자기들인 양 떠들어 논란을 일으켰다. 중국은 쓰찬성에서 유래한 절임채소를 파오차이(泡菜)라 부르는데, 중국 내 유통되는 모든 김치는 파오차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수출되는 김치도 파오차이라는 이름으로 써야 유통이 가능하다. 중국이 김치 종주국처럼 위세를 떠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저가를 앞세운 중국산 김치가 국내 소비량을 늘려가는 가운데 중국 현지의 비위생적인 김치 제조과정이 알려지면서 중국산 김치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둥장한 알몸상태로 배추절임하는 중국인의 모습에 많은 사람이 경악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시중 식당에 만연된 중국산 김치에 대한 불매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싼 게 비지떡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3-21

오체투지(五體投地)

티베트 사람에게 불교는 종교가 아닌 삶 그 자체다. 전생의 악업을 끊기 위한 속죄의 고행 과정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땅을 많이 보유한 사람이나 은행에 돈을 많이 맡겨둔 사람을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은 다음 생애로 가져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부러워하는 대상은 오로지 얼마나 많은 수행을 하였으며, 남을 위해 얼마나 많은 봉사를 하였는지가 중요하다.티베트인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성지 라싸까지 오체투지하면서 순례의 길을 가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다. 2천㎞가 넘는 순례 길을 오체투지로 걸어가며 수행하는 모습을 담은 영화가 2015년 제작된 ‘영혼의 순례길’이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티베트인들의 종교 속 삶을 잘 그려내 꽤 많은 반응을 얻었다.오체투지는 불교 신자가 삼보(三寶)에게 올리는 큰 절이다. 자기 자신을 무한히 낮추면서 삼보에게 최대의 존경을 표하는 예법이다. 양 무릎과 양 팔꿈치, 이마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이 땅에 붙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고대 인도에서 상대방의 발을 받드는 의식인 접족례(接足禮)에서 유래됐다고 한다.우리에게도 오체투지는 낯선 수행법이 아니다. 세 걸음 걷고 한번 절하는 삼보일배와 함께 여러 번 소개된 바가 있다. 불교의 이색 수행법이기는 하나 간혹 정치적 프레임이 씌어져 환경파괴 등에 항의할 때 이 방법이 등장한다.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로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서울 한복판에서 미얀마 시위대 학살 중단과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스님들의 오체투지 행렬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스님들의 간절한 오체투지 기도가 미얀마 사람에게 작은 희망의 빛으로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3-18

더기빙플레지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는 전 세계 대부호들이 사후나 생전에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을 약속하는 운동을 말한다.이 기구의 목표는 전 세계 대부호들이 그들 순자산의 최소 절반 이상을 일생 동안이나 사후에 기부하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이 기부 서약이 가진 특징은 법률적인 계약이 아니라 도덕적 헌신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강제성을 띤 기구가 아니라는 점이 특징이다.또한 웹사이트에 들어가보면 개인 또는 커플 서명자들이 왜 기부를 하기로 선택했는지 읽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이 자발적으로 기부를 약속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010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그의 아내 멜린다 게이츠, 워렌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서약하며 시작됐다.국내에서는 배달의 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창업자인 김봉진 의장 부부가 지난 달 219번째 기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더기빙플레지에 참여해 재산의 절반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의장은 이 서약을 통해 죽기 전까지 현재 주식가치만 약 11조원에 이르는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게 된다. 김 의장은 사회적 기업이나 재단 설립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아픈 이들을 돕고,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나서고, 미래 교육시스템에 기여하는 등의 활동을 할 계획이다.일부 재벌가 구성원들이 탐욕스런 부의 독점과 갑질행태로 온 국민의 지탄을 받은 게 바로 얼마 전의 일이 아니던가. 볼썽 사나온 재벌가 행태와 달리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부를 쌓은 이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더기빙플레지를 크게 환영한다. 이는 우리 사회가 더욱 성숙해지고 있다는 방증이자 증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17

백신도시 안동

안동은 가장 한국적인 도시다. 한국문화의 전통적 원형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1999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이곳을 찾았던 이유도 한국적이라는 데 있다. 그의 둘째 아들인 앤드루 왕자도 20년 뒤인 2019년 안동을 찾았다.우리는 안동을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 부른다. 특허청은 2006년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란 브랜드를 인정하고 등록해 주었다. 누가 봐도 안동은 한국 전통문화의 본거지라 해도 틀리지 않다는 의미의 부여다. 이곳에는 특별히 유교문화가 고스란히 간직돼 있다. 그래서 추로지향(鄒魯之鄕)이라고도 불린다. 공자와 맹자가 태어난 노나라, 추나라와 같은 정신적 고향이라는 뜻이다.안동은 2006년 세계문화유산도시에 가입했고 2010년에는 안동하회마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을 가지고 있는 봉정사와 한국의 서원인 병산서원과 도산서원도 유네스코 문회유산으로 각각 지정됐다. 봉정사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다녀간 곳이기도 하다.안동에는 오랜 기간 전승된 하회탈춤놀이를 무대로 한 국제탈춤페스티벌이 열린다. 문화부가 선정하는 전국 대표축제에 3년 연속 뽑혔다. 또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고장이다. 임시정부 국무령인 석주 이상룡 선생을 비롯 363명의 독립유공자가 나왔다. 전국에 이런 도시는 없다.지난달 국내 최초 코로나19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SK 바이오사이언스 안동공장에서 출하되면서 안동이 전국적 이목을 끌었다. 가장 고전적인 이미지의 안동이 바이오산업으로 또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고전의 도시 안동이 이제 첨단산업이 겸비된 백신 메카로 뜨고 있는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3-16

언론경쟁 유지법

미국 의회가 언론사들의 뉴스로 거대한 이익을 남겨온 구글·페이스북 등 인터넷 공룡기업을 상대로 뉴스 공짜사용을 막는 ‘2021 언론경쟁 유지법’을 발의했다.플랫폼 기업들이 언론사 뉴스를 트래픽 유인 수단으로 이용해 이익을 올리면서도 정작 언론사에 제대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법안 도입 취지다.이번에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주 1회 이상 기사를 작성하는 미국내 모든 신문·방송·인터넷매체가 연합해 구글·페이스북 등 뉴스로 이익을 남겨온 플랫폼 기업과 협상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현재 구글은 검색 결과에서 전문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언론사에 저작권료 대신 광고 수익 일부만 나눠주고 있다. 미국은 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시장 자율에 맡기고 정치권과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거대 테크 기업의 횡포로 미국 언론 산업이 피폐해지자 정치권이 더이상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실제로 미국 신문 광고시장은 2005년 494억달러(약 56조1천431억원)였던 것이 2018년 143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구글의 광고 매출은 61억달러에서 1160억달러로 치솟았다. 지난 15년간 미국 신문사 2천100개가 사라졌다. 유럽연합도 지난 2019년 저작권 규정을 변경해 구글·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이 언론사에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게 했다. 호주도 플랫폼이 언론사와의 저작권료 협상에 실패하면 정부가 개입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뉴스로 인한 광고료 대부분을 포털이 독식하는 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언론이 살아야 나라가 바로 선다. 우리 국회도 포털 기업의 광고독식을 더이상 방치하지 말고, 언론경쟁유지법 발의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15

빙산의 일각

길거리에 툭 튀어나온 돌멩이처럼 몸체는 묻혀있고 한 부분만 뾰족이 솟아난 것을 두고 순 우리 말로 ‘뿌다구니’라고 부른다. 표준국어 사전에는 “물체의 삐죽하게 내민 부분”이라 설명하고 있다. 돌출부와 비슷한 뜻이다.어떤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고 극히 일부의 사실만 밝혀진 경우에도 “뿌다구니에 지나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과 같다. 빙산은 빙하나 빙봉이 바다까지 흘러나와 자연스럽게 생긴 얼음 산이다. 물 위에 떠있는 얼음조각이 모두 빙산은 아니다. 보통 빙산이라 함은 물 위에 나타난 얼음의 높이가 최소 5m 이상일 때를 말한다. 그 이하면 흐르는 얼음 조각이란 뜻으로 유빙(流氷)이라고 한다.물은 응고되면서 수소와 결합해 부피가 늘어난다. 액체 상태일 때보다 밀도가 작아져서 물 위에 떠있을 수 있게 된다. 물과 얼음의 밀도 차는 10% 정도인데, 물 위에 떠있는 부분은 전체의 10% 미만이다. 위로 돌출된 부분이 5m 정도 높이라면 얼음 속 깊이는 30∼50m 크기 정도는 된다고 보아야 한다.배가 항해를 할 때 빙산을 발견하면 선회해 가지만 실제는 비껴가지 못하고 선체 밑바닥 일부분이 거대한 빙산과 충돌할 수 있다. 빙산과 충돌한 대표적 선박 사고가 1912년에 일어난 타이타낙호의 침몰이다. 1천명이 넘는 승객이 사망한 세계 최대 해난 사고다.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신도시 100억원대 땅 투기의혹 사건이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의 발본색원 의지에도 국민들 반응은 싸늘하다. 전국에서 정치인, 공직자 등의 유사 투기사례가 연일 드러나 국민들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 생각한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밑바닥까지 갔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3-14

망언(妄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는 말은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한 망언으로 알려져있지만 실제로 그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녀를 미워했던 프랑스 국민이 모함하기 위해 날조한 것이란 설이 유력하다.세상 물정을 모르는 높은 권력자의 탁상공론식 이야기가 튀어나올 때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빵 발언은 빠짐없이 등장한다.2018년 지방선거 때 “서울서 이혼하면 부천으로 이사가고, 망하면 인천으로 이사간다”는 이부망천의 발언을 했던 모 국회의원은 이 말로 인해 당을 탈당해야 하는 곤욕을 치렀다. 이후 그는 이 발언에 발목이 잡히면서 다음 선거 때 공천도 못받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정치에 실패했다.하버드대학 램지어 교수가 2차 대전 중 일본인이 저지른 우리나라 위안부의 비극을 자발적 매춘으로 폄하했다가 국제적 비난 여론에 직면한 일도 비록 논문이지만 망언이나 다름없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지만 그에게는 이 망언이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수모로 남는다. 말 한마디 잘못으로 공든 탑이 무너진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변창흠 교통부장관이 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을 옹호하듯 발언했다가 장관 자리를 내놓을 처지에 몰렸다. 말은 엎질러진 물과 같다. 한번 내뱉으면 되담을 수 없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 갚는다”는 속담에 선조의 지혜가 숨어 있다.LH 직원의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참으로 가관이다. “꼬우면 니들도 우리회사로 이직하든지 공부 못해 못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돌림한다”는 막말을 올렸다.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한데 익명 속에 숨어 이런 망언을 서슴치 않는 세태가 걱정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3-11

규제의 역설

‘규제의 역설’은 좋은 의도로 특정행위를 규제한 정책이 정반대의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를 가리킨다.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영국의 비닐봉투 절감정책이다. 정부는 비닐봉투 대신 여러 번 쓸 수 있게 ‘생명을 위한 가방’을 만들고, 가방에는 ‘비닐이 썩는 데 걸리는 시간은 500년, 한 번 쓰고 버리지 마세요. 환경오염을 막는 방법’이란 문구를 썼다. 결과는 의도와 달랐다. 비닐쓰레기의 양은 매년 증가했다. ‘가방’을 만드는 데 비닐이 3배나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비자는 ‘가방’을 습관처럼 한 번만 사용했다.성매매 금지규제 역시 마찬가지다. 역사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성매매를 금지했지만 아무리 강력히 금지해도 성매매는 음지에서 확대됐다. 한국에서도 성매매를 강력범죄로 단속, 성매매를 대표했던 집창촌은 없어졌지만 성매매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변종 성매매 업소들이 대폭 증가했다. 다만 최근 통신 시장에서 벌어진 ‘규제의 역설’은 뜻밖의 결과다.지난해 12월 30년간 통신 요금시장을 지배했던 요금인가제가 폐지되자 SK텔레콤이 기존보다 30% 싼 온라인 전용 요금제를 깜짝 발표했고, 잇따라 LG유플러스와 KT까지 비슷하거나 더 싼 요금제를 내놔 요금 인하경쟁이 벌어졌다.어떤 사회의 규제와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는 그 규제가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 지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빈부격차 감소에 실패한 부유세, 실업자를 늘린 비정규직 보호법, 전통시장 매출을 감소하게 만든 대형마트 의무휴업, 도박 중독을 심화시키는 카지노 입장 제한조치 등도 우리 사회가 직면한 규제의 역설이다. 선한 의도보다 중요한 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10

민주주의의 후퇴

미국에 본부를 둔 프리덤 하우스(Freedom Hause)는 전 세계의 민주주의 확산과 인권시장 및 국제언론 감시활동을 하는 비영리 인권단체다. 1941년에 세워져 1950-1960년대 미국의 민권운동을 주도했다. 이후 1970년대는 베트남 난민을 지원하고, 1980년대는 폴란드와 필리핀의 민주화를 지원한 단체다. 또 세계 각국에서 민주주의 증진에 공헌 인사들을 찾아내 매년 프리덤 어워드를 수여하고 있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과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이 이 상을 받았다.프리덤 하우스는 매년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자유 정도를 조사해 수치로 발표하는데 올해도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이 만점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83점을 받아 우수한 자유국가에 포함됐다. 북한은 100점 만점에 3점을 받아 지난해에 이어 꼴찌다. 공정한 선거와 자유로운 언론 활동 등이 자유를 평가하는 주요 척도다.특히 코로나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코로나가 창궐했던 지난해는 많은 자유주의 국가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일부 민간단체에서도 이 같은 우려를 제기했으나 프리덤 하우스가 이번에 똑같은 평가를 낸 것이다.프리덤 하우스는 조사 대상 205개 국가 중 36개국이 코로나와 관련해 민주주의가 후퇴한 나라라고 했다. 대표적 국가로 인도와 필리핀, 헝가리, 터키 등을 손꼽았다.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를 핑계로 정치 권력의 강압적 통치가 알게 모르게 물들고 있다. 이동제한과 같은 아주 손쉬운 조치가 곧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대표적 사례다. 우리 주변에서도 코로나를 이유로 이와 유사한 개인의 기본권이 침탈당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코로나의 위세가 놀랍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3-09

미닝아웃족

미닝아웃족이란 요즘 소비트렌드의 하나로,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에서 나온다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이 결합된 단어인 ‘미닝아웃’을 하는 소비자를 가리킨다. 국립국어원의 대체단어로는‘소신 소비자’가 쓰인다.정치·사회·문화적 신념과 가치관을 소비행위를 통해서 표출하는 소신있는 가치소비자를 가리킨다. 이들은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신념에 따른 소비를 지향한다.보통 SNS 등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해서 표현과 공유를 하기 때문에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MZ세대가 주도한다.이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거나 선행을 한 착한 기업에 대해서는 흔쾌히 지갑을 연다. 오랜 선행으로 미담을 쌓아온 기업 ‘오뚜기’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갓뚜기’(God과 오뚜기를 합친 말)로 불리며 사랑받고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최근 SNS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치소비 캠페인’도 미닝아웃족을 중심으로 전파되고 있다. 이 캠페인은 동네식당에서 결제한 영수증이나 음식 사진 등을 SNS상에서 인증하는 운동으로 신총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형편이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을 돕기 위한 취지로 시작됐다.미닝아웃족들은 흔히 바이콧(buycott: 어떤 물품을 사는 것을 권장하는 행동)운동에서 주로 나타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경영진의 갑질 등이 알려진 부도덕한 기업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불매운동을 벌언다.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이 벌어진 남양유업은 아직도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고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나의 참여가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미닝아웃족의 건강한 소비운동을 응원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08

희망의 봄

우리 선조들은 우수(雨水)와 경칩(驚蟄)이 지나면 대동강물도 녹는다 하여 이때부터 완연한 봄이 왔다고 믿었다. 절기상 입춘부터 입하전까지를 봄이라 한다. 양력으로는 3월부터 5월까지가 봄이다.기상학적으로는 일 평균 기온이 5도 이상으로 올라가 9일 동안 떨어지지 않으면 5도 이상 올라간 첫날부터 봄이라 한다. 지구 온난화가 확대되면서 우리나라의 봄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 제주와 부산, 대구, 울산 등 남부지방은 빠르면 2월 중순부터 봄이 시작된다. 그밖의 지방은 3월초부터, 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 등은 3월말부터 봄이 시작된다.봄철이 되면 심한 일교차와 변덕스런 날씨가 우리를 괴롭힌다. 먼지와 황사가 사방으로 날리고 건조한 날씨 탓에 산불도 자주 발생한다. 환절기성 기후로 감기 환자도 늘어난다. 그러나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계절이 주는 생기 발랄함으로 모든 이에게 새로움을 선물한다. 이제 고생이 끝나고 행복한 날이 시작할 것 같은 기분이다. 봄은 많은 사람에게 희망의 상징으로 인식된다. 봄의 이미지는 밝고 긍정적이다. 봄의 전령사인 개나리와 진달래, 산수유 등의 만개 소식에 모두가 귀를 쫑긋하며 마음을 설레인다.코로나19 발생 후 두 번째의 봄이 돌아왔다. 오랫동안 희망의 봄을 기다려왔지만 아직은 희망을 노래하기에는 이른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백신접종이 시작됐음에도 환자 발생이 여전하며 코로나 퇴치의 종착지가 언제가 될지 까마득해 보인다.우리나라 봄꽃 축제의 대명사격인 진해군항제가 취소됐다는 소식이다. 올봄도 유명 봄꽃 축제를 구경할 수 없을 것 같아 마음 한켠은 우울하다. 그래도 우리에게 봄은 여전히 희망의 계절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3-07